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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님께서 2012450519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Day 304

2012년 4월 5일 목요일

취침 : 10:50 PM

기상 : 04:30 AM

 

앞으로도 이럴까. 매번 오랜만에 일찍 일어났다로 일지를 시작한다. 허헛.

일지를 남기는 날들은 그 기간 중에 가장 몸과 마음이 건강한 때일 것이다.

스스로 답답해하며 자책한 시간이 오래다. 두어달이 지나서야 시간계획을 제대로 세웠고, 그러고도 일주일이 지나서야 실행에 옮긴다.

나는 로딩하는 데 시간이 퍽 걸리는 것 같다. 수업 끝나고 나갈 때도, 과제하려고 사물함에 왔다갔다 할 때도, 방에서 나가려고 준비할 때도 뭔가 정리된 프로세스가 없어 매번 새로하는 기분이다. 가브리엘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그 시간을 줄여야 하는데. 조금씩 연습을 해봐야 겠다.

 

그제도 어제도 집에 오는 길에 있는 편의점 근방에 오니 과자를 살까 말까 살까 말까 수도 없이 고민한다. 산다면 뭘 살까. 생각하며 빠르게 걸음을 옮긴다. 거의 집에 다 와서 1층 아파트 입구를 들어서야 마음이 놓인다. 오늘도 견뎌냈네. 딱히 뭐가 먹고 싶은 것도 아니면서 괜히 출출하니까 뭔가를 찾는 것 같다. 집에 와서 사과와 오렌지 한 쪽씩을 먹고 기분 좋게 잤다. 행석이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나도 사실 같이 빼야 한다. 그나마 정현이 조언 덕분에 요즘엔 취침 전후로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데 그것만이라도 우선은 좋은 출발이다. 찌뿌둥하던 게 많이 개운해졌다. 이제 날씨도 끝내주게 좋은데 자전거도 타고 산책도 해야지. 생각만 해도 행복하구나.

 

책도 오랜만이었다. 자기 전에 논어를 폈는데 인자仁子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 책은 정말 아무 데나 내키는 대로 펴고 읽어도 뭔가 영감과 울림을 주는 힘이 있다. 게다가 요즘 사람들이 읽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서당 선생님처럼 친절하게 풀어 설명해주니 그 진수를 함께 누릴 수 있어 기쁘다. 고전이라고 읽으면 정말 좋다고 하지만 그 장벽이 높아 퍼지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글로 풀어낸 훌륭한 사례다. 나도 시각언어로 그런 일을 하고 싶다.

어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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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말씀하시다. 불인자는 가난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즐거움도 오래 누리지 못한다. 인자라야 인을 편히 여기고 지자라야 인을 이롭게 여기느니."

 

"경제적으로 곤궁해도 마음이 변하지 않는 사람은 선비일 뿐이요, 일반인은 빈궁하면 항상된 마음을 갖기 어렵다. (맹자)

부귀영화도 안달하고 집착하다 보면 곧 그것에 휘둘리고 그것이 머지 않아 나를 해치게 되기 때문에 즐거움조차 오래 누릴 수 없다는 것.

재화나 명예와 같은 외적인 즐거움은 기껏 삶의 도구일 따름인 것인데 그 도구가 삶의 주인공으로 변하는 순간부터 (이렇게 가치가 전도된 상황을 연출하는 사람이 불인자다.) 가난은 물론이거니와 즐거움도 오래 누리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인에 이르는 과정을 불不인-이利인-안安인 의 세 단계로 나눈다면

- 외부의 물질적 환경에 휘둘리는 것이 불인 의 상태요,

- 물질적 환경과 대치하여 싸우듯 '사람다움'을 보존하는 삶이 이인이요,

- 물질적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사람다움'의 길에 무젖어 넉넉하고 여유로운 삶을 사는 것이 안인의 경지라고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 안인의 경지는 '가난한데도 불구하고 즐김', 이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패러독스가 개입된 삶을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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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씀대로라면 어디 마음을 흔들리게 하는 게 가난 뿐이겠는가. 모든 외부적 환경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의 마음의 평화로움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남탓하기 시작하면 가장 괴로운 사람은 본인 자신이다. 돈이 없고, 힘이 없고, 지하철은 콩나물이고, 짐은 이삿짐같고, 해야 할 일이 산더미같고,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만 일이 흘러가 자꾸 지치고 짜증이 날 때 다시 생각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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