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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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란 무엇인가 ? 영웅도 메시아도 아니다. 리더는 사람들 마음에서 잠재력과 좋은 것을 찾아내 '우리가 함께 해냈구나' 라고 외치도록 헌신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리더의 본질은 사람을 섬기는 것이며, 리더십의 핵심은 어떻게 우리 모두 함께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이 세상에 고정된 것은 없다. 우리는 끊임없는 가능성의 세계에 살고 있다. 따라서 미래는 고정된 것일 수 없다. 우리는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나는 언젠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중 하나를 들었다. 듣는 순간 무엇을 해야할 지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 그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겨울나무 가지에 두 마리의 새가 앉아 있었다.
"눈송이 무게가 얼마나 되는 지 알아 ? " 박새가 비둘기에게 물었다.
"눈송이에 무게 따위는 없어" 비둘기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내가 놀라운 이야기를 하나 해 주어야 겠구나." 박새가 말했다.
"그때 나는 전나무 가지에 앉아 있었지. 그때 눈이 막 내리기 시작했어. 펑펑 쏟아지는 그런 눈이 아니었지. 그저 꿈 속에서 내리듯 아무 느낌없이 조용히 내리고 있었어. 나는 별로 할 일이 없었기에 내리는 눈송이를 세기 시작했지. 정확히 1,742,761까지 셌지. 그리고 1,742,762 번째 눈이 가지 위에 내려앉았을 때, 내가 앉아있던 커다란 나무 가지가 부러져 버렸지. 네가 '무게 따위는 없어'라고 말한 눈송이 때문에 가지가 부러진 것이야. "
그리고 박새는 날아가 버렸다.
비둘기는 가만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아마 어떤 일이 벌어지기 위해 꼭 한 사람의 힘이 모자라는 것인지도 몰라. 그 사람이 참여하는 바로 그 순간 가지가 부러지듯 꼼짝 않던 일이 스르르 풀질지도 몰라. 어쩌면 지금 세계의 평화를 가져오기 위한 단 한사람의 목소리가 부족할지 몰라 "
리더는 바로 나무를 부러뜨릴 한 개의 눈을 모으듯 그렇게 이 세상을 바꿀 사람을 한 사람씩 모아야 한다. 한 사람이 모여 우리가 되고, '우리'가 되면 함께 불가능한 것을 해낼 수 있게 된다. 서울에 모인 세계의 지도자들이 겨우 자신들의 국익이나 챙겨 가려는 졸렬한 마음으로 여기 오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이 스무 명의 지도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기대한다.
첫째는 세계의 평화다. 어리석은 전쟁이든 영악한 전쟁이든 경제적 전쟁이든 비경제적 전쟁이든 큰 전쟁이든 작은 전쟁이든 전쟁으로 해결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도 많이 싸워왔다. 전쟁은 흐느끼는 어머니들과 젊어서 죽은 남자들과 겁탈당한 여자들 그리고 뿌리 깊은 복수심외에는 만들어 놓은 것이 없다. 서울 서밋이 어떠한 이유이든 어떠한 이해관계에서든 전쟁을 차단하고 세계의 평화를 확고히 하는 평화체제의 결정적 진보를 이룬 역사적 모임이기를 바란다. 지혜는 찾으면 있는 것이고, 힘을 합하면 함께 실천할 수 있다.
둘째는 나눔이 정치적 사회적 공생체계의 뿌리가 되게 해야한다. 경제의 성장이 그동안 너무도 중요한 현안이 되다 보니 우리는 인간의 영혼과 정신의 빛남을 망각했다. 빈부의 심대한 불균형은 인류의 비극이 되었다. 세계 최대의 갑부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특별한 혜택을 받아 본적이 없는 사람들의 인생에 관심을 가지고 나눔을 시작했다. 이제 많이 모으는 것이 자랑이 아니라 많이 나누어 주는 것이 진정한 부자의 명예이며 미덕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는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그 해법은 나눔에 있음이 확실하다. 서울 서밋이 나눔정신을 바탕으로 지속가능경제체제에 대한 결정적 진보를 이루기 바란다.
셋째는 환경의 보호다. 우리는 지구를 잠시 빌려 쓰고 있다. 자식들과 손자손녀들이 그 다음으로 빌려 쓸 것이다. 유구히 그렇게 이어져야하건만 어머니 지구는 아프다. 자율적 통제력을 잃고 자연의 보복이 우리를 덮치고 있다. 너무도 많은 숲이 사라졌고, 너무도 많은 오염이 누적되었고, 너무도 많은 가스가 배출되었다. '너무도'라는 말 외엔 쓸 수 없는 것이 자연에게 우리가 한 잘못들이다. 웬만한 잘못으로는 자연 스스로 회복 과정을 통해 되살아 날 수 있으나 우리의 잘못은 '너무도' 깊기에 오랜 절제와 보살핌이 절실하다. 확실한 자연과 환경의 보호 체계를 갖추자.
정치가 자국의 이해관계를 떠나기는 어렵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리더십이 필요한 것이다. 이기적 국가 이익을 넘어서 인류의 미래에 대한 책임과 통찰을 가지고 헌신하고 또 헌신하기를 바란다. 그들이 지혜롭기를 그리고 선의(善意)로 충만하기를.
(부산일보/대구매일신문 기고문, 2010년 1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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