- KOKARU
- 조회 수 2620
- 댓글 수 9
- 추천 수 0
[단군 13기_현무부족_009일차] 5월 27일 화요일
솔직히 밝힌다.
의욕으로 선택한 일은 아니라는 것.
새벽에서 새로운 삶을 이끌어 내고자 하는 것은
현실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하되,
무언가 새롭게 다시 시작해 보자는
의지, 아니 최소한의 욕심이라도 필요했겠지만
정작 난
그런 의욕이 아닌 삶에 대한 깊은 피로감에서
이 계획에 이끌리게 되었다.
삶은 팍팍하다. 때로는 메마르고 단조롭다.
직장. 가족. 일상
외견상 모든 것들이 큰 일 없이 지나가는데도
미래의 불투명성에,
사소한 의견대립에,
남들의 시선에
일희일비하고 참으로 영혼이 빠져나간 듯
무기력하고 재미없게 사는 나를 발견했다.
늦은 봄날
그 허망함 앞에서
앞을 보고 뛰기 위해서가 아니라
온전히 나를 위해 내가 지금껏 살아온 삶을 정리하기 위한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100일의 시간을 걸어보기로 했다.
어디까지 언제일지도 모르는 인생에서의
100일이 나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일까
잘 모르겠다....
출사표를 쓰기 전 일기장에 적어놓았던 글입니다. ㅋ
아마 당시에 저를 가장 잘 소개해 줄 수 있는
글이라 생각했습니다.
저는 92학번, 73년생 (다행스럽게 주민등록상 74년 ㅋ)
공무원이긴 한데, 뭐 여유나 안정감 같은 직업상 보다는 하루하루
복잡한 업무들에 치여 살아가는 현실감 느껴지는 캐릭터 입니다.
아들, 딸 하나씩 두고 무서운 마눌님의 지휘아래
가열찬 삶을 살아가는 중이죠
예전에는 자유로운 직업을 소망했었습니다,
사실 그런 삶을 이루기 위해 살아왔었고
얼마전까지는 학교쪽으로 야심차게 도전 하곤 했는데
요즘은 점점 공무원스럽게 변해가는 저를 보면서
제 직업적 천성에 대해 고민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스페셜리스트로서의 삶의 방향에
대해 어렴풋이 감을 잡고 있는 중입니다만
진실로...안정적인 낙타의 삶을 버리고
냉혹하고 차가운 현실의 땅에서 살아남을 사자가 될 수 있는지
고민 중에 있습니다.
여러 멋진 꿈을 지니고 아직 청춘에 더 가까운 (적어도 저보다는 ㅋ)
부족님들을 보면서 저도 다시금 희망을 되살리려 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며 헝클어진 인상을 펴고
웃음 지을 수 있는 그런 하루를 다시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9일째, 우리에게 91일이란 멋진 날이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