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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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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이국향님께서 2012581909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 2012 5월 4일 금] 뜨겁게 차오르는 행복

금요일 오후 퇴근시간은 너무 밀린다. 서울까지 상담약속있어 가는데 1시간 40분이 걸렸다. 40분이면 충분한 거리였다. 그러나 주말을 앞둔 금요일 오후 서울은 마치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이미 약속시간을 넘긴 터라 지나친 조바심도 금물이었다. 가는 내내  생각을 하고 또 생각을 한다. 출발하기 전 이미 전화를 한 통 받은 후이고,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 가족의 변화를 이끌어 내어야 한다는 생각이 마음에 들어앉은 순간부터 나는 이미 무거워지기 시작했음을 안다. 무거움이란 내가 싸워 이겨내야 할 존재이다. 내게 있어 상담에서 느끼는 무거움이란, 변화에 대한 책임이 나에게 있고 이들을 이끌어가야한다고 느끼는 그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내 마음과 싸워 내가 이겨내고 평정심을 찾을 때 비로소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간다.

 

마음이 훨훨 가벼워져 날 수 있게 된다. 내가 핸들할 대상이 아니라, 단지 그들이 변화에 함께 참여하는 사람이라는 생각만이 진정으로 나를 자유롭게 놀 수있게 만든다.

 

내 의도대로 사람들을 만들어 갈 수 없다. 또 만들어지지도 않는다. 그들 속에 숨은 이야기를 발견하고 그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더 아름답게 가꾸어 갈 수 있도록, 단지 가만히 지켜보며 그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꺼내 보여줄 수 있을 뿐인 것이다. 상담자의 의지가 들어선 그 순간부터 상담은 딱딱해지기 시작한다. 내 생각이 머무르는 그 눈빛이 거기 있는 한 그들은 이미 나를 떠난다.

 

사람을 대한다는 것, 그들의 본질과 그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지는 것에서 시작하여, 그곳이 아마 종착점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섣부른 판단, 내가 무언가 할 수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그 호기에 찬 생각, 내가 뭔가 좀 안다는 마음, 약간의 자부심이 단 한치 끼어들어도, 이미 나는 그 사람을 마주할 자격에 흠이 생긴 사람이 된다.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는 일이 사람과 마주할 수 있는 방법임을 오늘 다시 깨우친다.

 

긴 시간을 들여 만난 가족, 나는 오늘 그 가족들과 필요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필요한 시도를 했다. 돌아오는 길은 하늘을 날 듯이 가벼운 마음이었다. 우리가 오늘 만났던 시간이, 다시 만날 때까지 굳건하게 버텨주고 더 성장하게 되는 작은 출발이 되기를 바란다. 오늘로써 두 번째 만난 가족이다. 변화는 꽤 빠르다. 다음 번에는 다른 가족구성원을 만날 것이다.

 

11시에 출발했고, 천안도착 시간이 새벽 3시쯤이었다.

졸려 죽을뻔 했다.

너무 밀렸다.

목적지 1키로 앞두고 30분을 잤다.

 

마음이 그득하여 몸이 피곤한지도 모르겠다

살아있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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