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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님께서 2012531901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2012 0502 수요일  [참을 수 없는 서러움이 뜻하는 것]

 

퇴근 시간 즈음하여, 잠시 눈을 감으니 스르르 눈물이 새어나온다. 초등학교에서 wee class 가 운영되는 학교는 우리 지역교육청에서는 우리학교 밖에 없다. 보통 상담실이 설치된 학교는 학교에서 전문상담교사를 고용하여 운영한다. 그러나 우리학교는 고용없이 내가 그 일을 맡았고, 정규 수업을 했으며, wee class 와 관련된 모든 일을 해왔다.

 

지난 두 달동안, 7시 이전 퇴근은 몇 번 하지 않았다. 밝은 날 집에 가 본 적이 없고, 고용된 전문상담사가 해야할 모든 일을 내가 추진해서 했으니 수고나 시간적 노력이 남들의 두 배는 드는 게 당연했다. 계획서부터, 기간제 상담교사를 관리하는 문제부터 현재 진행중인 수익자부담 전교생 심리검사 실시까지....... 매일 계속되던 일...그 일이 사실은 전문상담교사가 해야 할 일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열심히 했음에도 겨우 두 달이 지난 지금에야 상담실이 꾸며지려고 하고 있는 중이다.

 

어제 급하게 온 교육청 쪽지는, wee class 가 설치된 우리 학교에서 전문상담사를 채용하도록 예산이 지원된다는 것이다. 참 좋은 일이었고 나로서는 정말 좋은 일이었다. 지난 겨울 공모계획서를 냈을 때 지원되지 않았던 것이었고, 그래서 깨끗이 마음접고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 또 뭐가 바뀌었다.

 

전문상담교사가 우리학교에 배치된 것은 정말 잘 된 일이다. 그리고 오면 나는 정말 살 것 같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오늘 이 글을 쓰는 때의 마음이다.

 

그러나 어제, 퇴근 하기 전 받은 그 쪽지를 받은 순간의 그 감정은 허탈함과 서러움 또 약간의 역정.... 같은 그런 여러가지가 뒤죽박죽 된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먼저는 이제 겨우 심리검사 끝나고 부모프로그램 진행하려고 맘먹었는데, 그 일정이 또 뒤로 밀려나게 될 뿐만 아니라(이것이 내게 주는 의미는 크다. 이것 때문에 이 학교에 남았고 이것때문에 지금의 그 모든 행정업무를 감내하고 있는 터였다. 또한 하루 속히 상담실이 마련되고, 심리검사도 끝내고 하여 안정된 가운데 그 일을 하려 달리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뭐 하나 내게 도움이 되는 일이 없다는 그런 분노감 같은 것이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그 사람은 수업하며 짬짬이 만들어 놓은 기가막힌 계획서에(난 계획서 잘 세운다, 계획서 못세우는 사람이야 어디 있을까만, 우리 능력 짱짱한 교무샘이 지금까지 보지 못한 계획서라고 칭찬한 계획서이자 전직 도교육청 장학사출신이신 교장샘이 한마디로 흡족해 하신 그런 계획서. 진짜다 이건...내가 어리버리해 보여서 그렇지 진짜로 그 말 했다 교무샘은.... ), 지난 겨울부터 지금까지 상담실을 만들어 입주하겠다는 꿈에 부풀어 지치는 추운 줄도 모르고 자료실을 비우고 준비한 상담실에, 번거롭고 번거로운 심리검사까지 절차밟아 다 진행해 놓은 뒤에, 깨끗한 상담실이 마치 자기를 기다린 듯이 입주하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자 참을 수 없는 서러움이 복받쳤다. 거기를 내가 들어가기 위해서 그렇게 애를 써왔건만, 이제와서.......

  사실, 이 생각은 퉁퉁부은 눈으로 집에가서 잠자고 일어나 생각한 부분이다. 내 마음 속에 들어있던 이 것 말이다.

 

 일이 끝나려하면 정신 차릴 여유도 없이 던져지는 일거리들에 악!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와 있어서 눈만 감으니 눈물이 쏟아졌다. 또 그 교사를 채용하기 위해 해야할 그 복잡한 과정을 생각하니 정말로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주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 성적이 나가야한다는 이야기도 오늘 들었고, 또 해야 할 일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다.

 

 아무도 없는 연구실에 앉아, 생전 처음 몰려드는 일에 치여서 눈이 시뻘개져 있었는데 지나치던 사람들에 의해 발각이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붙잡혀 교장샘 교감샘 교무샘 이렇게 넷이서 저녁을 먹었다. 놀라신 것 같았다. 평소 아무말 없던 사람이라서 더 그랬던지, 불평한마디 하지 않던 사람이라 그랬는지....

 

여튼, 팅팅 부은 눈으로 저녁을 얻어먹고 다소 진정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고 아무런 생각도 하기 싫어 텔레비젼만 보다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세상 그 누구에게도 말 걸고 싶지 않은 하루, 그런 날이었다. 그 누구의 말도 도움이 되지 않고 단지 가만히 혼자 있는게 도움이 될 것임을 안 그런 하루 말이다.

 

  유일하게, 내가 말을 걸고싶은 사람은 사부님이었던 것 같다. 사부님이야 내게 얼마나 큰 존재이신줄 아실리 없으시겠지만, 내 혼자 설정한 역할 상 사부님은 내게 있어 카운셀러이시다. 유일하게 내가 고민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으신 분이신 것 같다고나 할까? 아, 그러나 항상 그 카운셀링은 책을 통해 내가 사부님을 만남으로서 이루어진다.

 

 넘들에게 들키기 전, 사부님 책을 읽으며 필사를 시작했다. 너무 서러워서 누가 말만 걸면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애써 진정하며 필사를 하고 앉아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이 가라앉았다. 

 

서러워서 눈물이 찔끔 난 내 마음에 뭐가 있는지 고요하게 생각해본다.

스스로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고,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윽고 다다른다.

흙탕물이 이는 내 마음이 뜻하는 게 있음을 알고 있고, 이는 분명 내 안의 정화되지 못하고 성숙되지 못한 감정들, 또는 미처리된 감정들과 이기심 혹은 욕망들과 긴밀하게 연관되어있음을 말이다.

 

그런 나를 마주한 오늘, 그래도 가만히 혼자 있고 싶다.

집으로 돌아가 눈을 감고 누웠다.

내일은 아무렇지 않게 일하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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