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단군의

/

2단계,

두

  • 권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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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10일 02시 49분 등록
 

출사표를 써야한다며 자다깨다 했던 간밤의 꿈. 고향집인데 내 앞에 한 상이 차려져 있다. 한 12명 가량이 둘러 앉아 있다. 네 귀퉁이는 어른이고 사이사이에 어린 아이들이다. 어른은 좀 검은빛 허름한 잠바를 입고 허리를 꺽고 앉아있는 덩치 큰데 순한 듯한 남자들이다. 어른이나 애들이나 내게 별 관심없이 말없이 밥만 먹고 있다.  스댕그릇과 오이지 물김치가 기억난다. 산해진미로 차린 게 아닌 식구많은 집에서 최선을 다해 차린 밥상같았다. 불편한 자리다. 나는 눈치를 보고, 밥을 차려주는 이들은 화가 나 있다. 이유가 뭘까 궁금하다. 엄마와 아버지도 있었는데 그들은 내가 모르는 이들과 새로 결혼을 한 것 같다. 특히 엄마의 남편이 영 낯설다. 그는 엄마 남편인데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가 아닌 다른 남자다. 이상도 하지. 나는 평생 아버지 딸이었는데. 엄마는 내게 친절하게 대하는데, 그 남자는 노트북으로 단군 출사표를 보여주며 이게 뭐냐고 따진다. 요지는 우리는 니가 공익을(절집 짓는 불사나 남들 공부하는 뒷바라지 백일법문 공양주를 하는 것도 아니지 않냐고) 위해 일하는 것 같아서 돌아가며 불러서 밥을 차려주었는데 이건 뭐냐는. 꿈 속의 나는 할 말을 또박또박 잘 한다. 이건 다른 이들을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하는 거니까 그게 마음에 안들면 앞으로는 불러서 밥을 먹여주지 않아도 된다고. 속으로는 앞으로는 내 자리 아닌데서 엉뚱한 명분, 핑게를 대며 비굴하게 밥을 구걸하지 않겠다, 스스로 밥을 벌고, 내 손으로 소박하나 당당한 밥상을 차려 먹으며 살겠다 생각한다. 그리고 고향집 골목을 씩씩하게 걸어 내려온다. 속이 시원하다. 내 옆에 젊은 여자가 따라 나오며 내 입 가에 묻은 것을 떼어주고 이쑤시개를 준다. 누군가 봤더니 그녀는 자기 자신에게 진실했던, 내가 이기적이라고 욕하면서도 질투했던 친구다. 진짜 독립이 시작되려나?

1. 제     목 : 자기를 아름답게 가꾸는 새벽정원

2. 활동시간 : 3~5시, 취침시간 8~9시 (6시간 수면)

3. 목표        1) 새벽지구 안전기지 구축 - 정화(自精), 양육(自養)

                    2) 저녁지구 안전기지 개발 - 베이스 캠프

4. 새벽활동

 

할 일

자세히

필수 (3:00~5:00)

모닝페이지

 3쪽 쓰기, do it list

아침정진

정토회식 천일기도(예불+108배+명상10분)+천수경+일지쓰기

덤 (5:00~6:30)

콩나물시루
물주기

읽기(~3/1) : 초등학생용 장애인식개선 동화, 그림책

듣기(3/2~) : 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동영상 수업

보너스 (6:30-7:30)

몸 가꾸기

신체활동으로 마무리 (산책/달리기)


*구선생님이 권한 독서법 흉내낸다. 독서력 고려해 쉬운 책 선택. 정한 시간에 매일 읽는 것이 목적 
*성과물 : 블로그에 독후감 몇 개 (저자-느낀점-밑줄긋기-내가 저자라면)

              마라톤대회 완주 메달 (10km)

          

5.예상난관 및 극복방안

예상 난관

모습

극복 방안

꿈꾸는 모습

방학 우울증

두문불출,저조

9시~5시 8시간 성실 노동

특히 9시~2시 일하는 패턴

규칙적인 리듬 유지

미친 3월

벌벌벌,쩔쩔,낑낑

1,2월 출근, 일 끄기

유비무환

저녁 단도리

(5시~8시)

웹써핑,과식,방치

- 전환활동: 저녁승리(1)

- 새날준비: 저녁승리(2)

저녁지구 안전기지

 (base camp)


  * 전환활동 : ????

  * 새날준비 : 씻기-옷,가방 준비-청소정리정돈-저녁식사-아침식사 준비-취침 


6.긍정적 효과 : 새벽지구 안전기기 1년 공사 중 200일분 진척


7.보상 : 출발emoticon, 30일emoticon, 60일, 100일차에 선물을 하겠다.
     
     출발- 중성펜, 오미자차 댓병1개, 달리기장갑

            30일 - 복합기 1대
            60일 -  
            100일 -


8. 목표 달성 평가


구분

목표

1주

2주

3주

4주

5주

6주

7주

8주

9주

10주

11주

12주

13주

14주

(9일)

계(성공률)

3시 기상

95%

7

4

7

6

7

5

3

5

7

6

6

7

7

8

85

-

-

3

-

1

-

2

4

2

-

1

1

-

-

1

15

새벽활동

모닝

페이지

100%

7

7

7

7

7

7

7

7

7

7

7

7

7

9

100

아침

정진

100%

7

7

7

7

7

7

7
3

7
3

7
5

7

7

7

7

9

100

아침공부

100%

7

7

4

6

1

2

5

2

2

0

1

4

3

3

47

30분

달리기

70%

(주 5회)

3

1

0

1

3

0

1

3

3

1

3

3

4

7

33

저녁

승리

1.전환활동

70

0

0

1

0

2

2

0

0

0

5

2

5

17

2.새날준비

90

3

5

0

0

0

2

5

15

저녁정진

80%

(주 6회)

0

0

0

3

1

3

0

0

0

0

0

7

  저녁정진 : 7시 기준 (천수경-예불-반야심경-해탈주-108배-명상-일지)

9. 골인 & 너머


1) 300일차 go!

2) 이번 겨울 춥고 힘들었다. 제법 울었다.    
단군 아침 수련으로 그나마 계속 걸었다.
주변 여건 덕분에 겨울에 나무를 자르지 않고 지낸 것이 다행스럽다. 
한 번 어긋난 관계를 잘라냄으로 마무리하지 않고 새로운 국면으로 노력해간다는,
그리고 계속 걷는다는 긍지를 느낀다. 
어느 해보다 봄이 찬란하다.

3) 새벽수련 평가
 - 아침기상시간 80% 단군 기준을 만족했다. 불안정하다. 좀 더 안정되려면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자
 - 모닝페이지와 아침정진은 어쨎든 다 했다. 두 가지는 내가 좋아한다. 평생 동행하고 싶다. 
 - 아침공부는 다시 자버리면 완전 불가능. 그리 재미를 못 느꼈다.
       #읽은책 : 총 23권
                     장애인식개선도서 오카슈죠 동화<우리누나><민들레><바람을 닮은 아이>
                                                양육자의 책 <엄마 외로운 거 그만하고 밥먹자><아키유키 이야기>?
                     세미나 권장도서 <내 삶에 변화가찾아올때><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때><탈렌트코드>
                                              <강점혁명><신화의 힘><익숙한 것과의 결별>
                     기타                   <마음에 사랑이 없으면><친구가 되어주실래요?><주제별 생태놀이>
                                              <손바닥 자연놀이100><말캉이 1,2><식물탐정 완두> 3권은 만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기도><행복한 출근길><날마다 웃는 집>
                                               <스님의 주례사>
      #한 일 : 블로그에 감상문 쓰기 7개,
                   초기 지나면서 아침에 잤고, 세미나 추천도서도 내용만 후루룩 읽고 말았다. 
                   구본형선생님 독서법 흉내는 slow & steady 모토를 잃고 벼락치기식 훑기로 그침. 
                   이전에 읽은 적이 있던 책 (신화의 힘, 강점혁명)을 다시 정독하지 않았다.
- 달리기 성과 : 한겨레마라톤 10km 완주 (기록 54분) 
   한겨울 노지 달리기 곤란. 헬쓰클럽 등 다른 방법 구안했어야 했는데 어어어 무너졌다.
    매우 재미있었다. 근데 아침에 많은 걸 하자니 팽팽 바빴다. 저녁에 달릴까?
 
4) 저녁승리 평가
 - 전환에서 실패. 이게 문제, 과제다. 1시간 웹써핑을 하면서 늦게 퇴근, 집에 돌아오자마자 과식, 웹써핑 하는 모습이다. 다음에는 퇴근시간 정해서 약속시간 지키듯 칼퇴근 한 후 1시간 즐겁게 놀기해 보자.
(그림일기 그리기, 카페에서 놀기, 또 뭐가 있지?....)   
 - 저녁단도리는 집에 온 후 바로 씻기 1가지만 하면 될 듯. 나머지는 크게 상관없다. 취침시간 엄수! 
- 저녁정진은 폭삭 망했다.

5) 오프모임
킥오프, 쫑파티, 세미나 참석 : 죽음편지는 못했고, 강점, 미래 이야기 참석- 좋았다.
                                           참석 태도는 양호하지 못함. 매번 30분~45분 지각 했고 과제는 2/3만 함.
비공식적인 모임 : 자연관찰 그리기, 생태놀이, MT, 봄나들이 / 뒷풀이 -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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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30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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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1.29 11:41:11 *.154.223.196

20일차

*1:30(-), 6:30 (7:00) 기상, 취침시간 비정상이지 않나 싶어 적기 싫어진단 말이지. 수치 조작, 허위보고 하고 싶네.
                                    방학임, 다양성은 우주의 생존전략 주문을 외운다.
*모닝페이지 1:45~2:45, 아침정진 3:30~5:00
*5:30~7:30 <내 삶에 변화가 찾아올 때> 161~끝.

어제의 잉여에너지때문에 몸과 마음이 거북하다. 스트레스 패턴이 보인다. 종일 전전긍긍했다. 해야할 전화를 안했기 때문에 다른 것은 모두 미뤄진 상태다. 종이 가지러 내려가지 못하고, 센타 가서 어물쩍 시간 보냈다. 커피자판기에는 컵, 설탕 없는데 고칠 수가 없다. 왜 그게 다 내 책임이냐고요. 제일 아랫 것인데 아랫것 답게 못했다 싶다. 그리고 내가 늦으니까 업무시스템에서 직접 다른 이가 해 버렸다. 인증서는 USB에 안 담아지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채로 돌아 왔다. 누가 주는 것보담도 스스로 '나는 무능해'하면서 털석 하는 듯. 찡그린 채 저녁을 먹었다.

부천 교보문고에서 사온 책에는 소설이 몇 권 들었다. 강물은 흘러서 제 곳으로 갔는데 늦은 화를 혼자 내고 있다. 선결재한 댓가를 다 받아낼 거라고 꿍시렁거리는 뒷북작렬 소심씨의 복수는 두 사람의 책을 전작주의 하고, 소설을 몇 권 더 읽는 것이다. 근데 첫번째 소설책이 퍽 재미있다. 하지만 어제같은 날은 멍하니 앉아서 코미디, TV 드라마 보면서 깔깔 대는데 최고인데......

책 읽기가 싫고, 스트레스 계속되어어서 5시 30분에 도마를 꺼내놓고 당근과 양배추를 다져넣고 찬밥으로 참치죽을 끓였다. 그걸 후후 불어 먹으면서 읽었다. 생라면도 한 봉 뽀샤 먹는다. 월리엄 브리지스 책을 내일 더 읽고 싶지가 않아서 끝을 내긴 했는데 꾸벅꾸벅 졸았다. 여러 개의 짧은 꿈들.  

막내동생이 자전거 타고 오다 넘어져서 다쳤다고 부모님이 놀래서 달려가는 꿈, 

하보 밭에
노란 벼가 패었는데 긴 코트와 검은 모자를 쓴 남자가 모퉁이의 돌무덤인지 돌무더기, 돌탑인지를 돌아오길래 내가 그 사람보다 더 빨리 그 돌무더기를 지나 달려가려고 용을 쓰는 꿈, 근데 나도 긴 코트와 검은 모자를 쓴 또 하나의 남자다.

길이 1m 쯤 되는 나란히 두 가로지른 둥근 것은 지름이 6-7cm쯤 된다. 가운데에 건너편 사람이 보일 정도의 작은 상자가 있고 거기 위패 같은 것이 놓였다. 가마와 상여의 중간 정도. 저쪽은 두 사람이 들고 이 쪽은 나 혼자 든다. 이사간다고 했다. 지붕이 높고 마루가 깔린 집, 예배당 같은 집이다. 일한 사람, 초대받은 사람 모두에게 하얀색 팥고물이 든 초록색 떡을 준다. 나는 속이 안좋아서 반개만 받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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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1.31 06:27:49 *.154.223.196
아직 수면주기가 안정되지 않은 갓난아기를 돌보느라 철야정진하듯이 잠을 설치고 계시는 산모신데요. 
우선 휴식이 필요한 때입니다. ^^
철은님 단군일지, 블로그 읽으면서 아이 키우는 일이 무지무지 어려운 일이구나 새삼 느끼게 됩니다.
특히 혼자 있는 시간을 쉬 낼 수 없는 것.
내게 저런 인생이 주어졌으면 많이 힘들어했겠다 하면서도 한켠에서는 질투하고 부러워해요.
꿈일기는 적어두면 안에서 나는 아무 노력도 안했는데 쑥쑥 나오는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재미 있습니다.  
저는 너무 많이 자는 거, 음식이 소화 덜 된 상태에 자는 거 좀 덜 해보려 합니다. 아이고 부끄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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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9 20:29:41 *.161.173.71
저도 요즘 쪽잠을 자느라고 이런저런 꿈을 많이도 꾸는데요,,,그 때는 기억해놓았다가 나중에 글로 써봐야지 하고선 아침이 되면 잊어버린답니다. 윤정님의 꿈이야기를 읽으며 머리맡에 꿈메모노트를 하나 준비해볼까 생각하고 있답니다.
윤정님의 일지는 참 따뜻해서 제 일지를 안써도 가끔은 놀러오게 되네요...요즘은 일상이 수행처럼 되고 있어서 더 한거 같기도 해요...윤정님에게서 따뜻한 에너지 한그릇 받아먹고 기분좋게 아이들을 보러갑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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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1.30 09:41:45 *.154.223.196
21일차

*2:50 (-) ?? (∞)
*모닝페이지 3:20~4:30, 아침정진 5:00~6:30
*7:00~8:00 등 뒤에서 문이 닫힘으로써 열리는 것 쓰기

일정이 죽죽 늘어졌다. 모닝페이지 하다 출석부 갔다가, 모닝페이지 하는 두레반 옆 빨래건조대의 비린내가 역해서 삶는 빨래 올려놓고 불조절하느라 얼쩡얼쩡, 미역을 불리고, 표고가루를 불린다. 천수경과 예불의 어디선가 길을 자꾸 잊어버려서 제자리 찾아가느라 또 시간이 걸린다. 마치고는 바로 당근과 양배추를 넣은 계란찜을 해서 먹는다. 왜 이렇게 배고픈 것을 못참지? 일지 쓰러 들어간 블로그에서 가입된 다른 카페들 열어보고 댓글 달고 있다. 일지 쓰다 말고 찰떡 돌려먹고, 다른데 또 갔다온다. 대단히 산만하구나. 산만한 그대로, 잊어먹는 그대로 나를 열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당신께 헌공합니다. 그래도 많이 좋아졌지요? 네 알고 있어요. 계속 좋아지고 있어요. 이만한게 어디예요? 이래도 나는 나한테 너무 겁먹지는 않거든요.

어제 쓴 메일의 답이 왔다. 1차 스트레스가 없어졌다. 이제서야 냉장고 딱딱 소리가 들린다. 미안. 지펠. 너는 나한테 나 아프니까 나 좀 봐달라고 벌써 오래 전부터 말하는데 나 사느라 바빠서 내가 잘 안들어주었다. 무상 AS기간이 아직 남았을텐데. 아 이 여자는 한 번에 한 가지씩만 하는 모노로그 인간이다.    

오늘 등 뒤에서 문이 닫힘으로써 길이 인도된 예를 생각해보았다.

등 뒤에서 길이 닫힐 때 단지 그것을 어떤 전략상의 실수에서 빚어진 결과로 치부해 버리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97) 등 뒤에서 길이 닫히는 것은 우리 앞에서 길이 열리는 것만큼이나 많은 교훈이 들어 있다. 열림은 우리의 능력을 보여주고 닫힘은 우리의 한계를 보여준다. 그것이 영적인 세계 속에서 정체성이라는 동전이 가진 양면인 것이다...내 눈 앞에서 쾅 닫혀버리는 문들 때문에 고민하던 그 자리가 바로 나의 세계가  활짝 열리는 자리였던 것이다.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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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1.31 07:44:27 *.154.223.196

대학을 '국어교육과'로 가지 못했다. (열아홉, 스물) 

작년에 초중고 생활기록부 사본을 떼보니까 중학교, 고등학교 6년 동안 나의 장래희망란에는 '국어교육과'가 적혀있다. 중고 담임선생님들이 '학생의 적성과 일치하여 그 방향으로 진로지도함'이라고 써놓으셨더라. 교사가 되고 싶은 것은 아주 어릴 때부터의 꿈이었다. 국어선생이 되려고 했던 것은 가장 자율적으로 공부를 했던 중학교 때 영어, 수학 예습을 하지 않고 국어 예습을 하고 있는 나를 보고서, 그리고 국어선생님들을 한결같이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역할모델들이 풍부히 있었다면, 그리고 나의 재능과 가치를 살펴보고 이런저런 대안을 제시하는 어른이 주변에 있었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어린아이의 정보와 인식의 한계 안에서 그 직업의 무엇에 끌렸던 걸까?

재수 한 것, 재수를 마치고서도 국어교육과로 가지 못하고 특수교육과로 간 것은 두 가지 묵은 빚을 갚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의 표현이었다. 하나는 입학성적을 보고서 3년동안 등록금을 면제해준 신설 고등학교에, 또 하나는 아버지의 공부못한 한을 대신 갚겠다는 사명을 촌에서 재수까지 시켰는데도 완수 못했다는 것이다. 이 때 내가 이해하는 완수, 원천 공제는 서울대학교에 가는 것이었다. 용접용 산소통이 세워져있던 아랫동네 빵꾸 때우는 집 앞을 지나면서 그 집 아들이 서울대갔다는 말을 해주는 아버지의 자전거 뒤에 앉아서 심장에 손을 올리고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에서 '민족중흥'을 '서울대 입학'으로 살짝 바꿔서 충성과 헌신을 다짐하곤 했다. 두 가지 모두 그 학생이 질 필요가 없는 엉뚱한 책임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데 시간이 아주 많이 걸렸다. 그리고 이 고상한 남탓을 뒤엎는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것이 있었다. 그것은 학교나 부모님의 것이 아닌 나의 욕심이었다. 나는 실패했다. 그리고 그 실패를 인정하지 못했다.   

원서를 쓰던 11월 어느날 노량진에서 출발해서 재수생스런 무릎나온 회색 추리닝을 입은 채로 청량리에서 기차를 타고 춘천에 갔었다. 그때 국어교과서에 피천득씨 수필 '인연'이 나왔고 '이번 주말에는 춘천에 가야겠다'인가 어쩌고 저쩌고 구절이 나왔다. 춘천에 내리니까 소양강 가는 버스가 역광장에서 막 출발하려고 하길래 그걸 탔고, 내리자 마자 청평사 가는 배가 막 떠날려고 해서 그걸 또 낼름 올라탔었다. 막 배 시간때문에 청평사까지 못가고 가다 말고 돌아왔는데 그 길에서 특수교육과라는게 있다는 걸 처음 들었다. 듣고 보니 학교나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은 가치있는 일, 세상에서 필요한 일을 하면 씻겠구나 싶었다. 우발, 변덕, 얼렁뚱땅의 연속이네. 

결정적인 것은 부모님은 그걸 원치 않았다는 거. '국민교육헌장'도 '보상'도 순전히 내 생각이었던 거. 공부못한 게 한이 되어 자식들 대학졸업시키는 것을 숙원으로 생각했고 기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실망은 했겠지만 딸이 편안하게 평탄하게 살다 제 때 시집가서 손주를 안겨주길, 하하호호 사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랬던 것 같은데 그때는 몰랐다. 눈 옆을 가린 경주마처럼 외곬수로 치닫는데 그 목적지 설정이 상식, 소통, 토론, 경청, 심사숙고에서 오는 게 아니라 '음, 끄덕끄덕, 결심했어'에서 오니 참고 서적, 주치의 멘토나 코치가 필요한 사람이다.   

특수교육과에서 망했다. (20대)

적응을 못했다. 우수하게 입학해서 우숩게 졸업했다. 졸업 즈음 우리 교수님 중 한 분이 나를 덥석 안아주면서 '너는 졸업한 것에 만족하거라' 하셨다. 부모님과의 불화는 어려웠다. 나는 술 먹게 하는 골칫덩이가 되었다. 방학 때 집에 갔다가 이틀 이상 머물 수 없었다. 휴학을 했을 때는 너무 속이 상했던 부모님이 정말로 방을 얻어주지 않아서 독서실에 2달 살고, 방을 준다고 해서 성폭력상담소 쉽터 야간간사를 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방이 없어서 교생실습을 기숙사 주는 학교에서 했는데 거기는 되게 시키는 국립특수학교였다. 거기 같이 갔던 친구는 씩씩해서 졸업식 점심식사도 자기가 아르바이트한 돈으로 식구들한테 한 턱 쏘는 이였는데 복지관에 취직을 해서 시간제 선생을 구한다고 연락을 했다. 내 주변머리에 취직하겠다고 대들지는 못했을 것이다. 특수교사는 안 할 생각이었다. '공부 잘하는 딸'이라는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과정이 힘들었다. 게다가 진심으로 정서장애, 학습부진, 학습장애를 이해한다.

그 덕분에 내가 얻은 것도 있었나? 힘들고 우울해 죽을 지경이어서 살자고 다닌 것이 종교 탐색이었다. 미션스쿨이었으니까 거기서 출발해서 한 2년은 기독교 계통의 여러 종교를 탐색했다. 이건 내게 잘 안맞았다. 그래도 관심이 있어서 기독교문학을 재수강했다가 비파사나 명상을 하는 교수님을 만났고 그 나불에 절을 가게 되었다. 그 이후로는 그 길로 계속 왔다. 마음 한 켠에 성적과 부모님에 대한 불안이 있었지만 이 과정은 정말 재미있었다. 나의 20대는 그 안에서 다 지나갔다. 이렇게 돌아보니까 아르바이트, 여행, 연애, 공부, 학생운동 뭐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열심히 하는 친구는 다 존경하고 아무것도 안 한 나는 부끄러웠다고 생각했는데 성적증명서때문에 그동안 인정을 안해주어서 그렇지 나도 20대 때 열심히 한 것이 있었네. 그래 맞다. 열심히 했다고 말하는 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열렬히 했다. 나는 종교에 대한 관심이 어릴 때부터 많았던 것 같다. 그 정도 실패가 아니었다면, 그걸로 드러난 그 정도 어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중년 이후에나 골몰했을 주제인데 일찌감치 알게 되었고 참으로 소중한 것, 내 가치관의 백두대간들이 형성되게 되었군. 이 부분은 중요하다. 생각해보니 '특수교사'와 화해하게 된 것에는 이것의 영향이 컸다. 수행정진은 나를 치유해 가며 갈 길을 일러주었고, 우연히 만난 그 일은 그 길과 한 방향이었다. 나의 정체성의 근간은 '수행자'다. 근데 소임은 달랑 하나다. 취약한 저 하나를 잘 데리고 사는 일. 더 멋지고 큰 일이었으면 좋겠는데 이 부분은 내내 불만이었다. 스승님의 말씀을 이제 좀 수긍한다.  

근데 그만 둘 계기가 아주 많았는데도 어째어째 계속 이 길로 왔다. 가다 보니 제법 잘 맞는 구석도 보였고 도와주는 이들의 손길이 많았다. 그 분들 덕분에 왔다. 운이 좋았다. 소 발로 쥐를 잡았다는 속담과 비스무리하다.

성대결절에 걸렸다. (스물아홉)        

그 복지관에서 햇수로 2년 반 일한 뒤에 성대결절이 걸렸다. 9시 반부터 4시반까지 쉴 새없이 말하고 노래를 부르니까 목이 금방 상했다. 2달간 말을 안하거나 수술을 하자고 했다. 다음 교사 구할 때까지 3달을 더 기다렸다가 그만 두었다. 학교 다닐 때는 갑자기 불거져 나온 다른 문제를 치느라 정신없어서, 또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과의 책과 현장에서 무슨 일이 진행되는 지 몰랐는데 거기서 일해보니까 내가 애들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 일을 계속 해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던 참이었다. 

이미 직장을 그만 둔 후고, 다른 복지관 다시 가는 것이 겁났기 때문에 임용시험에 목을 매달고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근데 시험이 한 달 앞당겨졌고, 나는 3달 늦게 퇴사해서 서울은 떨어질 것 같았다. 인천 갔다. 한 2~3년 특수교사를 많이 뽑던 때가 있었다. 시험 치고 와서 하루 숨어 울고, 퇴직금을 털어서 노량진에 교육학을 등록해서 다니고 있었는데 다행히 붙었다.  

동생이 결혼해서 집을 비워주어야 했다. (서른아홉)  

스물아홉부터 서른여덟까지 동생들과 함께 살았다. 공립학교 교사가 되면서 부모님과의 불화는 진화되었다. 모로 가든 바로 가든 서울만 가면 된다고, 시간이 걸리고, 애를 먹이긴 했지만 딸은 '권선생님'이 되었다. 재수했을 때 내가 교대 가주길 바랬고, 사립이든 국립이든 국어교육과에 갔어도 임용시험 쳐서 공립학교 교사되면 쌤쌤이었다. 절을 여전히 심하게 다니지만 그래도 제  할 일을 하면서 다니고 있다. 그리고 세 아들이 그 집에서 고시공부, 자격증 공부, 대학을 마쳤다. 그렇다고 내가 먹여살린 것은 아니다. 부모님이 양식 다 대주고, 학비와 용돈을 주었다. 나는 동생을 팔아서 현미, 콩강정을 받긴 했지만 그래도 누이 노릇을 하는 어엿한 입장으로 복권된 것이 기뻤다. 그런데 동생이 시험에 붙고 바로 결혼하게 되면서 그 집에 살게 되었다. 엄마는 처음 그 집으로 들어갈 때부터 조용히 나를 불러서 말했다 "너는 이 집을 욕심내지 마라. 아들 준다" 또 종종 "너 그래봐야 아무 소용없다. 니 살림 살아야한다."는 말을 지각이 확정된 시간, 부평 쯤에서 안오는 인천행을 기다리며 속 태우고 있는 나한테 전화걸어서 당신 아들들 아침밥 차려줬냐는 말 다음에 붙이는 모순적인 애정을 보이곤 했다. 나는 인천으로 독립해야 했다. 10년 속 썩였으니 10년 갚았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도 어리벙벙하고 화가 났다. 아마 뒤에서 차내는 발길이 없었다면 독립에 대한 목소리가 속에서 계속 울려오더라도 부모님 집에 붙어 살려 했을 거다. 혼자 사는 걸 두려워하고 자신없어 하니까. 여전히 나는 부모의 사랑과 인정에 목 매고 있으니까. 인제 좀 안그랬으면 싶은데. 지루한데.   

"그래서요? 이 숙제를 하면서 콩두씨가 알게 된 것이 무엇인가요?" 라는 파머씨의 예상질문에 답합니다.

문이 닫힘으로써 정말 길이 인도된 적이 있냐 살펴보니 다 헤맨 뒤에 끼워맞춰서 그런가 그런 것도 같네요.닫힌 문에다 몸을 부딪히며 멍을 들이고, 우울증에 걸려 있을 때조차 나를 돌보는 손이 있었던 것 같아 고마운 마음도 듭니다.  갑자기 간증 분위기로 가는 게 싫지만 사실입니다.

첫째, 내가 중고등학교 교사가 되는 것과 초등학교 교사가 되는 것을 비교한다면 나는 당연히 초등교사가 좋습니다. 나는 아이의 아이다운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습니다. 다른 곳에, 다른 이들과 함께 있는 나보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내가 더 좋습니다. 더 기쁘니까요. 게다가 중고등학교 국어교사가 되었다면 입시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겁니다.

둘째 국어교사와 특수교사를 비교했을 때 어떤 것이 더 내게 잘 맞는 걸까 생각해봐요.

창가에 앉아 책 읽고, 수첩에 쓰는 정도라면 직업이 국어교사가 아니라 회사원이라도 휴일날 구립 도서관이나 집 근처 대학교 도서관에 가서 창가 자리에 앉아 읽고, 월급날 책부터 주문해서 읽고, 날마다 일기와 편지를 쓰면 되는 거구요.

특수교사는 진입 동기가 빚을 갚는다는 거였는데 이게 수상합니다. 엇나가도 한참 엇나갔습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는 지금 상태가 좋습니다. 이걸 알기 위해서 긴 시간과 돌아오는 길이 필요했습니다. 근데 그 때로 돌아간다면 다시 그렇게 할 것 같습니다. 그게 나니까요.     

새롭게 알게 된 것은 20대 공부를 안해서 그렇지 나도 내가 선택한 영역에서 열심히 했다는 것, 지금 이렇게 독립하게 된 것 역시 나에게는 새로운 열림이라는 겁니다. 1년 살아보니 내가 좀 혼자 사는 걸 무서워합니다만 독립은 사실 10년 전에 되었어도 될 일이었다는 거고, 쉴 새없이 투덜대는 주변 인연에도 불구하고 (네, 제 목소리가 제일 컸습니다) 결혼에 이르는 그들이 인연이고, 때구나  싶구요. 

파머씨의 힌트를 가지고 탐색하는 것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ps. 살아가는 두 가지 기둥 일과 사랑 중에 일에 대한 부분이네요. 
      사랑 쪽은 뭐 마녀님의 높은 탑 위에서 아직 살고 있는 늙은 라푼젤 같은데요. -_-    
      처음부터 일과 사랑을 나눠서 문이 닫힘으로써 길이 인도될 때를 자문한 게 아니었어요. 
      저렇게 대답을 하는 걸 보면 그 영역은 미개척지구거나 별 게 없었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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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1.31 06:02:38 *.154.223.196

22일차

*2:20 (+), 6:30 (7:50)
*모닝페이지 2:40~3:40, 아침정진 4:15~6:00 (일지 포함)
*6:30~8:00 문이 뒤에서 닫힘으로써 인도되는 것 쓰기

몸이 가볍다. 수분이 좀 더 잘 빠지는 것 같고 허리 군살이 느껴지지 않는다. 몸과 마음을 더디고 축축하게 하는 기간이 지나갔다. 20분 명상이 마쳐질 때 스트레칭이 일어나 등뼈와 목뼈가 죽 펴지고 미간이 넓어진다. 밤새 예뻐져 있다. 혼자 보기 아깝네. 생명력이 돌아오고 있다. 이것과 세트로 묶음배송될 것들을 예측한다. 반짝반짝 볕 날 때 이불과 도마를 널어 말리고, 장을 봐서 식량창고를 채우고, 미뤄둔 일을 처리하고, 선물과 가산금을 보내고, 환기를 시키고 쓸고 닦고 쓰레기를 묶어낼 것이다.  

뭔가를 작심하고 시작하기에 좋은 1월, 벌써 마지막날이다. 나는 딱 1가지를 시작하고 싶었는데 아직도 못했다. 날마다 오늘은, 오늘은, 오늘은 한다. 오늘은 1월 마지막날이니까, 꼭꼭꼭 해주길 기대, 협박하려다 이것으로는 부족한 듯 하다. 애걸복걸의 뜻을 네이버 사전은 '소원 따위를 들어달라고 애처롭게 사정하며 간절히 빌다'라고 말해준다. 이 말은 어제 천복부족 조영미님 단군일지에서 읽었는데 어떤 시인이 시에게 그런다고 했지. 나는 간절함이 부족하고 뻣뻣하고 교만하구나. 나도 목소리를 덜덜 떨면서 진짜 원하는 욕심을 말하고, 눈물을 흘리고, 무릎을 꿇어 싹싹 빌면서 애걸복걸 매달려야겠다.  진짜 그렇지도 않으면서 초연한, 착한 척 체면 차리다가 지나가버리면 혼자서 터덜터덜 돌아와, 애꿎은데다 신경질 부리고, 숨어서 퍼질러 앉아 꺼이꺼이 울게 뻔하다. 그거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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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훈
2011.01.31 23:18:34 *.228.228.157
윤정님,  담에 기회되면 꼬옥 20대에 하신 종교생활 얘기 듣고 싶네요. ^^
제가 깨달음이 많이 필요한 인간이라. ㅠㅠ
늘 대문을 활짝 열어주시는 거 늘 감사해요...제가 좀 불량학생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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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2.01 06:23:59 *.154.223.196
용훈님 알겠습니다. 흑맥주 먹는 날 저한테도 연락주세요. 달려갑니다. ^^
죽전 사는 친구 한 번 보러 가야하는데 영 자꾸 밍기적거리고 있어요.
미쿡출장 다녀오신 후에도 24시간 일하는, 말도 안되는 빡센 업무 일정을 보내고 계신 듯 합니다.
나쁜 회사 어흥어흥. 으르릉, 컹컹, 왈왈왈.......하면 안되겠지요? ㅎㅎㅎ
힘 내시구요. 사람좋은 웃음의 든든한 느낌 종결자 용훈님 빠샤 !!! 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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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2.01 06:19:11 *.154.223.196
23일차

* 2:20 (+), 8:30 (5:50)
*모닝페이지 2;40~4:00, 아침정진 4:30~6:00
* 7:10~8:10 <내 삶에 변화가 찾아올 때> 1장 인용문 타이핑

컴퓨터를 못 떠나고 30분 끌면서 천수경을 흘려 부른다. 그 후 후딱후딱 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명상 마치며 스트레칭을 한다. 손바닥으로 살살 얼굴을 쓸어주었다. 굳은 근육이 느껴진다. 형광등불을 켜놓고 잔다고 찡그린 미간의 팔자주름, 말하거나 웃지 않고 보낸 입가는 완고하게 굳어있어 미소를 부르는 깊은 숨에 파르르 저항한다. 미안타. 오늘 사진을 처음 잘라봤다. 뭐 간단하더구만. 유튜브 동영상을 그림채로 퍼 오는 것과 온라인 서점의 책과 내가 쓰는 독후감을 링크시키는 거 두 개 더 배우고 싶다. 어제 잠을 아주 많이 잤다. 컴을 하다가 눈이 아프면 자고 그랬다. 빨간 통의 색연필 세트 안에 든 붓으로 물칠을 하면 수채물감 같은 느낌이 났다. 저거 예술의전당 아트샵에서 사고서 참 기뻐했었다. 그 후로 36색 크레파스도 사고 펜과 싸인펜 세트 사면서 기뻐 어쩔줄 몰랐지. 오늘 황황한게 집중이 잘 안되었다. 설 연휴 바빠지기 전에 내려가야할 텐데. 2월 1일을 맞았다. 1월 마지막날에는 시작해야만 한다고 했던 일을 시작하지 못했다. 1일을 핑게삼아 오늘은 시작해야지. 어제 단군일지에 올린 글을 삭제해 말어 전전긍긍했다.

인용문 타이핑 하면서 느낀 점. 지루하다. 이거 언제 다하나? 처음부터 마구잡이로 치자니 아웅 아웅. 나름 잔꾀를 부린다면 전체 7장 중 꼭 쳐야될 것 3개씩만 골라서 먼저 치는 거야. 이건 1순위지. 그리고나서 힘 남으면 이것도 하면 좋겠다 싶은 2순위 것을 치는 거지. 주리가 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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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2.02 05:21:09 *.154.223.196
칼럼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100일차때 다른 부족이었을 때와 직접 얼굴을 뵌 후 칼럼과 일지를 읽을 때가 다릅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어쩔 줄 모르겠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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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2011.02.01 09:27:28 *.94.245.164
오늘 새벽 문을 여시는 글 하나에 겸연쩍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가 쓰는 칼럼 주제 하나가 권윤정님의 마법의 손에 의해 화려한 꽃으로 채색됨을
볼수 있었으니까요.
부끄럽네요.  

신묘년 새해 다시한번 행복 듬뿍 받으시길 기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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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2.02 05:18:49 *.154.223.196
24일차

*1:00(-), 6:30 (6:30)
*모닝페이지 1:20~2:20, 아침정진 3:40~5:00 중간에 그림 그리고 출석부했다.
*5:20~50 <내 삶에 변화가 찾아올 때> 3장 인용문 타이핑

내 옆에서 있는 큰 나무같은 분들을 생각했다. 도토리를 주워 소꿉을 노는 다람쥐 같은 내 옆에 있는 꿀밤나무 같은 이들. 모닝페이지는 뉴멕시코인가 조지아 오키페도 말년에 가 살았던 사막을 보며 모닝페이지를 하고 있는 줄리아카메론, 3시 기도는 2시 45분에 일어나 세수하고 와서 앉아 천수경 모시고 예불 드리고 염불하고 계실 부산의 각해보살님과 일진행보살님, 그리고 어딘가 청량하고 고요한 산사에서 3시에 일어나 예불을 드리고 계실 스님들, 아침 책읽기는 변경연의 큰 나무님들과 함께, 아침 달리기는 7시면 빠지는 날 거의 없이 음악을 들으며 달리러 거리에 나서는 하루키씨와 함께 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저녁 정진은 정토법당의 실무자들과 함께. 공간을 뛰어넘어, 국경과 언어를 뛰어넘어 그러고 있는 상상을 한다. 그리고  그 보리수를 생각한다. 힘들게 간 그 순례. 마이크를 대놓고 자주색 가사의 티벳스님들이 만트라를 하고, 황색과 회색옷, 기미가 앉은 티벳가족을 본다.  4시에 나가서 11시에 들어오는 일정과 가지 말았어야 한다는 자책감으로 몸과 마음이 지쳐 있었다. 그런데 커다란 보리수 아래에 쭈그리고 앉아서 한 시간 가량 꾸벅꾸벅 졸았던 그 시간이 전체 보름 일정 중 제일 기억에 남는다. 내 앞에서 네댓살 티벳 사내아이가 제 할머니와 엄마 앞에서 바람에 불려 떨어지는 잎을 주우러 뛰어 다녔다. 그 아이와 잎 줍는 경쟁을 하다가 슬쩍 아이에게 주었다.... 즐겁다. 힘이 되는 것 같고.

첫차를 타러 갈 거다. 인터넷 예매를 해뒀다. 마음이 번잡스럽고 분주하다. 화장실에서 와타나베 가즈코 수녀님의 <마음에 사랑이 없으면>을 읽으며 울었다. 반란군에 의해 아버지가 총을 맞고 쓰러지는 광경을 보았던 9살 막내딸이 50년 후 수녀님이 되어 그 반란군 17명의 처형날 가족들이 재를 올리는 자리에 참석한 이야기를 먼저 읽는다.  유복자였던 이가 참석한 이들의 명단을 정리하고, 그녀의 아버지를 쏜 이의 동생들을 만났다. 모두가 힘들게 살았구나 하더라.  감동스러웠다. 눈이 시원하다. 요즘 책읽기가 재미있다. 오늘부터 한 꼭지씩 카톨릭 성인에 대해 읽어볼까 한다. 지난번에 온 두꺼운 책인데 하루에 한 사람씩 읽어보려 한다. 한 1년 읽으면 다 읽겠지? 아예 책을 화장실에 갖다놨다. 다른 이들이 이름을 따는 분들인데 화장실로 모셔서 죄송합니다.  그래, 아무래도 안되겠다 다시 갖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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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2.03 07:31:02 *.23.19.131
25일차

*1:30 (-), 7:30 (6:00)
*모닝페이지 1:45~2:40, 아침정진 3:00~4:30
 5:30~6:50 질 바클렘 찔레꽃울타리 시리즈 그림책 5권 2번 읽기, 한 시간 비는 동안 스뎅 향로 그렸다.  

내 책을 못 찾아서 7살 조카의 그림책 읽었다. 저녁먹고 너무 일찍 자는 바람에 긴머리공주 놀이를 하자고 나를 깨우러 왔다가 나중에는 한 번 나를 차고 갔다. 애엄마인 올케한테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일찍 자 버릇했더니만. 습관이 무섭구만.  내 살림들을 가지고 나오지 못했다. 들쥐이야기인데 이 시리즈는 비싼 도자기로 그려졌다고 한다. 주방에 나와서 커피를 마시고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까 엄마가 나오셔서 지단 부치고, 고사리 볶고, 시금치 데치고, 콩나물 씻으신다. 더 늦게 나올건데 니가 나와 있으니 일찍 나왔다고 해서 다시 들어가기로 했다. 도마를 써야하는데 다 깬다면서. 나도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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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2.07 06:10:03 *.154.223.196
사진 043.jpg
스댕 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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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2.04 07:20:47 *.23.18.218
26일차

*3:45 (-), 8:00 (7:45), 아니다 11시 40~1;30 일어나 있었다
*모닝페이지 4:00~5:00, 아침정진 5:20~6:30

봄기운이 느껴진다. 새벽 바람이 뾰족하지 않다. 사납지 않고 싱그럽다. 사방을 싸고 있는 산들이 변함없다. 분지 안에서 오목하니 안온하다. 호위무사처럼 든든하다는 아닌 것 같다. 호위무사나 수호천사가 정말 있다면 '고향처럼 든든하다'고 하는 비유가 나한테는 맞겠다. 새벽부터 걸어보고 싶은 길이 여럿 생각난다. 

명절은 다른 의례처럼 오래 못 만난 사람들의 만남의 계기가 되고, 거리를 실감하게 하면서, 똑같은 메뉴 밥상을 몇 번 차리고 치우는 사이에 있는 것을 드러내고 좀 가깝게 하는 것 같다. 며느리들 갈 때 나도 휭하니 올라가겠다고 작심하고 왔는데 그러지 않고 남았다. 그렇지만 나도 오늘은 가야겠지. 취직못했다고 후딱 올라가는 뒷모습을 보니까 '다른 사람들은 저를 두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본인 부담이 많나 보네' 생각이 든다. 그가 건강과 용기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많은데 당사자는 그걸 헤아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내 모습도 그렇겠구나 싶다.

엊저녁 올라가는 마지막 차를 마당에서 손흔들어 보내고 초저녁부터 한숨자고 일어 났더니 아직 자정이 안되었다. 설날과 입춘이 연달아 있는 달력이, 뉴스에서, 주위사람들이 떠들어대는 말들이 내게 '시작해' '시작해''네가 시작하길 기다렸어''바로 지금이야' '자자자 이 기운을 동력삼자, 묻어가자 묻어가자' 부추기고 등을 떠밀어 주고, 재촉하는 것 같다. 오래 못 시작하고 있던 저녁기도를 11시 40분에 시작했다.  그래, 나는 항상 막차인생, 데드라인 인생이다. 초고속 간단 예불과 108배를 동그란 자석이 느껴지는 고향 부모님집 전기요 위에서 했다. 이렇게 시작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도 하고 모레도 하고요, 그리고 빼먹더라도 영 제끼지는 않고 넘어질 때마다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기를, 올 한 해 꾸준히 해 나갈 수 있기를 도와주십쇼, 살펴주십쇼, 비나이다, 제발제발, 기도를 들으시는 모든 님들께 애걸복걸 자세로 납작 엎드린다. 조상님한테도 빈다. 충주할매 도와주세요. 생애 마지막 10여년간 아침저녁으로 1시간씩 제목을 모시며 사셨죠. 저도 따라 배울 수 있게 저 좀 도와주세요. 이거 꼭 하고 싶은데요, 꼭 해야겠는데요 안돼요. 저 좀 잡아주세요. 벽에 걸린 할매 사진을 본다. 아직도 똑바로 못 쳐다보겠다.

늦잠을 잤다. 출첵을 하면 지각방석이 깔린다. 그래도 초록은 내가 싸랑하는 색이지. 하지만 에잇, 힘이 빠지고 한동안 누워서 뻗대고, 웹써핑을 해대는 것은 나에 대한 탐심과 화내는 마음인 걸, 뻣뻣하고 높은 교만인 걸 안다. 안다기 보담 그렇다고 들은 걸 떠올린다. 하다보니 삼천포 좀 줄어들고 속도 조금 빨라진다. 처음 기계 돌리기가 참 힘이 든다. 절에 입춘기도를 가거나, 내일 있다는 천배정진에 가고 싶다.

고향의 자연이, 부모님이 나에게 힘을, 생명을 준다. 연이틀 7살 조카와 함께 내가 나를 잃고 놀았던 그 도랑에 얼음을 깨러 갔다. 그 아이와 할 일이 많다. 참꽃 꺽으러 가고, 냉이 캐고, 쑥 뜯고, 작은 가방에 간식 싸서 짊어지고 (나는 생라면 가져 갔지만, 애엄마가 생협에 가입해서 유기농야채를 대놓고 멕이는 이 아이는 좀 더 질높은 간식을 싸가야겠지) 도랑 따라 냇가까지 물길 탐험을 나서고, 낙동강 지류인 그 강가의 돌멩이들을 밟으며 햇빛 속에서 놀고, 논의 벼가 푸르러진 모내기 후 연못 둑에 앉아 오후 해를 보고, 맨 발로 굼벵이에게 기겁해가며 고구마를 캐고, 아이의 유년에 자연과 사귄 시간을 새길 수 있으면 좋겠다......이것은 근데 이 아이 아빠가 더 잘 하겠다. 그 작은 아이가 휘저어 놓고 간 덕분에 하나뿐인 손주와 함께 살지 못하고 짝사랑만 하는 조부모는 며칠 싱숭생숭 하시겠구만. 자식들이 모두 한꺼번에 떠나지 말고 한 사람쯤 남아서 명절 후 외로움에 젖을 부모님과 좀 있다가도 좋은 것 같다. 그래도 둘이 함께 사시니, 일이 있으니 다행이다. 스물 하나, 스물 둘에 만나 40년을 같이 살아온 저 신랑각시가 건강하시길, 해로하시길 빕니다. 가족들이 건강하고 혼인한 형제들은 인연된 이들과 화목하길, 혼인 안 한 형제들은 좋은 인연을 만나길, 하는 일 잘 되길 빕니다. 콩두씨도 잘 사세요. 입춘 소회에 젖다니 나이 들었어, 늙었어. 늙었어.  어쩌지요? 어쩌긴 뭘 어째요? 꽃 피길 손꼽아 기다리다가 꽃구경 가야지요. ㅋㅋㅋ  올해는 미리 술 한 병 사가지고 가겠음.            

프로필 이미지
이은미
2011.02.04 22:43:28 *.109.72.6
ㅋㅋ 콩두님도 잘사세요...
넘 재밌는 콩두님의 일지... 어느새 그 논둑길에서 냉이캐고 개구리잡고..노란 개나리 죄다 꺽어 개나리 봇짐만들고 온 야산 돌아댕기며 아카시아꽃 다 따먹고 동네 꼬마들 넘어지기 좋게 풀자락들 어깨동무 만들던,, 눈이 새까만 온 얼굴이 까무잡잡한 사내도 아닌 사내놈을 봅니다. 아 그립습니다.  덕분에 유년의 그 맑던 아이 머리를 쓰다듬어 봅니다. 근데 이 사람이 그 아이 맞는 걸까요....!! 나도 술 한병 사들고 꽃구경 가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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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2.05 05:28:03 *.23.19.212
개구리 잡고, 풀자락도 만드셨군요. 진짜 소년처럼 노셨군요. 이것도 목록 추가요!
눈 새까만 그 아이도 아주 재미있었겠습니다. 자연속에서 자라서 참 좋았어요. 그치요^^
근데 개구리 잡기 까지는 제가 겁나서 못하고 플라스틱병이나 작은 바가지 가지고 가서 올챙이 퍼담는 것 정도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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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2.05 04:50:11 *.23.18.47
27일차

* 1:00 (-), 8:00 (5:00)
*모닝페이지 1:10~2:30, 아침정진 3:00~4:30
*5:30~7:00 와타나베 가즈코 <마음에 사랑이 없으면>~150쪽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작은 책이다.

몸이 찌뿌둥하다. 이빨 중 아래위 어금니들 부근이 아프다기 보담은 전반적으로 욱신거리고 입 안 전체가 죄는 느낌, 미간 사이와 어깨 굳어있고, 여러번 스트레칭을 해도 계속 뻐근하다. 목과 허리에 군살이 느껴지고 바른 자세가 잘 안된다. 누가 자근자근 밟아주면 뼈와 살들이 다 제 자리를 찾아갈 것 같다. 앉았다 일어설 때 핑 돌고 귀가 멍멍하다. 너무 궁쳐두었나보네. 무엇을 읽어 주리? 몸에게 귀를 기울인다.

몸을 통해 마음이 하고 있는 이야기들. 먼저 아버지의 몸. '할 만하다'고 말하지만 신경성 피부염으로 허옇게 헐어있는 머리는 '스트레스를 엄청 받고 있다. 남자라는 본분에 맞추느라, 식구들 걱정 안 시키기 위해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실 지언정, 말을 못하고 있지만 벅차다.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근데 내 몸의 주인은 그걸 읽어주지 않아서 이렇게 보여줄 수 밖에 없어'라고 몸이 말한다. 엄마 차례. '괜찮아'라고 하지만 동작을 멈추기만 하면 졸거나 자는 몸은 '말할 수 없이 지쳐 있어. 그리고 집 안에서는 즐겁지 않아. 바깥일 만도 넘치는데 집 안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집안일은 마음과 몸을 무겁게 해. 아직 쉴 수 없어라고 마음이 말해. 나는 일해야 해'라고 말한다. 그 소리는 TV를 켜 두면 들을 수 없다.  오 콩두씨 미안한 말이지만 자기 몸을 읽는 연습을 더 많이 할 필요가 있음 이라고 행동발달 평가에 써야겠어요.  저렇다고 누가 그래요?  

3일 고향집에서 잤다. 인제 눈에 들어온다. 먼지들, 버려야 할 것들, 둥지를 떠난 자식들이 두고 잊어버린 오래된 책들, 안 입는 멀쩡한 옷들, 빈 화분들...농막같은 집. 이런 것들이 보이니 내가 많이 회복되었다. 예상치 못한 일이네. 그러니까 필요한 것은 고향, 부모님, 자연이었어? 붕 뜬 것 같고, 연결이 끊어진 것 같고 제 자리 못찾은 것 같은 걸 치유하기 위한 것은?

어제 할머니들 산소에 절하러 갔다. 아들과 손자들의 공식적인 성묘는 설날에 끝났다. 작은집에서는 2돌된 손자를 데리고 오셨더라. 나는 그나이부터 제사와 성묘에 데리고 다니는 열성에 놀랬다. 종가집 종손도 아닌데 4대 봉사에 저렇게까지? 하다가도 이해한다. 타성붙이 형제들 사이에서 혼자 자란 큰아버지의 뿌리찾기, 곧 자기 정체성 찾기의 노력일지도 모르겠다고. 2돌 손자가 제사방과 거실을 뛰어다니는 옆에 우리집 큰 손녀는 밖에서만 놀고 있다. 나 혼자서 커피와 귤을 가지고 소죽 주러 가는 아버지의 1톤 트럭을 얻어타고 갔다. 구제역 백신을 맞췄지만 혹시나 겁이 나서 나더러 우사는 가지 말라고 엄마는 신신당부를 했다. 입구에 쇠사슬로 금줄이 쳐져있다. 증조할머니와 할머니의 산소는 아래 위로 나란히 있다. 두 조상은 내가 얼굴을 아는 분들이다. 나는 꿈 속에 증조할머니 방으로 찾아간다. 아버지는 이 동네에서 50년 이상을 살았더니 꿈 속에서, 태어난  동네가 아니라 이 동네로 온다고 했다. 대신 농지정리되기 전 논둑으로 가서 둑이 터진다고 쩔쩔 매는 꿈을 꾼다고 했다. 그 논은 시전제물이어서 장남에게 물려준다고 한다. 나도 새로 지은 지금 집이 아니라 이전 집으로 간다. 엄마아버지가 직접 흙벽돌을 찍어서 지은 집이다. 근데 집에는 항상 엄마나 아버지가 없다. 엄마 아버지가 쓰던 안방으로 안 가고 할매방으로 간다니까 '너는 젖 먹고, 밥만 딱 먹으면 할매하고 놀았지. 밤에는 엄마 옆에 자고' 하신다.  엄마 역시 40년 산 이 집으로가 아니라 어릴 때 외할머니하고 같이 살았던 한실 집으로 꿈 속에 찾아간다고 한다. 3 사람 모두 꿈 속에서 엄마 찾아 다니네.

절을 하고서 지는 해를 보면서 증조할머니 산소와 할머니 산소 앞을 번갈아 가며 한 동안 앉아 있었다. 경치가 좋네. 답답하지 않고. 옆에는 공동묘지가 있다. 무슨 소리가 마음에서 들릴까 귀기울이지만 아무 소리도 안들린다. 전쟁 동안 아들들을, 남편을 잃고, 남자 없는 집안에서 새끼들을 길러낸 장부같은 여자들.  고생 많이한 고마운 여자들..이라고 두 할머니를 나와 같은 여자라고 보려는 노력이 매우 어색하다.  아버지의 상실은 이제 가슴에서 무덤으로 나왔다.  무덤으로 딱 정리된 그리움은 멀리 두고서 만나지 못하는 상실보다 덜 한 것 같다. 칠순이 된 고모부가 그러셨다 "뚱하지? 좀 시간이 걸릴거다" 고모도 벌써 3년이나 지났는데 뚱하신가? 엄마는 저 무덤이 남편 마음 속에 있을 때부터 같이 살았군. 입춘 지났으니 전지를 하러 다닌다고 했다. 손님은 신발 안 신고 달려나가도  내 자식들에게는 귀해도 표내면 안된다고 했던 것은 누구의 각본일까? 그것이 본인이 부모한테 받은 것이라고 해도, 그리고 문화적인 거라고 해도 둘 다 가엽고 불만스럽다.   

돌아와 탄불 가는 뒷 벅에 처음 가봤다. 아궁이가 3개이고 3장씩 탄을 넣는다. 아침저녁으로 두 분이서 갈러 다니는데 처음 나와봤다. 인제 우리도 너를 내 자식이라기 보담 같은 어른으로 보려고 한다. 알아서 하겠거니 믿거니 한다. 혼자 살아도 경제적으로 탄탄하고, 내 집 있고, 속을  터놓을 친구가 필요하다고 하신다. 하지만 환갑선물로 결혼을 가져오라던 걸 못 가져와 죄송하다니 진갑선물로 가져오면 된다며 그걸 사면해주시질 않는다. 나는 이런 대화의 순간이 소중하다. 얼마만인가?   

이번 주말을 보내면 다시 출근한다. 2월은 2011년 농사를 준비하면서 보내야겠구나. 출근할 일이 겁이 설설 난다. 고향집에서 3일 보내고 난 지금만큼만 내가 힘이 있으면 무엇이든 겁내지 않고 하겠는데 다시 돌아가서 거기 살아야하는데 어쩌지 싶으네.
 
<마음에 사랑이 없으면>을 읽는데 30분쯤 앉은 채로 졸았다. 그래도 눕지 않았더니 한참 잤는지 졸았는지 하다가는 일어나 말짱해진 정신으로 책을 읽었다. 눕지 않은 것에서 작은 승리감을 맛본다. 어쩌지? 일기와 구분되지 않은, 드러낼 것과 드러내지 말 것을 구분하지 못한 일지가 자꾸 길어진다. 저런저런 콩두씨 하루 종일 뒤가 켕기겠구만요. 우짠다요? 하지만 콩두씨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기 사는데 바빠서 남 사는 것에 관심 별로 없다잖아요? 믿어보세요. (안 믿기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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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05 07:58:46 *.161.173.71
윤정님.
진갑선물은 아니 그 훨씬 이전에  이미 잘 되시길 기원합니다.

아버지 팔순 즈음에  딸셋에 아들하나인 녀석이 그때 까지도 혼자였었답니다.
그 녀석이 저라고는 밝히지 않겠습니다.ㅎ
그래서 팔순에 잔치를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잔치를 했습니다. 각자의 인생을 사는거라서.
어머니는 칠순잔치를 했지만, 아버지의 잔치는 아직 안 했던지라 실행했습니다.  두분 다 살아계실때.
잔치에 손님이 300분 이상 오신것 같았습니다. 아들은 혼자서 대응을 했죠. 누님네 식구들과..

2006년9월에 팔순 잔치때 왔던 후배가 그 광경을 보고 그 친구와 그 친구의 아는분의 소개를 계기로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되었고 그 해 12월에 결혼을 했습니다.
그때 제나이 39세, 아내는 36세였답니다.
저희 아버지가 매번 하시던 이야기가 연분이 어딘가에 꼭꼭 숨어있다라고 하셨거든요.ㅎ.

소개를 시켜주신 분 께서 두번 보고나서 사람은 마음에 들지만, 종교 문제로 서로에게 결별을 선언하자, 저에게
전화로 꽤 긴시간을 얘기 하셨습니다.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잘 생각해 보라구~.
그 덕분에 다시 만나게 되었고 바로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두번 만나고 결별하고 다시 만나서 1.5개월만에 결혼식을 올렸죠. 첫만남에서 3개월도 채 되지않는 시간에
결별선언하고 다시 만나고 곧 바로 예식장 잡고 결혼하고, 그 이듬해에 임신하여 첫째아이 낳고.ㅎ.
어딘가에 연분이 꼭꼭 숨어 계실겁니다.

설 연휴가 끝나고 주말을 맞이했습니다.
아내의 젖몸살이 신기하게도 약간 호전 된듯합니다. 약간의 대응방법 때문인지? 시간이 흘러서인지?
병원에 가자는 말에 증상이 없을때는 의사도 알 수 없을것이라기에 일단은 집에 있으려구요.
저는 해야할 것이 있기에 나갔다가 오후에 산후도우미분께서 퇴근하시는 시간즈음에 귀가하려구요.
이것저것 공개여부 구분 못하고 적었습니다. 궁시렁궁시렁~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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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2.06 04:00:27 *.114.49.161
아, 고정욱님 감사합니다. *^___^*

팔순 잔치를 계기로 소개받으신 거군요.
아버님 팔순때 고정욱님이 39세면 보배군과의 나이 차이와 엇비슷하군요. 
두 분 이야기 읽으면서 참 인연이 신기합니다.
그 아이들이 지난 번 본 보배님과 연우양이군요.
엄마 뱃속에서의 하루가 나와서 한 달 같다는데 안락한 보금자리가 되어 포근히 품었다가 건강하게 낳고, 또 정성껏 길러내는 것은 참 소중한 일이듯  합니다. 새벽 댓바람부터 질투 섞인 응원과 존경을 수유철은님께 바칩니다. 저는 홈메이드 사약커피를 그랑데 싸이즈로 마시면서 자신을 위로 해볼까 합니다. ㅋㅋㅋ 

아침정진 마치고 다시 오겠습니다.^^

라고 말하고서 하루 지나 왔습니다.

공개 비공개 구분하지 않고 경험을 말씀해주시는 거 많이 고마웠습니다.
'인연은 따로 있다'는 위로의 말을 받아들고 '저는 여자인데 그 때 고정욱님보다 더 나이가 많거든요. 우짜지요? 완전히 영화 <워낭소리>에서 자기 구유와 지붕있는 외양간을 새끼낳는 새 암소에게 물려주고 마당에서 비를 맞고 서 있던 그 늙은 암소한테 동일시 하거든요.' 좀 어쩔 줄 몰라했어요.  
잠시 결혼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여러가지가 섞여있어서 가벼울 수 없었어요.
엄마가 되고 싶어서 결혼을 하려고 했는데,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또 묵으면서^^;;
결혼의 본질은 자식을 키우는 게 아니라 화목한 부부관계를 가꿔가는 데 있구나 싶습니다.
이 미션도 만만치 않게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지금은 부모님의 진갑선물 장만이든 뭐든 다른 집착을 놓아버리고 가볍게 행복하게 하루하루 지내고 싶습니다.
너무 오래 거기 묶여있었기 땜에 이런 틈이 반갑고 이제야 살만한 것 같습니다.
기회가 없을 지도 모르는데요,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으니까요.
그것도 제 몫일테구요. 이것도 만만치 않은 미션입니다.^^
 
남보다 늦게 인연을 만나 이제 4식구 주민등록표를 가진 조건을 가진 분들도 화이팅^^
저는 임신한 여자, 젖먹이 딸린 여자, 3살 미만 아이를 키우는 여자는 무조건 보호하고, 선녀처럼 사랑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여자에게 딸린 아이의 인생이 지금 결정되고 있어서요. 모성에 대한 우상화를 할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엄마는 여전히 아이에겐 신 대신 보내준 이라는 말이 맞는듯 합니다. 아, 우상화와  할 생각이 좀 있군요. 좀 아니고 많이^^

온라인의 소통은 한계가 많습니다만,
또 보여지는 모습과 실제 모습은 다르구요. 저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우리 올케나 남동생 부부는 이걸 읽고 뭐라 할지 좀 두려운 맘도 듭니다만 ...이런저런 수다 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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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2.06 06:13:20 *.154.223.196
28일차

*2:40(+), 9:20 (5;20)
*모닝페이지 3:00~4:00, 아침정진 4:25~6:00 (일지 포함)
*30분 달리기

고속버스를 타고 자연이 없고, 매캐한 냄새가 나는 곳으로, 주변에 아무도 없는 집으로 어제 돌아왔다. 가슴이 턱 막히는 느낌. 하지만 봄 기운을 느낀다. 공기 속에, 내 안에. 살이 많이 붙어서 몸이 불편하다. 내려가기 전에 겨울 1달을 돌아다니지 않고 집 안에서만 지내다가 명절에 다녀오니 그렇다. 3kg의 군살이 나의 게으름과 침체를 보여준다. 내려가기 전 내 항아리에 마지막 한 바가지만 남을만큼 황폐하고 건조했었구나 싶다. 부모님이 잘 살고 계셔서 좋다. 나도 잘 사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겠는데...아니 인제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살지 말고, 그냥 잘 살았으면 좋겠다. 딸은 마흔, 아들은 서른아홉인데 부모님은 올해, 내년이 각각 환갑이시다. 어제 이야기를 나누며 옛날 같으면 큰 형과 막내 동생, 큰 언니와 막내동생 정도 나이차이다, 인제 같이 늙어간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정말 그렇겠다 싶으면서도 좀 놀랍고 당황스러웠다. 세상 다 아는 걸 나만 몰랐던 것처럼.  

3시에 기도하려는데 돕는 손을 간청하다가 모닝페이지카페 인연을 통해 구본형 변경연 단군의 후예 프로그램에 에 닿았다. 어쩌다 보니 200일차에 아침에 읽고 쓰기를 넣었다. 여기는 모두 읽고 쓰기를 좋아하고 책을 내는 것을 방편삼아 여러가지를 하려는 분들이 많으시다. 재주 있는 분도 많고, 사모하는 이들도 많다. 내가 헤깔렸다. 지 분수를 모르고 욕심 부렸다. 목적과 수단을 구분 못하고 있었다. 나의 부처를 잃어버리지 않고 바르게 살기 위해서 이런저런 일들을 한다.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책을 읽고 일지를 쓰는 것, 운동이 다 그 목적을 향한 방편이다. 몸 움직이는 것이 더 필요한 사람이다. 그래서 읽느라고 달리는 걸 그만 두지 말고 달리러 나가기 전에 할 수 있는 만큼만 읽고 써야지 싶다. 공부? 사이버대학교를 듣고 있지만 이걸 해 나가는 모습을 보니 공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아침에 읽는게 체질상 저녁보다는 나은 것 같다. 저녁에 뭔가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6시 30분에 나가는 걸로 하자.  

오랜만에 달리러 나갔다. 1월에는 거의 달리지 않았다. 봄기운이 완연하고, 몸은 무겁다. 달려보니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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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2.07 05:41:32 *.114.49.161
29일차

주간 체크리스트를 따로 만들었다. 시간과 활동한 내용을 적으려고 한다. 근데 불편하다. 한글에서 만들었는데 블로그와 단군 댓글에서 표가 깨진다.

매우 산만했다. 오늘 개학. 부담이 있다. 대신 집 안에서 애들에게 세 끼 밥 챙기고, 데리고 있었을 부모는 해방이겠지. 이래저래 선수 체인지 하는 거지. 토스. 겨울방학 1달은 동안거, 곰의 겨울잠, 또는 웅녀의 동굴 기간일 수 있겠다. 아쉽게도 나는 이번을 그냥 보내버렸네. 출정의 북소리 둥둥둥.  

6시 40분에 달리러 나갔다. 백만년만에 요 껍데기와 베개 껍데기까지 벗겨서 세탁기를 돌려놓고 나섰다. 출근하는 힘이네. 늘어지지 않고 오랜만에 빨래를 돌리게 된 것은 순전히 나갈 곳이 있어서다. 날이 푹하다. 서리가 반짝거리고 미끄럽다. 20분 달리다가 가스렌지 위에 삶는 빨래를 올려놓고 온 것이 기억나서 허겁지겁 내려왔다. 다행히 맹물로만 삶고 있어서 물이 끓어 넘쳐서 불이 꺼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렵게 나갔는데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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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희
2011.02.07 11:57:54 *.143.199.187
윤정님 일지를 보고 저도 달려보고 싶어졌습니다.
100일차 처음엔 운동장을 한시간쯤 달렸었는데 추워지고 나서부터 나설 용기가 안나더라구요.
너무 어둡기도 하구요.
윤정님은 어떤곳에서 달리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너무 어두워 무섭지는 않은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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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2.09 18:20:02 *.154.223.196
사진 050.jpg

사진을 두 장 연거푸 올리는 법을 몰라요^^;;;
7시 20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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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2.09 18:11:17 *.154.223.196
사진 049.jpg

걷는 분들이 벌써 나와계세요. 달리다 보면 가로등이 꺼지는데 아직 켜 있네요.  7시 경.
왼쪽에 단풍할매, 오른쪽은 송현배수지 기념 뭐시기.
무섭지 않아요. 포근해요. 성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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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2.09 18:05:57 *.154.223.196
사진 048.jpg

처음 올라갈 때는 하늘이 저 정도예요. 6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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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2.08 05:43:38 *.114.49.161
30일차

너무 일찍 일어났다. 한 동안 누워 있었다. 하긴 어제 저녁 먹은 후 바로 잤으니까. 이 사람에게는 저녁이 없고 새벽이 있는 것 같다. 비정상적이라는 안으로부터의 우려 섞인 잔소리, 비난에 그냥 지금 이런 것이 가능한 조건이니까 마음껏 즐겨보라고 말하며 대항한다. 치통이 계속 된다. 그리고 군살과 군살을 부른 생활의 흐트러짐이 몸의 균형을 깨고 순환을 어지럽힌 것을 느낀다. 몸이 편안하지 않다. 개학을 하니 좋다. 방학 우울증은 끝나려나? 아직 업무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학년말 과제가 많지만 혼자 지내는 것처럼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봄이 온 것을 느낀다. 봄을 맞이하든 느끼든 못 느끼든 천지에 봄은 온다.

<내 삶에 변화가 찾아올 때> 4장 밑줄 친 것 30분간 타이핑하고 30분 달리러 나갔다. 1월 전에 무겁게 달리던 할아버지가 전과 똑같은 양옆으로 닳은 헌 운동화를 신고 똑같은 두꺼운 땀복을 입고 가볍고 빨리 달리고 있었다. 저이는 겨울에도 계속 나왔었나보다. 공원 근처에 살고 싶다. 만수동에 살면 인천대공원, 월미도에 살면 월미공원 근처에 살수 있다. 근처에 도서관이 있는 곳은 만수동이지. 주인이 집을 팔려고 내놨다니 덜컥 겁이 났는데 머리속으로 내가 살길 원하는 곳의 풍경을 상상해보려고 한다. 달리는 큰 나무가 있는 공원, 퇴근 후, 주말에 갈 수 있는 도서관, 아지트로 삼을만한 카페 1곳, 엄마 음식이 그리울 때 찾아갈 수더분한 아주머니 있는 식당 1개, 그리고 법당이 가까와서 법회 보러가고, 도반들과 어울릴 것, 가까이에 마음 편하게 찾아갈 이웃(혼자도 좋고 부부도 좋고 가족도 좋고) 집이 1~2군데 있을 것. 등등 그래서 이번 이사기회를 더 나다운 곳으로 들어가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독립만세를 외쳤던 삼일절에 나도 독립기념, 또는 독립의 속을 채우자는 의미로 10km 마라톤을 뛰어야겠구나. 1895년에 을사보호조약 하고 1919년까지 거의 25년 그리 살다가 삼일절이 있고, 해방은 1945년, 20년 더 걸렸네. 5km도 있더라만, 삼일절 기념 이면 마라톤도 하고 그냥 걷기 대회도 있으면 더 좋겠다. 의미를 새기기에 더 좋을 것 같다.

소요간장에 밥을 비벼 먹었는데 속이 쓰린 건지 어떤 건지 두부찌개가 탐탁치 않다. 오체불만족이네. 손발에 힘이 없다. 방학 때는 보통 이럴 때 한숨 잤는데 출근을 한다. 하긴 그 바람에 군살이 왕창 붙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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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2.09 06:38:37 *.114.49.161
31일차

발이 시려서 요 위에서 무릎을 꿇고 손을 모으고 앉아서 천수경을 외웠다. 이런 자세가 내 몸에 맞고, 필요한 것 같다. 몸과 마음이 정비된다. 이유가 뭘까? 관세음보살님에 대한 이야기는 묘하게 아기를 안고 자애로운 미소를 띠는 성모상과 닮았다.모성, 여성적인 영성이 나에게 필요한 걸까? 다시 카톨릭성인전과 함께 법륜스님의 <붓다 나를 흔들다> 두 권을 모두 화장실에 갖다놨다. 하루에 불교와 카톨릭에서 1분씩 읽으려 한다. 세 군데 집중 잘 되는 데가 있었다. 마상, 측상, 하나는 뭐였지? 말 위는 교통기관일거고, 측상은 화장실이지. 네이버에 물어보니 나머지 하나는 침상이란다. 중국사람 구양순이 남긴 말이라네. 하루에 귀감이 될 분을 거기 모시게 되어 죄송합니다. 천수경에서 내가 좋아하는 구절은 아약향도산 도산자최절 앞에 원아조등원적산, 원아속회무위사, 원아조동법성신 하는 부분이다. 그럼 고요히 산에 올라 물고기 풍경이 달린 고요하고 소박한 집, 그 안의 고요하고 맑아서 자연의 일부로 사는 사람이 떠오른다.

스물 두살과 세 살 사이 홍제동 법당 에 갔을 때 내 소임은 화장실 청소였다. 원래는 빨래였는데 할망스럽게 굴다가 팔꿈치에 물이 차는 바람에 바뀌었다. 30대 초반의 통영 스님은 맨 손으로 청소를 하라는 특명을 주셨다.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스님이 밉고 불쾌하였지만 착한 척 하느라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을 숨기지 못하니 굳은 표정으로, 댓발 내민 입으로, 꽉 다문 입으로, 웅크린 몸으로, 외면하는 시선으로 크게 웅변하고 있었을 것이다. 환풍기가 잘 안돌아가던 그 화장실. 반야심경에 나오는 불구부정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하셨다. 오늘 바닥 솔로 타일 사이와 배수구 위 스텐레스 구멍숭숭난 거 위에 낀 물때를 밀었다. 출근하는 힘이다. 그래서 집 안에서 3년간 아이를 기르던 이들이 내게 전화를 해서 집에 놀러오라 했구나. 나는 내 마음 아픈 거 생각하느라 가지 않았지.

또 삼천포로 빠졌다. 하려던 이야기는 오늘 나의 몸과 마음이 구겨져있는 것은 화 때문이라는 한 마디인데 길게 했네.  입 다물고 혼자였던 어느 날 '화가 많구나'라는 말을 통영 스님한테 처음 들어봤다. 오늘 '정말 그렇습니다. 감사합니다.' 한다.  다음에는 그 분의 어떤 말을 깨닫게 될까? '세상에는 좋은 남자가 많다.' 를 기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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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2.10 08:20:30 *.154.223.196
반갑습니다^^
이번 주 토요일 세미나에 오시지요? 아 참참 그 때도 출장일정이 있다고 읽었던 것 같습니다. 
함께 만나면 참 좋을텐데 말입니다. 많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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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점숙
2011.02.09 22:53:19 *.134.56.1
언제나 두근두근 아침을 열어주시는 윤정님
윤정님이라고 부르니 어쩐지 더 다정한 느낌이 드네요.
요즘 좀 슬럼프라 힘들었는데 윤정님 일지 보면서 다시 힘을 내봅니다.
"세상에는 좋은 남자가 많다"라는 말 꼭 들으시고, 꼭 만나시길,..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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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2.10 08:18:16 *.154.223.196
32일차

모닝페이지 후 출석부를 올리러 갔다. 어떤 내용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을 다루는 나의 태도나 방식이다. 2시 55분부터 시작한 것을 3시 40분이 되었는데도 손에서 놓치를 못하는 것을 본다. 웹써핑으로 이어진다. 콩두씨를 읽어보기 바랍니다. 왜 그럴까요? 오프라인의 대면하는 인간관계에서 외롭습니까? 양이 부족하거나 질이 얕습니까? 그걸 온라인에서 보충하고자 합니까? 함께 보내는 시간, 사랑과 인정 말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친구에게 전화 걸어서 '친구야, 나랑 밥 먹자' 할 때입니다. '저기요' 먼저 손 내밀어 약속을 잡으세요. 회피하고 있는 과제가 있나요? 살펴보길 바래요. 아아아, 그런 말투 피곤해요. 나한테 너무 가혹하게 대하시는 듯. 이거 너무 몰아부치는 것 아닙니까?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해주세요. 투덜투덜. 안 그러면 확 삐지고, 확 삐뚜러질테니까 알아서 하세요. 흥

몸살 기운이 있다.  위가 쓰린 것 같고(피의자는 빈 속에 마시는 사약커피와 학년말 스트레스, 특히 주변 사람들이 가는 것, 뒤끝작렬의 좁은 쏘가지다) 왼쪽 등이 결리는데 기흉이었을 때하고 느낌이 비슷하다. 왼쪽 아랫배에서 최근 2-3일 새벽에 미세한 통증이 있다. 배란통인가? 몸이 예민하긴 하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겠지. 자궁근종이라도 자라고 있나? 거긴 자궁자리가 아니다. 양쪽에 한 개씩 있는 장기가 뭐지? 어우 불안해. 메스껍다. 현기증이 나서 누워서 올려다본 천정의 옷장 라인이 흔들렸다. 천수경을 누워서 했는데 고대로 자버렸다. 의료원 침대에 누워서도 손을 배 위에서 아치형 다리난간처럼 모으고 제목을 모시던 팔순의 할머니를 생각했다. 참 대단하십니다. 할머니. 할머니 발만큼만이라도 따라가면 좋겠어요. 일어나니 7시다.  홧김에 20분 더 누워 게기다가 기도하고, 불린 쌀에 물을 많이 붓고 죽밥을 해서 김가루를 뿌려 먹었다. 절을 하고 나니 몸이 좀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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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2.11 08:07:09 *.114.49.161
33일차 금요일

다시 잤다. 모닝페이지와 출석부만 한 상태로 4시 쯤부터 6시까지 다시 누웠다. 속이 메스껍다. 일어나서 아침정진만 간신히 한다. 힘들어 하고 있다. 그리고 힘듬을 견디는 방식이 이것임을 알아주기로 했다. 오늘 아침의 꿈

어떤 여자가 애인과 단 둘이 있을 장소를 찾아서 어떤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간다. 애인은 좀 통통하고 머리가 짧고 사람 좋아 보이고, 모자가 달린 갈색의 더플코트를 입었다. 그런데 그녀는 열심히 관리해서 (배우처럼 헬쓰클럽과 피부과, 피부관리실에서 돈을 들였다는 의미)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고 여고생처럼 체크무늬 짧은 치마를 입었지만 얼굴과 목, 손에 주름이 가득한 50대 후반 여자다. 그 여자가 젊은 애인을 데리고 애쓴다 싶다. 근데 거기에 그 여자의 딸이 남자친구와 있다. 딸은 제 나이 이십대 초반이고 남자친구 또한 자연스럽다. 여자가 뒷걸음질을 치니까 애인이 잠시만 기다리라고 한다. 딸과 남자친구가 내려가고 여자는 애인과 입맞춘다. 그냥 행복한 연인이다. 자신의 본래 모습을 알아버리면 어쩌지 조마조마한 마음,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는 행복해하는 그 여자의 마음이 나에게 느껴졌다.  

새벽에 마리아의 자매이면서 나자로의 누이인 마르타와, 걸식 나온 부처님에게 "사지 육신 멀쩡한 젊은 놈이 어디서 할 일이 없어서 빌어먹냐?"고 욕을 했던 바라문을 읽었다. 마르타는 예수님을 청해놓고 자기는 식사준비 하느라 동분서주하는데 막달라 마리아는 손님 발치에 앉아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즐거워만 하자 한 마음 일으켰다. 몸뚱이 바쁜 봉사보다 마음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듣는다. 이 자매는 어머니처럼 또다른 증거자가 된다. 나자로는 죽은 지 4일만에 다시 살아나는 기적의 대상이 된다. 바라문은 욕을 실컷 들어먹고도 빙긋이 웃는 이에게 '누군가가 나에게 준 선물을 내가 받지 않으면 누구거요?"라는 말을 되받는다. 결국 지금 이 순간, 현재를 어찌 보내느냐에 따라 과거도 미래도 결정된다는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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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2.12 07:07:35 *.154.223.196
34일차 토요일

콩나물시루가 왔다. 둘째 올케가 퇴근길에 실어다 주었다. 엊저녁이다. 광택없는 오지 항아리가 정겹다. 엄마가 저기다 콩나물을 기르고 떡을 찌던 걸 기억한다. 어느 부엌에선지는 모르지만 김 나가는 중간을 쌀반죽으로 싸 막고 떡을 쪘다. 무슨 떡이었는지는 모른다. 10살 이전 기억이니까 저 시루는 30년쯤 되었다. 오래 기다려서 받은 거라 기쁨이 크다. 남동생이 차에 한참 싣고 다녔나 보더라. 깨뜨릴까봐 혼자서 안달복달 쳤다. 저 엄마 항아리에다 식물을 기를까 한다. 지금은 관음죽을 분갈이 할까 맘 먹고 있는데 무엇을 품게 하든 그 화분은 내 집과 지금 시간의 상징이다.

같이 굴죽을 끓여먹고 한참 이야기를 하고 보내고 오니 거의 10시가 되었다. 동생을 끼우지 않고 둘이서 보낸 가장 긴 시간이다. 혼인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네. 인터넷에서 보고 끓인 굴죽은 실패다. 먹다가 작은 껍데기가 여럿 나와서 민망했다. 이빨 부서질까 겁나서 마음놓고 씹지 말고 살살 씹으라고 했다. 내가 죽집 사장이었으면 이 죽집 망했네. 늦게 잤고 늦게 먹은 것이 몸에 부담을 보탰는지 아침에 무겁다. 단군이가 아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 같다. 오늘같은 날 참 고맙다. 함께 가주시는 분들이 있을 때 내 길을 탄탄히 해야할 텐데 말이다.

새벽 일정은 잠자리에 앉은 채 했다. 기침이 나고 오한이 나서 이불 밖으로 나가기가 싫다. 응? 기침 난 건 맞지만 오한이 나진 않았는데 엄살을 좀 떨고 싶구나. 모닝페이지는 스탠드를 켜놓고 쓴다. 흰색 꽃무늬레이스 천으로 덮어 씌워서 나름 꽃등이다. 발 시린데 양말 찾으러 가기도 귀찮아서 요 위에서 절을 한다. 근데 많이 늘어지고, 어느 순간 절하러 엎드려서 한참 엎드려있고 뭔가를 외우다가 엉뚱한 것을 계속 외우고 있는 걸 발견한다. 내가 내 안에서 자꾸 길을 잃는다. 일지를 쓰려고 앉아서는 좀 정서적인 노래를 듣고 부르고 싶어한다. 음악 소스가 별로 없으니 남의 블로그 대문음악을 듣는다. 성가나 사랑노래가 나오는 데서 오래 머문다. 그러는 걸 가만히 지켜본다. 나는 끝을 힘들어한다. 끝은 헤어짐을 전제한다. 가능하면 그 자리에 있고 싶지 않고, 마무리를 안하려고 한다.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룬다. 분명한 것은 소중히 다룰 때라는 것, 힘들어 하는 걸 왜 힘드냐고 다그치지 말고 힘든 것을 잘 해 나가도록 좋아하는 것, 생명을 주고 에너지를 주는 것을 더 부어서 힘을 주는 방향으로 대해주면 좋겠다.

어느 한 인간이 개성적으로 산다, 자기답게 산다는 것은 사실 뜻대로 안되는 인생을 자기나름대로 받아들여야 가능한 일이다. 인간의 소망은 끝이 없다. 그래서 백일몽이라고 할까, 꿈을 그려놓고서 잠시라도 그 꿈 속에 자신이 있도록 하는 것은 살벌한 현실을 사는 사람에게는 정신건강상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곳에 오랫동안 머물러서는 안된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어느 교수가 이런 말을 해 주었다. "신경증에 걸린 사람은 환상의 집을 부지런히 짓고 있는 사람, 정신병에 걸린 사람은 그 집에 들어가 사는 사람, 그리고 우리와 같은 정신과의사들은 막판에 그 집의 집세를 받는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 오스트리아의 정신과의사로 로고테라피를 주창한 빅터 프랭클은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지내십니까? (how are you?) 라는 물음보다 중요한 것은 '어디 계십니까? (where are you?)'라는 질문이다." 기분이 어떤지를 묻는 것보다 지금어디에 있는지 현실 세계에 있는 지 아니면 비현실 세계에 있는 지를 묻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와타나베 가즈코 <마음에  사랑이 없으면>114) 

부분이 생각이 나서 타이핑했다. 설날에 읽은 책이다.

오늘 세미나 간다. 강점혁명과 탤런트코드를 읽긴 했는데 정리를 하진 않았다. 오전에 좀 읽어야겠다. 그리고 월요일 종업식에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준비를 좀 해야하는데, 해야 하는데 몸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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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2.13 09:30:50 *.154.223.196
성희님 따뜻한 말씀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어제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같은 공간에 머문 것도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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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희
2011.02.12 08:44:13 *.49.98.164
윤정님~
사진 잘 보았습니다.  사진지까지 찍어 주시다니...
윤정님 일지를 읽고 사진을 통해 운동하시는 곳도 확인하고 하니까
죄송한 일이지만...신기하게도 좋은 친구가 된듯합니다.  ^^
오후에 뵐생각에 두근두근...
아프신듯하지만..꼭 나오셨으면..하는 못된 소망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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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2.13 07:55:57 *.154.223.196

어제 200일차 세미나가 종로 토즈에서 있었다. 20분 지각. 그 주변을 헤매다가 114에 물어서야 찾아갔다. 중요한 정보 먼저 메모하든 약도를 출력하든 할 것이지 길치인줄 알면서 매번 그런다. 종각역 10번 출구 바로 옆이었다. 홍승완씨가 재능에 대해 강의하셨고, 미리 해 간 스트렝쓰 파인더에서의 강점과 다중지능검사 결과를 리뷰했다. 내가 이해하기로는 자신의 재능을 강점으로 개발하고,(강점을 재능으로 개발한다고 했나? 아리까리하네 암튼 잠재력 중 잘 할 가능성 있는 것을 잘 하게 확립한다는 것이 첫번째 방향이다) 개발하는 방법은 심층연습을 통해서 하라고 했다. 

아하 경험이 몇 번 있었다.   

사람에게서 나는 향기에서 배운다. 1년에 100권씩 10년 읽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우와'했다. 뭐야? 그럼 1주에 2권을 읽는다는 거잖아. 그런 사람도 있음을 눈으로 보았으니 나도 읽을 수 있겠구나. (있을까? 아니 아니, 만화책이나 여성지, 그림책이라면 몰라도.....그냥 열렬히 박수치고 감탄하는 자의 위치에 서겠다. ) 꽃무늬 원피스에 눈이 자꾸 갔고, 그녀 옆에 앉아본 인연으로 나도 이제부터 정토법당의 삼천배정진에 매월 가야지 마음 먹었다. 어깨너머로 프랭클린다이어리를 본다. 나도 이거 있는데 잘 써먹지를 못한다. 1년치를 구입하면 1/3도 못쓴다. 이야기를 나눠본 분도 있고 나누지 못한 분도 있었지만 나는 여전히 긴장해 있는 상태라서 정토회 기억과 사람을 공유한 분과 카운터 큰 의자에 나란히 앉고 옆에 앉아 밥을 먹는 것도 좋았고, 여러 분들과 밥상 앞에 1m 이내 거리에 물리적으로 존재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었다. 아, 뒷풀이의 힘이겠구나. 다음번에는 늦어서 모텔을 잡아 자고 오는 일이 있더라도 그렇게 해 봐야겠구나. 참가자들끼리 1달간 하면서 어땠는지, 또는 세미나를 들으면서 어땠는지 나누는 시간이 공식적으로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이건 내가 지각을 해서, 뒷풀이의 영역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관계 실조를 여기서 다 풀 수 없고 가족과 친구와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먼저 화목한 기운을 가꾸는 게 필요함을 기억해주길.  
사본 -사진 055.jpg

참가한 분들의 스트렝쓰 파인더 강점의 공통점이 흥미롭다.
초록 네모-책임, 초록 하트-탐구자, 학습자, 흰 하트-최상주의자, 빨강 하트-성취자다.

단군의 후예 운영진 옆에 앉은 덕에 다른 분들 강점 메모하신 걸 보았다.  이런 걸 그리는 것은 '개인화' 테마의 영향일테지. 이런 세미나나 자기계발 프로그램에 많이 가시는 분들은 공부하길 좋아하는 특징이 많은 듯 하다. (탐구자, 학습자, 최상주의자), 책 읽고 글 쓰길 좋아하는 분들이 많으니 언어지능이나 자기성찰지능이 있는 분들이 개인대학을 운영하는 변경연에 저절로 오게되는 것은 아닐까 혼자 생각해보았다.

약점을 고치는데 에너지를 쓰기보담, 가장 큰 에너지는 재능을 강점으로 개발하는데 쓰고, 약점을 관리한다는 관점을 가지고, 그걸 보완해줄 강점을 가진 사람에게서 도움을 받는 쪽으로 해 보라고 했다. 나는 어떤 강점 가진 분들과 협력해서 선을 이루지? 신념 테마가 있어서 가치에 대한 헌신성이 있다. 대신 지혜롭게 목적지를 정해야하므로 멘토가 필요하다. 멘토는 나의 개인적인 특성을 잘 알고 있고 잠재력을 보는 사람일테니 '개인화, 개발자' 테마가 있을 것이다. 약점을 보완해줄 귀인은 우선 일의 완급과 우선순위에 대한 것, 그리고 쓸데없는 것에 신경쓰지 않도록 잘라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전략, 촛점, 질서' 테마를 가졌을 것이다.

탤런트 코드를 읽으면서 심층연습의 개념이 이해가 안되었는데 홍승완씨 설명을 들으니 좀 더 낫다. 재능을 강점으로 개발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심층연습이라고 했는데 좀 버거운 목표를 잡아서 짧은 순간의 도약, 긴 기간의 정체기를 묵묵히 견디며 완전학습을 해야한다고 이해했다. 그리고 일하는 방식이 취미형 이라는 말 들었을 때 뜨끔했다. 도대체 10년차 교사이면서 일처리가 늘지 않는 것은 취미처럼 대략 해보고 안되면 미루고 그만해서 그렇다는 반성이 되었다. 아침활동으로 모닝페이지, 기도를 넣고 선택활동으로 아침공부와 달리기를 넣었는데 새로운 것을 넣는 저항을 예상치 못한 것도 아니면서 요즘 긴 시간동안 흐릿하게 한다는 반성도 되었다. 아침공부와 달리기를 충분히 할 시간이 되는데 모닝페이지, 정진을 늘여잡아서 하기로 한 활동을 못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참구가 더 필요하다. 달리기를 하려는 관점을 바꾸겠다. 나의 재능이 아닌 신체운동지능을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벽에서 아침으로 변하는 그 순간의 하늘색깔을 느끼고, 그 여명 속에 서 있는 나무들을 보러가는 게 내게는 더 맞다.

숙제는 자신의 강점 지능을 발휘한 사례를 정리하는 것이다. 다음 세미나에서는 자신의 신화를 써보는 것이다.

재능을 강점으로 개발하기 위해 두 가지 검사에서 나온 결과를 생각해본다. 스트렝쓰 파인더의 테마는 최상주의자, 신념, 개인화, 연결성, 학습자 였고, 어제 해본 다중지능검사에서는 자연친화지능, 자기성찰지능, 언어지능, 인간친화지능이 높았다.  이것은 나의 필살기든 재능의 힌트가 되겠지. 수희향님이 필살기는 현재 직업과 관련해서 찾아보고 천복은 직업 상관없이 생각해보라는 힌트를 주신다. 

아이들, 자연속에서 보내는 시간(자연친화지능, 연결성), 아이 개인보담을 가족을 세밀히 눈여겨 보고 강점을 키워내고 지역사회와 연관을 맺어가며 키워내는 것(개인화, 최상주의자, 연결성, 신념)과 관련해 나의 천복이 희미하게 보이는 것도 같다. 그리고 그것이 특수교사 일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는 안도감이 든다. 그리고는 백일몽에 빠지든다.

 [우유 항아리를 머리에 이고 장에 가는 콩두씨]

지금 생태놀이에 대해 급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이것은 변덕이 아니다. follow your bliss 맥락 안에 놓여 있다. 필살기는 사례연구 쪽으로 키워보면 어떨까? 이건 구체적으로 성과를 내면서 나와 아이를 동시에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과제가 될 것 같다. 이건 내가 필살기 후보로 삼은 사례연구라는 것과 나의 1지능 자연친화지능을 합성시킨 것이다. 계다가 아이들을 좋아하고 아이들과 자연 속에서 노는 프로그램으로 한다면 집중해서 즐겁게 일할 수 있다.  
 
학교 업무에서는 생태숲 관리 이런 거 맡겨주시면 완전 내 관심사와 딱 떨어지는 업무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자연과 친하게 지내는 경험을 어린 시절에 새겨넣을 수 있는 걸 열심히 연구해 볼 것 같다. 학교 안에다 제 입으로 들어가는 곡식과 야채들의 본래 모습을 보지 못하고 자라는 도시 아이들을 위해서 텃밭을 가꾸고,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나무와 꽃을 가꾸고, 그 숲에서 자연과 친해질 수 있는 걸 기획할 것이다. 원예 테라피가 이것이다. 근데 이건 현재 역량으로는 불가능하다. 올해 계발활동에서 해보려는 전래생태놀이부에서 15명을 데리고 연구를 해봐야겠다. <도시농부 올빼미의 텃밭 가꾸기> 책을 사 읽고, 도시농법에 대한 책이나 강의를 들을 수도 있겠지.

숲 해설가가 되거나 원예테라피 과정을 공부해두면 좋겠구나. 이것은 내가 어떤 일로 공립학교 교사를 그만 두게 되었을 때 할 수 있는 일이 되어줄 거다. 손으로 할 수 있는 것 중에는 장애학생과 함께 하는 요리 테라피 이런 것도 재미있겠다.
 
올해는 부모님을 더 자주 뵈러 가기로 했느니 밭농사에 고향에서 더 자주 참여할 수 있겠구나. 그러면 그 시기 맞춰서 동생네를 오라고 하면 일곱살 조카를 데리고 산으로 들로 다니면서 나의 유년을 빛나게 했던 자연과의 추억을 전수할 수 있겠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 아이와 아이아빠가 할 수 있는 것도 나는 눈여겨볼 수 있을 거다. 나 먹을 김장배추, 고구마, 땅콩, 고추, 참깨와 들깨, 서리태와 유월양대, 동부팥... 엄마 혼자 가꾸던 걸 나도 즐거이 가꿀 수 있을 것이다. 위에 좋은 양배추, 고혈압에 좋은 야채도 가꿔야지. 부모님은 좋은 스승이 되어주실 거고 나는 나 답게 사는 거지. 너무 오래 떨어져 살았던 나의 고향, 자연과 흙으로 돌아가자. 일단 올해 할 수 있는 걸 하다보면 또 길이 열릴 것이다.
    

스트렝쓰 파인더 결과에 대한 글에 수희향님이 달아두신 댓글을 계기로 책임 테마에 대해 참구하였다. 현재 나의 결론은 책임 테마는 나의 부분이고 한 5위쯤일 것 같다. 그런데 가족 안의 역할분담에서 좀 강화된 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직업보다 가족을 중시하는데 현재 원가족의 가족주기가 소강 상태다. 만약 내 가족을 꾸리게 된다면 이걸 1순위 삼겠지만 현재로서는 1인 가구이고 나 하나만 책임지면 된다. 가임기가 지나가고 있어, 결혼을 추동하던 가장 큰 동력인 엄마 되기의 꿈이라기 보담은 제 태에 배고 있던 새끼를 낳아 젖 물려 혀로 핥으며 기르려는 짐승 암컷의 본능이 더 어울리겠네 이게 바래지고 있다. 남녀간의 낭만적 사랑에 대한 기대, 가부장제 사회에서 혼인한 여자들이 가지는 안정적인 지위를 가지고 싶은 마음은 이것에 비하면 적었다. 이유를 알수 없지만 그렇게 생겨먹은 것 같다. 달라이라마, 틱낙한 스님과 함께 캄보디아를 걷기 명상하며 연꽃을 바치던 무수한 아이들을 보면서 '이 세상에는 이미 너무나 많은 아이가 와 있어. 생물학적 친자를 데리고 오기보담 영적, 사회적 어머니가 될테야'라는 대전환의 순간을 맞이했던 그녀의 흉내를 내는 가불은 하지 않으리라. 어찌 될지 나도 모르겠다만 애쓰지 않고 용쓰지 않고 물길처럼 흘러가는 대로 흐르련다고 하면서 애쓰지 않으려고 또 용쓰고 있다. 아놔.

좀 비장해졌군. 암튼 1인 가구에서 삼천포로 빠졌지. 다시 돌아가서. 이제 부모님이 연로해져서 간호할 일이 생기기 전까지 당분간 10년은 내게 자유가 주어졌다. 가족세우기 웍샾을 다녀온 이후 최근 1년간 아침 정진 후에 부모님께 절을 올리면서 '저에게 생명을 주시고 최선을 다해 길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더 필요한 것은 제가 하겠습니다. 당신은 크시고 저는 작습니다. 당신은 주시고 저는 받습니다' 부모님을 넘치는 비정상적인 교만을 참회하는 노력이 반영된 건 아닐까 추측한다. 이건 그 가족세우기 진행자가 가르쳐준 말이다. 암튼 나는 생활비를 벌어오는 가장이면서 안에서 반짝거리며 가족들에게 빛과 온기를 주는 안해이면서 사랑과 보호 속에서 쑥쑥 자라는 가구원이니 나를 더 잘 돌봐야겠구나. 흠 콩두씨 그 선언 마음에 드는구료. 앞으로 청소도 더 자주하고 더 자주 맛있는 걸 차리고, 좋은 데 데리고 다니며 구경시키고 이런저런 서비스가 좀 좋아지겠구나, 삶의 질이 높아질 듯 하여 쌍수를 들어 환영합니다요. 그러게 진작 좀 그러시지. 인제라도 개과천선 환골탈태는 안 어울리는 말이고, 자력갱생을 다짐하시니 환영에 환영을 거듭하는 바이요. 기자회견해서 지지성명을 발표하고, '우리는 콩두씨의 결정을 환영합니다.' 플랭카드를 아파트에 내 걸고 싶군요.  참내, 오천1리 청년회의 명절맞이 '고향방문을 환영합니다' 도 아니고 매우 남사스럽구만요.  

마치고 넓고 시끄러운 두부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해지니까 기운 딸려서 매운 것이 먹고 싶어졌다. 해물순두부를 골랐는데 속이 따꼼거려 혼났다. 먹고서 눈 풀려서 겔겔 했다. 2차를 가는 일행에서 떨어져 나오려니 좀 아쉬웠지만 인천까지 오는 내내 숙면을 취하면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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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2.13 13:26:26 *.154.223.196
35일차

새벽 내내 산만하였다. 알람을 듣고도 일어나지 않았다. 잠이 부족했던 것도 있지만 저녁 단도리 없이 짐을 부리듯 바로 잠들었기 때문에 일어나기가 싫었다. 나는 철야정진을 정말로 못한다. 몸에 끄달리는데 먹고 자는 것 중에는 자는 것에 특히 끄달린다. 그러니 신생아가 제대로 된 수면주기를 찾기 전 4개월 정도 수시로 일어나서 돌보아야 하는 산모는 밤 새서 염불하고 명상하는 철야정진하는 수행자, 간호사의 그 힘들다는 3교대 근무에서 나이트 뛰는 것과 같은 업적을 수행하는 것이다. 흑, 그러고 보면 탄광에서 3교대 근무를 하면서 우리를 기른 아버지는 정말 고마우신 분이시다.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건데다, 게다가 밤 근무까지...그의 무던하지도 않은 아낙이 종종 인사사고가 나던 위험한 작업환경에 남편을 내보내고 무서워하는 걸 감수해가며 집을 든든히 지켜주고, 도시락 싸고, 늦게 퇴근해 오는 사람 새참 끓여내며 남자일 여자일의 구분이 명확한 집안에서 남자가 신경쓰지 말아야할 '소소한 일'에 속하는 걸 다 해냈다. 그동안 나는 아버지와 마음으로 가까이 있어서 엄마의 수고를 헤아리지 못했다. 이런 것이 얕으나마 시작되니 반갑다. 3시부터 시작한 일정이 다 마치고 나니 6시 30분이다. 다른 것을 끼워넣지 않고 집중해서 제대로 달렸으면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후에 책을 몇 십 쪽 읽을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두 가지만 간신히 한다. 매우 산만하고 집중이 안되는 것은 모닝페이지나 잠부족 때문이라기 보담은 두 가지 정한 일정을 통해서 나의 상태가 드러난다고 보는 게 맞겠다. 이런 것이 얼마나 지속되고 있는 지도 몰랐구나. 중요한 것은 '나는 괜찮아요' 라고 괜찮은 척 하는 게 아니라 '나는 힘들어요, 문제가 있어요' 라고 자기 상태를 직시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고백하고 시인하는 것인듯하다. 괜찮은 척 하는 것도 교만이겠구나. 나는 전화받는 입장, 우월한 위치에 놓이고자 하였지. 지금은 '친구야, 나는 이런게 정말 힘들다. 내 얘기 좀 들어줘' 할 때이다. '괴롭습니다' 인정하는 것이 첫번째 진리가 된다는 걸 기억하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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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두
2011.02.16 09:24:49 *.154.223.196
말씀듣고 어제 건국대 원예치료 키워드로 검색해서 읽어보고 있습니다. 어찌 될 지 모르지만 읽으면서 기뻤습니다.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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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1.02.14 12:43:33 *.149.140.210
원예치료 건국대에서 배우는거 적극추천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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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2.14 07:01:54 *.154.223.196
36일차

7시에 마쳐졌다. 늦잠을 잤고 지각을 했다. 정말로 산만하였다. 짬짬이 단군일지 들락, 카페 댓글 달고, 화장실에서 간단 손빨래 하고, 복합기 전원 연결하고, 웅얼웅얼하면서 염불하고 절한다. '성냥으로 불 켤 때 집중해서 확 해야지, 백날 미적지근하게 하면 안된다'는 구절에 딱 맞는 새벽이네. 왜 그러는지를 읽는다. 도망치는 것이다. 해야할 일 마무리와 끝, 헤어짐으로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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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2.14 07:08:22 *.154.223.196
 

6주 체크리스트♪♬


구분

목표

결과

3시 기상

2시 기상

3:20 - 지각

6:20 지각

1:00

2:40-

2;40

2;50-

2:45

5

8~9시 취침

8:00

11:00

7:00

7:00

9:00

9:00

8:30

 

6시간 수면

7;20

7:20

6:00

7:40

5:50

6:15

 

새벽활동

모닝

페이지

2:10~2:50

4:00~5:00

6:35~7:50

1:20~2:20

3:10~4:00

3:05~4:00

3:10-4;00
전주 모텔

3;10-4:00

7

아침

정진

3:00~4:30

5:20~7:00
왔다갔다

9:00~9:30

7:20~8;00

4:30~6:00

4:20~5:30

4:10~5:35

4:10~6:00

7

공부

4:30~6:30

-

-

-

-

 

5:10~6:30pm

7:00-9:00am

2

달리기

6:30~7:30

-

-

-

-

-

-

-

0

저녁

승리

1.전환활동

5-6

emoticon
음주가무

× 

× 

emoticon
뒷풀이

×

×

×

2

2.새날준비

6-7

emoticon

× 

emoticon

emoticon

×

emoticon

emoticon

5

저녁정진

7-8

×  

× 

emoticon

× 

×

emoticon

emoticon

3


[평가]지각이 이틀 있었고 중반 넘어가면서 안정감이 있어졌다. 저녁 단도리가좋아지고 있다.
          달리기는 망했네.

[반영] 눈에 보이는 자기점검법이 효과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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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11.02.14 12:31:43 *.12.196.158
이번 2차 세미나에서 곁에 앉은 인연이 좋았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눌 때, 조금 더 상대의 세계로 초대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좋아한다는 이야기, 자연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이야기. 책임을 내려놓았다는 이야기.
모든 이야기들이 다 좋았습니다. 진정, 아주 조금이지만 윤정님을 알아가게 되는 그런 느낌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 국어 선생님. 자연.. 천복의 힌트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신념과 개인화. 연결성에 학습자. 윤정님의 천복을 어떻게 형상화할지 도움을 줄 원석들인 것 같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한없이 여린듯 부드러워보이지만 윤정님에겐 신념이란 재능테마가 있으니, 쉬이 포기하진 않을 겁니다. 개인화가 있으니, 한참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아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선생님이 되실 겁니다. 연결성이 있으니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들과 자연을 잘 연결하실겁니다. 학습자가 있으니, 필요한 부분을 열심히 공부하고 탐구해 가시겠죠..

최상주의자이시니 원하는 만큼 시원스레 쑥! 일들을 성장시킬 겁니다. 그런 저력을 갖추고 계시니 본인을 믿고 씩씩하게 걸음을 내디뎌도 좋으실 것 같습니다. 특수교육을 처음부터 원하지 않았지만, 아마 많은 도움이 되실 거라 생각됩니다. 어쩌면 자연과 아이들을 연결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실수 있을지도.. 동화를 사랑하는 마음에 국어 선생님에 대한 애틋함이 묻어있습니다. 그 역시도 새로운 분야에선 다시 발현될수 있을지도..

여러 가능성이 엿보이고,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실 수 있지 않을까..조심스레 이야기 건네봅니다.
그간 오래도록 윤정님 안에 농축한 힘이 조금씩 차오르면, 분명 윤정님만의 아름다운 세계를 만드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래서입니다. 곁에 앉아 세미나 중간중간 짬짬이지만 얼굴을 마주대하고 마음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건, 이래서 좋은 것 같습니다..^^

말씀처럼 매일 108배 정진에 이어, 매월 한번쯤 1000배 정진을 하고 싶은 마음이 흘러나온다면 그리 하시는 것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절을 하다보면, 의식의 세계에선 만날 수 없는 또 다른 깊이의 나를 만날 수 있기도 하실 겁니다. 그녀석을 조금 더 사랑해주는 삶 또한 꽤나 괜찮은 일인 것 같습니다..^^

그저 편안히, 어느 통로도 의식으로 막지 마시고, 편안히 흘러가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윤정님이 좋아해마지 않는 자연인 것 같습니다. 잘 하고 계시고, 잘 흘러가시리라 믿습니다.

그 인연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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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2.15 10:31:08 *.114.49.161
카페에서 로이스님의 글 읽었습니다. 그분 말씀대로 주철은님의 절실함이 길을 인도하고 있는 거겠지요. 
모닝페이지와 함께 금방 지나갈 양육기를 더 편안한 맘으로 즐길 수 있으시길, 행복한 엄마의 기운으로 아이들이 행복해지길 기원하던 그분의 마음에 제 마음도 손톱만큼 보탭니다. 축하합니다. 박수 보냅니다. 어우 저는 보배님과 연우양을 안아 기르는 철은님께 질투를 안 섞은 순전한 온리 축하는 못드리겠어요. 속가지가 못돼서리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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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4 21:49:27 *.161.173.71
윤정님 덕분에 모닝페이지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도 지금은 상황이 힘들어서 할 수 있을까 주저주저하다가 로이스님께 쪽지로 떼를 좀 썼습니다. 30분 넘은 전화통화를 했고 결국 하게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가슴이 벅찹니다. 두근거리고 설레입니다. 다가올 시간들이, 펼쳐질 시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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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2.15 09:36:01 *.114.49.161
37일차

늦잠 잤다. 결혼식 피로연장으로 많이 쓰이는 부페에서 송별회식을 하고 노래방에 갔었다. 가시는 분들한테 술을 올리고, 받아 마셨다. 소주 1병은 마신 듯. 1년 치 술을 다 마신 듯 하다. 음주가무가 좀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는 듯 하다. 아침 기상을 위해 2차까지만 갔다가 귀가해서 노래방 냄새에 찌든 몸을 씻고 잠들었다. 과식을 한데다 잠이 부족하니 일어나기가 싫다. 우민님한테 출첵 문자를 보낸다. 6시 넘어 일어났다. 할미꽃잔에 커피를 끓여마시고 증조할머니 두레반에 앉아 모닝페이지를 했다. 누군가의 품을 파고들고 싶은 아침, 할머니를 상징하는 물건들을 쓴다. 웹써핑을 정신없이 하다가 아침정진할 시간을 놓치고 잉잉 운다. 울면서 출근한다. 봄방학인데 할 일이 많다. 교실에 오자 마자 108배를 하고, 삼배로 마쳤다. 울었다. 우는 마음, 이유들이 짐작이 되지만 물어보거나 분석하지 않으련다. 목과 어깨가 아프다. 오늘은 목욕탕에 가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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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2.16 08:35:03 *.114.49.161
38일차

*1;00 (-) 7:00 (6:00)
*모닝페이지 1:20~2:20, 아침정진 7:40~8:20

잃어버린 시간이 많다. 갈짓자로 헤맨 시간. 관음죽을 엄마 콩나물시루에 분갈이 하고 욕실에 들여놨다. 복합기 포장된 비닐을 깔고 고향의 흙을 쏟아부었다. 한 줌 흙을 선물로 준 사례가 생각이 나면서 울컥해졌다. 하나는 북한이 고향인 분들이 금강산 여행인지에서 북한 흙을 퍼와서 도라지 같은 걸 심어기르는 화분흙으로 쓰던 것, 다른 하나는 백두산 천지에 갔을 때 아버님 고향이 북한인데 못 돌아오고 돌아가셨다고 아버님 제사 때 쓸거라면서 빈 펫병에 천지물을 담아오던 것, 그리고 평화봉사단으로 일했던 엘리자베쓰 퀴블러 로스는 아니고, 아버지 회사의 회계직원을 하라는 걸 의사가 되겠다고 해서 쫒겨나 식모살이를 불사하던, 아직 퀴블러가의 고집센 맏딸인 그녀가 폴란드인가에서 아이를 구해주었을 때 그 어머니가 고마움의 표시로 담아다 준 흙 한 줌. 나도 이 흙에다가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찰기가 너무 많아서 물빠짐이 좋지가 않다. 다시 원래 화분에다 관음죽을 되담아놓고 출석부 올리러 갔다. 거기서 너무 시간을 지체했다. 균형이 깨어지면 이런 식으로 한 곳에 편향된다. 이것을 좋게 보지 않는다. 자꾸 반복된다. 불안 속에서도 자전을 해 가야하는데 나는 자전을 멈춘 채 공전만 하려는 듯 행동하는구나. 읽기로 한 것을 못 읽었으면 낮에 해도 되고, 저녁에 해도 되는데 시간이 많은데도 다른 일을 한다. 어떤 것을 하든 꼭 해야하는 일은 하고 놀았으면 좋겠다.  

속이 메스꺼워서 누웠다가 잠들었다. 요 며칠 속이 메스껍다는 얘길 여러번 쓴 것 같다.  위가 문제인지 현기증이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4시부터 잤는지 하여튼 7시까지 다시 잤다. 오늘 출근한다. 기상부터 새벽활동 전체가 불안정하다. 정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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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희
2011.02.17 09:36:17 *.143.199.187
소라님까지요? 우와~~ 정말정말 신나요~
혹시 또 다른분은 누구 안계실라나? 세미나후에 함께 대화시간이 짧아 아쉬웠는데...
윤정님 전체 메일이라도 보내볼까요??
아님  대문글에 올려주셔도 좋을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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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2.17 06:31:47 *.154.223.196
제가 요요 붙어라 한 번 할께요^^ 소라님. 이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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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
2011.02.17 06:13:35 *.97.192.16
나두 끼워주면 안잡아 먹지용~ ^__^ (눈치없는 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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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2.16 20:18:11 *.154.223.196
보리밥 먹었어요. 먹고서 눈 풀려서 꾸벅꾸벅 졸았습니다. 생각해보고 자고 나서 말씀드릴께요. ^^ 성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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