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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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을 위해 나는 죽었지 - 그런데 무덤에
적응되자마자, 진실을 위해 죽은 사람이
바로 옆방에 눞혀졌지 -
그는 내게 '왜 실패했냐?' 고 속삭이며 물었지
'아름다움을 위해' 나는 대답했지-
'그래 나는 -진실을 추구하느라 - 그것들은 한 몸이니-
우리는 형제로군' 그는 말했지
그래서 우리는 가까운 친척처럼 밤에 만나-
무덤의 방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었지-
이끼가 번성하여 우리의 입술에 닿을 때 까지 -
그래서 우리의 이름을 덮어 버릴 때 까지-
- 에밀리 디킨슨 Emily Dickinson, '아름다움을 위해 나는 죽었지'
위대한 사람은 꼭 성공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반드시 한 때 세상으로부터 이해 받지 못하는 고독과 고통을 겪는 창조적 부적응자들이기도 하다. 이 시에서처럼 아름다움을 위해 죽고, 진실을 위해 죽은 세속의 실패자들이기도 하다. 나는 이 책에서 성공을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나는 평범한 인간 속에 살고 있는 위대함에 대해 말하려 했다. 그리고 자신의 삶 속에서 그 위대함을 끄집어 내 훌륭한 인생을 살아가게 될 평범한 사람들의 잠재력에 대하여 말하려고 했다.
"나에게는 꿈이 있다"라는 말은 나의 신화를 가지게 되었다는 뜻이다. 평범한 내가 어느 날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각성에 이르고 드디어 주인공이 되어 신들의 도움으로 천신만고 끝에 괴물을 쳐 없애 고난받는 사람들을 구하여 그들의 영웅이 되는 위대한 서사시 한 편이 나를 위해 쓰여진다는 뜻이다. 나는 질문한다. 언제 나는 평범함과 위대함이 갈리는 갈림길에 이르게 될까 ? 어느 사건이 '전령관'으로 내 인생의 변곡점을 만들어 내는 장면을 연출하게 될까 ? 결국 나는 나만의 인생이라는 모험의 길로 들어서면서 어떤 천재일우의 기회들을 맞게 될까 ? 누가 이 모험의 길목길목에서 나를 구해주고 내게 용기를 주고 내게 괴물의 목을 딸 보검을 전해 주게 될까 ? 이윽고 내가 마주하는 고난과 문제는 무엇이며 나는 이 괴물들을 어떻게 쳐부수고 그 목을 잘라 자루에 놓고 다시 현실 세계로 귀환하게 될까 ? 결국 나는 무엇이 되어 어떻게 인생을 보내게 될까 ? 그리하여 나는 인생이라는 모험에서 어떤 역할을 맡은 것일까 ?
간디는 도덕적 종교적 정치가가 되어 인도를 구하는 신화를 만들었고, 체 게바라는 혁명가가 되어 세계만방의 인민을 해방하는 신화를 썼고, 마사 그레이엄은 평범한 사람의 불안과 고민을 몸으로 표현함으로써 춤과 인생이 만나게 해주는 신화를 만들어 냈다. 스피노자는 삶의 윤리를 다듬어 자신의 삶에 직접 적용하여 자신이 말한대로 살아가는 참으로 윤리적인 인간의 길을 보여 주었고, 니체는 거짓으로 살기보다 미치는 쪽을 선택한 초인이 되었다. 조주는 손에 슬그머니 열쇠를 쥐어 준 스승 남전이 있었기에 마지막 선(禪)의 불꽃으로 타오를 수 있었다. 처칠은 철저한 현실의 관찰을 통하여 미래를 읽어내는 통찰을 얻었으며 불굴의 정신으로 자신이 미리 본 미래를 관철했다. 아니타 로딕은 탐욕이 지배하는 비즈니스의 세계 속에서 자신을 넘어서는 더 큰 것을 보고 헌신했으니 그녀를 보는 순간 현실에 너무도 쉽게 무릎을 꿇는 굴종에 대한 유쾌한 저항과 에너지를 얻게 된다. 그들은 모두 신화가 된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자신의 천복을 따라 살다간 조셉 캠벨은 이 모든 위대한 영웅들이 탄생하면서 저절로 만들어 진 것이 아님을 밝혀준다.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 하나가 어느 날 한 안내자의 등장으로 영원히 잊지 못할 모험을 떠남으로써 전설적 영웅으로 거듭난다는 명료한 사실을 우리에게 입증해 알려 준다. 그리고 그 역시 자신이 밝혀 낸 모델 속으로 걸어 들어가 위대한 학자가 되었다.
신화는 인생의 대본이다. 그것은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내가 어떤 배우의 역할을 수행해야하는 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흥미진진한 것은 그 역할을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위대한 인물들은 알고 있다. 결코 대중과 군중이 되어 지나가는 거리의 행인으로 자신을 설정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말이다. 자신을 가지고 위대한 이야기를 쓰지 못한다면 누구도 자신의 무대를 가질 수 없다. 역할이 없는 배우, 인생에게 통렬한 똥침을 날리는 대화 한 마디할 수 없는 벙어리, 어느 한 사람하고도 목숨을 건 사랑과 우정을 만들어 내지 못한 졸렬한 인생, 밥을 찾아 스스로 목에 사슬을 건 개. 만일 우리 스스로 자신을 위한 신화 한 편을 쓰지 못한다면 결국 내가 열연해야할 인생이라는 무대는 없다. 꿈을 꾼다는 것은 어둠 속의 관객, 얼굴이 없는 반편, 박수 기계로 남지 않겠다는 정신적 각성이며 나를 주인공으로 하는 내 무대가 설치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말한다.
일곱 개의 이야기를 쓰면서 나는 정신적 각성이 가져다 준 일곱 개의 비밀들을 나에게 적용해 보았다. '나에게도 이런 일들이 생겼을까 ? 그 일은 언제 발생했을까?" 는 질문을 끊임없이 해 보았다. 그리고 나는 내가 작은 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록 아주 작은 별이지만 스스로 빛나는 소우주이며 고유한 이야기를 가진 행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수한 우리들의 별들, 그 중의 작은 별 하나가 나라는 것을 확신하는 과정이 이 책을 쓰면서 얻은 기쁨이었다.
그러므로 묻는다. 당신의 신화는 무엇인가 ? 당신은 인생이라는 모험에 어떤 모습으로 참여하고 있는가 ? 단명한 삶의 슬픔에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자. 그 단명함이야말로 영생하는 신들은 결코 느낄 수 없는 참으로 슬픈 아름다움이기에.
나는 이야기를 끝맺는다. 나는 이 이야기의 끝에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지극히 아름다운 통찰 하나를 남겨두고자 한다.
"신은 그를 찾는 이에게는 그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고
명확히 나타나기를 원하는 반면,
진심으로 피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을 감추기를 원한다
그를 찾는 사람은 그를 알 수 있고
그를 찾지 않는 사람은 그를 알 수 없다.
'오직 보기를 원하는 자에게는 충분한 빛이 있고,
그와 반대되는 마음을 가진 자에게는 충분한 어둠이 있다' - 팡세
(나는 드디어 마음에 드는 책 제목을 찾았습니다. 빛나는 눈을 가진 그대처럼 마음에 듭니다.
쏙 듭니다. 책이 나오면 그것이 무엇인지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 까지는 향기처럼 꽁꽁 싸두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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