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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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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두

  • 최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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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5일 21시 51분 등록
Animal laborans...굴레를 짊어진 짐승처럼 매일 고된 일을 되풀이 해야 하는 인간, 즉 '일하는 동물이다. 원자폭탄을 만드는 일을 매력적인 일로 느꼈던 오펜하이머의 상태나 효율적인 가스실을 만들려고 절치부심했던 아이히만, 혹은 매일 직장에서 의미없고 반복적인 일만을 하는 일부 직장인들의 모습이 여기에 해당한다.

Homo faber...제작자를 뜻하는 단순한 말이었다가 르네상스 시기에 깜짝 나타나 공동의 삶을 만들어내기 위해 물질적인 노동과 행위를 판단하는 존재로 쓰이는 단어. 어떤 이는 Animal laborans의 상위자를 칭하기도 한다.

우리의 행위가 사회적으로 윤리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어떤 일이 가치 있는 일인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는 이는 Homo faber이다. 단추만 누르면 핵 미사일이 날아오르는 시대. 정보가 사방팔방에서 넘쳐나는 시대이기에  그 만큼 윤리적 판단, 개인의 가치 판단이 중요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하지만 Animal laborans가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물건을 만들면서 일을 하면서 무수한 생각을 한다. 리처드 세넷의 말처럼 '물건을 만드는 과정에서 선(Good)을 찾을 수는 없는 것일까. 우리가 만드는 물건이 사회적, 종교적, 정치적 가치를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것일까?'

결국 Animal laborans가 Homo faber를 안내하는 존재가 아닐까하는 물음까지 다다른다. 그래...그렇다면 Animal laborans로서 시작하자. 회사일이 되었던 공예가 되었던지, 그 일 속에서 즐거움과 선(Good)를 추구한다. 이 일이 성공 가능성이 있는지 불안해 하지도 말고 뒤를 돌아보지도 말라. 나를 위한 새벽 두 시간(5:30-7:30)은 Homo faber가 아닌 Animal laborans로서 존재하며 나의 밝은 곳을 더 밝게 만드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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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09.23 19:35:08 *.234.146.30
<French defence_017>
어느새 추석날 새벽이 밝았다. 예전 같으면 아버지 호령이 떨어질 때까지 이불 속에서 잠수 타고 있었을 것이나 단군 프로젝트 덕분에 벌떡 일어난다. 다만 오늘은 책 대신 생밤과 칼을 잡는다. 언젠가부터 밤을 까는 것이 내일이 되었다. 그리 잘 하지는 못 한다. 항상 TV 보면서 하기 때문에 그다지 결과가 좋지 않다. 내게 밤 까기는 노동의 산물일 뿐이다. ^^;; 평소 제사 때는 마늘도 찧어야 하거늘 이번 추석에는 그 일이 없다. 마늘 찧을 때는 항상 배 2개 정도 크기의 절구를 이용한다. 나는 이런 도구가 집집마다 있는 줄 알았건만 최근에 그리 흔한 도구는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이 작은 절구를 나무로 깍아 팔면 인기짱일 듯...(공방에 아시는 분이 자기 어머니께 만들어 드리고 칭찬받았다는...ㅎ)

제사 집기 준비하는 것, 제사 음식을 올릴 제기를 닦는 것, 제사상 음식 정리하는 것, 지방 쓰는 것도 내일이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제사 때마다 제기를 보아왔건만 이번처럼 자세히 제기를 들여다보기는 처음이다. 어머니에게 지금 사용하는 제기가 얼마나 오래된 건지 여쭈어 봤다. 한 40년 정도 되었단다. @ @ 몇 십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제기는 그 고운 빛깔을 잃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 제기는 서양의 나무 그릇들과는 틀리게 매끈하지 않고 일부러 둥근 선들을 살렸다. 곳곳에 일부러 새긴 선들이 보인다. 몇십년의 세월을 견디어 낸 것을 보니 그 나무도 도장도 질 좋은 것이리라. (다음에 시간을 내어 한국의 제기 시장에 대해서도 조사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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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잔 하나가 행방불명이다. 만들고 싶다.>

한번 만들어 볼까? 옻칠 하는데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지금 실력이라면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품질이 어느 정도일지가 관건일 듯...) 때마침 사진의 제기 술잔이 행방불명이다. 네이버에 찾아보니 최고급 물푸레 나무 제기 세트가 9만8천원...그래...내가 실종된 술잔을 만들어보자 ㅎ

그러나 이 생각은 바로 중단하게 생겼다. 동생 결혼으로 한 숨 돌리신 어머니가 이번 추석을 기점으로 내 결혼에 대해 집중하시기 시작했다. 일단 여자친구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고 나무 공예는 그 뒤에 해도 되니 제기 술잔은 절대 만들지 말 것이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작업실에서 똑같은 술잔 만들려고 남은 제기를 몰래 챙기고 있는데 어머니께 딱 걸렸다. 압수...--;;; 이미 아버지는 한국의 간 큰 남자 시리즈에 종종 등장하시느라 바쁘셔서 어머니가 가족의 실질적인 대장이다. 당분간은 다른 거 만들어야 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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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09.23 23:37:51 *.234.146.30
<French defence_018>
49페이지...사람의 발이 일할 때, 휴식을 취할 때, 성장해 가면서 그 위치를 달리 한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했다. 이제는 허리에 대해서 애기한다. 척추는 서 있을 때 완곡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사람이 앉아있을 때, 골반과 대퇴골을 잇는 고관절은 서 있는 자세에서 의자에 앉는 자세로 바뀔 때 최대 60도 까지밖에 꺽여지지 않는다. (이것은 1962년 독일의 Hanns Schoberth가 엑스레이 사진으로 증명한 내용이다.) 책의 중간 설명은 복잡하지만 저자가 애기하고 싶은 것은 보통의 의자에 앉을 때 허리를 똑바로 편 상태로 앉아 있는 것은 부자연스럽고 장시간 유지할 수 있는 근육도 없다는 것이다.  (A.C.Mandal 사이트 인용 : www.acmand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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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 있을 때와 앉을 때 각각의 경우의 고관절 각도를 나타내었다. (b)가 척추 제4,5추간판에 무리가 가지 않는 이상적인 각도, (c),(d)는 (a)의 서 있는 자세에서 60도-절대 90도까지 구부려지지 않는다.- 밖에 구부려지지 않는 고관절을 생각할 경우 상당히 무리가 가는 자세임을 확인할 수 있다. >

49페이지...이 부분이 Peter opsvik 의자 디자인의 핵심이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그는 합리적인 인간공학적 가구 디자인과 정서적인 표현주의적 가구 디자인 중 어떤 카테고리의 가구를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인간공학적 가구 디자인에 한 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책을 대충 넘겨보았을 때 후반부에 표현주의적 가구들이 등장하므로 어떤 전개가 튀어나올지 기대가 된다. 계속 읽는다.

※ 영어를 일본어로 번역한 책이라 힘든 부분이 있다. 이 페이지를 넘기기가 많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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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요한
2010.09.25 04:43:36 *.176.113.224

성우님,

여행 하면서 겪는 그 모든 것이 호기심의 대상이었기에 여행은 풍요롭고 즐거울 수 밖에 없다. 어느덧 일본 생활에 익숙해져 있던 나로서는 신선한 자극이었다. 나는 일본에서 생활하면서도 그 모든 것을 너무나도 당연시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직 젊은 나이였으나 어느새 공항에서의 할머니보다, 주인 아주머니보다, 어머니보다 호기심과 즐거움, 배려를 잊고 살아가고 있었다. 여행에서 만난 분들과 어머니의 젊은 마음과 눈을 잊지 않고 살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 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참으로 따스해져오는 것을 느낍니다. 세상의 아주 작은 것에도 호기심의 마음을 잃지 않으신 성우님 어머님도 아름다와 보이고, 또 그런 어머니님의 마음을 공감해주고 있는 아들 성우님도 멋져보이십니다.

정말 보기 좋은 부자관계네요! 
이런 마음의 공명들이 성우님의 작품에 담겨서 그래서 성우님 작품이 생명력을 가지는 것 같군요.

늘 깨어있는 마음으로 삶을 받아들이는 성우님, 보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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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09.28 12:07:57 *.136.209.2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요한님을 비롯한 부족원들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배우고 나누며 같이 하고 싶습니다. 토요일에 뵐 수 있다니 기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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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09.28 12:00:52 *.136.209.2
<French defence_019>
Peter opsvik 의자의 결론이다. (아직 내용은 많이 남아 있지만 어떻게 그의 의자가 세상에 나오게 되었는지 이제 이해한다.) 그의 책 제목('Rethinking sitting')과 같이 그는 "앉는다"라는 행위를 다시 생각했다. 그리고 직립 보행하는 인간이 앉기 위한 의자를 만들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앉는다라는 행위 속에서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것들을 읽어냈다. 그의 사물을 바라보는 눈에 감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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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이 고장나 글 올리기가 쉽지 않다. 노트북도 쉬지 않고 달리기만 했으니 지칠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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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30 16:54:30 *.93.45.60
<인간을 위한 디자인>, 빅터 파파넥 지음  이란 책에는 세계 10% 인간을 위한 디자인이 가득합니다.
거기에서 본 의자 중에 특이한 것은 발레리나를 위한 의자였는데, 다리를 머리보다 높게 올려 놓을 수 있게 만든 의자였어요. 뭉친 다리를 쉬게할 수 있는 의자 였습니다. 그리고 아주 저렴하게, 아주 적은 재료를 써서 간단하게 만든 의자도 있더라구요.
전 책을 편안히 볼 수 있는 저위의 까만 의자가 마음에 드네요. 오랫동안 독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집에 볕 좋은 곳에 소파 들여놓고 싶은 생각을 오래도록 했습니다. 공간 부족으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어요.

의미를 부여하고 탐구해나가는 성우씨가 너무나 멋져 보여요. 음... 마인드 맵으로 작업을 정리하는 것도 부럽구요. 히히히. 좋은 점은 배워가고 싶은데... 그럴 수 있을까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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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8 12:04:34 *.218.163.100
모든 부족들이 감탄을 마지 않는 성우님의 일지 잘 보고 갑니다.
(일전에는 승완 연구원님이 성우님의 파란만장한 인생 스토리를 들려주었지요. ㅋㅋㅋ)

저 역시 성우님의 일지를 보고 많이 자극 받고 있습니다.
노트북 고장은 걱정 마시고, 즐 수련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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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09.28 21:16:52 *.136.209.2
지금 다시 생각합니다만 안명기님은 부족장의 전설이 되실 겁니다. ^^ 천복부족을 계속 지켜주세요. (저 역시 부족장님들을 비롯한 많은 분들을 보면서 정말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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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09.28 12:31:52 *.121.162.28
<French defence_020>
오래된 묵은 책들을 정리한다. 어릴 적 책들은 다 정리했지만 아직도 대학 시절에 읽은 책들이 꽤 남아 있어 이제는 부모님만 사시는 집의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정리한 일부 책들은 다시 새로운 주인을 찾아 갈 것이다. 책을 정리하는 도중에 두툼한 노트를 발견했다. 일기장이다. '내가 일기를 썼던가?' 먼지를 털어 내고 일기장을 펼쳐 보니 대학 일학년 시절부터 군대가기 전까지, 군대 제대 후 복학해서 4학년까지의 일기 내용이 드문드문 적혀 있었다.

일기장인 것을 확인하고서는 망설여진다. 내가 쓴 글들이지만 무슨 내용을 적었는지 기억이 안 나기에, 과거의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기에 호기심 보다는 껄끄러운 느낌이 먼저 든다. (마치 예전의 기억을 잃어버린 기억 상실자 같은 느낌이다.) 잠시 일기장을 바라보다가 일기장을 들고 뒷산을 올라갔다. 저녁 때 오르는 산에는 간혹 운동하는 사람들만 보일 뿐 인적이 드물다. 집에 뒤에 있는 산은 도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다. 공원과 조깅코스, 등산이 가능하고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수도 없이 올랐던 정다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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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언젠가처럼 20분 정도 숲으로 들어가 냇가 근처 의자에 앉았다. 일기장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봄여름가을겨울의 "십년전의 일기를 꺼내어"라는 노래의 가사처럼 그 어떤 고민의 낱말들이 가득 씌여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숨 한번 들여마시고 글을 읽기 시작한다.

어느새 해가 지기 시작했다. '그렇구나. 무언가가 될려고 발버둥치고 있었구나. 무엇을 바라는지도 모르면서 자신을 억지로 어떤 기준에 맞출려고 노력하고 있었구나. 자신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달리고만 있었다. 그래서 불안하고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었구나.'

불현듯 그 시절 보았던 '메멘토'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주인공은 '기억'이 없다. 아내가 살해당한 충격으로 그는 모든 것을 10분이상 기억하지 못 한다. 하지만 살해범에게 복수해야 된다는 기억과 작은 단서는 남아있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기 위해 끊임없이 플로로이드 사진을 찍고 온몸에 찾아낸 단서들을 문신으로 남긴다. 그는 과연 복수할 수 있었을까? 범인은 과연 누구였을까?

내 일기 도처에 무언가가 되어야 한다. 무언가를 통제해야 한다. 무언가를 단련해야 된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나는 무엇이 되고 싶었을까? 무엇을 가지고 싶었을까? 왜 있는 그대로의 나는 못 받아들였을까? 내 일기 역시 메멘토의 문신과 같았다. 끊임없이 흔적을 남기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지만 그 목표는 무엇이었는가? 

예전의 허우적거림이 있어 지금 여기에 있다. 예전의 목표는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나의 밝은 곳을 더 밝게 하기에 좋다.
이 또한 메멘토의 부질 없는 문신이 될 것인가? 모른다.
어떠한가 이 인식이 나 자신이고 그러기에 좋은 것을...
돌아오는 길...어느새 길은 어두워졌지만 마음만은 차분히 가라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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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09.28 21:06:56 *.136.209.2
인연은 이렇게 또 닿나 봅니다. 추석 다음날 친구와 낮술 한잔 하고 남포동 서점에 들렀습니다. '유쾌한 달팽이'...백년어 서원을 운영하는 김수우씨가 지은 책이었습니다. 몇 페이지 넘기지 않고서도 주고 싶은 사람이 떠오르더군요. 그리고 백년어 서원에 관심이 가더군요. 114에도 없는 전화번호를 어찌어찌 확인해서 연락했지만 역시 그 날은 문을 열지 않았더군요. 이헌님을 글을 보니 더욱 가고 싶네요. 뽕주사 지대로 맞고 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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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09.28 20:43:47 *.180.75.152
지난 여름 부산에 있는 카페를 벤치마킹하기 위하여 백년어서원을 다녀왔습니다.
소박한 카페를 꿈꾸고 있는 우리는 그곳에서 우리의 미래를 보았지요.
성우님 고향이 부산이라는 것이 어제서야 떠올랐어요. 
추석연휴 때 그곳에 한번 들려보라고 알려줄걸 뒤늦게 아쉬워했음다.
성우님 담에 부산에 가거들랑 백년어서원을 함 가보소.
그곳의 많은 책들과 커피향. 아름다운 사람들. 성우님께 뽕주사가 될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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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30 16:31:04 *.93.45.60

최성우씨 나무가 있어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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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이번 태풍에 약간 기울어진 나무와 담장을 넘어온 나무 전선을 위협하는 나무들을 몇그루 베었습니다.
아래 내용은 사내 공지사항입니다.

가. 일시 : 2010.09.30(목) 08:00~18:00
나. 장소 : 송월동 1번지 서울기상관측소 부지 내  
다. 공사내용 : 경희궁에서 울타리를 넘어온 아카시아 3주, 진흥원 미루나무 3주, 관측 장소 수목 잔가지 제거 등   라. 공사 담당자 : 장비관리부 최득환 #9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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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관리자에게 물으니 공사에서 제거된 나무는 실어다가 돈주고 버린다고 하네요.
성우씨 이야기를 하고 나무를 얻고 싶다고 알렸더니....
내일 (10월 1일) 12시~1시경에 나무를 차에 실을 예정이니 차를 대기시키면 차에 나무를 실어주겠다 하십니다. 오늘 보니 12시에 작업마치고 점심식사하러 가시던데......음.

트럭을 섭외하면 운송비 만으로 나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황윤정 님 연락처 : 010-3821-3943
이 분께는 최성우씨 연락처를 적어드렸습니다. 최성우씨가 전화드릴 거라고 전해드렸어요.


우리 회사 주소는
서울시 종로구 송월동 1번지 기상산업진흥원
(옛날 기상청 자리, 현재 서울기상관측소와, 서울시 복지재단이 함께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가장 안쪽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으니 위쪽까지 쭉 올라오면 됩니다.)

나무를 보고 싶다면 내일 직접 오시던가요...
유혹적인 아름드리 나무들은 사진으로 보여줄수가 없네. 오늘 하필 카메라를 놓고와서 휴대폰으로 전송하는게 전부라서... 아휴 아까비. 집에가서 다운받아서 첨부할께요.

회사로 차를 섭외해서 보내시면 실어드립니다. 어디가서 운송비만 내고 이런 나무 못 구합니다.
미류나무와 아카시나무의 치명적인 유혹.
미류나무 아름드리 나무 3그루. 아카시아 1명의 팔 안에 다 담기에도 벅찬 굵기 1그루.  

최성우씨가 나무에 관심이 많으니... 좋네요. 헤헤헤. 제가 성우씨보다 더 신나는 거 같아요. 장작으로 쓰일 나무가 공예품이 된다니 저도 너무 좋아서요.
한정화 연락처 : 010-6369-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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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30 19:54:27 *.72.153.58
최성우씨 나무 사진이요~

사진에 찍힌 것보다 1~2 덩어리 더 있어요. 아카시 나무는 안쪽에 약간 구멍이 있구요, 미류나무는 전체적으로 매끈 썽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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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09.30 23:11:10 *.233.215.54
정말 무어라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낮에 문자 주셨을 때는 지방에서 서울로 돌아가던 길이었습니다. 운전중이었기에 제대로 전화 통화를 못 했습니다. 중간중간 신경 많이 써주셨는데 제대로 답도 못 드렸습니다. 지금와서 보니 너무나도 큰 보물(!)을 받았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 나무가 돈 주고 버려야 될 것이었지만 저에게는 둘도 없는 보물이 될 것 같습니다. 태풍만 아니었으면 지금도 좋은 그늘과 열매를 주며 살아있었을텐데...안타깝네요. 그 보물들 잘 건조시켜 좋은 작품 만들께요. 정화님...필요하시는 것이 있으시면 말씀 하소서 ^^ 다시 한번 감사 드리고 이 고마움은 꼭 전하겠습니다. ^^

※ 담당하시는 분과는 연락했고 내일 용달차 아저씨께 부탁드려서 가지러 갑니다. (직접 가서 제대로 보고 싶은데 내일 쉴 수 있는 상태가 아니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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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09.30 23:37:30 *.233.215.54
<Animal laborans_021>
부산에서 보내는 연휴의 마지막날이다. 부족장님의 영향인지...절에 가고 싶어졌다. 늘 가던 절에 올랐다. 조용히 대웅전에 들어가 부처님을 향해 삼배를 한다. 몇몇 분들이 기도를 하고 있을 뿐 조용한 산 속의 절...언젠가처럼 자리를 잡고 앉자 금강경을 소리내어 읽는다. 한동안 매일 읽었던 금강경이라 막히지 않는다. 금강경의 속뜻을 더 알고 싶어 금강경을 정리한 책도 샀건만 책장에 얌전히 꽂혀 있다. 그저 금강경을 소리내어 읽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나라는 생각, 남이라는 생각, 중생이라는 생각, 오래 산다는 생각이 없으며 진리라는 생각도 없고 그릇된 법이라는 생각도 없다." 금강경의 수많은 구절들이 그저 좋고 편안하다.

예전에는 금강경을 한번에 다 읽더라도 집중하기 쉬웠으나 오늘은 어쩐지 그다지 집중하지 못 한다. 산만하다. 대웅전에서 밖을 내다보다 입구에 눈길이 다다른다. 어쩐지 부처님 상보다 문에 깃든 햇살이 더 자애로워 보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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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0.01 20:18:55 *.136.209.2
<Animal laborans_022>
작업실로 돌아왔다. 언제나처럼 작업실로 향하는 길은 부드러운 블랙과 같은 약간의 설렘. 다른 날과 틀리게 오늘은 같이 하는 사람이 있다. 그 동안 배운 기술로 그 분만의 접시를 만들었다. 나는 옆에서 각 과정의 조언과 시범만 보여줄 뿐이다. 생각보다 좋은 물건이 나왔다. 누군가 그랬었지. 가르치는 것은 두번 배우는 것이라고...

※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같이 하는 작업을 즐겼을 뿐이다. 이 시간이 또다른 문이 열리는 시발점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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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감 오일을 바르기 직전의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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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성된 그릇...투박스런 나무 속에 이런 선이 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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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0.03 20:08:44 *.233.215.3
<Animal laborans_023>
악세사리 거치대의 진도가 쉽게 안 나아간다. 기본 형태는 잡혀가는데 향후에 어떤 모습이 될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거리 좌판에 써일 것이므로 너무 무거워도 안 될 것이고 손님들이 쉽게 고를 수 있어야 할 것이고 주문하면 바로 액세사리를 거치대에서 뺄 수 있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거치대 크기를 조정할 수 있어야 하고 거치대 자체로도 예뻐야 할 것이다.

시간을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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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0.03 21:10:04 *.233.215.3
<Animal laborans_024>
단군 프로젝트 200일차를 시작하면서 100일차에서 시작되었던 내 내면을 들여다보던 작업히 자연스레 멈추어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 무엇이 원인인지 모르지만 내 속을 들여다보려고 하면 마치 활짝 만개했던 꽃들이 서서히 꽃잎을 닫듯이 내 속을 볼 수 없는 느낌이다. 왜 그럴까? 지구가 자전을 하듯 이제는 다시 밖으로 에너지를 쏟아야 할 때인가?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예전과 다르게 내 속을 들여다보고 내가 이렇게 느끼고 생각하고 있구나라는 제3자의 입장에서 나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에너지를 외부로 돌린다고 하더라도 항상 일부분의 에너지는 내 내부를 향해 쓰이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또다시 자신에게 물어본다. '지금의 내가 좋다.'라는 내 표현은 '지금의 이 상황이 좋다.'라는 것을 착각하고 있는 단상은 아닌지... 언제였던가...남들이 보기에 무언가 대단한 것을 가진 것도 아니면서 그것이 깨지거나 없으지면 어떻게 하나라고 불안에 시달린 적이 있다. (행복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것인가?) 

주식과 같을까? 어제와 같은 장은 없다. 현재의 장만 있을 뿐이지만 과거의 장을 바탕으로 사람들은 미래의 장을 예측 한다. 그리고 그 예측은 사람들의 심리에 무너진다.(사실 난 주식을 잘 모르지만..)  현재의 선순환이 언제 어떤 흐름을 탈지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선순환의 흐름은 나의 정신적인, 심리적인 상태에 따라 움직일 것이다. 희망과 불안을 주무르며 살기에 담담함이라는 김장독이 필요한 시기다.

※ 우드펜 재료를 준비했다. 몇 개는 건조가 덜 된 나무를 사용한 탓에 실패했다. 실패한 재료들도 나름 멋지게 되살릴 아이디어가 떠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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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0.03 21:44:13 *.233.215.3
<Animal laborans_025>
"못 먹어도 GO!"를 외치며 만들었던 200일차 첫 만들기를 기억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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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to_1 : 심플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항감 없이 받아들임. 단지, 데코레이션이 부족하고 사진틀을 90도 각도가 아닌 경사를 줘서 고정했을 때 중심이 잡혔으면 좋겠음.

Proto_4 : 독특한 아이디어라 좋음. 다만 두개 중 하나를 잃어버리면 사진틀을 고정하기가 힘들 것 같음.

※ Proto_2,3 은 제사상에 놓는 듯한 느낌이 들어 NG.

이상이 지난번 만들기의 품평 결과다. 결국 재작업 요청이 들어왔다. Proto One을 시작으로 Proto Two, Three, Four를 거쳐 Proto 5를 만든다. 한가지 좋은 형상이 떠오른다.  

곰곰히 생각해 본다. 이 형상이 어디서 왔을까? 의뢰하신 분이 작업실에 찾아와 의견 교환을 한시간 넘게 한 것과 더불어 같이 식사와 커피를 할 때 이런저런 애기를 주고받으면서 그 분의 이미지가 형성되었고 그 이미지가 다시 구체적인 물건의 형태로 연결된 것 같다. 의뢰자가 무엇을 원하는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의뢰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디자인을 원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을 때가 참으로 많다. 결국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의뢰하신 분이 무엇을 바라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형상화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뢰하신 분과 내가 만든 것을 받는 분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필요하다. (이 작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이론적인 배경과 실제 예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새벽에 작업한 결과를 의뢰하신 분에게 보내고 저녁 때 샘플(Proto_Five)를 직접 가져가셨다. 의뢰하신 분이나 그 주위분들 모두 크게 마음에 들어하셨다고 한다. 그러시면서 이 디자인을 기본으로 변형 디자인을 여러개 만들어 달라고 하신다. 만든 디자인을 아직 이곳에 올릴 수는 없다. 12월 초 공식적인 장소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Proto Five ... 첫 관문을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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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0.03 22:03:34 *.233.215.3
<Animal laborans_026>
준비했던 재료로 우드펜을 만들기 시작한다. 지난번 모델에는 약간 부족한 부분이 있어 다른 모델로 바꾸었다. 지난번보다 물건이 좋다. 하지만 나무가 덜 건조된 탓인지 계속 금이 간다. 어떻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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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0.03 22:11:53 *.233.215.3
<Animal laborans_027>
이번에 한꺼번에 만드는 우드펜 작업은 지난번과 달리 수월하지가 않다. 재료 준비하고 기초 가공을 할 때부터 나무가 깨져 나가거나 금이 가는 경우가 빈번하다. 원인은 나무가 완전히 건조되지 않아서이다. 여러모로 방법을 찾아본다. 이럴 때 '생각'이라는 것을 하나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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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져버린 나무...왼쪽편에 내부가 약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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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5개...주인은 이미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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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4 06:04:59 *.72.153.58
최성우씨...
음, .. 갖고 싶은게 뭐냐고 물었을 때. '지금은 생각이 없어'라고 했는데... 솔직히 그래. 별 생각이 없어.

난 그냥 나무를 소개했을 뿐이니까 내게 뭔가로 보답하려 하지 않아도 돼. 그러지마.
그건 그냥 연결한 것일 뿐이야. 우주가 당신에게 신호를 보냈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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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0.05 01:34:11 *.121.162.200
오늘도 어떤 일들이 일어납니다. 선순환에 있습니다. 전 그저 그 선순환을 제 주변분들한테까지 퍼지게 하고 싶을 뿐입니다. 무언가 원하는 시기가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고...선순환의 고리에 저축 하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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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0.06 00:37:04 *.136.209.2

<Animal laborans_028>
어떤이는 '운'이라고 한다. 어떤 이는 '일상사'라고 애기한다. 그리고 우리는 '우주(전체)와의 공명'이라고 한다.

작은 사업을 하며 내게 작업실을 빌려주고 계시는 분이 직접 그릇을 깍고 싶어 하신다. 4시간여에 걸쳐 내가 알고 있는 기술을 보여드리며 같이 그릇을 깍았다. 누가 그랬던가. 가르치는 것은 두번 배우는 것이라고. 더불며 즐거운 일이라고... 어느새 투박한 나무에서 부드러운 선과 고운 감촉을 가진 그릇이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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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은 완성된 그릇을 보며 흡족해 하시면서도 무언가 아쉬워 하시는 것 같다. 조금더 크고 아름다운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고 하신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목선반(Wood turnning)의 성능으로는 무리가 따른다. 좋은 기계를 사면 좋겠지만 단군 프로젝트100일차 때 성공의 보상으로 목선반 기계를 걸었을 정도로 몇백만원대의 고가의 기계이다. (미국에서는 목공이 요트보다도 더 고급 취미에 속한다. 좋은 기계들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싸다.) 

다음날 그분한테서 전화가 왔다. 목선반을 주문하셨다고 한다. 그것도 가장 최고급 사양으로... 목선반은 찾는 사람이 적긴 하지만 좋은 기계는 수입되면 금방 팔린다. 주문한 그날은 때마침 재고가 남아 있어 주문한 다음날 작업실에 새로운 기계가 받을 수 있었다. 간절히 바라던 꿈의 기계...애정어린 눈길로 기계를 바라본다. 그 분이 말씀하신다. '내가 목선반을 자주 다룰 일은 드물어요. 성우씨가 좋은 것들을 만들길 바래서 구입했어요.' '이 고마움을 어떻게 갚아야 할까요?'라고 그분에게 여쭙자 그분은 웃으시며 '목선반에 사용할 나무 사시면 되죠'라고 하신다.

가구를 만들 때는 보통 통나무를 건조해서 길게 잘른 판재를 사용한다. 나무 역시 그 가격은 나무 종류에 따라 상상을 초월한다. (기타를 만들 때 쓰는 Snake wood 라는 남미산 목재는 조그마한 한 덩어리에 100만원을 호가한다.) 목선반은 마치 도자기를 만들 때 쓰는 판을 90도로 회전시켜 사용하는 구조라 통나무를 건조시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좋고 큰 통나무가 있으면 제재해서 판재로 만드는지라 좋은 통나무 자체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좋은 목선반이 들어왔으니 좋은 나무를 구해야 하는데 어디서 구한다?

다음날...지방 출장에서 서울로 돌아가는 길...단군 프로젝트를 같이 하며 꿈 그림을 그리는 한정화씨한테서 연락이 왔다. 태풍으로 오래된 나무 몇 그루가 쓰러지기 전이라 나무를 자르고 있다. 혹시 관심 있을까봐 연락했다라고... 잠시 도로가 정체된 사이에 보내온 사진을 보았다. 언뜻 보기에도 좋은 나무다. 좋은 나무라고 말씀 드렸더니 작업하시는 분 연락처를 가르쳐 주신다. 작업하시는 분에게 연락 드렸더니 2m짜리 나무 2그루가 있으니 가져가고 싶으면 가져가라고 하신다. 목공 선생님을 비롯하여 지인들에게 어떻게 운반하면 되는지, 조심할 것이 무언지 미리 확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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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전날 밤늦게 겨우겨우 수배한 1톤 트럭 2대를 나무가 있는 곳으로 보냈다. 작업하시는 분에게 다시 연락 드렸더니 트럭 2대로는 다 못 가져간단다. 다시 확인해 보니 2m가 아니라 20m 나무 2그루다.(!) 다시 급히 1톤 트럭 한대를 더 수배하고 나무를 옮기기 쉽게 잘라달라고 부탁 드렸다.

어느새 오후가 되었다. 분명 한시정도까지는 나무를 싣고 작업실에 도착해야 했건만 작업이 지연되서인지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작업실 앞에서 나무를 볼 수 있었다. 곤란했다. 트럭 세대에 실린 나무의 지름과 길이는 어른 두명이라도 옮기기 힘든 크기와 무게였다. 더군다나 용달차 기사님들은 작업실이 지하인 것을 보연 아연실색한다. 나무를  사람이 내릴 수도 없을 뿐더러 지하에 옮기지도 못 한다고 역정을 내신다.

식은 땀이 흐른다. 겨우 얻은 나무들인데...포기할 수는 없다. 이제 나무를 버리지도 못 한다. (나에게는 보물이지만 보통은 이런 나무를 쓰레기라고 하여 돈 주고 버린다.)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본다. 고양시에 있는 목공 선생님께 연락을 넣었다. 나무를 야적할 수 없느냐고 여쭈었지만 공방을 이사하셨는지라 더 이상 공간이 없다고 하신다. 선생님께 사정해서 사람을 소개 받았다. 파주시까지 가야 한다. 용달 기사분들이 두배의 운임을 요구하신다. 낭패다. 이를 어쩐다. 일단 제일 좋은 나무들 일부는 작업실에 내려다 놓고 나머지는 소개받은 분한테 맡기기로 했다. 많이 아쉽다. 나무의 무게와 크기 때문에 그 먼 곳에 두게 되면 아마도 태반은 사용하지 못 하게 되리라...

이미 지나가는 많은 분들이 나무들을 쳐다보며 지나간다. 하긴...대한민국에서 땅값 비싸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곳에 흔히 보기 힘든 통나무들과 그것들과 씨름하고 있는 사람들은 한번쯤 쳐다볼만한 구경거리다. 도로에 떨어진 통나무와 한창 싸우고 있는 나에게 지나가던 여자분이 말을 건넨다. '이거 두개 정도만 줄 수 없나요?' 이 뜬금없는 질문에 '드릴 수 있는데 어디에 쓰시게요?' '아는 목수분이 있는데 정원에 통나무를 깔면 좋다고 해서 깔려구요. 그런데 이거 어떻게 잘라요? 어느 정도 두께로 하면 좋아요?' 나무와 씨름하고 좋은 나무를 골라 기사분들에게 트럭에서 내릴 것을 독촉하고 있는 나에게 이 분을 대응하는 것 좀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드릴 수는 있어요. 그런데 정원이 어떻지요? 직접 봐야 아는데...제가 지금 이 상황을 정리해야 되서요...^^:;;' '아! 집은 여기에요.'하시면서 가리킨 곳은 바로 작업실 건너편 빌라...어딜 봐도 정원은 보이지 않는다. 의아해 하는 나를 보면 그 분은 작은 문을 열고 들어오라고 하신다.

세상에...땅값 비싸기로는 두번째라면 서러워할 이 비싼 땅에 이 정도 넓이의 정원이 숨어 있었다니...그 분께 조심스레 여쭈어 본다. '나무는 얼마든지 드릴 수 있고 작업도 할 수 있는데...제가 저 나무들 여기에 둬도 될까요?' '네. 괜찮아요. 편하게 두세요. 저희가 좋죠' 트럭 세대분의 나무를 모두 작업실 건너편 정원에 내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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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은 나에게 또 하나의 새로운 문이었다. 눈물 겹다. 모든 게 하나의 선을 타고 너무나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흐른다. 고가의 새로운 목선반을 사용하게 될 줄 알았을까? 이런 좋은 나무들을 받게 될 줄 알았을까? 나무 도착이 늦어질 줄 알았을까? 나무를 내려놓지 못 하게 될 줄 알았을까? 이 여자분을 만나게 될 줄 알았을까? 나무를 이 곳에 두게 될 줄 알았을까?

땀으로 샤워를 하고 용달차 기사분들에게 운임을 드린다. 원래 약속했던 것보다 조금 더 넣어 드렸다. 내가 만난 이 전체와의 공명과 선순환이 또 다른 이에게 흘러가 더 큰 원을 그리게 하고 싶다.

언젠가 무엇을 해도 제대로 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나는 계속 노력해야 겨우 남들만큼 살 수 있는 팔자구나'라고... 희망과 불안을 주무르며 살아가기에 '담담함과 겸손'이라는 김장독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누군가는 '운'이라고 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흘러가는 일상일 뿐이라고 애기한다. 그러나 우리는 '전체와의 공명이고 선순환'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제 나는 이를 경험하고 있다.

※ 에피소드 : 나무를 그 집 정원에 둔 그 날밤 그 여자분의 아버님이 작업실에 오셨다. '우리 딸애가 잘 모르고 한 일이니 나무 도로 가져가고 원상복구 시켜 놓게!!!' 순간 긴장했으나 곧 이어 온 여자분이 그렇게 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강력히 애기하신다. 주도권은 그 여자분에게 있나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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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0.07 13:22:19 *.136.209.2
"뜨아! 천외천!" 가르쳐 주신 동영상을 보고 난 첫 느낌입니다. 감성적으로 너무나도 와 닿은 작품들...항상 감사 드립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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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7 10:47:33 *.93.45.60
이쁘다.

'나는 계속 노력해야 겨우 남들만큼 살 수 있는 팔자구나'라고... 희망과 불안을 주무르며 살아가기에 '담담함과 겸손'이라는 김장독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나도 계속 노력해야 겨우 남들만큼 살 수 있는 팔자를 가지고 났습니다. 그건 학교 다닐 때 확인했는데... 남들만큼 공부해서는 못 외워서 시험을 못봐서... 맞기 싫어서 공부하다가, 좋아서 공부하다가... 남들 2~3번 보면 외우는 것을 10번 정도 반복해야 외워져서는... 그냥 10번을 채우기로 하고 살게 된게...지금의 내 모습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너무나 좋습니다. ^^*
이렇게 좀 모자란 사람들에게도 운을 좀 나누어 주면 좋겠습니다.

조각작품 보다가 그거 소개하러 왔다가 글을 읽고는 또 주저 앉아 있네요.
조각작품 소개합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4Py8nRbzZpk

나무 조각인데 나무결(나이테)가 아름답게 드러나는 움직이는 조각입니다.
조각에는 영혼이 담겨서 생명을 갖게 되나 봅니다. 현대판 피오키오입니다.  현재 전시가 진행중 일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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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6 05:18:50 *.201.121.157
괜한 생각이 떠올라 하나 물어보아요.

나중에는... 나중에는...
천복을 찾고 전문가의 위치가 되었을 때는..
나무라는 소재 자체, 역시 뛰어넘게 되겠지요?

나무라 주된 소재이되, 다양한 소재가 같이 결합되는..
뭐랄까 일종의 Convergence Material 개념이랄까...
(자석 내재된 목공제품이나, 전자기기로 활용되는 목공제품이라든지...)

그러면 훨씬 독특하고 참신한 작품이 될 까 싶어서요.
그런 고민 당연히 하셨겠다라는 생각이...
어제 출근길에 문득 떠오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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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0.07 17:40:27 *.136.209.2
남들이 보지 못 하는 것을 볼 수 있는 "전문가"가 되겠지요. 하나의 소재가 가진 개성을 완벽히 알고 그것이 기준이 되어 또다른 것과 섞어내기를 저도 바랍니다. 위의 CUP...뭐라 말 하지는 못 하지만 저를 끌어당기는 뭔가가 있네요. 부족장님께 납품 할려면 긴장 많이 해야 할 듯... 화이팅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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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6 17:53:09 *.218.163.100
아래의 컵 사진이
저희 회사에서 쓰고 있는 커피잔인데...
저희 아트 디렉터가 가지고 온 겁니다.

유리에 금속 손잡이가 달려 있는데..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체적인 디자인과 손잡이의 shape 형태가 아주 맘에 들더라구요.
(성우님의 디자인 방향과 다를 수 있지만 인상적이어서 소개 해드려 봅니다)

나중에 제가 필요에 의해서
정식으로 비용청구해서 제작의뢰를 드린다면 이런걸 의뢰드리고 싶다는.. ^0^
즐거운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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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진
2010.10.07 10:38:13 *.242.52.22
난 우드팬 갖고 싶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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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0.07 17:49:41 *.136.209.2
음...승완형의 영향으로 쉽게 답글을 달 수 없다는 ㅋ  소풍 때 직접 상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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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10.10.07 11:55:59 *.255.183.127
난.... 난 말이지...
포장마차에서 말한 조카 선물...
문자로 이야기한 내 선물...
둘 다 갖고 싶어  크크크 (은근 압박)
성우 완전 인기남!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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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0.07 17:32:44 *.136.209.2
형님의 여섯번째 강점은 분명 "초점"일 거에요 ㅋㅋ 좀 더 기다려 주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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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0.10 23:27:49 *.121.160.142
<Animal laborans_029>
우드펜 9개를 완성하였다. 잘 나온 것이 5개 정도...나머지는 남에게 줄 만한 물건들이 아니다. 기능에도 문제 없고 사람에 따라서는 좋아할 만한 무늬와 감촉을 가진 녀석들이다. 하지만 제외시킨다. 부끄럽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애기했듯이 내가 아는 문제점들을 지닌 물건들이다. 이 녀석들을 그냥이라도 다른 이에게 주지는 않는다.
.
.
.
정말...정말 잘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못 하면 누군가에게 주지도  못 하기에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
이번에 만든 우드펜 중 가장 잘 나온 것들은 의뢰하신 분에게...다른 하나는 꿈벗 여행 때 가지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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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0.10 23:59:41 *.136.209.2
<Animal laborans_030>
검은 나무를 보았다.

이른 새벽 나는 검은 나무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검은 나무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주위에 다른 숲과 나무는 느껴지지 않는다. 별다른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내 앞에는 오로지 얼마나 크고 곧게 뻗었는지 끝이 보이지 않는 검은 나무만 서 있다. 나무의 큰 본체는 너무나도 진하고 아름다운 검정색으로 저 위까지 매끈한 직선으로 뻗어 있다. 그리고 옆으로 뻗어가며 울퉁불퉁 꺽여져 있는 나무 가지에서는 긴 시간 수 많은 풍랑에도 견디어 내며 만들어진 굳건함을 느낄 수 있다. 잔가지들은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너무나도 큰 본체와 거의 90도로 뻗은 전봇대보다 굵은 나무 가지들... 그 자리에 영원히 서 있을 것 같은 절대적인 검은 나무...비록 움직임이 없지만 그 모습만으로도 이루 말 할 수 없는 내력을 지니고 있는 그런 존재...웬지 검은 나무가 다른 존재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새벽...꿈 속에서 본 이 검은 나무가 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고객을 기다리다 다이어리에 볼펜으로 그 검은 나무를 그려본다. 실력이 그리 좋지 않아서인지 내가 본 검은 나무와 형상이 틀리다. 너무 날카롭게 그려졌다. 몇번이고 다시 그려보지만 내가 느낀 이미지와는 많이 틀리다. 

 Animal laborans 030일차 새벽...잊혀지지 않는 꿈 한 조각을 얻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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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2 20:35:07 *.207.0.12

성우님, 수희향이에요..^^

지금 이 시각에도 악당 세균맨들과 사투를 벌이시고 계실 것 같아서 응원왔어요.
호빵맨은 친구들이 많잖아요. 결코 혼자 싸우는 게 아니니 힘내시라고요..^^
다음 천복부족 3차 세미나때는 그냥 빵말고 호빵을 준비할까 생각 중이에요
(에공, 미리 말하면 재미없으려나? 지가 쫌 이래요^^::: ).

아무리 바빠도 밥 잘 챙겨드시고 일하시기를요.. 그럼 아자아자 홧팅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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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0.13 12:36:36 *.136.209.2
크하하! 호빵맨과 친구들...요한님이 아침글이 이렇게 여기까지 퍼지네요 ^^ 100일차 때는 단지 바쁜 업무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조금씩 조금씩 '조화'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답니다. ('조금씩'이 아니라 '많이' 생각 해야 되는데...ㅋ) 밥 잘 먹고 좀 많이 자서 힘 낼께요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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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0.13 13:09:25 *.136.209.2
<Animal laborans_031>
신입 사원티를 갓 벗어났을 무렵, 우연히 회사 중역분이 나의 팀장님에게 '최성우씨 일 하는 것이 어때?'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그 당시 팀장님이 '업무는 아직 좀 더 배워야 하나 일 하는 방식이 창의적이다.'라고 보고하시는 것을 우연히 들은 적이 있다. MBTI나 스트렝쓰 파인더 등의 테스트를 해 보면 그다지 내가 창의적인 것 같지는 않다. (사실 이제는 그다지 그 테스트들이 내 자신을 다 설명해 내지는 못 한다고 생각하기에 예전보다 그 결과에서 자유롭다.)

다만 신입사원 시절에는 시간이 많았다. 신입사원 시절에는 중요한 업무가 주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단순한 업무들부터 잘 하고 싶어 다른 사람들이 일 하는 모습을 지켜보거나 책이나 인터넷에서 정보를 뒤져 보기도 하고 사내의 결제 완료된 문서들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양식이나 내용의 흐름을 기억하기도 하고 여러 시스템의 목록들을 이것저것 클릭하면서 '이런 것도 있네'라고 감탄하기도 했기에 응용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진 것은 아닌지...
(사부님이 인용하셨던 애기와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리라.)

요즘 업무에 투입하는 시간이 예전보다 많아졌다. 공부하고 일 주위를 두리번거릴 수 있는 시간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겠건만 내 앞에 굴려오는 새로운 일들을 처리하기에 급급하다. 적응하기 까지는 꽤 시간이 소요될 듯 하다. 

 100일차, 200일차 그 이후에 대해서 생각한다. 좀 더 전문적인 교육도 필요할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더욱 더 같이 있고 싶다. 내 필살기를 더욱 강화시키고 싶다. 그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시간'... 어느새 지금 일들의 비효율적인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정량적인 부분들,,,정성적인 부분들... 내가 움직일 수 있는 부분들...전사적인 협조가 필요한 부분들...

다른 회사에서 우리 회사의 혁신 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싶다고 하기에 회의를 했다. '혁신'에 대해서 잘 모르긴 하지만, 한국의 '혁신'은 전담 부서가 있고 그 부서에서 시스템을 만들어 사내에 전파해 나가는 모델인 것 같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에는 그런 화려한(?) PLAY가 없다. 주재원 시절 느낀 바로는 (적어도 이 회사에서는...) 각각의 실행 부서가 주도적으로 개선을 주도하는 느낌이다. 회의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혁신'과 '개선'의 차이다. 타사에서 말하는 것은 '혁신'이지만 일본에 '혁신'이 있을까? '개선'이라는 용어만 존재하는 느낌...

예를 들어보자. 공장의 시계가 멈추었다. 원인을 보니 건전지 수명이 다 되었다. 어떻게 하면 시계가 멈추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수명이 긴 건전지를 쓸까?' , '건전지 교환 주기를 시계 옆에 기록할까?','건전지 교환 담당자를 배치할까?' 아니면 '건전지가 필요없는 시계를 쓸까?' (벽시계를 없애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겠다. ㅋ) 이상의 모든 것이 일본에서는 '개선'이다. 한국이라면 어떨까? 건전지가 필요없는 시계를 쓰거나 시계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혁신에 속하지는 않는지...

이상의 아이디어는 그 내용에 따라 개선의 범위가 기간, 비용이 틀려질 것이다. 이상의 아이디어 하나를 선택하게 되면 그 다음은 PDCA. PLAN - DO - CHECK -ACTION의 순환 주기... 

'시간'...내가 해야 하는 것이 아닌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시간, 내가 만나야 되는 사람들이 아닌 만나고 싶은 사람들과 만나는 시간. 내가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고 싶은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 바꿔 말하면 자유...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 자유를 어떻게 일에서 얻을까? 몇년전 변화하고 싶은 욕망에서 시작된 지금의 활동들에 미래의 자유를 담아주고 싶다.  그러기에 지금의 일에 대한 '혁신'과 '개선'이 필요하겠지.

건전지 없는 시계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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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0.13 22:55:39 *.136.209.2
<Animal laborans_032>
할아버지였다.

이른 새벽 작업실에서 급하게 들어온 의뢰가 있어 작업 중에 문득 출입문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자그마한 키의 할아버지가 서 계셨다. 유리문으로 다가가 문을 열고 인사를 드렸더니 대뜸 말씀하신다.

"자네가 우리집에 나무를 놓아둔 사람인가?
         "네...그런데 무슨일이신지?"
"그 나무 치워주게. 우리 딸이 해 놓은 짓이지만 상식에서 벗어난 일이야" 

얼마전에 귀하게 얻은 통나무들을 놓아둔 집의 할아버지였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이미 따님분을 통해서 아버지가 나무를 보고 매우 화가 나셨다는 애기를 들은 터였다. 따님분은 괜찮다고 했지만 그 아버지가 직접 나선 것이다. (나의 우주와의 공명도 여기서 끝이란 말이가...)

"저흰 따님분 애기 듣고 일단 거기 둔 겁니다만...."
      "우리 딸이 한 일이지만 내가 나무만 보면 울화통이 터져. 자네 법정 스님 알지? 그분이 80세 돌아가셨어.
       내 나이가 올해 팔십인데 나무만 보면 울화통이 터져서 살 수가 없어."
"그렇지요. 저도 제 방에 눈에 거슬리는 물건이 있으면 화가 납니다. 충분히 이해 합니다. 하지만 이미 따님분 제의로 거기에 둔 것이고, 저는 목공일이 생업이 아니라 평범한 직장인인데 갑자기 옮길려고 해도 돈도 없고 같이 옮길 사람도 없습니다. 조금 더 시간을 주시면 어떨까요?"
      "아니, 얼마나 시간을 더 달라는 건가?!"
"내년 봄까지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는 안 되네!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이렇게 물어봐. 아니 어떻게 나이가 팔십인데 이렇게 피부가
       하얗야고... 그러면 내가 애기하지. 일상사에 Pending 되는 것들을 없애기 때문이지라고... 자네 Pending이
      무슨 뜻인지 아나? 매달아 둔다는 뜻이야. 매달려 있는 것들은 얼른 얼른 치워야 해. 딸이 한 건 Out of mind야."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래서 저도 폐가 될 것 같아 조금씩 조금씩 작업실로 옮겨오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보십시오. 이미 통나무 세덩이을 이렇게 옮겨 놓았습니다. (할아버지께 통나무와 이미 전기톱으로 얼마정도 
 제재해둔 나무들을 보여 들였다.)"
      "음.... 하지만 울화통이 터진단 말이야. 나도 때가 되면 가겠지만 나무만 보면 잘 잘 수가 없어. 잘 자지 못
       하면 내 나이 때는 건강이 금방 악화돼. 얼마나 시간을 주면 치우겠나?"
"네...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저도 어르신 말씀을 들으니 당장 치우고 싶지만 저도 직장일 하면서 영어 공부 대신에 새벽에 와서 두시간 하는 취미라 너무 힘드네요"
    "영어라고?! 자네 영어 좋아하나? 난 영어가 한국어보다 더 편해. 딸과도 영어로 대화하는 것이 오히려 쉬워.
     매일 일기를 영어로 썼는데 집에 가면 산더미 같이 쌓여 있네. 내가 서울대 상대 나와서 은행 근무 하면서 해외
     지점장을 오래 했거든"
"아...그러셨군요. 저도 일본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어요. 얼마전에 들어와서 여기 근처에 살지요"
      "난 아파트 있다가 이곳으로 이사왔어. 예전에 이 집을 비워뒀는데 세금이 너무 비싸단 말이야.
       00,000,000원씩이나 나오니 원..."
"아니! 세금이 그렇게 비싼가요?!"
      "노무현 정부의 대분배 정책 때문에 그렇지"
"성장 보다는 분배...국부론과는 반대인 것 같네요"
       "오호! 자네 국부론을 아나? 대화가 좀 되겠네"
"귀동냥 조금 했습니다. 저는 일본에만 있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영어를 잘 하시게 되셨나요?
       "홍콩에서 지점장으로도 있었고 마이애미, 시카고, 뉴욕에도 있었다네."
"마이애미는 무덥지 않나요?
      "무덥지. 홍콩도 그렇고...그런 동네에만 있어 무더위는 질색이네. 시카고는 상대방이 주소만 내 보이면
       이 사람이 어느 정도 사는 사람인지 금방 알지. 오바마 대통령도 시카고 남쪽 동네 출신이잖어"
"네. 그렇지요. 영어를 즐겨 쓰시면 방송도 많이 보시겠어요?"
      "그래. 오프라 윈프리 쇼를 좋아한다네. 그 사람 영어가 알아 듣기 쉬어.  중간중간에 톡톡 튀는 단어만 들으면
       이해하기가 쉽지. 홍콩애들 영어는 영국식이라 우리 사람들이 알기 힘들어. 그래서 잘 때도 TV를 켜놓고
       잘 때가 많았어."
"저도 그랬어요. 일본어 배울 때 무작정 라디오와 TV를 틀어 두었지요"
     "그런데 영어라 하더라도 우리집 여자 두명하고는 대화가 안 돼. 질문의 의도를 알고 대답해야 하는데...원. 
       참, 난 마이애미 있을 때 죽을 뻔 했어. 마이애미란 동네가 위험해. 한번은 옆에 방에 마약 거래상이 살았는데
       거래처가 쳐들어와서 총을 난사 한거야. 그런데 말이야 미국은 방과 방 사이가 두꺼운 마분지 정도의 두께
      밖에 안 된다네. 그래서 내가 자는 침대 바로 위로 12발의 총알이 박힌거야. 경찰들이 조사하면서 어떻게
      살아났냐고...신문기자들도 난리였지. 예전에 마이애미 헤럴드에 내 이름이 실렸어 기적적으로 살아났다고
      그게 79년도 여름,가을쯤이야 그 신문을 잘 보관해 뒀는데 몇 번 도둑이 들어서 가져가 버렸지 뭐야."
      (이 부분을 많이 아쉬워 하신다.)
"총소리가 나면 일어나셨을텐데 어떻게 총 12발이 발사되도록 누워계실 수 있었어요? 저라면 놀라서 일어났을텐데...가만히 누워 계신것이 다행이었네요'
      "내가 군대에 4년 동안 있었어. 6.25잖어. 많이들 싸웠지. 내가 이북에서 왔는데 이북 사람이라고 하면 치가
       떨려. 내 친척들은 다들 이민 갔어. 예전에 유럽 간첩단 사건 있었잖어. 아주 위험했는데 그 때 홍콩도
      위험했어."

(이야기는 계속 되어 유학 애기, 그레이엄 목사 통역 때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통역으로 성공한 어느 작은 교회의 목사님 애기, 돈 애기, 관상 애기 등등등 끝날 줄을 몰랐다.)

오늘 새벽 수련 2시간은 어르신과의 대화였다. 나는 이 대화가 즐거웠다. 다른 분의 살아온 이야기가 때로는 흥미롭고 때로는 안타깝고 공감이 된다. 그 이야기 속에 나 역시 몰입한다. 어느새 출근 준비 시간을 넘어서고 있었다. 좀 더 어르신과 애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다음에 또 뵙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어르신과 천천히 계단을 오르는 도중 온화한 미소와 함께 말씀을 건네신다.

"자네......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줄 아는 배려심을 가졌군. 이 나이가 되면 내 애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네. 내가 새벽에 찌개를 끓이고 있는데 셔터 올리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그래서 내려왔지. 그런데 왠지 예감이 있었어. 그래서 가스렌지 불을 그대로 두지 않고 끄고 내려왔다네..."

그 와중에 어떤 할아버지가 지나가시다 어르신께 인사를 한다. 어르신이 몇 마디 인사를 건넨다. "저 집 할아버지가 OO대 철학과 교수하다가 정년 퇴직하고 사는데 나이가 95세야. 저 사람은 사위고..."

어르신께 다음에 찾아뵙겠다고 다시 꾸벅 인사를 드리고 헤어졌다. 어르신의 추억 하나가 계속 맴돈다. 마이애미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났던 기록이 담긴 신문기사... 구해 드리고 싶다. 79년이면 꽤 오래전이다. 마이애미 헤럴드를 인터넷으로 검색한다. 어르신 성함과 그 사건을 주제로 몇번 검색해 봤지만 역시 오래전 일이어서일까. 검색 결과가 없다. 짧은 영어 실력이라 다른 이에게 부탁해야 겠지만 마이애미 헤럴드에 정중히 의뢰 메일을 보내야 겠다. 그리고 그렇게라도 구할 수 없으면 트위터를 통해서 수소문 해야 겠다. 그리고 그렇게라도 안 되면 또 다른 방안을 찾아야 겠다. 

어르신 정원에 방치된 나무...얼마가 될지 모르겠지만 당분간 어르신과 나에게 Pending은 아닐 것이다. 다시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을 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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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0.17 19:17:49 *.226.153.49
이야기는 계속 업데이트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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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10.10.15 21:10:13 *.255.183.215
역시 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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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
2010.10.14 06:51:50 *.109.73.149
성우씨 글 재미있게 읽었어요.
새벽에 삐뚤어진 마음 가라앉히려고 연필다섯자루를 깍다가
마음의 결 따라 나무의 결이 달라짐을 보았지요.
그래서 들어왔더니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나게 되었네요^^
안경을 벗고 읽었었는데 3분의1지점을 넘기면서 안경을 쓰고 읽었지요.
새벽에 두분이 나눈 두런두런대화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그 기사 꼭 찾을 수 있었으면 졸겠네요.
그 기사 꼭 찾아드리고 싶다는성우씨의 그 마음이 따뜻하고 선해 옹졸했던 마음 녹이고 갑니다.

그 이후의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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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0.14 05:07:34 *.180.75.152
대화체로 기록하니 더 재미있네요.^^
어르신께서 배려심 많은 성우님을 자주 찾아오실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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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0.17 19:21:27 *.226.153.49
늙은 할아버지는 지나가는 여행객에게 융숭히 대접하고 흔들의자에 몸을 앉히며 애기한다. 여행객..."애기해 보쇼!" 그럼 여행객은 자신이 경험하고 들었던 애기들을 풀어놓았다. -조르바 中에서-

제가 경험하지 못 하고 제가 가 보지 못 하고 제가 보내지 못 한 시간을 보낸 분이기에 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또 기록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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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6 16:49:25 *.15.53.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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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0.17 19:25:08 *.226.153.49
제품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가구라 상당히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 것 같아요. 디자인을 보고 아빠 코끼리와 아기 코끼리가 연상되었답니다. ^^

아래 위 어느쪽으로 놓느냐에 따라 기능이 틀려지다니...ㅎ 좋은 사진, 아이디어 감사 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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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0.17 19:30:38 *.226.153.49
<Animal laborans_033>

In patientia vestra habetis animam vest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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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0.17 19:36:52 *.226.153.49
<Animal laborans_034>
꿈벗 여행 전시회 때 나올 물건의 원형이다.
나는 확신한다. 이것이 좋은 물건이 될 것임을...
이것이 무엇으로 변할까? 상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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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0.17 19:47:27 *.226.153.49
<Animal laborans_035>
사과 보석함을 의뢰 받았다. 다른 의뢰도 밀려 있지만 의뢰자 애기를 듣고 급하고 중요한 의뢰라 순서를 바꾸었다. (어차피 기존 사과 보석함 의뢰가 하나 더 있어 같이 제작하면 될 듯...) 첫 물건과는 틀리게 대폭적으로 크기를 줄였다. 어린애 주먹만한 크기로 만든다. 아쉬운 것은 나무 크기의 제약으로 거울을 붙일 수 없다. 아니 거울 크기의 제약인가....어쨌든 감상 포인트 하나가 줄어들어 아쉽다.

'파오로사'란 무늬가 고운 나무로 만들기 시작했으나 펜던트가 들어갈만한 크기가 안 나온다. (의뢰자와는 역시 많은 애기를 나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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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과정 하나가 잘 못 되었다. 속은 뚜껑과 합쳐서 외관을 만든 다음 
정리했어야 했다. 속을 파 내자 뚜껑과 결함하는 부분이 힘을 받지 못 한다.>

역시 사과에 어울리는 나무는 참죽나무인 것 같다. 같은 작업을 재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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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0.17 20:13:52 *.226.153.49
<Animal laborans_036>
다시 열이 오르고 오한이 든다. 지난 이주동안 회사일로 무리한 것이 결국 감기, 몸살로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사에 다시 들어가야 할지도 모르는 저녁 시간....(내 감정은 이 글에서 생략한다.) 병원에는 너무 늦게 간 탓에 링겔을 맞을 수 없었다. 미국 주재원으로 떠나는 내 예전 첫 상사의 송별회에 들렸다가 발을 잘 못 디뎌 발가락 하나가 심하게 부어 올랐다. 발톱 밑으로 피가 찬 것이 보인다.

토요일 아침 정형외과에 들려 엑스레이를 찍어 본다. 다행히 뼈에는 문제 없고 주사와 더불어 지지대 작은 것을 발가락에 대어 준다. 열이 아직 있는데 약을 짬뽕할 수 없어 하나 종류의 약만 먹는다. 한의원에서 침 한방만 맞아도 엄살인 나로서는 이 정도 상황이면 쉬어야 한다. 예전부터 그렇게 해 왔었다. 더군다나 일요일에는 회사에 출근해서 급한 일들을 정리해야 한다. 여행 전시회에서 쓸 물건 제작을 위해 목공 사부님 공방을 가야 하나 연기한다. 사진틀 때문에 아는 분과 진행 협의를 해야 하나 연기한다. 의뢰 들어온 물건에 각인 작업을 해야 하나 연기한다.

그럼에도...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전 11시 발길은 어느색 작업실이다. 중간중간 나무를 맏아주신 분과 차도 한잔 하고 같이 작업하시는 분과 애기도 나누고 새로운 기술도 서로 배웠으며 먼지가 너무 날려 간단한 청소도 했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흥얼거린다. 그리고 목공 작업을 한다.

시계 바늘이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시간을 모른다.
시간은 새벽 3시...어느새 16시간이 지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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