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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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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일+

단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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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21일 18시 51분 등록

[다시 쓰는 500일차 출사표] 자유롭게 그러나 치열하게 사랑하며

 

우리는 수많은 선택의 숲에서 자신이 가야 할 길이라 판단한 길을 찾아 걷고 있다. 그 숲 속에 갇혀있거나 미처 그 숲을 헤쳐나오지 못했을 때, 우리가 가지는 절박함이나 간절함은 얼마쯤 우리 눈을 가리기때문에 냉철한 판단을 하지 못한채 순간의 선택이 최고의 선택임을 굳게 믿어의심치 않게 되는 것 같다. 그 힘든 순간을 견디겠다고 생각한 그 순간에도 자신의 운명이나 삶과 정면으로 부딪힐만한 용기가 부족한 자에게는 보이지 않는 눈가리개로 작용하는 것이 자신의 생각이라는 걸림돌이다.

 

용기있는 행동으로 삶을 꾸려가는 자보다는 생각이 흔한 나 같은 사람은 매우 경계해야할 것이 편견이나 고정관념 혹은 판단이 절대적이며 최선이자 최고의 것이라 믿는 오만하고 가벼운 생각이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수련해야하는 것이 생각 이면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며, 자문하고 나를 들여다보고 또 저 깊은 곳에 잠자고 있을 날 것 같은 나와도 마주 대하려는 용기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때로는 멀리 떨어져 내 모습을 보려 노력한다. 그럴 때 보이는 모습은 생각과 판단의 숲 속에서 길을 내며 걸어갈 때와는 또 다른 눈에 비친 모습이다. 들여다보면, 나는 여러 모습으로 거기 있었고 여기 있다.

비가 억수로 내리붓던 지난 여름날 사부님께서 내게 주신 말씀이 있다.


"국향에게

 

어디에 있던

있는곳이 신이

있으라 한  곳"

 

그 때만 해도 사부님이 나를 위로하시기위해 주신 말씀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사부님은 아직 나를 잘 모르신다고 여겼다. 어떤 부분 맞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걸어온 뒷모습을 보면서 내가  왜 여기에 있어왔는지 있는 것인지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야할 때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가고 싶은 곳이 저기인데 가지 못해 여기 있다고 생각했고, 언제든 때가되면 건너 갈 것이며, 또 갈 준비를 착실하게 해와 이제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건너가면 된다지만, 정말 진지하게 내가 여기 서 있게 된 필연적인 운명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생활에 함몰되어 자신이 서 있는 공간을 어떻게든 탈출해보고자 하는 욕망이 컸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되짚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내 마음은 거기 있을까?

 

다시쓰는 500일차, 천천히 자신을 돌이켜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더 단단하게 나를 다져나가는 시간으로 삼고싶다. 헤어지고 만나며, 또 떠나고 되돌아오는 것이 우리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며 여기 이 땅에 서 있는 내가 할 일을 생각해보면 좋겠다.

 

언제든 후회않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지나 이 세상을 등지면서 후회할 것 같은 일은 하지 않으려 했다. 최고로 살지는 못했지만, 평범한 내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나'임을 잊지 않고 살려했고 '나'를 사랑하며 살고 '나'로서 살며 본디 내가 타고난 '나'의 모습으로 살려 애썼다. 그리고 지나온 시간 속의 나는 충분히 아름답다.

 

아름다운 모습이 있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지독하게 슬펐고 외로웠고 그러면서 성장하고 노력했고 공부했고 싸웠고 또 사람들을 만나 사랑하고 또 실패하며 세상을 알아왔기 때문에, 충분히 아름다운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인간이라면 응당 마주하게 될 그 어떤 감정들을 마주하며 피하지 않고 느껴왔기에 아름다운 삶을 살았다 생각하는 것이다.

 

그 무엇이 되려는 마음에서 벗어나게 된 것, 아름다운 일이다. 그 무엇이 되려 노력하기보다 '나'의 모습으로 살기위해 겁나는 온 세상과 마주치는 것, 두렵지만 또 나를 그 속에 서게 만드는 것, 이런 시도가 더욱 나를 사랑하고 자유로운 사람으로 단련시켜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기에 충분히 아름다운 것이다. 

 

내게 있어 그 무엇이 어떠해야 한다는 마음, 집착 혹은 고집, 또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그런 절대적 가치...같은 것들에 대한 봉인이 풀리면서 많이 자유롭고 여유로워졌다. 그러나, 꼭 어떠해야한다는 마음은 거두었으나 이 세상에 던져진 '내'가 어떠한 모습으로 존재하다 소멸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은, 단순해진 내 삶에 있어 화두가 될 수 밖에 없다.

 

생각하고 생각하다보면 현재 내가 서 있는 곳,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내가 발딛고 서 있는 여기가 중요한 것이고, 어제의 그 자리가 나에게 얼마나 중요했던 자리이며 있어야 할 자리인지 비로소 보게된다. 어제의 나는 사라지고 새로운 내가 서있어야 할 자리 역시 여기인지 아닌지는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가 그려가는 그림 속에 담겨져 나올 것이다.

 

사부님이 내게 던지신 그 말씀.

있는 곳이 신이 있으라 한 곳의 의미를 더 곰곰히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마음 먹는다.

사랑하며 살리라. 그냥 그저 있는 것과 맞추는 것이아니라, 가슴을 열고 사람을 마주하고 일을 마주하고 관계를 마주하면서 사랑하며 살리라. 과하지는 않으나 열린 가슴으로 그렇게 나에게 다가오는 것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따스하게 바라볼 수 있는 가슴을 만들도록 해야 하리라. 

 

어쩌면 보다 인간답게 살다가야한다는 아픈 가르침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를 사랑함을 넘어 타인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지 자문해보라는 귀한 메시지 일 수도 있다. 나를 사랑하는 방편으로 남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타인을 그대로 가슴에 품을 수 있느냐는 자문 말이다. 그리하여, 온전한 '나'는 어떠해야 하는지 다시 되짚어보라는 말일 수 있는 것이다.

 

이 땅에 이 모습으로 이렇게 살아가는 이 순간이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그러므로, 고통속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 손을 잡고, 깊고 행복한 일상으로 건너오도록 안내하는 것, 그것이  이렇게 기쁘고 황홀한 일일 수 밖에 없는게 아닐까.

 

나날이  더 깊어지고 더 넒어지고 더 조용해지고 더 가벼워지며 더욱 더 환해지고 싶다. 나도 그렇고 타인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다시 한 번 시작해본다. 이젠 더 자유로우나 더 치열하게 사랑하면서.......

 

 

 

활동기간 :  2012 3월 5일(금)~ 6월 12일

활동시간 :  4시 30분~6시 30분

주된활동 : 다양한 분야에 대한 독서활동

 

500일차 목표 : 다양한 분야에 대한 독서활동을 통해 깊고 넓게 살고 세상과 나를 알아가기

 

500일차 세부 목표
1. 주 1회 한 권의 책을 읽는다.

2. 주 1회 읽은 한 권의 책을 필사한다.

3. 주 1회 한 꼭지의 글(칼럼이나 여행기 메시지 등)을 쓰고 블로그나 일지에 올린다.

 

잘 지낸 나에게 주는 상
1. 여름방학, 원하는 곳으로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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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0일차 출사표]

500일차를 시작하는 마음? 그리 거창한 구호도 다짐도 필요치 않음을 느낀다. 단지 내가 원하는대로 내가 하고자하는대로 내가 필요로하고 해야하는대로 그리 살리라 생각해본다.

 

굳은 각오도 필요치 않을만큼 마음이 이리 평온할 수가 없다. 해야 할 일은 산더미다. 그러나 그 일들이 나를 위협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일이 기다려주어 즐거운 마음도 생긴다. 그 일을 하면서 나는 누구를 만나고 어떤 관계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며, 또 무엇을 배울 수 있을 것인가?

 

분명 내 부족함이 드러날 것이며, 팽팽한 긴장감과 불안감과 초조함도 경험해야 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삶이란 것이 그 모든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축제의 장이 아니던가?

 

내게 오는 그 어떤 마음도 인연도 감정도 쉽게 흘려보내지 않으려 한다. 거부하지도 말고 또 억지로 꿰어맞추지도 말고. 흐르는 대로, 나를 필요로 한다면 얼마든지 그러나 연연해하지는 않으리라.

 

나를 실망시키는 사람에 대해서는 마음껏 실망하고 물러날 일이며, 고개들이 밀고 들어오는 인연에 대해서는 또 반가이 인사하리라. 내 마음을 건드리는 어떤 것도 모른체 하지 않으며, 살아있는 이 마음으로 반응하리라 생각해본다.

 

많이 웃고 많이 이야기하며 많이 나누리라.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지 않도록, 순간 순간 깨어있는 내 의식을 느끼고 내 마음에 집중하고 간절함에 부응하리라 생각해본다.

 

세상 모든 것을 품을 수는 없다.

내 모습 그대로, 안타까워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만 마음을 다 하고, 그 이후의 일은 신의 영역으로 남려두리라.

 

무한한 시공간 속, 현재 이 순간의 나

그 '나'를 들여다보며 한걸음 한걸음 내 발자욱을 음미하리라.

 

마음이 가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을 마다하지 않으며, 해야 할 일 그 어떤 것에도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적어도 나를 풀어두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발 딛고 서리라.

두려움 없이, 간절함에 귀기울이며.

 

 

활동기간:  2012 1월 13일(금)~ 이후 100일(계산 어려워)^^

활동시간:  4시 30분~6시 30분
주된활동 : 학위논문 관련

500일차 목표 : 시험 및 연구계획서 준비

500일차 세부 목표
1. 시험준비

2. 주제관련 연구 자료 읽기/ 연구계획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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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2기: 400일차 출사표] 저 하늘 빛나는 별처럼

 

 어둔 밤 창을 열고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노라면 그 뜨거웠던 여름의 입김이 식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어느새 이토록 가까이 왔는지 요란한 가을벌레 소리가 한창이다. 눈을 감고 듣고 있으면 나를 둘러싼 온갖 소리들이 이토록 가까이 있었음에 놀라고, 미처 반겨주지 못한 선선한 바람결이 곁에 와 있음에 놀란다. 며칠 만에 마음을 바꾼 계절을 보면서 한 편 반갑고 한 편 슬프다. 가야할 때가 되어 떠나는 것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가슴 저릿한 통증과 버려진 듯한 마음조차  극복할 수 있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인가? 사라지는 것들의 뒷모습에 오열하기보단 자리를 대신한 새로운 얼굴에 눈인사 할 수 있으려면 또 그만큼의 세월이 필요하리라. 

  때마다 앓게되는 이런 류의 아픔들이란 것이 살아가면서 내가 굳이 극복해야할 대상인 것인지 혹은 나의 모습을 규정지을 수 있는 한 모습일 것인지 생각해보는 것조차 무의미할 정도로 나를 에워싼 시간과 자연과 사람들과 만물이 신비롭고 감탄을 자아낸다. 모든 사위어 감 뒤에는 모든 것들의 탄생이 이어지므로, 이런 소멸과 탄생의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패턴 속에 몸을 누이는 것이 어쩌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인지도 모르겠다.

300일이 지났다. 지난 늦여름 쯤이었다. 단군이에 발을 담그고 걸어보겠노라 시작하며 킥 오프 미팅에 참여했던 때 역시 서서히 뜨거움이 사라지고 아침 저녁 선선한 바람이 반가웠던 때였다. 약간은 낯 설고 그리고 그 낯섬을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 의식에 내려앉는 생각들을 이리저리 흩날려버렸던 때도 이맘 때였고, 잘 갈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믿음으로  세미나에 참석한 때도 이 즈음이었다. 그리고 세 번의 100일 수련과정이 흘러 300일차를 마무리하고 이제 자유수련과정인 300일+만을 앞에 놓고있다.

 300일차 파티가 끝난 뒤 여러 감정이 오르락 내리락 하고 혼재되어있는 것을 본다. 내 마음 속에 이렇게 여러가지를 담고 있으니 정리정돈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것들을 의식화하고 객관화하여 버릴 것과 둘 것들 구분짓고 400일차 동안 반드시 해야할 일들을 세워두는게 필요하다. 

300일 완주파티를 하러 가면서 생각했다. 단군이와 보낸 1년의 시간은 나에게 무엇이었을까? 음~~ 세상을 한 번 살다가 죽음을 경험하고 그 죽음을 딛고 다시 태어난 것, 그게 현재 느낌을 표현하는 가장 비슷한 표현일 것 같다. 한 번 태어나 살다가 죽고 다시 살아난 느낌이라고나 할까? 세미나에서 반복적으로 듣게되는 영웅의 여정은 300일차를 두고 볼 때도 그 사이클을 반복했던 것 같다. 태어나고 자라고 고뇌하며 성장하고 때때로 장렬하게 죽기도 하고 그 죽음을 넘어 한가닥의 희망이라도 부여잡고 다시 되살아나게 되는 것, 그게 내가 단군 여정을 통해 경험한 세상이었다.

300일 일년과정을 통해 맛볼 수 있었던 다양한 삶 덕택인것인지 400일차 도전 앞에 서 있으나 두렵지는 않다. 오직 내 앞에 다가올 미래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하고 기다린다. 매 순간 내게로 걸어오는 인연들에게서 배우고 흠뻑 취하리라 생각해본다. 일에 취하고 사람에 취하고  내게 올 이유가 있어 오는 그 어떤 인연도 마다하지 않고 그를 통해 나를 가르치고 배우리라.

300일 후 서 있는 현재, 살아가는 것이 이토록 즐거운 경험의 연속이라면, 여러번 죽고 여러번 살아도 좋을 듯하다. 물론 죽을 만큼의 고통 속에서 지새운 밤이 지나서야 희끄무레하게 동 터오는 새벽의 간절한 빛의 소중함을 알터이지만, 이젠 또 다른 나의 소멸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300일+를 여는 각오? 역시 가장 나다운 색깔로 살아가는 데 포커스를 두게 될 것이다. 나답게 사는 것, 살아있음을 경험하게 되는 것, 내가 가장 잘 하는 일을 하는 것, 그리하여 내가 자라고 세상을 밝게 만들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내가 이 세상에 던져질 때 이름 지어진 그런 나로 살아가는 것, 그런 천복과 함께 살아가는 나로서 이 세상 사위어감과 탄생의 반복적 숙명의 굴레에 발을 올리는 선택을 할 것이다. 400일차는 더 신나게 살게 될 것이며, 그것은 오로지 나로서 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리라. 내가 기뻐 일 할 것이며, 내가 즐겨 공부할 것이고, 내가 행복해 창조놀이를 하고,  타인의 행복을 기원하며 그들을 안게 되리라.

내 나머지 삶을 위해 내디뎌가는 첫 걸음이 될 것이요 그리하여 나는 나만의 색으로 빛나는 별이 되리라.

활동기간:  9월 5일(월)~12월 13일 (화)
활동시간:  5시~7시
주된활동 : 
학위관련 활동

400일차 목표 : 
연구계획서 초안 작성
400일차 세부 목표
1. 주제관련 도서 및 자료 읽기/ 선행연구 고찰 / 연구계획서 초안 작성
2. 일반 성인을 위한 치유프로그램 초안 마련


때때로 나는 누구인지 되물어본다. 이 우주 안에서 나의 존재는 한 점 미미할 뿐이지만, 오히려 나는 내 안에 우주를 품고 있음을 안다. 그러므로 나는 작지 아니하고 충분히 넓고 깊어질 것이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지칠줄 모르는 용기와 끈기로 내 안에 펼쳐질 우주의 신비를 경험하게 되리라. 삶 곳곳에 마련된 시험대를 무사히 통과하며 성장과 성숙을 위한 단서를 통해 결국 인간은 저 높은 의식의 상태에 다다를 수 있음을 믿고, 우리의 삶은 우리가 의도한 바 대로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인간이 가진 무한한 변화 가능성을 믿고 인간은 행복을 추구할 능력이 있으며 언제든 더 나아질 수 있음을 믿는다.

 우리가 원한다면 그가 그 어떤 상태에 처해있든 궁극적으로 행복에 이르는 길을 찾을 수 있음을 믿어의심치 않고, 이런 나의 믿음은 날이 갈수록 나를 더 자유롭게 할 것이다. 부디 나의 믿음이 100일의 여정을 거치며 살아남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로인해 내 영혼이 더 자유로워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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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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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일차   2011 09 10  토요일

* 외박

어젯밤 12시 30분에 출발, 대구행 여정을 시작했다. 도착은 아침 9시는 족히 되어서 도착했다. 졸려서 휴게소에서 자다 오다가를 반복했다.

하루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스러지고를 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 만큼의 생각도 일어났다 잠들었다 한다.

새벽길 운전하면서 비와 안개에 싸인 풍경을 볼 수 있어 행복했다. 고속도로 새벽에만 허락된 풍경 속에 내가 된 하루였다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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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일차   2011 09 11  일요일

* 북적거림으로 시작하여 여전히 북적거림 중...

하여튼 어수선하고 북적거리고 일 많고 정신없고 어지럽고 시끄럽고.... 거기다 얼굴이랑 몸에는 하루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기름기.... 이 아름다우신 몸이 이렇게 촌 순이가 되다니 원, 쯧쯧쯧....

그래도 오늘은 일찍 일이 끝났다. 일이 끝났다고는 하지만 차례상 차릴 음식 장만이 끝났다는 것이고 동서랑 나랑은 여전히 성업중이다. 그래도 나는 대장이라고 여기서 이거 쓰고 앉아있는 동안 그녀는 베란다에서 뭘 열심히 씻고 있다.

우리는 열심히 할 일을 하기는 하지만 그러면서도 꽤 자유롭게 일하고 자발적으로 휴식하고 주체적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제 몫을 다 한다. 자신이 일 할 때 남도 똑 같이 해야한다고 믿지 않으며 누군가 쉬거나 하지못하는 사정이 생겨도 그러려니 한다. 그렇다고 해야 할 일을 남몰라라 하는 적은 없다. 항상 눈에 띄는대로 솔선수범한다. 그게 우리의 좋은 점이다.

일이 밀려 있어 정신 없을 땐 아프지도 않더니 한 숨 돌린 지금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진정 나는 명절을 위한 머쉰일까? 쉼없이 일하는 에너자이저로서만 여기 있으라는 뭐 그런 무시무시한 계시는 아니겠지 설마?

나가봐야 겠다. 아~~머리아파 죽겠네.
어디 약 없나?

아 참, 이 와중에 설문지 6장 뿌리고 두 군데 4명에게 어느 정도의 사업이야기는 했다. 설문지가 어느 정도 돌아올지는 모른다. 때로는 기다림도 필요하다. 집에 온 모든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다른 곳에는 선물에 명함(신랑의 표현에 의하면 이름이 없으므로 전단지 개념이라 함)만 넣어두었다. 그 역시 그분들에겐 그 정도면 된다. 시간이 많은 것을 해결 할 것이기 때문이다.

머리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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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일차   2011 09 12  월요일

* 뜨거움은 뜨겁게 가르친다.

명절 연휴 중 가장 후련하고 즐거운 날은 명절 당일이다. 차~암 재미없는 연휴지만 명절 당일이 되면 차례를 지내고 정리 후 모두가 산소를 향해 출발한다. 가을이면 답답한 집 안에서 벗어나 누렇게 붉게 물들어가는 가을 들녘을 바라보며 야트막한 산길을 걸어올라 산소로 향하고, 설날이면 그 차갑고 쨍하게 따가운 공기를 느끼면서 산소로 향한다. 가을 산과 겨울 산은 제 각각 황홀하다.

이 번엔 추석이 이른 모양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뜨거웠고 더웠다. 늘 비슷한 패턴으로 되풀이되던 우리들의 성묘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건 약 2년 전부터이다. 시골 작은 아버지께서 별세하시면서 시골 작은 어머니와 동서는 더 이상 명절 전에 뵐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명절 당일은 차례 후 작은 댁으로 또 차례를 지내러 후다닥 나서야 한다. 문제는 늘 여기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누군가 뒤에 남아서 설겆이를 하고 가야하고 그 담당은 거의 나랑 동서가 하는데, 문제는 우리들이 누구 차로 가느냐는 것이다. 

뭐 하여튼 어찌어찌하여 신랑 차로 이동을 하지 못하였는데....... 한 시간 넘게 차를 타고 가면서 후회 혹은 판단 착오의 댓가가 그렇게 현실감있게 뼈저리게 느껴진 건 몇 되지 않지 싶다. 더워 죽을 뻔 했다. 매 번 에어컨 빵빵 나오는 차를 운전하거나 아니면 더 빵빵한 차를 타거나.... 하여튼 교실이라면 몰라도 차에선 별 생각없이 여름날을 났는데, 여름도 아닌 가을 흉내를 내면서 어이하여 추석은 그리도 더운것인지...... 정말 아무생각도 안났다. 더워 죽을 뻔 했다. 뒷자석에 앉았는데 아~~~ 정말 어찌나 덥던지....... 더구나 대구까지 운전하고 내려가 지하실에 세워 둔 내 차를 두고, 날 기다리다 할 수 없이 신랑 혼자 타고 간 냉기 서린 차를 생각하면서 그 차 뒷자석에 앉아 에어컨 냉기도 잡히지 않는 후끈하고 따뜻한 공기에 울화통이 터지는 걸 겨우 참았다. 산소에서 신랑 차 타고 바로 포항으로 가려면 내 차를 두고 갈 수 밖에 없었다. 두 대로 각각 포항에 갈 수는 없었다.

어쨌거나 일차 성묘를 하고 군위로 이동하는 시간, 신랑 옆좌석에 앉아 있는대로 투정을 부려대면서 2차 성묘 장소로 이동했다. 정말 살 것 같았다. 뜨거움에 샤워를 하고 벌~건 얼굴로 산에서 내려와 차 속에 들어가니 그럴 수 밖에.......

아버님 산소 가는 길은 참 아름다은 산길이 있는 곳이다. 다들 차를 타고 쌩쌩 올라가셨지만, 이왕 더운거....를 외치며 동서랑 나랑은 털레털레 걸어 올라갔다. 동서 말에 의하면 올 해는 추석이 빠른 것이라 한다. 나는 개념이 없는 지라 빨간 날이 다가오면 쉬고, 뭐 하여튼 그러는데 내 착하고 똑똑한 동서는 별 걸 다 안다.

둘이서 길가 꽃들도 구경하고 밭도 구경하면서 걸어 올라갔다. 언제나 그렇지만 그 길을 걸으면 참 행복해진다. 명절날 산에 가는 게 참 좋다. 바람이 얼마나 청량한지 모른다. 가슴이 시원해지고 몸에 묻은 피곤도 기름 냄새도 짜증도 스트레스도 날아가버리고 대신 풀냄새와 시골냄새, 산냄새가 자리를 잡는다. 산에가는 것마저 없다면 정말 재미없을텐데 그거 때문에 내가 봐준다 정말.

그렇게 찌는 듯 무덥더니 성묘마치고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음식을 나눠 먹을 때 갑자기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했다. 재밌고 웃기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얼마나 더웠던지 사람들이 처음엔 전부 내리는 소나기를 그냥 맞고 있었을 정도였는데, 그러고보면 오늘 하루는 참 변화무쌍했다. 그리고 사실은 행복하게 살고있었음에도 당연하게 느꼈거나 혹은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을 절절하게 생각할 수 있게 한 하루였다.

그러니 오늘의 뜨거움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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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우리에겐 뜨거움조차도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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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세계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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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일차   2011 09 13  화요일

* 집으로.

발길과 손길 머물렀던 대체로 익숙한 공간 이 곳 저 곳에 순간적 치열함을 차곡차곡 눌러두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규칙적인 날짜가 지난 언제쯤, 때가 되면 그 곳에 나타나 순간과 교감하며 한바탕 놀고 겪고 웃음짓다 뒤 돌아보지 않고 다시 떠나게 되리란 것은 이제 자연스런 약속이다.

그리고 일정한 기간이 주는 일정한 위안과 기간 사이의 각자 성장할 몫을 생각해보게 된다. 내년 우리가 그 자리에 있을 때는 과연 어떠한 마음과 몸, 모습으로 있게 될 것인가.

의미없는 매일에서 의미없는 열매가 껍데기 화려한 옷을 입고 달려 나부끼게 되는 것, 부디 매일을 알차게 보내게 되길 소망한다.

한 걸음 한 걸음, 내 발걸음에 마음과 정신을 모으고, 한 마디 한 마디에 걸러진 마음과 단순한 결정을 생산물로 내놓게 되길 바란다.

이야기하는 방식, 사고하는 방식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마음이 따뜻하거나 적어도 순하고 여리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며칠을 지켜 본 바에 따르면 꽤 무미건조하고 직설적이고 정확하게 요점만을 말하는 게 참 인간미가 없어보인다는 생각을 문득문득 하게 된다.

어디에서 시작하여 어디로 흐르는지 어떤이의 질문이 없어도 스스로가 그 시작과 끝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구하는 나날이기를 바란다.

돌아온 집, 너무 좋고 너무 행복하다. 책상 위에 펼쳐진 노트북을 보니 행복감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나날이, 우리가 가진 오백만가지도 넘는 것들에 대해 눈인사하는 삶을 살아야한다. 진짜로 감사하고 고마워해야할 것들이 오백만가지도 넘는, 알고보니 나는 부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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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9.14 12:49:45 *.121.4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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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집을 향해 달리는 길은  피곤한 행복으로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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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9.15 13:42:48 *.246.77.2

310일차   2011 09 14  수요일

* 한 번에 뛰어들기 어려워라.

지저귀는 새소리와 간간이 들려오는 의도되지 않은 소음들을 제외하고나면 세상이 고요하다. 산등성이는 늘 그렇듯 푸른 소나무의 실루엣을 자랑하고 눈이 부신 햇살은 바로 자신 앞에 나타나기엔 부적격자를 가릴모양인지 쨍하고 따갑다.

멍하고 몽롱하다. 며칠을 어디다 두고 온 기분같기도 하고.... 집을 떠날때 책가방을 챙겨도 결국은 그대로 들고 돌아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꽤 오랫동안 익숙해진 습관인지 보조가방 하나를 들어야 어디든 마음 편하게 갈 수 있다. 좋기만 한 엄마집에 가서야 시간이라고는 나지만 들로 산으로 바다로 중학교로....... 보러가기 바빠 책가방은 생각도 안나는데, 이 모든 산만함과 붕 뜬 기운이 가라앉은 집, 역시나 늘 그렇듯 집에 와 내 자리에 앉아야만 가방을 열어 보게 된다.

죄책감 혹은 자신이 너무 불쌍한 마음에 종일 책을 읽었다. 읽고 있는 책은 정말 누가 번역한건지 모르지만 별로 매끈하지가 않다. 읽다가 궁시렁거리며 '뭐래는거야 도대체?' 를 뇌까리곤 한다. 약간 짜증스럽기는 하지만 읽기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한다.

읽다가 졸다가 또 다시 읽다가 또 자다가....... 시동거는 게 힘들기는 하지만 어지간히 진도는 나가는 중이다. 너무 방학같은 날을 즐겼는지 한번에 생활 속으로 풍덩 뛰어들기엔 시간이 조금 걸린다. 그건 그렇고 이 책은 제발 핵심을 이야기하면 좋겠다. 빨리 끝내고 싶다. 내일부터는 등교해야하는데, 마치 방학 중인 것 같은 착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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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9.17 11:20:52 *.246.77.2

311일차   2011 09 15  목요일

* 할 일은 많지만 안하다.

학교에 돌아오니 할 일이 줄줄이 줄을 선다. 그런데 하기가 싫다. 오늘은 종일 읽던 책만 붙잡고 읽고 있다. 내일부터 긴장하고 내일부터 업무보리라 생각한다.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외의 자투리 시간은 그냥 꼼짝않고 앉아서 책만 읽는다. 언젠가 학교 업무 시간에 매이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이라 생각해 본다.

그러기 위해선 남아있는 학교생활 내내 미련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해두어야 한다. 아쉬움을 남기지 않도록. 현재의 상황 역시 즐겨 마땅 할 것이므로. 그러나 오늘은 그냥 책만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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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9.17 19:08:19 *.121.41.244

312일차   2011 09 16  금요일

* 데이트는  좋은 것

몇 달 전부터 늘 배가 아팠다. 누르면 따갑고 아픈 것 같기는 한데, 그저 그저 잊을만하게 아팠고 또 슬금슬금 아팠던터라 미처 시게 의식하지 못했던 것도 같다. 신랑은 수단으로 출장가고 없는 어느날 저녁, 뭐라 말할 수 없는 고통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고 밤새도록 토하고 설사하느라 한 잠도 자지 못했는데 이튿날은 토요일, 기절하다시피 힘이 없어 일어나지도 못하고 거의 기어다니다시피 하면서도 토요일이 지나면 병원조차 갈 수 없다는 마음에 택시를 불러타고 병원을 갔다. 의사는 대강의 증상을 듣고 누워보라더니 이 곳 저 곳을 눌러보더니 '여기서는 안될 것 같고 지금 당장 응급실로 가서 사진이랑 전부 찍는게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진단서 같은걸 끊어주었다.

아파서 걸음도 엉금엉금 하면서도 '히야~ 살면서 내가 응급실을 다 가보네?' 라고 생각했었던 것도 같다. 하여튼 철딱서니 없기는 쯧쯧쯧..... 그리고 딸내미랑 같이 갔는데 그 때 갸가 내 보호자가 되면서,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겨우 중학생인 쟈가 내 보호자 노릇을 하는 날도 있는 거구나 싶었다.

참으로 많은 검사 끝에 내린 병명은 '상세불명의 복막염'이었다. 그게 아마 2010년 2월 정도였을 거다. 우찌되었든동 내가 이순신 장군도 아니면서 '나의 입원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마라' 고 했는데, 특히 시댁쪽에는 절대로 알리지 마라고 일러두었다. 신랑도 출장가고 없는데, 아무데도 마음쓰고 싶지가 않고 그냥 누워서 쉬고 싶었다. 겉으로야 걱정끼치기 싫다가 이유였지만 신랑도 없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까지 시댁식구들이 대타역할을 하도록 하고 싶지는 않았던 게 속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냥 맘 편하게, 돈이야 주면 의사들이 알아서 치료할 거고 그냥 있으라는대로 누워있다보면 시간가고 날가면 낫겠지. 그러니 그 사이 병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나 하자....뭐 그런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만화책이나 읽고싶은 책이나 읽어가면서 (어차피 3주 넘게 물도 한 방울 못먹고 항생제만 맞고 있어서 일은 참 한갖졌다) 아는 사람 오면 이야기나 하고.... 뭐 그런 약간은 한량같았던 나날? ㅋㅋㅋ

수술을 하네 마네, 지켜보네 마네... 급박했던 사정에도 불구하고 집안 에는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었고, 그 사실을 알아야 아무런 심적 부담이 없는 지인들에게는 나 입원했으니 와라, 안오면 두고볼거란 그런 약간의 엄포... ㅎㅎ를 놓으면서 지냈는데.... 어찌어찌하여 동생이 알고 오빠가 알고 결국은 내 병간호를 하러 오빠의 엄한 지시를 받고 하나뿐인 조카 녀석이 상경을 했다. 병 간호를 하다가 할머니가 미국에서 오시면 시골까지 모셔다드리는게 그 녀석의 미션이긴 했지만, 대학생이던 조카 녀석과 병원에서 한 며칠을 찐하게 보낸 시간이 고모인 나와 어지간한 사이였던 조카 녀석과의 사이를 더 많이 가깝게 해 준 계기가 되었다.

녀석은 참 자상하다. 그리고 내 오빠인 지 아빠의 이야기를 둘이 함께 할 수 있고 내 엄마와 지 할머니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이여서 함께 있어도 지겨운 줄 모른다. 수다에 수다를 떨어도 끝이 없다. 직장에 공부에 창조놀이 하는 나를 참 좋게 해석해주고, 나를 통해 배우기 좋아하고 세상과 부딪히며 부족한 자신을 갈고 닦아가려는 최소한의 태도는 가지고 있기에 그 녀석과 이야기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

나는 그 녀석이 정말 잘 되면 좋겠다. 지금 하고 있는 일, 남들 보기엔 뜨르르한 게 아닐지 몰라도 그 녀석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만난 것 같아 보기에 참 좋다. 자신의 일에 대한 태도가, 많지 않은 나이에 그 정도면.... 사실 어느정도는 놀라운 면도 있다. 우리 집안에 어디서 저런 넉살좋은 넘이 태어났는지 그게 때로 신기할 뿐이다. 지 아빠와는 엄청 다르다. 아빠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 세상을 이해 못했던 일들이 두런두런 고모인  나와 하는 이야기를 거치면서 정화되고 중화되고 의미있는 경험으로 바꿔지는 게 가장 좋고 즐겁다고 한다. 그래서 그 때 병원에서의 시간을 매우 값지고 소중했던 경험으로 간직하고 있는 녀석이다.

그랬던 조카 녀석이 왔다. 업무상으로 날 보러 온 것이긴 하지만 이 멀리까지 온 녀석을 보니 얼마나 대견하고 기특하고 안되고 그렇던지....... 그게 다 세상 사는 것일것을.......밥사주고 커피 먹여서 이야기 하늘만큼 땅만큼 하고나서 터미널에 태워다주고  돌아왔다. 

우리 아이들이 잘 되는 것 만큼 잘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아이다. 노력하고 사람사이의 신뢰를 중하게 여길 줄 아는 것으로 봐서는 얼마지나지 않아 저 녀석에게도 좋은 장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아무쪼록 내 바람대로 그리 갈 수 있기를 바란다.

밤 늦게 집에 들어오면서도 마음은 가벼웠다. 신나게 돌아갈 녀석을 생각하니 더 가벼웠다. 자주 자주 좋은 일을 만들면서 살 일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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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9.18 23:04:00 *.121.41.244

313일차   2011 09 17  토요일

* 인생을 즐겨라.

추석명절 지내고 온 지 며칠 되지 않는데, 다음 주가 시어머니 생인인지라 이번 주에 당겨서 하기로 했다. 나는 그 이름도 거룩하신 맏며느리~~~!!!

 퇴근하면서 반찬가게 들러 몇가지 전이랑 반찬을 샀다. 그리고 집에 가서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다가 저녁늦게 마트가서 장 봐서 싣고 아이랑 둘이 천안으로 내려갔다. 아침에 바로 할 것들은 그냥 싣고 선조리가 필요한 부분은 했고 미리 만들어가야 되는 것도 몇가지 대강했다. 안돌아가는 머리는 이럴 땐 잘돌아가서 메뉴를 정하고 깜직?하게도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볼 수 있게 ㅎㅎ.... 아무리 생각해도 난 타고난 전략가이다. 어디 씰데가 없어서 생신 상을 워떻게 차릴 것인가? 뭐 요런데 머리를 써서 그렇지 ㅋㅋㅋ

어찌보면 너무 진지하고 심각해지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러다보니 그에 비례해 스트레스도 느낀다. 단지 잠식해들어오는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선상에서 무마시켜서 그렇지 알고보면 나도 스트레스의 여왕이라고 했다. 나는 멀쩡한데, 늘 의사나 내 신체를 상대하는 전문가들은 그리 말하니 나도 그런가보다 한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끄떡없다.

어떤 것에든 의미를 부여하고 적어도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라야 마음이 흔쾌하게 움직이는 증상, 이 것으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왜 꼭 받아들일 수 있는 것만 받아들인단 말인가? 인생에서 그렇게 다가오는 것이 뭐가 얼마나 그리 많다고.

한 때는 내게 오는 그 모든 것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나의 선택의 결과라 믿은 적이 있었다. 아니 어찌보면 그 것도 맞다. 매 순간 매 초마다 내가 선택하기에 내 의지와 몸뚱아리를 움직이는 것이 분명 맞다. 그러나 이젠 의미있는 일에만 선택적으로 움직이려 하는 것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을 자연스럽게 풀어두고싶어졌다. 그리고 매 순간을 단지 즐기고 싶어졌다.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 해야 하는 것과 하지 않아야 하는 것, 중요하고 그렇지 않은 것, 또 의미있고 그렇지 않은 것........ 굳이 따지기가 싫다. 적어도 내게 다가오는 것들은 순간적 선택의 결과라는 거름망을 걸러져 내려온 정제된 일들일 것이므로 나는 단지 그 일에 몰입하고 그 일 속에서 보다 자유로운 정신으로 즐기면 안될 이유가 뭐가 있단 말인가?

내가 원해서 하는 것과 해야되어서 하는 것, 그 사이의 경계를 이제는 허물 때가 된 것 같다. 나날을 만끽하며 즐겨 살고 싶다. 밤 11시에 음식이랑 싣고 천안 도착했을 때는 거의 12시를 가리켰고, 그런 내가 너무 고마운지 안된건지 아니면 이뻐 죽겠는지 신랑의 눈에는 사랑스러움이 넘친다 ㅎㅎ. 하여튼 이쁜 건 어찌 알아가지고 쯧쯧쯧... 장가 잘 간 줄이나 알란지 원.

인간, 서로의 인연으로 만나 한 울타리 속에서 서로 속해 살아가는 사람들로 묶이기도 한다. 가족, 나누고 퍼 주어도 아까울 것이 없는 사람들이다. 동서네는 포항에서 올라왔고, 아가씨네는 해외에서 잠깐 귀국했다. 내게 더 없이 귀한 사람들이 있듯이, 서로 귀한 인연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고 어울어지는 것을 보는 것도 우리가 응당 누려야 할 소소한 행복이고, 인간이면 한 번은 알고 소멸해 가야 할 귀한 정서이다.

그러니 매 순간 받아들이고 즐기고 나누고 베풀면서 기쁘게 살면 될 일이다. 세상의 인간들이 다 같은 색깔과 수준과 생각으로 꽃 필 수는 없는 일이다. 그저 가지가지 아름다운 꽃들끼리 바람에 부대끼며 서로의 아름다움에 고개 숙이면 될 일인 것이다. 그 부대낌을 즐기면 아름다운 계절이 흐르고 또 흘러가리라. 그리하여 어느 찬란한 계절, 내 꽃도 피어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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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9.18 23:54:12 *.246.77.2

314일차   2011 09 18  일요일

* 살만한 세상

나를 대표하는 것들에 창조놀이가 자리를 잡아갈 태세다. 앉게되는 자리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풀어져나온다. 단지 의도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은 나는 진작 포기해야 할 재주인 것 같고, 어찌어찌 이야기하다가 그로 흘러가게 되면 내 눈이 반짝이나보다. 나와 참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라고 생각하면서 사람들은 참 당황을 한다. 사람들이 보기엔 내가 생각하는 내가 아닌가 보다. 사람 속에는 무수히 많은 것들이 잠재되어 있겠지? 이 것도 그 중의 작은 하나이지 않을까 싶은데.그 어떤 일을 하든, 내가 누군지 절대 잊지 말것.

점심까지 먹고 돌아오는 길,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본 하늘, 그 내려앉은 구름은 참 아름다웠다. 어쩌면 저렇게 아름다운 구름을 만들 수가 있을 까 싶었다. 카메라가 트렁크에 있어 대신 휴대폰으로 곡예 촬영을 했다. 저렇게 아름답기도 하고 신비로운 풍경이 아무런 노력없이도 내 앞에도 펼쳐지는 것을 보면, 우리 사는 세상은 참 나름 살만한 곳이다 싶다. 와~ 하는 감탄을 자아내던 그 광경,  두고두고 생각날 것 같은 아름다운 구름 장관이었다.

바람이 너무 선선하다. 밤이 되면 확실한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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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9.19 13:38:44 *.246.77.2

315일차   2011 09 19  월요일

* 시간이 흐른다.

새벽, 일어나니 춥다. 여름 것들을 정리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자각하게 하는데는 새벽의 그 차가운 공기만큼 확실한 것도 없는 것 같다.

근래 아침 저녁 쌀쌀한 바람이 불면서 나는 코막힘의 여왕으로 변신 중이다. 한쪽 코뼈는 휘어져서 어차피 한쪽으로 겨우 숨쉰다는데 그마저도 찬 바람이 불면 엄청난 비염으로 폭풍 성장하는 통에.... 아름다운 ㅋㅋㅋ 이 몸에 어울리지 않게시리 새벽 활동 하고나면 책상위는 더럽게시리 온통 휴지 투성이다.

쌀쌀하네가 아니라 오늘은 어우~ 춥다 가 새벽인사였다. 꼬레회의 있는 날이어서 생각해 둔 것들 회의록에 안건으로 올려두고 이 것 저 것 정리를 했다.

작년이었던가? 그 시절엔 가슴이 미어져서 죽는 줄 알았다. 이런 저런 일이 겹쳐서 그렇기도 했지만, 본시 여름이 등을 보이고 가을이 저만치 서 있음을 알게되는 순간, 꼭꼭 묻어두었던 내 아린 가슴들이 일제히 아우성을 쳐대곤해 나의 늦여름은 늘 지독하게 아팠다. 그러나 올 해 부터는 괜찮다. 나도 모르게 계절을 즐기고 시간의 흐름을 올라타고 즐거이 유영한다고나 할까? 시간을 잊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많은 사람들과 어울린 사회구성원, 직장인으로 살면서 그들의 눈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도 쉽지 않아 줄곧 피곤한 의식을 내려놓기 위해 또 한 번 더 손질된 자신이 되어야했지만, 이 곳의 끝을 접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들어가리라 맘 먹은 이상은 더는 현실이 내게 짐이 되지 못한다. 하루하루가 내게 주어진 마무리와 준비의 시간이고 열렬히 환영해 줄 새 날을 향해 기대와 설레임의 나날이다.

시간의 흐름도 잊은채 일상에 빠져있는 자신을 깨워주는 차가운 바람은, 때때로 정리되어야 할 일이 산재해 있음을 가르치고, 그리하여 또 그 바람 속으로 훨훨 자유롭게 나설 수 있게 한다.

사는 것은 좋은 것, 아직 해야할 일은 수희향 말대로 마운틴더미로 아주 깝깝하게시리 막혀있지만, 그래도 뭐........ 하게 될 것이고 넘게 될 것이며 종당에는 그 끝에다다라, 끝을 경험한 사람만이 내디딜 수 있는 영토에서 또 한 번 살게 될 것이다. 분명 그리 될 것이다.

그리하라고, 그리되라고 시간이 흐르고 바람이 날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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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2011.09.20 23:18:56 *.108.88.133
국향님 안녕하세요?
300일+ 시작한지도 얼마 되지 않았지만, 좋은 글들로 가득한 일지를 보니 '역시 국향님 일지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일지 찾아와서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구요
언제 또 뵐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일지에는 자주 놀러올게요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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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9.20 23:53:25 *.121.41.244
경희님, 잘 지내시죠?
300일 재도전은 어떠세요?
경희님의 용기에 박수 드립니다. 너무 대단하신 거 같아요.
저는 통과 못하면 우야노 싶어서 기냥 올라왔는데.......ㅎㅎㅎ

근데 가을쯤 결혼 아니었어요?
준비는 잘 되어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연락은 주실거죠?
축하는 드려야죠~~~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물론 자주 오는거 대환영입니다
(저도 사랑받고 싶어요 엉엉엉   ㅋㅋㅋ)

건강하시고, 300일 화이팅입니다.
또 뵈어요~

언젠가 세미나에 한 번 가고 싶어요.
아는 척 하실거죠? ^^

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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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9.20 23:46:00 *.121.41.244

316일차   2011 09 20  화요일

* 영혼의 스피룰리나

한 때, 만났던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거나, 존경할 만한 사람을 가지지 못했다는 결핍감이 컸었던 적이 있었고, 그 사실이 가슴 저 밑에 놓인 은근한 슬픔으로 자리한 적이 있었다. 주변을 둘러봐도 서로 통하고 나눌 수 있는 영혼을 가진 이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고, 어른 들 중에서도 고개 팍 꺽이게 존경스러울만한 주변인을 만날 수 없었기에, 내 복에 무슨....이라며 일정부분 포기하고 지낸 기간이 길었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기거나 고민이 생기면 나름의 방식으로 답을 구하곤 했었다. 책이었다. 적어도 내가 고른 책의 저자는 나와 영혼이 통하고 속속들이 그의 이야기에 내가 동의하는 것을 보면, 분명 내 생각 어디가 잘 못 된 것은 아니란 그런 위안을 받았고, 또한 격려도 받았으며 동시에 그 작가는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변경연을 알게 된 것도 사부님의 애독자였기에 가능했던 것이고, 사부님은 아닐지라도 그 땅에서 만난 사람들은 어딘가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꿈 벗을 다녀 온 지 몇 년이 지난 지금, 실지로 다른 사람들을 만났다고 생각하고 있다.

최초인 것 같다. 굳이 내보이지 않아도 그 뒤에 숨은 귀한 면을 알아봐 주는 사람들.... 별로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아도 내 사람됨이 곡해될 염려없어 마음 편하고 그냥 말해도 참 좋은 것으로 받아들여주는 사람. 사람은 인정받고 사랑받으면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게 되고 자신의 존재가 증명됨으로 인해 비로소 이 세상에 안착하게 된다. 뜨거웠던 여름을 지나 가을을 만난 지금, 그렇게 힘들여 말하지 않아도 내 말의 이면을 해석할 수 있고 짧은 서운함과 긴 감사를 나누는 사람들을 만나 참 좋은 시절을 보내고 있다.

창조놀이가 아니었다면, 꿈벗이 아니었다면 어디에서 이런 귀한 인연을 얻었을 수가 있을까 싶은 사람. 크나 큰 이 세상 한가운데 버려져있는 느낌 대신, 그 누구들과 연결되어있음을 느끼고, 또한 이름으로만 존재하던 사부님의 따스한 보살핌과 사랑스런 염려를 아껴 즐기고 있는 나날들. 나이 먹는 것이 이토록 행복할 수가 없다. 다른 이유는 없다. 나날이 평온해져가는 내 마음이 좋아서이고,  귀한 영혼들과 친구되어 한 방향으로 재잘거리며 걸어갈 수 있어서이다. 오늘 문득 쳐다보면서 말했다 우리는 영혼의 스피룰리나라고....... ㅎㅎ

크게 웃었다. 우리도 모르게 손바닥이 저절로 올라가 서로 부딪혔다. 스피룰리나! 창조놀이를 하면서 우리들의 화제에 오른 상품들 중 단연 인기만점이신 분이시다. 멋진 트레이너 샘이랑 죽어라 운동하던 2개월 동안 나는 매일마다 그 넘의 푸로틴을 먹느라고 죽을 똥을 쌌고, 나는 멋진 기본자세에도 불구하고 푸로틴을 가장 못 먹고 안 먹고 속을 썩였던 터라, 밤마다 자기 전에 푸로틴을 먹고 인증샷을 꼭 트레이너에게 날려야 했었다.  푸로틴 파우더, 그 것은 근육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물질이었기 때문에 저질 체력인 내게 죽어라고 그 걸 먹여댔는데, 비위가 약해 과일을 갈아놔도 잘 못먹는 내게있어 그건 정말 끔찍한 고통이었고, 다시 운동을 하고 싶지 않은 이유중 첫 번째이기도 했다.

그런데, 함유된 대부분이 푸로틴 이면서 그 이외에도 몸에 유익하다는 온갖가지(이름은 나도 잘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다. 어쨌든 몸에 정말 좋다, 그거 먹고 나서 머리 감을 때마다 시꺼멓게 빠지고, 그것도 모자라서 수건으로 머리 물기 닦을 때 2차로 한 번 또 시커멓게 빠져 주시던 머리카락이 확!!!! 진짜 아주 정말로다가 확!! 눈에 띄게 안빠지고, 피곤하면 뻥뻥 멋지게 뚫어지던 입안의 구멍이 생기지도 않을뿐더러 생기려도 폼 잡다가도 먹으면 사라져버리는, 내가 생각하기엔 정말 기똥차게 희한하고 효과좋은 약이다. 아~~ 이러고보니 정말 약장수 갔다.) 물질이 들어있는 알약이다. 고약한 냄새도 나지 않고 몇 알 물과 함께 우아하게 삼켜주시면 된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알약이 있었음에도 나는 무식하게시리 푸로틴 파우더를 먹고 생고생을 했으니.....도대체 우리 샘, 나에게 왜 그러신거야~~ 
어쨌든 전원이 그 약의 효과를 본 우리 창조놀이 팀은 심심하면 누가 어떻다 등등의 이야기를 해 가면서 희희낙락하는데, 그건 그 만큼 효과가 좋고 , 더구나 효과를 직접 확인하니 즐거울 수 밖에 없어서이다.

그런.......

스피룰리나처럼, 우리들은 서로에게 그런 영양제이다. 우리, 그런 영양제를 통째로 곁에 두고 걸어가는 행복한 또하나의 스피룰리나이기도하고 그렇게 되기도 해야 한다. 내가 그리될 수 있어 행복하고, 그런 영양제 한 통이 있어서 행복하다. 오래오래 곁에두고 내 영혼마저 튼튼해져서 그들의 영혼도 지켜줄 수 있으면 좋겠다. 세상 어디를 떠돌다가 이렇게 내 앞에 나타난 인연에 가슴 저릿하고 뜨거운 감사를 나누게 되는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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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9.21 00:19:44 *.121.41.244

* "말과 생각은 그 사람이 아니다. 선택과 행동이 그 사람이다."(안철수)
* "행동이 바뀌어야 운명이 바뀐다." "자기경영은 행동이다."(구본형 사부님)

명희님의 다부진 다짐에서 얻어온 글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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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9.21 00:25:24 *.121.41.244
이야기를 하면서 오게 될 것들이 내게 와 안겼다.
선택과 행동을 통해 나를 보여야 할 때.

영혼의 스피룰리나가 맞다.
사람뿐아니라 그들이 던지는 에너지마저도 그렇다.

삼키고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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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9.21 17:47:46 *.121.41.244

317일차   2011 09 21  수요일


* 꿈을 꾸며 꿈에서 살고 꿈 속에 내가 있네.

새벽 4시 40분 알람, 벌떡 일어나진다. 순간 생각했다 사람의 정신이란 것이 오묘하다 생각은 하였지만 어찌 이토록 틀림이 없는가? 출석에 대한 의무감으로부터 살짝 비껴가있어서 그런지, 300+ 기간엔 곧잘 지각하기 일쑤였는데 오늘은 한창 물오른 단군이 활동 때 처럼 틀림없이 알람이 들렸고 들리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사람은 역시 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다라는 믿음이 여지없이 확인되는 새벽, 하고싶은 일이 있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변해가는게 틀림없다.

어제 아이들과 수업을 마치고 한창 청소하느라 떠들썩한 시간 울리는 전화벨소리,  통화..... 그리고 뜻하지 않았던 일의 시작....  그리고 오늘 새벽, 필요한 몇가지 자료를 다듬어서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냈다. 일이야 결정되는 것을 봐야 아는 것이지만 학부모대상 연수 강사라 하니, 양육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야 늘 있는 것이고 몇 번의 부모 프로그램과 근래 관련 서적들을 읽으면서 목소리를 높여 말하고 싶은 것들이 생겨나던 터였다. 사람의 인연이란 것이 알 수 없는 것이라지만, 여기 단군이에서 만난 인연이 모니터와 세미나 장을 넘어 현실세계에서 구체화되고 자리매김하려는 것을 보는 소감은 매우 놀랍고 각별하다. 윤정님은 무엇때문에 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여기서 펼쳐지는 것들이 분명 우리들의 많은 부분을 담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학교를 통한 가정의 행복이 가능하다 홀로 꿈꾸던 시절, 그 믿음이 무엇보다 확실했던 그 때로부터, 그 시작은 교사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도전했다. 그 때만해도 학교에서 내가 부여받은 나름의 사명이 있다고 생각했고 나는 적어도 그런 모습 하나라도 학교에 남기고 떠나야 평생 몸담아 온 내 직장을 마음 가볍게 떠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꼭 그리 만들고 싶었고 나 하나라도 그런 변화의 초석을 놓고 떠나고 싶었다. 아마 그래서 더 많은 생각과 마음으로 그 일에 의미를 두었던 것이었고 꼭 되어야 하는 재촉이 버려지지 않는 갈망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렇게 무거운 짐하나를 스스로 짊어지고 있었다. 마치 나 이외에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 마냥.... 그 생각으로부터 발생하는 수 많은 비극을 알면서도.

그러나 우리들의 삶을 되돌아보면, 꿈꾸던 세상을 향해 외치던 내 목소리가 쉬어지고, 내 눈빛에서 좁은 이기심이 거두어지며, 내 몸에 내 목에 힘이 빠지고 꼭 그리해야한다는 편협한 생각이 거두어지고, 순리에 몸을 맡겨두었을 때, 일은 제 스스로 생명력을 가지고 그렇게 펼쳐나갈 사람을 찾고 펼쳐질 장을 찾아 간다.  상황으로부터 분리된 자신을 보기를 즐기고 진정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해졌을 때 무심히 손을 내민다. 그리하여 진정 그토록 꿈에 그리던 세상을 향해 발을 내디딜 때는, 흔들림도 가벼움도 내려놓게하고 정제된 관계와 실천을 통해 그토록 그리던 세상을 내보여준다.

 내 꿈 한조각은 거기있었다. 학교를 통한 가정의 행복. 학교라는 전달체계는 형편없이 못나고 쪼그라든 모습으로 우리에게 각인되고 있는 중이지만, 일반 가정에 있어 학교는 대단히 중요한 장소인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그 학교가 바로서고 학교로부터 빚어지는 긍정적인 에너지장을 아이들을 매개로 한 가정에까지 가져가보고 싶은 것이었는데 말이다.

학교, 좋은 곳이다. 얼마든지 멋진 일들이 만들어 질 수 있는 장이고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다만 거기도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 곳곳마다 만들어지는 에너지 장은 제각각 일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우리가 노력한다면, 달리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면, 천덕꾸러기 같은, 제 뜻의 이름조차도 부끄러울 학교에서, 행복의 샘물이 솟아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준비하는대로 잘 하게 될 지는 모른다. 그러나 과도한 욕심과 지나친 낮춤을 거둔다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에서 보람과 행복을 느끼게 될 것이다. 꿈은 꿈이 입는 옷을 벗을 때 비로소 우리 살고있는 세상에 그 모습을 그려내는 것 같다. 학교를 떠나기 전, 올 때가 되어 찾아온 일 같다. 그래서 이 번엔 그냥 오케이 했다. 과연 내가 그리던 이상적인 세계가 학교를 통해 그 시작이 될 수 있을지, 어디 가 보자, 가는 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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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9.23 22:01:12 *.121.41.244

318일차   2011 09 22  목요일

* 쉽다.

사는 게 쉽고 생활이 쉽고.... 이렇게 쉽게 살아도 좋은지 걱정이 될만큼 마음이 가볍다. 얼마나 가벼웁게 일이 풀려가는지 오늘은 수업장학이었건만 이 것도 일사천리로 일이 풀려 부담감이라고는 없는 수업을 해치웠다. 물론 이 번 학기 들어서면서부터 1학기 내내 안쓰겠다고 뻥뻥 큰 소리치던 논문을 언제그랬냐는듯 들추려하고 있기때문에 때때로 묵직한 걱정이 나를 누르기는 하지만,  어찌보면 그 또한 시간이 지나면 어떤식으로든 모양새를 갖추어 갈 것이다.

한 때 마음 전부를 담고있던 장으로부터 이제 충분히 익숙한 것들을 내려놓고 새롭게 펼쳐지는 공간을 향해 이동하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런 감이 잡힌다. 그런 보이지 않는 감이 피부로 깊숙하게 느껴지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정말 공간이동 중이다.

주간의 생활을 보다 짜임새있고 실속있게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일주일을 풀어두고 우선순위를 매겨보고있다. 창조놀이, 논문, 논문과 강의를 위한 프로그램 완성 같은 이런 활동 위주의 생활로 다시 주간계획이 들어찬다. 꼬레회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을 논문을 위해 투자해야할 것 같다.

살짝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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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9.24 10:55:36 *.121.41.244

319일차   2011 09 23  금요일

* 마음 가벼운 날

어제 공개수업이 끝났다.  이제야 그동안 지고있던 일련의 짐들이 내려놓이는 것 같다. 아직 겨울은 다가오지도 않았는데 거창한 일들을 마무리하고 일년을 끝낸 것 같은 느낌이랄까?

알 수 없는 일들이 원인과 결과가 되면서 연속선 상에서 일어나는 것 같다. 지난 겨울에 시어머니 건강과 관련하여 자진납세하는 기분으로 미국행 표를 사 두었던 것을 취소하면서 50만원인가 날려먹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여름방학이 다가왔을 때 또 동생에게 가기위해 일을 작당하고 있을 때, 이 번엔 또 다른 일로 마음을 접었다. 나 이외의 부분에서 일어나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리고 가려면야 가지 못할 이유도 없는 것이지만, 모름지기 여행이란 내 행복을 위해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아직은 강한터라, 생활의 복잡함을 두고 나 좋아라 떠나는 그런 용기가 생겨나주질 않는다. 기분좋게 가서 기분좋게 여행하고 성장한 눈으로 돌아와 또 다시 일상에 합류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그런 고정관념이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촌시럽게도 혼자만의 자유를 꿈꾸면서 날아가버리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지난 여름방학은 받고 싶은 연수하나로 방학을 채워두었었더랬다. 다문화가정에 관한 연수였는데, 창조놀이와 관련해서도 그림을 그리고 있던 터라 좋아라하며 신청해두었다. 그런데 왠걸? 그게 덜렁 신청자 명단에서 빠져버렸다. 참 어이없기도 하였지만, 졸지에 한 달 넘는 기간이 널널하게 남았다. 그 때만해도 공부하고 싶지가 않았기때문에 연수도 공부도 없는 시간이 이상도 하였다. 그런데 그 때 창조놀이가 시작되었다.

생각해보면 참 재밌고 신비롭다. 잡으려해도 연 닿지 않을 것들은 말없이 돌아서고, 알아차리지 못해도 올 것들은 내 곁에 온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그 어떤 일도 사실은 내 선택 선상에 있는 것이겠지만, 여행이니 연수니 손 흔들고 간 자리에 창조놀이는 오히려 손을 흔들며 나타났다. 창조놀이를 잡을 때는 나와 놀이가 일치감을 가지며 펼쳐지는 것 같다. 그 어떤 방해물도 생기지 않고, 어렵게 어렵게 억지로 쥐어짜며 가기보다는 사람이 모이고 사람을 알아가고 일을 만들어가고 하는 것들이 그렇게 억지로 끼워맞추듯 흘러가는 것 같지는 않다. 흐르는 물에 몸을 맡긴 것처럼, 누구는 이 일 그 누구는 저 일에 재주가 보이고 또 좋아해왔고.... 그렇게 형태가 하나씩 갖추어져 나가는 느낌이랄까?

방학 한 달 내내 그렇게 재미있게 우리들의 놀이판을 펼쳐놓고 개학을 바라보았을 때 신기한 것은, 지나는 여름에 연연해하지 않는 것(보통은 지독하게 늦여름을 앓아왔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내 마음에 알 수 없이 그득하게 들어찬 즐거운 기분을 안고 다시 일상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로부터 개학해서 얼마있지 않아 추석, 그 다음 며칠 뒤 시어머니 생신, 그 다음 며칠 뒤 수업공개까지..... 그렇게 빡신 스케줄을 소화하고 비로소 어제 풀려났다. 마치 꽉 잡힌 팔이 스르르 놓인 느낌이랄까?

9월 그렇게 짜인 스케줄 속에서도 내가 원하는 목표들은 더욱 더 뚜렷하게 형체를 드러내고 있고, 또 더구나 이제 그 장이 재미있게 펼쳐질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생긴다. 연구가 삶이 되고 놀이가 삶이되고 그리고 꿈꿔왔던 그 꿈이 곧 내 현실세계로 찾아들어와,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그런 나날을 즐길 수 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보게된다.

말과 생각이 아니라 선택과 행동이 그 사람이라했고,  내 행동이 바뀌어야 내 운명 역시 바뀐다 했다. 즉, 실천하라는 것이다. 매일의 삶 속에서 실천하라는 것이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꿈을 꾸거든 그렇게 되기위해 실천하는 삶을 살라는 것이다. 누구는 심층연습이라했고 누구는 노력이라하고 또 누구는 끈기를 가지고 인내심을 가지고 성실하게 살라한다. 다 같은 말이다. 원하는 삶을 살기위해,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그런 별하나 갖기위해 한다 하고싶다 말보다는 그렇게 하기로 선택하고 매일매일을 지속적으로 연습하라는 것이다.

그리 살겠다 말만 하지말고, 매일 일어나 매일 공부하고 꿈꾸는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또 시간을 보내라는 이야기다. 그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좋을 상황이 아니면 그 어떤 일도 그 상황에 어울려 벌어지지 않는다. 결국 그런 상황을 만들어두어야 하는 것이 나의 몫이다. 내가 원하는 상황이 벌어지도록 만들어두는 삶, 그게 준비이고 그게 인생 여정인 것이다.

오늘은 현재 생각하고 있는 세 개의 프로그램들에 담길 내용들에 대해 떠오르는대로 생각하고 기록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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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9.24 17:23:50 *.121.41.244

320일차   2011 09 24  토요일

* 종일 책 읽기, 긍정심리학 프라이머.

겨우 읽었다.  담고있는 내용은 그렇다쳐도 내용 구성이 어찌나 산만한지.... 읽는데 힘들었다. 이해도가 떨어지는지... 이 분야에 대해 더 공부해 볼 필요가 있다.

다행히 뒷부분에 들어서는 읽을 꺼리가 있고 적용해볼 만한 꺼리들이 있다. 다행이다. 필요할 때 줄 친 부분만 참고해봐도 된다. 심리적 유토피아란 대목에서 읽기가 멈춰졌다.
 

"심리적 유토피아는 가능한가?
사려깊고, 헌신적인 사람들로 구성된 작은 집단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결코 의심하지 마라. 실제로, 그것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 마가렛 미드 -"

안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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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9.26 05:26:55 *.121.41.244

321일차   2011 09 25  일요일

* 나를 놓아버리기

문득, 나눔이라는 단어가 가슴을 때리며 들어오는 것 같다.
되돌아보면, 이 단어와 나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
나눌 것이 없다 여겼고, 나눔의 행위가 가지는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했다는 생각도 든다.

매달 하는 기부는 그냥 남이 하라해서 시작했던 것이었지 찾아 나선 적이 없고, 늦은 밤까지 내담자를 기다려 아무도 없는 연구소에서 상담 봉사도 했지만, 그 속에 나눔의 진정한 뜻을 담았는지는 미지수다. 그냥 내가 좋아서 했던 것만 같다. 그들이 나아지면 내가 기뻐져서.

그렇게 그냥 할 수 있어서 했던 것이지 나의 행위를 통해 그 누군가와 나누게 되는 삶까지는 생각할 여유가 없었고, 또 그만큼 성숙되지 않았었는지도 모른다. 기부나 자원봉사 등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받는 사람들보다 삶의 만족도가 높다는 연구결과를 알기도 전이었지만, 어쩌면 나눔은 스스로가 자신을 위안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여겼고 난 그 방식의 위안에 흥미를 느끼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가을이 깊어가는 이 저녁, 가만히 생각해보면,  결국 자신을 위한 것이든 아니든 내가 아닌 도움이 필요한 어떤 인간의 삶에 내 손길이 미친다는 것은 고귀하고 성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아닌 남의 안녕을 위해 내 가진 것을 나누는 마음이야말로 어쩌면 고매한 인간의 품격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굳이 거창한 것을 나누어야 하는 것이 나눔은 아니다. 내가 가진 것, 내가 가진 따스한 마음과 눈길로 타인을 보고 나를 앞세우는 이기심을 내려놓는다면 그게 내가 가지지 못한 나눔이란 행위의 시작인지도 모른다. 밀접한 관계에 꽤 무관심한 지금보다는, 타인이 중요하게 여기는 관계에 대해 주의라는 에너지를 쓰는 것조차도 어찌보면 내게 있어서는 나눔의 시작일 것이다. 그것은 나를 넘어선 영역으로, 호기심과 진정어린 눈길로 타인을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라 할 수 있으므로.......
 
세상은 배우고 배워도 끝이 없고, 그래서 살아도 살아도 행복해지는 게 삶이다. 글로벌 성공시대였다. 프로그램 중에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을 보면 뜨거움이 목구멍으로 올라와서 민망해질 때가 많기 때문에 꼭 혼자서 보고싶은 프로그램이다. 그들이 성공이란 이름을 얻게 되기까지 겪었을 힘겨움과 그 뒤에서 삼켰을 존재적 슬픔이 적지 않았음에도 그것을 이겨내고 참으로 우아하고 아름다운 인간으로 살아가는 그런 삶의 태도에 부끄러움과 동시에 슬픔도 느낀다.

고생은 그 사람들이 했고 또 성공도 했다는데 내가 왜 슬픔이 느껴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누구든, 자기 앞의 생에 치열하게 부딪히고 꿈을 향해 살아온 시간은 찬사받아 마땅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딛고 올라서서 보여주는 고귀한 나눔과 배려하는 삶은 귀감이 되기에 충분해서 더 부끄러워진다.

내 것에만 급급해하지말고 내 마음을 이완시키고 열어두어 들고 나가는 모든 것이 자유롭게 해 두고 싶다. 꽁꽁 싸 매 둔' 나'란 고삐를 풀어서 푸르른 초원으로 달려나가도 좋도록 놔줘버려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를 묶고 있는 그 어떤 생각이나 마음이나 느낌이나 관계나.......

스스로 구속하기에 구속당하는 것이지, 그 누구든 나를 구속하지는 않는다.

종일 책읽다 정리하다 했다. 그리고 푹 잤다 허리 아플만큼 간만에 오래 잤다. 역시나 지나친 건 표시가 난다. 너무 오래자서 허리아프다. 신화의 힘을 이제 세 번째 도전했는데 이제서야 술술 읽히고 행간에 숨은 뜻이 뭔지 알아들을 것 같다. 넘들 다 읽는 책을 이렇게 읽기 어려워하는 걸 보면 어디 비정상인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교양 철철 넘치는 사람들 근처서 살려니, 음....... 힘 좀 들군. 우쨋거나 이젠 단숨에 읽어도 좋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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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9.27 11:30:15 *.246.77.2

322일차   2011 09 26  월요일

* 기다림

기다리는 시간은 즐겁다. 적어도 기다림이란 도래한 적정 시점이 즐거울 것이라는 생각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감정이다. 월요일 꼬레회의는 늘 이렇게 약간 설레고 하루를 즐거운 마음으로 보내게끔 한다.

하긴 회의가 기다려진다기보다는 회의에서 만날 사람들을 기다리는 것이고 각자가 가져올 일의 진행 상태가 궁금하고 또 어떻게 일주일을 보내고 돌아왔는지 모니터가 아니라 얼굴을 보고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때때로 우리가 기대하던대로 일이 풀려가지 않고 또 다른 샛길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더 만남이라는 것이 각자가 꼬고 있던 실타래를 한 곳에서 풀어내는 것 처럼 한 번은 정리하고 넘어가 주는 일종의 확인 점검의 날이라고나 할까?

꼬레 창조놀이가 진행될수록 불필요한 껍질들은 걷어내어지고 순수하게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이 대체로 단순화되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다. 우리가 가능한 것과 또 우리의 가능성이 꽃 필 수 있고 우리들만이 차별화를 시킬 수 있는 일들이 하나하나, 불명확한 대지 어느 곳에서 잉태되어 자라온 것들의 거추장스런 옷을 벗어던지고, 진정 우리와 마주해야 할 그 순수한 결정체로 다가오는 것 같다.

어쩌면 우리는 어느 시점에서 그런 것들을 만나기위해 애쓰고 노력해왔는지도 모른다. 각자의 자리를 떠나 한자리에서 우리들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이 6개월의 실험기간이 끝나면,  모두가 어느 정도는 자신에 대해 이해하고 무엇을 얻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함께하는 놀이라지만 자신의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몸 던진만큼 깨닫게 되리라. 각자가 나아가야 할 방향 그리고 우리들 모두가 만들어 온 창조놀이의  실체가 무엇이었는지 뒷걸음지고 뒤에 물러나서야 더 새록새록 알게되리라. 우리들이 즐겼던, 몸 던져 놀았던 그 시간들이 흔히 얻기 어려운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알게되리라.

지금은 현재진행형, 기다림 역시 진행중이다. 그 한가운데서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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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9.27 22:48:54 *.121.41.244

323일차   2011 09 27  화요일

* 살아있음의 황홀

사람들은 우리 인간이 궁극적으로 찾고자 하는 것은 삶의 의미하고 말하지요.
그러나 나는 우리가 진실로 찾고있는 것은 그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는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은 살아 있음에 대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순수하게 육체적인 차원에서의 우리 삶의 경험은
우리 내적인 존재와 현실 안에서 공명합니다.
이럴 때 우리는 실제로 살아 있음의 황홀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 신화와 현대 세계, p 25 신화의 힘- 


한 때 의미가 있는 삶인가가 중요했다. 생각하기에 의미있다고 생각되는 일, 물론 나와 어느 정도는 맞아야겠지만, 에 온통 마음을 빼앗겨 살아온 시간도 있다. 물론 의미조차 없는 일에 귀한 몸과 시간을 내준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아깝고 속상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의미를 가슴에 새겨놓고 그 의미에 충분히 부합하게끔 하는 삶은 피로감을 느끼게 했고, 커다랗고 막막한 세상 한가운데 혼자 서서 메아리 없는 외침을 홀로 하는 것 같다. 

내 온 몸이 떨리듯 공명하는 일, 그런 일을 하기 시작할 때 세상은 험한 세상도 힘든 세상도 아니고 한 번 신나게 놀아볼만한 세상이 된다. 어찌보면 이럴 때 살아있음의 황홀을 느낀다고 한 게 아닌지 모르겠다. 황홀경이라면 이런 상태가 아닐까 생각이 된다. 스트레스가 없는 관계, 그 일에 빠져 있으면 시간이 언제 간줄도 모르는 일, 더 그럴싸하게 말하면 하는 일에 몰입하고 있을 때 말이다. 일상을 그런 느낌으로 살아낼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할 일이다. 그러나 그리 쉽게 얻을 수 있는 느낌은 아니다. 그것 하나를 얻기위해 수 많은 것을을 뒤로 한 뒤에도 가능하지 않을 수 있는, 진심으로 몸과 마음을 가벼이하고 흔들리는 바람에 내 몸을 뉠 수 있을 때라야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야 손잡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살아있음의 황홀이라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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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9 22:38:34 *.66.180.69
국향 님
오랜만에 달려왔습니다.
그 동안 인사는 못드려도 기웃 기웃 보고 있었어요.
2011년이 10월까지 왔다는게 믿기지 않는 요즘^^ 겨울이 기다려지면서도 싫어요 ㅎ

보고싶은 마음에 생뚱맞은 인사 남기고 갑니다^^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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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9.30 21:59:37 *.121.41.244
뭐야뭐야~~~ 그런 기웃거림~~~
왔으면 알려야지 보고만 가는게 워디써? ㅋㅋㅋ

이름도 이쁜 보미님, 잘 지내죠?
어느새 아침 저녁 날씨가 차가워요.
 이런 가을 날씨를 느끼게 되니 작년 생각이 납니다.

시작을 생각하면 항상 아련해지죠?
그래도 여기 같은 공간에서 각기 걷는 중이니 그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보미님 말대로 참 보고싶네요.
더 이뻐졌을 것 같긴 하지만.......ㅎㅎ

항상 건강하게 지내요, 그리고 보고잡으면 보믄되지 뭐가 어렵겠어요? ㅎㅎ
마음 있으면 보게 될것입니다.^^

힘내고 화이팅하세요, 그만 땡땡이 치고 ㅎㅎ....
감기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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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0.01 10:00:05 *.246.77.2

324일차   2011 09 28  수요일

* 자연스러움

어제 오후부터 정리를 시작했다. 마음도 정리하고 생각도 정리하고, 그리고 관계들도 하나하나 정리하고 또 한 켠 얽혀있는 현실적인 문제들도 정리를 시작했다.

마음을 빼았는 작은 수첩이나 쓸 것들에 산발적으로 정리해 둔 어지러운 아이디어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각각의 장소에 둘 것들과 휴대해야 할 것들을 결정하고 한 곳에서 다듬고 정리되어야 할 것들은 모두 한 곳에 모으는 작업. 이를 통해 어디에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가 잡히고, 해야 할 것들과 하지 말아햐 할 것들에 대한 구획정리가 된다. 여기에 덤으로 얻은 것은 보조가방이 꽤 가벼워졌다는 것이며, 불필요한 물건들이 각기 제 자리를 잡아갔다는 것이다.

속이 후련하다. 본시가 정리정돈을 좋아하지만, 생활이 정리되지 않을 땐 영락없이 주변에 물건이 산적해간다. 창조놀이, 학위, 강의 등 각각의 용도에 맞게 어중간한 것들을 과감하게 삭제하고, 꼭 필요한 것들만을 남겨두었다. 그리고 내가 더 원하는 곳에는 보다 구체적이고 보다 적극적으로 힘껏 뛰어들어갈 준비를 하고자 햇다.

때가 무르익지 않았을 때 우리는 온갖 구호를 목청껏 외치고 각자가 짜 놓은 규격에 맞추기위해 애를 참 많이 쓰게된다. 내가 맣나느 그 규격이란 때론 목표일 수도 있고 때론 되고싶은 그 어떤 것들일 수도 있지만, 그 시간 중에는 지치지 않도록 스스로를 독려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재해석하면서 참 많이 힘들여 노력한다. 물론 이렇게 물흐르듯 다가오는 자리찾아 들어감은 긴 시간의 애씀 끝에 만날 수 있는 것이겠지만, 이런 애씀도 무르익어야 자연스러움이란 열매를 맺는 것인가 보다 생각하게 된다.

겪을만큼 겪고, 아플만큼 아프고, 절망을 할 만큼 절망했던 나날 속에서도 다시 일어날 수 있을 때, 먼 훗날 혹은 지금 자연스러움이라는 모습의 단순하고 핵심적인 생활이 잉태될 수 있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더 노력하고 더 절망하고 더 튕기듯 일어나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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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0.01 10:32:45 *.246.77.2
325일차   2011 09 29  목요일

* 빠지다.
 
화요일 시작이 외형적인 정리의 시작이었다면 어제 새벽부터는 다양한 주제나 대상에 대한 프로그램 아이디어 혹은 논문이나 아티클 주제들을 정리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한 두 시간에 마무리될 수 있지는 않아 결국 어제 이어 오늘도 열심히 정리를 했다. 강의를 듣다가 혹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또는 책을 읽다가 적용시켜보고 싶은 각종 아이디어들을 산발적으로 기록해 둔 터라 일일이 넘겨가며 읽고 다시 정리를 했다. 그나마 어디서 주워들은건 있어가지고 몇 개의 노트를 나름 분류해서 썼기 망정이지.... 하긴 그 몇개의 노트가 예닐곱개가 된다는 게 문제였지 ㅎㅎ.
 
거의 다 정리하고 이제 노트 한 개, 가장 핵심적인 노트 한가지를 남겨두고 있다. 세미나 들으면서 혹은 다른 수업듣는 와중에 기록한 것들이라 혼재되어있어, 나처럼 정리 좋아하는 사람이 한 행동치고는 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리하다보니 자신이 이해가 안된다. 내가 나를 다르게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렇게 아무데나 찍찍 갈겨 써놓고 무책임하게 던져두는 만행을 저지를 수 있는 것이지.... 에휴~~
 
어쨌든, 열심히 정리는 했지만 여전히 다 못하고 출근 준비 해야될 시간, 이럴 땐 정말 출근하기 싫다. 더구나 오후에는 미장원에 가겠노라 대강이지만 직원이랑 언약을 한 터라 그것도 지켜야 할 터이고, 내일은 또 신세 진 사람들에게 밥사주고 갚아야한다. 지금은 학교에서 내가 신세지고 있지만, 살다보면 언젠가 그들도 내게 신세질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면서....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열심히, 다른 것은 최소한의 지킬 것들만 지켜 사는 생활. 그렇지 않고 여러가지에 욕심을 부리거나 기준선을 딱딱하게 정해버리면, 물렁한 내가 설 땅은 사라진다. 그리고 내 역량도 거기에 미치지는 못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준비해서 먼 훗날 그들의 삶에 한 조각 보탬이 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내 지난날도 잘 산 날이 될 것이다. 그냥 지금은 내가 하는 일에 빠져서, 흠뻑 빠져서 그 일을 즐기고, 시간이 마련한 결과물을 보게 되면 좋겠다.
 
그냥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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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0.04 16:34:06 *.121.41.244

326일차   2011 09 30  금요일

* 의례 

'신화의 힘'을 읽다가 새롭게 들어온 낱말이 있다. 의례라는 것. 캠벨에 의하면 원시시대부터 인간은 다양한 의례를 통해 매듭짓고 시작하고, 또 인간과 자연의 온갖 사물이 하나됨을 은연중에 나타내는 등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읽으면서 생각해본다. 그 때서야 내게 있어 오랫동안 이해되지 않았던 행위에 대한 나름의 이유를 캠벨의 책에서 찾는다. 내가 의례의 한 예로서 떠올린 것은, 진심으로 동의할 수 없으나 기계적으로 이해하고 존중해주려 무수히 노력해왔던 제사이다.

별로 큰 의미를 찾지 못했다. 아무리봐도. 종일 여자들이 만들어 놓은 음식에다 대고 밤이 되면 생뚱맞게 뛰어들어온 남자들이 넙죽넙죽 엎드려 절을 하고 더구나 당연히 자기들에게 먼저 차려지는 상이라니...... 참 이해하기 힘들고 받아들이기 힘든 느낌이었고 혼란스러운 경험이었다. 무려 20년이 넘는 기간 꼬박꼬박 오기로라도 다니긴 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본다. 내 느낌이나 생각이란 것이 결국은 그 집단의 일원으로서의 생각이기보다는 집단에 속하지 않은 주변인이었기에 흔하게 가질 수 있는 생각이었을지 모른다는 것. 내가 참여한 모듬살이에 내가 주인된 마음으로 참여한 의례였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를 곰곰히 되씹는 이런 일을 오랫동안 해오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것이다.

물론, 그 모듬살이에 속한 인간들이 그 역할에 대해 보다 열린마음으로 수용하고 협력하는 마음이 우선되어야 각 모듬살이가 가진 의례란 것이 자신들이 원하는 기능을 하며 유용하게 지속될 수 있는 것이겠지만, 한편 생각해보면 결코 그 집단에 속하고 싶지 않아서 발버둥쳤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사람에게 변화가 다가왔을 때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그 변화가 가져오는 새로움에 몸 담글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자가 어쩌면 과거의 먼지 묻은 신발을 벗고 새 신발을 신을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한지도 모른다.

자연은,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를 가르친다.
그 속에 속한 인간이 해석해내기에 부족할 뿐이다.

주인의 마음과 주인의 눈으로, 끌려들어가는 삶이 아니라 성큼성큼 걸어들어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 내가 속한 작은 세상에서 행해지는 작은 의례들, 귀하게 여긴다면 그 의례를 통해 때때로 새로 태어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선택 당하기 전에 스스로 선택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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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0.05 05:10:43 *.121.41.244

327일차   2011 10 01  토요일

* 인연

퇴근시간 40분, 일과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은 출근 시간 보다는 여유롭기 마련인지라 이런 저런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가을 나무가 아름다운 옷을 갈아입고, 동면을 위한 예감을 하게 되는 즈음이면 문득 내가 입고 있는 많은 인연이란 옷들을  홅어보게 된다.

오고 가는 많은 사람들, 인연으로 만났다가 또 다른 인연을 찾아가고 또 다른 인연으로 곁에 남은 사람들....

본시 인연이란 어느 한쪽의 끌림 만으론 성사되지 않기에, 알수없는 서로간의 이끌림으로 맺어지는 법이기에 때론 익숙하고 때론 아련함을 남기기도 한다. 하루하루, 과거의 시간 속에 쌓여진 것이 현재이기에 만나고 보내고, 그렇게 오늘의 일상은 또 다른 내일을 품고 있는 것이다.

떠난사람은 보낸 사람이며 남은 사람은 선택한 사람이다. 결국 인연이란 그렇게 내가 움직여 빚어낸 그릇인 것이다.

어떤 사람들과 어떤 세상에서 꿈꿀 지 정하는 것 역시 인연이 빚어낸 황홀한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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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0.05 14:41:30 *.246.77.2

328일차   2011 10 02  일요일

* 때로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볼 것

혼자 생각은 우리를 때때로 자기만의 세계에 가두기도 한다. 가두어두고 자기식대로 해석하고 이해하고 그러다가 화내고 자신이 아는 범위 내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그 속에 열린 문이 있거나 혹은 없거나간에 우리는 자신만의 색깔이 강해지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에게 맞는 색깔을 지니고 살아가고, 자기에게 어울리는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본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은 그런 안경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리하면 늘상 봐오던 사물도 사람도 다른 면이 보이기도 하고 전체적인 윤곽이 잡히기도 한다. 내 안경을 벗고 다른 사람의 안경을 써보는 것, 그런 일도 때때로 필요한 일 같다.

인터뷰를 하려 천안으로 갔다. 늘상 봐오던 공장이지만 유심히 보니 제법 귀여운 부품들도 보이고 + -선을 꽂고 충전중인 밧데리들은 꼭 파마 중인 사람같아 보였다.

재밌었고 신선한 경험이었다. 일상적으로 놀러만가던 공간에서 공식적인 일을 하고 있으니 이상했다. 그래도 꽤 재밌었다. 일 다 마치고 수희향이랑 출발해서 나올 때 "난 형부가 장가 잘 온 줄 알았더니 이제보니 언니가 결혼을 잘한거였어!"라는 말만 빼면 다 좋았다. 그럼 못쓴다. 다~~내 덕분이다. 그럼~그럼~
내가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잔소리 안하고 개성대로 일하도록 배려한 거, 그거 나 아님 잘 못한다. 진~짠데 사람들이 잘 안믿는다.

어쨌거나 오늘 멀찌감치 떨어져서 보니 그동안 힘들여 키운 보람이 있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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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0.05 16:34:04 *.246.77.2

329일차   2011 10 03  월요일

* 관계의 색깔

생각은 많았으면서도 내가 타인에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얼마나 된단 말인가? 라는 생각에 늘 말은 삼간다. 분명 부족한 점이 보여도, 혹여라도 그 관계가 나빠질까 염려할 때가 있어 생각만으로 머무를 때가 많고, 사실 받아들일 그 사람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제아무리 진심어린 이야기라 한들 좋게 들리기는 힘들다는 것을 몇 번의 경험을 통해서 알고있다. 전혀 다른 의도로 해석되는 그런 황당함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함께하는 여러 프로젝트에 어느새 맏언니쯤에 끼이는 나이가 되었다. 그러나 생각이나 마음은 늘 열려있다고 여긴다. 그러나 우리들은 각자 가지고 있는 사고의 틀을 벗어나기가 쉽지는 않기에 누구나, 나이가 많든 적든 고유의 사고방식으로 생활한다. 그리고 거기에 정답은 있을 수 없다. 문제는 함께 살아가는 일에 있어서는 때론 일이 진행되도록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 그래서 오늘 나이 많은 죄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사람을 울렸다.
아니 그가 울었다.

나이 서른여덟에 울 수 있는 마음, 아무나 가지기 어려운 순수함이다. 누가 말하든 그 말을 순수하게 받아들고 자신을 돌아본다. 잘못했다고 한다. 안다. 그는 그의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단지 일의 성격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고 하는 말, 그 말을 그는 말의 근본부터 이해할 수 있다.

분명 그에게 듣기 힘든 말이었음에도 그는 말하는 사람보다 자신을 살피고,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타인의 지적에 감사해할 줄 아는 능력을 지녔다. 분명코 그는 이 일을 디딤돌 삶아 도약하리라.

우리가 과연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다 큰 성인들, 각자의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그러나 때때로 우리는 깊은 관계라는 끈을 잡고 사는 인연들도 있는지라, 어찌보면 불편함을 무릅쓰고 그의 영원한 안녕과 성장을 소망하기에 때로 입에 쓴 약도 주거니 받거니 한다. 만약 조금이라도 내 안위를 생각했다면 하지 않았을 일, 그의 안위와 장차 그의 우뚝섬을 보고싶기에 할 수 있는 말, 함께가는 동지이기에 친구이기에 할 수 있는 말.

오늘 이렇게 사는 것이 기쁜 것은 내 의도가 곡해되지 않았다는 그것이다. 나는 그런 아름다운 사람과 살아간다. 강렬한 자신의 주장도 때로는 내려놓고 한가들 열린마음으로 주변의 말과 소리를 받아들이고, 곱디고운 그의 색깔로 채워갈 수 있는 마음. 그가 보여준 서른 여덟의 마음이다.

그는 자신의 어떤 부분이 부족한 지 정확하게 알고, 방법을 알게 된 그 순간부터 박차고 일어날 것이다. 한 번에 완전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 그렇기에 매일매일 만날 때 마다 더 알차고 성숙해지는 그를 볼 수 있을 것이다.말하고 나서도 그 어떤 꺼림직함이 남지 않는 인연은 동생말고는 처음인가보다.

그래서 좋다. 내 말을 들어서 좋은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분명할텐데도 불구하고 타인의 말에 귀기울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을 알고 있어 좋은 것이다. 적어도 우린 오다가다 마주한 관계는 아닌 것이라는 것, 그런 관계의 색깔보다는 훨씬 기품있는 관계라는 것이 좋은 것이다.

그를 통해 나를 돌아본다. 나도 그만큼이나 타인에 대해 열려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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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0.05 16:57:05 *.246.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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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꽃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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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0.05 21:27:34 *.121.41.244

330일차   2011 10 04  화요일

* 신화의 힘 중에서

시간과 공간은 우리의 경험을 한정시키는 감각 능력을 형성시킵니다. 우리의 감각은 시공의 장에 갇히고 우리의 마음은 생각의 범주라는 틀에 갇힙니다. 그러나 우리가 접촉하려고 하는 궁극적인 존재(이것은 사물이 아닙니다)는 갇혀있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생각을 하려고 함으로써 이것을 가둘 뿐입니다.

 초월자는 사유의 모든 카테고리를 초월합니다. 존재한다,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카테고리입니다. '하느님'이라는 말은 모든 사유를 초월해 있는 존재를 일컫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 '하느님'이라는 말 역시 사유를 통해서 생긴 것입니다.

중략

그노시스파 기독교에 따르면 야훼가 지닌 문제 중 하나는, 자기가 메타포라는 것을 잊어버렸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야훼는 자신을 메타포가 아닌 실체라고 생각했다는 거지요.

126-127, 신화의 힘, 조셉캠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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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0.07 06:53:21 *.246.77.2

331일차   2011 10 05  수요일

* 주제 정리 마무리

늘 그렇듯 알람이 울리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밀어 일단 알람을 진정 시킨 다음 가만히 누워 정신을 주워담는다. 아주 작은 기온의 변화에도 민감하기 짝이 없는 귀하디귀한? 이 몸 때문에 이불에서 일어나는 순간 바로 분홍 하트가 온통 어지럽게 그려진 후드 점퍼를 걸쳐입고, 화장실, 이 닦기, 그리고 커피를 가지고 노트북 앞에 앉는다. 사부님 칼럼을 한 번 훑어보고, 음~~ 역쉬나 사부님은 아는 거이 너무 많아서 무서버~~ 를 한 번 생각하고, 칼럼을 통해 일러주신 대로 얌전하게 잘 생각하고 머리에 넣겠습니다 라는 작은 각오를 한다. 습관처럼 매일 같이 이루어지는 활동을 한바탕 해치운 다음 본격적인 새벽활동을 시작하고, 하다가 잠깐 정신들어보면 어느 새 출근준비해야 되는 시간이 다가와있다.

오늘은 드디어 여기저기 있던 내 논문에 관한 아이디어들을 한 곳에 전부 정리해서 옳겨놨다. 가장 큰 덩어리가 남아 은근히 압박이 심했는데, 오늘은 우쨌거나 주제 정리하는 건 마무리했다.

그러고나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갈겨 써 둔 아이디어들은 학교에서 적용하고 싶었던 아이디어들이 많다. 현재 밖에서 만들어가려고 생각 중인 프로그램이 과연 연구의 가치가 있어서 그 결과가 일반인에게도 적용가능 할 것인지에 대해 어지간히 고심 중인터러 더더욱 그런 생각이 많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자문해보고 자답을 해 본다. 좀 더 학문적인 연구결과를 도출해서 학교 사뢰에 보탬이 되고자한다면 학교 내에서 실시하고 효과를 보는 것이 맞는데, 그러자면 학교에 머물 기간 등과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복잡한 마음을 일단 닫아놓고 오늘의 상세일정을 체크하고, 꼭 해야할 일을 체크한다. 현재 가장 중요하고 반드시 잘 준비해야 하는 일은 학부모 연수 강의 부분인지라, 그 동안 학부모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아이디어 노트를 펼쳐 놓고 내용위주의 재정리를 했다.

가슴이 뛴다.
일찍자니 일찍 몸이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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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0.07 06:59:54 *.246.77.2

332일차   2011 10 06  목요일

* 신나는 여행을 위한

알람 울리면서 일어나서 윗옷을 걸쳐 입고, 화장실 다녀오고 이 닦고 나오는 데 코가 막히기 시작한다. 큰일이다 싶지만 더 따뜻한 옷을 입고 따뜻한 마실거리를 먹는 것 이외에 방법이 없다. 이러면 또 오늘 새벽 내내 막힌 코와 씨름해야되고, 지저분하게시리 연시 콧물을 닦아 낼 수 밖에 없다. 비염인 줄도 모르고 감기인 줄 알았는데, 따뜻해지면 낫는 감기라서 이상하다고 했더니만 알고보니 기온이 조금 낮다고만 생각되면 영락없이 코가 막혀서 입으로 숨쉬는, 그런 비염인 것 같았다.

훌쩍 훌쩍 거리며 학부모 연수에서 다루고 싶었던 주제를 기록한 프린트 물을 편쳐 놓고 지난 번 강의 갈 학교에 보낸 초안을 보면서 본격적으로 다루고 싶은 내용을 다듬기 시작했다. 아이디어 기록한 것들을  프로그램에 가져와 적용할 수 있도록 중복되는 내용을 삭제하고, 반드시 필요한 부분은 삽입해 두는 활동을 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찾아 낸 내용을 자료로 만들어 두었다.

내용을 빼고 넣고 하면서 생각해보았다. 과연 내가 먼 인천까지 가서 딱 한 번 만난 부모님들에게 무슨 말이 하고싶은 것인가? 그러니까 답이 나오는 것 같다. 사랑하는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어하고 행복하게 살고싶어하는 사람에 포커스를 두기로 하고, 내 말에 진심을 담기위해 노력, 전해질 수 있다면 나는 좋은 강의를 한 것일 것이다. 그리하여 한 가정이라도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면, 내게 있어 큰 보람이자 기쁨일 것이며 학교를 위한 가족치료의 쉬우나 의미있는 시작이 될 것이다.

변화란 당장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기에 이루어지겠지. 또는 나로부터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그 사람이 만나는 그 누구로부터의 자극이든 본인 스스로의 깨우침으로부터이든, 어떻게든 알게되고 변화를 즐기게 되리라. 그러니 안일하게 생각말고, 어찌보면 이 일이 내가 진정 원했던 학교전달체계를 위한 가족복지적 접근의 한 형태로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일 수 있는 시작이기 때문에, 말 할 기회가 있을 때 열심히 말 해 주어야한다는 생각을 한다. 판단과 결정은 그대들의 몫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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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0.07 09:54:21 *.246.77.2

333일차   2011 10 07  금요일

* 정신

전날 꿈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잠에서 깨면서 혹시 이게 꿈이면 좋겠다라고 생각을 하면서 깨어났다. 그리고 정신이 드니 꿈이라서 휴~ 싶다.

카드를 잃어버린 것 같다. 지갑을 열어보는 장면이 보이는데 그 속에 내 카드들이 몽땅 다 없어지고 시잘데기 없는 카드들만 허전시럽게 자리잡고 있었다. 진짜 어이가 없고 그 뒷감당이 너무 귀찮고 짜증스럽다고 생각하면서 이게 차라리 꿈이기를 바랬는데, 꿈이었던 것이다.

딸내미 교정장치 빼고 또다른 무언가를 끼우는데 결재해야되어서 카드를 맏기는 걸 잊어버리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두어번 했는데, 그게 그렇게 염려로 나타난 모양이다. 하여튼 솔직한 마음이라니.......

학교아이들 데리고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온 터라 피곤하기는 하지만, 오는 차 안에서 살짝 졸았기때문인지 정신은 말짱하여 집에 돌아와 밀린 일지를 손봐 올리고, 상영관에서 내려버리기 전에 꼭 봐야겠다 생각해 둔 영화를 보러갔다. 수희향이 강추한 영화, 단군이 공식 지정 영화라해야 된다고 하는 영화, 세 얼간이였다.

가벼우면서 적당한 코믹, 보기에 부담이 없었다. 하루에 한 두 번 하는 영화인데 관객이 꽤 많았다. 입소문을 많이 탄 영화라서 그런 모양이었다. 건강한 영화였고 튼튼한 내용을 담은 영화였다. 감독과 작가가 궁금했다. 좀 더 알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근래 국내 개봉작이 사회적 변혁을 위한 함성을 일으키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미디어가 얼마나 건강한가 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미디어를 만든 사람들의 정신세계나 사고의 건강을 말하는 것이다. 그게 건강하고 바람직해야 그 영향력만큼 인간에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사람은 이름값을 할 필요가 있다. 인간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지대하다는 조건 하에서 그런 것 같다. 많은 건강한 인간의 탄생을 기원해보게 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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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0.10 17:08:30 *.246.77.2

334일차   2011 10 08  토요일

* 과거의 나를 만나는 기쁨

어제 금요일 퇴근 후 중학교 동창회에 갔다. 지방에 소재한 중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서울 경기 지방에서 생활하는 친구들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일년에 한 두번은 얼굴을 보게 된다. 그리 오래된 만남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시간이 되면 예전의 교정을 떠올리며 그 때의 모습을 몇 번은 더 기억할 수 있게 된다.

이번엔 도덕 선생님께서 오셨다. 31년 시공간을 휙- 가로질러 오신 듯한 선생님. 선생님은 나를보시고서는 내 이름을 알고 그 때 내모습을 기억하고 계신다. 이뻤다는(안다, 그냥 하신말씀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멘트를 함께 날려주시며 좋았던 기억에 더 기쁜 기억까지 하나 더 보태주신다.

만나면 참 좋은 친구들이다. 건실하고 열심히 살고 또 마음이 따뜻하고 의젓하고.... 그리고 옛추억까지 함께 나눌 수 있으니 이 보다 더 좋은 동창들이 또 있을까싶다.

우리학교, 전국 아름다운학교 숲 대회 첫 회에서 대상을 수상할 만큼 아름다운 교정을 가졌다. 300미터는 족히되는 학교 정문 초입길 양쪽에 빽빽한 숲뿐만 아니라, 교정은 모두 솔 숲 속에 아름답게 자리하고 있고, 학교 둘레 역시 아름다운 나무들로 둘러싸여있다. 그 때 있던 숲자리에 지금은 식물원도 들어서있는데, 우리학교와 그 식물원은 같은 사람의 소유였던 사립학교였다. 명절, 엄마집에 가서 때때로 한가로이 산책삼아 가보면, 그 시절 내 뛰어놀던 고색창연한 건물과 하나 둘 시간의 흐름에 맞게 들어찬 건물들이 각각의 전설들을 담아 공존하며 반긴다.

교정은 참 아름답다. 그냥 자연스럽게 펼쳐진 공간에 우리들이 뛰어놀았던 것 같다. 사춘기에 갓 접어든 풋풋한 소년소녀들을 품고 키우던 교정, 그 속에 살아있는 선생님들의 음성과 눈길과 말씀들.... 이후 고등학교가 내게 공장같은 삭막한 느낌으로 군중 속에 홀로 서있는 느낌이라면, 중학교 시절은 돌아보고 또 돌아보아도 좋기만 했던 시절이었다.

남녀공학이긴 했지만, 속으론 무지 남학생들에 대한 관심이 충천했지만ㅎㅎ, 3년동안 남학생한테 말 한마디 건넨적 기억 없는 그런 내성적인 성격 덕분에 기억나는 것이라곤 내 친했던 친구들과 온갖 색깔 나무가 그득했던 교정 등 하여튼 매우 건전하기만한 기억 투성이다. 그래도 그 아름다운 학교만 생각하면 저절로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구불 구불 교실 앞에서 자라나던 그 멋진 매실나무의 자태라니...... 그 나무는 지금도 여전하다.

과거 속에 숨쉬는 모습은 그랬다. 말이없었고 생각은 누구보다 많았던(동창생들은 날 떠올릴 때 한떨기 백합같았다고 했다 크하하하!!!!, 이 소리를 우리 애에게 했더니, 집에서 어떻게 하고 사는지 꼭 봐야한다고 어이없다고 난리다ㅎㅎ), 세상에 대한 관심보다는 주변을 관찰하고 혼자 놀기를 좋아했던, 그러니 아무에게도 어필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던, 혼자 행복했던 나날이었다.

그랬는데 참 신기했다. 과거에서 올라온 사람들은 다들 나를 자기 방식대로 기억했다. 다행히 그 이미지가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긴 하지만 (심지어 내가 남학생들에게 나름 많이 오르내리던 이름이라고 했고, 그 누구는 날 좋아했다고도 했다. 짜슥들, 하여튼 보는 눈은 있어가지고 ㅋㅋㅋ. 근데 진작 말하지 ㅎ) , 한편 생각하면 과거에 나쁜 기억으로 자리잡고 있지 않은 것도 너무 감사하고 현재 행복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도 더 더욱 감사했다.

과거 위에 세워진 오늘, 비록 한 시절 싹둑 잘라낸 듯한 중학교 시절 친구들이었지만, 그렇게 내 앞으로 달려나와 때때로 잘 살라 눈도장 찍고 다시 제자리로 달려가버리는 녀석들, 그들이 있어 행복하고, 그 속에서 날 기억해주시던 그런 마음씨 좋은 선생님이 계서서 내게 행복꺼리 하나가 더 늘었다.

알고보니 선생님은 우리집 근처에 살고 계셨다. 우리를 가르치던 그 때를 끝으로 퇴직하시고 수도권지역으로 올라오셨던 모양이었다. 지금한 한글학교에서 한글을 가르치고 도서관에 다니시고 또 법원에서 이혼상담을 하시고 계셨다. 선생님을 모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가족치료를 하고 있는 이야기랑 선생님과 내가 거의 동일한 범위에서 움직인다는 사실에 서로 기뻐했던 것 같다. 칭찬도 많이 받았고 31년 전 선생님과 나란히 앉아 집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세상 정말 오래살고 볼 일이다 싶었다.

과거의 기억은 단지 과거인 줄 알았는데, 때때로 그 과거는 오색창연한 무지개같은 기억을 안고 우리 곁으로 날아와 잠시라도 우리를 뛰어놀게 하다가 사라지는 힘이 있다. 기억 속이든 현재의 삶이든, 매일 매일이 이런 찬란한 색으로 물들면 좋겠다.

우리 살아가는 삶, 그야말로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삶 속에서, 눈 감을 때 후회와 아쉬움이 남지 않을 삶으로 내 발자욱을 만들어두고 싶다. 과거의 나를 만나는 기쁨을 먼 미래에도 누려가기 위해서.

그래서, 가야된다. ^^
CoRe창조놀이하러간다, 내 찬란한 발자욱 찍으러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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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0.10 23:51:46 *.121.41.244

335일차   2011 10 09  일요일

* 축제 같은 우리들의 삶

할 일들이 그득히 밀려있지만 그에 대한 걱정보다는 매일을 신나게 살고있다. 내 삶 속에 이렇게도 좋은날이 와 주어 그저 감사할따름이다. 그 무엇에도 심한 걱정이 없는 나날이다. 물론 달마다 해야할 일, 준비해 나가야 할 일들은 기다리고 있지만 때가되면 그 또한 지나가리라.

아침 9시 30분 전화, 무슨 아파트 몇 동 몇호냐고 묻는다. 10시에 만나 차 한 잔씩 마시고 시작한 워크샵, 이것 저것 만들고 이야기나누고...... 산책하고 먹고 또 만들어서 포장하고 사진찍고 그리고 또 이야기....
종일 붙어 있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우리들의 창조놀이, 축제같은 우리들의 삶, 삶이 놀이가 되는 삶을 우리는 살고있는지 모른다. 맞다 내게 있어 이건 어디까지나 즐거운 놀이다.

하루 동안 꽤 멋진작품들을 만들어 내었다. 멋진 나날이다, 눈부시게 변해가는 가을날 나무처럼, 마음도 울긋불긋 축제처럼 들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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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0.11 08:52:35 *.246.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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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0.10 23:59:28 *.121.41.244

336일차   2011 1010 월요일

*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것은 조언하는 것<구본형의 마음을 나누는 편지 중에서>

"자기경영은 스스로에게 조언 한 것을 삶으로 이루는 것입니다. 동시에 자신이 살지 않은 삶에 대하여 남에게 조언하는 것을 아끼는 것이기도 합니다. 조언은 남발하고, 실행은 적은 삶은 가난한 삶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악덕과 실수는 인간의 기원과 함께 비롯된 보편성이지만, 인간의 미덕과 통찰 또한 인간 고유의 것'이라는 괴테의 말을 생각합니다.   '좋은 삶', 가장 하고 싶고 잘하는 일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의 행복,  즉 에우다이모니아 eudaimonia 가 그리운 가을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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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0.11 14:29:00 *.246.77.2

337일차   2011 1011 화요일

* 우리의 실재 그리고 천복

"쇼펜하우어의 말은 그런 심리적 위기가 형이상학적 깨달음의 돒구임을 보여줍니다. 이 형이상학적 깨달음이란 '우리'라고 하는 존재가 사실은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깨달음, '우리'라를 것은 한 생명의 두 측면이라는 깨달음입니다. 우리가 '우리'라는 것을 서로 별개인 둘로 인식하는 것은 시간과 공간이라는 조건 아래서 형상을 경험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진정한 실재는 모든 생명을 동일시하고 통합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위기의 순간에 우리가 끊임없이 의식하게 되는 것이 바로 이 형이상학적 진실일 것입니다.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이것이야말로 우리 삶의 진실이기 때문입니다. 
 영웅이란 자신의 물리적인 삶을 이러한 진리 인식의 질서에다 바친 사람을 말합니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은, 우리를 바로 이러한 진실에 던져넣으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웃을 사랑하건 사랑하지 않건, 일단 진실에 대한 깨달음에만 이르면 목숨을 거는 일도 곧잘 하게 됩니다. 하와이 경찰관은 자기가 목숨을 걸고 구하려던 청년이 누구인지도 몰랐어요. 쇼펜하우어는, 자세히보면 우리 사회에서 이런 일은 끊임없이 일어난다고 장담합니다. 사람들은 자기를 잊은 채로 서로에게 무엇을 해준다는 것입니다. 
-  신화의 힘, 조셉 캠벨, p 211  -

모이어스: 선생님은 천복을 좇는 그 순간 순간에, 혹시 보이지 않는 손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생각은 해보신 적이 없으신지요? 저에게는 그럴 때가 있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캠벨: 늘 하지요.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늘 보이지 않는 손이 나를 따라다닌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나에게는 굳게 믿는 미신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도 내가 하는 생각은 이렇습니다. 천복을 좇으면. 나는 창세 때부터 거기에서 나를 기다리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내가 살아야 하는 삶은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삶입니다. 이걸 알고 있으면 어디에 가든지 자기 천복의 벌판에 사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러면 그 사람들이 문을 열어줍니다. 그래서 나는 자신있게 사람들에게 권합니다.
 "천복을 좇되 두려워하지 말라, 당신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있어도 문은 열릴 것이다"
 - 신화의 힘, 조셉 캠벨, p 227 -


결국 보이지 않는 문이 내 앞에서 열린다는 뜻은 천복을 좇고 있을 때 경험할 수 있는 이 느낌을 말하는 것이었다. 두리번거리며 걷던 길에 보이던 문은 천복을 향한 길을 걷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며, 개인적 욕망과 자의적 의미가 부여된 매우 인위적인 문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사람이 천복의 길에 들어서보지 않고서는 이 것을 알 수 없으니, 사람의 삶이란 것도 일면 묘하고 잔인한 면이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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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0.13 13:49:50 *.246.77.2

338일차   2011 10 12 수요일

* 치유

살다보면 우연찮게 마음 쓰이는 일도 맞닥뜨리고 놀라움이나 기쁨과도 맞닥뜨린다. 근래  마음을 물들인 색깔을 보면 어찌보면 노여움이고 어찌보면 불쾌함 같은 것이었다. 일일이 말할 수 없는 일들을 겪고 수많은 인연들과 얽히고 설키다보면 의도되지 않은 그런 얽힘도 잊기 마련이다. 

모두가 이해되어야 하고 모든 것이 해결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생각과 감정에 충실할 자유가 있고, 그 모든 것은 그 어떤 것에도 어긋남없는 선택의 몫이다.

그냥 그대로, 흘러가듯 둘 수도 있는 것이다. 나를 둘러싼 그 모든 것이 각자의 이유로 아름다운 것이다. 그 모습 그 대로 살아가는 소리를 내는 것이다.

좋은 세상에서 살고있다.
혼자 자각하고 혼자 치유하는  그런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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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0.14 15:06:29 *.246.77.2

339일차   2011 10 13 목요일

* 설레임

퇴근, 그 지친 하루 끝에 기다리는 자유의 시작을 알리는 단어. 많은 색깔의 만남이 있지만, 어제 같은 만남, 정말 좋아한다.

집에 갈 때보니 잠깐 이야기나눈 것 같은데 거의 6시간을 붙어있었다. 밥 한 번 먹고 커피 한잔 놓고 줄창 이야기만 내리 한 모양이다. 온갖 이야기들 끝에 드디어 내 실험 대상들에 대한 것까지 우연찮게 당도했다. 그러다가 웃기게도 거기서 문 하나가 활짝 열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실험 대상 범위가 거의 결정된 듯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들의 만남은 전천후 창조적 만남이다. 매 번 만날 때마다 무언가 하나씩은 태어나고 잉태되고 또 계획하고 꿈꾸게 된다. 길게 혼자하던 생각들, 몇가지의 대안 들 중 현실적으로 가능하고, 전공과 직접 관련되고 재능과 연결되고 또 향후 계획과도 직접적 연결이 되는 걸로 가닥이 잡히는 것 같다. 물론 이 모든것은 지도교수님과 면담하고 검토를 거쳐야 되는 일이지만, 또 다른 계획보다는 확실히 마음 가볍고 덤벼들기에 더 없이 좋다.

신이 난다. 갈 길이 창창한 논문을 생각만하면서도 이런 설레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어쩌면 천복의 숲을 거니는 지 모른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종종 한다. 일이 힘들어도 힘든게 아니다. 일만 그런게 아니라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버거워하던 학교도 아무렇지가 않다. 약간의 고민만 하고 있으면 내가 생각하는 것을 도와주기 위한 방도가 생기고, 일도 하나하나 되어나간다. 하루 하루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나날이다. 누구 말마따나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한건지.......

이런 설레임으로 생각만하고 무거웠던 논문과 한 판 붙어 볼 마음을 먹는다. 
퐈이야~~~   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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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0.15 08:54:58 *.246.77.2

340일차   2011 10 14 금요일

* 밑그림 1

읽던 책을 밀쳐두고, 이 프로그램의 기본적인 골격을 어떻게 짜야하는지 머리 속에 빙빙 돌던 것을 정리해보았다. 가능한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이왕이면 많은 가족이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을 근간으로 삼았다. 그러다보니 많은 수의 가족을 어떤 식으로 만나야 할지 생각해보아야 했다. 많은 가족을 매 번 한꺼번에 만나는 게 현실적으로 보아선 거의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고, 그 과정에 참여하긴 하지만 참석과 불참을 되풀이하게 된다면 그 데이터는 누락시킬 수 밖에 없는 것이어서도 그렇다.

그러나 계획하는 이 프로그램의 백미는 기존의 일대 일 가족 면담 위주의 방법과는 차별화 포인트에 있기때문에,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될 전체가족의 여건을 고려하되 프로그램의 기본 틀이 흐려지지 않게 해야한다. 애당초 말이 시작될 때도 그러했지만 전체 가족을 한 자리에 모으는 것은 한 번 정도 넣는 것으로 생각해보았고, 나머지는 다양한 섹션에 다양한 구성원들과 작업하기로 해보았다.

원하는 그림을 그려내어보니 생각보다 많은 회기로 구성될 것 같은데, 그냥 그대로 갈 지 아니면 약식으로 해 볼지 추후 디테일하게 생각해 볼 문제이다. 일단 머리 속에 있던 것을 밑그림에 옮겨놓고나니 꽤 흥미로운 작업이 될 것 같다.

그러나 또 하나의 관건은 꽤 많은 회기를 서 너 그룹으로 진행한다고 할 때 과연 과연 그 횟수를 거뜬하게 운영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것이 좀은 생각할 문제인 것 같다. 그러나 개별 면담은 따로 하고 전체 집단 모임과 그룹모임이 구분되고, 전체나 그룹모임이 있을 때 회기 구성에 아이디어를 더 해 본다면 불가능한 구성도 아닐 것이란 잠정 결론을 내어본다. 음~~ 스피룰리나가 본격적으로 필요하겠군. ㅋ~

주말엔 퇴근 후 포함 일요일까지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강의 원고 만들고, ppt 확실하게 만들고 끝내기로 한다. 그래야 다음 주 마음 가벼이 갈 수 있다. 짱짱한 일거리를 기다리고 있는 주말,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아자~~!!             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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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0.16 17:50:10 *.154.223.199
혹시 장애 자녀를 양육하는 가정의 비장애 형제와 어머니(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가족치료 프로그램을 하시지는 않나 혼자서 감나무 아래에서 감 떨어지길 기다리는 마음으로 배회합니다. 
아자~~~!! 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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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0.16 20:04:20 *.121.41.244

안녕하세요 윤정님,
표현이 넘 재미있네요 배회...ㅋㅋ

그러지 않아도 장애를 다루는 쪽에서 그런 이야기가 있기는 했는데, 이야기하다가 적극적으로 진행되지는 않았네요,  윤정님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그 경우 아주 많이 필요한 가족치료 프로그램입니다.  빈곤가정을 위한 프로그램처럼 분명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임은 확실하지요. 

학교에서 시작하고 진행하고 하는 과정에 책임자가 수고스럽고 많은 번거로움과 책임을 감수하려는 자세가 필요해서 그렇지, 필요한 프로그램이죠. ^^  재밌을 겁니다 아마.

하시던 현장연구는 진척이 잘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화이링입니다.

근데 26일가면 샘도 만날 수 있는거죠?
제가 가는 학교가 샘네 학교 맞아요?
아닌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강의 마친 다음에 함 보기로하죠.
그 학교든 아니든 어쨌든 인천에는 있는 학교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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