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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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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ANNE님께서 2012220011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 420일차 2월 1 일 수요일 ] 이야기 만들기

 

아침에 눈을 뜨면서 도로 상태가 어떨지 궁금하다. 전에 없던 현실적인 태도다. 눈오면 좋아라 소리만 지르던 것에서 어떻게해야 눈길을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또 궁리한다. 작년 겨울 이후부터이다. 고속도로에서 한 두바퀴 돌고, 언덕길에서 빌빌거리고 못 올라간 덕분이다. 일년 만에 새차를 처분하고 다른 차로 바꿨다. 아침, 대단한 각오를 하고 집을 나서서 무사히 학교까지 출근했다. 그래도 11월 말에 스노우타이어로 바꿔둔 덕을 좀 본 것 같다. 다시는 작년처럼 그런 느낌을 받고 싶지 않다. 핸들이 지 맘대로 돌 때는 정말 대책 안선다.

 

오랫만에 출근하는 학교, 난방을 켜고 컴퓨터를 켜고....... 그렇게 어제 왔던 사람 마냥 내 자리와 인사를 나누었다. 얼마남지 않은 내 자리, 이 교실....... 어떤 것들과도 헤어지는 것은 항상 힘들다. 단지 표시내지 않으려 매우 무덤덤한 척 하지만 사람이든 동물이든 무생물이든 잡고 있던 생각이든....... 그렇게 뒤돌아설때는 가슴이 미어진다. 아니 뒤돌아설 생각에도 눈물이 핑돈다. 누가 보면 완전 신파다.

 

퇴근할 때쯤 전화, 간만에 움직일만한지 학교 앞으로 찾아와 저녁을 먹었다. 맛잇게 먹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한다. 그럼 당연하지 좋아하는 국수를 먹는데..... 신랑은 천안으로 나는 집으로, 잡혀있던 상담도 갑자기 취소되어서 집으로 바로 퇴근했다.

 

아직 방학중인 아이가 기다리는 집, 누군가가 기다리는 집으로 간다는 사실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첫 출근, 피곤했나보다. 몸이 완전 늘어져서 바닥에 붙은 것 같다. 말은 않았어도 사실 어제부터 꽤 신경 쓸일이 많았었는데, 긴장이 풀린 듯하다.

 

아침에 일찍 기상하는 습관은 깨어진지 한 참 됐다. 자력으로 일어나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스스로의 의지로 그것을 지켜나가는 사부님을 진심으로 존경할 수 밖에 없으며, 외딴 산 속 오두막에서 홀로 정진하셨던 많은 스님들이나 자신과의 약속을 끝끝내 지켜가는 분들을 진심으로 존경스럽게 생각한다. 사부님께서 들려주신대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남에게 조언을 준 대로 사는 것, 바로 그것인 것 같다.

 

그래도 내일부터는 또 노력해보려 한다. 안되더라도 또 해보고 또 해보면서 가봐야겠다. 먼 길을 지나와 여기 이런 모습으로 서 있는 나에게, 진정 힘날 수 있도록 대견하구나 다신 한 번 지켜봐주기로 한다. 따스하게 바라봐주면 된다, 가고 또 갈 수 있도록.

 

지나온 시간들은 그 시간 속에 수많은 이야기들을 점점이 새김으로서 긴 끈을 연결해두고 있다. 끈은 내가 여기 현재 이 모습으로 서 있을 수 있도록 만들어준 이야기들이 서로 손잡고 있는 것이다. 어느 곳을 풀더라도 그 만큼의 이야기들이 노래하듯 흘러나오리라. 들어서 기쁜 노래, 들어서 신나는 노래, 한 없이 슬프고 한 없이 우울하고 또 끝없이 작아졌으며 하늘 높이 날아올랐던 눈부신 이야기들이.

 

알알이 박힌 내 이야기들이 내 발자욱 위에서 춤을 추며 따라온다. 어디까지 가든 그 이야기 이어지리라. 그리고 그 이야기, 이젠 만들어지고 되어져 뚝뚝 떨어져 흔적으로 남겨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와 함께, 나와 앉아 이야기함으로써 만들어진, 그런, 우리들의 축제에 쏘아 올려진 불꽃놀이로서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리라.

 

매 순간 살아있음에 감사했다는 그런 이야기를 아로새겨 가리라. 나와 함께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은 내 축제에 즐겨 들어선 그런 신나는 사람들, 그러니 함께 걷고 함께 기뻐하고 함께 행복하면 된다.

 

그나저나, 아침 일찍 일어나는 비법, 밤시간을 관리하랬는데, 어느새 밤을 어지간히 즐기고 있는 자신을 본다. 이래서는 영~~~ 비젼 없는데. 누구에게라도 아침에 모닝콜 좀 부탁할까보다. 단군이할 때 누군가의 모닝콜만큼 위력을 발휘한 건 없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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