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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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일지 첫 날 둘째 아이의 학교 숙제 하느라 새벽 시간을 보내다.
아무튼 다시 시작하는 단군과 단군일지.
피가 제데로 도는 듯 하고, 뭔가 모를 힘도...
책임감이 주는 에너지인가...
아이의 5년전 사진입니다.

지구의 양극. 그곳은 혹독한 추위 때문에 생물이 살기 힘든 곳이다. 그곳엔 만년설이 있다. 만년설은 과거에서 왔다. 만 년 전의 호흡을 추위와 함께 얼음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만년설에는 과거의 호흡이 그대로 묻혀 있다. 그 만이 그때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과거가 아주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현재를 증명하는 것은 흔적이다. 그런데 흔적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흔적은 현재의 뿌리이다. 환경의 변화로 얼음이 녹아내리며 만 년 전에 담았던 호흡은 서서히 허공으로 사라져간다.

산업혁명 이후 경제활동이 매우 활발해진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유경쟁주의’ 논리는 처음에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시장경제가 주는 자유로움의 폐해가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자유경쟁은 도전을 받기 시작하였다. 진짜 자유로운 경쟁인가? 시장의 자유로운 선택을 빙자한 자본의 횡포와 독점이 발생하고 빈부격차가 커짐에 따라 서민의 구매력이 감소하여 경기가 침체하는 등 많은 부작용이 빚어진 것이다. 결국 보이지 않는 녀석의 손의 존재와 역할에 회의를 느끼며 방임적 자유보다 정부의 적극적 관리와 개입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것이 먹혀들었다. 그러나 이것도 뚜렷한 해결방법은 아니었다.

오후에 반가를 신청하고 점심 후 퇴근을 했다.
비는 오락가락하고 마음은 첫 책에 대한 부담감으로 사무실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였다.
얼마나 오랜 시간을 지나고 있는가, 앞으로 얼마나 더 시간이 지나야 하나...
평소 다니던 북카페를 가려다 우연하게 커피집을 하나 발견했다.
평소 지나다니던 동네 길목에 얼마나 되었는지는 몰라도 오늘 발견하고는 문을 열고 들어섰다.
텅 빈 커피집. 젊은 남여가 주방에 앉아있다. 부부로 보인다.
주문을 하고 커피 한 잔을 건네 받는데 주인 손이 꼬부라져 있다. 조금 불편한 듯이 보이는 손.
여자도 그렇다. 나는 순간 장애인 부부가 운영하는구나 알아 차렸다.
그리고 짧은 순간 우리는 미소를 같이 주고 받았다.
이따금씩 사람들이 들어와 커피를 take out 할 뿐 자리를 잡고 앉는 손님이 없어 시끄럽지 않았다.
5시간째 자리에 고정이다. 글을 쓰고 생각을 깊게 가져 보았다.
다음에 또 올까 말까...

장모님, 처제, 처남 댁이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몰려들었다.
김치를 담근다고 배추와 온갖 재료들이 집안과 마당에 펼쳐졌다.
때 아닌 김치 40포기. 요즘 왠만한 집들은 김장도 10포기 미만인데...
우리 식구들은 김치 하나는 끝내 주게 먹는 집안이다. 맛도 있다.
장모님의 젖갈 만드는 솜씨가 일품이어서 더 그렇다. 이번엔 갈치젖이라 하신다.
배추 다듬고, 무 닦아 썰고, 양념에 버무리고 도망나왔다.
사내 놈들 몇이 집안을 온통 쑥대밭을 만들고 있다. 혼이 나갈 지경이어서 적당히 탈출을 했다.
그리고 어제 들렀던 커피집에 또 갔다.
테이블에 손님 몇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준비해 간 책을 읽으려니 목소리가 큰 세 명이 앉은 아줌마 테이블이 앞권이다.
도무지 집중이 안되어 포기했다.
집에 40포기, 그리고 여기서도 포기다.
우리 애들과 이 아줌마들을 한 자리에 붙여놓고 싶다. 누가 이길까?
오늘은 그저 붕 떠서 지나가고 있다. ...^^


심리학에서 말하는 인지부조화는 태도와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습관과 깊은 관계가 있다. 자신에게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습관은 오랜 시간을 거쳐 만들어지지만 그것을 바꾸기에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가! 언제부터인가 속도에 지친 우리 사회는 느림을 미학으로 격상시켰다. 느리게 걷기, 명상, 슬로푸드 먹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계획된 느림을 추구한다. 느림을 추구함으로써 삶의 여유를 맛보기 위한 노력들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진정한 삶의 여유는 삶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어야 한다. 계획된 느림은 알맹이가 없다. 명상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서 가는 길에도 우리는 지하철의 문이 열리면 하차 승객이 내리기도 전에 승차하고, 엘리베이터의 순서를 기다리지 못해 문이 열리면 세치기로 먼저 타고 있지 않은가! 계획된 느림은 의도적으로 나의 시간 속으로 끌어다 놓은 단발적 행위들이다. 그러다보니 오래가지 못한다. 설령 꾸준히 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그저 프로그램일 뿐이다. 그것이 발전하여 우리 삶을 긍정적으로 바꾸어주지 못한다. 체험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우리의 삶은 여전히 바쁘다.

메모는 삶을 향상시킨다. 열심히 달리는 것도 좋지만 때론 자신의 위치와 상황을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삶을 긍정적으로 이끄는데 큰 도움이 된다. 실용적 재능을 키우는 일과 함께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상황을 측정할 수 있는가 이다. 남의 평가가 두렵다면 스스로도 측정할 수 있다. 스스로 하는 측정의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 기록이다. 기록은 목표를 세우게 하고 스스로 시험을 치르는 효과를 얻는다. 매일의 노력을 기록으로 남겨 두면 그 자체로 스스로 거울이 되어 목표를 수정해 가면서 걷게 된다. 또한 뒷날 이것이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기록은 성장을 이끌어 낸다.

30살의 한 총각이 자신의 목표를 위해 10년 동안 준비해서 40살에 목표를 이루어 돈을 많이 벌거나, 대기업에서 높은 연봉을 받게 되었다면, 개인적으로 그는 늦은 것인가? 그럼 사회인으로써는 늦은 것인가? 그때 결혼을 준비한다면 늦었다 할 수 있나? 결혼의 적령은 언젠가? 결혼을 늦게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별로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우리 사회가 40살 정도는 봐주는 사회가 되었다. 단 돈이 많던가, 좋은 직장을 다닌다면 말이다. 즉 사회적인 성공을 한다면 40살은 그리 늦지 않다. 좋은 직장에, 높은 연봉이라면 마다 할 여자, 많지 않다. 여자들도 자신의 삶을 위해서 결혼도 늦추고 출산도 미루는 게 요즘 현실 아닌가!

330일차 단군일지 (2011.6.13)
우리는 선택만으로는 그 결과를 알 수가 없다. 우리의 선택은 언제나 모호한 상황에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선택의 순간에 있는 우리의 마음은 항상 불안하다. 부담이 되지 않는 선택이 있을까? 시간은 선택의 전령이다. 우리가 선택한 것이 어떤 것인지 그 모습을 서서히 나타내 주기 때문이다. 무엇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결정의 순간은 큰 일 같지만 내가 선택한 것의 실체(결과)를 알 수 없다는 차원에서 보면 시작은 매우 사소한 일이다.
선택은 이처럼 디지털의 기호와 같은 속성을 갖고 있다. ‘예 또는 아니오’로 되어 있는 ‘0 과 1’의 반복. 이것이 선택의 모습이다. 선택은 0 이든 1 이든 하나를 고르는 일이다. 단순하다. 그러나 그 사소함은 시간이 흐를수록 무게를 증가시켜 간다. 부정적 결과라면 선택의 책임이 더 크겠지만 긍정적 결과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나중에 나타난 결과로 우리가 선택한 것들은 무게를 달리한다.

내면의 한쪽에선 잡은 끈을 놓지 않으려는 발버둥도 있었다. 그것은 내면의 숨은 능력을 애써 높이 평가해가며 스스로를 격려하는 일이다. 그렇게 수 년 동안 눈에 보이는 성과도 없이 나는 내면의 나와 밀고 당기는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런 카오스적 시간을 오체투지 하듯 아주 느리게 나는 온몸으로 조금씩 기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 속으로 힘이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고난의 시간 속에서 자기 모습대로의 삶을 살기 위하여 끊임없이 갈구하던 사람은 더 이상 과거를 그리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거기서 더 멀리 벗어나기 위하여 머뭇거림 없이 나아간다. 이것은 심연의 돌파이다. 돌파는 곧 약자의 혈관속에 쎈놈의 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감동은 상대를 무너뜨린다. 무장을 해제시키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공감(느낌)’이다. 마음으로 느껴지지 못하면 공감할 수 없다. 그러니 공간은 공식으로 채우지 말고 비워두어야 한다. 느낌이 들어 갈 수 있도록. 그것은 마치 자신이 살았던 어린 시절의 동네 골목길을 기억하는 것과 같다. 골목길의 끝이 왼쪽으로 굽었는지 오른쪽으로 굽었는지, 담장 곁의 전봇대는 어느 쪽으로 기울었는지, 몇 발짝 지나야 돌부리가 있는지, 매일 보는 낙서가 누구의 것인지... 그 기억들은 자연스럽다. 감각의 기억이다.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고 몸이 알고 걷는 것이다. 그것이 자유로움이다.

하워드 가드너의 ‘열정과 기질’에서 제시한 천재성을 키워가는 방법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첫째 어떠한 특별한 문제에 대하여 우연한 계기로 관심을 갖게 된다.
둘째 처음 흥미를 느끼고 그것을 시도해 보며 완전히 배우겠다는 자신과의 결심을 한다. 노력하며 그것과 함께 시간이 지난다.
세 번째 그 과정에서 그것이 가진 모순적 요소를 발견하거나 새로운 특성을 보는 눈이 생기게 된다.
네 번째 그것을 다시 관찰하고 탐구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한다.
자유로운 관찰과 의문. ‘왜? 라는 의문’과, ‘아하! 하는 관찰’이 재능의 단계를 향상시킨다.

태초에 타고 난 재능을 찾아 매일 그것을 연마하는 일은 행복이다. 그것이 작고 보잘 것 없는 행복일지언정 오늘 행복한 사람이 내일의 행복도 이끌어 낼 수 있다. 오늘 작은 행복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이다음에 오는 행복은 잡을 수 있을까? 그래서 행복이란 현재 시제이다. 지금의 행복을 다음 순간 또 다음 순간으로 가능한 한 이어 나가는 것이다. 미래의 더 큰 꿈을 꾸면서도 오늘의 생활에 만족을 아는 것. 지나간 시간을 반추하고 오늘의 행복을 잡아 내일의 더 큰 행복을 이끌어내는 것. 그것의 연결이 매일의 행복을 키워가는 맛이 아닐까? 안타까운 것은 과거의 가난했던 기성세대들이 미루고 살았던 것처럼, 지금 우리의 청춘들이 오늘의 행복을 미루며 살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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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1기: 400일차 출사표] Take Off 삶이 떠오르다 ![]() | 김경인 | 2011.05.11 | 91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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