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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23일 08시 26분 등록

책은 많다. 무수히 많다. 평범한 것들 속에서 보물을 고르듯이 고를 때는 '진실에 진실한 작가'의 것을 선택해야한다. 패스트 푸드로는 골수가 찰 수 없듯이 시시한 잡서로는 정신이 그윽해 질 수 없다. 교양인이라면 자신의 육체를 위해 좋은 음식을 가릴 줄 알고 영혼을 위해 좋은 책을 고를 줄 아는 사람이다. 내 인생에 여러 권의 멋진 책이 있었으니 사마천의 '사기열전'이 그 중의 하나다. 이 책은 인간이 하나하나 별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사마천은 가장 비겁한 사내도 그 벌을 받게 되면 자결하여 자존심을 지킨다는 궁형에 처해졌으나 자신을 죽이지 않았다. 그 일을 하지 않고는 죽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일이 바로 '사기' 한 권을 써내는 것이었다. 삶을 다 건 투자다. 그러니 이 책이 진실에 진실할 수 밖에 없다. 그는 운명과 사명을 글에 다 바친 사람이다. 그래서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인간이 무엇인지를 땀과 피로 보여준다.

 

나는 수 십년간 이 책을 내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 때때로 나는 아무 곳이나 펼쳐 읽는다. 그리고 나는 다시 이 책을 덮는다. 그렇게 내 삶은 이 책과 함께 했다. 왜 그랬을까 ?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가장 비천한 자에서 가장 고귀한 자에 이르기 까지 모두 살아 있기 때문이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 속에서, 신문에 난 사람들 속에서, 20세기와 21세기를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 속에서 나는 이 책 속의 주인공들의 편린을 매일 만나기 때문이다.  그들이 나이고 나 또한 그들이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이 책을 손으로 더듬어 책 속의 영혼들이 내 손끝에서 되살아나는 기이한 황홀을 느껴본다. 

 

책은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다. 나의 체험이 그들의 경험에 두 개의 물결처럼 합해져 증폭되도록 읽어야 한다. 이 너울을 타고 삶이 파도타기처럼 흐를 때 온 핏줄이 전율하며 삶의 황홀을 고함치게 한다. 독서란 그런 것이다.

사마천.jpg

 

(교보를 위한 원고, 2012년 10월 23일  )

IP *.128.229.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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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4 14:50:27 *.97.72.143

네...  이름만 들어도 그 진정성과 필생의 노력이 느껴지는 책. 사놓기만 하고 너무 두꺼워 아직 못 읽었는데, 꼭 읽고 싶은 책이예요.

아,,,,,,,,,,,,,,,,,,,,,,,,, 읽어야지! 이 아름다운 가을이 가기 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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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4 21:26:26 *.89.182.212

네 예전부터 좋은책으로 알고 있습니다.

헌데읽어 보지는 못했지만 어려운 책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번 읽어 보도록 책을 구입하여 사부님이 느꼈던 의미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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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30 02:08:47 *.35.252.86

선생님,

 

엊그제 아침에 여우숲에서 여쭸던 질문의 답이 여기 있었군요.

이 칼럼을 먼저 읽었다면 다른 질문 드렸을 수 있었을텐데... 아쉽네요 ^^;

 

항상 후학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말씀 그리고 귀감이 되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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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7 09:33:33 *.132.184.188

사기열전 목록에 넣습니다.

신화에 관한 책들도 5년전에는 정말 읽히지 않던데, 최근 조금씩 눈에 들어 오는 것 같네요.

독서도  관심에 따라, 읽혀질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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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4 12:21:39 *.212.217.154

생전 한번도 뵌적이 없지만

왜 오늘아침은 당신이 그리운것일까요?

참 이상한 일이지요?

이런것이 좋은책의 힘이 아닐까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내 가슴속에서 살아있는 저자를 느낄때의 그 아련함이

'진실에 진실한' 작가와의 만남의 증거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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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0 17:57:27 *.212.217.154

좋은 책이란

좋은 사람 만큼

삶을 풍요롭게 합니다.

오늘도 좋은책 한권을 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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