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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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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이국향님께서 2012992310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 2012 9월 9일 일요일]   정직한, 너무나 정직한

 

오래전부터 일정표에 기록해두었던 날이다. 홍승완샘 결혼식날.

개인적으로 단군의 후예에서 들을 수 있었던 그의 세미나 내용도 지적으로 매우 자극이 되었고 들을 만 했지만, 또 다른 이유에서도 승완샘은 몇 차례 연락을 한 적이 있던 차였다. 그가 쓴 책은 읽기에 명쾌했으며 때때로 보내는 편지글에서는 그가 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어서 즐거운, 그런 좋은 청년이었다.

 

그런 그가 결혼식을 하는 날이다.  거기 가겠다고 신랑과 보내는 하루를 제꼈고 대신 강남에서 결혼식마치고 오랫만에 만나볼 사람과도 오늘 약속을 잡아둔 터였다.

그러자니 아침이 분주했다. 차를 놓고 온 신랑이 급하게 천안에 내려가야해서 할 수 없이 아침에 애 학원데려다주고 다시 천안까지 신랑 데려다주고 올라왔으니 장장 오전에 3시간은 너끈히 운전을 한 셈이다. 거기다가 생전 처음으로 얼결에 셀프 주유까지 한터라^^ 잔뜩 긴장감이 팽배했었더랬다.

 

다행히 밀리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집에는 한 시 조금 넘어 도착했다. 결혼식이 3시 30분인 관계로 점심이 없을 것 같아 간단하게 먹으며 좋아하는 다큐멘터리를 틀어두었는데 시간을 보니 버스타러 나갈 시간이 딱 5분이 남았다. 일요일과 공휴일이면 40분에 한 대씩 있는 마을버스를 타야하는 오지에 사는터라, 버스 시간 맞추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점심을 먹은뒤라 그런지 하염없이 가라앉는 몸뚱아리, 딱 1분만 눈 감아야겠다 생각했고 약 1분 뒤에 눈을 떴다.

 

어디지?

.......집이다.....

 

무감각...

문득 시계를 본다. 그래도 아무런 생각도 없다.

 

내가 뭐할려고 했더라???

뭐였지?

맞다 결혼식 가야지...

 

일어서려는데 4자가 눈에 들어온다.

 

뭐지???

4시...4시이다.

 

3시 30분이 시작시간이니 이미 시작해서 한참 진행중인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내가 부리나케 달려가도 이미 끝나있을 것이고....

 

순간 확! 하고 짜증이 밀려 올라온다.

간만에 화가 났다.

이거 때문에 오늘 아무것도 않고 억지로 시간맞춰놨는데 잠깐 눈 붙인것 때문에 이리도 황망하게 된 데 대해 자신에게 화가 났다. 참 오랫만에 짜증이 난 것 같았다. 안하던 화장에 아이섀도우에 마스카라까지 하고 있었는데, 뭐 이런 미친 일이 다 있나 싶다.

에~~이 진짜!

 

순간적으로  판단하여 병진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평소와는 다른 느낌으로 약간의 형식적인 목소리가 안그래도 뒤죽박죽된 내 일정과 겹쳐서 더 마음쓰인다. 가장 동생같고 친근감느껴 부주 좀 부탁하는데 왠지 거리감이 밀려온다. 잘 못 전화했나 싶다. 그래도 이왕 이렇게 된 거 어쩔 수가 없어서 염치불구하고 부탁했다. 그리고나니 짜증이 더 밀려 올라온다.

아~ 진짜!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하면 내 이 마음이 가장 건설적이고 좀 진정이 될까 생각해본다.

일단 음악을 선곡하여 틀고 이어폰을 꽂고 읽던 책을 마무리하는 게 이 상황에서 가장 나를 진정시킬 수 있는 일일 것 같다. 읽던 책을 끝까지 마무리하며 읽었고, 다행히도 거짓말처럼 그렇게 되었다.

 

단군이 새벽기상하면서 때때로 느꼈던 일이다.

사람의 몸이란 것이 얼마나 정직한지는 새벽기상에서 드러났었다.

하루 전날 밤 시간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새벽 기상시간을 지킬 수 있고 없고가 간단하게 드러났었는데, 오늘 또 그걸 재확인 한 셈이다. 만약 피곤하지 않은 상태였더라면 어떻게 1분을 자고 일어나겠다는 그런 비합리적인 생각을 했겠느냐 말이다.

 

때때로 고속도로 운전을 하면서 졸음이 몰려올 때가 있는데, 우리가 말하길 졸릴 때는 갓길에라도 대놓고 자라고 하지만, 모르는 사실은 그렇게 졸음이 와서 상태가 엉망일 때는 대놓고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댈 곳을 찾아야한다면서 집까지 오게도 만들 정도라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이성이 마비되게 만드는 것이 신체적 정신적 피곤함이 누적된 상태 같은데...

 

하여튼 오늘 새삼스럽게 그런 황망한 일을 겪으면서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몸과 마음 건강하게 돌보고 지켜내지 않으면 마음먹는다해서 무엇인가를 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버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러고보니 요즘은 잠깐 졸다가 중요한 것들을 많이 놓친다. 지난 번엔 기차 안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을 늦잠 때문에 또 놓쳐서 혼자 겨우겨우 찾아 목포까지 간 일이 있었는데 말이다.

 

시간을 흐름은 얼굴이나 피부에만 드리우는 게 아니다. 내 몸 깊숙히 드리운 에너지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무엇보다 내 몸과 정신에도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알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친구처럼 어루만지며 함께 가는 수 밖에 없다.

 

내게 찾아온 것들은 그 어떤 것이든 사랑스럽다. 비록 쓴 맛 뒤에 느끼는 맛이긴 해도, 내게 온 이상 우리는 남은 여정을 함께 해야 할 동무가 된 것. 어루만지며 고마워하며 함께 가야지.

 

그리고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나라의 새어른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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