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단군의

/

2단계,

두

  • 최성우
  • 조회 수 17268
  • 댓글 수 228
  • 추천 수 0
2010년 9월 5일 21시 51분 등록
Animal laborans...굴레를 짊어진 짐승처럼 매일 고된 일을 되풀이 해야 하는 인간, 즉 '일하는 동물이다. 원자폭탄을 만드는 일을 매력적인 일로 느꼈던 오펜하이머의 상태나 효율적인 가스실을 만들려고 절치부심했던 아이히만, 혹은 매일 직장에서 의미없고 반복적인 일만을 하는 일부 직장인들의 모습이 여기에 해당한다.

Homo faber...제작자를 뜻하는 단순한 말이었다가 르네상스 시기에 깜짝 나타나 공동의 삶을 만들어내기 위해 물질적인 노동과 행위를 판단하는 존재로 쓰이는 단어. 어떤 이는 Animal laborans의 상위자를 칭하기도 한다.

우리의 행위가 사회적으로 윤리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어떤 일이 가치 있는 일인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는 이는 Homo faber이다. 단추만 누르면 핵 미사일이 날아오르는 시대. 정보가 사방팔방에서 넘쳐나는 시대이기에  그 만큼 윤리적 판단, 개인의 가치 판단이 중요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하지만 Animal laborans가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물건을 만들면서 일을 하면서 무수한 생각을 한다. 리처드 세넷의 말처럼 '물건을 만드는 과정에서 선(Good)을 찾을 수는 없는 것일까. 우리가 만드는 물건이 사회적, 종교적, 정치적 가치를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것일까?'

결국 Animal laborans가 Homo faber를 안내하는 존재가 아닐까하는 물음까지 다다른다. 그래...그렇다면 Animal laborans로서 시작하자. 회사일이 되었던 공예가 되었던지, 그 일 속에서 즐거움과 선(Good)를 추구한다. 이 일이 성공 가능성이 있는지 불안해 하지도 말고 뒤를 돌아보지도 말라. 나를 위한 새벽 두 시간(5:30-7:30)은 Homo faber가 아닌 Animal laborans로서 존재하며 나의 밝은 곳을 더 밝게 만드는 시간이 될 것이다.




IP *.226.153.20

댓글 228 건
프로필 이미지
이인선
2010.09.05 22:25:18 *.198.224.50

100일 동안 최성우님에게서 공감에너지 팍팍 받을것 같은 예감....미리 감사해요.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0.09.07 07:24:01 *.226.153.20
이웃님이 되셨네요. 공간디자인...100일차와 마찬가지로 저 역시 에너지 팍팍 받아가며 같이 달리겠습니다. ^^
프로필 이미지
배요한
2010.09.06 09:54:38 *.90.31.75

100일 파티 때 최성우님의 환한 웃음이 떠오릅니다.
성우님이 만들어주어 단군이들로 부터 받은 펜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Animal laborans라...!
성우님 덕분에 몰랐던 키워드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성우님의 각오를 보면
기존의 Animal laborans와는 차원이 다른, 즉 "beyond old"하는 Animal laborans가  탄생할 것 같네요!  파이팅!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0.09.07 07:26:59 *.226.153.20
요한님...펜 잘 간직하세요. 이유는...나중에는 값 올라갑니다. ㅋㅋ (거만 모드...)
이번 200일차는 2시간 동안 몰입하는 일 자체를 다룰려고 합니다.
오로지 작업의 완성도에 집중할려고요...
배요한님도 퐈이야!
프로필 이미지
2010.09.06 11:07:11 *.118.58.122
100일차에 이어 역시나 독특한 출사표시네요..

지난 100일차에선 작품활동 시작과 함께 내면탐험도 마니 하신 것 같으세요.
이번 200일차에선 아마도 한 걸음 더 깊은 세계로 들어가실 것 같습니다.
한 걸음 더 들어가시면 거기 그 곳에는 아마 굉장히 밝은 그 무언가가 성우님을 기다리고 있을 것 같습니다.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0.09.07 07:31:19 *.226.153.20
감사합니다. 출사표가 이렇게 써지네요... 더 잘 쓸 수도 없을 것 같아 키보드 두드리던 손을 멈추었습니다. 수희향님도 단군 프로젝트와 함께 샤먼으로 다시 탄생하실 듯...어제 출석표 & 단군일지 관린자가 될 분을 정확하게 맞추는게...보통 내공이 아닙니다. @@  화이팅요!
프로필 이미지
2010.09.06 14:16:57 *.134.56.1
역쉬
최성우님표 출사표네요.
"성공 가능성이 있는지 불안해 하지도 말고 뒤를 돌아보지도 말라'
라는 구절에서 한참 동안 시선이 머물러 있었습니다.
200일 완주의 기쁨 누리시고 성우님만을 위한 충만한 새벽 2시간 되시길,..

저도 100일 재도전 끝까지 잘 해볼랍니다. ㅎㅎ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0.09.07 07:32:58 *.226.153.20
한 때 성공가능성에 목 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저 마음 편히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몰입하여 제가 좋아하는 것을 가꿀려고 합니다. 함께 가시지요. 아쉽게 같이 하지는 못 하지만 응원합니다. (가끔 놀려가지요 ㅎ)
프로필 이미지
2010.09.07 05:16:24 *.161.173.71
(최성우)님.

우드맨, 금속맨.,,
즐겁게 꾸준히 작업하는 모습이 상상이 됩니다. 화이팅.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0.09.07 07:36:15 *.226.153.20
ㅋㅋ 최블랑 (최성우 + 몽블랑)이라 불려주십시오. ㅋㅋ 저보다 훨씬 외근과 출장이 많을 것 같아 건강이 염려됩니다. 저는 지난 100일 동안 원치 않는(?) 다이어트 효과를 경험했지요. 마케팅 공부... 저 역시 필요한 내용입니다. 많이 배우겠습니다. 그리고 응원합니다.! ^^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0.09.07 08:04:23 *.136.209.2
<Animal laborans_001>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그림을 즐겼다. 특히나 산수화와 인물화를 즐겼는데 어느 순간 그 그림들을 엮어 하나의 작품을 만들었고 긴긴 시간 우리 곁에 머물러 우리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이름하여 맞고(고스톱)!

GO.jpg

특수한 재질에 사진을 입혀서 장식할려고 하는데 그 사진틀이 필요하다는 의뢰가 들어왔다. 일반 사진과는 틀리게 보호용 유리가 필요없는 재질이다. 아크릴이나 기타 플라스틱 재질로도 액자틀을 만들 수 있으나 의뢰하신 분은 나무의 고급감을 살려 틀을 만들고 싶다고 하신다.

이 작업은 단군 프로젝트 200일 -1일차 9월 5일부터 시작되었다. 오후에 내린 갑작스런 비와 천둥번개를 피해 작업실에 도착했다. 이미 첫번째 샘플을 만든 상태였으나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아 서점에서 디자인 책을 뒤적거린 뒤였다.

2010-09-06_06-15-51_680.jpg
<첫번째 샘플 : 사진을 하단에 보이는 나무 사이의 정확한 틈에 끼워넣어 고정하는 방식>

나무의 고급감을 들어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무엇이 좋을까...눈 앞에 들어온 체스말에서 힌트를 얻어 두번째 샘플 제작...높이가 너무 높다.

2010-09-06_06-15-08_679.jpg
               <두번째 샘플 : 첫샘플과 마찬가지로 하단에 나무틀에 사진을 끼우는 방식>

두번째 샘플을 개량하기로 했다. 세번째 샘플 작업...

2010-09-06_06-14-44_344.jpg
    <세번째 새플 : 형태는 단순해졌고 나무틀 앞쪽에는 의미있는 글자를 각인할 수 있다.>

어느새 작업을 시작한지 4시간이 훌쩍 지났다. 중간에 나무의 날카로운 부분이 손에 스쳐 엄지 손가락에 상처가 났다. 불안하다. 이런 상처가 나기 시작하면 작업을 멈추는 것이 좋다. 상처가 나는 것은 몰입은 하고 있으나 신체가 피곤해지고 있다는 경고다. 계속 작업하면 자칫 더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아니나 다를까. 목선반에 목물(木物)을 단단히 고정하지 않아 회전하던 목물이 내 정면으로 날라왔다. 지금도 콧등에 목물이 부딪쳐 난 상처의 흔적이 남아있다.

상처가 나고 시간은 어느새 밤으로 흐르고 있다. 상처도 상처지만, 예전에 보석함을 만든 이후로 밤에는 작업을 하지 않는다. (무서워서...^^;;;) 하지만 멈출 수가 없다. 세번째 샘플 작업을 마쳐갈 때 한가지 형상이 떠 올랐다. 분명 원했던 형태는 이것이었다. 이 형상을 완성하고 싶었다. 결국 6시간여의 작업 끝에 네번째 샘플을 얻었다.

2010-09-06_06-17-12_512.jpg
<네번째 샘플 : 양쪽 나무틀에 사진을 끼우는 방식, 형태에 따라 사진을 구부릴 수도 있고
사진을 지지하기에 가장 안정적인 구조이다.>

작업이 끝난 뒤에 네번째 이미지가 어디서 왔을까 생각해 봤다. 네번째 샘플을 떠올렸을 때 이미지를 만들어 갈 때 생각난 것은 "산"이었다. 산은 산이지만 삼각형이 아니라 봉우리가 높은 산...대체 이 이미지가 어디서 왔을까. 홍세화씨는 "생각의 좌표"에서 '나의 생각은 어디서 온 것인가'라고 질문하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내가 떠올린 이미지가 어디서 왔는지 생각해 본다. 그리고 찾은 대답...맞고! (사실 나는 고스톱을 못 한다. 그림은 매우 흥미로우나 그림을 맞추기도 점수 계산도 너무 어렵다. ㅠㅠ)

2631451_2007925163951.jpg
 <상기 화투패 가장 왼쪽 위 그림에서 이미지를 얻었다. 이제 보니 산이 아니다...>

이제는 네가지 샘플을 의뢰하신 분에게 넘겼고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 내가 원하는 이미지와 형상을 얻었기에 즐거울 뿐이다.
프로필 이미지
2010.09.07 14:26:23 *.93.45.60
"생각의 좌표"에서 '나의 생각은 어디서 온 것인가'라고 질문하라고.???? 나도 그래봐야겠다.
저 산 이쁘다. 내가 살던 전라도는 저런 산 없어. 아 있다. 마이산.
대부분이 흙산이라서 담요 몰아놓은 듯 부르럽고 매끄럽게 뻗은 산이야. 저런 산은 어디서 봤을까... 마이산 말고는 기억이 없네.

이거 수련내용 정리한게 작가노트인데. 계속 화이팅!!!!!
아침은 먹고 하슈? 오래하고 싶으면 잠과 먹을 것을 챙길 것!!!!!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0.09.08 00:12:27 *.136.209.2
ㅋㅋ 제가 대한민국 아줌마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세끼 꼬박 꼬박 챙겨먹는 남자'입니다. 밥 안 먹으면 심각해지는 타입이라 밥은 꼭 챙겨 먹습니다. 잠은...보다시피 내일 새벽 일본 출장인데 아직 퇴근 못 하고 있지요. 잠은 비행기 안에서...ㅠㅠ
프로필 이미지
2010.09.07 16:01:44 *.124.233.1
형님의 세계에 기쁘게 한걸음 다가간 것 같아 너무 좋습니다!
형님의 출사표, 단군일지, 재능...
경직되고 창의적이지 못한 저를 되돌아 보게 합니다. ^^
문득 형님과 함께 하면 제 두뇌도 말랑말랑 유연하게 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형님과 맺은 좋은 인연 오래오래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0.09.08 00:15:27 *.136.209.2
100일 파티 때 사부님 말씀 기억하지? '시간을 많이 주어라.'  우리 실천하자꾸나. 잠 충분히 잘자고... ^^;;;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0.09.08 01:09:29 *.136.209.2
<Animal laborans_002>
The choice...국내에는 'The goal','It's Not luck'으로 유명한 엘리 골드렛 박사의 또 다른 책이다. (국내 미번역서) The goal이 제약조건이론을 '생산'에 초점을 맞추어 쓴 책이라면 It's Not luck은 제약조건이론을 문제해결도구로서 사용한 내용이다.(SERI에 관련 연구 그룹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The choice는 앞선 책들의 내용을 개인의 삶 속으로 끌여들여 충실하고 의미있는 삶을 살기 위한 사고방법을 설명한 책인것 같다. (읽고 있는 책이라 단정하는 것은 이르지만 저자가 자신의 이론을 실천적인 삶의 철학으로 끌어올리려고 쓴 책인 것 같다. )

충실하고 의미있는 삶을 살기 위한 기본 전제는 무엇인가?
명철한 사고를 하는 것이다.

명철한 사고란 무엇인가?
우선 자신에게 선택의 자유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

선택의 자유란 무엇인가?
선택의 자유란 단순하게 몇가지의 선택치 중에서 좋은 것을 고르는 것이 아니다. 선택의 자유는 스쳐지나가는 기회를 깨닫고 그것을 진실된 기회가 되도록 바꾸는 능력이다.

명철한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은 현실을 왜곡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생활을 관찰하는 방법으로 생활에 녹아들어야 한다. 현실은 복잡하다. 하지만 관점을 달리하면 그 복잡한 현실을 좌우하는 몇가지 요소를 확인할 수 있고 그에 따라 현실을 단순하게 바라볼 수 있다.

더불어 '현실에는 모순이 없다. 대립이 있을 뿐이며 그 대립은 해소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받아들일 것. 건물의 높이를 재는 방법은 여러가지이다. 하지만 그 어떤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한 건물의 높이는 같아야 된다. 예를 들어 A라는 측정법을 썼더니 건물 높이가 100m, B라는 방법을 썻더니 건물 높이가 90m라고 해서 적당히 타협해서 건물 높이를 95m라고 하지는 않는다. 이 때는 A, B 측정법의 전제조건을 살펴보는 것이 자연 과학의 세계이다. (이 책의 저자는 원래 이스라엘의 물리학자였다.) 이것을 현실로 끌고 와 보자. 흔히들 현실에서 사람들은 최고의 타협점을 찾을려고 한다. 저자는 최고의 타협점(차선책)이 아니라 현실은 단순하며 몇가지의 근본적인 요소로 지배되고 있으며 그 어떤 대립도 해소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모순은 없다.) 어떻게? 대립의 전제조건으로 바꾸는 것으로...

단군 프로젝트...일찍 자면 일찍 일어난다. 단군일지 잘 쓰면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도 커진다. 매일 하면 오래 가고 같이 하면 멀리 간다. 하지만 일...많다.(지금 이 시간까지 퇴근 못 하고 있으니..) 일과 단군 프로젝트 내용의 연결점을 더 찾아 연결하는 것...이 대립의 전제 조건을 바꿔야 된다. 이제부터 읽을 이 책의 목차가 '조화'이다. 어떻게 200일차에는 100일차에서 해결 못 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아니다. 아니다. 질문을 바꾸자. 과연 얼마나 실천할 수 있을까?

이 새벽...다시 사부님의 글을 읽는다. http://www.bhgoo.com/zbxe/column/328114
프로필 이미지
2010.09.09 22:34:38 *.21.107.161
성우님의 간결하면서도 사고를 유발하는(?) 출사표를 읽으면서 Animal laborans과 Homo faber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사회인으로써 저또한 제가 하고 있는 일 속에서 즐거움을 찾고 순수한 선을 발견한다면 Animal laborans가 될 수 있는 거죠?
말씀하신 것처럼.. Homo faber가 되기 위해선 우선 행해져야할 조건이 Animal laborans이라는 것.
현재의 내 삶과 내가 꿈꾸는 미래 모습의 연결 고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네요 ^^
감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0.09.12 13:07:29 *.233.214.3
달리기 역시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달려보셔서 아시겠지만 일정한 보폭, 일정한 호흡, 일정한 시선이 계속되다보면 어느순간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즐거움이 느껴지면 몸이 가벼워지죠. 우리 모두 다같이 잘 달리기를 기원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0.09.12 13:33:16 *.136.209.2
<Animal laborans_003>
첫 비행기를 타야 되서 차 안에서 새벽수련(칸딘스키의 '점,선.면' 읽기)을 시작했다. '어떤 현상이든지 두 가지 방식으로 체험될 수 있다. 이 두 가지 방식은 자의적인 것이 아니라 현상과 연관된 것이다. 이를테면, 이들은 형상의 본질, 즉 동일한 현상의 두 가지 고유성인 외적인 것과 내적인 것으로부터 이끌어내어진 것이다. 유리창을 통해서 거리를 바라보면 거리의 소리는 감축되어 들리고 거리의 움직임들은 판토마임처럼 보이며 거리 자체는 투명하기는 하지만 견고하고 단단한 유리창을 통해서 격리되어 있는, 즉 '피안(彼岸)'에서 고동치고 있는 본질로써 나타난다. 막상 문이 열리면, 우리는 폐쇄된 상태로부터 벗어나 이 본질 속에 혼입하여 그 속에서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자신의 모든 감각을 가지고 이 고동을 체험하게 된다. 이렇게 계속해서 변화하는 소리의 음정과 템포는 인간을 둘러싼 채 소용돌이의 모습으로 상승하다가 갑자기 쇠약해지면서 사라져간다. "

인천공항에서 입국심사를 끝내고 게이트로 나가면 외국인들이 한국전통을 체험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다. 어떤 때는 가야금 공연을 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먹과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체험장을 열기도 한다. 그곳에는 내가 관심있게 보는 전통 공예 기법으로 만든 찻잔과 소품들이 있다. 특징이 있다면 그냥 전통적인 옻칠로 마감한 것이 아니라 특징있는 문양을 넣어 차별화를 꾀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제품은 안 들어오고 사시사철 같은 물건만 진열되어 있는지...)

2010-09-08_08-30-37_824.jpg2010-09-08_08-31-14_776.jpg2010-09-08_08-32-40_573.jpg













이 찻잔들이 진열되어 있을 때는 예쁘고 아름답고 특이하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나'와는 상관없는 전시품에 지나지 않는다. 눈 앞에 그 형상을 보고 만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진과 마찬가지로 '나'라는 존재와는 엄격하게 유리되어 있는 것이다. 즉, 유리문 밖의 존재인 것이다. 가격이 얼마인가, 얼마나 유용할까, 나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등의 몇분간의 고민 끝에 찻잔을 구입하면 비로소 이 찻잔들(현상)은 나와 섞이면서 고동치기 시작한다. 찻잔에 차를 따르고 손으로 감쌀 때의 느낌, 차를 마시면서 눈 앞에 어른거리는 꽃잎들, 이 찻잔으로 차를 같이 마시면서 함께 했던 사람들에 대한 추억...결국 이 찻잔들은 나에게 찻잔 이상의 그 무엇인가가 된다.

장인에게, 혹은 장인이 될 그대에게...그대는 당신이 만들 물건에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그 '무엇'까지 생각하며 만들 수 있겠는가...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0.09.13 13:14:39 *.136.209.2
점,선,면...천천히 음미하면서 읽고 싶은 책입니다. 그리고 저와 길게 갈 책 같습니다. 그 무언가를 느낄 그 날이 기대됩니다. ^^
프로필 이미지
이헌
2010.09.12 23:10:32 *.180.75.152
칸딘스키의 '점,선,면' 저에겐 2권이나 있음다. 1997년 12쇄로 발행된건 이사를 다니면서 다른 헌책들과 상자 안에 갇혀있다 얼마전에 햇빛을 보았구요 1999년 13쇄 발행은 12쇄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고 다시 산 책임다. 그래서 더 애착이 가는 책이기도 한다는.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0.09.12 13:47:11 *.233.214.3
<Animal laborans_004>
어릴 적 사촌들과 '점'에 대해서 애기한 적이 있다. '위치는 있으나 면적은 없다. 이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란 말이가'라고...(네이버 지식인에 찾아보니 별의별 설명이 다 나와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우수한 답변은 '점이 위치는 있으나 면적이 없다고 정의해서 문제가 많아 요즘은 그냥 정의하지 않고 그냥 쓴답니다.' ㅋㅋㅋ)

우리는 눈에 보이는 점의 속성에 집착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칸딘스키는 애기한다. '기하학에서의 점은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이다. 따라서 개념상 이것은 비물질적인 본질이라고 정의해야겠다. 물질적으로 생각할 때 점은 제로와 같다. 그러나 이 제로 속에는 '인간적인' 서로 다른 속성이 숨어 있다. 우리의 상상에서 제로-기하학에서의 점-는 최고의 간결함, 다시 말해 최대의 겸손한 자제성으로(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최소한의 존재로서-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기하학적인 요소인 점에서 인간적인 속성을 찾아내는 눈...놀라운 뿐이다. 읽어내기가 그리 쉬운 책은 아니지만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봐야 겠다.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0.09.12 14:52:11 *.233.214.3
<Animal laborans_006>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의자가 만들고 싶어졌다. 이건 큰일이다. 목공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기간이지만 그 동안 의자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은 한번도 없다. 의자 만드는 것에 왜 이렇게 호들갑일까?

디자인이나 가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할지라도 유명 가구 디자이너들이 가구 전시회를 하면 꼭 의자를 전시한다거나 의자에 관한 디자인 책들이 많이 나와있는 것을 알 것이다. 가구 디자인에 있어 의자는 그 어떤 가구보다도 중요한 위치를 점해 왔다. 아마도 인간의 '앉는다.'라는 행위에 속한 의자에는 여러가지 철학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의자 자체가 여러가지 기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왜 의자가 중요한지 이론적인 배경은 잘 모른다.)

의자를 만든다는 것...사실 얼마전에 후배한테서 의자 의뢰가 들어오긴 했지만 그다지 마음이 가지는 않았었다. 더군다나 아직 의자를 만들만한 목공 실력을 갖춘 것도 아니다. 그런데 오늘 새벽 불현듯 의자가 만들고 싶어진다. 왜일까? 마음 속 깊은 어딘가에서 '의자를 만들어야 한다.'라는 울림이 올라오고 있음을 느낀다. 새벽 내내 그 울림을 곰곰히 들여다보다 어느순간 졸고 말았다.

※ 돌아오는 출장길에 의자와 관련된 책을 몇권 샀다. 그 중에 'Peter opsvik'의 책이 매우 흥미로울 듯 하다. 일단은 Stool로 만들기 시작한다.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0.09.12 22:06:37 *.121.162.107
<Animal laborans_007>
출장 나서기 전의 철야, 출장 중의 과로 등으로 일어나지 못 한 날이다. 새벽기상은 습관이 되었나보다. 어젯밤 돌아와 짐도 풀지 못 하고 쓰러져 잤는데 5시에 일어나서 컴퓨터 전원은 켜고 다시 잤나보다. 너무 피곤하면 자명종 소리조차 들리지가 않는데 용할 뿐이다. (사부님이 애기한 시간만큼 길게 가야 하거늘 철야, 과로가 자랑도 아닌 것을 이렇게 무식하게 해서야...쯔쯧...)

100일이 그릇을 만드는 과정이었다면 200일은 그 그릇에 내용물을 담아야 할 시기...시작부터 힘이 든다. 하지만 원하면 얼마든지 종 두드리고 내려서면 된다. 하지만 하지 않는다. 언제는 힘 안 든적 있던가. 그저 걸을 뿐이다.
프로필 이미지
이헌
2010.09.13 00:12:16 *.180.75.152
인도여행 사진을 정리하다가 성우님 작업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올립니다.
델리의 대사관들이 모여 있던 동네였는데 식당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식당 창가에 세워져 있어 찍은 사진입니다.
둥근 원형안에 새겨진 조각들과 색채가 아름답지요^^


SSL29836.jpg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0.09.13 13:19:40 *.136.209.2
균형과 불균형, 평온함과 위태로움, 단순한 선과 다채로운 색채...너무 예쁩니다. (제가 뭔가를 잘 알아서 하는 애기는 아니고 그냥 느껴진대로...^^;;;) 이헌님의 마음 씀씀이에 항상 감사 드립니다. 좀 더 힘을 내야겠네요 ^^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지요
프로필 이미지
2010.09.13 05:38:36 *.162.47.62
형님! ^^
형님께서는 좋은 책을 참 많이 읽으시는 것 같아요.
많이 배우고 싶어요~^^
형님의 단군일지에서 알게된
엘리 골드렛 박사의 The choice와 관련된 내용을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형님의 글을 통해 명철하게 사유하는 형님과
목공예와 금속공예를 할 때의 섬세한 손의 움직임에서 나온 작품을 구경하며,
아직 절차탁마할 것들 투성이인 제 모습을 반성합니다.
좋은 책 많이 알려주세요 ^^;;
The choice는 아직 번역이 되지 않았나 보내요~
형님 이번 한주도 즐겁게 시작하시구요!
또 놀러 오겠습니다. ^^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0.09.13 13:38:57 *.136.209.2
아이고...명철하게 사유라니.. 나 역시 경인이와 마찬가지인걸...힘 내보자구! The choice는 영어와 일어로 나와있지만 아직 한국어로는 없네. 하지만 The goal, The goal 2(It's Not Luck)은 번역되어 있으니 꼭 한번 읽어봐. 전공을 불문하고 아주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 꿈벗여행 가서 얼굴 보면 좋겠다. 오후도 화이팅!
프로필 이미지
indy74
2010.09.13 14:36:21 *.218.163.100
울 회사의 아트 디렉터의 권유로 예전에 수퍼노멀이란 책을 읽었습니다.

저희 회사의 디자인 컨셉이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그런 성향이라, 이런 책들이 인기인데...
상당히 신선한 그런 책이었습니다.

수퍼노멀이란,
너무나도 사용하기 편하게 만들어진 디자인이라,
그 아무도 누가 디자인을 했는지 궁금해하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궁극의 디자인에 대한 사례를 담은 책이었는데..
간간히 생각나곤 합니다.

꾸준히 열심히 하는 모습에 자극 많이 받고 갑니다.
멀리서 응원하겠습니다.
may the force be with you.


2010_0913_14.jpg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0.09.14 07:55:28 *.121.162.107
아...감동입니다. 제목과 그 내용에 대한 간단한 설명만으로도 상당히 끌립니다. 1기 200일차를 시작하면서 같이 걷는 분들을 보면서 많이 배우게 됩니다. 좋은 친구와 스승...결코 둘이 아니네요. 바로 주문하러 가야겠습니다. ^^ 화이팅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0.09.14 14:56:13 *.136.209.2
<Animal laborans_008>
출장으로 어수선한 마음을 다시 정리하고 지금 의뢰 받은 것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정리해 본다. 생각보다 여러가지이다. 그 안에는 내가 만들고 싶은 것들도 있다. 지금 노트에 정리한 것들만 만들어도 200일 중 반 정도는 지나가지 않을까 싶다. 

2010-09-13_06-45-00_733.jpg
 <위 페이지는 이번에 만들어야 할 것, 아래 페이지는 악세사리 거치대에 대한 마인드 맵>

일정이 많이 밀려있는 악세사리 거치대에 대해서 여러가지 이미지를 떠올려본다. 아직까지 딱히 '이거다.!'라는 형상이 떠오르지 않는다. 무엇이 좋을까. 이럴 때 늘 보는 책이 한 권 있다. Masters: Woodturning: Major Works by Leading Artists...막상 보면 작품 사진들 밖에 없다. 책을 받아서 펼쳤을 때는 꽤 실망했다. 하지만 이 책은 볼 때마다 새롭다. 꼼꼼히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다시 펼치면 새로운 작품과 영감들이 가득 차 있다.

51YIWD9HUiL._SL500_AA300_.jpg














2010-09-13_06-19-23_329.jpg2010-09-13_06-21-29_53.jpg











과연 몇가지 형상이 눈에 어른거린다. 기존 다른 작업에서 완성했던 모델들을 약간 변화시켜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을 듯 하다.

2010-09-13_06-58-40_924.jpg2010-09-13_07-06-13_897.jpg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0.09.16 15:16:17 *.143.52.245
<Animal laborans_009>
일본에서 가져온 특수한 나무 조각들의 이름을 보면서 그 나무들에 대해 공부한다. 이번에 가져온 것들은 グラ+ディロ(그라디로)、パオロッサ(파오로사)、サティーネ(사티네,Satine)、ティアラ(티아라)...하나의 언어를 알고 쓸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하나의 세계를 알게 된다고는 하지만...한국과 일본, 유럽,미국의 나무 이름은 서로 잘 안맞는 경우가 많다. (같은 언어권에서도 같은 나무를 다른 이름으로 부르거나 다른 나무를 같은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으니 다른 언어로 나무를 확인할려니 오죽하겠는가)

2010-09-14_08-18-36_279.jpg

왠만한 어른들에게는 기억하기 힘든 공룡 이름을 줄줄이 외우는 어린애들을 본 적 있는가? 아니면 피카추 등장인물들을 다 외우는 어린애들은? 그들은 어떤 보상이 있어 그 이름을 외우는 것이 아니다. 관심이 있고 즐겁기 때문이다. 그 이름을 외우는 것 자체가 즐거운 놀이이다. 그에 비해 어른들은 외워야 할 것이 너무 많다. 흥미도 없기에 금방 잊어버리기 일쑤다. 고등학교 때 나는 사회 과목을 좋아했다. 각 국가와 기관의 구성, 원인과 결과에 따른 사회의 움직임 등...다만 사회 과목에 속한 각 지역별 특산물이라던지, 각 국가별 수출품 등의 지리는 싫어하는 부분이었고 외워지지도 않았다. 그러던 와중 친한 친구가 지리 관련 과목을 굉장히 잘 하는 것을 알고는 신기하였다. 그 친구는 어떻게 그 과목을 잘 하게 되었을까? 내가 찾은 답은 '어릴 적부터 부모님과 여행을 다니면서 특정한 지역에 가면 거기서만 먹을 수 있거나 볼 수 있는 것을  많이 해 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친구에게 지리 관련 내용은 억지로 외워야 하는 공부의 대상이 아니라 어릴 적부터 몸에 익어 왔던 놀이의 연장선이었던 것이다.

나무 이름을 확인하고 나무의 특성을 확인하는 것은 나에게는 놀이의 연장선 상에 있기에 이 단순한 정보 검색을 계속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가지고 있는 나무 관련 책 중에 '역사와 문화로 읽는 나무사전'이라는 책이 있다. 저자는 살아있는 나무가 너무 좋아 전국을 돌며 나무를 조사하고 정리하고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모았다. 그에게도 나무를 조사하고 책을 내는 것은 놀이였으리라. 나무에 관한 지식이 좀 더 쌓이면 나 나름대로 정리해 나가야 겠다.

L.jpg
<역사와 문화로 읽는 나무사전/ 강판권 저>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0.09.16 15:44:34 *.143.52.245
<Animal laborans_010>
거치대 작업을 재개했다. 목선반을 사용할 때는 보통 3에서 4개 정도의 다른 칼을 사용하여 형태를 만든다. 사용하는 나무가 다들 꽤 단단한 나무인 관계로 수시로 칼날을 갈아줘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어렵다. 목공 사부님께 목선반을 배울 적에도 칼날 가는 법은 중급 후반 과정에서 배울 수 있었다. 그만큼 회전하는 나무와 칼날의 각도를 이론이 아닌 손 끝으로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나무를 다룰 때보다 칼날을 갈 때 더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것 같다. 둥근 칼날을 일정한 각도와 속도로 갈아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칼날의 끝이 연마석에 닿아서는 안 된다. 너무 잘 갈려고 해도 그 만큼 결과물이 따라오지 않는다. '칼날이 잘 갈릴 때도, 안 갈릴 때도 있을 거에요. 금방 실력이 향상되지는 않을 겁니다.' 역시 목공 사부님의 말대로다.

칼날이 잘 연마되어 있으면 만드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아니, 칼날의 연마 정도가 품질을 결정한다. 궁극적으로는 사포를 사용하지 않고 칼만으로 매끈로운 표면을 얻어야 한다. 마치 아기 피부를 만지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의 고운 나무결을 만들어내고 싶다. 그 때까지 Animal laborans!!!

※ 오늘 완성한 거치대 Proto type1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Proto type2,3,4,5,6,7를 시작해야 겠다.

2010-09-15_06-25-27_277.jpg
       <칼날 연마가 잘 되어 고운 면을 얻은 Proto type1의 일부분>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0.09.16 16:08:03 *.143.52.245
<Animal laborans_011>
기침이 끊임없이 나온다. 어제 새벽에 작업실에 갈 때부터 많이 쌀쌀하다고 느꼈는데 아니나 다를까 감기가 왔다. 더군다나 어젯밤 회식이 있어 독일술(맥주)&중국술(빼갈)&프랑스술(와인)&한국술(쐐주)을 짬뽕했으니 체력이 떨어질 수 밖에...

새벽에 일어나 출석체크를 하고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었다. 콧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에취! X 5!!!'  이번 200일차에는 추석, 장기 출장 등으로 작업실에서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마음만 급하구나...

다시 방으로 들어온다.
침대에 잠시 걸터앉았다.
침대에 잠시 누워본다.
오른쪽 코가 막혔으니 왼쪽으로 몸을 돌려 코가 뚫리기를 기다린다.
이불도 덮어야지. Zzz....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0.09.17 15:16:15 *.136.209.2
단군이를 하고 있는 모두가 마찬가지일거라고 생각했어요. 침대에서 일어나 컴을 켜고도 침대로 돌아가려는 이 강력한 귀소본능..ㅎㅎ 수분공급, 휴식, 보온...덕분에 감기 많이 나았습니다. 즐거운 추석 되시길 바래요!!! ^^
프로필 이미지
김명희
2010.09.16 18:54:04 *.92.203.197
성우님의 단군일지 보고 제가 빵 터졌습니다. 하하하......
아픈사람 일지보고 웃다니, 제가 좀 이상하지요.
그런데 오늘 아침 수련하다가 잠에 곯아떨어진 저의 상황하고 너무 흡사해서 빵 터졌네요.
저는 아픈 것은 아니었는데, 잠을 이기지 못했거든요. ㅉㅉㅉ
약사친구가 저에게 해준 조언에 의하면 감기는 세가지가 필요하다고 하네요.
수분공급, 휴식, 보온!
따뜻한 물(차)을 계속 드시고, 몸을 따뜻하게 하고, 영양보충도 좀 하시지요. 빨리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0.09.17 17:22:47 *.124.233.1
저도 명희님처럼 형님의 살아 있는 이야기가
마치 제일 처럼 와닿기도 하고,
너무 리얼해서 빵 터졌어요~^^
형님! 연휴 시작되기 전에 병원에 꼭 다녀오세요!
다시 한 번 드는 생각이지만 형님 글은 살아있습니다.
제 마음에 꼭 와 닿아요 항상.

연휴 끝나고 형님 시간되실 때 한국술 한잔 하시죠~^^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0.09.18 19:10:07 *.234.146.34
ㅎㅎ 이헌님에게도 연락 드리지요 ^^
프로필 이미지
이헌
2010.09.17 22:51:08 *.180.75.152
경인아우 한국술 할 때 거기 나도 끼어주라^^
프로필 이미지
이은미
2010.09.18 05:07:51 *.109.73.149
성우님 ^^
간밤에 단군이 책쓰기에서 단군일지의 역할에 관한 부분을 쓰다가
성우님의 단군일지를 옮기다시피 했답니다.
그 과정속에서 지난 100일간의 일지를 다 읽어 보았습니다(결국 글은 안쓰고...) 
성우님의 그 밀도감이 어디에서 기인한지 조금이나마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글고 성우님께 작업을 의뢰하고싶어졌어요.
이런 사람이 만드는 아니 나무 만지는 것이라면 소중한 누군가에게 부적처럼 안겨주고 싶어졌지요.
나중에 그것이 생각나면 말씀드려도 될런지요~~
많이 배우고 느끼고 또 함께여서 고맙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0.09.18 20:43:27 *.234.146.34
저는 단군일지를 통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꿈벗여행, 필살기 프로젝트가 방향성을 잡는 계기였다면 단군은 그 실천편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하기에 저 역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단군의 발전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 사람 중 한명이지요) 소중한 사람에게 줄 그 무엇이라면 제가 오히려 설레입니다. 언제든지 의뢰 주세요. 그 의뢰에 나무로 만든 멋진 그 무언가로 답하겠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이철민
2010.09.18 05:33:29 *.142.196.10
아우님, 나도 모르게 다녀 가셨더군.
그리 응원을 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군. 어제 고래가 춤을 추었다.^^

뭐랄까 걱정이 돼서 부러 하는 말인데
작업중에 크고 작은 사고가 많겠지만 다치지 않았으면 해.
이미 성우 아우는 나무와 조금씩 교감하는 단계에 이른것 같아. 그러나 매순간 집중하자구.
왜냐하면 낮에도 집중할 일을 새벽에 하기란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야.
물론 글쓰기 작업과 마찬가지로 나무작업도 '삘'이 꽂히는날이 있겠지. 그런날은 속도도 날것이구. 뽕맛이라나...
아무튼 차근차근 채워가다보면 어느순간 도착해있으리란 생각 아우에게 하고싶군.

추석 명절 잘 지내고, 그대의 나무와의 교감을 응원합니다. 아자 아자!!!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0.09.18 20:48:00 *.234.146.34
형님의 글을 읽으면 확연히 그 깊이가 느껴집니다. 그 사고와 글의 끝에 무엇이 나올지 심히 궁금합니다. 100일차 때 보여 주셨던 형님의 집중력과 글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기원해요. 나무와의 교감...아직 멀었지만 꾸준히 갑니다. 형님 말씀대로 작업은 항상 조심하도록 할께요. 형님도 추석 잘 보내시구요. 200일차 화이팅! ^^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0.09.18 21:26:41 *.234.146.34
<Animal laborans_012>
옛 사람들은 마을까지 길을 낼 때 곧게 뻗은 직선으로 길을 내지 않았다. 곧게 뻗은 길로 나쁜 것들이 바로 들어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과학에도 비슷한 예가 있다. 입구를 구부려둔 시험관의 물과 그렇지 않은 시험관의 물은 시간이 흐를수록 부패되는 정도가 틀리다. 입구가 구부러져 있기에 나쁜 균들이 쉽게 들어올 수 없는 것이다.  

당신은 성공의 길이 곧게 뻗은 고속도로마냥 쭉 뻗어 있기를 바란다. 어서 빨리 성공을 향해 속도를 내고 싶어한다. 하지만 반대로 실패의 길이 곧게 뻗은 직선이라면 견디어 낼 수 있을까? 사람 살아가는 것이 기쁨과 슬픔의 교집합인지라 마냥 좋은 일만이 있을 수는 없는 것 같다. 그 행복과 불행이 곧게 뻗은 길로 우리에 들이닥치지 않고 굽이 굽이 돌아오는 길로 우리에게 닿아 있기에 견디어 낼 수 있는 것은 아닌지...

사부님이 말씀하셨다. "10년을 꾸준하게 보내면 하고자 하는 일과 연관된 고속도로도 보일 것이고 작은 골목길도 샅샅이 보일 것이다." 열두고개 돌아가는 이 길을 걸어간다. (숫자 '12'는 예전부터 '많다'라는 의미로 쓰여왔다.) 이 길을 오르고 올라 고속도로도 보고 작은 골목길도 샅샅이 관망하게 된다.

예전에 슬픔이 굽이 굽이 돌아오는 길을 타고 나에게 왔듯이 내 꿈으로 향하는 길도 우선은 열두 산자락을 타고 넘는 길이다. 내 작업 역시 마찬가지다. 어제 마음에 들지 않았던 Proto type을 보면서 다시금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각난다. 좋은 것을 만들기 위한 과정은 고속도로가 아닌 그 끝을 우리에게 잘 보여주지 않는 산길과 같다. 우선은 길에 올라 발걸음을 떼는 것, 그 길이 고속도로이기만을 바라지 않는 것이 중요하구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험하기 위해 작업에 들어간다. 추석이 있어 금방 끝날 작업은 아닌 것 같다.

2010-09-17_06-52-05_548.jpg2010-09-17_06-30-53_471.jpg2010-09-17_07-05-00_388.jpg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0.09.18 22:15:41 *.234.146.34
<Animal laborans_013>
밤기차를 타고 집에 도착했다. 잠자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으나 언제나 함께하는 빨간색 자명종 덕에 쉽게 일어났다. Peter opsvik의 '의자'에 관한 책을 읽기 시작한다. (추석 기간 동안은 작업실에 갈 수 없어 관련된 책을 읽기로 했다. 욕심이 많아 책을 너무 많이 가지고 내려온 것 같다. --;;;) 바깥에서 소리가 들린다. 어머니가 깨어 계신 것 같다. 

책을 덮고 어머니와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느새 네시간이 훌쩍 지났다. 지난 설 이후로 처음 집에 왔고 동생이 8월에 결혼 했는지라 이야기거리는 넘치고 넘친다. (아들만 둘 있는 집인지라 어머니 애기을 듣고 맞장구 치는 딸 역활은 내 차지다. ^^;;;)
 
현재와 같은 가족 사랑의 개념이 나온 것은 본격적인 산업화 시대가 시작되면서였다고 한다. 서양의 그 이전의 시대만 하더라도 이런 개념은 없었다고 한다. (이런 애기 나오면 보통 동양의 예는 나오지 않는다.) 또한 일본의 영향력 있는 한 영화 배우는 '가족을 인생 마지막까지 떠안고 가는 짐'이라고 애기한 적이 있다. (정확한 배우 이름, 표현은 생각이 안 난다.)

우리 주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사랑한다고 애기한다. 그러면서도 많은 기혼 남자들은 "주말에 뭐 했어요?"라고 물어보면 "가족을 위해 봉사했지. 애들과 놀아주고 집정리도 해주고..." 가족을 사랑한다는 그들이 가족을 위해 한 것들을 왜 '봉사'라고 칭하는지 모를 일이다. (사실 알만한데 너무 이율배반적이라...)

가족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먹여주고 입혀주고 관심을 주기 때문인가. 예전에 어떤이는 이렇게 애기했다. "가족이 중요하고 좋은 이유는 나를 '나' 그대로 받아주기 때문이다."  세상 어디에 나를 나 그대로 받아주고 인정해 주는 곳이 몇 곳이나 있을까?

그렇다면 나를 '나' 그대로 받아주는 곳은 혈연에 뿌리를 두지 않고서도 가능할까? 최근의 기사를 보면 가출 청소년들은 자기들끼리 '가족'을 만들어 생활한다고 한다. 혼자서는 모든 것이 무섭기 때문에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이들과 짝이 되어 '팸'을 만들어 생활한다. 팸에는 일반적인 동료라는 느슨한 관계도 있지만 친형제자매와 같은 깊은 관계로 발전되는 경우도 꽤 있다고 한다. 예전과 달리 청소년들의 자발적인 가출 빈도보다 가정에서 '쫓겨나는' 청소년이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팸'은 가출 청소년들에게 가족의 대체가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팸'은 어디까지나 목적이 있는 모임에 지나지 않을까. '물보다는 피가 진하다'라는 오래된 글을 개인 차원으로 끌어내려 사람에게 진정한 가족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생각을 계속해 본다.

※ 어쨌든 오랜만에 집에 내려오니 무척 마음이 편하다. 가족을 위해 무엇을 만들까?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0.09.19 21:37:05 *.234.146.13

<Animal laborans_014>
예1) 한의원에 갔다. 한의사가 직업이 뭐냐고 물어온다. 운동을 많이 해서 휼륭한 근육(?)을 가지고 있는데 목부터 등 윗부분까지 근육이 굳어단다. 이번에 등이 아픈 것은 오른쪽 근육이 갑자기 더 굳었기 때문이란다. 직장 생활과 스트레스 때문에 근육이 굳어가고 있으니 운동을 하란다. (자기 처남은 사회체육학과를 나와 휼륭한 근육을 가지고 있었는데 결혼하고 나서 2년 지나니 근육이 많이 굳어버렸다고 한다. 음...--;;;;)

예2) 고등학교를 다니는 사촌 동생이 어머니 아시는 스님을 이모와 함께 찾아갔단다. 잘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사촌동생이 (식탁 문화에 익숙해져서) 스님 앞에서 양반 다리를 못 해서 쩔쩔 맸다고 한다.

Peter opsvik는 애기한다. 사람의 몸은 사냥하기 위해 태어났다....인간은 산업화 시대와 함께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점점 더 늘어났다. 학교에서 공부하기 위해, 식사하기 위해, 최근에는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 어딘가로 이동하기 위해...더불어 우리는 수많은 도구를 사용한다. 키보드, 마우스, 리모콘, 스마트폰...도구는 특정 근육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한다. 예전에는 사냥하기 위해 온 몸을 사용했으나 이제는 특정 근육만을 반복해서 사용하는 일과를 보내고 그 나머지 시간을 사용하지 않는 근육을 움직이기 위해 소비한다. 우리는 그 활동을 '운동'이라고 표현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예전에는 차를 운전하면서도 변속하기 위해서 왼쪽발로 클러치를 조정하고 손으로는 기어를 바꾸었다. 매표소에서는 티켓을 받기 위해 자동차 창을 손으로 내렸다. 이제는 운전하면서 왼발을 쓸 일이 없다. 창문도 스위치 하나로 간단히 열고 닫을 수 있다. 3년 정도만 더 지나면 엑셀을 계속 밟고 있을 필요도 없고 차선을 벗어났다고 핸들을 급히 돌일 일도 없을 것이다.  (내가 파는 아이템들 중 이런 것들이 있으니 믿어도 좋다. ㅎ 이미 일부 차량에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자동으로 주차하는 시스템이 도입되어 있다. ) 갈수록 우리는 특정한 근육만 쓰게 되고 몸을 안 움직이게 될 것이다.

그 와중에 '앉는다.'라는 행위는 점차 인간의 생활에서 점점 더 깊은 의미를 더해 왔다. 최초에 '앉는다.'라는 행위는 기후, 문화, 시대, 대륙에 따라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유목,수렵 시대의 옛조각들을 보면 유난히도 쪼그려 앉은 모습들이 많다. 그 모습은 위기가 닥쳤을 때 가장 반응하기 쉬운 형태이다. 그 이후 농경 문화가 정착되면서 앉는 형태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같은 문화권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 중국, 일본에서조차 예의바르게 앉는 방법은 다들 틀리다.

언어로 '앉는다.'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sit on a committee(위원회의 일원이 되다.)","Chair(의장, 사회자)","sit in parliament(하원의원이 되다.)" 영어의 '앉는다.'라는 표현은 어떤 높은 자리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온돌 문화라 의자가 일반적이지 않았던 우리나라에서 상기 표현들을 굳이 나타낸다면 '높은 자리' 정도가 될까?) 결국 '어느 자리'에 앉느냐가 조직에서 리더인지를 나타내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예전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리더(왕)는 일반인들보다 높은 곳에 앉아있다. 그것이 권위를 나타내는 하나의 척도였다. 그런데 사막의 나라 이집트에서는 높이 솟은 큰 돌이라던지 높은 연단을 만들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나타난 것이 '의자'라고 한다. (아쉽게도 의자를 처음 만든 곳은 이집트는 아니라고 한다.) 세계 곳곳에서 그 의자(왕좌)에 화려한 장식을 더하고 높은 곳에 놓아 리더의 권위를 더했다고 한다. 저자는 옛 의자의 등받이가 수직인 것과 거기에 앉는 인물이 꼿꼿이 앉는 모습으로 표현된 것 또한 권위와 관계가 있다고 한다.

의자가 사회적 중요인물의 권위를 상징하는 곳에서 출발했다면 우리는 중세를 지배하던 교회를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과연 교회에서는 앉는 행위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일반적으로 종교행사는 엄격하게 정해진 순서가 있다. 그것도 꽤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 행사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신자에게 다양한 형태의 동작을 요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기도하기 위한 자세, 누군가의 설교를 듣기 위한 자세, 찬송하기 위한 자세 등등등 여러 형태의 자세를 취하게 함으로써 한가지 자세로 있으면 지루해질 과정을 슬기롭게 이어나간다. (원래 인간은 가만히 있는 것보다 움직일 때 덜 피로하다.) 따라서 교회에서는 단순히 '앉는' 가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태어난 것이 'misericode'(자비의 지주?)

Boston_Stump_misericord_02.jpg

영국에서 만들어진 misericode는 세가지 기능이 있다. 물론 앉을 수 있다. 두번째 장시간 회의 등을 진행할  때 좌판을 접어서 올리고 그곳에 걸터앉을 수 있다. 세번째, 양 옆의 보조 기둥을 이용해 기대어 설 수 있다. 저자는 이 misericode에서 몸을 움직이지 앉는 현대인들에게 의자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킬 힌트을 얻은 것 같다. 저자의 이 다음 애기가 궁금해진다.

※ 집에 오니 몸과 마음이 편하다. 솔직히 '앉는다.(의자)'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 책보따리를 매고 왔건만 그냥 눕고 싶다. (마음이 완전히 풀려 손하나 까닥할 수 없이 몸이 무겁다.) 이 집은 내가 어릴 적 지내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있었던 장미, 작은 하단에 심어져 있는 갖가지 식물들과 꽃들...(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이 교실을 꾸민다고 꽃화분을 가져오라고 하셨다. 그런데 내가 가져간 화분만 퇴짜를 맞았다. 내가 보기에는 휼륭한데....그 식물의 이름은 바로 선.인.장....선인장도 꽃이 피면 정말 예쁜데...^^;;)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고 불어어는 바람을 맞으며 마당에서 책을 읽는다. 집 곳곳에 예전 추억들이 서려있다. 자유 시간이 있는 지금 집 곳곳에 새겨져 있는 추억들을 다시 들여다보며 며칠간 보내고 싶다.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0.09.20 22:03:42 *.234.146.17
네...건강 챙기며 해야지요. 부모님 집에 와서 너무 맘을 놓았는지 '나무늘보'가 되었습니다. (일본 문구 캐릭터 중에 백년에 한번 움직인다는 캐릭터가 있었는데...비슷합니다. ^^;;;)

2010-09-20_19-15-28_692.jpg

사진에는 잘 안 보이지만 달이 구름에 폭 안겼답니다. 바람이 달을 구름에 감싸 어디로 데려갈지...
어릴적 바라보던 구름과 달, 바람...이 밤에 다시 유유자적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요... 쉬엄쉬엄 갈렵니다.

수희향님도 추석 연휴 잘 보내세요 ^^
프로필 이미지
2010.09.20 13:29:55 *.118.59.12
성우님은 회사 일만도 사실 타이트한데 목공예 일까지..
몸에 무리가 갈 지난 100일 여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늘 말씀하시듯이 오래 갈 길이오니 건강 잘 돌보시기 바랍니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그 곳에서, 평온한 휴식되시기 바랍니다..^^

덧: 의자스토리 다음 얘기는 단군일지 독자도 궁금합니다 ㅋㅋ
천천히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천천히, 쉬엄쉬엄, 구름바람처럼 그렇게.. ^^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0.09.20 21:53:40 *.234.146.1
<French defence_015>
Rhythm, Cycle, Balance...
이번 글에서 가장 중요한 세가지 단어. 세상 모든 것들이 고유의 리듬과 주기, 균형을 가지고 있듯이 인간의 몸 역시 고유한 리듬과 주기, 균형점을 가지고 있다. 리듬과 주기, 균형이 있다면 조정할 수 있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움직임이 시작된다. 균형을 잘 잡는 것이 즐겁게 움직일 수-일 할 수- 있는 필요조건이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자세를 계속해서 바꾸려는 신체의 요구는 신체가 최적의 기능을 위해 필요한 행동이다.

그 중에서 우리는 우리 몸의 다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선조가 나무에서 내려와 직립 보행을 하게 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우리 신체의 조정을 담당하는 직접적인 부분은 다리이다. 우리가 앉아 있을 때 조차 우리의 다리는 계속해서 움직일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어릴 때 그렇게 혼나면서도 다리를 떨었나 보다...) 더군다나 다리는 혈액순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심장은 피를 내보내는 역활을 할 뿐이고 심장으로 혈액을 순환시키는 역활은 다리와 연결된 근육들이 담당한다. (그래서 종아리 근육이 중요한 것인지도...)

따라서 우리는 앉아 있을 때에도 신체의 자연스러운 리듬, 주기,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즐겁게 생활-일-할 수 있는 전제 조건이 된다. 더불어서 의자는 우리의 피부와 약하디 약한 우리를 자연의 냉혹한 환경으로부터 지켜주는 견고한 구조물과 사이의 매개체 역활을 해야 한다. 의복이 제2의 피부라면 의자는 제3의 피부가 되어야 한다.

※ 이런 전개라면 정말 어떤 의자가 나올지 기대가 된다. '의자에 앉을 경우, 경사 포인트는 신체 중심의 아래에 있어야 한다.'라는 문구...아직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흥미로운 전개를 암시해 준다.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0.09.22 22:24:08 *.234.146.1
<French defence_016>
집 청소를 하다 TV 앞에 놓인 작은 기념물에 눈길이 갔다. 아버지는 출장 중이셨고 어머니 혼자 일본에 여행 오셨을 때 온천 주인으로부터 받은 뜻밖의 선물이다. 작은 받침대 위에 부엉이 다섯마리가 각자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 앙증받은 기념품이다.


주차를 하고 급히 도착 게이트를 향해 달려갔다. 어머니가 탄 비행기가 이미 도착했건만 공항에 늦게 도착했다. 일본어를 모르시는 어머니가 곤란을 겪을시까봐 미리 기본적인 일본어와 내 주소, 연락처 등은 프린트 해서 드렸건만 걱정되기는 마찬가지다. 멀리 어머니가 보이신다. 다까이 다가가니 처음 보는 할머니와 함께 계신다. 한국에서 출발할 때 말이 통해 일본까지 오면서 내내 함께 계셨단다. 그 분은 아들이 늦으니 어머니가 곤란할까봐 입국 수속이 끝나고서도 쭈욱 같이 계주셨다. (고마우신 분이다. 더불어서 우리 어머니가 모르는 분과 쉽게 친해지는 능력(?)은 정말 타고나셨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그분은 재일교포셨는데 할아버지와 함께 몇개월 간격으로 한국과 일본을 왕래하신다고 하셨다. 젊었을 때 고생한 것이 있어 지금이라도 편하게 사신다는 말씀과 함께 전화번호를 적어주시며 다음에 기회되면 밥 먹으러 오라는 말씀을 남기시고 헤어졌다.

어머니와 함께 온천으로 향했다. 연휴 기간에 온천이 가능한 전통 료우칸(여관)을 예약해 두었다. 온천 료우칸에 하룻밤 머물며 노천탕에서 별과 새벽 안개에 싸인 산과 계곡을 혼자서 볼 수 있는 경험은 어머니에게 즐거움으로 남을 것이라 생각했다. 꼼꼼히 살펴 예약한 료우칸은 생각 이상으로 깨끗하고 모자란 점 없이 좋은 곳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잘 찾지 않는 곳을 예약했기에 어머니에게는 모든 것이 신기하신 듯 하였다.

아침을 먹고 방으로 향하던 길에서 이 료우칸의 특이한 점을 보았다. 온천의 거실이 온통 부엉이 인형 일색이었다. 어떤 것은 헝겊 인형, 어떤 것은 나무로 조각한 인형, 각양각색의 부엉이들이 벽에 장식되어 있었다. 어머니가 호기심을 가지고 보시길래 주인 아주머니께 이것들을 어디에서 구입하셨는지 여쭈어보았다. 주인 아주머니가 여행을 좋아하시는데 어느 지방을 여행하면 꼭 그 지방에서 만든 부엉이 인형을 사온다는 것이었다. 특이한 취미라고 생각했지만 이것이 이 료우칸을 더욱 독특하게 만들어주는 것이겠지.

어머니 시선이 한군데 머물렀다. 돌로 만든 작으만한 부엉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주인 아주머니는 어머니를 보시더니 그냥 선물로 드리겠다고 하셨다.  어머니가 놀라시면서 정말로 괜찮냐고 물어보신다. (이런 내용은 딱히 언어가 문제가 아니다. 표정과 바디랭귀지로 이미 마음이 통한다.) 모자지간에 이렇게 여행 온 것이 보기 좋다고 마음으로 드리고 싶다고 애기하신다.

2010-09-22_21-20-13_703.jpg
                               < 선물로 받은 부엉이 가족들>

보통 타국에 여행을 오면 거기에 사는 사람들의 문화를 들어다 볼 기회는 흔치 않다. 주인 아주머니의 고마운 마음을 시작으로 짧은 여행 동안 어머니는 내 일본어 선생님의 전통 결혼식, 내 학생시절 교수님 내외와 친구분들과의 즐거운 저녁 식사를 만끽하셨다. 이와 같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여행을 즐겁게 해 주었지만 어머니가 여행을 잘 즐길실 수 있었던 것은 모든 것에 대한 호기심이었던 것 같다. 여행 막바지에 회전 스시집을 갔다. 예약을 하더라도 한시간 정도 기다려야 했다. 나는 지루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렇게 신나하실 수가 없다. 출입문을 들어오는 제각각의 사람들의 차림새, 표정, 주고받는 말투 등 모든 것이 관찰의 대상이셨다.

여행 하면서 겪는 그 모든 것이 호기심의 대상이었기에 여행은 풍요롭고 즐거울 수 밖에 없다. 어느덧 일본 생활에 익숙해져 있던 나로서는 신선한 자극이었다. 나는 일본에서 생활하면서도 그 모든 것을 너무나도 당연시 받아들이고 있었다. 료우칸의 마음씨 좋은 주인 아주머니처럼 무언가 새로운 시도, 즐거움도 찾지 못 하고 있었다. 아직 젊은 나이였으나 어느새 공항에서의 할머니보다, 주인 아주머니보다, 어머니보다 호기심과 즐거움, 배려를 잊고 살아가고 있었다. 이 것을 그 당시에는 깨닫지 못 하고 있었다. 방을 청소하면서 우연히 눈에 띈 부엉이 가족을 보고 글을 쓰면서 이렇게 알게 된다. 여행에서 만난 분들과 어머니의 젊은 마음과 눈을 잊지 않고 살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 Peter opsvik의 책을 계속 읽고 있다. 아직은 잘 모르는 분야의 용어들이 계속 나와 매끄럽게 진도는 나가고 있지 못 하다.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9 [단군 5기_천복부족_출사표] 그 길위에 서서 걸어가다... file [143] 민혜은 2012.01.08 9091
78 [단군 5기_천복부족_출사표] '읽고 쓰기' 매일 하고,... [109] 이지홍 2012.01.08 9014
77 [단군 5기_천복부족_출사표] 좀 더 깊이.. - 안철준 [176] 안철준 2012.01.08 9105
76 [단군5기 천복부족 출사표]자기의 이유로 사는 삶을 ... [64] 귤양 2012.01.07 9057
75 [단군5기_천복부족_ 출사표]가볍게, 하루 소풍 [126] 최미경 2012.01.07 9306
74 [단군5기_천복부족_출사표] 그저 한 발자국씩 꾸준히 ... [117] 이정범 2012.01.06 9075
73 [단군 5기_천복부족_출사표] 지난 기록, 꿈꾸는 삶 file [181] [34] 혜정 2012.01.06 12080
72 [단군 5기_천복부족_출사표] 삶의 밑절미, 지며리 일... [110] 강정자 2012.01.06 9013
71 [단군 5기_천복부족_출사표] 하지 않으려고 하면 핑계... [120] Rich 지민주 2012.01.06 9162
70 [단군4기_천복부족_출사표] 나만의 속도로 끝까지 가자... [102] 정은정 2011.09.05 9018
69 <단군4기 천복부족 출사표> 시나브로 행복한 새벽을 위... [137] 오승건(오짱) 2011.09.05 12912
68 [단군 4기 - 천복부족-출사표] 절대로 포기하지 않... [113] 조용현 2011.09.05 9214
67 [단군 4기_천복부족_출사표] 나를 즐기는 기쁨을 이어... file [177] 이진호 2011.09.05 10503
66 [단군4기_출사표_천복부족]그 길위에 서자. [133] 박준영 2011.09.04 9220
65 [단군4기_천복부족_출사표]보물찾기Ⅱ [116] [1] 김혜진 2011.09.04 38340
64 [단군 4기_천복부족_출사표] 새로운 시작 [75] 임소연 2011.09.04 9021
63 [단군4기_천복부족_출사표] aura of happiness [147] yeowool 2011.09.04 8982
62 [단군4기-출사표-천복부족] 내 인생의 진정한 승리자~그... [160] 정은희 2011.09.04 10160
61 [단군 4기_출사표_천복부족] 통하라! [105] 김보미 2011.09.04 9191
60 [단군 4기_천복부족_출사표] 마침내 길이 열리다! [128] 김현숙 2011.09.02 9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