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단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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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세

  •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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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7일 12시 39분 등록

세상과 아름다운 춤을 추고 싶었다.

햇살 가득 받으며, 따스한 햇살 아래 몸을 내맡기고 하늘하늘 가벼운 옷차림에 가벼운 신발을 신고
쉬임없이 그냥 그렇게 햇살을 받으며 행복하게 춤을 추고 싶었다..

그러나.. 내 세상은 어두었다..
캄캄하여 앞이 보이지 않았고, 그 곳은 마니 춥고 마니 외로웠다..
살기 위해, 살아야 하니까 두터운 옷으로 무장하고 어두운 곳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온 신경을 곤두세워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나를 맞추고저 사력을 다했다. 살아야 했으니까..
그렇게라도 살아남아야 했으니까..

아무리 떠돌아도 미로 속 어둠은 걷히지가 않았다.
영혼의 블랙홀과도 같은 그 곳, 그 시간들.. 지옥은 사후세계만이 아니었다..
두려움에 나의 몸은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나의 세계는 늘 슬픔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기도..
그랬던 것 같다.
삶의 생명력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시간 속에
영혼 깊이 살아 숨쉬는 내 마지막 생명의 불꽃이 기도를 했던 것 같다..

빛이다..
오랜 세월 어둠에 익숙해져 잘 보이지 않지만, 저 멀리 어딘가에서 한 줄기 빛이 보인다..
그 빛을 타고 다가온 공기의 느낌..
지금까지의 축축함이 아닌 살아있는, 생명의 그 무언가가 느껴진다..

저 빛을 따라가야만 하는데..
천 년이란 긴 세월을 갇혀있어서 일까. 몸이 너무 무겁다..
겨우 일으켜 한 걸음을 내디디려 하면, 가느다란 그 빛을 누르고 들려오는 세상 소리들이 너무 커진다.
무섭다. 다시 그 자리, 내가 늘 있던 바로 그 자리로 돌아가야만 할 것 같다..

한 걸음 내딛고 세 걸음 미끄러지며 겨우 블랙홀에서 빠져 나왔는데..
내 앞에 펼쳐진 건 사막이다.. 이럴수가..
이건 너무 가혹한거 아닐까..
사막을 통과하라 하시다니.. 내겐 그럴 힘이 남아 있지 않은 걸..

저게 뭐지..
저기 멀리.. 저만치 멀리서 별이 빛난다. 북극성이다..
아.. 블랙홀을 비춰주던 그 한줄기 빛이 사실은 북극성이었구나..

예쁘다..
어쩐지 따스할 것도 같고..
그래 이 느낌인데.. 이 따스함.. 생명받기 이전부터 내가 꿈꾸던 바로 그거..

뒤돌아보니 발밑에서 방금 빠져나온 블랙홀이 시커멓게 입을 벌리고 나를 쳐다본다.
눈 앞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이 펼쳐져 있다.

그 때였다.
잠깐, 아주 잠깐이지만 저기 멀리 보이던 북극성이 커다란 태양처럼 나를 덮친다.

그 강렬함. 데일 것만 같은 열기.
찰나에 불과했지만 여직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그 무언가가 나를 이끈다..

발이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라 하지 않았거늘, 한 걸음 내딛는다. 북극성을 향하여..

걷고 있다.
뒤 돌아보지 않고 사막 모래 위를 걷고 있다..

사막 모래 폭풍이 나를 휘감아 올린다.
물기 하나없는 건조한 모래밭이 내 안의 수분조차 앗아간다..

물이어라..
인간이자 암컷이었다. 암컷 인간은 물처럼 살라한다..
사막 모래 깊은 곳으로 살며시 스며들어 적셔주는 물처럼..
내 눈물, 내 슬픔은 따스한 물빛이 되어야 한다고..

심장에서 한 방울 따스한 눈물이 사막 모래 위에 떨어졌다.
신기하다.. 몰랐는데 내가 걷고 있는 황량한 사막이 황금빛 모래바다로 출렁인다..

아름답다..
낮이면 금빛 모래바다가 출렁이고, 밤이면 별빛바다가 쏟아져 내린다..

들린다. 별들의 소리가..
그들의 아름다운 선율이 내 마음을 적셔, 보이지 않던 많은 것들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아직 걷고 있다..
그러나 이제 난 이 사막여행을 사랑하게 되었다..

사랑..
그 위대한 아름다움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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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은 제게 연구원 3년차이자, 단군의 후예 3백일을 동시에 시작하는 또 하나 중요한 의미를 지닌 해입니다.

"변화라는 뿌리를 딛고, 관계라는 줄기를 타고, 문화라는 제 꽃을 피우겠습니다.."라고 되뇌였습니다..

"천직이란 내면과 외면의 조화를 이룬 진정성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라는 말씀만을 지니고
천복에서 천직으로의 길 걷겠습니다.

부지런히 자아성찰을 이어가 스러지는 낙엽이 아닌 별을 마음에 품고 살겠습니다.
부지런히 천복을 연마하여 천직이 일상의 업으로 퇴색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세상과 아름다운 접점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그 접점이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제게 다가올지는 모르겠지만
이젠 슬픔보단 기쁨으로, 두려움보단 설레임으로 기다리겠습니다..

꺼져가는 생명의 불꽃을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슴에 별을 품고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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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80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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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영
2011.02.15 18:44:51 *.181.253.38
안녕하세요?

저는 14년만에 처음으로 감기라는 손님이 오셔서 그분과 잘 노르라 여러 가지 활동에 미흡한 점이 많았습니다.

여전히 치열하게 밀도 있는 수행을 하시고 계시네요. 

제가 수희향님의 단군일지를 차분히 읽어보고 댓글을 달려 했는데 ... 마침 손님이 가듯하고
산사 수행 건강하게 잘 다녀 오셨는지 궁금하여 댑다 댓글 달았습니다. 반갑습니다.
2차 부족회의 설레임속에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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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6 07:53:41 *.12.196.73
혜영님 오셨어요, 방가방가요^^

에공. 추운 겨울에 감기라니요.. 고생되시겠어요..
감기에는 사실 몸을 따듯하게 하고 푹 쉬는게 제일이에요. 아! 겨울이니까 귤도 마니마니 드시고요^^

네. 덕분에 산사에는 잘 다녀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3기 여러분의 2차 부족회의 기다리고 있습니다.
세미나 주제가 "천복 감잡기"인만큼, 그 세미나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개인적 천복에 대해 조금씩 더 깊이 들어가시기 시작하시거든요. 꼭,꼭 참석하시어서 세미나 전부 혜영님의 것으로 가져가세요^^

그럼 감기 언능 나으시고 2차 회의때 뵙겠습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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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6 07:50:19 *.12.196.73
<먼별 샤먼의 단군일지 238>

# Book review 87- 이 부영의 "분석 심리학" 8장 312쪽까지 읽기 완료

신기한건, 분석심리학 책을 읽으며 짬짬이 들여다보는 헤세의 "예술"에서, 헤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조금 더 이해된다는 사실이다.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예술이란 것이 의식 세계 너머의 무의식 세계 중 예술가가 속한 시대나 상황에 따라 각각 보여주는 것이라 하기에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헤세는 표현방식보다는 우선 예술성의 질 혹은 농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융과 헤세라는 거대한 두 줄이 한 올, 한 올 꼬이며 만들어내는 매듭 색깔이 참으로 아름답다.

아직 시간 여유가 조금있으니 분석심리학 2장 인용문 필사를 시도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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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6 10:31:48 *.12.196.73
# 분석 심리학 2장: 연상검사와 '콤플렉스'론 정리

무의식 세계로 내딛는 첫 걸음이 무엇일까..? 융에 의하면 그건 다름아닌 '콤플렉스'라고 한다.

콤플렉스란 흔히들 알기에 한 개인의 취약점 혹은 드러내기 싫은 치부라고 알고 있는데 비해 융은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콤플렉스란 '감정적으로 강조된 심리적 내용' 또는 '그 내용을 중심으로 한 심적 요소의 어떤 일정한 군집'을 말한다고 융은 정의한다. 콤플렉스는 하나의 핵 요소를 중심으로 형성되는데 이 핵 요소는 강한 정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50)."

그러니까, 융에 의하면 콤플렉스란 인간이 원초적 유형으로 지니고 있으나 아직 의식화되지 않아서 의식화하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가장 바깥쪽의 무의식 세계라고 한다. 그러므로, 콤플렉스 그 자체가 병적인 것이 아닐고 의식 세계를 치솟아 자신을 드러내려는 콤플렉스를 너무 강하게 억누르는 행위 자체가 병적인 요인이 된다고 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콤플렉스가 그를 가지고 있음은 모른다"고 융은 말한다 (56)."

이 말 뜻은 무엇인가?
사람들은 결국 자신의 발목을 잡는 내면의 무언가가 있는 것은 느끼지만, 그것이 무의식 세계가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최초의 시도임은 모른다는 의미이다. 중요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무의식 세계를 인정하고 인정하지 않고는 각자 선택의 몫이겠지만, 인간의 정신세계가 의식세계만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하기에는 그렇지 못한 요소가 너무 강하다. 융의 말처럼 무의식 세계는 그야말로 말 그대로 무의식 세계인만큼 혜탈의 경지에 이른 극소수 몇명을 제외하고는 결국 끝까지 알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살면서 내게 말을 걸어오는 그 부분만큼은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어 내 의식의 세계에 포용 혹은 의식세계 자체의 확장을 도모해보고 싶다.

아마 이것이 그야말로 내 무의식세계가 내게 말하는 나의 가치 3가지 중 첫번째인 "정신세계의 성숙"에의 길이자 두 번째인 "자아실현"의 길이 아닐까 싶다. 그러고보면 결국 나의 핵심가치도 단지 의식세계안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닌 무의식 세계가 내게 알려주는 길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분석심리학.
동양의 신비사상에서는 아주 오랜 세월 각자의 명상과 그 명상으로부터의 체험을 강조했다면
칼 융이라는 위대한 서구 심리학자는 무의식 세계를 나름의 논리를 갖고 조금씩 펼쳐나간다.
그러면서 본인은 말년에 현자와도 같은 삶을 살며 생을 마감하게 된다.

일생을 공부하고, 그보다 더 중요하게 스스로 체험하고 깨달으려 노력하고, 끝내는 조용한 은둔자로서 현자의 삶을 살다 간 칼 융. 진정 깊은 의식을 지닌 분이 보여주는 삶의 모델이 아닐 수 없다. 스위스 볼링겐 호숫가에서 조용히 삶을 이어가며 죽는 날까지 공부하고 체험한 그의 삶에는 어쩐지 경외감마저 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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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7 08:24:54 *.12.196.4
<먼별 샤먼의 단군일지 239>

# Book review 87- 이 부영의 분석심리학 3장 "마음의 구조와 기능"

아무래도 무의식 세계를 그 나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론화한 부분이라 인용문 필사가 길어졌다.
융은 무의식 세계는 절대 다 알 수 있는 세계가 아니고, 그저 체험으로 밝혀진 부분만 체계화한다고 밝히고 있다.
조금 늦었지만, 3장 필사한 부분 요약정리까지 하고 싶다. 인용문이 내 안에 따스히 남아 있는 동안에 말이다.

그나저나 아무래도 나의 미련함이 또 병을 키운 것 같다.
지난 주 염증 치료때도 병을 키워서야 결국 병원에를 갔는데, 이번주도 결국 미련의 극치를 떤 것 같다.
오늘은 일단 병원부터 다녀와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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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7 09:06:08 *.12.196.4
# 분석 심리학 3장- 마음이 구조와 기능 정리

우리들이 흔히 마음이라 하면 무얼 뜻하는걸까? 우선은 자아 혹은 에로라고 불리는 것으로서, 내가 의식할 수 있는 상태이다.

다음은,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자아가 속해있는 광대무변한 무의식 세계.
그렇다면 이 무의식 세계는 어떻게 이루어진 것일까?

융에 의하면 무의식 세계는 개인적 무의식과 집단 무의식으로 나뉜다고 한다.

개인적 무의식 세계에 숨어 있는 나의 어두운 면 혹은 또 다른 나가 다름아닌 "그림자"이고
집단 무의식 세계에 숨어 있는 나의 단계로 남성들은 남성안의 여성성인 "아니마", 여성들은 여성안의 남성성인 "아니무스"가 잠재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단계까지 넘어 더 깊은 곳에 있는 것이 "본성 혹은 자기원형"이라 한다.

개인적 무의식 세계는 한 개인이 태어나 경험했던 부분들이 자라면서 더 의식화하지 않고 숨어있는 걸 뜻하는 반면, 집단 무의식은 한 개인의 세계를 넘어선 인류 공통의 원형이 오랜 기간 침전한 결과이므로, 후자가 전자보다 훨씬 강력하게 작동한다고 한다. 결국 한 개인의 자아의 완성이란, 본성이 의식화하여 자기실현하는 것을 뜻하는데, 여기까지 온전히 도달하는 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이정도의 대략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각 단계별로 중요한 부분만 조금씩 더 살펴보기로 한다.

"집단이 개인에게 준 역할, 의무, 약속 그 밖의 여러 행동 양식을 융은 '페르소나'라 불렀다. 이것은 외부 세계와의 관계에서 필요한 것인만큼, 그 개체의 외적 인격이라고 할 만한 것이다 (59)."

아무래도 의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외적인격을 나타내는 "페르소나"일 것 같다.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의 일원으로서, 심지어 한국인으로서 우리는 각각 그 나름의 외적인격, 즉 외부가 요구하는 자아에 어느 정도 나를 맞춘 혹은 협상한 페르소나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페르소나가 문제되는 경우는 역시나 외부에 의해 형성된 자아가 너무 강하게 작용하는 나머지 본성을 크게 억압하거나 위배될 때, 그 때 우리는 무의식 세계와 의식 세계가 충돌하면서 정신 세계의 질서가 교란되는 현상을 겪게 되는 것이다. 특히 한국사회처럼 집단 의식이 강하게 작용하는 사회일수록 개인의 개성화가 자칫 너무 소홀히 다뤄질 수 있는만큼 성인이 된 이후부터라도 주의깊게 다뤄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의식 세계를 지나 무의식 세계로 한걸음 들어가보자. 과연 융이 정의하는 무의식 세계란 어떤 곳일까?

"무의식은 '혹'이 아니고 '샘물'같은 것이다. 거기에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향하는 에너지가 저장되어 있다. 그것은 떼어버리거나 없애야 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 생명의 원천이며 창조적 가능성을 지닌 것이다. 그것은 방어해야 할 위험한 충동이기보다 체험하여 의식의 것으로 동화해야 할 것들이다 (69)."

가장 와닿는 표현은 아무래도 샘물처럼 무한한 에너지가 저장되어 있다는 말인 것 같다. 그 샘물이야말로 우리 인간의 생명의 원천으로 창조적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하니, 막연히 두려워하거나 피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기왕 태어난 거 보다 본격적으로 본성의 나로 사는 삶에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다고나 할까.

그럼 무의식의 가장 첫 단계이자, 개인 무의식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그림자란 무엇일까?
그것은 아직 미분화되어 성숙하지 못한 우리들 인격의 어두운 면이라 한다. 사람들 모두에게 어떤 형태로든 존재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은데.. 성인이 된 후 미분화된 그림자를 의식화하는 방법은 그것을 끄집어내어 의식으로 경험하고 체험하면서 성장시켜 나가야 한다고 한다. 물론 이 때, 이미 내 안에 의식으로 자리잡은 사회적 규범과의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그림자의 의식화를 어려워하거나 회피하려 든다고 한다.

내 안의 그림자는 어떤 면일까.. 곰곰 생각해보니 나도 모르게 연구원 시절 이런저런 내면탐구 수업을 준비하면서 슬쩍슬쩍 드러났던 그 모습들이 바로 이러한 부분일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안의 어린아이같은 면을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보듬어주고 멋진 어른으로 성장시켜 나가는 것에 공을 들여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으로 집단 무의식의 첫 단계인 아니마와 아니무스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남성과는 그렇게 다른 심리를 지니고 있는 여성은 남성이 전혀 눈뜨지 못한 것에 대하야 여러가지 사실들을 가르쳐 주는 원천이다. 여성은 남성에게 영감 Inspiration을 의미한다. 남성을 훨씬 능가하는 여성의 예감 능력은 남성에게 유익한 경고를 주며 개인적인 것에 관심을 둔 여성의 감정은 남성에게 그가 지니고 있는 별로 개인적으로 관계되지 않은 감정으로는 찾기 힘든 길을 가르쳐 줄 수 있다 (86)."

어릴 때는 막연히 남성과 차별 대우를 받는 게 부당하다 생각하며 심적으로 반발심이 일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서서히 내 안에서 남자와 여자는 그 근본부터가 다르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일기 시작했다. 그 둘 사이에는 어떤한 우열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고, 그냥 다르다. 그래서 어쩌면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형성될 수 있고, 그렇기에 해와 달처럼 둘 사람이 만나 하나의 좋은 합일을 이룰 수 있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어떤 여성이 되는 것이 여성으로서 온전히 성숙한 길을 걷는 것일까..에 대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미적 아름다움? 물론 현대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사회적 능력? 새로운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또 하나의 요소인 것도 같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지혜"라는 단어가 내 안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여성은 남성을 받치고, 한 남성의 세계가 완성되는데 있어 그야말로 보이지 않는 그림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존재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여자의 일생의 남자의 그림자로만 작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런 여성들이 "지혜"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면..

이번에 융의 책을 읽으며, 아니마와 아니무스 편에서 이 부분에 대해 대학자의 깊은 고찰을 알게 되어 기쁘다. 역시 남성과 여성은 달랐고, 여성은 남성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존재라고 한다. 아직 배우자나 파트너는 없지만, 나 역시 인연을 맺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보다 지혜로운 여자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럼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 아마도 융이 조금 더 알려줄 것도 같다. 그런 의미에서 부부는 일심동체가 아닌 일심일체의 합일이라는 표현은 신선한 깨달음을 안겨주었다.

"분석심리학의 입장에서 설명하자면 이러한 신비적 결혼관은 하나의 상징으로서 '대극의 합일'을 의미하는 것이다. .... 그러므로 부부는 흔히 말하듯이 일심동체가 아니고 일심일체의 남성과 일심일체의 여성의 만남인 것이다 (92)."
 
물론 찰스 핸디나 엘리자베스 핸디처럼 살면서 서로를 닮고 또 닮아 일심동체화한다면 좋겠지만, 그보다 중요한건 우선 성숙한 두 사람이 만나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모든 커플들이 다 성숙한 뒤에 만남을 가질 수는 없겠지만, 가정을 꾸린 뒤라도 그렇기에 더욱 자아성장은 외면할 수 없는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집단 무의식이 가장 깊은 내면인 원형이다.

원형에 이르면 이는 개인의 무의식 세계를 초월한 인류 고태의 모든 정신세계가 오랜 기간 침잔하여 이루어진 세계라고 한다. 결국 여기에서 우리는 어째서 캠벨이 말한 신화학에서 전 세계 모든 인류, 모든 문화 심지어 모든 종교상에서 유사점이 드러나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사실 오래전부터 왜 기원전 6세기에 전 인류 역사상 스타라고 할 수 있는 모든 현자들이 거의 동시에 출현하는지에 대해 매우 궁굼했었다. 그 궁금증이 캠벨의 원시 신화를 읽으며 비로소 해소되었는데, 이제 칼 융의 원형과 만나고 보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원형은 다름아닌 인류의 "근원적이면서 보이지 않는 의식의 뿌리"라고 한다.

그렇다면 끝으로 자기실현이란 무엇일까?
바로 무의식이 의식에게 요구하는 전체로서 사는 완성된 삶을 뜻한다고 한다.

그러한 삶을 살기 위해 첫 번째로 행해야 할 것이 다름아닌 자아가 무의식이 들려주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무의식을 조금씩이라도 더 의식세계로 끌어내어 성장 및 확장하는 일이라고.. 물론 이 일이 그리 간단한 일이었으면, 전 인류 역사를 통털어 깨달은 자들의 수가 극소수에 불과하지 않을 터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융 역시나 강조하는 것이 우리 모두 안에는 본성 혹은 참자아가 존재하고, 이들에게는 무한한 에너지가 있어 나를 이끌어준다고 한다. 내가 그들을 억압하지 않고 그들에게 길을 내어줄 수만 있다면, 본성은 자신이 지닌 무한 에너지를 우리들의 의식적 삶에 표현하면 우리를 이끌어준다고..

오직 모를 뿐이다..
내가 어찌 감히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저 조금씩 더 공부하고자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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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8 09:22:19 *.12.196.75
<먼별 샤먼의 단군일지 240>

# Book review 87- 이 부영의 "분석심리학" 끝까지 읽기 완료

오늘은 아파서 인용문 필사는 몬하고 그냥 책만 읽었다.
대상포진이란다. 대상포진.. 참 생소한 병이다.
무슨 바이러스가 잠복하고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발병한다고 하는데 왜 면역력이 떨어지는걸까..?
주초에 한 이틀 몸살처럼 온 몸이 아팠는데 당근 수행몸살로만 생각했었다.
그리고 붉은 반점들. 좀 이상했지만 대충 약바르고 낫기를 기다렸는데..
결국 그저께 오후부터는 오른쪽 겨드랑이부터 상체 전체가 욱신욱신 아파오면서, 자다가도 몇번을 깨고..
어제 아침에 보니 붉은 반점들이 세 부분으로 확산이 되었다.
아차 싶어서 엄마한테 보여드렸더니 기절을 하시면서 '미련하다'를 연방 되풀이하신다..

의사선생님 말씀이 상황이 조금 안 좋다 하신다.
그나마 온몸에 더 퍼지기 전이어서 천만 다행이라고.
1주일치 약을 주시면서 통증이 정 못견디겠으면 참지말고 주사 맞으러 오라 하신다..
아무 생각말고 푹 쉬면서 바이러스와 잘 싸우면 된다고.

어제 오후부터 약을 복용하는데도 한 군데 더 물집이 올라온다.
정말 어제라도 병원을 가지 않았더라면 온 몸으로 퍼졌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끔찍하기만 하다.

가렵고, 쓰라리고, 쑤신다.
통증 속에 가만히 생각을 해본다..

프리랜서가 되면서 체력관리에 오히려 이전보다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겉으로 드는 느낌은 프리랜서= 쉬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실 속으로는 새벽 5시부터 밤 9시까지 정신노동을 할 때도 있다.
이전보다 나를 몰아치고 있는데, 이전보다 나를 돌보지 않고 있다.
외부에서 보장하는 미래가 아닌, 내 안에서 나의 미래를 만든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몸과 마음 둘 다..

예전에 컨설팅 일을 할 때는 야근과 철야를 하기 위해 새벽에 운동을 했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견디지 못할 것 같아 고육지책으로 했던 운동이었는데
그래서였는지 주말에 잠만 좀 더 자면 크게 아픈적은 없었다.

아무래도 프리랜서로 전향하면서 정신과 육체 발란스의 균형이 깨진 것 같다..

프리랜서.
1인 기업가들이 반드시 거쳐가야 할 시기이다.

조직에 있을 때와 비교하여 가장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내 스스로 끊임없이 생각하고, 선택하고 그 결정에 따른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
끝없이 열망했던 자유인 것 같은데, 막상 그 자유가 주어지면 이러저러한 불균형의 시대로 젖어들기 쉬운 것 같다.

생을 즐긴다..
아직은 좀 마니 낯선 단어이다.

몸이 아프다하니 한 호흡 쉬면서 가자.
언뜻언뜻 스치는 봄의 숨결에 내 삶도 흘려보낼 수 있도록 조금 더 편히 가자.
그래도 찬란한 봄날이 아닌 겨울 끝자락에 아프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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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9 09:08:50 *.12.196.73
보미, 방가^^
그러니까.. 그대야도 나도 찬란한 봄햇살은 밝게 웃으며 맞이하기다^^
응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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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8 23:13:36 *.66.21.48
찬란한 봄날을 기다리며, 봄맞이하러 갑시다.

수희향 언니~ 수호장님~ 
적시 적때의 기운들
고맙습니다. ㅜㅜ

봄맞으러 갈 때는 많이 나아 있기를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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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9 05:11:21 *.161.173.71
수희향님.

급하지 않은만 소중한 일..
담배끊기, 가족들과의 시간 보내기, 건강을 위한 운동하기, 나와 대화하기~~
대상포진얘기를 들으니 다시금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수희향님의 조속한 컨디션 회복을 기원합니다.

단군지킴이, 참 쉽지 않은일임을 압니다.
그러기에  더욱 고맙습니다.
운영진분들의 헌신적인 지원 덕분으로 단군프로젝트라는 커다란 배가 묵묵히 가야할 길을 가고 있습니다.

수요일에 집을 나섰다가 어제 밤에 출장에서 복귀하여 귀가 하였습니다.ㅎ.
조속 쾌차를 기원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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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9 09:11:17 *.12.196.73
정욱님처럼 바쁘신 분 앞에서 저의 병은 되려 민망하기만 합니다..
바쁘신데 여기까지 찾아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정욱님이야말로 잦은 출장과 가정/일/자기계발 3개의 커다란 축을
모두 조화롭게 이어가고자 늘 노력하시는 분이신데요..
그런만큼 무엇보다 가장 기본이 되는 건강 관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역시 아프면 모든 게 다 힘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정욱님과 철은님 더욱 건강하시고 홧팅하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예쁜 보배 두 아가들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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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9 07:46:06 *.12.196.73
<먼별 샤먼의 단군일지 241>

# Book review 87- 이 부영의 분석심리학 8 & 9장 인용문 필사 완료/ 10장 필사 반정도 완료

3장 "마음의 구조와 기능"까지 인용문 필사를 하고, 4장 그림자/5장 꿈의 해석/6장 정신병리/7장 정신치료 인용문 필사는 건너뛰었다. 4장 그림자의 경우는 MBTI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기도 하고, 나의 경우 스스로의 MBTI 성향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서 오히려 이부영 교수의 그림자/아니마와 아니무스/자기와 자기실현 3개 시리즈에서 조금 더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

5장~7장까지는 나같은 아마추어가 인용문을 필사한다고 해도 그다지 깊이 들어갈 수 있는 분야가 아니어서 인용문 필사를 건너뛴다. 분석심리학의 전문성은 이런 것이구나.. 라는 이해 정도로.

8장 분석심리학과 예술은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어 인용문 필사. 예술작품에 대한 분석심리학적 관점이 흥미롭다.
9장 비인과성 동시성론과 심성연구의 미래와 10장 분석심리학과 종교는 무척 어렵지만 역시나 개인적 관심 분야기에 인용문 필사.

그나저나 진통제를 계속 먹어서 그런지 상체 오른쪽 전체가 아픈 통증은 좀 가라앉았는데, 대신 세 군데 상처부위는 격렬한 싸움이 일고 있어서 그런지 열이 나면서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 같다. 의식을 통증이 지배하다보니 서서히 만사가 귀찮아지려 하는데, 에피쿠로스는 어떻게 고통의 상황 속에서도 순수철학적 정신상태를 유지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난 겨우 이 정도의 통증에도 만사가 귀찮아지려 하는데..

무튼, 정신 혹은 영혼의 일을 중요시여기려면,
영혼의 그릇인 몸도 잘 돌봐야 한다는 따금한 가르침을 받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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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9 09:53:13 *.12.196.73
# 이부영의 '분석심리학" 8장 분석심리학과 예술 & 9장 비인과성 동시성론과 심성연구의 미래 요약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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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9 07:46:26 *.201.121.165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매번 도움을 얻는 저로써
이럴 때, 저의 유쾌함이 제 주술사님의 기분이라도 상쾌하게 해 드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하게 듭니다.

이로써 우리는 <건전한 정신은 건전한 육체에서..>라는 메시지를 알게 된 셈이로군요.
몸 조리 잘 하시고, 푹 쉬세요.
입맛 없으셔도 억지로 챙겨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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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9 09:15:01 *.12.196.73
레족장님의 아이콘을 보니 역시 기분이 좋아지는데요. 감사드립니다^^

네. 정신활동을 잘 이어가기 위해서는 영혼의 그릇인 몸이 건강해야 함을
절실히 깨우치고 있습니다. 레족장님도 바쁜 시간들의 연속이신만큼 건강관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3백일차인만큼 댓글은 달고 있지 않지만, 일지는 잘 보고 있습니다.
그 모든 고뇌와 생각들은 매일 조금씩 레족장님 안에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습니다.
그 에너지들이 뭉쳐서 레족장님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힘이 되리라 믿고 있습니다.
계속 건승하시기 기원하며, 몸도 마음도 늘 건강히 행복하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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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0 07:40:36 *.12.196.43
<먼별 샤먼의 단군일지 242>

# Book review 87- 이부영의 분석심리학 10장, "분석심리학과 종교" 인용문 필사 나머지 부분 완료

대단하다..
자꾸 신화의 아버지 캠벨과 겹쳐서 또 하나의 현자로 다가오는 칼 융이다.
그러면서 두 사람 전부 완숙기에 이르며 "상징" 혹은 "이미지"를 어째서 더 깊이 연구하였는지를 이제 좀  알 것 같다.. 무의식 속에 내재한 원형이 세상에 드러나는 가장 일반적인 표현인 상징 혹은 이미지 말이다..

캠벨이 신화로서 깨달음의 경지에 다가서고 있다면
칼 융은 분석심리학으로 그 경지를 보고 있다.
둘 다 자신들의 분야에서 온전한 "자기실현의 길"을 걸었다고나 할까..

갑자기 위대하다라는 단어보다 "멋지다"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한 인간으로 태어나 자신의 내면을 깊이 성찰하며
그로부터 건져올린 무한 에너지로 전 인류의 삶을 한껏 아름답게 성장시킨 학자이자 현자인 두 사람.
그렇게 멋진 두 사람을 알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한 점 내 삶마저 훨씬 충만해지는 느낌이다.

칼 융의 진가는
그가 분석심리학으로 시작하여
철학과 종교의 체제마저 뛰어넘어섰다는 데 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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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0 08:02:21 *.12.196.43
# 분석심리학 10장: 분석심리학과 종교 요약정리

왜 종교일까? 어째서 분석심리학자인 칼 융이 종교를 건드리는걸까?
이에 대해 융은:

"종교는 분석심리학의 입장에서 볼 때 인간의 마음의 직접적인 표현이다. 인간의 마음 속에 종교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원천이 내재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324)."

"심리학에서 관심을 두고 보는 것은 사람들이 신이라고 부르는 신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인간의 마음 속에도 발견되는가 하는 데 있다. 융은 신 그 자체를 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생각 속에 있는 '신의 상'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325)."

지난번 예술에 대해 논할 때와 마찬가지로, 종교에 대해서도 융의 관점은 동일하다. 각 종교의 교리를 판단하자는 것이 아니라, 종교를 만들어낸 인간 속애 내재해 있는 심성을 탐구하자는 데 그 목적이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그의 출발점은 창조주로서의 신이 아니라, 인간 속에 내재한  신에 대한 이미지에서 출발한다.

"인간의 정신 속에는 인간 정신의 전체성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이 내재하고 있다. 자기원형이 바로 그것이다. 신의 소리란 바로 그 깊이를 모르는 무의식의 한 속성으로서 자기 원형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338)."

이 문장만 놓고 보면 이것이 캠벨의 책인지 칼 융의 책인지 분간조차 어려울정도로 융과 캠벨은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동서고금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전 인류안에 공통적으로 내재해있는 인자, 자기원형. 무한한 에너지의 보고이자, 자기실현의 비밀을 간직한 자기원형말이다.. 여기서 모든 고대 원시 종교와 신화 그리고 그 밖의 민담과 설화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신을 믿느냐는 질문에 미소 띈 얼굴로 "I know"라도 답했던 노학자에게 자기실현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하나'의 신화이다. 절대선인 신 옆에 영원히 어두운 적을 놓아두는 이원론을 하나로 합치는 신화이다 (365)."

이렇게 자기실현을 흑과백, 선과악의 이원론을 하나의 온전성으로 구현하는 것으로 보았기에, 융은 시간이 흐를수록 동양 사상, 그 중에서도 도교와 불교를 탐구하게 된다 (기독교는 선과 악을 날카롭게 분리한다는 점에서 다소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내가 감히 평가할 수 없는 부분이라 여겨지기에 여기서는 다루지 않도록 하겠다).

그렇다면 그가 동양사상까지 탐구하며 만들어간 무의식 세계의 자기실현은 과연 어떤 세계일까..?

"개성화 또는 자기실현이란 모든 인간이 똑같은 길로 가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각 개인이 자기의 마음과 일치하는 과정을 말한다. 그것은 미망의 어둠, 무명에 가려 보이지 않는 하나의 빛- 진실로 그러한 그것 그대로인 것, 진여를 각자의 마음 속에서 밣혀 '하나의 마음 (일심)'을 실천하는 작업이다. 하나 하나의 인간이 자기 안에서 일치하는 과정이다. 밖에 있는 어떤 이상상에 맞추는 것이 아니다 (384)."

서구학자가 표현하는 자기실현의 정의가 어쩐지 동양사상과 많이 닮았다.
그래서 부끄럽다. 우린 과연 청정히 빛나는 우리들의 정신세계를 서구인들만큼도 아끼고 공부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해서 말이다..

무튼, 중요한 것은 자기실현의 과정은 획일화된 의식을 잠시 내려놓고 무의식의 개성화 과정을 이루어 가는 길이라는 점이다. 주어진 삶에 계속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본성과 합일하는 삶.. 그런데 어떻게..?

"분석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실현 또는 개성화의 첫 걸음은 이미 말한 것처럼 외부적인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내면적인 것으로 시선을 돌리는 데 있다. 그것은 집단정신에 동일시되었던 자아를 거기서부터 해방시켜 아직 그 내용과 깊이를 모르는 무의식의 세계로 관심을 돌리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자아의식을 유일한 근거로 삼고 이에 매달리던 태도를 버리고 그 너머에 이를 포괄하는 커다란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커다란 세계가 결코 '나'의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마음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합리적인 세계가 유일한 세계가 아니며 비합리적인 세계가 엄연한 현실로서 거기 존재함을 알고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며, '현실'이란 사회적 지위, 인간관계, 빈부, 선악, 사회적 평가같은 밖에 있는 현실만이 현실이 아니라 나의 '심혼'이 무엇보다 중요한 현실임을 아는 것이다 (385)."

휴.. 대단하다는 말 밖엔..
무의식을 현실로 받아들여라.. 대단한 말씀이다..

그래서일까. 융은 선사상을 다음과 같이 정의내리고 있다.

"선에서의 깨달음의 과정이란 자아의 형태로 제한된 의식이 비자아적인 자기 (본성/참자아)로 돌입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기자신, 즉 자아의 불성에 의한 교체"이며, 커다란 인격변화의 과정이다 (385)"

멋진, 너무도 멋진 정의가 아닐 수 없다!
서구의 분석심리학 관점에서 내린 선사상의 정의가 지금껏 내가 듣던 그 어떤 정의보다 명쾌하게 멋지다.

내친김에 노자의 도교에 대한 정의도 들어본다.

"도의 머리와 길의 융합을 융은 '의식된 길' 또는 '의식하고 가다'라 풀이한다. '천광, 천심이 두 눈 사이에 있고 그것이 도라는 생각이 바로 이런 '의식된 행위'와 의미상으로 일치한다고 그는 말한다. '빛이란 의식 (깨달음이라는 뜻에서)의 상징이다 (393)"

융은 동양의 천안 (영혼의 눈)을 뜨다,라는 개념도 이해하고 있었다.
실로 놀라운 학자..
그가 더욱 놀라운 건, 분석심리학 관점에서 도교를 설명하면서 "개개인의 체험"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기감정적 체험"이 따르지 않으면 원형에의 자기실현은 없다고. 역시 그 누구도 대신 문을 열어주고, 걷게 해줄 수는 없는게다.

그런 그가 니체에 대해 내린 평은 흥미롭다.
니체의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모든 사회적 규범으로 획일화된 의식 세계를 뛰어넘는 "극적인 변환"에 있어서는 철학의 경지를 넘어서고 있지만, 반면 그 길  끝에서 니체는 자기실현이 아닌 초인이라는 자아팽창에  빠진 병적인 영혼이라고 평가한다. 안그래도 분석심리학 다음으로 의식 세계를 뛰어넘는 수단으로 니체의 힘을 빌리려던 내게는 너무,너무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었다.

불교에서 말하는 번뇌망상이 그림자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융.
니체처럼 의식세계를 전면부인하며 또 하나의 극으로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그림자부터 시작하여 아니마/아니무스까지 잘 살펴서 의식화하여 자기실현의 길로 가야 한다는 융.
그에게 동양사상의 깊은 정수까지 닿는 좋은 가르침을 얻은 새벽이다.

끝으로 그의 말 한마디:

"도의 완성이란 바로 자기실현이다 (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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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1 06:56:57 *.12.196.113
<먼별 샤먼의 단군일지 243>

# Book review 87- 이 부영의 분석심리학 풀버전 북리뷰

드디어 다 읽었다.
책을 다 읽는다는 것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이번 책 이부영 교수님의 "분석심리학"을 다 읽었다는 건, 읽고, 인용문 필사하고, 필요한 장 요약정리까지를 다 했다는 의미가 된다.

책을 읽다보면 굳이 인용문 필사까지는 안해도 되는 책들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의 경우는 거의 연구원 시절만큼 인용문 필사를 하며 공부하다시피 한 책이었는데, 전문분야를 다루는 책이다보니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읽기 어렵냐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그동안 막연히 여기저기서 알게 된 무의식에 대한 조각지식들을 이 참에 좋은 스승을 만나 내 나름 정리해보고 싶었다고나 할까.

시작은 순전히 헤세때문이었다.
아니 더 거슬러올라가면 신화의 아버지, 조셉 캠벨때문인지도.

캠벨은 책을 제대로 읽으려면, 꽂히는 저자의 책은 다 읽으며 그의 사상을 따라가보라고 한다.
그러다보면 한 세계가 보인다고..

그래서 헤세의 작품을 죄다 읽기 시작했다.
데미안-싯다르타-황야의 이리-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다섯번째 유리알 유희를 앞에 두고, 그 다음 더 이상 헤세의 장편문학이 없다 생각하니 조금 아껴두고 싶은 생각 반, 문득 헤세가 일생을 바쳐 탐구한 칼융의 분석심리학을 조금 더 이해하고 그의 마지막 작품과 만나고 싶었다.

그렇게 만나게 된 책, "분석심리학"

1장, 융의 생애와 사상을 읽으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무의식세계를 깊이 통찰한 융을 만날 수 있었다.
그냥 학자라고만 표현하기에는 그의 제자 프란츠 여사가 말했듯이 "큰 샤먼"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듯한 깊이를 지녔다고 할까..

다소 딱딱하거나 어렵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어느새 사라지고 끌리듯이 2장을 넘기게 되고
거기서 익숙한, 너무도 익숙하지만 딱히 스스로 정의하기는 그래도 좀 애매모호한 "콤플렉스"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무의식이 의식에 쏘아올리는 첫 번째 신호임을 처음 알게 되었고..

이제 읽기에 가속도가 붙는다. 추리소설도 아닌데 마치 무의식 세계를 탐구하는 듯한 기분에 정신없이 3장을 넘긴다. 3장은 융이 일생을 통해 탐구한 마음의 구조와 기능이 그림과 함께 설명되고 있다. 이 책을 통틀어 융의 사상과 함께 가장 흥미로웠고 아마도 비전공자들이 무의식 세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콤플렉스로 신호를 보내기 시작하는 무의식 세계의 첫 단계가 그림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림자까지는 개인의 경험과 축적에 의한 개인적 무의식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림자 다음이 남성 안의 여성원형인 아니마와 여성 안의 남성 원형인 아니무스. 여기서부터는 개인을 뛰어넘어 인류 태고적부터 쌓이고 쌓인 경험과 기억의 침전으로 집단 무의식 세계가 시작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다음, 무의식 가장 깊은 곳에 살아 숨쉬고 있는 진아의 세계. 본성이라고 하기도 하고, 참자아라기도 하고.

결국 이쯤에서 왜 무의식 세계를 알아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스스로 돌아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답은 내가 지각하고 현실이라 믿고 살아가는 의식 세계가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
의식이란 무의식이란 커다란 대양 위의 한 점 섬과 같고, 결국 한 개인이 온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한 에너지의 보고와도 같은 무의식 세계를 의식화할 필요가 있다는 걸 깨치게 되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조금 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론에 기대어 "자기실현의 중요성"을 배웠다고나 할까..

여기까지만으로도 나와같은 비전공자에게는 충분히 가치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4장은 MBTI의 전형으로서 외향과 내향, 감각과 직관 등을 설명하는 심리학적 유형론으로서 누구라도 재미있어할 부분이지만, 5장 꿈의 해석과 6장 정신병리 및 7장 정신치료는 살짝 전문적이 된다. 그냥 분석심리학에선 이런 분야도 다루는구나..정도를 이해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러나 8장, 분석심리학과 예술, 9장 비인과적 동시성론과 심성연구의 미래 및 10장 분석심리학과 종교에선 다시금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거론되는 많은 흥미있는 주제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게 되어 무의식 세계에 대한 이해와 함께 또 다른 흥미를 전해준다.

그렇게 이 한권의 책을 읽고 (읽었다기보단 공부했다는 표현이 조금 더 적절할 것 같지만)난 지금, 헤세의 예술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전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역시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은 참으로 맞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헤세가 예술에 대해 말하는 것중, 인간의 원형과 무의식에 대한 부분이 앞다투어 튀어나와 다가온다. 아마 바로 직전에 분석심리학 책을 읽어 아직 그 느낌이 가시기 전이어서 더 그런 것같다.

그래서 이 부영 교수님의 그림자/아니마와 아니무스/자기와 자기실현도 주문해놓고 있다.
"분석심리학"을 읽으며 그동안의 막연했던 앎을 논리적 이론에 빗대어 나름 정리해보았다면,
이제 다음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자기실현:"에 이르는 3권의 책을 읽으며, 나를 조금 더 정리해보고 싶어져서 말이다.

융에 의하면 무의식의 의식화 과정은 35세 전후가 되면 심하게 작용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이때부터는 세상으로 인해 "주어진 삶"에 이전보다 더 강렬한 회의가 일며 "내가 주체가 되는 삶"에 대한 욕구가 강해진다고 한다. 그렇다고 물론 몇몇 예술가들이나 니체와 같은 철학자들처럼 사회나 세상과의 고리를 전부 끊으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지만, 외부에 맞춰 형성된 외적인격이 어느 정도 완성된 이후 내면에서 강렬히 이는 "내적인격에의 성장욕구"를 결코 무시해서도 안된다고 한다.

외적인격과 함께 균형잡힌 성장이 이루어져야 하는 무의식 세계의 "내적인격"
그래서 내적,외적 세상의 온전한 개성화 과정이 이루어지는 "자기실현의 세계"
그 세계가 궁금하거나 고민 중이거나 한 사람들에겐 아주 좋은 입문서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무의식 세계로의 지도"같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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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1 07:12:40 *.12.196.113

# 칼 융의 무의식 세계란..

"나의 생애는 무의식이 그 자신을 실현학 역사이다. 무의식에 있는 모든 것은 사건이 되고 밖의 현상으로 나타나며, 인격 또한 그 무의식적인 여러 조건에 근거하여 발전하며 스스로를 전체로서 체험하게 된다. - 칼 융"

볼링겐의 은자, 융은 의식이란 무의식이라는 커다란 대양 위에 떠 있는 작은 섬과도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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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1 07:59:18 *.12.196.113
# 또 하나의 새벽활동: 프랑스 코믹시대극 영화 "나폴레옹의 연인" 영화리뷰
: http://blog.daum.net/alysa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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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2 07:46:33 *.12.196.7
<먼별 샤먼의 단군일지 244>

# Book review 88- 헤르만 헤세의 예술 인용문 필사 완료

예술에 대한 헤세의 글들을 모아 폴커 미헬스가 엮은 책이다.
얇고 들고 다니기 편해 짬짬이 읽은 책으로, 오늘 아침 인용문 필사를 마친다.

분석심리학을 읽고 난 뒤여서 그럴까.
예술에 대해 말한 헤세의 말들 중에서도 특히 본성 혹은 무의식에 닿은 예술과 같은 말들이 다가온다.

이제 커피와 함께 차분히 북리뷰를 시작하는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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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2 08:20:05 *.12.196.7
# 헤르만 헤세의 예술 풀버전 북리뷰

헤세가 말하는 "예술"은 과연 무엇일까..? 에서부터 출발하였다.
그의 작품들을 읽으며, 문학작품으로서가 아니라 에세이에서, 편지에서, 칼럼에서 예술에 대해 그는 어떤 말을 했을까,가 궁금했다.

"예술은 영혼의 언어이며, 내면의 떨림을 표현하고 보존하는 기술이다 (11)."

좋지만 진부하다.
예술이 영혼의 언어 혹은 표현이란 말은 너무 많이 들어와서 그것만으로는 만족스럽지가 않다.
그래서 더 헤쳐보니..

"예술가는 원래 우리 사회 안에서 폭넓게 용인된 채 거리낌없이 살아가며 자신의 본성에 충실한, 그리하여 신의 명령을 이행하는 유일한 인간 유형이다. 그 명령은 모든 사람의 마음 속에도 있지만 날마다 벌어지는 혼탁한 투쟁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51)."

훨씬 낫다.
자기탐구의 대가인 문학가다운 표현이라고 할까.
그러면서 역시나 융이 겹쳐서 떠오르게 한다. 무의식의 대가 융의 흔적을 조금 더 살펴보았다.

"원형은 창조자의 정신 외에는 어디에도 존재자히 않지만 질료를 통해 실현되고 가시화될 수 있다. 예술적 형상이 가시화되고 현실성을 얻게 되기 훨씬 전부터 그것은 이미 예술가의 영혼 속에서 상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30)."

태고적부터내려오던 집단무의식으로서의 원형.
그것을 끄집어내어 창조하는 것이 예술가들이라 한다.
칼융의 분석심리학을 예술적 관점에서 듣는 것 같다.
그런가하면 동양사상에 심취했던 작가다운 표현도 엿보인다.

"레몬 한 개는 화가가 깊이 관찰할 때 전 창조물을 대표합니다 (37)."

사과 씨안에 전 우주가 들어있다는 화엄사상을 대하는 것 같다.

모든 뛰어난 예술가들이 그러하였듯이 헤세 역시 시대의 산물이었다.
그 자신이 표현하고 있듯이, 헤세라는 한 사람이 위대한 작가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 안에 차곡차곡 쌓여있는 전 인류의 원형적 역사를 가장 치열하게 파고 들어가고, 표현했던 사람 중의 하나여서가 아닐까 싶다. 자연히 천재라는 단어가 떠오르며, 그가 생각하는 천재는 어떤 존재인지 궁금해졌다.

"최고로 고양된 천재적 삶은 정반대의 극단인 죽음이나 광기로 변화하기 쉽다. ... 천재는 그것이 빛이자 동경의 목표가 되는 삶의 한복판에서 태어나는 반면에 동시에 그런 삶에 숨이 막혀 죽지 않을 수 없다 (53)."

무의식이 있는 그대로 세상에 표현될 수 있도록 스스로의 삶 자체를 희생제의로 내놓은 이들.
역사는 이런 이들을 천재라고 부른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에서 골드문트가 했던 말이 문득 떠오른다.
예술가로 산다는 것은 그 어떤 삷보다 자유롭지 못하다고. 예술은 삶  전부를 원하기에 말이다...

그렇다면 그런 그들은 어떻게 이런 삶을 유지할 수 있을까.
고통 속에 허덕이며 말이다..

"모든 예술 활동에서 가장 좋고 가장 아름다운 것은 예술가가 자신의 행위에서 느끼는 즐거움, 즉 언어의 유희나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글로 표현해보는 것에서 느끼는 즐거움입니다 (72)."

"그는... 완전히 자신이 되는 것, 그리고 본성이 자신 안에 빚어놓고 준비해 놓은 것을 표현하는 것외에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82)."

그것이 즐겁고, 그것만을 원한다고 한다.
고통이 아니라, 자유가 억압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오직 그것만을 위해서 그리하는 것이라고..

그 경지가 경외스럽다. 그럴 수 있는 그 경지가 말이다.
우리도 그 세계에 접근해 볼 수 있을까...시작의 문은 어디서부터 열 수 있을까..

"모든 문화는 내향성에서 탄생합니다 (90)."

세상이 나를 만드는 것을 끊어내고,
내가 내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라고 한다.
그게 출발점이 되는 것 같다..

"글을 쓸 때 아름다움이 아니라 진리를 얻으려고 노력하십시오. 그러면 아름다움은 저절로 따라옵니다 (149)."

비단 글만 이러하지 않을 것이다.
진리가 본연의 무엇이라면, 아름다움은 삶에 필요한 세상적인 것들이겠지.
수단을 목표로 왜곡하여 그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닌 근원을 추구하는 삶.
예술가의 깊이가 느껴지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우리에게는 개성이 사치가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며 산소이고 없어서는 안될 자본이다 (67)."

근원적인 진리를 추구하고 개성화를 통해 자기실현을 이루는 삶.
꼭 예술가의 길을 걷지 않더라도 모든 분야에서 성숙한 한 영혼이 살아가는 방식이 아닐런지..

융과 니체 거기다 동양사상까지 수없는 길을 걷고 또 걸은 헤세가 보여주는 예술가의 삶.
그 깊고 높은 삶은 흉내도 낼 수 없겠지만, 그가 비추는 한줄기 빛의 길은 따라가보고 싶은 열망이 온 몸으로 퍼져나가는 아침이다. 시간을 초월해 헤세가 전해주는 예술적 에너지에 심취해 비록 예술가는 못되더라도 예술가적 삶을 조금이나마 내 삶에 끌어오고 싶다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책장을 덮었다.

더 이상은 고통이 아닌
나의 분야에서 나를 표현하는 "내용과 형식" 모두를 갈고 닦는 그 자체가 즐거움이 되는 삶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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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3 08:20:30 *.118.58.3
<먼별 샤먼의 단군일지 245>

# Book review 89- 이부영의 "그림자" 3장까지 읽기 완료

이부영 교수님의 "분석심리학"을 읽은 뒤 준비한 그림자/아니마와 아니무스/자기와 자기실현 3부작이다.
제목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현재까지 밝혀진) 무의식의 3단계 과정에 대한 교수님의 설명과
무의식의 의식화, 즉 개성화 과정을 통해 이루는 "자기실현" 과정을 시리즈로 엮은 책이다.

분석심리학을 읽으면서는 나의 희미했던 지식조각들을 조금이나마 융 사상에 빗대어 공부하고 정리할 수 있어 좋았다면, 이 3권의 책을 읽으면서는 연구원 시절부터 해오고 있는 내면탐구를 내 나름 다시 한번 정리해보고 싶은 생각이다.

그러면서 중간 짬짬이 헤세의 사랑과 인생을 읽고 난 후, 드디어 다시 헤세의 "유리알 유희"를 만나기.

봄이 스치는 바람에도 느껴지는 요즘, 지난 겨우내 만났던 헤세와의 시간도 서서히 그 끝이 보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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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4 08:21:08 *.118.58.57
<먼별 샤먼의 단군일지 246>

# Book review 89- 이 부영의 "그림자" 읽기 완료

분석심리학보다 오히려 쉽게 읽힌다.
융의 전문성을 이부영 교수님께서 한번 걸러서 비교적 편히 설명해주셔서 그런듯.
물론 비전공자로서 책을 읽는 것만으로 이해하는데 한계가 따르는 건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무튼, 이해한 범주내에서 현재의 "나의 그림자" 즉, 무의식 세계에 묻혀있는 나의 열등기능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짚어보고 그것들을 어떻게 의식화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기로 하자.

그전에 적어도 4장..? 정도는 인용문을 필사하면서 함 정리하고
나의 그림자를 정리해봄이 좋을 듯도 하다.
무튼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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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4 10:27:50 *.118.58.57
예술가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한국영화, 취화선 영화리뷰:
http://blog.daum.net/alysa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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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5 08:46:17 *.118.58.208
<먼별 샤먼의 단군일지 247>

# Book review 90- 헤르만 헤세의 "사랑" 반 읽기 완료

헤세의 예술, 사랑 그리고 인생 이렇게 시리즈로 3권이 있다.
그 중 예술이 가장 궁금하여 지난 번에 읽었고, 어쩐지 인생을 맨 마지막에 읽는 게 맞는 것 같아 이번엔 사랑.

두 번 이혼하고 세 번 결혼했던 헤르만 헤세의 사랑이야기가 어떨지 기대됬었는데 의외였다.
헤세에게 사랑은 비단 남자와 여자만의 사랑이 아니었다.
그에게 사랑은 예술, 자연 그리고 인간 세상 모든 것이 사랑의 대상이었다.

사랑.
내게도 사랑은 늘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설레임이었는데
어쩌면 나를 감싸고 있는 모든 걸 사랑할 수 있을 때,
한 사람과도 더 깊은 사랑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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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6 09:00:15 *.118.58.46
<먼별 샤먼의 단군일지 248>

# Book review 90- 헤르만 헤세의 "사랑" 읽기 완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헤세는 왜 한 여자와 일생을 사랑하지 못했을까..?

내가 아는 천재 중에 일생 한 여자와 사랑한 사람은 의외로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 달리 한 사람이다.
천재까지는 아니더라도 가장 이상적인 동반자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찰스 핸디와 엘리자베스 부부.

한 두해 사랑하고 수십년을 책임과 의무감에서 가정을 지켜나가는 걸 행복이라 할 수 있을까..
그 책임과 의무 또한 사랑의 다른 면으로 봐야 하는걸까.
남녀간의 사랑에 뜨거운 감정이 전부라고는 할 수 없는 것 같다.
그건 당연히 아니다.

찰스 핸디는 시간과 함께 부부간의 관계도 변해야 한다고 한다.
감정적인 사랑에서 우정으로, 우정에서 동료의식으로 끝없이 세월과 함께 두 사람이 춤을 추듯 관계를 변화시켜 나갈 때, 그 때 비로소 두 사람만의 온전한 관계를 이루어갈 수 있다고.

이 말이 조금씩 더 다가온다.
개인만 변하는 거 아닌 것 같다.
아니 한 사람이 온전한 자아실현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독신이 아니라면, 파트너들과의 관계 또한 함께 성장하고, 함께 변해나가야 한다.

헤세는 사랑하되 소유하지 않으려 할 때 그 사랑은 행복하다고 한다.
이부영 교수는 부부는 일심동체가 아니라, 일심일체의 두 사람이 만나 하나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두 사람이라 한다.

한 사람 속에 아직 개발되지 않은 깊은 무의식 세계가 침잠해있듯이
두 사람이 만들어나가는 하나의 관계 또한 그 자체로 예술작품처럼 끝없이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두 사람이 자신의 모든 걸 바쳐 만드는 하나의 작품.
그게 진정한 동반자적 관계가 아닐런지..

헤세로 인해
사랑 또한 다양한 색깔의 오묘한 깊이를 지녔음을 조금 알 것 같은 어느 겨울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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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7 08:21:02 *.118.59.171
<먼별 샤먼의 단군일지 249>

# Book review 89- 이부영의 "그림자" 1 & 2장 인용문 필사 완료/ 3장 반정도

좀만 더하면 3장까지는 끝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할까. 이럴 때 매우 갈등스럽다 ㅋ
일단 커피 한잔^^

결국 3장까지 인용문 필사 마쳤다.
마무리를 깔끔하게 하지 못하면 왼종일 찝찝해하는 성격땀시 그냥 해치우고 마는 게 속편하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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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시절 사부님께서 이끌어주시는대로 1차적 내면탐구를 하였었다.
처음이었고, 그래서 놀라움도 컸고 낯선 나도 많이 보았던 것 같다.

작년 단군 200일차부터 2단계 내면탐구를 하고 있다.
이번엔 사부님께서 정해주신 커리큘럼에서 약간의 가지치기를 하여 나만의 길을 걷고 있다.

현재 헤세와 무의식의 대가 칼융에 머물러 있고
다음은 아마 사회적인 모든 외적인격을 거부한 철학계의 광인, 니체로 옮겨갈 것 같다.
사회적 규범을 뛰어넘는데는 니체만큼 영향력이 강한 존재가 없다.
다만 그 힘이 너무 강해 수많은 예술가들이 발길에 걸려 넘어져 일어나지 못한만큼
의식의 끈을 단단히 붙잡고 만나야 할 존재이다. 하긴 내가 그토록 깊이 니체를 이해할수나 있을지는 모르지만.

무튼 그 다음이 다시 통찰. 거기서 이번 2단계 내면탐구여행은 일단락 지으려 한다.
그리고 이와같은 내면탐구 혹은 자기성장은 살면서 3단계, 4단계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단계가 하나씩 올라갈 때 마다, 그 깊이도, 넓이도 조금씩 확장되는 나선형이 되길 바랄 뿐.

헤세를 거쳐 도달한 칼융의 무의식 세계에서
지난 연구원 시절 그냥 보기만 했던, 어렴풋이 인식하기만 했던 스스로에 대해
또 한걸음 더 깊이 이해하고 있다.

중요한건, 그냥 이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융의 말처럼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나의 무의식 세계를 의식이라는 수면 위로 이끌어내어 의식화해보려 한다.

1단계 시절보다는 아무래도 두려움이나 거부감은 좀 덜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어가기에, 신중함은 늘어나는 것 같다.

우선 나의 열등기능, 그림자부터 다시 만나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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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7 10:08:35 *.118.59.171
# 이부영의 "그림자" 1~3장 요약정리

그림자란 무엇일까?

"그림자는 의식에 가장 가까이 있는 무의식의 내용이다. 무의식의 의식화과정에서 제일 먼저 만나는 것이 그림자라고 부르는 심리적 내용들이다 (40)."

그러니까 의식의 바로 아래, 무의식의 가장 바깥 쪽에 형성된 무언가인 것 같다.
그럼 그 무언가, 즉 그림자의 내용은 무엇일까?

"그림자란 무의식의 열등한 인격이다. 그것은 나, 자아의 어두운 면이다. 다시말해 자아로부터 배척되어 무의식에 억압된 성격측면이다. 그래서 그림자는 자아와 비슷하면서도 자아와는 대조되는, 자아가 가장 싫어하는 열등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41)."

그렇군. 그렇다면 그 열등기능을 굳이 의식밖으로 끄집어낼 필요가 있을까?
그냥 거기, 무의식 세계에 묻어두고 주기능 혹은 우월기능만 강화하면 되지 않을까?

"그림자의 인식은 인간이 전체정신을 실현하는 자기실현의 첫 걸음이다 (25)."

그러니까, 한 사람이 온전히 자기실현의 길을 걸어감에 있어 가장 첫 번째로 성장시켜야 할 영혼의 단계가 다름아닌 그림자, 즉 의식화하지 못하고 억눌려있는 나의 열등기능이란 의미가 되는 것 같다.

그렇다면 그 열등기능을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그림자는 또한 심리학적 유형설의 열등기능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열등기능은 우월기능의 그림자라고 할만한 것이다. 열등기능은 의식화로써 분화발달시킬 수 있다 (54)."

칼융은 MBTI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내향, 외향 그리고 감각과 직관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 정도로만 자기를 바라보기 시작해도 그림자의 의식화는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혼자서라도 충분히 도전해봄직한 부분이다.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문득 이 열등기능은 왜 열등기능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억압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로 분명치 않다. 어떤 사람은 단지 겁쟁이어서 그렇게 하고, 다른 사람은 인습적인 도덕규범 때문에, 또 다른 사람은 남의 평판 때문에 억압한다 (80)."

그러니까, 외적인격 즉 사회와 자아의 관계를 발전시키면서 거기에 맞지 않는다 생각한 기능들을 억압한 것이 그림자가 되어 무의식 세계에 눌려있다는 뜻이다. 나를 돌이켜 생각해보아도 충분히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서서히 나에 대한 생각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럼 이러한 열등기능을 의식화해서 얻을 수 있는 것, 그러니까 자아성숙이라 뜻하는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얼 의미하는걸까?

"무의식을 자세히 관찰하면 그곳에 어두운 그림자- 파괴적, 부정적 열등성-만 있는 것이 아니고 창조적 능력, 즉 빛의 원천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정신의 전체성이란 빛과 그림자의 융합으로 이루어진다. 겉보기에는 열등한 그림자 속에 또한 창조적 성숙의 씨앗이 있다는 점을 융은 강조하고 있다. 대부분의 그림자는 상대악적 위치에 있어 그것이 의식화하여 의식에 동화할 때 그것은 분화하여 창조적 기능으로 바뀌는 것이다. 따라서 그림자를 의식해나가노라면 우리 정신의 어둡고 밝은 면을 모두 다루게 될 것이다 (53)."

창조적 기능으로의 변환.
창조적 능력의 원천.
바로 여기에 정말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힘들게 내 안을 들여다보는 노력을 하려는 이유.
사회화하는 과정에서 억눌린 체 오래도록 의식화하지 못한 내 안의 창조력. 그것을 일깨워 보다 온전한 삶을 이루고자 하는 열망. 인간의 삶은 어느 한 극으로만 치달아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노자의 말처럼, 밝음과 어두움 양쪽 모두를 아울러 이루어내는 자기실현의 길. 융은 그것이 결국 모든 사람들이 의식하지 않는 가운데서도 끝없이 열망하는 길이라고 한다.

그래도 맞딱뜨리기 쉽지 않은 무의식 세계이지만
거기 바로 그 곳에, 어쩌면 겉으로 드러나는 나의 세계와는 비교할 수 없는
무궁무진한 창조적 세계, 진한 생명력을 지닌 원동력이 잠재한다는 건 조금 설레기도 한다.

우선은 나의 주기능에 반하는 열등기능부터 한번 찬찬히 생각해보고자 한다.
비가 오려고 날씨가 잔뜩 찌푸린 일요일 오전, 잠시 생각에 젖어도 좋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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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7 10:37:54 *.118.59.171
# 꿈을 꾸는데..

최근에 꿈들이 점점 더 스토리를 띄고 있고, 등장 인물들이 다양하고 제각각 캐릭터들을 지니고 있다.
아마 이전에도 이런 꿈들을 꾸었을 것이다. 다만 그때는 무의식에 귀기울일줄을 몰라 단편들로 희미하게 기억했을뿐. 꿈은 무의식 세계가 보내는 첫번째 신호라고 한다. 지금 내 수준에서 그 상징들을 다 읽어낼 수는 없지만, 꿈은 이성적 코드로 읽어내기보다는 스스로 느낌으로 알아가는 경우가 더 많다는 융의 말처럼 나 역시도 꿈이 내게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에 마음을 기울여 듣고 있다.

융에 의하면 꿈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하거나 보여주려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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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8 08:39:38 *.12.196.134
<먼별 샤먼의 단군일지 250>

# Book review 89- 이 부영의 "그림자" 4 & 5장 인용문 필사 완료

4장. 분석과 그림자의 인식과정 & 5장 그림자의 문화적 대응양식 요약정리

4장에서는 그림자를 어떻게 찾아가고, 어떻게 대할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게, 어떻게 대해야 할까?

"융이 여러 곳에서 말했듯이 "그림자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림자와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울 것. ... 열등성이 의식화되면 그것을 교정할 기회가 생긴다 (195)."

"그림자의 대면은 자기자신에 대한 '진실성'을 필요로 한다 (207)."

아무래도 내 안에 억압되어 있던 것, 어쩌면 사회적인 나와는 맞지 않는 것, 남들이 "너답지 않다"라는 말을 할지도 모르는 부분을 건져올리는 일이기에 민망할 수도 있고, 내 스스로도 당황스러울수도 있겠고.. 그러나 그 안에 어떤 숨은 보석이 있는지 모르니, 그리고 나란 한 사람의 인격적 온정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하니 스스로에게 조금 더 진실한 용기를 내어 다가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흥미로운건, 데이비드 호킨스도 성숙한 인격이 되는 의식수준 200에 도달하기 위해선 에고가 가장 마지막 걸림돌인데, 그 에고를 넘어설 수 있는 건 다름아닌 "용기"라고 하였던 게 문득 떠오른다.

"자기의 그림자와 자기의 빛을 동시에 자각하는 사람은 자신을 두 측면에서 본다. 그리하여 그는 중앙으로 나온다 (208)."

확실히 노자의 도덕경에서 말하는 대극의 합일과도 같다.
밝음은 밝음만을 추구해서는 이룰 수 없다는 말. 어둠까지도 끌어안아 통일적인 무언가를 이룰 수 있을 때, 비로소 그것이 하나의 커다란 원을 이룰 수 있다는 말. 재능이야 강점을 살려 키워나가면 좋겠지만, 삶을 구현하는 길은 어쩐지 밝음과 어둠이 어우러지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최상의 선은 물과 같은 것이다. 물은 모든 생물에 이로움을 주면서 다투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즐겨 있다. 그런 까닭에 물은 도에 거의 가까운 것이다 (293)."

"물은 곧 살아서 작용하는 무의식의 상징이다 (293)."

그림자. 내 안의 억압된 나의 열등기능.
책을 읽으며 내 안을 들여다보며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무의식의 첫 관문.
이제 그것이 무엇인지 나만의 언어로 정리해 볼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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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8 12:24:08 *.12.196.134
# Book review 89- 이부영의 "그림자" 풀버전 북리뷰:
http://blog.daum.net/alysa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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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8 12:55:36 *.12.196.134
# 나의 열등기능 분석

지난 번 "분석심리학"은 무의식 세계를 보여주는 지도와도 같았다면
3권으로 이어지는 이번책부터는 내 자신을 대비하여 생각해볼 꺼리를 많이 던져준다고 할 수 있겠다.
사부님께서도 늘 말씀해주셨지만, 독서라는 행위는 지식을 얻기 위한 책이 있는가하면 흥미를 주는 책도 있고, 생각꺼리를 주는 책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결국 그 한권의 책을 읽어서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느냐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분명 나는 이 책을 자기탐험을 좀 더 행하기 위해 읽었음이다.

그러므로 어줍잖더라도 자가분석을 해본다..

2011년 수희향은 누구이고, 어디쯤에 서 있는걸까?
분명 방황의 시작은 2009년 그 이전 몇년간이었고
내면탐구는 2009년 연구원시절 사부님의 가르침에 따라였다.
그리고 작년과 올해, 특히 단군 200일차부터 다시 한번 내면탐구의 2번째 사이클을 돌고 있는 난
과연 누구이고, 어디쯤 와 있는걸까..?

"내향적 사고형"
지금의 그녀를 융의 식대로 한마디로 정의하면 내향적 사고형이라 할 수 있겠다.
당연히 "감성"이 억눌려 있거나 미분화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하여 나를 다시한번 들여다본 결과 맞다는 생각이다.

그러므로, 조금 더 감성적인 것들을 일상으로 끌어들이는 처방을 내렸다.
H언니 말로는 사랑이 가장 좋은 묘약이라지만, 그건 열등기능과는 별개의 인연이 걸린 문제여서 어쩔수없는 부분이다 ㅋㅋ 그러므로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감성개발, 내가 끌리는 예술 분야를 일상에 조금 더 끌어들이며 나의 세계를 조금씩 넓혀나가보려 한다.

그동안 늘 동경하지만 감히 시도하지 못했던 예술활동 한 두가지.
생각만으로도 가슴 설레이는 그 일들을 올해는 한번 현실로 불러들여보는게다.
벌써 가슴이 뛰는데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의사선생님 말씀처럼 그리고 융의 말처럼 정신활동에만 너무 집중하다보면 몸이 아픈 건 당연한 일이다. 그 또한 결코 현명한 일은 아니다. 겨우내 날씨만큼이나 하고 싶은 일에 빠져있었다. 하지만 그렇게만 지내서는 안된다는 걸 몸으로 체험하고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이제 운동 또한 특별히 해야 하는 일이 아닌 그저 자연스레 내 하루의 일부로서 함께 가는게다.

몸과 정신활동.
사고와 감성.
조금 더 균형의 아름다움을 찾으며 봄날을 맞이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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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1 08:54:31 *.207.0.109
<먼별 샤먼의 단군일지 251>

# Book review 91- 이부영의 "아니마와 아니무스" 2장까지 읽기 완료

남성 안의 여성성을 아니마, 여성 안의 남성성을 아니무스라고 하는데
사실 이 책 순서가 돌아오기를 마니 기다렸다.

개인적 무의식인 그림자를 넘어, 아니마와 아니무스로 넘어가면 드디어 집단 무의식층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MBTI와 같은 보편화된 테스트의 힘을 빌리거나 성격을 통한 자가분석을 할 수 있는 그림자분석보다는 상대적으로 조금 더 복잡해지지만, 그런만큼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스스로에 대해 좀 더 많은 걸 알 수 있기도 하다.

그림자와 마찬가지로 아니마와 아니무스도 성숙해야 남자던 여자든 하나의 인격체로 보다 온전한 성장을 이루어갈 수 있는데, 이 단계 역시 4단계 정도를 거친다고 한다.

그러므로 아직 남성 안의 아니마 혹은 여성 안의 아니무스가 미성숙할 때 흔히 발생하기 쉬운 현상은,
이성을 좋아함에 있어, 상대방을 좋아하는 것이 아닌 "내가 원하는 이상형을 투사"한다는 점.

내가 원하는 이상형을 투사하기만 해도 사실 현실적인 관계를 이어가기 쉽지 않을텐데
자칫, 내가 이루지 못한 그 무언가를 반대로 투사하여 상대를 내 틀에 맞추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까지 책을 읽고 나의 지난날을 돌이켜보니, 참으로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을 깊이 사랑하지 못하고, 잠시잠시 스쳐가는 짧은 인연들이 하나같이 내가 바라는 자유, 혹은 내가 갈망하는 감성을 지닌 사람들이었다.

성숙한 사람만이 사랑을 하는 건 아니다.
사랑을 하면서 조금씩 성숙해져 가는거겠지.
그러나 때로 우리는 사랑을 사랑하는 거 아닐까.
사랑의 환상을 사랑하는 거 아닐까..하는 생각 말이다..

만약 우리가 모든 사회적 페르소나를 다 내려놓고 사랑한다면
우리에게 어떤 사랑이 남을까. 그때 우린 더 사랑할 수 있을까.

우린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외롭다거나 고독하다는 말을 하지 못한다.
연인이 있거나 배우자가 있으면 이런 단어는 금기와도 같다.
그러나 과연 그러할까.

어둠을 감싸안을 줄 아는 밝음이야말로 진정한 밝음이라는 융의 말은 맞다.

어둠이 내려앉아 비로소 모든 사회적 페르소나로부터 풀려나서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랑.
그것이 우리들의 무의식이 하는 사랑이라 한다.

때론 남성안의 여성성이, 여성 안의 남성성이 너무 미숙하여
그 사랑이 유치하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도 원초적 수준에만 머물러 있기도 하지만
그 또한 과정이라 한다.

남성들은 중년에 접어들면서 이전보다 감성적이 되고, 여성은 반대로 이성적이 되어간다고 한다.
거부할 필요도 없고, 거부해서도 안되는 인간현상.
이제 나란 존재가 그 자체로 하나의 온전한 인격상이 되려 스스로 나아가는 길이니
두려워말고 억지하지도 말고 보듬어 안아주라 한다.
그 또한 외적인격못지 않게 함께 성장해야 할 내 안의 나이기에 말이다.

나의 열등기능인 그림자를 살펴 인격적인 성장을 하고
내 안의 아니무스를 잘 살펴 조금 더 온전한 인간으로 성장하고..

그러다보면 주변과의 관계도 변해갈 수 밖에 없다.
더불어 사랑하는 사람도, 사랑도.
그러다보면 사랑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페르소나 없이도 사랑할 수 있을지도..

사랑조차 사회적 페르소나가 울타리가 되어주어야 한다는 건
글쎄..

역시 난 아직은 세상을 끌어안기보다는
세상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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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1 12:04:20 *.207.0.109
# 블로그 음악 바꿔걸기..

봄이 오려나 보다.
다시 날씨는 추워졌지만 내 마음이 음악을 바꾸자 한다.

어쿠스틱 카페의 라스트 카니발, 박혜경의 서신 그리고 레이 정의 그리움의 끝에서.

겨울음악들에 비해 조금 더 밝아졌나..?
모르겠다. 그냥 마음가는대로 바꾸었다..

앨리사의 북살롱.
온라인상의 내 공간인데 현실 속에 그런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작업실도 그러하고 공간을 떠올릴때면 난 늘 작은 공간을 그리워한다.

너무 큰 곳은 훵해서 싫다.
살면서도 충분히 공허함을 느껴보았는데 말이다. 공간마저 그럴 것까지야..

은은한 스탠딩 스탠드 하나에 커다란 초가 켜져있고 생화가 있으면 좋겠다.
음악이 듣고 싶으면 음악을 듣고, 책이 읽고 싶으면 책을 읽고.
편하디 편한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나만의 북살롱이 있으면 좋겠다.

오래도록 꿈꾸고 있는 나의 작업실..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면 두서가 없어진다.
그래서 공부할 때 난 절대 음악을 듣지 못했다.
마음이, 감성이 너무 흩어져서. 마치 연기처럼 공기 속에 흩날려버려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되어 말이다.

이젠 괜찮다. 지나간 시간들인걸..
책을 읽으며 공부하듯 내것으로 만들어 내 삶에 적용해야 할 필요도 있지만
때론 이렇게 두서없이 끄적인들 또 어떨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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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
2011.03.01 20:58:16 *.161.82.197
수희향님^^ 
몸은 건강해 지신거죠?
일지를 쭉 읽어보다 '대상포진'이란 말에 놀래서 뒷북치며 답글을 남깁니다.ㅎㅎ
그 아픔을 옆에서 지켜본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가슴이 많이 아리네요.
건강하세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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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2 09:11:09 *.118.58.46
선배야 방가방가~ 하모요, 다 나았어요^^
원래 내가 벨로 아픈데 없이 튼튼하거든요. 그래서 넘 방심했나봐요 ㅋㅋ
선배야도 바쁜 시간들 속에 건강챙기면서 화팅이야요. 알죠?  무튼,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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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2 09:08:34 *.118.58.46
<먼별 샤먼의 단군일지 252>

# Book review 91- 이부영의 "아니마와 아니무스" 끝까지 읽기 완료

흥미롭기도 하고, 뒤에 얼마남지 않아 끝까지 읽었다.
시간상 오늘은 여기까지하고, 인용문 정리하며 생각정리는 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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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2 12:36:01 *.118.58.46
# 겨울을 보내며..

사부님은 1인기업가들의 마케팅에서 "진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신다.
진정성이 무엇일까..?
다름아닌 내면과 외면의 조화.

한편 당신을 "이상적 현실주의자"라고 하신다.
지난 2년간 사부님의 말씀을 화두처럼 붙잡고 살았다.
매일을 하루같이 말씀들을 내 삶 속에 녹여내고자 애쓰며 지냈다.

내면과 외면의 조화라하심은 실력 이상의 것을 바라지 말라는 말씀으로 이해했었다.
나를 부풀려 과장하지도 말고, 그렇다고 세상에 주눅들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 세상과 조우하라는 말씀으로 새겨 들었었다.

그러나 이상적 현실주의자는 너무 슬프다.
천복을 찾기도 어렵지만, 꿈을 찾았다면 거기에 안주하고 싶은 유혹이 너무 강렬하다.
스승님은 그 또한 경계하라 하신다.

밥을 굶고, 골방에 처박혀 책을 읽고 글을 끄적이는 삶.
그건 아니라는 말씀이시다.

깊은 대양과도 같은 꿈에 젖어들어 헤어나지 않는 삶이 차라리 편하다.
사회적 페르소나를 내려놓기는 어렵지만, 일단 내려놓고나면 세상에서 점점 더 멀어져
끝내는 세상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유혹이 너무 강렬하다.

그러나 스승은 이미 "이상적 현실주의자"라고 못박고 계신다..

내게 현실은 무엇일까.
온전한 자기실현을 위해 반드시 끌어안아야 하는 현실. 그게 과연 내겐 무엇일까..

비현실적인 이상을 조금이라도 현실세계로 불러들이는 거.
그게 내 삶의 의미이자, 나의 현실이다.

사람들 누구라도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며 살고 싶다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꿈이 무엇인지.
그 꿈은 내 안에 있는것이지 바깥 세상에 있는 게 아니다.

너무 흐려서, 안개 자욱한 가운데 실오라기 하나만 보여도 붙잡고 늘어져야 하는 거.
그게 꿈이다.

그리고 그 끝에 매달려 끝없이 내면을 탐구하고 자기성찰을 하며
한편으로는 새로이 흐르는 생명 에너지로 나의 외부세상을 어찌 바꿀 수 있을지 두드리고 또 두드리고..
그게 삶이고, 그게 현실이다.

안으로 두 걸음 들어가면
밖으로 한 걸음 내디뎌보아야 한다.
내면과 외면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기우뚱, 기우뚱.
어색하고 낯설지라도 그렇게 조금씩.

겨우내 헤세를 사랑하고, 칼 융의 가르침에 귀기울이며 지냈다.
찰스 핸디의 번역을 잡고 사이사이 내게 다가오는 아이디어들을 끄적이다 구상하고.
틀을 잡고 다시 지우고 또 기획하고.

커다란 창문으로 들어서는 햇살이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알려준다.
2월내 병에 걸려 또 한번 죽고 태어남을 흉내내어보았다.
진통제와 항생제를 한달 내 달고살며 몽롱한 정신가운데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고 다듬고 수정하고.
그렇게 나를 바쳐 번역 책 한권에 기획 하나.

내게 삶은 여전히 슬프다. 나를 감싸고 도는 바이올린 선율처럼.
꿈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몸짓. 그 자체가 슬픔이 아니고 무엇일 수 있을까..

그러나 어둠을 감싸지 못하는 밝음은 깊을 수 없듯이
슬픔을 알지 못하는 기쁨 또한 그 농도가 다르리라 믿는다.

슬픔을 승화시키자.
축축한 슬픔에 젖어있지도 말고, 가벼운 기쁨에 들뜨지도 말고
이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그 아름다움에 감흥하는 봄이면 좋겠다.

이 봄.
한 걸음 더 세상으로 다가가는게다.
그 찬란한 햇살에 나를 내어맡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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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3 08:24:39 *.12.196.17
<먼별 샤먼의 단군일지- 253>

# 사랑의 불협화음, "캐논 인버스" 음악영화

어제는 이러저러한 일들로 인해 새벽에 자게 되었다. 어쩌다 하루인데도 역시 몸이 상쾌하지 않다.
짬이 나질 않아 보지 못했던 음악영화 "캐논 인버스"를 보았다.

몸은 참 정직하다.
음악은 정말 아름다우며 위대하다.
오늘 새벽에 또 한번 느낀 두 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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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3 10:58:03 *.12.196.73
# 너무도 아름다운 사랑의 불협화음, 이탈리아 음악영화 "캐논인버스" 영화리뷰:
http://blog.daum.net/alysapark

........... 사랑이 하고 싶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삶 자체를.

유유한 시간의 흐름 앞에 우리들의 삶은 조금씩 해체되어 가겠지만
매일, 힘껏 삶을 사랑한 그 흔적은 영원할 수 있음을 알게 해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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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4 07:16:11 *.12.196.17
<먼별 샤먼의 단군일지 254>

# Book review 90- 헤르만 헤세의 "사랑" 인용문 필사 완료 & 풀버전 북리뷰

헤세에겐 사랑이 무엇이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랑에 대해 그가 말한 것들을 엮은 얇지만 남다른 한권의 책을 읽고,
헤세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다음 한 문장을 골라보았다.

"어떤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것은 모든 운명 중에서 가장 흔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운명을 극복한다는 것은, 사랑할 때 가졌던 넘쳐나는 열정과 헌신을 다른 목표를 향해 돌린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당신의 사랑이 풍요롭고 의미있는 것이 될 수 있는 길입니다. 지금 당신의 심장만을 태우고 있는 불꽃은 당신의 재산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세계와 인류에 속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그 불꽃을 생산성 있는 것으로 만든다면 고통은 기쁨이 될 것입니다 (45)."

나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 앞에서도 그 힘겨움에 쩔쩔매는데
가히 예술가다운 사랑에의 정의인 것 같다.

인류역사상 지금까지 가장 많이 우리를 감싸고 도는 주제, "사랑"
그런만큼 사랑에 대한 정의도 형형색색이건만, 헤세는 사랑을 함으로 인해 생성되는 열정을 소중히 여긴다.

"사랑과 욕망은 똑같은 것이 아니다. 사랑은 현명해진 욕망으로서, 사랑은 소유하려 하지 않고 그저 사랑하려고 할 뿐이다 (20)."

한 사람에게 깃들어 상대를 내곁에 묶어두는 것만이 사랑은 아니라고 한다.
현명해진 욕망으로서 한 사람을 갖지 못한다해도 그 사랑을 얼마든지 승화시킬수도 있다고 한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조차 때론 깊이 있게 들어가지 못하고
사랑이 풍기는 환상의 언저리에서 헷갈리는 내게,

"사랑은 오직 자신을 완전히 줄줄 아는 마음 속에서만 산다. 그것은 모든 예술의 원천이다 (70)", 라고 말하는 헤세.
 
그에게 사랑은 아무래도 한 사람을 소유하는 일보다는
보다 크게, 예술의 근간으로서 보다 커다란 원 안에 사랑을 담고 있는 듯 하다.

사랑..
어릴 땐 사랑이란 단어를 들으면 늘 한 남자와 한 여자를 떠올리고는 했다.
그게 사랑이고, 그게 사랑의 전부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흘러 내 안에 세월이 소리없이 쌓여가면서
이젠 사랑이 그보다 조금 더 넉넉하고, 그래서 조금 편히 숨을 쉴 수도 있는 거라는 걸 깨달아 가고 있다..

그런 나를 더 큰 세계로 잡아끄는 헤세의 "사랑"이다.
헤세는 행복은 사랑을 통해서만 온다고 한다.
사랑보다 실체가 더 궁금했던 행복. 그 행복의 뿌리가 다름아닌 사랑이라고 한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사랑이다.
그러나 한 사람을 사랑함으로 인해 생겨나는 갈등과 고통도 사랑이다.
그리고 그 갈등과 고통이 나의 삶을 한 차원 깊게 성숙시킬 때,
그 때 우린 삶 또한 사랑한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얇은 책이지만
사람에게서 시작된 사랑이
우리들의 삶 자체를 사랑으로 이끌 수 있음에 눈 뜨게 해준 책이었다.

그런 헤세이기에, "삶이 우리에게 주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 것, 그리고 삶이 허용하지 않는 것은 바라지 않는 것, 이것이 삶의 기술이다 (94)"라는 그의 말은 전부로 다가온다.

사랑이 삶이고, 삶이 사랑이 되는
단 하나이자, 전부의 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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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4 08:05:32 *.12.196.17


"추구에서 발견에 이르는 길은 일직선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 길을 가기 위해서는 의지와 이성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우리는 귀 기울이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하며, 열린 마음으로 예감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 이상은 나도 알지 못합니다 (111)."

산다는 것은 달이 뜨면 달빛에 마음 줄 줄 알아야 하는 것 같다.
그 달빛이 물가에 어리면 그도 바라봐주고..

그렇게 삶을 사는 거
그게 사랑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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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4 08:39:58 *.243.13.23
추구에서 발견에 이르는 길은 일직선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 길을 가기 위해서는 의지와 이성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우리는 귀 기울이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하며, 열린 마음으로 예감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 이상은 나도 알지 못합니다.

좋은 메시지네요. 가슴에 담아 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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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4 09:25:35 *.12.196.17
헤세는 늘 답을 자기안에서 찾는 것 같습니다.

살아가는 시간대는 다르지만, 우리 단군이들도 헤세가 걸어간 그 길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하루하루 애쓰고 있음은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레족장님의 고뇌, 고통 그리고 열정들.. 그 모든 순간들이 하나의 커다란 용광로에 녹아들어가 레족장님의 내일이 되고, 삶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마 그 길은 끝끝내 아름다운 꽃이되리라는 것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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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5 07:24:21 *.118.58.57
<먼별 샤먼의 단군일지 255>

# Book review 92- 헤르만 헤세의 "인생" 읽기

오늘은 단군 3기- 2차 세미나가 있는 날이다.
그 전에 잠시 들렀다 가야 할 때가 있어서 새벽수련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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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6 04:20:24 *.109.52.54
지혜의 여신 먼별 사면 누나! ^^
누나 말씀대로 좋은 일에는 늘 마가 끼기 마련이라고 여기려구요.
저도 늘 마음으로 응원받고 힘내고 있어요.

역시나 누나의 일지에는 맑고 향기로운 아포리즘 들로 가득하네요.
'지혜의 여신' 님!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랄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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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6 08:39:24 *.118.58.240
경인, 바쁠텐데 여기까지 왔구나.. 고마워..^^

그러게. 인생에는 기쁨만이 혹은 슬픔만이 오는 것이 아니라
그녀석들이 뒤범벅이 되어 함께 내 곁을 감싸안는데
그 가운데 어려움이란 녀석들은 우리의 기쁨을 조금 더 농도 진하게 하기 위함을 깨닫기까지
누나야도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어..

뭐 말하지 않아도 그대야 익히 잘 아는 그런거지만
그래도 우린 단군이니까 서로 힘내라고 어깨두드려주는거지.. 그런거지..^^

간절함이 깊은만큼 그대야의 인생도 깊어지리라 믿어.
남은 레이스도 계속 힘내서 홧팅이다. 아자아자 김경인 홧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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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6 08:35:33 *.118.58.240
<먼별 샤먼의 단군일지 256>

# 또 다시 비상권 발동^^::::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를 보았다.
음악이던 회화던 예술을 다루는 영화는 그 자체로 예술같은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다.
이 영화도 영화 전체가 마치 무슨 회화전을 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느끼며 본다는 말이 떠오르는 그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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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6 15:32:44 *.118.58.240
# 네덜란드의 모나리자라고 불리우는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한 작품이 후대 작가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소설이 되고
그 소설이 또 다시 영화가 되고. 예술이 예술을 낳았다고나 할까..

작품 하나에서 퍼져나가는 예술성을 만끽할 수 있었던 느낌의 영화,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영화리뷰:
http://blog.daum.net/alysa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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