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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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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세

  • 이국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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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9일 01시 16분 등록
              [ 그리하여 나는 그 빛으로 족한 사람이 되리라 ]
                                                                                   이 국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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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일차 끝자락, 길을 잃었고 어둠 속에 혼자 남겨졌다. 지금껏 살아온 데 대한 의미를 잃었으며 자신도 완전히 잃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연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었는지도 신기하려니와, 그렇게 어둡고 길이 보이지 않던 기간을 아무렇지도 않은 척, 눈 뜨면 학교 가면서 일상을 영위해 올 수 있었는지 그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책에서 읽었던 '무기력감'이란 낱말의 진정한 의미가 그러한 상태였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오랜 고민 끝, 자문과 자답.......
'이제 그만하고 싶다'가 나에게서 나온 대답이었다.

  그래서 그만하기로 했고 학위를 위한 공부를 멈추었다. 세상을 향해 확실하게 해 둘 요량으로 그 말을 던졌다. '나는 오늘부터 금연할거야'라는 말처럼, 주변인에게 도장 찍어두고 더 이상은 미련을 갖지 않고 싶었다. 타인에게는 놀랍다는 반응이면 충분할 표현이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무의미 혹은 무감각함이란 배를 건너탄 듯 했다. 학위를 포기하면, 학위 다음을 위해 살아왔던 내 삶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나아가게 될 줄 알았다. 적어도 이제부터는 그리도 되고싶었고, 자타가 재능있다 인정해왔던 가족치료사가 되기 위한 길로 뛰어갈 줄 알았다. 하지만그 것마저도, 그 어떤 것 마저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3년 후면 교사도 안할거다. 박사 학위도 안하겠다. 그렇다고 가족치료사가 되는 것도 하고 싶지 않다.
' 무서웠다. 남아있는 내 생이 이렇게 답 없이 컴컴한 어둠 속에서, 무엇인가 바라는 것이 없는 그런 무의미한 상태로 생을 마감하게 될까봐 무서웠다.

  초등학교를 거쳐 중학교 고등학교를 지날때까지 직업적 모델이 없었다. 딱 하나, 선생님만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 아버지는 "여자도 직업이 있어야한다. 그래야 무시 당하지 않고 결혼해서도 당당하게 살 수 있다. 결혼 후에 무슨 일이 생길 줄 아느냐, 여자도 경제권이 있어야 기가 죽지 않는다. 성격으로나 필체로보나 얘는 선생님을 하면 딱 잘할 아이"라고 말씀하시며 우리 담임선생님께 말씀하셨다. 누구 앞에서 내가 어떻다는 말을 처음 들은터라, 그 감격빨이 그만 대학진학으로 연결되고 말았다. 그래서 의미없는 교대 4년을 다녔다. 우리 아버지 욕을 있는대로 하면서.

  교대 진학을 하면서, 아무런 결정권도 정보도 없던 내게 부러운 '과'가 하나가 있었다. 경대 '국문학과'. 국문학과가 뭐하는 곳인지도 모르면서 거기가면 글쓰는 사람이 되는 곳인줄 알았나보다. 그러나 나의 글쓰기와의 인연은 아련한 아쉬움을 남기고 멀어져갔다. 대신 전율과도 같이 심리학이란 과목이 내 세상으로 들어왔다. 아마도 교대 4학년때 교육심리학이란 과목을 듣지 못했더라면 나는 내가 어떻게 변해있을지 상상할 수가 없다. 노교수님의 낡은 강의노트에서 흘러나오던 프로이트는 그렇게 내 가슴에 거대한 집을 짓기 시작했다.

  졸업 후 바로 선생님이 되었다. 홀로 남겨진 생활, 무엇인가 건설적인 것을 하지 않으면 인생이 잘못되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무엇인가 해야했다. 주말마다 대구엘 갔고, 서점엘 들러 대학원 입시요강집을 샀다. 가장 끌리는 대학원을 골랐고, 직장은 경북 영양이면서 대학원은 서울 안암동 소재 대학을 골랐다. 몰랐다 그때는. 내가 가려고만 하면 옮길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나는 그 대학에 지원했다. 퇴근 후 모기와 추위와 싸워가면서 시험 준비를 했다. 아이들과 수업 중이던 시간, 세상에서 그렇게 기쁜 목소리로 환호성을 지른 것은 처음이었다. 합격이었다. 

  합격과 동시에 난관, 어떻게 경북에서 서울 안암동까지 야간 수업을 다닐 것인가? 세상 참 철없고 현실감각 없기론 장땡인 내가 아니고서는 그 누구도 시도못할 무대뽀적 지원이었다. 결국 교학실에 이야기해 대학원 수업을 3년으로 늘리고 다른 방도를 세웠다. 다행이었다. 역시 우리 신랑은 그런 면에선 짱이다.  

  멋진 교수님들과 수업, 그러나 대학원 공부 기간 내내 나는 디립다 나를 대상으로 실험했고 거친 내면탐험을 거쳐 결국 모든 문제의 근본원인은 어디인가?에 봉착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가족이었다. 그렇게 대학원을 졸업하면서 내 논문은 가족치료와 연결되었고, 드디어 경북생활을 청산하고 우연찮게 서울로 올라왔다. 내가 뭐라고, 그래도 감히 기존의 상담법이 영 성에 차지 않았다. 너무 오랜 기간을 요하는 게 문제였고 내담자가 지치기 쉬울 뿐더러 나 역시 과거를 디립다파는 건 피곤하다 여겼다. 97년, 우연히 눈에띈 워크샵 공고문, 일주일간의 워크샵. 새로운 상담방법을 만나게 되었을 때는 천지가 개벽하는 느낌이었다. '인식의 전환' . 문제를 다르게 볼 수 있다는 사고의 전환은 나에게 있어 삶의 태도 자체를 바꾸었다. 유영. 그 것이 되었다. 운명이었다.

  학급 내 아이들의 문제를 가족과 연결시켜 보기 시작했고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나는 적어도 청소년기를 거치며 결코 되고싶지 않았던 선생님과 같은 모습으로 아이들 앞에 서지 않으려 노력하는 선생님이 되었다. 그래서 언제나 자신있었고 당당했다. 적어도 아이들이 성인이되어 나를 돌이켜보았을 때, 그 때에 비로소 좋은 선생님의 모습으로 남는 것, 그 것이 하기 싫은 교사생활에서 지켜낼 수 있는 나의 최소한의 자존심이었다.

  97년부터 시작된 가족치료 관련 공부는 2003년 1년 동안의 가족치료 전문가과정 수련으로 귀결되었다. 어떻게 그 일을 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매 주 토요일마다 조퇴를 했고 한 번 가면 꼬박 10시간을 투자했다. 2006년 박사과정을 진학했다. 주말은 도서관이 집이었다. 과제에 시험에 공부에 아이들에....... 그리고 또 6개월의 자기분석과정 수련. 토요일마다 역시 10시간. 공부를 위한 일년의 연수 휴직, 그리고 복직. 그러나 의욕을 가지고 돌아온 교직사회에 대한 실망과 그리고 절망감 또 부끄러움. 아니라 외쳤던 교직사회의 현장에 버젓이 자리한 내 그림자. 내가 과연 여기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 절망 끝에 만난 건 2박 3일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었다. 처음으로 내 꿈이 가치있음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생겼고, 꿈벗들이 생겼다. 이야기할수록 내가 살아나는 영토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러나 몰랐다.
내가 재능, 직업, 학위, 되고 싶다고 생각한 것, 이 모든 것을 연결하려고 한다는 것을. 그 것들은 하나로 연결되지가 않았다. 재능은 있으나 학교에선 빛이 나지 않았다. 치료사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으면 재능이 빛이나나 치료사로서 활동할 시간이 없었다. 학위를 마무리하기엔, 직업과 병행하기엔 너무 많은 시간을 요구했다. 논문을 위한 휴직은 공식적으로 허용되지 않아 시간확보도 어려웠다. 가라앉아 내려갔다.

  그래서 나는 내가 있는 곳에서 천직을 발견하여 만들어내려 했는지 모른다. 잘 되지 않았다. 학교를 통한 가족치료적 접근, 혹은 교사 훈련을 통한 학교사회의 변화, 학교라는 전달체계를 통해서 가해지는 변화라면 얼마만큼 파급효과가 있을지 생각만해도 아찔한 일이었고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다. 조직과 시스템을 바꾸면 얼마든지 가능하고 파워풀한 방법이었다. 그래서 그 일에 더 올인했다. 그러나 어려웠고 자꾸 비껴갔다. 그야말로 내 눈 앞에서 꽝! 하고 문이 닫혔다. 충분히 내가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해도 내 앞에선 문이 닫혔다. 충격이었고 더 가라앉기 시작했다. 교사나 학생들 학부모를 대상으로 내 재능은 빛날 수 있었으나 나에겐 결정적인 부분이 부족했다. 타고난 재능만큼 타고나지 못한 재능도 있었다. 내가 그 것을 너무나 잘 알았다. 그래서 학교에 대한 변화는 다른 사람의 몫으로 남겨두어야한다고 생각했다.

  대신, 있는 힘 없는 힘 쥐어짜내 용기를 불어넣어가며 학위를  마치려 애썼다. 무엇을 하려고 긴 시간을 투자할 것인지 자문해보았다. 이유가 딱히 없었다. 학교를 그만두려하니 학위를 마쳐야 할 필요가 사라졌다. 학위는 교사로서 학교를 통한 변화라는 내 말에 공신력을 입히기 위한 수단이었지 목표가 아니었다. 그 것을 위해 긴 시간을 투자하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어느날 문득 들었다. 해야한다는 것도 싫었고 더구나 하기가 싫어졌고 지쳤다.

  나는 아직 알지 못한다. 올 해 들어서면서부터, 어떻게 약속이나 한 듯 일련의 시련이 무심하게 나를 덮쳤는지, 어떻게 그런 일들이 그리고 가벼운 듯이 내 어깨 위로 내려앉았는지를 알 지 못한다. 어둡고 의미가 사라졌고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길을 잃었을 뿐 아니라 그 어떤 곳을 향해서건 아무런 간절함도 소망도 의지도 욕망도 차오르지 않았다. 지금껏 의미를 두어왔던 그 모든 것에서 아직도 숨 붙어있는 생기를 발견하지 못하는 그 절망감은 차라리 공포에 가까웠다. 살아온 나날에 대해 의미를 놓아버린 것도 자신에겐 가혹한 일이었지만 혹여나 살아있는 나날을 그런 상태로 무기력하게 숨쉬게 되면 그 때는 정말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두려움 속에서 떨었다.

  아무런 것도 할 수 없었던 시간, 유일하게 했던 것들. 영화보기, 영화리뷰 올리기, 독서. 논문 때문에 라는 핑계로 하지 못했던 것들, 닥치는대로 하며 시간을 보냈다. 허기진 시간이었다. 그리고 정리되지 않은 생각과 함께 또 나를 들여다보기 그리고 술. 퉁퉁 부은 눈은 그 즈음 학교에서 알러지라는 이름으로 통용되었다. 그래, 스스로도 어쩌면 무기력이란 넘에 대한 알러지임이 분명하리라 믿었다.

 그러다 영화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인빅터스였다. 내가 최고로 좋아하는 두 배우가 나오는 영화,  맷 데이먼과 모건 프리먼이 나오는. 어떻게든 의욕을 불러올리고 싶어 선택한 영화. 넬슨 만델라의 삶의 한 조각을 다룬 영화. 바닥을 칠 만큼 친 어느날, 영화는 중반을 달리며 그윽한 모건프리먼의 목소리로 독백을 토해 내었다.
 
"세상이 지옥처럼 캄캄하게
나를 뒤덮는 밤의 어둠 속에서

어떤 신이든 내게
불굴의 영혼을 주심을
감사하노라.

환경의 잔인한 손아귀 속에서도
난 머뭇거리지도 울지도 않았노라.

운명의 뭉둥이에 두들겨 맞아
내 머리는 피 흘리지만
굴하지 않았노라.

분노와 눈물의 이 곳 저 너머에
유령의 공포만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러나 세월의 위협은
지금도 앞으로도
내 두려워하는 모습
보지 못하리라.

저 문 아무리 좁고
명부에 어떤 형벌이 적혔다해도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요
나는 내 영혼의 선장일지니."

-넬슨 만델라-

   비음 섞인 중저음의 목소리에 눈물 콧물 뒤범벅 된 나를 위로하듯 생각
하나가 뛰어들었다.
'어쩌면 헛 된 욕심으로 살아 왔을지 모른다. 되어야 하는 어떤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나로 살아내지 못한 것인지 모른다. '나' 그 자체로 살아야겠구나. 더 이상 나를 숨기지 말고 세상을 향해 드러내며 솔직하게 살다 가야겠구나.'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요 나는 내 영혼의 선장일지니.......'

  그리고 또 하나의 영화, '세상의 모든 계절'.

  삶에 태도에 대한 비교가 섬뜩하게 전해져온다. '나'로 사는 길이 어떤 길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무엇을 해야 '나'의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그리고 더 이상 속절없이 세월을 흘리지 말고 '나'로 세상과 마주해야한다는 결론을 안고 일어섰다. 언저리를 맴돌며 다치지 않게 살아갈 일이 아니라, 안전하게 포장된 '나'를 보이려 애쓰는 삶이 아니라, 내가 되려 애쓰는 삶, 부딪히고 깨지더라도 내가 되어나가는 그 삶을 선택해야 한다는 울림을 들은 것 같다. 아마도 그 것이 가혹했던 지난 어둠과 그늘 속에서 뼈저린 댓가를 지불하고 찾아낸, 자문에 대한 대답이리라.

  그리하여 나는 이제 어둠에서 벗어나게 될 것임을 안다. 마음이 이끌리는대로 살아가는 것, 그 것이 '나'로 사는 길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의 300일차는 그렇게 캄캄한 어둠 속에서 잉태되었다. 그러나 이제 빛을 향해 나아가게 될 것이다. 300일차는 단순하게, 오로지 단순하게 '나'를 마주하기 위해 쓰여질 것임을 안다. 매일이 축제처럼 이렇게 마음 가벼울 수가 없다. 빡시게 살아왔던 나날이 그것을 벗어던지면 이렇게 가벼울 수도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기 위해서였음만은 아니기를 바랄뿐이다.

기상시간과
과 새벽 활동
1. 새벽 시간 : 오전 5시~7시
2. 새벽 활동:  1) 20분 : 의식
                     2) 1시간 40분 : 독서 및 관련 활동

* 300일차 목표
1. 독서활동에 매진하여 주 1권의 책을 읽는다.

* 중간 목표
1. 주 1권의 책을 읽는다.
2. 인상깊었던 구절을 정리하고 내 생각을 덧붙여 블로그에 올려둔다.
3. 독서를 통해 변화해 가는 생각을 기록하여 정리 해 둔다.

  300일차 시작 전에 조금씩 살아나주어 기뻐 미칠 지경이다. 어둡고 움직일 힘조차 없는 저 밑바닥에 있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할 지경이다. 300일 수련과정을 성실하게 보내고 싶다. 수련 과정을 거치며 진정 '나'답게 사는 길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순수하게 그 일에 몰입하고 순수하게 그 일을 즐기고, 그럼으로써 순수하게 내 안에서 '나'의 방식으로 세상에 말 걸 수 있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오직 '나'의 관심에 귀 기울이고 진심으로 나를 이해하려 애쓰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한다. 그리하여 세상과 나의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제 나에게는 뒤로 물러남도 주변에서 머뭇거림도 없고 눈부신 대상에 대한 부끄럼도 거두려한다. 더 이상 어둠 속에 홀로 서 있지 않을 것이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빛을 향해 나아가게 되리라. 그리하여 나는 이 우주에서 나만의 색으로 반짝이는 별이 되리라. 그 별은 나의 이름으로 빛이 나며 그리하여 나는 그 빛으로 족한 사람이 되리라.

  300일차를 거쳐 변화해 나갈 내가 기다려지고, 또 어디서 터닝을 하게될지도 궁금하다. 나의 이 다이내믹한 변화가 실로 가벼운 치기 내지는 훌러덩 마음 변함의 수준만 아니기를 바래본다.

아직도 주변은 난리다. 택도없는 소리 말라고 한다. 잠시 쉬라 한다. 기다리겠다 한다. 지켜보는 이들은 그러려니 한다. 지금껏 살아온 길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아는 사람은 없다. 더구나 그들은 긴 세월 내 마음 속에서 요동치다가 번개처럼 내려앉은 내 결심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어한다. 아깝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들려줄 마음도 없다. 긴 시간동안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위해 달려 온 방향, 그 방향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이 시점, 그 것이 내게 있어 얼마나 깊은 슬픔과 마주해야 하는 일인지 잘 알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온전히 나의 몫인 것이다.

깊은 숲 속, 울창한 나무로 둘러싸인 집, 거기에 앉아 조용하게.......그 뒤에 그려질 모습은 300일차를 거치며 완성될 글 귀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 교수님께도 어떤식으로든 통보가 될 것이다.

내가 써내려간 이 글귀가 퍽 마음에 든다.

" 이제 나에게는 뒤로 물러남도 주변에서 머뭇거림도 없고 눈부신 대상에 대한 부끄럼도 거둔다. 더 이상 어둠 속에 홀로 서 있지 않을 것이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빛을 향해 나아가게 되리라. 그리하여 나는 이 우주에서 나만의 색으로 반짝이는 별이 되리라. 그 별은 나의 이름으로 빛이 나며 그리하여 나는 그 빛으로 족한 사람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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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10 00:32:05 *.121.41.236
201일차 (5월 9일 / 월요일)

300일차의 첫날이다. 지난 금요일부터, 그러니까 5월 6일 부터 어제까지 꽤 분주하게 보냈어야했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렸어야 했다. 마음 속에 오직 한 생각, 어떤 일이 있어도 8일까지는 집에 돌아올 것이며, 8일에 출사표를 올려야하고 9일부터는 300일차를 정상적으로 시작하겠다는 것, 그게 반갑지 않은 긴 연휴를 맞이하여 길을 나서며 했던 생각이다.

그래서 지난 6일은 여행가방을 꾸려들고 출근을 했고 근무 후 조퇴하고 광명역에 주차해 놓고 동대구 행 KTX를 탔다. 내 살다 별 희안한 일을 다 한다 생각했다 여행가방들고 출근을 하다니. 동시에 '이 가방들고 시댁이 아닌 여행지로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도 잠깐 해 보았다. 하긴 이런 마음조차도 결국은 내 마음먹기란 비장의 무기에 빛을 발하지 못하고 사그라들어, 결국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친인척들과 함께 단란한 한 때를 보내고 있을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소심하게 일상의 반란을 꿈꿔보는 자유 혹은 복수라고나 할까? 

동대구역에 내린 시간 오후 5시. 시아버님과 친정아버지의 기일이다. 담담한 마음으로 택시를 타고 시댁으로 향했다. 내가 생각해도 말이 없다. 그리고 그 누구의 비위에 맞추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다. 편하다.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도 좋겠구나 싶다. 고마우신 숙모님들이 종일 일을 하셨다. 일이 거의 끝나가는 분위기이다. 분위기에 미안하지만 오버하지 않기로 했다. 시댁과 친정에 동시 제사, 이 날만 되면 말이 없어지고 결혼을 한 것에 대한 말할 수 없는 후회와 비애가 밀려 들어온다.

다음 날, 어머님과 함께 포항으로 갔다. 동서네 모여 맛있는 회로 저녁식사를 거하게 하고 우리는 엄마집으로 갔다. 좋다. 좀 있으니 동생이 온다. 더 좋다. 이야기 그리고 잠. 다음날 친정에 온 기념은 늘 비슷하다. 일종의 의식같다. 일찍 일어나 마당을 산책하고 동생이랑 둘이서 중학교까지 걸으며 또 이야기 그리고 사진찍기. 둘이 있으면 언제나 즐겁다. 동생은 토킹 머쉰이다. 들은 이야기 또 들어도 즐겁다.

아침나절 오늘은 모두 쉬 헤어진다. 우리도 짐을 싸들고 천안으로 출발, 오후 7시 40분 공장에 도착했다. 가지고 온 짐들을 풀어두고 직원들을 위해 간만에 밥 한 번 차려 두고 역으로 출발했다. 나는 밥도 안먹었다. 머릿속에는 오로지 내 차 찾아서 집에 가야하고, 출사표 올리고 일찍 잠들고 그리고 내일 아침 정상적으로 일어나겠다는 기특하고 거룩하고 다소 갸륵한 생각까지. 그러나 에이~씨, 천안 공장에 신랑을 두고 오는 기분이 영~ 꽝이긴 했다. 그래도 뭐 어쩌랴, 불편한 생각 커트 하는게 내 장기 중의 장기인 것을.

출사표를 쓰려 앉았다. 어젯 밤이다. 사실 잠시 동안의 방황과 어둠 속을 헤매면서 300일차 도전을 해야할 지에 대해 갈등도 했지만, 그래도 발 걸어두면 남 덕에 따라간다고 일단 걸치기로 했는데, 300일차 동안 무엇을 해야할 것인지가 잡히지 않아 한동안 고민이었다. 다행히도 300일차 시작을 앞두고 모든 아귀가 들어맞아 가듯 마음도 차 올라오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슬그머니 고개를 들이밀었다. 반가웠다. 그래서 였을까? 웬 걸? 300일차 시작을 내가 기다리고 더 기다렸다. 아마도 얼마 간의 긴장이 그리웠고 풀어진 마음을 억지로라도 꿰어맞추려는 그 어떤 합당한 이유가 필요했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어제 집에 도착한 시각 10시 20분. 출사표를 쓰고 잠들려는 시각이 새벽 2시였다. 제기랄! 자기도 깨어있기도 어중간한 시각이 되어 첫날 부터 완전 망치게 생겼다. 생각보다 출사표 쓰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이 있어 금방 써 질줄 알았는데, 소심하기 짝이 없는 이 넘의 성격은 글하나 올리는데도 뭔 시간을 그리 오래 들이는지 원. 당췌 감당할 수 없는 시간을 잡아드시는 듯했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올려둔 시간 새벽 2시 가량 된 듯 싶다.

자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샤워를 했다. 그래도 30분 밖에 안 지났다. 책을 읽었다. 다행히 시간이 잘 지난다. 출석을 했다. 새벽, 300일차 첫 출첵을 하기위해 앉아있는 나와 부족원들의 얼굴을 떠올리니 어디에 숨어있었는지도 모를 공동체 의식 및 각종 사랑스러움과 그리움들이 믹스된 감정이 종합셋트로다가 떠올랐다. 감정에 도취된 김에 부족원들을 향한 사랑의 마음을 담아 출첵을 했다. 부지런하신 윤정님이 어느새 대문을 열었다. 대문 열어두고 어디서 뭔가를 끄적거리는 게 분명한 터였다. 재주도 좋으시지.

출첵 후, 어떠하였을까? 졸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참 할 말이 없었다. 첫 날 부터 이게 뭐람! 긴 시간 동안 힘들었고 먼 길을 다녀온 터여서 그랬는지 몸이 마구 가라앉았다. 그래서 잠을 자기로 했다. 오늘이 마침 학교재량휴업일이라 쉬는 날이니 대신 자고 일어나 충실하게 수련을 하기로 했다. 얼마를 잤을까? 몸이 철퍼덕하고 땅에 붙어 떨어질 것 같지 않았지만 버스를 놓쳤다는 아이의 말에 기계처럼 일어나 키를 들고 나선다. 아~! 눈물나는 모정이여~ 아침은 안줘도 학교는 데려다주는 센스.

본격적으로 정신이 든다. 이를 닦고 커피를 타고 토스트 하나를 굽고 얼린 바나나를 하나 들고 공부방으로 들어왔다. 책읽기를 하겠다했으니 어떤 책을 어떻게 읽고 어떻게 정리해야하나 싶어 여러 곳을 기웃거렸다. 그리곤 결국 나에게 맞는 수준까지만 하기로 하고, 읽을 책 목록을 만들었다.

인터넷을 검색해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영풍문고 분당점에 전화를 했다. 원하는 책이 한 권 구비되어있다한다. 세수하고 곧장 달려가 책을 몇 권 샀다. 9만원이 넘는다. 와~ 책값도 비싸다. 내 카드 안쓰고 신랑 법인카드 쓰면서 그 순간 내 카드를 쓰지 않을 생각을 한 내가 은근히 기특하고 똑똑하다고 생각해둔다.
어떻게 그런 생각까지 했는지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독서는 그간 논문 때문에 뒷전으로 미뤄두었던 책들이나 눈에 들어오는 책 등 가리지 않고 일어나가 볼 작정이다. 실은 거창한 계획아래 서점엘 갔지만, 거기서 니체 책 몇 권을 발견하고는 세 권을 산 터라 우선 그 책들부터 읽어나가기로 했다. 누가 뭐라는 것도 아닌데, 더구나 이번 300일차는 내 마음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기로 하지 않았는가?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먼저 집어들어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가 내용 전체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될까하여 역자의 설명을 읽게 되었다. 물론 어떤 일에든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지만 읽고나니 이해가 되는 것은 확실한데, 어찌보면 그 틀에 맞게 이해하게되는 단점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인 내가 학교에서 새학년을 담임할 때마다 굳이 작년 담임에게 아이들에 대한 견해를 묻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니체의 책이니, 빈곤한 교양을 가진 나에게는 이해하기가 역부족이었으리라는 것도 알겠다. 니체의 철학이나 견해의 변화 과정에 맞춰 읽으려면 다른 책들부터 읽는 게 순서같지만 일단 책이 재미있어 읽어나가기로 했다.

책은 무엇보다 주석이 없어 읽기가 편하다. 그리고 앞 부분만 읽은 터이지만 인간에 대한 애정을 깔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읽기가 좋다. 200일차에 '니체의 말'을 읽고 인용문을 정리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접한 니체의 사상에 약간은 반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읽고 싶었다. 이왕이면 아주 두껍고 내용 많은 비싼 넘으루다가 말이다.

하루가 좋았다. 300일차를 생각하며 걷는 하루가 좋았다. 아니 300일차의 문제가 아니라 어쩌면 무리하지 않고, 짐 진 사람같은 무거움 마음과 책무감 없이도 내가 충분히 꿈틀거리는 명랑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꼭 무언가를 해야한 한다는 강박감에서 벗어나, 내가 보내고 싶은 시간을 보내고, 이 시간이 흘러가 언젠가 준비가 된 내가 일어나 나의 언어로 세상에 말 걸고, 결국은 소리 높여 외치려했던 말을 다만 나의 언어로 외치게 될 미래를 그려보는 것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내일도 그런 하루가 열려있고 가라앉지 않은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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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10 19:09:07 *.121.41.236
그치 그치? ㅋㅋㅋㅋ
어우~ 난 정말 뭐 못하는게 없는거 같어~ ㅎㅎㅎㅎ
우쨌거나, 그 말 정말이라 믿을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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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0 16:24:38 *.98.16.15
이야기가 있는 사진.. 포토텔링이라고 말하면 좋을라나..
사진기"만" 좋아서가 아닌 것 같오.. 이 재능도 계속 발전시켜도 좋을 듯 한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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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10 15:23:44 *.121.41.236
20110510 002.JPG

저마다의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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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마다의 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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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10 14:59:20 *.121.41.236
202일차 (5월 10일 / 화요일)

  눈을 뜨니 새벽 4시 15분이다. 다행이다. 지각은 하지 않겠구나 싶다. 절대 눈을 감아서는 안된다 이 때 눈 감았다가 떴을 때 황망하게 지각한 적이 제법있기 때문이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떠올려보니 어제 읽다 덮어둔 책이 생각났다. 애인을 만나러 가는 사람 마냥 얼른 일어나고 싶어진다. 출첵, 이 닦고, 커피타서 앉았다.

  새벽, 시공간을 거슬러 올라가 니체의 대변자 짜라투스트라가 들려주는 말을 듣는다. 이해가 되기도 하고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하다. 그러나 상당부분 이해가 된다. 한편 되짚어보면 그가 살던 시대에 팽배했던 사상에 대해 담대하게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었던 사람이란 것이고, 그의 사상은 지금 뭣도 모르는 내가 읽으면서도 그다지 뭐 이래? 란 반응을 이끌어내지 않는 것을 보면, 그가 지녔던 위치 혹은 그가 풀어냈던 철학적 사유의 힘이란 것이 실로 어떤 정도였는지 다만 짐작해볼 뿐이다.

  책을 읽다 내게 무찔러드는 구절에 줄을 긋고 표시를 해 두었다. 따로 정리가 필요한 부분이되리라. 문득 오른쪽 창 밖을 바라보니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가 자욱하다. 운무라고 했던가? 카메라를 들고 아무리 찍으려해도 초점이 잡히지 않아 셔터가 눌러지지 않는다. 몰랐는데 내 카메라도 꽤 예민한 넘이었다는 사실을 오늘에사 비로소 알게 되었다. 민감한 녀석 비위 맞추다보니 정작 찍고 싶은 풍경은 찍지 못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그 안개 속을 찍고 싶었는데 말이다.

  커피를 다시 한 잔 만들었다. 이러다가 내 장기 속은 껄쭉한 커피 믹스들이 함유한 다량의 설탕과 프림들이 보기 좋게 차곡차곡 쌓여서, 일순간 퍽! 하고 한 방 날 먹이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는 상상을 한다. 새벽마다 마시는 이 커피에 대해 어떤 현실적인 대책이 있어야하지 않겠냐는 자문도 하면서 일단은 넘긴다. 일년 반 전 입원했을 때의 경우를 떠올린다면 다분히 경계해야하는 것이지만, 또 사람이란 망각의 아름다움과 길동무가 아니던가? 원인불명의 염증이 온 몸을 뒤덮기 전에 나름 어떤 대책이라도 강구하는 게 좋을 듯 싶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러고보니 논문도 내려놓았겠다 가족치료사가 되는 것도 내려놓았겠다, 현실에 서 있는 내 몸뚱아리에게도 다소 선처를 베풀어주는 노력이 필요할 터이다. 앞으로 그리 살면 되겠지.

책에서 니체는 "위버멘쉬"를 등장시킨다. 반역사적 퇴행의 길을 가고 있는 오늘날의 인간에게 인류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판단에서 니체가 제시한 새로운 유형의 인간이라 각주에 적혀있다. 니체는 주어진 유일한 현실인 이 땅위에서의 삶에 등을 돌리도록 부추기는가 하면 한낱 가정에 불과한 저편의 초월적 세계에 삶의 의미를 두도록 사주해온 플라톤적이며 그리스도교적인 이원론을 생에 적대적인 세력으로 규정, 뿌리쳤다 한다. 그것이 인간으로 하여금 이 땅 위에서의 삶을 하찮은 것으로, 그 자체로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으로 폄훼하도록 만들어 왔다는 이유에서였다 한다. 그리고 이같은 초월적 이상의 그늘 속에서 인간은 자기 부인과 비하를 몸에 익혀왔으며 그 결과 왜소하고 구차한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보았고 그리고 그냥 둘 경우 인간은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라고 비관했으며 어떤 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즉 왜소해진, 그리하여 고작 생존에나 집착하고 있는 오늘날의 대중적 인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인간이 출현하여 그릇된 과거를 청산하고 건강한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보았다 한다. 니체는 머릿속에 그와 같은 인간을 그렸고, 그를 가리켜 위버멘쉬라 했햇다. 위버멘쉬는 이 땅에서 구현, 달성되어야 할 현세적 이상이자 목표이며 결코 초월적 신격이나 인격이 아니라 적혀있다. 우리 모두가 이 땅에서, 그것도 자력으로 달성해야 할 개인적 이상이자 목표이며, 니체는 지금까지는 위버멘쉬가 존재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무수히 많이 출현해야 할 것이라는 희망을 피력했다 한다(책세상16쪽에서 인용).

  니체의 "위버멘쉬"를 접할 때 상당히 감동적이었다. 이런 인간 유형을 제시할 수 있는 철학자, 깊고 깊은 철학적 사유에서 그리고 인간과 인간이 사는 세상에 대한 깊은 사색과 통찰을 통해 등장한 개념이어서도 그러려니와, 이 새벽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살아있는 나에게 감명을 받는다고나 할까? 그의 사상이 맘에 든다. 인간에게서 희망을 놓지 않는 사람이어서 더 좋다. 읽으려 사다 둔 책들의 내용이 어떻게 펼쳐질 지 가슴 설레며 기다려지기조차한다.

  오직 이상적 세계로 여겨왔던 초월적 세계로 가기위한 의미 이상이 되지 못했던 현실세계의 중요성을 설파한 대목이 눈에 띈다. 그 시대에는 상당히 저돌적인 생각이었을 것이다. 현실세계가 중요해짐으로써 현재, 여기 지금 살아있는 그 시공간에 의미가 부여되고 있는 것이며, 저 너머에 있는 어떤 이상적 세계보다는 대지, 그리고 신체로서 현실세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이 흥미롭다.

  물론 읽어나가면서 이해못하는 부분이 생긴다. 그 부분은, 가만히 보면 어떤 의미로 비유되었을까를 생각하면서 읽어내려가서 더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그냥 읽기로 했다. 짜라투스트라와 마주 앉아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가만히 듣기로 했더니 좀 따라가기가 나은 것 같다.

  근데 책을 다 읽고 다시 구절을 정리해야 할 지 아니면 읽다가 등장하는 그 구절을 정리해야 할지에 대해 살짝 고민중이다. 뭐 어떻게든 하다보면 방법이야 생기겠지만, 어떤 일이든 그 시작에서는 늘 이런식의 갈등이란 양념처럼 등장하는 법이니까.
 
  그의 책을 읽기 시작했을 뿐인데, 그냥 좋다. 더구나 오늘은 석가탄신일 휴일이라 운무 낀 산을 건너다보며 종일 책을 읽을 수있는 시간이 주어져서 좋다. 아마도 내일 출근해서도 어제까지의 세상과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되리라. 아마도 그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내 발달한 직관으론 그렇다. 당분간은 그럴 것이다."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요 나는 내 영혼의 선장이리니"의 구절에 충실한 삶을 살기로 한 현재 나의 예감으론 그렇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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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10 15:27:32 *.246.77.2
20110510 048.JPG

말할 수 없는 경탄을 자아내는 안개다.
축제처럼 달뜨게 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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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0 16:23:34 *.98.16.15
내가 언냐를 쫌 알고, 언냐 스토리를 쫌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출사표부터 시작해서 위 야그들이 흥미진진하게 읽히는 건 무슨 현상이지!
언냐 글 재밌당! 술술 잃히고 느낌도 잘 전달되고.. 그러면서도 무언가 뭉클+전달 메시지도 좋고..
오호.. 이거이거 진정한 글쟁이 출현이실라나.. ^^

언냐. 언냐말대로 그렇게 살아.. 그러면 되지.. 머가 더 필요할까나..
긴 시간 이미 자신 안을 탐구하고 정리하고 힘을 쌓아왔으니 걱정안해.. 그냥 믿고 있는다구..^^

그저 이번 3백일차 프로그램이 언니의 내면을 세상과 연결시켜주는 조그마한 고리라도 되길 바랄 뿐이야.
그 또한 지금 당장이 아니면 머 어때. 언니는 시절인연 가장 절묘할 때 자신의 세계를 펼쳐갈 사람인걸 뭐..^^

그나저나 니체씨를 만나셨군.. 이 봄의 뎃또가 엄청나게 따근따근할 것 같은데..
열씸 읽으며 나도 배울께. 니체씨와의 연애 이야기 마니 들려줘^^

그거 아남? 내가 언냐 꽤 좋아하는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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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10 19:16:00 *.121.41.236
진짜 재밌어?
오호~ 그대에게 이런 말 듣는 난 뭐?
아마도 타고난 재능이 있는 거 아닌가 몰러~ 음하하하!!!!

미안, 너무 까불었다.
고마워. 내 인생 어디쯤에서 내 안으로 들어와 준 그대들이 참 좋고, 자랑스럽고, 소중해.
여러가지 너끈하게 꾸려가는 그대의 삶, 응원하고 있어.

불현듯 다가오는 그 암시에도 민감한 그대는 아마도 더 멋진 사람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야.
내가 알아.(그거 알쥐? 그렇게 된다하면 그렇게 되는거? ㅋㅋㅋ)
주변 잘 챙기면서 가자. 힘들면 언제든 이야기 하고.
내 이야기 하는 것도 좋은데 들어주는 것도 난 참 좋아하는 거 같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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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2011.05.10 18:42:35 *.117.112.82
이미 내 인생의 주인공이신 이국향님.
300일차를 함께 하게 되어서 무지 기쁘고 저도 응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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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11 12:50:18 *.246.77.2

emotic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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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2011.05.11 04:59:33 *.117.112.82
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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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10 19:20:02 *.121.41.236
어머 부족장님~ 여기까지 왕림해주시구요.
감사드립니다.
생후 6개월 신생아도 아니구만 낯가림이 좀 심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아는 얼굴 다시 만나니 참 좋습니다.
뭐든 제가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말씀하십쇼, 재주 되면 기쁘게 참여할것입니다.
300일차를 통해서 더 깊어지시고 더 행복해지시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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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11 10:29:15 *.246.77.2
203일차 (5월 11일 / 수요일)

  어떻게 된 것이 3일째부터 지각을 하냐? 눈을 뜨니 새벽 4시, 그 다음 30분, 또 그 다음 50분. 난 분명히 일어나서 출첵했는데 정신이 번쩍들어 시계를 보니 어느새 6시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에구~ 못살아 정말. 눈 떴을 때 벌떡 일어났어야 했는데, 눈 감았다 뜨니 한 시간이 넘게 지나가있다. 알면서도 또 그랬다. 에이~ 젠장! 꿈결이었네 결국 출첵은.

하긴 어제 너무 늦게 잠이 들었다. 긴 연휴에 리듬은 있는대로 깨어져서, 도대체 잠이 와야 말이지. 새벽 1시 30분은 되어서야 겨우 잠이 들었을라나? 속도 부대끼고, 울렁거리고, 미싯거리고.......임신초기의 새벽 입덧마냥 온통 속이 있는대로 뒤집어진다. 너무 늦게 잠들면 영락없이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분이시다.

어젯밤 늦게까지 책상 정리를 했다. 내 공부방으로 3개의 방을 어찌보면 어정쩡하게 걸쳐놓고 있는데, 모두다가 부분적으로만 날 만족시킨다. 쓰고 있는 공부방 책상에 짐이 넘쳐 가만히 보니 정리해야 할 책들과 자료가 수두룩하다. 맘이 좋지가 않다. 정리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왠지 좋지가 않았다. 각종 서적들과 논문관련 시험관련 자료들을 정리해서 옆 공부방 책장으로 구분지어 정리하고, 마음에도 단단해 구분을 지어두었다. 애써 기르던 자식 어디 멀리 떠나보내는 심정 마냥 더 깊이 들어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어 얼른 챙기고 돌아섰다. 인연이 되면 또 내게로 오게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여기서 그만 놔두는 것도 좋으리라 잠시 스치듯 생각하고 만다. 그래서 였을 것이다. 잠이 들지 않고 말똥 말똥. 마치 성난 상처를 건드린 마냥 좀처럼 기운좋게 뻗친 날 선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겨우 잠들어 겨우 깼으니 속이 편할리가 없다. 

겨우 눈뜨고 출첵하고 앉으니 토할 것 같다. 차가운 물을 마시고 도저히 안되겠어서 신랑 옆에 강아지 마냥 낑낑거리고 들러붙었다. 껌딱지처럼 찰싹 붙어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퉁퉁하니 이 때 참 쓸만하군! 싶다. 역시 사람의 체온이란 위안을 주는 힘이 있다. 속은 울렁울렁, 진정시키느라 가만히 누워서 오늘은 완전 죽쒔구나 생각한다. 그래도 마음속으론, 머릿속으론 열심히 어제 읽었던 책 그리고 앞으로 그려갈 내 모습 등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리고 너무 빨리 찾아온 지각에 오히려 마음 편해지는 그런 이상야리꾸리한 내 마음에 슬그머니 웃음을 보내며, 새 차 사서 흠집날까봐 조마조마하던 그 마음 없어진 것이라 또 한 판 편안하게 날 위로한다.

대신 오늘은 오후에 많은 시간 만들어 새벽활동 하지 못한 것 보충하겠다 마음 먹는다. 그리고 다시는 늦게 자지 않겠다는 결심도 공고히 한다. 딸내미 집에 오는 시각 10시 30분, 얼굴 도장 찍고 11시엔 꼭 잠자러 가겠다 굳은 결심을 했다. 그리곤, 눈을 뜨는 즉시 지체하지 않고 벌떡! 한 번에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도록 노력해야겠다 생각한다.

비오는 밤 잠들어 비오는 아침 깨어나고 비를 맞으며 출근하고 비를 보며 일지를 쓴다. 가라앉은 마음에 가라앉은 하늘, 퍽 잘 어울리는 그림이로구나 싶다. 그리고 내일을 위해 화이팅하기로 한다.

빠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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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11 11:27:59 *.246.77.2
크기변환_2010 0926 005.JPG

비오는 밤 잠들어 비오는 아침 깨어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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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11 11:35:04 *.246.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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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13 23:58:38 *.121.41.236
204일차 (5월 12일 / 목요일)

 독서.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읽을수록 맘에드는 이상적 인간형 위버멘쉬.
어떻게 보면 인간에게 굉장한 애정을 가지고 아니 거의 신을 버리고 이상적 인간인 위버멘쉬가 되는 길을 가기를 줄기차게 종용하는 그의 외침을 듣는 것 같다.

국가에 대한 비판적 시각, 교육을 통해 어쩌면 국가와 원하는 위버멘쉬에 반하는 인간상이 만들어진다고 경고하는 것으로 보이기도하고, 남자에 비해 여인에 대해서는 많은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뒷부분은 모르겠다. 현재까지 읽은 부분에서는 그렇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어제 지각한 것에 대한 뉘우침 차원에서 오늘은 정신이 들자마자 미적거리지 않고 일어났다. 그래도 4시 30분부터 활동하고 싶은 개인적 바램은 아직 실현되지 않고있다. 300일차 동안 4시부터 수련하는 것을 연습할 수 있으면 좋겠다.

책읽는 진도는 너무 느리다. 이런 상태로는 1주일에 한 권은 택도 없다.
우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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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14 00:21:50 *.246.77.2
205일차 (5월 13일 / 금요일)

 일어나 출첵하고 앉았다. 졸려 죽을 지경이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았다. 12시 넘어서 잠들었다. 더구나 어제 교보문고 광화문점 다녀왔다. 퇴근하고 차가지고 종로에 나갔다. 이 몸이 말이다.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다. 그러니 체력이 바닥이 난 거지. 그러나 뭐 할 만한 일이긴 하더라. 교보문고 지하주차장에 차 대고 그윽하게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 책 검색해서 살 거 사 다고 주문 넣어놓고 왔다는 거~ 인간 새로 된 거다. 세상에! 똑똑하기도 하지. ㅎㅎㅎㅎ 딸내미 문학 교과서 두 권을 학교에서 몽땅 누군가 들고 간 모양이다. 고등학교 교과서 구하는 게 이게 장난이 아니란 걸 어제 알았다. 아직도 두 다리가 쑤실 지경이다. 결국 4시간 가량 잤으니 한 시간 졸고나니 정신이 든다. 일찍 자자 일찍 자.

어제에 이은 독서.
니체는 여인에 대해서도 영~~ 결혼에 대해서도 영~~ 아닌가 보다. 더구나 음~~신에 대해서는.......
인간을 신과 거의 대적 가능한 존재로 보는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교회 사제 신에 대해 신랄한 비판 심지어 혐오를 느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조차 들 정도로 부정적이다.

아직 초반부 읽고있다가 가벼운 책을 읽고싶어 연금술사를 읽고 있다. 책이 술술 넘어간다. 이건 뭐 읽는 것도 아니다싶다. 읽다가 덮고 집에 왔는데 읽고 싶어 죽을 뻔했다.

오늘은 결혼기념일, 뭔 바람이 불었는지 신랑이 꽃배달을 시켰다. 학교로 갔다주겠다는 꽃집이 전화. 식겁을 하고서는 가져오지 말라했다. 그 꽃 받으려고 꽃집과 숨바꼭질을 하다가 결국은 내가 가기로 했다. 가고 싶지 않았고 찝찝했는데 할 수 없이 갔다. 우여곡절은 이야기하기도 귀찮다. 맘 같아서는 취소해버리면 딱 좋겠는데, 그 집 입장에선 하나라도 파는 것을 원하는 것 같아 야박하게 거절 못하고 먼 거리를 가지러가겠다 했는데, 가다가 차사고가 났다. 에~~~이 젠장. 귀찮았다. 번거롭고 싫었다. 해결하고 꽃 찾아 한 시간 운전해서 오는데, 파김치가 됐다. 두 다리는 아직도 욱씬욱씬 쑤신다. 버스전용차선에 있던 화물차 아저씨께서 억지로 끼어들어오다가 내 차 앞 부분 완전 밀었다. 아까운 내차. 아직 새 차였는데. 그나저나 아저씨 과실이 컸는데, 그래도 가시는 거 보니까 마음이 아팠다.

내일은 병원에도 가야한다. 갑상선이 부었대나 어쨌대나? 한 번 소리했더니 주위에서 아주 난리도 아니다. 귀찮아서 병원 갔다와야된다. 귀찮아 귀찮아 귀찮아 귀찮아....... 그리고 다리 아파 다리 아파.....

일단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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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14 00:48:49 *.246.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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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꽃 주고도 꽃 주지 못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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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14 06:18:32 *.121.41.236

어머 성희님이다~! ^^
잘 지내십니까?

그 때 우리, 커피집에서 올나이트 할 때 성희님도 있었죠?
맞나? 맞다. 외박에 재미들렸다 했는데? ㅎㅎㅎ
어이구 생각이 안나네?
떡실신에 나이의 압박까지.......ㅋㅋㅋ
커피 테이블에 엎어져서 자보기 처음이었는데 무척 신선했거든요.^^
다음에 또 해봅시다 우리?

예이~ 병원 댕겨오겠십니다.
근데 가기 귀찮긴 합니당. ㅎㅎ
와서 보고합지요.
엄마야 그러고보니 내일 우리 만나네요?
앗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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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희
2011.05.14 05:31:47 *.200.133.27
^^  요즘 국향님 일지에 푹~빠져서 읽고있네요...한편의 시트콤을 보는듯 해요.
죄송해요...사고에 몸까지 아프시다는데....
그리고..아무리아무리 귀찮더라도...병원은 하루라도 빨리 댕겨오셔야지요...
따님 학교데려다 주는일 보다도 훨~씬 더 중요한 일인걸요...
국향님 따님이라면 분명 그랬을거예요..학교 안데려다줘도 좋으니..엄마가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구요.
가족사랑의 첫번째...스스로의 건강 지키기가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에고..선생님께 제가 훈계를 하고있네요..지송해라..ㅠㅠ

아래 꽃바구니 너무 이쁘네요~
아고야~부러울 따름~~
꽃바구니보다 꽃을 보내준 사람의 마음이 부럽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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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14 10:18:00 *.246.77.2
206일차 (5월 14일 / 토요일)

 까딱했으면 또 시간 놓칠 뻔 했다. 눈 떴다 감았다 몇 번 만에 겨우 10분 전에 정신이 들었다. 어제도 늦게 잤다. 새벽기상은 200일차를 지나며 안정화되었다 생각했는데, 전날 저녁이 일상에서 벗어나면 여지없이 다음날 새벽은 무너지게 되어있다. 살이 무지하게 찌는 터라 새벽 커피를 삼가하려 했지만 한 시간을 참은 뒤 결국 한 잔 들이키게 되었다. 마시기 전 기대, 향기에 즐거움, 마신 후 그 텁텁함에 후회. 이렇게 삼박자로 매 번 아름답게 점철되는 나의 껄쭉한 다방커피(일명 커피믹스) 순례는 언제까지 이어질 지 자못 궁금할 지경이다.

연금술사 읽기를 마쳤다. 짧고 좋은 책이다. 자아의 신화에 관심 둔 나 역시 삶의 연금술을 살고있는 것이며, 나에게 예정된 진정할 보물을 찾아 더 나은 삶을 살아내는,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 내는 그런 사람이 된다면 나 역시 연금술사이다. 아름답게 빚어낸 말고 구절들, 따로 정리해두고 기억하고 읊고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자신의 보물을 찾아 피라미드를 향해 가는 산티아고의 길이 나에게 예정된 보물을 찾아가는 여정과 오버랩되고 비교되면서 연금술사가 들려주는 은유에 귀 기울이려 했다.

기억해두고 싶은 구절은 따로 정리해 블로그에 올려 두리라. 하지만 오늘은 바쁘게 생겼다. 주문해 둔 책 도착하면 내일 세미나 가기 전까지 줄창 그 거 읽어대야 되고, 아직 영화도 다시 안 본 터라 하루가 바쁘게 되었다. 결혼식가자고 신랑이 자꾸 꼬시는데 이 걸 어떻게 물리쳐야 할지 아니면 이 차에 못 논 시간을 셈하여 옆에서 놀아줄 것인지 대단한 결심을 해야할 판이다.

신랑은 내 정신이 어디엔가 세뇌되어가는 것 같다 했다.^^ 내가 단군을 너무 좋아하는것 같은 모양이다. 하여튼 질투는~~ ㅋㅋ. 나 어디 돈 갖다내는 거 없어. 나의 말이다. 정신이 문제지. 그의 말이다. 참 관심도 많아요 하여튼. 좋은건지 아닌건지. 일만 죽도록 하는 줄 알았는데 말이다.

그도 그의 삶을 열심히 살아낸다. 자기에게 예정된 보물을 찾아가는 여정일 도 있다. 각자가 중요한 자신들만의 삶, 열심히 가는 그의 삶에 때때로 존경심이 느껴진다. 꼭 무언가를 깨닫고 성찰하는 삶이라야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직 자신만을 위한 삶이 아니라 그 속에 그의 세상에 속한 사람들이 있고, 해야하는 일에 열정을 가지고 책임을 가지고 사는 삶. 그 만하게 살아내는 사람도 주변에 잘 없다. 물론 모~~~~든 부족한 부분을 99% 눈 감아주고, 좋게 해석해주고, 참아주고, 이해해주는 교양있는 나 같은 사람을 만났으니 망정이지, 안그랬음 택도 없을 일이다. 진짜다. 우쨌거나.

  1차 세미나가 먼 줄 알았두만, 이거 기억력 너무 심하게 훼손된 거 아닌가 모르겠다. 내일이었다. 젠장, 아무것도 준비된 게 없다. 하긴, 준비되지 않은 시간도 내 앞에 펼쳐진 여정이렸다. 어찌해야 한다 말하는 대신 단지 어찌하면 될 일이다.

오른쪽 창 너머 풍경이 너무 좋아 독서를 방해한다. 창을 닫았다. 하염없이 바라보고만 있어도 인생이 행복할 것 같은 이 기분, 결코 길게 빠져들어서는 아니되는 이 기분, 그 속에 있는 듯한 착각 속에서 내가 행동으로 삶으로 치열하게 살아보여야 얻어낼 수 있는 연금술의 시간을 잊게 만드는 것, 그 것을 경계할 것.
해리 포터가 밤마다 거울 앞에 앉아 부모님의 환영에 빠져있을 때 홀연히 나타난 덤블도어의 말, 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느라 삶을 망쳐간 수 많은 사람들이 있었음을 상기시키는 내용, 모두 일맥상통한 이야기다. 연금술사도 그렇게 말한다. 오직 행동으로 살아내는 삶에 대하여.

목디스크가 재발한 거 아닌지 모르겠다. 책을 보는 자세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 종합병원화 되어가는 나를 발견한다. 이 또한 자연의 섭리다. 뿌린만큼 거두는 법. 새벽활동 시간에만 국한되지 않고 길게 새벽활동의 기운을 뻗칠 수 있는 휴일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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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14 10:53:13 *.121.4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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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옆 폭포 아래 연못에선 밤마다 개구리소리에 시끄럽다.
어쩔 땐 차 대고 오다가 가까이 다가가 떽! 하고 돌아서 올 때가 있었다.
작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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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16 00:09:08 *.121.41.236
오늘 세미나 있었습니다.
뵙지 못해 아쉬웠어요.

다음엔 꼭 뵙기를 바랍니다.
300일 잘 달려나가시구요.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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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
2011.05.15 19:59:51 *.220.137.53
아! 그렇군요.
<내가 나로 사는 것>이 <빛나는 것>이군요. 빛나는 별이 되려면 자기 자신에게 더 다가가야 하는군요.
놀러왔다가 한 수 배우고 갑니다.
저도 국향님을 만나게 되어 아주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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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14 21:31:53 *.121.41.236
 논문을 놓고 독서를 하기 시작하면서 무언가 다른 것이 느껴진다.
여기 저기 놓인 낱말들이 사정없이 나를 끌어당기고 있다. 연금술사는 주위에 있는 표지들을 살피라 했지. 조각들 찾아 하나의 모양새로 완성할 수 있을까? 가끔 이 모든 것이 하나로 수렴될 운명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꼭 무언가를 완성하고 매듭짓고 해내야 하고 이루어야 하는 것이 아직은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하지 못한 거부할 수 없는 각인같지만, 나에게 말 걸어오는 만물의 신호에 반응하고 그 어떤 것이든 나를 통해 흘러가게 된다면 그 것으로 족하리라 생각한다,

읽어야 할 책 투성이다. 그 속에 헤엄치고 있는 내가 이렇게 충만할 수가 없다. 책이 다루는 상당부분은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다만 유려하고 박식하고 교양있게 풀어낼 만한 힘이 없을 뿐이다.

앞을 보고 달려가다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옆길을 걷기 시작했는데, 그 숲 길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다. 내 안이 이렇게 충만해지고 고통도 두려움도 미움도 부정도 그리고 분노도 사라진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안개 속에 있지만 적어도 있지 않아야하고 놓아야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개인적 감정이 개입되어있지 않은 것을 본다.

아무것도, 어찌보면 무얼 어찌하겠노라는 아무런 목적도 없는 듯하지만 한 일년 책 순례를 하다보면 나만의 색으로 빛날 수 있는 별이 되어있을 것이다. 무엇이 어찌되어야 빛이 나는 것은 아니다. 내 존재방식 자체가 이미 내 색깔로 빛나는 별인 것이다. 그런의미에서의 빛남이다. 내가 나로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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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14 10:59:22 *.246.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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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
택배요~

다행이다. 일찍 도착했다.
주루룩 넘겨본다.
내용이 어려워보이진 않는다.

딱딱한 교재에만 익숙한 내게 말랑말랑한 사람의 이야기는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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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16 00:21:57 *.246.77.2
207일차 (5월 15일 / 일요일)

 슬슬 걱정이 된다. 계속해서 4시 50분에 깨어난다. 활동시간이 5시부터라 지각은 아니지만, 200일차에는 적어도 30분 가량이면 일어났었는데 방학하면서 흐트러진 것인지 기상시간이 늦어졌다. 더 앞당겨보려 했는데. 잠들기 전 기상시간을 다시 되뇌이고 잠드는 훈련을 시작해야한다.

 조셉 자보르스키의 "리더란 무엇인가?"를 읽었다. 어제 택배로 받아서 결혼식장 다녀온 뒤 오후 5시 이후부터 잠들기 전까지 읽었고, 어제 읽다 남은 부분은 오늘 새벽활동시간까지 해서 뒷부분 몇 페이지 남기고 다 읽었다. 저자의 여정을 옮겨 둔 내용인데, 그의 여정이 영웅의 여정과 닮아있다.

 연금술사를 비롯하여 이 책 리더란 무엇인가? 까지, 마치 빵부스러기를 따라가는 헨젤처럼 주워먹으며 가고있다. 아직은 풍요롭지 못한 언어와 성숙하지 못한 내면세계를 소유한 덕택에 책이 어떻다 저떻다 할 말을 잃은 터이지만, 또한 저자가 속한 세계와 나의 세계는 유리되어도 너무나 유리되어있어서 뭐라 할 말이 없지만, 적어도 저자의 여정을 읽어내려가노라면 내가 어느 시점에서 문턱을 넘을 것이며 혹은 넘은 것이며...... 끊임없이 되묻게 된다. 그래서 좋은 책이다.

 과연 내게 열린 길은 어떤 길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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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16 00:31:14 *.121.41.236
300일차 1차 세미나 다녀왔다.
유익했다.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다만 아침을 먹기싫어 안 먹었고, 점심 먹는 것을 잊었고 세미나를 한 터라 끝나기 두어시간 전부터는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아마도 탄수화물이 부족한가 싶었다. 아니나다를까 밥을 먹고나니 씻은 듯이 없어지는 두통.
 하여튼 민감하기는 ~~~

인생가치, 직업가치를 다시 확인하고
경력, 천복, 재능을 아우르는 천직을 찾는데 골몰해보고 싶다.

세미나 말미에 사부님의 책 "깊은 인생"의 인용구가 있었다.
나의 결심이 더 확고해졌다. 그리고 이 후 내가 어디로 걸어갈 지에 대해 컨텐츠도 어렴풋이나마 잡히는 것 같다. 토요일 꿈벗 모임에서 심도있게 이야기를 나누어봐야 한다. 그리고 독서방법까지.

막걸리 두 잔의 기운으로 오는 버스에서 졸았더니 도대체가 잠이 오지 않아 다시 일어나 앉았다. 잠들려고 노력하느니 차라리 앉아서 할 일이나 하자 뭐 이런 차원에서 결정한것이다.

리듬 다 깨지게 생겼다. 이 상태로라면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새벽활동까지 하기엔 무리일 것 같은데, 누워도 잠이 안오니.......

어찌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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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16 00:45:38 *.121.4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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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부스러기 따라간 곳, 마녀의 집이 아니라
꽃 만발한 꿈의 정원이라면.

그러면 좋으리라,
진정 기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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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16 00:38:14 *.121.4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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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런 두런 이야기와 막걸리의 오고 감
우리 사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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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16 08:35:24 *.246.77.2
어우~ 철은님 정말 고맙습니다.^^
어제는 정말 참 좋은 날이었어요.

200일차는 제대로 뵙지도 못하고 지나갔어요.
하지만 만나게 될 사람들은 언젠가는 만나게 되지요.

정욱님과 철은님 참 잘 어울리는 가족이라 기뻤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세미나라니.......
모두가 꿈꾸는 장면이 아닐런지요.
또 저녁이 더 좋았습니다.
의자에 앉아 강의듣는 것도 분명코 의미있는 일이지만 신발 벗고 음식 앞에 놓고 가지는 만남은 특별한 경험을 하지요.

영준이도 너무 이쁘고 아가야도 참 사랑스러워서 좋았습니다.
아기가 아빠를 보고 한 순간 웃는 모습을 보았느네 거의 천사였습니다.^^

언제든 오시고 저도 언제든 가도 되지요? ^^
300일차 끝까지 싱싱하게 달려가요 함께요~~~^^

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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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6 05:12:54 *.161.157.211
잠깐 들러 인사나 하고 가려고 들른 국향님의 일지에서 한참을 놀았습니다^^
이래저래 바쁘다는 핑계로 죄송하게도 국향님의 일지는 처음 놀러왔습니다
재미도 있고 유익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도 되었네요
제대로? 뵌 것은 어제가 처음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가끔 들러 마음을 쉬어 가고 싶다...하는 마음이 몰려옵니다. 그래도...될른지요???
그냥 흔적도 없이 보고 가도 뭐랄 사람없지만 허락을 받아 문턱을 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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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16 10:45:23 *.246.77.2
208일차 (5월 16일 / 월요일)

 4시부터 카운트 다운, 한 번만 더 울리면 깨야지....
49분에 눈떴다.
아뿔사~ 지각이구나.
체념한 듯 출첵.
오늘따라 이너넷 잇스플로러는 왜 이리도 뜨지 않으시는지 원....

근데 어라? 시계를 보니, 50분?
흐흐흐흐 착각한 거다. 49분을 59분으로.
그래서 출첵했다.  유유자적하게~~ 룰루~~ ㅋㅋ
하지만 50분 기상에 굳어진 이 넘의 몸은 어떻게 할거임?
휴~

오늘은 피곤해서 가벼운 책을 읽기로 했다.
햄릿을 꺼냈다.

주옥같은 그의 표현들에 혀를 내두르며, 마치 노래처럼 싯구처럼 들려오는 대사를 음미했다.
오늘 이 책을 다 읽고 내일과 모레는 조이스의 소설 두 권을 가볍게 읽기로 했다.

어제 잠이 안와 거의 절규하는 심정으로 한 시간을 버텼더니 역시 졸고 앉아있었다. 이 때다하고 자러간 시간이 한 시였는데, 일어난 게 다행이고 너무 고맙다.

300일차 1차 세미나 후에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오랫만에 만난 꿈벗 동기 효은을 만나 정말 행복했고, 그녀와 옆에 앉아 함께 천직 찾기를 할 수 있어 기뻤다. 또한 철은님을 조금 더 가까이 알게되고 그녀에게 감동하게되고 그녀의 엄마가 되어가는 모습을 감지할 수 있어 무척 행복했다. 그리고 정욱님과 철은님의 상호보완의 하모니에도 살짝 웃음이 났고. 보기에 좋았다. 그녀는 지금 부모의 역할로 세상에서 새로운 길을 알아가고 있는 아름다운 엄마의 진지하고 풋풋한 모습이 그려졌다.

누구든 인생에 있어 헌신 혹은 희생을 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을 한층 더 성숙되게 만드는게 분명하다. 나처럼 어수룩하고 엄마 노릇에 젬병이며 지극히 이기적이기 짝이없는 경우에조차 아이들에게서는 무조건적인 희생이 가능하게 된 경험. 그 누구를 나보다 먼저 올려놓아 본 경험이 없었던 내게 무척 충격적이고 놀랍고 신비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내가 다른 모든 것을 접고, 4년의 휴직을 거쳐 , 잘하든 못했던, 그 때 나로서는 해야한다고 생각했던 것을 모든 시간과 에너지와 관심과 보호를 아이들을 위해 당연히 주었던 그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했던 시간이었다. 돌이켜본다면 치명적인 실수도 있었고 부족함 투성이었지만 그래서 가슴이 아픈 시간이었고 미안한 시간이었지만, 그런 시간을 건너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어떤 면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간접 경험은 어디까지나 간접적 경험이라는 한계를 지니므로.

오늘은 가벼운 햄릿의 아름다운 구절구절에 줄을 그으며 읽어나가기로 한다. 그저께 잠깐 논문에 대한 미련이 없다는 이야기에 신랑은 잠시 아쉬움이 남는 듯했다. 항상 말했다. 놀며 놀며 하라고. 근데 논문은 놀며 놀며 할 수 있는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니다, 적어도 나에겐. 세미나를 통해 다시 확인하게 된 나의 핵심가치를 참고하고 당분간 천직을 찾아가는 여정을 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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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17 10:59:45 *.246.77.2
5월 17일 오디세이아 읽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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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17 10:59:16 *.246.77.2
5월 16일 햄릿 읽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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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16 11:02:54 *.246.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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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복발견
그리고 다듬어 천직이란 나만의 꽃 피우기

300일차
우리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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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17 14:57:24 *.246.77.2
209일차 (5월 17일 / 화요일)

 어제보다는 약 10분 일찍 정신이 들었다. 불켜고 출첵. 200일차 새벽시간의 그 무거웠던 마음에 비해 부담감도 적고 무엇보다 하고싶은 마음이 먼저이고 오후의 다른 활동 조차 시간이 아깝고 얼른 집에가서 새벽에 하던 일 마저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굉장한 마음의 변화다.

어젯밤 9시 30분은 되어서 돌아와 햄릿 읽던 것 마저 읽었고, 약 5분의 1정도 읽다 덮어두었던 오디세이아를  읽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마저 읽었고 오늘 출근해서 뒤에 남아있던 몇 장 읽었다. 고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서사시로 쓰여진 책을 읽었어야 했는데 평이한 문체의 번역본을 읽어서 묘미가 덜 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음엔 고어체의 서사시를 읽어보기로 한다.


새벽활동 접고 출근 준비하는 그 시간이 싫다. 더 일찍 일어나서 활동하도록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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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
2011.05.17 20:10:11 *.104.12.140
어쿠야.. 국향님 단군일지는 벌써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 것 같아요.
한번에 다 읽으려니 머리가 지끈지끈.. ㅎㅎ
자주 자주 들러 국향님 향기에 홀딱 빠져야 겠습니다.
말씀만 맛깔스럽게 하시나 했더니 이제는 글빨까지.. ^^
국향님옆에서 그 쉑쉬하고 매력적인 목소리로 이야기해주시는 것 같아요..
즐겁게 이야기 듣고 사진도 보고 갑니다..
(도대체 다들 하루가 24시간이 맞나요? 허허.. 정말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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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17 22:14:48 *.121.41.236
오우~ 섹쉬하고 매력적인 목소리....? 좋아 좋아  ㅋㅋㅋ
제 목소리 듣기 좋다고 하는 사람 소라님이 처음인 거 같슴다.
 취향이 특이하신거 맞죠? ㅎㅎ
어쨌든 마구마구 즐거워집니다.
그래서 칭찬은 만병통치약, 우는 애도 뚝 그치게 하는 도깨비 방망이

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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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18 14:08:34 *.246.77.2
210일차 (5월 18일 / 수요일)

 4시 30분 가량에 일어난 건 완전 정신력이다. 12시 넘어서 겨우 자러들어갔는데 그래도 일어났다. 몽롱하다. 조이스의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을 좇아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잠오기 딱 좋다. 특히 이렇게 피곤하게 겨우 일어난 날은.

한 시간 가량 책 읽다가 딱 5분만 누워있으려 했는데 자버렸다. 이렇게 읽기만 해서는 될 일이 아니라 필요부분 필사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못하고 지나가고 있다. 읽을 때와 또 필사할 때가 다를 것 같은데. 21일 이후 방법을 좀 알아내서 적용을 하기는 하겠지만 며칠이어도 마음이 답답하긴 하다. 전화해서 물어봐도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얼굴보고 이야기하기로 한다.

단순한 생활의 연속이다. 일어나 책 읽기. 다 읽으면 다른 책 건너가기.
무언가 해야 하는 것을 하지 않고 넘어가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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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희
2011.05.18 22:36:53 *.105.125.156
반갑군요.
늘 누가 같은 마음 씀씀이에 대해 고맙고요.
ㅋㅋ 제가 1살 많기는 하지만, 누가 같다.ㅎㅎ

일지 쓰기에 참 열정정이십니다. 부럽습니다.
저는 글쓰기에 영 속도가 안 나서리...

천복을 찾고 천직으로 승화하는 과정에 우리가 서 있습니다.
이 기간에 우리들의 심층준비된 발표와 집중토론 등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그게 잘 안되는 듯하여 너무 안타깝군요.
이렇게 300일차도 지나가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초조해 지기도 한답니다.

정말로 천복과 천직에 대해서는 몇 십만원씩을 들여서, 몇 일 밤을 지새우더라도 그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제가 지난 10년 이상을 고민하고 고민한 것들이 바로 그것이기에 그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지요.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것들이라 확신합니다.

늘 따뜻한 마음에 감사드려용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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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19 04:20:53 *.121.41.236
안녕하세요 인희님?
고맙습니다.

여럿이 함께가는 천복과 천직찾기의 여정
함께가는 길이지만 혼자만의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험하고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각자의 자리에서 시작하는 것이겠구요.
인희님께서 바라시는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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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19 08:49:13 *.246.77.2

211일차 (5월 19일 / 목요일)

 3시 58분 번쩍 정신이 들었다. 어제 퇴근해 두어시간 책 읽고 열시 반 가량 잠들었더니 확실히 일찍 정신이 들었다. 활동시간보다 약 한 시간 이른 시간에 독서를 시작했다. 어제 몽롱하게 읽었던터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읽어나갔다. 무슨 말인지 도대체가 왔다갔다하던 어제 새벽과는 달리 퇴근 후에는 그 내용과 표현 등이 의식 속에 들어왔다. 독특하고 표현이 좋다. 어떤 부분은 마치 내 머릿 속을 헤집고 다니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일어나자마자 화장실 들렀다가 몸무게 재고 커피를 한 잔 만들어 공부방으로 들어갔다. 창문을 열어두기로 했다. 시원한 새벽 공기와는 달리 시원하고 환한 그 어떤 풍경도 보이지 않는다. 아직 날이 밝지 않았다. 커피는 다방커피에서 몸무게와 내 껄쭉한 장을 생각해 묽은 커피로 대체했다. 잘 한 일이다. 덕분인지 한 이틀 동안에 몸무게가 0.5 킬로는 감소했다. 약 2년동안 약 6킬로가 불어났다. 그에 따라 몸이 둔하고 기분도 상쾌하지 않다. 관리하고 운동해야한다. 일단 커피부터 줄여보기로 하고.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젊은 예술가의 초상" 2장까지 읽었다. 주인공은 소년에서 자라 청년이 되었다. 읽던 책 덮고 출근하는 거 싫어지고 있다. 언제부턴가. 학교에 책을 가지고 가면 종일 짬만나면 그 거 들여다보느라 학교 사무 진도가 나지 않는다. 오늘은 할 수 없이 읽던대로 책상위에 두고 왔다.

현실과 꿈의 간격, 그 사이의 균형과 조화.
항상 그것이 문제다.

현실에 발 딛고 꿈을 향해 나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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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20 12:50:20 *.121.41.237
212일차 (5월 20일 / 금요일)

 출석하고 독서, 젊은 예술가의 초상 3장을 읽기 시작했다. 비온다. 잠도 온다. 한 시간 반 가량 읽고나면 잠이 온다. 어제도 그랬다. 스티븐 디달러스의 의식의 흐름을 세밀하게 표현한 부분이 기가 막혀 밑줄을 여러군데 그어두었다. 저런 감칠맛나는 묘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표현은 아닌 것이다. 근래 저런 표현들이 눈에 들어온다.

좀 더 속도를 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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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20 12:51:37 *.246.77.2
어제 아침부터 다시금 나의 판단에 대해 회의가 들기 시작한다.
일시적인 것인지 단지 호르몬의 작용에 의한, 아니면 완전히 잘못된 판단에 의한 것인지 그 기준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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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21 06:04:48 *.121.41.237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젊은 예술가의 초상" 읽기 끝냈다.
새벽 3시가량부터 어제 읽다 둔 부분부터 읽었다.
자전적 소설이라한다.
그에 대해 이해할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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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21 12:44:00 *.246.77.2
213일차 (5월 21일 / 토요일)

 9시 30분 책읽다 잠들었는데 정신이 들어 시계를 보니 12시 30분. 정신이 맑고 잠도 달아났다. 늦게 들어온 신랑이랑 이런 일 저런 일 두런두런 이야기하다가 미드 뼈로푸는 살인사건 본즈 한 회를 보았다. 젠장 한 밤중에 뭔 이런..... 이 야밤에 뼈로푸는 살인사건이라니 취향하고는 하여튼~~. 어찌되었든 그건 그의 취향이니 찰싹 달라붙어 친한 척하면서 한 편을 봤다. 뭐 그런대로 봐줄만하긴 하지만, 그래도 얼굴 볼 시간도 없는 터이니 사람 봤을 때 친한 척 굴어주는 센스, 그래야 결국 내게 이롭다는 다년간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나의 기막힌 처세술. 안 똑똑해도 똑똑하다고 해주면 진짜 그런줄 알고 여유로워지더라는 ㅋㅋㅋ....

한 편이 끝난 뒤 또 시작하는 바람에 클나겠다 생각하면서 공부방으로 들어와 책 읽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문도 한 번 열어보는 나름 의미있는 의식을 거행한 후에 독서 시작. 거의 세 시간을 읽으니 어제 읽다 만 부분을 다 읽었다. 뒷부분 해설까지.

캠벨의 책에 언급되는 작가라 읽기 시작했고,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좀 낯 선 느낌이 있었지만, 이젠 그의 다음 이야기 "더블린 사람들"을 읽고있다. 조이스의 책을 읽고 사다 던져둔 책들을 있는대로 읽어제낀다음엔 본격적으로 아니 보다 정식으로 책읽기에 돌입하려한다. 그동안 사다두고 읽지 못한 책들이 너무 많다.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거의 조이스의 삶을 그대로 다룬 것이라 볼 수 있다고 소개되어있다. 어릴적 환경으로부터 시작하여 그의 영혼이 내밀한 변화를 거쳐 자신만의 이야기와 생각을 다듬고 종교 정치 지식의 세계 등 일상적이고 평범한 세계를 넘어, 부모조차도 넘어 자신만의 광활한 자유로운 세계로 날아가는 모습이 그려져있다. 단지 책 한권을 읽었을 뿐인데 나는 그를 잘 아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내면이나 의식의 흐름이 세밀하게 그려져있다.

비가왔고 종일 흐리다. 오후에는 꿈벗들을 만나러 갈것이다. 벗들에 기대어 나도 성장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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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22 23:16:49 *.246.77.2
214일차 (5월 22일 / 일요일)

 충전기에 휴대폰을 걸어두고 잤는데 자다보니 무슨 난리가 난줄 알았다. 정신이 퍼뜩 들어보니 건넌방 충전기에 꽂아서 책상위에 올려두었던 휴대폰이 줄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울다가 떨다가 하여튼....그 새벽에 쇼를 하고있었다. 알람소리와 진동을 동시에 걸어두었더니 지 혼자 튀면서 떨다가 책상위에서까지 떨어졌던 모양이었다. 후닥닥 일어나 얼른 애 달래듯 달래놓고 시간을 보니 휴~ 다행이다 싶었다 52분이었다. 느긋하게 출석을 하러 갔는데 오늘은 전부 뭔 일이 있는지 썰렁했다.

나의 트레이드 마크와 같은 ㅋㅋ 책가방을 트렁크에 놓고 가져오지 않았다는 게 생각나 오늘은 사랑의 기술을 다시 읽기로 했다. 얇기도 하지만 읽은지 오래된 터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내용을 다시 읽고 싶기도 했다. 두 번 읽기를 하면 늘 그렇기는 하지만 역시나 처음 읽었을 때와는 다른 곳에 눈이 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의 기억이 새로웠다. 그 때까지만 해도 사랑이란 나에게 솟아오름 혹은 생겨나주는,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는 감정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사랑이라는 것을 수 많은 종류의 기술과 마찬가지로 배우고 연습해나가야 숙련 가능한 기술로 다루고 있다는 것에 엄청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우리 대부분은 이렇게 사랑이란 감정이 누군가와 눈이 맞아 혹은 통하여 생겨나주기를 수동적으로 바라는 것이 보편화되어있는 사회에서 사는 것 깉다. 그러나 이 것을 내가, 능동적으로 연습하고 실천을 통해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으로 본다면 사실 수 많은 관계에서의 갈등도 그 해결책이란 것이 의외로 쉬울 수 있는 것이다.

책  한 참 재미붙여 읽어나가려는데 식구들의 방해를 받아 오전엔 딸내미와 온갖 이야기를 하느라 바빴고 오후엔 장봐서 밑반찬 만드느라 시간 다 보냈다.

이 사랑이라는 것을 때때로 의식적으로 실생활에 적용 혹은 응용해 볼 때가 있는데, 결과에 따르면 확실히 사랑은 느끼는 수동형이라기 보다는 능동적인, 기술을 익힐수록 점점 더 관계가 좋아지게 하는 그런 좋은 기술임에 분명하다는 생각을 한다.

맞다. 사랑은 확실히 능동적으로 익히고 연습함으로써 점점 더 숙련되는 기술인 것이다. 이제 읽기 시작했으니 독서 후에 한 입으로 무슨 말을 할 지는 모르지만 현재까지로서는 그렇다는 것이다.

허리디스크는 거의 나은 것 같은데 이젠 목디스크가 문제인 것 같다. 또 병원엔 가야하는가? 내가 그렇게 침 맞는 것과 인연이 깊은 줄 몰랐다. 목이 너무 무거워 받치고 있는게 힘이든다.

내가 이상한게 맞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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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24 05:54:50 *.246.77.2
215일차 (5월 23일 / 월요일)

 사람의 마음에 대해, 행동의 이면에 대한 통찰이 발달해있다고 해서 상담가나 치료사의 역할만 잘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다른 형태로서 얼마든지, 다수의 사람들과 관계하고 변화를 위한 발걸음을 독려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꼭 상담가나 치료사를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내가 세상을 향해 가장 자유롭고 편안하게 말 걸 수 있는 언어로 다가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의 기술 읽고 있다. 얇은 책인데 이 속에는 우리가 사랑에 대해 알아야 할, 아니 어쩌면 독립적이고 자유로우며 건강한 인격이 형성되었을 때에라야 남녀간의 사랑도 부부관계의 지속도 또 부모의 역할도 할 수 있다는 지극히 단순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기 존재의 중심으로 우뚝 선 사람만이 사랑을 할 수 있다. 세상의 온갖 형태의 사랑의 난무, 그 속에서 허덕이는 많은 성인들은 그의 이야기대로 자신들의 능력 즉, 사랑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랑하기에 충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인 것인지.

단지 사랑을 기술이라고 표현할 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의 범위란 게 얼마나 넓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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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24 11:14:29 *.246.77.2
진실한 사랑은 생산성의 표현이며, 보살핌과 존경과 책임, 그리고 지식을 포함한다. 그것은 타인에 의해 생겨나는 '감정'이 아니라 사랑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근거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의 성장과 행복을 능동적으로 갈구하는 것이다. 86p

-에릭 프롬, 사랑의 기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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