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준
- 조회 수 7738
- 댓글 수 180
- 추천 수 0
[5/16 수 #10]
Synchronicity 를 다 읽었다. 다시 읽기를 시작했다. 모두 다 이해하긴 어렵지만, 무언가를 내게 말하고 있다.
삼성전자 앞 다리를 건너다 다리 아래 쪽에 핀 유난히 빨간 꽃을 보았다. 파란 풀 속에 그 빨강은 정말 빨강이었다. 스쳐 지나가듯 보았지만, 생경한 그 빨간꽃이 기억 속에 새겨졌다. 이런 감각은 예전엔 없었다. 주위에 익숙한 것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잃어버렸던 감각을 민감하게 조율 중이다.
오랜만에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4시간 정도.. 역시 사무실보다는 훨씬 효과적이다.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게 최선이다.
[5/17 목 #11]
달리기의 행복을 느꼈다. 풀내음과 가르는 바람과 귓가의 음악이 온몸의 감각을 활짝 열기게 만들었다. 원앙오리 5마리가 한가로이 놀고 있었고, 3갈래로 나눠진 꽃잎이 또 세 층으로 쌓여진 노란 꽃을 살폈다. 나는 그들을 포함한 모두에게 대화를 걸었고, 어렴풋이 내게 전해주는 이야기를 들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Synchronicity 두번째 읽기. 또 다른 층위의 뭔가가 있기는 하지만, 조셉처럼 내게 바로 이해되지는 않는다. 오랜 내가 저항한다.
관련된 네 권의 책을 구매했다. 그냥 훑고 지나갔던 조셉 캠벨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도 포함되어 있다.
아직도 읽지 않은 책들이 쌓여있는데.. 그래도 행복하다.
[5/18 금 #12]
어젠 평소와 다른 쪽 방향으로 아침 달리기를 했다. 갈 때는 미쳐 보지 못했는데, 돌아올 때, 그 나무를 보았다.
커다란 느티나무였다. 순간 나는 멈추어 섰다. 한참을 바라 보았다. 그리곤 탄천길을 건너 그 나무 아래에 섰다.
600년이 넘는 세월을 그 자리에 서 있었던 것 같다. 시간의 풍파에 여기 저기 패이고 찢겨졌고, 지탱해 주는 철근이 없다면 무너져 버릴 듯 안스러웠지만, 그러나.. 그 거대함은 푸른 잎들을 너울거렸다.
나는 손을 대어 보고, 귀를 대어 보았다. 세월이 전하는 이야기와 그 속에 흐르는 물소리를 듣고 싶었다.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인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