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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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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일+

단군의

병진님께서 20116291307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단군일지 300 + 16]

징역살이가 힘든건 자유롭지 못함에서 기인한다. 매일 활보하던 거리를 걷지 못하고, 배가 고파도 마음대로 먹을 수 없다. 예쁘고 멋진 옷 없이 수의 한 벌로 계절을 지낸다. 작은 사격형방에 벽지도 없이,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의식주 전부 자유롭지 못하다. 그립고 보고싶다고 연인을 만날 수도 없고, 전화조차 어렵다.

자식으로, 형제로, 친구로, 부모로.... 내게 주어진 짐이자 행복인 역할도 없어진다. 가장 중요한 건 평생 나를 따라 다니고 나를 인식해주는 이름 석자 대신 번호로 불리기 때문에 정체성이 없어진다는데 있다. 0번 올빼미도 아닌데 말이다.
 
옥살이를 하는 이들에게는 옥담의 높이보다 마음의 높이가 낮아지고, 푸르른 숲이 보이지 않는다. 장기수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피폐해지는 자기 자신을 느낄 마음의 여유가 없다.

지금 내 위치와 오랜기간 징역사는 장기수들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물질적인 풍요는 비교 대상이 되지 않겠지만, 내 마음의 옥담의 높이와 그들이 느끼는 높이가 뭐가 다르단 말인가? 무기징역이라면 마음이라도 편할지 모른다.

전생에 지은 죄의 크기만큼 징역살이 하는 것 같다. 죄의 대가를 치르고 나면 자유로워지겠지...... 죄가 너무 커서 이번 생이 다 끝나가도 자유롭지 못하지만 않는다면 그리 슬퍼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 다음 생에는 자유부터 시작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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