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자기계발서들과 결별하고 ‘힐링’ 관련서에 꽂힌 어느 독자는 조금 낯선 자기계발서를 발견하고서 읽을까 말까 망설일 듯하다.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등을 펴내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은 ‘변화 경영 전문가’ 구본형씨가 펴낸 <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이 그것이다. 제목만 보아서는 신화를 정리하거나 신화를 재해석한 책 같은데, 실제 내용은 신화의 행간에서 저자 특유의 시각으로 읽어낸 자기 경영의 비법들이다.
저자는 드라마틱한 성공을 해낸 사람들을 롤 모델로 삼고 이들을 모방하는 방식, 외부로부터 동기 부여를 받는 방식은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힘이 아니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한 변화 방식은 시대와 트렌드에 따라 바뀌기 십상이며, 내게 맞지 않는 또 다른 가면을 쓴 것처럼 불편하고 억지스러운 변화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 대신 저자는 사회적 가면을 벗은 자신의 본 모습 그대로를 성찰하는 힘이 ‘변화의 힘’이라고 믿고, 사회적 가면 뒤에 숨겨진 인간의 ‘날 모습’을 신화를 통해 조명했다. 모든 인류 문화권에서 발견되는 ‘신화’에서 인간의 원초적 사고방식과 세계관, 욕망 등을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특히 애욕, 거짓말, 탐욕, 분노, 이별, 희망 없는 일들을 무수히 반복할 수밖에 없는 인생 등 인간의 그늘진 측면에 주목했다. 인간을 고통과 불행으로 몰아넣는 온갖 악덕과 부조리에 대한 이야기를 신과 인간이 벌이는 일련의 이야기 속에서 채집해 ‘인간과 인생’을 읽는 실마리를 찾았다. 이에 더해 저자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신화와 자기 경영이라는 장르를 접목시켰다. ‘인류의 옛날 이야기’가 어떻게 ‘내 삶을 성찰하고 바꿔내는 힘’으로 변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또, 저자는 신화를 문학·미술·심리학·철학·역사 등 여러 분야의 다양한 시각으로 분석해 보여줘 흥미를 더했다. 이를테면 저자는 “판도라의 상자란 애초부터 없었다. 처음에 나는 희망이 왜 모든 나쁜 것과 같은 상자에 함께 들어 있어야 하는지 이해하게 되었을 때 기뻤다. 행복 속에는 희망이 없다. 이미 행복한 사람은 희망하지 않는다. 이미 배부른 사람처럼 채워졌고, 나른한 사지처럼 늘어졌기 때문에 희망을 갖지 않는다. 종종 채우고 또 채워야 하는 욕망이 지속될 뿐이다. 오직 불행 속에만 희망이 있다. 희망은 결핍과 불행과 고통 속에서만 자라나는 환각이다. 그러니 희망이 있어야 할 자리는 모든 불행, 모든 악덕, 모든 결핍이 있는 곳이다. 그것이 아직 상자 속에 남아 있는 이유도 다른 불행의 씨앗들은 이미 다 발아해 그 숙주를 무한히 괴롭히고 있지만, 희망만은 미래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것은 여전히 마음의 상자 속에 감춰져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책에서는 중년의 삶을 위로하는 대목들도 눈에 띈다. 왜 무기력하게 조직에서 전전긍긍하며 살아왔는지 되돌아보게도 한다. 저자는 “신화 속에서 이름은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름 자체가 바로 그 자신이며 생명이기 때문에 이름을 잘못 처리하면 그 생명을 잘못 처리한 것처럼 해를 입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진짜 이름은 극비에 부쳐져 자신만 홀로 가슴에 간직해두었다. 이집트에서는 진짜 이름을 ‘큰 이름’이라고 부르고,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이름은 ‘작은 이름’이라고 불렀다. 진짜 이름은 생명 그 자체로 신성한 것이었다. 신과 인간의 다른 점은 신은 자신의 진짜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 진짜 이름을 가슴 깊숙이 품고 그 이름으로 권능을 발휘한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의 진짜 이름을 알지 못한다. 진짜 이름을 아직 모르기 때문에 자신이 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되어 그럭저럭 살고 있는 것이다. 살고 있으나, 그 속에 내가 없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자신의 진짜 이름을 찾아가는 모험을 시도할 때 자기 혁명은 시작된다”라고 말했다.
축하해 주어 모두 고맙습니다. 쓰는 동안 재미있어 즐거웠지요.
아래 기사가 저자의 의도를 비교적 잘 설명해 주었기에 댓글로 붙여둡니다.
시사 저널 - 조철 기자 2012년 8월 22일 수요일
익숙한 자기계발서들과 결별하고 ‘힐링’ 관련서에 꽂힌 어느 독자는 조금 낯선 자기계발서를 발견하고서 읽을까 말까 망설일 듯하다.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등을 펴내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은 ‘변화 경영 전문가’ 구본형씨가 펴낸 <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이 그것이다. 제목만 보아서는 신화를 정리하거나 신화를 재해석한 책 같은데, 실제 내용은 신화의 행간에서 저자 특유의 시각으로 읽어낸 자기 경영의 비법들이다.
저자는 드라마틱한 성공을 해낸 사람들을 롤 모델로 삼고 이들을 모방하는 방식, 외부로부터 동기 부여를 받는 방식은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힘이 아니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한 변화 방식은 시대와 트렌드에 따라 바뀌기 십상이며, 내게 맞지 않는 또 다른 가면을 쓴 것처럼 불편하고 억지스러운 변화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 대신 저자는 사회적 가면을 벗은 자신의 본 모습 그대로를 성찰하는 힘이 ‘변화의 힘’이라고 믿고, 사회적 가면 뒤에 숨겨진 인간의 ‘날 모습’을 신화를 통해 조명했다. 모든 인류 문화권에서 발견되는 ‘신화’에서 인간의 원초적 사고방식과 세계관, 욕망 등을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특히 애욕, 거짓말, 탐욕, 분노, 이별, 희망 없는 일들을 무수히 반복할 수밖에 없는 인생 등 인간의 그늘진 측면에 주목했다. 인간을 고통과 불행으로 몰아넣는 온갖 악덕과 부조리에 대한 이야기를 신과 인간이 벌이는 일련의 이야기 속에서 채집해 ‘인간과 인생’을 읽는 실마리를 찾았다. 이에 더해 저자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신화와 자기 경영이라는 장르를 접목시켰다. ‘인류의 옛날 이야기’가 어떻게 ‘내 삶을 성찰하고 바꿔내는 힘’으로 변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또, 저자는 신화를 문학·미술·심리학·철학·역사 등 여러 분야의 다양한 시각으로 분석해 보여줘 흥미를 더했다. 이를테면 저자는 “판도라의 상자란 애초부터 없었다. 처음에 나는 희망이 왜 모든 나쁜 것과 같은 상자에 함께 들어 있어야 하는지 이해하게 되었을 때 기뻤다. 행복 속에는 희망이 없다. 이미 행복한 사람은 희망하지 않는다. 이미 배부른 사람처럼 채워졌고, 나른한 사지처럼 늘어졌기 때문에 희망을 갖지 않는다. 종종 채우고 또 채워야 하는 욕망이 지속될 뿐이다. 오직 불행 속에만 희망이 있다. 희망은 결핍과 불행과 고통 속에서만 자라나는 환각이다. 그러니 희망이 있어야 할 자리는 모든 불행, 모든 악덕, 모든 결핍이 있는 곳이다. 그것이 아직 상자 속에 남아 있는 이유도 다른 불행의 씨앗들은 이미 다 발아해 그 숙주를 무한히 괴롭히고 있지만, 희망만은 미래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것은 여전히 마음의 상자 속에 감춰져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책에서는 중년의 삶을 위로하는 대목들도 눈에 띈다. 왜 무기력하게 조직에서 전전긍긍하며 살아왔는지 되돌아보게도 한다. 저자는 “신화 속에서 이름은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름 자체가 바로 그 자신이며 생명이기 때문에 이름을 잘못 처리하면 그 생명을 잘못 처리한 것처럼 해를 입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진짜 이름은 극비에 부쳐져 자신만 홀로 가슴에 간직해두었다. 이집트에서는 진짜 이름을 ‘큰 이름’이라고 부르고,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이름은 ‘작은 이름’이라고 불렀다. 진짜 이름은 생명 그 자체로 신성한 것이었다. 신과 인간의 다른 점은 신은 자신의 진짜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 진짜 이름을 가슴 깊숙이 품고 그 이름으로 권능을 발휘한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의 진짜 이름을 알지 못한다. 진짜 이름을 아직 모르기 때문에 자신이 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되어 그럭저럭 살고 있는 것이다. 살고 있으나, 그 속에 내가 없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자신의 진짜 이름을 찾아가는 모험을 시도할 때 자기 혁명은 시작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