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단군의

/

2단계,

두

  • 김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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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5일 20시 35분 등록

 

1. 제목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Ⅱ

 

2. 새벽시간과 새벽활동

   ○ 활동시간  4시~6시

   ○ 활동내용  글쓰기

 

3. 전체적인 목표

   ○ 지난 100일 간의 수련을 기반으로 2시간의 온전한 새벽활동

       ※ 다른 어떤 활동도 일체 뒤섞지 않는다. 온전히 글쓰기만 한다.

   ○ 100% 출석 및 100% 단군일지 작성

   ○ 개인사(Me Story) 초고 완성

   ○ 김경인 닷컴 홈페이지에 매주 1개 이상의 꼭지 글을 올린다.

   ○ 새벽활동과는 별개로 7권의 좋은 책을 읽고, 7편의 리뷰를 작성한다.

 

4. 중간 목표

   <1~11주>

   ○ 매주 개인사 테마 2개를 선정하여 2개의 꼭지 글을 작성한다. (월~토)

   ○ 일요일은 일주일 간 쓴 글을 피드백 하고,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다 (일요일 오전 7시 마감)

 

   <12~15주>

   ○ 새벽과 관련된 4개의 꼭지 글을 작성한다. (12~13주)

   ○ 단군프로젝트 200일차에 관한 2개의 꼭지 글을 작성한다. (14주)

   ○ 100일간 함께 한 동료들에게 편지를 보낸다. (15주)

 

5. 목표달성 과정에서 직면하게 될 난관 극복방안

   ○ 진정한 싸움은 새벽 2시간이 아닌 나머지 22시간과의 싸움

   ○ 수면부족

      :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22시 전에 잠자리에 든다.

        5~6시간의 수면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결코 정상적인 2시간을 보낼 수 없다.

        새벽활동만큼이나 나의 건강도 소중하다.

   ○ 저녁활동 최소화로 발생할 수 있는 관계의 문제

      : 약속은 되도록 점심시간으로 한다.

        진심이 담긴 편지 등으로 저녁 술자리만이 진정한 소통의 수단이 아님을 증명한다.

   ○ 주제 있는 글쓰기의 어려움

      : 많이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다.

        몰입하여 쓰기 전에 글의 소재를 모으고 뼈대를 구성하는 등

        체계적인 글쓰기 연습을 한다. 끊임 없는 수련과 연습만이 답이다!

 

6. 목표를 달성했을 때 내 삶에서 일어날 긍정적인 변화

   ○ 내 삶의 빛나는 성취 한 가지 추가요!

      : 나의 첫 번째 고객인 나 스스로에 대한 고객만족을 실현하다!

   ○ 제대로 된 나의 이야기 한 편을 가지게 된다!

      : 나의 이야기는 나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아름다운 징검다리가 되었다.

   ○ 7기 연구원이 되기 위한 사전 준비 완료!

      : 개인사 작성 완료, 7권의 좋은 책을 읽고 7편의 리뷰를 완성하다.

        단군 활동을 통해 만난 연구원 선배님 들의 조언과 피드백을 통해

        연구원 활동을 위한 정신적 근육을 탄탄히 하다.

        오직 레이스에서 생존하는 일만이 남았다.

 

7. 목표를 달성했을 때 나에게 줄 보상

   ○ 6주차에 구본형 사부님의 꿈벗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 500일 완주시 전자드럼을 내게 선물한다.

   ○ 100일 완주시 아내와 2박 3일간의 홍콩여행을 다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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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3 08:49:30 *.109.25.20

116일차 (9월 21일)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촉촉한 비가 내리고 있다. 이제 새벽에는 제법 날씨가 쌀쌀하게 느껴진다. 어제 양평 본가에 내려왔다. 뉴스에 귀성길이 극심한 정체를 보인다 하여 많은 시간이 걸릴까 걱정했는데, 서울에서 벗어나니 전혀 정체가 없었다. 신기하게도 오히려 평일보다도 도착 시간이 빨랐다. 도착하니 부모님께서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외딴섬과 같은 서울에서 찾아갈 부모님이 있다는 것은 내겐 기댈 수 있는 언덕과도 같다. 부모님은 언제나 내게 그리움이다.

어머니와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느라 11시가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알람 없이 눈을 떴다. 3시 10분이다. 배요한님께 문자로 출석체크를 부탁 드렸다. 준비해간 넷북으로 새벽 글쓰기를 시작했다. 넷북은 화면은 작지만 해상도가 좋고, 자판의 타감이 좋아서 글 쓸 때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거침없는 글을 썼다. 주된 내용은 어제 읽은 ‘사람을 살리는 단식’이란 책에 관한 이야기였다. 책을 읽고, 어제 식사량을 줄여 보려고 부단히 노력을 했다. 그러나 저녁 귀가 길의 허기짐으로 결심은 여지없이 무너져버렸다.

점심에 고구마 샐러드와 덴마크 드링킹 요구르트를 마시고 오후에 잠깐 나와 가볍게 요기를 했다. 그러나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면서 급 허기짐을 느꼈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참고 집으로 와서 씻고 바로 잠자리에 들면 되는데, 귀성길 정체라 하여 2~3시간 운전할 것을 생각하니 아무 것도 안 먹은 상태에서 운전하면 허기지고, 예민해 질 것 같아서 청담역에 있는 생라면 집에서 라면을 한 그릇 사먹었다. 허기진 탓인지 후다닥 해치워 버렸다. 양평 가는 길이 그렇게 뻥뻥 뚫릴 줄 알았다면 먹지 않았을 텐데 라며 후회했다. 더욱이 집에 도착하니 어머니께서 밥을 차려주셔서 그것까지 해치웠다. 결심 첫날부터 통렬한 실패를 했다.

주제 있는 글은 어제에 이어 강점#2. 성실함과 부지런함의 초고를 완성했다. ‘새벽’은 나의 성실함과 부지런함을 상징함을 이야기 했다. 어릴 적부터 지속되어온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과 새벽을 사랑하는 마음은 이른 등교와 이른 출근으로 이어졌고, 사람들에게 성실하고 부지런한 이미지를 주는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그러한 여러 긍정적 강화를 통해 새벽은 나의 운명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무엇보다 2004년 길상사 선수련회 수계식 때 주지스님께서 지어주신 ‘일효(日曉)’라는 법명을 나는 ‘태양이 떠오르는 새벽’이란 의미로 해석하여 인디언 식의 내 이름으로 정하게 된 이야기도 담았다.

가족과 함께 하는 명절이다. 내 강점인 성실함과 부지런함을 발휘하여 어머니와 아내를 돕는다. 또한 적게 먹고 부지런히 움직인다. 마음을 놓아 늘어지지 않는다. 중간중간에 챙겨간 책을 읽는 것도 잊지 않는다. 또한 이런 내 삶의 단상을 글로 옮기는 즐거움도 놓치지 않는다. 단순하고 간소하게 하루를 보낸다. 적은 것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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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3 08:56:51 *.109.25.20

117일차 (9월 22일)

어제는 정말 하늘에 구멍을 뚫어 놓은 것처럼 비가 내렸다. 우비를 입고 마당과 밭의 물이 고이지 않고 잘 빠져 나가는지 보러 다녔다. 실은 나가서 시원하게 내리는 비를 실컷 맞아보고 싶었다. 정말로 하늘의 반이 물인 것처럼 비가 내렸다. 집 근처에 있던 논에서는 물이 넘쳤고, 배수로는 물이 콸콸 흘렀다. 문득 20여 년 전 어린 시절 홍수가 났던 기억이 떠올랐다. 다른 사람들은 시름에 젖어 있었지만, 나는 보이스카우트 정신으로 똘똘 뭉쳐 배낭을 싸던 모습이 떠올라 혼자 웃었다. 또 부모님과 유원지에 놀러 가서 텐트치고 야영할 때 비가 내려 텐트 주변에 배수로를 파던 기억도 문득 떠올랐다. 다행히도 폭우에 대한 나의 기억은 대체로 모험과 연결되어 있어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방아쇠 역할을 해주곤 한다.

어제는 9시가 되기 전에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1시에 눈을 떴다 다시 잠들어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으스스 추워 주섬주섬 옷을 걸쳐 입고, 거침없는 글을 썼다. 무작정 시작할 수 있는 이 글이 나는 좋다. 거침없는 쓰는 글이 새벽활동을 위한 나의 의례임을 믿어가고 있다. 이 글쓰기 없이는 허전해서 다른 어떤 활동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미 나의 하루를 지탱하는 든든한 주춧돌이 되어 있다. 생각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답답할 때,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 거침없는 글쓰기는 감정의 배수로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나처럼 생각이 많은 사람은 생성되고 사그러드는 생각의 양이 많은 만큼 그러한 생각을 배출하는 배수로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수 많은 생각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넘치게 될 것이다.

‘나는 무엇을 잘 할 수 있는가’ 란 테마의 다섯 번째 꼭지 글인 강점#3. 개인화된 커뮤니케이션의 초고를 작성했다. 스트렝스 파인더에 나오는 나의 첫 번째 강점테마이다. 나는 내가 이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아주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나를 알고, 다른 사람을 아는데 있어서 이보다 더 필요한 재능은 없을 것이다. 이 재능은 스스로를 이끌어감과 동시에 관계를 이끌어 가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준다.

주제를 가진 글을 쓰기가 힘든 이유는 완벽주의, 최상주의 때문이다. 초고와 퇴고를 동시에 진행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곤 했다. 두 가지를 동시에 가져가면 지엽적인 것에 신경을 쓰게 되어 진행이 더뎌진다. 머릿속으로 대략적인 윤곽을 그린 뒤 넓은 종이에 메모를 한다. 사실 이 과정은 주로 생략되곤 한다. 그 후 거침없이 초고를 작성한다. 아주 자유로워야 한다. 오늘 끝맺음을 짓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아주 자유롭게 기술한다. 초고를 쓸 때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자유로움이다.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 유려하게 써야 한다는 부담감, 읽는 사람을 생각하고 써야 한다는 부담감은 던져 버리고, 자유롭게 휘갈겨 쓴다. 물론 자유롭게 쓴 글의 농도에 따라 퇴고시간이 결정되곤 하지만, 그렇게 양껏 풀어 놓은 글을 퇴고를 통해 깎아 내고 다듬는다. 마치 하나의 조각상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오늘은 즐거운 추석이다. 서울에 비가 많이 와 침수된 지역이 많다고 하는데, 모두가 무탈하길 바란다. 그리고 나와 정신적 여정을 함께 걷는 사우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한가위를 보내길 마음 속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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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3 09:00:20 *.109.25.20

118일차 (9월 23일)

연휴 기간 동안 별탈 없이 새벽활동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기 때문이다. 밤 9시와 10시 사이에 잠자리에 들 수 있었기 때문에 새벽기상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오히려 새벽 2시경에 깨어 한 시간을 더 잘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다만 연휴기간 중에 많이 먹고 움직이지 않아, 애초 결심과는 다르게 체중이 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식이요법도 담배를 끊는 것만큼이나 독한 마음이 필요한 것 같다.

오늘의 거침없는 글쓰기에는 어제의 좋지 않은 경험에 대한 내 나름의 해석으로 채웠다. 아버지와 작은 아버지들을 보며 아주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와 같은 느낌이랄까? 어렸을 적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쳐 희생했지만, 지금 당신에게 남은 건 병든 몸과 아우들의 무시다. 그들은 자신이 현재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망각을 하고 있다. 올챙이적 시절을 잊고 지금의 자신들의 모습을 전부라 여기며 거드름을 피운다. 그걸 아심에도 아버지께서는 형제들에 대한 애착의 끈을 놓으시려 하지 않으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당신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는 것뿐이다.

생로병사, 어느 누구도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아버지께서 지금 늙고 병드신 것처럼 그들 또한 언젠가 늙고, 병들고, 가난한 처지에 놓일 날이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 누리고 있는 그들의 호황이 마치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여기고 있는 듯 하다. 언젠가 그들도 오늘의 아버지와 같은 상황에 놓이면 나와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 다행히도 열등감에 휩싸여 그들을 저주하는 어리석은 우를 범하지 않는 조금은 성숙해진 내 자신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모든 것은 ‘인과응보’다. 스스로 원인을 만들었으니, 그에 합당한 결과가 그들을 찾아갈 것이다. 지팡이의 끝인 결과는 결국 하늘의 몫이므로 내가 왈가왈부할 게재가 못 된다. 그저 나는 마음 수련을 통해 그들과 똑 같은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정진할 뿐이다.

어제에 이어 나의 세 번째 강점인 ‘개인화된 커뮤니케이션’이란 주제로 글쓰기를 했다. 오늘은 어제의 초고를 다듬는 수준에서 짧게 끝마쳤다. 오늘 아침 서울에 올라가게 되면 지난주 출석부와 연휴기간 작성한 단군일지를 작성해 올린다. 그리고 작성된 두 개의 꼭지 글을 홈페이지에 포스팅 해야겠다. 그리고 연휴기간에 책을 전혀 읽지 못했으므로, 진득하게 앉아 책을 읽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무엇보다 그 동안 비운 집 정리 등을 하고, 아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도록 해야겠다. 최대한 번거롭고 분주하지 않게 차분하게 하루를 보내야겠다.

책꽂이에 꽂혀있는 법정스님의 ‘산에는 꽃이 피네’ 가 계속 눈에 아른거린다. 마치 자신을 꺼내어 읽어 달라는 것처럼. 스님이 계시는 맑고 향기로운 강원도 산골로 여행을 떠나야겠다. 그곳에서 스님을 만나면 내 마음도 맑고 향기롭게 피어 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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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09.23 10:27:14 *.180.75.152
가을에 강원도 산골여행 좋지
경인이의 새벽수련을 보고 있노라면
법정스님의 "서 있는 사람들"이란 책이 생각난다.
깨달음을 위해 3년동안 앉지도 않고 서서 수행하는 사람들
서 있는 사람들을 읽고 송광사에 간적이 있어 아마 추운 겨울이었을거야
새벽예불을 드리고 나오는데 휘영청 맑고 밝은 달빛아래
하얀눈이 대웅전 마당을 소복히 덮은 그 위를 걸으며 수련을 하고 있는 스님들이 계셨어
경인이의 글을 읽노라면 그 장면이 떠 오른다.^^
경인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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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
2010.09.23 09:43:58 *.92.206.211
경인님!
추석을 잘 보내고 돌아오셨군요. 저도 단군일지 쓰러 들어왔다가 경인님 집에 먼저 놀러왔습니다. 경인님 일지를 보면 저의 글쓰기가 달라질 것 같아서였지요. 역시 먼저 들어오기를 잘 했습니다. 제가 무엇을 느꼈는지는 비밀(?)입니다.ㅋㅋㅋ
<단식의 통렬한 실패>에서 독자인 저는 하하하 웃습니다. 경인님과 <정신적 여정을 함게 걷는 사우>가 되어 마음이 참으로 기쁘네요. 경인님의 글은 사람의 마음을 맑게 해주는 향기가 있습니다. 좋은 글을 쓰고 자 하는 간절한 열망을 느끼고 갑니다. 홈피에 올리신 <동부화재 수석합격>에 관한 글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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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요한
2010.09.24 05:05:42 *.176.113.224

경인님
오랜만에 경인님 단군일지에 들어왔더니... 다시 한번 알 수 있습니다. 경인님이 참 인기가 좋군요! 
특히 누님들에게요. ㅎㅎ
한편 부럽고, 또 한편은 경인님이 자랑스럽고 좋습니다.

내면여행을 가는 경인님과는 달리 나의 경우는 수련기간 동안 내 전공공부를 하기 때문에 한편은 부족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어렵습니다만, 그래도 어떤 콘텐츠를 다루던 자신만의 길을 가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열심히 정진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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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4 05:54:06 *.124.233.1

119일차 (9월 24일)

이제는 완연한 가을의 새벽이다. 긴 옷을 걸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쌀쌀해졌다. 어젠 귀경길 정체를 피하기 위해 아침식사를 한 뒤 곧바로 서울로 올라왔다. 돌아오자마자 아내를 도와 양평 어머니께서 싸주신 음식들을 냉장고에 갈무리해 두었다. 환기를 위해 베란다의 창문을 열고 현관문을 열었다. 짐을 들고 끙끙거리며 올라오느라 보지 못했는데, 며칠간 비가 온 탓인지 하늘이 그 어느 때보다 청명했다. 지난 며칠간 서울의 한복판을 강타하고 지나간 거친 폭우와는 전혀 다른 자연의 모습을 접하니 기분이 묘하다. 이것도 자연의 섭리인가 스스로에게 물었다.

집안을 정리정돈하고 변경연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단군일지를 보니 선관누님께서 ‘징검다리’ 라는 맑고 향기로운 시 한편을 선물해 주시고 가셨다. 너무 고마워 곧 바로 달려가 화답해 드렸다. 뒤늦은 2주차의 출석부를 작성했다. 익숙하지 않은 레이아웃이고, 여기 저기 수식이 많이 달려 있어 내 식대로 손보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출석부를 올린 뒤 지난 3일간 양평에서 작성한 단군일지를 등재했다.

미루지 않고 바로 지난 한 주간 작성한 두 개의 꼭지 글을 홈페이지에 포스팅 했다. 그렇게 마침표를 찍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지난 100일의 경험을 뼈저리게 느낀 바가 있었기 때문에 비록 글의 완결성은 떨어졌지만 과감하게 마침표를 찍고 홈페이지에 포스팅을 했다. 허허벌판 같고 아무 것도 없던 홈페이지가 하나 둘 제 모습을 갖추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변화경영학’과 ‘Book Review’, ‘일상의 아름다움’ 등 다른 테마의 컨텐츠는 아직 아무 것도 채우지 못한 부분이다. 그리고 직접 만들어 운영하던 지난 8년간의 홈페이지의 히스토리에 대한 기록도 남기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우선순위에 입각한 판단 때문이라지만 이 또한 일을 차일피일 미루는 게으른 습관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오늘의 새벽은 어제 늦게 잠든 탓인지 조금 피곤했다. 어제 집에 돌아와 잠시 생각에 잠겼던 화두를 다시 불러 들여 글로 담았다. 거침없는 글쓰기는 소재의 제한이 없고, 어떠한 규율도 없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해방시켜 줄 수 있는 유일한 생각의 통풍구이다. 그렇게 한 페이지를 작성한 후 새로운 꼭지 글의 주제인 ‘나의 기질적 단점’에 대한 소재에 대한 사색을 했다. 나의 기질적 단점은 무엇일까? 감정이 기복이 심할 때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다른 사람의 섬세한 감정의 흐름을 잘 파악하는 '개인화' 라는 장점의 이면에는 상대로부터 돌아오는 반응에 지나치게 촉수를 곤두세우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단점이 있다. 자극에 반응하는 역치가 다른 사람의 비해 낮다보니 아주 작은 감정적 자극에도 마음 속이 심하게 요동친다. 아직 수행이 부족한 나로써는 상대의 공격적인 색깔을 띤 자극에 같은 색깔로 반응한다. 이러한 나의 행동패턴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 일명 욱 하는 성질이 있다는 식의 평가를 받게끔 한다. 아마도 이번 꼭지 글은 이런 나의 기질에 사례를 덧붙인 형태가 될 것이다.

지난 주의 늦은 여름 휴가와 이번 주의 연휴로 회사 생활에 적응하는데 조금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사부님의 말씀대로 '태도가 일의 전부'다. 하기 싫고 피하고 싶은 일로 가득하지만 ‘용기’로 '두려움'을 극복해낸다면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이다. 게으름으로 중요한 일을 뒤로 미루지 말라. 언젠가 그 게으름은 다시 돌아오게 되어있다. 오늘 하루도 눈부시게 빛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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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익
2010.09.24 07:05:27 *.205.33.64
김경인 님의 일지를 보면서 많은 반성을 합니다
어쩌면 이렇게 정리도 잘하시고... 안배도 잘 하실까?  부럽습니다
자임새 있는 경인님의 생활을 통해 많은 공부를 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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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5 05:11:32 *.109.52.66

120일차 (9월 25일)

어제는 아내가 가벼운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을 했다. 함께 있어 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어서, 아내를 재우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는 태어나 처음으로 입원한 것이란다. 몸이 마른 편이어서 환자복을 입고 누워있는 것을 보니 안쓰러웠다. 잠이 안 온다며 아기처럼 내 손을 잡고 이런 저런 얘기를 재잘거린다. 간단한 수술이었지만 처음으로 병원에 입원해 낯선 병실에서 누워 있는 것이 두려웠던 모양이다. 내가 곁에 있어 주는 게 너무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힌다. 당연한 도리를 한 것뿐인데, 아내는 그런 사소하고 당연한 일에 행복해 하고 고마워 하곤 한다. 그리고 지난 며칠간 나에게 짜증을 내고, 예민하게 군 것들에 대해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그 동안 몸과 마음이 많이 지치고 불안했다가 갑자기 평온함이 밀려온 모양이다. 그저 아무 말 없이 손을 잡아 주었다.

어제는 징검다리 연휴 사이에 낀 금요일이라 사무실도 휑하고 한산했다. 한가한 틈을 타 변경연 홈페이지를 구석구석 서핑 했다. ‘나의 변화 이야기’란 커뮤니티 공간에 한명석 님의 글을 읽게 되었다. 그 전에도 그 분의 글을 몇 개 읽었는데 가슴 속에 사무치는 바가 있었다. ‘라라’ 라는 글쓰기 관련 칼럼 시리즈를 몇 개 읽어 보았다. 개인사 작성을 하며 나름 글쓰기 수련을 하고 있는 내게 필요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흔 여섯 꼭지의 글을 모두 워드에 옮겨 책 형식으로 출력해 제본을 떴다. 문득 이게 진짜 공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누가 시키지도 않았다. 스스로 찾았고, 가슴에 와 닿아 배우고 익히고자 시간을 내어 제본까지 뜨고 밑줄을 쳐 가며 읽었다. 아주 자발적인 행동이다. 그리고 이런 적극적인 나의 제스처는 그저 눈으로 읽으며 얻을 수 있는 이상을 흡수하게 한다.

어제에 이은 꼭지 글 ‘나의 기질적 단점’은 작성하기 너무 부담스러웠다. 스스로를 좋은 쪽으로 바라보려는 경향 때문일까? 그래서 심각하게 쓰고자 하면 아무런 이야기도 뽑아낼 수 없을 것 같다. 마구잡이로 썼다. 앞뒤도 안 맞고, 내용의 일관성도 없이 마구 생각나는 데로 썼다. 마감 시한은 내일 새벽활동까지다. 만일 내일까지 완결되지 않으면 미완성 된 그대로 포스팅 할 것이다. 이것이 이번 200일차에서 내게 새로 동기부여 하는 방식 중 하나다. 마감일을 정해 놓으면 마감일에 맞춰 최대한 노력을 하게 된다. 물론 무리수를 두어서는 안 된다. 최소한의 기준을 세워 놓으면 된다. 이번 개인사 작성의 경우 한 꼭지를 쓰는 데 3일 이상을 넘기지 않기로 했다. 3일 째 되는 날까지 완결되지 않을 경우 현재까지 작성한 부분을 그대로 홈페이지에 올리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나름대로 효과가 있다. 물론 글의 완결성은 떨어졌지만 개인사가 전체의 윤곽을 잡아가고 있고, 한 꼭지씩 마침표를 찍어 성취감이 있다.

거침없이 쓰는 글에는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를 다루었다. 글쓰기가 과연 나의 천복일까? 글쓰기는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재능이다. 내가 글을 잘 쓰는 다른 사람에 비해 형편없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글쓰기는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의 포트폴리오 중 높은 점수를 가진 재능 중 하나이다. 이 재능은 나의 다른 재능을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적어도 평균 이상은 되어야 하는 재능 중 하나인 셈이다. 오늘 내 고민의 핵심은 내가 궁극적으로 글쓰기를 통해 담아내고자 하는 바가 무엇이냐에 대한 것이었다. 개인사 작업 이후 내가 수련할 천복은 과연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떠올랐다. 그러나 아직 분명한 것은 없다. 그래서 불안했다. 그러나 막연하지만 이런 확신은 했다. 나의 천복은 파랑새와 같아서 결코 멀리 있지 않다. 다만 아직 무의식 속에 숨어 있고, 시절인연을 만나지 못해 분명하게 드러나 있지 않을 뿐이지, 이미 내 삶 구석구석에 스며 있을 것이다. 나는 직관적인 사람이다. 그리고 대체로 그 직감이 맞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볼 때 조만간 나의 천복이 내 가슴 속에 콱 와 닿는 순간이 찾아 올 것이다. 아니 이미 내 가슴 속에 자리 잡고 있으나 나의 무지몽매한 눈이 그것을 보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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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10.09.25 11:38:44 *.255.183.127
경인이 단군일지를 보니, 댓글을 달지 않을 수 없구나.
그대, 잘 하고 있다.
두려움과 의심도 그대에게는 좋은 재료가 될 거야.
Go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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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6 05:27:33 *.109.80.248

121일차 (9월 26일)

새벽에 눈뜨기가 어려웠다. 어제 늦게 잠자리에 들었기 때문이다. 출석 체크만 하고 다시 자야지 하는 유혹을 당당히 이겨내고 무사하게 2시간의 새벽활동을 마치고 2주차의 마지막 단군일지를 작성한다.

어제는 좋은 예능 프로그램(SBS ‘자기야’ 부부학교 특집편)을 통해 아내와 함께 많은 것을 배웠고, 동시에 깊은 대화도 나눌 수가 있었다. 또한 우리의 의사소통 방식이 얼마나 일방통행이었는지 알 수 있었고, 지난 시간 우리가 서로에게 느낀 감정들이 비정상적인 것이 아닌, 서로에 대한 이해를 위한 긍정적 삐걱거림 이었음을 알게 해주었다. 그러한 관계에 대한 치유의 과정을 지켜보며 내가 가야 할 길은 ‘정신적 변화’를 다루어야 하는 분야임을 다시 하 번 확인 할 수 있었다.

오늘은 ‘나의 기질적 단점’에 대한 꼭지 글을 작성해야 하는 마감일이다. 이 글을 쓰기가 너무 어렵고 부담스러웠다. 보고 싶지 않은 나의 어두운 그림자를 바라봐야 했고,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을 재생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나의 민감하고 공격적인 반응으로 아내의 마음을 아프게 한 기억, 부모님께 말을 거침없이 함부로 한 기억, 친구와 직장동료의 좋은 의도를 왜곡하고 공격적으로 반응한 일 등 주변에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수많은 생채기를 남긴 기억들이 되살아 났다. 그런 기억들은 빨리 빠져 나오고 싶을 정도로 따갑고 아프다. 나의 기질적 단점은 내 대극적 성향의 한 부분을 이룬다. 빛이 있으면 어둠과 그 뒤에 감춰진 그림자가 있게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글을 통해 나의 어두운 속성을 억압하고 감추려고만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며, 그들 또한 내가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나의 일부임을 깨달았다.

아파트 창문으로 보이는 맑고 청명한 모습의 수락산이 나를 부르며 손짓한다. 새벽에 산을 오르고 싶다. 그러나 아직은 아내가 수술에서 회복한 기간이기 때문에 곁에 있는 것이 내겐 더 중요한 일이다. 오늘은 바라보는 것에 만족하고, 아내가 회복되는 데로 함께 손 잡고 올라야겠다. 갑자기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작은나무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처음으로 산에 들어간 순간의 아름다운 장면이 눈에 선하다. 산이 나를 품어주는 듯한 느낌. 그 느낌을 나도 체험해 보고 싶다.

오늘은 연휴 동안 읽지 못했던 책도 읽고, 지난 번에 산 법정스님께서 쓰신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도 읽어봐야겠다. 항상 하고 싶은 일들이 왜 이리도 많은지. 그래도 과욕은 금물이다. 한가지씩 차근차근, 한걸음씩 걸어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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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욱진
2010.09.26 05:36:08 *.13.4.42
그간 출장이라는 핑계로 미루다가 오랜만에 들어옵니다.
아니 처음에 올리신 글 보고 놀라서 출장 핑계대고 허접하게 막 날리고 있는 
저의 단군일지와 너무 비교되어서 들아오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어제 명기님 일지에 들어가니 자기 단군 일지가 너무 허접하다는 표현을 쓰지 않나
오늘 경인님의 글을 보면 글을 잘 쓰는 다른 사람에 비해 형편없는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고..
이 거 왜들 이러십니까? ㅎㅎ
아무래도 두 분은 만나서 혼이 좀 나셔야 하겠습니다. ㅎㅎ
강남 점심 번개 모임이 예정대로 명기님, 한규님, 경인님 그리고 저 해서 4명이 될 것 같습니다.
다른 분은 모두 27, 28일 양일 괜챦으니 경인님 편하신 날로 고르시면 될 것 같네요.
시간은 12시 10분경 장소는 중간인 선릉역으로 생각중입니다.
제게 문자로 알려주시길.. (010-5004-1901) 
영웅 전설상 수상자끼리 서로 얼굴 뵈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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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
2010.09.26 08:39:40 *.109.73.149
경인씨 왔다갑니다.
원고를 쓰다가
"습관은나무껍질에 글자를 새기는 것과 같다. 그 나무가 껍질에 따라 글자도 커진다"라는 말을 쓰다가 문득 경인씨 생각이났어요. 좋은 습관하나 만들기가 그렇게 어렵지만 그 습관이 또 다른 좋은 습관을 만들고 한개인을 더 발전시키고 성장시킨다는 뜻이겠지요.
경인씨를 보는 듯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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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7 05:34:01 *.124.233.1

122일차 (9월 27일)

눈을 떴을 때 두려운 마음이 압도했다. 월요일 새벽마다 이는 감정이다. 토요일의 설레는 새벽과 대조적이다. 하고 싶은 일 보다 하기 싫은 일, 보기 싫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시원한 생수로 막 깨어난 몸에 인사를 했다. 기상 후 생수를 한잔 마시는 것은 거침없는 글쓰기와 함께 새벽의 문을 여는 의례 중 하나다.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두려움은 어디서 찾아오는 것일까? 왜 찾아오는 것일까?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이 감정의 폭풍에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 것일까? 가슴 속에 이는 물음들을 죄다 글로 썼다. 나의 대답은 생각보다 단순하고 간소했다. 그대로 품어라. 그대로 받아들여라. 밀치고 제압하고, 억압하고, 없애려고 애쓰지 말아라. 두려움을 품고 함께 살아라.

문득 수락산이 보고 싶어졌다. 그 느낌이 워낙 강렬해서 주체하기 어려웠다. 새벽 2시간에 대한 원칙인 ‘다른 활동은 일체 섞지 않는다. 오직 글쓰기만 한다.’ 를 깨고 서라도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나무 향기를 맡고 싶었고, 흐르는 냇물 소리를 듣고 싶었다.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섰다. 지난 하지 이후 해가 아주 많이 짧아져서 무척 어두웠다. 수락산 산책로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두려운 마음이 음습했다. 어둡고 적막하고 깜깜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냥 걸었다. 어둠에 순응되었다. 계속 두렵고 무서운 마음이 일었다. 그래서 계속 자신에게 물었다. 이 마음은 도대체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실제로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계속 해서 두려운 마음이 이는 건 익숙하지 않은, 나의 존재를 위협하는 무언가가 나타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 때문임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마음은 쉽사리 가라 앉지 않았다.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소리에도 마음 속이 움찔거렸다.

햇빛 비추는 밝은 대낮이었으면, 다른 사람이라도 있었더라면 같은 마음을 가지게 되었을까? 단지 빛이 없고, 사람이 없다는 것뿐임에도 두려움이 생긴다. 어둠과 적막과 연결된 수많은 생각들 - 공포영화 등의 무서운 기억들 - 이 내 의식세계를 제압하고 있었다. 나무향기와 물 흐르는 소리를 찾아 나서서 두려움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비록 새 꼭지 글의 주제인 ‘가치관과 직업관’에 관한 사색은 거의 하지 못했지만, 최근 내 화두인 ‘두려움’에 대한 실체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 나의 깨달음.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누구나 아는 식상한 경구가 오늘 내게는 가슴을 무찌르는 말로 다가왔다. 내게 두려움을 주는 월요일 아침, 회사생활의 압박. 지금 당장 뿌리치고 떠날 것이 아니라면,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즐겨라!’ 그 이유와 방법은 그저 부딪혀 새롭게 만들어 나가며 찾으면 된다.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에 시선을 돌리지 마라. 내가 선택하여 할 수 있는 것들. ‘영향력의 원’ 안에 역량을 기울여라. 오늘 하루도 아름답고 빛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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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8 08:19:47 *.124.233.1

123일차 (9월 28일)

눈을 뜨기 힘들었다. 쌀쌀해진 탓인지 따뜻한 이불 속에서 좀처럼 나오기 싫었다. 평소보다 조금 늦게 출석 글을 작성하고 나니 이미 다른 분께서 출석 글을 작성해 놓으셨다. 댓글을 달고 거침없는 글쓰기를 시작한다. 걱정이 된다. 오늘 쓸 테마에 대하여 준비하고 고민하지 않았다.  나의 핵심가치는 무엇인가? 이번에도 나침반 프로그램 때 작업했던 내용을 기반으로 글을 써야 할 것 같다. 사부님의 여러 저서들을 읽으며 이건 꼭 내 삶, 내 글에 녹여야겠다고 생각했던 글귀들이 많았는데 제대로 갈무리 해두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다.

어제는 컨디션이 참 좋았다. 그 기세로 아내와 저녁을 먹고 수락산으로 산책을 갔다. 돌아오는 길에 동네를 넓게 한 바퀴 돌았다. 소소하지만 함께 할 수 있는 작은 행복이다. 걱정들이 하나 둘 밀려오기 시작한다. 먹고 살 일부터 해서 함께 거주하게 될 집, 앞으로 태어날 우리의 아이 등. 소위 말하는 가장으로써의 무거운 어깨, 낙타의 삶으로 비유되는 그런 삶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여겨졌다. 이러한 삶의 순리를 강제 노역에 끌려가는 사람의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싶진 않다. 너무나 슬픈 일이다. 그렇게 나는 두려움을 끌어 안고 있는 중이다.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나는 책임감이 강하고, 성취자, 최상주의자이기 때문에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쌓아 온 소중한 가치와 업적들이 머물던 자리에 희생과 배려의 가치가 자리하게 될 것이다. 희생과 배려로 상징되는 ‘사랑’이란 가치가 내게 가져다 줄 따뜻하고, 충만한 그 느낌. 우리들의 부모가 우리를 바라보며 느꼈던 바로 그 감정을 나도 느끼게 될 것이다. 그 때 나는 비로소 나는 어른이 된다.

새벽의 동지들을 만났다. 그 만남으로 하루를 아름답게 이끌어 갈 자원을 얻었다. 동지들은 내가 결코 정상의 범위에서 벗어난 이상한 사람이 아님을 증명해 주었다. 오히려 그들은 나를 남들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 하루를 맞이하고, 하루 중 가장 소중한 2시간을 뽑아내어 오롯이 자신과의 만남에 할애하는 현명한 청년이라 추켜 세워주었다. 몸 담고 있는 회사 내에서 스스로를 고립시켜 온 요즘, 말이 통하고 마음이 통하는 동지를 만나 하루가 풍요로워졌다. 

오늘의 일지는 여느 때보다 손이 많이 갔다. 컨디션도 좋은 편이 아니고, 회사에 와서 편치 않은 마음으로 글을 쓰기 때문인 것 같다. 글쓰기는 참으로 쉽고도 어렵다. 다행인 것은 내가 모순적 가치를 쉽게 받아들이는 정신적 근육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용호상박의 다툼을 하는 중요한 두 개의 가치를 다루는 데 필요한 것은 선택이 아닌 균형과 조화이다.  치우치지 않는 것. 모순과 역설을 끌어 안을 줄 아는 것. 이것은 내가 지향하는 바이기도 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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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8 10:46:53 *.12.196.237
너무도 열심이고, 너무도 성실하여 긴 말이 필요없는 경인씨^^
그저 인연 닿아 반갑다고, 감사하다고 하면 충분할 듯..
선택이 아닌 균형과 조화. 경인씨라면 잘 이뤄가리라 믿어요.

이 가을에도, 겨울에도, 내년 봄에도 그리하여 언제까지나 김경인 홧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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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8 11:41:44 *.218.16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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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9 09:28:03 *.124.233.1

124일차 (9월 29일)

어제는 일지에는 표현하기 어려운 사적인 일로 기분이 몹시 상했고,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평소에 잘 마시지 않던 술을 한잔 했다. 술을 마시기 전 많은 갈등을 했다. 술이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이성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 기분을 알아주는 과거의 친구인 소주 한잔과 대면하고 싶어하는 나의 감성을 따랐다. 많이 마시지 못했다. 몸이 뜨거워져 거실 소파에서 잠들어 새벽 2시경에 한기를 느끼고 깨어 방으로 들어가 다시 잠들었다. 3시 반에 일어나 새벽활동을 시작했다. 거침없는 글에는 오늘의 새벽활동은 무리일 것이라는 이야기로 채웠다. 컨디션도 좋지 않고, 잠도 충분히 자지 못했기 때문에, 무엇보다 주제에 대한 어떤 고민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런 저런 핑계로 채웠다.

일찍 집을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오며 사부님의 ‘코리아니티’를 완독했다. 이제 ‘공익’과 관련된 저서와 일부 절판된 저서를 제외하고는 사부님의 저서를 거의 다 탐독했다. 새벽활동 이외에 별도로 추진하고 있는 ‘변화경영학’ 연마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고자 한다. 사부님의 문하에서 배움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사부님을 알아야 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일부 저서는 여러 번 읽고 정리도 했지만, 아주 좋은 저서 중 일부는 1회독에 그치기도 했다. 흩어져 있던 것들을 한 곳에 모야 ‘변화경영학’이란 과목으로 정하여 정리하고자 한다. 이것이 아마도 개인사에 이은 나의 첫 책을 위한 프로젝트의 시발점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에 도착하니 7시가 아직 안되었다. 못다한 새벽활동을 시작했다. 이번 꼭지 글의 화두인 나의 ‘가치관’에 관하여 자유롭게 기술했다. 정리된 형식으로 쓰지 않고 자유롭게 기술했다. 아마도 이것이 내 글쓰기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리 어떤 체계적인 준비를 하는 것보다 어떤 실마리를 토대로 자유롭게 기술하며 자연스럽게 글이 쓰여지는 데로 따라가는 것이 나의 스타일인 것 같다. 내리 2페이지를 써 내려갔다. 하루 글쓰기의 최소 분량인 3페이지는 채운 셈이다. 그러나 이 주제를 다룬 지 3일차가 되어 오늘 홈페이지에 포스팅을 해야 하지만 하루의 시간을 더 주었다. 가능하다면 오늘 밤까지 올려도 좋겠지만 내일 새벽 더 맑은 정신으로 써 올리는 것이 나을 것 같다.

10월 중순에 참가하게 될 사부님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관련하여 사부님의 안내 메일을 받았다. A4 4장 분량의 과제를 주셨다. 과제 내용은 개인사를 작성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작성해 온 개인사가 있어 잘 다듬어서 제출하도록 해야겠다. 이번 기회에 사부님께 보여지게 되면 좀 더 나은 개인사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여겨진다. 머리가 뜨겁다. ‘수승화강(水昇火降))’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닳아 오른 감정을 가라앉힌다. 세상에 마음을 다루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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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30 08:46:49 *.124.233.1

125일차 (9월 30일)

오늘의 새벽활동은 새벽기상과 출석, 거침없는 글쓰기 한 페이지로 만족해야 했다. 늦은 취침과 누적된 피로가 몰입된 작업을 어렵게 했다. 이제는 몸이 내게 이야기를 해준다. 내가 꾀하고자 하는 것은 성스러운 새벽활동과 함께 나머지 스물 두 시간과의 균형과 조화를 이룬 빛나는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하루라는 시간 안에서 이 두 가지의 균형을 이루는 것은 아주 날카로운 각도에서의 미세한 조정이 필요한 힘겨운 과정이다. 무게 중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하루 전체가 삐걱거리게 된다. 카장 큰 요인은 야근이나 저녁 모임으로 인한 늦은 취침이고, 업무나 관계와 같은 문제들로 인한 스트레스가 둘째 요인이다. 이런 요인들이 하나라도 발동하게 되면 새벽활동은 몰입과 집중을 하기 어려워진다. 무리수를 두어 새벽활동에 박차를 가하면 나머지 스물 두 시간 동안 컨디션 저하 등을 감내해야 한다.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생각의 끈을 놓칠 수는 없다. 집에서 일찍 나섰다. 지하철에서 엔서니라빈스의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 중 이번 꼭지 글의 테마와 같은 ‘가치관’ 부분을 읽었다. 어제 내가 쓴 초고와 거의 동일한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이미 예전에 5회 이상 읽었기 때문에 저자의 생각이 마치 내 것인 것인냥 생각되었다. 이번 꼭지 글은 주제가 워낙 무겁고 부담스럽기 때문에 그 동안의 3일 룰을 깨고 일요일까지 마감기한을 연장했다. 이 과정에서 한 번 정한 룰을 깨는 것이 쉽지 않았다. 가치관에 우선순위에 입각했을 때, 성취보다는 성장이 더 우위에 있기 때문에 더 나은 글과 배움이라는 가치가 3일 안에 포스팅 하기라는 룰에 예외 조항을 부여할 수 있었다. 오늘 ‘거인’을 통해 배운 내용을 내게 적용한 것이다.

새벽활동을 제대로 완수하지 못하고 회사에 출근하여 나머지 작업을 하려니 뒤를 지나다니는 다른 사람들의 눈도 의식되고 집중도 잘 되지 않는다. 새벽활동이 주는 상대적 우위와 중요성에 대해 절절하게 깨닫는다.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않고, 적막하고 고요한 성스러운 그 시간을 헛되이 보내서는 안되겠구나 라고 다시 한 번 다짐한다. 또한 나만의 시간, 나만의 성소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닫는다.

어제 저녁과 오늘 아침을 걸렀다. 당분간 이런 패턴을 유지해 보려고 한다. 2주 후에 있을 사부님과의 만남에서 배고픔 때문에 허둥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리 뱃속을 비우는 연습을 하고자 한다. 물론 더 중요한 것은 입 속에 말을 적게 하고, 머릿속에 생각을 적게 하는 일이다. 오래 전에 사부님께서 쓰신 칼럼의 내용을 메모장에서 찾아 옮겨 적어 본다.

“단식을 하면 늘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아주 조금만 먹어도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동안 너무 많이 먹었나 봅니다. 이 기간 중에는 주머니에 들어 있는 돈이 쓸 데가 없습니다. 참으로 단순하고 소박한 며칠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몇 가지 요령을 익히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건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단식 이후 반드시 식생활의 개혁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과거로 되돌아가거나 과거보다 더 나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어디서나 변화의 모델은 비슷합니다. 우연한 계기가 마음의 문을 열게 하고, 위대한 결단에 이르게 하고, 생활 속에서 그것을 지켜가게 합니다. 이 과정 없이는 변화가 정착될 수 없으며, 끊임없는 수정과 수련을 통해 완성의 길을 걷게 됩니다.

단식의 장점은 하루하루 가장 원초적인 욕망을 참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매 순간 싸우고 있다는 현장감을 갖게 합니다. 이 박진감 있는 싸움이 체중의 감량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통해 잘 하고 있다는 확신을 더하게 됩니다. 단식이 끝나면 보식이 중요합니다. 보식은 그 동안의 식단이 새로운 원칙에 의해 바뀌는 것이지요.

일상이 바뀌면 비로소 목적한 개혁이 정착된 것이지요. 그러므로 하루를 바꾸지 못하면 어떤 변화로 실천된 것이 아닙니다. 달라진 하루 없는 변화의 시도는 다이어트 후의 요요현상처럼 언제고 다시 과거로 회귀하기 마련입니다.”

복사하여 붙이지 않고, 메모장에 옮겨 적은 글을 다시 고스란히 타이핑을 했다. 직접 옮겨 적는 것은 한 음절 한 음절씩 음미하여 마음 속으로 흡수할 수 있게끔 해준다. 이 글을 하루의 양식으로 삼아 매 순간 찾아올 배고픔을 이겨내 보려 한다. 그리고 오늘 저녁 성우형님과 선관누님을 만나기로 했다. 설렌다. 좋은 사람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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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30 14:07:51 *.218.163.100
정욱님의 글도 그렇고...
오늘은 왜 이다지도 주옥같은 글이 많은지요.

어디서나 변화의 모델은 비슷합니다. 우연한 계기가 마음의 문을 열게 하고, 위대한 결단에 이르게 하고, 생활 속에서 그것을 지켜가게 합니다. 이 과정 없이는 변화가 정착될 수 없으며, 끊임없는 수정과 수련을 통해 완성의 길을 걷게 됩니다

명심 또 명심.
새겨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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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1 08:46:39 *.124.233.1

126일차 (10월 1일)

10월의 첫 날이다. 어제 어머니께서 식도에 심한 염증이 있으셔서 서울 아산병원으로 올라오셨다. 지난 며칠 간 아무것도 드시지 못하셨다. 검사 결과 당뇨에 기인한 곰팡이 균이 식도에 퍼져있다고 하여, 내시경을 통해 제거했다고 하셨다. 가뜩이나 야윈 어머니의 모습이 더 야위신 것 같아 슬픈 마음이 끓어 올랐다. 당장에라도 회사를 그만 두고 양평에 내려가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이 들 때 마다 지금 내가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랑, 용기, 성실, 성장.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다. 과연 나는 이 가치들을 얼마나 삶에 녹여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문득 내가 현실에 익숙해져 삶에서 정말로 소중한 무엇인가를 놓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을 떠올릴 때 마다 그런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살아 계실 때 조금이라도 더 함께 해드리고 잘 해드리고 싶다. 풍수지탄(風樹之歎)이란 말이 있다.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하려 하나 부모는 기다려주시지 않는다. 당신들은 언제나 내 걱정뿐이시다. 보태주지 못하고 얻어 쓴다며 언제나 미안해 하신다. 돈에 대한 욕심은 없다. 그러나 당신들의 시름이 가슴에 와 닿으면 악착같이 돈이란 녀석에게 집착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젊어서는 먹고 살기 위해 낙타의 삶을 사시고, 나이가 들어서는 병이 들어 자유롭지 못하시다. 박복한 당신들의 삶을 바라보는 내 슬픔의 깊이는 더욱 더 깊어진다.

그게 바로 내가 나를 더 간절하게 만나야 하는 이유다. 내면의 영롱한 목소리를 듣고 그 길을 따라가 나다운 삶을 찾는 것이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이라 믿는다. 돈이란 것에 집착하여 내 삶을 잃는 것. 결코 당신들이 바라는 것이 아닐 것이다. ‘성실함’을 통해 새벽에 깨어 나를 찾고, 삶의 방향을 찾아 나아간다. ‘용기’를 내어 두려움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뛰어 넘는다. 이를 통해 나는 한 단계 ‘성장’한다. 이것이 나 자신에 대한, 그리고 소중한 나의 사람들을 향한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나만의 방식이다.

평소보다 늦게 새벽활동을 시작했지만 결과는 알차다. 거침없는 글을 내리 두 페이지 써내려 갔다. 어제 읽은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 중 ‘가치관’ 부분의 인용문을 타이핑 하며 어제 공부한 내용을 복습했다. 이것이 살아있는 공부라 여겨졌다. 가슴 속에 사무치게 하는 공부야 말로 진정한 공부다.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배운 것을 가슴 속 깊이 심어 나의 일부로 육화시키는 것임을 깨닫는다.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변화경영학’ 연마를 시작한다. 그 동안 1회독 이상을 한 사부님의 저서들을 다시 정리정돈 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그 내용을 리뷰형식 혹은 그 형식을 가독성 있게 변화시켜 홈페이지에 포스팅 하고자 한다. 그 시작으로 오늘 지하철을 타고 오며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읽기 시작했다. 그 동안 가다 멈추고, 방향을 잃고 좌절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중에 하나. 스승이 없었다. 그 발자취를 따라 거닐고 싶은 스승이 있다는 것은 내게 있어서 커다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스승에게서 배우고 익히고 있는 요즘의 나는 참으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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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1 08:52:38 *.207.0.12
때로 필요한만큼 물질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슴 절절히 전해져오는 그 사랑에 부모님들의 삶은 가장 따듯해지리라 믿고 있습니다.
물질때문에 행여 사랑조차 표현하지 않는것보다, 이러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당신들의 가슴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따듯함이 차오를 거라는 거.. 믿고 있습니다.

일효.
그대야의 법명 그대로, 큰 마음으로 세상 품으시기를 믿고,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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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0.01 10:11:32 *.35.254.135
가슴 속에 사무치게 하는 공부야 말로 진정한 공부다.라는 말 나두 공감.
이제야 무엇을 공부해야하는지 내 안에서 요구하는 것을 느끼고 한걸음씩 나아가게 된다.
경인아 어제 맘고생 많았지 문자 받고 괜히 내가 맘 아팠어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엄마는 잘 이겨내실거야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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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2 04:49:52 *.109.80.4

127일차 (10월 2일)

어제 처가에 들러 저녁을 먹었다. 아침, 저녁을 먹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이 순간 무너졌다. 충분히 거절할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어느 누구도 탓해서는 안 된다. 관계 때문에 그렇다는 핑계도 데서는 안 된다. 온전히 음식에 대한 유혹에 넘어간 나의 탓이다. 새벽에 기상할 때 여전히 피로감을 느낀다. 원인은 단 하나. 22시 취침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어렵고 험난하다. 이 또한 누군가를 탓할 일이 아니다. 나 혼자만 생각할 수는 없다.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다.

회사에 대한 애정이 많이 식었다.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염증이 가장 크다. 그런 연유로 그 동안 수세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다. 일에 구멍을 내는 일은 없었다. 예전과는 다르게 수동적 태도로 일관하다 보니 사람들의 적극적인 태도가 내겐 공격적인 뉘앙스로 다가왔다. 보는 눈이 있고, 듣는 귀가 있기 때문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홀로 의연하게 받아들이려 하나, 마음의 시름은 조금씩 깊어가는 듯한 느낌이다. 역시 회사 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사람이다. 실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핸 애정이 식었다기 보다는,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 쪽으로 마음이 간다고 이야기 하는 편이 맞겠다.

부서를 이동할 시기가 찾아온 것 같다. 나는 누구를 위해 회사를 다니는가? 나를 위해 회사를 다니는 것이다. 누군가를 모시기 위해 다니는 것도 아니다. 피라미드와 사다리의 꼭대기에 오르기 위함도 아니다. 적성에 맞지 않음과 동시에 고단한 부서의 업무와 피곤한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내겐 버겁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씩 내 입장을 갈무리해 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 동안 나에게 배려해준 회사를 위해 말이다. 적어도 나의 의사를 솔직하고 정중하게 표현할 필요가 있다. 정신 차리고 명료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한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은 분명 적응과 학습의 시간을 요한다. 내년 연구원 레이스와 부서이동이 겹친다면 어떻게 될지 신중하게 생각하여 가늠해보길 바란다.

주제를 가진 글쓰기의 마감일이 내일로 다가왔다. 실은 마감일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주어진 주제에 대해 배우고, 나에 대해 기술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레이아웃과 인용문은 이미 작성했다. 다만 한 꼭지의 글을 세 꼭지 분량으로 늘리려 한다. 고민한 시간과 쓰고 싶은 내용이 생각보다 많다. 가치관에 대하여 그 동안 탐색하며 내가 배운 것들과 탐색하는 과정을 쓰는 형태로 진행하고자 한다. 아마도 지난 번 작업한 강점탐색과 비슷한 양상을 띨 것 같다. 우선은 가치관에 대한 개관적인 글 한 꼭지와 나의 역할과 사명선언서, 나침반 프로그램을 통해 찾아낸 핵심가치 탐색에 관한 내용, 지난 며칠간 기록한 초고를 엮어 써 나갈 것이다. 분량에 신경 쓰지 말고 내 스타일 데로 자유로운 형태의 글을 써 내려 가자.

길을 걷다 보면 주춤 할 수도 있고, 피곤함이 몰려와 쉬어 가고 싶을 때도 있다. 언제나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걷는다면야 금상첨화이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을 것이다. 너무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는다. 그럴 때 일수록 스스로를 보다 자유롭게 놓아줄 수 있는 역설적 기지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내가 가장 쉽게 동기부여 받는 방식대로 나를 대하라. 나를 칭찬하고 인정하면 된다. 그리하여 동기부여 버튼이 눌러지면 당신이 원하는 것 이상을 나는 보여줄 것이다. 법정스님의 글에서 읽은 보왕삼매론의 세 번째와 다섯 번째 구절을 옮겨 적는 것으로 오늘의 일지를 마무리 짓고자 한다.

셋째, 공부하는 데에 마음에 장애 없기를 바라지 말라. 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배우는 것이 넘치게 된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장애 속에서 해탈을 얻으라' 하셨느니라.

다섯째, 일을 계획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일이 쉽게 풀리면 뜻이 경솔해지기 쉽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많은 세월을 두고 일을 성취하라' 하셨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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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
2010.10.03 19:49:31 *.92.200.236
경인님!
위의 법정스님의 말씀이 저에게 힘이 되었습니다. 어느 책에 나오는 말인가요?
인간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장애속에서 해탈을 얻으라>는 말씀은 저에게 길잡이가 되어주네요. 고마워요. 어머니께서 빨리 완쾌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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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4 04:31:54 *.109.80.4

128일차 (10월 3일)

새벽활동이 알차지 못하니 단군일지도 부담스럽다.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만큼 힘겨운 일은 없다.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겉으로 드러내는 것을 어려워할수록 홀로 가슴앓이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누적된 감정은 언제 어디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 폭탄처럼 자신을 두려움에 휩싸이게 한다.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우리는 상처받기도 하고 치유 받기도 한다. 나는 어떠한 사람인가? 상처를 주는 사람인가? 상처를 치유해 주는 사람인가? 자신 있게 답을 할 수가 없다.

나와 맞지 않는 길을 너무 멀리 와 버린 건 아닐까?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더욱 더 선택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생각이 내 가슴 속에 먹구름을 드리우게 한다. 언제고 늦은 것은 없다고 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두려운 것일까? 나의 이런 온갖 걱정이 한 여름 시원한 한 줄기 소나기에 씻겨졌으면 좋겠다. 지금 내가 변화의 변곡점에 위치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지금 나는 갈림길에 서 있다. 걸어 온 길을 그대로 걸어갈 것인가? 내 마음이 이끄는 그 길을 따라 갈 것인가? 두 가지 길을 중첩시킨 길로 갈 것인가?

결국은 내가 원하는 길로 가게 될 것이다. 그 시기가 문제 될 뿐이다. 5년 전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지나온 시간의 무게만큼이나 고민의 무게가 늘었고, 책임져야 하는 것들도 많아졌다. 앞으로 5년이란 세월이 더 흐른다면 과연 그 무게가 더 가벼워질 수 있을까? 퍼뜩 인생에 대한 나의 비유가 아주 부적절함을 깨닫는다. 마치 정말 사막을 걷는 고단한 낙타에 자신을 비유한다. 실제로 그러한 삶을 살고 있다 하더라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 실제로 어깨가 무겁다. 나는 정말 낙타인가?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노예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그래도 나에겐 새벽이 있지 않은가? 적어도 하루 스물 네 시간 중 두 시간만큼은 내 의지대로 할 수 있지 않은가? 마음 속의 응어리를 털어내는 시간을 가지고 있고, 내가 살아온 삶을 반성하고 살아갈 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은가? 적어도 지금의 나는 내 삶을 그저 살아지는 데로 방치하고 있지는 않다. 하고 싶지 않은 일에 나를 묻어 버리지는 않고 있다. 그렇게 세상이 짜 놓은 각본대로 살아가고 있지는 않다. 지금 나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서 있다. 두려움이 나를 공격하고, 용기로 그것을 받아 치고 있다. 또 다시 공격 받고, 또 다시 방어하고 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잠시 주춤했을 뿐이다.

혹자는 나의 이러한 일련의 고민을 무의미하다 이야기한다. 내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누구라도 삶 속에서 언젠가는 이런 질문에 반드시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질문이다. 아주 운 좋게도 나는 인생의 매우 빠른 시기에 이 질문에 답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물론 이 또한 조화와 균형의 문제로 귀결될 수 있을 것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했다. 한 쪽으로 치우치면 삐끗할 가능성이 높다. ‘균형과 조화’의 가치가 지금 내겐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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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4 05:14:43 *.124.233.1

129일차 (10월 4일)

내가 대략 어떤 사람인지 설명할 수 있는 특성이 몇 가지 있다. 이건 주로 내가 존경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은 것들이기도 한데, 가장 먼저 나는 신문을 잘 읽지 않는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라기 보다는 문자화된 소음과 공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경제신문을 읽는 것이 필수라 하여 몇 번 구독을 해 본적은 있지만 나와 촌수가 맞지 않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그래서 나는 아침 출근길 누구나 즐겨 읽는 지하철 앞에 있는 무료신문조차 읽지 않는다. 대신 나는 책을 읽는다. 신문처럼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이야기를 동시다발적으로 듣는 것은 내 취향이 아니다. 나는 책을 통해 한 사람의 깊은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또 하나, 나는 소수의 사람들과 깊이 있는 관계를 추구한다. 혹자는 나의 외향적 성격 때문에 폭 넓은 관계를 맺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관계의 폭과 깊이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지체없이 관계의 깊이를 선택한다. 물론 관계적 역량이 뛰어나 두 가지 다 충족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에겐 그러한 재능이 없다. “평생을 함께 할 친구 한 사람만 있어도 인생의 반은 성공한 것이다.” 라는 은유가 이러한 나의 관계에 관한 신념을 상징한다.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 하나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서 어떻게 모두를 사랑할 수 있겠는가? 물론 이러한 나의 관계에 관한 신념이 좋은 관계의 확장을 가로막는 장애가 될 때도 있다. 이 또한 ‘조화와 균형’의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 앞으로 다듬고 또 다듬어야 할 삶의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나는 나무와 같은 사람들을 좋아한다. 수다스럽고, 공격적이며, 뒤에서 남의 험담이나 하며 호들갑 떠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그런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말수가 적고, 그저 은은한 미소를 띤 사람들은 속이 꽉 차 보인다. 쉴새 없이 떠들어 대는 사람들은 그렇게 내 뱉는 말의 양만큼 마음 속 무게가 빠져나가 가볍고 경박해 보인다. 아마도 나 또한 이런 속성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나무와 같이 묵묵한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말과 행동이 일치되는 사람을 나는 좋아한다. 비록 내가 그 사람의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말이다. 내가 존경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모두 말과 행동이 일치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법정스님, 구본형 사부님, 서태지 등이 그러하다. 물론 지금의 나는 한참 부족하지만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삶을 본받는다면, 무엇보다 내가 나다운 이야기를 하고 나다운 삶으로 말과 행동이 일치된 삶을 살아간다면 그들과 같은 삶을 살아 갈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일지는 사색적인 내용 일색이 되어버렸다. 꼭지 글에 대한 부담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그 동안 쓰고 싶었던 화두를 꺼내어 일지 형식으로 글을 써 보았다. 앞으로도 내가 쓰고 싶은 글은 내 삶에 관한 글들이다. 마치 법정스님의 산문처럼, 구본형 사부님의 칼럼처럼, 이철수 화백의 판화처럼, 박항률 화백의 그림처럼. 소소한 나의 일상과 그 속에 녹아 있는 삶에 대한 깨달음에 대하여 담고 싶다. 잔잔하고 맑고 향기로운 그런 글을 쓰고 싶다. 그렇게 맑고 향기로운 삶을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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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6 05:21:40 *.201.121.157
그러게 말입니다.

저 역시도 말수적고 진중함이 느껴지는 그런 사람이 좋은데,
제가 하는 모든 행동들은 전혀 반대로 나가버리네요.
수다스럽고, 공격적이고, 가볍고.. (쯧쯧...)

타고난 기질탓이 큰지 몰라도, 참 쉽지가 않네요. ㅠㅠ
제게 맞지 않는 속성 탓인지도 몰라...
쾌활함이 극상으로가서 단점을 덮어버리려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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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0.04 10:02:50 *.35.254.135
말과 행동이 일치되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거 나누 경인이와 같어
근데 서태지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평소에도 선호하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인도에서 워낙 험한말을 들어서.
경인이는 심리적 상태도 잘 끄집에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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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5 05:39:47 *.124.233.1

130일차 (10월 5일)

‘생활 속의 명상’이란 얇은 책자를 읽고 있다. ‘향(香)’에 관한 내용을 읽고 와 닿는 바가 많아 오늘 새벽엔 단촐 하게 향 한 자루와 촛불을 하나 피웠다. 향은 ‘청심향(靑心香)’ 인데 예전에 길상사에 갔을 때 사온 것이다. 향을 피워 놓으니 마음이 경건해지고, 고즈넉해진다.

청심향의 향 내음은 몇 가지 추억들과 연결되어 있다. 우선 이른 봄과 가을의 길상사를 떠올리게 한다. 길상사에서 피우는 향은 모두 청심향이다. 자연스레 ‘법정스님’과 스님의 글에 대한 기억이 떠오른다. 길상사에서 처음 청심향을 샀을 때 나는 명륜동 옥탑방에서 자취생활을 하고 있었다. 한두 평 남짓한 단칸방에 천장도 매우 낮아 내 키에 한 뼘 정도 더 높았다. 밤에 창가에 향을 피우고, 촛불을 켜 놓고 있으면 마치 산중에서 수행하는 수행자가 된 기분이 들곤 했었다.

꼭지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부담감으로 새벽활동의 즐거움이 사라졌다. 그래서 잠시 꼭지 글 쓰는 일을 중단하기로 했다. 마음에서 우러나올 때까지 기다려보기로 했다. 대신 그 시간 동안 맑고 향기로운 책을 읽기로 했다. 명상에 관한 책자나 법정스님의 수필집을 읽어볼까 한다.

어제 퇴근하는 길에 회사의 아는 상사분을 만나 함께 퇴근을 했다. 후덕하고 편안한 분이라 그간 내 고민을 말씀 드렸다. 부서이동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아주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하셨다. 우리 팀 상황이 지금 좋은 상황도 아니고, 나를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수를 둘 필요는 없다고 하셨다. 일리 있는 이야기다. 그리고 영어공부를 소홀히 하지 말아라. 회사에서 요구하는 기본적 사항을 갖추고, 해외지점 근무 등 회사에서 제공하는 혜택을 최대한 누려라. 미래의 아이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나에게 현실을 직시할 수 있게 해준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이었다.

그렇다. 어찌 보면 내게 영어공부와 업무와 관련된 자격증 공부가 급하고 중요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새벽에 깨어나 고민하고 있는 것은 나를 찾고자 함이다.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잘 할 수 있으며,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에 대한 답을 하고 있다. 어찌 보면 나는 지금 내 인생 전체의 판을 다시 짜기 위한 거대한 작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앞서 나는 먼저 ‘나 전문가’가 되고자 공부를 한다. 이는 ‘어떤 일을 잘 하는 것(효율성)’이 아닌 ‘바른 일을 하는 것(방향성, 효과성)’에 대한 탐색일 것이다. 다시 말해 나는 지금 삶의 방향성을 재정립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 .

과연 지금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인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들며 두려움이 나를 제압한다. 그때마다 내게 이야기 한다. 너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물음에 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수학문제처럼 정해진 해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나 스스로만이 답을 할 수 있다.

너무 심각하게 살지는 않을 것이다. 너무 내면 속으로만 침잠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부님 말씀대로 세상과 나 사이에 적절한 지점을 찾아보려 한다. 그곳에 세상과 조화를 이루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내 자리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누가 이야기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현실적인 이상주의자’가 지금 내가 추구하는 모습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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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
2010.10.05 22:45:49 *.234.179.135
경인님!
법정스님의 보왕삼매론 글 고맙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앞으로도 두고두고 들여다보면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불교의 법문을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기독교와는 다른 품이 느껴집니다. 이렇게 좋은 글을 법정스님은 왜 <다시는 자신의 책을 찍지 말라>고 유언하셨을까요? 아쉽습니다. <말빚을 너무 졌다>고 하셨는데, 이런 좋은 글은 더 널리 퍼져야할 것 같습니다. 종소리처럼요.....그런데 보왕삼매론은 무슨 뜻인가요? 보배로운 왕이 빠져들어야하는 경지라는 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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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6 05:23:29 *.201.121.157
모든 이들의 단군일지에 가서 응원해 주시는 모습.
감동받았습니다.

부족을 위해 노력해 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에 대해 감사함을 항상 느낍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도와 주고 계시기에
부족하고 부족한 부족장이 별 탈 없이 지내고 있는 것이겠지요.

고마워요. 경인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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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6 06:18:19 *.124.233.1

131일차 (10월 6일)

새벽에 눈을 뜰 때 나는 주로 어떤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하는가? 어제의 아쉬웠던 것들, 후회되는 기억들을 머금고 시작하는가? 아니면 하고 싶은 일로 가득 찬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하는가? 부끄럽지만 나의 경우 어제와 연결된 두려움과 걱정을 끌어 안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혹은 충분하지 못한 수면으로 더 자고 싶다는 생각과 사투를 벌이며 시작할 때도 많다. 특히 지난 한 주는 이런 시작의 연속이었다. 아무래도 스스로와 약속한 꼭지 글이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한 마음속 부담감 때문이다.

왜 그 글을 쓰기가 그렇게 힘들었을까? 정해진 주제에 대해 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여긴 탓이다. 물론 글을 쓸 때 주제에 대하여 풍부한 소재와 예시, 인용문을 갖추고 글의 윤곽을 설계하는 등 사전에 만반의 준비를 한 후 글을 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완벽주의는 지금과 같이 좋은 흐름을 차단하고, 앞으로 전진하는 것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과연 완벽한 준비라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나는 애초에 출사표와 단군일지 등을 통해 나의 이런 면을 경계했다. 그리하여 글의 수준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머뭇거리지 말고 뛰어 넘으라 했었다. 수준이 낮으면 낮은 대로 초고 수준이라 하더라도 과감하게 마침표를 찍고 넘어가기로 했었다. 그러나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렇게 주춤, 삐끗하다 넘어져 버렸다.

창피한 글은 없다. 창피한 마음만 있을 뿐이다. 나의 지나친 완벽주의가 문제다. 쉽게 갈 수 있는 방법은 아주 많았다. 지나친 완벽주의는 게으름의 다른 얼굴일 가능성이 높다. 주저 앉았다면 다시 땅을 딛고 일어서면 된다. 내게 중요한 것은 순위가 아닌 완주이다. 순위에 집착하면 고단함을 면할 수 없다. 외부적인 것, 표피적인 것과 경쟁하면 마음속이 공허해진다. 편해지려고 하는, 현실에 안주하려고 하는 게으른 나 자신과의 싸움이 있을 뿐이다. 그 동안 너무 무거웠다면 앞으로는 조금 더 가볍고 쉽게 가면 된다. 그렇게 리듬을 타고 가면 되는 것이다. 어제 실패했다고 하여 오늘도 실패하란 법은 없다. 어제의 부족함을 훌훌 털어 버리고 오늘 새롭게 다시 시작하면 된다. 오늘이 좋은 이유는 다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오르락 내리락 하는 모든 감정의 기복은 마음가짐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 같다. 내 마음 하나 어쩌지 못하여 생기는 일들이 대체로 모든 불쾌한 감정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과 의심, 다른 사람의 따갑고, 쓰라린 한 마디에 내 감정은 요동친다. 그런 수 많은 감정의 물결을 언덕 위에서 그저 무심히 내려다 보는 또 다른 자아. 그 또 다른 자아와 하나 되어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이 명상이다. 감정의 일렁임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일렁이는 감정을 먼 치에서 그저 바라보고, 가라 앉힐 수 있는 것은 나의 의식적인 노력과 선택에 달려있다.

쉽게, 즐겁게, 가볍게, 경쾌하게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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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7 05:36:08 *.109.27.10

132일차 (10월 7일)

지난 다섯 달간 심각한 얼굴로 살아왔다. 단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그간 새벽 활동을 육화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 그 와중에 발생한 가장 커다란 문제 중 하나가 관계의 문제였다. 담배를 끊고, 저녁 술자리를 피하다 보니 어느덧 고립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내겐 과거와의 단절과 도약이 필요했기 때문에 절제를 택했다. 그러나 그 동안 수많은 내적 갈등이 나를 괴롭혀 왔었다. 스스로 한쪽으로 치우친 것은 아닌지, 과연 새벽활동과 기존의 삶이 공존할 수는 없는 것인지 고민해 왔다.

지난 5년간 내겐 아주 익숙했던 저녁의 술자리를 지탄했고, 무의미하다며 비하했었다. 마치 내가 군계일학이라도 된 듯 홀로 거드름을 피우며 고고한 채 해왔다. 동시에 마음 속에서는 고립된 외로움이 자라났다.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많았지만 자존심 때문에 거부했다. 나를 향한 따뜻한 관심의 손길을 간섭과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라 여기며 차갑게 뿌리쳤다. 이게 아닌데 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나의 행동은 내 마음과는 달랐다. 그래서 스스로 고립을 자처했고, 외로움을 느낄 때마다 그들을 부정하고 비하하고 비판했다.

어제는 그런 악순환의 사슬을 끊었다. 서로가 동시에 손을 내민 것이다. 기존의 룰을 따라 거나하게 술을 마셨다. 긴 갈등의 사슬을 끊고 서로가 손을 맞잡는 해빙의 순간만큼 가슴 찡한 순간은 없다. 이제 더는 무의미하게 갈등을 끌어 안고 살아갈 필요가 없다. 내가 지금 당장 조직을 등지고 떠나지 않는 한 결코 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당장 떠나온다 하더라도 관계를 함부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자존심이라는 족쇄를 벗어 던지고 나니 이렇게 후련할 수 없다.

평소의 주량을 초과했다. 덕분에 취한 상태에서의 내 의식의 흐름을 살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의식의 통제에 가려져 왔던 무의식의 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물론 술기운에 의해 현격히 왜곡된 모습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 동안 내가 억압한 것들이 어떠한 것들이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결국 내가 알아차린 것은 이성의 눈으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자아의 모순도 끌어 안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억압된 자아는 무의식 속 어디엔가 삐뚤어진 채 무서운 눈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다. 흐름에서 벗어난 이야기다.

오늘의 지각은 무척 아쉽다. 그러나 어제 얻은 해빙의 가치는 내게 아주 크다. 그 동안의 고립에서 벗어나 세상을 향해 손을 내민, 용기를 내어 두려움을 이겨낸 상징적인 시간이었다. 세상과 존재 사이 어디엔가 있을 내 자리를 찾기 위한 몸짓이었다. 그 동안 내 가치 목록에 없었던 ‘균형과 조화’라는 가치를 추가하고자 한다. 본래 인간은 고독할 수 밖에 없는 혼자이다. 그러나 결코 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도 없다. 이러한 모순을 끌어 안을 수 있어야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이러한 모순적 성향을 띤 가치들을 공존시킬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가치 그것이 바로 ‘균형과 조화’의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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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진
2010.10.07 10:31:34 *.242.52.22
강남벙개 또 안해?
다음주에 역삼동으로 4일 출근(?)하는데..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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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
2010.10.08 04:34:49 *.142.197.210
경인님 다녀가셨더군요...
익숙한 놈을 만나니 전기가 찌릿하고 통했나보네요...
'균형과 조화' 아주 맘에 드는 가치들입니다.
어디까지 노력해야 얻을까요... 
무념정진. 뚜벅뚜벅 같이 가세요...
함께 가면 멀리간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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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8 05:03:28 *.109.53.207

133일차 (10월 8일)

단군 일지를 꼭지 글처럼 쓰고 있다. 내겐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과 같다. 큰 맥락에서 본다면 새벽활동을 통해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은 나와의 만남이다. 커다란 로드맵의 구체적인 일부를 이루는 것도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내가 더 노력하고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은 내 마음이 흐르는 곳으로 자연스레 따라가 보는 실험정신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담스러운 주제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으며, 새벽의 아름다움을 퇴색시킬 것이 아니라, 그저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다 자연스레 주제와의 만남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변화 전문가’가 나의 천복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 곳에서 찾지 않는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펴보면 지나온 나의 삶 모두가 ‘변화와 성장’을 위한 몸부림이었던 것 같다. 단군프로젝트 참가, 금연프로젝트, 건강프로젝트 등 나 자신을 피험자로 한 무수한 실험을 반복해 왔고, 실패하고 좌절하고 슬럼프에 빠졌다가 다시 나와 또 도전했다. 그러고 보면 나는 나의 정신적 성장에 가장 큰 관심을 가져왔던 것 같다. 내 천복이 글이냐 그림이냐를 따지며 고민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련의 큰 흐름 자체가 천복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변화와 성장’을 화두로 나를 첫 번째 고객으로 하여 일상을 통해 갖은 실험과 모색을 거듭하고, 새벽활동을 통해 사색하고, 명상하며, 글로써 기록한다. 이 기록들이 모여 내 ‘개인사’ 라는 이름으로 혹은 법정스님의 글과 같은 수필로, 혹은 사부님의 저서와 같은 책으로 도약할 수도 있다. 윌리엄 스태포드의 ‘삶이란 어떤 것이냐 하면’이란 시에 나오는 ‘내가 붙잡고 따라가는 한 가닥 실’은 이미 내 손에 쥐어져 있고, 나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실이 안내하는 그곳으로 향하고 있다. 다만 그 실이 어떤 이름을 가진 것인지 설명하기 어려울 따름이다. 그 실이 바로 내 천복일 것이다. 천복은 언제나 내 곁에 있는 파랑새다.

바싹 긴장하여 경직된 어깨에 힘을 좀 풀자. 두 어깨와 양손에 가득한, 나를 휘감아 싼 정신적 짐과 굴레를 내려 놓자. 그걸 내려 놓는다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그러한 정신적 짐들은 마치 공항에서 그러하듯 캐리어에 담아 화물스티커를 붙여 목적지로 보내버리자. 그리하여 아주 가볍게 여행길에 오른다. 은유 하나를 바꿔 주었을 뿐인데 실제로 어깨 근육이 풀리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마음과 몸은 결코 분리되지 않았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다.

법정스님과 사부님과 같이 있는 그대로의 일상 자체가 ‘브랜드’가 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스스로 미래의 멋진 풍광을 하나 마련하고, 하루하루 그 풍광에 색칠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멋진 목표 하나를 정해두고 나를 첫 번째 실험대상이자 고객으로 하여 하나의 성공 모형을 만든다. 내게 적용하여 성공할 경우 그 성공모형을 변화를 꾀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제공한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크게 개의치 않는다. 적어도 내겐 성공적으로 적용이 되어 정신적 성장을 이미 이루게 해준 것이고, 비록 다른 사람에겐 실패했지만 최소한 그 실패를 피드백 삼아 더 나은 모형으로 거듭날 수 있는 초석이 되어줄 수는 있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모두 긍정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가치관, 직업관, 작가관 등 약간은 부담스러운 주제가 새벽활동과 그 외의 일상에 녹아 고민의 수위가 글을 쓸 수 있는 만큼 차오르면 자연스럽게 쓰기 시작할 것이다. 자승자박(自繩自縛) 하는 우를 범하고 싶지는 않다. 어찌 되었든 나는 매일 거르지 않고 쓰고 있다. 지난해 변경연에서 출간한 ‘시야, 너는 참 아름답구나!’ 에 나온 시중 앞서 언급한 윌리엄 스태포드의 ‘삶이란 어떤 것이냐 하면’ 을 마지막으로 오늘의 단군일지를 마무리 짓는다.

삶이란 어떤 것이냐 하면
(윌리엄 스태포드)

그대가 붙잡고 따라가는 한 가닥 실이 있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것들 사이를 지나면서도
이 실은 변하지 않아.
그대가 무엇을 따라가는지 모두 궁금해하니
그대, 이 실이 무엇인지 설명해야겠네.
하지만 사람들 눈에는 이 실이 보이지 않아,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이걸 잡고 있는 한, 길 잃을 염려는 없지.
슬픈 일들은 일어나게 마련이어서
사람들은 다치기도 하고 죽어가기도 한다.
그대 역시 고통 속에서 나이를 먹어가겠지.
세월이 펼치는 것은 그대도 막을 수 없으니
오로지 실만은 꼭 붙잡되,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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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0.08 05:24:19 *.180.75.152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경인이의 글을 보면서 격려를 받어
좋은시 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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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0 05:12:45 *.109.52.248

134일차 (10월 9일)

지난 며칠간 함께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계신 다른 분들의 단군일지를 살펴 보았다. 그 동안 개인적인 수행에만 매진하다 보니 함께 하는 동료들에게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이는 지난 100일 때도 적극적이지 못해 가장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기도 했었다. 각양각색으로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의 일지를 작성하고 있었다. 시각적인 것을 강조한 일지도 있었고, 책을 읽고 리뷰 한 일지도 있었다. 대체로 수필형태의 일기 글이 가장 많았다. 일지를 통해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같이 모두가 치열하게 내적 탐험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운영진이 설명한 영웅의 여정의 기본패턴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느낌을 얻었다. 자신의 심연과 만나 익숙한 것과 사투를 벌이고 전진과 후퇴를 거듭하며, 슬럼프에 빠지기도 하고, 나름의 깨달음을 얻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자신의 내적 탐험을 기록하고 그 기록을 공유하며 서로에게 힘을 북돋아 주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왜 함께 가야 하는지를 퍼뜩 깨닫게 되었다. 또한 왜 좋은 스승을 만나 좋은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사우의 의미인 ‘좋은 스승이 될 수 없으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없고, 좋은 친구가 될 수 없으면 좋은 스승이 될 수 없다.’ 라는 격언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프로젝트를 알게 되고 그들과 함께 내적 탐험의 한복판에 있다는 것이 이렇게도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

물론 나 또한 특정 주제에 관한 글쓰기에서 장애물을 만나 그 앞에서 전전긍긍하며 주위를 빙빙 돌고 있는 형국이지만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돌파할 수 있음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 막연한 믿음이지만 사유의 양이 충분히 차오르면 자연스레 문이 열릴 것을 믿기 때문이다.

오늘의 거침없이 쓰는 글의 주제는 ‘무소유’였다. 최근 여행이다, 기념일이다, 각종 경조사 등 지출할 곳이 많아지고, 수명을 다한 것 같은 자동차를 처분하고 새 차를 살 것을 고민하고 있다. 단순하고 간소하게 그리고 검박하게 살아가고 싶다. 무소유의 진정한 의미는 아무 것도 갖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벗어나라는 의미임을 감안 한다면 답은 쉽다. 앞과 뒤를 잘 헤아리고, 충동적이고 감정적으로 지출하지 않는다. 이 또한 ‘조화와 균형’의 가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미래에 대한 준비와 현재의 즐거움 사이에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둘 다 아주 중요하다. 어느 한 쪽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적정하게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의미다.

어젠 어머니 생신이어서 양평에 내려왔다. 어머니의 생신선물과 이벤트를 준비하는 아내를 보며 현명하고 배려심 많은 그 고운 마음에 감동을 받았다. 아직 스물다섯밖에 되지 않는 어린 나이에 저런 깊은 헤아림이 나오는 것을 보며 현명함은 나이완 상관이 없음을 알게 된다. 그 고운 마음이 거칠어지지 않도록 감싸 안고 보듬어 주는 것이 함께 살아가는 반려자로써의 내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과 함께 참 좋은 오늘을 함께 보내고 싶다. 오늘 하루도 따뜻함으로 충만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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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0 05:14:31 *.109.52.248

135일차 (10월 10일)

잠을 설친 탓인지 거침없이 쓰는 글에 생기가 없었다. 역시나 맑고 생생한 기운이 가득해야 글에도 힘이 실린다. 마음 속 충만함이 차오를 때까지 꼭지 글을 쓰지 않기로 했으므로 독서로 새벽활동을 보내려 했다. 그러나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거침없는 글로 만족하고 일지를 쓰기 시작한다. 역시 어떤 종류의 글이던 간에 글을 쓰는 것만큼 새벽활동을 적극적이고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찾지 못했다.

오늘 아침은 새벽 수련을 함께 하는 동료들과 북한산 산행을 하기로 했다. 그 동안 자칫 나태해지고 수동적이기 쉬운 주말에 등산과 같은 적극적인 취미를 가져야겠다고 다짐해 왔지만 실천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번 산행을 계기로 꾸준히 산을 올라볼 생각이다. 그래서 어제 양평에서 집으로 올라오는 길에 등산용품 아울렛 매장에 들러 등산화와 등산복을 구입했다.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것 같아 저렴한 것들로 구입했다. 마치 새 신과 새 옷을 입고 소풍 가는 아이마냥 설렌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북한산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한걸음 한걸음 산을 오르는 기분은 아주 상쾌할 것이다. 물론 숨이 차오르고, 땀이 흘러 내리며, 약간의 피로감이 들겠지만 흙과 바위를 딛고, 새 옷을 갈아입기 시작하는 나무들과 교감하며 걷는 그 기분은 생각만 해도 설렌다. 부디 추운 겨울이 찾아오기 전에 여러 번 자주 산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지난 몇 주간 새벽활동의 중심이던 꼭지 글 쓰기를 잠시 중단하면서 그 시간 동안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게 된다. 그 중심에는 ‘나의 천복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이 놓여있다. 나의 천복은 ‘변화 전문가’ 이다. 아직 이 정도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너무나 막연하다. 더 구체적으로 찾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게 정말 맞는지 검증할 필요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루도 멈추지 않고 꾸준히 시도해야 한다.

나 자신을 첫 번째 연구대상으로 삼아 변화를 시도할 것이다. 내가 먼저 변화에 성공해야 한다. 창조적이어야 하고 독특해야 한다는 덫에 빠질 필요는 없다. 이미 누군가 먼저 시도한 방법을 시도해도 상관없다. 변화의 대표적 화두인 금연, 체중감량, 어학공부, 자격증 등 누구나 한번쯤 시도 하지만 모두 달성하기 어려운, 나 또한 여러 번 도전했지만 언제나 실패를 거듭한 부분에서 스스로 성공을 거두어야 한다.

자신의 살아있는 경험이 밑거름이 되어야 글과 강연에 힘이 실릴 수가 있으며, 펄떡거리며 살아 숨쉬는 컨텐츠가 될 수 있다. 근간이 되는 나의 욕망과 재능 그리고 가치관 등은 이미 내게 내가 향해 가야 할 북극성의 방향을 알려 주었다. 물론 내 손에 쥐어진 나침반은 아직도 거칠게 떨리고 있지만 내가 닿아야 할 그곳, 그 위에 나의 북극성은 환하게 빛나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하루를 구체적인 변화로 채울 수 있어야 한다.

삶은 아주 구체적이다. 좋은 삶이라고 하는 것은 구체적인 일상을 좋은 것, 다시 말해 좋은 생각, 좋은 관계, 좋은 경험, 훌륭한 실천, 적극적 변화로 가득 채워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태도이다. 거기서 모든 것이 비롯된다. 그것은 결코 돈이 들거나 거창한 무엇이 아니다. 작은 생각의 차이, 작은 실천과 움직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본질을 잊은 채 삶을 향해 무리하고 허황된 것들만을 주문한다.

우선은 내가 먼저 성공을 거두어야 한다. 스스로 말과 행동이 일치된 삶을 살아가야 한다. 자신의 철학과 거기서 비롯된 행동이 일치되는 삶. 그것은 자연스럽게 향기가 되어 다른 나와 같이 변화를 꾀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나도 성장하고, 그들도 성장하고 모두가 성장한다. 좀 더 거창하게 이야기 하자면 전 우주적 성장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

이 글을 쓰는 내내 가슴이 뛰었다. 온 몸을 휘감는 좋은 감정과 좋은 생각을 멋지게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찾기엔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언젠가 그 언어가 나를 찾아와 준다면 아마도 그것은 시의 언어일 것이다. 내 존재의 내면과 세상의 사이에 내 놓는 나의 글이 오늘도 조금씩 성장하길 바란다. 아직은 새싹이지만 매일 물을 주고 가꾼다면 먼 훗날 많은 사람들이 쉬어 갈 수 있는 아름드리 나무로 자라날 수 있겠지. 그날을 믿고 멈추지 말고 정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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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2 05:44:02 *.124.233.1

136일차 (10월 11일)

늦게 쓰는 일지는 언제나 흘러간 시간만큼 생동감이 약하다. 메모를 해두지 않는 이상 기억도 가물가물 해져서 작성하기도 어렵다. 일요일엔 많은 활동으로 피곤하긴 했지만 오감이 호사를 누린 알찬 하루였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북한산을 올라 청명한 가을을 만끽했다.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상쾌한 바람, 숲이 내어주는 상쾌한 공기,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 수줍은 나무들, 저기 내려다 보이는 산 아래의 아름다운 풍광들, 그 속에서 도란도란 이어지는 사우들과의 대화. 차오르는 숨과 흐르는 땀을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 주었다.

산행을 마친 후 사우들과 맛있는 냉면과 만두를 함께 먹고, 곧 바로 포천으로 향했다. 아내와 장모님이 ‘허브 아일랜드’에 가 계셔서 그리로 갔다. 아내는 피곤하니 집에서 그냥 쉬라고 했지만 갈 때는 몰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이리저리 여러 번 갈아타야 하고, 기다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간만에 어렵게 시간을 내어 만끽한 즐거움이 퇴색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조금 피곤하더라도 두 분을 모시러 갔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허브 아일랜드’를 참 좋아하기도 한다.

‘허브 아일랜드’엔 무엇보다 허브가 참 많다. '로즈마리'란 허브를 처음 알게 된 것도 이곳을 통해서다. 로즈마리, 라벤더, 애플민트 등 손으로 녀석들을 만져주었을 때 나는 향기는 그 어느 향기보다 좋다. 그런 향기가 가득한 그곳이 나는 참 좋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언제나 잔잔하고 고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무엇보다 오르골로 연주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OST가 내 마음을 포근하게 해준다. 

그곳의 허브 마늘빵, 허브 잎과 꽃이 들어간 허브 비빔밥이 단연 일품이다. '향기가게'에 들어서면 입구에서 목에 아로마 오일을 뿌려주는데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들어서자 마자 온갖 향기로 가득하다. 무료로 나누어주는 리콜라 차는 상쾌한 맛이 난다. 그곳 아래 '아로마 테라피 체험실'에서는 따끈한 찜질팩으로 어깨를 풀어주고 15분간 안마의자로 온몸의 피로를 풀며 무료로 호사를 누릴 수가 있다.

무엇보다 이곳의 백미는 ‘허브 식물 박물관’이다. 온갖 허브가 다 모여 있고, 심지어는 열대 식물까지도 있다. 로즈마리가 무성하게 군락을 이루고 있어 그들을 한껏 어루만져주면 내 몸과 마음은 향기로 충만해 진다. 그곳에 가면 그렇게 오감이 호사를 누린다. 좋은 향기, 좋은 음악, 좋은 음식, 아기자기한 풍광, 좋은 감촉. 이곳이야말로 오감 마케팅의 대표적 사례가 될 수 있는 곳이다. 비록 일요일 오후라 사람들로 가득 차 좋은 느낌들이 약간 퇴색 되었지만 여전히 좋았다. 역시 이른 아침에 나서서 사람들이 많지 않을 때 호젓하고 여유 있게 보내는 게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예상대로 장모님과 아내, 애완견 아지가 반나절의 행복한 피로에 젖어 이내 잠이 들었다. 모시러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졸음에 겨워 잠에서 깨기 위해 차가 정체 되어 있을 때 영수증 종이를 잘라서 별과 학을 접었다. 잠이 달아나 참 좋았다. 장모님을 모셔다 드리고 집에 돌아오자 마자 샤워를 하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게 좋은 풍광을 체험한 다음 날 새벽에는 사무치는 그리움이 있다. 새벽의 거침없는 글쓰기에 두 페이지 분량으로 전날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을 채워 넣었다. 삶은 구체적이다. 무엇을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느꼈는가? 이 오감의 조합이 하나의 경험을 구성한다. 좋은 경험은 그리움이다. 앞으로 매일이 그런 그리움으로 가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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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2 05:44:51 *.109.53.140

137일차 (10월 12일)

퇴근 길에 청담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주머니에서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발신자에 ‘사부님’ 이 뜬 것을 보고 화들짝 놀라 전화를 받았다. 묵직한 저음의 사부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이번 주말 참가하는 꿈벗 프로그램,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관련하여 전화를 주신 것이다. 소풍 가는 어린 아이 마냥 가슴이 설렌다. 전해 듣기로는 설레는 일은 아니라고 한다. 모든 끼니를 포도로 해결하여, 마지막 10대 풍광을 작성할 때는 정신이 아찔하다고 한다. 어렵게 성사된 사부님과의 만남이니만큼 맑고 명료한 정신으로 임하고자 한다.

집에 돌아와 아내와 집 앞 헬스장에서 운동을 했다. 부담스럽지 않게 러닝 머신을 40분 가량 타고 가볍게 스트레칭 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다. 운동 또한 습관의 문제임을 절절하게 느낀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되어 아무 것도 못할 것이라 여겼는데, 막상 운동을 시작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한 시간을 뚝딱 보내게 된다. 그렇게 흘린 땀을 씻어내는 샤워의 상쾌함이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즐거움이다.

오늘 새벽의 거침없는 글의 화두는 ‘관계’였다. 아마도 어제 후배 직원의 방황으로 인한 무단 결근으로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에 자연스레 글의 화두가 된 것 같다. 새벽의 사색과 글쓰기를 통해 내린 결론은 관계 역시 ‘뿌린 만큼 거둔다’ 는 자연의 법칙을 따른다는 것이다. 관계에 대한 나의 철학은 ‘소수의 깊이 있는 관계’의 추구이다. 그러나 이런 철학은 자칫 사람들로 하여금 거부감을 줄 여지가 있다. 사람을 가려서 만난다는 생각을 심어줄 수도 있고, 차별대우를 한다는 생각을 줄 수도 있다. 이는 나의 강점이자 단점일 수도 있는 최상주의자 테마의 특징이기도 하다.

따뜻한 눈빛과 따뜻한 말 한마디로도 좋은 관계는 지속될 수 있다. 거나한 술자리 속에 빈 껍질의 대화만이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따뜻한 마음을 나누기 위해서는 내 시간을 너무 아끼는 인색하고 옹졸한 마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마음의 문을 여는 문고리는 내 안에 있기 때문에 내가 먼저 상대에게 애정을 가지고 관심을 기울여야 비로소 상대방도 진심으로 문을 열 수 있다. 다만 내게 부족한 것은 그러한 관계의 폭이 넓지 않으며,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에 대한 차이가 너무 크다는 데 있다.

모두가 이웃이라는 생각을 가진다. 결국은 모두 비슷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개성의 차이, 그 다름을 나쁨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 차이를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바라보겠다는 생각의 전환을 통해 다름을 즐거움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것이다. 관계 또한 ‘균형과 조화’의 가치가 적용됨을 깨닫는다. 깊이도 중요하지만 그 폭도 중요하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무엇보다 상대방을 향한 애정 어린 마음과 작은 관심이 필요하다. 내 것만 소중히 여기고 움켜쥘 것이 아니라 조금만 시야를 넓혀 주변을 둘러보자. 내 따뜻한 눈 빛과 손길을 기다리는 이웃들이 있을 것이다. 오늘도 내 마음이 따뜻한 그 무엇으로 가득 차 오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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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0.12 06:10:33 *.180.75.152
경인아 좋겠다 사부님과의 만남^^
언젠가 촌수가 가까울거라고 했지 오늘 니글 읽으며 나두 동감이다
근데 나는 '균형과 조화'에 '승화'를 하나 더 추가하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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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3 08:15:00 *.124.233.1

138일차 (10월 13일)

지난 주 헬스를 등록한 이래로 운동을 생활화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제의 경우 총 이동 거리가 약 12km에 달했다. 집에서 마들역까지 거리가 왕복으로 약 1.5km이고, 청담역에서 회사까지 거리가 왕복으로 약 4km, 회사에서 선릉공원을 한 바퀴 돌고 돌아오는 거리가 약 3km, 마지막으로 퇴근 후 헬스장에서 런닝머신을 타고 걷는 거리가 4km였다. 무리해서 걸어 다닌 탓인지 간만에 발바닥에 물집이 잡혔다. 그 동안 극심한 운동부족으로 인한 명현현상이라 여기기로 했다.

지난 며칠간 ‘사람을 살리는 단식’이란 책을 읽고 있다. 민족 의학자 해관 장두석 선생님께서 쓰신 책인데, 책에 나오는 각종 질병의 치료 사례가 내 가슴을 무찌른다. ‘살기 위해서는 굶어야 한다. 창자가 가난해야 오래 산다. 짐승도 아프면 먹지 않는다.’ 지난 해부터 갑상선 기능항진을 앓고 있는 나로서는 단식을 통해 이 어줍잖은 질병을 떨쳐내 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단식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사부님의 ‘낯선 곳에서의 아침’을 통해 가슴 깊이 절감했지만 실행으로 옮기기엔 그 동안 절박한 마음이 부족했던 것 같다.

참으로 오랜 시간 익숙해진 식습관을 떨쳐내기란 어렵고 험난하다. 담배를 끊은 지 130여일 지났지만, 식습관을 개선하기가 금연보다 훨씬 어려운 것 같다. 담배야 끊고 다시 피우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음식은 살아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섭취해야 한다. 식생활 개선은 비단 나뿐만 아니라 가족들과 함께 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더 실천이 어려운 것 같다. 무엇보다 내게 부족했던 것은 ‘완전한 하루’다. 담배를 끊을 때도 가장 필요한 것이 완전한 하루다. 아침에 눈 떠 잠들 때까지 단 한 개비의 담배도 피우지 않는 것이 완전한 하루다. 그런 완전한 하루를 토대로 이틀, 사흘, 일주일, 한 달의 금연 실천이 가능한 것이다.

식생활 개선이나 단식도 이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 금요일부터 시작하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프로그램을 통해 ‘완전한 며칠’을 경험하려 한다. ‘우리는 조금만 먹어도 살 수 있다. 음식을 끊는다고 해서 생명이 위태로워 지는 것은 아니다. 배고프면 나의 살을 먹어라. 그것이 진정한 육식이다.’ 이번 계기를 통해 식생활을 전면 개편해 보고 싶다. 고기와 같은 기름진 음식과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이 있던 자리에 싱싱한 채소와 과일, 현미밥 등의 건강식을 대체하고 싶다. 그리고 하루 1~2식을 할 것이다.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패는 성공을 위한 여러 번의 시행착오 중 일부일 것이고, 실패하더라도 나는 또 다른 좋은 방법으로 도전할 것임을 믿는다.

금연, 운동의 생활화, 식습관 개선, 새벽수련, 생활 속의 명상, 건강한 대인관계, 검소한 생활 등 맑고 향기롭게 살아가기 위한 나의 변화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물론 가는 중에 슬럼프에 빠지거나 좌절하거나, 인생의 추운 겨울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 내 삶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가 되길 소망한다. 처음 맑고 향기롭게 태어났지만 세상을 살아가며 더럽고 탁해진 몸과 마음을 다시금 맑고 향기롭게 돌이키고자 한다. 그렇다. 쉬운 길은 없다. 그저 한걸음씩 성실하게 걷고 싶다. 오늘도 새로운 한걸음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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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3 16:32:38 *.124.233.1
지난 며칠간 틈틈이 그런 정보를 찾았는데 신뢰할 수 있는 곳을 찾지 못했는데,
하늘의 계시처럼 윤정님께서 좋은 정보를 주시네요.
윤정님의 단군일지 잘 보았습니다.
비슷한 가치관과 철학을 가지신 분을 만나 너무나 기쁘네요.
자주 왕래하며 소식 전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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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0.13 15:40:30 *.114.49.161
안녕하세요? 2기 청룡부족 권윤정입니다.
저도 장두석 선생님의 책을 읽은 적이 있어요.
혹시 생활단식에 관심이 있으실까 하여 사이트주소 놓고 갑니다. http://www.asamo.or.kr/
단식을 식생활 변화의 계기로 삼으려는 이들이 많이 옵니다.
출퇴근 하면서 5일 단식을 할 수 있어요.
토요일에 사전교육을 받고 감식 시작해 5일 단식하고 마치는 날 보식강의 듣고 보식하는 일정입니다.
저도 거기서 2번 해 봤어요.
가끔 와서 일지 읽으며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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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0.13 13:12:30 *.35.254.135
그저 한걸음씩 걸으면 그만이다 → 그저 한걸음씩 성실하게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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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0.13 13:46:30 *.35.254.135
오전에 3시간 동안 회의를 하고 오후에도 회의가 예정되어 있어.
무거운 머리였다가 경인이 글 읽고 마음이 참 편안해진다.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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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3 13:24:14 *.124.233.1
첨삭지도 고맙습니다 누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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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4 08:22:37 *.124.233.1

139일차 (10월 14일)

어제는 업무 중 틈틈이 단식의 관한 정보들을 탐색했다. 책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던 정보도 있었고, 실천을 자극하고 독려하는 새로운 정보들도 있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매일 쓰는 이 글에는 매일의 내 삶이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 말이다. 지극히 당연한 생각임에도 새삼스레 내 마음 속을 무찌른다. 어떤 화두를 가지고 글을 쓸 때 그 화두에 대해 충분히 사색하지 않으면 그 글은 사변적으로 흐른다. 결코 살아 숨쉬는 이야기가 될 수 없다. 개인사를 작성한다는 큰 주제에서 잠시 이탈했지만 ‘단식’에 대한 공부는 내게 아주 중요한 ‘건강’이란 가치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다. 

큰 맥락에서 살펴보면 이 또한 나의 ‘개인사’ 중의 하나이다. 내일부터 참가할 사부님의 프로그램에 허둥대지 않고 알차게 임하기 위해 ‘단식’이란 화두를 찾아 공부했는데, 배우고 깨닫는 바가 많다. 우리가 변화를 꾀할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지식과 실천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며칠간 익힌 단식에 관한 배움은 곧 실천하게 될 단식에 대한 지식을 익힐 수 있는 아주 좋은 시간이었다.

변화의 세계는 참으로 무궁무진한 것 같다. 그 동안 아무런 가치판단 없이 당연히 옳다고 여겨 내게 익숙해진 것들이 하나하나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운동부족, 식습관, 관계 등 내 삶을 이루는 모든 것들 속에 속속들이 베어 있는 나쁜 습관들을 찾을 수 있었다. 나의 내면과 만나 욕망, 재능, 강점 등을 발견하고 이를 가꾸고 아름답게 승화시키는 작업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러한 새로운 것들을 채우기에 앞서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낼 필요가 있다. 내가 왜 나를 만나고 천복을 찾고 필살기를 계발하고자 하는 것인가? 잘 살기 위함이다. 이번 생을 아주 잘 살아 내 영혼을 성장시키고, 보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음 생으로 넘어가기 위함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고 또 덜어낼 수 있어야 한다.

내일 있을 프로그램에 대해 무리한 기대를 갖진 않는다. 사부님께서는 계기가 되어주실 뿐이다. 나를 만나는 주체는 온전히 나다. 사부님으로부터 어떤 위대하고 대단한 무엇인가가 나오길 바라지 않는다. ‘자발적 빈곤’이라 말씀하셨다.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고 그 비워진 공간에 아름다운 꿈으로 채워 넣을 것이다. 그저 스스로 선택한 배고픔을 만끽하고 그 동안의 내 삶의 경험을 읽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무엇보다 아직은 희미하지만 아름다울 것이 분명한 10년 후의 내 미래에 대해 생생하게 회고해 보고 싶다.

오늘은 그곳에서 이야기 될 여러 화두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물론 지난 6개월 여간 작성한 개인사에 많은 내용을 담았지만 그 글과 생각들이 곧 내 삶은 아니다. 함께 하는 그들과 함께 허심탄회하게 내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또한 그들의 이야기에 정성껏 귀 기울일 것이다. 삶은 언제나 불확실하다. 변화 또한 언제나 불확실하다. 정해놓은 각본이 있을 수가 없다. 울퉁불퉁 굴곡진 변화의 Off Road를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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