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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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畫. 談
시가 되기도 하고
한폭의 그림이 되고
한 편의 이야기가 되기도 하는 삶에 대해,,,
기상시간 :6시
*0918 새벽을 보내며 이 간단함을 넘어 성의없어 보이는 출사표에 덧을 달고 싶어졌다.
이번 300일을 하면서 '하고싶다'가 아니라 운영진인데 '해야한다'라는 발목이
자꾸 머리채를 끄잡아 댕겨서 선뜻 마음이 생기지 않았었다.
그렇게 지리산에 다녀왔고 그곳에서 작은 꿈하나는 가지고 왔다.
그래, 그동안의 사진과 낙서들, 한데 모아놓아보자.
이 모음이 어떻게 쓰여질지 모르지만 워낙 정리정돈이 안되는 사람이라서 여기찔끔 저기찔끔 흩어져 있는 것들을 모으기만이라도 해보자 였다.
그렇게 붙여진 이름
時. 畫. 談
다시 새벽을 맞고 보내면서 나는 다시 이 새벽을 사랑하게 되고 있는 중이다.
이번 300일은 그리 가보려고 한다.
새벽을 마음깊이 스며들게하고 온통 나를 물들이고 그것으로 이 작은 시화담 100개를 만들어보려한다.
<<시.화.담.100>>을 위하여...


아주 멀리까지 가 보고 싶었다.
그곳에서 누구를 만날 수 있을지...
아주 높이까지 오르고 싶었다.
얼마나 더 먼곳을 바라볼 수 있을지...
멍하니 앉아서 쉬기도 하고
가끔 길을 잃어도 서두르지 않고
촉촉한 땅바닥과 앞서 간 발자국
언덕을 넘고 숲길을 헤쳐
발걸음 닿는대로 그렇게 끝없이 이어진 길을 걸어갔다.
새로운 풍경에 가슴이 뛰고
별것 아닌일에도 호들갑을 떨면서
작은물병 하나, 먼지 낀 카메라
때묻은 지도 한 장 들고서 우린 떠났다.
(김동률의 출발 가사 중에서...)
우리의 여행은 딱 저 노랫말을 닮았다.
돌아와 보니 우린 목적도 계획도 없이 떠났고...
쏟아지는 별무리를 땅바닥에 드러누워 가슴에 담았고...
저 언덕너머 하늘문 앞에서 흘러내리던 땀방울 닦아내고
가슴 속 등불이 환해짐을 보았다.
저 하늘문을 들어서면 곧 또다른 길로 이어질 테지만
우린 성큼성큼 바람을 맞으며 그 안으로 들어섰다.
그때 우리 모두는 '한번도 실패해보지 않은 사람들' 같았다.


앙다문 입술, 발끝까지 힘주고 서 있는 단정함 보다는
해질녘 물 위에 몸 맡기고 떠있는 불빛들처럼
힘. 빼. 고
그냥 다정해지고 싶게하는
그냥 웃고 싶어지게 하는
그냥 순하게 살고 싶게 한다.
그. 곳. 에. 선. .....


골목 귀퉁이 귀퉁이 저마다의 일상을 꾸려가는 사람들
낡은 담벼락엔 누군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스며들고
그 마음 또 다른 누군가의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어느새 늘어나는 주름에 연연하지 않을 즈음의 아낙네의 손길이 소소히 묻어나는 담벼락처럼
특별할 것도 없고 아무렇지도 않은 그들의 이야기가
지나는 나그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그저 아무말 없이
바라만 보겠습니다
고요한 묵시아래
내 떨리는 심장소리
고스란히 전해지도록
가끔은..
천마디 언어이기보다
하나의 침묵이고 싶습니다.

마음의 일은 말하기 어렵다.
마음의 나라의 노을과 바람과 시간의 질감을 말하기는
_김훈의 내 젊은 날의 숲 中-

살다보면...
중요한 고요가 머리를 지나갈 때가 있다는데...
순간 그랬다.
온통 사방이 고요해지더니 내 안의 작은 울림마저도 멈추는 듯 했다.

시 .화. 담 6(09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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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에 서면 깜깜했던 가슴 속에 환한 등불이 일제히 켜진다.
잔잔하던 마음의 물결이 찰랑이며 일어서거나
휘몰아치던 마음의 물경이 찰랑거리며 잔잔해진다.
긴 그림자를끌고 다니던
내 언 봄에 와 닿던 너의 첫 마음을 기억한다.
봄 꽃이 피었으니 함께 가자던 나직한 음성
그때 만났던 풍경 하나
그랬다. 난 네게 저 예쁜 살구꽃나무이고 싶었다.
그랬다. 넌 나를 분홍빛 살구꽃처럼 빛나게 했다.
몇번의 계절이 바뀌고 몇년의 시간이 흘러도
그대를 떠올릴 때면 끈풀린 연처럼 솟구치는 마음
그렇게 기난긴 인연을 추억 한편으로 남긴 채
이 거리에 서면 여전히 살아오는 그대 얼굴
여전히 밝게 빛나는 분홍빛 살구꽃이게 싶게 한다.

가파른 삶
언덕배기 헐떡이며 오르고,조금 쉬었다 갈라치면
다시 시작되는 언덕배기 삶.
언제부턴가 작은구릉이라도 나오면 이젠 숨이 먼저 헐떡인다.
굽이 굽이 차오르는 삶
수없이 반복되는 그 굽은길과 언덕 앞에서
나는 절망하고 아프다.
버둥거리면서 그저 위태롭고 혼란스러운 이 삶이
결국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나는 모른다.
지금것 걸어온 길이 직선도로는 아니었다.
끊임없는 오르막과 내리막을 오고 갔고
수없이 많은 갈림길 앞에 서야 했다.
그러나그땐 새로운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있었다.
목적지와 방향이 분명한, 비록 그길이 가파른 길이라 할지라도 ...
지금의 문제는 방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나아가야 할 표지판을 잃었다는 것이다.
맞추어야 할 과녘을 상실했다는것이다.



노란 머리핀을 했던 소꼽놀이 그 소녀는 간 곳 없는데
깨어진 기와장 위에 남겨진 사금파리는
바람을 홀로 맞는다.
이끼도 말라버린 기억 속, 남겨 진 큰 바윗돌 밑엔 민들레.
어느새 노란 꽃잎을 지우고 허공을 향해 홀씨를 날린다.

난.............................
매일밤 태엽을 감는 새처럼 매일아침 태엽을 감고 어딘가로 흘러가는 것같다.
태엽감는 새는 딱 고만큼, 태엽이 감긴만틈 빙글빙글 맴돌 뿐 더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태엽이 멈출때 즘, 그 자리에 놓여져 꼼짝을 하지 못한다.
마치 내가 그런 것같다. 뭐든 시작하고 나면 지치는 지점도 항상 거기.
누군가와 인연을 맺어도 더 이상 깊어지거나 멈추어서는 단계도 항상 그 언저리.
인내로 열매를 맺어보리라 다짐하지만 그 인내가 바닥을 드럼내고 멈추어 버리는 것도 또 거기
또 그자리에 놓여져 그 자리를 맴돌뿐... 임계점을 넘어서지 못하는 나.
이미 정해진 위치에서 멈출 듯 쓰러질 듯 계속 반복이다.
태엽을 좀 더 오래 감아놓으면 가능할까? 그 임계점을 넘어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항상 멈추던 그 자리를 넘어 더 오래 더 멀리 더 높이 나아갈 수 있을까
성장은 없고 반복만 있는 이 두려운 패턴을 바꾸어 버릴 수 있을까
혁명이 필요하다.
더 뜨겁고 더 치열하고 더 선명한 ...


그리운 저녁 |
가끔 어릴적 하늘이 보고 싶다 하늘을 물들이던 몇조각의 구름들과 날아가던 새 보라빛의 해지는 하늘 그리고 하나 둘 새롭게 총총 떠오르는 별 눈 감고 있으면,,, 어느새 가슴으로 떨어져 내리던 저녁 어스름 말해주는 사람 없어도 어느새 갈곳을 알게 하는 어스름 깊어가는 하늘 바라보던 그런 저녁이 그립다 들깻단을 터는 노인의 등에 잠깐 내려앉는 저녁해는 어쩐지 들깨향 같았다 그 노인의 몇몇 살이거나 스물 어디쯤이거나 서른의 어느 고갯마루 이거나 날아오르는 새의 날개짓처럼 한번쯤 이름을 붙여 부르고 싶은 몇개의 기억들 어느날 힘찬 도리깨질로 터져 나오는 향긋한 깨알처럼 수없이 많은 그리움들 |


한바탕 폭풍우 지나간 자리가 그러하듯
기다리라
맑은 해는 다시 돌아오리니
마음이 스러져 울게 되더라도
같은 하늘 아래서 지나가리니
이것과 저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좌절과 희망은 함께 있다.
두려움과 용기는 늘 함께이다.


"사각사각" "사각사각"
연필을 깍는다.
깍이는 연필을 따라 내 욕심도 깍아내린다.
욕심도 미움도 원망도 다 내려 놓아본다.
비워낼 수 있을까
모든 것을 다 내려 놓을 수 있을까
그리하면 진정 자유로워질까...
사각사각 흑연의 까만심을 깍아내며
내 안의 검은 핏덩어리들을 쏟아놓는다.
깍고깍고 또 깍고
쏟아붓고 또 쏟아내 가벼워지자
솜털처럼 가벼워지자.
아무리 아파도 다시 주워담으려는 말자


넘어져가며,,,실수하며,,깨우쳐가며
용서해가며,,너그러워져가며,,연민하고, 불쌍해하며
어미새처럼 품어가며....
때로는 우리가 서로 다른 생각으로 잠시 눈을 흘기고 분노하고 섭섭하다해도
그 시각은 흘러가게 둬야한다.
저 하늘의 구름처럼...저 언덕의 바람처럼...자유로워야 한다.
날이 추워 얼음이 언다고 그것은 물이 아닌가
언제나 봄강처럼 얼음이 풀리고 흘러야한다.


한사람 바라보는 건, 해돋이 기다리는 것
차오를 때까지 눈 못떼고
조금만 더 기다리자 기다리자...
가슴이 벌겋게 그 사람으로 물드는 것
그러나 그렇게 한 순간인 것.
절정이 지나면
긴 하루가 시작되고 마는 것
그. 랬. 다.
한때 이렇게 생각했던 때가있었다.
이런 내가 이제 나이를 먹나보다.
실은 그게 다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멀리 떨어져 만나지 못하면서도
서로 건강히 오래도록 웃으면서 살아주기를 바라는 이산가족의 그 애틋한 마지막 인사 같은 것
마음만 있을 뿐 서로 가엾고 방법이 없을 때
그 안에 깃든 마음을 이젠 알겠다.
내 마음에도 이젠 바.람.이. 부.는.가.보.다.
바.람.이. 분.다.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기어히 오고야 만다.
하룻밤 지나면 어느새 길어진 감정의 꼬리가
가슴을 칭칭 동여매고야 만다.
*슬레이트 지붕을 휘감고 있는 저 담쟁이 넝쿨을 보고
누군가는 미친사랑을 떠올렸다고 한다.
벗어날 수 없었던 감정들 때문에 고민하고 아파하던 날들의
어느 날들은....많이 공감했었다.
이젠 난 저 긴 생명력 앞에서 내 삶이 저렇게 간절한 진심을 담아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크게 보고, 다양하게 생각하고, 틀에 갖히지 않고, 외부의 압박에서 자유롭고,
그리고 아주 약간의 행운을 바라는 것 외에 욕심내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
군더더기없는 간절한 짐심을 담아내면 좋겠다는 생각에 잠깐씩 놀란다.

언제 따낸 잎들인가 한참을 생각한다.
얼마동안 저 글자들 사이에 눌려 있었는지
기억할 수가 없다.
누구에게 받았던 꽃송이일까.
아니, 시내에서 돌아오는 길
나에게 그냥 사주고 싶던 꽃이었을지도 모른다.
순간을 기쁘고 아프게 했던 기억들은
하나 둘 잊혀져가지만,
시간은 그 순간을
아름다운 색으로 남겨 놓는다.
그러니 너무 서운해 말자.
그러니 너무 부여잡지 말자
다시 병원신세를 졌다.
저녁 퇴근길에 몸이 이상하다 생각했고 출근길에 열이났고, 오후에 잠시 외부 강의를 나가는 길에 정신을 놓았다. 전기가 나가듯 갑자기 깜깜해졌고 식은 땀이흘렀고 눈을 떴을 땐 별들이 요란하게 보였고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을 보았다.
꾸역꾸역 해댄 결과다. 몸에 나이가 깊이 들어오고 몸이세월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요즘 난 뭐든 꾸역꾸역이긴하다. 먹는것도 꾸역꾸역, 일도 꾸역꾸역...
병원 침대에 덩그러니 누워 링겔투혼을하며 꾸역꾸역인 지금의 내 삶이 어디로 갈런지 무서웠다.
이리저리 불려다니며 검사를 하고 마치 도망이라도 치는 사람처럼..삼일만에 도망나오듯 나왔다.
이런 내가 무섭다.
가끔씩 쓰러져 버리고 마는 내 몸이 무섭고
그걸 태연히 받아드리는 마음이 무섭고
무엇보다 또 꾸역꾸역 거리며 살게 될까봐 무섭다.

올 가을엔 꼭 꽃시장에 가서 국화 화분을 들여 놓으리라 생각했다.
국화향이 온 집안을 물들이는 것이 좋아 해마다 들여놓던 국화 화분을 작년에 걸렀더니 먼~~이야기가 된 것 같다.
평소엔 대면대면하는 신랑이 꽃을 상자 째 들어서 차에 턱하고 실어 줄때는
내가 아무리 비틀어도 열리지 않는 병을 뻥 소리나게 열어줄 때처럼 기분이 좋다.
소박하고 얌전하게 피어있는 그러나 그 향기 온 집안으로 퍼져 스며들고 물들이고 마는 꽃을
옆에두고 따뜻한 밥을 먹거나, 커피 한잔을 하거나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가 오거나 혹은 스산함이 깊어 낙엽이 떨어지는 날,
창밖과 꽃을 번갈아 바라보며
이 소소함이 곧 행복임을 알게 되는 내가
문득 참하게 늙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같다.
그래 올 가을은 그렇게 참하게 늙어가야겠다.
(병상일기- 병원 침대에서 쓰게 되는 글들은 치열하지 않다.
무언가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거나 핏빛의 선명함을 담아내지 않는다.
그저 삶의 소소함이 묻어나고 그 사소함이 행복으로 다가 온다.
그래서 팔뚝에 링겔 바늘을 꽂고 쓰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 느낌표!!!)


모든 시작하는 사람들!!
어디로 가슴을 내밀었든 부디 멋진 한 골 넣을 수 있는,
그런 날들 만들어가길 바란다.
나도
그 스무살 열정으로 다시
그물을 찢고 날아갈, 그런 볼을 날리고 싶단 말이다.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미안하다 - 정호승
해가 많이 짧아졌습니다
다시 또 한 계절 흘렀나 봅니다
우리가 지나온 그 길에도
벌써 깊은가을 여운이 깨어 몸을 털겠지요
사람이 길을 밟고 지나오며 아쉬워하듯
계절도 길을 밟고 지나오며 아쉬워합니다
아쉽습니다.. 아쉽습니다.. 아쉽습니다
조금 더.. 사랑하지 못해 그렇습니다
조금 더.. 잘해주지 못해 그렇습니다
"조금 더"를 "조금 더"하질 못해 그렇습니다


가을
도토리 하나
껍데기를 벗고
툭,
제 몸을 던져
깨우는 소리에
화들짝
붉어지는 잎새
혼자서 걷는 산길의 고요함 속으로 열매하나 툭 하고 떨어지는 소리에 길을 멈추고
뒤돌아본다. 숲길 저 쪽에서 눈부시게 번져오는 가을빛, 많은 말 없어도 그윽함이
번져나는 사람 같은 가을, 그런 가을이다.
거지가 밥 동냥을 하며 다 돌려면 1년이 걸린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섬진강변의
풍요롭고 아름다운 평사리들판에도 가을빛이 그윽하다.
'가을들판이 딸네 집보다 낫다'는 속담처럼 이만치에서 그저 황금빛 들판을 바라만
보고 있어도 배가 불러오고 마음 따시다.
이제 저 너른 들판의 황금빛이 하나둘 거둬지면 찬서리가 내리고 겨울이 오겠지.
들판을 스쳐가는 겨울 바람소리에 행여 누가 찾아왔나 가만 창문을 열어보며
봄을 기다리겠지.


섬 진 나 루
산과 산을, 마을과 마을을 가르며
그저 흐르는 것이라 여겼었는데
다가서 찬찬히 들여다보면
강은 제 가슴에
푸른 하늘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강은 제 가슴에
깊은 산을 기르고 있었습니다
강은 제 가슴에
따뜻한 마을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강은 제 가슴에
불빛 하나까지도 오롯이 거두고 있었습니다
산과 산을,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며
아, 쉼 없이 흐르는
사랑의 강인 것을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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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손대지 않는다면 강은 변함없이 흐를 것이다.
큰 물에 조금은 생채기를 맺고 조금은 돌아가겠지만 강은 그렇게 흐르고 흐를 것이다.
그런 강처럼 살자. 변함없이 생은 흐를 것이고 크고 작은 일에 깨지고 다쳐
비록 생채기가 남는다 해도 웃으며 살 일이다.
사랑의 강이 그러하듯...

아이학교 시험감독이 있는 날이다.
회사일에, 또 다른일에(단군을 포함한...)는 정성을 훨씬 더 들이면서
정작 아이 학교일에는 소홀하고 마는 내 자신을 반성한다.
꼭 이럴때만 반성한다.
무튼 중3 아이들 ... 중2인 울 아들과는 무언거 분위기가 다른 아이들...
머리도 조금 더 긴것 같고, 치마는 좀더 짧은 것 같고...
문제를 받아들고 답안지를 받자마자 15분도 안되 엎어져 버리는 아이들이 몇몇 눈에 띈다.
가서 조용히 어깨를 만지며 ... "다 풀었니?" 하고 물어보고 싶어진다.
다시 한번 검토해보라고... "모르는게 있어도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더 고민해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하지만 괜한참견 일 것 같아 말기로 한다.
"포기부터 배우지 말고 끈기를 배우라고...
혹 틀린 답이라 할지라도 끝까지 고민해보는 고민하는 방법을 배우라고 ...
그렇게 틀린 것은 절대 포기해서 틀린것과는 다른 것이라고...
그렇게 인생을, 삶을 배우는 것이라고..."
그들이 아닌 내게 말해주고 싶은 하루였다.

칫솔을 물고 그동안 '마음에 담고 보살핀' 화분을 둘러본다.
지난날 나의 과분한 애정에도 불구하고 시름시름 잎을 퇴색시켜
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거기에 있었는지 조차도 잊은채 마음주지 않을 때는
멀쩡히 잘만 크더니 이게 웬 앙탈인가 싶어 모른척 해버리고 싶다.
그러나 뭐든 잊어야 겠다고 생각하면 다음 순간, 심하게 '애틋해지는' 지병이 있는 나는
화분을 빙빙거리고 잎을 하나하나 닦아도 줘보고
햇빛과 바람과 물을 어떻게 주면 좋을지 생각에 잠겨 생각에 생각의 꼬리를 물곤 한다.
순간 내게도 이런면이 있었나 싶다.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모습이다.
그랬다. 화분 같은건 아예 키울 생각도 없었거니와
어쩌다가 한철 꽃을 보기 위한 화분을 들여도 생이 다하면 그또한 그러려니 했었다.
나도 모르는 이런 모습들... 저 깊은 곳에 차곡차곡 담았다가
어느날 조용히 수면위로 새로운 내가 솟구쳐
십년쯤 뒤엔 온전히 다른 인간으로 새로이 태어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프훕~~정말 그러면 좋겠다. 내가 모르는 전혀 새로운 인간이 되고 싶다.
웃긴다. 베란다에 퇴색해져 가는 화분 하나에서 나도 모르는 전혀 새로운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내가....

지리산 여행지기들을 만났다.
하루종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지난주 병원 신세를 지는 바람에 할일이 태산처럼 쌓였고...
시간을 할애해 좀 더 늦게까지 업무를 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기도 했는데...
단군4기 지리산 여행지기들과의 만남은 일에 대한 부담을 떨쳐버리기에 충분했다.
서둘러 약속장소로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즐겁다.
가을을 흠뻑 머금은 바람이 어루만지는 것도 좋았고
더 깊어진 그들의 눈동자를 마주하고 술잔을 기울이고
그들의 사랑얘기를 듣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들의 사랑얘기를 들으면서 나의 사랑을 떠올렸고
내게도 설레임을 줄 사랑이 찾아올까~~싶기도 했다.


아들과 꽃시장을 다녀왔다.
늘 옆지기가 꽃상자를 옮겨주었는데...
올해는 아들이 꽃상자를 턱턱 옯겨준다. 이쁘다.
함께 꽃시장을 돌면서 이런저런 이야길 나눠본다.
그의 학교생활, 친구얘기, 앞으로 펼쳐질그의 꿈들...
예쁘게 정돈된 꽃향기 속에서 함께 거닐고 웃고 이야기 나누고
마음을 끄는 꽃 앞에서 향기도 맡아보고....
문득 이 장면장면 하나하나가 아이의 가슴에 남아
어느날 힘든일이 있거들랑 고이 꺼내 보면서 힘을 낼 수 있는 장면하나가 되길 바래 본다.
그렇게 우리집에 들어온 가을 소국화분들...깊은 향기 한 ~~다발,
만원의 행복.... 2만원이 채 안되는 돈으로 도저히 살 수 없는 행복들...
오늘은 문득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쁨이 꽉 차오르는 것 같다. 오랫만이다. 너^^

수호장님 안녕하세요. 잠시 들러 보았습니다.
저희 어머니 꼐서도 꽃을 좋아하십니다. 그래서 저희집은 다른 집과는 달리
항상 '나무있는 집' 이라 하면 다 알 정도로 나무와 난초 들이 좀 많습니다.
수호장님의 글을 보니 문득 저도 저희집의 화초와 나무를
자세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자리에 매 있기에 지키기에 잘 보지 못하였는데 오늘은 한번 잘 들여다 보려고 합니다.
항상 있지만 무관심하게 지나치는 것들 그런데 그게 바로 저한테 주워진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그것을 떠나 욕심많게 또 다른 것을 찾아 부족한 것을 멀리 찾으려 해매였던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것들을 돌아보고 잘 가꾸면 되는 것이었는데요.행복은 가까이에 있는 것이라 하는데 말입니다.
사실 살다보면 이상하게 그게 잘 안되는것 같습니다. 정말로요..
날씨가 다소 찹니다.
쌀쌀한 날씨 감기, 건강 유의하시고 좋은 한주 되십시요.^^

문득이라도
꽃처럼 그리울지어다
산꼭대기 돌탑을 향한 바람
거침없을 지라도
흩어졌다 다시모이는 안개처럼
잠시라도 사무칠지어다.
숲에서... 수줍게 피어난 꽃들이 말을 걸어와
그 속삭임에 길을 잃고 맙니다.


- 당신 없는 날-
심장의 반을 뚝 썰어내어
회를 무쳐 먹고
바다에 탕을 말아먹는 날
심장의 반을 뚝 썰어내고서
그래도 살아보겠다 버둥거리는 날
당신 없는 날.

사철나무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내내 푸르다 하여 붙여진 이름.
잠시 쉴 틈도
모든 나무 휴직기에도
제대로 한번 쉬어보지 못할 이름
푸르름을 간직한채
눈꽃이 피었습니다.
그 푸르름에 경배를....

지하철예술무대에 무명가수 한 명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약간 마른 체격에 나이는 서른쯤 되었을까.
머리는 커트형 단발머리를 늘어뜨리고
노래 보다는 중간 중간에 보내는 멘트가 일품이다.
나이 많은 아줌마 아저씨들을 사로 잡는다.
눈빛은 우수에 잠겼고
한마디 한마디가 철학적이며 순하다.
소리없이 웃는 모습이
안치환의 미소처럼 아름답다.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그는 아는 듯 했다.
그는 아침이슬을 불렀고, 딜라일라를 불렀다.
나그네 설움을 불렀고, 새드무비를 불렀다.
마지막으로 최희준 아저씨의 하숙생을 불렀다.
노래가 끝나고 아무도 앵콜을 청하지는 않았지만
앨콜송으로 다섯곡이나 더 불러야 했다.
이유는 관객이 자리를 뜨지 않았으므로...
이유없이 눈물이 났다.
그의 모습이 웬지 짠~~하다


어느 먼 곳의 소식이기에
이 한 밤 소리없이 흩날리는
처마끝 호롱불 여위어 가며
서글픔 옛 자취인만큼 흰눈이 내려
하이얀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들에 내리면
먼곳에 여인의 옷받는 소리
.....
흰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김광균>
창문을 열까?
마음은 닫아버리고,,,,

"드디어 설레임을 함께 했다' 뭐 이런 이야기가 있을까 싶어 현숙님의 일지를 들여다 보곤 한답니다^^
그런데 아직이시군요. 게다가 무뎌지기까지....? 음~~만나서 들어봐야해.
분명 그 속에서 두근두근이 꽃피는 무엇이 있을거라고 생각되어지는 무엇.
가을이 정말 눈이 부시게 예뻐요.
하늘도, 바람도, 햇살도 , 조금씩 물들어가는 모든 잎들, 그리고 더 깊어질 가을을 머금은 비.
이 가을 정말 예쁘게 깊어지고 싶어요. 하루하루 나날들이...
제 몸은 뭐 좀 그래요. 관리가 필요한 몸이라고나 할까요.
뭐 그래도 괜찮아요. 유난히 힘든날은 표현이 좀 거칠어져요.
걱정 고맙습니다. 우리 곧 또 봐요. 이 가을이가기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