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단군의

/

3단계,

세

  • 최성우
  • 조회 수 13564
  • 댓글 수 121
  • 추천 수 0
2011년 5월 9일 06시 12분 등록
너에게 이야기 하나를 들려줄께.

내가 태어나고 살았던 부산은 유난히 산과 언덕이 많았고 학교들도 평지가 아닌 언덕에 있는 경우가 흔했지. 그래서 언덕에 있는 학교를 다닌 친구들은 그 언덕을 저주하며 고교 3년 동안 굵은 종아리를 가지게 되었어.

엊그제... 나는 그와 같은 굵은 다리를 가진 테이블 하나를 완성했어. 물론 처음부터 그런 비례를 의도했던 건 아냐. 완성하고 보니 비례부터, 색, 크기가 모두 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야. 그 책상은 작업실 맞은편 할아버지(통나무 문제로 등장했던 예전 할아버지) 집 이층 부엌에 놓일 물건이었어.

마음에 들지 않는 테이블을 드리기는 싫었어. 생각 끝에 다른 나무와 다른 비례로 다시금 테이블을 새로 하나 만들었어. 처음 만든 것이 소녀(?) 같은 빈티지 스타일이라면 이번에 만든 것은 날카로운 선이 살아있는 아주 반듯한 정장 차림의 여성을 연상시키는 스타일. 두 개의 테이블을 보고 선택하시길 바랬어.

의뢰를 하셨던 아주머니가 오셨고 두개의 테이블을 보았어. 어느 것을 고르실까? 두번째 만든 것을 고르시겠지. (두번째 만든 것이 더 비싸 ^^;;;) 아주머니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애기하셨어. "둘 다 마음에 들어요. 둘 다 가지고 싶어요."

빈티지 스타일의 테이블을 할아버지 댁으로 옮겼어. 이층에 있는 부엌에 테이블이 들어가고 나서 놀랐지. 흰색의 싱크대와 테이블의 다리 벽지와 테이블 상판이 어울리며 마치 이 테이블이 있어야 할 자리에 제대로 들어온 것처럼 색, 비례, 크기가 맞는 거야. (최초에 테이블을 만들 때 그 부엌을 확인하고 만들었는데 그 부엌은 잊고 테이블만 보고 있었나봐. 자뻑 모드야...ㅎㅎ)

테이블이 놓이고 할아버지와 마주앉자 이야기했어. 앞으로 할아버지만의 식탁이 될 테이블에서 할아버지의 사진 앨범과 직장 시절의 자료와 에피소드가 펼쳐지기 시작했지. 1932년생인 할아버지와 1977년생인 나는, 각자의 주재원 시절 이야기에, 고등어 회에 얽힌 각자의 추억에 박장대소를 터트리며 너무나도 짧았지만 긴 시간을 이야기했어.

어느덧, 시간은 새벽 2시를 지났고 테이블 위에는 할아버지의 추억 자료가 수북히 쌓였지. 할아버지와 아주머니, 나는 새삼 가구의 중요성에 공감했어. 이 테이블이 없었다면 이런 추억도 쌓지 못 하고 애기하지도 못 했을 거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주머니의 문자 하나가 들어왔어. '오늘 아빠가 신나게 대화하시는 모습 뵈니 너무나 감사 드립니다. 큰 선물이 되었어요. 간소하게 테이블 비용 보냅니다. 안전히 어디든 잘 다녀오세요.'


그 동안 잊고 지냈나 봐. 내가 단군 프로젝트를, 목공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결코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 느낄 수 없었던 즐거움... '동경표류'라는 책에서 가구가 없는 방에 대해 읽은 적이 있어. '가구가 없는 내 방에 들어서면 사람들은 일순간 당황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들 나름대로 방에서 자신의 위치와 자세를 취하게 된다.' 주위의 부가적인 것들을 배제할 때 가장 자연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취하게 된다는 애기일까? 이 때 가구는 인위적인 틀이 되는 것일까?

내가 어두워지고 점점 무기력, 무의미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 건 본질적인 흥분과 몰입을 잊고 목공을 어떤 틀에 맞출려고 했기 때문이야. 지금 이대로 기쁜 것임을 잊었지.

어떤 나이든 남자가 있었어. 그는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똑바로 걸어나가면 분명 자기가 있던 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을 실제로 알고 싶었어. 그래서 그는 문을 열고 똑바로 걷기 시작했어. 그리고 이웃집에 다다랐어. 똑바로 가려면 사다리가 필요하겠어. 그럼 사다리를 운반할 리어카가 필요하겠어. 그럼 리어카를 운반할 짐꾼이 필요하겠어. 그럼 리어카와 짐꾼을 집 너머로 운반할 기중기가 필요하겠어.......그럼 그 기중기를 운반할 아주 큰 리어카와 짐꾼이 필요하겠어.

최성우...지난 300일...너의 그림자가 어떠하디? 어떤 모습으로 있디?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디?
심각했지. 한숨이 나왔어. 무언가를 꾸미고 덧붙이고 틀에 맞출려고 했어. 멍청하다고 세상 물정 모른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난 감사해. 하루 2시간...이 새벽이 나에게 준 변화, 사람들, 천복에 감사해. 이 새벽을 기쁨과 함께 같이 가.
IP *.123.218.237

댓글 121 건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6.10 18:07:57 *.136.209.2
< VAREKAI_028>
고객사 연구소에 급하게 납품할 시작품이 있어 경기도로 차를 몰았다. 간만에 본 시작품 담당자는 무슨 그리 바쁜 일이 있는지 샘플을 받고서는 사라진다. 영업으로서 당연한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사라져 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 곳'으로 차를 돌린다. 

7년 가까이 이곳을 들락날락 했건만 연구소 가까이에 내 천복과 깊은 관계가 있는 '이 곳'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체 1km도 안 되는 곳이다. 점심시간에 사장님을 뵈러 갔더니 일로 바쁘시다. 붉은 술이 달린 숫닭을 잠시 바라보고 있으니 사장님이 웃음을 머금고 다가오신다.

'잘 지냈어?' 
          '그럼요. 여전히 바쁘시네요'
'부탁한 걸 해줘야 하는데 영 짬이 안 나네'
         '급한 일이 먼저지요. 제꺼는 천천히 해주셔도 되요'

이야기는 어느새 사장님 아드님 애기, 주위에 목공방 차린 분 애기로 흘러간다.

'이 일도 30년 넘게 하니 예전에는 눈에 안 보이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해. 이건 이렇게 하면 사업이 되겠구나. 저건 저렇게 하니 망하니 딱 좋겠구나. 이 일 여기저기 Blue ocean이 깔렸어. 경쟁자도 없어 (배울려는 사람도 없지만.)'
           '여유가 생기셔서 그런가봐요'
'그렇지!  주위에 사업할려는 인간들한테 이렇게 애기해. 집에다가 500씩 벌어줄 실력 갖추고 일 벌리라고 말이야. 집이 안정되지 않으면 멀리 볼 수 없어. 아무것도 안 되지. 가구 하는 사람들도 천차만별이야. 이제 자기 딴에는 배웠다고 떡 하니 건물 지어 놓고 200만원, 300만원짜리 고급 가구 만들겠다고 맨날 앉아 있어. 내가 미쳤다고 했지. 자리 잡으려면 10년은 걸릴텐데 건물에다 돈 묶어두고 어찌 할거냐고... 그런가 하면 정말 톱질 몇번해서, 그러니까 급소만 콕콕 찔러서 70만원,80만원짜리 가구 만들어서 팔아재끼는 사람도 있지. 그 사람한테 몇년 했냐고 물었지. 30년 되었다고 하더라고... 경험은 무시못 할 거야'

'자네...자네는 앞으로 어떻게 할 셈이야?

             '전 즐기고 있지요. 새벽에 일어나서 두시간 동안 정말 신나게 놀고(!) 있지요. 남들이 일 벌이지
              못 해 안달할 때 한걸음한걸음 걸어서 갈려구요. 걸어가다 보니 여러 사람도 만나고 사건도 만나고 
              큰 도로도 걷게 되고 골목길도 훔쳐보니 즐거움도 늘어요.'

'일 하다 보면 사람 만나는 게 제일 어려워. 나도 이미 이 나이고 해서 다른 이들 도와줄려고 해도 사람들 마음이 다 같지 않단 말이지... 어쨌든 자네가 계속 한다면 자네와 나는 앞으로 쭉 보겠구먼...'



아무생각 없이 운전하다 우연히 발견한 간판을 보고 운전대를 틀어 다짜고짜 '이 곳'을 들어온지 어느새 반년이 훨씬 지나가고 있다. (이런 무대뽀 정신은 어디서 온 것인지...) 천복을 쫓은 뒤 많은 인연과 만나고 있다. 그 인연들은 금방 나에게 무언가를 주지는 않는다.

금방 이루어질 것 같은 일들도 밤새 사골을 끓이듯이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내주더라. 그러니 안달하지 않고 무르익기를 기다린다. 아쉬워하지도 않는다. 무엇을 기다리냐면 대답하기 힘들다. 하지만 안다. 이미 그 모습을 드러낸 행운들이 함께 하고 있으니... 세월과 함께 인연을 소중히 하며 걸어갈 때 더 즐겁고 행복한 무언가를 다같이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프로필 이미지
이헌
2011.06.14 22:39:38 *.180.75.152
트립티의 바퀴를 굴릴 수 있게 도와 준 많은 사람들 중에 성우씨도 크게 기여했지요.
생전 알지도 못했던 사람이었던 성우씨가 많은 책을 보내줬고
콘텐츠를 고민할 때 소노팩토리와 유쾌한 달팽이를 소개해 주었잖아요^^
대안문화공간에 대한 내 마음 속 상상에 흠뻑 빠져 오늘도 걸어갑니다.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6.12 23:16:09 *.123.218.237
'트립티'라는 꿈의 수레바퀴가 움직이기 시작하네요.
페이스북에서 많은 분들의 책 기부가 이어지고 있는 듯 해요.
그 움직임 속에서 수많은 인연과 이야기가 꽃피워 나가길 기원합니다. ^^
프로필 이미지
이헌
2011.06.10 20:32:41 *.180.75.152
성우씨 올만에 댓글달아요^^
뭐라 대답하기 힘들지만 알아지는 것들
내 주변에도 모습을 드러낸 행운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거
그 행운을 느끼고 알게 해준 인연들과 걸어갈 때
삶이 더 즐겁고 행복한 상태가 이어진다는 확신 급 공감^^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6.14 00:19:45 *.123.218.237
< VAREKAI_029>
 Muddler 작업 속행... 5개를 넘어가기 시작하자 속도가 붙는다. 요령이 생긴다는 애기다. 처음 만들 때는 한개당 3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몇가지 궁리와 반복 작업이 몸에 익은 지금 한개당 만드는 시간은 마지막 마무리까지 포함해서 15분을 넘지 않는다.

2011-06-12_18-10-33_222.jpg

어느새 수북히 톱밥이 쌓인다.


2011-06-12_13-21-29_664.jpg

재미있게도 이 머들러를 반복해서 제작하면서 내 일을 생각했다. 지금 일은 주로 원가를 파악하고 그에 적절한 이윤을 붙여 고객과 대량 생산품의 가격을  NEGO하는 일이다. 원가는 크게 재료비와 노무비와 경비를 나뉜다. 여기서 주목한 것은 가공비이다. 일반적으로 가공비를 구하기 위해서 기계경비, 공수, 임율, 싸이클 타임, 준비 시간 등의 요소를 고려한다.

머들러를 제작하는 목선반이 주요 사용 기계이고 이 기계는 구입비용, 감가상각기간 등을 고려하여 기계 경비를 구할 수 있다. 목선반에 전원을 넣고 재료를 적당한 형태로 고정하기까지 재료를 적당한 형태로 1차 가공하는 시간이 준비시간이 된다.(원래는 이렇게 적용하는 것이 아니나 편의상...) 목선반에 재료를 고정하고 사진의 형태로 깍는 시간, 즉 15분이 싸이클 타임이 된다. (엄밀하게 말해서 오일을 바르는 공정은 빠져 있으므로 전체 싸이클 타임은 아니다.) 전체 제작 공정 중 목선반 작업이 주를 차지하므로 내 공수를 '1'로 봤을 때 목선반 공정이 0.8에 해당하고 오일 작업 및 이름 새기는 작업이 0.2에 해당할 것이다. (1 공수를 넘어설 수는 없을 것이다. 나 혼자 하니깐...)

중요한 한가지가 남았다. 시간당 내 임율은 얼마로 잡아야 하는가? 이 생각에 잠겨 있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출근시간이다. 회사에 출근해서 자리에 앉자마자 최근에 검토한 내 담당 아이템의 원가 계산서 파일을 다시 열었다. 우리 업계의 원가 표준을 다시 한번 훍어 보았다. 그리고 인터넷 서점에 '원가' 관련 책들을 검색했다.

예전에 한번씩 공부한 책들이 보인다. 그 동안 보지 못 한 몇권의 책들이 보인다. 한권의 책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앤디네'로 알려져 있는 실리콘 델리는 맛이 뛰어난 샌드위치 가게로 유명했다. 점심시간만 되면 기술자들과 사무원들은 어김없이 앤디네 작은 가게 앞에 늘어섰다. 장사가 꽤 잘됐다. 어느 날 오후, 한 영업사원이 앤디에게 에스프레소 커피 제조기를 팔러 왔다. 앤디는 재빨리 에스프레소 커피가 얼마나 이익이 될지를 계산했다. 영업사원은 앤디의 예상보다 훨씬 더 이윤이 많이 남을 것을 장담했다. 앤디는 생각 끝에 제조기를 샀고, 그러자 가게 앞에는 이전보다 더 긴 줄이 만들어졌다. 겉으로 본다면, 그것은 누가 뭐래도 최상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에스프레소 커피 제조기를 도입한 뒤부터 샌드위치가 예전보다 적게 팔렸으며, 이익 또한 줄어들기 시작했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답할 수 있다. 하지만 내 목공과 관련해서는 여러 질문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다. 관계가 있을 법한 몇권의 책을 주문하고 회사일을 새롭게 바라보며 아침을 연다.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6.15 10:16:37 *.136.209.2
< VAREKAI_030>
일상의 작은 선물...

Small picture stand.jpg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6.16 11:24:18 *.226.192.33
<VAREKAI_031>
학자란 어려운 것을 어렵게 쓰는 사람이라 들은 적이 있긴 하건만 이 책은 암호문 같다. '공간 디자인 16강' 서점을 배회하다 훍어보는 순간 좋은 책이란 걸 알고 구입했고 또한 가구학교에서 교재로 쓰이고 있어 공부하고 있건만 어렵게 쓰기 위해 참으로 공들인 책이다. 내일 이 책의 14강 '감성'에 대해서 발표를 한다.

한줄 한줄 읽을 때마다 지금까지 읽어왔던, 혹은 알고 있는 책들과 지식들과 연결된다. 어느새 도입부에서 어떻게 사람들을 유혹할지, 어떤 내용을 어떻게 배치할지 눈 앞에 펼쳐진다. 내가 이 내용을 이해한다고 애기할 수 있는 시점은 이 어려운 내용을 나만의 언어로 쉽게 누군가에게 전달하기 시작할 순간이다.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6.16 11:38:25 *.226.192.33
<VAREKAI_032>
휴가...바쁜 업무 속에서 하루 휴가를 냈다.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발표 수업도 준비하고 스케치 숙제도 있고 프로토 타입도 만들어야 하고, 그러나 내 손은 어느새 얼마전에 구입한 '원가 책'에 가 있다. 언젠가부턴가 마음가는대로 나 자신을 흘려보내는 나.

지난번에 생각한 '가구'에 있어서의 '원가'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기존 일을 하면서 얻은 지식과 경험과 생각에 '목공'을 대비시켜보고 있다.

내가 가구를 만드는데 있어서 원가는 얼마가 될까?
내 임율은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다루어야 하나?
이 가구를 판다면 얼마를 팔아야 될까?
이 가구의 홍보 방안은 뭘까?
고객은 100만원만 있다 할 때 내가 원하는 200만원을 이끌어 내는 방법은 무엇인가?
등등등...내 일에 가구를 대입해 질문하고 생각하고 대답할 것들은 참으로 많구나.

분명 내가 하고 있는 일과 가구는  분명 다른 분야이다. 하지만 일이 굴러가는 방식은 비슷하지 않는가? 하고 있는 일이 자동차 타이어라면 가구는 나무로 만든 수레바퀴다. 굴러가는 본질은 같다. 다만 사용하는 길이 틀리고 재질이 틀리고 사용하고 용도가 틀릴 뿐이다.

내 일에서 가구로 관심을 옮겨 가보고 거기서 끄적거리고 질문하고 생각하고 책도 찾아보고 누군가에게 물어도 보고 대답도 궁리해 본다. 그리고 다시 가구에서 내 일로 관심을 옮겨간다. 내 일은 고도로 분화된 회사의 일부분을 담당한다.  내 이해의 폭은, 경험의 폭은 그 일부분으로 한정된다. (한 때 나는 회사의 모든 것을 알고 경험하지 못 할 것이란 생각에 슬퍼한 적이 있다.) 가구를 통해 회사의 다른 분야를 내 나름으로 경험하게 된다. 그리하여 내 이해의 폭과 경험의 폭은 다시금 재설정되고 그 영역의 넓이와 깊이를 더해 간다.

어느새 이른 여름의 햇살이 눈부시다.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이번에 구입한 원가관리 책을 한장 한장 넘기고 있는데 핸드폰이 요란하다. 회사로부터의 전화... 고객사에서 급한 일이 터져 오후에 일본 본사, 창원 공장과의 긴급 전화회의가 설정되어 휴가중이지만 회사로 들어오란다. '어느 정도 예상이 되었던 일이라 어제 각 부서에 전개해 둔 일인데 생각보다 급히 돌아가는 것인가?' 굳이 들어가야 할 정도의 사안인지, 변경할 수 있는 방법을 머리속에서 돌려본다. 

이번 사안을 내 '가구'에 대입해 본다. 그러다 웃으며 생각한다. 언제까지가 될 지는 모르나 이렇게 나한테 돈 주면서 공부시켜 주고 경험시켜 주니 회사가 고맙다라고.... 

잘 놀고 있다.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6.19 05:02:52 *.123.218.237
<VAREKAI_033>
가구학교의 1학기 목요일 수업이 종강되었다.
수업의 마지막은 각자가 설정한 주제로 고민하고 만든 모형들...
그 모형들을 보며 일학기가 종강되는 시점에서 아쉬움을 키운다.

2011-06-16_21-14-31_970.jpg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6.20 04:55:56 *.136.209.2
<VAREKAI_034>

뻑!!!!!!!!!!!

'앗! 위험해...' 라고 생각한 순간, 고속으로 회전하던 목재에 칼이 깊숙히 들어가면서 거의 완성 단계에 있던 나무 그릇이 부서졌다. 목선반 작업을 하며 몇번이나 경험하는 순간이지만 여전히 놀라고 겁나는 순간이다. 다치지 않았음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2011-06-13_22-17-15_946.jpg
<그릇을 만들기 위해 목재를 목선반에 고정시키기 직전의 모습>

회전하던 목재를 멈추고 목재와 가공하던 칼의 상태를 봤다. 그릇 테에 해당하는 부분의 일부분이 쪼개져 날라가고 없다. 더군다나 그릇 안을 너무 깊숙히 파내면서 중앙에 구멍이 뚫리기 일보직전이다. '실패네'

2011-06-13_22-57-21_606.jpg
<사진에 보이는 부분만큼 깨져버렸다. 중앙에도 구멍이 보인다. 가공하던 칼날이 순간적으로 너무 깊숙히 들어가면서 깨져버린 것이다.>

한동안 날아간 조각을 찾아 바닥을 헤맸다. 끝끝내 일부분을 찾아내지 못 했다. '이를 어쩐다? 나무 재료는 무척이나 귀한 나무... 다시 처음부터 만들기에는 나무가 너무 아깝다.'  이럴 때 내가 잘 하는 짓... 며칠 묵혀 두기... 작업실 한구석에 몇일 그대로 나버려 두었다.

2011-06-13_23-30-26_781.jpg
<날아가 버린 조각의 일부분을 찾아서 환경과 인체에 무해한 접착제로 붙여준다. 그러나 끝내 일부분의 조각은 찾지 못 했다. >

그리고 오늘... 실패(?)한 그릇을 다시금 다듬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새 중앙에 동그란 원과 부드러운 곡선의 손잡이를 가진 그릇이 완성된다.

2011-06-18_17-17-29_983.jpg
<백골 상태의 그릇. 깨진 부분이 손잡이로 완성되었다. 중앙은 월넛으로 박아 넣었다. 깨진 부분을 그대로 두고 회전시켜며 그릇 형태를 마무리 가공했기 때문에 상당히 까다로웠다. 더군다나 그릇 벽면을 가공할 수 있는 방법은 한가지 밖에 없어 다른 면에 비해 마감이 쉽지 않다. 정말 이런 상태에서의 작업은 피하고 싶다.> 

2011-06-18_17-36-48_173.jpg
<식자재 용도에 쓰이는 오일로 1차 마감한 모습... 자신의 원래 곱디 고운 모습을 드러내는 메이플벌. >

이 실수로 나만의 형태가 자리잡아 갈 듯 하다.
프로필 이미지
choi
2011.06.20 21:18:55 *.136.209.2
<VAREKAI_035>
목공친구와 만든 두번째 Stool.
하나의 형태로 수렴해 가는 것은 나의 착각일까?
앉기 전에는 '날씬하다'는 애기가 있었지만 앉자보신 분들은 모두 '무척 편하고 안정적이다.'라는 평가...
(사진은 오일을 바르기 전 백골 상태의 모습)

누가 앉자  있어야 의자가 행복해 할까?
행복하기 위해 너는 어떤 의자이고 싶니?

2011-06-13_23-42-10_792.jpg

2011-06-13_23-41-58_698.jpg

2011-06-13_23-42-42_744.jpg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6.22 09:07:39 *.136.209.2
당연히(!) 가능하지요.
연락 드리겠습니다. ^^/
프로필 이미지
이헌
2011.06.21 20:53:05 *.180.75.152
성우씨 그 의자 멋있어요.
우리 북카페에 놓으면 딱 좋겠구만 ㅎㅎ
거 가격이 맞으면 여러개 구입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6.22 09:09:10 *.136.209.2
<VAREKAI_036>
컬투쇼 콘서트에서 누군가가 컬투에게 물었다.
'이렇게 콘서트 다니면서 활동하면 편할텐데 매일 오후 2시 라디오 컬투쇼를 진행하는 이유가 뭡니까?'
'안정적인 고정 수입이 있어야 되거든요.~'

209112600178.jpg

말이 필요없는 효자 아이템 만들기~
(메이플버, 금색도금, 여분의 수성펜심, 펜 케이스, 각인은 의뢰하신 분이 원하는대로...)

2011-06-21_07-28-17_303.jpg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6.22 19:01:11 *.136.209.2
<VAREKAI_037>
종강...일학기가 끝나는 자리이건만 모두들 얼굴이 그다지 밝지는 않다. 일학기에 무엇을 배웠는지에 대한 반성, 침체된 듯 한 분위기, 앞으로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라는 막연함, 앞으로 나아가야 하나? 멈추어야 하나? 등등등 다들 어수선한 분위기이다.

이어진 술자리...다들 자기 이야기를 한다. 불안한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기에 불안한 것이다.

그 중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다. 입학식 당일날부터 술판을 벌이고 다음날까지 애기하던 우리 멤버 중의 한 형님이 디자인에 관해서 열변을 털어 놓는다. '팔리는 가구'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그렇게 목에 힘주어 애기하던 그 형님이 이제 '한 시대를 담고 있는 디자인'에 대해서 애기한다.

'가구의 책'...그 책을 나도 읽었건만 그 형님은 거기서 충격을 받은 듯 하다. 저자의 가구가 나온 것이 단순히 형태를 잡아서가 아니고 긴 역사에 있어 한 흐름을 잡아냈기 때문임을 안 것이다. (이 형님...상당히 입체적이다...) '많이 많이 고민하셨구나.'

형님이 물어온다.
'성우야. 넌 왜 폭포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콘솔을 디자인했니? 왜 수만장의 폭포 그림 중에서 몇백년전의 일본 화가 그림을 선택했니? 왜 거기서 '단절','급격한 변화'라는 개념을 가져왔니? 폭포가 의미하는 것은 그것만이 아니잖아? 거기에 답해야하지 않을까? 단순하게는 고객 앞에서 뻐꾸기 날릴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해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작가여야 하니까 답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지 못 했다. 나는 왜 그것을 모티브로 선택했고, 왜 그 그림을 선택했고, 왜 그 개념에 집착했을까? 왜왜왜? 나는 지금 여기 라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 나는 주위의 영향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 홍세화님의 표현을 빌자면 '나의 생각의 좌표는 어디로부터 왔을까?'

새벽 2시...멍하니 벽을 바라보다 Zzz....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6.24 09:14:23 *.136.209.2

<VAREKAI_038>
이 글을 쓸까, 말까. 기억에 남을 순간인데...

회사에서 올해 목표에 대해서 1:1 상담이 진행되었다. 올해는 '역량'이라는 관점에서 다면 평가를 진행한다. 약간은 무방비 상태로 들어간 자리에서 지난 일년간 같이 일해온 본사 주재원과 상사와 마주앉잤다. 다면 평가 내용을 보여준다.

분명 웃을 수 있다는 것은 '소화'가 되었다는 뜻이다. 겉으로 웃고 있지만 웃는 것이 아니다. 내 어조가 격해지는 것을 보니 내 상처는 아직 완전히 아물지는 않았나보다.

주재원 시절 예전 교수님댁을 찾아뵌 적이 있다. 모두가 잠든 이른 아침. 그날 따라 유난히 일찍 일어난 나에게 사모님은 진한 커피 한잔을 타주셨다. 유학 시절, 개구장이 짓으로 꽤나 속을 썩여드렸는데 몇년 지나 어엿한 사회인이 되었으니 기뻐하시는 듯 했고 나는 그 당시 정말 모든 것을 잘 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커피를 마시며 사모님은 자상하게 애기하셨다. "최군, 자신을 너무 억누르지 말어. 학생시절의 최군이 우리집을 처음 들어왔을 때 얼마나 귀여운 애였는지... 자신을 내버려두렴."

그 당시에는 철저하게 이해할 수 없었던 사모님의 그 때 그 말씀...잠시 그 시절을 떠올리다 정신을 차려 스크린을 응시한다. 철저하게 'But' 를 쓰기로 한 것일까? 단 한문장도 'But'이 안 들어가는 문장이 없네. 평가 자체가 기분이 나빴던 것일까? 평가 내용이 기분이 나빴던 것일까? 후자겠지... 보기에 따라서는 잘해 왔다는 애기다. 잘하니 이것이것만 더해 줬으면 좋겠다는 애기다. 성과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일하는 성격에 관한 이야기이다. 지난 7년이 아니라 지난 1년에 관한 이야기이다.

동네 아주머니들끼리 만나면 꼭 하는 애기가 있다. "우리 애는 머리는 엄마 닮아서 좋은데 아빠 닮아서 공부를 안 해요. 자기가 맘만 잡으면 되는데 말이죠. 호호호 (반대인가???)" 피식....

컵에 물이 반밖에 차 있지 않다. 컵에 물이 반이나 있다. 이것이 객관적인가? 그저 물은 컵에 반 들어가 있다. 문장을 하나하나 음미해 본다. 요렇게도 보고 저렇게도 보고 분해도 해 보고 뒤집어 보기도 하고 무엇을 가리키는지 떠 올려 보기도 한다. 


그런데...그런데 말이지...
그네들이 건네준 외투를 내가 입을 것 같은가?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6.25 07:05:28 *.121.163.229
<VAREKAI_039>
어릴 적, 내 혼자 놀기 리스트 중에는 이런 놀이가 있었다. 눈 감고 태양을 바라보기, 눈을 꽉 감거나 손으로 눈에 약간의 압력을 주기. 이게 무슨 놀이가 될까? 아니 놀이가 된다. 그렇게 눈을 감고 잠시 기다리면 마냥 검은색일 것 같던 느낌이 다양한 패턴의 형상으로 펼쳐진다. 무작위적으로(쬐끔 유식하게 애기하면 카오스적으로) 펼쳐지는 그 형상들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나만의 즐거움이었다.

그와 같은 형상들을 내 속에서 끄집어 내어 주위와 섞어 낼려고 한다. 어느새 가구학교의 일학기가 끝났지만 무언가 아쉽다. 그것은 체 정리되지 않은 수업 내용이다. 짧은 방학 기간동안 해야 할 것이 무얼까?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라며 서점을 배회한다.

일학기동안 배운 것이 무엇이지? 아이디어, 디자인 스케치, 공간 디자인 16강, 전통가구 정리, 거리의 형상을 특정 이미지화 하기, 모티브 가져오기, 디자인 이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생각하는 법'이다. 디자인은 잘 그리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 그리고 그 방법....이것이 가장 큰 배움이다. 이것은 단순히 책에서 읽고 암기하면서 배운 것이 아니다. 최소한의 가이드 라인만을 받아 내 마음대로 맘껏 뛰놀면서 배우기 시작했다.

'기초 조형' 형상+사유 시리즈 1 이라고 적혀 있다.

7927259.jpg 

빠르게 책장을 넘겨본다. 기초조형...기초조형이라는 의미는 조형 과정의 입문 단계에 소용되는 개념을 뜻하지 않는다. '가장 기본이 되는 사고'는 조형을 다루는 사람 모두가 고민하고 만들어 가야 하는 필수 요소이다. 디자인은 표면적인 효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깊이 있는, 그리고 의미 있는 철학이 담겨져야 한다. 디자인에서 필요한 것은 '깊이 있는 철학'과 '사색적 사고방식'을 배양하는 것이다. 이것을 디자이너들의 '기초적인 사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책 뒤표지에 있는 이 문장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이 책이다. 이 책 한권이 내 일학기를 정리해 줄 책이다.

그리고 오늘 새벽...164페이지...'신체 내부(빛, 음악에 대한 반응)의 색채를 관찰하기'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읽고 있다.

태양이나 태양과 같은 광도의 발광물체를 본 다음 눈을 감으면 보색잔상과는 다른 독특한 애프터 이미지가 나타난다. 이는 무척 복잡한 양상을 지니고 있는데, 이런 현상을 색의 분방이라고 한다. 색의 분방에도 나름의 질서가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다양한 실험이 보고되고 있다. 처음에는 원자극의 하얀 애프터 이미지가 보이고 이어서 색은 파란색으로....태양의 애프터 이미지는 보색이 보색이 교대로 나타나기에 회귀도상이라 이름 붙여지기도 했다.....그 빛의 무리 주변에서 멀어짐에 따라 미묘한 색채의 변화를 지닌다.

이와 같은 놀라움. 즐거움. 기쁨. 신남이 계속되는 이 시간....

그리고 '나 말고도 혼자 놀기를 즐긴 인간들이 많구나!'라는 공감...ㅋ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6.27 13:39:50 *.136.209.2
<VAREKAI_040>
눈이 충혈되어 몇번씩 안약을 넣었지만 잠시 괜찮을 뿐이다.
병원에 가봐야 겠지만 오늘은 작업 금지... 대신 기초조형의 '색채론' 부분을 계속 읽어 나간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나의 천복으로 내가 직접 움직이지 않고 '밥'이 들어오는 구조를 만들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장사를 하면 그 장사에서 손을 뗄 수 없지 않은가...하루라도 문을 닫으면 그 하루는 수입이 '0'이니까.)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6.28 07:16:01 *.121.163.229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6.28 07:36:30 *.121.163.229
<VAREKAI_042>
'기초 조형'의 마지막 장인 '독창적인 개념의 발상을 위한 특별 레시피'를 덮는다. 주어진 개념을 독창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디자인의 시작인 듯 하다. 영국의 시인 오든이 그의 작품에서 '섬(island)'이라는 개념을 '강을 양쪽으로 뒤집어 놓은 것'이라고 표현했다. 즉, 강물은 뒤집어져서 바다물로 변하는 것이고, 강가의 양쪽 면에 위치했던 육지는 섬의 면적으로 대체되었다는 매우 독창적인 표현법을 사용 했다.

2011-06-28_07-21-21_649.jpg

<기초조형 책 중에서>

책에서 애기하는 레시피(반대 개념 활용이라는 조리기구)와 같이 '꿈'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그대가 생각하는 '꿈'이 아닌 것은 무엇일까?


(눈이 아직 낫지 않아 책을 계속 읽는다.)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7.01 05:12:56 *.121.163.229
<VAREKAI_043>
만약에 이 만년필에 이름을 붙일 수 있다면 "납기 지연에 따른 부담감의 회피를 위한 미안함"이 될 거이다.
 
만년필1.jpg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7.05 07:17:14 *.136.209.2
<VAREKAI_044>
'발상과 표현기법' 중 '시각적 사고 훈련'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끔씩 구름을 보고 여러가지 형상을 생각해 본다. 구름은 우리의 마음 속에 상상을 불러 일으킨다. 이와 마찬가지로 각 그림에서 문장을 설명하는 어떤 '느낌'을 감지하는 놀이를 한다. 이것은 직관 훈련이다.

스스로 아무렇게나 떠오르는대로 의미 없이 그림을 그리고 직관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1. 그림 : 소용돌이 
    나의 이야기 : 욕망이 끊임없이 흔들리고 휘몰아치며 모든 것을 삼킨다.

2. 그림 : 이등변 삼각형
     나의 이야기 : 두 남녀가 사랑이라는 꼭지점에서 만나다.

3. 그림 : 정사각형 
    나의 이야기 : 모든 것은 시간, 장소, 사람, 의지가 갖추어져야 온전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7.11 16:23:37 *.136.209.2
ㅎㅎ 이 놀이 재밌네요. ^^
놀랍습니다. @@ 다른이들도 해 보면 어떻게 애기할지 궁금해지네요.  
 비가 하염없이 내립니다. 윤정님도 건강 조심하세요 ^^/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1.07.10 19:21:49 *.154.223.199
시각적 사고 훈련이 재미있네요. 저라면
1. 소용돌이 :  달팽이집, 나를 보호하면서 짐이 되기도 하는 것
2. 이등변삼각형 :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 공든 탑이 하늘을 감동시켜 불가능한 것을 이룸.
3. 정삼각형 : 이것 주위로 원을 그리고, 그 주위로 정사각형을 그리게 됨. 하늘과 땅 사이의 사람 

눈 아프신 것 얼른 낫기를 바랍니다.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7.07 11:30:35 *.136.209.2
<VAREKAI_045>
알르레기성 각막염... 이 아이는 올해 여름 처음 나와 만나 끈질기게 나를 괴롭힌다. 나을 듯 하면 다시 도지기를 여러번... 인간은 즐거움 보다는 고통으로 기우는 존재라고 거창하게 애기하지 않더라도 꽤나 괴롭다.

어서 작업실로 달려가고 싶을 뿐이다.
프로필 이미지
2011.07.08 12:13:16 *.252.193.142

오빠 아프시면 안되요~많은 분들이 오빠 작품을 기다리실텐데~건강이 최우선! 얼릉 쾌차하시길 바래요 홧팅! :)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7.09 08:52:59 *.121.163.229
회사일, 출장, 새벽 수련....정신 없으시죠? 항상 건강 조심하세요.
전 약을 바꿔서 곧 괜찮아질 듯 하네요 ^^
화이팅요~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7.11 16:25:52 *.136.209.2
<VAREKAI_046>
참으로 오랜만에 작업실로 향한다.
셔터를 열고 형광등 스위치를 누른다.
그대로다. 그 자리 그대로 변치않는 모습 그대로...

그 뿐만이 아니다.
두시간...나에게 몰입하는 두시간, 에너지가 충만한 두시간, 나무가 되는 두시간

2011-07-11_06-35-06_239.jpg
<오늘의 작업 : 사진 스탠드...급한 물건인데 너무 많이 지연되었다.>

※ 오랜만에 작업했더니 반복작업을 지루해하지 않는다. ^^;;;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7.12 13:31:46 *.136.209.2
<VAREKAI_047>
버스를 타거나 화장실에 있을 때 꽤 많은 생각과 상상 속에 잠기곤 한다. (지하철에서는 안 된다.) 그래서 날 좋은 날은 일부러 멀리 돌아가는 버스를 타거나 내려야 될 정류장을 지나쳐 가기도 한다. (지하철은 힘들다.) 그러다 보면 도시의 풍경과 그 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이고 이내 내 생각에 빠져든다. (지하철은 보이는 것이 멀뚱멀뚱 쳐다보는 맞은편 사람이나 어두운 터널만 보이기에 힘들다.)

오늘도 그렇다. 비가 오고 거리의 빌딩들이 지나가고 그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닌다. 그리고 떠오른다.
'나는 누구지?'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 하는 나를 보고서 나는 펑펑 울다가 3년전 꿈벗 여행을 갔었다.

그리고 이제 다시 물어본다.
'나는 누구지?'
'나? 나는 나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 나무로 무언가를 디자인하고 만들고 그걸로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지. 이게 나야. '

'나'인 것과 '나'가 아닌 것으로 편가르기...
지금 나의 대답이 마음에 든다.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7.13 03:02:04 *.121.163.229
<VAREKAI_048>
지금까지 잠들지 못함은 낑낑거리며 내 나름으로 '객관적으로' 지금의 나를 보기 위함이다. ( '내 딴에는' 혹은 '나 나름으로는' 최선을 다했다는 말은 무서운 말이기는 하지만...)

내가 좋아하고 즐기는 무언가는 나를 애기해준다. 그것은 나다. 미로속에 있을 때 가지고 있을 분명한 끈 하나를 지기고 있다. 너무나도 고맙다. 충분조건이다. 필요조건은? 살아가기 위한 필요조건은? 몇년간 길을 찾고 방황하기를 몇번....

내 발이 딛고 있는 회사는? 거기서 나는? 예전의 나는 지금 여기 없다. 내 존재를 의지했던 그 곳에 더 이상 과거의 나를 비춰줄 거울은 없다. 과거에 기대며 현재를 지탱하고 미래를 꿈꾼다. 과거의 기반은 무너져 내리고 있다. 그 징후가 곳곳에서 보인다. '출근길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며 느끼고 있잖아. 자신한테 물어보려 하잖아.' 보려고 하지 않을 뿐이다.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7.14 23:59:56 *.121.163.229
<VAREKAI_049>
여친에게 주고 싶은 선물을 부탁해 온 의뢰... 그다지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눈병을 핑계로 잠시 쉬었던 탓일까? 내일까지 물건을 넘겨야 하건만 몸과 마음이 꼼짝달싹을 하지 않는다. 다른 책에 한눈을 팔거나 목공 친구와 다른 물건을 구상해 보거나 다른 생각을 하거나 한다. 시간을 일부러 까먹고 있는 듯 하다. - -;;

내일이 얼마남지 않은 이 시간에서야 한가지 아이디어가 떠 오른다.
아주 살짝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해 볼까?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7.15 11:38:06 *.136.209.2
<VAREKAI_050>
생수병 뚜껑이 있었습니다. 그는 생수병 위에서 주인님의 물을 안전히 지키는 역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주인님이 손잡기 편하게끔 그는 울퉁불퉁한 표면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물질이 들어오지 못 하게끔 단단히 생수병을 막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더불어 청량한 물의 이미지가 그려지게끔 파란색 옷을 입고 있었지요. 그러기에 그는 생수병을 지킬만큼의 역활을 하기에 충분하였습니다. 그야말로 'Born to Close & Open'

그런 그에게도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주인님이 생수를 다 드시면 그의 역활은 끝납니다. 그는 아직도 충분히 생수병을 지킬 힘과 능력을 가지고 있건만 기나긴 세월 어딘가에 버려질 운명일 뿐입니다. 그 운명을 아는지 모르는지 병뚜껑은 어느 목공 작업실에 도착합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자기와 같은 플라스틱보다는 나무들만 즐비합니다.

그리고 어느날... 새로운 친구가 놀러옵니다. 웬 듣보잡? 보아하니 이 녀석도 자기와 같은 종족입니다. 분명 이 애도 뚜껑이건만... 말을 겁니다.

'야...야...너! 이상하게 생긴 너!'
            '네...저요? 안녕하세요?'
'너 뭐하는 놈이냐?
            '전 주인님의 선배 커플에게 선물될 '100일' 기념품이에요."
'그래? 너도 따까리구나..그대도 언젠가는 버림 받겠지.' 
             '아니에요. 주인님이 애기해 주셨는데 전 의미가 있다고 하셨어요'
'뭐라고?'
              '주인님은 이등변 삼각형을 보고 연인을 떠 올렸대요. (시각적 사고 훈련인가 뭔가를 하셨다나 봐요.)
               각기 다른 꼭지점에서 서 있는 남녀. 그들은 그들이 서 있던 곳을 떠나 새로운 꼭지점에서 만났어요. 
               그리하여 '연인'이라는 삼각형을 이루었지요'
'웬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 -;;;'
               '하지만 보세요. 뚜껑 형님보다 제가 아름답잖아요.'
'오글오글~'
                 '.............'

2011-07-15_07-17-47_669.jpg

2011-07-15_07-18-54_444.jpg

2011-07-15_07-18-23_950.jpg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7.16 15:23:00 *.42.194.99
아...이런 것들이 가능하군요!!! @@
용도는... 오늘 세미나 진행하시는 분이 아실테고...
성희님이 애기하신 것들...다 만들어 볼래요~ ^^
프로필 이미지
조성희
2011.07.15 16:02:33 *.143.199.187
키세스 초콜릿모양인데...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궁금증이 발동합니다. ㅋㅋ
추리1. 보석함.  그안에 이쁜 프로포즈 반지가??
추리2. 설마 키세스 초콜릿?  아냐..넘 작아요..
추리3. 용수철 인형이 띠~용~하고 튀어나올까?
추리4. 샤방샤방~뮤직박스도 귀엽겠고
추리5. 뚜껑열면 바로 목도장, 그리고 인주.ㅋㅋ 선물이라기엔 쫌...
추리6. 아~ 안에 아로마 오일을 한두방울 떨어뜨리면 나무냄새랑 아로마 냄새가 잘~ 어울릴지도...
 이름이 뭘까요??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7.21 07:29:41 *.121.163.229
글이 너무 내 감정에 취우친 듯 하다. - -;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7.19 09:04:05 *.136.209.2
<VAREKAI_051>
앗...하는 사이에 수일이 흘렀다. 개인적인 일로 시간이 빨리 흐리기만을 기다리다 이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기를 기다린다. 기다린다??? 왜 시간이 빨리 흐르기를, 천천히 흐르기를 기다리기만 할꼬?

동시성...그 어떤 흐름이 있다. 인연이 있다.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그 흐름에 몸을 맡기면 위대한 스승들이 이야기 했듯이 '일어날 일들은 일어난다.'
 
얼마전에 개봉된 '천년유혼'은 코메디였다. 과거 버전이 몽환적인 스토리를 보여주었다면 이번 버전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찾지 못 했다. 슬퍼야 될 장면에 웃게 되는 까닭이다. 그 중에 딱 한 장면 마음에 드는 장면이 있다. 퇴마사가 요괴의 주술에 걸려 꽃잎의 바다에 떨어진다. 어떻게 해도 벗어날 수 없다. 그는 그 꽃잎에 파도에 몸을 맡긴 체 꽃잎으로 피리를 분다. 꽤나 시간이 흐르고 꽃잎을 바람에 날려 보낼 때서야 그 바다를 벗어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주체가 되어 흐름에 몸을 맡긴다.
(알람시계는 일어날 일이 일어나는 '때'를 가르쳐 주는 징조이니, 끄고 다시 잠들지 말지어다.)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7.20 10:43:04 *.121.163.229
<VAREKAI_052>
사진 스탠드의 추가 작업을 이어간다.
중심점 잡기 -> 지그에 물리기 -> 기계로 구멍 뚫기 -> 다른 지그에 물리기 -> 다시 기계로 뚫기
단순 반복 작업은 생각을 없애준다.
하지만 최성우가 어디 가겠는가?
20개가 한계다. - -;;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7.20 20:47:55 *.121.163.229
<VAREKAI_053>
'나는 피아노 건반을 누르는 것만 봤지, 피아노를 치는 것은 단 한번도 못 봤어.'

일요일 저녁, 작업실 건너편 이웃댁에서 작은 음악회가 있었다. 헝가리에서 오신 유명 피아니스트가 그 댁에 잠시 머물고 있기에 할아버지의 따님분이 동네분들과 몇몇 지인들을 초대하여 음악회를 연 것이다. 작은 방안에 쇼팽의 녹턴, 에튀드 등이 피아노를 통해 울려온다. 비온 뒤의 산책길, 애잔함과 밝음이 교차하는 느낌...(과거에 비해 나는 확실히 감성적이다. 하지만 와인을 마시며 시가 떠오르는 레벨은 아니다.)

운 좋게도 나는 피아니스트가 연주를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다. 때로는 숨 가쁘게, 때로는 부드럽게...물 흐르듯 흐르는 손... 어느덧 첫 연주가 끝났다. 할아버지가 일어나 또박또박(!)한 영어-정말 또박또박해서 내가 알아들을 수 있다.-로 피아니스트에게 말씀하신다. "내 딸이 당신 제자인데 나는  내 딸이 피아노 건반을 누르는 것만 봤지, 피아노를 치는 것은 단 한번도 못 봤어" 이 무슨 말씀? 이 댁 따님분도 어디가도 안 빠질 경력을 가지신 피아니스트이신데...누르는 것과 치는 것이 무슨 차이람?'

주변 분들의 웃음을 뒤로 하고 제자와 스승의 합주가 시작된다. 피아노에 무지하지만 분명 때때로 내 가슴을 쿵쿵 치는 것을 보니 분명 아름다운 연주리라. 그러다 건반위의 두 분의 손을 바라본다. 제자와 스승의 손의 움직임...분명 같은 악보를 같이 치고 있건만 건반 위의 손 움직임은 틀리다.

보인다. 분명...분명... 스승의 손은 연주하고 있으나 제자의 손은 건반을 누르고 있다. 독주일 때는 보이지 않았으나 합주에서는 그 차이가 눈에 보인다. 스승의 손은 건반 위를 때로는 스치듯 지나치고 때로는 하나가 되고 때로는 쓰다듬어 주고 있다. 마치 손이 연주에 맞추어 춤을 춘다. '할아버지? 이걸 애기하신 건가요? 대가는 작은 것 하나까지 아름다운 것인가요?'

할아버지는 '오늘 참 좋은 연주를 들었다.'라는 말씀을 남기시고 퇴장하신다. '대가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지닌 사람인가?'라는 물음이 떠오른다. 분명 목공에서도 같은 일이 있다. wood turning 사부님이 접시를 만드실 때와 내가 접시를 만들 때 분명 크나큰 차이가 있다. 사부의 칼끝은 춤을 추고 있다. 회전하며 나오는 톱밥은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린다. 사부의 손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나무의 결에 저항하지 않고 그 결을 타고 넘는다. 보는 이마저 그 자연스러움에 매료된다. '나? 나의 작업 과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우.격.다.짐...' 나는 기계과 나무와 전쟁을 치룬다. 그러기에 저번처럼 힘이 너무 들어가 '뻑'하며 접시를 망친 것이다.

오늘 선물로 가져온 체리목 접시도 마찬가지다. 더위에 지쳐 웃통을 벗어던지고 팔에는 단단히 힘을 주고 회전하는 목물과 싸움이 붙은지 한시간여. 그리하여 만들어진 그 접시가 주위에서는 아름답다고 하나 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 과정을 즐기지 못 했기 때문이 아닐까? 자신을 설득할 수 있고 자신이 좋아해야 좋은 물건이 나올 수 있다. 그 결과뿐만 아니라 그 과정 역시 즐긴다.  피아노는 누르는 것이 아니라 연주하는 것이다.'

어쨌든 할머니께 드릴려고 가져왔던 체리목 접시는 자신의 주인을 바꾸어 '체리나무는 좀 더 붉지 않나요? 어린 체리 나무인가봐요 무늬가 너무 예뻐요'라며 접시를 보고 환한 웃음을 지어주신 피아니스트의 품에 안겨 헝가리로 향하고 있다.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7.21 07:36:45 *.136.209.2
<VAREKAI_054>
네이버 대표 카페인 '레몬테라스'의 레테님이 쓴 5만원 인테리어를 읽고 있다. 여러 아이디어들, 다양한 소재들, 마음에 드는 인테리어, 따라 만들고 싶은 의욕이 스멀스멀 생겨난다. 지금 내가 가진 것으로는 어느 것 하나 모자란 것이 없다. 나무도 알고 페인트도 알고 기계도 있고 작업도 할 수 있다.
.
.
여기서 질문 하나
.
집 비워주고 나올 때 인테리어 복원은 어찌 하나요?   6- - ;

화장은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우는 것이 중요하 듯....
인테리어도 (자기 집이 아니면) 벌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복원하는 것이 중요할 듯...

※ 새벽 수련을 마치고 머리를 감다 알았다. 오늘 새벽 읽은 것은 5만원 인테리어였으나 거기서 나는 매우 흥미로운 단어 하나를 찾아냈다는 것을...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7.22 17:54:15 *.136.209.2
<VAREKAI_055>

유럽...프랑스...파리...메트로 9호선 Alma Marceau역...팔레 드 도쿄...파리 시립 근대 미술관...

2008년 크리스마스가 지난 12월...나는 그 곳에 있었다. 그 책상 앞에 서 있었다. 그 책상은 다른 미술품들처럼 분명 전시품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거기에 있어야 될 이유를 전혀 이해하지 못 했다. 파리의 다른 전시관들과는 다르게 여기는 내가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이 없다. '대체 이 책상이 왜 여기 있는거야?!'

사람은 자신이 이해할 수 없으면 자신의 '인식'을 바꾼다고 했던가?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울트라 캡숑 재미없는 영화(모두가 지루하다고 강력히 애기하는 영화)를 무작위로 선정한 A집단과 B집단에 보여주었다. 그리고 A집단에게는 100달러를 주면서 영화관을 나가 지인들에게 이 영화가 정말 재미있다고 애기해라고 했다. 그리고 B집단에게는 1달러를 주면서 똑같은 일을 시켰다. 그들은 그 일을 했다. 그리고 돌아온 A집단과 B집단에 넌지시 물었다. 자신들이 지인들에게 재미있다고 거짓으로 애기한 그 영화 지금은 어떤가라고...

100달러를 받은 A집단의 대다수 : 정말 재미 없었다.
1달러를 받은 B집단의 대다수 : 재미있었다. (이 글을 읽는 자신은 안 그럴 거라고 자신하지 말기를...)

실험자는 이 실험을 이렇게 설명한다. 기껏 1달러 때문에 자신이 재미없게 느끼는 영화를 다른 이에게 재미있다고 애기해야 했던 B집단의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에게 설명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의 인식을 스스로 바꾸었다. 그들에게 그 영화는 재미있는 영화라고...

'가구의 역사'라는 책을 펼치며 2008년 겨울, 그 곳이 떠 올랐다. '파.리.시.립.근.대.미.술.관.'에 놓여진 이유를 알 수 없는 그 책상... 아직까지도 그 책상을 누가 만들었는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왜 거기 있는지, 내 느낌이 무엇인지 모른다.

'무언가를 더 알고 느끼면 그 책상이 거기에 놓여진 이유를 알게 될까?'
'아니면 더 알게 되어 그 책상이 거기에 놓여진 이유를 억지로 끼워 맞추게 될까?'

2008년 12월 말의 겨울...나는 파리에 있었다. 지구의 갈 수 있는 많은 곳 중에서 왜 그곳인지 잘 모르면서...
그리고 거기서 나는 이 때까지 접하지 못 했던 수많은 공예품과 예술품 사이에 있었다.

지금 나는 과거의 그 곳의 시간을, 내 행동을, 느낌을 이해하기 위해 지금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 곳의 시간, 행동, 느낌 위에서 어딘가로 향하기 위해 지금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

한가지는 확실하다. 그 당시에는 몰랐으나 그 책상은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하지만 다시 그 앞에 서더라도 나는 별반 아는 것도, 더 느낄 수 있는 것도  없을 터이다.  아직 그 책상과 나를 이어줄 인식의 끈은 찾지 못 했다. 갈 길이 멀다는 애기다.  

가구의 역사...첫 페이지를 연다.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7.25 19:50:51 *.121.163.229
<VAREKAI_056>
바로크, 로코코, 고딕, 리젠시...

학창시절에는 무조건 외우던 암기 과목이었는데...지금 하나하나의 단어에 의미를 부여하며 읽고 나가고 있다. 가구의 역사 & 프로세서....창원에 숨어있던 대한민국의 마지막 책을 찾아내어 읽고 있다. 바로크에 질려서 로코코가 나오고 누가 어떤 장르를 개척했고...어쩌고 저쩌고...서양 가구의 '이야기'는 빠지고 Fact(?)만 남아 있다. 이야기가 없으니 따분할 수 밖에... (그래도 신기하게 이 책은 읽으면서 졸지는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며 왜 당구가 떠오를까? 빨간 공에 맞은 흰공이 당구대 모서리에 맞고서 또다른 당구공을 향해 간다. 그 당구공은 충격을 받은 만큼 또 다른 궤도를 그리겠지. 뒤에 나온 사조는 앞 사조의 영향을 받아서 그 충격을 받은 만큼 그 나름의 궤적을 그리며 움직인다. 다만 충격을 주는 것에는 앞의 사조도 있지만 그 외의 사회 전반의 여러 변화도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18세기 고전인 '로빈슨 크루소'의 주인공은 '로빈슨 쿠루소'가 아니라 '방드르디(프라이데이)'가 되어 새로 해석되지 않는가? ('미셸 투르니에'의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우짜동동 나도 쓰리 쿠션 맞추는 날이 오기를~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7.27 05:17:25 *.121.163.229
ㅋㅋㅋ
국향님도 빠이팅구!!!! ^-------------^
꼬레 마켓...즐겁게 재밌게 시작하시길 바래요~
프로필 이미지
이국향
2011.07.26 07:24:53 *.121.41.237
"우짜동동 나도 쓰리 쿠션 맞추는 날이 오기를~ "

우하하하하!!!!
진지하다가 갑자기 너무 웃기잖아요 성우님.

우짜든동 화이륑!!
ㅋㅋㅋ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7.26 15:03:07 *.136.209.2
<VAREKAI_057>

세상의 모든 큰 유행, 즉 메가트렌드는 반드시 그 전 유행의 결핍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예를 들어 꽃미남이 유행해요. 야들야들하고 좋죠. 근데 어느 순간 너무 야들야들해 지겨워져요, 그러다 보면 짐승남을 찾게 되죠. 근데 짐승남은 목 아래론 좋은데 목 위가 부실한 거야. 그래서 지적이면서 근육도 적당히 있는 차도남을 찾게 돼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유행은 그런 식으로 이전의 유행에서 결핍된 것들을 만회하면서 만들어집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ㅋㅋㅋ 쵝오~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7.27 12:09:08 *.136.209.2
<VAREKAI_058>

아르누보를 읽고(?) 있다.
읽고(?) 있는 아르누보는 피상적으로 그칠 수 밖에 없다.
(춤을 글로 배웠어요...와 다름없음이다.)

창밖에는 비가 쏟아진다. 새벽 내내 쏟아지는 비는 멈출 기세가 없다.
가끔 내려치는 번개와 천둥 소리는 어두운 방안을 순간적으로 밝히곤 한다.

눈이 따갑다. 장마철이 계속되면서 알레르기성 각막염으로 눈이 괴롭다.
잠시 눈을 감으니 비소리가 선명히 들려온다.

'비'와 '비소리'를 가구로 만들 수 있을까?
언젠가 '비'를 쥬얼리로 만들어낸 작품을 본 적이 있다.

'비'와 '비소리'를 가구로 만들 수 있을까?
하나의 형상이 떠오르고 스케치해 본다.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8.05 12:29:57 *.203.236.82
명희님...답글이 늦었네요.
명희님의 강연...아직도 생생해요. (완전 몰입 했답니다. @@)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덥네요. ㅠㅠ
얼마남지 않은 시간, 함께 화이팅입니다. ^^
프로필 이미지
김명희
2011.07.31 05:43:24 *.205.50.193
비와 비소리가 가구에 표현되는 작품, 멋있을 것 같네요.
이런 기발한 생각을 해내는 성우님의 재능, 꼭 빛나리!
힘을 내서, 300일 끝까지 함께 완주해요.
300일차는 재도전도 역시 쉽지 않네요.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8.05 19:46:05 *.203.236.32
<VAREKAI_059>
바 테이블을 만들어야 한다. 인터넷에서도 찾아보고 논현동 가구 매장들을 지나치면서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바 테이블의 높이이다.  한 매장에서 바 테이블을 발견하고서는 구경하는 척하며 높이를 어림잡아 봤다. (어라? 줄자를 안 넣었네...다른 일로 걷고 있었던지라... 총 놔두고 온 꼴이다.) 우짜지? 슬쩍 내 몸을 테이블에 기대어 본다. 내 배꼽 지점에 테이블이 닿는다. '집에 가서 바닥에서 내 배꼽까지의 길이를 줄자로 재면 되겠지'

더위에 여기저기 부산하게 돌아다녔더니 지쳐 버렸다. 늘 가던 카페에 가서 스무디 한잔....한 숨 돌리고 보니 내가 앉은 테이블이 '바 테이블'이다. 밑 부분의 철골 구조를 보니 내부 기둥과 맞게끔 주문 제작한 듯 하다. 다시금 슬며시 일어나 기지개를 펴면서 배꼽을 가져다 대본다. 아까와 비슷하다. 배꼽 높이...

집에 돌아와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바 테이블, 바 의자 높이에 대해서 검색해 본다. 이윽고 발견되는 문장.... "바 테이블은 105 ~ 120 cm 사이인데 보통 배꼽 높이로 하면 되요"라는 친절한 댓글 달린 블로그 발견........
.
.
.
나는......'대한민국 표준키' 인 것인가요?
표준보다는 크고 싶은데...  - _ - ;;;;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8.08 13:02:37 *.136.209.2
<VAREKAI_060>
일요일 아침...목공친구로부터의 전화다. '여보세요.'라는 목소리가 목공친구가 아니라 이웃집 할머니 목소리다. 통나무들을 정리해 줬으면 좋겠다고 하신다. 곧 가겠다고 말씀 드렸더니 시간을 정해 달라고 하신다. (적.극.적이시다.)

하늘은 태풍이 북상중이라 흐리다. 오늘, 내일 비가 온다고 했건만 흐리고 무덥기만 하다. 전기톱을 들고 정원으로 향한다. 한동안 새벽에 책만을 들여보고 (혹은 졸고) 있었기에 오랜만에 현장(!)에 나왔다. 어른 두세명을 합쳐놓은 듯한 나무 둥치들...한정화님에게서 연락을 받고 우여곡절 끝에 이 정원에 안착한 나무들은 어느새 자신들의 껍질을 벗겨내며 곱게 말라가고 있다.

전기톱으로 통나무들을 자르기 시작한다. 크레인이 아니면 꿈쩍도 하지 않는 녀석들이 대부분이라 어떻게든 잘라내야 한다. 작업은 처음부터 순조롭지 않다. 아카시아는 뒤로 줄 세우고 참나무(오크)부터 사용하지 좋은 크기로 자른다. 오크나무 건조는 쉽지 않다. 미국에서나야 인조 건조가 가능하다. 현재로는 일반적인 판재로는 사용할 수 없다. 목선반용으로 쓸려면 꼼수를 몇가지 부려야 한다.

몇개 자르지 않았는데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땀이 비오듯이 흐르고 가져온 생수통들은 이미 바닥을 들어냈다. 어느새 전기톱의 체인 오일이 떨어졌다. (전기를 쓴다 뿐이지 구조는 벌목용 엔진톱과 같다.) 어차피 오늘 내로는 끝낼 수 있는 도구도, 인력도 없다. 쐐기와 도끼가 필요하다. (다만 작업을 시작하면서 빗방울이 빨리 떨어지기만을 바랬을 뿐.... )

할머니와 레몬쥬스와 샌드위치를 만들어 나오셨다. 어느새 한시간을 훌쩍 넘겨 계단에서 이야기 꽃을 피운다. 어느새 할아버지도 나오셨다. 긴 대화 끝에 알았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지금 원하는 것은 당장 나무를 치우는 것이 아니라 정원에 버려져 있는 작은 정자로 가는 길을 막고 있는 큰 통나무들을 정리하는 것... (아...진작 애기해 주시지요 ㅠㅠ )

그렇다 하더라도 이 정원의 나무들도 움직여야 할 때다. 그 동안 많이 쉬었으니....
프로필 이미지
최성우
2011.08.08 13:07:11 *.136.209.2
<VAREKAI_061>
새벽... 모니터를 지그시 바라본다.
"확인" 버튼이 떠 있다.
"꾹" 누른다.
"송금 되었습니다."

지난 일학기...다른 곳에서는 배우기 힘든 많은 것들을 학교에서 배웠다. 이제 또 무엇을 배우게 될까?

가구학교...2학기가 시작되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0 [단군3기_출사표_단군부족] 절정 [98] 김경희 2011.09.05 8245
39 [단군3기_출사표_단군부족] 행복해지는 꿈 찾기. file [51] 박현민 2011.09.04 9915
38 [단군3기_출사표_단군부족] 여행을 준비하며 [105] 김소연 2011.09.04 9103
37 [단군2기-출사표-단군부족] 조금 더 가벼워지기 [58] 이헌 2011.09.04 7307
36 [단군3기_출사표_단군부족] 인생 전체를 걸고 도전했던 한 해, 2011 [86] 이대훈 2011.09.04 7391
35 [단군3기_출사표_단군부족] 천직을 향해서 [90] 김영훈 2011.09.04 7845
34 [단군3기_출사표_단군부족] 나는 글쓰는 사람으로 살고 있는가 [97] 김난희 2011.09.03 8215
33 [단군3기_출사표_단군부족] 그냥 한다 file [125] 권윤정 2011.09.03 12479
32 [단군2기-출사표-단군부족] 길을 짓다 [25] 이효은 2011.05.12 6892
31 [단군2기 출사표] 우주로부터 날아온 초대장 "몸의 경계에는 꽃이 핀다." file [97] 박소라 2011.05.10 7041
30 [단군2기_출사표_단군부족] 한 마디 매듭짓기 [163] 권윤정 2011.05.10 13452
» (단군2기_출사표_단군부족) 사다리가 필요한게 아냐 file [121] [6] 최성우 2011.05.09 13564
28 [단군2기_출사표_단군부족] 그리하여 나는 그 빛으로 족한 사람이 되리라. file [171] 이국향 2011.05.09 7837
27 [단군2기_출사표_단군부족] 나비의 꿈을 기억한다 [108] 김명희 2011.05.09 7275
26 [단군2기_출사표_단군부족] 나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나로 바로 선다 [96] 주철은 2011.05.08 7282
25 [ 단군2기_ 출사표_단군부족] 나무 [141] 조성희 2011.05.08 7498
24 [단군2기_출사표_단군]STRONG과 MBTI 공부(내면탐험모델 진화) [97] 홍승완 2011.05.08 7364
23 [단군2기_출사표_단군부족] 몸과 마음의 근육 키우기 [108] 신은하 2011.05.08 7524
22 [단군2기_출사표_단군부족] 난 딱 한 놈만 팬다 [101] 이승호 2011.05.08 7387
21 [단군2기_출사표_단군부족] 心正安 – 진정한 나로 거듭나기 [115] 최점숙 2011.05.08 7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