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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님께서 201211261533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2012 1126 월요일 < 사랑, 그 좋은 이름 >

 

살아간다는 것이 너무 외롭고 힘들 때, 눈감고 앉아 가만히 생각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일상 속에 들어와 있지는 않아도, 슬프고 내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생각되어 가엽기 짝이없는 그런 날, 내 가슴 저 안 그 어딘가에 숨겨진 보물 보따리의 봉인이 풀러지면 스스륵 흘러나와, 가만히 그 분을 생각하거나 미소 혹은 한마디 던지는 말씀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주는 사람이 있다.

 

지난 17일 열렸던 가족치료 사례회의, 전날 종일 치루어졌던 학술대회 참가로 피곤하긴 했지만 무조건 가야겠다 생각했던 일정이었다. 아주 좋은 보물처럼 내 안에 계신 바로 그 교수님이 슈퍼바이저로 오시는 날이기 때문이다.

 

퇴직하신지 한 몇년은 되었을 것이다. 단기가족치료연구소에서 맹렬히 훈련받고 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느라 함께했던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만나뵙지를 못했다. 그즈음 연구소에서의 내 훈련도 거의 마무리 되었었고, 연구원 활동만 간간히 하던 때라 그 기간이 지난 뒤에는 교수님을 만나뵐 기회가 많이 없었다.

 

그러나, 자기분석과정 6개월을 지나는 동안, 내 삶이 충만해지고 나를 알아가고 이해하고 성장해나가도록 해주었던 그 과정 속에 함께 했던 이들을 잊을 수 없다. 교수님이 이끌어 주셨던 그 과정, 그 어느때보다 개인적인 나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주었던 시간이었다. 상담자로서 치료자에게 치료를 받아가는 그 과정의 경험이란, 잊을 수 없다. 내담자처럼 치료를 받았던 그 경험이 강렬했기에, 나 역시 내 내담자들이 나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행복을 누리기를 바라면서 그들을 만나다.

 

교수님을 떠올리면 먼저 내 마음이 뭉클하게 꽉 차오른다. 내 어떤 말이든 모습이든 이 분은 이해하시고, 또 그에 적절한 미소와 함께 힘빠진 나를 격려를 해주실 분이란 것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맞다 무한신뢰, 나를 무조건 아껴준다는 것이 아니라, 내 말이 왜곡되지않게 전달된 것을 신뢰하는 것이고, 그 분에게서 주어지는 것이 별다를 것이 없어보여도 결국은 그 말씀 속에는 나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기때문이다.

 

그렇기때문에, 내가 아주 작고 초라해지는 그런 어느날, 너무너무 외롭고 견디기 힘든 어느날, 스스로에게 지쳐 그 무엇으로라도 나를 일으켜세울 필요가 절실한 그런 날, 어김없이 떠올리면 진정이 되는 그런 분이신거다.

 

교수님은 아마도 모르실거다. 교수님이 내게 있어 그런 분이라는 것을. 그러나 사례회의 끝나고 인사드리고 나올 때, '너무 그리웠다' 는 내 말 속에 숨을 행간을 읽으신 것인지 '어이구~~'하며 안아주셨다. 쉬는시간엔 웃으며 격려하고 논문 빨리 후닥닥해치우란 말씀으로 격려하시더니, 그렇게 그리웠다는 한 문장을 내뱉는 내 마음이 어떠한지 알아채셨던 것이리라, 충분히 그러셨을 것이다. 눈물이 핑 돈걸 보셨으니 분명 아셨을 것이다.

 

짙은 그리움 끝에 머무는 그런 사람, 그가 고통과 슬픔 속에서 허덕일 때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간다면 좋겠다. 교수님처럼 냉철하나 따뜻하고, 포근하고 이해심있으나 끊임없이 연구하고 가족치료의 장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그런 사람이 되고싶다. 내가 가진 재능이란 것이 있다면 그로인해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도록 애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무엇보다, 집착이나 연연함에서 벗어나 보다 더 자유롭고 가볍게 살며, 내 안에 다른 사람들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싶다. 그렇게 내 안에 다른 사람들을 위한 자리를 내어놓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

 

사랑, 그 좋은 이름, 그 이름이 내 이름이 되어가면 좋겠다. 사랑받기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에 넉넉한 사람이 되어가면 좋겠다. 수많은 색깔의 사랑, 그 중 하나는 제대로 하고 싶다. 세상에서 주어진 내 몫의 사랑을 살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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