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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님께서 20124222004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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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04 22  일요일 

 

결국 토요일 오전 잡혀있던 사례회의에 불참했다. 식구들과 만나 이야기 나눈지 오래되기도 했거니와, 이번 주는 평상시 같으면 중요하고도 중요할 사례회의 쯤 저리 날려버릴만큼 충격적인 일들이 두어건이나 있어서도 그렇고 몸뚱아리가 말을 듣지 않았기도 했다. 직접적이지 않으나 결코 직접적이지 않다 말 못할 일도 있고, 당장은 어찌될지 알 수 없는 일도 있다.

 

 중요한 일들을 멀리하고 사례회의에 불참하고, 또 토요일 오후에 잡혀있던 일정에 스스로가 충분하다할 만큼의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감지한 것인지 아니면 주말 내내 축축하게 내리는 비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틀간 쉰 휴식 끝에 괜히 부아가 치민다.

 

 생각만큼 잘 지내지 못한 일주일이라는 판단에다가 결정적으로 사례회의에 불참한 것과 진행 중인 사례에 대한 생각들이 그 원인인 것 같다. 식구들에게 미안하다손 치더라도 쉽게 내 일과 시간을 양보하지 말아야겠다는 불쾌하지만 단호한 다짐을 해본다. 누가 뭐라하지도 않았지만 지레 충성을 해놓고 놓쳐버린 중요한 건에 대해 은근한 부아가 치미는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것 보다는, 다소 실리를 챙기고 미안한 마음으로 살살 기는 것이 내 정신건강이나 관계에 이롭다. 오전 사례회의에 참석 했었더라면 요즘 많은 생각중인 여러가지에 대해 환기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혼자는 다소 외롭다. 좋은 말로 엮어서 학교나 임상실천 현장이나 공집합이 존재한다 말하지만, 그렇게 되기에 혼자 감당해야하는 부분과 치러야 하는 댓가가 분명 있다. 그러니 더욱 더 사례회의에 참석했어야 했다. 더 부지런 떨었으면 가능했던 일이었다. 오늘은 강하게 스스로를 힐책하고 싶다.

 

 날씨가 우울해서인지 마음이 약해지고 내려앉는다. 아침 나절 우연히 텔레비젼을 틀었더니 좋아하는 영화들이 동시에 세 채널에서 방영되고 있다. 어퓨 굿 맨, 라이언 일병 구하기, 그리고 아마데우스....... 어지간히 좀 나눠서 보여주면 누가 뭐랄까봐....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아마데우스, 맷 데이먼을 보기위해서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봐야했지만 결국 선택한 것은 어퓨 굿맨이다. 좋아했던 배우들의 싱그럽고 아름다운 모습과 지적 정신적 자극과 도전, 그리고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스토리의 구성이 좋다. 톰크루즈의 이 때의 얼굴은 광채가 난다. 역할에 너무 잘 어울렸다. 잊지 못할 영화이다.  그러나 뒷부분 돌려본 모차르트의 생과 관련한 생각들이 여러개 얽히면서 조금 우울해진다. 뒷부분은 특히나 가슴아픈 부분인지라 비오는 날씨와 어울려 더 가라앉는다. 이십여년 전에는 살리에르의 눈으로 보았던 영화가 이제는 모차르트에 포커스가 맞추어지니 사람이 변하긴 변하는 모양이다.

 

 식구 넷, 주말이어도 밥 한끼를 제외하고는 혼자 남아 보낸 시간이다. 긴 시간을 하릴없이 영화만 보면서 애써 잊으려 했던 생각들이 해거름해지는 저녁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우~ 고개를 쳐든다. 진행중인 사례들에 대해서도 깊이 깊이 생각을 해보게 된다. 더 분명하고 더 부지런하고 더 집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내게 다가드는 이런 약간의 속상함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내가 어디로가고 무엇을 할 수 있으며 하고자하는지 더 분명한 자각이 필요하고, 그에 따르는 책임있는 행동이 필요하다. 마땅한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는 가슴 뻐근할 정도의 피와 땀이 전제되어야 한다.

 

 아프게 주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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