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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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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감사44님께서 201112141941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12/13(화)  수행 yes/학습 yes/감사 yes
12/14(수)  수행 yes/학습 yes/감사 yes

허기진 마음.
불안이다.
떠남을 몇일 앞두고 자주 소라의 여인숙에 방문하는 불안씨.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어볼까 전화기를 만지작 거리고
누군가와 만나 술이라도 한잔할까 전화기를 들었다 다시 놓는다.
내 정신을 쏙 빠트릴 그럴듯한 멋진 책이라도 읽어볼까 책장을 돌아보고
뭐라도 먹어볼까 부엌을 서성여 본다.
허나, 보드랍게 웃으며 호흡. 나는 지금 영어책을 본다.
깊은 호흡과 함께 다시 지금으로 돌아올 때면
어느새 여인숙에는 편안함이 방문한다.

그래, 이 편안함.
지금까지 늘 불안해서 안절부절 못했던 순간들.
불안한 것이 인생인 줄 알고
불안하지 않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들을 하며 살았나..
없어서 불안했던 시간들, 있어서 불안했던 시간들
여기 저기 온갖 오지랍 간섭 다 하고 다니며
나를 달달 볶아가며 가만두지 못하고 허기진 세월을 보냈나 싶다.

그런데.. 가만히 놓아두기.
너를 만나고 부터 세상이 불안이 아니라 감사로 차오르기 시작했지.
여기, 그대로, 이렇게.. 가만히 있으며 나로 존재하는 것.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이대로 존재하는 것 말고는 그 무엇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세상은 더이상 '내'가 아닌 '우리'가 존재함을 알게 됐지.
마음놓고 흘러가는 세월 헐떡거리며 쫓아가지 않고 매달리지 않고
어디로 가는지 지켜볼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지.
그 자유와 함께 신명나게 질펀하게 휘감겨 춤 한판 추자 기도했지.

ㅎㅎ 요즘 자주 묵어가는 불안씨 덕에 끄적 끄적 글을 적어본다.
떠남에 앞서 만난 불안한 소라씨. 내 이렇게 말해주고 싶으오.

소라야! 이제 마음 놓고 가거라.
나 이제 너를 붙잡지 않으리.
날라가든, 기어가든, 뛰어가든, 옆으로 가든, 뒤로가든, 춤추며 가든 마음대로 가거라.
가만히 놓아, 마음 놓고 가거라.

세상아! 이제 마음 놓고 가거라.
나 이제 너를 붙잡지 않으리.
나 이제 너를 핑계삼지 않으리.
가만히 놓아, 마음 놓고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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