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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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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님께서 2012581920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 2012 5월 8일 화] 어버이날|

사실 내 어버이만 신경쓰느라 내가 어버이날에 해당되는 어버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었다. 어젯밤, 당당하고 자랑스럽기 짝이없는 태도로, 마치 개선장군처럼 무용담을 들려준 딸내미가 없었다면 나는 정말로 아무런 생각이 없었을지 모른다.

 

꽃바구니와 선물가방을 책가방 속에 숨겨서 들고와, 팔과 다리 손과 발등을 주물러주며 결국 내일 아침까지 견디지 못하고 이야기와 선물보타리를 풀어제끼는 딸.

 

착하고 귀엽다.

나름 보기 좋다.

 

모아모아두었던 돈 15만원을 들고 하늘이라도 찌를듯한 기세로 백화점에 들어가 팔찌를 골랐더니, 50만원이더라한다. 그래서 아주 우아하게 다른 곳에 갔다는... 그런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왜 돈을 벌어야하는지 이유를 만들어냈다 한다. 그 아이는 또 그런 아이인가 보다. 나와는 다른...

 

샤넬에 가서 최신상으로 매니큐어를 두 개씩이나 사들고 와서 내 손톱에 예쁘게 색칠해 주었다. 교복입고 1층 매장을 휘젓고 다닌 이야기를 해주는데 어찌나 웃기던지. 지 나름대로는 참 신선한 경험이었던 모양이다.

 

고마웠다.

그리고 행복했다.

좋은 아이를 만난 것도 내 복이다.

 

어릴적 이야기를 나누면 아이나 나나 참 행복해진다.

그런 경험을 이 세상에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런 경험을 내밀하게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은 분명 축복이고 크나큰 행복이다. 그렇게 작고 귀여웠던 아이였던 적이 있었다는 것이 참 신기하고 신비롭다. 또 아이는 점점 커가면서 종종, 어른보다 나은 말을 들려주어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도 만든다.

좋은 사람으로 커가면 좋겠다.

 

살아서, 이런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그리고 세상에는 좋은 일만도 나쁜 일만도 없다.

힘든 만큼 좋고, 좋은 만큼 치루어야 하니까 말이다.

 

아침에 등교하면서 엄마와 시어머니께 각각 안부전화를 드렸다.

선물은 그냥 쿨하게 이체... 

그러면 안되지만, 어쩔 수 없는 것들은 그냥 되어가는대로 할 수 밖에.......

 

이리저리 전화를 돌린 뒤 운전을 하다보니

내가 좋아했던 산 아래, 볕 잘 드는 그 곳에 누워계실 아버지가 너무 그리워 눈물이 핑 돌았다.

 

그나저나 중국있는 이 맏이 짜슥은 어버이날인데 전화도 한 통 없구만 이거~!

허긴, 이번 주가 그 녀석 입시이다.

내일은 졸업식이다.

 

너무 큰 일을 그 녀석은 혼자서 넘고 있다.

장하고도 고마운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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