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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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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이국향님께서 201211301422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오랜 시간 전이다. 계절이 두 번이나 바뀐 지금에야 번개처럼 다녀왔던 방콕 여행을 마무리 짓는다. 스스로를 실험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여겨 급하게 떠난 여행이었는데, 지금생각하면 이런 급한 행동이 두려움을 물리치게 해주는 것 같다. 무식이 용감하다고, 아무것도 모르면 결정하기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전날 종일 걸렸던 여행은 퍽 좋았다. 비록 온통 부처와 사찰을 찾아다녔기는하나 방콕이라는 여행지의 특성으로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리라. 오늘은 집으로 가는 날, 호텔 체크아웃 시간을 비용을 지불하고 오후 늦은 시간으로 미루어두었다. 밤 비행기라 어디에서 절절거리고 있기가 그랬고, 큰 가방을 끌고 배낭지고 시내을 배회할 생각은 없었다.

 

아침 일찍 오늘은 오전 프로그램만 신청해놨다. 담넘 싸두악이라고 하는 수상시장이었는데, 여행책자에서 볼 때마다 굉장히 궁금하고 신선했던 곳이었다. 꽤 멀리갔다. 돌아오기 전 마치는 시간을 몇 번이고 확인한 끝에 갔는데, 내가 간 곳은 한 곳이었는데, 갈 때나 돌아올 때는 중간에 다른 곳 몇 군데를 들렀다. 내가 꽤나 싫어하는 코스였는데, 코끼리를 탄다거나 뱀이나 악어쇼를 보는 곳 등이었다.

 

전형적인 단체여행객들이 들르는 장소 같은데, 어차피 들른 곳이라 비용을 지불하면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 그런 곳은 끌리지가 않는다. 피부가 벗겨진 듯한 코끼리를 타는 것도 징그럽고 미안하지만, 더구나 허공에서 내 몸이 둥실둥실 왔다 갔다 할 것을 상상하기만 해도 심장이 벌렁거린다. 맞다, 나는 심한 고소공포증을 가지고 있다. 이 것을 알기 전에 오래전 방콕에 왔을 때 남타니까 일행으로 따라 타야 했을 때, 무서워서 죽을 뻔 했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심장이 튀어나왔다가 들어갔다가 해서, 내 심장을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숨도 못쉬고 꽉 부여잡고 헉헉거렸던 기억이 난다. 우~~ 지금 그 생각만으로도 호흡이 가빠지는 것 같다.

 

우쨌거나, 코끼리는 그렇다치고, 왜 뱀이냐고, 나 참!

목에 감고 어쩌고 저쩌고... 절대 이해할 수 없는 1인이 바로 나일지도 모르겠다. 아예 입장 자체를 하지 않고, 일행들이 모두 나올 때까지 기다렸는데, 덥고 지겨웠다. 잘 꾸며진 정원과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것도 좋기는 했지만, 정원을 감싸고 있는 물이 모두 고인물이라, 여기서도 깨끗한 기분을 유지하기는 어려웠다. 그렇지만 이 날, 참 좋았던 기억은 바로 어제 만났던 중국인 부부를 가는 곳마다 만났다는 것이다. 세 곳을 들렀던 것 같은데 가는 곳마다 그 장소에서 계속 만났다.

 

이 날 아침 처음 바로 도착한 곳은 그야말로 담넌 싸두악이라 불리는 수상시장이었다. 정말 볼 만 했다. 충분히 즐겼고 싱그러웠고 활기찼다. 물론 수상시장이야 그 물이든 시장이든 지저분하고 냄새도 나고 그랬지만, 그 곳은 참 가고싶었던 장소여서 그랬는지, 충분히 재미있었다. 날렵한 보트를 타고 한 참을 가서 도착했는데, 물 가 양쪽으로 시장이 형성되어있고 그 시장 안에는 그야말로 충분히 방콕스러운 기념품이나 물건을 팔고 있다. 물 가나 물 위에서 음식이나 기타 물건을 팔고 있는 가게들이 즐비해서, 보트를 빌려 수상시장을 오가는 관광객들은 그들을 구경도 하고 물건을 사기도 하고 음식이나 마실 것들을 사기도 한다. 이 광경이 정말 볼 만 했다. 난 보트를 빌려타지는 않고 양쪽으로 형성되어있는 시장을 오가면서 구경도하고 과일을 사먹기도 하고 기념품도 사고 또 점심도 해결했다.

 

그런데 멍청한 사람처럼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걷고 있을 때 누군가 내 팔을 슬쩍 건드리는 게 느껴졌다. 약간 민감한 기분이 들어 돌아보았더니, 아니 세상에, 어제의 그 중국인 부부가 날 아는 척을 했던 것이다. 어찌나 반갑던지! 어제 만났고 오늘 코끼리 탑승하는 곳에서 밖을 빙빙돌다가 우연히 만나고 여기소 또 다시 만나니 그런 우연이 얼마나 신기하고 또 기쁘던지. 여기선 그렇게 사진 한 장으로 헤어졌지만(어제는 그 부부와 Lee 의 사진을 주로 찍어준 터라, 내 카메라는 이미 밧데리가 나가고 없었고, 그래서 부부와는 오늘 처음 사진을 찍은 것이다), 그 이후에는 제법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악어를 보는 장소인가? 거기에서 다시 만났을 때는 나도 더위에, 함께 타고가야할 오늘의 승합차의 일행들을 기다리느라 어지간히 지겨웠다. 그래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결국 맛있는 아이스크림 리어카를 발견하고 주문식 아이스크림을 맛보았는데, 이게 꽤 맛있었다. 마침 이 부부를 또 만나게 되어, 나는 한국말로 그들은 중국말로( 이 부부는 컴, 하이, 노, 예스 등도 통하지 않는다) 열심히 떠들다가 아이스크림을 드시겠냐고 내가 물었다. 맛있길래 사드리면 좋아할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이 부부, 아이스크림도 전혀 모르신다, 나름 혀 굴려 비슷무리하게 발음해도 뭔 말인지 당췌 못 알아듣는다. 우리나라에선 참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어쨌든 그런 상황이었다.

 

그래서 부인 손을 잡고 함께 갔다, 그리고 고르라고 했더니 알아들으셨다. 역시 말보다는 액션과 표정이다. 하긴 우리가 쓰는 언어의 70%는 비언어적인 표현이니 그게 당연하다. 이것 저것 섞어서 맛있게 만드셨다. 아저씨, 참 고마워하면서 우리들 사진을 찍어주셨다. 그리고 아저씨는 쭝국말로 뭐라고 하시면서 종이에다가 뭘 적어주셨는데, 보니 아저씨네 주소와 전화번호 같은 것들이었다. 어찌나 고맙던지, 난 내 명함을 드렸다. 모를일이다. 내가 살다보면 중국 어디를 가다가 그 부부을 마주치게 될지 혹은 그 부부를 만나러 중국으로 가게될지, 그건 모르는 일인 것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떠올릴 때면 그 사람의 구체적인 부분을 떠올리지는 않게 된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전체적인 이미지를 통해 그 사람을 기억하거나 혹은 추억하게 되고, 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다. 이는 우리 자신은 모르고 있지만, 누군가 우리를 떠올리게 될 때는, 우리 개인이 지닌 고유의 품성이나 성격, 언행과 사고방식, 가치관이나 대인관계 방식 등 우리가 가진 모든 것들이 한 방향으로 정렬되어 누군가에게로 다가선다는 의미일 것이다. 적어도 내 경우는 그렇다. 그의 모든 것들이 총체적으로 어우러진 이미지로 그를 기억하게 된다. 나는 어떤 모습으로 그들에게 기억될지 모르겠다. 나에게 이 번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은 소중한 보물처럼 한 때 꺼내보면 햇빛에 반짝인다. 그렇게 기분좋게 들어앉아있다.

 

짧은 여행을 돌아보면, 참 잘 갔다왔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일명 자유여행이었는데, 난 다음 어떤 도시를 가든 이렇게 그 도시를 탐험하고 즐길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기쁘고 좋았던 신나는 여행이었다. 하던 거 빨리 마무리짓고 어서어서 떠나고 싶다. 이번엔 아예 오랫동안 그 도시에 눌러앉아 생활하면서 또 여행하면서 그런 삶을 살아보고 싶다.

 

꿈을 점점 구체화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 될 것이다.

 

http://blog.naver.com/albert38/60176823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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