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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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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일+

단군의

김명희님께서 201110311056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320일-- "새로운 이끌림에 몸을 맡겨라" >(2011년 10월 30일, 일요일)

출석: 5시 06분, 6분 지각.
장소: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유포1리 버들개마을 체험학교

어제 새벽 6시 30분에 집을 나와 강원도 원주까지 4시간 15분 차를 타고, 한 시간 기다려 장평으로 가는 차를 다시 50분 정도 탔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고, 장평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다시 택시로 10분 거리에 있는 버들개마을 체험학교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1시 30분, 운동장을 걸어들어가며 시간을 계산해보니 장장 7시간의 장거리 여행을 한 셈이었다.
꿈벗 소풍에서 처음보는 새로운 많은 꿈벗들을 만났고, 즐겁고 의미있는 첫 날이 저물어갔다.

새벽 기상을 위하여 12시 즈음에 잠자리에 들었다. 한 교실에서 아이들과 어른들이 섞여서 여러사람들이 잠자리에 들었는데, 12시 30분까지 사내아이들이 문을 열었다 닫았다하며 수시로 왔다갔다 하였다. 늦게 들어와 문입구에 잠 자리를 잡은 나는 쉬이 잠들지 못하였다.   

새벽 4시 30분에 분명히 알람소리를 들었는데, 다시 깜박 한 숨 더 잔 모양이다. 눈을 뜨니 5시 06분이다. 수련할 책을 챙겨들고  밖으로 나와 세미나실로 향하는데 사부님께서 이미 책을 들고 세미나실로 들어가고 계셨다. 어젯밤에 분명히 나보다 늦게 주무신 것 같았는데, 어느새 일어나신 것이다. 넓은 세미나실은 두 개의 출입구가 모두 문이 없어서 새벽공기가 차가웠다. 사부님은 벌써 자리를 잡고 앉으셔서 책에 무언가를 쓰고 계셨다. 나는 찻물을 끓이기 위해, 커피포트와 컵을 찾고 커피를 타서 밝은 불빛 아래의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올해 여름, 꿈벗 여행에서는 단군수련에 참여하는 사람이 여러 명이었는데, 오늘 새벽수련은 사부님과 나, 단 두 사람 뿐이었다.  

새벽 5시 30분부터 7시 30분까지 두 시간 동안 김용규의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30~71P)를  읽었다. 사부님의 뒷편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책을 읽으려고 했는데, 사부님이 앉아계신 뒤쪽으로는 앉을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게다가 불빛도 약한 것 같아서 무언가를 열심히 쓰고 계시는 사부님의 시야에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할 수없이  불빛이 밝은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30분 정도 지나니까 사람들이 한 명 두 명 깨어나며 세미나실에 다녀가는 소리가 들렸다. 6시 30분이 되자 창밖은 하얗게 동이 터오고, 사부님은 쓰고 계시던 것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아마도 새벽산책을 나가시는 것일지도 모른다.  숲기원님이 들어와서 어제 먹고 남은 술자리 테이블을 혼자서 정리하며 치우기 시작하였다. 공기가 차가웠는지 나는 기침을 하기 시작하였다. 한 시간 더 수련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차가운 공기 속에서 더 앉아 책을 읽으려니 난감했다. 

대책을 강구해야만 해서 컵라면을 끓여먹기로 하였다. 컵라면을 하나 먹고, 커피를 한 잔 더 마시면 또 한 시간은 이 추위를 견디며 책을 볼 수 있으리라. 숲기원님이 뒤에서 혼자 테이블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지도 않고, 나는 게걸스럽게 컵라면을 하나 끓여먹고 계속 나의 새벽수련을 하였다.

필자인 김용규가 <파우스트>와 <데미안>에 관해 이야기하는 부분을 읽고 있었는데, 재미있는 공통점을 발견하였다.
"자신의 내면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 실현하는 일, 오직 이 목표 하나만을 바라보고 파우스트는 절망을 견디며 일생을 헤쳐왔다"
"그는 학문을 위해 평생을 다 보낸 어느 날에야, 자기 안에서 들리는 진정한 내면의 외침을 비로소 들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오직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일을 다했지요."
"니체의 초인.....제 스스로 세계를 얻으려고, 창조적 유희를 하는 '어린아이'의 정신을 가진 그런 인간이다." 
"오로지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그것을 실현해 나가는 것......구원으로 향하는 길이다."
"유령이 나오든 말든 자기의 길을 가라."(<파우스트>부분 중에서)

"나는 나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살려고 애썼다."
"생전 처음으로 나는 죽음의 고독을 맛보았다. 그것은 쓰디썼다. 왜냐하면 그것은 탄생이며 무서운 변혁에 대한 불안과 공포였던 것이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
"내면을 직시하고 그것에 충실해지는 것,.....자신에 대한 용기와 신념을 갖게 된다."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있어야만 자기실현을 이룰 수 있다."
"자신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우리는 덧없고, 우리는 형성도중이며, 우리는 가능성이다......가능성에서 실현으로 나아갈 때,....자기실현을 이루게 된다."
"신이 우리에게 절망을 보내는 것은 우리를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이다."
"용감히, 그리고 두려워 말고 새로운 이끌림에 몸을 맡겨라.'  (<데미안>부분 중에서)

<데미안>을 다시 읽어야겠다. 좀 더 노력해야겠다. 사부님과 함께했던 새벽 수련은 내 마음에 추억 속의 사진 한 장으로 남아, 현실속에서 지치고 힘들때마다 자꾸자꾸 꺼내어 보게 될 것이다. 내게 깊은 의미를 남긴 꿈벗소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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