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땠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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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온다. 죽어라 온다.
천하장사도 쓰러뜨리기 어렵다던 눈꺼풀이 나를 쓰러뜨리기 일보 직전이다.
우스운 건, 책상에 앉기 조금 전 까지만에서 죽어라 잠이 안왔다는 것이다.
'낮에 마신 커피에 문제가 있는 건가?!
아니면 저녁 세미나 만찬에서 오랜만에 먹은 양질의 스테이크에 문제가 있었나?!
와인을 조금 많이 마셨었나?!
흠... 아니, 아들 녀석에세 옮은 수일동안 계속되는 지긋지긋한 감기 때문에 칼칼해진 목이 코가 잠을 방해하는 건가?!
[코끼리와 벼룩]에서 찰스핸디가 했던 멋진 문구가 무엇이었지?! 아... 꽤나 공감가는 멋진 말이었는데... 인상 깊었는데...
저녁에 읽은 문구가 기억이 나질 않네... 점점 쓸모없어지는 기억력과 이를 관장하는 나의 뇌.....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내가 읽기에는 어휘가 꽤 어려운게많던데...
그래도 어린 시절의 풍광이나 작가를 둘러싼 주변에 대한 묘사는 영상을 보는 듯 기가 차게 풀어놨던데...
이 좋은 글들 다시금 페이스 북에 올릴까?!
흠... 지금부터 다시 시작한다면...
" 101일~159일 - 결석 "
" 160일차 - 불안인지 환희인지 모를 것으로 터질 듯한 마음을 부채질하듯이 벌판의 모든 곡식과 푸성귀와 풀들도 축 늘어졌던잠에서
깨어나 일제히 웅성대며 소요를 일으킨다. [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박완서 ] 중...
이렇게 시작하겠지?!
그래, 페이스북에 올리는 글 다시 한번 해보는게 좋을 것 같아. 100일차에는 그래도 페이스북에 하루하루 좋은 글 올리겠다는 신념하에
꽤나 잘해왔잖아. 지금 내가 심연에 빠져 있는 이유는 아마도 이런 작지만 중요한 동기 ( 또는 의식) 이 없어서 일수도 있어......
차나 한잔 마셔야겠다. 어둡네.
(베란다 밖으로 보이는 50여미터 남짓 거리의 집옥상에 켜져 있는 비상등(?!)을 보고)
어라?! 저 집 문밖에 불은 왜 며칠째 켜져 있는거지?
켜 놓고 모르는 건가?! 아니면, 옥상이 너무 어두우니까 켜놓기로 한건가?! 뭐 내 알바 아니지.... 별걸 다 궁금해 한다. 시덥지 않은 놈.
그나저나 배생강도라지무즙은 감기 때문에 먹긴 하지만 정말 맛이 없다....
잠도 안오는데 책상에 앉아서 출석글이나 쓰고 자야겠다. 출석글 쓰고 자면 또 지각하는거 아니야?!
에이 나도 몰라. 잠도 안오는데 괜한 잡념들 때문에 뒤척이느니 안오는 잠을 달래며 자판이라도 두드리다 보면 또 알아?! 잠이 올지...
아놔... 이 놈의 착한남자 때문에 오늘 또 늦었네...그래도 문채원, 송중기는 연기 참 잘한다.. 어린 녀석들이.. ㅋㅋㅋ'
일말의 문학적 가치도 없을 법한 사소한 생각들이 어설픈 문장으로 줄줄 나올 정도로 이렇게 선명히
내 머리 속을 이렇게나 뒤적이고 있다....
잠이 나를 찾아왔다가도 다시금 달아나고 찾아오고를 반복하고 있다.
근 두어달 지속해온 100일차도 심연과 도약의 반복, 퐁당퐁당의 도돌이표이다.
그래도 한 두번씩 맞이하는 그 짜릿함 때문에 자괴감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너무나 많은 생각들이 내 머리 속을 헤매고 있다. 이 생각들의 모양새가 어찌 나를 닮은 것고 같다.
여전히 여기저기를 헤매고 다니는 나를......
그래도, 꾸준히 자신만의 길을 잘 가는 것으로 보이고 추정되는 우리 부족님들로 인해
다시 한번 반성하고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머리를 만지고 아침 출근 준비 한다.
'난 오늘도 잘 할 수 있으리라. 오나시스처럼 주변을 공경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공경하면서 살아가다 보면
내가 원하는 곳에 다다를 수 있으리라'
우리 부족님들도 오늘 아침, 기분좋게 가슴 활짝 펴고 맞이했으면 좋겠다.
p.s. 이제 누우면 잠이 오려나 쩜쩜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