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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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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이국향님께서 2012381435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403일차] 2012 03 07 수요일

 

진로 및 비전 선포 주간 특강이 있는 날, 지원단이 되어 학교 가까운 교회로 출근했다.  내 근무 반경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시도이다. 일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은 결국 그 일을 할 것이면서도 늘 불평불만을 주문처럼 던지고 시작하지만, 천복이니 천직을 생각하며 지내온 나같은 사람의 눈에는 굉장히 의미있고 획기적인 생각이고 시도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그렇듯 이런 저런 자질구레한 일들이 채워져야 일을 벌어지는 것이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그 시작과 끝은 분명히 존재한다, 다만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곳에 그 것들이 있고, 그것을 가릴 줄 모르는 눈을 가진 자라면 겉으로 드러나는 일의 양상이 다 인줄 알것이며 결국 그는 그것밖에 보지 못하는 애처롭거나 시시한 사람일 뿐 아닐까?

 

어쨌든,  시작은 어수선하고 늦어졌지만 내용은 매우 좋았다. 저런 비젼에 대한 이야기 아니 천직을 따르라는 이야기를 5,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강사의 이야기를 들으니 잊혀졌던 피가 끓어 오르는 느낌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강의였지만 실은 부모들이 들어야 하는 내용이고, 더 직접적으로는 성인들이 들어야 할 이야기였다.

 

스멀스멀 내 의지가 힘을 잃어가는 듯한 시점이었기에 그 이야기는 마치 나를 위한 축하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단군이를 비롯해 꼬레 그리고 사부님...... 항상 들어오던 이야기였지만 그 어느때보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전달되는 방식은 또 다르게 느껴졌다. 내용은 같으나 전달방식은 달랐다, 그럼에도 나는 그 이야기에 자신의 진정성을 담은 그 강사의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순수했다.  열정을 가지고 그 이야기가 주는 힘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믿어의심치 않는 그 마음이 순수하게 느껴졌다. 근래 순수하지 못함이 저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은 나로서는 보기 드물게 좋은 시간이었다. 학교라는 장에서 저런 이야기를 이제 할 수 있는 시기가 된 것이다. 

 

점심시간을 훨씬 넘겨 강의가 끝났다. 차를 대놓고 학교식당으로 들어서니 교장샘과 강사님이 식사 중이시다. 교장샘께서 강사에게 나를 소개하신다, 일부러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말끝마다 가족치료 공부하시고 박사이시라는 소개.  벌떡 일어나 서로 고개 숙여 인사를 나누었다, 젊은 그 사람에게 진심으로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인사를 건넸다. 정말 훌륭한 일을 하신다는 그 분의 말씀,  진심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타이틀을 위해 살지 않으려하는데, 여기 이 곳에선 그 타이틀이 참 일차적인 무기인 것 같다. 속으론, 그래 맘대로 두자, 때가 되면 스스로가 모든 이름도 사람도 제 자리를 찾아 들어갈 것이다. 뭐 그런 마음이다.

 

공공기관에선 더 하다. 학벌이 참 중요하다. 그런 곳에 있다보니 나 역시 그런 삶을 선택했었는지도 모른다. 여전히 강의나 연수를 시작하기 전에는 뜨르르하게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좔좔 읊고 시작해야한다. 그래야 대중들은 자신들이 그 이야기를 들어도 좋다는 안심을 하게 되는 것인지....... 하여튼 나 같은 사람은 기죽이는 그런 일들, 그러나 세상은 그런 모습도 품고 있는 것이리라.

 

질문하라

성공이란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등

우리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었다.

 

21세기의 성공 공식을 다시 썼다.

나를 위한 속삭임처럼 들려왔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거기서 해 주었다.

역시나 내가 사는 이 삶이 결코 틀리지 않다는 확신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적어도 그 강의에 의하면.

나는 그 말이 백번 맞다고 생각하는 한 사람 중의 하나이다.

 

오후, 2개 학년 각 담임들, 그 강의를 들은 30여명 넘는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그러나 참으로 흥미로운 사실은, 매우 긍정적이고 보다 개방적인 사고를 할 줄 아는 사람들에게 그 강의는 매우 훌륭한 강의였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저 강의의 하나 일 뿐이었던 것이라는 것. 놀랍고 흥미로운 일이었다. 그리고 함께 느끼지 못한 그 마음이 조금은 안타까웠다.

 

퇴근하며 남초등학교로 갔다. 정기 모임이 있는 날,  지금까지 미처 보지 못했던 한 분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을 했다. 지독하게 싫어하는 인간유형의 표본이었다.  나만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꽤 많은 사람들도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인 줄 알고 있다.

 

잘난 척하고, 당연히 다른 사람보다 유식한 줄 알고, 다른 사람들 부리는 건 어지간히 당연하면서, 실력도 없으면서 대단한 것 처럼 구는 그런 사람 말이다. 정말이지 그런 사람들은 말할 수 없는, 정말 인정하기 싫지만 컨트롤할 시간도 주지않는 역함 같은 것이 가슴 속으로부터 올라오는 것 같다.  그러면서 거기에 결정적인 것은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타인의 수고, 역시나 이때의 타인들은 꼭 자기말을 잘 듣는 똘만이 들이나 추종하거나 혹은 마음이 너무나 착해빠져서 싫다소리도 못하는 그런, 부려먹기 딱 쉬운, 자기 몇마디 말에 웃고 우는 그런.... 사람일때가 다반사다, 를 당연한 것 처럼 부리면서, 그 공은 전부 자기 이름으로.......

 

하여튼 이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겠지만, 이런 사람들은 절대로 자기 밑의 사람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일을 하지  않는다. 자기가 가진 그것도 권력이라고 어떻게든 구슬려서 쉽게 부려먹는다. 그리고 일은 남들을 시키면서 그 아이디어는 자신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뻐기고 마치 자신이 대단한 사람인 것 처럼 군다. 한마디로 저급하고 이기적이다. 물론 이는 굉장히 다분히 감정이 개입된 주관적 판단일 것일 수 있고 물론 이 사람이 정말 그런 사람인줄 나는 정확하게 모른다. 대 여섯 번의 일 이외에는 가까이서 잘 볼 기회가 없었으니까. 적어도 한 공간에서 근무하지는 않아서 시시콜콜한 것은 모른다.

 

그러나, 내가 그의 곁에서 꼭 겪어봐야만 아는 것인가? 우리가 그 정도의 안목밖에 없는 사람들인가?  참...... 인간미 안느껴지는데, 이상하게 자기가 너무 대단한 부류라고 알고 있다. 한마디 한마디가 인간미 없고, 티나지 않게 거만하고, 가르치려 들고...... 그러면서 자신은 대단히 특별난 사람들 과에 속한다는 것을 나타내면서도, 절대로 부리는 사람들은 그 과에 들이려하지 않는 그런 영혼의 소유자들.......

 

 우리 주위에 많다 사실. 입을 열지 않아서 그렇지 말 안한다고 사람들이 모르나?  못 느끼나? 바보인가? 그러나 그들은 끝끝내 자신을 모른채 그렇게 멸망해 갈 종족인지도 모른다. 사는 내내 우월감에 빠져 살다갈지도 모른다. 우리가 봐서는 멸망이지만, 그들의 관점에선 성공인 삶을 살지도 모르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어쩌면 전형적인 화이트칼라 사이코패스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여러번 했던 것 같다. 사이코패스가 범죄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서 모든 사이코패스가 범죄자에게만 존재하리라 생각하지만, 그러나 그나마 사회적으로 용인된 장에서 생활하는 사이코패스는 매우 승진도 빠르다. 이들의 전형적인 특성은 공감능력의 부족.

그러니 승진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어떠할 것이라는 것을 알리가 없는 것이고, 매우 공격적인 성향은 매우 정열적으로 회사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날 수 도 있다. 그러니 당연히 성취가 빠르다. 부하의 공을 채어가도 전혀 양심의 가책이 없다. 양심의 가책이란 감정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당연히 인간미가 없을 수 밖에.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생활태도,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의 부족, 양심의 부재....... 곧 인간미의 부재.......이런 사람들이 이상하게도 우리 사회에서는 승진이 꽤 빠르다.  물론 이런 유형과 정반대의 사람들 역시 승진한다. 그러나 두 부류의 사람들이 엮어내는 세상은 판이하게 다르다. 드라마에서는 곧잘 이런 사람들을 잘 나가는 것 같지만 결국은 궁극적인 파멸이라는 엔딩으로 안내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나마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고는 있는 것 같아 난 권선징악을 다루는 드라마나 이야기를 좋아한다. 어쨌거나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그들의 태도는 나의 오장육부를 심하게 자극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여튼, 사람에 대한 증오감은 참 없는 편인데, 그런 사람들에게서는 알 수 없는 증오심이 생긴다. 이유는 글쎄.... 짐작은 하지만 다 같은 이유들의 뿌리는 하나가 아닐까 스스로를 되짚어본다. 그 사람들은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의 존재보다는 자신을 사랑하는 데 더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앞에 있는 인간 본연의 존재, 그 사람들이야 어떻든 별로 깊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저 관심이 있더라도 자신의 일과 관계된 사람이고 자신이 빛나는 데 도움이 되어주어야 할 향상에서의 관심인 것이지, 순수하게 진심어린 마음을 느끼기는 참 힘든 것 같다. 모르겠다. 이런 사람들에 대한 뿌리깊은 편견이 있었다는 사실을 어제 장학사, 장학관이었던 그 교장샘이  등장하면서 화들짝 잠에서 깨어나는 것을 느꼈다. 겨우 배우고 싶어서 든 모임이었는데, 갑자기 갈림길에 섰다.

 

 내내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놀았다. 무엇때문이었을까 그 사람이 싫은 이유가? 충분히 짐작은 간다. 그런 인간미 없는 사람 앞에서 전혀 인간으로, 나 자신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경험이 각인되어 있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  무자비하게 옆사람들 헤치면서 나아가는 그런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묘한 환멸감 같은 것도 있을 것이며, 인간미 넘치고 정 베풀며 살다보니 그야말로 세속적인 성공이 자꾸 멀어져가는 맘 착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에 상대적으로, 또는 연하고 심약한 나 같은 사람들을 인정이라고는 없이 함부로 휘두르는 그런 대상들을 너무 많이 봐왔기에 그런 상사는 인정할 수 없다는 그런 내심일 수도 있을 것이다. 성공이라함은 치열하게 자신이 산 결과로서 얻게되는 것임에도, 그 사람이 사는 방식이 맘에 들지 않으니 그 성공을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을 것이고.......뭐, 하여튼. 사람이 그러면 절대 안된다고 배운걸 버젓이 해대며, 이것 저것 가리고 우물쭈물하느라 뒤쳐지는 사람들 제끼고 한치의 양보도 배려도 없이 마구잡이로 치고나가는 그런 사람들에게 느끼는 억울함이나, 혹은 저렇게 얻은 자리에 멋대로 군림해도 뭐라하지 않는 이 사회의 보이지 않는 모순과, 그렇다면 결코 세속적인 성공에는 발붇일 곳이 없겠다는 소심한 성공에의 욕구 뭐 이런 것들이 어우러진 비빔밥일 수도 있고.

 

어쨌든 한동안 저런 유형은 밥 맛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는지 잊혀졌었다.

그러나 왜 이제와서 이 분을 이 자리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단 말인가? 전혀 상관없이 살아도 되는데?

그렇지 않아도 무거운 분위기와 왠지 내 색과 맞지 않는 분위기 때문에 고민하던 찰나에 이 분의 등장은 여하간의 결단이 필요함을 말해주었다. 이 분은 알고보니 기존 멤버였다. 그러니 내가 빠지려면 며칠 이내에 빠져야 하는 것이다. 고민해본다. 이제와서 이 사람 유형을 놓고 더 알아가며 화두로 삼고 지내야하는가?  나의 이 마음 알고 짐작하고 내 색깔을 찾아 나서야 하는가?  알고자 한다면 좋은 기회이고 시간을 두고 알아간다면 분명 더 인간적이고 다른 면이 있을 것을 알지만, 수 많은 교장샘들 속에 둘러싸여 가는 모임은 홀가분하게 자유롭고 싶어하는 내게 일종의 올가미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곳인 줄 모르고 갔다.

 

꾼 꿈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데, 어젯밤에는 예리한 포크로 가슴을 단방에 확!  깊이 찔리는 꿈을 꾸고 일어났다.

너무나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이제 죽겠구나 생각했지만, 솟구치리라 예상했던 피가 이상하게도 한 방울도 나지 않았고 죽지도 않고 살아서 활동을 했다. 저녁에 있었던 그 분의 등장은 나에게 숨겨져있던 증오하는 인간의 원형과 맞닥뜨리게 할 그 정도의 충격이었던 것 같다. 그 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지간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에게 스며드는 찰나의 마음이란 것이 이토록 정직하고 강력한 힘으로 내게 쌓여간다는 사실이 이 꿈을 통해 증명되는 것 같아 헛웃음이 났다.

 

알고보면 좋은 면이 많은 사람이겠지만, 글쎄다. 카메라 기종이 맞지 않고 테크니컬한 면을 추구하는 촬영기술이 나와 맞지 않는다. 그 분들이 찍은 사진은 나에게 아무런 느낌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그냥 사진으로만 다가오니 그게 고민이다. 내가 관심있는 것은 치유적인 느낌이 나는 사진을 찍는 것이다. 기술에 한계가 있어 좀 배우려고 했는데, 강사님의 성격 역시 너무 형식적인 면을 고집하시는 분 같아 어지간히 부담스럽다. 교장샘이시라 함부로 할 수도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조만간 결정이 필요하다.

아~ 인생, 뭐 이래~~

자유롭고 싶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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