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단군의

/

3단계,

세

  • 권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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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10일 08시 12분 등록
 

아끼는 빨간책을 가방에 넣어갔다. 여성마라톤에서 진분홍 티셔츠를 입고 같이 바람 속을 달리게 될 열여덟 소녀에게 줄 생각이었다. <미래에서 온 편지>는 마흔 살 저자가 열여덟 여자조카에게 여자로 사는 매뉴얼을 주려고 쓴 책이다. 이걸 지금 열여덟 소녀의 손에 넘기는 것은 저자의 원래 의도대로 책이 사용되고 있는 거고, 내게도 이제 어른 노릇으로 넘어가야할 시점임을 인지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나도 십대에 깨알같이 메모를 하고 밑줄을 그은 책을 받은 적이 있다. 중2 국어선생님이 박목월 <문장의 기술>, 고1 영어선생님이 막심 고로끼의 <어머니>를 주셨다. 길이 엇갈려서 책을 되들고 왔다. 여러번 읽었던 책을 날이 밝으면 떠나갈 애인처럼 애틋한 눈빛으로 들여다보고 손으로 찬찬히 만져본다. 

2004년 10월 24일 도장이 찍혀있더군. 거기서 follow your bliss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현경은 법륜스님과 함께 스물두 살 가을에 만난 나의 bliss, 선생님이다. 현경선생님의 명상을 배우러 갔던 첫번째 절에서 법륜스님을 만났으니 이 기독교신학자 덕분에 부디스트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길 잃었을 때 다시 펴보곤 하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알게된 다른 인연이 여럿이다. 2008년 여름에 <미래에서 온 편지>를 가지고 가수 이상은씨가 작곡한 노래가 있대서 검색한 블로그에서 조셉 캠벨의 <신화의 힘>을 처음 보았다. 내가 읽어야할 책이라는 걸 알았다. 주문해서 뭔 소린지도 모르고 읽으면서 그 책에 대해 더 검색했다. 변경연 연구원 하시는 분들의 서평이 주루룩 뜬다. 책들을 상당히 가학적으로 읽던데 어쩐 일인지 그 점에 마음이 끌려서 이것저것 읽다가 모닝페이지를 같이 쓸 사람을 구한다는 네이버 카페 공고를 보았다. 한정화님 블로그였다. 그렇게 모닝페이지는 나를 찾아왔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던 내 얘기를 디립다 들어주는 모닝페이지를 하면서 ‘오늘도 잘해주었어요. 콩두씨. 콩두씨를 사랑합니다. 언제나 언제나 언제까지나 우리가 콩두씨 옆에 함께 있어요’라고 말해 달라고 아침마다 애걸복걸한지 3년이 되어간다. 나에게 잘 맞는 도구였고, 자기치유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작년 2월에 독립했다. 혼자 사는 걸 무서워한다. 모내기 한 벼처럼 골골대는 나를 응원하기 위해 새벽 3시 기도를 1년간만 작정했다.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지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 3시기도는 나에게는 정성의 최상급이었고, 25살 때 법륜스님의 스승님인 각해보살님이 나더러 3년 3시 기도, 이분정근을 해보라 하셨는데 진지해지는 서른살 기념으로 2년 하고 밀어두었던 걸 마무리 짓고 싶어졌다. 나에게는 어릴 때부터 두 가지 꿈이 있었다. 선생님과 엄마가 되는 것. 서른 살 때 스승님이 가리키는 방향을 직접 걸어보기로 한 것은 그 꿈을 이루는데 이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서른 살과 마흔 살은 그런 에너지를 주는 특별한 시기인 것 같다. 3년 갈 길을 15년 걸려 돌아가는 꼴이지만, 잘 했다는 말을 듣든 욕을 먹든 택도 없이 이걸 하라고 나를 탑 위에 가둔 마녀님, 그 고운 님이 영영 돌아가시기 전에 일러주신 대로 해 봤다고 말씀드리며 발치에 앉아보게 되길 바라고 있다. 그리고 선생님과 엄마 되기라는 어릴 적 꿈이 허물을 벗어가며 무엇이 될 지 지켜보고 싶다.


3시기도 혼자서는 도저히 엄두가 안 나던데 일단 시작했다. 혼자 했던 100일의 새벽기상 성적은 26일이었다. 그 끝은 모닝페이지 카페의 100일 프로젝트와 연결되었다. 동시성의 선물이란 이런 것일거다. 새벽기상 40일 가능했다. 그 끝에 단군프로그램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도 눈물나는 선물이었고, 모닝페이지 카페의 인연들이 징검다리가 되어주셨다. 여기서 100일차 새벽기상은 91일, 200일차에는 85일이다. 오 재수! 이건 내가 아니라 함께 가는 분들의 힘이다. 명백하다.


억지로 일어나던 것이 200일을 거치며 몸에 붙으니까 새벽에 무엇인가를 할 여지가 생기는 것 같다. 읽어오라는 세미나 책은 좀 어렵지만 자기성찰에 도움이 되었다. 게다가 변경연 사이트는 볼 꺼리가 풍부했다. 인문학 공부, 10대 풍광, 꿈벗, 개인대학, 책 쓰기에 관심가진 분들, ‘사부님’이라는 교조적인 이름으로 불리는 이에 대한 무한 신뢰, 비슷비슷한 느낌을 주는 사람들......기웃기웃 한다. 가장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은 필살기와 여기서 권해서 함께 읽는 좋은 책이다. 11년차 직장인, 앞으로도 계속 일을 해야 할 사람으로 직장 안에서 존재와 밥을 일치시킨다, 자기의 강점에 기반해서 1만 시간을 들여서 전문가가 된다는 말은 퍽 매력적이다. 지난 주에 연구원들이 3번 읽을 책들을 주문해 배송받았는데 두께와 무게에 깜짝 놀랐다. 겁을 집어먹고 상자에 도로 담아 변심반송할까 어쩔까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새벽 2시의 용기’라는 제목의 칼럼을 읽었다. 화들짝 놀랐다. 순식간에 나의 3시기도가 자아경영이라는 개념과, 역사 속 인물 나폴레옹과 연결되는 느낌이었다. 원래 이렇게 다 통하는 건가? 모르겠다.  


300일차는 처음 먹은 마음대로 가겠다. 일단 3시기도 1년을 잘 마치고 싶다. (아, 어떻해, 나더러 저녁기도도 하라고 하셨는데 이건 언제 시작하냐? 흑흑흑...말 안하고 못들은 척 슬쩍 지나가고 싶구만. 여기다 말해서 이젠 다 글렀네. 그리고 그냥 그럴듯한 멋진 말로 시작할 수 없었을까? 이렇게 꼭 안해도 좋을 말을 출사표에다 써놓고 동네방네 나발을 불어야 할까?---> 괜찮아요. 300일차 걷다가 캄캄한 데서 길 잃을 때 돌아와 읽어보자요. 좌표를 찾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콩두씨) 암튼 이 1년이 나에게는 특별한 곳이 될 것같다. 8월에 300일차를 마치면 새벽기상이 무너지는 걸 두고볼지, 딱 1년만 하고 말려고 했는데 더 하게 될 건지, 이것이 어디로 나를 이끌지 오늘의 나는 모르고, 노력해서 알고 싶지도 않다. follow your bliss 하고 있는 것 같고, 나는 혼자가 아니므로 안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300일차 시작하면서  다짐하고 부탁해본다. 300일차는 쉬 시스템다운 되는 머리 말고, 나의 몸 특히 발을 써서 가기를, 좋은 사람들과 같이 먹고 마시고 바람과 햇빛 속에서 하하히히호호 까불까불 가기를.


1. 제목 : 한 마디 매듭짓기

2. 새벽활동시간 : 2~7시, 취침시간 8~9시 (6시간 수면) : 출첵 기준 3시.

3. 목표 1) 새벽지구 안전기지 구축 

             2) 저녁 베이스캠프 건설

             3) 필살기 탐색하기

4. 활동

구분

할 일

시간

목표

자세히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모닝페이지

2:00~2:50

100

출첵은 3시. 일어나 첫 시간은 나에게 준다.

아침정진

3:00~5:00

100

천수경-예불-200배-명상10분-독경-일지 작성

필살기 수련

5:00~7:00

80

*현장연구(특수교육총연합회-생태놀이부 놀이수정)

  1 페이지씩 매일 쓰기
*300일차 권장도서, 숙제 하기

 30분 달리기

7:00~7:30

72(주5)

 월1회 마라톤대회 참석(10km)

필살기

탐색

업무시간중 핵심태스크

3:00~6:00pm

80

①특수학급 수업준비 1시간

②사례관리 1시간 - 누가기록, IEP
③통합학급 교육과정적 통합 지원 1시간

    (통합교육실천사례 연구대회)

새벽수련

80

 그 시간에 그 주제를 하는 훈련이 목적.

8시 출근

8:00 am

80

나의 쥐약, 민폐는 ①1~5분 지각, ②기한내 기안처리 못함 ③회계업무 무능. 이 중 우선순위 ‘시간’

저녁노을

베이스캠프

6시 퇴근

6:00 pm

80

웹써핑, 과식 방지. 시간 만들기

저녁정진

7:00

80

예불-108배-명상

5분내 씻기

 

80

 

(콩두씨 백 : 욕심내다 홀라당 망하면? 모닝페이지와 아침정진으로 회귀하는 거지. 다른 건 다 버려도 됨)
         

5.예상난관 및 극복방안

예상 난관

모습

극복 방안

꿈꾸는 모습

정서적 기복

PMS.저조

돛대에 묶여 통과해가기

계절,동행 등 시절이 좋다.

계속 걸음

과식

먹어서 스트레스를 풀고 위로받으려함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기.

방법을 찾기

대체행동 찾기

고립

저조, 우울,

방학 두문불출

세미나, 모임 적극참석

가족, 친구와 주1회 만나기

온, 오프 연결,

함께 시간 보내기

저녁 단도리 안됨

(5시~8시)

웹써핑,과식,방치

칼퇴근해서 자연속에서 놀기,   기도하기

base camp - 목표2


6.긍정적 효과 : 전반전의 미완과제 완결하고 인생 후반전의 전망 세우기

                 필살기를 가진 직업인의 10년 일정의 원년 출발

                 좋은 베이스캠프에서 잘 먹이고,입히고,씻기고,재워서 싱그럽고 건강하다. 

                 단군프로그램 끝난 후 어찌할 지 궁리 서기

                 함께 재미있었다.



7.보상
: 출발, 30일, 60일, 100일차에 선물을 하겠다. 


출발 선물 - 변경연에서 3번 읽기를 권하는 책 중 몇권과 신화, 생태놀이책 주문(13만원) 
            (난중일기, 신, 강의, 사기열전, 삼국유사 등)
30일 선물 - 가족세우기 웤샾 참석 (10만원)
60일 선물 - 제레미테일러와 함께 하는 신화와꿈연구회 3박4일워크샾 참석 (48만원)
100일 선물 - ?


8. 목표 달성 평가 


[1주] 순조로운 시작

[2주] 지각4회, 음주+스트레스
[3주] 1주일간 매일 독서^^
[4주] 매일 아침에 한 쪽이라도 읽었다.야호  

[5주] 단군 러너들과 한강마라톤10km 완주, 다시러너! 저녁 약속 4건-무리, 아침에 내리 잠. 
         토요일에 아침 필살기수련의 내용인 현장연구 계획서 지도 받음.  

[6주] 협력교수 지도안에 에너지 많이 소용됨
[7주] 아침 필살기수련 난중일기 읽음, 시간 짧음
[8주] 아침 필살기수련 난중일기 읽음, 7월1일부터 지도안수정, 새벽강변마라톤 완주

[9주] 학기말, 수업실기 못함. 아침일정 덕분에 침체기 잘 견딤
[10주] 필살기수련 시간에 현장연구논문 읽음, 300배 시작, 사회적으로 칩거. 골몰
[11주] 여름방학, 잠을 많이 자고 아침시간 있으니 꿈일기 길어짐. 신화와꿈웤샾 감, 
       300배 순조로움
[12주]피정의집에서 신화와꿈웍샾하는 3일동안 아침수련 일정이 알찼고 마음에 쏙 들었다.
      혼자 사는 게 아니라 말 없지만 마음 편하게 하고 생활습관 비슷한 룸메이트가 있고,
      혼자 새벽 강당에 올라가 초를 밝히고 정해진 일정을 했고,
      필살기수련으로 정한 현장연구논문 읽기도 새벽 6시~8시 집중하고, 20분간 달렸다. 
      또 저녁식사 포함 휴식시 5시30분~7시에 여건되는 대로 절하고 샤워하고 올라갔다.
      인터넷이 안되니 웹써핑도 안했고, 외롭지 않았다. 충만하고 행복했다.
      대신 돌아와 놀다가 늦게 잠들어 지각 
 
[13주] 80일 출첵 패스기준을 놓쳐버렸다. 목표를 잃고 느슨하게 손놓는 마음이 되었다.
       더불어 현장연구논문 지도를 다녀온 후 어렵고 힘들게 느껴지고 
       성과를 내야한다는 마음의갈등이 심해져서 괴로워지다. 낮에는 2시간 논문 읽음.    
[14주] 수업실기대회 발표가 있었고 결과가 나빴다. 함께 하는 분에게 빚진 마음 가득
       아침정진, 필살기수련, 달리기 모두 빠졌다.
       두문불출 방학우울증 상태에서 300일차 종료됨. 

구분

할 일

시간

목표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새벽기상

출첵 3시

93

 7
 0

 3
-4

  6
 -1

  7
  0

 6
 -1

 4
-3

 5
-2

  7
 0

 3
 -4

 5
-2

 4
-3

 5
-2

 4
 -3

 3
 -6

 69
 31

모닝페이지

2:10~2:50

100

 7

 7

 7

  7

  7

 7

 7

 7

 7

 7

 7

 7

 7

 7

100

아침정진
(200배)

3:00~5:00

100
(주6)

 7
 (6)

 6
 (2)

 7
 (4)

  7
 (7)

 7
 (3)

 7
 (4)

 7
 (6)

 7
 (4)

 7
(6) 

 7
(3)

 7
 1+5

 6
  4

 7
 7

 3
 0

 92

필살기 수련

5:00~6:00

80

 6

 5

 7

  7

 3

  4

  6

 6

 3

 4

  2

  5

 1

 0

 59

달리기

6:00~7:00

72(주5)

 1

 0

  0

  0

 1

 3

  0

 1

 0

 0

  1

  1

 2

 0

 10

필살기

탐색

8시 출근

8:00 am

80

 0

 1

 0

  1

 0

 

 

 

 

 

 

 

 

 

 

업무시간중 핵심태스크

2:00~5:00pm
시간 기준은 곤란

80

 1

 5

 3

  7

 6

 

>.<

저녁노을

베이스캠프

5시 퇴근

5:00 pm

80

 1

 3

 4

  0

  0

 

 선

!^^

저녁정진

6:00

80

 0

 1

  0

  2

  2

 

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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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내 씻기

 

80

 0

 0

  0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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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골인 & 너머


1) 출석 69일 - 300일차를 재도전하겠다.
2)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재도전에서는 아침일정만 하겠다.
벌린 현장연구를 갈무리해야하므로 2시간동안 그 시간을 확보하기로 하자.
3) 콩두씨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함께 옆에 있어주신 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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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63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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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긋기
2011.05.31 07:35:55 *.114.49.161
초기 우두사신의 문화 영웅은 자연계의 창조능력을 타고 났다. 그의 형상이 초자연적인 것은 바로 그의 이런 능력 때문이었다. 그러나 인간적인 영웅은 후세 인간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해 하강해야 한다. - 400

힌두 마우리아 왕조의 시조인 찬드라굽타는 토기에 든 채로 외양간 문턱에 유기되었다. 그러나 목동이 그를 주워다 길렀다. - 403

교황 대그레고리우스 (서기 540~604)는 악마의 장난으로 근친상간을 범한 귀족 가문의 쌍둥이 자매 중 한쪽을 어머니로 하여 태어났다. 지은 죄를 한하여 어머니는 그를 조그만 통 속에 넣어 바다에 띄워보냈다. 그는 어부에게 발견되어 그 집에서 자라다 여섯 살이 되자 어부는 그를 사제로 교육시키려고 수도원으로 보냈다. - 403

내 눈앞에서 죽는 것은 차라리 이 동굴에서 죽는 것만 같지 못하다. 테라는 입고 있던 옷을 벗어 아기를 싸 동굴에다 버리면서  이렇게 빌었다. '주님께서 너를 지켜주시기를, 주님께서 너를 잊지도 버리지도 않으시기를...'-406

어느 노부부는 항아리에다 들소 선지 핏덩이를 끓이다 그를 발견 양부모가 되었다. - 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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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6.01 18:29:53 *.114.49.161
24일차 (6.1 수)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1:15, 8:35 (4:40)
*모닝페이지 1:25~2:45
 아침정진      3"30~5:10 
 필살기수련  5:40~ 7:00 지도안 수정
 달리기           없음. 밥 먹고 1시간 더 잠. 배부르면 나는 자는구나.

천둥과 번개가 치는 새벽, 오랜만에 상봉하는 사랑하는 천둥번개와 비 소리를 들으려고 불을 모두 끈다. 창문을 열고 덧옷을 하나 입고 어둠속에서 절을 한다. 창 밖의 향나무가 그러고 있는 나를 지켜본다. 천수경을 소리내어 읽으면 이웃집에서 '웬 여자가 새벽에 노래한다'고 할까봐 뻐끔뻐끔 했다. 사랑하는 사람 곁에 머물기 위해 아름다운 목소리를 사람 다리와 맞교환했던 인어공주같구나. 걸을때마다 고통이었다고 했지. 나는 그 인어공주 각본을 준수하는 여자들 중에 해보니까 그깟 왕자 보다는 제 목청껏 소리지르며 사는 게 속편한 삶이구나 점검이 되어 마녀를 찾아가 전당포에 맡겨둔 물건 찾듯이 목소리를 돌려받은 여자, 물방울이 되기보담 왕자를 찌른 여자, 그리고 '발이 아파 못해먹겠다'며 궁시렁대며 저녁마다 발마사지를 하다가 그 쪽 분야의 전문가가 된 여자가 있을 거라고 상상한다. 잡념이 많네. 

어제 읽은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서 미노타우로스 말고도 소머리인물이 있는 걸 찾았다. 중국의 복희씨. 오늘 미오타우로스에게 편지를 쓴다.

미노타우로스 잘 지내고 있어요? 100일차할 때 내가 다른 각본 찾아본다고 했지요? 다른 문화권에서 한 인물 찾았어요. 심지어 그는 소대가리 뱀몸 영웅이지 뭡니까? 미노타우로스 당신보다 쫌 더 그렇거나 삐까삐까한데요. 지난번에는 이집트의 사자머리 세크메트여신을 찾았었죠. 당신의 마음 아픈 몸 사진을 보았죠. 내가 당신을 마음에 걸려하듯 많은 이들이 그런가봐요. 그러니까 많은 그림과 이야기가 많들어졌겠죠. 암튼 여기서는 괴물이 아니라 자연적인 능력을 타고난 상징이라네요. 소머리가 말입니다. 어때요? 괜찮은 각본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당신을 괴물로 보는 그깟 섬에서 괴물노릇 하면서 살지 말고요, 중국이나 이집트로 이사를 가세요.        

[초록 필살기]
*출근 8:10, 퇴근 6:55

휠체어 탄 우리 아이가 30분에 도착했어요. 그럼 그 어머님이 오신지 2년째인데 매번 기다리신거군요. 미안했습니다. 공중분무를 좋아한다는 벤자민과 테이블야자에게 스프레이질을 하면서 즐거웠어요. 작년에는 제가 매일 늦게 와서 다른 보조샘이 저걸 하셨지요.  

오늘 업무시간중 전략적 태스크 집중 시간 3시간 입니다. 수업준비에 1시간, 통합교육 사례연구 1시간, 협력교수 지도안 협의 1시간 했어요. 내일 수업준비를 먼저 해두는 것이 속 편한 것 같았어요. 그래봐야 비어있던 게시판에 칭찬통장 걸이 붙이고, 사물함 이름표 붙인 것였어요. 그래도 뭘할까 고민을 하는게 다행이지요. 시간은 많이 쓰는데 한 일은 별로 없구요. 사례연구는 이론적 배경에 대한 부분 방향 타이핑했어요. 협력교수 지도안은 2가지 지도안 읽고난 후 수정방향을 협의했고요. 아직 수정은 안했습니다.  

어제 다친 아이를 보러 통합반에 올라갔어요. 오른손을 다쳐서 깁스를 하고 니은자로 팔을 묶었더군요. 담임샘은 '놀다 다친 거고, 또 놀러가라. 오늘은 왜 안갔냐?'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건성건성 모드로 말씀하시더군요. 다친 아이와 그 아이가 특수학급에 내려와야 친구랑 같이 지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두 아이 모두를 배려한 마음을 읽었어요. 그의 말 중 '사고는 일어날 수 있는 거고, 사후처리가 중요하지요. 바로 부모님께 전화했어요. 미리 듣는 것이 나중에 듣는 것보다 훨씬 낫지요' 가 기억에 남습니다. 앞으로 팔 나을 때까지 담임선생님 바로 앞자리에서 급식을 먹는다는군요. 선생님이 반찬을 놓아주시겠군요. 저보다 10살은 어린 샘인데 배울 점이 많습니다. 내년에는 다른 학교로 가시겠죠. 올해 계신 동안 자주 보고 배울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오늘 좀 징징대면요. 너무 피곤했어요. 비가 와서 아이들이 힘들어하고 저도 짜증이 많이 났어요. 연달아 5시간 수업하고, 그 중간에 급식 먹이고, 돌아와서 이닦이고 또 수업하려니... 재미있는 일도 있었어요. 단무지 꿀꺽 삼키는 아이가 있는데요. 오늘 과도 가지고 가서 무채김치 수준으로 채를 썰었거든요. 잘 먹었어요. 참외도 그랬고요. 이 아이가 깍두기를 절대로 안먹거든요. 깍두기 나오길 고대하고 있어요. 똑같은 맛인데 채썰어서 형태를 변화시켰을 때 아이가 씹을건지 안씹을건지 궁금합니다. 깍두기가 무섭습니다. 깍두기 아저씨도 무섭지만 잘 익은 깍두기를 이 아이가 얼굴 벌개지면 꿀꺽 삼키다 질식할까봐요. 그래서 119 응급처치 훈련받을 때 질식한 아이 뒤에서 안아 토하게 하는 것도 배웠는데요, 암튼 그런 일은 있으면 안되겠지요. 최중도비만인 우리 아이는 나와 몸무게가 비슷하고 배가 불룩한데 내가 안아서 토하게 할 수 있을까요? 운동을 시키기 어려운 게 공원 자판기 앞에 드러누워버려서라는데요. 게다가 피자, 치킨을 좋아하구요.

[노을 베이스캠프]
참새방아간이 하나 생겼다. 다이소매장에 매일 들러서 한 두개씩 들고온다. 어제는 수세미, 오늘은 바지옷걸이와 자동차스티커...여러 개를 집어서 만 원 짜리를 내면 몇 천원 거슬러 받는 재미가 있다. 늦게 퇴근하고서 거기 들렀다 올 수 있는 것은 퇴근시간 이후 내가 재미있어하는 일에 집중하는 시간이 나를 회복시켰기 때문인 듯 하다. 내친 김에 베이스캠프 활동으로 정한 것 완수했다.  나 아는 분 중에 아이 셋인 분. 아저씨까지 다섯식구인데 모두들 들어오고 저녁 먹는 시간이 틀려서 어떨 때는 하루저녁에 밥상을 식구수대로 차린다고 했다. 낮에 출근했다가 지쳐돌아갔는데 쉬지 않으면 식구들한테 고운 얼굴, 부드러운 말, 정성이 든 음식을 줄 수 없고 다 귀찮고 짜증스러워서 일부러 한 시간은 쉬는 시간으로 정해 자든지, 뭘하든 쉰다고 했다. 그것과 비슷한 활동이 베이스캠프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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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6.02 05:28:00 *.154.223.199
25일차 (6.2 목)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1:50, 9:30 (4:20)
 모닝페이지 2:05~2:50
 아침정진      3:30~5:10
 필살기수련  잠깐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408~418 뭐했지? 아, 면생리대를 빨고 미역국을 끓였구나. 
 달리기          없음

어제 퇴근했을 때 어깨가 뭉치고 눈이 뻑뻑하고, 고개가 꺽이고 오른쪽 뒷다리가 우리했다. 잠자기 전에 했던 108의 효과일까? 몸이 의외로 가볍다. 마치 저녁에 미리 깍아서 물에 담궈둔 감자로 반찬을 만들듯 오늘 새벽일정이 순조롭다.  어영부영하다가 출근했다. 5~7시 필살기관련 수련을 하기로 했는데 이런저런 책을 섞어 읽거나 일기를 쓰거나 밥해서 먹고 닦고 출석부와 남의 단군일지를 들락거린다. 

[초록필살기]
*7:45 출근, 7:30 퇴근
최근 들어 젤 일찍 출근했어요. 야간기사님은 5시 30에 일어나서 6시부터 학교문을 연다네요. 우리 학교에서 제일 일찍 출근하는 이는 6:40~50에 출근한대요. 계절 상관없이. 그리고 칼퇴근하고요. 시간 출근거리에 산다고 들었는데. ..... 단군수련하는 것도 아닐텐데 다른 이들보다 1시간 반에서 2시간 일찍 출근해서 그 이는 뭘 하는 걸까 궁금하네요.
 
업무 시간중 전략적 태스크 집중 :

퇴근하기 10분 전에 이 일지를 씁니다. 눈이 아프네요. 11시간 30분을 직장에서 보냈어요. 다른 직장인들에 비하면 가볍겠죠? 오늘은 방과후 미술치료가 있고, 2분의 보조샘은 출장이고, 옆반샘은 조퇴여서 남은 2명이서 바빴습니다. 앞치마를 입혀서 워커 가지고 화장실 들러서 데려다 주고, 수채물감을 만진 아이들의 손을 씻기고 앞치마를 벗겼죠. 아이들이 모두 가고 나니 4시였어요. 9시부터 4시까지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말을 했습니다. 지쳐서 목이 붓고 목소리가 잠겼어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럴 땐 아이들을 데리러 오는 엄마들이 20분씩, 30분씩 늦는 것도 너무 한다 싶어요. 왜 특수학급은 정규수업시간이 끝난 방과후활동까지 학교에서 책임져야 하는 걸까요? 어쩌다가 나는 작년 기간제 샘이 나누어주던 일을 다 떠맡고 칼퇴근 하는 소리에 보글대고 있는걸까요?  점심을 먹고 이 닦인 후 시작종은 쳤는데 나는 완전히 곤두서고 짜증이 나서 헤드셋을 쓰고 소리를 최대한 키워서 단군 출석부에 아침에 올려둔 노래를 3번 듣고나서 수업할 수 있었어요. 

퇴근시간 이후에 전략적인 태스크로 삼은 것들을 들여다봤습니다. 수업준비는 칭찬통장을 만들었어요. 엄밀히 말하면 이건 수업준비는 아니고 학년초에 이미 해치웠어야하는 환경구성 쯤 되겠죠. 통합학급 협력교수는 잘 된 지도안 3개를 건성건성 들춰봤고, 통합교육 사례연구는 정신지체인 중 다운증후군의 특징을 읽었고 인턴샘과 교수적 수정에 대해 1시간 정도 이야기를 했어요. 1페이지 쓰기는 안되었지요. 읽고 이야기한 것은 성과로 남는 것이 없군요. 특수학급 수업을 하루에 평균 5시간, 급식과  양치 시키기를 매일 하는데 이것 준비에 시간을 제일 적게 쓰는 듯 해요.    

우리 학교에는 2개의 특수학급과 4명의 특수교사가 있어요. 2명은 특수학급 저학년반을 맡은 저와, 고학년반을 맡은 이고 다른 2명은 통합학급 선생님 중에 대학원에서 특수교육과를 나온 분이 있고요, 다른 1사람이 바로 인턴샘이지요. 이렇게 인력이 풍부한 경우는 없었어요. 아, 또 있군요. 1층에 특수교육지원센터가 있어서 거기에는 작업치료사, 물리치료사, 순회교육 하는 교사가 있지요. 장애 가진 아이가 있는 반에 들어가서 그 아이 옆에 앉아 통합지원을 맡은 인턴샘과 이야기를 1시간쯤 했어요. 그런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마음 맞는 이가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요. 저는 10년 근속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물네살 갓 졸업한 특수교사인 그녀와 함께 한 교실에서 지내는 것이 말입니다. 교과부의 인턴교사제는 그런데 결국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정의 문제가 있어요. 뭐든 공짜는 없는 듯 하고요.    

전략적 태스크라는 말도 좀 우습고요, 일지를 이렇게 길게 쓰는 것도 우습고요, 다 쓸데 없어요. 집에 가서 사과를 먹고 느린 노래를 듣고 후딱 쉬어야겠어요. 그 다음에 필살기 책을 읽어보든 말든...지금은 그닥. 나는 잘 가고 있는걸까요?

[노을 베이스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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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2 22:26:50 *.44.190.25
윤정님 안녕하세요. 단군4기 이진호입니다. 컨셉이 있는 윤정님의 알찬 하루보며 느끼고 얻어가는 것이 많습니다.
겨우 20일을 넘어선 저이지만, 새벽기상만큼이나 중요한 건 하루의 생동감있는 리듬이라는 것을 요즘 절실하게 깨닫고 있습니다. 하루의 리듬이 무너지게 되면 다음의 새벽도 그 다음의 내일도 모두 힘들어진다는 사실과 함께 말이죠.
하지만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함께하고 있음을 확인하면 다시금 주먹에 힘을 주게 됩니다. 몸 관리를 잘못해 잠시 쉬었던 달리기를 오늘 오랜만에 실천했는데요. 그전과 특별히 다를 것 없는 길과 새벽이었지만 달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다시 달려야겠다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현충일 마라톤 대회 전까지 흐트러진 리듬을 찾으려 조금이라도 더 달리려합니다. 대회장에선 얼굴 뵐 수 있겠죠?  함께 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처음이라 무척 설레네요. 그럼 오늘 하루도 건승하시고 힘찬 에너지 맘껏 발산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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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6.03 07:48:15 *.154.223.199
Lover, Runner, Brander 이진호님 오셨군요^^
(음성지원되지요? 물럿가라 훠이 물럿가라 목청 핏대세운 또박또박 영어인데요ㅋㅋㅋ)
저는 3주간 달리기 휴업 상태였어요. 하프신청 했다가 겁 집어먹고 후다닥닥 10km로 변경 신청했어요.
현충일날 한강에서 같이 달려 보아요.
우리 300일차 다른 분들도 가시거든요. 달린 후 공원에서 좀 놀까 하는데요.
제 번호는 010-2786-9808입니다.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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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6.03 07:54:42 *.154.223.199
26일차 (6.3 금)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1:40, 8:40 (5:00)
 모닝페이지 2:00~2:50 출석부에 올린 트로트 헤드셋으로 무한재생하며 군대 막춤 비스무리한 것도 좀 췄다.
                                          콩두씨 이제 살짝 맛가기 시작했다.  
 아침정진      4:10~5:30 (200배)
 필살기수련  6:30~8:00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3쪽 읽음, 협력교수 지도안 수정 
 달리기          없음

유튜브로 듣는 음악이 감질나서 블로그에 트로트와 부수는노래를 엮어놓고 헤드셋을 끼고서 일했다. 협력교수 지도안 수정. 헤드셋으로 노래 들으면서, 카페에서 집중 잘 되는 걸 보면 나는 좀 산만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중간에 샌드위치 만들어 먹었다. 맛 좋다. 출근하자. 인제 막 시동걸렸는데 끊고 나서려니 아깝네. 이 놈의 시동은 너무 늦게 걸린다. 아놔. 임박착수 10점 만점 콩두씨. 그러나 그 특징에 대해 긍정하는 것은 조기착수인 사람은 조기착수해야 업무효율이 높고 임박착수인 사람은 이 때 그러니 그런 거지.  

[초록 필살기]
*8:35출근, 7:30 퇴근
* 업무 시간중 전략적 태스크 집중 : 2시간 30분
        특수학급 수업준비 1시간 - 칭찬통장 팻말 다시 만들기, 한글학습지 주문하기
        통합교육 사례연구 30분 - 이론적 배경 중 교수적수정, 협력교수 부분 복사해서 붙이기  
        통합학급 협력교수 지도안 수정 1시간 -

수업컨설팅해주기로 하신 분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주말동안 수정해서 화요일에 내겠다고 하니까 핵심을 짚어주시네요. 협력교수의 다양한 모형을 골고루 사용하고, 특수교사가 보조자가 아니라 수업자로 대등하게 참여해서 수업을 하고, 작년의 지도안을 참고하라는. 역쉬 멘토는 멘토시군요. 나는 그분의 연령, 경력이 되었을 때 내 뒤에 오는 분들께 그럴 수 있을까? 지금부터 10년입니다. 그런데 그러자면 승진을 해야하고 장학사가 되어야 하고 그럴까요? 그냥 필살기 책에 나오듯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세밀한 일로 내 분야에서 공헌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쨎든 전화를 걸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 주신 장학사님께도 감사한 마음 가득입니다. 연휴동안 놀지말고 할 수 있는 깜냥만큼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학교 때 공부보다 이게 더 재미있습니다.
 
단군일지에 초록 필살기 일지를 쓰니까 미루기 달인이 제가 오늘 한글학습지를 알아보고 주문까지 마쳤어요. 다른 때같으면 며칠 걸렸을 일인데 말입니다.

싸움이 두 건 있었어요. 한 아이는 마칠 시간이 다 되어 소꿉놀이를 치운다고 우는 아이더러 신발 신으라니 안 신고 신발을 던져 버려서 한 건, 활동실에 데려가서 소리를 크게 지르고 무서운 표정을 지어서 신발 신으라고 하고 나중에는 봉으로 바닥을 치기까지 해서야 신발을 신었어요. (아, 이렇게까지 해야할까요? 그 아이는 왜 그럴까요?) 마음에 걸려서 어머님께 전화를 드리니까 한 번씩 그럴 때가 있고, 잘 했다고 말씀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가끔 힘거량을 하는 건지.    

뒷 아이는 오늘 여러번 소리를 질러서 제재했지만 듣지 않았어요. 오렌지냄새가 나는 방충제 뿌리는 것을 어디서 보았는지 그걸 청소용구함에서 뿌려서 화초에 스프레이하듯 교실 중간에 뿌리면서 깔깔 웃는데 말을 해도 안들어서, 누렁코를 손에 풀어서 먹어버려서, 반가운 어른을 만나 달려가서 들이박아서요. 그 아이는 반갑다는 표현으로 아이처럼 달려가 안기는 거지만 50kg이 넘어가니까 어른이 작정을 하지 않으면 정말로 사고가 날 수도 있겠어요. 오늘 급식실에서 뜨거운 국물이 담긴 식판을 담아가는 중인 여자 담임샘에게 달려가 미는 바람에 (아이는 장난이고, 안기는 거지만) 넘어질 뻔 했습니다. 제가 버럭 했습니다.

물컹거리는 것은 안 먹는데 후식으로 메론이 나왔어요.  숟가락으로 즙을 담아서 '메론 쥬스 먹자'하니까 순순히 받아먹는 표정이 좋습니다. 애기손톱만큼 잘라서 주니까 2번 우물거리고 꿀떡 삼켜버립니다. 무엇이 힘이 드는건지. 깍두기는 완전히 납작하게 슬라이스를 했거든요. 그걸 오징어채와 같이 주니까 얼떨결에 오징어채 씹으면서 같이 씹었습니다. 이것은 왜 무서운 건지. 어제는 방울토마토가 나와서 교실로 가지고 와서 얇게 썰어서 코코아가루 뿌려서 둘이서 먹었습니다. 카프레제 샐러드다 하면서요. 모든 과일을 먹을 필요 없고, 모든 음식을 먹을 필요도 없고요, 식사시간의 가장 중요한 점은 즐겁게 필요한 영양을 취하면 되는 건데요. 그래도 집에서는 야채를 전혀 먹지 않고 있지만 학교에서는 먹고는 있지요. 하지만 저렇게 꿀떡 삼키면 어쩐답니까? 어쨎든 저 아이는 구조가 필요한 아이인데 저는 날마다 이렇게 부들부들 떨고 구조를 정하는데 약합니다. 카리스마 그거 먹는 겁니까? 약에 쓸래도 없습니다. 엄할 땐 엄하고 다정할 때는 다정한 게 아이에게 좋은데 말입니다. 어휴. 그래도 아이가 자라고 있구나 느낀 것은 엘리베이트를 너무나 좋아하는데 점심 먹고 오면서 '엘리베이터 가자' 하는데 오늘은 계단으로 가자니까 선선히 따라오는 겁니다. 작년에는 드러누웠거든요.     

들고다닐 수 있는 외장하드 하나 사야겠어요. 오늘 무식하고 힘만 센 콩두씨 노트북을 들고 왔어요. 일일이 저장하는게 번거로와서 말입니다. 손가락만한 USB는 어찌나 자주 잊어먹고, 물에 빠뜨리는지 메일로 작업하던 파일을 보내는데 불편합니다. 초록필살기 일지를 하루 근무시간중 짬짬이 씁니다. 몰아쓰면 일이되겠지만 일이 되진 않아요. 우리 아버지는 30년동안 거의 매일 농사일기를 써오셨지요. 나도 그런 일지를 써보면 좋겠다 싶은데 이건 저의 교사생활에서도 유래가 없는 일입니다.  

[노을 베이스캠프]
집에 돌아와 정한 베이스캠프 활동을 모두 했습니다. 108배를 할 때는 식은땀이 좀 났어요. 방석위에 벌렁 드러누웠다가 했어요. 하지만 덕분에 목이 꺽이던 것이 회복되고 잠이 잘 온 것 같아요. 아침에 어깨가 뭉치지 않았더군요. 나를 쓰레기하치장 트럭이 쓰레기를 부리듯 했다면 새벽에 시동이 어려웠을텐데 그렇지 않았어요. '업무 시간 중' 전략적인 태스크라는 말이 무색하게 결국 '퇴근 시간 이후'에 그 일을 하게되는데, 어째든 1시간 반에서 2시간, 혼자서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짐작되는 일에 시간을 보내고 오는 것이 나에게 에너지를 주었다는 걸 알겠습니다. 어제는 재활용쓰레기까지 모두 버렸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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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6.04 05:34:55 *.154.223.199
27일차 (6.4 토)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00, 9:20 (4:40)
 모닝페이지 2:10~2:55   
 아침정진     3:20~5:10 (200배)
 필살기수련  5:45~ 8:00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4쪽 읽음, '애인으로서의 영웅' ~431, 협력교수지도안 수정
 달리기          없음

출사표를 쓸 때 정한 시간과 활동이 기준이 되어 갈팡질팡 좌충우돌 펄럭거리는 나를 보여준다. 모닝페이지를 마친 후 출석부에 왔다가 3시기도로 쉬 돌아가지를 못하고 근처를 배회한다. 왜 그럴까요? 콩두씨. 참구해보세요. 숨겨진 채 진행되는 이게 제일 재미있는 과제입니다. 근무하는 토요일이긴 하지만 주말, 연휴는 마음의 여유를 주고요, 이 여백을 가지고 그동안 치우쳤던 삶의 균형을 도닥이셨으면 해요. 콩두씨의 생활은 균형이 잡혀있나요? 편향된 날카롭고 찌그러진 그래프는 아닌지....치과에 가고, 택배를 부치고, 목욕탕에 가고, 그 친구와 점심을 먹고, 무엇보다도 꿈에도 찾아가는 그 길과 그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을 가지고요. 안 그러면 서흥도 사택에서 외로이 늙을 겁니다. 텅빈 채. 이번 주는 집직장 뺑뺑이에서 단 한 번도 벗어나질 못했죠. 그것도 재미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균형의 면에서는 부족해요. 지지체계가 더 필요해요. 그 유리공 칼럼을 한 번 더 읽어볼까나요? 땅에 떨어뜨리면 깨지는 공 말입니다. 

선 채로 아침을 먹는다. 음악을 들으며 지도안 수정했다. 시간이 좀 더 있었음 싶다. 오랜만의 반일 근무를 자축하며 화장을 정성껏 하고 출근한다. 칼퇴근하고 전철 타고 부천역 근처 찻집이라도, 극장이든 공원이든 공항이든 어디든 갔다와야겠네. 오늘 돌아다니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다.    

[초록 필살기]
*출근 8:38, 퇴근 1:30
*업무시간 중 전략적 태스크 집중 : 없음 / 근무시간 후 2시간.

4째시간에 수업이 없었어요. 아니 없도록 만들었어요. 토요일이어서 3,4교시에는 통합학급에서 담임재량의 가벼운 수업이 진행이 되었어요. 오늘 슈퍼 3학년에서는 담임샘들이 청바지에 색깔티셔츠를 입고 출근하셨더군요. 만화영화 보다가 시간이 되어 보조선생님이 데리고 내려온 아이를 도로 태워서 데리고 갔더니 가슴에 나이트클럽 웨이터같은 이름표를 달고 '유머 0 0샘' 이라고 달렸더군요.ㅋㅋㅋ ㅋㅋㅋ 나도 교사 하지 말고 이 선생님 반 학생 하고 싶습니다. 기타 메고 노래도 같이 부르는 재미있는 반.

거의 시력이 없는 아이는 아무리 앞자리로 가도 프로젝션TV가 안보이지만 TV와 재잘거리는 친구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토요일 수업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니까 흔쾌히 환영하셨어요. 알았다면 언제든 가능한 일이었어요. 내려온 아이를 보고 섭섭해하기 보담 내가 그걸 소리내어 알리는 역할을 해야하는 건데요. 어제 급식실 물 마시는곳에서 힐끗 본 이 선생님, 팔부러진 아이를 앞에 앉혀서 그 아이가 왼손 수저질 하는 걸 가르치고 있더군요. 듣지는 못했지만 '재미있지? 어제 이런거 해보냐?' 했을 것 같습니다. 아이는 같이 놀던 아이들과 깁스를 한 채로 다시 우리 교실에 들락거리고 있습니다.

다른 반 아이도 부르지 않았습니다. 그 시간에 그 반에서 컵라면을 끓여서 먹는다고 했거든요. 어라? 근데 전기주전자는 잘 가지고 가셨나? 나는 인턴샘과 택시타고 근처 이마트에 물건 사러 갔습니다. 네 제가 답답해서요. 그리고 법인카드 받아온 김에 필요한 물건 후딱 사온 후에 돌려줄려구요.

아, 눈이 끈적끈적 뻑뻑하고 너무 피곤했어요. 이번 주는 학교 후문으로 출근해서 정문으로 퇴근해서 바로 자고 일어나 새벽활동하면서 보냈어요. 쳇바퀴 돌리는 다람쥐가 따로 없습니다. 가족과 친구도 못 만나고,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러는 건지... 

퇴근 후에 협력교수 지도안 같이 쓰는 샘과 점심을 먹고 박물관, 숲길에 앉아서 지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지난번 단군 세미나에서 다중지능 할 때 자연친화지능이 나에게 1지능이라고 했고 이 분도 그러지 싶습니다. 1학년 아이들에게 동물과 식물을 어떻게 소개할건지 슬생과 지도안을 짜는데 이 주제도 재미가 있습니다. 생태놀이부는 자연속에서 장애 있는 아이, 장애없는 아이들이 섞여서 놀아보자는 프로그램이고, 수업실기대회 통합학급 협력교수 지도안은 역시 초등학교에서 빛나는 아이들 1학년을 데리고 여름에 볼 수 있는 생물을 소개하려는 수업입니다. 이 두 가지를 이 선배선생님과 협력해서 하는거예요. 우리 아이들을 보는 시각이 퍽 존경스롭고 따뜻합니다. 이 분이 제일 걱정하는 것이 장애없는 아이들이 장애있는 아이를 친구로 자연스럽게 함께 하는 게 아니라 도와주어야할 대상으로 정해버리는 거거든요. 주말동안 작업을 해야하니까 협의를 안할 수가 없었는데, 토요일 오후에 학교에 남아 일을 했다면 짜증나서 그물 걸린 밴댕이처럼 팔딱거리다 성질나서 죽거나 콩두씨가 간신히 숨겨두었던 이빨과 손톱을 드러내 물어뜯었을 건데 나가길 잘 했습니다. 평소에 어눌한 콩두씨 술 안먹고도 막 빠른 말투로 쏟아내듯 말을 하고 빠른 걸음으로 걷고 나댑니다.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혼자서 베트남쌀국수집에서 다진 돼지고기와 채썬 야채를 새콤달콤한 냉소스에 버무린 걸 먹고, 영화 <써니>를 한 편 보고 돌아왔습니다. 써니는 여성의 자매애를 다룬 아르테미스 류의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열일곱 엷여덟에서 25년 후면 42살에서 43살이 된 7명의 중년여자들 이야기였어요. 저도 이 다음 어른된 다음에도 꼭 만나자고 약속한 친구가 있어요. 열일곱살 때 '우리 마흔 살 설날에 만나자' 했거든요. 그 친구한테 연락을 해서 만나봐야겠습니다. 그런데 늦게 자니까 영락없이 새벽수련은 잘 할 수 없군요. 나의 하루는 좀 더 일찍 마무리를 해야하는 건데요. 토요일날을 칼퇴근해서 노는 날로 정해서 할까봅니다. 

[노을 베이스캠프]
잘 놀아서 행복한 밤이었어요. 근데 108배 20분 걸리는데 안 하고 그냥 잤어요. 그 시간 내 인생에 없어도 아무 상관없는데...습관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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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긋기
2011.06.04 05:38:37 *.154.223.199
4. 애인으로서의 영웅
신부의 침대에 드는 전제 조건으로 제시되는 어려운 임무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의 영웅 신화에도 등장하는 모티프다....처녀의 부모가 제시하는 과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도깨비역을 맡은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순리로는 불가능한 과제를 낸다는 것은 절대적인 거절을 뜻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적당한 후보자가 나타난다. 이 세상에는, 그의 힘으로 되지 않는 일이 없다. 예기치 못한 조력자의 도움을 얻고, 시간과 공간의 기적을 경험한 그는 마침내 자기 과업을 완수한다. 즉 운명 자체(곧 처녀)가 그에게 힘을 빌려준다. 처녀가 부모를 배신하고, 부모의 약점을 일러주는 것이다. 영웅이라는 당당한 존재 앞에서 갖가지 장벽, 족쇄, 깊은 구멍은 차례로 정복된다. 숙명적인 승리자의 눈은 어김없이 상황이라는 요새의 틈을 읽어내고, 그의 주먹은 그 틈을 출입구로 뚫어낼 수 있다. - 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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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6.05 10:12:30 *.154.223.199
28일차 (6.5 일)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20(-), 10:30 (3:50)
 모닝페이지 2:30~3:25   
 아침정진     4:10~5:30 (200배)
 필살기수련  6:00~7:00  협력교수지도안 수정
 달리기          없음

아침 먹고 다시 자서 10시에 일어났다. 새벽푸른빛을 모두 잃어버리고 해가 중천에 떠서 일어났다고 신경질을 낸다. 저렇게 늦게 잤으니 안그래도 먹으면 몸이 조는데 잠이 부족할 때 넉넉히 먹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일지를 쓰다보니까 당연한 결과였구나. 하려고 마음 먹은 것을 하지않고 자꾸 중간에 딴 짓을 하는 것에도 버럭 한다. 좀 적게 먹고 집중했으면 일을 끝냈을텐데...아쉽다.

[초록 필살기]
종일 집에서 혼자 지내며 통합학급 협력교수 지도안 수정 7시간, 중간중간 먹고 자고 했습니다. 집중해서 일을 할 수 있으니 좋군요. 하지만 외롭다는. 세상에 공짜는 없군요. 그래도 좀 이렇게 일만 하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은 자꾸 드네요. 평생 열심히 직장에서 일한 남자들 퇴직해서 집에 돌아오면 갈 곳 없을 텐데요. 삶의 다른 부분을 가꾸지 못하면 안되는데...이런 생각을 저녁무렵 지쳐서는 하게 되어요.  

[노을 베이스캠프]
인제 자야죠. 내일 마라톤 뛰러 가는데 달리기 연습 1달간 1번 했습니다. 10km로 변경신청했고요, 아침마다 하는 200배의 운동 효과를 믿어봐야죠. 뛰고 공원에서 점심 먹고 놀다 올 일이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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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6.07 07:39:47 *.154.223.199
29일차 (6.6 월)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30, 10:30 (4:00)
 모닝페이지 2:50~3:45   
 아침정진     4:10~5:30 (200배)
 필살기수련  없음
 달리기          제3회 한강서울마라톤 10km 달림 (기록 58분)

[초록필살기] 없음
[노을 베이스캠프]
1달만에 다시 달렸다. 한강물을 보면서. 다시 달리게 된 게 기쁘다. 
달리고 난 뒤 있었던 여의도공원의 피크닉에 대해 다음에 더 쓰자. 생각할수록 기쁘고 행복하구나
되새김질을 계속하고 싶다. 이 위에서 저 위로 넘겨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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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10 08:32:16 *.146.245.28
Runner YJ! ^^
사진 1277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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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6.07 07:48:29 *.154.223.199
30일차 (6.7 화)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20, 9:00 (5:20)
 모닝페이지 2:35~3:40   
 아침정진     4:10에 시작하고 다시 자버렸다. 천수경을 누워서 외우려는 마음자세가 불량했지
                      일어나니 7시. 예불과 108배를 한다.  
 필살기수련  없음
 달리기          없음

어제 저녁에 잠들때는 오늘 새벽에 일어나서 협력교수지도안 본시안을 손보려했는데, 부담이 너무 많아 자버렸다. 잠 속으로 도망쳤다.

꿈1, 나는 어항 하나를 애지중지 안고 있다. 어항 안에는 장난감 물고기 여러가지가 헤엄을 치고 있다. 색깔이 예쁘고, 어떤 것은 레고블럭처럼 작은 조각을 정교하게 조립한 것이고, 어떤 것은 통째로 만들어진 것이다. 미니어처 매니아처럼 나는 혹해있다. 이뻐 죽겠다. 그런데 자꾸만 어떤 다른 이가(누군지 모르겠다) 어항의 물을 쏟아버린다. 나는 그때마다 달려가 펄떡이는 물고기들을 주워서 어항에 담고 물을 담는다. 하지만 수도없이 그러고 나니 화가 버럭 나고, 물고기들이 죽을까봐 애가 타서 내가 죽겠다. 아주 버럭버럭 화를 내다가 문득 깨달았다. '아, 이건 장난감 물고기지. 물이 없어도 죽지 않지'

꿈2. 나는 철 지난 크리스마스 캐롤을 들으며 소꿉놀이 세트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녀의 두 아이들은 이 소꿉놀이 세트를 다 가지고 놀고 나서 이젠 성장해서 어른이 되었다 한다. 그녀는 부부 교사이고, 남편이 섬에서 근무하는 동안 아이들의 양육을 전담한다. 학교에 2살터울의 남매를 데리고 다닌다. 수업을 마친 자기 교실에서 자기 아이들을 본다. 그녀는 아이들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버리기가 아까와서 찬장에 넣어둔 것인데 나는 그것들을 보려고 찬장문을 여닫는다. 너무너무 재미가 있다. 냄비와 후라이팬에는 뚜껑이 달려있는데 냄비는 분홍색이고 뚜껑은 초록색이다. 정교하고, 촉감이 좋다. 말랑말랑한 플라스틱이다. 요런 촉감은 구부러지는 바비인형을 만질 때 느껴본 적 있다. 냄비들마다에 다른 곡물이 담겨있다. 어떤 것에는 쌀, 콩, 샌드크래커....아이들을 위해 어른이 신경써서 담아둔 것이다. 그걸로 배를 채울까 싶어 전력한다. 어느 순간 문득 깨달았다. 이건 철 지난 소꿉놀이 장난감이고 이건 내 것이 아니라 그녀 아이들의 것이고, 그걸로 양식을 삼을 수 없다는 걸. 

두 가지 꿈이 같은 시리즈물이군. 키워드는 '장난감' '놀이처럼' 쯤 되겠다. '인생 뭐 있어? 한 판 놀다가는 거지. 가볍게 가볍게 찡긋' 이라고 하면 과한 의미부여에 오독이겠지요? 그래도 그래도 말입니다. 위로가 되는 건 사실입니다. 지금 나는 뭐라도 잡아서 나를 의탁하며 부벼보고 싶고요.

[초록필살기]
*출근 8:40 퇴근 9:00
*업무 시간 중 전략적 태스크 집중 : 없음.  4시~9시 5시간. 협력교수 지도안 수정했음 

[노을 베이스캠프]
*잘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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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6.08 08:28:45 *.154.223.199
31일차 (6.8 수)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50, 10:50 (4:00)
 모닝페이지 3:10~4:00   
 아침정진     4:30~6:00 (200배) 일지 포함  
 필살기수련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5쪽 읽음, 이후 아침밥 먹고 8시까지 다시 잠
 달리기          없음

[초록필살기]
*출근 8:35 퇴근 2:00(출장)
*업무 시간 중 전략적 태스크 집중 : 3시간, 장애인 취업박람회 강연 듣기
 
인천시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장애인 취업박람회 학술 세미나에 출장 달고 갔어요. 길눈 어두운 콩두씨는 버스 타고 갈 생각 아예 버리고, 택시타고 어디 데려다 주세요 합니다. 출장비 5천원보다 늘 택시비가 많이 나오지만요 뭐 어쩝니까? 교당 1명 필참이라는 공문을 받고 갔지만 이건 내 돈을 내면서 가라도 해도 신청해서 갈만한 공부였어요. 듣고 나오는데 어찌나 심장이 벌렁거리는지요. 거기 열심히 하는 교사와 맨땅에 헤딩해서 없던 대안을 만들어내는 아버지가 오셔서 강연을 했어요. 그분들의 열정에 기립박수 드립니다. 

한 사람은 공립학교 교사였어요. 고등학교까지 다닌 장애가진 학생들의 성인기 전환의 핵심은 직업을 가지는 건데요. 근데 일할 만한 곳이 없고, 일을 배울만한 데가 없거든요. 그 두 가지를 얻기 위해서 이 선생님은 지역사회 안의 업체를 찾아다녔더군요. 학교스쿨버스가 주유하는 주유소의 주유보조원, 직원회식하는 식당의 보조, 학교 앞의 공공도서관의 사서 보조 자리를 뚫어서 협약서를 맺고 학생들의 훈련처를 따내고 있었어요. 이 선생님의 독특한 점은 학교 안으로 자신의 역할과 활동을 한정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그는 경기도 공공도서관 마다 사서 보조자리 1개씩 해서 144명의 일자리를 따냈더군요. 김문수경기도지사와 기자회견을 하는 등 주변 여건을 활용해가면서요. 그는 어떤 힘으로 그 일들을 해 내고 있는 걸까요? 그 일을 무척 재미있게 하고 있는 사람의 아우라가 느껴졌어요. 모닥불에 불 쬐듯이, 공연에서 들뜨듯이 몸이 뜨거워져서 돌아왔어요. 

교육과학기술부에서도 담당 연구사가 왔는데 두 가지 대안을 말했어요. 학교기업하고 거점학교. 학교 기업은 학교안에서 훈련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어서 운영하면서 학생들을 훈련하는 건데 이건 교당 20억씩 주었다는군요. 거점학교는 지역사회마다 특수학급, 또는 특수학교끼리 모아서 전공과를 설치...아 요거 듣는데 무대조명 그리다가(네, 딴짓 전문 콩두씨+.+) 강연내용을 잘 못들었네요. 자료집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이 사람은 보건복지부와 노동부에도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근거가 이미 마련되어 있는데 그걸 찾아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요것도 흥미로왔어요. 

어제 만난 아버지는 원주의 사회복지학과 교수였는데 그집 둘째 아들이 자폐성장애 1급이었어요.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들이 태어나자 전공을 경영학에서 특수교육, 사회복지로 바꿔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부모들끼리 모여서 아이들이 일할 수 있는 기업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그는 말했어요. "나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 오는 길에 배운 것이 많습니다. 그리고 나는  이 일에 사심이 있습니다. 내 새끼를 위해 뭔가를 만들어내야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하면서 흥미롭게 강연을 이어나갔습니다. 그가 경영학 전공이었기 때문에 기업을 운영하듯이 일을 진척해가고 있었어요. 구체적인 프로세스는 기억 잘 안나지만...그분의 열정과 적극적으로 뭔가를 만들어나가는 것을 우리 학부모님들이 미리미리 들어서 10년 후 닥치게 될 일을 마음으로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이 자리에 오시게 적극적으로 알리지 못한 게 자책되었어요. 

마치고 나오다가 흰 마이를 입은 세 명을 만났어요. 세 분은 흰색 마이를 입자고 약속한 걸까요? ㅎㅎㅎ 나도 흰 마이 입으면 좀 멋지고 세련된 전문직 같을까요? 요건 좀 안되겠는데요ㅎㅎㅎ한 사람은 노량진학원에서 만나 같이 인천으로 임용시험을 치러온 특별한 인연의 이,  한 분은 제가 멘토로 생각하는 분, 한 분은 협력교수 지도안을 멘토링해줄 분이었어요. 악수를 하면서 멘토 그 분이 제게 말씀하셨어요. "멀리서 관심 가지고 지켜 보고 있어요" 그 말씀에 화르륵 화르륵 나를 완전연소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그 믿음과 지지에 대해 보은하고 싶었습니다. 나 자신도 믿지도 알지도 못하는 나같은 사람 안의 잠재력을 보아주고 믿어주시다니... 감사했습니다.  아, 눈물나.          
 
[노을 베이스캠프]
베이스캠프 완전 폭삭 망함.
저녁을 같이 간 이에게 스시부페에서 얻어먹었는데 공짜에다 평소 못먹던 거라고 튀김에 초밥을 과식했습니다. 지 몸보다 큰 쥐 한 마리를 삼킨 뱀처럼 집에 오자 마자 쓰러져 밤새 악몽에 시달리며 소화에 전력. 위액이 간신히 덩어리는 녹인 것 같은데 아침에 얼굴에 아주 달이 뜨고 피곤해 죽겠습니다. 끄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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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6.09 06:52:12 *.154.223.199
32일차 (6.9 목)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10, 9:00 (5:10)
 모닝페이지 2:30~3:40         비는 한 시간동안 출석부 집착 좀 하고, 나가수 노래 무한재생, 중독증세 좀 보이고    
 아침정진     5:00~6:00 (108배)  
 필살기수련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6구원자로서의 영웅
 달리기          없음

[초록필살기]
*출근 8:40 퇴근 6:00
*업무 시간 중 전략적 태스크 집중 :  통합학급 협력교수 지도안 수정 1시간

오늘 점심급식을 먹고 체해서 계속 졸았습니다. 급하게 흡입했더니...애들을 보내놓고 30분 넘게 누워 있었어요. 그나마 오늘은 한 아이는 시력검사하러 병원가고, 한 아이는 감기걸려 안왔거든요. 수업 부담은 적었어요. 학교 신체검사에서 시력을 잴 수 없거나 교정시력이 너무 낮은 학생은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오도록 하는데요, 우리 학생은 시력 문제가 있으니 이런 것도 대학병원으로 가야합니다. 휠체어 끌고 장애인콜택시 불러서 가는 것이 얼마나 공이 많이 드는지 엄마를 보면 안쓰럽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도 그렇고요.

지도안 수정이 퍽 재미가 있었어요. 이제 전체적인 흐름은 잡히는 것 같고요. 필요한 자료가 눈에 보입니다. 내일 있을 컨설팅이 무척 기대가 됩니다. 학교 다닐 때도 이런 식으로 배워보지 못했는데, 일하면서 생기는 이런 공부기회가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노을 베이스캠프]
*퇴근 후에 오늘 교육복지실 개관식하느라 지친 사회복지사 샘, 부장님 같이 저녁을 먹었습니다. 부장님이 사주셨어요. 자꾸 얻어먹어도 될랑가 모르겠네요. 혼자서 전 학교 아이들이 교육복지실을 통과하도록 프로그램을 짜고 설명하고, 페이스페인팅을 하도록 5,6학년 학생들이 오도록 하고, 또 근처 청소년 수련관, 노인복지관, 구청 복지센터, 지역사회 공부방....사회복지관에서 관장님들이 오도록 하느라 입에 단내가 날 지경인 그녀를 퇴근 직전에 만났습니다. 큰 행사를 치르고 무대가 끝난 뒤 홀로 남은 이들이 느끼는 외로움이 오지랖 넓은 부장님 덕분에 옅어졌기를 바랍니다. 저도 기뻤어요. 개구리가 울더군요. 집이 그리워졌어요. 이번 주말에는 집에 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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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1.06.09 22:36:50 *.180.75.152
콩두씨 윤정이가 돌아왔어
수 없이 자살을 시도한 흔적이 곳곳에 보이지만 죽지 않고 살아서 돌아왔어
진옥스님이 수양딸 삼아 주셔서 참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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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두
2011.06.10 07:32:11 *.154.223.199
아, 잘됐습니다. 아주 잘 됐습니다.
윤정님 정말 잘 하셨네요.
멋진 진옥스님, 브라보, 브라보, 브라보!
이헌님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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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6.10 07:38:56 *.154.223.199
33일차 (6.10 금)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30, 9:30 (5:00)
 모닝페이지 2:50~4:00            
 아침정진     5:00~7:00 (200배)  
 필살기수련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구원자로서의 영웅
 달리기          없음

주의집중과잉행동 상태였다. 어제 저녁을 늦게 먹어서 몸에 양분이 과잉축적되어 있어서 개운치가 않다. 이틀 그러고 나니 몸무게가 많이 불어있다. 온 몸이 우두둑거린다. 억지로 견디며 절을 200배 하고 나니까 불안하던 눈빛이 좀 가라앉고 차분해졌다. 완전 서성이고 있었다. 이런 나를 보면서 우리 학생들을 위해서도 반복적이고, 구조적이고(시간, 할 일이 명확하다는 점에서), 활동적인 수업을 해야겠다고 느낀다. 거기에는 몸과 마음을 풀고 치유하는 신체활동과 음악, 자연이 포함되어야 한다. 

호은사 그 처녀를 생각합니다. 호은사 처녀나 웅녀나 비슷한 듯 해서요.  

[초록필살기]
*출근 8:42 퇴근 1:45 출장 
*업무 시간 중 전략적 태스크 집중 : 2시간 30분   통합학급 협력교수 지도안 컨설팅을 받음

옆학교로 조언을 들으러 갔습니다. 통합학급 안에서 특수학급 교사와 통합학급 교사가 어떻게 수업을 협력해서 할 건지에 대한 흐름에 대해 조언을 들었어요. 버릴 것과 새로 할 일이 몇 가지 생겼습니다. 등수가 아니라 완전연소가 목표라고 외쳤는데 막상 그 틀 안에 들어가니까 정신이 없습니다.

출장 가기 전에 마무리 안된 일들이 많았어요. 비장애학생과 짝을 지어서 갯벌과 수영장에 가는 프로그램 신청 마감이었는데 놓쳤고, 출장 시간을 빼느라 3학년 아이들을 하나씩 분산하느라 바빴어요. 그 와중에 열이 나면 대변실수를 하는 아이 하나를 보건실에 데려다 주고, 지도안을 출력해서 띠지를 붙였어요. 오늘은 계발활동이 있는 날이었는데 다 못채우고 출장을 가야했습니다. 40분씩 2시간인데 40분만 수업을 했어요. 아침에 담당자에게 전화를 거니까 보결수업 담당한테 이야기를 하라는 겁니다. 이런 거 한 번도 해본적 없어요. 그나마 그 생태놀이부 수업은 형편없이 질이 낮았어요. 이따위 저질수업을 하면서 그걸로 현장연구를 하려는 게 말이 되냐는 비판이 안에서 크게 울려나왔어요. 수업만큼, 아이들만큼 중요한 일이 있나요? 근데 지금 주객전도하고 있습니까? 이런 소리입니다.

올해가 새벽기도에, 단군프로그램에, 주변에 와있는 특별한 인연들에 이래저래 내게 특별하다는 걸 알아보고 '다음 기회는 없다. 바로 지금 해야 한다.'는 뜻모를 사명감에 불타서 이것 저것 벌렸는데 너무 욕심을 낸 것 같아 울적하군요. 잘 하는 건가 싶네요. 내가 뭐하는 건가 한숨 쉬었어요. 수업준비가 안되어서 죽 쑬 때 이런 생각이 가장 많이 듭니다. 소인수로 수업하다가 많은 아이가 있으면 안 그래도 수업 기술이 떨어지는데 준비가 없으면 정말 곤란합니다. 그 계발활동 수업 준비에 더 공을 들이면 그게 다 내게 남을 텐데 말입니다.  

오늘 갔던 학교는 나의 초임지입니다. 아이들을 모아 사진을 찍었던 벚나무가 몰라보게 자라있었어요. 11년 전 내가 쓰던 교실에 들어갔어요. 교실이름이 바뀌고 내부 장이 완전히 이쁘게 바뀌어 있더군요. 거기에는 그 때의 나와 비슷한 나이의 젊은 여선생이 주인으로 있더군요. 그녀는 결혼식과 이 수업 준비를 병행하느라 몹시 바빴습니다. 그녀를 보니까 내가 젊지 않다는 걸 알겠어요. 좀 쓸쓸하고 당황스러웠어요. 몇 년 동안 보지 못했던 나무와 아이들이 변화와 시간을 보여줄 때, 변하지 않은 것 같은 나는 이런 당혹스러움을 느끼곤 합니다. 나를 두고 모든 것이 흘러가 버린 것처럼 막 화 비슷한 것이 납니다. 모든 것은 흘러갑니다. 나도 흐르고 있겠죠. 좀 어리둥절 합니다. 지난 10년간 나는 무엇을 했던 걸까요? 앞으로는 어디로 흘러갈건가요? 나는 잘 하고 있는 걸까요?  

그 자리를 마련해 주신 분과, 바쁜 일정 속에서도 배움을 주신 분과, 다과를 마련해주신 분과, 함께 짝이 되어 일하고 있는 분들께 마음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행동으로 그 마음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하룻밤 자고 나니 마음이 좀 가라앉습니다. 분명한 것은 일, 일하면서 만나는 관계는 내 삶의 중요한 축이지만 중심이 되어서는 안되구요. 균형을 찾아가야할 겁니다. 또 하나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든 직장이 오늘, 현재의 내가 하는 일, 관계 속에 담겨있다는 겁니다. 과거는 지나갔으니 내가 어쩔 수 없고, 미래는 관념일 뿐입니다. 현재 내 옆에 있는 사람, 현재 내 손에 와 있는 일이 가장 소중한 내 일입니다. 그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언젠가 엄마가 흙집을 짓던 이야기를 해 주신 적이 있었어요. 흙을 퍼 와서 흙벽돌을 찍고, 한쪽에서 그걸 말리고, 한 쪽에서는 다 마른 것으로 벽을 쌓았다고 했지요.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모두 내 손으로 한 것이라 더할수없이 소중한 집짓기였다고 했습니다. 나의 일도 그랬으면 합니다. 흙벽돌 한 장 찍고, 한 쪽에서는 말리고, 한쪽에서는 쌓아가고요.    
 
[노을 베이스캠프]
퇴근하고 단지 떠나기 위해 서울 갔다 왔습니다. 금요일 오후에 그냥 집으로 가는게 답답했어요. 오늘 컨설팅해주신 분이 권했던 책을 사러 서점 갔어요. 부천역 위에 있는 교보문고에 <통합교육을 위한 교수적합화> 책을 사러 갔는데 광화문점에 있대서 거기 가서 받아왔어요. 시위가 있던 청계천 거리를 걸어서 전철을 타고 용산부터 내리 자면서 왔어요. 오늘은 체기가 계속 있었고, 계속 졸았습니다. 아침나절에는 토도 한 번 했군요. 내일 주말입니다. 자연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 옆에서 쉬고 싶습니다.   

베이스캠프라는 말이 풍부한 연상을 불러 일으킵니다. 스캇 펙의 <아직도 가지 않은 길>에서는 결혼을 베이스캠프에 비유했었죠. 알피니스트들이 정상을 공격할 때 베이스캠프가 반드시 필요하다, 남녀가 결혼을 가꿀 때 정상 공격조가 고정되지 않고, 베이스캠프를 유지하고 가꾸는 일 역시 한 쪽에게 고정되면 안된다고 했었죠. '결혼'의 비유로 사용했던 스캇 펙의 방식이 아니라요. 삶의 균형, 재충전을 위한 다른 중요한 부분에 대해 소홀하다는 반성이 듭니다. 외로울 때, 돌아가 쉬고 싶을 때 결국, 가족, 친구, 집을 생각하는데요. 나는 그 관계를 가꾸는데 게을렀어요. 베이스캠프 이 멋진 말을 참구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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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6.11 07:08:20 *.154.223.199
34일차 (6.11 토)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30, 9:30 (5:00)
 모닝페이지 3:00~4:10            
 아침정진     5:00~7:00 (200배)  
 필살기수련  7시에 엎드려서 책을 읽으려는 데서부터 안된거지. 10시까지 다시 잤다.
                       할 일을 먼저 한 후 자주면 좋을 텐데, 콩두선수 아쉽습니다.
 달리기         

절 하다 108배쯤 마치고 방석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 5~10분쯤 잤나? 그단새 짧은 꿈

나는 눈 덮인 높은 고개를 사내아이 하나를 데리고 넘고 있다. 나무로 된 난간 밑으로 눈을 쓰고 누워 있는 절벽 아래 마을의 지붕들이 보인다. 눈이 더 올 것 처럼 하늘이 흐리다. 남자아이는 11살이고, 장애가 있다. 아이 코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고 내 손을 잡은 손바닥에도 땀이 났다. 주저앉아서 엉뚱한 말을 하면서 안가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나는 화가 나면서도 어떻게든 아이를 끌고 고개를 넘어가야한다 싶어 조급해진다. 아이가 누렁 콧물을 흘린다. 휴지가 없다. 나는 맨손으로 아이 코를 쥐고 힝 풀린 후 눈에 쓱쓱 손을 닦는다. 아이가 또 고집을 부린다. 코는 휴지로 닦아야된댄다. 내가 손으로 다 닦았고 눈으로 씻어서 깨끗하다고 하는데도 하도 그래서 주머니를 찾아본다. 한 번 쓰고서 넣어둔 휴지가 돌돌 말려 있다. 검은 얼룩이 있다. 그래도 그 휴지를 펴서 깨끗한 쪽으로 아이 코에 대고 닦는 시늉을, 순전히 시늉을 한다. 아이는 그제야 일어나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 아이한테는 정해진 그런 절차가 중요한 것 같다. 설득하기보담 그 아이의 독특한 그런 건 맞춰주는게 낫지. 

늦게 자니 늦게 일어난다. 그리고 5시만 되면 밖이 훤해진다. 모닝페이지를 마친 후 5시 되기까지 1시간동안 어떻게든 놀아보려고 한다. 음악을 듣고, 출석부에 집착하고, 메일을 열어보고 웹써핑을 한다. 그런 마음의 상태는 무엇일까? 내가 좋아하는 새벽푸른빛은 너무 고요해서 외로움, 쓸쓸함이 함께 있다. 거기서 좀 도망치려는 마음이 있다. 그걸 통째로 견뎌야겠지? 어쨎든 오늘도 몇 번 쉬고 들락거리며 정해진 일정을 죽죽 늘여서 마친다. 마치고 나면 언제나처럼 맑게 개인다. 과정을 견디고 통과해야하는 건가보다. 

[초록 필살기]
*휴업일. 출근 안함. 
*전략적 태스크 집중 : 2시간 30분
특수교육총연합회 현장연구논문 계획서 제출자 연수회 참석. 1시부터인데 2시 반 도착, 5시까지 들음.

연수는 삼성동 정애학교에서 있었어요. 삼성동 코엑스 쪽으로 나가 좀 걸어서 봉은사 지나니 특수학교가 있었어요. . 그 뒤에 경기고등학교가 있다 하더군요. 그 유명한 학교 맞지요? 2004년에 개교했다는군요. 비싼 강남땅에 공립 특수학교를 지은 걸 보고 뒷배경이 궁금했어요. 이 때 뒷배경 (높으신 분의 자제가 다녔다거나...)을 추리해보는 게 나쁜 습관인거겠죠?

얼렁뚱땅 하다보니까 너무 늦게 출발했고요, 늦어서 올라가는 전철에서 내내 벌서는 기분이었어요. 전체연수는 놓쳤어요. 공주대 특수교육과 김삼섭교수라 하더군요. 이 분이 쓴 책을 저도 한 권 가지고 있어요. 이런 일이 워낙 많은 저야 개별지도 시간만이라도 듣게된 것에 감지덕지했어요.  도착해서 개별지도를 듣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내가 속한 모둠은 통합교육, 학습장애, 건강장애 파트였고, 우리를 지도하는 분은 중등특수교육과 교수님이었어요. 1인당 배정된 지도시간은 15분이었어요. 원래 계획은 병원진료 받듯이 1사람 지도받고 나가고, 대기 의자에 주루룩 앉아있던 다름 사람이 들어가는 거였는데 이 교수님은 11명을 모두 들어오라고 해서 듣게 했어요. 다른 사람들에게 하는 조언에서 배울 점이 있다하면서요. 그래도 되겠냐고 양해를 구하고, 그리고 상처받지 말라고 당부도 하시고요. 일단 시작했으니까 미루지 말고, 포기하지 않고 들러붙어 있으면 현장 연구 논문을 완성하도록 옆에서 돕겠다는 말씀이 어찌나 든든하고 고마운지요. 하늘에서 조력자 한 분 또 보내주셨구나 싶었어요.   

춘천, 경기도 광주, 인천, 서울 구로구, 목포, 동두천, 충주에서 온 특수교사들이 낸 계획서를 가지고 꼼꼼히 검토한 자료를 미리 준비해 오셔서 이야기를 해주시더군요. 그 성의에 감동했어요. 한편 이런 연구를 하는 교사들은 주로 관리자되고 장학사 되기 위해서, 박사학위 따서 대학으로 가려고 하는데 정말로 자기가 행복한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 내가 정말로 원하는 삶의 모습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어떤 사람은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고 교과서 집필진에도 포함되는데 누구나 바라는 국립특수교육원 연구사나 대학으로 가지 않고, 가외로 번 돈으로 방학마다 가족과 해외여행을 간다고요. 그는 자기가 좋아하는 방식을 알고 있고 그대로 살아가는 용기있는 사람이라고요. 여기저기서 같은 이야기들을 귀에 대고 속삭이는군요. 나는 관리자, 교육행정, 방학없이 대기해야하는 대학교수가 되기 위해서 이 일을 시작한 걸까요? 현재로서는 아니다, 무엇이 내 천복일지, 무엇이 내가 재미있게 잘 할 수 있으면서 현장에 공헌할 분야인지를 탐색해가는 과정에 있는 중이라는 대답을 속으로 했어요. 한편 그 주제는 천천히 깊이 살펴볼 질문이라 생각이 되구요. 특수학급 교사에서 출발해서 다른 이들이 도달하고 싶어하는 여러 길 중 한 길의 목적지에 도달해있는 듯한 이에게서 나온 질문이 지금 내가 가진 질문과 같아서 좀 놀랐고요.

일단 그분이 피드백 해준 부분을 포함해서 연구계획서를 자세히 작성해서 멜로 보내기로 하였습니다. 전체 5회 개별지도 중 4회가 남았는데요. 지도받는 방식은 개인의 여건에 따라 메일, 전화, 방문 자유롭게 되는 건가 봅니다. 근무하는 대학으로 찾아와도 좋다고 하시더군요. 가게 된다면 방학 때 우리 고향 특산주 호산춘 한 병 사들고 가야겠습니다. (이 술은 우리 아부지 먼저 받아드리고 싶습니다. 향어나 송어회 안주로요. 어제 이 일정을 생각않고 고향집에 가겠다고 했는데 부모님을 또 바람 맞췄습니다. 나는 뭔가 한 가지에 골몰하면 다른 것이 잊히니 정말로 문제입니다. ) 고등학교 특수학급 학생들과 원예활동을 했었고, 고향 근처에 땅을 사서 유실수를 심어 자급하고 있는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눈이 빛나는 걸 보면서 나랑 좀 코드가 맞는 분이라는 억측을 했고요. 여러 님들의 돕는 손길 속에서 올해는 이걸 써서 제출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 분을 보는 것,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가 나를 업 시키는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단군프로그램 모토가 매일 하면 오래 가고, 함께 하면 멀리간다 했던가요? 그 반대인가?  업된 나는 매일 조금씩 그 과제를 해야겠다 결심했습니다. 나중에 헥헥거리더라도 이런 순간이 소중합니다.
 
마치고 대학교 때부터 알고지내던 친구와 저녁을 먹었습니다. 신청자 명단에서 이름을 읽고 얼마나 반갑던지요. 내겐 퍽 소중한 인연입니다. 이 친구가 근무하던 종합사회복지관 조기교육실의 소그룹반 담당 시간제 교사로 저를 부르지 않았다면 내 주변머리, 용기로 특수교사의 길로 가지 않았을/ 못했을 것입니다. 코엑스몰 중국집에서 기름기 많은 요리와 하우스와인 2잔이 세트인 걸 시켰어요. 근데 유리물컵에 와인을 갖다 주더군요. 은근 와인잔을 기대했는데 김이 샜고, 덜 맛있는 것 같았어요. 이거 완전 키친테이블 버전이구만 했죠. 밀린 이야기를 하고, 둘이 여름 원피스 하나씩 사 입고 돌아왔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한편 저는 많이 두렵습니다.  너무 돕는 손들이 많이 와서요. 겁이 덜컥덜컥 나요. 이것은 뭔가 다치거나 잃을 수 있는 양날의 검이 아닐까?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을텐데, 얼마나 아슬아슬한 협곡을 건너고 치명적인 시험을 이겨내야 할까? 미노타왕처럼 이걸 사유하려고 하면 아름다운 결과로 남지 않고 미노타우로스로 미궁 속에 감춰야하는 괴물로 이것을 만들게 될까봐 조심스럽습니다. 좋은 인연은 지금 아는 게 아니라 지나간 다음에, 헤어진 다음에 알게되는 거지요. 좋아했고 좋아한다고 서로 고백했지만 다시 만날 때 외면하게 되는 인연도 얼마나 많은지요. 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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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6.12 12:54:11 *.154.223.199
35일차 (6.12 일)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6:30, 11:00 (7:00)
 모닝페이지 7:00~8:30            
 아침정진     10:30~12:00 (108배)  
 필살기수련  없음 
 달리기          없음
 

늦게 일어났다. 일요일이니 늘어지고 하기가 싫다. 두 가지 일정을 마치니 오전이 지나갔다. 내내 세탁기를 돌렸다. 커피를 진하게 여러 잔 마셨고 생수를 마신다. 몸의 과잉에너지를 어찌 태우지? 아직도 속이 그득하고 배가 안고프다.

[초록 필살기]
*일요일, 출근안함.
*전략적 태스크 집중 : 2시간, <교육과정 교수적합화> 신현기( 학지사) 160쪽까지 읽음.

[노을 베이스캠프]
일요일에 빨래를 몰아 하고 낮잠을 잤습니다. 종일 혼자 집에 있었더니 너무 답답해서 5시 넘어서 전철 타고 영등포 갔다 왔습니다. 전철에서 책을 읽고 부천 이마트에서 장을 봐서 돌아왔습니다. 매일 달리던 길을 오늘은 걸어서 갔는데 내가 안 간 사이에 장미가 피어있더군요. 달리던 그 시간이 너무나 그리웠습니다. 마라톤온라인에 들어가서 마라톤 대회 일정을 검색했어요. 내일부터는 새벽에 달려야겠다 마음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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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여명
2011.06.12 23:01:43 *.146.249.219
언니! 저는 3일 새벽강변마라톤이 좋을 듯 싶습니다.
끝나고 바로옆 홈플러스에서 장봐서 난지캠핑장에서 바베큐 파티 하시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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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희
2011.06.13 10:11:09 *.143.199.187
저두요.단군하면..새벽이니까...ㅋㅋ
새벽 강변 달리기 넘 근사해요~~~
역시 여명님 최고~ 바베큐파티 넘 좋아요~~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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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6.13 15:17:40 *.114.49.161
저도 새벽마라톤~ 바베큐파티 추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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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6.12 21:27:45 *.154.223.199
5km와 10km 코스가 있고, 마치고 공원에서 피크닉 할 수 있는 두 가지 조건이 맞는 마라톤

7월
10일 공원사랑수박먹기 마라톤대회 : 보라매공원, 8시 출발, 25,000원
                   http://www.tourmarathon.com/marathon/view.php?no=198#1

7월 3일 새벽강변마라톤 : 상암동 월드컵경기장(하늘공원), 6:30 출발, 매니아 20000원, 6월 23일 접수마감
                http://amaruns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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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6.13 08:11:14 *.154.223.199
36일차 (6.13 월)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5:00, 11:00 (6:00)
 모닝페이지 5:30~6:30            
 아침정진     6:35~7:45 (108배)  
 필살기수련  <난중일기>~16 , 특수교육총연합회 현장연구 메뉴얼 정독
 달리기          없음

어제밤에 쉬 잠들지 못했다. 2시간쯤 뒤척였나보다. 누워서 천수경을 외우다 스르륵 잠들었다. 나에겐 흔치 않은 일이다. 늦게 자니 늦게 일어났다. 달리기 복장을 입고서 모닝페이지, 아침정진을 했으나 너무 늦게 일어나서 다른 것은 할 수 없구나. 두부와 표고버섯 된장국과 냉동해두었던 피자 1쪽을 돌려 아침식사하며 일지 쓴다. 5시면 아파트 가로등이 꺼지더라. 6시 30분에 통화한 엄마는 밭에 일하러 가던 중이었는데 해가 두 뼘은 올라왔다고 했다. 내일부터는 모닝페이지, 아침정진을 마친 후 달리러 가야겠다. 러너 한 후에 필살기 수련을 해보자. 현장연구 생태놀이에 대한 것으로 아침을 채워보자. 난중일기를 오늘 부터 읽기 시작했다. 법당에서 경전을 읽을 때 하루 한 페이지씩 읽었는데 '애게 이걸로 무신?' 했지만 3년을 꾸준히 읽으면 제법 많은 경전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정진은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사소하지만 꾸준히 하는 거라고 하셨지. 하루에 10쪽씩 읽으면 800쪽이 넘으니까 두 달 걸리겠구나. 목표를 하루에 많은 양을 읽는 걸로 두지 말고 조금씩 꾸준히, 매일 읽는 걸로 잡아보자. 좋은 책을 매일 단 10분, 1쪽이라도 읽고서 하루를 시작하면 멋진 저자와 나의 끈이 되고, 나를 살리는 양식이 되어줄거다.  1kg까지 잴 수 있는 내 주방저울의 측정범위를 넘어가더라. 들고 다니며 읽을 수는 없는 책. 도전!  

[초록필살기]
*출근 8:35 퇴근 6:30
조회날이고, 특수학급 학생 3명이 조회에서 상을 받는데 늦었다. 바로 시청각실로 가라고 전화 걸고, 다른 분이 틈을 메워주어서 빵구 안내고 끝을 냈다.   
*근무시간 중 전략적 태스크 집중 : 2시간 
협력교수 지도안 협의 1시간, 통합교육사례연구 저녁식사 약속 잡음, 내일 있을 통합학급 학부모공개수업에 대해 보조인력 지원, 학습지 수정 1시간.

공원을 걸으면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이것이 내가 제일 좋아하고, 가장 창의적일 수 있는 이야기 방식입니다. 내일 학부모공개수업인데 우리 아이들 1명은 아예 빠지기로 하였습니다. 나머지 아이들은 모두 참여합니다. 아이를 빼기로 결정한 어머님의 마음이 조금 짐작이 되어서 따로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협력해서 무엇인가를 도모하는 것에 대해 생각합니다. 올해는 3건은 통합학급 샘님과 하고요, 작년의 어려움을 교훈삼아 올해는 같은 공간에 있는 이들 사이에서 일단 평화와 좋아하는 관계를 가지고 오게 하기 위해 신경을 씁니다. 일 이전에 사람이 만나는 것이라서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편안해하고 좋아하면서 존중하는 게 우선인 듯 해요. 그런데 연애를 글로 배우듯, 관계를 글로 배우는 나로서는 어찌해야 할까 모를 때가 많습니다.

[노을 베이스캠프]
저녁을 가볍게 먹긴 했지만 집에 9시 넘어 들어왔고, 씻고 나니 10시 가까이 되었습니다. 저녁기도는 애시당초 포기. 그래도 내일은 정성든 3배라도 하고 자는 마음가짐을 가져야될텐데요. 사람과 어울리면 외롭지는 않은데 새벽기상을 위해서는 스스로 외로움을 선택하고, 선택한 외로움을 감수해야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주말에 혼자 있는 것은 맞지 않아요. 나는 자연 속에서 편안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면 충전되고요, 그런 시간을 주말에 갖지를 못하면 주중에라도 갖고 싶어합니다. 필수영양소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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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6.14 06:44:40 *.114.49.161
37일차 (6.14 화)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3:45, 10:00 (5:45)
 모닝페이지 4:00~5:00            
 아침정진     5:15~6:45 (200배)  
 필살기수련  <난중일기>~41 해제. 읽었다 볼 수 없고 눈으로 한번 만졌다 해야겠다. 지루한 부분 읽기 싫었다.  
                       40분간 연구계획서 지도에서 들은 것 정리함. 매일 1쪽씩 남긴다는 걸 목표로!
 달리기          없음

오늘도 달리기 복장을 입고 아침활동했는데 트랙을 달리지는 못했다. 전력질주해서 출근했다.- - ;;; 

[초록 필살기]
*출근 8:40 퇴근 7:15
*전략적 태스크 집중 : 2시간
특수학급 수업 준비-없음, 이게 핵심인데요.
통합교육 사례연구-없음
통합학급 학부모공개수업 참여하기 40분,  협력교수 지도안 수정 1시간-교수적합화 절차 표 1개를 그렸습니다.

근무시간 중에 하지는 못했구요 다른 이들이 퇴근한 5시부터 헤드셋으로 노래 들으면서 2시간 했습니다. 다른 일들도 많이 남아 있었지만 이건 순전히 내가 좋아하는 일들이라서 하고 나니 나는 좀 회복되어 있습니다. 오호 이런 거였군요. 퇴근을 늦게 하더라도 좋아하는 업무를 하고 나서 퇴근해야겠어요. 싫어하고 잘 못하는 회계업무는 근무시간 중에 할까봐요. 절대로 남아서 하지 않겠어요.

1학년의 수업을 보러갔는데 어머님들이 얼추 스무분 이상 오셨더군요. 안온 아이들이 더 적었습니다. 아이들이 참 예뻤어요. 발표하기 위해 의자에서 일어날 때 뒤에 서 있는 엄마를 보기 위해서 빙그르 한 바퀴 도는 아이들이 몇 있었습니다. 그 담임샘이 아이들과 평소에 저런 모습으로 지냈겠구나 엿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그 중 한 아이 나를 저희반 아이한테 "이 선생님 나 알아, 우리 아파트에서 같이 자"라고 소개하더군요. 그 아이는 집이 같다는 말인데 나는 좀 웃겼습니다. 이쁘죠? 아 눈에 아른거려. 이쁜 남의 딸^^ 아침에 출근하다보면 언니랑 이 아이가 같이 나오고 엄마가 윗층 베란다에서 뭐라뭐라 당부를 하곤 합니다. 신발 갈아신는 데를 지나는데 저 신발 갈아신을 동안 나더러 지켜보고 서 있으라고 할 때 '어라? 애기구나'한 적이 있었어요. 아이의 아이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큰 행운입니다.

우리 아이도 그 반에 있었어요. 오늘 엄마도 너 공부하는 거 보러오시고 나도 보러 갈 건데 의자에서 엉덩이 떼지 않고 잘 앉아 있으면 내일 새 자동차 장난감을 교실에 사다놓겠다고 했습니다. 자동차와 뽀로로, 하늘색과 노랑색을 무척 좋아합니다. 잘 앉아 있었어요. 나올 때 자동차 언제 사러가냐고 묻던데요. 퇴근하고서 자동차 사러 가야겠군요. 이쁜 남의 아들.  

[노을 베이스캠프]
노을 지는 숲을 걷거나 뛰어볼랍니다.
수우족 인디언 노랑 종달새는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오늘은 좀 그의 노래를 베껴 적어 들고 걷고 싶어지네요.


바람 속에 당신의 목소리가 있고
당신의 숨결이 세상 만물에게 생명을 줍니다.
저는 당신의 많은 자식들 가운데
작고 힘 없는 아이입니다.
제게 당신의 힘과 지혜를 주소서.
제가 늘 아름다움 안에서 걷게 하시고
제 두 눈이 오래도록 석양을 바라볼 수 있게 하소서.
당신이 만든 물건들을 소중하게 여기도록 하시고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제 귀가 늘 열려 있도록 하소서.
당신이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가르쳐 준 것들을 저 또한 알게 하시고
당신이 모든 나뭇잎, 모든 돌 틈에 감춰 둔
교훈들을 저도 또한 배우게 하소서.
내 형제들보다 더 위대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장 큰 적인 제 자신과 싸워 이길 수 있도록 제게 힘을 주소서.
저로 하여금 깨끗한 손, 똑바른 눈으로
언제라도 당신에게 갈 수 있도록 준비시켜 주소서.
그래서 저 노을이 지듯이 제 목숨이 사라질 때
제 혼이 부끄럼없이 당신에게 갈 수 있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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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긋기
2011.06.14 07:36:17 *.154.223.199
만일 한 시대의 인물이 후대에 길이 기억되어 존경을 받는다면 그는 진정한 인간의 도리를 실천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5

난중일기란 바로 그 당시에 충무공이 전쟁을 몸소 체험하며 기록한 진중일기다....가족과 관계된 일은 물론 상관과 장수 및 부하들 간의 갈등 문제를 비롯하여, 당시의 정치, 경제, 사회, 군사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다루어져 있다. 또한 전쟁을 수행하며 느낀 심중의 변화가 구체적으로 잘 드러나있는데 무능한 조정에 대한 탄식과 전쟁에 시달리는 민중에 대한 사랑, 그리고 국난 극복에 대한 강한 염원 등을 서슴없이 드러내었다. 충무공이 무관 출신의 장수로서 이러한 일기를 남길 수 있었던 것은 어려서부터 유학을 배워 문인적 기질도 뛰어났기 때문이다. - 7

모친의 상사로 매우 애통하여 다 적지 못하고 뒤에 대강 추록한다. - 15

정조는 임자년 (1792) 윤음에서 "우리나라를 재건하게 한 황은을 길이 생각하고 우리나라 충신에게 미치어 빗머리에 전자를 써서 충무공 이순신의 공업을 표창하고자 한다"며 "요즘 이충무유사를 읽으면 노량해전을 회상하게 되어 나도 모르게 다리를 어루만지며 길게 탄식을 하게 된다(중략) 충무가 남긴 사적을 요즘 내각에 명하여 전서를 편찬하게 하였으니, 그것이 활자로 인쇄되거든 그 한 본을 이 충렬사에 간직해 두면서 제사시내도록 하라"고 하였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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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6.15 06:22:14 *.114.49.161
38일차 (6.15 수)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20, 9:00 (5:20)
 *모닝페이지 2:45~3:35       아침정진     4:00~5:30 (200배)        달리기 : 3바퀴 달림 
  필살기수련  6:00~7:40       
       
<난중일기>~65  400년 전 살았던 장군의 1592년 겨울의 석달치 일기를 읽었다. 
'맑음. 동헌에 나가 공무를 보고 활을 쏘았다'가 반복되는군.   
 
현장연구 네트워크에서 지난 보고서 읽으려다 포기. 인증서가 필요하다네. 출근해서 시도해보자.
생태 놀이 프로그램 자문해줄 전문가를 1분 떠올려 메일을 1통 보냈다.  
오늘도 달리기 복장을 입고 아침활동을 했는데 달릴까 말까 싶다. 
딱 한 바퀴만 달리고 올까나? 그럼 내일은 제대로 달릴 지도 모르잖아.
세 바퀴 달리면서 장미터널을 왕복했고, 단풍할매를 세 번 돌았다. 
안젤라는 수호천사 이름이기도 하지만 넝쿨장미 이름이기도 하더라. 넝쿨장미가 피어나는 곳, 그리운 얼굴.

[초록 필살기]
*8:45 출근 (문구점에서 차를 사 가지고 갔다고는 하지만 지각-_-약속을 지킨 기쁨이 있었다), 퇴근 7:20
*전략적 태스크 집중 : 50분
                                        통합교육사례연구-3학년 교과 안에서 할 수 있는 장애이해수업 리뷰 30분
                                        국회도서관 '놀이, 장애' 검색어 논문 목록 읽기 20분

 BOSS의 열흘이상 장기출장을 앞둔 긴 회의가 있었고, 책상에 엎드려 잠도 좀 잤고, 내일까지 쳐내야할 보고가 있었어요. 양식 다운 받은 것이 날라가서 기한 맞추려고 만들어서 일단 냈어요. 이건 거의 20일은 여유가 있던 과제인데 시작을 전날 하다니....한심했어요. 전략적 태스크로 정한 것 3가지는 그가 내 얼굴 잊어먹지 않게 눈인사만 나눈다는 마음으로 했습니다. 할 시간 없으면 단 10분씩이라도, 한 페이지만 읽자.  

국회도서관에서 논문 검색해 읽는데 성질 나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아이디 비번 찾느라 한참 걸리고, 목록 바구니 담았다가 뭔가를 잘 못 거드려 다 없어져서 (아, 여긴 홈쇼핑처럼 바구니 것이 저장이 안되더군요) 같은 일을 몇 번 반복해야했습니다.

[노을 베이스캠프] 
 참외, 요플레, 조기를 먹고 1시간 이내에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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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긋기
2011.06.15 06:28:57 *.154.223.199
방답의 병선 군관과 색리들이 병선을 수리하지 않았기에 곤장을 쳤다. 우후, 가수가 제대로 단속하지 않아 이 지경에 이른 것이니 해괴하기 짝이 없다. 자기 한 몸 살찌울 일만 하고 이와 같이 돌보지 않으니 앞일도 알 만하다. - 51
 옛날 군무원은 일을 게을리하면 매를 맞았구나. 곤장을 네이버지식인에 물어보니 넙덕하게 만들어서 엎어놓은 십자가 같은 데다 팔 벌리게 해놓고 볼기와 허벅지를 때리는 벌이라 한다. 치도곤은 그중 젤 넙덕한 매란다. 공무원의 업무기강 해이 이런 비판이군. 자신을 돌아본다. 곤장맞을 행동 좀 있네. 후덜덜

아침 식사를 한 후 나가 앉아 군기를 점검하니 활, 갑옷, 투구, 화살통, 환도가 대부분 깨지고 훼손되어 제 모양을 이루지 못한 것이 매우 많았기 때문에 색리, 궁장, 감고 등을 논죄하였다. - 58

몸이 불편하여 아침 내내 누워 앓다가 늦게야 동헌에 나가서 공무를 보았다. (60) 식사 후에 몸이 몹시 불편하더니 점점 통증이 심해졌다 3일 기운이 어지럽고 밤새도록 고통스러웠다. 4일 아침에야 비로소 통증이 조금 그치는 것 같았다. (62)
당신도 자주 아팠군요. 혼자서 이렇게 고통스러워한 적도 많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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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6.16 06:22:02 *.154.223.199
39일차 (6.16 목)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10, 9:00 (5:10)
 *모닝페이지 2:40~4:00       아침정진     4:40~6:30 (200배, 일지 포함)        달리기 :  7:00~7:30
  필살기수련  없음. 달리고 와서 백만년 만에 청소하느라. 

오늘 새벽부터 오른쪽 눈 밑에 경련이 있다. '뭘 먹어야 되지?, 대박집에 돼지고기를 한 번 구워먹으러 갈까? 아몬드를 사다 먹을까?' 생각이 드는 걸 보면 '고혈압에 좋은 음식' '당뇨에 좋은 음식' '선생님, 이럴 때 우리 가족 무얼 먹을까요?'라는 책 제목이 이해가 된다. 나도 마지막 책 갖고 있다.

오랜만에 달리러 갔다. 쫄쫄이 달리기 바지에 진분홍 여성마라톤 속건성셔츠를 입고 달렸다. 마지막 바퀴를 전력질주하는데 숨 차서 반 지나니 힘들었다. 전력질주하는 내 모습이 사랑스럽고 고마웠다. 오늘도 장미를 보러 갔었다. 에버랜드 장미축제는 지금도 하나? 달리기는 많은 에너지를 준다. 오늘 집안을 치우고 버릴 것을 버렸다. 아직 모자까지 달리기복장을 입은 상태로 움직인다. 참 좋았다.^^     

[초록 필살기]
*출근 8:40, 퇴근 7:30
*전략적 태스크 : 1시간 30분
    - 사례관리 : 6명에 대한 progress note 기록, 개인 파일 정리. 오늘 한 일이 정리되면서 개운.
                         이걸 하며 아이를 옆에서 보았던 보조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25분.
    - 특수학급 수업 준비 : 없음. 이게 젤 중요한데 어째 이럴까? 내일부텀 내일 할 부분을 아이별로 한 번 훑어보자 
    - 통합학급 지원 : 사례연구 회의 준비 (내일) - 이전 보고서 정독하려고 출력했는데 우와 정말 잘 하셨다!    

7시 30분에 퇴근하면 잠 잘 때까지 내게 남은 시간은 1시간 남짓이다. 이렇게 계속 지내도 될까? 내가 워커홀릭도 아니고.  

[노을 베이스캠프]
가방을 내려놓고 입은 채로 산책나갔어요. 나무 아래를 걸으며 사과 한 알 먹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운동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나무 아래를 걸으면 이야기하는 게 좋습니다. 노을이 지고 있었어요.  30분쯤 그러고 나니 피곤이 느껴졌어요. 그 전에는 몸과 마음의 상태에 대해 잘 모르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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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긋기
2011.06.16 06:56:24 *.154.223.199
<난중일기> ~75, 1592년 치 마저 읽음

새벽에 망궐례를 행했다. (62), 14일 맑음 동헌에 나가 공무를 본 뒤 활 열 순을 쏘았다. 15일 맑음 나라 제삿날이라 공무를 보지 않았다. (63)
이 세 가지가 자주 반복되네. 망궐례가 뭐지? 나라 제삿날은  왕의 조상 제삿날이라는 말일까? 관청이 휴무할 정도로 왕의 가족사가 중요했나보네. 봉건시대는.

이날 여도 수군 황옥천이 왜적의 소식을 듣고 집으로 도망갔는데 잡아다가 목을 베어 군중 앞에 내다 걸었다. - 67

왜적들은 지금 사천 선창에 있다고 했다. 바로 그곳에 가 보았더니 왜인들은 이미 뭍으로 올라가서 산봉우리에 진을 치고 배는 산봉우리 밑에 줄지어 매 놓았는데 항전하는 태세가 재빠르고 견고했다. 나는여러 장수들을 독려하여 일제히 달려들며 화살을 비 퍼붓듯이 쏘고, 각종 총통을 바람과 우레같이 어지러이 쏘아대니, 적들은 무서워서 물러났다. 화살에 맞은 자가 몇 백 명인지 알 수 없고, 왜적의 머리도 많이 베었다. 군관 나대용이 탄환에 맞았고, 나도 왼쪽 어깨 위에 탄환을 맞아 등을 관통하였으나 중상에 이르지는 않았다. 활꾼과 격군 중에서도 탄환을 맞은 사람이 많았다. 적선 열세 척을 불태우고 물러나왔다. - 68
전투장면이 그림처럼 보인다.

이제 흉적들이 오랫동안 남의 나라에 머물러 있으면서 풍토에 익숙지 않아 한겨울 추위에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지내기 어려워할 뿐만 아니라, 군량이 아미 다함에 기력 또한 다하였으니, 이 기회를 틈타 급히 공격하여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 72
나는 얇은 겉옷만 입고 이웃나라로 온 병사들이 불쌍하다. 내 민족 조상님들의 희생과 이 땅과 생명의 흐름을 지켜주신 노고에 감사한다. 그래도 이런 관점은 안되겠지? 일본은 왜 임진왜란을 일으킨 걸까? 내부적으로 이유가 있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배우고서 다 잊어먹었다.

신의 어리석고 망령된 계책으로는 먼저 전례를 따라 변방의 방어를 견고하게 한 다음 차츰 조사하고 밝히어 군사와 백성의 고통을 구하는 것이 바로 지금의 가장 급선무라 생각합니다. -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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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6.17 06:56:31 *.114.49.161
40일차 (6.17 금)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20, 9:00 (5:20)
 *모닝페이지 2:50~4:00       아침정진     4:40~6:30 (200배)        달리기 : 20분
  필살기수련  <난중일기> 77~85 

오늘 읽은 장군의 일기 중 많이 들어온 문장은 '날씨가 맑은데 바람이 많이 불었다'와 '통분을 이길 길이 없다'이다. 날씨와 바람에 대해 매일 일기 첫 머리에 쓴 것은 바다 날씨에 민감해야만 하는 수군의 수장이기 때문이리라. 농사짓는 사람들도 매일 일기예보를 듣는다. 통분을 이길 길이 없다는 문장은 관리들이 징병된 사람을 뇌물받고 놓아주었거나, 술주정했을 때, 기한을 어겼을 때였다. 요즘 말로 하면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랐다'일 '통분을 이기지 못했다' 는 말이 이 장군의 곧은('강직한' 단어와 비슷한 뜻인가?) 성정을 말해주는 듯 하다. 

징병되는 사람들 이야기, 뇌물을 주어서라도 도망가고 싶은 사람들도 어떤 가정의 가장이고, 아들이었겠지. 어떤 명목의 전쟁이든 전쟁에서 고생하고 가장 큰 희생을 당하는 것은 그런 평범한 사람들일테지. 전쟁이 없기를 기원한다.    

이순신장군이 전쟁 중에 먹을 갈아서 붓으로 초서로 썼다는 일기를 400년 후에 읽고 있자니 컴퓨터 자판으로, 잘 나가는 중성펜으로 내 직업 안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단군프로그램에서 하려고 목표했던 일에 대해 매일 일지를 쓰는 것은 퍽 쉬운 일이구나 싶다. 장군님이 또 나를 도우시네. 땡큐 제너럴! 예스 잘 쓰겠슴다. 충성!

구름이 있고 바람이 분다. 나뭇잎 사각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달렸다. 개가 나를 따라와서 제자리에 서 있었다. 주인부부가 불러도 가지 않는다. '애기라서 그래요' 양해를 구한다. 그 하얀 색 개를 보면서, 나는 시각장애인 안내견 되고 싶은데, 그건 사람으로 사는 지금은 안되지만, 마라톤 대회 시각장애 러너와 팔을 묶어서 같이 뛰는 사람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초록 필살기]
*출근 8:40, 퇴근 3:30 (반일휴가)
*전략적 태스크 집중 : 근무시간 중 30분, 시간외 1시간 - 현장연구 프로그램 전문가 조언 받음. 관련 강의 기획.

모태신앙이라던 그녀의 말을 기억한다. 바구니에는 썩은 사과와 성한 사과가 언제나 같이 들어 있다고 했었지. 무엇에 집중할 건지는 자기 선택이다.

[노을 베이스캠프]
저녁에 집에 11시에 들어왔다. 일어나지 못하겠구나 마음편하게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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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두
2011.06.18 11:25:55 *.114.49.161
이헌님댁 이쁜이 이름이 의정이군요.^^ 저는 다행히 울지는 않았어요. ㅋ
버쩍 얼어서 주인이 목줄 가지고 올 때까지 벌벌 떨면서 서 있었어요.   
자꾸 저를 따라 뛰어오니까 주인이 '개 키우세요?' 묻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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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1.06.17 11:59:46 *.105.249.75
 따르릉~~
"아빠 피아노 끝나고 집에 가다 넘어졌는데 차 밑에 고양이가 있어. 엉엉~~"
"지금 그 곳이 어디냐?"
"광명수퍼 앞이예요. 아빠 언제와요?"
"알았다 아빠 운동 끝났으니까 쫌만 기다려 지금 갈께"
8살 의정이는 길에서 강아지나 고양이를 만나면 꼼짝 못하고 그자리에서 울고 있대요.
콩두씨는 울지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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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6.18 10:40:11 *.114.49.161
41일차 (6.18 토)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6:00, 11:30 (6:30)
*모닝페이지 6:10~7:30    아침정진  7:35~8:20 (108배)        달리기, 필살기 수련 : 없음  

늦잠을 잤다. 금요일 저녁에 맥주 1000cc 와 기름에 튀긴 닭고기를 양껏 먹었더니 일어날 수 없었다. 한편 몸이 고되어서 짜증이 나고 신경이 날카로와졌던 느낌이 무디어져있다. 많이 자서 잘 쉬었네. 날이 더워졌다. 108배를 하니까 땀이 많이 났다. 겨드랑이가 시원하고 바람이 숭숭 드나드는 여름 원피스를 입고 맨 얼굴로 뛰어서 출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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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6.19 10:00:15 *.154.223.199
42일차 (6.19 일)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10, 10:00 (4:10)
*모닝페이지 2:30~3:30    *아침정진  4:30~6:00 (200배)   *달리기, 필살기 수련 : 없음, 6시부터 9시까지 다시 잠  

나의 울분과 외로움을 가지고 상대를 이해하려고 한다. 대부분의 경우 역지사지란 게 상대에 대한 이해를 전제한 것이 아니라 제 식으로 받아들이고 판단하고 배려하는 '니 생각'일 뿐일 때가 많았지만, 안 그러면 내가 공격당하는 느낌에 들볶이기 때문에 나를 편하게 하자면 다른 도리가 없네. 또 한 사람을 생각한다. 어리둥절하고 당황스런 반응은 내가 추동한 면이 많았습니다. 그걸 생각 못하고 당신만 탓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내 블로그에서 마라톤에 대한 글을 읽었다며 아침에 달리는 곳으로 찾아오겠다는 낯선 이의 문자를 받았다. 신기하기도 하고 겁도 난다. 일요일 늦잠 자느라 달리러 가지 못했다. 바라기는 필살기수련과 달리기까지 하고서 잠들었으면 더 좋았을 걸. 그런데 엊저녁에 너무 늦게 자서 별도리가 없었겠네요. 콩두씨. 꿀잠이지요? 즐기세요.   

[초록필살기] 없음.
[노을베이스캠프]
종일 먹고 잤다. 6시쯤 나서서 월미공원을 걷고 달렸다. 처음에는 인천대공원으로 송내까지 전철을 타고 가서 버스를 갈아탈 작정이었는데 그러다가는 노을이 져버릴 것 같아서 집 근처의 공원으로 방향을 바꿨다. 여기 사는 동안에는 월미공원으로 가겠다. 새벽푸른빛 만큼이나 낮이 밤으로 변해가는 시점의 푸른빛이 아름다왔다. 바다를 보고, 밤이 내리기 시작한 숲 냄새를 맡으며 사부작사부작 홀로 걷고 뛰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절로 미소가 띠어졌다. 행복하였다. 전망대 옆에서 나무와 벤치를 그렸는데 묵혀두었던 약속이 떠올랐다. 선화로 그리겠다는 약속이다.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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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긋기
2011.06.19 17:04:08 *.154.223.199

<난중일기>

밤낮으로 엎드려 사모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가뭄이 너무 심하고 강의 여울도 매우 얕아져 적에게만 도움 되는 형세이니, 천지신명께서 도와주지 않으시어 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분한 마음을 품고도 할 말을 못하니 노한 가슴이 찢어지는 듯합니다. 전에 안부 편지를 받았으나 탄환 맞은 자리의 통증 때문에 바로 나아가 배알하지 못했으니 죄송할 따름입니다. - 91, 이뿐만 아니라 어깨뼈를 깊이 다쳐 아직도 팔을 들지 못하고 또한 활시위를 당길 수 없으니 장차 몸을 버리게 될까 근심스럽습니다. 나랏일에 힘쓴다는 이 한 가지 일은 지금에 급선무이지만 몸의 병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북쪽을 바라보며 길게 탄식할 따름입니다. -100
누구한테 보내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같은 내용의 편지 초안을 몇 번이고 다시 쓰면서 고치고 있다. 감동받았다. 편집 프로그램을 써서, 쉬운 한글로 글을 쓰고 고칠 수 있는 나는 이런 정성을 들이지 않는데....이런 몸의 상태를 그의 지휘를 따르는, 그의 바로 옆에 있는 부관과 아랫사람들도 보았을 것이다. 리더쉽은 이런 데서 나오는 게 아닐지

글로 적기를 생각했으나 바다와 육지에서 매우 바쁘고 또한 쉴 새가 없어서 잊어둔 지 오래였다. 여기서부터 이어 적는다. -104

1일, 맑음 새벽에 망궐례를 행했다. - 105
망궐례는 초하루와 보름 즈음 해서 임금이 계신 궁궐을 향해 드리는 어떤 예식인듯 하다. 절에 다니는 옛사람들도 초하루와 보름에는 쌀을 짊어지고 목욕재계하고 새 옷을 꺼내입고 절에 갔다는데. 비슷한 마음의 표현이고 훈련인 듯 하다. 
임금을 공경하고 충성을 나타내기 위한 의식으로, 조선시대의 법전인 《대전회통()》 등에 그 기록이 있다. 주로 궁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근무하여 직접 왕을 배알()할 수 없었던 관찰사·절도사·목사·부사 등의 관리들이 음력 초하루와 보름에 지방 관청이나, 왕과 궁궐의 상징인 궐패()를 모신 객사() 등에서 대궐을 향해 예를 올렸다. 또 설·단오·한식·추석·동지 등 명절이나 왕과 왕비의 생일날 예를 올려 임금 내외의 만수무강을 빌던 의식 또한 망궐례라 한다. 이밖에도 꼭 임금을 배알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정이 있어서 예를 올리지 못했던 관리나 과거에 낙방하고 귀향하는 선비, 유배지에 있는 관리도 망궐례를 올렸다. 고려·조선시대에 임금이 정월 초하루나 동지, 성절(:중국 황제의 생일), 천추절(:중국 황태자의 생일)에 왕세자와 조정의 신료들을 거느리고 황제가 있는 중국 북경 쪽을 향하여 예를 올리던 의식도 망궐례라고 하였다. 현존 국내 최대 단층 목조건물인 여수진남관(:보물 324)이나 완도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완도객사(:전남문화재자료 109), 그리고 전국의 객사 건물 중 규모가 가장 큰 나주목()의 객사 금성관(:전남유형문화재 2)은 망궐례를 올리던 곳으로 유명하다. 이 의식은 대한제국 이후 폐지되었다. [출처] 망궐례 [望闕禮 ] | 네이버 백과사전

4일, 오늘이 곧 어머니 생신이었으나 이 토벌하는 일 때문에 가서 축수의 잔을 올리지 못하니 평생의 한이 되겠다. 우수사 및 군관들과 함께 진해루에서 활을 쏘았다. 순천 부사도 모여서 약속하였다. -105

몸이 몹시 불편하여 베개를 베고 신음하던 중 "명나라 장수가 중도에서 오래 체류하는 것은 반드시 교묘한 계책을 내기 위한 것이리라"라는 말을 들었다. 나라를 위한 걱정이 많던 차에 일마다 이와 같으니 더욱더 탄식이 일고 눈물에 잠겼다. - 109
나라 일을 듣고 탄식하고 눈물을 흘리는구나.

숙모가 양주 진천으로 피난 갔다가 거기서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듣고 통곡을 참지 못했다. 어찌 세상사가 이렇게 가혹한가. 장사는 누가 맡아서 치렀을까? 대진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고 하니 더욱더 애통하다. - 109
나에게 애통한 1950년 한국전쟁 여름의 한 장면 속 그 삽을 그려보고 싶구나. 음력 6월 초이틀은 올해 7월 2일이다. 

적도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분탕과 약탈을 일삼고 있으니 통분하고도 통분하다. 종일 바람이 세게 불어 마음이 또한 어지러웠다. 고성 현령이 군관을 보내 문안하고 또 약술과 소고기 음식 한 꼬치와 꿀통을 보냈다고 한다. 상중이라 받아 두는 것이 미안하지만 간절한 심정으로 보낸 것을 의리상 되돌려 보낼 수 없으므로 군관들에게 주었다. 몸이 몹시 불편하여 일찍 선실로 돌아갔다. -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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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6.21 07:43:27 *.154.223.199
43일차 (6.20 월)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4:40, 10:00 (6:40)
*모닝페이지 5:00~6:00    *아침정진  6:30~7:50 (200배)   *달리기, 필살기 수련 : 없음, 헐레벌떡 출근

저녁달리기가 과했다. 어제 충분히 잠을 보충했는데 이렇게 잠을 많이 자려는 걸 새삼 의아스럽게 지켜본다. 몸이 피곤한 것 말고 마음이 힘든 것이 있는 지도 모르겠다. 명희님이 올려주신 출석부를 보면서 이 날은 무슨 일이 있었길래 다음날 못 일어났을까 되짚어보고 나서 이유가 좀 짐작이 되었다. 콩두씨 자신에게 정직하게 대답하고요 거기 기반해서 생각하세요. 알지요? 

[초록 필살기]
*8:50출근, 퇴근 6:00
*전략적 태스크 집중 : 1시간 30분-사례연구 회의 (중점실천사항) 30분, 협력교수 지도안 협의 1시간

세 가지 일은 서로 통한다. 하나에 집중해서 공부하면 다른 것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어제부터 왼쪽 어깨죽지가 빠질 듯이 아프다. 

[노을 베이스캠프]
장미를 보았다. 그러고 집에 늦게 들어왔다. 무엇을 하면서 전환하였나보다 늦게 들어와 잠드는 시간이 젤 문제다.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1.06.21 07:49:26 *.154.223.199
44일차 (6.21 화)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00, 10:00 (4:00)
*모닝페이지 2:40~4:00    *아침정진  4:30~6:00 (200배)   *달리기 : 없음  *필살기 수련 : <난중일기> ~123

늘어지고 산만하였다. 그동안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서 어제밤에는 위와 장 부분을 손바닥으로 덮어서 돌아왔는데, 오늘 아침에 쓰렸다. 요플레를 먹었다. 먹는 길에 뻥튀기도 주워 먹으면서 산만하게 하다가 기도를 간신히 마무리 했다. 왜 이러지? 이런저런 이유로 내 안의 압력이 세어졌기 때문이다. 아마 이 압력이 일을 크게 방해할 것이다. 집 근처 향적사의 저녁예불은 6시인데 거기 가고 싶다.

전선을 토괴에 얹어 만들기 시작하였는데 목수가 이백열네 명이다. 물건 나르는 일은 본영에서 일흔 두 명, 발포에서 열두 명, 여도에서 열다섯 명, 순천에서 열 명, 낙안에서 다섯 명, 흥양과 보성에서 각 열 명이 했다. 방답에서는 처음에 열다섯 명을 보냈기에 군관과 색리를 논죄하였는데 그 정상이 몹시 간교하였다. - 122
통영의 박물관을 돌아볼 때 이순신장군시절의 목수, 장인들이 많은 목공예품을 만들어서 예술적인 토양의 밑바탕이 되었다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다. 목선을 타고 전쟁을 하는 시절에는 배를 만들러 동원되는 장인들은 자기 생업지에서, 평화로울 때는 무엇을 만들었을까? 가고 싶다. 통영. 겨울에 남도여행을 가겠다고 마음 먹는다. 난중일기와 토지전집을 다 읽고, 새벽두시의 용기라는 나의 1년 엉뚱 해프닝을 마무리 하고, 홀가분하니 이 지도의 남쪽을 서쪽에서 동쪽이든 동쪽에서 서쪽으로든 가보고 싶다. 관음도량이라는 남해 보리암, 거제도 애광원에서 운영하는 찻집, 통영에서는 며칠밤을 보내겠다. 박경리선생님 묘소 가는 해안도로를 버스를 타고 달리고, 달아공원에서 노을을 원없이 보고, 작은 문화관들을 둘러보자면. 전라도 어디에서는 배를 타고 제주도로 가서 연초에 있는 제주마라톤을 달리고 올레길을 몇 코스든 걷고 한라산을 올라가면 좋겠구만. 콩두씨, 어디 떠나질 못하는 사람이 꿈이 크구만요. 완전 백일몽인데요. good! good!   

이른 아침에 목수들을 점검하였는데 한 명도 결근이 없다고 했다. 새 배에 쓸 밑판을 다 만들었다. -123

[초록 필살기]
* 출근 8:40, 퇴근 6:00   *전략적 태스크 집중 : 1시간 30분

통합학급 담임교사와 특수교사가 협력교수로 진행하는 수업 동영상을 같이 보고 의논했습니다. 백문이불여일견, 그것은 진리입니다. 또 지원센터에 일을 보러 오면서 일부러 이 동영상을 구해서 주신 장학사님이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특수교육을 전공한 분이 아니지만 후배를 챙기는 선배의 마음으로 지원하고 있는 게 느껴졌고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 백만배입니다. 더불어 잘해서 성과를 내야한다는 부담도 늘었어요.

교육청에서 일하는 장학사는 아무래도 단위학교 교사보다는 자원을 많이 가지고 있고, 영향력도 큽니다. 영향력은 다른 말로는 파워겠죠. 파워, 힘을 얻으려고 많은 이들이 돈과, 지위를 갖기를 원하는 거고요. 교육청 장학사 일은 제가 현재 이해하기로는 교감, 교장되기 위해 거치는 힘든 과정인데요, 왜냐면 교사에게는 방학이 있고 상대적으로 이른 퇴근이 있지만 교육청에 근무하면 일반 직장과 같이 방학이 없고, 게다가 퇴근시간도 10시 기본이거든요. 하지만 교사로 일하는 이들 중에는 아이들과 만나 직접 진행하는 것보다 서류행정 일이 더 맞는 이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영향력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인사 관련해서 청탁을 넣는 일, 물품 들어오는 업체 선정에 관여하고, 원하는 것을 해 주는 댓가로 뭔가를 교환하는 일들이 있음에 생각이 미칩니다. 그게 권력의 속성일테죠.  

나는 어떤 일에 맞는 사람일까요? 10년이 넘어가면서 이제 길을 정해야할 때인듯 합니다. 여자교사의 비율이 초등학교에서는 매우 높은데요,  15% 미만 남자 교사들은 대부분 승진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내가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면서 이 분야에 공헌 할 수 있는 작은 부분을 찾아서 열심히 하고 싶다는 방향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필살기 책이나 단군프로그램을 통해 이 방향을 탐색할 수 있으니 나는 행운아입니다. 이 모든 인연에 감사드립니다.

[노을 베이스캠프]
작년 협력교수 동영상을 보고 완전 기죽었습니다. 이건 한편의 공연입니다. 퇴근하고서 일단 1시간 걸어가서 삶은 돼지고기를 먹고, 1시간 느릿느릿 걸어서 돌아왔습니다. 6월의 플라타너스와 넝쿨장미가 핀 길을 두리번 거리면서 택시들이 세워진 기사식당과 운동하는 이들을 흘려 보면서 걸었어요. 좋았어요. 산책을 나는 퍽 좋아하는군요.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고기 먹고 싶을 때 불편합니다. 남동생들과 살 때는 삼겹살 사다가 집에서 구워먹으면 되는데 혼자 먹자고 시장보고, 마련하고, 파리도 미끄러져 꽈당할 것처럼 맨드리해진 기름 튄 바닥을 세제 묻혀 닦고, 집 안에 밴 누린내가 빠지도록 기다리는 뒷설겆이를 하는 번거로운 일을 하기가 싫습니다. 내가 찾아낸 방법은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냉면 잘 하는 집에 가서 1인분씩 달랑 나오는 고기만 시켜서 먹는 것이죠. 8,000원. 또 한 가지 방법은 혼자 고기집 가기 뻘쭘한 사람들을 모아서 고깃집을 가는 동뜨는 역할을 하는 거지요. 이것도 넘의 살 땡기는 시즌인 요근래에 한 번 추진해봐야겠네요. 이러다 처녀총각회의 왕언니되는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전철역 앞에 볼 때마다 북적거리는 대박집이 하나 있든데....집 다와서 노래방에 가서 1시간 노래 불렀습니다. 여자 혼자 왔다고 주인이 30분만 돈 냈는데도 1시간을 주었어요. 좀 불쌍해보였을까요? 좀 쓸쓸하기도 했지만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내 안에 고인 불순물을 흘려보냈습니다.   

최상주의자 테마가 내게 있다고 했습니다. 강점을 찾아 빛날 때까지 갈고 닦을 수 있는 자질이라고 했습니다. 최고보담, 최선을, 잘 하기 보담 마음껏 해보기를, 그리고 정성을 들이기를, 중년의 나이가 되도록 언제나 뜨뜻미지근 하기만 했던, 불을 피울 때 세게 해서 연소점을 넘어가야하는데 밍기적밍기적 밀어대기만 했던 나도 '열심히' '완전연소' 하는 경험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그게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꺼리를 가지고 한다면 금상첨화입니다. 한 번 불타본 그 경험은 일반화 될 가능성도 있고, 또 잊고 살다가도 어느 순간 '빛나던 시절'로 되살아와 나를 살리게 될 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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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6.22 08:15:08 *.154.223.199
45일차 (6.22 수)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3:30, 9:00 (6:30)
*모닝페이지 4:00~5:00    *아침정진  5:30~7:00 (200배)   *달리기 : 없음  *필살기 수련 : <난중일기> 3쪽 읽음

운동이 부족하거나 자세가 불량한가보다. 일지를 쓰는데 뒷목, 어깨와 팔의 뼈가 연결된 부분, 양쪽 팔목이 아프다. 왼쪽 어깨는 거의 통증수준이다. 200배를 하고서 몸이 많이 풀린 상태인데 그러네. 아침식사로 흑조기를 쪄서 4마리 먹었다. 단백질이 고프다. 

늦잠을 잤고, 오늘도 산만하였다. 절 하다말고 앉아, 동네에 들어온 트럭에서 뻥 튀겨내는 게 신기해서 한 자루 사들고 온 넙적뻥튀기를 아작아작 깨물어 먹은 게 피크. 마저 마치긴 했지만 왜 이러시나 싶다. 이런 저런 어려운 점이 있더라도 현재보다 더 좋은 여건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결론.   

[초록 필살기]
*8:40 출근, 6:00 퇴근
*전략적 태스크 :  1시간 -  협력교수 지도안 협의 수정 40분, 통합학급 담임샘들과 이야기 20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장애체험 프로그램을 한 학년과 연결함.

오늘 아침에 골몰했던 활동으로 지도안을 수정했다. 나는 확산적으로 사고하고 협력하는 샘은 여기까지만 하자고 적당히 잘라주고 언제까지 마무리하자고 데드라인을 정해준다. 내게 꼭 필요한 역할을 해주는 손발이 잘 맞는 협력자다. 부담이 여전하다. 오늘 아침부터 체기가 있어서 토를 하고 약을 먹었다. 몸이 늘어지고 한기가 들었다.  

학기말이어서 기말시험을 준비들 한다. 우리 아이들이 참여할 꺼리가 적어진다. 아이들이 통합되는 시간이나 보조인력이 지원되는 시간에는 활동적인 과목을 배정하거나 참여가능한 것이 있는 차시를 마련하던 담임샘들도 곤란해졌다. 올라가서 색칠만 하다 오더라도 안가는 것보다는 가는 게 나을까?

[노을 베이스캠프]
돌아와 바로 잠듬. 종일 피곤하고 짜증스럽고, 아이들은 평소대로 행동하는데 벅차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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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6.23 07:28:48 *.114.49.161
46일차 (6.23 목)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50, 7:00 (7:50)
*모닝페이지 3:30~4:40    *아침정진  5:10~7:00 (108배)   *달리기 : 없음  *필살기 수련 : <난중일기> ~130

어제 퇴근하자 마자 쓰러져 초저녁부터 잠들었는데도 늦잠을 잤다. 점심식사 후 잠시 쉬어주지 않았던 것이 너무 몸을 지치게 한 듯 하다. 부팅시간을 못기다리고 지각을 면하고자 출첵문자를 보냈다. 직접 출첵하지 않으니 더 오래 잠자리에 머물게 된다. 어깨통증이 계속되고 있다. 장마가 시작되었다. 비를 워낙 좋아하니 흐린 날씨에는 맨다리로 공원을 더 걸어보고 싶어지긴 하는데 최근 들어 주변 사람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 새벽 일정이 죽죽 늘어져서 집중이 잘 안되고 산만하다. 산만함과 주변에 대한 관심이 없어지는 것, 근육통과 체기의 시즌, 나의 우기가 시작되는가보네. 식물은 광합성을 해서 생존에 필요한 양분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어서 동물처럼 움직일 필요가 없다. 나의 광합성시스템,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일정.

탈렌트 코드 책이 고맙다. 전전긍긍에 체기를 일으키기도 하는 협력교수 지도안을 작성하는 이 일이 나에게는 중요한 심층연습의 기회가 되어준다는 걸 오늘 아침정진에서 깨달았다. 이 책을 미리 읽어두는 기회가 없었다면 알지 못했을 통찰이다. 이걸 잘 통과하고 나면 수업을 설계하고 진행하는데, 통합학급 담임샘들과 아이들을 대하는 나의 관점과 준비도가 향상될거라는 확신이 든다. 대신 나에게 주어진 이 절호의 찬스를 잡념, 두려움 이런 걸로 잃어버리지 않도록 더 부지런히 자신을 비워야 한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정진하자, 불순물을 스스로 태워서 없애고, 정화해서 좋은 도구, 통로, 심부름꾼이 되길 소망한다. 콩두씨, 그런 계몽적인 의도일랑 집어치우고요(자꾸 가르치려 드는 거, 그거 직업병입니다요. 신약 개발 아직 안된 난치병-_- ) 지금 불어오는 이 바람에 비어있는 깃발로 펄럭이길, 즐겁게 춤추길 바랍니다요. 알지요?
                      emoticonemoticon

실은 왜적들이 아니고, 영남의 피란민들이 왜군 차림을 가장하고 광양으로 마구 들어가서 여염집을 분탕질하였다는 것이었다. 그나마 왜적이 아니라서 기쁘고 다행임을 이기지 못했다. -128
'여염집 분탕질'이란게 뭘까 불안한 상상력이 펼쳐진다. 전쟁의 혼란 속에서 고통받는 여염집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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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6.24 14:40:30 *.114.49.161
명희님 방문, 좋게 보아주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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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
2011.06.23 13:05:57 *.220.138.241
뭐라고 표현해야 좋을지? 윤정님 단군일지에 몇차례 놀러왔다가 단군일지에서 풍기는 포스가 허리케인 못지않게 강력하여 댓글도 달지못하고 물러나왔지요. 이제 겨우 꼬리말을 달아봅니다.
"박경리 선생님 묘소로 가는 해안도로와 통영가는 길....."저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많은 것들을 속에 담아둔 사람이 오프모임에서 어찌 그리 말없이 앉아있었나 싶습니다.
다음에 만날날을 기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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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6.24 07:02:38 *.154.223.199
47일차 (6.24 금)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1:30, 7:30 (6:00)
*모닝페이지 1:50~3:30    *아침정진  4:10~6:00 (200배)   *달리기 : 없음  *필살기 수련 : <난중일기>

적금을 해약해야겠다. 7년 만기 장기주택마련저축. 2년만 더 부으면 되는데. 이 생각이 여러  상념을 불러온다. 이것저것에 화내고 우울해하며 아침을 보냈다. 다른 방법이 있을까? 그동안 이걸로 연말정산을 받아왔는데 지금 해약하면 일이 더 복잡해지겠지? 아 골치 아파.

프시케와 버리데기를 생각한다. 남편인 에로스와 재회하기 위해서 아프로디테가 낸 어려운 과제를 완수하던 프시케는 그 과정에서 성장했다. 곡식창고의 씨앗들 분류하기, 황금양털 얻어오기, 크리스탈병에 폭포 물 받아오기, 지옥에 가서 화장수 얻어오는 게 과제였다. 진시노다볼린의 <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 책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야기다. 융심리학에 기반한 정신과의사였던 그녀는 프시케가 모험을 통해 남성적인 요소라 통념으로 여겨졌던 속성들을 내면화한다고 했다. 버리데기이야기를 시공주니어 그림책으로 본다. 그녀는 서천시약산으로 가는 길을 묻기 위해 온 밭을 다 갈고, 온 산의 나무를 다 하고, 빨래하고, 아이 셋 낳을 때까지 떠꺼머리 총각과 살고서 서천시약산 약수와 꽃을 얻어와 죽은 아버지를 살린다. 어떻게 신화마다 강물에 떠내려온 어린 아이를 주워서 키우는 늙은 양부모가 있는 걸까? 그들은 어떻게 자기가 낳은 아이도 아닌데 훌륭하게 키워내는 걸까? 버리데기가 살려낸 것은 자기 안의 남성일 수도 있을까? 이런저런 잡념을 피운다. 이 이야기가 나에게 힘을 줄 수 있을까? 문제를 풀어나가는 어떤 실마리를 줄 수 있을까?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남성과 여성의 역할구분이 너무도 명확한 집에 태어나서 여자 일만 하면서 살아온 나는 이럴 때 대단히 무능하다. 그러나 이걸 통해 뭔가를 배워가야 하는 거겠지. 한 가지는 분명하다. 다시는 내 돈과 우리 돈, 내 꿈과 너의 꿈(또는 우리 꿈), 내 집과 당신 집을 헤깔리지는 않을 것이다.

[초록 필살기]
*8:40 출근, 3:30 퇴근 (출장)
전략적 태스크 집중 : 없음

아이를 잃어버렸다가 찾았습니다. 계발활동 끝나고 '옆 교실로 돌아가라'라고 말해준 우리 아이 하나가 옆에 바로 있는 특수학급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가지고 내려온 가방을 메고 혼자 집으로 가버렸던 거였어요. 지금까지 한 번도 혼자서 집에 가본적 없는 아이입니다.   

학교에 방송을 하고 CCTV를 보니까 2층에서 내려왔더군요. 그 화면 속 아이가 가방을 메고 우산과 신발주머니를 든 채 갈 바를 몰라 다른 아이들이 휙 지나가 버린 중간공터에서 한참 맴을 도는 모습을 보니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하지만 현관을 나갔고, 다른 화면 속에서 교문 쪽으로 걸어나간 것이 보였어요. 아이가 학교 안에 없는 걸 확인하자마자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엄마더러 집에 혼자 가본 적은 없지만 엄마하고 손잡고 걸어온 적 있다는 말을 듣고 바로 집으로 가시라 전화했어요. 저는 교문에서 경찰을 기다리고, 학교 안을 정신줄 놓고 뛰어다녔던 특수학급 인력이 밖으로 나갔습니다. 인대를 다쳐 깁스를 한 인턴샘은 절룩거리며, 실내화  실외화 갈아신을 겨을 없이 옆반샘과 보조샘은 아이집을 향해 뛰어갔습니다. 혹시 다른 아이집에 놀러갔나 싶어 전화를 돌렸습니다. 우리의 마음 속에 겉으로 보기에 장애가 명확한 이 여자아이를 누가 길에서 차에 태워 유괴해가지는 않을지, 해궂이 하지 않을지, 혼자서 길을 잃고 낯선 곳을 울며 헤매진 않을 지, 신호등을 명확히 안 보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다치지는 않는지, 아이를 못 찾으면 어떻하지 온갖 무서운 상상이 올라왔습니다. 이런 일이 이 직업의 지옥 언저리입니다. 와중에 학교 관리자에게 상황 보고 전화를 했습니다. 걱정을 끼치는 것이 죄송하지만 그 분들이 이 조직의 책임자시니까 이 중대한 일에 대해 알고 계시는 건 마땅합니다.  

경찰차가 와 닿는 순간 엄마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아이가 아파트 현관문 바로 앞에 서있다고요. 근데 어머님 목소리에 안도감과 함께 감탄같은게 묻어 있습니다. 아이가 집을 혼자서 찾아왔고, 아파트 출입문 비번을 외워서 눌러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왔고, 현관문 앞에서는 번호키가 기억이 안나는지 서 있더라는군요. 전화 받자마자 너무 고마워서 울어버렸습니다. 경찰관이 나와 엄마를 위로하며 이런저런 인적사항을 물어봅니다. 몇 번 이런 일을 겪었기 때문에 의례적인 절차를 알고 있었어요. 그러고 보니 오늘 같이 겪은 이들에게는 모두 처음인가 봅니다. 인턴샘은 올해 졸업했고, 옆반샘은 주로 학습장애 학생들과 일했고, 작년부터 일한 두 보조샘에게 경찰에 신고한 일은 처음이군요. 많이 놀랬을겁니다. 

그걸 옆에 있으면서 놀랜 마음을 잘 다독여주어야하는데 나는 출장 갔습니다. 가기로 한 출장이라서 갔지만 꼭 그랬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아이 잃어버렸다고 같이 노심초사하고 몸으로 뛰어주고 혼이 빠진 우리팀과 같이 있어야지 나만 쏙 가버리는 것은, 그리고 같이 출장을 간 샘이 밥을 사주고, 같이 걸어주어 나만 위로를 받은 것이 미안합니다. 그 분의 배려로 되찾은 힘을 우리 팀에게 잘 회향해야겠다 생각합니다.  

이 아찔하고 위험한 순간의 가장 큰 원인제공자는 나입니다. 그 아이의 계발활동 담당교사가 나였어요. 완전히 얼굴보면서 누구 왔다고 인계를 했어야했는데 말로만 '반으로 가라' 한 게 실수였어요. 관리가 소홀했어요. 게다가 계발활동의 생태놀이부로 현장연구를 하겠다고 하면서 그 수업준비에 너무 무관심했고, 질이 낮았습니다. 핑게는 있어요.

인정합니다. 나는 정말 부끄러운, 형편없는 수업을 했고 주객전도했습니다. 너무 정신이 없었고, 나도 아이들도 짜증이 나고 재미가 없었어요. 아이들에게 화만 내다 마친 수업이었어요. 그 수업의 끝이라 더 손이 필요한 아이에게 관심이 덜 간 거였어요. 언제나 피해는 가장 약한 데서 오지요. 이럴거면 아예 시작하지 않는게 나았을 겁니다. 이런저런 사람을 얽어서 해치울수도 없는 거면서 욕심으로 일만 벌였다는 자책이 듭니다. 이러다 사람을 더 잃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남에게 민폐만 끼치고요. 다음 주에 애들을 어찌 볼까요? 수업 중에 나는 완전히 무력감, 무능감을 느꼈습니다. 입이 막혀서 가만히 서 있었어요. 싫었어요. 자신이. 

메세지가 선명히 와닿습니다. "이건 경고싸인입니다. 소를 잃기 전에 외양간을 미리 고치세요. 정말 사고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천우신조로 잘 해결되었지만요. 다시 이런 일이 있으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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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1.06.25 21:53:38 *.180.75.152
고생 많이 하셨네요^^
아 나두 윤정이 문제로 어찌할바를 모르고 ...무력감, 무능감을 느낀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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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6.25 06:57:43 *.154.223.199
48일차 (6.25 토)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30, 8:30 (6:00)
*모닝페이지 2:50~4:00    *아침정진  4:40~6:30 (200배)   *달리기 :      *필살기 수련 : <난중일기>

모닝페이지를 마친 후 아침정진 시작 전에 출석부를 고치러 가는데 그 핑게로 웹서핑에 빠져서 평균 40분은 보내고 있다. 인제 그것이 습관이 되고 있네. 우짜지? 잠이 부족하지 않았는데 알람소리를 듣고 일어나지 않고 30분 있었다. 이유는 일주일째 8시 경에 들어오자마자 옷 갈아입고 나서 잠시만 쉬자고 누웠다가 5분 내에 잠으로 침몰하느라 씻지 않았기 때문. 몹시 피로한 건 맞는데 참 삶의 질 떨어지네. 비루하고(요건 무슨 뜻이지?). 저녁단도리가 안되어 있으면 아침에 눈 뜨자마자 짜증이 나고, 시동에 시간이 몇 배 든다. 아놔, 콩두씨, 산판에서 나무 자르다 왔습니까? 사람 아무도 없고 물은 낙타가 실어다 주는, 헬기로 공수받는 가죽주머니에만 있는 농막에서 삽니까? 앗, 드러~ 저리 가세요.

 [초록 필살기]
*토요휴업일이라 출근안함
*전략적 태스크 집중 : 협력교수 지도안 수정 4시간, <탤런트코드> 50페이지 읽음.

휴일 기념 낮잠 한 판 자주고, 완숙토마토와 덩어리치즈를 뚝뚝 썰어서 발사믹식초를 뿌린 카프레제 샐러드  수북히 한 접시 해치우고,(내년에는 기필코 베란다에서 바질을 키우리라) 교육과정을 탐색했다. 유치원 동식물과 자연 부분. 특수학교교육과정 과학 1수준을 좀 보면 좋겠는데 교과서가 없다. 더디고 안되지만 계속 해 봐야한다. 탤러트코드 책을 읽으니 이것이 심층연습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 지금부터남은 일주일 동안 탐색하고 배우게 되는 것이 심층연습 구간이라고 느낀다. 

[노을 베이스캠프]
비가 오니 밀가루와 고소한 것이 땡긴다. 전을 부칠까 하다가 냉동해둔 피자를 한 조각 돌려먹었다. 저녁참에 산책을 가려다가 못나섰다. 한번 집에 박히면 어디 나서기가 어렵네. 덕분에 하룻밤새 몸무게가 1kg이 분다. 이 몸은 저녁에 에너지를 확 쌓는다. 콩두씨 왜 고립, 외로움을 자초할까요? 그리움이 찰랑거리고, 손만 내밀면 반길 이들이 지척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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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6.26 06:45:23 *.154.223.199
49일차 (6.26 일)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00, 8:00 (6:00)
*모닝페이지 2:30~4:00    *아침정진  4:40~6:30 (200배)   *달리기 :      *필살기 수련 : <난중일기> 129~139

바람이 불고 비가 온다. 사방 문을 열어 바람길을 뚫어놓고, 바람에 창문 앞 향나무가 몸을 흔들어대는 걸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춤공연을 보듯 관전한다. 나도 너처럼 그러고 싶다야. 자연이 평소와 다르게 움직일 때 신이 난다. 산 중턱 어디쯤 침낭만을 가지고 볓빛 아래서 자보고 싶다. 아침일정을 마치고 나니 힘나고, 마음이 가지런해져서 집을 치웠다. 나뒹굴던 생수병들을 택배 상자에 넣어 현관에 내놓고, 물건들을 제자리에 넣고, 밀대로 한 번 밀었다. 집의 정돈, 청소상태가 내 마음을 보여줄 때가 많다. 무엇이 내게 힘을 주는가? 그 사람을, 그것을 만나고 돌아와 집을 가꾸고 싶어지면 그렇다고 봐도 된다. 오늘은 절에서 백일기도 입재식을 간다. 또하나의 에너지탱크에 주유하러 간다. 마음이 좀 바쁘다. 도원결의처럼 한 번 약속을 하고서 '3년 후 이 자리에서 만나자' 하면 뭔 일이있어도 그 자리에 나타나는 의리가 있어야 한다셨는데 썩 내키지 않는다. 나를 넘어가야 한다.

꿈1. 고등학교 조회대 앞에 정렬해있다. 나는 뭔가 용을 써서 마쳤다. 거의 현기증으로 쓰러지지 직전의 메스껍고 눈 앞이 아득해지는 상태를 견뎌낸 것 같았다. 그 순간 조회대에서 조용필씨 노래가 들려온다. 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곡조인데 가사가 개사되어 있다. 잘 보니까 조용필씨 옆에 네 명의 정장입은 남자와 여자가 개사한 가사를 불러주고 있다. 스물 네댓살의 젊은 교사들이다. 새 양복들이 헐렁하고 사람들 몸에 군살이 없다. 조용필씨가 그걸 맞춰 부르다가 박자를 한 번 놓치고는 빙그레 웃으면서 원래 노래를 부른다. 나의 모든 견딤과 애씀이 치하받는 느낌이다. 몸과 마음의 고통이 두통약 광고처럼 사라졌다.  

꿈2. 나는 컨베이어벨트 앞에 앉은 20대의 장애인 남자다. 지능제한이 있어보인다. 공장이 굉장히 시끄럽고 내가 하는 일은 체육복에 뭔가를 달기 전에 기계에 잘 펴는 공정이다. 내 귀에 공장은 너무나 많은 소음으로 웅웅거리고, 컨베이어벨트는 너무 빠르고, 나에게 작업을 지시하고 틀린 걸 고치는 남자의 목소리는 너무 불친절하고 빠르고, 내 손은 너무 느리고 뭉툭하고, 내가 대야 하는 부분은 너무 작다. 최선을 다하는데 에러가 날까 번번이 전전긍긍한다. 나는 뚱뚱한 장애인 여자로 얼굴과 몸이 바뀐다. 길쭉한 빵 만드는 공정이다. 작업이 달라졌는데 느끼는 점은 비슷하다. 불량이 난 빵을 몰래 숨겼다가 주변을 살피면서 신발장 앞 나무매트 위에서 혼자 급하게 하나 우적우적 먹다가 잠을 깼다. 살고 있는 곳은 집이 아니라 벽에 그림 한 장, 무늬있는 레이스 커튼 한 장 없고, 문화적으로 황량하기만한 기숙사 같은 곳이었고 내 차림은 사람을 더 뚱뚱하게 보이게 하는 라운드넥의 박스형 싸구려 체육복 티셔츠고(구제품인가? 의류재활용함에서 얻어왔나?) 머리모양 역시 미용 견습생이 연습삼아 자른 듯한, 시설장애인스런 단체 커트머리다.   

새벽꿈에 사내아이를 얻었다 (133) 새벽꿈에 큰 대궐에 이르렀는데, 그 모습이 서울과 같고 기이한 일이 많았다 (134) 꿈에 적의 형상이 보였다. 그래서 새벽에 각 도의 대장에게 알려서 바깥바다로 나가 진을 치게 하였다. (139) 광화문광장에 동상을 세워 기리는 장군도 꿈이야기를 일기에 적네. 또 꿈을 행동의 계기로 삼기도 하네 내가 이상한 게 아니구만. 아침이든 저녁이든 매일 일기를 쓰다보면 꿈을 적게 되는 건 당연하지 싶으네. 

우영공이 청하여 그의 배로 갔더니 해남 현감이 술자리를 베풀었다. 그러나 몸이 불편하여 간신히 앉아서 이야기를 하다가 돌아왔다. - 136 몸이 몹시 불편하여 종일 누워서 신음했다. 식은땀이 때도 없이 흘러 옷을 적시어 억지로 일어나 앉았다. - 137

제만춘을 불러 문초하니 분한 일이 많았다. 종일 의논하고 헤어졌다. 초경이 되기 전에 돌아와 상선에 탔다. 이날 밤 달빛은 대낮같고 물결은 비단결같아 회포를 견디기 어려웠다. (138)

광양현감이 명절 음식을 갖추어 왔다. - 137
전쟁중에 가족이 있는 집으로 가지 못하고 추석을 맞은 이들에게 위로가 되었겠다. 1950년이라면 6.25전쟁이 시작된지 이틀째인 오늘을 내 핏속에 살아있는 그 남자와 그 여자, 그들의 이웃은 어찌 보냈을까 상상해본다. 스물아홉살 젊은 할아버지는 스물네살 아내에게 두 돐 딸과 석 달 태아를 남기고 일주일 안에 사망한다. 남동생도 같은 운명이었다. 작은 할아버지는 세 살과 한 살 아들을 남겼다. 이건 시기가 맞지 않는다. 아마 1년 후인가 보다. 낙동강 가까운 산골이 그렇게 빨리 전쟁의 영향을 받을 수는 없었겠다. 피란민들과 함께 낙동강까지 갔다가 다시 북상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보는게 맞겠다. 전쟁 속에서 험한 일을 많이 당하고 나서 원한에 차서 한 행동이지 않을까? 보도연맹사건이었다. 이건 아직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양식을 준다해서 이름만 적었을 뿐인데 빨갱이로 처형되는 가난한 사람들 이야기를 장동건 주연의 영화에서 본 기억이 있다. 강물이 핏빛이 되었다  하니 많은 아들, 남편, 아버지가 그 강가에서 스러졌겠다. 참 어려운 세월들을 살아내셨다. 감사하고 마음 아프다. 전쟁이 가져온 이 땅의 아픔이 녹아지길 기원한다. 한편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전달된 생명을 받은 내가 더 잘 살아야하지 않을까?  

 [초록 필살기]
*일요일 출근안함
*전략적 태스크 집중 : 협력교수 지도안 수정 1시간, <탤런트코드> 읽음.

학교 주변 아이들의 통학로 근처를 다니면서 식물과 동물 사진을 찍었다. 동물이라고 해야 집에서 묶어 키우는 강아지, 식물은 화분에 기르는 고추와 상추 가지가 다였고, 공원 근처 개망초, 강아지풀 들이었다. 내일부터는 아이들 하교길에 동행해서 같이 살펴보러 가야겠다. 이 과정에서 식물보다 아이들에 대해 알게되고 사랑하는 마음이 생길 것 같은 예감. 어디 나가지 못하고 두문불출하는 기운이 강해서 절에 가지 못했다. 대전에서 있었던 100일 입재식 불참하고서 마음이 무겁고, 이러다 끈을 놓칠까 두려워 저녁참에 전철 타고 예술의 전당 근처 정토법당에 가서 삼배 드리고 왔다.

간 길에 조지아오키페의 해바라기와 김점선의 닭을 데려왔다. 나에게 주는 300일차 50일 선물이기도 하고, 다음주 월요일에 있을 통합학급 협력교수 공개수업 환경구성 자료이기도 하다. 예술의전당 아트샾은 액자 맞추는게 너무 비싸서 그림만 사왔다. 포스터 같구만 46000원, 헉!  동인천 표구점에 맡길 생각이다. 조지아오키페의 해바라기는 뜨건 여름날 햇볕 아래서 그린 것처럼 색이 선명하고 힘이 넘치고 밝다. 그녀의 기운과 해바라기의 기운을 내가 얻길 바란다. 김점선의 그림 속 닭은 맨드라미 사이를 부지런히 다닌다. 씩씩하고 귀여운 닭이 사랑스럽다.   

[노을 베이스캠프]
주말이 내겐 쥐약이다. 이 취약함을 어찌할건가? 너무나 다운된다. 사람과 자연의 광장 어딘가로 연결되고 나아가야한다. 안그러면 이러다 큰일나겠다. 다른 혼자 사는 여자들도 이렇지 않을까? 가족과 함께 사는 이들보다 홀로 사는 이들은 지지기반, 소우셜네트워크가 약하다. 생존을 위한 네트워킹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이런 처지와 입장의 많은 사람들이 그럴 지도 모르겠다. 걸어서 예술의 전당 다녀온 것이 좀 기운을 주었다. 미뤄두었던 전화를 했고, 저녁참에 아버지의 전화를 받았다. 아버지는 걱정이 되어서 전화하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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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6.27 05:12:20 *.154.223.199
50일차 (6.27 월)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05, 10:00 (4:00)
*모닝페이지 2:15~2:55   *아침정진  3:00~5:00 (200배, 명상 20분)   *달리기: 없음  *필살기 수련 : <난중일기> ~150

어제 탤런트코드 책을 읽으면서 목적에 맞는 바른 연습이 중요함을 알았다.
나는 하기로 한 것을 제대로, 매일 반복연습해야한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연습할 것을 잘게 쪼개 과제분석했다.
이걸 습관이 될 때까지 단순반복해서 한 리듬으로 흐르게 해야한다.

1. 2:00 알람이 들리면 싹 일어난다. "싹"이 핵심이다.

2. 10분 안에 준비 완료한다.--------------------------------->오늘 10분에 완료했다.  
    컴퓨터 부팅--> 정안수 올리며 발원하기-->물마시며 커피 물 올려놓기-->소변 버리기
    ->커피 만들며 씽크대 그릇건조대 정리하기-->커피 들고 기본출첵--> 모닝페이지 두레반으로 직행

3. 일어나서 최초 2시간은 자신에게 주기, 자기사랑의 증표, 또는 정표로서--->모닝페이지&아침정진 (2~4시)
    그 전에 출석부를 다듬거나(일단 시작하면 계속 다듬고 싶어진다), 나가수를 듣기 위해 멈추면 안된다.
    이건 핑게다. 목적에 맞지 않는 헛소동, 회피행동이다.

4. 3시 정각에 기도시작하기, 읽을 책, 종이일지까지 앉은 자리에서 완료. 앉아 견디는 힘을 기른다.
     (읽을 책은 원래는 불교경전이어야하는데 경전 읽기는 재미가 없어서 난중일기로 하기로 정한다.)
     오늘 해보니 천수경 암송 15분, 예불에 7분, 200배에 35분 걸리더라. 절하는 것까지 4시 안에 마칠 수 있다.
     첫 1시간은 몸을 쓰는 동적 명상, 두번째 1시간은 명상, 읽고 쓰는 정적 명상이다. 
    
     중간에 10분 출석부 고쳤고, 웹써핑하거나 밍기적거리지 않았다. 오늘 잘했다.
     2시간을 보내고 나니 나에게 힘이 고여서 덜 산만할 수 있었고, 자르는 힘이 있었다.
     4시에 출석부 10분 고치고 돌아와서 4시대에는 명상20분, 난중일기 10쪽 읽는데 10분 걸린다. 일지쓰고
     발원하면 5시가 맞다.

6. 5:00~5:30 휴식, 화장실 다녀오기, 컴퓨터에 단군일지 쓰기

7. 5:30~7:00 필살기수련 - 당분간은 수업실기대회준비, 끝나면 현장연구논문.

8. 7:00~8:00 달리기(산책), 샤워, 청소, 식사, 매일 20분이라도 달리기. 운동처방사가 준 기준 주5회 참조
                       여기서 핵심은 정해진 시간에 일단 달리러 나가는 것.
                       달리기는 잡념 많은 내게 많은 에너지를 준다. 달리러 나갈 때까지 싫은 맘 넘기가 관건

9. 출근 7:50 좋은 인연, 훈련 코치로 지금 내 옆에 와있는 선배샘, 동료샘을 사사한다.
                       (수업실기대회, 현장연구의 공동연구자 선배샘, 통합교육 사례연구 공동연구자 동료샘) 
                     이 분들은 나보다 경력이 10년 많거나, 같은 나이라도 이 목적을 가지고 10년 먼저 출발한 이다.
                     나는 그들의 도제이므로 그이들 출근시간 전에 사내 메신저에 로그인함으로써 성실성을 증명한다.  

이걸 같은 시간에 같은 걸 하는 걸로 매일 디립다 반복하면 심층연습이 될 것 같다.
탤런트코드 책을 좀 더 정독하도록 하자. 이 책과 이 책이 내게 닿은 인연이 고맙다.  

 [초록 필살기]
*8;40출근, 5:30 퇴근
*전략적 태스크 집중 : 협력교수 지도안 같이 읽기 수정 30분, 통합교육사례연구 회의 20분.

주간학습안내를 출력해서 앉아 의논했다. 사회, 과학을 수정하기로 했다. 국어와 수학은 글자 보고 쓰기와 숫자만큼 색칠하기 과제를 하면 되니까. 이미 만들어져있는 것을 출력해쓰기로 한다. 이 일을 같이 하는 3명이서 만원에 무한리필 고기집에 가서 고기 먹었다. 막내샘이 구웠다. 천천히 알아가는 이들이라 느낀다.    
 
[노을 베이스캠프]
옷만 갈아입고 5분내 잠으로 침몰. 문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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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6.28 05:33:00 *.114.49.161
51일차 (6.28 화)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1:00, 8:00 (5:00)
*모닝페이지 1:40~2:55  *아침정진 3:00~5:00(200배, 명상 20분)   *달리기:     *필살기 수련 : <난중일기> 151~163

300일차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전반전에서 11개의 지각을 했다. 나는 뒷심이 약한데 어쩌지?
저녁일정을 과제분석했다. 좀 갑갑하다. 30%도 못하고 있기 때문.

1. 퇴근하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다음에 입을 수 있도록 정비한다.
2. 살아있는 기계를 설겆이하고 청소한 후 다음에 쓰기 좋도록 기름칠을 해 둔다.  - (씻기+저녁기도)
    워낭소리의 그 노인이 소를 다루듯이 꼴을 먹이고, 등을 쓸어주고, 폭신한 짚을 깐 잠자리를 마련해주기.
3. 빈 위로 제 시간에 눕는다. 

아침에 200배를 시작한 지 두 달 되었다. 108배만 하고 만 날도 많았지만 절을 더 하는 유익은 고스란히 내게 남는 듯하다. 그녀의 순산을 기원하면서 예정일에서 100일전부터 시작한 거였다. 근데 왼쪽 어깨와 목의 통증이 심하다. 왼쪽 손가락이 저렸고 왼쪽 엉덩이 쪽까지 뻐근하다.  오늘은 어제의 과식으로 반지가 낄 만큼 손가락이 부었다. 입으로 계속 고기냄새가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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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6.29 05:37:49 *.114.49.161
52일차 (6.29 수)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10, 9:00 (5:10)
*모닝페이지 2:25~3:30  *아침정진 3:30~5:00(200배, 명상 20분)   *달리기: -  
*필살기 수련 : <난중일기> 140~163 읽지는 않고 밑줄 긋기 타이핑함

불을 끄고 창을 열고서 빗소리를 들으며 여름비와 더불어 정진한다. 절은 이럴 때 참 좋구나. 비가 와도 방석 한 장 넓이의 땅만 있으면 할 수 있다. 독방에 수감된 사람도 할 수 있다. 수행이 되지 않더라도 운동은 되겠다. 오늘 좀 울었다. 힘들다. 업무가 과중하다. 작년에는 2사람이서 하던 일을 혼자서 하고 있다. 거기다 수업실기대회, 사례연구를 더 벌렸다. 어쩐 일인지 자꾸 '비난'을 받는 일이 생기고 그걸 소화하기 위해서 용을 쓰고 있다. 어제 7월 1일자로 행정실장이 발령 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래저래 분주한데 생리통으로 허리가 아프고 몸이 붓고 피곤했다. 어제 점심시간에는 급식 먹이고 와서 더러운 바닥을 쓸면서 말이 없어지고 무표정해졌다. 짜증나는 단계를 지났다. 인력에게 업무를 배당하는 방식, 그 방식을 구성하는 나의 마음자세를 살펴본다. 필요한 사람, 착한 사람으로 포지셔닝 하려는 의도가 너무 강해서 자초한 건 아닐까, 일은 이치에 맞게 해야하는데 주먹구구네. 시스템을 갖춰서 그게 스스로 돌아가게 해야하는데 이건 도무지 길이 안보인다. 얼만큼 더 견딜 수 있을까?   

계사년, 9월 4일 순찰사의 공문이 왔는데 무릇 군사의 일가족들에 관한 일은 일체 간섭하지 말라고 하였다. 이는 새로 부임하여 사정을 잘 알지 못하고 하는 말이다. - 140
4년이나 5년마다 일하는 곳을 바꾸는 공립학교 교사들에게도 불문율 비스무리한 것이 있다. 학교를 옮긴 첫해에는 조용히 지내라는 것. 이 구절을 읽으며 그 불문율의 숨은 지혜를 어림해본다. 그 곳의 사정, 여백의 문맥을 읽기도 전에 문제제기를 하거나 고치려는 것의 어리석음.

지난해 늦가을부터 지금까지 여러 장수들이 명령을 내리는데 마음을 다했는지 여부를 기회와 사정에 따라 자세히 살펴보면 혹은 먼저 진격을 외쳐 서로 다투어 돌진하여 싸우게 되는 때가 되면 사랑하는 처자를 돌아보고 살기를 탐하여 중도에서 빠지는 자가 있었고, 혹은 공로와 이익을 탐하여 승패를 헤아리지 않고 돌진하다가 적의 손에 걸려 들어 마침 나라를 욕되게 하고 몸을 죽게 하는 재앙을 만든 자가 있었다.  - 144

갑오년 1월 1일, 비가 퍼붓듯이 내렸다. 어머니를 모시고 함게 한 살을 더하게 되니, 이는 나리 중에서도 다행한 일이다. (147), 숨을 가쁙 ㅔ쉬시어 살아계실 날이 얼마 남지 않으신 듯 하니 감춰진 눈물이 흘러내릴 뿐이다. 그러나 말씀하시는데는 착오가 없으셨다. 적을 토벌하는 일이 급하여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 (148) 1월 12일 맑음, 아침식사 후 어머니께 하직을 고하니, "잘 가거라, 부디 나라의 치욕을 크게 씻어야 한다."라고 분부하여 두세 번 타이르시고, 조금도 헤어지는 심정으로 탄식하지 않으셨다. (149)...원수사의 군관 양밀이 제주 판관의 편지와 말안장과 해산물, 귤, 유자 등을 가지고 왔기에 바로 어머니께 보냈다. (153)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잘 드러난다. 근데 나는 문득 아내에 대한 마음이 이 책에는 드러날까 어떨까 궁금하여졌다. 육친에 대한 효, 자식에 대한 근심, 나라에 대한 마음, 일에 대한 것들은 모두 그럼직한 영역이고, 그의 아내는 어떨까? 여성지적인 관점인듯.

맑으나 바람이 세게 불어 춥기가 살을 에듯 하였다. 각 배에서 옷을 갖춰 입지 못한 사람들이 거북이처럼 웅크리고 추위에 떠는 소리는 차마 듣지를 못하겠다. (151)

몸이 불편하여 저녁 내내 누워서 신음했다. 큰 바람과 파도로 배들을 고정하지 못하여 마음이 몹시 괴로웠다. ..나는 몸이 몹시 불편하여 종일 식은땀을 흘렸다. (154)

새벽꿈에 한쪽 눈이 먼 말을 보았다. 무슨 징조인지 모르겠다. (155)

바다의 달빛이 맑고 상쾌하여 잠들려고 해도 잠이오지 않았다. (158)

20일, 병들어 죽은 사람들을 거두어 장사 지내려고 임무를 맡을 사람으로 녹도 만호를 정하여 보내었다..21일.녹도 만호가 와서 보고하기를 병들어 죽은 이백열네명의 시체를 거두어 묻었다 하낟. ...22일 녹도 만호가 병들어 죽은 이백열일곱 명의 시체를 거두어 묻었다 했다.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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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6.30 14:32:02 *.154.223.199
53일차 (6.30 목)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00, 9:40 (4:20)
*모닝페이지 2:15~3:20  *아침정진 3:20~5:00(200배, 명상 20분)   *달리기, 필살기수련 없음 8시까지 다시 잠.

아침일정을 마치고 방석 위에 엎드린 채 자고 있다. 누워서 더 잤다. 나의 적정 수면시간은 6시간쯤 되는듯. 그래도 졸린 상태를 앉아견디면 파도처럼 피곤한 순간과 깨는 순간이 지나가는 것도 같은데 자러갔다. 어제 너무 피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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