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단군의

/

2단계,

두

  • 권윤정
  • 조회 수 14830
  • 댓글 수 230
  • 추천 수 0
2011년 1월 10일 02시 49분 등록
 

출사표를 써야한다며 자다깨다 했던 간밤의 꿈. 고향집인데 내 앞에 한 상이 차려져 있다. 한 12명 가량이 둘러 앉아 있다. 네 귀퉁이는 어른이고 사이사이에 어린 아이들이다. 어른은 좀 검은빛 허름한 잠바를 입고 허리를 꺽고 앉아있는 덩치 큰데 순한 듯한 남자들이다. 어른이나 애들이나 내게 별 관심없이 말없이 밥만 먹고 있다.  스댕그릇과 오이지 물김치가 기억난다. 산해진미로 차린 게 아닌 식구많은 집에서 최선을 다해 차린 밥상같았다. 불편한 자리다. 나는 눈치를 보고, 밥을 차려주는 이들은 화가 나 있다. 이유가 뭘까 궁금하다. 엄마와 아버지도 있었는데 그들은 내가 모르는 이들과 새로 결혼을 한 것 같다. 특히 엄마의 남편이 영 낯설다. 그는 엄마 남편인데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가 아닌 다른 남자다. 이상도 하지. 나는 평생 아버지 딸이었는데. 엄마는 내게 친절하게 대하는데, 그 남자는 노트북으로 단군 출사표를 보여주며 이게 뭐냐고 따진다. 요지는 우리는 니가 공익을(절집 짓는 불사나 남들 공부하는 뒷바라지 백일법문 공양주를 하는 것도 아니지 않냐고) 위해 일하는 것 같아서 돌아가며 불러서 밥을 차려주었는데 이건 뭐냐는. 꿈 속의 나는 할 말을 또박또박 잘 한다. 이건 다른 이들을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하는 거니까 그게 마음에 안들면 앞으로는 불러서 밥을 먹여주지 않아도 된다고. 속으로는 앞으로는 내 자리 아닌데서 엉뚱한 명분, 핑게를 대며 비굴하게 밥을 구걸하지 않겠다, 스스로 밥을 벌고, 내 손으로 소박하나 당당한 밥상을 차려 먹으며 살겠다 생각한다. 그리고 고향집 골목을 씩씩하게 걸어 내려온다. 속이 시원하다. 내 옆에 젊은 여자가 따라 나오며 내 입 가에 묻은 것을 떼어주고 이쑤시개를 준다. 누군가 봤더니 그녀는 자기 자신에게 진실했던, 내가 이기적이라고 욕하면서도 질투했던 친구다. 진짜 독립이 시작되려나?

1. 제     목 : 자기를 아름답게 가꾸는 새벽정원

2. 활동시간 : 3~5시, 취침시간 8~9시 (6시간 수면)

3. 목표        1) 새벽지구 안전기지 구축 - 정화(自精), 양육(自養)

                    2) 저녁지구 안전기지 개발 - 베이스 캠프

4. 새벽활동

 

할 일

자세히

필수 (3:00~5:00)

모닝페이지

 3쪽 쓰기, do it list

아침정진

정토회식 천일기도(예불+108배+명상10분)+천수경+일지쓰기

덤 (5:00~6:30)

콩나물시루
물주기

읽기(~3/1) : 초등학생용 장애인식개선 동화, 그림책

듣기(3/2~) : 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동영상 수업

보너스 (6:30-7:30)

몸 가꾸기

신체활동으로 마무리 (산책/달리기)


*구선생님이 권한 독서법 흉내낸다. 독서력 고려해 쉬운 책 선택. 정한 시간에 매일 읽는 것이 목적 
*성과물 : 블로그에 독후감 몇 개 (저자-느낀점-밑줄긋기-내가 저자라면)

              마라톤대회 완주 메달 (10km)

          

5.예상난관 및 극복방안

예상 난관

모습

극복 방안

꿈꾸는 모습

방학 우울증

두문불출,저조

9시~5시 8시간 성실 노동

특히 9시~2시 일하는 패턴

규칙적인 리듬 유지

미친 3월

벌벌벌,쩔쩔,낑낑

1,2월 출근, 일 끄기

유비무환

저녁 단도리

(5시~8시)

웹써핑,과식,방치

- 전환활동: 저녁승리(1)

- 새날준비: 저녁승리(2)

저녁지구 안전기지

 (base camp)


  * 전환활동 : ????

  * 새날준비 : 씻기-옷,가방 준비-청소정리정돈-저녁식사-아침식사 준비-취침 


6.긍정적 효과 : 새벽지구 안전기기 1년 공사 중 200일분 진척


7.보상 : 출발emoticon, 30일emoticon, 60일, 100일차에 선물을 하겠다.
     
     출발- 중성펜, 오미자차 댓병1개, 달리기장갑

            30일 - 복합기 1대
            60일 -  
            100일 -


8. 목표 달성 평가


구분

목표

1주

2주

3주

4주

5주

6주

7주

8주

9주

10주

11주

12주

13주

14주

(9일)

계(성공률)

3시 기상

95%

7

4

7

6

7

5

3

5

7

6

6

7

7

8

85

-

-

3

-

1

-

2

4

2

-

1

1

-

-

1

15

새벽활동

모닝

페이지

100%

7

7

7

7

7

7

7

7

7

7

7

7

7

9

100

아침

정진

100%

7

7

7

7

7

7

7
3

7
3

7
5

7

7

7

7

9

100

아침공부

100%

7

7

4

6

1

2

5

2

2

0

1

4

3

3

47

30분

달리기

70%

(주 5회)

3

1

0

1

3

0

1

3

3

1

3

3

4

7

33

저녁

승리

1.전환활동

70

0

0

1

0

2

2

0

0

0

5

2

5

17

2.새날준비

90

3

5

0

0

0

2

5

15

저녁정진

80%

(주 6회)

0

0

0

3

1

3

0

0

0

0

0

7

  저녁정진 : 7시 기준 (천수경-예불-반야심경-해탈주-108배-명상-일지)

9. 골인 & 너머


1) 300일차 go!

2) 이번 겨울 춥고 힘들었다. 제법 울었다.    
단군 아침 수련으로 그나마 계속 걸었다.
주변 여건 덕분에 겨울에 나무를 자르지 않고 지낸 것이 다행스럽다. 
한 번 어긋난 관계를 잘라냄으로 마무리하지 않고 새로운 국면으로 노력해간다는,
그리고 계속 걷는다는 긍지를 느낀다. 
어느 해보다 봄이 찬란하다.

3) 새벽수련 평가
 - 아침기상시간 80% 단군 기준을 만족했다. 불안정하다. 좀 더 안정되려면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자
 - 모닝페이지와 아침정진은 어쨎든 다 했다. 두 가지는 내가 좋아한다. 평생 동행하고 싶다. 
 - 아침공부는 다시 자버리면 완전 불가능. 그리 재미를 못 느꼈다.
       #읽은책 : 총 23권
                     장애인식개선도서 오카슈죠 동화<우리누나><민들레><바람을 닮은 아이>
                                                양육자의 책 <엄마 외로운 거 그만하고 밥먹자><아키유키 이야기>?
                     세미나 권장도서 <내 삶에 변화가찾아올때><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때><탈렌트코드>
                                              <강점혁명><신화의 힘><익숙한 것과의 결별>
                     기타                   <마음에 사랑이 없으면><친구가 되어주실래요?><주제별 생태놀이>
                                              <손바닥 자연놀이100><말캉이 1,2><식물탐정 완두> 3권은 만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기도><행복한 출근길><날마다 웃는 집>
                                               <스님의 주례사>
      #한 일 : 블로그에 감상문 쓰기 7개,
                   초기 지나면서 아침에 잤고, 세미나 추천도서도 내용만 후루룩 읽고 말았다. 
                   구본형선생님 독서법 흉내는 slow & steady 모토를 잃고 벼락치기식 훑기로 그침. 
                   이전에 읽은 적이 있던 책 (신화의 힘, 강점혁명)을 다시 정독하지 않았다.
- 달리기 성과 : 한겨레마라톤 10km 완주 (기록 54분) 
   한겨울 노지 달리기 곤란. 헬쓰클럽 등 다른 방법 구안했어야 했는데 어어어 무너졌다.
    매우 재미있었다. 근데 아침에 많은 걸 하자니 팽팽 바빴다. 저녁에 달릴까?
 
4) 저녁승리 평가
 - 전환에서 실패. 이게 문제, 과제다. 1시간 웹써핑을 하면서 늦게 퇴근, 집에 돌아오자마자 과식, 웹써핑 하는 모습이다. 다음에는 퇴근시간 정해서 약속시간 지키듯 칼퇴근 한 후 1시간 즐겁게 놀기해 보자.
(그림일기 그리기, 카페에서 놀기, 또 뭐가 있지?....)   
 - 저녁단도리는 집에 온 후 바로 씻기 1가지만 하면 될 듯. 나머지는 크게 상관없다. 취침시간 엄수! 
- 저녁정진은 폭삭 망했다.

5) 오프모임
킥오프, 쫑파티, 세미나 참석 : 죽음편지는 못했고, 강점, 미래 이야기 참석- 좋았다.
                                           참석 태도는 양호하지 못함. 매번 30분~45분 지각 했고 과제는 2/3만 함.
비공식적인 모임 : 자연관찰 그리기, 생태놀이, MT, 봄나들이 / 뒷풀이 - 참 좋았다.

IP *.154.223.196

댓글 230 건
프로필 이미지
조성희
2011.02.16 12:59:43 *.143.199.187
윤정님의 글은 참 편안합니다.  친구가 곁에서 두런두런 이야길 해주는것만 같아요..
오늘 점심식사는 무얼 드셨을까요?
저는 방금 생선까스를 먹고 왔답니다.  맛나게 잘먹었으나 혀가 살짝 데인듯 하네요. ㅠㅠ
데이트 날은 어느때가 좋을까요? 길일이여야 하는데. ㅋ
다음주 주말은 어떠신지요? 26일이나 27일 괜찮으실까요?
윤정님 어쩌면 지금쯤 ...'농담한번 잘못했다가 성희님께 걸려들었구나!' 하실지도모르겠네요. ^^

프로필 이미지
콩두
2011.02.16 19:56:13 *.154.223.196
3차 세미나 숙제는 '나의 신화 생각하기'다. 
작년에 썼던 이것이 나의 신화가 관련이 있을까? 


나의 신화 이야기 1

나는 바그다드카페나 호텔 캘리포니아 같은, 영화나 사막에 있을 법한 이국적이고 탈시간적인 이름의 공간을 운영하는 주인이다. 도시에 있다. 퇴근시간이 지나면 하나둘 씩 손님들이 모여들어 맥주를 마시고 커피를 마시고 간단한 요기를 한다. 담배는? 우리 가게는 전석이 금연석이다. 스모커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면 어떨까 했지만 언제적부터 계속 검토중이다. 공식적인 영업시간은 아침 8시부터 10시까지다. 9시에 신선한 재료를 배달받는다. 이래뵈도 우리 가게의 빵과 토마토, 우유, 야채는 매일 아침 밭에서 가져오는 신선한 것들을 받으려고 애 좀 썼다. 요리랄 것 까지는 없지만 그래도 부엌에서 좀 꿈적거려야 만들 수 있는 것은 점심부터 판다. 아침장사는 안한다. 나는 해 지면 자고 해 뜨면 일어나는 전형적인 새벽형 인간인데 밤 10시까지 장사하는 것도 정말 엄청스런 노력을 들여서 하는 것이다. 나는 늦어도 11시에는 자고 싶다. 우리집 종업원들도 사생활이 있고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밥 해 먹여서 보낼 가족이 있다.

지금 가게 안에는 나와 젊은 여자 둘 뿐이다. 반차 휴가를 내고 온 직장 여자가 애플파이를 포크로 똑똑 잘라서 갓 내린 뜨거운 커피와 먹고 있다. 나의 외모는 영화 안토니아스 라인의 안토니아 같다. 그 여자처럼 장원을 가진 페미니스트에 내 딸을 자유롭게 키운 것은 아니고 그냥 덩치와 나이가 그렇다고.

이 카페의 숨겨진 재미는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는 특별 서비스 때문이다. 공공의 질서를 해치는 퇴폐애로(이 애로가 아니라 에로 같구만. 맞춤법은 정말 어렵다.) 영업이냐고 ? 아니다. 술병을 킵해두는 고급 술집에 나는 가본 적 없는 문화경험치의 사람이지만 이 카페의 즐거운 서비스는 좀 다른 차원이다. 술병 킵해두는 술집 주인 및 종사자 여러분 죄송합니다. 우리 가게에는 자신의 동화와 신화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다. DVD 방처럼 개인 공간이 주어진다. 내가 백날 얘기해봐야 그렇고, 나도 그런 브리핑에는 관심도 재주도 없으니까 손님의 일부를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여기 나오는 이들은 모두 가명이고 등장에 대해 본인 동의를 얻었고 특별한 개인적인 상황은 적당히 표백(아, 이 빈약한 어휘력을 어찌하란 말이냐? 표백 아니고 가리고 흐렸다는 의미로 쓸 적당 단어를 모르겠네 참)했음을 밝혀둔다. 나는 무식하다만 손님의 사생활과 비밀보장의 의무를 준수하는 정도의 영업집의 윤리쯤은 알고 있다. 


우렁이 시절의 감각을 지니고 있으면서 여자사람노릇을 하고 있는 우렁각시는 단골 손님중 하나다. 비밀 열쇠를 받아들고 그녀가 몸을 누일 한 항아리 민물이 준비되어 있는 방으로 들어가 사람의 껍질을 벗고 우렁이가 된다.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녀는 충분히 휴식한 다음 재충전되어서 그녀의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 경우에 따라서는 1급수가 있는 계곡물과 또는 오염되기 시작한 2급수 지방하천과 연결시킬 수도 있는데 이것은 고객 심신의 정도를 보고 판단한다. 우리가 판단하는 것은 아니고 이건 놀이동산 자유이용권처럼 고객의 자유다. 우리는 정말 많은 것을 설치해놓았고, 새로운 세계로 통하는 많은 문을 보물찾기처럼 숨겨놓았는데 그걸 찾아서 이용하고 말고는 다 고객들의 상상력과 행동력에 달렸다. 이게 더 재미있는 방식이다. 


인어공주도 온다. 그녀의 겉모습은 세련된 도시 청담동 며느리 복장이다. 배우 심은하가 연출하던 이미지처럼 고급 백을 들고 그녀의 잘 나가는 남편과 잘 자라는 아이들이 있다. 안 그렇겠는가? 그녀는 왕자와 결혼을 했다. 아, 물거품이 되지 않았느냐고? 그건 또 다른 인어공주다. 설마 인어공주 신화를 가진 여자가 단 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그녀는 열쇠를 받아들고 문을 열고 바다로 통하는 문으로 나간다. 그녀는 락카에 옷을 벗어넣는다 싶더니 곧 인어로 돌아간다. 아름답다 칭송받던 미끈한 다리는 물고기의 차가운 비늘 덮힌 꼬리가 되고 그녀의 아름다운 손가락 사이에는 지느러미가 생기고 그녀의 물 속 호흡기능이 되살아나고 돌고래처럼 소리를 낸다. 물론 목소리는 없어졌지. 그 순간 허파구조가 순식간에 바뀌지. 이 서비스를 받기 위해 그녀는 많은 돈을 주었고 나는 특별한 심사를 거쳐서 우리 가게를 이용할 손님을 직접 선발했다. 내가 불판 앞에서 간단한 음식을 만드는 푸짐하고 수다스러운 인물이라고 얕보지 마시라. 인어공주가 마음껏 유영하도록 그녀의 방과 연결된 바다는 안전하게 보호된다. 그리고 그녀를 늘 그리워하는 가족들이 이 시간 인어가 되어 돌아온 동생과 인어의 언어로 말하고 인어답게 바다를 헤엄치고 인어답게 싱싱한 물고기를 잡아서 뜯어먹는다. 인어공주는 알고 있다.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한 남편을 사랑하고 수많은 메뉴얼을 독학하면서 이제는 여자사람 노릇이 익숙해졌고 성공적인 출산과 양육과정을 마스터 하고 있지만 아무도 '저 여자 인어 아니야?' 의심하지 않지만 그녀 내부에서는 그녀가 나고 자라 오랜 세월을 보낸 바다가 부르는 소리가 언제나 들리고 밀물과 썰물의 시간대에 맞춰 생체리듬이 맞춰졌다는 것을. 그녀의 자손들은 자신의 핏 속에 섞여 있는 이런 바다에 대한 그리움의 시초를 궁금하게 여길까?


다른 방에는 여우누이가 있다. 그녀는 착한 여동생 역할을 벗고 여우로 변한다. 한국에서는 구미호라고 경계되던 둔갑에나 쓰이는 현란한 9회전 묘기를 남 눈치 안보고 지루해질 때까지 마음껏 돈다. 그런 것을 TV로 볼 때 하마트면 따라서 할 뻔 했다. 그녀는 살아있는 짐승의 피가 그리웠다. 가족들과 고급 레스토랑에 앉아 즐기던 래어 스테이크 한 접시 스시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 육식본능을 그녀는 즐긴다. 그녀는 기품있고 잔인한 사냥 여우가 되어 야생의 숲에 풀어놓아지고 밤새 여우 울음을 마음껏 울면서 어슬렁거리며 숲을 떠돌아다닌다. 거기서 마음껏 사냥하고 피를 철철 흘리며 뜨거운 짐승의 고기를 잘 갈려진 날카로운 이빨로 뜯어먹었다. 강과 달빛과 바람소리 속에서 달리는 동안 여자사람으로 둔갑해 살던 시간동안의 피로가 풀린다. 이 시간이 있기 때문에 그녀는 그녀의 가족을 해치지 않고 살 수가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본능을 참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은 자신의 생명에 대한 것이기도 했고 다른 가족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문명이나 도시는 마치 제 속에는 짐승이었던 시절의 기억과 본능이 한 줌도 남아있지 않은 것처럼 설계되어 있는 것이 상당히 교만스럽다고 생각했다. 이 곳을 알게 된 것은 매우 우연한 일이었는데 신의 가호라고 여긴다. 어쩌다가 자기 방을 잠그고 나가면서 여우누이들을 위한 방에서 나오고 있는 다른 여자들을 복도에서 마주칠 때가 있다. 그녀는 동지애에 가까운 친밀감을 느끼지만 짐짓 무관심한 척 시선을 적당히 외면해 준다. 상대 역시 그러한 예의를 잘 지켜준다. 이 곳에서 얼마나 자신이 간절히 사람이 되길 원했는지 다시 확인한다.


삶이 힘들어졌을 때 예전에 군기 바짝 들었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병영체험을 원하는 남자들처럼 이미 웅녀이지만 그래서 제법 멋진 자기의 왕국을 건설하고 환웅같은 남편과 단군처럼 잘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키우고 있지만 세상에는 공짜가 없어서 트랜스젠더처럼 호르몬 주사를 계속 맞아야 하고, 성형부작용을 관리해야하는 여자처럼 뒷잔손질이 많은 걸 아는 여자사람 웅녀, 그녀는 곰 체험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곰이 된다. 하얀 북극곰이 되어 영하의 빙하 사이에서 청어를 건져 먹던 역할로 돌아간다. 주변 진짜 곰들은 이 새로 온 곰이 그런 줄은 알지 못한다. 또는 침엽수림의 아름다운 개울에서 연어를 푹푹 잡고 있다. 곰으로 웅웅 울고 어슬렁거리는 그런 것이 참으로 즐겁고 편안하다. 오래 참았던 깊은 숨을 쉰다.


신데렐라는 재 속에 들어간다. 호박마차, 요술지팡이 가진 요정을 가지기 전, 아무런 꿈도 꿀 수 없었던 시절의 그 반찬 냄새가 쩔어 버린 부엌의 공기 속 어두컴컴한 속으로 들어간다. 옆에 같은 부엌데기 콩쥐와 심청이가 있다. 신데렐라는 중세 유럽식 부엌세팅이고 콩쥐는 민속박물관에서 본 나무 그릇과 질그릇, 아궁이가 있는 조선시대식 부엌이고, 심청이도 그 비슷한 세팅이다. 잿 구덩이 속의 시절에서 뒹굴며 와신상담 고사처럼 느끼는 지 어쩐 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단지 이런 고객들이 제법 많다는 걸로 봐서는 필요한 시간과 공간을 제공할 필요가 계속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고객이 여자들만 있느냐고? 그렇지는 않다. 여기는 북극곰, 개구리, 뱀이었던 시절로 돌아가려는 남자들도 이용한다. 스칸디나비아 설화 속의 북극곰 말이다. 예쁜 막내딸을 아내로 맞은 그 곰으로 돌아가서 설원과 침엽수림 속을 걸어다니고 또는 그들의 동굴로 들어가서 잠을 잔다. 마녀들이 필요하냐고? 그들을 사람에서 짐승으로 만든 마녀들? 우리가 아는 동화에 대한 상식에 의하면 이 마녀들이야 말로 성장의 동력을 제공하는 선생들이다. 우리는 그녀들을 위한 방도 많이 만들어두었고 그것은 해리포터 시리즈에 많이 묘사되고 있으니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한 마디만 하자면 마법사들의 집단도 퍽 재미가 있는 집단이다. . 


이무기들, 호랑이들도 온다. 그녀들은 사람을 믿지도 말고 사랑하지도 말라던 늙은 어머니나 그녀들이 사랑하던 남자를 한 끼 식사로 만들고 싶어 침을 흘리던 오빠들의 오두막으로 원래의 뱀, 호랑이의 모습으로 찾아간다. 삼국유사 속 호은사의 그 처녀만 있다고 착각하면 안된다. 실제로 오빠들에게 동조해서 잡아먹어버린 처녀도 있거든. 아 빠질 수 없는 집단이 있다. 바로 동서양의 흡혈귀들이다. 우리는 신선한 피를 생짜로 마실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세팅해 놓고 있다.


고향에 대한 향수는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진화 1세대인 이 여자들의 그리움과 기억은 모두 진화프로그램 속에 각인되어 다음 세대로 전수될 것이다. 그건 자신의 뿌리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을 것이다. 아메바였던 시절부터 파충류, 포유류 시절까지 기억이 모두 내장되어 있다잖아. 나 역시 이 사업을 이어받을 다음 사람을 별다른 고민없이 기다리고 있다. 꼭 생물학적인 자식에게 상속시킬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대부분은 유전과 학습의 영향으로 부모에서 자식으로 가게운영권이 넘어가지만 안 그런 경우도 있다. 우리는 그런 이를 쉬 알아본다. 이거야 말로 이심전심의 과정이다. 내 자식에 대한 애착이 그리 많지 않으므로 우리는 사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쉬 받아들인다. 나만 해도 이 가게를 내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것이 아니니까. 나는 어떡하냐고? 나는 그냥 사람이냐고? 어허허 영업집마다 며느리에게도 안 알려주는 영업비법이 있기 마련이거늘.


이 가게와 가게들에 딸린 방을 유지하는 비용을 어떻게 들이고, 이것이 필요한 기술을 어떻게 끌어왔냐고? 어허 답답한 사람 보게. 상상력의 힘, 마음의 힘을 믿어보라구. 우린 천 년 이상의 점검을 거친 이야기들만을 가지고 그 이야기들이 온 곳을 고려해서 그 힘을 이용해서 만들어가고 있지. 그럼 이만. 오븐 딸랑이 소리 나는구만. 내가 직접 굽는 식빵 죽이는데. 맛 좀 보고 가셔. 수녀원에서 만든 유기농야콘잼이 오늘 아침에 왔거든.  

프로필 이미지
이승호
2011.02.16 21:05:01 *.117.112.60
저와 함께 살고 있는 녀석이 하나 있습니다.
이름은 곰돌이 입니다.
재작년 연구원 여름 여행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구입한 인형인데 성별과 나이를 초월하여 저와 동침을 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뽀송뽀송한 털에 질리지 않는 표정이 사람을 편안하고 푸근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 입니다.
버튼을 누르면 코~코~ 하면서 코골이도 하지요.
제가 좀 유치하죠.

이렇게 사변을 소개하는 이유는 권윤정님의 글과 한분 한분에게 쏟는 관심과 애정, 씀씀이가
저의 곰돌이처럼 참 예뻐서 입니다.
공헌력이 남달라서 입니다.

당신과 함께 도반으로써 걷고 있다는 것이 오늘 남다른 행복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불교에서 쓰는 '보시'라는 용어를 좋아 합니다.
그런면에서 당신은 참 실천을 하고 계시는 분이지요.
편한 시간 괜찮으시다면 밥 한그릇 더 괜찮으시다면 제가 좋아하는 막걸리 한사발 대접 하도록 하겠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1.02.18 06:14:30 *.154.223.196
어머, 승호님이 곰돌이의 코를 눌러 '코코' 코골이 소리를 듣는 모습을 상상하니
이런 말 죄송하지만 좀 귀엽습니다.
저도 함께 사는 예쁜 곰돌이 한 마리 있습니다.
제 책상 밑을 지키는 휴지통에 그려진 곰돌이입니다.
일부러 밝은 색깔을 샀고, 일부러 곰돌이가 그려진 걸 샀어요.
집안의 어두운 부분인데 그 곰돌이가 지켜준다고 생각하면 든든합니다.

이라고 쓰고서 오늘(2월 20일) 보니까 곰순이군요. 팔에 아기 곰돌이를 안은.

승호님의 첫인상으로 제게 남은 것은
1차 쫑파티 때 영웅상 소감 중 지난 100일 일지를 출력해 읽었다는 말과,
아내를 부르던 점잖은 단어 '내자', 
그리고 많이 웃어서 생긴 눈가 주름입니다. 

밥, 막걸리 좋습니다. 
온라인은 오프라인 만남의 준비 또는 전초전이라는 어느 분의 이야기를 생각합니다.
그래서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어요. 낯가림때문에요.
언젠가를 기약합니다. 좋은 봄날 되시구요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1.02.17 06:06:09 *.154.223.196
39일차

*2:40 (-), 7:00 (7;40)
*모닝페이지 3:10~4:00, 아침정진 4:30~6:00

신선한 바람이 필요하다. 콧바람이든 살바람이든. 살바람도 있나? 어머 있었네.  신기해라.

네이버 국어사전 : 살바람 [명사]   1. 좁은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찬 바람. 2. 초봄에 부는 찬 바람.

목과 어깨 굳은 것이 풀어지질 않는다. 스트레칭을 하고 손바닥에 열을 내서 주물러주어도 풀리지 않는다. 추운데서 웅크리고 있어서 그럴 수도 있고, 스트레스를 저 혼자서 싸짊어지고 무거워져서 그럴 수도 있다. 이렇게 굳어있는 것이 오래 되었다. 이걸 푸는 걸 우선하지 않으면 나는 정말 정말 힘들 것 같다. 풍욕의 상쾌한 느낌이 그리워지는 아침.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1.02.18 06:07:10 *.105.115.123
40일차

2:40(-) 9:00 (5:40)
모닝페이지 3:05~4:00, 아침정진 4:00~5:15
단군일지 쓰기 5:30~5:06

전주 한옥마을 근처 은지장. 느닷없는 살바람에 콧바람 들어서 진격명령 받은 군인처럼 뭣에 홀린 듯 터미널로 갔다. 바람난 며느리 같군. 택시를 타고 닿으려던 차는 놓치고 터미널매점에서 파는 김밥을 먹으며 기다려 다음 차를 탔다. 아아아 좋다. 좋아. 아아아 떠남 자체가 좋다. 나를 꼬여준 게 무엇이든 고맙다. 먼 데 있는 나무와 산의 실루엣, 큰 하늘, 꾸벅꾸벅 자다조는 것도 속시원했다. 전동성당에서 일행을 만났다., 버스 정류장과 공중전화 부스에 마저 기와를 올린 전주는 그 도시가 가진 자원을 가지고 관광 쪽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것 같다. 한옥마을에 있는 경기전, 전주천, 최명희 문학관을 돌아보고 환경단체 실무를 하는 다른 분이 운영하는 꽃누름 카페에서 구절초차를 얻어마시고, 귀걸이를 샀다. 탁한 것과 맑은 막걸리를 팔면서 코스처럼 많은 안주가 나오는 막걸리집에서 막걸리를 마셨다. 나는 전라도식 많은 반찬이 한결같이 맛있음이 감탄스러우면서도 많이 버려지는 것, 그리고 이렇게 해서 사장님한테 남나 싶어서 마음이 편치 않고 좌불안석이었다. 황경택생태놀이연구소 카페 회원들의 정모였다. 주인장은 생태놀이에 대한 만화책을 냈고, 어제 온 이들은 숲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이다. 그 양반들이 일용직이죠 뭐 한다. 조경을 하는 이, 구청의 의뢰를 받아서 학교로 들어가 온실화와 기후변화에 대해 강의하는 이들, 장애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자연 오감 놀이를 하는 애기엄마, 생협활동을 하는 이들....우리를 안내한 이는 카페 주인장이 싸게 강의를 해준 것이 고마워서 품앗이로 문화해설을 하러 나온 전직 환경단체 실무자였다. 뒷풀이 자리에 그 단체의 여러분들이 오셨는데 나는 해 지면 수동인형처럼 태옆 떨어져 끼릭끼릭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도무지 떠들썩한 술집 뒷풀이가 익숙해지질 않는다. 8시에 나는 모텔에 남고 나머지 4사람은 오붓한 2차를 갔는데 초저녁잠 많은 내 인생에 10시 드라마가 없듯  2차 역시 흔적만 희미하게 찾을 수 있는 단어다.

모닝페이지 공책을 가져오지 않아서 엊저녁에 씻은 후 편이점에 가서 병커피 1병, 덴마트요구르트 3개, 연습장 1권을 사 왔다. 나는 평소 B5 3장을 쓰는데 무지 연습장 덕분에 A4 3쪽을 썼다. 모닝페이지 할 때는 불을 한 개 켜두었고, 절을 할 때는 끄고 비상등 아래서 했다. 나의 사회성 없음, 그리고 '잘 자요'라고 일행에게 인사도 안하고 잔 듯 하여 점점 함께 사는데 무능해지고, 혼자 사는게 익숙해지는 건 아닌가 겁도 나고, 2차를 가서 진솔한 만남의 시간을 가져야지 잠만 쿨쿨 자냐는 내적 비난을 무마시키고도 남을 만큼 새벽시간이 나는 좋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그래도 모텔에 혼자 자는게 무서워서 다른 이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건 미안하다. 다음에 한 번 도전해 봐야겠다. 암튼 전주행은 최근 2달 동안 고향행 말고 내가 가장 멀리 와 본 것이다. 잘 했어요. 콩두씨. 혹 해서 훅 갔구만요. 아주 잘했어요. 새벽산책 한 번 나가봅시다요. 고요한 새벽의 정적 속에 마음 놓고 그 나무와 그 길과 그 집과 살그머니 다시 눈인사 나누며 콩두씨는 좋아서 아주 환장을 할 겁니다. 진격명령의 이유를 계속 찾아보시구요. 어우, 방바닥에 돼지본드를 발라둔 것도 아니고, 전자팔찌 채워 가택구금을 당한 것도 아니고, 집안에 꿀단지를 파묻어놓은 것도 아닌데 어찌 이리 나댕기는 걸 어려워하신답니까?  콩두씨 안밖의 기아와 폭력이 조금씩 없어지는 걸, 콩두씨 안 밖의 아름다움을 더 자주 보게 되길 바랍니다.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1.02.19 06:18:34 *.154.223.196
41일차

*2:50 (-), 7:00 (7:50)
*모닝페이지 3:10~4:00, 아침정진 4:10~5:30,  일지쓰기 5:30~6:30

타이밍 맞게 일어나는 우주의 돌보심을 느꼈다. 감사하고 감사해서 잉잉잉 울었다.

전주로 가자는 것은 그저께 아침 정진 후 갑작스런 강한 충동이었다. 내 안에서 목소리가 들린다는 말이 그런 상태를 이르는 것일테지. 홀린 듯 뛰쳐나갔다. 반드시 만나야할 사람이 있거나 풍경이 있을 듯 해서 YES YES 하면서 두 팔 벌려, 몸을 던져 그 목소리를 따라가면서 기대에 들떴다. 때마침 전주는 이례적인 눈이 내렸다.

하룻밤을 자고 아침에 남부터미널로 표를 끊었다. 늦게까지 슈퍼에서 가게맥주를 마신 일행이 자던 차림으로 손을 맞잡고 내게 잘 가라고 인사를 했다. 길치는  어제 본 한옥마을이나 콩나물국밥집을 만날까 그 주변을 한동안 헤매다 결국 포기하고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간다. 딴 생각에 빠져있다가 터미널 입구 매트에 걸려 쭐짝 넘어졌다. 아픈 것 보다 챙피함이 더 먼저 올라온다. "콩두씨, 쓸데없는 생각일랑 집어치우고 현재에 집중하세요. 집중 집중!!" 하는 것 같다. 매표해놓고 주문한 전주터미널의 콩나물국밥은 닝닝했다. 전국 터미널 어디서나 똑같은 맛일 것 같다. 

남부터미널에 내려서 법당에 갔다. 평화재단 가서 연말정산 서류 원본으로 떼고, 오랜만에 간 김에 스물 두살때부터 봐온 이들을 만나 물 한 잔 달라고 말했다. 자기 늙었다며 머리를 헤치고 흰 머리를 보여주는 이는 지는 7살에 학교 가고 나는 재수했지만 학번 같으니까 튼다는 말을 반복한다. 반겨주니 너무너무 고맙다. 명동칼국수 가서 칼국수를 먹었는데 그날 따라 특별한 행사가 있어서 내가 멘토로 생각했던 분들을 모두 만났다. 스치며 얼굴을 보고 웃거나, 손을 맞잡거나, 심지어 두 분과는 같이 국수를 먹었다. 내가 혼자서 고민고민하다가 안되면 그 분들을 찾아가 "10분만 제 얘기 들어주세요" 털어놓고 어차피 나는 혼자 깜냥으로 못 풀어서 갔으니 그 분이 제시하는 대로 해 보곤 했다. 그렇게 해서 난제들을 많이 풀었다. 지난 2년 반동안 그 기운과 스스로를 차단하고 있었다. 할머니 장례식에 불참하고 불교유적지 순례를 따라나섰다는 자책감 때문이었다. 어떤 분이 그랬다. "니가 잘 생각해서 판단해라. 다른 사람이 나를 어찌 생각하느냐보다 내가 나를 용서할 수 있을 지 없을 지가 제일 관건이다." 나를 잘 몰랐던 것 같다. 그리고 정작 내게 중요했던 것은 돌아가신 분과의 관계보다는 남아있는 이들과의 관계였다. 이제 나는 '그냥 함께 있어준다'는 것의 소중함을 그때보다는 조금 알 것 같다. 나는 그러질 못했다. 국수 먹고 산책하다 법륜스님과 통영 스님, 다른 분들도 만났다. 법륜스님이 악수를 하면서 "인도네시아 간다"고 웃으신다. 아버지가 내게 이름을 주셨듯, 스승님도 내게 이름을 주셨다. 하필 배불러서 좀 걷자고 선택한 그 길, 그 순간에 내가 거기 있었다. 통영스님이 내가 하고 있는 걸 옆에서 조잘대는 친구에게 "해라" 딱 한 마디 하신다. 내가 하려던 것을 응원하는 손길을 보내주신 듯 하여 엎드려 감사드리고 싶다.  처음 만난 나더러 우리 같이 차 한 잔 나눠 마신 인연으로 세세생생 좋은 도반 되길 발원합니다 라고 해서 어리둥절하게 만든 말없으면서 넉넉한 인심의 함바집 주인 같은 이도 있었다. 만만한 그이 손을 잡고 내가 우니까 매일 일기를 쓰는 이가 옆에서 따라 운다. 오늘 새벽에 어제 일을 생각한다. 눈물이 난다. 네, 제 길 가겠습니다. 용기내어 다시 일어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방학동안에 몸무게가 4kg이 불었고 어깨와 목이 굳어있고 몸과 집의 고장난 것을 고치지 않았다. 우울과 기타등등 의 상태는 통과해야만 하는 과정이다. 이게 내 모습이다. 큰 이변이 없으면 다른 끝에 대해서도 이런 식으로 반응할 것이다.

아침에 읽기를 넣을까, 달릴까 고민은 뒤로 넘기기로 했다. 단군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나의 첫 목적, 첫마음(중언부언이지만 초심이란 멋진 말도 한 번 말해보고 싶다.)은 3시기도, 이분정근을 하려는 것이었다. 그동안 첫마음을 잊고 있었다. 이것을 해 가다보면 자연스레 몸의 리듬이 살아날 것이고, 그럼 내 안의 지혜가 스스로 길을 찾아갈 거라고 믿는다.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1.02.19 18:24:50 *.154.223.196
*저녁 때 아침에 읽지 못한 것을 보충했다.
현경 <미래에서 온 편지> 1독. 5:10~6:30 정리. 여러번 읽은 것이라 쉬 넘어갔다.
 
오전 6시 30분에 일지쓰기를 마친 후 내가 도반이라고 생각하는 3개 사이트를 돌아본 후 댓글 달고, 9시 30분 까지 중간에 아침 먹어가면서 3시간 동안 블로그 글을 읽고 있더라. 내 할 일은 안하고 이러고 있다. 오늘만의 모습이 아니다. 그것에 대해 읽는 것으로 직접 하는 것을 대치하며 스스로를 사기치고 있는 모습. 남의 사랑, 남의 여행, 남의 공부, 남의 육아 들러리, 이런 식으로 하면 삶이 비껴가지 않을런지. 아니 많이 비껴갔지. 늦더라도 내가 하기로 한 것을 먼저 읽고, 먼저 달릴 것을 달려도 좋을 토요일인데. 이렇게 하기 때문에 내 안이 텅 빈다는 반성. 

오늘 30대부터 90대까지 혼자 사는 여자들의 집을 촬영하는 사진작가가 와서 집을 촬영했다. 그녀는 사람이 아니라 사물을 찍는 사람이다. 9월에 전시회를 한다고 했다. 처음  촬영 의도를 적은 편지와 그녀가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었을 때 나는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그녀가 하는 말. 혼자 사는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고 차이점이 있는데 공통점에 기반해서 작업하려고 한다. 혼자 산다고 자유로운 것은 아닌 것 같다 한다. 그녀의 작업은 그 집 주인을 대표하는 어떤 사물을 지평선에 세우는 것 같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지평선을 보기 위해서라고 그녀가 말했다. 혼자 잘 살고, 지평선으로 나를 데려가려는 올해의 두 가지 제일 우선순위 과제를 다시 확인시키는 손길. 고맙다.

내 집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식물들이라고 했다. 분홍 제라늄 꽃잎이 나를 대신하는 듯 했다. 그녀가 생전 처음보는 카메라로 겨울나기를 위해 들여놓았던 화분들이 주로 거처하는 방문을 닫고 작업하는 사이, 지인과 스페인에서 온 초컬릿을 먹었다. 나를 위해 글씨를 써준다. 곱상해서 여행을 갈 것 같지 않던 지인은 차근차근 혼자 여행의 범위와 기간을 늘이더니 이제 스페인을 혼자 다녀올 만큼 내공이 늘었다. 두 사람이 10시 30분부터 2시 30분까지 머물다 갔다. 사람 있었던 공간의 온기가 반가울 만큼 내가 외로왔던가 싶으네. 30, 40대 여자들은 할 일이 있어 왔다갔다 하는 에너지가 있다고 했다. 70, 80되면 멍하니 있는 일이 많은 듯 하고. 

문득 내 생활을 더 알차게 가꾸어야겠다는 다짐이 든다. 그녀의 작업때문인지 기운 통하는 사람들이 왔다간 영향인지 구분할 수 없지만 의욕이 솟는다. 아직 직업이 있고, 힘이 있을 때 나를 저절로 굴러가게 하는 유익한 후천적 습관들을 만들어야겠구나, 나를 아름답게 가꾸는 아침일정, 나를 안온하게 단도리 하는 베이스캠프로서의 저녁일정 두 가지 모두 말이다. 그러는 한편 세상과 사람과 자연과 연결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발버둥을 쳐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메고 온 기계들을 보면서, 남자들이 멋있다고 느껴지는 두 가지 뒷모습(운전하는 모습, 기계를 만지는 모습)을 말하자 영화를 만들던 다른 그녀가 '그거 성욕이야'라고 했던 말을 생각했다. 중년기 전환을 위해 나의 남성성을 개발한다면 두 가지 모습의 뒷모습을 스스로 구현하는 걸 과제 삼아야겠구나. 운전 배우기, 그리고 기계 만지기. 기계라고 해봐야 일상 속에서 주로 사용하는 컴퓨터, 핸드폰, 수도와 전기의 간단한 문제를 해결하는 정도일테지. 나는 일주일 전에 주문해서 도착한 복합기를 아직 설치하지 못했다. 복합기 위에 천을 씌우는 여성적인 일은 했지만 메뉴얼 대로 따라하면 되는 설치 과정은 손대지 못하고 막내 남동생을 불러말어 하고 있다. 그걸 직접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나로서는 미개척지구다.

현경의 미래에서 온 편지는 2004년 12쇄 것을 내가 가지고 있다. 반복해 읽는 책이다. 지구 살림 민병대 여성 전사들에게 보내는 십계명이라는 부제가 달린 책의 목차는 이러하다.

1. 여신은 자신을 믿고 사랑한다. (I found the Goddess within me and I loved her fiercely!)
2.여신은 가장 가슴뛰는 일을 한다. (Follow your bliss! then the universe will open the door for you)
3.여신은 기, 끼, 깡이 넘친다. (be a wild woman, you salimist warrier!)
4.여신은 한과 살을 푼다. (long live the power of anger for the work of love)
5.여신은 금기를 깬다. (verak taboo! dance on  the sword!)
6.여신은 신나게 논다.(celebrate! I am a woman giving birth to the Goddess)
7.여신은 제멋대로 산다.(walk in beauty, live in beauty, love in beauty!)
8.여신은 과감하게 살려내고 정의롭게 살림한다.(she touches, she changes, everything she touches changes)
9.여신은 기도하고 명상한다.(breathe in, breathe out. I am bloomin like a follower)
10. 여신은 지구, 그리고 우주와 연애한다. (yes, si,oue, find a river and say yes th it's flow)

영어로 치니까 의미가 명확한 게 있네. 여성신학, 여신 연구를 하는 미국 유니온신학대학 종신 교수 정현경씨의 책이다. 대학 때 정현경선생님한테서 직접 한 과목을 들은 적이 있다. 이 선생님의 강력한 첫인상은 첫시간 수업에서 강단에서 생머리를 질끈 묶은 키 크고 자세가 꽂꽂하면서 유연한 여자가 공들여 활처럼 둥근 눈썹을 그린 얼굴로 미묘한 웃음을 띠면서 금빛 단화를 벗어버리고 맨발로 왔다갔다 하던 모습이다. 출석부르러 온 조교인 줄 알았다. 기독교인 사람들은 뭐라뭐라 말이 많았지만 내게는 퍽 유익한 수업이었다. 가장 큰 유익은 이 기독교 신학자 덕분에 불교도가 된 것이지. 이 책에 이어 히말라야에서 쓴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거야> 2권, 앨리스 워커의 <어머니의 정원>, < 조지카 오키프> <프리다 칼로>를 읽었지. 뒤의 두 권은 어린이용 책으로.  

그녀의 조카 열여덟살 리나에게 주는 편지의 형식으로 되어 있고, 미래의 여신에게 주는 파도 타기 교본같은 느낌의 책이다. 읽으며 내가 이 책에서 권하는 것을 많이 했다는 걸 알겠다. 자기사랑을 위해 그녀가 제시한 모닝페이지, 꿈노트, 꼴라쥬, 깡을 기르기 위한 봉정암 혼자 가기, 영화들 보기, 달리기, 춤명상...올해는 나와의 데이트 (아티스트 데이트)를 하는 걸 목표로 삼았지. follow your bliss 라는 말을 처음 들은 것도 이 책에서였고, 이 책을 읽고부터 모닝페이지를 시작해서 썼다. 나중에 virgin diary 가 모닝페이지 인줄 알고 깜짝 놀랐었지. 길 잃었을 때 되풀이해 읽는 책 중 한 권.

그녀가 열여덟 조카에게 주는 책인데 나처럼 나이든 여자가 읽어도 되나? 
 
오늘 읽으면서 실행해 보고 싶은 것이 몇 가지 생겼다. 이 책의 특징은 뒤에 실행계획같은 것이 붙어있어서 음악, 책, 영화, 활동, 명상을 권해준다는 점.

세끼를 잘 챙겨먹고, 하루 한 시간 조깅하고, 하루 한 시간 명상하고, 하루에 적어도 5페이지의 글을 쓰고, 50페이지를 읽는다, --->놀랍게도 이건 내가 단군2기 200일차에서 하려는 것과 내용이 동일하다.

한 가지 운동을 정해서 전문가 급으로 매일 연습하기, 한 가지 신나게 놀기를 정기적으로 하기
--->달리기를 매일 해야겠다. 그리고 나는 춤명상을 일주일에 한 번 하고 싶으네. 오쇼 나타라지 CD를 사와서 혼자 추어볼까나? 

하루에 정해진 시간에 명상을 40분씩 해 보는 것.
--->이건 법륜스님의 명상수련 마치면서 스님이 일상 속에서 명상하는 방법으로 추천한 것과 동일한 방법이다.
      아니 아니 난 아침식사 준비하기 전 1시간, 잠자기 전 1시간 기도하고 명상하는 걸 습관에 새길거야


리나, 네가 정말 받고 싶은 사랑의 형태가 있다면 그것을 네가 네 자신에게 지금, 당장, 여기서 주도록 해. 마치 너에게 갑자기 너무나 작은 예쁜 어린아이가 생겼고, 네가 엄마가 된 것처럼. 그래서 네가 그 어린아이에게 가장 아름다운 엄마의 사랑을 주듯이 너 자신에게 그런 사랑을 베풀어봐. 그 아이에게 하듯 너 자신을 잘 먹이고 잘 입히고 잘 운동시키고 잘 재워. (25)

우리의 감정을 관장하는 우뇌는 어린아이와 같아서 자꾸 말해주다 보면 그것을 믿게 되고 그것에 따라 자기에 걸맞는 에너지를 내게 되고 또 그 에너지에 따른 행동을 유발하게 되지 (27)

자신의 내면의 소리, 예감, 몸의 느낌, 몸의 리듬, 몸의 감각을 살려내고 그걸 존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해. 진정한 자기의 목소리, 리듬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 가슴뛰는 일을 할 수 있게 돼. 여기서 중요한 것은 홀로서기를 배우는 거야. 누가, 사회가 뭐라해도 외부의 판단보다 자신의 내부에서 올라오는 떨림, 생명의 느낌, 황홀함이 더 중요한 것을 알고 자신의 감성과 내면의 소리를 믿으며 어떤 압력에도 견뎌낼 힘이 있어야 해. 유명한 여성 화가, 작가사회운동가들을 보면 다 이런 사람들이었어. 그래서 그들의 전기를 읽는 것이 중요해. (46)

당신도 가장 다인다운 것, 당신의 생명을 표현하는 것 그것 하나만 잘하면 되는 거야 (46)

네가 속으로부터 강해져서 너의 강함이 너의 용기가 결정체처럼 단련되었을 때 그것이 깡으로 표현되는 거지(59)

인간은 누구나 자기 몫의 고통이 있어. 어떤 사람은 그 고통을 이겨내지 못해서 가슴이 썩어서 죽게 되고, 어떤 사람은 고통을 잘 이겨내서 어떤 의미에선 바로 그 고통 때문에 보물 같은 사람이 돼 (89)

머리 속에서만 용감한 사람은 세상을 바꾸는데 아무런 소용이 없어. 하나라도 자기의 용감한 사상을 실천하면서 자기 몸을 가지고 세상과 싸워야 돼(113)

많이 놀아야 상상력 창조력이 생기는 것 같아. 기발한 생각은 거의 빈 시간에 일어나는 거야...잘 놀 수 있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거지 (137)

중세의 마녀들은 사실 경제적, 가족적으로 독립한 치유자들이었다. (180)

너의 할머니, 어머니 세대의 여성운동의 피나는 노력이 없었다면 너는 네가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와 권리를 꿈도 꾸지 못했을 거야. 그러니 네 또래 여자들끼리만이 아니라 네 윗세대, 그리고 네 아랫세대의 여성들과도 여성의 의리를 지키면서 자매애를 키워나가렴 (191)

이 가능성으로 임신한 침묵의 시간이 없다면 그 홀로 있음의 자유가 없다면 우리는 위대한 창조도 진정한 친밀함도 얻을 수 없어. 어떤 큰 슬픔, 고통, 분노, 외로움, 의미없음도 기도와 명상에 의해 치유될 수 있지. 나는 내 삶의 체험에 의해서 기도와 명상의 힘을 100% 믿고 있지 (205)

매일 같은 시간에 약 40분씩 시간을 잡아 가부좌를 하고 앉아서 명상하면 제일 좋지. 만일 그렇게 시간을 낼 수 없다면 하루에 5분, 10분이라도 꾸준히 해봐. 삶이 달라질 거야 (210)

깨달음의 마지막 단계는 '자유로부터 나온 사랑'인 것 같아. 누구에게 무엇을 받디 위해 주는 사랑이 아니라, 그냥 그 사랑받는 사람의 치유와 성장을 위해 주는 아낌없는 사랑 말이지...네가 너의 중심에 굳게 선 사랑ㅇ르 한다면 많이 사랑할 수록 좋은 거야...사랑이 너의 결핍감을 메울는 잘 계산된, 혹은 중독적인 상행위가 될 때, 그 사랑은 자신과 주위 사람을 괴롭히게 돼 ..결핍감에서 나온 사랑, 무지한 사랑은 삶과 사람에 대한 이해에 근거해 있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고통을 만들어 내지 (217)...세상을 향해 열려 있지 않은 사랑은 소통되지 않는 기운 때문에 둘 사이에서 죽어버리지. 어떤 경우는 사랑을 주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사랑일 수도 있어. 중독성과 의존성에 기반해 있다면 (218)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1.02.20 06:30:38 *.154.223.196
42일차

*2:45 (-), 8:30 (6:15)
*모닝페이지 3:10~4:00, 아침정진 4:20~6:00 (명상 40분), 일지쓰기 6:00~6:20

명상을 40분 했다. <미래에서 온 편지> 읽고서 하고 싶었던 것을 꼭 1번은 해봤으니 그 책에 대해 낯이 서는 것 같다. 낯 서는 걸 중시하는 걸 보면 나는 상당히 체면 차리고 권위적이다. 반으로 접은 분홍색 요 위에서 맨 발에 레깅스 차림으로 결가부좌. 아이폰 40분 알람 맞췄다. 다리를 부들부들 떨고, 주리가 틀려서 폰 켜보니 2분 50초 남았다. 이런 식으로 하면 명상을 일상 속에 포함시킬 수도 있겠구나. 웹써핑 하고, 노트북에 딱 붙은 채로 천수경을 건성으로 흘려 부르고, 중간에 딴 짓을 하면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충동적인 상태로 보내지 않고 짬지게 일정을 밀어붙이면 어쩌면.

책을 읽고 그 책에 나온 걸 레시피처럼 실행해보는 것이 참 즐겁다. 다음 세미나 추천 도서는 조셉캠벨의 <신화의 힘>이다. 책을 사용하는 방법 :  컵라면에 물 부어놓고 뚜껑 눌러놓기, 라면 냄비 받침으로 깔기, 익숙해지도록 머리맡에 두고 자기 (이거 아주 좋아한다. 새 뚝배기와 사각 흰 접시 사왔을 때도 머리맡에 하룻밤 두고 잤고, 새 책들은 다 며칠은 머리맡에 재운 후에 치운다), 수면제로 복용하기, 목침만큼  무겁고 두껍고 단단하면 베고 자기, '나 책 읽는 교양있는 사람이야'를 과시하기 위해 책꽂이에 장기전시하기를 주로 해오지 않았나 싶다. 저자 강연회에 가서 싸인을 받아오거나 인증사진을 찍고, 저자에게 편지를 보내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것이 씌어진 고장을 찾아가 보고, 그 책에 나오는 것을 먹어보고 입어보고 써보는 것...진정 그 책의 저자나 그 책과 친해지는 법은 뭘까? 손에 들기만 하면 졸게되는 <내 삶에 변화가 찾아올 때> 의 저자 윌리엄 브리지스가 미국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걸 읽었다고 그날 저녁에 LA갈비를 먹으러 가는 건 아닐 테고. 그런데 이미 돌아간 저자는 어떻하지? 이런저런 잡념에 즐거워진다. 아아아, 원재훈씨의 책처럼 저자를 인터뷰한 책을 찾아 읽으면 되겠구나.   

나이키 모자를 하나 샀다. 달리기 모자다. 연보라색에 쿨맥스 소재고 흰색으로 부메랑 같은 로고가 새겨있다. just do it 이라는 나이키 로고는 에니어그램에서 3번 유형의 캐치프레이즈와 통한댔지. 3번은 내가 거의 쓰고 있지 않은 에너지라고 했고. 희딴 길로 새지 않기 위해 그 모자를 쓰고서 일지를 쓴다. 내 할 일 먼저 하고 다른 일을 해주길, 오늘은 달리러 나가길 기대한다. 한편 마음의 한 쪽 옆에서 '변덕이 죽 끓듯이 하는 지라 이 결심이 며칠이나 갈지......'라며 당장에라도 뭔가 이루어질 것 같은 호들갑, 생쇼, 난리부루스를 좀 가라앉히려고 한다.

왜요? 왜 꼭 가라앉히려 하지요? 콩두씨가 콩새 두 마리처럼 찧고 까불기 시작하는 것은 퍽 상서로운 조짐인데 말입니다.  그 어리광을 흐뭇하게, 귀엽게 보아 주세요. 아무 때, 아무에게나 까부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 동안 풀죽어 있고, 무거워 보여 마음 아팠는데 기가 펄펄 사는 듯 하여 이쁘기만 하구만요. 나대고 까분다고 표현해봐야 콩두씨 사부작사부작은 씀씀이와 활동범위에서 거기서 거기일테니 걱정 말고 지켜봐 주시면 좋겠어요. 간질발작하는 이를 보호하는 법은 못하게 약을 써거나 말로 타이르는 것이 아니라 다치지 않도록 주변을 치우고, 끝나면 쉬게 해주는 것...근데 쓰다보니 열받네자연스런 가벼움, 출렁거림을 간질발작으로 비유할 만큼 경직되고 야박한  풍토에서 살라하면 안되지요. 콩두씨가 안 봐주면 다른 이들한테 가서 구걸하거나 누군가를 이뻐하면서 나를 이뻐하는 더부살이를 해야잖아요. 버럭.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빙긋) ---> 미안합니다. 잘 안되지만 노력할게요.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1.02.20 11:05:00 *.154.223.196
*읽기 7:00~9:00 <내 삶에 변화가 찾아올 때> 4~7장

내 이 책을 읽으면서 졸지 않았던 날이 없었다는 걸 오늘 또 확인하고 말았다. 중간에 밥을 먹었더니 졸기시작해서 아예 자 버렸다. 윌리엄브리지스씨 오늘은 기필코 당신과 굿바이 인사를 하구요. 다음에 제가 읽기 근육 좀 키운 후에 다시 뵙겠습니다. 어렵게 읽었으니까 인용문 타이핑 하구요. 독후감도 써보겠습니다. http://blog.naver.com/muryangg/20121743155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1.02.21 06:16:45 *.154.223.196
43일차 (7주 월요일)

*3:00 (-), 9:00 (6:00)
*모닝페이지 3:15~4:00, 아침정진 4:10~6:00 (40분 명상), 일지쓰기 6:00~6:20 (표 붙이기에 시간 듬)

지각을 했다. 몇 주간의 게으름이 몸에 남긴 습관은 좀 많이 먹고, 많이 자고, 적게 움직이는 것. 명상하면서 5번 몸무림쳤다. 15분, 10분, 6분, 3분, 2분, 1분 전. 알람이 언제 울리나 확인하고 나중에는 결가부좌를 풀고 다리를 나란히 놓았다. 숨을 훅훅 거리면서 간신히 마침. 땀이 훅 나고서 체취가 위로 올라왔다. <미래에서 온 편지> 읽고서 이틀째 해본다. 방학인데 뭐 어때 하면서 하지만 불안하다. 이때의 불안은 할 일을 안하고 있을 때의 불안인듯 하다.  

오늘부터 신화의 힘을 아침에 조금씩 읽기로 한다. 단 10 페이지를 읽더라도 정신이 맑고 집중이 잘 되는 아침 시간에 좋은 책을 습관적으로 읽어보도록 하자고 쓰고서 두 시간동안 7장 사랑과 결혼을 2독 한다. 밑줄 그은 부분 타이핑은 안했다. 뭔 소린지 몰라서 나중에는 연속극 대본 연습하는 배우라고 생각하고 이쪽저쪽으로 자리를 바꿔가며 읽었다. 또 졸았다. 음식 먹는 것이 문제인 지, 떡국떡처럼 소화시키기 어려운 것을 먹는 게 문제인지? 내가 이 책을 못알아듣는데다 소화 시키는 문제가 덧붙여졌으리라 짐작. 완전 정신 놓고 자는 것은 식후 20분 정도인듯.

다른 책에 어리광, 엄살과 관련된 글이 있어서 베껴적었다. 이 시인이 무섭고 싫다. 감추고 싶은 남의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듯해서 그 태연함이 징그럽다. 좀 눈감아주고 못 본척 해주지. 잔인하게시리 그걸 다 까발린다. 좀 열이 뻗쳐서 낸 결론은 나의 엄살. 어리광, 생떼를 내가 더 자주, 잘 받아주어야겠다는 거다. 자급자족이 될지, 주변에 모델로 삼고 지원사격이나 긴급 보급을 해줄 유모나 상담자를 두어야할 지 모르겠네.  

엄살하는 자는 엄살의 힘으로 산다. 엄살을 안으로만 삼켜온 자는 엄살하는 자의 엄살의 의미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다. 엄살하지 않는 자의 귀는 타인의 엄살 앞에서 언제나 오작동 번역기계가 된다. 엄살에 불과한 그것을 지나치게 안쓰러워 한다. 그래서 엄살을 간과하질 못한다. 왜냐하면 그는 정말로 '나 좀 어떻게 해주라' 말하고 싶을 때에만 엄살해 왔기 때문이다. 무거운 것을 들어올리며 무의식 중에 내뱉곤 하는 '으차' 기합과도 같은 그 엄살을 오랜 숙고 끝에 내미는 구조의 요청으로 해석해버리는 습성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엄살하지 못하는 자들은 자기 앞에서 부디 사람들이 엄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한숨도 신음도 푸념도 넋두리도 이 악물고 견뎌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 모든 걸 모으고 모아서 어느 한 날에 대성통곡을 하는 진풍경을 관음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습관이 된 푸념 말고 진짜 푸념이 귀에 들린다면 오감을 모아서 그 소리를 들어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엄살을 잘하는 자가 언제나 부럽다. 엄살도 기술이 있어서 가뿐하게 들어주며 토닥거려줄 찬스를 잘 포착하여야 한다. 그러한 찬스를 적절히 활용하여 유대의 국면을 점입가경으로 만들어가는 그자가 부럽기만 하다. 엄살하지 못하는 자가 "있잖어..."하고 운을 뗄 때마다 상대방은 "아프다 그러려고 그러지, 내가 더 아퍼"하고 그 입을 막곤 해왔다. 그래서 그는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그 신음들이 새어나오는 입을 틀어막으며 자신의 불운함을 '참을성'이라고 거짓 해석을 해왔다. 한 번도 제대로 내비쳐본 적 없는 그 엄살이 독처럼 몸에 가득할 때 누군가의 엄살을 들어주는 척하며, 자신을 포함한 두 사람을 함께 위로한다.(그래서 동분서주, 위로의 달인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곤 하지만, 언제나 '겨우 그런 일로 너는 엄살을 떠는 거니' 싶은 울분이 남을 뿐이다.) 스스로를 위한 독자적인 위로의 타이밍은 언제고 없다. 늘 그렇게 옵션처럼 누군가의 엄살에 대한 위로의 타이밍에 더부살이를 한다. 평생을 그렇게. 상대의 얘기를 들어주는 척하면서 그 틈을 타서 운다. 누군가가 자기에게 그렇게 해주길 바라왔던 것들을 엄살 잘하는 그자 앞에서 다 해준다. 위로란 언제나 자기한테 그렇게 해주길 바라는 형태대로 나오는 것이다. (김소연 <마음사전> 149-152)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1.02.22 10:04:51 *.114.49.161
44일차 (7주 화요일)

*6:20 (-), 12:00 (6:20)
*모닝페이지 6:40~8:00, 아침정진 8:35~9:40 , 일지쓰기 20분간. <t신화의 힘> 7장 밑줄 타이핑 1시간

쟁반짜장과 꽃빵 때문이다. 밤새 소화기가 특근에 철야 작업까지 했을 것이므로 출첵문자를 2:56에 지인께 보내고 일어나지 못했다. 서울서 집에 돌아오니 11시 30분이었다. 건성으로 때우는 저녁기도를 하고 12시에 잤다. 알람을 들었지만 몸이 기상하지 못했다. 가뜩이나 저녁이면 몸의 기능이 좀 저조한데 기름기 많은 밀가루 음식 위주인 중국음식은 쥐약이다.    

느지막히 모닝페이지를 한다. 바로 아침정진을 시작하지 않고 35분간 중독사이트를 돌아보았다. 꽁초를 주워 태우면서 니코틴을 피 속에 흘려넣는 이, 간장종지만한 에스프레소잔이 간에 기별도 안 가서 에스프레소는 곱배기 없나 하는 손은 내 맘을 이해해줄 것 같다. 내가 매일 들르는 향정신성 사이트다.

근데 동쪽으로 난 커다란 창으로 비쳐든 아침햇살 속에서 정진을 시작하며 곧바로 불안해졌다. 해야할 일들이 웅성웅성 나의 관심을 요구하고 재촉한다. 다 늦어서 미련하게 이러지 말고 빨리 나가서 할 일을 해야한다는 조바심이 든다. 새벽활동, 아침활동도 아니고 한나절 활동이 된 것이 부끄럽다. 가스렌지 위에서 압력밥솥 추가 도는 소리를 들으면서 일지 쓰면서도 불안하다.  just do it 모자를 썼다. 오늘 활동은 여기서 마칠까 하다가 그래도 단 5페이지라도 읽어보려고 한다. 방학이므로 여유를 누려보길, 그리고 내 할 일 먼저, 자전 먼저 하고 공전을 하기를 원하므로. 잘 안되겠지만 애써주세요. 콩두씨. 많이 불안하겠지만 불안을 견디며, 불안 속에서, 불안과 함께 한 발씩 가 주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신화의 힘> 타이핑을 하면서 타이핑은 필사의 현대적인 형태라는 걸 알겠다. 신경숙씨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필사했다고 했지. 또 다른 예를 들고 싶지만 밑천 딸림. 손가락을 쓰는 단순작업은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불안한 이들이 손톱을 뜯는 건지도 모른다. 손과 입을 동시에 사용하게 하는게 불안에 효과가 있나? 그리고 어제는 없었던 것을 창조는 아니고 생산한 듯 해서 내가 그만큼 성장한 듯 하여 뿌듯하다.   

오늘 친 것 중 멋진 문장 베스트를 뽑으라면 이걸로 하겠다.   

emoticon진정한 결혼은 상대에게서 동일성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이런 결혼에서 육체적인 하나 되기는 정신적 하나 되기를 확증하는 순서에 지나지 않는 거지요. 거꾸로 말하면 결혼은 육체적 관심에서 시작되어 정신화하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진정한 결혼은 사랑, 즉 아모르의 영적인 충돌에서 시작되는 겁니다. (345)

프로필 이미지
박소라
2011.02.23 07:22:03 *.97.192.134
윤정, 성희님^^
저는 27일이 좋으나. 제가 교육이 5시에 끝나는 단점이 있어요.
사당이니 양재가 멀지 않아 금방가긴 할꺼에요.
저녁을 먹고 꽃시장을 둘러봐도 된다면 27일에 만나는것도 좋구요.
생태놀이도 좋은데 3월은 장담하기가..^^
저의 일정은 이렇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조성희
2011.02.24 10:57:53 *.143.199.187
^^ 윤정님 덕분에 좋은 기회를 얻었습니다. 감사 감사~~
어제 저녁부터 부산스럽게 준비물 챙기느라 즐거운 시간 보냈어요...
그림이란걸 그려본지가 언제였던지..기억이 가물가물해요. .ㅋ 파레트랑 연필이랑 지우개 등등 찾아놓았네요. ^^

가족분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시구요 소라님과함께 다음 날짜를 기약해요~ 손꼽아 기다리렵니다.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1.02.23 10:07:47 *.154.223.196
한숨 자고 오니 그렇게 되어 제가 새벽에 남길 것을 하고 후회하였습니다. 오셔도 된답니다. 
성희님 뒤에서 완전마감되었어요.
 
27일은 저는 안되겠어요. 어제 집에서 그날 가족행사를 잡으셨어요. 동생네 집들이. 
소라님과 셋이서 다시 뵙기로 하구요. 다른 날짜를 생각해볼께요.^^   
프로필 이미지
조성희
2011.02.23 09:47:14 *.143.199.187
헉~ 윤정님 제가 늦었나 봐요..가입하고 보니 인원 마감이라고 나오네요..아직 게시글을 볼수가 없고 공지만 봤거든요...우쩐다요~ ~
저 무지 조용하고 없는듯 있을테니 끼워달라고 막~쫄라보면 안될까요??

저도 별 좋아라 합니다. 한자이름이 별성자에 빛날 희를 쓴다는 단순한 이유때문이죠. ㅋ

글고 소라님과 함께 27일 만나고도 싶어요.
저도 가능하다면 둘다.. ^^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1.02.23 02:47:32 *.154.223.196
성희님도 별 스티커를 저처럼 좋아하시는군요? ㅋㅋㅋ

우리 일정이 어찌 잡히든 저는 그걸 들을거니까 (두 번 놀겠다는 속셈이죠^^)
성희님 함께 해요. 같이 하게 되어 기뻐요. ^^
네이버에서 황경택 생태놀이 연구소 카페 검색하셔서 회원가입을 하셔요.
공지사항에 준비물이 공지되어 있어요. 반가워요. 성희님^^ 소라님 말씀 들어볼께요.
프로필 이미지
조성희
2011.02.22 22:01:48 *.49.98.164
윤정님~
요즘 이런저런 일로 바빠 오랫만에 놀러왔어요.  조기 아래 별모양 글을 보니 신화의 힘 저도 빨리 읽고 싶어지네요. ^^ 
그리고 제안해 주신것 둘다 좋아요..
 사실 1안이 좀더 끌리는데요...혹시 함께 하시는 분들께 민폐는 아닐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껴주신다면...염치불구하고 껌딱지 처럼 찰~싹! 달라 붙을 각오랍니다. ^^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1.02.23 07:41:03 *.154.223.196
45일차 (7주 수요일)

*1:30 (-), 9:00 (4:30)
[모닝페이지 1:45~2;40, 아침정진 3:20~5:00 (40분 명상), 읽기 5:30~7:20 <내 삶에 변화가 찾아올 때> 읽으며 든 생각 쓰기, 일지쓰기 20분 종료 8:00]

보이차를 마시며 일지 쓴다. 동생이 홍콩여행에서 선물로 사온 것. 좀 전에 간장게장에 밥 비벼 먹었다. 이것도 선물받은 것. 까나리액젖으로 미역국을 끓였다. 미역과 물, 다진 마늘을 한꺼번에 넣고 들기름도 부어서 부르르 끓였더니 밍밍하다. 참치액을 한 병 사와야지. 역시 음식은 정성이다. '너는 네가 먹는 것이다' 고 하고 어떤 사람은 '너는 네가 읽는 것이다'고 한다. 요즘 먹고 사는 것이 너무 질 떨어진다. 슈퍼 전단지가 왔던데 오늘은 방울토마토가 세일품목이라니 또 다녀와야겠다. 어제는 무가 세일품목이어서 1개 사왔다. 내일은 양파다.  

보통 모닝페이지의 글씨를 휘갈겨 쓰는데 오늘은 정성껏 또박또박 썼다. 시간 차이는 그리 많이 나진 않았고, 글씨를 다듬다 마음까지 다듬어지는 듯 하다. 명상하면서 산만하였다. 오늘도 바로 들어오지 않고 이런 저런 사이트를 들락거린다. 기도 중간에 화장실에 가고, 다리 저리고 엉치뼈 뻐근하여 핸드폰 알람 펴보곤 했다. 집중이 잘 안되어서 예불문을 두 번 했다. 좀 성마른 느낌. 과자를 계속 집어먹는다. 먹는 속도가 빨라서 이제 배 좀 부르다 싶으면 잠시 후 괴로울만큼 부르곤 했다. 유탕처리된 과자는 라면 냄비처럼 몸에 작용하는 시간이 매우 빠른데 더 성마르게 하는 기운도 있다.  

어제 새로 사온 복합기를 혼자 연결하고 사진을 출력해서 bliss board에 넣을 캐주얼, 크로켓, 다이나마이트, 다이어트, 달랑달랑, 아 그게 뭐지? 데칼코마니, 데나무스, 도도하다, 도화살, 캐리커쳐, 디귿으로 시작했었나? 돌돌돌, 도르르, 두렁두렁, 캘커타, 캡슐, 케밥, 키읔인가? 아 이 놈의 건망증은 명사 부문에서 특히 외래어 부문에서 도드라진다. 나의 뇌주름이 노화를 향해 간다는 증거겠지? '노화' 단어에서 '쿵' 소리가 나는 것 같다. 결국 책 찾아보고 왔다. 콜라쥬. 콜라쥬를 만들었다. 또 2011년 달력을 출력해서 오려서 프랭클린 다이어리 앞에다 놓았다. 정신이 들고 기분이 좋다.  

어렵게 읽은 윌리엄 브리지스씨 책 <내 삶에 변화가 찾아올 때> 정리한 것을 출력해서 읽으면서 지금 내게 와 있는  삶의 변화를 어떻게 잘 내적으로 다뤄서 변환으로 만들까를 썼다. 읽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유익하다. 이 책을 읽도록 권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사막, 숲 속, 황야, 앨리스의 토끼굴, 동굴에 해당하는 중립지대에 내가 놓여 있음을, 단군프로그램 덕분에 그 중립지대를 잘 보내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어 또 감사했던 새벽이었다. 어우 졸립다. 달리기 해 본 지 정말 오래 되었다.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1.02.24 09:04:17 *.154.223.196

46일차 (7주 목요일)

*2:10 (+), 9:30 (4:40)
*[모닝페이지 2:20~3:00, 아침정진 3:05~5:00 (40분 명상), 일지 쓰기 20분, <신화의 힘> 7장 읽기 6:00~7:00, 마침]

다리 아픔 없었고 얼굴 근육 이완되었다. 뒤통수 뒤에서 흙 속에서 당근을 잡아뽑거나 나를 갈고리에 걸어서 널어놓은 것처럼, 미간 넓어지고, 속쌍꺼풀 드러나고 입꼬리가 당겨올라가는 사이 나의 미간 팔자주름과 '나는 기분이 안 좋아요.'를 항변하던 아래로 처졌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전체적으로 웃는 듯한 온화한 표정이 되는 듯. 굳어있는 몸 여기저기가 이완된다. 명상을 끝내면서 손바닥을 비벼 열을 내서 몸 전체를 쓸어주었다. 얼굴과 귀는 나물 무치듯 조물조물 매만지는 사이 등뼈가 곧추서고 턱이 당겨진다. 순환이 잘 된다. 내 몸의 상태가 가장 좋은 때. 날씨로 치면 화창한 날이네. 콩나물시루에 물 주듯 갠 날 흐린 날 꾸준히 예입해주길 기원합니다. 도와주세요. 중간에 몇 번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의 모습 나타나서 방석위를 떠났다 돌아온다. 쓰레기를 주워 담고, 바닥에 있던 책을 주워 꽂고, 거울에 옆 모습을 비춰보러 일어나는 그런 것. 혼자니까 잘 느끼지 못하던 이런 모습을 여러 사람 있는데서 한다고 치면 얼마나 웃길까? 

미친 3월을 두려워한다. 이런 저런 오늘 할 일로 마음이 분주하다. 뼈와 근육 사이 틈을 면밀히 알아보고 칼을 넣어 이름에 맞는 부위의 살을 발라내는 정육업자처럼, 산더미같은 곡식 창고에서 푸른콩과 검은 콩 양대와 서리태를 골라내는 개미들을 만나는 프시케처럼 찬찬히 차이를 보는 틈을 주게 되길 명상에게 바란다기 보담 젊잖게, 쿨하게 바라지 못하고 매달려 애걸복걸한다. 요새 '애걸복걸'을 자주 쓰는구나. 

<신화의 힘>을 1시간 읽었다. 일찍 불을 뺀 방 냉기가 느껴져 이불 파고 들었다가 8시 30분까지 잤다. 아침 먹으면서 읽기부터의 일지를 덧보탠다. 기껏 가꿔둔 새벽 안정감이 자는 사이에 다 도로아미타불이라며 신경질이 부르르 나서 어차피 내가 하려던 일이 콩나물 시루 물 주기였지 하면서 살살 달래고 토닥토닥 얼른다. 콩두씨 7시에 달리러 나가주세요. 그게 더 콩두씨를 행복하게 할 겁니다. 일본이나 미국에서 달리고 있는 하루키씨와 같이 달리면 재미 있겠지요? (하루키씩이나?)  어이 툭툭 털고 힘내요 콩두씨, 간질간질^^ 까~꿍^^ 야~옹 야~옹 ^^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1.02.25 06:10:51 *.154.223.196

47 (7w fri.)

*2;00 (+), 9:00 (5:00)
*[모닝페이지 2:15~2:55, 아침정진 3:10~5:10 (명상 40분), 온라인에 일지쓰기 5:40~6:10, 웹써핑하고 놀다가 <신화의 힘> 7장 사랑과 결혼 3쪽에서 3문장 타이핑 20분, 달리기 7:00~7:30 마침] 

정진과 일지쓰기 사이에 자꾸 다른 일을 끼워넣는다. 한켠에 불안이 있다. 내 할 일을 미루고 안 할 때의 자체 경계경보 노릇을 불안이 맡고 있는 것도 같다. 자주 울리지만 무시하고 계속 남 일에 감 놔라 대추 놔라 하고, 되도 안한 훈수를 두곤 하던 역사를 가지고 있지. 그 습관은 관성이 커서 특별히 정신을 차리고 있지 않으면 그냥 묻어간다. 내 할 일을 해 나가는 어려움을 회피하는 도구로 쓰이면 곤란하다. 콩두씨 할 일을 먼저 해 주길 바랍니다. '할 일 먼저'는 내가 교실 규칙으로 정해놓고, 하루에 오십번도 넘게 외치는 말이다.  이것 말고는 '내가 좋아, 혼자 할 수 있어요. 물건은 제 자리에, 나는 환경지킴이'가 있다. 이 다섯 개로 모든 것을 커버한다. 특히 많이 쓰는 것이 '할 일 먼저', '물건은 제 자리에' '혼자 할 수 있어요'다.

어제 문득 최근에 남에게 선물을 주겠다는 형태로 생각난 것들을 나에게 먼저 주기로 했다. 곰곰히 보니 그건 내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이다. 내 욕구를 남을 통해 보고 있나, 그렇다고 선물을 안하겠다는 건 아니고 내게 먼저 선물하겠다로 순서와 관점을 좀 변화시키겠다. 이러면 '착하다'는 소리 못듣고, '공헌'을 중시하는 이 사이트 눈치도 좀 보이고, '이기적'이라는 소리 들을 건데 싶고, '나는? 나는?'하고 삐지는 나를 드러내는 게 민망하여 어찌할까나 좀 그석하다. (emoticon표: 완료)

1.가장 키우는데 손이 덜 갈 것 같고, 초보자도 죽이지 않고 기를 수 있을 것 같은 반려동물로서 새를 한 마리 집에서 기르기. 새 파는 집 구경했다. 아직은 몸에 와서 앵기는 동물을 기르는 것은 부담스럽고, 새는 저 멀리 두고 보면 될 것 같다. 아니면 항아리 뚜껑어 놓고 금붕어를 기를까나? 혼자 사는 건 나지 그가 아니다. 그가 식구들이 집에 없을 때 외로울 건 생각하면서 나는? 나는?
       ---> 며칠 생각하다가 동물은 안 키우기로 했다. 지금은 고독, 비움의 시간. 여기서 키울 생명은 나다.
emoticon2.수수팥떡 산야초 효소와 죽염 - 새벽 수련 중간의 허기와 기운 딸리는 띵한 느낌을 해갈해 줄 거다.
emoticon3.영화 만추 보기 - 탕웨이 좋다.
4.백금색 목걸이
5.좋은 책, 사랑하고 사랑받은 기억, 자연 속에서 자신을 잊고 보내는 시간들로 마음 창고에 보물을 쟁이기
     ----> 날마다 책을 읽고, 한 달에 한 번은 사랑하는 이들과 시간을 보낼 거다.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도 일부러 챙겨서 계절 따라 누리리라. 2011년은 
emoticon6.3M 초극세사 밀대 걸레
- 엉금엉금 기어다니면서 방 닦는 거 딱 질색이다. 서서 슬슬 닦아도 때 잘 지는 걸레 하나 어제 사왔다.   그녀에게 주지 말고 내가 먼저 쓴다. 충분히 누려본 후 좋으면 구입해서 선물할 거다.  20000원도 안하던데 나는 자신에게 2만원짜리도 안줄 만큼 인색하게 굴었다.
emoticon7.<도시농부 올빼미의 텃밭 가꾸기> 샀다. 남에게 주지 않고 내가 가질 거다. 상대가 텃밭을 가꾸든 말든 신경 끌 것이다. 텃밭있는 땅집이 아니라 아파트로 간 것은 상대의 선택이었다. 나는 내 텃밭이나 잘 가꿀거다. 올해는 베란다에다 키친 가든을 만들어 바질과 부추는 꼭 기르겠다. 그러면 토마토소스 스파게티를 해 먹고, 부추는 한 번 인연맺으면 평생 같이 사는 거니까 자라는 대로 칼로 싹싹 베어서 전 부치고 계란과 함께 볶아 먹으리라. 내가 꿈꾸는 집에 자라고 있는 도라지꽃, 분꽃, 봉선화, 채송화, 라일락, 넝쿨장미, 황매화, 수국, 함박꽃, 작약, 모란...들이 한 두 가지씩 지금 내 집에 모습을 드러내게 될거다.      

오늘은 달리기 복장을 다 갖춰입고서 일지 쓴다. just do it 모자 쓰고, 모자 뒤로 뚫린 구멍으로 머리 묶고, 달랑거리는 귀걸이 뒤에 고무마개를 꽂고, 달리기 레깅스에 겉옷과 양말까지 갖춰신었다. 시간 딱 되면 쓰고 읽던 모든 것을 덮어 치우고 새벽 봄바람 쐬러 가겠다. 일찍 일어나서 시간을 보냈고, 화장실에서 어제 몸이 양분을 짜고 발효시킨 것을 버린 뒤라 배가 많이 고프다. 겨울동안 불어난 3kg은 몸만 둔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무거워진 시스템을 돌리기 위해 더 많은 음식을 먹어주길 요구하는 듯 하다.

나의 새벽수련은 '기도와 명상'이 주 내용이다. 모닝페이지는 쓰기명상, 달린다면 달리기 명상. 그래서 읽고 쓰는 것에 대한 욕심과 부담을 덜어주려 한다. 선택활동이 아니라 덤, 보너스로. 하면 더 행복하고, 안해도 행복하지.     

오랜만에 달렸다. 현관문 밖 찬 공기에 놀래서 다시 들어와 덧입고 간 털조끼가 거추장스럽다. 제철공장의 매캐한 공기와 연기를 목격하는 것이 맹 무겁다. 담부터는 늘어지는 귀걸이는 빼놓고 가겠다. 귓가에서 내내 달그락거리고, 무엇보다 달리면 가슴근육에 무리가 가서 스포츠브라를 신경써 장만한다는데 무거운 거 귀에 달고 달리다가 귓볼에 뚫린 큰 구멍이 미인의 조건인 아프리카 어느 부족의 최고 미인 - 계란 하나가 통과할 정도의 구멍이 난 여인네처럼 변한 내 귀의 모습이 확 떠올랐기 때문이다. 밤새 내려앉은 역전층의 미세먼지를 듬뿍 마시고 왔든 말든 달리니 좋다. 참 좋다.   

프로필 이미지
<아티스트웨이> 1~3장
2011.02.25 11:57:35 *.114.49.161
단장하고 식사한 후 9:30까지 웹써핑을 또 하고 있는 나를 발견. 읽기로 자신과 약속한 시간보다 훨씬 긴 시간을 그러고 있군. 그때서야 후딱 정신차리고 허겁지겁 1시간 동안 <아티스트웨이> 1~3장 읽음. 집중해서 먼저 읽었으면 좋겠는데 사이사이에 다른 것을 너무 많이 끼워넣는다.

창조성이 막힌 친구들은 당신의 회복을 불안해한다...특히 당신이 이기적인 사람이 되었다거나 무관심해졌다는 불평을 조심하도록 (당신을 예전으로 돌아가게 해서 자신들이 편해지려는 의도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창조성이 막힌 우리는 스스로에 대한 책임보다 다른 사람에 대한 책임에 관심을 쏟는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 삶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그런 행동은 자신을 좌절시킬 뿐이다. 창조성을 살찌우는 근본 요소는 자신을 살찌우는데 있다....친구를 위하여 당신이 해줄 수 있는 최선의 길은 당신의 창조성을 회복하여 그들의 본보기가 되는 것뿐이다. 95

이토록 모든 것을 망치는 사람과의 관계를 왜 끊지 못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고 잔인하다. 바로 우리 자신이 그만큼 정신이 빠져있고 자기 파괴적이기 때문이다. ..창조성이 막힌 우리는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하려 든다. 정신을 빼놓는 사람과의 삶이 힘들고 불쾌하더라도 창조적인 삶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두려움 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103)...정신을 빼놓는 사람은 당신이 창조적인 작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마취제이다. 당신이 정신을 빼놓는 사람에게 착취당하는 만큼 당신도 그를 이용하여 창조족인 작업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분노가 제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연료로 분노를 이용해야 한다. (120)...분노는 우리를 새로운 삶으로 이끄는 연료이고 우리의 주인이 아니라 도구이다. 분노를 묻어두기 보다는 끌어내야 한다. 잘만 이용하면 분노는 아주 유용하다. 게으름과 무관심, 절망은 적이지만 분노는 친구이다. 물론 착하고 점잖지는 않지만 정직한 친구임은 분명하다...분노는 행위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떤 행위를 초대하는 것이다. (121)

사실 우리의 삶 속에 있는 어떤 뛰너난 힘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전에는 불가능했던 꿈을 향해 행동해야 한다.(124)

완전히 결정하기 전가지는 머뭇거림이 주저가 되돌아갈 기회가 있다. 어떤 일을 시작, 창조한다는 문제에 대해 중요한 진실은, 자신을 던지겠다는 결단을 내리는 순간 신도 같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수많은 아이디어와 멋진 계획들이 물거품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았으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많은 사건들이 그에게 일어난다. 그 누구도 이런 식으로 일어나리라곤 생각지 못했던 온갖 종류의 만남, 물질적인 지원이 솟아오르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바로 '시작한다'는 결단에서 비롯되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것,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며 무엇이든지 시작하라. 행동은 그 자체에 마술과 은총, 그리고 힘을 갖고 있다. (괴테 128)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1.02.26 09:19:46 *.154.223.196
48일차 (7주 토요일)

* 5:40 (출첵은 제 시간에 하고 다시 잠), 10:00 (7:40)
*[모닝페이지 5;50~7:00, 아침정진 7:40~8:40, 중간에 웹써핑-중독사이트 둘러보기, 일지 쓰기 20분, 9:20에 마침]

영화 만추를 기폭제로 고인 울음을 덜어냈다. 엄마 장례식에 이쁜 아내와 애기를 데리고 멀쩡한 모습으로 찾아온 오빠 친구이면서 자신이 남편 살인범으로 6년 징역을 살게 만든 인연망의 가장 중요한 요인인 남자 앞에서 '당신이 잘못한 것 맞다. 왜 이 사람 포크를 썼냐?'고 바닥을 기어다니며 우는 애나의 울음이 안전핀을 뽑는 역할을 했다. 마스터베이션 분위기의 감정 방출.

저녁 7시부터 극장에 갔다가 시애틀의 안개와 무심하고 흐린 분위기하고 닮은 거리를 걸어 돌아왔다. 차들이 시끄럽게 지나가는 4차선 도로고, 늦어서 다니는 사람이 적어서 소리내어 울기에 좋았다. 감정에 대한 단어를 많이 아는 것 같고 자주 사용하는 것도 같지만 그건 흉내, 쇼, 척이다. 나를 표본처럼 잠그고 있는 이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얄 지 쩔쩔 맨다. 영화를 좀 봤으면 좋겠다는 느낌이 간절했었다. 새벽에 아무 것도 하기 싫어서 내처 자버렸다. 밤 술 먹고 주정부렸다 생각하고 아침에 물어보지 않는다. 술 먹은 다음날 골이 빠개지고 속 쓰리고 목 타는 걸 보듯이 지켜본다. 다음에 수문 찰랑찰랑할 때까지 또 유예기간을 번다. 어떻게 다뤄야 할 지를 모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느지막히 일어나 두 가지 필수활동을 했다.  

콩두씨 잘 했습니다. 특히 잘 한 것은 어제 그대로 집에 돌아갔다면 웹써핑을 하거나,  남 앞에서는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말로 숙였지만 속에 그대로 남아있는 숙이지 못하는 마음이 만들어낸 좌절과 스트레스를 비벼서 과식하고서 체하거나 군살이 붙었겠지요. 걸어가며 지인에게 전화 걸고,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풀어냈으니까 일단 그 감정이 콩두씨를 파괴하거나 관계를 엉망으로 만들지 않을 겁니다. 생존전략 하나 연습한 셈 치세요. 그리고 그 바람에 그 관계를 위해 다시 노력할 힘이 생겼잖아요? 힘 같은 것 쓸모있는 걸로 채우지 못했더라도 콩두씨를 상하게 할 것을 많이 버리고 왔잖아요. 그거면 됐어요. 마스터베이션? 그런 용도라면 많이 많이 하세요. 영화, 연극, 여행, 전시회...뭐 예술의 분야는 너르답니다. 예술을 그렇게 위로와 발산의 목적으로 사용한다고 기분나빠할 예술가 있으면 한 명 찾아와 보세요. 그럼 콩두씨한테 천 만원 일시불로 준다요. 콩두씨가 원하신다면 신사임당 오만원 권으로 바꿔서 사과상자에 담아줄께요. 어깨에 지고 가세요. (정말요? 천만원. 그럼 돈에 환장한 콩두씨 눈 뒤집혀서 찾으러 나갈 지도 몰라요) 진짜라니까요. 땡빚을 내서라도 약속을 지킬 수 있다는 걸 콩두씨는 알고 있을텐데요. 천 만원이 일시불로 생기면 콩두씨 뭐 하시랍니까? (우물쭈물) 암튼, 오늘은 오늘의 태양이 떴으니 봄 햇빛 잘 받으며 광합성 많이 많이 하세요. 지금쯤 냉이가 났을텐데 햇빛 등지고 쪼그리고 앉아서 그거 캐면 정말 재미있을텐데..콩두씨 이 봄이 가기 전에 꼭 해보시구랴. 조카와 함께가 안되면 콩두씨 혼자서라도 해 보세요. 꼭 조카를 끼울 필요가 없잖아요. 인제 콩두씨가 원하는 것을 하는데 '누군가를 위해' 식으로 남을? 착한척을 동력 삼지 말고 '내가 하고 싶어. 나를 행복하게 하거든' 요렇게 하는 연습을 많이 많이 해 보시고요. 콩두씨도 고이 잘 다녀오시기를요! 잔소리 끝!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1.02.28 02:52:25 *.23.18.193
49일차 (7주 일요일)

*4:00, 9:30 (6:30)
*[모닝페이지 4:15~5:15, 아침정진 5:30~6:30, 1시간 읽기 <아티스트 웨이> 4~6장 8:00마침]

봄비가 오시는 날 안동에 있다. 12층 아파트에서 비안개가 피어오르는 산과 주차장을 내려다 본다. 동생네 새로 입주한 집에서 하룻밤 자 본다. 방이 따뜻하구나, 이 집은 방마다 보일러센서가 있구나, 베란다를 텄구나, 겨울에 우풍 장난 아니겠네, 난방비가 많이 나오겠네, 화장실이 2개라서 청소하기 힘들겠다, 주방에서 일하면서 아이 노는 걸 보기 위해서 소파를 저렇게 놓았구나, 이 집에서 요리를 좋아하는 쪽은 남편이고 그게 시부모 눈에는 편하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지 않아야 하는 경상도 집안의 장남으로 살면서 취미인 요리를 하지 못하다가 결혼한 아내는 그걸 하게 해주니 다행이네 ...그 집에서 자 보면 이런 저런 말하지 않아도 알아지는 것들이 있다. 이걸 속담으로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는다'고 부를까하다 미심쩍어서 네이버 국어 사전을 찾아보니까 쓰면 안되겠다. have sex 라는 뜻으로 많이 쓰이나 보네. 큰일 날뻔 했군.

소 밥 주러 가시는 걸 배웅하느라 나갔다가 봄비  오는 공기를 느꼈다. 달리고 싶었다. 아이와 놀다가 점심 먹고 고향집으로 가야겠다.

밤에 잠들기 전에 창조주의 인도가 필요한 문제들을 적어둔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 주제에 대해 모닝페이지를 쓰다보면 점에는 보지 못했던 길을 찾을 것이다. (170)

우리에겐 창조적 고독, 다시 말해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이런 재충전의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창조성은고갈되고 말 것이다. 그리고 시기를 놓치면 지치는 것보다 더 나쁜 상태가 나타날 것이다. 그것은 죽음의 위협이다...시간이 지나면서 살인충동은 자살충동으로 변한다. (175)

많은 사람들이 남에게친절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얽매여서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도 가족과 친구들이 보일 반응이 두려워서 감히 하지 못한다...겨우 일깨워진 자신의 창조성은 대부분 남에게 미덕을 베품으로써 파괴되고 만다. 그러나 이런 거짓 미덕에 따른 댓가는 엄청나다. ...지나친 선량함이라는 덫에 걸린 창조성은 이처럼 진정한 자신을 파괴시켜 왔다. ...그런데 진정한 자아는 다른 사람들에게 '싫어' 라고 자신에게 '좋아'라고 말하는 법을 알고 있다. ...동생에게 '안돼'라고 말하는 것이 자신을 긍정하는 것이다....'당신은 자기파괴적인 사람인가?' 라는 질문에 미덕의 덫에 걸린 사람들은 단호히 '아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책임감이 있는지에 대한 증거를 나열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도대체 누구에게 책임감이 있다는 말인가? 이 질뭉느 진정한 자신에 대한 질문이지 '당신은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한가?'라는 질문이 결코 아니다....우리는 오직 다른 사람들의 반응과 느낌에만 귀를 기울인다. 결국 미덕의 덫에 걸린 우리는 자신에 대한 질문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다.  (179)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1.02.28 06:28:57 *.154.223.196
50일차 (8주 월요일)

* 2:40 (-), 9:00 (5:40)
*[모닝페이지 3:15~4:15, 아침정진 4:50~6:00, (중간에 비는 35분 웹써핑하고 천수경을 날림으로 부실하게 부르며 시간 보냄)]

첫차를 타고 돌아간다. 택배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선물'의 형태로 에둘러 알게된 욕구를 나에게 지른 것들이 도착해 있다. 수수팥떡 산야초 효소 3병과 보라색 죽염, <도시농부 올빼미의 텃밭...어쩌고 저쩌고><일기, 그 어쩌고 저쩌고>데니 그레고리의 그림책, 법륜스님의 <행복한 출근길>과 <날마다 웃는 집> 또 뭐가 있더라? 그렇지. 새로 산 파레트와 수채물감, 수채 붓 4자루와 표지에 DESIGN 이라고 적힌 스케치북이 있지. 신나는구나. 집으로 가기 전에 병원에 가고 싶다. 죽음편지를 마무리 하기 전에 들러야 할 곳이 두 군데 있다.  

어제 저녁 주말연속극을 보다가 알사탕 하나를 먹고 그냥 잠들었다. 단도리 없이 잠들었더니 짜증 벅벅 나서 시작하는데 신 나지 않고 시간 많이 들었다. 역시 새벽수련은 저녁에 시작된다.

새를 아이에게 줘도 되냐고 물었더니 그 부모가 됐다고 하더라. 역시 이건 내 욕구고 내 생각이었다. 그 아이더러 "고모가 너 새 선물할까 한다는데 너는 어떠냐?" 물었더니 "앵무새면 좋고 비둘기면 싫어"라고 했단다. 비둘기면 나도 싫다야.  노아의 방주로 초록빛 나뭇가지를 물고 오던 전령의 기품을 잃어버리고 도시의 하이에나로, '전락'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처지가 된 게 가엾다. 새 한 마리 분양받을까 한다니까 엄마가 "그런 거 다 헛일이다. 그거에 정 붙이면 너 고것만 들여다보고 있을 거니까 하지 마라. 신랑 키우고 애 키워야지 새는 뭔 놈의 새냐?" 일갈 하신다. 엄마의 '신랑을 키운다'는 표현이 귀에 신선하게 걸린다. 백설기를 쪄서 집들이를 가는 길이었다. 요즘 들어 거두절미 단도직입 지르는 엄마의 말이 재미있고 농축 엑기스처럼 들린다. 테레비에서 안숙선 명창이 나와서 노래하는 걸 보다가 "저 사람은 환갑 넘어서 첫사랑 남자하고 결혼했다더라. (그러니까 너도 나도 희망을 잃지 말자 정도가 생략된 듯)" 한다든가.

사진 066.jpg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1.03.01 07:07:21 *.154.223.196

51일차 (8주 화요일)

* 2:20, 8:30 (6;10)
*[모닝페이지 2:45~3:45, 아침정진 4:00~5;30 (30분명상), 일지5:40-7:00, 7:30~8:00 <기도> 후루룩 읽기. 마침]

어떤 엄마는 딸이 스무살이 되어 대학 기숙사로 가자 만세를 불렀다고 했다. 독립 만세. ENFP엄마와  ISTJ 딸의 이야기다. 우스개소리일까? 오늘은 삼일절 나도 태극기를 내어걸어놓고 1919년의 어느 거리에 쓱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자로 서고 싶네. 봄비가 온다. 구제역으로 묻힌 소와 돼지들의 침출수로 사람 먹는 상수원이 오염될거라는 뉴스가 있어서 비 소식을 반갑게만 들을 수는 없구나.

오늘은 쓰고 싶은 것이 많이 생각이 났다. 한참 썼다. 재미있었다. 쓰다보니 '아이 출산이 아니라면 책이라도 낳겠어'라고 확 질렀다가 떨어진 연구원 지원서에 썼던 걸 반복하고 있다. 같은 걸 두 번 쓰게 되니까 살핌이 좀 더 깊어지든가 다양해지면 좋으련만 그렇지는 않았다.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1.03.01 09:52:01 *.154.223.196

나의 신화 이야기 2

나의 신화 이야기, 이번 세미나 주제와 관련해 두 가지가 생각났다. 꿈을 가지고 나의 신화 짐작하기 (태몽, 되풀이해서 꾸는 꿈), 융심리학을 따르는 정신과의사이면서 여성운동을 하는 미즈재단의 이사이기도 했던 진 시노다 볼린의 <우리 속에 있는 여신 / 남신>책을 가지고 나의 원형 짐작하기 이렇게 두 가지. 이 책은 우연히 만나 나의 멘토가 되어주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가지고 여성과 남성이 본래 가지고 태어난 씨앗으로서의 원형을 여신과 남신의 이야기로 제시하고, 자기답게 살지 못하는 문화적인 압력으로서의 가부장제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1. 태몽


먼저 나의 태몽. 만약 생명의 태어남 같은 우주적인 사건에 대해 우주가 힌트를 준다면 나를 낳은 어머니가 '이게 내 아이의 태몽이야'라고 길이길이 기억하는 꿈은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에이, 꿈이야. 깨고나면 버리지 그걸 가지고 있냐?'는 비판을 너끈히 버텨낼 부적으로 나는 캠벨씨의 말을 내민다. '굼은 우리 의식적인 삶을 지탱시키는 깊고 어두운 심층에 대한 개인적인 체험입니다. 반면 신화는 사회가 꾸는 집단적인 꿈입니다. 그러니끼 신화는 공적인 꿈이요, 꿈은 사적인 신화라고 할 수 있겠지요. 어떤 개인이 꾸미는 사적인 신화인 꿈이 그 사회의 꿈인 신화와 일치한다면 그 사람은 그 사회와 무난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보아야겠지요. 그렇지 않다면 앞에서 기다리는 캄캄한 숲 속에서 한바탕 모험을 해야 합니다. <신화의 힘> 89쪽' 

나는 엄마가 고구마 태몽을 꾸고 낳은 아이다. 그 태몽의 전후 이야기는 이러하다. 스물 한 살 먹은 여자와 스물 두살 먹은 남자가 혼인해서 1년 만에 낳은 첫아이를 낳는다. 첫딸은 살림밑천이라며 일흔일곱된 조모가 기뻐한다. 두 사람의 결혼기념일은 5월 15일이고 딸의 생일은 5월 3일인데, 호적에는 5월 15일로 기록된다. 남자가 출생신고하러 가서 '5월 달에 있는 중요한 기념일 첫번째'를 기억하고서 올렸는데 그건 그의 혼인기념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주민번호 앞자리를 외울 일이 생길 때마다 내 부모의 혼인기념일을 기억하게 된다. 이 실수에도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여자는 국민학교 때 공부를 잘 했는데 집이 어려워서 중학교를 가지 못했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반짝거리는 깨끗한 칼라를 단 교복을 입고 다닐 때 반가이 인사를 하는데 때묻은 옷을 입고 동생을 들춰업은 모습이 부끄러워 숨었다고 했다. 동생을 업어주고 심부름을 하다가 열일곱살 때 서울롤 시집간 언니네 집에 올라 가서 공장에 취직을 했다. 1달만에 다시 내려갔다. 엄마가 위독했기 때문이다. 그 길로 장례를 치르고 막내동생은 일곱살, 그 위로 열 세 살, 아픈 큰 오빠와 아버지, 많은 제사가 있던 친정집 살림을 살았다. 그녀가 된장, 김장을 담그기 시작한 해다. 육이오 유복자였던 남자는 열 세살 때 엄마와 헤어졌다. 할머니 밑에서 함께 자라던 세 살 많은 누이는 일년 전에 혼인했고, 한두해를 전후해서 세 살 많은, 사촌이되 태어날 때부터 같이 살았으므로 마음으로는 친형인 사촌형님은 월남 전에서 전사했다. 월남에 가서 돈 벌어서 너를 공부시켜주마던 형님이었다. 큰 소도 한 마리 매어있고, 사람 착실하고 순해 보여서 외할아버지가 고른 혼처다. 소를 매던 살구나무가 있고 디딜방아가 있는 초가집이었다. 여자가 고구마를 캐러 갔는데 매우 커다란, 사람만한 고구마가 있었다고 했다. 그걸 캐서 왔다고 했는지, 쓰다듬었는지, 그 아래서 놀았는지 모르겠네. 더 들어봐야 겠다. 나의 태몽이 청룡백룡이 뛰어놀고, 백호가 어슬렁거리고, 천녀나 딸 법한 과일들이 등장하는 위인의 탄생 고지같은 위대한 꿈이 아니어서 좀 실망했다. 고구마꿈의 뜻을 어떻게 푸는지를 관심있게 듣고 읽으며 즐거워한다. 거기에 뭔가 내 삶에 대한 단서가 있기를 기대하면서.


2. 어릴 때 반복되던 꿈


나의 신화를 꿈에서 찾는 두 번째 노력으로 어릴 적에 반복해서 꾸던 꿈을 생각해본다. 두 가지인데 하나는 바다거북이 할매방으로 나를 찾아와서 도망치는 꿈, 그리고 다른 하나는 엄마를 찾아 다니는 꿈이다. 

바다거북 꿈. 내 키보다 훨씬 큰 바다거북이가 내가 주로 지내던 할매방으로 찾아와 문을 두두리고 문을 열고 들어오려고 한다. 나는 동그란 문고리를 쥐고 필사적으로 매달리며 안열어주려고 한다. 그 방에는 문이 3개 있었다. 두 개는 미닫이고 한 개는 여닫이다. 모두 창호지문이다. 바다거북이는 다른 문으로 가서 문을 밀거나 당긴다. 그럼 내가 뛰어가 그 문을 지킨다. 나중에는 벽 전체가 문으로 변했고 바다거북과 나는 거의 빛의 속도로 뺑뺑 돌면서 문을 열려하고 열어주지 않으려는 싸움을 했다. 나는 결국 문을 열어주지 않았고 거북이는 들어오지 못했다.

엄마를 찾아다니다니는 꿈. 꿈 속의 아이는 엄마가 어딜 가서 기다리다가 안 와서 해가 져서 엄마를 부르며 울거나, 집 안에 가끔 오시는 무섭게 생기고 손이 큰 남자손님이 엄마를 주머니에 넣어서 데리고 간다고 해서 지키다가 결국 연기처럼 잃어버렸다. 두지(이것의 표준말이 뭐더라?), 마루밑, 벽장, 집의 그늘 진 뒷부분을 다 뒤졌는데 찾지 못했다. 목 놓아 울다 깨어나곤 했다. 한밤중에 일어나서 보면 엄마는 옆 방에 자고 있거나 옆에 자고 있다.


3. 내 속에 있는 여신, 남신

<우리 속에 있는 여신>은 여성의 원형을 세 부류로 나눈다. 독립적 여성, 의존적 여성, 창의적인 여성. 독립적인 여성원형으로서 지혜와 수공의 여신 아테나, 자기 목표 집중할 수 있고 자매애를 가진 큰언니 원형 아르테미스, 명상 속에서 자기충족적으로 살았던 헤스티아를 들고, 의존적인 여성으로 아내 헤라, 엄마 데메테르, 딸 페르세포네를 이야기한다. 의존적, 독립적 특징을 모두 가진 여신 원형으로 아프로디테를 그린다. 

나는 이 책에서 데메테르에게 과한 감정이입을 하곤 했다. 딸의 엄마이고, 모성, 음식공급자, 대지의 여신 등의 키워드를 가진 데메테르는 어머니가 되는 것을 사명 완수로 보았고, 자신이 충족감을 느끼기 위해 돌볼 대상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독립적이라기 보담은 의존적인 여성이다. 데메테르는 빼도박도 못하게 내 안에 상존하며 아마도 가장 너른 영지를 거니는 여신일 것이다.

보조 원형이라기 보담은 영지는 작지만 요지를 차지한 여신이 몇 있다. 이들이 건강하게 살아있어야 나답다는 느낌이 드는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더 좋은' 정도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후천적으로 노력해서 기르는 모양이므로 나는 생체이식 수술을 상상하곤 한다. 심장 일부에는 헤스티아가 이식되어 있다. 자기 충족적이었던 이 여성 원형은 모든 신전에 타고 있는 둥근 화로였다. 페르조나를 갖지 못했지만 지혜로운 고모 원형이고, 온기와 빛을 가졌다. 헤스티아가 매일 정기적인 기도와 명상 시간을 가지고, 홀로 보내는 질 높은 고독 속에서 영글어지면 나는 덜 불안해지고 애정결핍에 덜 시달리게 되어 전전긍긍하면서 되받기 위해 가불하는 사랑을 덜 시도하는 듯 하다.

데메테르의 자궁, 손을 가지고, 일부에 헤스티아가 살고 있는 가슴을 가지고 데메테르의 일을 하고 싶어하는 여자의 두 다리는 의족이다. 한 다리는 여성원형이고, 다른 다리는 남성적 자아다. 여성적 원형은 혼자 오래 살아서 아마도 더 길러졌을 독립적 여성원형들이다.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아테나다. 이 중 삼십대 후반까지 주된 동력이 된 것은 아테나다. 나는 어머니의 딸이 아니라 아버지의 딸이었다. 나는 지금도 엄마보다는 아버지에게 마음으로 가까이 있다. 엄마는 내가 헤스티아와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를 후천적으로 노력하듯, 노력해서 가까이 가려는 부분이다. 가부장제를 옹호하던 아테나와 같은 면이 내게도 있다. 지금 나는 아프로디테와 아르테미스를 활성화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모닝페이지와 일지를 쓰고 그림일기를 쓰면서, 또 나의 외모를 가꾸면서 창조적인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자연 속에서 달리고 여성의 자율성이 기동력과 관련이 있다는 말을 실현하는 운전면허 따기, 역마살 부추기기를 통해서는 아르테미스에게 생명의 공기를 불어넣으며 그녀가 오랜 잠에서 깨어나 사냥숲을 시건방지고 사납게 어슬렁거려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다른 의족 하나로 나의 여성성과 남성성을 고려한다. 만약 겉핥기 식으로 주워들은 융의 아니무스, 아니마 이론이 맞다면 나는 중년기 전환의 과제로서 나의 아니무스에 해당하는 남성성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면을 외적 인격으로 가지고 있는 남성에게 이성적으로 끌리게 되지 않을까? 조셉캠벨씨가 '결혼은 영혼의 동질성을 나눠가진 이와 재회하는 것'이라고 했을 때 이 개념을 생각하였다. 실제로 결혼을 하는 경우도 그러하고, 더 둥그스름해지고 자신의 잠재력을 개발하고 자신을 실현하는 개별화의 과정에서도 필요하다. 하지만 언제나 이것은 누군가의 이론이 맞다는 것을 전제하고 그것을 나에게 적용해 생각해보는 것이다. 나는 언제나 이것이 궁금하다. 누군가에게는 잘 맞지만 누군가에게는 잘 맞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럼 어떻하지? 어쨎든 나의 남성성이 무엇일까 궁금해서, 또 주변 남자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 안의 남신들>을 흡입하곤 하였고, 아버지와 남동생들을, 다른 남자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때도 있었고, 틀을 가지고 보는 것이 방해가 되기도 했다. 내가 홀딱 반하는 남자, 내게 혹하는 남자들의 비슷한 특징도 이것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궁금하다. 호시탐탐 노리는 것은 결국 자기 이해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인지가 궁금한 거다. 내가 의식적으로 물을 주어 길러내야 할 남성원형은 무엇일까? 하늘이 나를 아폴론, 제우스 원형을 따르는 아버지의 딸로 자라게 하면서 아폴론, 헤르메스, 아폴론-디오니소스 남동생을 가까이에서 보며 자라게 한 이유가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암튼 이것은 내가 나를 더 선명히 알아갈 수록 부수적으로 알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1.03.02 07:19:19 *.154.223.196

52일차 (8주 수요일)

*3:15 (- ) 9;30 (5:45)
 알람에 일어나지 못함. 저녁으로 떡볶이, 김밥 과식. 먹자마자 눈 풀어지고, 합정동에서 인천 오는 전철에서 숙면.
*모닝페이지 3:30~4:40, 아침정진 4:50~6:10, 법륜스님 <행복한 출근길> 30분 읽음.


벌떡, 싹 일어나지 않고 밍기적 밍기적. 늦잠으로 지각이 확정되면 출첵의욕이 확 꺽인다. 간당간당 달려가는 맛이 있는데 그 기준을 놓쳐버리면 김빠진 사이다, 맥주 같다. 짜증은 많이 안났다. 그러고 보니 내 짜증은 몸, 특히 치아상태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빨이 약해서 저녁 단도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저녁 단도리의 핵심은 과식하지 않는 것과 잘 씻는 것이다. 2011년 2월 28일자 백혈구 수치 2830이었다. 낮게 타고난 면역력은 집과 몸을 깨끗하게 하는 청소와 씻기로 보완할 수 밖에 없다.

오늘 개학날이다. 완전 부담이다. 짙은 무거움과 어제 자연관찰 그리기 강좌에 다녀온 기쁨이 공존한다. 관념이 아니라 보이는 대로 그리고 보이는 대로 색칠을 하고 속이지 말고 매일 그리라고 했다. 이 강좌와 새로온 책 <일기, 나를 찾아가는 첫걸음>, 겁먹지 말고 자기 주변의 일상 사물을 그려넣어 그림일기를 쓰라는 데니 그레고리의 책<창작면허 프로젝트>는 어쩐지 모자이크의 한 조각들 같다. 나는 콩닥콩닥 두근두근 느낌을 알아챈다. 커피음용후심장벌렁증인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만 그것이 무엇이든 혹 하면 훅 가는 내가 한동안 중독증상을 보일거라는 걸 예측한다. 나를 어디로 데려가든 어디 한 번 따라가 봅시다요. 우주의 음악을 이해하지 못해도 거기 맞춰 춤추라고 거시기 뭐시기 유명한 분이 이야기하셨대잖아요? 새벽수련 시간에 반드시 할 일을 모두 해치운 후 마음껏 춤추시라요. 검 위에서, 또는 칼을 들고. (내가 작두 타는 무당입니까? 비유가 좀 거시기 하다요...암튼 알겠습니다. 내가 너무 들뜰까, 며칠 하다 말까 걱정은 모두 벗어두고 YES!, YES! YES! ) 신이 막 난다. 이 힘, 이 기쁨이 며칠치 양식은 될 것 같다.

출근 부담 해독제로 법륜스님의 <행복한 출근길>을 읽는다. 상담을 전공한 후, 위기 청소년 상담을 하면서 괴롭다는 이에게 하는 대답 중

심리적으로 가슴이 벌렁벌렁 뛰고 힘든 이유는 뭘까요? 내가 이 문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안 풀어지니까 부담스러운 거예요......제가 아는 의사 선생님이 늘 환자를 만날 때마다 심리적인 압박을 받았습니다. 혹시라도 잘못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으로 부담이 많았습니다......'내가 최선을 다하는 것은 내 일이고 낫고 안 낫고는 그의 일이다. 또 안 나았다고 누가 항의한다 하더라도 그 사람 입장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자기가 이것을 낫게 해 줘야 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두려운 것입니다. '난 사실 그를 위해서 아무것도 해 줄 게 없다'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아는 기술로 좀 도와줄 뿐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그분은 오히려 더 훌륭한 의사가 되었습니다. 환자를 대할 때 두려움이 없어진 것입니다. (86) 첫번째 드리고 싶은 말씀은 사람은 누구도 남을 도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나는 할 바를 다하지만 그에게 도움이 되었는지 안 되었는지는 그의 문제입니다. 그가 내 말을 따를 지 안 따를 지도 그의 문제입니다. 아는 만큼만 가르치면 됩니다. 모르는 것은 솔직하게 모른다고 얘기하면 되고요......두 번째는 내 생각만 하고 그 사람들 고통을 외면해도 문제지만 그 사람들 고통에 빠져들어도 안 됩니다. 정신과 의사가 환자의 말에 너무 빠져들면 안된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면 같이 정신병에 걸리지요. (88) 이 이치를 깨닫고 수행삼아 해 보십시오. 그래도 안되면 그만 두십시오. 그만두고 밥벌이할 일이 없으면, 그래도 다른 힘든 일보다는 나으니까 그냥 이 일을 계속하고 여기서 받은 월급으로 딴 데 가서 스트레스를 푸십시오 (89)......'내가 뭘 해야한다. 내가 뭐다' 하는 생각때문에 늘 이런 문제가 생깁니다. 그것을 내려놓아 버리면 오히려 그 아이들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고, 아이들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도 굉장히 자연스러워질 겁니다. 본인이 힘들다니까 계속하라고 권유하지는 못하지만 이 일 자체는 인생을 살면서 해 볼 만한 일입니다. 거기다 월급까지 준다니까 좋잖아요? (90)

프로필 이미지
2011.03.02 09:37:25 *.93.45.60
어제 3월 1일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또... 제 단군일지를 매일 들여다 본다고 하셔서... 좀 뜨끔하고 그리고 힘을 내야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저를 믿고 응원해주시는 분이 있는데 그동안 너무 나태했네요. 매일 그린 그림들을 모아서 달력하나 이쁘게 만들어볼께요. 그림 많이 집어넣어서 묵직하게 만들겠습니다. 고마워요.
프로필 이미지
콩두
2011.03.04 05:17:49 *.154.223.196
어머, 저는 찾지 못했는데 찾으셨다니 다행입니다. ^^
조금만 더 기다리면 노란 꽃들이 피어날 겁니다. 개나리, 산수유...아 지금도 있구나 후레지아, 노란 튤립, 노란 장미
프로필 이미지
2011.03.04 05:13:46 *.72.153.136
콩두님 덕분에 덧글을 찾았고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동안 그린 그림들은 모두 나누어 주고 없는데 이제부터 모아야겠습니다. ^^*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1.03.03 05:54:24 *.154.223.196
정화님에게 일력이나 주력을 만들어보라는 구본형선생님의 댓글은 연초의 새 책 제목에 대한 칼럼, 신년칼럼, 영세에 대한 댓글에서인지에서 읽은 것 같습니다. 며칠치 댓글이 삭제되었다고 게시판을 관리하는 분이 이야기하시던 즈음이었습니다. 그거 읽으며 참 좋은 아이디어구나 생각했더랬어요. 그걸 읽은 다른 분들이 있을 겁니다.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1.03.03 07:14:08 *.114.49.161
53일차 (8주 목요일)

* 4:15 (-), 12:00 (4:15)
환영회식 1차 숯불갈비에 소주, 2차 맥주집에서도 소주,  3차 노래방에서 맥주 마시고, 간석에서 전철 타고 왔다.
천수경 앞부분 외우다 잤다.
저녁에 제일 와닿는 부분은 '이 모든 죄업을 오늘 참회합니다' 부분인데 거기까지 못 외우고 잠들었다.
*[모닝페이지 4:30~5:30, 30분간 댓글 달고 어제치 내 일지의 오자 수정, 아침정진 6:00~7:00, 일지쓰기 30분, 달리기 7:40~8:00 마침]

정진을 마친 후 발원할 때 오늘은 속으로 안 하고 소리내어 말했다. 소리내자 눈물이 쏟아진다. 손 모으고 허리를 조아리며 "도와주십시오" "도와주십시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다음부터는 기도든 발원이든 입에 물고 있지 말고 뱉어야겠다. 개학을 한 후 예상하지 못했던 여러 짐들이 있어 전전긍긍한다.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런저런 갈등과 괴로움에도 불구하고 함께 사는 게 더 낫다. 나는 그걸 선택한다. 외따로 떨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으므로 함께 사는 일의 어려움을 내가 버거워하고 지금 안괜찮다고 인정하고서, 감당할 수 있는 길을 찾으러 노력해보겠다는 것이 방향이다.   

just do it 나이키 모자를 쓰고 파랑과 네이비블루 사이의 hummel 윗옷과 검정 바지 추리닝을 입고서 일지 쓴다. 짧게 쓰고 달리러 나갈 거다. 발버둥쳐서 여기를 통과해야 한다고 미간에 세로주름을 세운다. 달리기는 발로 버둥거리는 것이니 딱 맞다. 23년을 거의 매일 10킬로미터씩 달려온 하루키상은 혼자 지내는 걸 좋아하고 잘 하는 편이지만 선택해서 가진 홀로임이 안으로 자잘하게 내는 내상을 치유하기 위해, 담백한 혼자만의 공백을 가지기 위해 달린다고 했다. 살찌기 쉬운 체질인데 전업작가가 된 후 앉아서 쓰기만 아니까 몸무게가 너무 늘어서 시작했다고도 했지. 줄리아카메론은 정신적인 이유로 신체활동을 넣으라고 했다. 자신에서 벗어나오면 더 잘 보인다고 했다. 그녀가 예로 들던 달리기, 걷기, 수영, 자전거타기를 하는 작가, 건축가, 사상가의 이름은 기억 안난다. 가장 고무적인 그녀의 말은 단 20분이면 된다는 것이지.  중고등학교 체력장 등급 5등급을 받은 나는 오래 달리기와 매달리기만 만점이고 다 형편없었다. 구기종목의 게임규칙을 외우기기 힘이 들었지. 나도 홀로라는 조건에 갖히지 않기 위해서, 홀로 지내며 더 모가 나고, 연결성을 잃어버려지는 듯해서 달린다. 훔멜 뜻을 몰라 네이버 사전을 찾아본다. 백과사전이 독일산 전차라고 한다. 이미지를 찾았다. 낫이든 전차든 민달팽이같은 나에게 보호막이 필요하다.  

http://100.naver.com/100.nhn?docid=831171

딱 20분 달리고 돌아왔다. 잘했다. ^__^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1.03.04 05:42:09 *.154.223.196

54일차 (8주 금요일)

*1:00 (-) 7:00 (6:00)
*[모닝페이지 1:15~2:40, 아침정진 3:20~5:20 (40분 명상), 일지 쓰기 20분, 달리기 30분 8:00 마침]

19금 편집본이 간간이 상영되었다. 어떤 것은 줌으로, 롱테이크로, 어떤 장면은 되감기 해서 재탕, 삼탕한다. 명상시간이라 부르기 무색하다. 어이쿠야 이것이 유출되면 기사 제목은 '여교사 어쩌고 저쩌고' 완전 해외토픽감이겠다야. 호흡 관찰은 지속시간이 1분이 안되더라. 그리고 우스웠던 순간, 108배를 마치고 다음 순서는 명상인데 갑자기 일어나서 씽크대에 파레트 씻으러 나가더라. 어제 딸기를 하나 그렸다. 딸기 씨앗이 마름모 모양으로 찍혀있는 걸 처음 관찰했다. 무의식중에 그러면서 돌아다니더라. 

모닝페이지를 하면서 많은 양의 do list를 적었다. 미친 3월답다. 순서와 완급, 중요성이 아직 가려지지 않았다. 찧어야할 곡식 가마를 앞에 둔 콩쥐, 분류해야할 곡식 더미와 맞닥뜨린 프시케가 이런 기분일테지. 그래도 list라도 생각나니 다행이네. 몇 가지를 고민한다. 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를 3학년 편입해서 2년 다녔는데 졸업을 못했다. 이번 주가 개강인데 아직 등록 안했다. 혹 하면 훅 가는 성향인데 공부 하는둥 마는 둥 하는 걸 보면 이걸 재미 없어 한다. 상담인데 사람을 만나지 않고 온라인으로 하는 공부방식이 맞지 않는 건지, 상담공부 자체가 재미가 없는 지 모르겠다. 근데 요즘 드는 생각은 공부도 안하면서 낸 등록금을 연말정산 환급에나 사용하지 말고, 상담심리학과 공부 보담 심리상담을 전문가에게 받는데 학비를 쓰면 어떨까 고려중이다. 나 써먹으려고 공부하려고 했는데 꼭 자가치유일 필요는 없잖아? 이미 전문가가 있으니까. 상담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이한테 좋은 선생님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더니 어떤 상담자를 원하느냐고 물어온다. 뜻밖의 질문을 품에 넣고 이런저런 일을 치고 있다. 우선 내게 맞는 상담자를 내가 고른다는 발상이 신선하다. 남자, 여자? 내 과제는 나의 여성성을 개발하는 거니까 여성이 좋을까? 아니면 나는 아버지와 편안했으니까 속 얘기하기에는 남자가 좋을까? 좀더 생각해보려고 한다. 근데 '나는 생각하고 있는 중인데요, 그래서 시간이 필요해요. 다 하고 나서 말씀드릴께요. 그 때도 도와주실거죠? 고마워요'라고 중간 보고를 하는 센스를 부리시길! 상대는 외향에 사고형이거든요.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1.03.05 06:53:56 *.154.223.196

55일차 (8주 토요일)

* 2;00 (+), 7:00 (7:00)
*[모닝페이지 2:15~2:50, 3:40~4:00 (중간에 출석부 40분) 아침정진 4:00~6:00 (40분 명상), 일지쓰기 20분, 달리기 30분. 8시 마침]

산야초 효소 맛있다. 달지 않으면서 풍부하다. 너무 달면 이가 잘 갈리는 느낌. 오늘 치통 있다. 미련부리며 병원에 안 가서 잇병을 키웠다. 달릴 준비를 마치고 앉아서 일지 쓴다. 저녁에 이파리 하나를 그리고 색칠하는데 30분이 걸렸다. 확실히 전환이 된다. 그런데 그 전에 미간 세로주름 만든 상태에서 과식을 한 후라 그리고 나서 식곤증에 또 너무 일찍 잤다. 과식 여파(? 만은 아니겠고 소화안된 상태에서 잔 것)로 아침에 얼굴 부어있고 몸 찌뿌둥하다. 어떻게 저녁단도리를 하지? 저녁단도리 과제분석해볼까나?

퇴근 길에 내일 들고갈 간식을 사서 가방 속에 있는 장바구니에 담는다. (파리바게트, 재래시장)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와 쓰레기를 버린다.
안방 의자에 가방을 내려놓는 동시에 내일 가방을 챙긴다. 지출한 것을 수첩에 기록한다.  
옷을 갈아입는다. 옷은 물을 뿌려서 잘 정리해 걸어서 내일 아침에 입고 갈 것을 마련한다. 
배고프니까 산야초 효소액 한 잔 마신다.
씻는다. 양말과 속옷을 손빨래 하고 샤워 후 가볍게 욕실을 청소한다.
저녁을 먹는다. (당근과 미역 등 배변을 돕는 섬유소 풍부한 음식으로) 
자연물 하나를 그리고 색칠한다. 도구 뒷정리를 하고 사진을 찍든 스캔해 둔다. 
저녁정진을 준비한다. 그 과정에서 '몸' 또는 '성전'을 준비하는 의미로 집을 치운다.   
저녁정진을 한다.
소등한 후 이부자리 옆 스탠드만 켜놓고 일기 쓰고, 수면제용 책을 읽다가 잔다. 옆에 알람핸드폰, 모닝페이지 공책, 꿈일기책, 필기구 둔다. 

오늘은 로드 러너의 첫 날이다. 단풍할매가 있는 트랙 뺑뺑이가 아니라 토마토김밥집까지 달려갔다 돌아왔다. 김밥 13줄을 사서 두 무데기로 나눠 딸기코 주태백이 싸부님이 물지게 지라고 시켜 입으로 영감탱이 어쩌고저쩌고궁시렁대는 성룡처럼 돌아왔다. 시장의 어느 집이 제일 먼저 문을 여는 지 봐두었고, 이웃 초등학교까지 갔다가 왔다. 어쩐지 내가 좀 자랑스러운 아침.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1.03.06 07:04:22 *.114.49.161

56일차 (8주 일요일)

*2:20 (+), 8:00 (6:20)
*[모닝페이지 2:35~2:50, 3:30~50, 중간에 출석부에서 놀다. 아침정진 4:10~6:10(명상 40분), 일지 30분

콧구멍이 서로 다르다. 왼쪽으로 숨이 시원하게 쉬어지고, 오른쪽 콧구멍은 막혀있다. 그러고 보니 목젖 뒤에 가래 붙어 있는 느낌이 계속 된다. 이건 왼쪽이 더 심하다. 체온 살짝 높다. 단식 때의 풍욕의 시원한 느낌이 그립다. 풍력 발전소를 돌릴 절호의 찬스다. 쇼핑하기 좋겠군. 제법 예쁜 옷, 뾰족구두, 화장품을 골라내겠구나. 사람 만나기도 좋겠고. 오늘은 아이라인, 마스카라에 펄쉐도우로 화장하고, 무릎선 치마를 입고 연두색이 섞인 머플러를 매고 (아, 이 아이템 없다. 내게는 있는 아이템이 별로 없다. 그래도 기분 나는걸^^) 힐을 또각거리며 싸돌아다니고 싶구나. 콩두씨 소몰이 잘 하시구요. 멋내다 얼어죽으니 따뜻하게^^ 

오늘 서울역 요가원에서 있을 가족세우기 웍샾에 간다. 달마와 풀라님의 가족세우기다. 이번이 세 번째 참석이다. 100일차에 내가 선물로 주겠다던 그걸 오늘 준다. 두 번 동안 주로 참관했고,  한 번 대리인을 했다. 오늘은 우리 가족을 세울거다. 기대와 설렘이 살랑살랑 한다. 다녀와서 상담자를 여자로 할 지 남자로 할 지 정하겠다. 예상답안은 여자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1.03.07 07:31:03 *.114.49.161

57일차 (9주 월요일)

*2:45 (-), 9:00 (5:35)
*[모닝페이지 3:05~4:10, 출석부 그리고 스캔해 올림 30분, 아침정진 4:40~6:20 (40분 명상), 일지 10분, 7:40~8:00 달리기, 8시 마침]

산더미같은 do list를 적었다. 3쪽. 월요일답다. 어제 찬물에 담궈두었던 돼지등뼈를 헹구는 것부터 아침 일정 간간이 감자탕 만들기가 병행되었다. 실패다. 니 맛도 내 맛도 없다. 하지만 재미있었다. 아직까지 수강신청, 등록하지 않은 사이버대학교는 휴학하지 않기로 하겠다. 최소학점 4과목만 듣겠다. 학점은 물건너 갔으니 이걸로 상담대학원은 못가겠다. 나는 꼴찌로 완주하는 사람이라는 자긍심을 포기하지 않겠다. 올해의 내 공부는 사례연구와 특수학급수업실기발표대회 (통합학급 교사와의 협력교수) 관련한 참고문헌 읽는 걸로 하겠고, 사이버대학교는 그것과 관련된 과목을 들으면 어떨까? 연구방법론, 발달심리학...대신 줄어든 학비만큼 내가 상담을 받거나 기타 자기치유 프로그램 참가비로 활용한다.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오제은교수 내면아이 영성 프로그램, 달마와 풀라의 가족세우기 과정, 몸으로 하기 과정...어제 가족세우기에서 아이를 낙태한 여자의 대리인을 했다. 많이 울었다. 그리고 그 여자와 그 여자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는 좋은 경험을 했다. 감사하다. 나를 맡을 상담자는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다. 그분이 나를 다루는 방식으로 내가 나를 다루게 될 것이다.  

현관문에서부터 달렸다. 고바우를 거의 걷는 속도로 올라가서 트랙을 돌다 아파트 수위실 앞 도착시간까지 해서 20분. 그 바람이 다시 돌아와 내 뺨을 장난스럽게 건드리고, 내 품에 와락 안길 포스로 달려왔다가 휙 스쳐지나간다. 마라톤 영화의 그 사람처럼 눈을 감고 달리며 바람이 나를 만지게 팔을, 가슴을  벌린다.  수줍게 반가워했다. 마지막 바퀴에서 단풍할매를 한 번 안아보고, 내 뺨을 그녀의 둥치에 대고 온다. '운냐, 내 새끼. 어이구 금쪽같은 내 강아지 (이건 토지에서 읽은 말이다) 잘 갔다오니라' 하는 것처럼 마음이 그득해진다. 작년여름부터 달렸는데 작년에는 등만 기대다 왔는데 배를 맞대고 안아보는 것은 최근의 일이다. 콩두씨의 이런 변화를 기쁘게 지켜보며 빙긋 미소로 응원한다.    

프로필 이미지
2011.03.07 13:57:28 *.219.66.62
안녕하세요 윤정언니
여명이옵니다. ^^;;
안그래두 세미나 전에 같이 모였으면 했는데
혹시 북한산 산행 가는 건(2~3시간코스) 어떠세요?
우선 언니 괜찮으시면 다른 분들께는 제가 연락드릴께요 ^^
요즘 몸이 허해져서 하하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1.03.08 20:04:18 *.154.223.196
여명낭자 그게 좋겠어요. 저는 오케이입니다. 장소와 시간 정해서 안내해주시면 제가 갈께요.
저는 산 가고 싶은데 혼자서는 뭘 못 시작해서요^^;;;

러너 현주님, 용훈님과는 마라톤 뛰러 가고
소라님과는 춤추러 가고
은하님과는 도서관 창가 자리에 마주 앉아 가끔 빙긋 미소를 나누며 종일 책을 읽고
희선님과는 성남 사시는 분을 오라 해서 남한산성을 한바퀴 휭 돌고나서 소머리국밥을 한 그릇 먹고
인희님과는 변경연 어떤 행사에 가보고
조영미님과는 김민영씨가 하는 문학 콘서트에 가보고
국향, 영훈님과는 흑맥주를 한 잔 마시고,
승호님과는 막걸리를 마시고,
경희님과는 노란 꽃 피는 식물을 사거나 노란 화분에 든 식물을 사고
성희님과는 강아지랑 같이 산책하고,
보미님을 따라 예술영화를 주로 트는 극장에 가서 줄창 졸다 오고
철은님이 아직 집 안에 계실 때 집에 아기 보러 가서 놀다오고,
소연, 동재 두 님과는 어우 제가 나이 든 것이 맞나봐요. 두 20대와 무얼 할 지 생각이 안나네요. 당황스러워라.  
정하님, 최영옥님은 두 분 다 천안사시니까 끝가지 가보지 못한 1호선 천안선을
신도림에서 타고 가서 호두 과자 한 봉지 사고 '왔다가요' 전화 한 통 드리고,
신희님과는 나비모임에 가서 독서토론회가 워떤 것인가 슬쩍 보고,
여명낭자와는 산에 따라가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음, 강영미님은 제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생각중^^)

이 중 세 가지만 하면 용하다 하겠어요.  ^^ 어우 난 항상 잡념이 너무 많아요.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1.03.08 20:12:06 *.154.223.196
58일차 (9주 화요일)

*2;20, 9:00 (5:20)
*모닝페이지 2:40~3:40, 아침정진 7:00~8:00

뭉텅 잘라 먹었다. 중간 3시간을 잤다. 엊저녁에 3시간 자고 11시에 일어나서 2시까지 자는 둥 마는 둥 했다. 모닝페이지와 출서부 하고 나서 자 버린다. 커피가 떨어져서 그런 줄 알았는데 잠을 설쳤구나. 일지를 저녁에 쓰니까 재미가 없구나.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1.03.09 06:16:50 *.154.223.196

59일차 (9주 수요일)

*1:00 (-), 8:00 (5:00)
*[1:20~2:40 모닝페이지, 출석부 하고 놀다가 3:20~5:20 아침정진 (명상 40분), <행복한 출근길> 읽기 30분, 20분 달리기, 8시 마침]

꼬깔콘, 한라봉 싹싹 드셨다. 새벽 6시가 안된 시퍼런 새벽에. 아 새벽푸른빛은 환장하게 좋구나. 어제는 퇴근하고서 고대로 쓰러져잤다. 미친 3월은 세팅되기 전의 카오스 시기다. 혼란스러우면서도 발빠르게 이 시기에 움직이면 많은 것을 변화시켜 픽스할 수 있다. 올해는 학년 교육과정에 외부 단체 장애이해프로그램을 2개넣을 수 있겠구나. 임박착수, 원단 텀털이의 특징이 융통성 장점으로 쓰이고 있다. 교실을 환경구성이라는 이름으로 구조화하고 꾸미고 있다. 환경의 가장 중요한 점은 같은 공간에 있는 이들의 화목, 청결이다. 나머지는 모두 부수적이다. 올해는 더 많은 화초를 교실에서 기르려고 한다. 금붕어를 기르고, 보조인력이 2명 상주한다. 식구가 자꾸 불어나고 있다. 끝이 나고 새로 구조가 짜여졌지만 이것이 정말 시작이 되려면 이전에 문제를 일으켰던 내가 가진 요인을 통찰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혼하고서 또다른 배우자를 만났지만 다시 싸우게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것이다. 요즘 느끼는 것은 나는 소유욕이 강하고 권위의식이 제법 높다. 명상 40분 한 힘으로 요새 웃고 다니는 것 같다.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1.03.10 05:40:14 *.154.223.196

60일차 (9w thu.)

* 2:00(-), 9:00 (5:00)
*[morning page 2:10~3:20, dawn practice 4:00~5:20

머리 속에 큐시트가 있다. 내내 오늘 있을 특수학급 학부모간담회 큐시트를 짰다. 아직 모자이크를 다 줍지 못했다. 한편에서는 물 위로 살짝 살짝 드러나는 것을 뜰채로 뜨고 한편에서는 그것의 자리를 찾아낸다. 하면서 만들어 지겠지. 내가 마무리 짓지 못한 일이 새로 시작된 관계를 오염시키고 있다.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미안하다. 숨이 턱 막힌다. 어쨎든 노력해가겠다. 최소한 악화는 시키지 말아야한다. 상대가 아니라 내가 할 역할을 해 나가야겠다. 그래도 겉으로는 징징대지만 요즘 몸, 마음 상태가 최상급이다. 오늘은 거울 속의 내가 너무 예뻐서 혼자 보기 아깝다는 자뻑에 논다. 콩두씨 이쁘오^^ 오늘도 고이 잘 다녀오세요. 진인사대천명 이 멋진 말을 부적삼아 화이팅!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1.03.12 07:31:49 *.154.223.196
61일차 (9주 금요일)

* 00:45 (-), 7:00 (4:45)
*[모닝페이지 1:00~2:40, 1시간여 출석부하고 놀다가 아침정진 3:30~5:30 (40분 명상), 2시간 더 자고, 달리기 20분, 8시 마침]

매콤한 낙지볶음을 얻어 먹었다. 안흥찐빵도 1개 얹어 잡수시고 어제 들어오자 마자 초저녁에 잠들었다. 마치 찔레꽃공주가 물레에 손가락을 찔리는 순간 주방의 요리사 시다의 개가 잠들듯이 머리를 대니 1분 내에 침몰하였다. 너무 일찍 눈이 떠졌다. 지금 일어나면 피곤할 것 같아 다시 자려고 누워 있었지만 말똥말똥. 일어나 분주히 놀면서 새벽을 보냈다. 다시 졸려서 2시간 잤다. 책 비스무리한 것은 절대로 보고 싶지 않았고, 자고 일어나니 몸이 개운하고 행복하였다. 달리러 나가기 정말정말*100 싫었다. 얼굴이 저절로 굳어지고 이불에 몸을 파묻는다. 싫은 마음과 싸우지 않고 싫은 마음을 담은 채 달리고 오니 참 좋았다. 단풍할매 할 번 얼싸 안고 왔다. 내 뒷꼭지로 보내는 그녀의 사랑이 느껴지는 것 같았고 까불락까붉락 깨춤을 추고 싶었다.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1.03.12 07:42:03 *.154.223.196
62일차 (9주 토요일)

*2:45(-), 8:00 (6:45)
*[morning page 3:15~4:35, dawn practice 4:40~6:30 (40m meditation),

결가부좌. 발목 아프고 허리 땡기고 넙적다리뼈가 욱신거리고, 주리가 뒤틀린다. 고문을 받는다면 이런 느낌? 알람을 열어보고 싶은 마음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억지고 견디고 기타소리 알람을 들었을 때 커다란 승리감을 맛보았다.  내가 견딜 수 있는 최고의 고통은 아니었다. 여기에 식은땀이 나고, 속이 메스껍고, 뒤가 마렵고 다리 근육을 병 닦는 것처럼 꼬쟁이로 쿡쿡 쑤셔대는 느낌이 더해지는데다 눈물 나고 숨이 훅훅 쉬어질 때가 최상급이다. 이걸 언제 경험했지? 언제든 그 경험이 있으니 오늘치 엄살을 가벼이 보아 넘기는 것 같다. 저녁 단도리, 정진이 안되고 있는데 이것도 내가 몸에 많이 영향을 받고 잠 오고 지쳐서 예민해져서 신경질 벅벅 날 때 뭘 하는 걸 힘들어해서인듯 

출근 않하는 주말이라 마음이 푸근하다. <기도> 가족에게 힘이 되고 싶어하는 이의 이야기를 읽었다.   

원하는 대로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거기에 구애받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남편과 아이한테 도움이 됩니다. 가족이 힘들어할 때 같이 힘들어 하고 안절부절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족에게 용기를 주고 위로를 주는 큰사람이 됩니다. (62)

오늘 세미나가 있는 날이다. 낯선 도시, 5분 거리 직장과 집을 왔다갔다 하다보니 서울 가서 누군가를 만나는 것 자체가 기쁘다. 서울 가서 호떡이나 하나 사먹고 올까나?ㅋㅋㅋ 오전에 나의 미래 이야기를 집중해봐야겠구나.  
프로필 이미지
수희향
2011.03.13 13:52:45 *.207.0.235
어제는 세분 여인들 즐거우셨는지요..? ^^ 담 200일차 파뤼에는 저도 합류함다~ ㅋㅋ
어젠 윤정님과 조금 더 친해진 것 같아 제가 속으로 무척 감사했던 거 모르시겠죠..? ㅋ
윤정님도 어느 정도 이미 느끼고 계시겠지만, 윤정님은 상당히 원형적으로 자신의 세계를 탐구하고 계십니다.

앞으로도 계속 순간순간, 혹은 상황상황 그 때마다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림으로 한컷한컷 정리해보는 것 참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그 그림이 분명 윤정님께 이야기를 들려줄 것 같습니다.

그림은 가능한 단순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도 읽을 수 있는 구전동화처럼요.
그러면서 그 속에 사실 캠벨이 말하는 사람들의 가장 원형적인 모습들이 담길 것 같습니다.

아이와 자연. 그림과 글. 윤정님은 윤정님만의 세상을 의식적이던 무의식적이던 찾아가고 계신 것 같습니다.
고구마는 캐고, 캐도 새로운 고구마가 뿌리에 뿌리를 이어 달려나오는 아주 귀한 작물아닙니까.
마치 윤정님의 원형적 상징과 이야기들처럼.. ^^

사부님께서 제게 해주신 말씀처럼 가끔은 수행도 내려놓으시고 그냥 자연의 햇살을 즐기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도 그러하지만 때론 경전 한 줄보다, 자연의 햇살이 혹은 어둠 속의 침묵이 제게 더 많은 말을 하는 것 같습니다. 바로 저희들 속의 참자아겠지요..

윤정님 즐겁게 가시죠.. 저도 그 길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200일차 파뤼때는 여인들끼리 더 잼나는 수다의 밤을 펼쳐볼까요..? 남은 기간도 행복하게 홧팅임다! ^^
프로필 이미지
2011.03.13 19:14:14 *.21.107.228
윤정님의 꽃무늬 원피스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해요. 아쉽게 어제 모임엔 제가 나가지 못해서 얼굴을 뵙지 못했네요. 말씀하신 4월 달리기 행사에 참가신청 하셨어요?
전 아직 일정만 기록해 놓고 등록을 안했는데 마감일자가 아마도 18일쯤 되었던 걸로 기억해요.
윤정님께서 남기신 말을 보며 뜨끔했어요. 한편으론 이 상태로 하프를 뛸 수 있을까.. 걱정도 되구요.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에 힘을 얻곤 하는데.. 이번에도 효과가 있겠죠?
더 늦기전에 다시 아침운동에 매진하고 싶어요.

매일 아침 발랄한 그림으로 하루를 열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윤정님의 해피 바이러스에 이미 감염된 1인 올림 ^^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1.03.14 03:59:28 *.154.223.196
그럼요. 현주님, 지금이 가장 빠르지요. 화이팅^^
현주님 저희는 3명이 신청하기로 했구요. 아직 등록 전이예요. 마감 전에는 해야겠네요. 알려주어 감사합니다.
왕년에 유도선수였던 분, 매일 아침 베드민턴 치는 분, 그리고 저예요.
같이 하는 분들이 생기니까 단 10분이라도 달리게 되는 듯 해요. 
뜻밖의 이벤트입니다. 
3월 한 달 화잍이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1.03.14 03:55:20 *.114.49.161
63일차 (9주 일요일)

*2:00 (+), 10:00 (4:00)
*[모닝페이지 2:10~3:20, 아침정진 3:20~5:00 (명상 40분), <손바닥 자연놀이 100> 읽기 5:00~6:50, 7시 마침] 

3차 세미나를 마치고 인사동 여관에서 잤다. 뒷풀이에 참석하고 싶어서 지난번 2차 세미나 후 모텔을 잡아 자고 가겠다고 했는데 두 분이서 함께 자 주셨다. 일어나 새벽수련을 시작하려는데 바깥 복도에서 덜컥 우리방 문고리 잡는 소리가 들려서 심장소리가 들리고,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다. 일어나 냉큼 속문을 똑딱 더 잠그고도 심장이 진정되는데 시간이 걸렸다. 침대 위에 길게 자고 있는 소라, 성희님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침묵 속에서 새벽 수련을 함께 하면서 큰 기쁨을 느꼈다. 함께 하고 있음을 정말로 몸으로 경험한 새벽이었다. 낙원상가로 걸어가 싼 국밥을 먹고, 제일 먼저 떡을 찌는 집에서 콩철떡을 사 먹고 광화문광장까지 걸어가 이순신장군 앞을 뛰다가 커피를 마시고 돌아왔다. 어제 세미나 시간과 더불어 행복한 에너지 한 도라무통 채워왔다.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1.03.15 06:11:41 *.154.223.196

64일차 (10주차 월요일)

* 3;30 (지각), 8:00 (7:30)
*모닝페이지 4:15~5:30, 아침정진 7:20~8:20

모닝페이지를 마치고 2시간을 더 잤다. 어제 집에 돌아온 후 낯선 에너지가 나를 혼란스럽고 당황스럽게 한다. 두려워서 외면하는 마음으로 잠을 더 잔다. 이것이 내가 문제를 대처하는 방식이다. 월요일 출근이 반갑지 않다. 많은 해야할 일이 부담스럽다. 헐레벌떡 정진을 하면서 가까이 살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감사드린다. 그리고 결론은 죽음편지를 쓸 때 다짐했듯이 이제 도망가지 않는겠다는 것, 불안을 두려움을 안은 채 계속 움직여가겠다는 것이다.

일기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이 여자가 저녁에 일기를 쓰기를 바란다는 걸 읽는다. 그만 둔 지 오래된 그 행동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냉온욕이 좋다. 저녁에 냉온욕을 하면서 많이 전환된다. 하지만 많은 일꺼리들에 파묻혀 나는 뒤죽박죽이고 우선순위를 잘 분간하지 못한 채 덩어리로 눌린다.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65일차 (10주차 화요일)


*2:00 (+), 8:00 (6:00)
*모닝페이지 2:20~3:40, 아침정진 4:00~5:30 (명상 25분)

알람을 기다렸다. 일찍 깼다. 아침으로 찌던 고구마가 막 익어 단 내가 날 때 홀린 듯 베어먹은 것이 몸에 남아있다. 명상 40분 알람을 맞춰놓고 있다가 몸이 움직여져서 멈추었다. 스트레칭이다. 춤추고 싶은 상태다. 정해놓은 기준대로 해얄 텐데 이것도 업장 따라 간 것이겠지. 새벽수련 동안 많이 꿈지럭댄다. 집중해서 나를 가꾸는데 쓰면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인데 중간중간에 다른 것을 끼워넣어 그 집중된 상태에서 도망가고, 그것이 습관이 되는 듯하다. 오늘은 그런 내 모습에 문득 화가 난다.

우리 교실의 이름은 '콩두샘의 무지개교실'이고 뒷게시판의 주제는 '꿈이 자라는 숲'이다. 원예치료용 식물구입이라는 제목으로 여러가지 식물을 주문했고 교문 앞 화원에서 와서 심어주고 갔다. 우리 교실에서 자라는 식물 화분은 지금 22개인데 6개를 더 심어올 작정이다. 학년말에 버려지는 화분을 주워다 두었다. 우리 아이들이 키우기 좋은 식물들이다. 사철 꽃이 피고, 물을 많이 먹고, 방학 때 교실에 두어서 죽으면 안되니까 생명력 질긴 것들이다. 그늘을 좋아하는 것과 양지를 좋아하는 것을 구분해서 놓일 곳을 배치했다. 어제 어떤 교실에 가니까 1.5리터 펫병을 잘라서 수경재배용으로 썼던데 그것도 괜찮은 아이디어다. 올해는 음식물쓰레기를 분해하는 지렁이를 교실과 집에서 길러볼까 한다. 밑이 막힌 숨쉬는 토기를 쓰고, 위에다가 아이비처럼 그늘에서 잘 자라고 손이 별로 안 가는 것을 심어기르면 어떨까 한다. 생태놀이부 신청을 했고, 숲 해설가들이 들어오는 프로그램에 신청서를 내고, 생태놀이연구소의 놀이 프로그램에 신청을 해 두었다.    이런 저런 궁리를 하면서 즐겁다. 분명한 것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의 인적, 물적 환경이 쾌적하고 화목해야한다는 것이다. 사이버대학교는 휴학하기로 하였다. 빼도박도 못할 때까지 못본척 한 밑마음이다. 그리고 사례연구쪽으로 매일 아침수련 때 2시간 집중해서 공부를 하기로 하였다. 1학기는 교실수업개선수업실기대회 협력교수에 집중하고, 2학기 때는 통합교육 사례연구에 집중하면 어떨까 한다. 그 과정에서 내 안의 공부에 대한 미련이 많이 놓여나길 바란다. 나는 마음껏 나를 다 쏟아붓고서 '나는 최선을 다했어'라고 하는 공부의 시간이 필요하다. '탈 대로 다 타시오....' 노래 가사처럼 한 번 공부해 보고 싶다. 우연히 만난 구본형선생님의 <필살기> 책은 나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 같다. 어제도 BOSS님이 일만 시간의 법칙에 대해 초등학생에서 애국조회에서 이야기를 하시더라. 나는 감동에 젖어서 복도를 울리는 그 이야기를 들었다. 여기저기서 그 이야기를 확성기에다 대고 나에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하다.  

프로필 이미지
권윤정
2011.03.16 11:34:20 *.114.49.161
66일차 (10주 수요일)

*00:00, (-) 7:15 (4:45)
*모닝페이지 00:30~2:00, 아침정진 7:00~8:00

폭삭 망했다. 너무 일찍 잤고 너무 일찍 일어났다. 모닝페이지만 하고서 다시 잠들었다. 체한 상태다. 커피를 만들어놓고 마시지 못했다. 속이 쓰리다. 어느 정신에 출석을 했는지 모르겠다. 푹 자긴 했다. 아침에 정진만 하고서 달려 출근했다. 일정이 왜 이러지? 정신없이 허둥지둥한다.  많이 잤지만 질높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지못한 나로서는 좀 욕구불만이다. 그런데 봄햇살 퍼지면서 자연의 일부인 나도 봄 따라 생체시계는 움직인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단군2기_출사표_천복부족] 자기를 아름답게 가꾸는 새... [230] 권윤정 2011.01.10 14830
38 [단군2기 출사표 - 천복부족] My life is my message file [116] [1] 임여명 2011.01.10 9712
37 [단군2기-출사표-천복부족] 두려움 없이 걷다. [153] 이국향 2011.01.09 9399
36 [단군 2기_출사표_천복부족] 길을 만들어 나아가다. [116] 김보미 2011.01.09 9254
35 [단군2기_천복부족_출사표] 기본에 충실하자 [119] 고정욱 2011.01.09 9295
34 <단군2기 출사표> 천복부족- "지금 여기" 몸과 마음에 ... [65] 최희선 2011.01.09 9208
33 [단군2기_출사표_천복부족]낯선 하루를 시작하기. [104] 김경희 2011.01.09 9336
32 [단군 2기_출사표_천복부족] 새벽 친구 [110] 이승호 2011.01.09 9263
31 [단군2기_출사표_천복부족] 멋진 생각에 날개달기 프로... [84] [1] 김소연 2011.01.09 29099
30 [단군2기_출사표_천복부족] 다독_다상량을 통한 천복찾... file [135] 신은하 2011.01.09 9414
29 [단군2기_ 출사표_천복부족] 글쓰기와 책 읽기 file [143] 김동재 2011.01.09 9753
28 [단군2기 출사표 천복부족] '꿈꾸는 몸, 춤추는... [140] 박소라 2011.01.09 9595
27 [단군2기-출사표-천복부족] 이번이 마지막 기회이다. [90] [2] 정우민 2011.01.09 10280
26 [단군2기 - 출사표 - 천복부족] 천복을 찾기 위해 ... [169] 조성희 2011.01.09 10268
25 [단군2기 출사표_천복부족] 나를 찾는 여행 [100] 김신희 2011.01.09 9069
24 단군2기 출사표 천복부족: 나의 큰 꿈을 위한 천복찾... [147] 윤인희 2011.01.09 9076
23 [단군 2기 출사표_천복부족] To reach the star... [136] [2] 최점숙 2011.01.09 9680
22 [단군2기 출사표_천복부족] 나와 만나다 [148] 주철은 2011.01.09 10029
21 [단군 2기- 출사표-천복부족] 충만한 새벽길을 한발... [63] 조영미 2011.01.08 9172
20 [단군1기 출사표 천복부족] 인생 그까이꺼 뭐 있나?... file [101] 조동익 2010.09.08 115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