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단군의

/

300일+

단군의

수희향님께서 201112151315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먼별 샤먼의 단군일지 449>

절 수행: Yes

# 1인 기업가의 철학이란..

1인기업가로 홀로서기에 성공하려면 철학이 필요하고, 필살기가 필요하고,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1인 기업가에게 필요한 철학이란 무엇일까..

철학이라하면 사실 개개인마다 다르고,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치관이 담겨질 수 있기에
응당 다분히 다양할 수 밖에 요소이기는 하다.

그러나 다양한 철학이 피어나기에 앞서
모든 1인 기업가들에게 한두가지 공통된 기본 요소는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중 현실과 맞딱뜨려 가정 먼저, 그러나 가장 아프고 뼈저리게 깨닫게 되는 것이 다름아닌
"밥의 신성함"인 것 같다..

예전 조직이란 울타리 안에선 스스로 밥을위해 전력질주하지는 않았었다.
그보단 사라리타기, 찬사, 인정, 우월감, 자존심 채우기 등의
온갓 휘장들을 쫓아 전력질주하다보면 밥이란건 보상금으로 돌아오곤 했다.

굳이 드러내놓고 밥을 위해 전력질주한다 하지 않아도
조직 안에서는 그보다 훨씬 더 고상한 무언가를 위해 살 수 있었다.
그러니까 그때도 전력질주는 하였으되, 밥이란 가장 직선적이고 가장 단순함만을 쫓지는 않았었던 것 같다.

그러나 조직문을 열고 나와 현실이란 야생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면
조직의 울타리가 얼마나 튼튼했는지 그 여파가 뼛속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오기 시작한다.

세상과 나. 도저히 일대일로 맞짱을 뜰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그런 세상 안에서 스스로 밥을 만들기시작하면서
그때야 비로소 "밥의 신성함"을 "관계의 소중함"을 아주 서서히 깨닫기 시작한다..

그렇다..
밥은 신성하다..
생명을 유지해주는 밥이란건 그 자체로 신성한게다..

난 내게 주어지는 모든 것들에 감사할 줄 몰랐다.
그냥 그렇게 주어지는 것들로, 당연히 누려야 하는 것들인줄 알고 살아왔다.

내 앞에 하나가 오기 위해
우주가 연결되고 수많은 작용이 벌어지고..
그렇게 그렇게 자연과 사람들이 어우러져 내 한걸음이 되고, 내 한 숨결이 된다는건 정말 모르고 살았다..

호랑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난 스스로가 적어도 타조는 된다고 생각했다.
해서 다음 단계는 우아한 표범으로 성장해가면 될걸로 고상한 착각 속에서 지냈던 것 같다.

허나, 사부님처럼 몇몇 극소수의 오랜 세월 준비된 분들을 제외하고는
조직을 나온 사람들 대개는 타조에서 한걸음 물러나 오히려 "하이에나"로 추락하는 아찔한 씁쓸함을 먼저 맛볼 수 밖에 없다.

내가 그나마 타조일 수 있었다면, 그건 내 자신이 타조가 아니라 그나마 조직을 등에 업은 포장됨이었음을 인정하고 현실에서 하이에나로 내려서는 순간, 발 아래 아무것도 놓여있지 않은 것 같은 검은 절벽 아래로 추락하는 그 아득함..

1인 기업가에게 스펙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세상에는 고만고만하게 잘난 인간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필살기 하나만으로 뛰어나기 어렵지만, 필살기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 것이 또한 1인 기업가이다.

그러니 겸허해지지 않을 수 없다.
거대한 지구라는 행성 위에 점 하나의 위치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내가
지구 위에서 살아가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오늘 우린 그걸 고민하는게다. 그야말로 전 지구적 차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어찌 밥이 신성하지 않을까.
조직에서 나오는 순간, 내가 뛰어볼 무대는 순간확장을 일으켜 어마어마하게 넓어진다.
처음에 그 광할함에 자유의 바람을 만끽하며 숨만 쉬고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곧 그렇기에 난 아름다운 남태평양 산호초 속에서만 사는 것이 아니라
사막도 건너야 하고, 바다도 만나야 하고, 깊은 골, 어둠의 절벽도 스스로의 힘으로 건너야 함을 알게 되는 순간
그때인듯하다.. 나란 존재가 결국 하이에나에 불과함을 깨닫는 거 말이다..

그런 내게 긴 머리는 사치다.
한 그릇의 밥을 놓고 절력질주를 해야 하는 하이에나에게 긴 손톱의 매니큐어와 마스카라 늘어뜨린 눈 화장은 과대포장이다.

예전엔 인간의 굳은 의지로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다 믿던 적도 있었다.
그 믿음 그대로 전력질주하여 살았고, 목표했던 많은 일들을 이루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성취 다음엔 분명 행복이란 단어가 따라와주어야 하는데
성취 다음에 이상한 단어들이 따라오기 시작한다.

무릎이 꺽이고, 허리가 휘청이다 목까지 차오르는 비애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은 도망쳤나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타조로서의 겉치장을 끝까지 놓으려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니 어쩌면 그것들이 조직을 대신해서 그나마 나를 지켜주는 실날같은 끈이라 믿고 있었던건지도 모르겠다.

긴 머리카락까지 다 잘라내어 하늘에 읍소하였다.
다시 시작하겠다고..
원점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오만을 버리고 밥의 신성함을 깨치라 하신다..
자존심을 버리고 관계의 소중함을 구하라 하신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뜻대로 삶이 흘러가지 않거든 잠시 멈추어 하늘의 뜻을 헤아리라 하신다..

구름에 달가듯이 순리에 내 존재 그 자체를 맞추어
커다란 흐름에 나또한 더불어 흘러갈 제..
그 때 비로소 하늘길이 열리는 것을..

인간의 잠재력은 무한하다..
그러나 그 잠재성이 올곳에 꽃피울 때
그 때 한 존재도 기쁘고, 세상도 기쁘고
그리하여 소우주가 전부 기쁨의 꽃잎으로 피어난다..

놓으면 죽을것 같던 것들을 하나씩, 둘씩 내려놓으니
알 수 없는 평온, 무게감없는 자유가 발 밑 아지랑이처럼 안개꽃을 피어내는듯도 하다..

그렇듯 점점 에고가 명멸해감에 따라
아마 내 안의 소우주는 깨어나리라..

이것이 내가 1인 기업가로서 지니고 갈 철학이듯싶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