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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세

  • 이국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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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9일 01시 16분 등록
              [ 그리하여 나는 그 빛으로 족한 사람이 되리라 ]
                                                                                   이 국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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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일차 끝자락, 길을 잃었고 어둠 속에 혼자 남겨졌다. 지금껏 살아온 데 대한 의미를 잃었으며 자신도 완전히 잃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연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었는지도 신기하려니와, 그렇게 어둡고 길이 보이지 않던 기간을 아무렇지도 않은 척, 눈 뜨면 학교 가면서 일상을 영위해 올 수 있었는지 그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책에서 읽었던 '무기력감'이란 낱말의 진정한 의미가 그러한 상태였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오랜 고민 끝, 자문과 자답.......
'이제 그만하고 싶다'가 나에게서 나온 대답이었다.

  그래서 그만하기로 했고 학위를 위한 공부를 멈추었다. 세상을 향해 확실하게 해 둘 요량으로 그 말을 던졌다. '나는 오늘부터 금연할거야'라는 말처럼, 주변인에게 도장 찍어두고 더 이상은 미련을 갖지 않고 싶었다. 타인에게는 놀랍다는 반응이면 충분할 표현이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무의미 혹은 무감각함이란 배를 건너탄 듯 했다. 학위를 포기하면, 학위 다음을 위해 살아왔던 내 삶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나아가게 될 줄 알았다. 적어도 이제부터는 그리도 되고싶었고, 자타가 재능있다 인정해왔던 가족치료사가 되기 위한 길로 뛰어갈 줄 알았다. 하지만그 것마저도, 그 어떤 것 마저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3년 후면 교사도 안할거다. 박사 학위도 안하겠다. 그렇다고 가족치료사가 되는 것도 하고 싶지 않다.
' 무서웠다. 남아있는 내 생이 이렇게 답 없이 컴컴한 어둠 속에서, 무엇인가 바라는 것이 없는 그런 무의미한 상태로 생을 마감하게 될까봐 무서웠다.

  초등학교를 거쳐 중학교 고등학교를 지날때까지 직업적 모델이 없었다. 딱 하나, 선생님만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 아버지는 "여자도 직업이 있어야한다. 그래야 무시 당하지 않고 결혼해서도 당당하게 살 수 있다. 결혼 후에 무슨 일이 생길 줄 아느냐, 여자도 경제권이 있어야 기가 죽지 않는다. 성격으로나 필체로보나 얘는 선생님을 하면 딱 잘할 아이"라고 말씀하시며 우리 담임선생님께 말씀하셨다. 누구 앞에서 내가 어떻다는 말을 처음 들은터라, 그 감격빨이 그만 대학진학으로 연결되고 말았다. 그래서 의미없는 교대 4년을 다녔다. 우리 아버지 욕을 있는대로 하면서.

  교대 진학을 하면서, 아무런 결정권도 정보도 없던 내게 부러운 '과'가 하나가 있었다. 경대 '국문학과'. 국문학과가 뭐하는 곳인지도 모르면서 거기가면 글쓰는 사람이 되는 곳인줄 알았나보다. 그러나 나의 글쓰기와의 인연은 아련한 아쉬움을 남기고 멀어져갔다. 대신 전율과도 같이 심리학이란 과목이 내 세상으로 들어왔다. 아마도 교대 4학년때 교육심리학이란 과목을 듣지 못했더라면 나는 내가 어떻게 변해있을지 상상할 수가 없다. 노교수님의 낡은 강의노트에서 흘러나오던 프로이트는 그렇게 내 가슴에 거대한 집을 짓기 시작했다.

  졸업 후 바로 선생님이 되었다. 홀로 남겨진 생활, 무엇인가 건설적인 것을 하지 않으면 인생이 잘못되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무엇인가 해야했다. 주말마다 대구엘 갔고, 서점엘 들러 대학원 입시요강집을 샀다. 가장 끌리는 대학원을 골랐고, 직장은 경북 영양이면서 대학원은 서울 안암동 소재 대학을 골랐다. 몰랐다 그때는. 내가 가려고만 하면 옮길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나는 그 대학에 지원했다. 퇴근 후 모기와 추위와 싸워가면서 시험 준비를 했다. 아이들과 수업 중이던 시간, 세상에서 그렇게 기쁜 목소리로 환호성을 지른 것은 처음이었다. 합격이었다. 

  합격과 동시에 난관, 어떻게 경북에서 서울 안암동까지 야간 수업을 다닐 것인가? 세상 참 철없고 현실감각 없기론 장땡인 내가 아니고서는 그 누구도 시도못할 무대뽀적 지원이었다. 결국 교학실에 이야기해 대학원 수업을 3년으로 늘리고 다른 방도를 세웠다. 다행이었다. 역시 우리 신랑은 그런 면에선 짱이다.  

  멋진 교수님들과 수업, 그러나 대학원 공부 기간 내내 나는 디립다 나를 대상으로 실험했고 거친 내면탐험을 거쳐 결국 모든 문제의 근본원인은 어디인가?에 봉착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가족이었다. 그렇게 대학원을 졸업하면서 내 논문은 가족치료와 연결되었고, 드디어 경북생활을 청산하고 우연찮게 서울로 올라왔다. 내가 뭐라고, 그래도 감히 기존의 상담법이 영 성에 차지 않았다. 너무 오랜 기간을 요하는 게 문제였고 내담자가 지치기 쉬울 뿐더러 나 역시 과거를 디립다파는 건 피곤하다 여겼다. 97년, 우연히 눈에띈 워크샵 공고문, 일주일간의 워크샵. 새로운 상담방법을 만나게 되었을 때는 천지가 개벽하는 느낌이었다. '인식의 전환' . 문제를 다르게 볼 수 있다는 사고의 전환은 나에게 있어 삶의 태도 자체를 바꾸었다. 유영. 그 것이 되었다. 운명이었다.

  학급 내 아이들의 문제를 가족과 연결시켜 보기 시작했고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나는 적어도 청소년기를 거치며 결코 되고싶지 않았던 선생님과 같은 모습으로 아이들 앞에 서지 않으려 노력하는 선생님이 되었다. 그래서 언제나 자신있었고 당당했다. 적어도 아이들이 성인이되어 나를 돌이켜보았을 때, 그 때에 비로소 좋은 선생님의 모습으로 남는 것, 그 것이 하기 싫은 교사생활에서 지켜낼 수 있는 나의 최소한의 자존심이었다.

  97년부터 시작된 가족치료 관련 공부는 2003년 1년 동안의 가족치료 전문가과정 수련으로 귀결되었다. 어떻게 그 일을 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매 주 토요일마다 조퇴를 했고 한 번 가면 꼬박 10시간을 투자했다. 2006년 박사과정을 진학했다. 주말은 도서관이 집이었다. 과제에 시험에 공부에 아이들에....... 그리고 또 6개월의 자기분석과정 수련. 토요일마다 역시 10시간. 공부를 위한 일년의 연수 휴직, 그리고 복직. 그러나 의욕을 가지고 돌아온 교직사회에 대한 실망과 그리고 절망감 또 부끄러움. 아니라 외쳤던 교직사회의 현장에 버젓이 자리한 내 그림자. 내가 과연 여기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 절망 끝에 만난 건 2박 3일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었다. 처음으로 내 꿈이 가치있음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생겼고, 꿈벗들이 생겼다. 이야기할수록 내가 살아나는 영토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러나 몰랐다.
내가 재능, 직업, 학위, 되고 싶다고 생각한 것, 이 모든 것을 연결하려고 한다는 것을. 그 것들은 하나로 연결되지가 않았다. 재능은 있으나 학교에선 빛이 나지 않았다. 치료사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으면 재능이 빛이나나 치료사로서 활동할 시간이 없었다. 학위를 마무리하기엔, 직업과 병행하기엔 너무 많은 시간을 요구했다. 논문을 위한 휴직은 공식적으로 허용되지 않아 시간확보도 어려웠다. 가라앉아 내려갔다.

  그래서 나는 내가 있는 곳에서 천직을 발견하여 만들어내려 했는지 모른다. 잘 되지 않았다. 학교를 통한 가족치료적 접근, 혹은 교사 훈련을 통한 학교사회의 변화, 학교라는 전달체계를 통해서 가해지는 변화라면 얼마만큼 파급효과가 있을지 생각만해도 아찔한 일이었고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다. 조직과 시스템을 바꾸면 얼마든지 가능하고 파워풀한 방법이었다. 그래서 그 일에 더 올인했다. 그러나 어려웠고 자꾸 비껴갔다. 그야말로 내 눈 앞에서 꽝! 하고 문이 닫혔다. 충분히 내가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해도 내 앞에선 문이 닫혔다. 충격이었고 더 가라앉기 시작했다. 교사나 학생들 학부모를 대상으로 내 재능은 빛날 수 있었으나 나에겐 결정적인 부분이 부족했다. 타고난 재능만큼 타고나지 못한 재능도 있었다. 내가 그 것을 너무나 잘 알았다. 그래서 학교에 대한 변화는 다른 사람의 몫으로 남겨두어야한다고 생각했다.

  대신, 있는 힘 없는 힘 쥐어짜내 용기를 불어넣어가며 학위를  마치려 애썼다. 무엇을 하려고 긴 시간을 투자할 것인지 자문해보았다. 이유가 딱히 없었다. 학교를 그만두려하니 학위를 마쳐야 할 필요가 사라졌다. 학위는 교사로서 학교를 통한 변화라는 내 말에 공신력을 입히기 위한 수단이었지 목표가 아니었다. 그 것을 위해 긴 시간을 투자하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어느날 문득 들었다. 해야한다는 것도 싫었고 더구나 하기가 싫어졌고 지쳤다.

  나는 아직 알지 못한다. 올 해 들어서면서부터, 어떻게 약속이나 한 듯 일련의 시련이 무심하게 나를 덮쳤는지, 어떻게 그런 일들이 그리고 가벼운 듯이 내 어깨 위로 내려앉았는지를 알 지 못한다. 어둡고 의미가 사라졌고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길을 잃었을 뿐 아니라 그 어떤 곳을 향해서건 아무런 간절함도 소망도 의지도 욕망도 차오르지 않았다. 지금껏 의미를 두어왔던 그 모든 것에서 아직도 숨 붙어있는 생기를 발견하지 못하는 그 절망감은 차라리 공포에 가까웠다. 살아온 나날에 대해 의미를 놓아버린 것도 자신에겐 가혹한 일이었지만 혹여나 살아있는 나날을 그런 상태로 무기력하게 숨쉬게 되면 그 때는 정말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두려움 속에서 떨었다.

  아무런 것도 할 수 없었던 시간, 유일하게 했던 것들. 영화보기, 영화리뷰 올리기, 독서. 논문 때문에 라는 핑계로 하지 못했던 것들, 닥치는대로 하며 시간을 보냈다. 허기진 시간이었다. 그리고 정리되지 않은 생각과 함께 또 나를 들여다보기 그리고 술. 퉁퉁 부은 눈은 그 즈음 학교에서 알러지라는 이름으로 통용되었다. 그래, 스스로도 어쩌면 무기력이란 넘에 대한 알러지임이 분명하리라 믿었다.

 그러다 영화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인빅터스였다. 내가 최고로 좋아하는 두 배우가 나오는 영화,  맷 데이먼과 모건 프리먼이 나오는. 어떻게든 의욕을 불러올리고 싶어 선택한 영화. 넬슨 만델라의 삶의 한 조각을 다룬 영화. 바닥을 칠 만큼 친 어느날, 영화는 중반을 달리며 그윽한 모건프리먼의 목소리로 독백을 토해 내었다.
 
"세상이 지옥처럼 캄캄하게
나를 뒤덮는 밤의 어둠 속에서

어떤 신이든 내게
불굴의 영혼을 주심을
감사하노라.

환경의 잔인한 손아귀 속에서도
난 머뭇거리지도 울지도 않았노라.

운명의 뭉둥이에 두들겨 맞아
내 머리는 피 흘리지만
굴하지 않았노라.

분노와 눈물의 이 곳 저 너머에
유령의 공포만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러나 세월의 위협은
지금도 앞으로도
내 두려워하는 모습
보지 못하리라.

저 문 아무리 좁고
명부에 어떤 형벌이 적혔다해도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요
나는 내 영혼의 선장일지니."

-넬슨 만델라-

   비음 섞인 중저음의 목소리에 눈물 콧물 뒤범벅 된 나를 위로하듯 생각
하나가 뛰어들었다.
'어쩌면 헛 된 욕심으로 살아 왔을지 모른다. 되어야 하는 어떤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나로 살아내지 못한 것인지 모른다. '나' 그 자체로 살아야겠구나. 더 이상 나를 숨기지 말고 세상을 향해 드러내며 솔직하게 살다 가야겠구나.'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요 나는 내 영혼의 선장일지니.......'

  그리고 또 하나의 영화, '세상의 모든 계절'.

  삶에 태도에 대한 비교가 섬뜩하게 전해져온다. '나'로 사는 길이 어떤 길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무엇을 해야 '나'의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그리고 더 이상 속절없이 세월을 흘리지 말고 '나'로 세상과 마주해야한다는 결론을 안고 일어섰다. 언저리를 맴돌며 다치지 않게 살아갈 일이 아니라, 안전하게 포장된 '나'를 보이려 애쓰는 삶이 아니라, 내가 되려 애쓰는 삶, 부딪히고 깨지더라도 내가 되어나가는 그 삶을 선택해야 한다는 울림을 들은 것 같다. 아마도 그 것이 가혹했던 지난 어둠과 그늘 속에서 뼈저린 댓가를 지불하고 찾아낸, 자문에 대한 대답이리라.

  그리하여 나는 이제 어둠에서 벗어나게 될 것임을 안다. 마음이 이끌리는대로 살아가는 것, 그 것이 '나'로 사는 길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의 300일차는 그렇게 캄캄한 어둠 속에서 잉태되었다. 그러나 이제 빛을 향해 나아가게 될 것이다. 300일차는 단순하게, 오로지 단순하게 '나'를 마주하기 위해 쓰여질 것임을 안다. 매일이 축제처럼 이렇게 마음 가벼울 수가 없다. 빡시게 살아왔던 나날이 그것을 벗어던지면 이렇게 가벼울 수도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기 위해서였음만은 아니기를 바랄뿐이다.

기상시간과
과 새벽 활동
1. 새벽 시간 : 오전 5시~7시
2. 새벽 활동:  1) 20분 : 의식
                     2) 1시간 40분 : 독서 및 관련 활동

* 300일차 목표
1. 독서활동에 매진하여 주 1권의 책을 읽는다.

* 중간 목표
1. 주 1권의 책을 읽는다.
2. 인상깊었던 구절을 정리하고 내 생각을 덧붙여 블로그에 올려둔다.
3. 독서를 통해 변화해 가는 생각을 기록하여 정리 해 둔다.

  300일차 시작 전에 조금씩 살아나주어 기뻐 미칠 지경이다. 어둡고 움직일 힘조차 없는 저 밑바닥에 있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할 지경이다. 300일 수련과정을 성실하게 보내고 싶다. 수련 과정을 거치며 진정 '나'답게 사는 길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순수하게 그 일에 몰입하고 순수하게 그 일을 즐기고, 그럼으로써 순수하게 내 안에서 '나'의 방식으로 세상에 말 걸 수 있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오직 '나'의 관심에 귀 기울이고 진심으로 나를 이해하려 애쓰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한다. 그리하여 세상과 나의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제 나에게는 뒤로 물러남도 주변에서 머뭇거림도 없고 눈부신 대상에 대한 부끄럼도 거두려한다. 더 이상 어둠 속에 홀로 서 있지 않을 것이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빛을 향해 나아가게 되리라. 그리하여 나는 이 우주에서 나만의 색으로 반짝이는 별이 되리라. 그 별은 나의 이름으로 빛이 나며 그리하여 나는 그 빛으로 족한 사람이 되리라.

  300일차를 거쳐 변화해 나갈 내가 기다려지고, 또 어디서 터닝을 하게될지도 궁금하다. 나의 이 다이내믹한 변화가 실로 가벼운 치기 내지는 훌러덩 마음 변함의 수준만 아니기를 바래본다.

아직도 주변은 난리다. 택도없는 소리 말라고 한다. 잠시 쉬라 한다. 기다리겠다 한다. 지켜보는 이들은 그러려니 한다. 지금껏 살아온 길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아는 사람은 없다. 더구나 그들은 긴 세월 내 마음 속에서 요동치다가 번개처럼 내려앉은 내 결심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어한다. 아깝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들려줄 마음도 없다. 긴 시간동안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위해 달려 온 방향, 그 방향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이 시점, 그 것이 내게 있어 얼마나 깊은 슬픔과 마주해야 하는 일인지 잘 알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온전히 나의 몫인 것이다.

깊은 숲 속, 울창한 나무로 둘러싸인 집, 거기에 앉아 조용하게.......그 뒤에 그려질 모습은 300일차를 거치며 완성될 글 귀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 교수님께도 어떤식으로든 통보가 될 것이다.

내가 써내려간 이 글귀가 퍽 마음에 든다.

" 이제 나에게는 뒤로 물러남도 주변에서 머뭇거림도 없고 눈부신 대상에 대한 부끄럼도 거둔다. 더 이상 어둠 속에 홀로 서 있지 않을 것이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빛을 향해 나아가게 되리라. 그리하여 나는 이 우주에서 나만의 색으로 반짝이는 별이 되리라. 그 별은 나의 이름으로 빛이 나며 그리하여 나는 그 빛으로 족한 사람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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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25 06:49:07 *.246.77.2
216일차 (5월 24일 / 화요일)

 기상, 독서. 마음이 차분하고 평화롭기만하다. 마음 같아서는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출근하면 그런 시간은 단 30분도 만들 수 없기에 생각보다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읽고 필사까지, 집중하면 잠 안자고도 했던 기억으로 마음만 가능했던 모양이다. 이런 식으로라면 일주일에 한 권도 겨우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얇은 책임에도 그렇다. 하긴 인터넷 연수를 하나 시작해놔서 그거 듣느라 애꿎은 시간이 다 지나가고 있긴 하다. 

요즘 학교는 어수선하고 난리도 아니다. 우리반은 학년 발야구 대회 결승전에 진출해 나날이 연습을 해 주어야하고 여학생은 줄넘기 대회 연습을 하느라 어수선하다. 또 4일에 있을 학부모 수업공개 준비까지. 그러나 동네방네 야단법썩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치 냉정하고 침착한 상태를 유지하며 마음이 편안할 수가 없다. 하긴 이러다가 막판에 가서 나 혼자, 뭔가 해야 될 걸 안해놓고 있는, 그런 황당한 일은 벌어지지 않길 신경써야 하지만 말이다.

며칠간에 걸쳐 생각해보니 어쩌면 올 해가 아이들을 담임할 수 있는 마지막 해가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남은 기간은 아마도 담임을 하기엔 무리가 되는 환경이 될 것 같다. 새로운 눈으로 아이들을 보니 또 다른 마음이다. 운전하다보면 때때로 교직을 떠나게 되는 나의 의식이 어떻게 그려질까 생각해보게 된다. 마음 같아서는 어제 왔던 것 처럼 그렇게 가버리고 싶지만, 세상은 나만 생각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맺음을 하는 자리가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앞으로 펼쳐질 나의 시작을 알리는 조촐한 파티가 되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남은 20년 이상을 준비한다고 생각하면 말이다. 

요즘은 끝과 시작을 그리며 일상을 영위해가고 있다. 그런 내게 막막함이란 것이 그려지지 않는다. '해야한다'는 낱말을 '하고싶다'는 낱말로 바꾼 것이 근래 들어 잘 한 일 중에 하나가 될 것이라 믿고싶다. 

또한, 나에게 가장 큰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은 무엇이었던가를 역시나 운전하면서 생각하고 있다. 몇 가지가 떠오른다. 그리고 그 사건들을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는 '인식의 변화'였다는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그리고 나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어도 시켜서보다는 거기에 의미를 두어야 몸이 따르는 사람이란 것을 생각해보면, 나에게 있어 인식의 변화야말로 나를 가장 잘 설명하는 키 워드가 아닐까 생각도 해 본다.

마음 속에 대학원과 연구소와 치료센터가 지워져가고 있다. 그것들을 생각할 때 막연한 무거움과 긴장감도 함께 사라지고 그 자리에 평화가 남는다. 때때로 이러한 내 마음의 평화가 나의 길을 찾아감에 있어 맛보게 될 그리고 맛볼 그런 응당 있어야 할 평화인 것인지, 목표라고 두고 걸어왔던 것들을 이루기위해 마땅히 거쳤어야 할 그 모든 스트레스원으로부터 벗어남으로 인해 맛보게 되는 일시적인 안락함인 것인지 그 구분이 모호하다는 것이 한가지 불안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생각해보면, 아마도 그 둘의 상황에 따른 차이는 느껴지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순수하고 담백한 이런 상태의 평화로움, 그 길에도 앞으로 내가 가야할 일이 아직 엄청 남아있는게 보임에도 불구하고 기쁨으로 차오른다면, 일시적인 스트레스 상황을 회피하는데서 오는 잠시의 해방감은 아니지 않을까 위안을 해보기는 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그 누구에게라도 이런 마음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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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25 14:04:06 *.246.77.2
217일차 (5월 25일 / 수요일)

 4시,  알람소리 들림. 차차 알람소리가 들리는 시각이 빨라지고 있다. 다행이다. 출석하고 앉았으나 오늘은 책을 읽지 않고 하나 둘 포털뉴스를 읽다가 시간이 흘러가버렸다. 시절이 흉흉하다.

자살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생각하게 된다. 살아있는 것보다 죽는 것이 더 자신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할 때 사람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고 알고있다. 사람들을 더 이상 지킬 수 없는 상태가 되도록 몰아가고 잔인하게 까발리고 철저하게 유린하는 행위, 인간으로서 자신의 가치가 훼손되어버려 더 이상 복구가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 여겨지게 만드는 잔인성, 어쩌면 우리는 그런 무기 하나씩 품고 살아가는 것일까?

자신을 지키는 것은 자신의 몫이겠지만, 살다보면 그렇게 되지 않을 때도 있다. 누군가의 보호가 필요한 때, 그와 나 아무런 얽힐 연고가 없지만 그를 위해 변호할 수 있는 그런 품위있는 인간이 이 시대에는 많지 않다. 5월이 돌아오면 자신의 죽음을 향해 한 발 한 발 걸어올라갔을, 신 새벽 코 끝을 파고드는 현실의 초목을 두고, 걸어온 삶과 저 멀리 보였을 하늘과 온갖 것들을 등지고 허공으로 몸을 날렸을 한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눈부시게 빛나는 오월을 두고 돌아서는 그 마음이 말이다. 사람이 살아 있을 때에야 우리에게 의미란 것도 있기마련, 그러나 어쩌면 살아서는 모자라 죽어서야 자신의 모습으로 뿌리내릴 수 있는 운명으로 이 세상에 왔다간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사람들의 자살소식은 마음을 뒤숭숭하게 한다. 새삼 인간의 삶과, 살아서 이루고자 하는 꿈과, 그리고 마치 영원을 담보할 듯한 나의 계획, 성장하고 살아가야하는 우리들의 행진이 불쑥 김빠지게 만드는 것 같다. 

신발 툴툴 털고 가던 길이야 걸어가겠지만 돌더미에 걸터앉아 바라보는 주변이 그 자리 그렇게 있을만한 이유로 존재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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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25 14:11:45 *.246.77.2
우리반 발야구 우승했다.
체육으로 우승하긴 정말 첨이다.
내가 아니라 애들이 뛴거다.
애들에게 으시댔다. 나 쫌 가르쳐!!! 라고 하면서 거만하게 굴었다.
나는 좀 그래도 된다.
정말 너무 멋진것 같다.
어우~ 이 눔의 실력이란 ....... ㅋㅋㅋ
애들에게 설레임 하나씩 앵겨 주었더니 돈이 휙 날아갔다.
짜식들 좋아 죽더라.

근데 줄넘기는 꼴찌에서 2번째다.
꼴찌가 아니라고 다행으로 생각하더라.
발야구에 정신팔려 줄넘기는 신경을 안썼더니 그렇게 되어버렸다.

기쁘다 해야할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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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27 09:00:14 *.246.77.2
218일차 (5월 26일 / 목요일)

 학교가 어수선하게 할 일이 많으니 독서의 즐거움이나 간절함조차도 슬금슬금 잊혀져가고 있다. 예전, 해야만 하는 일이었을 때는 기한을 맞추어 해 내야 했기때문에라도 밤을 새워 하던 것들이, 지금은 그렇게 급할것은 없는 상태가 되어서인지 한결 여유로워졌다. 정말로 여유로워진 것인지 아니면 안이해진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한 이틀 복잡한 학교일에 밀려 책읽기를 잘 하지 못한 것만은 확실하다.

사람의 변화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되짚어 보게된다. 20여년 전 융을 배우면서, 그의 말대로라면 인간이란 어떻게보면 나날이 성장하고 결국은 가장 완전해진 상태로 생을 마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참 멋진 이론을 우리에게 던져주었다고 생각했다. 내 안을 돌아보고 모가 난 부분을 하나하나 두드려깨는 작업, 하긴 이런 작업이래야 결국은 혼자만의 생각과 성찰 속에서 고요하게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그런 일을 통해 결국 인간이란 자신의 가장 훌륭한 상태로 노년을 거쳐 삶을 마감할 수가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우리의 생은 살면 살수록 좋은 것이라 여겼다. 점점 더 편안해지고 점점 더 관대해지고 세상을 품을 수 있는 그릇으로 변화해가니까 말이다.

그러나 문득, 그게 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마주하게 된다. 열심히 살아왔다는 것을 알지만, 나이듦의 감옥에 갇혀버린 한 사람의 모습은, 찬란했던 그의 과거의 환영과 오버랩되어서인지 믿겨지지 않는 구석이 있다.

단지 열심히 산다고 되는 일이 아닌 것이다. 삶의 방향성과 인간에 대한 성찰없는 삶을 산다면, 그건 어쩌면 나의 미래의 모습이 아니라 누가 말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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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27 09:47:15 *.246.77.2
219일차 (5월 27일 / 금요일)

 4시 20분에 눈을 떴는데 일어나지 않고 잤다.
순간 생각했다.
'아직 20분이니 시간이 넉넉하다.'
다시 눈뜨시 6시 넘어있다.

이로써 알 수 있다. 무의식상태에 잠긴 나의 본능이란 넘이 훈련되지 않은 상태로 방목되었을 때 얼마나 나를 망치기 좋은 성질의 것인지 말이다.
생각을 다잡고 긴장을 할 필요가 있다. 
 
일 년에 걸쳐 나를 거쳐간 변화의 바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어마어마한 변화를 겪으며 혹은 만들어내며 걷고 있다. 타인의 안위보다야 자신의 안위에 충실한 우리들의 모습으로 볼 때, 나의 변화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다. 작년 아티클 쓰기 시작한 때를 기점으로 오늘까지, 나는 변화의 중심에 서 있었고... 되돌아보면 결국 그 변화를 즐기는 자신을 발견한다. 어떤식으로 흘러갈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 어떤 결과든 내가 받아들일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리라.

나를 위해 열린 길이 있다고 믿고 싶다. 그리고 내가 현재, 방향을 튼 지금 여기에서야 그 길로 들어서는 것은 이유가 있어서이다. 아마도, '지금까지의 삶이 녹아들어간 나' 여야만 비로소 걸을 수 있는 길이지 않을까 싶은 것, 그것이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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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진
2011.05.27 12:54:58 *.226.218.139
멋진 누님! 병진이에요.
개인적으로 얼마 안 남은 박사학위는 따셨으면 좋겠다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결정하지 못하거나 마음만 먹고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눈물로 뒤범벅 되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경험도 많으시고 내공도 깊으시니 제가 뭐... ^^
그냥 나 아는 사람이 박사야...라고 얘기하고 싶어서요. ㅎㅎㅎ

내일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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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27 14:19:41 *.246.77.2

어머~~ 병진! ^^
잘 지내고 있습니까?

그대와 나도 참 인연이 있습니다.
만들어지게 되어 있는 것인지 혹은 만들어가는 것이 인연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 모든 것을 뭉퉁그려 우리들의 만남은 아마도 보통은 아니다 싶습니다.

그대를 만나게 되어 좋습니다.
그대들을 모두 만나게 되고 알아가게 되는 세상이 좋습니다.
또 그대가 나날이 편안해지고 넉넉해지는 마음으로 세상을 보게되는 것을 볼 수 있어 그것도 기쁩니다.

젊은 그대들에게 많은 것을 배웁니다.
그리고 더 많은 것들을 배워갈 것입니다.
좋은 사람들로 내 곁에 와 준 그대들이 참 고맙습니다.

소풍에서 우리가 만났지요?
참 좋고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런 소풍이 가만히 보니 내일입니다.
밤을 새워 많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그런 날이 우리곁에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내일 만나도록 합시다.^^
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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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29 22:54:47 *.246.77.2
220일차 (5월 28일 / 토요일)

 공지가 난 그 날부터 수첩에 적혀져 있었던 소풍, 사촌 동생의 결혼식날, 그래서 엄마와 동생 조카가 지방에서 올라오는 날, 그리고 수업없는 토요일이다.

세미나 있어서 결혼식도 참석 못한다고 식구들에게 미리 공지해서 동생이 엄마모시고 왔다. 생각해보면 참 이기적인 처사이긴 하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을 위해 내 일을 희생하고 그들을 원망하는 것보다는 내 일을 하고 미안해하고 욕 먹는게 마음 편하다고 생각하는 주의다. 식구들이 보기엔 야멸차다 생각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고 그런 일에는 어지간히 이골이 나 있는 터이기도 한다. 원래가 그렇게 다정다감한 성격이 아니라 고쳐야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어느순간 내 성격대로 사는 게 순리라는 그런, 오직 합리화에 충실한 이유를 구실로 편하게 산다. 그래도 손톱만한 양심은 있어 결혼식 들러서 식구들 얼굴 다 보고 소풍엔 늦게 가기로 했다. 그러고보니 그러면 되는 것을 그 생각을 미처 못했다. 머리가 나쁘다.

식구에 대해 생각하고 가족에 대해 생각하고 타인에 대한 이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내가 무엇을 바라며 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으며 그들이 내게 바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타인에게 어지간한 기대도 하지 않는 내 성격엔 타인역시 내게 그런 기대를 갖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기본으로 깔고 사는데, 사람들은 그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내가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만큼만 하듯이, 나 역시 타인이 나를 이해할 수 있는 만큼 이해하는 것에 대해 마음쓰지 않는 것이 마땅하고 또 나는 그럴 수 있다. 다만 타인들 역시 그들 마음 추스리는 것은 그들의 몫이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 한들 우리가 그 것까지 책임 질 수는 없다. 어떻게 받아들이냐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역량인 것이고 자신의 책임이고 몫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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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29 23:12:52 *.246.77.2
221일차 (5월 29일 / 일요일)


 가는 길은 막히지 않았다. 엄청난 내향성의 나, 더구나 친한 꿈벗도 못가게 된 소풍, 왜 거기엘 가야했을까? 이유는 단 하나다. 사부님을 뵈어야 할 것 같아서였다.
 
도착해서 짐 놓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니 사부님이 오신다. 인사를 하니, "어 국향아 니가 왠일이냐?" 하신다. 놀랍다 내 이름을 그렇게 친근하게 부르시다니. 하긴 그러고보니 커다란 이름표를 달고 있기는 했다. "사부님 뵈려고 왔지요".

저녁식사시간, 물컵에 물을 담고 있는데 사부님께서 지나가시다가 물으신다. "니 자리가 어디냐? 니 옆에 앉아야겠다" "병진 옆이요" 물들고 와보니 내 옆자리가 다 차있어 사부님이 뒷자리로 가셨다. 강의시간을 지나 바베큐 파티. 드디어 사부님이 내 옆에 오셨다. "뵙고 싶어서 왔습니다". "그래 뭔가 할 말이 있는 눈치더라" 그리고 많은 말씀들.......

다음날 새벽, 문자 출첵을 하고 책이랑 옷이랑 싸들고 가니 병진이 독서하고 있다. 어젯밤 사부님과 나눈 이야기들과 내 생각들이 뒤죽박죽이 되어 책의 내용이 단 한 줄도 들어오지 않는다. 강둑을 혼자 걸었다. 새벽에 일어나길 300일차를 맞지만, 한 번도 그 새벽에 몸을 담궈본 적이 없다. 귀 기울이니 흐르는 물소리와 거만하기 짝이 없는 어떤 새의 소리, 평범한 닭소리, 그리고 또 이름모를 온갖 새들의 소리가 들린다. 내 발걸음 소리만 빼면, 늘 이 시간이면 이래왔을 그들만의 그 시공간이 느껴지는 것 같다.

걸으면서 생각한다. 내가 왜 왔을까? 사부님은 어찌하여 내게 그리 말씀하실까?

또 걸으며 문득 나를 발견한다. 이제는 그 누구의 말에도 시선에도 얽매이지 않고 보다 자유로워지는 나를 말이다. 근래 복잡했던 일을 정리하면서 문득 사부님이 뵙고 싶었다. 항상 존경과 경외의 대상으로 자리하신 분이었다. 그런 분을 뵈려고 자발적으로 찾아온 나, 어쩌면 그 것이 가장 큰 가시적 변화인 셈이고 또 사부님의 말씀을 듣고 '아직 나를 잘 모르시는 구나' 라고 고민끝에 결론 내릴 수 있는 것도 어찌보면 대단한 변화와 발전인 것이다.

아침먹고 먼저 출발했다. 사부님을 뵌 이상 있을 이유가 없었고 지치고 마음도 복잡했다. 인사드리려 기다리다 사부님 뒷통수에 대고 인사를 드렸다. "그래 가라"  그리고 "학교 그만두지 마라" 가 헤어지며 하신 말씀이다. " 왜 그러세요~~^^"도 내가 던진 말이다.

오면서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금 복잡해지기도 하고 나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지기도 했다.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가보기로 한다. 죽이되어도 상관없다. 일 할 수 있는 힘이 남아있는 내 생의 마지막까지 학교에 매여있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은 학교를 떠나지 마라고 하시는 사부님의 말씀에도 여전히 자신에게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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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31 01:01:33 *.121.41.237

이렇게도 구구절절 진심을 담은 말을 누군가로부터 듣다니. 살다보니 제게도 그런 날이 오는군요.^^
참 고맙습니다. 마치 자신의 일인양 걱정하는 마음, 조금이라도 도움을 보태고 싶은 마음..... 아무나 해 줄 수 있는 말은 아닙니다. 그래서 더 감사합니다.

예, 성우님.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우님 쓰신 글 읽으며 무엇인가 하나의 생각이 퍼뜩 스쳐지나갑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줄 알겠고 사부님께서 하신 말씀이 어떤 것인줄도 알겠습니다. 서로 다른 길을 가는데 성우님과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 가고 있네요. 그래서 안타까우셨겠구요.^^

" 순수한 기쁨이던 목공을 하기 위해 저는 거기다가 회사에서와 마찬가지로 껍데기를 붙여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기쁨이 아니라 짐이었지요. 산새들과 초록빛 산을 즐기며 가벼운 배낭 하나 메고 갈 길을, 지름길을 놓기 위해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진정 떠날 때가 되면 앉았던 자리를 훌훌 털고 무수한 다짐도 필요없이 떠나게 될 거라고... 떠나는 것은 과거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의 시작점에 있는 것이라고... "


무슨 말인줄 알겠습니다.
고민하고 생각하겠습니다.

소풍에서 제게로 온 글귀는
 "내면의 빛나는 강점에 기대어 매일 나아가라" 였습니다.

그리고 병진에게 졸라서 하나 더 얻어낸 글귀는
"힘들 때마다 '스승이라면 어떻게 했을까?'하고 내심 물어볼 그분을 얻어야 한다 스승을 넘고 스스로를 넘어 더 큰 세계에 자신을 접속해야한다." 였습니다

이 구절들이 내게로 온 이유는 올 만한 이유가 있어서 일 것입니다. 수많은 글귀들 새겨넣고 만드시느라 정말 공이 많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정성어린 선물 고맙습니다.

함께 걸어갈 수 있는 벗이 있어 좋습니다.
성우님과 함께 걸을 수 있어서 참 고맙고 기쁘고 좋습니다
성우님도 화이팅입니다.
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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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총각
2011.05.30 21:17:13 *.123.218.237
이웃집 총각 최성우입니다. 단군을 오래하면 할수록 댓글 달기가 조심스럽습니다. 단군2기에서는 한분한분의 글이 꽤 쌓이는 것을 보고서야 글을 달 수 있을 듯 합니다. 카오스 이론을 아시나요? 일명 나비효과라고 하죠. 홍콩에서 나비가 날개짓을 하면 미국에서 허리케인이 일어난다는... 그 카오스 이론에는 프랙탈 모형이 나오더군요. 부분이 전체를 닮아간다는 이론...

국향님의 걸어온 길이 국향님만의 것이듯, 제가 걸어온 길 역시 저만의 것입니다. 그러나 '길'이라는 속성에서 우리는 '길을 걷는다.'라는 같은 행위를 하고 있지요. 더군다나 '자신만의 꿈을 향해 걷는다.'라는 유사함을 가지고 있어요.

사부님은 자신의 꿈을 위해 저희보다는 좀 더 멀리 걷고 계시고 그 길 전체를 조망하며 국향님의 길을 바라보고 계신 것은 아니었을까요?

제가 이렇게까지 말씀드리는 이유는 비슷한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많고 모르는 것 또한 많지만 사부님과의 만남은 시간이 답을 해주는 듯 합니다. 우둔하여 사부님이 애기하시는 바를 그때 그때 이해 못 하지만 시간이 흘러서야 그 의미를 깨닫을 때가 많습니다.

저 역시 회사를 당장 때려치우고 싶을 때가 많았습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책장을 치고 사표를 화면에 띄워놓고 있었지요. 조금이라도 빨리 그만둘려고 사업을 할려고 이리저리 뒹굴며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사부님께 여쭈었습니다. '이렇게 요렇게 일을 벌리면 되지 않을까요?' 등등등...수많은 애기를 짧은 시간에 거침없이 쏟아냈습니다. (그게 불과 한달전입니다.) 고기가 굽히는 걸 보시던 사부님의 한 말씀..'목공은 취미로 하거라' 이 무슨 알 수 없는 말씀인지...

그러나 곰곰히 생각하고 알았습니다. 순수한 기쁨이던 목공을 하기 위해 저는 거기다가 회사에서와 마찬가지로 껍데기를 붙여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기쁨이 아니라 짐이었지요. 산새들과 초록빛 산을 즐기며 가벼운 배낭 하나 메고 갈 길을, 지름길을 놓기 위해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일에는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을 이제는 압니다. 그 모든 것들은 이미 사부님이 예전에 저한테 애기하셨고 책에 써주셨던 내용들이었습니다. 다만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해 봅니다. 저한테는 떠난다는 것은 부정적인 의미에서도, 긍정적인 의미에서도 쉽지 않다라고... 진정 떠날 때가 되면 앉았던 자리를 훌훌 털고 무수한 다짐도 필요없이 떠나게 될 거라고... 떠나는 것은 과거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의 시작점에 있는 것이라고...

소풍 때 국향님이 고른 나무 자석에 씌여있던 문구는 무엇이었나요?

지금 걷고 있는 길은 국향님만의 길이기에 괜히 쓴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만...이왕 쓴 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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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31 11:26:59 *.246.77.2
222일차 (5월 30일 / 월요일)

 새벽에 일어나 출석하려는데 사이트가 열리지 않았다. 들락날락 10여분을 한 후에 할 수 없이 성희님께 구조문자를 보냈다. 평소에도 한 번에 열리는 적이 없기 때문에 되겠지 되겠지 했는데,...... 참 희안한 날이었다. 다른 사이트는 열리는데 변경연만 안 열려 학교도 일찍 도착했다. 궁금해 죽을 지경이었기 때문이었는데 심지어 학교에서도 안열렸다. 나중에야  한바탕 소동의 원인을 알게 되었지만, 나름 흥미진진한 게 재밌었다. ㅋㅋ 그러고보면 나는 아직도 일상에서 벗어나는 걸 좋아하는 유아틱한 면모를 지닌 미성숙한 어른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제 소풍에서 일찍 돌아와 낮잠을 잤고 심지어 저녁 잠자리에 일찍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몸과 마음이 맑지가 않다.

몸은 마음을 나타내는 거울같다.
마음이 탁해지면 몸도 탁해진다.
머리도 탁해져 읽는 글귀는 단지 종이에 씌여진 글자로만 알게된다.

내 정신을 맑게 할 필요가 있다.
학교일이 이번 주엔 긴장의 연속이다. 그래서 더 피곤하다.
이번 주가 빨리 지나가야 한다.
그리고 복잡한 생각도 좀 정리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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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5.31 11:47:40 *.246.77.2
223일차 (5월 31일 / 화요일)

 알람소리에 눈떴는데 다시 감았다.
그리고 지각했다.
머리속으로 오늘이 몇 번째인가 헤아려보니 세 번째이다.
아직 짤리지는 않겠구나 생각하며 겨우 일어나 출첵했다.
평소보다 한시간이나 늦어 일어났다. 그것도 겨우 일어났다.
머리가 너무 무겁다. 골치가 아픈게 아니라 머리 무게가 너무 나간다 싶었다.
든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왜 이리 무거운 것일까?

몸이 천근만근이다. 약을 먹고 잤더니 완전 약에 취했나보다.
마음도 깔리고 몸도 깔리고 일은 많고 기운은 안나고 뒤죽박죽이다.
빨리 학교 일이라도 끝났으면 좋겠다.

출첵하고 다시 누웠다.
약기운인지 일어나지질 않는다.
200일차 처럼 되기 싫은데.

일지를 보니 성우님의 답글이 달려있다. 애정과 진심어린 조언.
그런 말 앞에 마음이 조금씩 맑아진다. 흐릿하던 구름도 조금은 걷히는 것도 같다.
그래서 벗이라 이름하나보다.
나는 제대로 된 벗이 아닌데 남들은 참 좋은 벗이 된다.
그래서 여럿이가는 것이고 그래서 배워야하리라.

요즘처럼 바쁜 일상 속에 내 꿈이 흔적없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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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6.01 10:30:01 *.246.77.2
224일차 (6월 1일 / 수요일)

 일어나도 몸이 무겁다. 공부방으로 건너가 앉았는데 다시 눕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약해지는 자신의 모습에 어지간히 실망을 느끼며 펴 둔 책을 향해 돌아앉았다.

밖은 비가 내리더니 아예 천둥까지 쳐대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빗소리가 크다. 아주 세다. 이렇게 비가 올 줄 알았으면 지하에다 차 대놀걸...싶다. 딸내미 비 안맞히려면 먼저 차를 빼서 실내로 가져오고 거기서 태워야겠다는 나름 모성지극한 계획도 세워본다. 누가 보면 참 좋은 엄마라고 할거다 아마. ㅎㅎ

쏴~아 하고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마음이 차분해진다. 어제 대학원 행정실에서 전화가 왔다. 며칠 전부터 연구계획서 마감일이라고 ^^적힌 문자가 오더니만 결국 아는 과후배가 보낸 것이었던가보다. 어제가 마감일이라 지켜보고 있다가 전화했다. 고맙다.
" 지도도 받지 않았고 진행 된것도 없어서 이번에 안낸다."란 말로 맺었다.
"예~ 그럼 다음 학기에 뵐게요~"
" 네 그래요~^^" 

전화를 끊고나서 논문이 쓰고싶다는 마음이 불쑥 생기는게 이상했다. 놀아봐도 별로 재미가 없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그 넘의 회귀본능이란 것이 그리 이끄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근래 며칠은 그런 마음이 슬쩍 비치곤 한다. 어지간히 쉬었나 보다 싶기도 하지만 아직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논문을 끊으니 하고싶었으나 할 수 없었던 일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꿰어지는데, 이것도 어쩌면 한순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성우님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무엇을 말하는지 알 것 같은데, 또한 그런 것일지 생각해보는 시간도 내겐 필요하다.

읽던 책을 읽었고, 지나간 문장을 다시 읽어보면 그 문장이 지닌 많은 의미들을 알아 챌 수가 있다. 읽던 책을 반드시 마무리해야 다른 책을 읽을 수 있다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정해둔 고정관념을 깰 필요가 있다. 보다 자유롭게 책읽기를 시도하고 즐겨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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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6.02 08:45:30 *.246.77.2
그러게요.
어떤 마음으로 그리 말씀하신 것인지 곰곰이 생각하고 또 제 마음을 들여다보려 노력중입니다.
잘 지내십니까?
못 뵌지 한참이 되었네요.

열심히 살다가 다음에 또 뵈어요.
다음에도 재밌는 이야기 많이 하구요.^^

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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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
2011.06.02 05:50:03 *.111.222.26
국향님!
사부님께서 왜 "그만두지 마라" 그러셨을까요?
그 의미를 알 것도 같고, 또 모를 것도 같네요.
어떤 일을 결정하고, 선택하고, 책임지는 것, 그것을 자신이 해야하기 때문일까요?
누구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 나의 결정, 나의 선택, 나의 책임이어야 하므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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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6.03 09:32:11 *.246.77.2
225일차 (6월 2일 / 목요일)

 전날 늦게까지 박샘과 이야기.
사람에 따라 같은 상황에 대한 이해가 다르고 해석이 다르며 대처양식이 다르다. 또한 그들이 나에 대해 던지는 조언에도 차이가 있다. 결국은 나에 대한 공감의 정도 이해의 정도 환경에 대한 충분한 숙지 후에 가질 수 있는 생각이기때문에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 양식에 차이가 나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그들의 현장에서 숙성된 시야로 나를 재단해 내는 그들의 견해가 참신하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나이가 들면서 주변에서, 적어도 그들의 의견을 들을만한 사람들이 하나 둘씩 생겨가는 기쁨.  크다.

아직은 쉬라니 쉬어보자. 내가 어디로 가는지.
주~욱 쉬다가 그대로 호호 할머니가 되지만은 않길 바란다.

적어도 나대로 산다는 길에 들어선 것이, 그 길이 열정과 노력 끝에 얻은 기쁨으로 충만한 길이 아니라, 단지 그 길을 만들어내기 위한 또 다른 굴레로 씌워진 길이 아니기를 바란다.
적어도 그런일이 일어나도록 만드는 것은 미련하고 우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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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6.03 09:56:03 *.246.77.2
226일차 (6월 3일 / 금요일)

 어제 퇴근 후 광명역에 차 놓고 대구 갔다. 제사.
새벽 4시 천안에 도착해 자고 아침에 천안에서 광명역, 차 찾아서 학교 출근.
몰골이 말이 아니다. 무슨 난민도 아니고, 옷도 머리도 표정도 거의 꾸질꾸질 한 것이, 워낙 아무데다 던져나도 스스로 빛나는 나나 되니까 그런대로 봐주는 거지 원 ㅎㅎㅎ.

그래도 천안안산역에서 커피 하나 사서 마시며 멍한 나를 깨워 기차타고 20분만에 광명역 내렸다. 객실 안은 또 다른 세계. 나야 하루 대충 땜질하는 출근객이지만 객실은 나름 멋을 낸 직장인들의 일상이 묻어나는 공간이다.

나와 또 다른 공간에 속한 그들의 삶을 잠시 상상해본다. 내가 발 딛고 있는 공간이란 것이 각자가 얼마나 다른 것인가? 그 속에서 차이란 것이 잉태되고 자라고 숙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잊지 않아야 할 것은, 상이한 환경에 처한 인간의 삶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 속을 관통하는 삶의 진리 혹은 순리라는 것은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단지 그 것이 구체화될 때도 있는 것이지만 보통은 그것을 읽어내는 눈이 있는 사람들의 통찰에 의해 읽혀지는 코드로 존재한다는 것.

이래 저래 짧은 20분의 시간 속에서 커피 마시랴, 인간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수준 높은 내가 되랴, 그들의 일상을 상상하랴, 또 순간순간 떠오른 일정들을 메모하고 휴대폰에 추가하느라 나름 바쁜 아침이었다.

새벽에 도착해서 잠깐 눈붙이기 전에 대출 문자를 보냈다고 좋아했다. 그걸 생각해 낸 내 머리에 대고, '야~ 역시 나는 천재야'를 연발했다. 그리고 번쩍 6시 45분에 눈떠서 기차역으로 갈 준비를 했다.

그리고 휴대폰을 뒤지다가 알게 되었다. 대출 문자를 보내다가 13글자를 못찍고 9글자만 찍고 잠들었다는 그런 슬픈 사실을.... 난 분명 보냈는데 문자판에 요렇게 찍혀있었다.

"대출부탁드립니다. 천.... "
ㅎㅎ
일어나 활동할 걸 활동하다 잠들려니 그런 일이 생기는 건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아~ 역시 하늘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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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6.04 13:00:49 *.121.41.237
227일차 (6월 4일 / 토요일)

 출첵을 하는데 제목이 '연휴'다. 아~ 일반인들에게는 연휴로구나 싶었다. 연휴인줄도 몰랐다. 그냥 단지 오늘은 학부모 공개수업이 있는날일 뿐이다. 어제 카메라 잭이 없어서 사진폴더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와서 새벽에 일어나 학급 아이들 사진 모아서 정리했다. 그리고 중국 출장건으로 짐싸는 신랑이랑 이야기하다 왔다리갔다리 휙휙 지나가는 영화보다 어수선한 새벽을 보냈다. 수업만 끝나면 할 일의 목록을 주루룩 적어두었다. 뿌듯하니 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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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6.04 13:03:04 *.246.77.2
공개수업 끝났다.
잘 진행되었고 잘 끝났다.
속이 시원~~~하다.
교실이 만원이었다. 33명중 3명 빼고 부모님이 오셨다. 심지어 아빠까지 온 친구도 여럿이다.
지대한 관심이다.

33명 중의 한 명, 그러나 알고보면 단란한 가족의 이쁜 아기들.
사랑스럽다.
감동이 벅차오른다.
그들의 삶에 그들의 모습에.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감격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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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6.06 19:45:16 *.121.41.237
228일차 (6월 5일 / 일요일)

 공개수업 이후로 미루어 두었던 2차 세미나 과제를 펼쳤다. 1차 세미나는 많은 용어들이 혼재되어서 그런지 개념을 잡기가 쉽지않다. 용어에 대한 명확한 정의, 그리고 한 용어는 그 경우를 대변하는 개념으로 지속적으로 쓰여야한다. 한가지 개념을 두 가지로 쓰면 혼란스럽다. 난 아직도 헷갈리는게 있다.

과제를 하려고 펼쳐본다. 젠장, 너무 오랫동안 손을 놓았던터라 세미나자료를 전부 다시 읽어야 했다. 또 뒤죽박죽이 된다. 세미나자료를 파일별로 철 해 두지 않은 나를 보고 놀랐고 또 자책했고 약간 실망했다.
갈수록 판단력이 떨어지고 있다. 자료 뒤져 읽고 정리, 그리고 결말없음이 오늘의 새벽활동 내용이다. 오늘은 쉴란다. 종일. 생각해보고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응모한 도서교환권이 당첨됐다고 받으러오라는 날이 오늘까진데, 생각해보고 갈지 말지. 거기까지, 멀다. 5만원이랬는데.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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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6.06 20:16:45 *.121.41.237
229일차 (6월 6일 / 월요일)

 과제하던 것 다시 펼친다. 승완님 샘플따라 적어나가는데, 쉽지 않다. 경력직업, 천복직업, 재능직업 구분하고 적어넣는 것 까지는 했는데 이 넘들을 관통해 흐르는 나의 친직을 캐치해낸다는 것은 명석하지 않은 내 머리로는 어쩌면 불가능한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자료 뒤지고 읽고 적고 나의 히스토리를 뒤집어 보아도 여전히 천직명을 만들지 못했다. 세미나 가기 전에 만들어나 질지 의문이다.

하기 싫다고, 때려칠거라고 했던 학위도 가족치료도 다시금 하고싶은 마음이 생기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번엔 그냥 지켜보기로한다. 휘몰아치던 감정이 걷히고 난 자리, 그 자리에 내 이름으로 살아온 무엇이 남아있는가를 되짚어보게 된다. 하지 않겠다고 던졌던 3가지, 그 이외엔 보이지 않는다. 이런 아이러니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겠다.

학교는 2년 뒤면 떠나고 싶다는 마음에는 흔들림이 없다. 그러나 학위를 마무리 짓고, 가족치료 훈련을 받고, 거기에 하나 더 추가 해 글을 쓰는 활동까지는 하고 싶은 영역이다. 하지만 이번엔 좀 더 냉정하게 한발자욱 떨어져서 생각해보리라 생각한다. 

두 달 동안 너무 홀가분하게 살았다. 해야하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삶이란 것이 그렇게 새털처럼 가벼울 수 있고, 아무런 압박감과 무거움에 짓눌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신기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홀가분함이었다. 다만 날이 갈수록 이렇게 살아도 좋을 인생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것만 빼면 완벽했다.

"니가 상처를 받았구나" 소풍에서 만나뵈었던 사부님의 말씀이었다. 난 아니라고 말했고 단지 내 길이 아니어서 내 앞에서 문이 열리지 않았으며 이제는 다른 길로 가라는 신호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문장은 어쩌면 나를 아끼는 몇몇에게서 지속적으로 들었던 말이었다. 처음엔 내가 먼저 상처받았다했지만, 타인의 입에서 그 소리를 들을 때는 부정했다. 내 길이 아니라고 규정지었다. 그래야 나를 보호할 수가 있다. 

사부님께 여쭈어보았다. 평범한 삶에서 비범한 삶으로 도약하기 위한 첫번째 관문, 그 깨달음이란 것에 대해서. 나에게 온 깨달음이 진짜 깨달음인지 단지 내가 의미부여한 유사 깨달음인지 기준이 뭔지. 사부님음 말씀하셨다. "분명치가 않다" 

내내 궁금했다. 내 길이 아니어서 내 앞에서 닫히는 문과, 내 길에서 만나는 역경을 구분하는 방법이 뭔지에 대해서. 지금도 그건 궁금하고 또 혼란스럽다. 그렇게 모질게 아니라고 만천하에 대해 선언하다시피 해 놓은 나의 언약을 가벼이 여기고, 두 달이 지난 지금 예전의 나로 슬금슬금 회귀하려는 이 마음은 과연 무엇인가? 내가 나를 겁내어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숨어들고자 했는지도 모르고, 또 어쩌면 한 번의 실패에 그 길이 내 길이 아니라 야단법썩을 떨면서 쉽게 포기하는 내 성향을 보여준 것에 지나지 않는 일인지도 모른다. 

모든 일은 한가지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면을 포괄하고 있고, 싫어도 그 일에 속해있는 다양한 일을 해 나가는 게 그 일을 하는 것이란, 지극히도 단순한 진리를 어쩌면 인식조차 하지 못한채 미성숙한 삶을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이 말은 내가 원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하더라도, 내가 그 일만을 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내가 하고싶다고 하는 그 어떤 일에도 그 일을 원활하게 하기위한 기타의 일이 병행될 것이란 소리이다. 멍청하다는, 자신에 대한 자책섞인 비난이 스스로를 물들이는 오늘이다.

이 번 주는 세미나 과제에 올인해본다. 이후 내 삶의 30년 이상을 나를 기쁘게 할 일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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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6.07 01:19:47 *.121.41.237
블로그를 너무 패대기 쳐놨다 싶었다. 오늘 둘러보니 오로지 단군일지 올린 거 밖에 없다.
내가 헤매니 블로그도 길을 잃었나보다.

내가 누군지 다시 알게되면 내 영토도 할 일을 찾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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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6.06 20:24:31 *.121.41.237
늘어져 낮잠을 자다가 퍼뜩 생각이 들었다.
포도단식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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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6.07 10:32:24 *.246.77.2
230일차 (6월 7일 / 화요일)

 새벽 2시에 취침.
누워도 밤새 잠 못 들고 뒤척거리다가 4시 50분 알람에 겨우 눈떠서 출첵은 했다. 책을 들고 앉아야하는데 눕고 싶어 누웠다. 바로 잠들었다. 눈뜨니 6시 50분이다. 2시간 잤다. 연휴기간 동안 시체놀이 집안에서 뒹굴고 낮잠을 잤더니만 이런 참담한 결과를 초래했다. 리듬이 완전 망가졌다. 이러다간 큰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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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6.08 14:17:21 *.246.77.2
231일차 (6월 8일 / 수요일)

 어제 6시 30분 퇴근
오다가 거름 두 푸대 사서 트렁크에 실어둠
문화센터 수업 7시 30~ 9시 40분, 빡시게 들었음. 이건 완전 취미로 해야할 것이란 강력한 예감
오다가 시장보기 10시 10분, 두부 2개 요플레 6개 구운소금 1봉지
경비실까지 왔다가 되돌아가 산오징어랑 멍게 삼
집에 돌아오자마자 먹기 그 때 시간 10시 40분 넘음, 그리고 기네스 맥주 몇 모금
씻음
책상 앞에 앉으니 던져둔 거름 생각이 나서 베란다에서 낑낑거리며 분갈이 11시 45분에 끝남, 오이 5포기, 고추 10, 토마토 3, 들깨 3, 토란 1포기에 거름 2봉지. 그 사이에 아저씨가 조금 준 한 숟갈의 비료도 뿌려서 흙 덮음
그리고 돌아와 오늘 회 먹느라 놓친 드라마 한 편을 돈 주고 다시보기하느라 1시간, 1000원 휴대폰 결제.그러고 나서 이것 저것 들여다보니 새벽 1시 30분. 내 살다살다.... 2003년 다모 이후 돈 주고 드라마 보긴....지금은 재미있어서 보다는 단지 생각하는 게 너무 버거운게 원인인 듯함.

눈뜨니 4시 50분.
출첵 분명히 했는데 또 눈뜨니 내가 침대에 누워있다.
완전 밤이 일그러지니 새벽활동도 일그러졌다.

오늘 학교에서 세미나 숙제 하느라 용 좀 썼다.
나의 방향이 이랬다저랬다 했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좀 더 숙고한 뒤에 풀어놓기.

아침에 일어나니 하루 저녁에 0.5키로가 늘었다.
그러고 밤 늦게 먹어대고는 뭘 바라는 거임?
나의 새벽활동은 며칠 새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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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6.09 06:54:14 *.246.77.2
232일차 (6월 9일 / 목요일)

며칠간 불안정한 리듬에서 벗어나려 어제는 10쯤 잠자리에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각했다. 처음에 눈 떴을 때 4시 40분이어서 안심했는데 또 눈뜨니 5시 11분이었다. 안심만하고 일어나지는 못했던 모양이었다. 언제까지 이런식으로 갈지는 알 수 없지만 내일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어지간히도 널을 뛰던 마음이 진정되는 기미가 보인다. 어제 오후엔 당분간 집중할 일에 대한 대강의 계획을 잡아보았고 하루를 4개의 큰 활동영역으로 구분해두었다. 아침에 일어나 지각을 했음에도 차분한 마음으로 출첵을 했고, 어젯밤 끓여둔 옥수수차를 한 잔 떠왔다. 어제 끓였음에도 완전 이상한 뒷맛이 감도는 것으로 보아 몸 상태가 신통치가 않은가보다 짐작해본다. 두 시간 지난 지금 마셔보니 물 맛이 말짱하다.

새벽활동으로 통합적 가족치료와 자기이해 교육과정을 타이핑했다. 중요한 내용인데 머릿속에서 완전 사라지기전에 파일화해 두어야겠다.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과정 중에 받은 수 많은 자료는 차치하고라도 수업 중에 들었던 중요내용까지 모두 정리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일단 아무 생각없이 가보기로 한다. 지금은 그게 하고싶고 해 두어야할 것 같기때문이다.
 
다시 돌아 가족치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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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6.10 08:59:33 *.246.77.2
233일차 (6월 10일 / 금요일)

어제 아침 하다 둔 통합적 가족치료와 자기이해 3차 교육과정부터 필사하기 시작했다. 다른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서 도움이 될 것도 같은게 이유긴 하지만, 실은 자기분석과정에 관한 내용이라 들은 내용을 되새김질 하고 싶기도 하려니와 강의를 이끌어주셨던 교수님의 주옥같은 말씀을 기억해두기 위해서라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들추어보니 내용이 꽤 많다. 모든 내용을 필사하는 것은 어려울 것도 같은데, 일단 필요부분 위주로 한다. 내용을 읽어가며 필사를 하니 수업에서 들었던 내용, 나눴던 장면들, 즐거웠던 기억들, 함께했던 서너명의 동기들이 떠오른다. 특히 강의를 진행하셨던 교수님에 대한 그리움이 진하게 느껴졌다. 내용은 읽는 것 마다 새롭다. 너무 오랫동안 관련 강의도 서적도 읽지 않았다.

다양한 책들을 읽어보지만 내가 좋아했던 분야의 내용만큼 나를 각성시키는 것도 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을 해야한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두어달을 놀며 보내는 것과 아무것도 할 게 없다는 생각으로 두어달을 놀며 보내는 것은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스스로 졌던 짐 말고는 달라진 것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나는 생각과 의식에 의해 지배되는 인간의 행동에 대해 여전히 무지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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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6.10 17:29:38 *.246.77.2

1차 2회까지 정리했다.
시간 남을 때마다 정리했다.
종일 했다.
보기보다 하루 중 자투리 시간이 많다.
손가락이 곱을 것 같다.
손가락에 열도 난다.
이러다가 죽는거 아닌지 모르겠다.

이제 짐싸가지고 운동하러 간다.
1:1 트레이너가 있는 곳인데 아마도 약 몇 3개월 뒤에 나는 ...지금도 인물 만만치 않은데 3개월 뒤에는 이거 감당못할 인물이 되는거 아닌지 모르겠다. ㅋ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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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6.11 09:02:59 *.121.41.237
234일차 (6월 11일 / 토요일)

4시 알람.
벌떡 일어남, 음하하하! 웬일인 것이여?
자다가 벌떡 일어났고 4시 알람이 귀에 들어왔다. 그럼 나도 이제... 4시 기상의 세계로? ....ㅎㅎ

달라진 것이라면, 어제 처음 바디 클리닉이란 델 가서 체력 테스트를 겁나게 하고 생전 해보지도 않던 운동이란 것을 흉내 한 번 내고 왔다는 거. 코치랑 사이좋게 마주서서 운동하는 기분, 음~~~ㅎㅎㅎㅎ

어쨌거나 1시간 운동을 하고 집으로 와 생전 먹지도 못하던 닭가슴살을 아무런 간도없이 상추에 싸서 먹었다는 것,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침에 몸무게를 재니 어제 아침보다 더 늘어나있었다. 내가 너무 많이 먹은 건지 아니면 부은건지, 아무튼 잘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방학 하기 전까지는 다녀볼 생각이다.

4시 일어나 출첵, 눈물 한 방울 넣어서 눈알이 잘 굴러다닐 수 있도록 지그시 눌러준 다음 본격적인 정리를 했다. 오늘은 1차 3회를 하고 있는데, 이 차시 교수님을 개인적으로 너무 존경하지는 않아서 그런지 그 내용이란 것도 영 맘에 와 차지를 않는다.

확실히 사람에 대한 신뢰 혹은 인상 즉, 대상에 대한 인식이란 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의심할나위없이 알알이 가슴에 와 박히는 새벽이었다. 그 교수님은 좋아하려고 마음먹고 좋은 점을 찾아야 거부감이 줄어드는 반면, 또 어떤 교수님은 그저 유치한 행동을 남발함에도 불구하고 수업시간이나 혹은 이야기에서 풍겨나오는 아우라는....... 무시로 툭툭 던지는 그 한마디가 내게 얼마나 큰 충격과 인식의 변환으로 작용했었는지 이루 그 수를 헤아릴 수가 없다. 워크샵에서, 내 논문 참고도서의 저자로만 알고있던 그 이름의 교수님을 마주하고 앉아서 점심을 먹었던 순간을 아직도 기억한다. 십수년이 지난 일이다. 알게되었고 가게되었고 가까이서 수업을 들었고 때때로 인정을 받았던 기억.

인정이라.... 이 것도 인간에게 기본적으로 지속적으로 충족되어야 할 조건이다.
인정을 받아서 가장 기뻤던 순간을 떠올려본다. 서너가지가 언뜻 떠오른다. 모두 다 내게는 중요한 사람들로부터, 권위자 혹은 어른들로부터 받았던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다. 그리고 그 때의 마음이 지금도 고스란히 느껴지는 원인의 뒤에는, 어쩌면 아무도 알지 못할 것이라 여겼던 나의 존재에 대해 누군가는 알고있었다는 충격이 강하게 작용했던 것도 같다. 어찌되었든 그 누구로부터의 인정이라도, 남이 나를 인정해준다는 것은 참 기쁜일인데, 나는 그 교수님에 대해선 약간의 사심이 섞인 판단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결과는 나에게 별로 이롭지 못하다. 그 교수님의 강의내용은 깊이가 없다는 나름 자만섞인 생각을 했었으니까 말이다. 지금 내용 정리를 하면서 보니까 그 때 더 열린마음이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그랬다면 그 교수님의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덜했을 것이고 더 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도 되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사실 이 모든 생각들은 일지를 쓰고 있는 사이에 의식으로 뛰어오른 넘들이고, 2시간 넘게 아무 생각도 딴 짓도 없이 내용에 푹 빠져 있었다. 기쁜 것 같지는 않지만 적어도 아무런 잡생각고 없었고, 시간이 흘러간 줄도 몰랐다. 기지개를 펴니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오늘은 놀토다. 학교 안가는 날 앗싸~라고 외칠 수 있는 날이다. 집에서 종일 이 것만 하고 앉아있을지 아니면 잠깐 외출이라도 하고 올지, 생각 좀 해봐야겠다. 나이가 드는 건지 밖에 나가는 것도 그리 좋지는 않다. 더구나 서울 시내는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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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6.13 08:45:03 *.246.77.2
235일차 (6월 12일 / 일요일)

1차 3회 정리 어제까지 마치고 오늘은 2차 1회 정리 시작했다. 경험적 가족치료 정리를 시작하면서 어쩌면 나는 공부에서조차 편식을 하고 있다란 생각이 들었다. 이론의 인간관과 철학적 배경에 동의하는 접근법을 사용하게 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런 흐름이긴하지만, 긴 시간동안 특정한 이론에 환호해 온 나의 이력은 다른 접근법에 대해서는 궁금증이 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뭐 어떻든, 긴 시간이 지나서 어느날 어떤 것들이 정리되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면, 그것은 그 나름으로 이유가 있고 정리되어야 할 의미가 살아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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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6.15 15:48:25 *.246.77.2

236일차 (6월 13일 / 월요일)

 정리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 자기가치감이 중요하다는 것, 인간 행동의 기저에는 자기자신으로 존중받고 자기가치를 표현하고자 하는 근본적 욕구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완전 맞는말임을 수긍하게 된다. 그러나 요는 그 방법상의 문제인 것 같다.

" 그들은 가족치료의 궁극적인 목적은 각 개인들이 자기가치에 대한 안정된 감정을 발전시킴으로써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개인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대상과 의사소통하는 방법으로서만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치료과정의 목표는 대인관계의 상호작용에서 상호존중과 신뢰를 할 수 있는 경험을 클라이언트가 직접 하도록 하는 것이다. 경험적 성장치료자들은 이와 같은 경험에 의해서만 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개발하여 발전시키고 강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Satir(1964, p. 1972)는 이와 같은 개염을 근거로 개인의 자기존중감정을 안정화 시키는 데 집중하였다.

 경험을 통한 성장을 중요시하는 SatirGestalt 기법, 심리극, 대면기법, 의사소통 훈련들을 잘 조화시킨 접근법을 사용하였다(piercy, Sprenkle, & Associates, 1986, p. 51). 그리고 조각, 비유, 심리극, 유머, 접촉 등의 기법을 능숙하게 사용함과 동시에 내면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정서적 지지와 따뜻함을 보여주고, 가족원들이 직접적이며 정직한 의사소통을 하도록 격려하며, 가족원들이 모험을 하고 감정을 나누도록 격려하였다. 이와 같이 직접적이며 지금-여기에서의 만남을 통하여 성숙한다고 믿었다. "

정리하던 인용문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그들이 말하는 것은 다 옳다. 다만 그 방법에 있어 나름의 접근법들이 취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상담가와 잘 맞아야 한다.

자신의 인간관과 철학적 배경을 함께하고, 그 치료방식에 동의하는 접근법이 가장 잘 맞는 접근법일 것이다. 각기 다른 사람들, 그들이 만들어 낸 접근법, 그래서 각기 다른사람들에게 제 각각의 치료자들이 방법론을 들고 들어가는 것.

그리하여 돌아가는 세상, 참 신비롭고 재미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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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6.15 16:20:17 *.121.41.237
237일차 (6월 14일 / 화요일)

 정리하다보니 예전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나는 학부 강의, 아는 샘은 야간 대학원 강의를 할 때였다. 그 샘이 갑작스럽게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대학원 강의 몇 번을 내게 부탁했다.

학부생과 야간대학원생들은 경험치가 다르다. 그래서 이해의 폭도 넓을 수 있지만, 나름 경험을 토대로 한 자신만의 가치관이나 대상에 대한 편견 또한 만들어지기가 쉽기도 하다.

이와 비슷한 부분 즉, 부모에 관한 신념에 관한 부분에서 납득하기가 어려워했다. 

"부모에 대한 신념과 가정: 부모는 자신의 부모에게서 배운 방법과 자신이 처한 상황에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자녀를 양육하고 문제들을 처리하기 때문에 부모의 문제해결방법을 비난하기 보다는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의 내용에는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자녀를 양육하고 문제를 처리한다고 되어있지만,  다른 곳에서는 '그들이 배운 최고로 좋은 방법으로' 와 같이 표현된 곳도 있다. 언뜻 넘어갈 수도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아동학대나 방임 등 효율적이지 않은 양육방법에 의해 자녀들이 당하는 고통을 겪는 것을 경험한 경우 상당히 이 말에 동의하기 힘들어하는게 사실이다. 적합한 방법이라니, 최고로 좋은 방법이라니...

구체적 설명을 통해 그 접근법의 입장을 전달하였지만, 과연 그 분의 역량으로 그 내용을 수용할 수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원망이 가득담긴 사람들일수록 강하게 드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우리는 부모에게 상당히 많은 부분 책임을 강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낳아 준 것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경지에 오른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부모이므로, 꿈도 접고, 욕망도 접고....아이들 낳은 책임이 있으므로 그들이 잘 살아가도록 해 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당연스럽게 믿어 의심치 않으며, 내 부모가 그리해주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나를 사랑해주고 제대로 키워주지 못한 부모에 대해 원망을 가득 담은 마음을 꼭꼭 숨기고 사는 지도 모른다.

  부모 역시 한 인간이며, 아이를 낳은 것도 그들의 선택이었고, 또한 그 시대, 그 때 당시 집안이나 자신의 형편, 주변의 환경, 배우자와의 관계, 시댁이나 친정과의 관계, 그 자신의 성숙정도, 성격, 경제력, 배움의 정도 등 그 모든 것에 근거한 판단에 의해 우리를 길러왔던 것일 수 있는 것이다.

  '아이를 낳아놓고 맘대로 안되면 팬다, 그러면서 어떻게 부모라고 할 수 있느냐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경험적 가족치료의 입장에서는, 그 부모 역시 변화하고 성장해나가기를 원하는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수 많은 욕구가 얼마만큼 충족 될 수 있었는지 혹은 가진 다양한 자원이 어떠한 정도의 것인지에 따라 그들이 취하는 양육행동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라는 의미이다.
 
어떤 부모든간에 지금와서 그 때 당시를 되돌아보면, 그 때 부모가 그런 이유로 그리했을 수 밖에 없었겠구나, 그런 표현을 쓴 데에는 그런 표현방법 밖에 달리 배운 것이 없어서 나에게 그리 대했던 것이구나 등등,  한 인간의 삶의 과정으로서의 부모를 이해할 수 있다면, 그런 감정을 경험할 수 있다면, 자신에 대한 가치감도 좀 더 상승할 수 있을 것이고, 만약 부모와의 사이에 미해결된 감정이나 문제가 존재할 경우에도 이러한 감정의 경험은 관계를 보다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겠다.

  내 전공 접근법은 아니지만 근본적 가치나 신념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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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6.15 16:35:10 *.246.77.2
238일차 (6월 15일 / 수요일)

 인간에 대한 생각에 있어, 인간이 보다 자유로운 존재라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옛날 옛적 프로이트에 대해 공부할 때, 부모님이 원망스럽고 하여튼....뭐 그런 마음이 들어서 스스로가 참 불행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알지도 못하는 시기, 5세 이전에 경험하는 세상에 의해 내 성격이 모두 결정되어버리고 그 성격으로 이후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하니.... 어찌나 원통하던지. 지금 생각하면 완전 복불복이란 이야기나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그러나 배우는 것은 참 좋은 것이다. 그거 하나에만 매여 있었으면 얼마나 마음이 힘들었을텐데, 그 이후 다가오는 여러 이론들은 꽤 매력적인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그 당시엔 실존주의에 바탕을 둔 이론들이 완전 매력적이었다. 로저스의 인간중심상담을 배울 때 교수님이 우리를 대상으로 조사를 해 보셨다. 결정론을 믿느냐? 70% 이상이 손을 들었다. " 너무 억울하지 않아요? 내가 알지도 못하는 시기의 경험이 나를 규정짓는다는 게? "

지성미와 인간미, 하여튼 세상에 있는 모든 미를 통틀어 매력이 철철 흘러넘치는 교수님이셨고, 그 목소리는 최고의 성우조차 저리가라 할 정도로 멋진 교수님이라서 그랬던 게 아니라, 그 말로 인해 나는 드디어 자유로워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여전히 인상깊게 남아있는 장면이다.

인간은 스스로 성장하고 변화해 갈 속성을 근본적으로 가지는 경향성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이 것 만큼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말이 어디 있을라고?.......요즘 정리하고 있는 경험치료 역시 실존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보니, 끊임없이 배워나가는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배우지 못했다면 배우면 되는 것, 우리가 문제를 볼 때 너무 심각하게 볼 필요가 없을 때가 있다. 얼마전 EBS방송에서 방영된 한 프로그램에 의하면, 인간의 뇌는 평생 배움에 의해 변화에 나간다고 했다. 그 말은 우리에게 변화와 성장이란 테마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아주 크다.

그건 그렇고, 요즘은 지각을 밥먹듯이 하고 있다.
지각이 너무 잦아서 마치 친구같다.
어찌해야 할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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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6.15 16:50:02 *.246.77.2
샘들은 연수갔다.
나는 불도 끄고( 너무 더워서) 교실에 남아 아이들 교지 원고 손보고 일지 작성해서 올린다.
문을 열어두어 바람이 잘 통할 것 같지만, 의외로 이 교실이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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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6.16 16:55:09 *.246.77.2
239일차 (6월 16일 / 목요일)

 알람이 울리면 반사적으로 시간을 확인하고, 안심하면서 한편 조금 더 누워있어도 된다고 굉장히 자신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있는 자신을 보게된다. 비록 시각을 확인하고 일어나는 순간까지 마음속 의식의 흐름이긴 하지만, 괜찮다고 자신을 합리화하면서 어떻게든 안심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근래는 지각이 잦다. 이상한 일이다. 치열함이 내게서 조금은 자리를 비껴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때론 들기도 한다.

세미나 날이 다가오고 있는데 재능프로필을 다듬다가 말았다. 300일차 시작하면서 약 한 달이 지났을 뿐인데 내 마음은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고 있어 어디에 기준을 맞추어야 좋을까 생각을 하고 있을 뿐이다. 현재 내 의식에 초점을 맞추어 만드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시간이 흐르고나서 보니 나의 생각도 변화를 거쳐 성장하고 또 정돈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10대 풍광, 미래이야기, 죽음편지, 가치관  등을 놓고 고심을 하면서 만들고는 있지만, 또 어느순간 확실하다고 믿었던 것에 대해 아니다라고 머리를 흔드는 일이 생길지 모르는 일.

하긴, 한 번 만들어진 것이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으로부터 탈피한다면, 그래서 수정하고 수정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지금 이 순간 내가 원하는 그 무엇이 중요한 것이리라.

덥다. 지친다.
오늘은 정말 엄청난 일을 해치웠다 학교에서.
맞다, 해치웠다.
때론 내가 다 놀란다 나의 이 집중력에. 
이제 시험출제만 하면 된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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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6.17 17:34:43 *.121.41.237
240일차 (6월 17일 / 금요일)

 "자유로운 정신이 자유

우리는 절대적인 자유를 누릴 수 없어요. 인간은 자연법칙을 넘어서는 힘을 갖고 있지 않고 또 사회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면 제한된 범위 안에서 최대한 자유로워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자율성을 많이 가질수록, 외부의 구속이 적을수록 더 자유롭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사회적 구속을 적게 받는다 하더라도,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의견에 휘둘린다면 자유로운 인간이라고 할 수 없을 거예요.
그러면 자유로운 인간이란 독립적인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요? 독립적인 정신을 가지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우리는 자유로운가? 

샬랄라한 원피스를 입고 드레시하게 등교했는데, 목하 체육복입고 설치는 중, 점심시간을 기점으로 체육복으로 갈아있고 맘편하게 노는중. 역시 이넘의 몸뚱아리는 분명 드레시라는 코드를 심기에는 역부족인게 분명하다. 집에 갈때도 이 복장으로 갈 생각하니 좋기만 하다. 역시 여름엔 면이 최고인게여.

감기기운이 뻗쳤는지 오늘 점심때부터 머리가 엄청 깨질듯 아프다. 콧물은 그제부터 났는데, 그래도 지나갈 수 있으려니 했두만 결국 오늘부터는 두통이 심해진다. 더워서 그런것 같기도 하고, 너무 허약!!해서 그런것 같기도 하고....

재능프로필은 집에가서 다듬기로 하고, 학교에서 자투리 시간에 책을 읽다가 문득 한가지가 떠올랐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들로 절묘하게 어우러진 것인데, 그거 정말 재미있을 것 같은데 조금 더 아이디어를 다듬고 , 연구와 자격증 취득을 위한 긴 공부와 훈련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독서 중에 이런 아이디어라니 이러다가 내가 정말 천복 찾는거 아닌가 모르겠다. 누군가를 대상으로 한 번 실험을 해봐야겠다. 
세 가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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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6.18 11:07:10 *.246.77.2
241일차 (6월 18일 / 토요일)

 4시 기상, 어제 근육 빵빵한 트레이너와 함께 열심히 땀나게 운동한 덕택인지 일찍 쓰러져 잠들었고, 3시 50분 예비 알람소리에 잠깼다. 속이 텁텁하니 거북했지만 간만에 일찍 기상한터라 컴퓨터로 달려들었다.

창밖을 보니 깜깜하다. 앉은 자세에 끊임없이 신경쓰며, 재능프로필을 작성했다. 다행히도 세미나 전에 고민하던 것에 대해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이를 중심으로 천직명을 작성하고 컨텐츠를 만들어보았다.  약 2시간 30분 넘게 걸렸는데, 뒷부분 마무리가 덜 되었다. 세미나 가기 전까지 만들어야 한다.

만들고보니 꿈꿔오던 풍광에서, 미래이야기에서 그리 벗어나있지 않다. 고민의 깊이 만큼 범위는 축소된 것 같고, 그 일에 대한 아우트라인은 잡히는 것도 같다. 여기서 논문과 그리고 그 이후를 연결한 천직이 터를 잡기를 바래본다. 가능할 것도 같다. 그리되면 정말 좋겠다. 

새벽에 문득 든 생각인데, 나의 천직이란 것이 전체적인 그림을 놓고 볼 때 결국 학교를 떠난 그림이 된다. 올 1월부터 나를 향해 마구 달려들었던 일련의 일들이 결국은 내가 가야할 방향에 대한, 내 논문이 가야할 길, 그리고 학위 이후의 내 길과 연결된 방향을 알려주기 위해 일어났던 일이었던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막막하기만 하던 길, 닫힌 문 그 앞에서 뒤돌아서기만하면 된다는 말의 의미가 이것을 뜻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마크툽!

한번 더 믿어보기로 하자. 아니라면 또 한번의 변화를 통해 결국은 내가 가야할 길로 가게 되겠지. 그래서 나는 나의 색깔로 빛나는 그런 별로 존재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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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6.20 04:43:47 *.246.77.2
242일차 (6월 19일 / 일요일)

 어제 세미나 시간, 서로의 천복 프로필을 나눌 때 나온 이야기, 함께 나눈 부족원들의 의견 중 두 남성들의 의견은 누군가 자신의 문제를 인정해야 내가 말하는 그 프로그램에 참가할 것 아닌가?.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는 사람들이 많겠는가? 에 대해 고심. 그 말을 들은 바로 직후부터 생각.  음~~~ 내 생각으로는 문제 없을 것 같다.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또 한편 어찌보면 그렇지 않기도 하다. 그러나 고민할 필요는 있고, 포커스를 여행에 두던가 아니면 치료에 두던가에 대해서도 더 철저한 구상이 필요하다. 아직은 반짝 생각만 해 본 상태이지만, 그러고보면 아주 예전부터 꿈꿔왔던 그 꿈으로 돌아갔다. 꿈벗에서 그리던 그 풍광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한 편 생각했다. 될까 말까를 생각하는 것도 좋겠지만 적어도 내가 정말 하고싶은 일이어야 한다고.

승완님 강의 중 핵심컨텐츠 4개를 걸러보는 것 중 4개를 가볍게" 네!"로 통과했다. 4개의 원안에 겹쳐지는 한가지의 요소가 만들어진 것이다. 신났다. 내용을 세부적으로 다듬어서 직접 실험을 해 보도록 계획해봐야겠다. 그러려면 더 철저하게 준비하고 연구한 뒤여야 한다. 정말 재밌을 것 같다. 지난 번에 실시했었던 부모프로그램 계획했을 때 필요했던 절차를 따라야겠지. 대상이나 주제 등에 대한 고민도 더 필요하다.

세상은 참 재밌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여기저기 끊어져있던 막연한 끌림들이 합쳐지는 그림도 그려지는 걸 보면 말이다. 오후에는 신랑이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필요한 집에 대해 이야기했다. 장소에 대해서는 막연하게 생각만 했지만, 필요하다면 고정된 장소가 있어도 좋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야기 끝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 올랐고, 급한 일들 마무리되는대로 곧 한 번 연락을 취해보기로 했다. 뭐 그 곳이 내가 살게되면 더 좋겠지만 아니어도 상관없다. 또는 거기에 살게되더라도 장소는 필요에 따라 옮겨다닐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승완님 있는 자리에서 내 이야기를 나누고 이 것에 대한 생각이 어떤지에 대해 의견을 듣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다. 그러나 생각을 거듭할수록, 가슴이 화~~하다. 재밌을 것 같다. 

토요일 오후 세미나 다녀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손님오셨다. 광화문 교보문고에 다녀오려 마음 먹었었는데 그냥 집으로 왔다. 너무 늦어지기도 할 것 같고, 손님이 온다는 말을 들은 터라 마음이 느긋해지지가 않아서 바로 집으로 왔다. 생각보다 강남에서 집까지의 거리가 멀지 않았다.

그리고 강남역은 참 이상한 동네였다. 부족원들과 밥먹고 차 찾아서 골목길 나오는데 사람섬에 내가 갇히는 줄 알았다. 온 천지 사람이었다. 사람들이 차도 사람인 줄 아는지 비킬 생각도 않고 급한 것도 없고 하여튼 뭐 그런 것 같았다. 다행히도 날 안쳐다봐서 그렇지 날 쳐다봤으면 엄청 부끄러웠지 싶다. 다 빠져나오고 나니, 그 많은 사람들 중 그 누구와도 스치지 않고 골목길을 빠져나온 자신에 대해 진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대박이었다.

아 그리고 대박은 또 따로 있었다. 차를 둔 곳으로 다시 돌아와야해서 근처에서 부족원들과 밥을 먹었는데 나는 뜨겁지 않은 일반 비빔밤, 소라님은 돌솥 비빔밥을 시켰다. 근데 그 비빔밥 하이고~~~~정말 대박이었다.  내 살다살다 그런 비빔밥은 첨 봤다. 다시 볼까 겁난다. 밥만 수북하니 줬다.  나물은 진짜 몇개 올려져있지를 않았다. 허연 밥위에 나물 너댓개가 올려져있는 거였다. 희안하지? 집주인은 어디가서 비빔밥을 먹어보지 않았나봐, 그 사진을 찍어뒀어야 하는건데. 나중에 이야기해서 나물을 더 달라고 했지만 내가 나물 먹는 양으로 치면 비빔밥을 딱 한 숟갈 먹고 나면 없을 정도였다. 왜그런걸까 그 집은?

강남역은 참 신기한 게 많은 동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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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6.24 15:41:44 *.246.77.2
243일차 (6월 20일 / 월요일)

 어디로 가야할지 알고 가는 길, 목표가 분명한 삶은 좋다. 이 목표가 일시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늘 그렇듯 내가 벗어나야 하는 것은, 어떤 한 가지에 대한 고정관념이다. 목표를 하나 정해야 하고, 그건 하나여야 하고, 가장 나에게 적합해야 하고, 자꾸 흔들리지 않는 것이 좋고.....등등 .

어찌보면 스스로가 틀을 만들고 끊임없이 그 틀에 나를 매어두고, 그 틀로부터의 작은 이탈이라도 불안해하는 경향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의 삶을 꾸려가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 어떤 작은 것으로부터라도 자유롭게 벗어나고 실지로 자유로워지는 연습을 해야한다.

현재 가지고 있는 꿈을 의심하지 말 것, 변화하면 또 변화된 꿈을 가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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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6.24 15:51:39 *.246.77.2
244일차 (6월 21일 / 화요일)

 운동을 열심히 해서인지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매우 가뿐하다. 지금껏 고통스러워했던 허리와 목의 통증이 제법 가라앉았다. 갈 때마다 다양한 운동을 배우고 있다.

오늘은 문화센터 수업 있는 날인데, 리뷰를 쓴 것도 없고 근래 본 영화도 없어서 블로그에 대강 써 뒀던 내용이라도 복사해서 프린트해가지고 갔다. 다른 때 같았으면 즉석에서 한 장 쓰기라도 했을텐데, 한 번 수업 듣고 나서 머릿속은 이미 결정을 내린 것인가 싶다. 가차없이 신랄하게 비평을 한다고 한다. 지난 번에 결석해서 듣지 못했더니 그런 일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어쨌든, 뭐.....

시험문제를 내야해서 마음이 급하고 다른 일에 집중하기 힘들다. 일단 이게 끝이 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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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6.24 16:02:12 *.246.77.2
245일차 (6월 22일 / 수요일)

 어제까지 출제할 준비를 대강 마쳤고 오늘은 일차적인 작업을 했다. 목요일 제출이므로 수요일인 오늘 가능하면 95% 이상 마쳐야했다. 새벽에 일어나 급한 마음에 문제들 다듬었고, 마침 5교시로 끝나는 오늘 오후 집중적으로 문제를 다시 수정하고 집에가서 마무리 지을 요량이었다.
 5교시 마칠 때 쯤 애들 보내고 이제 덤비기만 할 태세를 갖추고 있을 때 나를 부르는 전화, 출장 가는 선생님이 하는 너무 미안한 부탁. 아~ 진짜. 미칠뻔 했다. 애 데리고 병원 찾아가서 진료받고 ..... 졸지에 내가 보모가 됐다. 
 처음엔 미칠 뻔 했지만 다행히 밤과 새벽이 있다는 것을 믿고 군말없이 병원에 다녀왔다 물어물어. 내가 미쳤지. 내가 그렇게 착한 사람이 아닌데....... 덕분에 수요일 오후에 집에가서 또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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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6.24 16:05:09 *.246.77.2
246일차 (6월 23일 / 목요일)

 4시 일어나 대문열고 미친듯이 시험문제 수정 시작, 오후에 학년 전체 검토있어서 오전 중으로 끝내야 했다. 거의 빛의 속도로 수정. 갑자기 점심시간 평가관련 회의, 아 진짜 돌 지경이었다. 어찌어찌하여 가져는 갔는데, 정말 내 맘에 안들었다. 스스로가 온통 빨강 색연필로 수정표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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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6.24 16:24:18 *.246.77.2
247일차 (6월 24일 / 금요일)

 머리가 터질것처럼 아파 점심먹고 보건실에서 약을 한 알 얻어 먹었다. 어제도 몸이 좋지 않아 운동도 안가고 싶었지만 한 번 빠지면 5만원을 공짜로 날리는터라 그래도 기어이 갔다. 하다보니 몸이 좀 나아지긴 했지만, 오늘은 급기야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파 죽을 것 같은데 이 두통의 원인이 뭔지를 잘 모르겠다.

샘들은 오늘 직원연수 갔다. 몇몇 샘들은 남았다. 첨엔 간다고 했다가 가기싫어 안간다 했다. 장마가 시작되었다고 했다. 비가 내리고 있다. 음악은 좋아하는 곡으로만 선곡해서 틀어두었고, 그 중 특히 우울하고 차분해지는 음악을 거의 마취수준으로 틀어두었다.

새벽부터 일어나 시험문제 수정, 학교와서 종일 시험문제랑 이원목적분류표 만드느라 머리가 깨질 지경이었다. 아이들 보내고 겨우 정신을 차리고 쪽 번호까지 매기고 저장 완료하고 나니 좀 마음이 진정된다. 일지도 밀려서 한꺼번에 쓰고 있고, 이것 저것 둘러보게 된다.

한 번씩 이런 일을 하고 지나가다보면 어김없이 내 모든 리듬이 깨지는 것을 알겠다. 앞으로는 새벽활동과 업무를 확실하게 분리하겠다. 새벽활동은 내가 정해 둔 활동에서 절대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린다.

여러가지 일이 한꺼번에 일어나고 있고 결정해야하고 선택해야한다. 이제보니 몸에 열이 난다. 오늘 오후에 백화점 가서 밀린 일들 해치우려 했던 것을 포기해야할지 모르겠다. 머리아프고 열나서 약먹고 잤으면 싶다.

머리가 너무 아프다. 벽에다 머리를 찧고 싶다. 그런데 이렇게 찧고 싶다고 쓰고 있다. 뒷골까지 쑤셔댄다. 어떻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너무 아파서. 자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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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6.27 00:44:30 *.121.41.237
248일차 (6월 25일 / 토요일)

 비몽사몽간에 깨어남, 여전히 으실거리는 몸. 출석하고 덜 깬 정신으로 앉아있다가 일주일 중 하루는 충분한 수면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잠자러 침대로 도로 들어가서 푹 잤다. 눈 뜨시 9시 30분 넘었다. 딸내미 후다닥 깨워 밥 먹여서 치과 데려갔다가 독서실 내려주고 돌아오는 길, 7월 2일 스티븐의 날에 입을 원피스를 샀다. 드레스 코드가 블랙과 크리스탈이래나 뭐래나, 이래저래 파티는 참 부담스럽다. 나도 그런 자리에 룰루랄라 갈 수 있는 성격이면 좋을텐데, 나는 그런자리에 가면 전혀 다른사람에게 관심없단 태도로 열심히 보고 생각만하고 온다. 하긴 이번에는 승마장 야외파티라 익숙해서 좀 덜하긴 하겠다. 에휴~
머리 속이 온통 복잡해 아침에 일어나도 뭘 해야 할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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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6.27 00:58:34 *.121.41.237
249일차 (6월 26일 / 일요일)

 정신없는 알람소리에 일어나 사방을 분간하지 못했다. 알고보니 소파에서 거꾸로 자서 그런 것이었다. 침대에 우아하게 누워서 그림같이 잤으면 늘 그렇듯 일어나 패턴대로 움직였을텐데, 어젯밤 방에 자러가다가 소파에 몸을 던졌던 것인지, 일어나니 온 사방이 불천지인데다 노트북도 켜져있고 텔레비젼도 지 혼자 왕왕거리고 있고 나는 거꾸로 누워서 겨우 일어났고... 뭐 하여튼 그랬다.

책상정리를 하고 가방 정리를 하고 내 일에 구분을 조금 짓기로 했다. 새벽시간은 온전하게 인문학관련 책읽기 활동으로 채우고, 대신 퇴근시간 이후 밤 시간에는 전공관련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렇게 구분을 간단하게 지어두니 한결 살 것 같다. 내일 아침부터는 좀 더 엄격하게 나를 관리하기로 한다.

낮에 신랑이랑 둘이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신랑도 진화를 하는 것인지 크는건지 왠일로 생각도 다 하고  ㅋㅋ ... 알고보니 나름 심각하게 고민 중이었다.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성격때문에. 그도 그럴것이 신랑이 워떻게 사람들 성격을 알것이여~

간단하게 MBTI 검사를 알려주고 간이용으로 알려주었다. 진짜 좋아죽을라하더라. 몇 장을 빌려가지고 가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검사를 하고 팀을 따로 꾸리려 마음 먹은 일에 굉장히 도움이 될 것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씩씩하게 공장으로 떠났다. 식탁에서 그 검사를 필두로 거꾸로 내려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얼마나 나누었는지, 하여튼 웃겨 죽는줄 알았다.

고개를 돌리면 바라보이는 숲과 산,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커피 한 잔을 놓고 앉아 둘이 낄낄거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퍽이나 즐겁다. 물론 각자가 바빠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는 못하지만 일요일 하루라도 이런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내일부터는 정말 가열차게 노력하도록 한다. 정신을 차리도록 한다.
마음을 가다듬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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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6.27 12:56:04 *.246.77.2
250일차 (6월 27일 / 월요일)

 늦게 잠들었다. 시험기간인 딸내미 데리러 다녀와서 일지 정리하고 자려니 1시가 넘었었다. 그래도 4시 40분 알람듣고 일어났다. 띵한 정신으로 출첵을 하는데, 비가와서 그런가 이상하게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는다. 노트북을 이리저리 옮겨다녀서 그런지 한 번 만에 연결이 되는 경우가 잘 없기는 했는데, 45분부터 느긋하게 용쓰다가 결국은 급해져서 대리 출석을 해야했다. 요즘같이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세상에, 우리집은 오지 마을에 살아서 그런건지 잘 안된다. 어찌되었든 출석은 했으니 뭐.

읽다가 남겨둔 책들이 여러개다. 난 이런 것을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 스트레스에 대한 양상이 표면적으로 드러날 정도는 아니지만, 누구보다도 자신이 그 것들이 미적지근하게 하다 말고 던져져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짜증스럽고 조금은 산만해지고 어찌할지를 모르는 것 같은 마음을 느낄 수있다.

던져 두었던 책도 다 읽고 하나하나 인용문들을 필사하려고 했지만, 하다보니 거기까지는 과한 욕심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읽기만 하고 있다. 읽다 만 책들 빨리 읽고 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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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6.29 16:59:30 *.246.77.2
251일차 (6월 28일 / 화요일)

 트레이너의 조언을 받아들여 잠깨우는 시간동안 몸 역시 깨워보기로 했다. 20분 자전거타기를 하면 몸을 덥히기로 했다. 심심해서 책을 올려놓고 읽으면서 페달을 밟는다. 트레이너는 텔레비젼을 보지말고 이미지로 운동을 하는 내 모습을 그리면서 하라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고 다만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울 뿐이어서 책을 올려두고 읽었다. 나에겐 그 편이 훨씬 낫다.

운동이 몸에 이롭다는 것을 이제 알겠다. 그래서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에는 간단한 스트레칭이나 생각나는 운동을 하게 된다. 해 보지 않고서 뭐가 어떻다고 이야기를 했던 내가 지금생각하니 약간은 웃겼다.

웃기는 말로, "난 운동하면 죽는 줄 안다"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계속되는 허리와 목 디스크와 흐트러지는 자세를 교정할 목적으로 운동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건 뭐 난 하는 거 마다 전부 소질이 있는건지 바디클리닉에 다닌지  겨우 5회 밖에 되지 않았을 때 벌써 등 근육이 발달하기 시작했다고 코치가 신통해했다.
모르고 살아도 살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그러나 알고 살아야 하는 것들도 있는 것 같다. 운동이 그런 것 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다.

아침에 읽던 책 한 챕터 읽기를 끝냈다. 읽다가 출근준비하는게 너무 힘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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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6.29 17:14:55 *.246.77.2
252일차 (6월 29일 / 수요일)

 역시 너무 늦게 자면 안된다. 적어도 5-6시간의 수면시간은 확보해야할까보다. 일어났는데도 몸이 너무 무겁다. 겨우 3시간 밖에 잠을 자지 않았으니 그런 것 같다. 그리고 오늘 아침활동에 의하면, 조용한 책 읽기는 나를 깨우기에 역부족이었다. 뭔가 조금 더 강한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거 생각만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만한 무언가 말이다. 그래서 아침과 오후 활동의 내용을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 재미있고, 꼭 해야하는 것으로 바꿔보기로 한다.

어제는 문화센터 수업 빼먹고 땡땡이를 쳤다. 사실 필요한 것 몇가지를 사고 수업에 가려고 잠깐 들른건데, 백화점에 나를 풀어놓자마자 망아지처럼 뛰어다니는 내 마음을 발견한다. 이리저리 뒤져 보충제를 담을 쉐이커를 하나 샀고, 승마장 행사에 입힐 딸내미 원피스를 하나 샀다. 벽시계를 하나 샀고 또 교복안에 받쳐입는 흰 티셔츠를 몇 개 샀다. 그러고보니 내꺼는 쉐이커 하나 샀구만. 난 너무 알뜰한 것 같다 그리고 너무 좋은 엄마같다. 수업에 빠진 게 은근히 신경쓰였지만, 다음에 가서 내 리뷰에 대한 평만 간단하게 해 달라고 해야겠다 생각하고 말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등록한 거였는데, 내게 있어 유인가가 그리 높지는 않은가보구나 생각하고 말았다. 그래도 조금은 아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가기 싫은 마음이 이기는 데야 나도 도리가 없었다. 등록을 너무 즉흥적으로 한 경향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그 등록할 때 같은 간절함이 거기에 없음을 알기때문이다. 무엇이든 왔다가 간다. 더구나 간절함이 담보되지 않은 것은 머무는 시간이 더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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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7.01 16:43:50 *.246.77.2
253일차 (6월 30일 / 목요일)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읽기


 꿈은 인격화한 신화고 신화는 보편화된 꿈이며, 꿈과 신화는 상징적이되, 정신 역학의 동일한 일반적 시각에서 보아 그렇다. 그러나 신화에서는 문제와 해결책이 모든 인류에게 직접 뚜렷이 제시되는 데 견주어, 꿈속에서는 꿈꾸는 사람이 안고 있는 문제에 따라 내용이 달라진다. p33

재미있는 것은 죄 많은 왕을 섬기는 바로 이 장인이, 미궁의 공포를 연출한 장본인인 동시에 자유라는 이름의 목적을 달성케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p38

돌이켜보면, 모험적인 여행은 성취하기 위한 노력이 아닌 재성취하기 위한 노력, 발견하기 위한 노력이 아닌 재발견하기 위한 노력이었던 듯하다. 영웅이 애써 찾아다니고 위기를 넘기면서 얻어낸 신적인 권능은 처음부터 영웅의 내부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된 <왕의 아들>이고 그는 이로써 자기의 실제적 권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신의 아들>은, 이 이름이 얼마나 의미 심장한지 알게 된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영웅은, 우리 모두가 내장하고 있되 오직 우리가 이 존재를 발견하고 육화시킬 때를 기다리는 신의 창조적, 구원적  이미지의 상징이다.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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