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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님께서 2012531904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2012 0503 목요일  [내게 남은 것]

 

일찍 일어나 시험치는 아이를 위해 밥을 하고 도시락을 싸고....했다. 이렇게 말하면 꽤 좋은 엄마같지만, 가뭄에 콩나듯 하는 일이다. 나는 해도해도 너무한 엄마라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적어도 남들이 말하는 헌신적인 엄마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그래도 오늘은 그저 그런 내 마음에, 식구들에게라도 최선을 다하면 뭔가 부족한 내마음이 충족되기라도 한 듯 일어나 부지런을 떨었구만, 결국 아이는 차에 그 도시락을 두고 가져가지 않는 테러를 가했다. 뭐, 괜찮다. 집에가서 보온도시락의 위력을 한 번 실험해볼 수 있는 좋을 기회가 되겠지 싶다. 싫다는데 뭐. 하긴 가져가기나 할까? 싶기는 했다 사실. 고등학생이 도시락을 싸들고 가지는 않더라. 폼생폼사인 애들이 하긴...

 

 학교에 들어서자마나 어제의 교무이자 후배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결국 일거리 하나를 넘겨주었다. 채용에 관한 것을 실무사들이 맡아서 학교차원에서 진행하기로 하였다. 너무 고마웠다. 하늘을 날 듯한 홀가분함이 날아들었다. 내게 이런 일은 이렇게 짐덩어리다. 이런 것을 감당하는 게 너무 힘들고 어렵고 스트레스이다. 채용까지해서 그 이후는 내가 진행하는 것으로.

 

어이어이하여 덕분에 쉽게 채용까지 도와줄 것 같고 사람까지 구해주는 것 같다. 100%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많은 욕심을 내려놓기로 한다. 오는 사람이 자기가 복이 많다고 한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다 해놨다고 좋아한다. 순간 부아가 치밀었지만 모른척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그나저나 계획서를 보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한다.

 

내가 한 모든 것을 넘겨주는 것이 아까운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그 속에 숨은 그 땀은 고스란히 내 것임을 잊지않아야 한다. 모든 것을 주는 것이아니다. 그리고 주는 것을 그리 아까워할 일도 아니다. 나누고 또 나누고, 내가 남보다 더 가진게 혹시라도 있다면 베풀고 또 베푸는 게 좋은 삶인 것 같다. 그래도 내게는 남이 가져갈 수 없는 것들이 그득하니, 과정에 녹아든 내 삶은 내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그를 향해 달려왔던 지난 시간은 모두 나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그 분이 내게 기대지 않고 부디 독자적으로 운영을 잘 해 나가면 좋겠다. 보아하니 그런 꿈이야 접어야 할 낌새가 여실히 보이지만, 사람은 겪어봐야 하는 것이다. 사전에 단정짓고 어떻게 일어날 지 모르는 일을 짐작하지 않아야 한다. 불필요한 일이다, 그건.

 

그는 내 계획서와 지금까지 학교에서 수업하며 해 둔 자기 일에 대해 놀랐다. 모두 줄 것이다.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내게 의논하고 보고한 일들에 내가 손을 대게 만드는 그런 일만 없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제발....... 내 욕심을 버리고 눈을 질끈 감거나, 아니면 뛰어난 일처리 능력을 보거나, 그것도 아니면 편안한 마음으로 협력하며 10개월을 가보는 것. 아마도 그게 내게 남은 선택권들인 것 같다.

 

연연해하지 않고 자유롭고 홀가분한 평정 상태를 유지하는 것. 그게 내가 꿈꾸는 마음이다. 그냥 물 흐르듯 모든 일에 비친 내가 있고, 일을 통해 내가 성장하고, 이제는 나를 벗어나 함께 사는 세상 속의 나를 그려보는 것. 그 또한 자유로운 내가 취해야 할 일부분임을 수용하고 싶다. 그렇게 신은 내 손을 이끌고 여기까지 데려오셨다.

 

나누고 줄수록, 내가 더 마음 그득해진다는 것을 일일이 보여주면서 알려주신다.

어떤 신이지 모르지만 무지 감사한 신이다.

 

나에게 이런 기회를 부여한 온갖 종류의 신에게 감사를, 또한 온갖 종류의 신들이 내미신 그 손길에 답할 수 있는 나에게도 윙크를 보낸다.

 

어제와 다른 오늘, 또 오늘과 다른 내일.......

끝없이 펼쳐지는 우리의 이야기들.

세상은 이리하여 살 맛이 나는 것이고, 내일을 기다리는 맛이 있는 것이다.

 

그래도 내일 또 어제같은 마음을 갖고 싶지는 않다.

대신, 더 편안해지고 싶다.

오늘처럼......

 

어제처럼 너무 슬프고 좋지 않을 때,

가장 힘이 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연결된 사람마냥, 그냥 내가 어떻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누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말하지 않았음에도 뜬금없이 내가 괜찮은지 물어보는 사람이 누구라는 것도 알게되었다.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잘 했다.

그는 정말로 좋은, 그런 인간임이 분명하다.

내가 복 받은 것이라면 그와 함께 꾸려가는 생을 살고있다는 것이다.

그가 내 눈앞에 나타났고 그를 선택한 것, 이 때에도 직감이 작동되었음이 확실하다.

 

난 확실히 계산보다는 직감인 모양이다.

난 계산엔 젬병이라서 그렇다.

 

그게 내가 사는 길인가 보다.

내게 남는 것들도 그리하여 선택한 것들이 내게 남는 것들인 것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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