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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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畫. 談
시가 되기도 하고
한폭의 그림이 되고
한 편의 이야기가 되기도 하는 삶에 대해,,,
기상시간 :6시
*0918 새벽을 보내며 이 간단함을 넘어 성의없어 보이는 출사표에 덧을 달고 싶어졌다.
이번 300일을 하면서 '하고싶다'가 아니라 운영진인데 '해야한다'라는 발목이
자꾸 머리채를 끄잡아 댕겨서 선뜻 마음이 생기지 않았었다.
그렇게 지리산에 다녀왔고 그곳에서 작은 꿈하나는 가지고 왔다.
그래, 그동안의 사진과 낙서들, 한데 모아놓아보자.
이 모음이 어떻게 쓰여질지 모르지만 워낙 정리정돈이 안되는 사람이라서 여기찔끔 저기찔끔 흩어져 있는 것들을 모으기만이라도 해보자 였다.
그렇게 붙여진 이름
時. 畫. 談
다시 새벽을 맞고 보내면서 나는 다시 이 새벽을 사랑하게 되고 있는 중이다.
이번 300일은 그리 가보려고 한다.
새벽을 마음깊이 스며들게하고 온통 나를 물들이고 그것으로 이 작은 시화담 100개를 만들어보려한다.
<<시.화.담.100>>을 위하여...

시.화.담.38(1012)
사람들은 피어나지 못한 것들을
꽃이라고 잘 부르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행복하지 못한 것들을
사랑이라 잘 부르지 않습니다
가끔은.. 혼자라도
피지도 못한 채 시든 것들을
꽃이라 소중히 부르고 싶습니다
슬픔으로 가슴 베이는 것들을
사랑이라 가여이 부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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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다 별일 없었니
나는 별일 많았는데..
그래 묻지 않아도 돼
그냥 뭐 상처가 또 하나 늘어도
이젠 무덤덤해질 나이니까
여전히 밤마다 쏟아지는 별들을
홀로 다 짊어지고 있는거니
그래 너도 그리고 나도
그렇게 일년을 더 살아낸거지
지나는 길에 들린 거라
오래 머물지 못하겠네
잘있어.. 다음에 다시 올테니
그때까지 부디 아프지말고
너무 힘이들 때면 가끔씩
짊어진 아픔 내려 놓기도 하고
혹시나 그 사람 너를 찾아오면
이제 그만 잘 지내더라고
내 시린 안부도 전해주렴
# 내안에 잊혀지지 않는 풍경들 중 하나, 원정리 마을
오랫동안 가보지못했다.
내 시린 이야길 품고있을 그 나무, 그 곳에
이 가을이끝나기 전에 다녀오리라.
이번에 가면 내 시린 이야길랑 모두 두고 와야지.
아침 일찍떠나 그저 하루종일 앉아있다가 오리라.
이런저런 이야기 두런두런 나누고 모든 짐일랑 두고 오리라.

시.화.담.40(1014)
언젠가는 찾아올
순간임을 알고 있습니다
비가내리고 햇살이 눈부시더라도
그대 떠오르지 않고 그렇게 잊혀질 날 있을 것임을...
오늘, 깊어가는 가을을 흠뻑 머금은 비가 내렸습니다.
그대인가 했습니다.
아직은 바람이 말을 걸고 비가 다녀가면
그대인가 합니다.
고맙습니다.


나무들이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바람이 불러주는
사연을 받아 적는 것은
잎새들의 오랜 관습이다
여름 지나 빛 바랜 가을이 오면
엽서 한 장
그대에게 받을 수 있을까
잎새를 우표처럼 떼어내
책갈피에 꽂는 날이면
걷는 이 길 끝
그대가 서 있을 것만 같아
나무들은 온통
붉은 우체통을 꿈꾸는데
기별 _ 윤성택
시를 읽고 보니 정녕 그렇네요
이맘 때면 나무들이
온통 붉은 우체통이 되어
어디서건 당신께 기별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벌써 가을입니다
잘 지내지요
깊이 물든 가을잎 우표삼아 그대에게
안부 띄웁니다.


수암골이라는 곳을 다녀왔습니다
유명 드라마 촬영지니 벽화마을이니
인터넷에서 워낙 유명한 곳이라
예정에는 없던 곳이었는데..
가을을 이렇게 보내는 것이 너무 아쉬워
아침부터 무작정 나선 길
어쩌다 보니 여기에 와 있었습니다.
사실 주민들이 터전으로 계신 곳을 갈 때면
은근히 많은 부담에 늘 조심스럽습니다
뭐 상호 협의하에 관광지로 지정되었다지만
그래도 내가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곳에서
어느 이들이 밤낮으로 찾아와 사진을 찍고
큰 소리로 왁자지껄한 소음을 울려대고
그 모든 일을 날마다 감당한다는 것이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닐 거라는 건
충분히 미루어 짐작 가름하니까요
하긴 꼭 사람사는 곳만 그러하겠습니까
산, 바다, 꽃, 풀, 나무, 돌..
이 땅 어느 구석구석 모두가 마찬가지지요
아무쪼록 앞으로도 오늘처럼 다녀가겠습니다
내 오고가는 흔적 남김없이
얕은 바람으로만 다녀가겠습니다.


오늘 자꾸 눈물이 났어요.
가을이면 늘 돋는 이 외로움이란 지병이 다시 고개를 쑥 들이 대면서 온 탓인지...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막 소리내어 울고 싶었어요. 저 아이처럼 앙앙 소리내며 앙탈 부리며 울고 싶었어요.
불면이 다시찾아왔고
밤새 엎치락뒤치락 깊은잠 이루지 못하고 그저 밤을 보내고 일어나보니
한쪽 눈이 삐꾸가 되어버렸어요.
한눈은 멀쩡한데.. 한눈은 퉁퉁 부어서는 반이 감겼어요.
상상이 되세요. 한쪽 눈은똥그란데 한쪽 눈은 반이 감겨 퉁퉁 부은 모습이...
웃겨야 하는데 순간 눈물이 났어요.


긴 기다림의 그날
끝내 바람은 오지 않았다
# 정말 마음에 바람이 불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오늘하루
그러나 끝내 바람은 불지 않았고
나는 미친 마음으로 성난 파도처럼 굴었어요.
이런 제길...
오늘 처럼 살고 싶지 않아요.
그저 조용히 풍경을 울려주는, 그 소리 산사에 고요히 스며들게하는 바람처럼
그렇게 살수는 없는 걸까요.




깨지 않을 꿈이면 좋겠습니다
이 찬란한 가을 그 모든 것들이
그눈부심 속에서 나 또한 깨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그렇게 물들어가면서 ...



문득 국화차 향이 그립습니다
가을이라 그런건지
비가내려 그런건지
아무튼 그리움이란 이 놈
참 대책없는 놈입니다
먼오후 어딘가에서
그대, 대책없는 이 놈과
끙끙 씨름중이신건 아닌지요
국화차 한 잔 하시길 바랍니다
그저 비내리는 가을이잖습니까




지친 새벽 나도 몰래 깨어날때면
언젠가 내 맑은 정신이 걸어오르던
그 깊은 산의 새벽길을 생각합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어도
결코 거침이 없었습니다
저 너머 어딘가에 있다는
희망 하나를 굳건히 믿으며
새벽을 지나 아침을 반겼습니다
오늘 새벽 나도 몰래 깨어나
그 깊은 산의 새벽길을 오릅니다.



내 작품중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바로 내일 찍을 사진중에
하나라고 대답할 것이다
-Imogen Cunningsham-


그대, 밤새 가을비가 내렸습니다.
얼마전에 내린 비로 가을이 곧 끝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 좋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새벽부터 내라는 빗줄기를 보아하니...
이젠 정말 끝이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가을을 환송해주리라 생각했어요.
보온병에 진한커피를 담고 모자를 꾹 눌러쓰고 흥얼거리며 따라 부를 수 있는 음악을 챙겨
가을숲속으로 들어섰습니다.
다행히 세벽을지나 굵어지던 빗방울이 멈추었고
온통 가을을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것임을 예감하며...운동화 끈을 매고 출발했습니다.
산소를 나르는 힘이부족한 내가 산을 들어서는 일이 얼마나 두려운일인지 아시지요...
하지만 애써 누군가의 템포를 맞추지 않아도 되니
그저 내 발걸음대로 , 편하게 그렇게 다녀왔습니다.
그대, 이 가을 마음껏 느끼고 계신거지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어디선가 그대의 가을을 있는 힘껏 껴안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고,
으스러지도록 껴안고 싶은
비 내리는 가을이니까요....

글들은 그저 지나가는 낚서 수준이며, 사진은 그저 마음으로 담은 산물일 뿐입니다.
사진 찍을 때 구도나 뭐 이런건 생각하지 않는 편입니다.
처음 사진을 배워보겠다고 낡아빠진 필카를 들고 다니던 시절엔 사진책에서 말하는 '구도'에 대해 생각한 적도 많았는데....지금은 그저 내 마음이 가는대로 , 내가 머무는 대로 찍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요 곧 다시 뵙지요. 산행에서도 뵙고... 100일 파티에서도 뵙고....또 200일,300일차에서도 뵐거잖아요^^
선생님 지금 너무너무 잘하고 계신데 앞으로도 쭉 잘해주시리라 확신하며... 홧팅입니다.




혼자 산을 오르다 그저 아무런 생각없이 눌렀던 사진 한 장
이 사진이 2011년 가을 마지막 사진으로 남겠다.
살면 살수록, 날이 가면 갈수록
'그런 줄 알았더라면,,,'하는 마음이 된다.
'그런 줄 알았더라면...'


푸른새벽과 붉은 아침의 경계를 가르며
여기서 뒤돌아 갈 수도 없고
앞으로 더 갈수도 없는 나는
다시 가을 끝 저 너머 어딘가서
끝내 덩그러니 서성일 뿐.


어떤 삶이 이보다 더 고달플까
일생 육신보다 무거운 머리를 지고
하염없이 바라만보다가 염원만하다가
저 애닮은 넋으로 타죽어가는
이 끝도 없는 순환의 애정사


또 한해를 살아냈다.
이제 아름다운 죽음을 맞아야지
시린바람 한줌에도 들썩이며
붉은각혈을 한웅큼 쏟아내면
산하 푸른 옷깃마다 피빛 점점..점...




남겨진 나무 한그루
이런 것들에 또 의미없는 의미를 쓰려다
문득 창밖을 보곤 그만 접었습니다
그래요.. 가을 하늘이 참 푸릅니다
오늘은 그걸로 그만 되었습니다


<봄웃음>
봄의 웃음은
벙글어진 돌담길 숨은 이끼에도
그토록 차곡차곡 쌓여있건만
마냥 주었어도 모자랐던 마음이
이렇게 기다림을 주었나 보다



(2011년 10월 워크샵에서 핸폰으로 담다)
축제의 기도
환희의 기쁨
속울음의 기원
기쁨을 향한 갈망
불꽃으로 터져 다시 내게로 온다.
피어나라
터져라
내 뿜어라
이제 시작이다.
축제는 지금부터다.


이제 저 계절의 문을 열고 들어서기에는
너무 먼곳까지 와버렸습니다
어쩌지요
다시 계절이 낙추하듯 흘러
목놓아 꺽꺽 홀로 삼켜야 할 즈음에는
어쩌지요
이겨낼 일이 그저 암담할 따름입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김춘수 - 꽃
가끔씩 중, 고등학교 시절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시들을 다시 꺼내어 읽고싶다
물론 하나라도 놓칠까 까맣게 받아썼던
시의 요약과 설명들은 죄다 날려 버리고
그냥 창가에 걸터 앉아 가만한 바람 맞고서
한자 한자 속으로 삼켜가며 보고싶다.
아마도 단언하건데
시가 꽃이 되어 피어날 것이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 속에 있지 않다
사람이 사랑 속에서
사랑하는 것이다
목 좁은 꽃병에
간신히 끼여 들어온 꽃대궁이
바닥의 퀘퀘한 냄새 속에 시들어가고
꽃은 어제의 하늘 속에 있다
이성복 - 꽃은 어제의 하늘 속에
그대 마음을 꺾어
제 마음속에 심을 순 없습니다
그저 나는 여기, 당신은 거기에서
서로 같은 하늘 바라기하며
오늘만큼 우리 함께 피어나기를
다만 소원할 따름입니다


진정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오는 깊은 가을이면
깊은 가을이 다시내게 오듯이
내 삶이 더 짙어 물들어가리란 걸
그 물듦만큼이나 더 깊어지리란 걸


너는 순간처럼 날아왔다가 내게서 떠났었다
구도며 측광이며 재고 있을 시간도 없이
그저 노출만 대충 맞춰 담을 수밖에 없었겠지
돌아와 이 버려질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 언젠가.. 내곁에 순간처럼 날아왔다 떠나간
저 무수한 인연들도 이렇듯 어느 시간속에서
나를 구겨버려갔을 것이다
멀기만 하던 하늘이 오늘은 더 가깝다
이제 곧 겨울이인가 보다


너, 이 곱디 고운 자태 보이려
타는 여름 그리도 모질게 버텼누나
너, 이 진하고 진한 향기 피우려
그 지난한 세월 그리도 모질게 견뎠누나
너의 삶을 닮고 싶구나
끝내 너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용기
끝내 피우고야 마는 집념
무엇보다 너 스스로에 대한 믿음.


오랜 시간의 아픔을 통해 나는 알게 되었다
아픔도 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바람 불지 않는 인생은 없다
바람이 불어야 나무는 쓰러지지 않으려고
더 깊이 뿌리를 내린다
바람이 나무를 흔드는 이유다
바람이 우리들을 흔드는 이유다
아픔도 길이 된다
슬픔도 길이 된다
이철환 - 아픔과 슬픔도 길이 된다
지나온 길 돌이켜 보면 그렇습니다
아픔을 밟고서 한걸음, 두 걸음
슬픔을 밞고서 한걸음, 두 걸음
그러고 이제 앞을 보니
나는 어느새 여기까지 와 있었습니다
지금 이 아픔을 딛고서 또 한발
지금 이 슬픔을 밟고서 또 한발
나는 그렇게 갈 것입니다.


온종일 앓다가 이른 밤 깨어
겨울 서린 창문을 열었다
까만 적막.. 지지 않는 별들
어디선가 행복한 웃음소리
세상에 혼자 남은 밤
모두가 적들인 밤
잠시 슬픈 살기를 품고 접었다



마음 단단히 먹어야지
또 아무 대책도 없이
우르르 쏟아지는 것들에
속절없이 흩날리진 말아야지
겨울.. 기다리는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