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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님께서 201211142153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2012 11 14 수요일     < 오래된 인연 >

 

우리는 정말 오랫만에 만났다. 그러고보니 우리가 언제 만나게 되었는지 정확하게 기억에 남아있지않다. 그러나 오래 묵은 사람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보았고, 그의 능력을 알고 있고 그 역시 나를 안다. 아니 서로의 진면목을 알아보는 사람들이다고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그에게 있어 나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나에게 있어 그는 알 수 없이 편하고 말이 통하는 사람이다.

 

청예단 본부 찾아가는 길, 단장으로 있는 그를 찾아 가는 데 한 시간 삼십분이 넘게 걸렸다. 고속도로에서 길을 잘 못 들어 빙빙 돌았고, 건물 코 앞에서 같은 길을 세 번씩이나 잘못 들어 계속 딴길로 갔다가 유턴해서 돌아오고 또 돌아오고.... 시간은 자꾸가고, 참 땀났지만 다행히 무사히 도착했다.

 

몇 년 만에 만난 사람인데도 마치 어제 엘리베이터에서 헤어진 사람처럼 그렇게 엘리베이터에서 날 기다리는 사람, 참 고운 사람이다.

 

그는 유능하다. 자신의 입으로 말하기로는 장관이다 국회의원이다 교과부다... 접하다보니 허공에 붕붕 떠있고 헛바람만 들었다하지만, 사실 그런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일이다. 그와 이야기 나누었듯, 사람이 하고싶지만 할 수 없는 일도 있고, 그리 하고싶다 느끼지 않지만 그 일이 전혀 어렵지 않은 일도 있는 것이다. 그랬다. 예전부터 보아온 그는 그 일이 잘 맞다. 대차고, 당당하며, 똑똑하고, 정확하며, 필요한 만큼의 비지니스적인 마인드를 갖춘,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그런 기질을 가지고 있다. 오늘 이야기했듯 지치지 않게 자신을 잘 다스리며 오래오래 그 일을 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 앞에서는 굳이 나를 꾸며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어제 오전, 뜨거운 분노에 어쩔 줄 몰라 말 안통하는 외국 친구에게 떼를 쓰듯 억지까지 부려놓고, 오늘 이렇게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내 마음 한 켠에 이렇게도 큰 뻐근한 행복이 차오른다.

 

한 때 영혼이 통하는 사이라 지칭하던 이들도 그걸 지키려는 가열찬 노력없이는 영혼의 그 뜨거움이 사그라지고 변색되기 마련인 걸, 그와 나는 밀착하려는 노력이 없어 이대로 잘 지내온 것일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사람과 사람사이의 인연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가 담고 사는 생각이란 것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아울러 우리의 내밀한 감정이란 것에 대해서도 들여다본다.

 

뜨겁게 불타오르던 감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식어가게 마련이다. 뜨거움을 느낄 수는 있지만, 어쩌면 그런 열정도 나이를 먹어가는 사람을 닮아 기억에서 금새 희미해져가고, 날 선 심장으로 마주하던 어쩔줄 모름도 시간으 흐름에 따라 그 또한 순식간에 잊어지기 마련이다.

 

돌아오는 길, 가슴에 좋은 사람들을 오래오래 품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에게 빛을 주는 사람들 그런 좋은 친구들을 오래오래 가슴에 저장하고 해마다 꺼내보내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떠올려 날 기막히게 만드는 이들은 잊어주는 게 예의다. 내 영혼에 대한 예의다. 그들은 그들의 세상에서 나는 나의 세상에서 그렇게 잘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보석을 모으듯, 좋은 사람들을 하나하나 모아가며 그렇게 살고싶다. 나 또한 그들의 보석이 되어가면 좋겠다.생각하면 힘이 솟고, 내가 힘들고 슬플 때 날 찾아 위로해주려 애쓰는 이들과 오래오래 기쁘게 살고싶다.

 

오래된 인연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그 뒷모습을 보며 가는 가을을 쓸쓸해하지 않아도 되는, 너무 기쁜 우리들의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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