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단군의

/

2단계,

두

  • 김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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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5일 20시 35분 등록

 

1. 제목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Ⅱ

 

2. 새벽시간과 새벽활동

   ○ 활동시간  4시~6시

   ○ 활동내용  글쓰기

 

3. 전체적인 목표

   ○ 지난 100일 간의 수련을 기반으로 2시간의 온전한 새벽활동

       ※ 다른 어떤 활동도 일체 뒤섞지 않는다. 온전히 글쓰기만 한다.

   ○ 100% 출석 및 100% 단군일지 작성

   ○ 개인사(Me Story) 초고 완성

   ○ 김경인 닷컴 홈페이지에 매주 1개 이상의 꼭지 글을 올린다.

   ○ 새벽활동과는 별개로 7권의 좋은 책을 읽고, 7편의 리뷰를 작성한다.

 

4. 중간 목표

   <1~11주>

   ○ 매주 개인사 테마 2개를 선정하여 2개의 꼭지 글을 작성한다. (월~토)

   ○ 일요일은 일주일 간 쓴 글을 피드백 하고,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다 (일요일 오전 7시 마감)

 

   <12~15주>

   ○ 새벽과 관련된 4개의 꼭지 글을 작성한다. (12~13주)

   ○ 단군프로젝트 200일차에 관한 2개의 꼭지 글을 작성한다. (14주)

   ○ 100일간 함께 한 동료들에게 편지를 보낸다. (15주)

 

5. 목표달성 과정에서 직면하게 될 난관 극복방안

   ○ 진정한 싸움은 새벽 2시간이 아닌 나머지 22시간과의 싸움

   ○ 수면부족

      :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22시 전에 잠자리에 든다.

        5~6시간의 수면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결코 정상적인 2시간을 보낼 수 없다.

        새벽활동만큼이나 나의 건강도 소중하다.

   ○ 저녁활동 최소화로 발생할 수 있는 관계의 문제

      : 약속은 되도록 점심시간으로 한다.

        진심이 담긴 편지 등으로 저녁 술자리만이 진정한 소통의 수단이 아님을 증명한다.

   ○ 주제 있는 글쓰기의 어려움

      : 많이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다.

        몰입하여 쓰기 전에 글의 소재를 모으고 뼈대를 구성하는 등

        체계적인 글쓰기 연습을 한다. 끊임 없는 수련과 연습만이 답이다!

 

6. 목표를 달성했을 때 내 삶에서 일어날 긍정적인 변화

   ○ 내 삶의 빛나는 성취 한 가지 추가요!

      : 나의 첫 번째 고객인 나 스스로에 대한 고객만족을 실현하다!

   ○ 제대로 된 나의 이야기 한 편을 가지게 된다!

      : 나의 이야기는 나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아름다운 징검다리가 되었다.

   ○ 7기 연구원이 되기 위한 사전 준비 완료!

      : 개인사 작성 완료, 7권의 좋은 책을 읽고 7편의 리뷰를 완성하다.

        단군 활동을 통해 만난 연구원 선배님 들의 조언과 피드백을 통해

        연구원 활동을 위한 정신적 근육을 탄탄히 하다.

        오직 레이스에서 생존하는 일만이 남았다.

 

7. 목표를 달성했을 때 나에게 줄 보상

   ○ 6주차에 구본형 사부님의 꿈벗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 500일 완주시 전자드럼을 내게 선물한다.

   ○ 100일 완주시 아내와 2박 3일간의 홍콩여행을 다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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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61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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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5 04:41:13 *.109.83.12

140일차 (10월 15일)

새벽 글쓰기는 오늘부터 2박 3일간 참가하게 될 사부님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 관한 몇 가지 다짐을 화두로 써 내려갔다. 이 과정에 너무 무리한 기대는 하지 않는다. 이 과정이 마치 도깨비 방망이처럼 모든 소원을 이뤄줄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변화의 주체는 바로 나 자신이다. 이번 여행은 사부님의 도움을 얻어 나를 좀 더 깊이 통찰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일 뿐이다. 사부님께서 과제로 내어주신 화두에 대해 그 동안 정리해 둔 내용을 잘 갈무리해 두어 차분하게 발표 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다른 사람과 내 꿈을 경쟁하는 자리가 아니다. 나 자신을 진실하게 열어 놓고, 그 동안 그 누구에게도 제대로 이야기 하지 못했던 나의 꿈과 나의 고충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다.

그곳은 사부님께 나 ‘김경인’을 잘 알릴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나는 사부님의 고객으로 참가하지만 사부님 또한 나의 고객이며, 스승이시다. 그런 의미에서 성실함과 부지런함이라는 나의 강점을 활용하여 그곳에서 많은 공헌을 할 수 있도록 모든 활동에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임할 것이다. 아마도 오늘 만나게 될 분들은 나 이상으로 간절한 마음으로 프로그램에 참가하시는 분들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분들과 진정한 ‘꿈벗’으로써 아름다운 인연을 맺길 소망한다.

바른 자세, 바른 호흡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배고픔에 허둥대지 않고 내게 주어진 값진 3일 간의 시간을 현명하게 보낼 수 있길 소망한다. 출발 전 사부님께서 주신 화두에 대해 가볍게 정리를 하고, 지난 6개월여 간 작성한 개인사 및 그와 관련된 자료를 갈무리해 두어 프로그램 진행시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옷가지 등의 준비물 들을 잘 챙긴다. 오전에 자동차를 세차하고 방향제를 두어 함께 타고 가시는 분들께 민폐를 끼치지 말아야겠다. 집결하는 곳과 도착하는 곳을 잘 파악해 두어 길을 잃고 허둥대지 않도록 한다.

적은 비용이 아님에도 이번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아내에게 너무나 고맙다. 그 예쁜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여행에 임할 것이다. 자! 그럼 슬슬 여행을 떠날 채비를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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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7 22:16:01 *.124.233.1

141일차 (10월 16일)

나는 지금 영웅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이곳에 오면 예외가 허용될 줄 알았다. 그러나 나에게 있는 예외가 영웅에겐 없었다. 내가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 주섬주섬 씻기 위해 나올 때 영웅은 이미 늘 살아온 방식 그대로 자신의 성소에서 천복을 연마하는 성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마치 벼락을 맞은 듯한 느낌에 어떻게 샤워를 하고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영웅의 뒷모습을 바라본 것 만으로도 이곳에 온 값어치는 이미 충분히 한 것 같다. 왜냐하면 적어도 앞으로 내 삶에서 새벽활동에 예외는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남은 시간 이곳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내 마음을 놓아주는 연습을 하는 일이다. 동시에 큰 벽으로 가려진 나의 내면의 세계와 조우하는 것이다. 과욕을 부리지 않는다. 너무 많은 것을 가져가야 한다는 생각에 갇히지 말아야 한다. 이곳에 와서 배우고 익히는 일들은 지난 일년간 내가 치열하게 해온 것이고 앞으로도 치열하게 정진해야 하는 것들이다. 며칠 만에 이루어질 수 없는 것들임을 알기에 움켜쥔 것들을 내려놓고 쉽고 가볍게 가도 된다. 그저 영웅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그의 언어 뒤에 숨어 있는 위대한 정신적 가치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다.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바라보니 날이 밝아오고 있다. 동시에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 역시나 내게 중요한 것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많은 것을 움켜쥐고 가야 한다는 웅크린 몸과 마음을 활짝 펴고 싶다. 이 글을 다 쓰는 데로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며 맑은 공기를 한 아름 가슴에 담을 것이다. 그럼 오늘 하루 시작은 아주 황홀한 셈이다. 영웅의 모습을 바라보며 경외심을 갖고, 떠오르는 태양과 새들의 지저귐 속에 글쓰기를 하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책을 한다. 무엇보다 뱃속이 비어 있어 너무 가볍고 좋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풍광을 바라보고, 좋은 이야기를 듣고, 좋은 배움을 얻는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무언가를 얻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막연한 두려움을 가져온다. 그런 욕심을 잠시 내려두고 그저 초연하게 하루에 임하자. 치열할 땐 치열해 지고, 차가울 땐 차가워 지고, 오늘 하루는 영웅이 이끌고 열어주는 길을 바라보며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하듯 시간을 보낸다. 이미 지난 시간 치열하게 스스로 갈 길을 찾아왔다. 이곳을 다녀 간다 하여 나의 구도(舊道)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평생 끌어 안고 가야 할 화두이다. 다만 이번 시간을 계기로 사부님의 말씀대로 미래와 현재에 단절된 지점을 하나 만드는 것이다. 그걸로 충분하다. 어서 나가 새벽 공기를 한아름 담아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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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7 22:16:50 *.124.233.1

142일차 (10월 17일)

지난 번 나침반 프로그램 때 쓴 미래의 5가지 풍광에 이어 또 다른 5가지의 풍광을 그렸다. 사부님 말씀대로 미래의 풍광을 회고할 때만큼 행복한 경험은 없는 것 같다. 어제까지의 작업과 발표가 경영학적이고 Dried 한 실습이었다면, 오늘 새벽에 일어나 작업하는 10대 풍광의 작업은 무거운 짐은 내려놓고 내 마음이 흐르는 곳을 따라갈 수 있는 자유롭고 부드러운 작업이다. 사실 지난 번 5대 풍광 작업 이후 새롭게 5가지를 작업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가지고 있었지만, 역시 인간이 가진 우뇌의 상상력은 한계가 없는 것 같다. 이 풍광이 실현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내가 품은 뜻에 우주가 공명해 준다면 언젠가 반드시 현실 속에 그 응답을 들려줄 것이다.

며칠 전 한명석 선생님의 칼럼 중 ‘큰 바위 얼굴’ 이라는 칼럼을 읽었다. 그 이야기의 줄거리는 마을 속 전설의 큰 바위 얼굴의 전설이 있었는데, 주인공은 나중에 그 얼굴의 주인공을 만나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해 한시도 잊지 않고 용맹정진 했다. 먼 훗날 마을을 찾아가 큰 바위 얼굴을 바라보고 있던 바로 그 때, 마을의 한 아이가 주인공에게 ‘와! 큰 바위 얼굴과 똑 같다. 영웅이 돌아왔다.’ 하고 외쳤다고 한다. 정말로 내 가슴을 무찌르는 이야기다. 지금 나는 영웅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글을 쓰고 있고, 가슴 속 깊숙한 곳에 하나의 씨앗을 심는다. “꼭 사부님과 같이 자신다운 삶을 살아볼 꺼야.”

아침의 현미 찹쌀밥과 야채 전골은 듣던 대로 일품이었다. 과연 이 맛이 집으로 돌아가 원래의 식단을 찾았을 때에도 같을지는 장담할 수는 없지만, 레몬주스와 포도로 보낸 이틀간 잠들어 있던 후각과 미각을 다시 되살렸다. 사부님 말씀대로 정말 조금만 먹어도 살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선 1주일, 한 달의 단식을 해보고 싶다. 정말로 기회가 닿는다면 지리산에 내려가 한 달간의 단식에 도전해 보고 싶다. 또 다시 하나의 씨앗을 심는다. “지리산에 가 한달 간의 단식에 도전할 꺼야.”

나는 지난 2박 3일간 이곳에서 무엇을 얻었는가? 하루도 예외 없이 새벽의 천복을 개발하고 계신 사부님의 뒷모습을 직접 내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비싼 참가비의 값어치는 충분히 했다고 본다. 또 하나는 내 삶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하고, 나의 미래의 계획과 비전을 발표하고 꿈벗과 사부님의 코멘트를 받을 수 있었다. 내겐 이런 경험이 처음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경험이다. 마지막으로 이 프로그램의 백미인 아름다운 미래의 10대 풍광 꾸러미를 한 아름 얻어간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자칫 나태해 질 뻔한 새벽활동을 밥을 먹고, 화장실에 가듯 아주 자연스럽게 내 삶에 받아들일 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 노력할 것이다. 또 하나 많이 먹지 않아도 사람은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자발적 빈곤’을 일상에 녹여 생활화 할 것이다. 한 달에 한 번 금요일을 포함한 주말에 단식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아직은 10풍광이 명료하지 않다. 꿈 작업은 결코 1회성의 이벤트가 아니기 때문에 시간을 정해 주기적으로 나의 10년에 아름다운 색깔을 덧칠하고, 또 다른 풍광을 추가하도록 한다. 이렇게 매일 정진하며 살아가다 보면 나도 언젠가는 사부님과 같은 ‘자신답게 살아가는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정말로 맑고 향기롭고, 아름다운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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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0.17 22:43:25 *.180.75.152
경인아 수고했다^^
“꼭 사부님과 같이 자신다운 삶을 살아볼 꺼야.”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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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8 08:16:33 *.124.233.1
누님!
항상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늠늠 고맙습니다!
사부님과 누님처럼 자신의 천복을 따라 살도록 열심히 정진할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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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10.10.18 13:17:40 *.207.0.12
경인씨, 영웅의 제자되심 추카해요..
경인씨라면 반드시 큰 바위 얼굴이 될거라 믿어요..^^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차오르는 경인씨의 내적 성장이 참으로 든든하게 여겨지는 가을이에요.
이제 동그라미 세 개도 그렸고, 10대 풍광도 펼쳐놓았으니
그 길 위에서 하나씩, 둘씩 침묵하는 가운데 이뤄나가기 바랄게요.
변경인으로서 그 길 함께 하게 되어 감사하고 기뻐요. 다음에 만나면 꿈벗에서의 이야기 더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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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0 05:38:15 *.99.185.249
고맙습니다 누님!
제가 꿈벗에 가게된 결정적 역할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ㅜㅡ
아마 그 때 그렇게 결정하지 않았더라면 한 참 뒤에 갔을 것 같아요.
고마워요 누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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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진
2010.10.18 14:38:56 *.242.52.22
단군일지에 아우라가 느껴지니 너무 반가우이.
나보다 연구원 먼저 하면 안 되는데... ㅋㅋ
사부님이 그대의 깊음을 보셨을 것이고 그대는 그만큼 깊어지면 될 테니.. 내 일보다 더 기쁨이 오는구려.
무조건 화이팅 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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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0 05:39:12 *.99.185.249
과찬이세요 형님..;;
진심으로 격려해주고 아껴주는 이곳의 문화가 저는 너무나 좋아요.
늠늠 고맙습니다 형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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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8 19:23:30 *.76.121.104
짝짝짝.
박수치는 것 밖에는..
경인님의 글에서 입꼬리가 올라가는 나의 웃음을 봅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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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0 05:40:37 *.99.185.249
고마워요 형님! ^^
어여 욱진이사님과 명기형님과 강남 저녁 번개 했으면 좋겠어요.
형님 응원해주시는 마음에 누가 되지 않도록 더 열심히 정진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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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0 05:35:10 *.99.185.249

143일차 (10월 18일)

첫 번째 결혼기념일임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고마운 배려로 2박 3일간의 꿈벗 여행에 참가할 수 있었다. 사부님 그리고 꿈벗들과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서둘러 서울로 올라왔다. 지난 주 성우형님께 아내에게 줄 선물을 하나 부탁 드렸다. 나무로 만든 사과모양의 아주 작은 보석함이다. 장차 세계적 목공예 아티스트가 될 사람의 손에서 나온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유일무이한 작품이자 선물이 될 것이다. 역삼역에서 형님을 만나 작품을 받은 뒤에 집에 들러 옷을 갈아입고 아내와 만나 대학로로 향했다.

아내는 결혼 1주년을 기념하고 새롭게 시작되는 1년은 명랑만화처럼 유쾌하게 살자며, 뮤지컬이나 연극공연 대신 과감하게 ‘웃찾사’ 공연을 선택했다. 코미디 공연은 처음이라 살짝 걱정도 되긴 했지만 공연시작 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유쾌한 공연 관람을 마치고 아내가 결혼 1주년 되면 꼭 하자고 기다리며 별렀던 캐리커쳐 그림을 그려주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학로 샘터 건물 앞 길가에 두 명의 여성 아티스트가 그 일을 했는데, 단 15분만에 뚝 딱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붓 펜으로 윤곽을 그리고 파스텔로 색을 입혔다. 그야 말로 ‘달인’이었다. 그 중 한 분은 아예 연필로 스케치도 하지 않고 바로 붓 펜으로 윤곽을 그리고 바로 채색했다. 아내가 그 분이 더 잘 그리는 것 같다 하여 그 분께 우리의 1주년 기념 그림을 맡겼다. 아내의 얼굴은 조금 더 통통하게, 내 얼굴은 말처럼 길게 나왔지만 우리 둘의 특징을 기가 막히게 잡아 주었다. 무엇보다 아내의 아기처럼 배시시 웃는 해맑은 미소를 잘 담아낸 것 같아 너무나 좋았다. 중간에 아티스트 분께 이 일을 얼마나 하셨냐고 여쭤보니 10년은 넘은 것 같다고 하셨다. 다시 한 번 10년 법칙, 1만 시간의 법칙의 위력을 확인했다. 내가 10년 법칙을 이야기 하니 개그 프로 '달인'의 김병만은 16년 동안 연마 했다는 이야기를 하며 아직 자기는 부족하다며 너스레를 떠셨다.

저녁 식사를 위해 BIS라는 대학로의 숨어 있는 맛 집을 찾았다. 이탈리아식 파스타를 전문으로 하는 곳인데, 대학로 부근에 있는 학교를 근 8년여 다녔음에도 한 번도 보지 못한 곳이다. 이곳은 아내가 학생시절에 잠시 아르바이트를 했던 곳이다. 그 땐 이곳이 돈이 많아야만 올 수 있는 화려한 곳이라 여겼다 한다.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힘겹게 아르바이트 했던 곳을 결혼 기념일 저녁식사 장소로 찾아오게 되자 감회가 새로운 모양이다. 주문을 한 후 화장실에 다녀온다 이야기 하고 그곳 사장님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음악을 하나 신청 드렸다. ‘Way back into love’라는 곡인데, 영화 ‘그 남자 작곡 그 여자 작사’의 OST이다. 이 곡은 우리 결혼식을 위해 만든 동영상의 테마 곡으로 감미롭고 귀여운 곡으로 우리 둘 다 참 좋아하는 곡이다. 이윽고 신청한 곡이 흘러 나오는 때에 맞춰 준비한 보석함과 편지를 건 내고, 보석함에 담긴 목걸이를 목에 걸어 주었다. 아내의 행복한 미소를 보니 그 동안의 미안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 내렸다.

추억의 단편으로 밖에 머무를 수 밖에 없었던 한 장면을 글로 담았다. 사부님의 말씀처럼 개인의 역사는 기록하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기억해 주지 않는다. 언젠가 먼 훗날 이 글을 다시 접하게 되면 시간을 뛰어 넘어 다시 아름다웠던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우리의 아이들도 우리에게 이런 순간이 있었음을 보고 낭만이 살아있는 흑백 고전영화를 보는 마음으로, 다락방에 먼지가 수북히 쌓여 있는 낡은 상자에 담긴 그 옛날 부모들이 주고 받았던 연애편지를 몰래 보는 마음으로 바라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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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0.20 13:41:59 *.35.254.135
결혼 기념일이었구나 축하가 늦었네
날마다 그 성실함을 바탕으로 쭈욱 행복하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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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0 05:36:09 *.99.185.249

144일차 (10월 19일)

다시 월요일 아침이 되어 나는 같은 시간, 같은 곳으로 향하는 내 모습은 전과 다름이 없지만, 다르지 않은 그 모습에 담긴 나는 분명 어제와는 다르다. 마음이 한껏 편안하고 안정되어 있다. 그 동안 내 마음이 가볍게 통통 튀는 경차였다면, 오늘의 내 마음은 묵직한 중형 세단의 느낌이다. 언제나 막연한 긴장감과 걱정이 드는 월요일 아침을 이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맞이하는 내 모습이 조금 낯설기도 하다. 아마도 내면의 나는 과거의 나와 작별을 고하고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기로 다짐했기 때문이리라.

그곳에 다녀오고 나니 앞서 다녀온 분들께서 환영해 주셨다. 한명석 선생님, 선관 누님, 써니 누님께서 지금의 이 열정을 가지고 앞으로 더 많은 것을 이루어 나가라며 응원의 댓글을 남겨주셨다. 작년 6월 변경연에 자주 들어와 주변을 기웃거리던 주변인에서 단군을 통해 그리고 꿈벗을 통해 변경연 커뮤니티에 공식으로 데뷔(?)한 기분이다. 나는 체질적으로 어떤 곳에 소속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아마도 독립적인 속성 때문인 듯 한데, 변경연은 그 독립적 속성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기 때문에 내 마음을 무찔러 들어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1인 기업으로 각자 홀로 있으며 다 함께 할 수 있는,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모순과 역설을 받아 들일 수 있는 곳, 서로가 각자의 스승이 되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곳. 내게 있어서 변경연은 그런 곳이다. 그 동안 내적 굶주림에 시달릴 때마다 따 먹은 사부님을 비롯한 이곳의 많은 분께서 길러내 주신 정신적 열매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작고 미약하지만 내가 지닌 강점을 기반으로 한 ‘공헌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회사 생황은 여전히 힘겹고 벅차지만, 내게 일어나는 모든 현상은 결국 내 마음이 빚어내는 것이라는 부처님의 말씀처럼 결국 내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지금의 나는 사자를 가슴에 품은 낙타이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며 불평으로 하루를 채운다면, 내 하루는 정말 그렇게 끝이 나는 것이다. 나는 시를 잘 모른다. 막연하게나마 시는 참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인생을 시처럼 살 수는 없을까? 별 거 있나? 그냥 스스로 그렇게 여기면 그렇게 사는 것이다. 나도 이곳에 있는 많은 사람들처럼 시처럼 인생을 살아보겠다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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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0 05:36:47 *.99.185.249

145일차 (10월 20일)

새벽에 양평에 들러 어머니께서 차려주신 맛있는 밥을 먹고, 곤지암 연수원으로 향했다. 개인적으로 양평에서 곤지암 가는 길을 나는 참 좋아한다. 큰 길이 없고 주로 산길이기 때문이다. 울긋불긋 변해가는 단풍을 바라보는 것도 참 좋지만, 무엇보다 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었을 때 손끝으로 느껴지는 공기의 떨림이란. 봄에는 봄의 대기가 가지고 있는 그 느낌이, 가을이면 가을이 가지고 대기의 그 느낌이 고스란히 내게 전달된다.

문득 나의 꿈을 떠올려 본다. 10대 풍광을 그려보며 아직 희미하지만 나는 10년 후 미래로 거침없이 달려가 내가 만나고 싶은 10개의 추억을 떠올렸다. 그곳에서 나는 변화 전문 작가이자 강연가, 컨설턴트였다. 아마도 지금의 사부님의 모습을 너무나 동경해 나왔을지도 모르는 유사욕망이 섞여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예전의 나의 과거를 찬찬히 살펴보면 사부님을 알기 전부터 ‘변화, 성공, 자기계발, 심리, 마음, 정신’ 등의 씨앗이 움터왔다. 아마도 그런 씨앗들이 시절인연을 만나 지금과 미래의 어느 순간에 활짝 꽃 피운 것을 나는 바라 본 것이다.

물론 지금 내가 일하는 곳은 내가 원하는 분야가 아니다. 그러나 지금 내가 설레는 것은 내 관심사와 관련이 없는 척박한 이 땅에 내가 원하는 씨앗을 뿌리고 가꿀 수 있을 것 같다는 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 어떤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아주 막연하지만 그럴 것 같다는 희망에 기대는 것뿐이다. 우선 스스로 변화에 성공을 거두고, 그 성공을 기반으로 가까운 사람의 변화를 이끌고, 나아가 더 많은 사람의 변화를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나와 생각이 다르기만 한 낯선 이방인이 아니다. 그 들도 그들만의 꿈의 씨앗이 있을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바로 그런 일이 아닐까? 그들이 가지고 있는 꿈의 씨앗을 움트게 하는 일. “꿈의 씨앗을 움트게 하는 일” 이말 너무나 마음에 든다. 그 일을 통해 직접적인 밥벌이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런 것들은 결과적인 것들이고 비본질적인 것이다.

꿈의 씨앗을 움트게 하는 일을 일상에 녹여내는 것. 이것이 내가 지금 당장 실천해 나가야 하는 그 무엇이다. ‘변화’라는 화두를 그저 책 속에서, 머릿속에서 사변적으로 고민만 할 것이 아니라 내 삶 자체에 녹여내는 것이야 말로 내가 연마해야 할 필살기인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그 동안 내가 그토록 간절하게 원하던 새벽활동과 회사생활의 모순된 생활을 화해시켜줄 가교가 되어주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할 일이 많아 마음이 다급해지지만 서두른다고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차분한 마음을 갖고 한 걸음씩 천천히 발을 내 딛는다. 결국 마음을 가라 앉히고 차분하게 해주는 것은 주변 상황이 아닌 나의 정신적 태도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일상이 명상이 되고, 희망이 되고, 열정이 타오르는 용광로가 되고. 이 모든 것이 공존하며 각각 아름답게 빛을 발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 눈부신 하루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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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1 05:33:05 *.99.185.249

146일차 (10월 21일)

오늘부터 다시 꼭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난 20여일 간 주제의 무거움으로 인한 부담감으로 꼭지 글 쓰기를 중단하고 거침없이 쓰기와 일상의 소소한 내용들을 편안한 마음으로 글로 담았다. 되도록 마음을 거스르는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 최대한 마음의 협조를 얻어내야 즐거운 마음으로 오래갈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시도는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꿈벗 프로그램을 통해 사부님의 가치관과 직업관을 짤막하게 나마 들을 수 있었지만 정확하게 그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다. 지난 번 초고 작업을 하며 스크랩해 놓은 자료들과 인용문들 그리고 거기에 덧붙인 자료를 다시 읽어보았다. 거기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가치철학과 가치론에 관한 정보를 탐색해 보았으나 어려웠다. 아직까지 이 주제가 명료하게 보이지 않는다. 나침반과 꿈벗 프로그램을 통해 가볍게 여러 가지 가치를 탐색하는 작업을 했었고, 그 이전에 ‘나의 사명선언서’ 등을 작업하며 내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작업을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업이 어려운 것은 나의 내면에 내재된 가치가 곧 나를 상징한다는 부담감 때문인 것 같다.

쉽게 가고자 했으나 참 쉽지가 않다. 좋은 글을 쓰려 노력하고자 하는 그 의지는 높게 평가한다. 그러나 한곳에 너무 오래 머무르면 전체를 아우르기 힘들다. 나의 모든 사유, 행동 곳곳에 녹아 있는 그 가치라는 것. 내가 깨어 있는 매 순간, 혹은 내가 의식하거나 의식하지 않는 순간조차 나를 지배하는 그 가치를 의식의 세계로 불러 들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제나 그 화두를 마음에 품고 있어야 한다. 새벽에 잠깐 고민하다 그만두고, 또 고민하다 그만두고 하는 식의 단절된 탐색으로는 결코 내가 가진 가치와 그 가치가 지닌 의미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다. 지금 이 지점은 영웅의 여정에서 가장 어려운 난관이라 여겨진다. 이 과정을 넘기면 대체로 평이한 주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현명하게 이 순간을 극복해 내자.

틈틈이 조셉캠벨의 ‘신화의 힘’을 읽고 있다. 역시 각성한 상태에서 책을 읽는 데는 '지하철 도서관' 만한 곳이 없다. 아마도 지난 몇 년간 익숙해진 환경 때문일 것이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좀처럼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 없었지만, 같은 저자가 쓴 ‘신화와 인생’ 이란 책을 읽고 또한 단군 프로젝트의 ‘영웅의 여정’에 관한 설명을 듣고 나니 책에서 언급한 내용 들이 친숙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재미가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내어 캠벨 할아버지의 책을 많이 읽어보고 싶다. 덧붙여 신화와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을 접하고 싶다. 사부님의 칼럼에서 볼 수 있는 많은 이야기들처럼 나 또한 많은 이야기 꾸러미를 가지고 그곳에서 의미를 찾아 사람들에게 좋은 글로 다가가고 싶다. 예전에 수희향 누님의 단군일지에서 보기도 했고, 승완 형님이 명기 형님에게 추천해 주신 책이기도 한 파울로 코엘류의 ‘연금술사’도 꼭 읽어야겠다.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이 아닌 읽고 싶은 많은 책들 중에서 어떤 책을 먼저 읽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는 지금의 내 모습에 행복한 웃음이 나온다. 욕심부리지 말고 한가지씩 천천히 해 나가면 된다.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시간이 없는 것인지 시간을 내지 않는 것인지 정직하게 고민해 볼 것.

오늘은 기분 좋게도 내 나름대로 정한 새벽활동의 성공기준을 모두 충족시켰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거침없이 쓰는 글로 워밍업을 하고, 주제를 가진 글로 내실을 다지고, 단군일지를 통해 새벽활동과 그외 나머지 22시간에 대한 단상을 기록한다. 그리고 그 시간은 최소한 2시간 이상이어야 한다. 문득 행복한 성취와 관련된 엔서니 라빈스의 말이 떠오른다. “나는 인생에서 행복하기 위해 성취한 것이 아니라 행복하게 성취했고, 이것이 내 인생에 끼친 영향은 말할 수 없을 만큼 컸다. 나는 추진력을 절대 잃지 않았다. 반대로 기분이 너무 좋아서 더 하고 싶어졌다!” 나도 마찬가지다. 행복을 뒤로 미루지 않고, ‘행복하게’ 여정을 이끌어 나갈 것이다. '꿈의 씨앗을 움트게 하는 일'과 더불어 '작은 생각 하나를 바꾸어 큰 변화를 이루는 것' 또한 내가 진정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나 둘 성실하게 찾아가는 일. 내가 행복하게 성취하고 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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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
2010.10.21 21:02:51 *.234.178.133
경인님!
꿈벗 프로그램에서 어떤 힘을 얻어가지고 오셨군요. 아니면 그전에 경인님께 있었던 씨앗이 꿈벗을 통해 움트기 시작한 건지도 모르겠어요. 어떤 확신이 느껴지고 아주 좋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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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2 05:38:23 *.99.185.249
얼른 누님의 일지로 찾아 갈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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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2 05:37:18 *.99.185.249

147일차 (10월 22일)

비염이 생긴 것 같다. 아마도 지난주 단식과 일교차가 심한 날씨 탓에 몸의 면역력이 약해진 틈을 타 이 녀석이 들어온 것 같다. 결정적으로 이곳 연수원 지하 강의실의 탁한 공기와 밖에서 흘러 들어오는 담배연기 때문에 목이 칼칼하더니 결국 머리가 지끈거리고 콧물이 흐르는 비염까지 발전했다. 예전엔 비염이 감기인 줄 착각해서 종합감기약만 줄기차게 사다 먹었는데, 재 작년인가 하도 낫지 않아 병원에 가서 비염진단을 받고 처방 받은 약을 먹으니 며칠 지나지 않아 바로 나았다. 일년에 한 두 번 계절이 바뀔 때마다 찾아오는 이 손님은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라는 보왕삼매론의 지혜를 상기시켜주고 떠나가곤 한다.

오늘 새벽에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는 와중에 문득 ‘상실’이란 화두가 떠올랐다. 새벽에 막 눈을 떴을 때의 그 무방비 상태에서 찾아온 이 화두는 나를 가슴 뛰게 한다. 사랑하는 부모님께서 떠나신다면, 사랑하는 아내가 떠난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갑작스레 찾아온 이 물음에 나는 아무런 답을 할 수 없었다. 그저 상실의 고통만 느끼면 되는 것일까? 무의식 속 상실에 대한 두려움의 파도가 각성하고 있던 의식의 눈에 포착이 된 것이다. 언제나 나를 휘감아 치는 막연한 두려움의 감정. 아마도 이러한 감정은 내 의식세계에 간절하게 호소하고 싶은 무언가를 머금고 있는 듯 하다. 그게 과연 무엇일까?

이곳 연수원에 와서 밥을 적게 먹고, 물을 아주 많이 마시고, 틈나는 대로 산책을 한다. 조금 힘이 들긴 하지만 이런 과정을 잘 극복하고 나면 내 몸도 점점 건강해지리라 믿는다. 예전에 TV 다큐멘터리에서 암환자들이 암을 치료하기 위해 산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본적이 있었다. 삼나무 숲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라는 성분이 질병의 치유에 효과를 발휘한다는 내용이었다. 그곳에 나온 사람들 대부분이 나와 같은 도시생활을 하며 직장을 다니고, 스트레스를 받곤 하다 암이란 질병에 걸려 숲 속을 찾고, 거기서 질병치유와 함께 지난 날을 돌이켜보며 자신들의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그 장면이 가슴에 사무쳐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는 듯하다.

그들 중 대기업 임원까지 지낸 한 사람이 영욕의 지난 세월을 떠올리며, 엄청난 경쟁과 스트레스를 견디며 사다리 꼭대기를 오르려던 자신의 몸부림이 얼마나 헛된 것이었는지를 이야기 한다. 그런 것들 모두가 다 부질 없고, 결국 남은 것은 몸에 덕지덕지 붙은 암세포뿐이란다. 자연에 기대어 건강을 회복하며  함께 해준 아내에 대한 고마움에 눈물을 흘린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나는 참 많이 보아왔다. 그러나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보는 순간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지만 이내 망각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아직 충분히 고통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이다. 불타는 갑판 위에 있지 않기 때문에 변하지 않는 것이다. 반드시 갑판에 불이 활활 타올라야만 변화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러기엔 때는 너무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선견지명을 가지고 미리 위기를 경험하고 좀 더 빠르게 행동에 옮길 수는 없는 것일까? 그것을 가로 막는 것이 내게 있어서는 그 막연한 두려움이다. 말은 번드르르 하게 이것 저것 가져다 붙여 이야기 하지만 정작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된다. 항상 늘어나는 것은 핑계와 변명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말 주변은 없더라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그가 누구든 정말 존경스럽다.

내게 있어서 말은 지체 없는 실천과 행동에 대한 교훈을 세상에 알리는 부스러기가 되어야 한다. 두려움을 무찌르는 용기를 기반으로 한 과감한 결단과 행동만이 하늘을 움직일 수가 있다. 오늘 나는 어떻게 하늘을 움직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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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0.22 21:36:49 *.180.75.152
경인아우 페북 관리도 함께 하시게^^ 넘 썰렁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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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3 07:27:06 *.109.54.98
그러게 말이에요 누님! ^^
단군일지에 근근히 블로그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네요~ㅎㅎ
이제 스마트폰도 생겼겠다 자주 관리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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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3 07:34:32 *.109.54.98

148일차 (10월 23일)

어제 연수원 교육을 마치고 양평 집에 왔다. 비염 때문에 오는 길에 이비인후과에 들렀다. 18가지 종류의 알레르기 테스트를 했는데, 집 먼지 진드기 알레르기 라고 했다. 아마도 연수원 지하 강의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좋지 않은 공기가 화근이 된 것 같다. 코 속에 분사하는 약과 일주일 치 약을 처방 받았다.

저녁을 먹기 위해 어머니를 모시고 개군 시내에 있는 중국집으로 갔다. 홍합짬뽕이 드시고 싶으시다 하여 시켜드리고 나는 자장면을 그리고 작은 탕수육도 함께 시켰다. 마주 앉아 계신 어머니를 바라보니 1년 새에 많이 늙으신 것 같았다. 희끗희끗한 머리와 얼마 전 식도 염으로 인해 홀쭉해진 얼굴과 목에 생긴 주름이 더 깊어지신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별것도 아닌 밥상에 소녀같이 해맑은 미소를 띠며 좋아라 하시는 모습을 보니 그냥 가슴이 뭉클해졌다. 집에 돌아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새 들어 사람들이 많이 그립다고 하셨다. 얼마 전 장모님께도 그런 비슷한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처가 부모님도 이곳에 내려와 사시는 게 어떻겠냐고 여쭈니 어머니께서도 그럼 참 좋겠다고 하셨다.

수 많은 인생의 풍파를 겪어온 나의 어머니, 아버지에게 남아 있는 건 출가한 자식 둘과 시골에 있는 집 한 채, 그리고 아직 다 갚지 못한 빚이 남아있다. 아직은 자식들에게 그러한 책임을 떠 맡기지 않으시겠다 하시며 아버지께서는 아직도 강에 나가신다. 아버지께서는 뇌졸중으로 인해 두 번이나 쓰러지신 적이 있으시고, 제 작년에 파킨슨씨 병을 진단 받으셨다. 대단한 정신력으로 마비된 증상은 많이 호전 되셨으나 아직 거동과 걸음걸이가 불편하시다. 어머니께서는 7년 전 당뇨와 척수염을 진단받아 다리가 불편하셔서 오래 걸으실 수가 없다.

나보다 세 살이 적은 누이 동생이 하나 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스무 살에 시집을 가 서른도 채 되지 않은 나이에 벌써 9살 난 아들과 7살 난 딸이 있다. 지난 몇 년간 우울증을 앓아 여러 번의 자살 시도와 함께 자주 병원을 입원하곤 했다. 나의 경우 지난해 6월 갑상선 기능항진증 진단을 받아 1년 여간 약을 복용하고 있다. 누군가 보면 참 박복한 집안이다라고 여길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가 보면 그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와 가족들에게 이런 갖은 풍파들이 찾아올 때마다 내게 힘을 주는 문구가 있다. 바로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의 주옥같은 문구들이다. 그 중 두 번째 구절인 “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제 잘난 체하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일어난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하셨느니라.” 라는 문구와 이 문구에 대한 법정(法頂)스님의 법문이다.

『이 세상을 고해라 하잖습니까? 고통의 바다라고. 사바세계란 말은 그런 뜻이에요. 우리가 어려운 세상, 고해, 사바세계를 살아가면서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기만 바랄 수는 없습니다. 어려운 일이 쌓여있는 것이죠. 곤란합니다. 어떤 집안을 놓고 보더라도 밝은 면도 있고 어두운 면도 있습니다. 어떤 개인의 인생도 그렇고. 세상살이에 곤란 없게 되면 사람들이 넘치게 돼요. 잘난 체 하고 남의 어려운 사정을 모르게 됩니다. 마음이 사치해지는 겁니다. 그래서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는 거예요. 자신의 근심과 걱정을 밖에서 오는 귀찮은 것으로 생각지 말라는 거예요. 자신의 삶의 과정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숙제로 생각해야 해요. 우리 집안의 어떤 걱정과 근심거리가 있다면 회피해선 안 됩니다. 그걸 딛고 일어서야 해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왜 우리 집안에 이런 액난이 닥치는가, 이것을 안으로 살피고 딛고 일어서라는 거예요.

우리는 이 세상에 저마다 자기 짐을 지고 나오잖아요. 그 짐마다 무겁고 달라요. 누구든 이 세상에 나온 사람들은 남들이 넘겨볼 수 없는 짐을 지고 있다니까요. 그런 근을 지니고 있어요. 그것이 그 인생이에요. 그러니까 집안에 무슨 어려움이 있다고 나쁘게만 생각지 마세요. 그 어려움을 통해서 그걸 딛고 일어서는 새로운 창의력을, 의지력을 계발하라는 우주의 소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세상은 살아갈 만한 세상이 됩니다.

처음부터 제가 말씀 드렸습니다. 이 사바세계라는 것, 참고 견뎌야 할 세계. 그런데 여기에 묘미가 있어요. 만약 이곳이 극락이나 지옥이라면 아무 재미가 없어요. 극락? 아무 고통도 없다는 거예요. 무슨 생각만 해도 몰려온다는 거예요. 물론 우리가 볼 때 이상적으로 추구해야 할 세계입니다. 그러나 재미없어요. 또 지옥? 너무 고통스러워서 감내할 수가 없어요. 사바세계는 그 중간이에요. 그러니까 참고 견딜만한 세상이란 것이죠. 』

그렇다. 이 세상은 인과율(因果律)의 지배를 받는다. 지금 생긴 일들은 언젠가 우리가 빚은 업(業, Karma)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것이 이생이든 전생이든 우리 자신이 뿌린 그 업의 씨앗이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내게 주어진 이러한 여러 상황들을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거듭 안으로 살핀다. 그리고 이것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 이럴 때 일수록 스스로를 더럽히지 않고 맑고 향기롭게 가꾼다.

부끄럽게도 한때 병드신 부모님과 동생을 내 어깨를 짓누른 짐이라 생각한 적이 있었다. 아직도 마음이 약해질 때면 그런 생각에 제압당할 때가 있다. 한 사람 한 사람 살아가는 데는 저마다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하늘이 나를 세상에 보낸 이유중의 하나는 연약한 나의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잘 보살피고 지켜주라는 데 있을 것이다. 혹자는 이런 나의 생각을 가부장 콤플렉스, 장남 콤플렉스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나는 감히 이런 나의 모습을 든든한 ‘가족 수호 영웅’이라 칭한다. 이 또한 어쩌면 내가 그토록 찾고 있는 천복 중의 하나가 아닐까? 작은 생각의 전환 하나가 어깨를 짓누를 수 있는 짐이 될 수도, 삶을 행복으로 이끄는 희열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짐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희열을 택할 것인가? 답은 자명하다.

단군일지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다. 새벽활동, 천복과 필살기의 연마 과정을 기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의미일 것이다. 내게는 주로 새벽에 거침없이 쓰는 글을 통해 도출된 화두와 새벽활동 이외에의 일상에서 빚어진 나의 생각의 단상에 대해 기록하는 역할로 변경되었지만, 나는 이것이 오히려 더 나은 시간이라 여겨진다. 이것이야 말로 살아 있는 내 삶의 일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이런 종류의 글이 나를 이끌고 내가 거기 따라가기 때문이다. 정답은 없다. 그저 나를 부르는 곳으로 나는 따라갈 뿐이다. 오늘은 즐거운 꿈벗 소풍이다. 좋은 사람들과 가을의 좋은 풍광을 많이 담아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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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
2010.10.23 12:33:01 *.92.195.100
<가족 수호 영웅>, 경인님!
생각을 전환시켜 사람이 살아가야하는 힘으로 변화시키는 군요.
경인님의 단군일지 아주 좋습니다. 오늘도 한 수 배우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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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5 08:23:23 *.124.233.1

149일차 (10월 24일)

내게 주어진 '하루' 라는 시간 속에서 내게 한꺼번에 아주 많은 경험이 찾아와 주었다. 새벽 단군활동을 하고, 부리나케 서울로 달려와 아내의 얼굴을 보고, 다시 짐을 챙긴 후 사부님을 모시러 세검정에 있는 상명대학교로 향했다. 지난 주에 세차를 했음에도 한 주간 쌓인 먼지로 차가 너무 지저분했다. 사부님과 윤인희 님을 만나기로 한 시각은 10시 반이었지만 길이 막힐까 서두른 탓에 30분 일찍 도착했다. 상명대 입구에 주차를 한 후 트렁크에 있는 걸레를 가지고 부지런히 차를 닦았다. 훨씬 나아졌다. 누추한 차로 사부님을 모시기가 너무 부끄러웠다. 물론 사부님께서는 전혀 개의치 않으시겠지만.

두 분을 모시고 목적지인 충북 괴산으로 출발했다. 사부님께서는 오늘 많은 사람들이 단풍놀이 가느라 길이 심하게 막힐 것이니 고생 좀 해달라고 말씀해 주셨다. 역시나 서울을 벗어나기도 전에 극심한 정체에 시달렸다. 네비게이션이 안내해준 대로 라면 경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를 타야 했겠지만, 가을철 단풍구경을 가는 행락객의 목적지가 대부분 강원도일 것이라는 사부님의 말씀을 따라 조금 덜 막힐 것 같은 중부고속도로를 탔다. 이천 휴게소에 들러 사부님께서 호도과자를 사주셔서 맛있게 먹었다. 휴게소 앞에 교복을 입은 여자 고등학생들이 불우한 이웃을 돕자며 모금 활동을 하고 있었다. 사부님께서는 5천 원짜리 지폐로 3천원 짜리 호도과자를 한 봉지 사시고, 나머지 2천원은 모금함에 넣으셨다. 사부님에 대한 기대 심리로 인한 후광효과가 작용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러한 사부님의 사소한 모습 하나하나가 내겐 모두 남다르게 다가왔다.

다행히도 일부 정체구간을 제외하고는 고속도로가 원활하게 소통되어 음성 IC까지 시원하게 달릴 수 있었다.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국도를 탔을 때 바라보는 가을 산의 단풍은 참으로 절경이었다. 네비게이션이 자꾸 큰 도로로만 안내를 해 조금 애를 먹었다. 목적지인 괴산에 부근에 도착해 괴강 다리 부근에 있는 매운탕 집에서 사부님과 함께 늦은 점심식사를 했다. 때마침 근처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민정누나의 전화가 걸려왔다. 누나도 불러 메기 매운탕 대(大)짜리를 시켜 맛있게 먹었다. 단풍에 물든 괴강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을 함께 바라보며 반주로 가볍게 소주를  한잔 했다. 무엇보다 강과 풍경을 그윽하게 바라보시는 사부님의 모습을 바라보며 ‘떠남과 만남’에서 남도를 기행 하시며, 섬진강 부근 매운탕 집에서 홀로 강을 바라보셨을 사부님을 떠올렸던 생각이 교차했다. 나는 내게 주어진 아름다운 풍광을 먹어 치우는 일이 많다. 그저 그곳에 있었다라는 기억만을 하나의 사실로 기억하려고만 한다. 그러나 사부님께서는 온전히 그 순간을 누리시는 것 같았다.

그렇게 사부님과 근사한 식사를 한 후 목적지인 갈론분교를 향했다. 그러나 그 부근 지역행사로 주변이 상당히 복잡했다. 마을의 초입새에서 목적지까지 5km 이상이 남아있었다. 굽이굽이 산길이었다. 일방통행이라 맞은 편에서 차가 오면 난감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그러나 중간중간 비켜설 수 있는 여분의 공간을 마련해 두어 무사히 목적지로 향할 수 있었다. 가는 길의 풍광의 아름다움이란. 거울같이 맑은 괴산호에 비친 단풍은 마치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도착하니 분교 운동장에 ‘꿈벗 한마당’이라는 플래카드와 함께 먼저 도착한 일행이 우리를 환영해 주었다. 변경연 웹사이트에서 글이나 사진으로만 뵈었던 많은 분들과 실제로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예정보다 조금 늦게 행사가 시작되었고,  각자 돌아가며 자기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며 2분간 서로에 대하여 이야기 했다. 어색할 것 같아 걱정했는데, 함께 꿈꾸는 사람들, 즉 꿈 벗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지라 오히려 주어진 2분이 너무나 짧게 느껴졌다.

분교 안으로 들어와 정화 누님과 효은 누님의 작품 전시회 시간을 가졌다. 두 분다 각기 다르지만 아름다움이란 예술의 공통적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해주었다.  정화 누님의 단군 프로젝트 관련 그림 중 '돌파' 란 주제의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누님께서 본인의 작품을 소개하실 때 이 전시가 끝나면 원하는 사람에게 그림을 주신다고 하셨다. 그 그림이 너무 탐이 난다. 늦게 도착한 성우 형이 직접 만든 목공예 작품을 재치 있고 유머 있는 설명으로 소개시켜 주었다. 이곳에 오면 재능이란 어떤 것이고, 어떻게 수련을 해야 하는 것인지를 깊게 배우게 된다. 그래서 너무나 좋다.

구자봉 선생님과 박노진 선생님의 책 출간관련 발표가 있은 후 사부님의 강연이 시작되었다. 사부님의 다음 작품에 나오는 7가지의 터닝포인트에 대하여 이야기해 주셨다. 이곳에 오니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사부님의 작품의 맛 배기를 보니 감회가 남다르다. 메모장과 필기도구를 준비하지 못해 사부님의 말씀을 다 받아적지 못했지만 다행히 옆에 있던 민정 누나가 휴대폰 녹음 기능을 활용해 녹음을 했고, 수희향 누님과 승완 형님이 열심히 받아 적으셨으니 소풍이 끝난 후 부탁드려 받아 놓아야겠다.

그렇게 사부님의 강연이 끝난 후에 야외에서 바비큐 파티가 열렸다. 준비하시는 분들의 일손이 부족하여 고기 굽는 일을 도왔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부족했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뭔가 공헌할 수 있음에 즐거웠다. 기수 별로 인사와 건배 제의를 한 후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웠다. 고기는 많이 먹지 못했는데, 새우구이는 직접 구우며 많이 주워 먹었다.

그렇게 파티가 끝난 후 분교 운동장에서 캠프파이어를 했다. 나무가 젖어있어 생각보다 불이 잘 붙지 않았다. 성우형이 나무 판자를 구해와 쪼개 넣으니 불이 활활 타올랐다. 나무 전문가라 역시 나무와 우주적 공명을 한 것 같았다. 타오르는 모닥불 앞에서 노래도 부르고 고구마도 구워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다 보니 어느덧 밤이 깊었다. 끝까지 남아 있고 싶었지만 몰려오는 졸음을 이길 수가 없었다. 앉아서 꾸벅꾸벅 졸다가 방으로 들어와 바로 잠 자리에 들었다. 따뜻한 온돌방의 따끈한 온기를 느끼다 이내 잠들어 버렸다. 

새벽 3시 10분. 알람에 눈을 떴다. 산 속의 좋은 공기와 온돌바닥 덕분인지 짧은 시간이지만 깊은 잠을 잔 것 같았다. 아직도 모닥불 앞에 사람들이 남아 있었다. 1기 어당팔 운제 선생님과 용규 형님, 민정 누나를 비롯한 몇 명이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남 다른 용단을 내리고 숲 생황을 하시는 용규 형님께 질문을 하고 답을 듣는 식의 대화가 오갔다. 정말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다행이도 지난 몇 년간의 힘겨운 시절을 딛고 일어서 일이 잘 풀리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역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돕는다는 진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모두 조금이라도 눈을 붙여야 한다며 대화를 맺음 짓고 안으로 들어왔다. 용규 형님과 효은 누님이 출출하시다며 컵라면을 끓여 나누어 드셨다. 재국이와 나도 출출하여 함께 컵라면을 먹었다. 세면장에서 양치질과 세수를 하고 돌아와 새벽활동으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지금 내 앞에는 수희향 누님이 책을 읽고 계시고, 정화 누님이 그림을 그리고 계신다. 그리고 저기 저곳에 사부님께서 버트란트 러셀의 자서전을 읽고 계신다. 이 어마어마한 창조와 사유의 에너지 장에 내가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뿌듯하다. 최근 들어 내게 벌어지는 일련의 운명적인 사건 모두가 내가 간절한 마음으로 뿌린 씨앗의 결과라 믿기로 했다. 아침이 밝아온다. 맑은 공기를 마시러 밖으로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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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7 04:28:13 *.109.24.90
고맙습니다. 윤정님. ^^
수수팥떡도 소개시켜주시고, 이렇게 가끔 찾아와 주셔서 좋은 말씀도 해주시구요.
많은 분들께서 꿈벗 소풍에 대해 본인은 주변인이라 여기시며
참석을 주저하시곤 하시는데요,
저도 처음 꿈소풍 참석했지만 그런 경계는 자신의 마음이 만들어낼 뿐
그 어느 누구도 그러한 경계선을 만들지 않더라구요.
내년 꼭 함께 봄 맞이 하러 갔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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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0.25 13:22:06 *.114.49.161
어마어마한 창조와 사유의 장....우와 그 장면이 상상이 됩니다. 멋집니다.
꿈벗 소풍이 저렇게 진행되는군요. 자세히 읽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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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5 09:22:00 *.124.233.1

150일차 (10월 25일)

꿈벗 소풍 2일차. 새벽활동을 마치고 주변 산책을 나섰다. 멀리 나설 수가 없었다. 분교 앞으로 보이는 단풍들이 더 이상 발걸음을 옮길 수 없도록 나를 사로 잡았기 때문이다. 그저 분교 둘레를 거닐 뿐이다. 하나 둘 사람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런 MT형식의 모임에서 새벽 7시에 거의 전원이 일어나는 모임은 처음 본 것 같다. 모두 함께 분교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아침 메뉴는 다슬기 된장국. 아주 구수하고 시원한 것이 어제 술을 거나하게 마신 사람들이 아주 좋아할 메뉴였다.

그렇게 찬찬히 아침식사를 마치고 휴식을 취한 후 9시 반부터 용규형님의 숲 해설이 있었다. 방이나 강의실에서 이루어지는 강연이 아닌 주변에 살고 있는 풀과 나무 친구들을 직접 보며 받는 살아있는 강의였다. 노랗게 피어난 산국(山菊)의 향기를 머금으며 강의를 시작했다. 산길을 직접 거닐다 멈추고 혹은 냇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나무들의 생존 방식과 겨울을 나는 법 등 숲의 겨울나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아름다운 가을 단풍과 너무도 맑은 개울가 넓은 바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우리들의 아름다운 풍광이 가슴을 벅차 오르게 했다. 어제 못다한 이야기. 어제 사부님의 강연의 7가지 비밀 중 마지막 남은 하나, "자신만의 철학을 가져라." 아마도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영원히 잊지 못할 비밀로 마음 속 깊이 간직할 것이다.

마음 속 게으름의 꾐에 빠져 이곳에 오지 않았더라면 이 시간쯤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아마도 지나온 수많은 주말이 그래왔든 게으르게 잠을 자고 있거나, 무조건 쉬는 것이 옳다며 집안에서만 옴짝달싹 하지 않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숲 체험은 앎과 체험의 상관관계를 내게 알려주었고, 그 동안의 게으르고 나태한 수동적 여가를 앞으로 적극적인 여가로 탈바꿈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숲 체험을 마치고 맛있는 닭도리탕과 닭백숙으로 허기진 배를 달랬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다. 식사 후 분교 작은 운동장에 옹기종기 둘러 앉아 각자 못다한 이야기들을 이어나갔다. 1박 2일의 시간이 참으로 짧아 모두가 각자 온 그곳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찾아왔다. 돌아가는 곳은 같지만 돌아가는 사람은 달라져 있을 것이다. 헤어짐에 대한 아쉬움이 아닌 또 다시 만날 때 보게 될 각자의 성장한 모습을 기대하며 행복한 마음으로 허깅 세레모니를 했다. 모두 함께 한 자리에 있었음을 기념하기 위해 기념 촬영을 끝으로 짧았던 가을 소풍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소풍 후..
사부님을 비롯하여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용규 형님의 ‘백오산방(白烏山房)’을 찾았다. 변경연 마음을 나누는 편지에서 글과 사진으로만 만나 뵙던 용규 형님의 산방을 찾을 수 있는 인연이 내게 찾아온 것이다. 사실은 전날의 늦은 취침과 이른 새벽기상으로 잠이 부족하여 일찍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러나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오늘 같은 날을 놓칠 수는 없었다. 형님이 산방은 분교에서 약 8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산아래 공터에 차를 주차해 놓았는데 공터 아래는 새로운 전원 마을의 택지개발이 한창이었다. 저곳도 분명이 나무들이 우거진 숲이었을 텐데 사람들 사는 곳을 마련하기 위해 저렇게 헐 벗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니 고운 시선으로 볼 수만은 없었다.

산방으로 오르는 길은 일반 승용차로 오르기엔 좁고 험하여 공터에 주차를 해 놓고 걸어 올라갔다. 오솔길의 모퉁이를 돌고 나니 글과 사진 속에서만 보던 산방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형님의 글을 읽으며 항상 법정(法頂)스님이 떠오르곤 했었는데, 그 때문에 형님의 산방이 더욱 더 정겹게 느껴졌다. 역시나 글 속에서만 만나던 ‘산’과 ‘바다’ 그리고 그들의 새끼가 우리 일행을 맞이해 주었다. 산방 앞 발코니에 모여 앉아 숨을 고르며 그림 같은 절경을 만끽했다. 그곳에 나누는 사부님과 용규형님의 대화는 마치 스님들의 선문답과도 같았다.

마을에서 준비해간 고기와 산방의 각종 재료들을 가지고 이름하여 ‘못된 요리’를 사부님께서 직접 만들어 주셨다. 일부는 산방의 저녁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도끼로 장작을 패고, 일부는 사부님 요리를 도왔다. 또 일부는 산방 구석구석을 탐사(?)를 했다. 산방 내부엔 좌식 책상과 의자가 한 벌 있었고, 책상 바로 앞에는 반경 1.5m 가량의 큰 창이 나 있어 이곳에 앉으면 없던 글도 생겨나 살아 숨쉴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형님의 성소(聖所) 천장으로 향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다락방. 아. 누구나 꿈꾸는 그런 공간이었다. 강의와 대화를 통해 나오는 수 많은 아포리즘 들의 기반이 되는 수 많은 책들이 가득했다. 무엇보다 책상 위 법정(法頂)스님의 일기일회(一期一會)가 유독 내 눈에 들어왔다. 법정스님을 닮은 목가적이고 자연주의적이며 단순하고 간소한 글이 탄생한 배경을 알 수 있었다.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굴뚝의 연기와 함께 사부님의 ‘못된 요리’가 완성되었다. 에피타이저로 자연산 송이를 맛보았다. 요리하는 내내 후각을 자극하던 비밀요리의 뚜껑을 열었다. 음. 그 향과 맛이 아주 일품이었다. 아마도 이 요리가 못된 요리로 명명 된 데에는 사람의 후각과 미각을 마비시키는 듯한 절묘한 맛 때문이리라. 요리와 함께 ‘괴산 막걸리’를 마신 후 디저트로 형님께서 손수  ‘송이 라면’을 끓여 주셨다. 배가 불러 더는 못 먹겠다고 했던 사람들 모두 향긋한 송이와 먹음직스러운 모습에 다시 상 앞으로 모였다. 

함께 밥만 지어 먹고 떠날 예정이었지만 사부님과 용규형님의 달 이야기에 일행 모두는 달 맞이를 하고 떠나기로 했다. 뉘엇뉘엇 해가 지고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는 동안 어둠이 찾아왔다. 살포시 달이 떠올랐다. 모두가 발코니로 이동했다. 산방의 전등을 모두 끄고 달을 맞이했다.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모두 그저 묵묵히 달을 바라보았다. ‘산’은 마치 자신이 이 어둑한 숲 속에 홀로 존재하는 영웅인 것마냥 우렁차게 짖어댔다. 아주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우리 모두는 시간 밖에서 함께 공존했다. 

단 1박 2일 사이에 나는 아주 많은 것들을 응축하여 경험했다. 평소에 그렇게 만나길 바라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 사부님과 선생님들의 주옥같은 아포리즘을 향유할 수 있었고,  형님, 누나 그리고 동생들과 함께 웃으며 꿈이야기를 함께 했다. 매일 같은 공간에서 아주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에서 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었지만 공허한 나의 마음은 그 속에서 늘 외딴섬처럼 홀로 고립되어 있었다. 나의 꿈을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고, 그렇게 하는 일이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 그런 만남을 언제나 꿈꿔 왔다. 그런 내 바램 들이 씨앗이 되어 지난 이틀간 열매를 맺었고, 그 과실을 아주아주 맛있게 따 먹었다. 사람들과 복잡하게 얽히는 일을 천성적으로 싫어하는 내게도 머물고 싶은 정신적 둥지가 생긴 셈이다. 그것 하나면 족하다. 꿈을 나눌 수 있는 벗들과 마음을 나누는 삶 이것이야 말고 내가 그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하나의 아름다운 신화(神話)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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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7 04:21:32 *.109.24.90
누님!^^
저 또한 그 날의 아름다운 순간의 기억
제삶의 변곡점의 한 장면으로 영원히 잊지 않을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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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5 10:55:13 *.207.0.12
ㅋㅋ 내 앞에서 거침없이 써 내려가던 글이 이 글이었구나..!
이렇게 나중에 이 글을 대하니 감회가 새롭군요 ^^
경인씨 함께 한 내내 너무도 감사하고 좋았는데, 특히나 함께 한 새벽수련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정말이지 소중한 인연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주욱 김경인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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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7 04:23:58 *.109.24.90
아내와 액자를 어디다 걸어 놓을까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어요 ^^
아내가 너무 신기해 해요.
블로그에서 본 그림의 원본이라고 하니 더더욱이요.
누님의 뿌린 꿈의 씨앗이 제게 날아왔고,
이 꿈이 움틀 수 있도록 널리 알리도록 할께요.
진심으로 고마워요 누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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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5 16:08:07 *.93.45.60
아자아자. 경인.
그냥 잘 놀다 왔고, 또 와서 글로 보니 또 좋네... 이를 우짤까... 멋져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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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7 04:25:41 *.109.24.90
저야말로 이렇게 구석진 곳에 있는 제 글을 그렇게 활용해 주신다니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너무 감사드리구요. ^^
저도 언능 영옥님의 일지로 가
지금가지 수련하신  이야기에  귀 기울이도록 할께요.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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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옥
2010.10.26 05:31:56 *.160.244.31
단군2기 예비꿈벗 최영옥 입니다
꿈벗소풍을 유익하고 에너지 가득담아서 돌아왔건만 한 가지 아쉬움을 숲 해설을 들을 수 없어서
너무너무 아쉬움이 컸었는데 백오산방까지 다녀오시고 ..이글을 읽으면서
다소 아쉬움이 위로가 됩니다
노년의 숲 해설이 꿈인 한 사람으로서 가장 기대하고 간 프로그램이었지만 함께 동행한 박노진 사장님의
일정관계로 혼자 올라올 방편이 없었기에 포기했는데
참말로 감사합니다 이글을 통해 체험했으니 말입니다
열심히 작성한 이글을 퍼가서 꿈그림이 심드렁해질때 한 번씩 읽어 볼께요
마음 다지기를 위한 글로 말입니다
허락하시리라 믿으며 ~~~퍼갑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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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0.26 18:38:54 *.35.254.135
경인아 심호흡 깊게 들이마시고 천천히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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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7 04:20:34 *.109.24.90
네 누님..
제 마음을 너무 잘 알아주시네요..^^
너무 급하게 달리면 금새 지쳐버리겠죠..
차분하게 한 숨 고르고, 찬찬히 한 걸음씩 다시 걸어가도록 할께요..
고마워요 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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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7 06:01:19 *.109.24.90

151일차 (10월 26일)

주말의 피로로 몸은 비록 고단했지만 회사로 향한 나의 발걸음은 가볍다. 꿈 소풍을 통해 그 동안 회사 생활과 관계의 문제 등 이곳 저곳에서 새어나간 정신적 에너지를 다시 채워 올 수 있었다. 지난 주의 나와 오늘의 나는 분명히 다름을 느낀다. 알고 있다. 나의 내적 굳은 의지와 수없이 부딪히는 일상의 관성과의 다툼은 나의 내면의 힘을 지속적으로 소모시킬 것이다. 최대한 그 마찰을 줄인다. 유연한 태도를 기반으로 하여 소모적인 내적 외적 다툼을 최소화 시킨다. 새벽 2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22시간 동안 불필요한 곳에 정신적 자원이 소모가 되면 진짜로 나의 에너지를 레이저 광선처럼 한 곳에 모아 발산해야 하는 새벽시간에 집중을 할 수 없게 된다. 아마도 지난 몇 주간 내 앞을 가로 막고 있는 벽을 통과하지 못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일상의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 탓이다.

“과연 이게 내가 해야 하는 일인가? 이 일 정말로 나와 맞지 않아. 정말로 이 일이 너무 하기가 싫다. 이 일보다 저 일을 하며 살아야 하는데.” 일을 하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되풀이 되는 이런 소모적인 고민을 단칼에 잘라내야겠다. 정말로 소모적인 고민이다. 그런 고민이 시작된 이레로 회사에서 일을 하는 12시간여의 시간 동안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내 몸은 사무실에 앉아 노트북의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지만 내 마음은 전혀 그곳에 있지도, 그곳에 있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 시간이 점점 길어질수록 그 동안 쌓아 올린 사람들과의 신뢰계좌도 바닥이 나고, 회사에서 발현되는 나의 대표적인 브랜드인 긍정적 마인드, 적극적이 태도, 추진력이 전혀 발휘되지 않았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았다. 새벽 활동과 거기서 파생된 일련의 공명은 내 삶의 영역을 확장시키고, 스승과 사우를 만날 수 있는 성장의 기회를 마련해 주었지만,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 머무는 회사 생활에는 쌀쌀하고 을씨년스러운 겨울이 찾아오고야 말았다. 나의 존재를 고양시켜 나가는 새벽활동은 빛을 발하고 있었지만 밥벌이의 근간인 회사생활은 휘청거리고 있다. 균형을 잃은 것이다. 꿈 소풍에서 올라오는 길. 승완 형님께서 인생의 주기에 대해 이야기 해 주셨다. 회사 생활에서 찾아온 겨울은 스멀스멀 나의 존재를 찾아 가는 새벽활동까지 침투하여 집중력을 흐트러트리고 내 마음을 아주 얕은 의식의 언저리를 맴돌게끔 한다.

그런 집중력의 떨어짐은 지난 몇 주간 내 앞에 놓인 장애물 주변을 뒷짐지고 계속해서 빙글빙글 맴돌게만 하였다. 시선은 바깥으로 향하여 다른 사람들의 눈만을 의식한 채 빛 좋은 개살구 같은 이야기들만 잔뜩 늘어 놓고야 말았다. 과연 나의 의식수준은 어떠한가? 아직은 영리하고 꾀 많은 채 하는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자기비하가 아니다. 높은 의식을 지닌 사람들을 따라 하려는 수준일 뿐이지 결코 진정한 깊이와 지속성, 무엇보다 균형감각이 전혀 없다. 따라 하고 흉내만 내는 광대나 원숭이가 되고 싶진 않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서두르지 말고, 입다물고 그저 내 마음 흘러가는 것을 묵묵히 지켜보는 인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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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7 06:02:09 *.109.24.90

152일차 (10월 27일)

개운하게 오래 잔 느낌이 들어 시계를 보니 3시 58분이었다. 바뀐 휴대폰의 바뀐 알람 소리에 내 귀가 아직 적응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스마트 폰의 영리한 기능을 활용해 1분만에 출석할 수 있었다. 출석 댓글을 수정한 후 내 단군일지를 찾아 들어갔다. 선관누님의 댓글이 달려 있었다. “경인아 심호흡 깊게 들이마시고 천천히 걷자. ^^” 갑자기 코 끝이 시큰거렸다. 내 마음 아주 깊은 곳에 있는 중심을 꿰뚫고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나 둔해 나의 무의식이 내게 보내는 무언의 메시지를 나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무의식이 전하는 그 단 하나의 메시지를 선관 누님이 또렷한 목소리로 내게 전해 주셨다.

그랬다. 나는 내 페이스를 잃고 너무나 급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마치 무엇인가에 쫓기듯 말이다. 균형감각을 잃고 한 쪽으로 치우치고 있었다. 아주 잠시라도 좋으니 내 두 손에 꽉 쥐고 있는 것들을 잠시 내려 놓자. 그리고 크고 깊게 심호흡을 하자. 바깥으로만 향한 내 마음의 눈을 안으로 돌리자. 그리고 침묵하자. 머리로만 하던 생각을 잠시 멈추자. 새벽 글쓰기가 내게 준 즐거움은 무엇인가? 내 마음 바라볼 수 있는 명상의 시간이었다. 그런 본연의 마음이 주변에서 조금씩 인정 아닌 인정을 받자 이내 자꾸 바깥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금 나는 얼마 크지는 않지만, 급하게 걸으며 쌓아온 그 영광을 과감히 해체하려 한다. 겉으로 보여지는 빛나는 영광보다 내적 성찰과 성장이 내겐 더 중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바깥으로 향하던 시선을 안으로 돌리고, 입다물고 그저 바라보아야 한다. 아주 수 많은 생각들이 끼어들어 나를 방해할 것이다. 그런 심마(心魔)를 아군으로 삼아 마음의 근육이 더욱 더 단단해 질 수 있도록 수련해야 한다.

어제는 퇴근 길에 호금누님, 명기형님, 한규형님을 만났다. 모두가 가볍게 만나 길지 않은 시간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었던 것인데 서로 통하여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줍지 않은 배움으로 마치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 마냥 떠들어 댄 것 같아 집에 돌아오는 길에 후회했다. 누님과 형님들의 노련한 삶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아직 나는 말만 앞세워 까불어 대는 어린 아이에 불과하다. 말이 자꾸 앞서는 일은 분명 반성해야 하는 일이다. 내 뱉고 싶은 말이 마음 속에 차고 넘치며 일렁거리더라도 가라 앉힐 수 있는 겸손한 인내심이 내겐 간절히 필요하다.

균형을 잃은 마음에 겨울이 찾아 왔다고 했던가? 나는 겨울이 참 좋다. 그 팽팽한 긴장감이 나를 각성하게 만든다. 무더운 여름의 늘어짐 보다는 서늘하고 팽팽한 겨울의 긴장감이 나는 더 좋다. 겨울은 내게 있어 반성과 내적 성찰을 상징한다. 그것은 인디언 식의 나의 생일의 계절이기도 하다. 내게 아주 불리하고 어려운 상황이라 하더라도 자신에게 유리한 관점에서 해석하고, 스스로에게 동기부여 할 수 있는 긍정성은 내 강점이다. 이 따뜻한 강점의 외투를 입고 몸과 마음의 추운 겨울을 이겨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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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7 14:44:51 *.218.163.100
그런말 마세요.
어제의 티타임에서 경인씨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을 상기시켜주고,
다른 시각에서 생각을 가능하게 해 주었어요.
나 뿐만 아니라 다른 두 분도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이렇게 일상의 작은 시간들이 많은 에너지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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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8 04:27:52 *.109.24.87

153일차 (10월 28일)

새벽 날씨가 쌀쌀하다. 짧은 가을을 뒤로 하고 아주 빠르게 겨울이 찾아오는 것 같다. 지금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어디다 정신을 두고 있는가? 왜 이렇게 멍하게 있는 것인가? 글쓰기가 재미가 없는 것일까? 그건 분명히 아니다. 나를 내가 다 통제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럴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제한 되어 있는 것 같다. 스승을 알게 되면서 점점 그 분을 닮아 가고 있음이 느껴진다.

오늘 단군 프로젝트 출석부를 작성하며 강렬하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훌륭한 변화의 도구가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것을 활용하는 주체는 자기 자신이다. 결국 내 마음에서 우러나서 행하지 않는 타의에 의한 변화는 결코 오래가지 않는다. 시절인연과 영혼의 공명, 그리고 간절한 마음의 결합되는 순간 변화의 불꽃이 일기 시작한다.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면 결코 변화에 성공할 수 없다.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시작한 것이 아닐지라도 지나오는 과정에서 각성을 통해 스스로 선택하고 깨닫는다면 그것 또한 변화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어찌 되었든 진정한 변화의 전제는 스스로 선택 즉 ‘자발성’이다.

스스로의 선택과 더불어 변화를 오래 끌고 갈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한 전략의 구사’이다. 스스로의 자발적 선택이 간절함에서 비롯된 의지라고 한다면, 그 변화의 불씨를 살리고, 오랜 시간 활활 타오르게 만들어 위해서는 좋은 불 쏘시개와 마른 장작 한아름이 필요하다.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것은 훌륭한 스승 그리고 좋은 변화도구이다. 그러나 불쏘시개는 불씨를 활활 타오르게 하는 촉매제 역할은 하지만 오래가지 않는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오래 지속시킬 수 있는 장작의 역할을 하는 것은 자신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온 ‘간절한 마음’이다. 간절한 마음이란 변화를 통해 이르고자 하는 목적지를 향한 강한 열망이다. 쏘시개의 힘이 외부적인 것이라면, 장작은 힘은 자신의 내면에서 비롯된 에너지다.

변화는 의지력만 가지고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타고난 의지력과 끈기를 가진 사람은 예외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나와 같이 의지력이 약한 사람들의 경우는 의지력만 가지고서는 그 변화를 오래 지속시키기가 어렵다. 변화의 불씨가 생겼을 때 외부적인 불쏘시개 불꽃 즉, 좋은 스승 혹은 전문가, 좋은 책, 좋은 도구 등을 통해 불을 지핀다. 활활 타오르기 시작하면 거기에 내 간절한 마음에서 비롯된 변화의 장작을 한 아름 넣는다. 아주 어설프고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이것이 오늘 내 마음 속에 찾아온 첫 번째 변화이론이다. 물론 이 모형과 은유의 근간은 사부님의 것을 모방한 것이다. 이렇게 좋은 이론을 나에게 적용하고 체화시키다 보면 결국 차별화된 아주 좋은 이론 하나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누가 뭐래도 진정한 변화는 결국 자신에게서 비롯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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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익
2010.10.28 05:38:07 *.205.33.64
언제나 변함없이 성실하신 경인님!!!!
참 꾸준하시고 성실하신 모습 본받고 싶습니다

숯불이 함께 모여있으면 활활 타오르지만 각자 따로 떨어져 있으면 바로 사그러집니다
그런의 미에서 단군 프로젝트는 함께 하기에 활력이 생기는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인님의 이론에 혹시나 덧붙일수 있을가 해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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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9 05:46:47 *.109.80.131

154일차 (10월 29일)

이번 가을은 참 짧게 느껴진다. 실제의 기간도 짧아지긴 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정신 없이 달려와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가을이 훌쩍 지나가기 전에 가을에 대한 생각을 해보고 싶다. 윤도현 밴드의 노래 ‘가을 우체국 앞에서’가 떠오른다. ‘노오란 은행 잎들이 바람에 날려가고 (중략)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오래 남을까? 한 여름 소나기 쏟아져도 굳세게 버틴 꽃 들과 지난 겨울 눈보라에도 우뚝 서 있는 나무들 같이’ 이 한 곡의 노래 한 소절의 가사로 나는 시간 여행을 떠난다. 이 노래를 처음 접한 8년 전으로. 마음 속을 잔잔히 채워오는 추억들. 다행히도 내 기억 저장고는 팔 할이 좋은 추억으로 차 있는 것 같다. 힘겨웠던 기억마저도 아련하게 그리워진다.

오늘의 새벽 글은 아주 자유로웠다. 그 동안 제대로 된 성과물 없이 마음고생만 해 왔다. 그렇다고 하여 오늘 아주 좋은 성과를 낸 것도 아니다. 오히려 지난 며칠간 견고하던 새벽활동이 많이 어그러졌다. 그런 어그러짐 또한 가슴으로 품기로 했다. 그럴 수도 있지. 매일 좋을 수 만은 없지. 그래도 매일 최소한 한 페이지 이상은 썼다.

내 앞에 있는 높은 산을 뒷짐지고 빙글빙글 그 주위를 돈다. 뒤로 미룸. 게으름이라 부를 수 있는 행보다. 말은 쉽지만 내 마음이 따라가지 않는다.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그 녀석의 상투를 잡고 싶은데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역설적인 전략을 쓰기로 했다. 내 마음을 더 놓아주기로 했다. 그래서인지 오늘 새벽에 쓴 거침없는 글은 나에게 해방감을 가져다 주었다. 아무런 목적도 바램도 의미도 없는 그저 내 마음을 놓아주는 그런 글을 쓰니 훨훨 날아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내 마음이 이끌어 주는 곳으로 따라가고 싶다. 밝고 화사할 수도, 더럽고 추할 수도 있는. 아니다. 그저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인 바로 그곳. 내 마음 속의 우주를 탐험하고 싶다. 모든 것이 태곳적 그대로 남아 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내 마음의 경쾌한 리듬을 탈 것이다. 이왕 주변을 거닐 거면 즐거운 마음으로 경쾌하게 걷자. 때론 뒷짐을 지고 고개를 떨구고 묵묵히 걷기도 하고, 때로는 두 팔을 힘차게 앞뒤로 흔들며 씩씩하게 걸을 수도 있다. 또 때로는 아주 산뜻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거닐어도 좋다. 다만 ‘아! 이쯤이면 되었어! 드디어 와 주었어!’ 라는 소리를 놓치지 않게 내면의 귀를 쫑긋이 세워 놓는다. 아! 읽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좋다. 한창 재미있게 읽고 있는 ‘신화의 힘’도 마저 다 읽고 싶고, 형님과 누님들의 초고도 너무 재미있다. 법정스님의 수필을 따라 강원도 오두막으로 날아가 스님과 함께 산책하고 싶기도 하고, 내 영혼이 가장 따뜻했던 날들을 읽으며 작은 나무와 장난치고 싶기도 하다. 가을이 다 지나가기 전에 촉촉한 마음을 돌아볼 수 있어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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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30 21:03:32 *.109.54.22

155일차 (10월 30일)

양평에서 새벽을 맞이한다. 지난 주말의 무리한 행보 때문인지 이번 주의 새벽기상은 유난히 힘겹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컷의 정신적 이미지가 나를 침대 바깥으로 내 몬다. 스승의 뒷모습. 그 하나의 장면이 내겐 커다란 울림으로 작용한다. 그렇게 일어난 나는 ‘영웅의 여정’으로 떠나게 해주는 통과 의식인 거침없는 글쓰기를 시작한다. 내 머릿속에 흩어진 잔상들 모조리 글 속으로 쏟아낸다. 몰입한 나는 무슨 말을 쓰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의식조차 하지 못한다. 신들린 듯 마구잡이로 거침없이 쓴다.

어제 업무시간 중에 틈틈이 형님과 누나들의 초고를 읽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새벽활동에 대한 살아있는 이야기에 나는 경탄한다. 비판적인 입장에서 읽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주관적 몰입을 할 수 밖에 없다. 원래 비판적 사고력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나와 우리의 이야기를 읽으니 신기하고 재미있을 따름이다. 우선은 어서 1회독을 마치고, 다시 한 번 훑어보며 형님과 누나들의 노고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아야겠다. 이번 일을 포함하여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각지도 못했던 좋은 경험들이 내게 주어질 때마다 우주적 공명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우주적 공명. 어찌 보면 뜬 구름 잡는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아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간단한 생각의 전환만 한다면 이 개념을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데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실은 결코 간단한 생각의 전환이 아니다. 이미 우리는 매 순간 나는 항상 옳고, 내가 의식하는 것이 세상의 전부라는 착각 속에 살아간다. 아니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살아간다. 그러나 근래 들어 내게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지켜보며 신비로운 감정에 사로잡히곤 한다. 딱딱한 이론이 이런 신비한 감정을 설명하려면 한참의 세월이 흘러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은 내 안에 있는 딱딱한 잣대를 되도록이면 내려 놓고 신비로움 그 자체를 가슴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부모님께서 최근 수영장에 다니기 시작하셔서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셔서 5시 반에 수영장으로 가신다. 그 한 시간 동안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 동안 들렀다 간다는 것에만 의미를 두었지 당신들의 사소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잘 귀담아 듣지는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아침인사만 드리고 들어와서 내 할 일을 했겠지만, 이제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당신들의 고된 주름을 바라보며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 소박한 즐거움이 밥벌이를 한답시고 쥐어드리는 몇 푼 안 되는 용돈보다 훨씬 더 당신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당신들과 영원히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받아들이긴 싫지만 그나마 함께 할 수 있는 그 시간도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안다. 무엇을 해 드린다 하더라도 부족할 것이고 후회가 남을 것이란 것도 잘 알고 있다. 다 해드릴 수 없는 지금 내 모습이 싫기도 하지만 그런 것들은 본질적인 것이 아니다. 결국 생(生)과 사(死)를 넘어 영원히 남는 것은 그들과 함께 나눈 따뜻한 마음일 것이다. 한 번 더 눈 마주침을 하고, 한 번 더 손 잡아 드리고, 한 번 더 이야기를 들어드리고 싶다. 당신들 어깨에 놓인 짐을 내가 대신 할 수 없음에 가슴이 아프지만 더 잘 해드리겠다는 지킬 수도 없고 기약도 없는 다짐을 마음 속으로 되뇌일 수 밖에. 오늘 용문 장이 서는 날이라고 어머니께서 함께 가자 하신다. 함께 손잡아 드리고 맛있는 장터 해장국 한 그릇 사드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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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31 16:03:34 *.109.82.1

156일차 (10월 31일)

이른 새벽에 일어나 나만의 시간을 갖기 시작한지 벌써 다섯 달째이다.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 한가지를 정하여 매일 두 시간씩 오롯이 그것에만 몰입하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자기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그리고 그렇게 보낸 시간이 누적되어 1만 시간이 되면 나는 평범함에서 비범함으로 도약하게 된다. 이것이 내가 머물고 있는 곳의 스승과 선배들이 주창하는 이론의 핵심이다.

지금 나는 자신을 상대로 약 10년, 약 1만시간의 긴 시간이 소요되는 메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오늘 내게 묻는다. 너는 과연 정말로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하고 있는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천복인가? 정확히 네 삶의 북극성을 향하고 있는 것인가? 내게 돌아오는 것은 희미한 메아리뿐이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글을 쓰는 일은 참 좋다. 그냥 편하게 쓰는 글을 쓰는 일은 재미있다.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는 그저 쓰는 글이 참 좋다. 그저 마구잡이로 써내려 가는 그 글이 참 좋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인지, 글이 나를 이끌어 가는지 모르는 느낌이 들 때가 나는 참 좋다.

좋다. 그 행위 자체는 내게 참 잘 맞는 활동임에는 분명하다. 이제는 그 활동에 ‘무엇’을 이라는 요소가 필요한 시기가 찾아오고 있다. 나는 그 무엇을 ‘변화, 마음, 정신’이라 표현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 나의 새벽활동은 그것들과 거리가 멀다. 그저 내적으로 쌓여있는 감정의 찌꺼기를 처리하는 일 하나만으로도 벅차다. 양적으로는 충분하나 질적인 측면과 방향성의 측면에서는 아주 형편없는 수준이다. 한 순간을 뛰어 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매일 새벽이 정당화의 순간이다. 오늘은 그저 편한 글, 내 마음 따라가는 글을 쓰자. 오늘 남은 시간에 충분히 고민하고 내일 새벽활동 시간에 쓰도록 한다. 그런 뒤로 미룸이 벌써 한 달 째 지속되고 있다.

새벽활동 또한 어느 순간부터 2시간을 채우기가 버거워지고 있다. 거침없이 쓰는 자유로운 글쓰기와 하루의 단상을 적은 일기와 같은 단군일지를 작성하고 나면 1시간 남짓 걸린다. 계속 미루고 있는 개인사의 ‘가치관, 직업관, 작가관’ 이라는 ‘관 삼형제’가 내 마음 속의 무거운 짐으로 남아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쓴다는 것에 위안을 삼고는 있지만, 사부님과 승완형님의 말씀처럼 지금의 힘겨운 순간을 넘지 못하면 결코 성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이 머뭇거림의 순간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답은 아주 간단할 수도 있다. 그저 생각나는 데로 쓸 것. 마음이 가는 데로 쓸 것. 그렇네. 결국은 내 게으름 탓이다.

누가 보든, 내 마음에 들지 않든 간에 그저 쓸 것이다. 나의 전진을 언제나 가로막고 있는 족쇄, “~해야 한다. ~하게 보이고 싶다.” 의무감과 다른 사람에 대한 지나친 의식, 잘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 ~보다 잘 해야지 하는 암묵적인 경쟁심리. 이 모든 것들의 나의 자유로운 창조성의 발목을 후려쳐 치명적인 상처를 안겨준다. 이 자승자박(自繩自縛)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나의 내적, 외적 성장은 없다.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나를 묶어 놓은 이 정신적 밧줄도 날아가 버렸으면 좋겠다. 나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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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1 07:54:51 *.124.233.1

157일차 (11월 1일)

새벽에 꾼 기이한 꿈에 대해 기록했다. 아마도 어제 일찍 잠자리에 든 탓에 새벽 1시 반경에 눈을 뜨고 다시 잠이 들었다. 대체로 꿈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인데 아마도 새 꿈을 꾸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깨어나서 그런지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그 기이한 개꿈을 모닝페이지에 상세하게 기록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내리 3페이지를 써 내려갔다. 글에 그냥 나를 맡기고 싶었다. 아직도 2시간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부족한 뱃심이 안타깝다.

요즘 들어 쓰는 글의 대부분은 새벽활동이 내게 주는 의미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아마도 형님과 누님들의 초고를 읽다 보니 현재 하고 있는 활동에 대한 반성과 자극, 초심과 발심에 관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리라. 과연 12월 14일이 오기 전에 내 삶의 이야기가 반듯하게 담긴 개인사의 초고를 완성할 수 있을까? 아직 아무 것도 쓰고 있지는 않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참 많은 생각들이 이리 저리 오가며 질서를 맞추고 숙성이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다 적당한 때를 만나게 되면 미친 듯이 내 두 손을 이끌어 갈 것이라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초초해 하지 않으려 한다.

주말에 양평에 다녀오고 하면서 평일에 절제된 식습관이 잠시 어그러졌다. 반찬 통에 포도를 챙겨 쌌다. 오늘부터 다시 시작이다. 저녁에 제사라 다시 양평에 내려간다. 아마도 많이 허기질 것이다. 되도록 제사가 끝나는 대로 바로 서울로 올라올 것이다. 9월 24일 아침에 체중을 재기 시작한 이래로 약 5.2kg 체중을 감량했다. 약 37일만에 이룬 성과다. 내 목표는 단군 프로젝트가 끝나는 12월 14일을 끝으로 추가적으로 5kg을 더 감량할 생각이다. 그리고 새해 목표로 추가적으로 5kg을 감량하여 정상 체중으로 회복할 것이다. 그 후 정상체중을 유지하며 근육운동을 통해 건강한 몸을 만들 것이다. 추후 달리기와 등산 등으로 지구력까지 키우고자 한다.

나야말로 단군 프로젝트의 최고 알짜 수혜자인 것 같다. 지난 석 달간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모닝페이지를 작성했다. 하루하루 날짜 매겨진 워드 파일의 꾸러미가 이를 입증한다. 단 하루도 빼먹지 않았다. 또한 금연에 성공했으며, 1차 체중감량에 성공했다. 내가 나의 천복으로 다루고자 하는 분야가 ‘변화’인 만큼 나 스스로를 첫 번째 피험자 혹은 내담자로 선정하여 변화에 성공할 것이다. 스스로 이룩한 변화를 기반으로 하여 가설과 모형을 만들고 조직생활과 다양한 자선적 강연을 통해 이를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미래가 밝다.

11월의 첫 날이자 9주차의 첫 날이다. 매일 나에게 주어지는 하루를 나는 얼마나 짜릿하게 보낼 것인가? 이 짜릿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겠다는 이 생각을 어떻게 하면 가슴 속에 품고 잡다한 생각에 정신 팔리지 않고 항심(恒心)할 수 있을까? 회사 사무실 내 자리에 붙어 있는 ‘용맹정진(勇猛精進)’이란 경구와  숫타니파타의 경구를 읊조려 본다.

홀로 행하고 게으르지 말며
비난과 칭찬에도 흔들리지 말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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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1.01 12:37:03 *.35.254.135
성실과 긍정성이
오랫동안 곱씹고 갈망했던 경인이의 오래된 미래를 밝게 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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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2 08:04:07 *.124.233.1

158일차 (11월 2일)

어제는 제사여서 저녁에 일찍 퇴근해 양평에 내려갔다. 이른 시간에 도착해 제사가 시작하려면 한 시간 이상이 남아 있었다. 책을 펼치기엔 번거로운 환경이라 스마트폰에 입력해둔 형님과 누님들의 초고를 1회독했다. 나와 우리의 이야기인지라 짧은 시간에 몰입하여 읽을 수가 있었다. 중간중간 흐름이 끊겨, 출력해서 다시 꼼꼼하게 읽어 피드백을 해드려야겠다. 그리고 남아 있는 시간 동안 변경연 커뮤니티에서 찾은 사부님의 꿈 풍광을 읽었다. 커뮤니티에 사부님 꿈 풍광이 있는 걸 이제야 안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사부님의 풍광을 미리 읽어 보고 꿈 여행에 갔더라면 참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10대 풍광도 보다 실감나고, 생생하게 묘사되지 않았을까?

이제라도 사부님을 비롯한 많은 꿈 벗들의 꿈 풍광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다행을 넘어 행운이다. 사부님의 꿈 풍광을 바라보며 마치 글 속으로 내가 침잠해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내가 투명인간이 되어 사부님의 꿈이 현실이 되는 장면을 훔쳐보는 것만 같았다. 오늘 새벽의 글은 멋진 꿈에 대한 부러움과 시기심에 관한 이야기였다. 나는 언제까지 남의 꿈을 부러워하기만 할 것인가? 왜 같은 하루가 주어졌는데 그는 꽃 같은 아름다운 글을 빚어내는 데, 너는 신세한탄만 하느냐? 대체 너의 천복은 무엇이란 말이냐? 아침에 출근하는 내내 사부님의 꿈 풍광과 나의 꿈 풍광이 오버랩 되는 체험을 했다.

청담역에서 회사까지 걸어오는 중에 아주 많은 생각을 했다. 내 것을 빚어내는 것만큼 내게 중요한 것이 내 그릇을 우선 채우는 일임을 깨달았다. 표현은 애매하지만 좋은 스승에게 아주 혹독한 수련을 받아야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그런 오랜 생각의 씨앗이 발아할 시기를 만날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내년에 운 좋게 연구원에 선발된다면 내 1년의 젊음을 오롯이 배우고 익히는 데 보낼 것이라는 굳은 다짐을 해본다. 그것은 다짐을 넘어선 간절함이다.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 속에서도 내 마음을 뜨겁게 타올랐다. 그리고 내가 품은 이상과 큰 뜻 그리고 아름다운 미래의 풍광을 반드시 현실로 불러오겠다는 다짐을 했다.

큰 뜻, 큰 이상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삶은 매우 구체적인 경험이다. 마음먹은 것을 삶에 녹여내지 않으면 그것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한 것이 되버린다. 오늘이 즐거워야 한다. 오늘 내 꿈을 담금질 해야 한다. 내일로 미뤄서는 안 된다. 세상이 어쩌고 저쩌고 한탄할 시간도 없다. 회사생활이 나에게 맞네 맞지 않네 불평불만을 늘어놓을 시간도 내게는 없다. 내 삶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부정적 요소를 긍정적인 자원으로 탈바꿈 시키고 싶다. 이것이 내가 하루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변화의 요체이자,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화두이다. 내가 실험하고 모색해야 하는 나만의 현장은 회사라는 물리적 공간이 아닌 나의 정신이라는 익숙하고도 낯선 에너지의 장(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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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3 08:20:58 *.124.233.1

159일차 (11월 3일)

어제 단군 프로젝트 참가자들의 저녁 모임이 있어 평소보다 늦게 잠 자리에 들었다. 새벽에 눈뜨기 너무나 어려웠다. 오늘은 정말 출석 글을 남겨야 한다는 의무감이 나를 침대 밖으로 불러냈다. 변경연 홈페이지에 들어오니 이미 배요한 님께서 출석 글을 남겨주셨다. 너무나 반갑고 고마웠다. 안 그래도 피곤한 상태라 출석 글을 짧게 남기려고 했는데, 먼 호주에서도 새벽에 일어나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새벽을 열어주시는 요한님의 성실한 열정에 감탄했다. 꿈벗 부족의 출석 글을 쓴 후 바로 모닝페이지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게 있어 모닝페이지는 새벽활동 최후의 보루이다. 이제는 새벽활동에 대해 ‘여부(與否)’ 판단을 하지 않기로 했다. 활동의 농도로 판단해야 함이 스스로를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게 할 수도 있고 불규칙 할 수도 있는 일상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무엇보다 나는 이 습관을 아주 오래, 평생 가지고 가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새벽활동의 농도는 아주 옅었다. 아주 간신히 한 페이지 분량의 모닝페이지를 작성했다.

오늘 청담역에서 회사까지 걸어오며 새벽활동에 대해 생각했다. 200일차 새벽활동을 통해 내가 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100일에 이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었다. 그러나 지금 나의 새벽활동은 단순히 자유로운 글쓰기 연마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달 전에 부딪힌 어려운 주제를 뛰어 넘지 못하고 계속 겉돌고 있다. 하루는 그러한 겉돎을 정당화 하는 글을 쓰고, 또 하루는 경책하는 글을 쓰는 날의 되풀이였다. 핑계라면 오롯이 그것만을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 10월 한 달은 누적된 피로로 옅어진 새벽활동과 계속되는 주말 약속으로 에너지가 많이 소진이 되었다.

올 한 해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내년의 레이스를 대비하여 그 어떤 대비도 제대로 해놓지 않았다. 안일하고 게을렀기 때문이다. 단지 새벽에 일찍 눈을 떴다고 해서, 한 두 시간 깨어 있었다고 해서 그것이 성실하고 부지런하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나의 북극성을 향한 그 어떤 전진도 없고, 앞에 나타난 장애물을 넘지 못하고 근처에서 서성이고만 있는 내 모습은 부끄러운 게으름 그 자체다. 점점 감정한계에 도달하고 있는 것 같다.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그저 써 내려가는 수 밖에는 없다. 쓰면서 생각하자. 생각하고 쓰는 것은 게으른 나에게 맞지 않는 방법이다. 쓰면서 생각한다. 그리고 고치고 또 고친다. 그렇게 점점 완성에 가깝게 나아간다. 이 방법이 나에게 가장 맞는 방법인 것 같다. 어찌 되었든 더는 미룰 수 없다.

어제 저녁 마음껏 웃었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 나를 알아주는 곳,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불 빛을 찾아 날아가는 나방에 비유하면 너무 부적절한 비유일까? 꿈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 내게는 그 무엇보다 목 마르고 간절한 나눔이고 어울림이다. 그런 오아시스와 같은 곳이 내게 있어 다행이다. 힘겨운 직장에서의 낙타와 같은 일상. 그 속에서 지친 내 마음이 기댈 수 있는 언덕 하나가 있다는 것이 내게는 얼마나 큰 위안인지 모른다. 좋다! 오늘도 눈을 부릅뜨고 생생하게 살아있는 꿈을 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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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3 19:50:40 *.76.121.104
선생님이 이야기 하셨던 오두막과 같은 곳, 사람들이지요.
열심히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다가 잠시 오두막에 들어 시원한 그늘에서 수박을 배어물고 모인 친우들과 함께 하는 즐거움. 다시 각자의 길로 뿔뿔히 흩어지는 총총 뒷걸음이 아름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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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4 05:21:10 *.109.24.83

160일차 (11월 4일)

다시 꼭지 글을 쓰기 시작했다. 꾸준한 모닝페이지 쓰기와 단군일지 쓰는 것에 착안해서 접근 방식을 달리 하기로 했다. 꼭지 글을 다가가기 어렵게 만든 가장 큰 이유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지난 한달 여 시간 동안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묶어 놓은 셈이었다. 반면에 단군일지는 매주 꾸준히 한 묶음씩 잘 포스팅을 해왔다. 이 둘의 차이는 자유로움이었다. 높은 수준의 글을 지향한다는 나의 기백은 참 좋았으나 접근방식이 너무 부자연스러웠다. 따라서 앞으로는 한 주제 관하여 1~1.5페이지 분량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기술할 것이고, 매주 그것을 묶어 포스팅을 할 것이다. 그 한 묶음의 글은 개인사를 정리할 때 유용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지나치게 완성도에 집착하다 보니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쓰면서 생각한다.’가 이 문제에 대한 나의 해법이다. 사부님과 승완 형님께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 주셨다. 우선은 써 내려가고, 점점 거기에 살을 붙이는 방법을 쓰는 것이다. 내 글에는 내가 알고 있는 만큼 담겨야 한다. 그 이상은 과욕이 되어 부담이 된다. 오늘 새벽의 번쩍이며 찾아온 내 생각이 그 동안의 심연과정을 뚫고 나온 돌파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

어제 하루의 포도단식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아침, 점심에 성공을 했지만 저녁은 약속이 생겨 지키지 못했다. 실은 단식이 목적이 아니라 적게 먹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 시도한 것인데, 어쩌다 보니 진짜 단식을 하게 되었다. 체계적인 준비 없이 하는 단식은 아주 위험하다고 한다. 그리고 단식 자체보다는 단식 이후의 보식이 몇 곱절 더 중요하다고 하니 긴장이 된다. 정말로 이번 기회에 식습관을 새롭게 개편하고자 한다.

실은 내가 어제 힘겹게 단식을 한 것은 변화를 위한 ‘완전한 하루’를 달성하기 위함이었다. 일상을 이루는 하루라는 단위를 ‘완전한 성공’으로 만드는 것이 지속적인 성공과 실천의 첫 단추임을 나는 금연을 통해 깨달았다. 그 하루가 불씨가 되어 이틀이 되고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었다. 물론 무수한 실패를 통해 얻게 된 하루였다. 그 ‘완전한 하루’라는 성공 경험은 하나의 ‘성공 덩어리’로 다시 새로운 시도를 할 때 귀중한 자원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내가 단식이라는 행동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과거와의 ‘단절’이라는 개념을 배우는 것이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는 과거에 대한 맺음을 지어야 하고, 새로운 시작을 알려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단식’이 ‘단절’을 위한 좋은 상징이 될 수 있음을 몸 소 체험했다. 모든 변화는 ‘익숙한 것과의 결별’에서 비롯됨을 깨닫는다. 변화가 내 삶으로 굴러들어와 부담이 아닌 즐거움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이 모두가 내가 변화의 주체가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오늘은 내게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 변화와 뭘 하며 놀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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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5 08:14:54 *.124.233.1

161일차 (11월 5일)

오늘로 포도단식 3일차이다. 월, 화요일은 아침, 점심으로 단식으로 하고 저녁은 약속이 있어 지키지 못했다. 수, 목요일은 완전한 실천을 했다. 몸무게가 월요일 아침 잰 이래로 2.7kg 감량 되었다. 9월 말 단군 200일차 단군 프로젝트가 마무리 되는 12월 14일까지 체중을 10kg 감량하기로 했다. 한 달여 남은 시점에서 단식으로 인해 8kg 가량 감량을 했다. 내일부터 보식을 시작하면 다시 체중이 증가할 것이다. 이렇게 가뿐한 경험을 했으니 결코 과거로 회귀하고 싶지 않다. 적게 먹어도 절대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이 몸으로 직접 체험했다. 앞으로는 1주일 중 월요일에 1회 단식, 한 달에 한번 금, 토, 일요일 혹은 토, 일, 월요일 3일 단식을 실천해볼 생각이다.

오늘 새벽도 꼭지 글을 쓰는 데 성공했다. 지난 한 달간 심연의 단계에 머물다 돌파의 단계로 넘어왔다는 생각이 든다. 자만과 방심은 금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웅의 여정에 나오는 열 두 단계의 과정은 내 삶의 아주 혁명적인 프로토타입을 제공해 주었다. 출근 길에 청담역에서 회사로 걸어오는 길에 떠올린 아이디어다. 영웅의 여정의 원형이 내 삶 곳곳에 녹아 들어 있음을 느꼈다. 작게는 새벽활동으로 인해 작성되는 몇 꼭지의 글을 쓰는 과정, 단식을 통해 배고픔을 참는 과정, 조금 길게는 100일 여간의 단군 프로젝트, 좀 더 길게 보면 연구원 생활과 나의 책을 집필하는 과정 등도 모두 영웅 여정의 원형을 따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퇴근 길 정도면 조셉캠벨의 ‘신화의 힘’을 2회독을 마친다. 1회독 때에는 정말 무슨 말인지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문자를 읽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단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수희향 누나, 승완형님의 신화와 영웅의 여정에 관련된 글을 접하게 되며 읽으니 느껴지는 감회가 색다르다. 배경지식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그 흐름에 이어 승완형님이 명기형님께 추천해 주신, 그리고 언젠가 수희향 누나의 단군일지에서 본 그 유명한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읽으려 한다.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다는 것은 행복한 고민이다. 올 초에 세운 독서 목표인 50권의 책을 읽어낼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언젠가는 꼭 조셉 캠벨처럼 나만의 성소에서 책을 통해 나를 찾는 여행을 할 것이다. 그 시간이 꼭 5년이지 않아도 좋다. 단 일주일 만이라도 좋으니 그런 시간을 꼭 가져보고 싶다.

어제 경빈형님의 블로그에 있는 북리뷰 중 티모시 페리스의 ‘4시간’이란 책의 북리뷰를 보며 스스로를 경책했다. 요새 회사라는 조직 속에서 내게 주어진 임무를 너무나 가볍게 여기고 아주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모두가 나를 위해 필요한 시간이었다. 새벽활동을 실천하는 수행자로써, 학생으로써의 자세에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지만 업무시간에 다른 활동을 많이 하고 몰입하지 못하며 내 뜻과 어그러진 환경을 탓하며 신세한탄만 하는 것은 명백한 시간 낭비이다. 나는 1인 기업이다. 내가 매월 받는 급여만큼은 나의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 또한 영웅여정의 원형을 따를 것이다. 심연을 거쳐 돌파의 단계로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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