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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nadi님께서 20124241125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Ganadi 081 : 12.04/20>

 

귀국 후 오랜만에 학교로 향한다. 졸업이 다가오고 있다. 꿈을 찾은 것은 2009년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그 꿈을 놓치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 여기까지 왔는데 졸업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내용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렇게 즐거이 하던 이 공부가 노동으로 다가옴을 느낀다. 몸은 피곤하다.


이 생활에 지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편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편한 적이 있었던가라고 물을 정도로 내 상태는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그럭저럭 시간에 맞추어 회사에 도착한다. (과거 엄청 일 할때는 지각 대장이었다.) 중요한 일 몇가지를 콕 집어 하다보면 하루가 간다. 퇴근하여 책을 읽거나 아내와 이야기 하다보면 어느새 곤히 잠자리에 든다. 편안하다. 하지만 오늘을 잘 보냈다는 개운함도 내일에 대한 흥분도 없다.


과연 편하기 때문에 그럴까? 편하기 때문에 지치는 것은 왠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왜 일상에 급속도로 흥미를 잃어가는 것일까? 변화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4시간'의 저자처럼 훌쩍 무인도로 떠나 버릴까? 세계 일주를 해 버릴까? ('어디 싹수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기꺼이 허하겠지만 당체 지금 당신의 상태를 봐서는...'라는 말과 함께 결국 아내의 재가는 받지 못 한다.)


어떻게 해야 이 앞뒤가 꽉막힌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다시 물어본다. 과연 편하기 때문에 이런 상태가 된 것일까?


출장 갔던 짐에서 우산을 꺼내다 벚꽃 하나를 발견한다. 출장 내내 현지에서 비가 왔는데 비에 떨어진 벗꽃 하나가 우산에 살포시 내려앉아 그 곳의 봄을 여기까지 전하러 왔나 보다.


초속 5 cm... 어느 에니메이션의 제목이기도 하고 벚꽃이 바람에 떨어지는 속도이기도 하다. 누구보다도 화려하게 봄을 알리다 한 순간 지는 벚꽃... 많은 이들은 활짝 피어있는 벚꽃에 취한다. 지는 벚꽃에 취하는 이는 몇이나 있을까? 벚꽃에게 의지가 있다면 초속 5cm로 떨어지는 벚꽃은 무엇을 생각하며 떨어질까? 결국 떨어질 시기가 되었다는 순리를 따랐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내 우산에 어떻게든 내려앉자 여기까지 따라 올려는 욕심이 있었을까? 


욕심...내 욕심은 무엇인가? 떨어지며 나를 따라가고 싶다는 벚꽃의 욕심보다 내 욕심은 소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욕심이 욕심을 낳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과거의 나를 버리지 못 하고 경쟁할려고 하고, 꿈을 꿈으로 바라보지 못 하고 내 앞에 있는 것들은 무엇이 되었든 잘 해 낼려고 하는 나... 욕심에 가득차 있는 나... 그 섣부른 욕심이 나를 지치게 한다. 서둘러 가본 미래에 꿈이 아닌 욕심을 심고 키워내고 있다. 욕심을 내려놓기란 싶지 않다. 이미 내 꿈과 뒤범벅이 되어 나 스스로 쉽게 구별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운이 좋다. 내게는 꿈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고 만날 수 있는 장소가 있고 시간이 있다. 그네들과의 특별할 것 없는 (?) 어울림 속에서 나는 다시 꿈과 욕심을 구별해 낼 수 있으리라. (위와 같은 깨우침을 진작에 대화로 알려준 아내에게 감사하는 바이다.)



4월 28일...꿈벗 소풍... 나는 그 시간, 그 곳, 그 사람들이 있는 간이역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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