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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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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수희향님께서 201111252119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먼별 샤먼의 단군일지 440>

# 애니어그램 심화과정..

융이 말하는 무의식 세계의 표피 하나를 벗겼다여긴 나는 지난 3년간의 수행을 무장삼아 애니어그램 심화과정에 덤벼들었다. 그리고 심하게 깨지고 있는 중이다..

첫날의 용기는 다 어디로 간건지.. 시간이 흐를수록 도망치고 싶어진다. 거북스럽다.
여전히 머리로는 정리하는데, 가슴으로 함께 흘려보내지는 못하고 있다.

한겹 걷어올린 그림자는 그래서 더욱 선명하다.
그리고 깊이 박혀있다.

빛을 향해 희망의 발걸음에 힘이 들어갈수록
반대 그림자의 뿌리는 더욱 깊은 그곳에서 나를 끌어당긴다. 젠장!
그렇다, 젠장이다! 이럴때 이런 표현을 안쓰면 언제써보리. 젠장, 젠장, 젠장!!!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가 다시 떠오르는 날이다.
내 안에서 울부짓는 그놈의 야생동물을 마주하는 참담함이란..

그러나 어쩌리. 그 길들여지지 않은 그 녀석 또한 나라는데.
아니, 어쩌면 아직 제대로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해서 그렇지
그 녀석이 지금까지 그럴싸하게 뒤집어쓰고 살던 페르소나가 아닌
진정 멋진 보석이 될지도 모르는 원석이라니 마주해야 하는데.. 이게이게 당최 막막하다몬해 먹먹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또 하나의 경계에 소리없이 금이 가기 시작하는게 느껴진다.
금이 가느라 미치게 고통스럽지만, 그리고 더 큰 아픔이 두려워 그만 멈추고 싶지만
멈추지는 않을게다. 난 성장하고 싶다, 간절히.

수녀님과 신부님도 함께 하시는 곳이다. 위안이되고 분위기도 아늑하다.
또 다른 에너지장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 정도는 이제 알 것 같다. 그러니 도망치고 싶지 않다.
변경연이 그러했듯이, 거기 그 곳에서 또 한걸음 영적인 성장을 이루고 싶다.
무의식세계로 한걸음 더 들어가, 조금 더 깊이 박혀있는 그림자들의 의식화 작업을 해보고 싶다.

그 끝이 어디에 닿아있는지 지금은 알 수 없다.
그냥 가는게다.

"득도 하기 전의 붓다"가 내 유형에게 주는 충고이다.
이 말 앞에 얼마나 망연자실했는지 말이다.

이거였다. 산으로 들어오라는 말씀 앞에 머뭇거렸던 이유말이다.

난 아직 세상을 사랑할줄 모르고, 사랑하지 않고, 표현해본적 없다. 나누지도 않았다.
그런 내가, 그렇게 미숙함을 고스란히 안고 산으로 들어가봐야 자칫 모래탑을 쌓을지도 모를 일이다.

석가모니 붓다가 진정한 열반의 길에 들어선 것은 세상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셨다.
세상을 전부 끌어안고도 그것만으로 부족해서 걸어간 길이 그 길인게다.
그러니 나같은 일개 중생이 함부로 넘볼 길이 아닌게다..

온전히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한적 없다.
그러므로 온전히 세상에 나를 던진 적 없다.
이래서는 삶이 절름발이이다.

노자가 말하는 양극에서 어느 한극으로 치우쳐져 허부적거리면서는
진정한 수행의 길은 아직 감히 꿈에서라도 생각할 길이 못된다.

이제 난 겨우 그림자의 의식화 작업을 시작하였을 뿐이다.
그게 내 영혼의 근기이다.

심화과정이 끝나면 아마도 집중수련 혹은 영성피정을 들어가게 될 것 같다.
천주교와 불교, 불교와 천주교.
내겐 아무 차이가 없다.

난 먼별 샤먼이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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