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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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7 일 #21]
하루가 이렇게 훅 갈 수도 있을까 싶다.
이책임 친부상에 가려고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다녀왔더니 하루가 훌쩍 지나버렀다. 온통 기다림 투성에 심신이 다 지쳐버렸다.
M4101을 3대나 그냥 보내고 나서, 홧김에 탄 버스가 하필이면 1005-1 이었다. 강남을 휘젓고, 분당을 휘젓고 난 뒤에야 미금역 조금 지난 곳에 날 데려다 놨다. 진홍의 집근처였다. 그리고 또 한없는 기다림. 결국엔 내가 졌다 하는 마음으로 택시를 탔다.
생각해 보니, 오후 5시부터 밤 10시 반까지 걸린 여행이었다.
음악을 듣고, 책을 보았지만,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지.겨.웠.다.
좀 더 지혜로왔으면 한다. 내가....
이제 제주도로 출발하자....
[5/29 화 #23]
귤림성의 아침이다. 여행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길을 떠나는 목적은 무엇일까?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서...
우도의 바다를 보았다. 까끌한 바다와 푹신한 바다를 발바닥으로 느꼈다. 우도에서 캠핑을 하는 사람들도 보았다.
김영갑 갤러리를 방문했다. 책으로 만났던 김영갑의 영혼을 대면했다. 그의 고뇌와 감성이 나를 자극했다. 20년 인고의 세월이 오롯이 느껴졌다. 사람은 이렇게도 살아질 수 있음을 알았다.
조금 더 여유롭게. 조금 더 나를 알아가는 것.
낯선 것들이 내게 걸어오는 목소리에 조금 더 귀 기울이는 것.
[6/6 수 #31]
휴일이다. 이렇게 수요일 쯤 징검다리가 하나 딱 있으면 일주일을 건너기가 너무 수월하다.
유럽의 나라들처럼 주 4일 근무는 요원할까? 업무 효율도 팍팍 늘 것 같은데..
며칠만에 머리가 맑다. 한참 고생했다. 컨디션 조절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새벽의 활동은 전체적인 하루 일과의 발랜스에 매우 중요하다. 저녁활동에 대해서 좀 더 판단을 해야 하는데, 솔직히 쉽지는 않다.
어제 밤에 와이프와 11시 반에 나가서 치맥 시간을 가졌다. 역시나 우리 아이들 이야기.
아이들을 기른다는 것은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이다.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고, 이 길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막역한 기대와 희망에 염려와 걱정에 혼란스러울 뿐. 부모가 확고한 철학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 깨닫다.
[6/9 토 #34]
하루하루 날짜를 센다는 게, 지겹지 않고 즐거운 일인 줄 지금에야 알았다. 100이라는 날짜에 다가하는 오늘 하루가 즐겁다. 이건 100일에 다다르고 나면 뭔가 이루질 거란 그런 기대감은 아니다. 그냥 맘 속으로 흥겹고 신난다. 좋아서 이러고 있다. 3~4시간만 자고 나서도 새벽에 일어나 커피 한잔 갈아서 마시고 책상에 앉아 출첵하는 기분은 상큼하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다. 눈치보는 일도 아니다. 다만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고, 같은 생각을 함께 공유하는 사람들과 매일 매일 글로 만나다는 다는 것은 행복하고 가슴을 활짝 열어 제치는 해방감마저 준다. 하루종일 일에 치여 있다가 만난 일상의 오아시스다.
오래오래 이 느낌 그대로였으면 좋겠다.
낯선 것.. 오랜만의 동료애.. 나만 힘든 것은 아니었다. 함께 걱정해주고 자기일처럼 도와주려는 동료들을 느낄 수 있었다. 힘겨운 고비를 넘어 이제 비로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러하듯 배움에는 그만큼의 수업료를 지불해야 한다. 비싼 수업료를 낼 수록 더욱 싱싱한 교훈을 가슴에 새긴다.
나만의 선택.. 늘 바쁘다는 핑계로 우선순위에서 밀리던 개인적 일들을 먼저 하다. 탬을 A/S 했고, 아침에 한의원을 다녀왔다. 조금 더 빠듯하기는 했지만, 세상은 나를 기다려주었다. 결국 이런 것이다. 하고 싶은 일, 해야할 일, 마음 속에 떠오르는일을 먼저 해치우자. 이게 훨씬 낫다.
[6/11 월 #36]
욕심이 과하면 안된다. 늘 초심을 기억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기억해야 한다.
유민이 축구대회에서 한껏 흥분했다. 예선탈락을 예상했으나, 기대이상의 선전으로 8강까지 진출했다. 마지막 경기에서 승부차기에서 아깝게 떨어지긴 했으지만, 정말 눈부신 성과였다. 하지만 유민이는 많이 분했나 보다. 한참동안 서러운 울음을 그치질 못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장난하는 친구들 가운데서 유난히 눈에 띄였다. 밤에는 기어코 약속한 축구화를 사달라는 요청에 몸상태가 좋지 않았던 나와 아내는 근처 대형마트에 갔다. 자기가 좋아하는 디자인은 이미 단종단계에 들어가 발에 맞는 사이즈는 품절이 된 상태였는데, 그 때부터 특유의 짜증이 시작되었다. 옆에서 하는 조언들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별로 마음에 들지도 않은 신발을 구지 예약 발송을 신청하고서라도 오늘 꼭 사야된다는 거였다. 오늘 꼭 사야된다는 게 머리 속에 박혀서 다른 것들은 안중에 없었다.
어찌어찌 해서, 오늘 월요일에 아내와 다른 매장을 가기로 약속하고 나오긴 했지만, 아내와 나는 제대로 머리가 아팠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것 역시 어렵다.
세상에 쉬운 일도 없고, 공짜도 없다.
[6/14 목 #39]
몸이 좋지 않은 데다가, 어제 2시 넘어서 자는 바람에 출석을 못했다.
계속 부족한 잠으로 상태가 메롱이다. 주말에 그냥 푹 좀 자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진 않고.
오늘은 회사 워크샵.... 내일 기상도 어렵지 않을까 예상해 보는데... ㅠㅠ
낯선 일.. 문요한 님을 만났다. 좋은 이야기에 가슴이 따뜻해 졌다. 자긍심...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 자각.
아이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원리가 적용된다. 무엇때문에 칭찬하고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있는 모습대로 사랑을 줄 수 있기를.
선택.. 바쁜 회사일... 예전 같았으면 밤 늦게까지 일만 해야 했던 상황. 하지만, 6시에 회사를 나왔다. 그리고 압구정으로 향했다. 나 없더라도 회사 일은 잘 돌아간다. 최선을 다하되, 나를 소모하면서 충성하고 싶지 않다. 이제는 이런 마음 가짐이 습관화 되고 있다. 좋은 일이다.
[6/17 일 #42]
서울까지 넘 멀다. 분당정도 쯤은 되어야 하는데...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오늘 압구정 다녀오느라 오후와 저녁시간을 온통 날려 버렸다. 그런데 사실 압구정에서의 시간이 알찼으면 이런 마음이 들지 않았을 텐데, 1시간 반을 달려가서 한 일이라는 게, 한시간 동안 농담하고 기다리다가, 겨우 한 시간 정도 고피디의 bring up 이야기를 듣는 것이 전부였다. 진지한 나눔과 아이디어의 교환은 없었고, 사람들은 좀 뻥졌달까... 몇몇 정도만 자기들 이야기를 했을 뿐. 적어도 어렵게 주말 시간을 쪼개어 모인 사람들 한명씩의 이야기 정도는 듣는 시간이 있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냥 이런 논지를 이야기하기 위해 굳이 토요일 오후에 모였어야 했을까? 메일이나 페북 공지로 띄워도 충분했을 것을....
집이 먼 것이 죄지 뭐...
집에 와서 삼겹살 먹었다. 소주 반병에 아내와 난 기분이 좋아졌다.
[6/18 월 #43]
주말 참 시간 잘~ 간다.
아침에 유민과 오랜만에 야구했다. 교회갔다가 집에 와서 밥먹고 설겆이에 운동화를 빨았다. 그리고 원당에 갔다. 저녁먹고, TV보다가 9시 좀 넘어 집으로 출발.. 집에 오니, 10시 30분. 씻고 책 좀 읽다가 잤다. 뭐하러 원당에 갔을까? 이럴꺼면 그냥 전화 한통 하고, 용돈 좀 부쳐드리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오랜만에 뵈었는데, 할 이야기가 더 없었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까? 아이들 이야기... TV를 보면 안되는데, 원당에선 그게 잘 안된다. 서울집도 마찬가지.. 가족의 대화를 좀 먹는 TV는 없애는 게 맞다.
[6/19 화 #44]
어제 아침에 10km를 달렸다. 살면서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1시간 3분 정도의 시간이면 속도도 나쁘지 않고,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지 않도록 신경쓰며 달렸다. 반환점에서 10여초 숨을 고른 것 이외에는 계속 달렸다. 힘들면 약간의 속도 조절을 하면서 절대 멈추지 않으려 했다. 폰에 앱을 깔고, 거리를 측정하며 달리니 훨씬 효과적이었다. 아무튼 모든 게 훌륭했다. 오후가 되기 전까진.
오른 발 바깥쪽 발등이 아프기 시작했다. 발바닥도 아닌 왠 발등... 발목 바로 아래부위에서 발의 중간 부위의 발등에 이르는 길죽한 부위가 아프기 시작했다. 처음엔 조금 걷기 불편할 정도였다가, 나중엔 쩔뚝거릴 만큼 통증이 심했다. 앉아 있으면 통증은 없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오후에 이상덕 대리를 만나 마라톤 이야기를 하면서 다리를 쩔뚝이는 게 준비 운동 부족이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아차 싶었다. 준비운동을 거의 하지 못하고 달렸던 아침이 생각났다. 5kim 정도라면 준비 운동 안해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지만, 10km는 얘기가 달랐던 것이다. 이렇게 배우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건가 보다.
아무튼 발이 좋아지기 전에는 달리기는 어려울 듯 하다. 새벽시간에 좀 더 집중해 보자...
[6/21 목 #46]
승완을 초대손님으로 북TV 방송이 있었다. 신선한 자극이었다. 잘 했다. 솔직했고, 화려했다. 난 110% 몰입하였으나, 청중은 그정도는 아니었을 듯 하다. 하지만, 이 정도면 만족한다. 모든 면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에너지며 자극이다. 내가 그들에게도 각성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사실에도 흐믓하다. 함께 나누고 공유하고 가치있는 것들을 찾아 공헌한다.
승완의 이야기 중, 직업에 대한 가치가 생각난다. 직업의 세 가지 면.. '밥', '존재', 그리고 '공헌'... 밥은 나쁘지 않으나, 존재와 공헌은 알 수 없다.
열려 있는 가능성을 따라가 보기로 한다. 내게 어떤 길이 준비되어 있을 지 지금은 모르겠다. 일단 가보자.
[6/28 목, #53]
아침부터 바쁜 하루가 시작되었다. 조금 후엔 본사 친구를 데리러 출발해야 한다. Navi (나비).. 본사에서 온 마케팅 담당자의 이름이다. 나비.
지난 번 한국에 왔을 때, 술한잔 하며, 니 이름이 한국어로 'butterfly'라고 했더니, 좋아했다. 외모는 두꺼비 쪽에 훨씬 가깝지만...
소혜가 올려준 '하찌와 애리'의 '별들의 밤'을 들었다. 58세의 일본인과 28살의 한국인 국악인의 만남. 우쿨렐라 하나만으로 전하는 맑은 화음의 세계.
나는 아찌와 애리의 눈에서 '행복'을 발견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기쁨으로 하는 것. 눈치보지 않고, 자유로울 것. 만남과 헤어짐을 물처럼 흐르게 만들 것. 나의 삶에도 이런 진짜가 흐르게 하고 싶다. 더 늦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