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단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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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세

  • 최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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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8일 19시 18분 등록
IP *.226.215.22

댓글 129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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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y74
2011.01.08 22:01:42 *.201.121.165
제 개인에게도 많은 의미로 읽혀진 출사표(스토리)였습니다.
멋진 마무리 지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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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1.10 20:41:03 *.226.153.99
아직 공 굴리는 일이 남았습니다. ^^
화이팅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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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8 22:25:32 *.72.153.166
[발상과 표현기법]이란 책을 같이 보지 않을래요? 어떻게 도움이 될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아이디어를 스케치로 옮기고, 실물로 만들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도 같아.

태양에 왜 흑점을, 삼족오(다리가 셋인 검은 까마귀)를 그려 넣었을까?
우리의 조상들은 빛과 어둠이 하나라는 것을 알고 있었나봐.

그림은 연출이라고 하더군. 미대 입시생을 위한 드로잉북에서 그러더라구. 그림은 real이 아닌 Image(imagine..?)이라고 하데. 아직 거기까진 텍스트로 이해할 뿐, 손과 마음으로 이해하지 못했어. 가장 밝은 곳에 옆에 어두움을 심고, 가장 어두운 데에 밝음을 심어서 서로를 부각시킨다고. 실제 세상도 그런지 모르겠어. 아주 잠깐의 공간의 차이이거나 아주 잠깐의 시간 차이로 둘은 서로 갈라지며 함께해서 시너지를 내.

성우의 밝음과 어두움이 조화를 향해가는 길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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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1.10 20:45:38 *.226.153.99
발상과 표현기법...
이제는 절판되어 헌책방에 문의해서 겨우 사다 뒀는데 100일차 때 잠시 보고 행방불명된 비운의 책...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밝음과 어두움이 조화되는 길은 공 굴리기가 제격일 듯 합니다.

"구르는 돌에 이끼 끼랴!"    -------->    "구르는 돌(?)에 어둠 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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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
2011.01.09 05:32:24 *.142.197.96
성우! 그대의 '원'을 보며 만다라를 생각했구먼.
꿈과 현실을 연결하는 만다라.
이번에도 잘 달려 보자구...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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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1.10 20:46:38 *.226.153.99
넵! 이번에도 으라차차! 입니다. ^^
이---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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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9 05:43:40 *.12.196.5
역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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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1.10 20:48:32 *.226.153.99
당연하지요...


※ 답글 달기가 가장 어려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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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1.10 20:53:53 *.226.153.99
<圓 原 願_001_1>

1월 10일
기분 좋은 월요일 아침이다

뭐....어?....진짜?!.....
@^%%$$#%ㅛㅛ&#^%&^%#&^%#&@$%$#@%

새벽이 아닌 아침이다. (@@)
이렇게 300일차의 첫날을 연다.
 
세상에 무언가를 결심한 자 중 첫날에 실패한 모든 이들이여!
내게로 오라! 
우리 서로를 위로 하자꾸나!

"좋은 소식이 있다.  내일이 세상의 마지막 날이 아닌지라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단다.  
  내일부터 열심히 사과 나무를 심자꾸나. (너가 심을 어제의 사과나무는 이미 없어졌단다.)"

※ 어제 너무 열심히 작업했나보다. 심야 작업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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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1.12 09:21:23 *.136.209.2
제가 만든 우드펜을 따뜻하게 써 주신다니 기분이 무척 좋아집니다.
앞으로도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우드펜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
(나중에는 더 큰 것도 만들어야지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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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미
2011.01.11 14:09:05 *.44.124.42
아, 정말 너무 따스하시네요~~ 할아버지 생애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만드신 우드펜 하나 저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지난번 단군프로젝트 영웅상 받았거든요^^.  앞으로 우드펜이 너무도 따스하게 손에 잡힐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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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1.10 21:24:46 *.226.153.99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 날, 작업실 건너편의 할아버지께 무언가 선물을 해 드리고 싶었다. (예전 200일차 때 그분 마당에 둔 통나무 문제로 새벽부터 대면한 할아버지...) 내가 가진 재능은 나무를 다루어 무언가 만드는 것이라 처음에는 독서대를 생각했다. 하지만 그 분과 긴 시간 애기 나눈 기억을 떠올리며 그 분이 원하는 것이 무언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그 분은 그 시절 한국의 엘리트 코스를 밟아오신 분...긴 시간 애기 나누시면서 자기가 쓴 짧은 논문을 보여 주시며 자필로 쓴 내용을 복사한 글을 주셨다. 그 글을 다시 꺼내 보았다. 흐릿한 복사용지에 적혀 있어 읽기 불편한 곳들이 있었다. 할아버지는 누군가가 자신의 글을 읽어주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컴퓨터를 열었다. 그 분을 위해 그 글을 내 졸업 논문처럼 타이핑해서 제본해 드리고 싶었다. 영어와 한문이 꽤 많은 그 글을 읽고 할아버지의 논리가 산뜻함에 감탄했다. 그 파일을 들고 제본 해주는 곳으로 향했다. 검정색 링에 표지는 붉은 색... 종이는 내가 직접 고른다. 약간 누런 색이 눈이 피곤하지 않겠지. 완성된 제본...따뜻한 외투를 걸치고 낙엽이 굴러가는 것만 봐도 까르르 웃는 소녀들처럼 산뜻하게 서 있는 글자들...

12월 24일...할아버지 따님께 전달했다. "그냥...마음이라고..."

그리고 할아버지를 다시 만났다. 나를 보자 얼굴이 밝아지는 할아버지...
"내가 쓴 글이지만 그렇게 제본을 해서 보니까 너무 좋아. 고마워! 정말 고마워!"
(따님분 말에 의하면 그 선물을 받으신 날 매우 감격하셨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그렇게 기뻐하시는 것을 보면서 질문을 던져 본다.
사람을 진정으로 기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NEEDS"와 "WANTS"를 넘어서 그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내가 공헌해야 할 것은 내가 가진 천복으로 이런 기쁨을 만들어내는 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할아버지가 종이 하나를 건네 주셨다.
문득 생각나서 집에와 열어보니 아래와 같이 시작되는 글이 있다.

To 최성우 Friend
Thank you for your good present on the occation of the end of this year.

괜히 쑥쓰러워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할아버지의 글....

"오타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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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1.10 21:48:15 *.226.153.99
<圓 原 願_001_2>
신나게 작업-우드펜 의뢰가 너무 밀려 있다-하고 있는데 작업실 건너편 아주머니가 내려 오셨다. (참으로 교류가 많다 ^^;;) 1월에 피아노 전공으로 대학 실기 시험치는 고3 아이들의 레슨을 하고 있는데 잠시 평을 해달라고 하신다. 별로 아는 것이 없다고 했지만 거듭 애기하셔서 레슨실에서 학생의 연주를 들었다.  

조용히 실기생들의 피아노 연주를 들으면서 몇가지 평을 해 드렸다. 사실 나의 음악 지능은 바닥에 착 달라 붙어 있는지라 기술적인 부분은 알 수 없다. 다만 감성적으로 느껴진 부분들에 대해서 일장연설(?)을 풀어 놓았다. (내가 이렇게 풀어놓을 수 있다니 스스로 놀랍네...^^;;;)  

이어진 저녁 자리에서 한 학생이 자신의 걱정을 털어놓았다. 어제 있었던 콩쿨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학의 실기 시험의 경쟁 상대를 보았는데 그 아이가 농어촌 특별 전형 대상이라 심란하다고 한다. 아주머니께는 무언가 도움 되는 애기를 해 주면 좋겠다는 애기를 미리 받은지라 (내 앞가림 하기도 바쁜데 누구한테 애기하겠냐만은) 짧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김연아의 동계 올림픽 결승전을 볼 때였단다. 우리 회사는 일본계 회사라 아사다 마오와 김연아의 대결을 앞두고 일본 주재원들과 한국인들 사이에 10만원빵(!)...앗..아..아니 서로 열띤 응원을 했더란다.

김연아는 아사다 마오의 뛰어난 연기를 보고서도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고 멋진 연기를 예선에서 선 보였고 반대로 아사다 마오는 결승에서 그렇지 못 했지. 그걸 보고 여러 사람들 애기가 많잖아. 김연아 강심장이라고...연습의 결과라고....그런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어. 아사다 마오는 김연아라는 경쟁 상대를 보고 연기를 했던 것이고 김연아는 아사다 마오라는 경쟁자가 아니라 스케이트장의 얼음과 대화한 것이라고 생각해. 그렇기에 아사다 마오가 김연아의 연기를 보고 흔들릴 수 밖에 없었지만 김연아는 경쟁자가 아닌 얼음과 자기 자신이 대화한 것이기에 아사다 마오의 연기에 흔들리지 않았던 것이라고 봐.

마찬가지로 대학 입시는 경쟁이지만 피아노 시험에 앞서서의 마음가짐은 "경쟁자와 자신과의 경쟁이 아니라 자신과 피아노와의 대화" 아니겠니? 피아노를 치는 것은 경쟁자와 직접 싸우는 것이 아니잖어. 피아노를 치는 거잖어. 그러면 좀 더 쉽지 않을까? " (이왕 지른 김에 내촌 목공소의 이정섭 목수가 서울미대에 합격한 꼼수(?)와 꿈벗 소풍 때 사부님이 애기해주신 스피노자 이야기를 상황에 맞게 애기해 주었다.

과연 도움이 되었을까? 잘 모르겠다. 반응이 없으니...
그리고 엊그제 우연히 길에서 만났을 때 그들이 부른 나의 별명은

"스피노자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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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1.12 09:22:33 *.136.209.2
자연스러운 일상사가 재미난다면 하루가 행복해지겠지요. ^^
은미님도 홧팅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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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
2011.01.11 05:07:17 *.109.72.6
ㅋㅋ "스피노자씨~~" 넘 재밌어
이야기꾼 성우씨 재미난 얘기 많이 많이 들려주삼...
맨날 놀러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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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10 23:45:41 *.161.173.71
성우님.
응원 고맙습니다.
우리 모두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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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1.12 09:31:31 *.136.209.2
다 같이 힘내서 전당(?)에서 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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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11 05:46:49 *.21.107.159
내가 공헌해야 할 것은 내가 가진 천복으로 이런 기쁨을 만들어내는 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신 것들이 이번 300일차 단군이 프로젝트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단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사람을 진정으로 기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선
오라버니의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인 것 같구요. 종종 찾아와서 선진도반(?) 분들로부터 많이 배워야겠어요.

방학 끝, 수련 시작!
진심으로 홧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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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1.12 09:33:37 *.136.209.2
동생님~ 메뉴의 한칸 사이라 가까운 거리이기도 하지만 찾아와야 할 정도로 멀 수도 있습니다. ^^;
우리 모두 사우입니다. 저도 다른 분들에게서 많이 배우겠습니다.
매일매일 정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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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11 20:11:09 *.237.95.132
성우, 좋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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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1.12 09:39:32 *.136.209.2
역시...고수의 글은 짧은 것인가...ㅋ
형! 빠이팅구(일본식 발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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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1.12 09:46:45 *.136.209.2
<圓 原 願_002>
단군 모드로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첫날은 아예 못 일어났고 오늘은 한시간 지각이다. 방학 동안 계속 야간 작업을 했었다. '몰입'이란 뽕주사를 맞은지라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야간 작업은 심야 작업으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생텍쥐베리도 야간 비행이 심야 비행으로 이어져 실종으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 --;;) 

그 작업 리듬을 새벽으로 돌리려 한다. 항상성은 존재한다. 그 항상성과 어울려 한판 춤을 춰야 새벽의 충만감을 다시 느낄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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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12 11:03:59 *.93.128.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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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1.13 16:03:45 *.136.209.2
Good!!! 이라고 외치려는 순간....이것은 시계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떠올립니다.
발상이라는 면에서 Good!
(혹시 시간은 'after 1min'이라고 표시된 곳에 LCD로 표시되는 것은 아니겠죠? ^^;;;;)
감사합니다.! (지난번에 보여주신 와인렉은 친환경 디자인 100선이라는 책에 좋은 디자이인으로 소개되어 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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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12 12:31:22 *.55.76.110
야광칠이 어려우시면 커다란 발자취 하나 남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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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1.13 16:05:15 *.136.209.2
이 길을 걷는 이들을 위해 잠시 쉬어갈 평상 하나 만들어 마련해 두면 어떨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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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1.12 13:21:55 *.136.209.2
<圓 原 願_003>
길거리는 추웠다. 새벽의 작업실로 향하는 길...
200일차와 마찬가지로 거리의 변화가 없다.
내가 하나 보태어진 풍경...

모퉁이를 돌자 늘 그 자리에 있던 "작업실"님이 보인다.
(언제나 그 자리 그대로군요.)
숨 죽여 자신의 몸에 세월을 기록하는 "나무" 아이들
(조금만 기다려...같이 놀아줄께)
작업을 방해할까봐 목소리만 들려주며 친구가 되어준 "라디오"양
(오늘은 영어로 인셉션 영화 대사를 애기해 주네...)
겨울을 맞이하여 합세한 "난로"군
( 앞으로 두시간...힘내줘!)

300일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시간과 공간에서 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
이 시간과 공간은 나를 또 어디로 데려갈까?
"라디오"양이 생각에 빠져있는 나를 부르며 따라 읽으라고 재촉한다. 

"I would not be standing here, if I knew any other way."

'그래 내 꿈을 이루는 다른 방법이 있었다면 이 곳에 서 있지도 않았어'

새벽의 작업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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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미
2011.01.12 16:53:16 *.44.124.42
추천해주신 책이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가치에 대한 탐구'란 제목으로 문학과 지성사에서 재출간 되었네요. 이렇게 어렵고 뚜꺼운(!) 책을 추천해주시다니.. 책 두께를 보고 허걱~했습니다. 그래도 일단 추천사를 믿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서평 꼭! 남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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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1.13 17:36:21 *.136.209.2
예전에 어느 분이 장 보드리야르의 '소비의 사회'를 추천해 주셨습니다. 책을 주문하고서는 아직도 고이 모셔두고 있지요.(어려워서...ㅠㅠ)  하지만 '로빈슨 크루소의 사치(박정자 저)'를 읽다 보니 이 책의 뿌리에 장 보드리야르가 있더군요. 그래서 어렵겠지만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근거는 전혀 없습니다만 좋은 책은 때가 되면 자신 앞에 나타난다고 생각해요. 이 책은 제가 변화경영연구소와 사부님을 만나기 전, 자신이 내놓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헤매고 있을 때 나타난 책입니다. 

영미님의 새벽 활동이 깊어지고 내면을 향해 들어가면 갈수록 좋은 사람들과 좋은 책들을 만날 것이라 생각해요. 이 책도 그런 책이 되었음 합니다. (묵혀뒀다 꺼내 드셔도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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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1.13 15:52:30 *.136.209.2
<圓 原 願_004>
테이블 다리를 만들어야 한다. 상판은 이미 연초에 완성되어 있고 약간은 특이한 디자인의 테이블 다리를 만들고 있다. (다른 의뢰도 많은데 순서가 엉망이다.) 같은 길이, 아래 위 직경이 다른 똑같은 모양의 상다리 4개. 곧 아기가 태어날 동생 부부에게 줄 테이블이다.

아기가 태어날 것이기에 상판의 모서리란 모서리는 다 둥글게 만들었고 다리 부분 역시 각이 있은 형태가 아닌 둥근 형태의 다리가 달리게 된다. 소프트 메이플(단풍나무)이란 원목으로 만들기에 아기한테는 더 없이 좋을 것이고 마감 역시 천연소재를 사용한다. 테이블이 무거운 편이니 제수씨가 쉽게 이동시킬 수 있도록 디테일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6시, 전화가 걸려온다. 외국에 나가있는 동생한테서다. 예정일이 1월 말인 조카가 생각보다 빨리 나올 것 같단다. 조카는 이렇게 추운데 하루라도 빨리 세상을 보고 싶은 것일까? 자신의 첫 아이가 태어나는데 몇 개월은 더 가족과 떨어져야 있어야 하는 동생은 애가 타겠지.

톱밥이 가득한 옷을 털고 소란스런 라디오를 끄고 조용히 동생 가족을 위해 기도하는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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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13 18:07:14 *.76.121.104
^^. 
하영이 키는 86cm 앉은키는 49cm정도 되는군요.
어제부터 열감기 때문에 엄청 고생중이에요. 저도 오늘 새벽수련은 잠시 접고 육아에 매진을. (아이쿠 졸려라..)
다행이 폐렴은 아직 아니라니까 또 이겨내야겠지요. 다행히 회사일이 바쁘지 않아 바로 칼퇴근합니다.
(하영이도 그렇지만 밤새 잠못자고 또 하루종일 하영이 보신 장모님의 컨디션이 더 걱정.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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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2011.01.13 21:49:02 *.109.72.6
성우씨의 이야기는 언제나 따스하다.나도 따뜻한 사람이고 싶게하는...

한규님 하영이가 감기 빨리 낫기를요...요즘 날이 넘 추워서.. 
아플 땐 많이많이 안아주면 빨리 낫지 않을까요.. 아이들은 크느라 몸이 아프고 ,,어른들은 마음이 아프고 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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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1.15 21:44:50 *.226.154.147
<圓 原 願_006>
의뢰받은 우드펜의 각인 작업이 끝났다.

최근 새로운 모델, 새로운 나무, 새로운 가공 방법을 쓰다보니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더불어서 사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다양한 사용상의 문제점을 발견하게 된다.  예전보다 물건을 만들고나서 지켜보는 시간이 늘어난다. 마치 엑셀의 에러 방지 code를 잘 쓰는 것이 프로그램의 품질을 향상시키듯 여러가지 case를 상정해 예방조치를 사전에 취해야 한다.

나무는 주위의 영향에 민감하다. 사부님 말씀과 비슷하게, 사람은 그렇지 못 하나 죽어서도 향기를 내고 사랑받고 주위와 반응하는 것은 나무 뿐이겠지...

※ 사진은 나중에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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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1.16 14:11:28 *.226.154.147
<圓 原 願_007>
연락이다.
기다리던 연락이다.
마음 졸이지는 않았으나 기다리던 연락이다.
가구학교로부터의 마음 졸이지는 않았으나 기다리던 연락이다.
'최성우씨의 2011년도 가구학교 입학이 허가되었습니다.'라는 가구학교로부터의 마음 졸이지는 않았으나 기다리던 연락이다.

※ 오늘 새벽 작업실 가는 길은 너무도 추웠다. 정말 추위로 얼굴이 아프다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았다.
    완성된 우드펜들을 보내기 전에 한번 더 정밀 검사하고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는 부분은 사전 조치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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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1.17 22:01:58 *.121.160.72
<圓 原 願_008>
의뢰하신 분께 드린 우드펜 중에서 나무가 갈라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사람이 각자 다 틀린 얼굴, 성격을 가지듯이 나무 역시 그 종류가 다 틀리다. 사람의 외모에 이끌려 이끌려 같이 하다 낭패를 볼 경우도 있듯이 나무 역시 그 화려한 무늬와 빛깔만 믿고 덤벼 들었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슈퍼모델이 나 좋다고 한들 어쩌랴? 슈퍼모델과 내가 바라보는 시선이 같지 않고 생각이 틀리며 경제력이 안 맞으면 같이 갈 수 없음이지.(번개 맞을 확률보다 낮은 듯 한데 진짜 슈퍼모델이 나 좋다고 하면...글쎄다...ㅋ)

이번에 사용한 'Satine'라는 나무가 꼭 이 꼴이다. 'Satine'는 이름으로 쓰이면 'Beautiful, one of great beauty'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이 나무로 만든 우드펜을 보고 주문하신 분들이 있다. 나무 중의 슈퍼모델... Satine...

그런데 이를 어쩌랴...슈퍼모델을 모셔왔는데 그 고운 손으로 밭일을 하겠는가, 길쌈을 메겠는가... 슈퍼모델은 슈퍼모델로 대접을 해 줘야 하는데 미처 그리 하지 못 했다. 나무가 갈라졌다는 애기를 듣고 부리나케 새로 우드펜을 만들었다. 갈라짐을 방지하는 확실한 방법이 있기는 하나 그건 '원빈'을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에 출연시키는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는지라 이주일 동안 옥이야 금이야 애지중지 하며 마감에 신경을 썼다.

그리고 오늘 '원빈'은 주인 품으로... 의뢰하신 분에게 장문의 메일을 썼다. 보내드린 나무는 주위와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플라스틱이 아니라 자연의 재료이니 관리해 주십사라고... '원빈'을 '원빈'답게 관리해 주십사라고...허나 이것이 면죄부가 되지는 못 한다. 계속해서 수련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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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1.17 22:13:01 *.121.160.72

죽었으되 다시 태어나 향기를 내고 변화하고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주는 이것이 nature.

※ Nature

c.1300, "essential qualities, innate disposition," also "creative power in the material world," from O.Fr. nature, from L. natura "course of things, natural character, the universe," lit. "birth," from natus "born," pp. of nasci "to be born," from PIE *gene- "to give birth, beget" (see genus). Original sense is in human nature. Meaning "inherent, dominating power or impulse" of a person or thing is from late 14c. Nature and nurture have been contrasted since 1874.

이 테마를 놓지 않고 싶은데 생각이 더 이상 전개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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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1.18 20:55:39 *.136.209.2
<圓 原 願_009>
욱진님 아드님의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 지팡이를 만든다. 지난 연말에 의뢰 받았는데 꽤나 늦었다. 욱진님에게서 관련 사진도 받았고 인터넷으로 자료도 충분히 찾았으나 감(!) 오지 않아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를 극장에서 봤었다. (평일날 오전의 영화관이란.....좋다.)

영화를 보고나서야 죽음의 성물이 딱총나무 마법지팡이가 지니는 의미와 어떻게 만들어야 될지 감이 온다. (대체 지은이는 왜 딱총나무를 재료로 선택했을까? 검색했으나 잘 나오지 않는다.)

꽤나 고급스런 마법 지팡이가 만들어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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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19 14:50:11 *.93.128.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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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1.23 11:12:56 *.121.162.233
나라면 어떻게 만들었을까? 라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이 물건을 만든 사람은 중간 부분을 키포인트로 생각하여 만들었겠지만 지나친 긴장감과 불안을 느끼게 하네요. '복잡함'....

감사합니다. ^^ (빨리 PROTO 만들어야 겠네요. 사진기만 수배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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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1.19 15:47:15 *.136.209.2
<圓 原 願_010>
오랜만에 만난 분들이 나에게 이렇게 인사를 건넨다. "얼굴이 많이 좋아졌네, 얼굴 좋아!"
'그럴리가...'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본다. 거울에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요리조리 살펴본다.

예전과 지금의 나의 결정적인 차이가 있는가. 단군 프로젝트? 인사를 건네는 분들은 단군 프로젝트 진행하면서도 만난 분들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약속이나 한듯이 다같이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인사말을 건낼리 만무하고... 회사일? 그다지 좋지 않다. 나한테는 지난 회사 생활을 뒤돌아보고 그 가치를 뒤흔들게 할만한 사건이 있어 심적으로 힘든 상태다.

하지만 일...그것인가... 그 이벤트는 나를 위해 이미 준비되었던가.  외근에서 회사로 돌아가던 중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제 격한 감정이 가라앉고 일에서 한 발자국(사실, 여러 발자국) 떨어져 있으니 나의 일에 대해, 태도에 대해, 가치에 대해 바라볼 수 있는 시기가 되지 않았냐고... 악착같이 일에 매달려 마치 열기에 자신의 형태를 흐물어버린 엿처럼 찐득찐득 일이 나에게 붙어 떨어지지 않던 (혹은 내가 떨어지지 못 하던) 때에는 일에 대해서 진실로 생각할 수 없었다.

설명하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애기하는 일이 좋냐, 나쁘냐라는 문제는 아니다. '왜'라는 문제도 아니고 '어떻게'라는 문제도 아니다. 그저 느낌이다. 이제는 느낌으로 지금까지 해 왔던 일을, 나의 태도를, 생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지 않았냐고 내 내부에서 애기해 온다.

'잘 한다.','어떻게든 수주하고 싶어'.'칭찬과 보상을 받고 싶어'라고 끊임없이 마음 속으로 외치며 나를 즐거워하며 괴롭히던 시절..."일"이 나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시절..."아무리 CEO를 꿈꾸더라도 당신처럼 사는 사람은 없어."라는 말이 비수가 되어 내 가슴을 찔렀을 때 나는 내가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음에 통곡했다. 마치 다람쥐 쳇바퀴를 누구보다 잘 돌리면 다른 세상이 올거라는 막연한 희망만 가진 체 살았던 나...힘겹게 쳇바퀴를 돌려야만 나오는 보상에 뿌듯해 했던 나...

그리고 이제 천복을 쫓는 이 과정에 마련되어 있는 흥미로운 이벤트를 겪는다. 그리고 안다. 내 일을 사랑하고 내 아이템들을 사랑하며 주어지는 보상에는 초연한 듯 했지만 아직도 나 자신은 외부의 보상에 집착하고 있었음을... 천복을 쫓고 있음에도 언제든지 기차를 갈아탈 수 있다고 마음 속 한 곳에서는 생각했지. 아니, 둘 다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 어느 것 하나 손에서 놓지 않으려고 했지. 그 이벤트는 내가 더 이상 소중한 무언가를 놓치지 마라는 세상의 배려... 

'일' 그 자체는 변하지 않았으나 내가 나를 즐겁게 하고 슬프게 하고 괴롭히고 있을 뿐...서러운 울음이 그치고 열정이 가라앉고 투명한 벽으로 일과 분리된 듯한 느낌...몇년간의 노력과 성과를 마음에서 놓아준 지금... 집착과 아집은 사라지고 예전이면 내뱉지 못 할 말을 내뱉으며 주변에는 내가 부정적으로 보여지는 지금...이 모두를 한마디로 애기할 단어가 있건만 여기서는 생략하자. 어느 것이든 그것과 유리되어야 그 전체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지...

많이 내려 놓았기에 내 얼굴이 좋아 보이지.
지금에서야 몇년간 나의 대부분이었던 '일'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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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1 16:50:16 *.124.233.1
형님! 내일 뵙겠네요~^^

깊이와 즐거움 그리고 따스함이 묻어나는 형님의 살아있는 일지 잘 읽고 가요!
내일 뵐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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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1.23 11:14:28 *.121.162.233
경인이는 변함없이 굳건하게 영웅의 길을 가고 있더구나. 이제 연구원 1차 서류 마감이 몇칠 남지 않았으니 마지막 정리를 잘 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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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1.23 11:18:33 *.121.162.233
<圓 原 願_011>
육체적인 체력이 생각보다 많이 떨어져 있다. 완전 방전에 가까워져 있는 느낌이다. 200일차가 꽤나 하드코어 였기에 방학 동안 충전의 시간을 가졌어야 했으나 오히려 더 달렸으니...더군다나 회사에서는 심적인 문제로 예전보다 쓸데없는 에너지를 더 많이 쓰고 있다. 어둠을 잘 안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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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1.24 16:28:59 *.136.209.2
<圓 原 願_012>
오케스트라였다. 문득 떠올린 이미지...토요일 1차 콘서트를 끝내고 저녁을 먹는 자리...무척이나 피곤하다. 입 열기가 힘들정도로...그럼에도 대화에 귀를 기울이자 우리의 대화는 어느덧 '종교'를 넘어서 '신'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었다. 승완형을 통한 사부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신은 이미 우리가 하나의 점이었을 지점 앞에 서서 우리의 펼쳐진 모습을 보고 있다.'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는가?

중고등학교 때 사회 교과서의 칼뱅의 종교론을 읽으면서 참으로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의 운명이 정해져 있고 우리의 자유는 사실 착각에 불과하다면 참으로 슬프겠다.' 요즘 읽은 많은 책에서 '운명'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조셉 아저씨의 '리더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보더라도 무한한 가능성을 애기하면서 삶이 나를 통해 펼쳐지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사람은 자신의 운명이 정해져 있다면 미리 알고 싶어하나보다. 나도 지난 선택의 순간에서는 점을 보았다. 그리고 드문드문 그 내요을 떠올리거나 애기하는 걸 보면 운명에 대한 호기심과 예언(?)에 꽤나 얽매여 있나 보다. 그러나 흔히 하는 말로 점을 보는 이가 살아온 세월은 맞출 수 있어도 앞으로 살아갈 세월은 다 맞출 수 없다 한다. 변수가 많다고... (그래도 콜드 리딩이란 책이 장기간 슬금슬금 팔리는 걸 보면 신기하다.)

토요일 많은 애기를 들으면서 오케스트라를 떠 올린다. 우리 앞엔 연주해야 할 악보가 놓여져 있다. 그 연주에는 별의별 악기들이 등장하겠지. '용기'라는 북소리도 있다면, '이성'이라는 피아노도 있을 것이고 '감성'이라는 첼로도 한 식구다. 언뜻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는 즉흥 연주의 '재즈'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구나 자신의 악보를 가지고 있다.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관한 악보...아니 자신의 운명이라 생각되는 악보...

그 악보가 베토벤의 '운명'인가... 아니면 비발디의 '사계'인가... 그도 아니면 오페라의 '마술 피리'인가... 그 악보가 무엇이든 좋다. 다만 베토벤의 운명을 애잔하게 연주할 수 없음이요, 비발디의 사계를 웅장하게 연주할 수 없음이다. 악보에 따라 악기도 틀려지고 어느 이의 독주가 들어가 마음껏 뽐내는 시간이 있을지도 모른다.

살아야 할 악보(운명)는 그려져 있고 그 악보를 연주할 지, 안 할지는 지휘봉을 든 우리 손에 달려 있으며 어떻게 연주할지는 우리가 가진 악기를 얼마나 능숙하게 다루며 각각을 어떻게 조화시키는 가에 달린다. 다만 그 악보가 행진곡이면 행진곡답게, 로미오와 줄리엣의 위한 곡이면 애잔하게 연주하자. 연주에 몰입하다 바이올린 줄 하나가 끊어진다 해서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멈출 수는 없음이요. 그 연주가 어떠했는지는 마지막 악장까지 연주가 끝나봐야 알지 않겠는가. 이미 악보가 그러져 있고 그 악보를 연주하기 시작했다면 그 연주에 몰입할 뿐이다. 빠르기는 Andante cantablile...(노다메 칸타빌레보다는 느리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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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1.26 20:09:17 *.234.222.38
고맙습니다.
힘껏 Jump할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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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1.01.25 18:23:11 *.149.140.210
성우씨 난 교향곡이 좋더라
특히 힘들때 말러 교향곡 2번을 들으면 더 무거워져서 밑바닥까지 내려간 느낌이 들다가
다시 차고 올라와지더라구 힘내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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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1.25 08:57:33 *.87.60.234
<圓 原 願_013>
솔직히 고백해야 겠다.
나 안의 불씨를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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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1.26 20:11:09 *.234.222.38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들려 드리게 되어 다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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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11.01.26 10:26:30 *.12.196.105
불씨가 꺼진것과 잃어버린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 성우님은 불씨를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불씨를 놓아버렸다고 해야겠죠..

제가 아는 성우님은 생명의 불꽃을 절대 꺼트릴 분이 아닙니다.
혹여 외부의 강풍에 꺼진다해도 스스로의 깊이와 내적 힘으로 다시 되살릴 수 있는 분이라 믿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생명의 불꽃 이야기 다시 들려주실거라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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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1.26 20:24:33 *.234.222.38
<圓 原 願_014>
그것을 느낀 것은 지난 금요일이다. 회사에서 돌아와 침대에 걸쳐 앉았을 때 '그것'을 느꼈다. 처음 시작은 '여행을 갈 때가 되었어'라는 마음 속의 울림..'그래, 여행...간지 너무 오래 되었구나. 어디가 좋을까?' 보통 여행 장소를 정하고 계획을 세우고 준비물을 챙기는 것이 예전의 나였지만 지금은 생각 나는대로, 발길이 가는대로...움직인다. 여행지를 생각하자 몇 곳의 후보지가 떠 오른다. '히말라야','다산 정약용의 유배지','변산반도'... 생전 가본적도, 아는 사람도, 말조차도 안 통하는 곳이면 좋은데...갑자기 귀찮다.

씻고 나서 침대에 눕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이라면 내 안의 저 밑바닥까지도 내려갈 수 있겠다.'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을까? 그리고 알기 시작한다. 애써 치장하고 있지만 300일을 시작하면서 내 꿈을 쫓는 나 안의 불씨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내가 쓴 최근의 단군일지가 마음에 들지 않던 차였다. 꿈에 관해서, 몰입에 관해서 쓴 글들... 내일 해가 뜬다는 것은 그 누구나 알고 있다. 그 사실을 애써 사람들을 붙잡고 알리는 사람은 내일 해가 뜨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불안에 떠는 자기 확신이 결여된 사람일 수 있다. 나 속의 불씨를 잃어버렸기에 이다지도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을 써댄 것이다.

토요일...300일 콘서트가 있었고 승완 선배에게 줄 우드펜 세트와 욱진님 자제분에게 드릴 해리포터 마법 지팡이를 챙긴다. 승완형에게 물건을 건네면서 예전만큼의 들뜸, 흥분, 성취는 없었다. 피곤이 몰려왔다. 나는 왜 내 안의 소중한 불씨를 놓아버린건가... 동시성을 경험하며 다른 일이 너무 힘들어도 결코 놓지 않았던 불씨... 불씨가 사라진 자리에는 껍데기만 남는다. 껍데기만 남으면 이러지도 못 하고 저러지도 못 하는 중간지대에 갖히게 된다.

일요일...아니나 다를까. 일어나지 못 한다. 체력은 들어난 문제일 뿐, 불씨가 사라진 것이 진짜 원인이다. 답답한 방을 벗어나기 위해 책 한권을 들고 근처 커피숍으로 향한다. 공간을 너무나도 잘 활용한 다소 조용한 커피숍...선배의 메일을 읽고 후배에게 편지를 쓰고, 나에게도 편지 한 통을 썼다. 꽤 많은 질문을 적어넣었다. 책을 읽다 문득 문 밖을 바라보았다. 투명한 유리 너머로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펑펑 내리는 함박눈...

뜻밖에도 나를 저 밑바닥에 끌어올려 불씨를 찾아준 이는 함박눈이다. 거리와 지붕, 가로수에 쌓이는 하얀 눈은 마치 이 세상을 자기 것으로 만들 모양인듯 조용하지만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다. 그 눈 내리는 풍경을 얼마나 오랫동안 보았는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꽤 많은 시간이 흐른 뒤 내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작업실 주인이며 목공을 사랑하는 그에게 연락을 넣었다. 이렇게 눈이 오고 있는데 작업실 가고 있냐고...(토요일 나는 그와 일요일 오후에 작업실에서 보기로 했었다.) 지금 출발했다는 연락...작업실로 향한다. 그에게 내 꿈에 대해서 애둘러 애기한다. 직접적인 애기는 아니었지만 꽤 오랜 시간 그와 애기하며 시간을 보낸다.

여러 대화 중에 내가 내 속의 불씨를 잃어버린 직접적인 원인을 발견한다. 과함과 책임... 무언가를 만들고 그 자체에 몰입하고 희열을 느끼고 그 와중에 의뢰를 받고 그 의뢰로 새로운 무언가를 익히고 그것이 다시 또다른 무언가로 변형되는 일련의 순환... 의뢰가 많아짐에 따라 그 순환이 빨라지고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면서 즐거움보다는 책임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나를 움직이는 것은 즐거움과 희열이 아니라 납기와 책임감이었다. 그리고 지쳐갔다. 그 피로의 누적이 불꽃을 놓아버리게 했나보다.

어떤 이에게는 음악이 치유의 약이 되듯이, 나에게는 어느 일요일의 눈 내리는 풍경이 치유의 약이 되었다. 이 글을 읽는 어떤 이에게는 '이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할지 모르나...원래 치료와 약은 그 환자만을 위한 Unique한 것이 아니겠는가... 

※ 작업대(?) 상판의 마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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