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단군의

/

3단계,

세

  • 권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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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10일 08시 12분 등록
 

아끼는 빨간책을 가방에 넣어갔다. 여성마라톤에서 진분홍 티셔츠를 입고 같이 바람 속을 달리게 될 열여덟 소녀에게 줄 생각이었다. <미래에서 온 편지>는 마흔 살 저자가 열여덟 여자조카에게 여자로 사는 매뉴얼을 주려고 쓴 책이다. 이걸 지금 열여덟 소녀의 손에 넘기는 것은 저자의 원래 의도대로 책이 사용되고 있는 거고, 내게도 이제 어른 노릇으로 넘어가야할 시점임을 인지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나도 십대에 깨알같이 메모를 하고 밑줄을 그은 책을 받은 적이 있다. 중2 국어선생님이 박목월 <문장의 기술>, 고1 영어선생님이 막심 고로끼의 <어머니>를 주셨다. 길이 엇갈려서 책을 되들고 왔다. 여러번 읽었던 책을 날이 밝으면 떠나갈 애인처럼 애틋한 눈빛으로 들여다보고 손으로 찬찬히 만져본다. 

2004년 10월 24일 도장이 찍혀있더군. 거기서 follow your bliss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현경은 법륜스님과 함께 스물두 살 가을에 만난 나의 bliss, 선생님이다. 현경선생님의 명상을 배우러 갔던 첫번째 절에서 법륜스님을 만났으니 이 기독교신학자 덕분에 부디스트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길 잃었을 때 다시 펴보곤 하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알게된 다른 인연이 여럿이다. 2008년 여름에 <미래에서 온 편지>를 가지고 가수 이상은씨가 작곡한 노래가 있대서 검색한 블로그에서 조셉 캠벨의 <신화의 힘>을 처음 보았다. 내가 읽어야할 책이라는 걸 알았다. 주문해서 뭔 소린지도 모르고 읽으면서 그 책에 대해 더 검색했다. 변경연 연구원 하시는 분들의 서평이 주루룩 뜬다. 책들을 상당히 가학적으로 읽던데 어쩐 일인지 그 점에 마음이 끌려서 이것저것 읽다가 모닝페이지를 같이 쓸 사람을 구한다는 네이버 카페 공고를 보았다. 한정화님 블로그였다. 그렇게 모닝페이지는 나를 찾아왔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던 내 얘기를 디립다 들어주는 모닝페이지를 하면서 ‘오늘도 잘해주었어요. 콩두씨. 콩두씨를 사랑합니다. 언제나 언제나 언제까지나 우리가 콩두씨 옆에 함께 있어요’라고 말해 달라고 아침마다 애걸복걸한지 3년이 되어간다. 나에게 잘 맞는 도구였고, 자기치유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작년 2월에 독립했다. 혼자 사는 걸 무서워한다. 모내기 한 벼처럼 골골대는 나를 응원하기 위해 새벽 3시 기도를 1년간만 작정했다.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지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 3시기도는 나에게는 정성의 최상급이었고, 25살 때 법륜스님의 스승님인 각해보살님이 나더러 3년 3시 기도, 이분정근을 해보라 하셨는데 진지해지는 서른살 기념으로 2년 하고 밀어두었던 걸 마무리 짓고 싶어졌다. 나에게는 어릴 때부터 두 가지 꿈이 있었다. 선생님과 엄마가 되는 것. 서른 살 때 스승님이 가리키는 방향을 직접 걸어보기로 한 것은 그 꿈을 이루는데 이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서른 살과 마흔 살은 그런 에너지를 주는 특별한 시기인 것 같다. 3년 갈 길을 15년 걸려 돌아가는 꼴이지만, 잘 했다는 말을 듣든 욕을 먹든 택도 없이 이걸 하라고 나를 탑 위에 가둔 마녀님, 그 고운 님이 영영 돌아가시기 전에 일러주신 대로 해 봤다고 말씀드리며 발치에 앉아보게 되길 바라고 있다. 그리고 선생님과 엄마 되기라는 어릴 적 꿈이 허물을 벗어가며 무엇이 될 지 지켜보고 싶다.


3시기도 혼자서는 도저히 엄두가 안 나던데 일단 시작했다. 혼자 했던 100일의 새벽기상 성적은 26일이었다. 그 끝은 모닝페이지 카페의 100일 프로젝트와 연결되었다. 동시성의 선물이란 이런 것일거다. 새벽기상 40일 가능했다. 그 끝에 단군프로그램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도 눈물나는 선물이었고, 모닝페이지 카페의 인연들이 징검다리가 되어주셨다. 여기서 100일차 새벽기상은 91일, 200일차에는 85일이다. 오 재수! 이건 내가 아니라 함께 가는 분들의 힘이다. 명백하다.


억지로 일어나던 것이 200일을 거치며 몸에 붙으니까 새벽에 무엇인가를 할 여지가 생기는 것 같다. 읽어오라는 세미나 책은 좀 어렵지만 자기성찰에 도움이 되었다. 게다가 변경연 사이트는 볼 꺼리가 풍부했다. 인문학 공부, 10대 풍광, 꿈벗, 개인대학, 책 쓰기에 관심가진 분들, ‘사부님’이라는 교조적인 이름으로 불리는 이에 대한 무한 신뢰, 비슷비슷한 느낌을 주는 사람들......기웃기웃 한다. 가장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은 필살기와 여기서 권해서 함께 읽는 좋은 책이다. 11년차 직장인, 앞으로도 계속 일을 해야 할 사람으로 직장 안에서 존재와 밥을 일치시킨다, 자기의 강점에 기반해서 1만 시간을 들여서 전문가가 된다는 말은 퍽 매력적이다. 지난 주에 연구원들이 3번 읽을 책들을 주문해 배송받았는데 두께와 무게에 깜짝 놀랐다. 겁을 집어먹고 상자에 도로 담아 변심반송할까 어쩔까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새벽 2시의 용기’라는 제목의 칼럼을 읽었다. 화들짝 놀랐다. 순식간에 나의 3시기도가 자아경영이라는 개념과, 역사 속 인물 나폴레옹과 연결되는 느낌이었다. 원래 이렇게 다 통하는 건가? 모르겠다.  


300일차는 처음 먹은 마음대로 가겠다. 일단 3시기도 1년을 잘 마치고 싶다. (아, 어떻해, 나더러 저녁기도도 하라고 하셨는데 이건 언제 시작하냐? 흑흑흑...말 안하고 못들은 척 슬쩍 지나가고 싶구만. 여기다 말해서 이젠 다 글렀네. 그리고 그냥 그럴듯한 멋진 말로 시작할 수 없었을까? 이렇게 꼭 안해도 좋을 말을 출사표에다 써놓고 동네방네 나발을 불어야 할까?---> 괜찮아요. 300일차 걷다가 캄캄한 데서 길 잃을 때 돌아와 읽어보자요. 좌표를 찾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콩두씨) 암튼 이 1년이 나에게는 특별한 곳이 될 것같다. 8월에 300일차를 마치면 새벽기상이 무너지는 걸 두고볼지, 딱 1년만 하고 말려고 했는데 더 하게 될 건지, 이것이 어디로 나를 이끌지 오늘의 나는 모르고, 노력해서 알고 싶지도 않다. follow your bliss 하고 있는 것 같고, 나는 혼자가 아니므로 안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300일차 시작하면서  다짐하고 부탁해본다. 300일차는 쉬 시스템다운 되는 머리 말고, 나의 몸 특히 발을 써서 가기를, 좋은 사람들과 같이 먹고 마시고 바람과 햇빛 속에서 하하히히호호 까불까불 가기를.


1. 제목 : 한 마디 매듭짓기

2. 새벽활동시간 : 2~7시, 취침시간 8~9시 (6시간 수면) : 출첵 기준 3시.

3. 목표 1) 새벽지구 안전기지 구축 

             2) 저녁 베이스캠프 건설

             3) 필살기 탐색하기

4. 활동

구분

할 일

시간

목표

자세히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모닝페이지

2:00~2:50

100

출첵은 3시. 일어나 첫 시간은 나에게 준다.

아침정진

3:00~5:00

100

천수경-예불-200배-명상10분-독경-일지 작성

필살기 수련

5:00~7:00

80

*현장연구(특수교육총연합회-생태놀이부 놀이수정)

  1 페이지씩 매일 쓰기
*300일차 권장도서, 숙제 하기

 30분 달리기

7:00~7:30

72(주5)

 월1회 마라톤대회 참석(10km)

필살기

탐색

업무시간중 핵심태스크

3:00~6:00pm

80

①특수학급 수업준비 1시간

②사례관리 1시간 - 누가기록, IEP
③통합학급 교육과정적 통합 지원 1시간

    (통합교육실천사례 연구대회)

새벽수련

80

 그 시간에 그 주제를 하는 훈련이 목적.

8시 출근

8:00 am

80

나의 쥐약, 민폐는 ①1~5분 지각, ②기한내 기안처리 못함 ③회계업무 무능. 이 중 우선순위 ‘시간’

저녁노을

베이스캠프

6시 퇴근

6:00 pm

80

웹써핑, 과식 방지. 시간 만들기

저녁정진

7:00

80

예불-108배-명상

5분내 씻기

 

80

 

(콩두씨 백 : 욕심내다 홀라당 망하면? 모닝페이지와 아침정진으로 회귀하는 거지. 다른 건 다 버려도 됨)
         

5.예상난관 및 극복방안

예상 난관

모습

극복 방안

꿈꾸는 모습

정서적 기복

PMS.저조

돛대에 묶여 통과해가기

계절,동행 등 시절이 좋다.

계속 걸음

과식

먹어서 스트레스를 풀고 위로받으려함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기.

방법을 찾기

대체행동 찾기

고립

저조, 우울,

방학 두문불출

세미나, 모임 적극참석

가족, 친구와 주1회 만나기

온, 오프 연결,

함께 시간 보내기

저녁 단도리 안됨

(5시~8시)

웹써핑,과식,방치

칼퇴근해서 자연속에서 놀기,   기도하기

base camp - 목표2


6.긍정적 효과 : 전반전의 미완과제 완결하고 인생 후반전의 전망 세우기

                 필살기를 가진 직업인의 10년 일정의 원년 출발

                 좋은 베이스캠프에서 잘 먹이고,입히고,씻기고,재워서 싱그럽고 건강하다. 

                 단군프로그램 끝난 후 어찌할 지 궁리 서기

                 함께 재미있었다.



7.보상
: 출발, 30일, 60일, 100일차에 선물을 하겠다. 


출발 선물 - 변경연에서 3번 읽기를 권하는 책 중 몇권과 신화, 생태놀이책 주문(13만원) 
            (난중일기, 신, 강의, 사기열전, 삼국유사 등)
30일 선물 - 가족세우기 웤샾 참석 (10만원)
60일 선물 - 제레미테일러와 함께 하는 신화와꿈연구회 3박4일워크샾 참석 (48만원)
100일 선물 - ?


8. 목표 달성 평가 


[1주] 순조로운 시작

[2주] 지각4회, 음주+스트레스
[3주] 1주일간 매일 독서^^
[4주] 매일 아침에 한 쪽이라도 읽었다.야호  

[5주] 단군 러너들과 한강마라톤10km 완주, 다시러너! 저녁 약속 4건-무리, 아침에 내리 잠. 
         토요일에 아침 필살기수련의 내용인 현장연구 계획서 지도 받음.  

[6주] 협력교수 지도안에 에너지 많이 소용됨
[7주] 아침 필살기수련 난중일기 읽음, 시간 짧음
[8주] 아침 필살기수련 난중일기 읽음, 7월1일부터 지도안수정, 새벽강변마라톤 완주

[9주] 학기말, 수업실기 못함. 아침일정 덕분에 침체기 잘 견딤
[10주] 필살기수련 시간에 현장연구논문 읽음, 300배 시작, 사회적으로 칩거. 골몰
[11주] 여름방학, 잠을 많이 자고 아침시간 있으니 꿈일기 길어짐. 신화와꿈웤샾 감, 
       300배 순조로움
[12주]피정의집에서 신화와꿈웍샾하는 3일동안 아침수련 일정이 알찼고 마음에 쏙 들었다.
      혼자 사는 게 아니라 말 없지만 마음 편하게 하고 생활습관 비슷한 룸메이트가 있고,
      혼자 새벽 강당에 올라가 초를 밝히고 정해진 일정을 했고,
      필살기수련으로 정한 현장연구논문 읽기도 새벽 6시~8시 집중하고, 20분간 달렸다. 
      또 저녁식사 포함 휴식시 5시30분~7시에 여건되는 대로 절하고 샤워하고 올라갔다.
      인터넷이 안되니 웹써핑도 안했고, 외롭지 않았다. 충만하고 행복했다.
      대신 돌아와 놀다가 늦게 잠들어 지각 
 
[13주] 80일 출첵 패스기준을 놓쳐버렸다. 목표를 잃고 느슨하게 손놓는 마음이 되었다.
       더불어 현장연구논문 지도를 다녀온 후 어렵고 힘들게 느껴지고 
       성과를 내야한다는 마음의갈등이 심해져서 괴로워지다. 낮에는 2시간 논문 읽음.    
[14주] 수업실기대회 발표가 있었고 결과가 나빴다. 함께 하는 분에게 빚진 마음 가득
       아침정진, 필살기수련, 달리기 모두 빠졌다.
       두문불출 방학우울증 상태에서 300일차 종료됨. 

구분

할 일

시간

목표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새벽기상

출첵 3시

93

 7
 0

 3
-4

  6
 -1

  7
  0

 6
 -1

 4
-3

 5
-2

  7
 0

 3
 -4

 5
-2

 4
-3

 5
-2

 4
 -3

 3
 -6

 69
 31

모닝페이지

2:10~2:50

100

 7

 7

 7

  7

  7

 7

 7

 7

 7

 7

 7

 7

 7

 7

100

아침정진
(200배)

3:00~5:00

100
(주6)

 7
 (6)

 6
 (2)

 7
 (4)

  7
 (7)

 7
 (3)

 7
 (4)

 7
 (6)

 7
 (4)

 7
(6) 

 7
(3)

 7
 1+5

 6
  4

 7
 7

 3
 0

 92

필살기 수련

5:00~6:00

80

 6

 5

 7

  7

 3

  4

  6

 6

 3

 4

  2

  5

 1

 0

 59

달리기

6:00~7:00

72(주5)

 1

 0

  0

  0

 1

 3

  0

 1

 0

 0

  1

  1

 2

 0

 10

필살기

탐색

8시 출근

8:00 am

80

 0

 1

 0

  1

 0

 

 

 

 

 

 

 

 

 

 

업무시간중 핵심태스크

2:00~5:00pm
시간 기준은 곤란

80

 1

 5

 3

  7

 6

 

>.<

저녁노을

베이스캠프

5시 퇴근

5:00 pm

80

 1

 3

 4

  0

  0

 

 선

!^^

저녁정진

6:00

80

 0

 1

  0

  2

  2

 

emoticon

emoticon

 

5분내 씻기

 

80

 0

 0

  0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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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골인 & 너머


1) 출석 69일 - 300일차를 재도전하겠다.
2)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재도전에서는 아침일정만 하겠다.
벌린 현장연구를 갈무리해야하므로 2시간동안 그 시간을 확보하기로 하자.
3) 콩두씨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함께 옆에 있어주신 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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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63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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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7.01 08:06:02 *.154.223.199
54일차 (7.1 금)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30, 9:00 (5:30)
*모닝페이지 2:40~4:00  *아침정진 5:30~6:30(108배)   *달리기 없음
* 필살기수련 : <난중읽> 3쪽 읽음. 
                          협력교수지도안 수정 20분 
                          동물과 식물이 들어가 있는 명화 출력하기 - 장승업, 이암, 김득신의 그림

모닝페이지 마치고 아침정진 시작까지 1시간 반동안  이리저리 피해다녔다. 울었다. 한판 울고나서야 일이 가능해졌다. 전세금대출 상환 기일이 어제까지였는데, 나는 5년 부은 적금을 깨지 못했다. 컴퓨터는 고장 났고, 내가 약한 지급기안 낼 것이 일곱개고, 2주후로 다가온 통합교사 강좌 홍보를 교육청을 통해 하려면 기안을 내야 한다. 오늘은 시험이라 애들이 모두 한꺼번에 내려오고, 수업실기대회는 월요일 1교시다. 눈물은 힘이 세다.   

6일, 몸이 몹시 괴로워 앉고 눕기조차 불편했다. (166) 7일, 몸이 극도로 불편하여 뒤척이는 것조차 어려웠다. 그래서 아랫사람을 시켜서 패문에 대한 답서를 작성하게 했는데 글모양을 이루지 못했다. (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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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7.04 04:03:52 *.154.223.199
55일차 (7.2 토)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6:30, 10:00 (8:30)
*모닝페이지 6:50~7:30  *아침정진 안함. *달리기 없음, * 필살기수련 : 지도안 수정

오늘 올해들어 처음으로 정진을 빠졌다. 아침에 빼니까 정신없는 저녁에는 잊어버렸다. 지나놓고서 깜짝 놀랐다. 삶의 우선순위에서 1순위는 이것저것으로 바뀔 수 없지만 0순위는 분명하다. 나에게 자신의 생명을 지키는 모닝페이지와 아침정진 새벽2시간은 타협의 여지가 없는 것인데 이렇게 했다. 반성한다. 어제 저녁에 직원 환송회를 순대국집에서 했고, 삶은 돼지고기가 좀 딱딱하고 차갑고, 질기고 냄새가 많이 난다 싶은데도 먹었다. 걸어오다 2차 간 이들을 만나 맥주를 한 잔 먹었다. 돼지고기와 맥주, 먹고나서 기운이 빠져서 약국에서 소화제를 사먹었지만 그거 소화가 힘들었던 것 같다. 늦잠의 이유를 그걸로 생각한다. 아쉽고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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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7.04 04:19:30 *.114.49.161
56일차 (7.3 일)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00, 9:00 (5:00)
*모닝페이지 2:30~3:30  *아침정진 3:30~4;30 *달리기 : 새벽강변마라톤 10km (기록 1시간 1분 1초)
* 필살기수련 : <통합교육을 위한 교수적합화> 3쪽 읽음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몸에 열이 났다. 손이 뜨끈뜨끈하고 피부 아래에서 보글거리는 것 같다. 근육통이 있는 걸 보면 몸살 증센가? 비는 계속 내린다. 새벽에 일어나서 정진을 하는데 비가 들이붓듯이 내려서 마라톤에 갈까말까 망설인다. 어제 주안까지 갔다가 그 집에 자려고 맘 먹은 동생네가 여행갔다고 해서 되갖고 온 짐을 본다.  마라톤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경기는 취소안된단다. 쓰레빠 신고 1601번 광역버스 첫 차를 5시에 제물포 앞역에서 타고 합정에 내렸다. 상암동월드컵 경기장 가서 물안개 오르는 새벽강변을 달렸다. 참가인원이 1/5 정도로 준 것 같았다. 나의 첫 하프 마라톤 출전은 2005년 11월이었다. 그 때도 한강변을 달렸었지. 그해 1월에 세운 새해 목표 중에 일기를 다시 쓰자는 것과 함께 마라톤대회 하프 1회 출전이 있었다. 미루다 미루다 11월까지 미루다가 에잇하면서 나간 거였다. 그때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100일정도 같은 동네에 사는 이 3명이서 새벽예불을 택시타고 다니면서 힘이 생겨서였다. 낙성대합기도팀. 그렇다면 이 비오는 날 나설 수 있는 것도 새벽기도의 힘, 또 그걸 가능하게 하는 단군프로그램의 힘이구나. 그 때도 강 건너로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지나갔었다. 그 때도 여기였었나? 그랬던 것도 같으네. 그러고 보면 이 강변은 나에게 특별하네. 그 대회 출전에서 용기를 얻어서 12월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었지. 내 인생 후반전, 내 속도대로 달려가 완주하리라. 그렇게 살도록 하늘과 땅의 기도를 들으시는 님들 지켜보고 도와주십시오 하면서 달렸다.  이번 마라톤대회는 장마때문에 거의 준비가 없었다. 대신 2달간 절을 200배 했었다. 호흡법을 유념하면서 했었다. 그 호흡연습이 달릴 때도 적용이 되는 걸 보고 놀랐다. 나에게는 좋은 대체연습이겠다 싶었다. 내가 제일 기록이 좋았던 것은 작년 100일차 시작하고서 매일 달리고 나서였다. 그 때는 지금보다 몸무게가 3kg 덜 나갔지. 매일 달리는 힘이 또 있지. 맞아 나는 지금 그걸 연습하고 있지. 달리기는 이래저래 좋은 은유구나.

씻지 못하고 여자탈의실에서 수건으로 닦고 젖은 옷만 갈아입고 전철 타고 돌아와야했다. 미열이 계속 나고 속도 더워서 찬 것이 당기는데  그러면 식는게 아니라 더 더워지는 것 같다. 집에 와서 샤워하고 한숨 잤다. 그러고 보니 지난 주에는 소화제를 거의 매일 먹은 것 같다. 그런데도 기분은 좋다. 나는 자연이 변하는 곳에 있는 걸 좋아하는구나.  비, 바람, 바람, 안개와 노을...완주메달을 종일 옷 속으로 품고 있으면서 종종 만져보곤 한다. 기쁘고 기특하다. 잘 달려준 나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신도림역에서서 블루베리베이글을 반씩 잘라달래서 5개 사고, 에스프레소 커피가 든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토마토김밥의 참치김치김밥을 한 줄 사와서 점심으로 먹었다.

[필살기 수련]
*전략적 태스크 집중 : 5시간 - 협력교수 수업실연 준비
한숨 자고 낮에 2시부터 7시까지 다시 출근해서 일했다. 내일로 다가온 수업실기대회 협력교수 수업실연을 준비했다. 애들이 없는 빈 교실에서 커텐 주름을 만지고, 화분의 시든 잎을 떼어내고, 자료를 최종검토해 출력해 묶고, 마른 걸레도 개어치우면서 두 교사가 주거니 받거니 대사연습을 3판 한다. 자료가 부족해서 더 만들었다. 말할 때는 모르겠는데 조용히 일하려면 두통이 있어서 노래를 틀어놓고 따라부른다. 뜨거운 설렁탕 국물을 마시고 헤어졌다. 많은 이들의 도움 속에서, 그리고 좋은 파트너와 함께 일을 배우는 이 시간이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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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7.07 04:15:08 *.154.223.199
'쉬운여자거등요 ㅋㅋ '에 크게 따라 웃었어요.
저도 계속 할까말까 했던지라 말씀을 못 드렸어요. 
침묵과 비 속에서 달리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근데 미끄러질까봐 신경을 곤두세웠어요. 
지난번 우리가 오리배 탔던 자리를 눈으로 확인하면서 달리니 좋더군요.
담에 우리 같이 달려요 성희님^^  
프로필 이미지
조성희
2011.07.05 14:14:13 *.143.199.187
윤정님...빗속을 달리셨군요..
실은 저도 빗속을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용기내서 나갈껄 그랬나봐요.
어둡고 비가 쏟아지니 나갈 용기가 안나더라구요...이렇게 겁많은 사람은 아녔는데...
윤정님이 같이 가자고  살짝 꼬셨으면 나갔을꺼예요.  저 쉬운여자거등요.ㅋㅋ
암튼 수고하셨어요.
빗속을 달리는것도 근사했을것 같네요.
언젠가 꼭 마라톤 아니라도...비오는날 무작정 나가서 달려볼까요?  사람들이 이상하게 바라보겠지요?
감기 걸리신건 아닌지...
오늘 출석문자 보니 소주일병 하셨다가 전사하셨다구요...걱정스럽습니다.
오늘 다시 부활하신 소감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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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7.07 04:17:35 *.154.223.199
57일차 (7.4 월)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3:30, 9:00 (6:30)
*모닝페이지 4:40~5:40  *아침정진 6:00~7;00 *달리기 없음 * 필살기수련 : 없음

수업실기대회 수업이 1교시에 있다. 7시 30분까지 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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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7.07 04:19:25 *.154.223.199
58일차 (7.5 화)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5:50, 11:00 (6:50)
*모닝페이지 6:00~7:00  *아침정진 7:00~8;00(200배) *달리기 없음 * 필살기수련 : 없음

수업 마친 후 술을 마심. 늦게 들어오고, 수업을 망친 듯 하여 마음이 힘들었다. 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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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7.07 04:26:16 *.154.223.199
59일차 (7.6 수)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5:00, 8:00 (9:00) 연 3일째 지각,
*모닝페이지 5:20~6:30  *아침정진 6:30~7;30(200배) *달리기 없음 * 필살기수련 : <버리데기> 그림책 읽음

여전히 마음이 힘든 상태가 계속 된다. 싸이렌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협곡을 돛대에 묶여 지나가기로 한 그를 생각한다. 어쩐 일인지 오늘은 <버리데기> 책이 나에게 힘을 줄 듯 하여 가져와 들여다본다. 나에게 돛대는 무엇이고, 밧줄은 무엇이며, 귀를 틀어막고 암초를 비켜가며 노를 저을 저꾼들은 무엇일까? 나 대신 배를 지휘할 부함장은 무엇일까? 날마다 하기로 한 일정을 알뜰히 지키는 것이 바로 그 저꾼이리라. 고만 저 바다에 빠져죽자고 꼬드기는 나를, 내 배를 저 암초에 부수어 버리자고 속삭이고 결심하는 나를 구할 것이다. 안밖이 조응하므로 그것에 해당하는 외부 자원도 찾아보면 좋겠다. 너무 안에서만 구하려고 하면 빈한해지고 어떨 때는 없는 걸 있는 척 거짓말도 하게 된다. 가장 두려운 것과 가장 큰 욕망을 가지고 사이렌은 노래한다고 했지. 그리고 실패에 대처하는 방법은 '그럼 인제 뭘 하지?' 생각해서 한 발짝 내 딛는 실행, 계속걸음 자체일테지. 말씀하셨다. '너는 자정능력이 있다'  네,시간이 가면 나는 이걸 스스로 정화해낼 것입니다. 어둠을 탓하기 보담 빛을 하나 켜들라고도 하셨지. 

한 발 내디뎠다. 다음에 카페를 만들어서 현장연구논문에 매일 아침마다 시간을 들이기로 했다.    

[초록 필살기]
*8:40출근, 7:30 퇴근
*전략적 태스크 집중 : 1시간 30분
현장연구 네트워크 검색해서 작년도 특수교육 현장연구논문 다운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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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7.07 07:28:48 *.154.223.199
60일차 (7.7목)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30, 11:00 (4:30) 
*모닝페이지 2:50~3:40  *아침정진 6:00~7:00(200배) *달리기 없음
* 필살기수련 : 7:00~7:40 연구계획서 보충

모닝페이지를 마치고 출석부 왔다가 내처 조관우 하얀나비를 들으면서 밀린 단군일지를 썼다. 5시부터 누워서 6시까지 잤다. 그러니까 나는 2시간을 원래 정한 것이 아닌 다른 데다 썼다. 잠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단도직입 하지 않고 할 일을 미루면서 주변을 맴돌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습관인 듯 하다. 또 정한 목표에 집중해서 밀고 가는 힘이 부족하다. 인정하기 싫다.

2시간동안 매일 필살기와 관련된 특별한 것에 쓴다면 어떻게 될까? 오늘은 2시간을 자면서 보냈지만 조금 들여다 보고 달려서 출근한다. 이것 참 안되네.

[초록 필살기]
*8:40출근, 7:00 퇴근
*전략적 태스크 집중 : 2시간 - 현장연구 집중 20분, 통합학급 교사 대상 연수 기획 1시간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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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7.08 04:24:58 *.154.223.199
61일차 (7.8 금)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00:30, 8:00 (4:30) 
*모닝페이지 1:00~2:20  *아침정진 3:10~4:30(200배) *달리기 없음
* 필살기수련 :

너무 일찍 일어났다. 누워서 더 쉬었지만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일어나서 정해진 일정을 한다. 근데 아직 4시 대 이고 나는 벌써 배고프고 피곤하다. 우짜지? 지금 누우면 계속 자 버릴 것 같은데...오늘 직원여행을 1박 2일로 간다. 그 전에 처리할 일이 산더미다. 그거 해놓고 차 안에서 자면 좋겠네. 마지막 스퍼트를 낼 시점이다. 다 할 수 있을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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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7.09 16:11:08 *.154.223.199
62일차 (7.9 토)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5:15, 12:30 (4:45) 
*모닝페이지 5:20~6:00  *아침정진 6:00~7:00(200배) *달리기 없음, 40분간 산책함.  
* 필살기수련 : 없음. 낮에 이시형 <세로토닌하라> 읽음

직원여행을 갔다. 다음 주 수요일에 강사초빙해둔 강좌 실무를 못치고 금요일 1시에 떠나게 된 것과, 오지랖 부리지 말라고 화를 내며 직설적으로 이야기 들은 것이 소화가 안되어 웃지 못하고 멍하니 지냈다. 나보다 업무가 많은 이들이 많지 생각은 하지만 내가 나로 가득차 누군가를 배려하고 살필 여지가 없다. 관계에 시간과 공을 들이는 특별한 시간을 위해 모두들 어렵게 떠난 1박2일 직원연수인데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안간다. 저녁 먹고 택시를 불러서 간 영월읍내의 노래방, 노래와 사람들이 낮에 래프팅을 하면서 본 강물처럼 나를 비껴 흘러간다. 나는 계절, 강우량, 배의 종류, 오가는 사람 아무 상관없는 물 속 바위같다. 한동안 노력하다가 불능인 상태로 노래방 밖 소파에 나와 앉아 있었다. 그런 나에게 몇몇이 다가와 '노력한다 ' 그게 그들의 위치 때문이든, 경력 때문이든, 타고난 선량함 때문이든 상관없다. 그 노력이 읽히는데 나는 반응하지 못하고 그냥 듣고 보고 있다. 술을 마신 후 급 친해진 느낌의 말들은 술이 깨고, 아침이 오면 연기같고 모래같으다고 쓰는 건 사람과 관계를 맺는데 긴 시간이 필요한 나 때문이지 그들 탓은 아니다. '얼음' 상태가 풀리지 않는다. 12시 넘어 돌아왔다. 호우경보가 내린 강원도의 찰옥수수는 아직 익지 않았다. 장마철 팬션은 습하고 먼지와 벌레가 많아서 알레르기 있는 이들이 코를 훌쩍이고 눈을 긁는다.   

일어나니 불을 켜지 않아도 훤하다. 4명과 함께 잔 방의 앉은 자리에서 베게를 무릎에 올리고 모닝페이지를 쓰고 이불 위에서 200배를 했다. 늦게 일어났고 낯선 이들이 옆에서 자고 있는데도 평소 집에서 하던 일정이 그대로 굴러가는 걸 보면서 '매일'의 힘을 실감한다. 커피가 간절하다. 아침 필수 일정을 마치고 우산을 쓰고, 샌달을 신고 산책을 나갔다. 산책은 40분 정도였는데 '사람들과 함께 있어야해' 라는 걸 놓고 혼자 있는 시간을 선택하려는 게 좀 죄책감 느껴졌다. 이걸 넘어 나서는게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 팬션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강가에 갔다. 강이 30미터 앞에 있다. 둥글바위를 둥글게 지나 아래로 흐르는 동강은 흙탕물이고 갑자기 분 물이 무서운데 그 낯설고 위험한 풍경이 내 안에서 나를 끌어낸다. 강원도 산 사이에 안개가 오른다. 강물을 보니 눈물이 난다. 어릴 때 동네 냇가에 앉아 부르던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노래를 혼자 부른다. 나는 나의 물길 어디쯤에 와 있는걸까? 혼자 산책을 다니다 한계령 노래가 떠 올라 흥얼거린다. 그 노래를 만든 이는 무슨 일로 한계령으로 마음을 털러 갔을까? 강과 산을 보며 홀로 빗 속을 거니는 시간이 참 좋구나. 개인 시간을 갖는 것에 대해 욕을 듣는다면 네 기꺼이 받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내가 이런 시간을 선택해 주길 바랍니다.  

단 하루 떠나 있었을 뿐인데도 돌아오니 잠깐 동네가 낮설다. 나와 나를 얼음시키던 일로부터 분리되어 돌아왔다. 이제서야 사람들이 고맙고 미안하다. 나는 약한 피를 가졌다. 어쩌겠나. 흘러 가자, 안고 가자. 모두 지나가리라. 콩두씨는 하던 거 계속 하세요. 거기서 휘둘리고 볶이고, 안달복달하고 있으세요. 우리는 또 여기서 귀 막고 노 저을께요. 찡긋, 읏샤,   
                        emoticon     emoticon
(근데 저 양반을 묶은 돛대 밧줄은 튼튼한감? 주변에 몸무림치다 부딪혀 다칠만한 건 싹 치워놓고. 자신을 스스로 해치지 못하도록 포박해 두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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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7.10 06:46:09 *.154.223.199
63일차 (7.10 일)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15, 저녁 5시부터 잤으니 10시간 가량 잤군. 
*모닝페이지 2:25~2:45, 3:40~4:30  *아침정진 5:20~6:50(200배, <난중일기> 170~200)  *달리기 : 없음  
* 필살기수련 :  없음. 7시부터 다시 자서 10시에 일어남

산만하였다. 모닝페이지를 끊어서 할 정도. 평소 외워서 하던 것들을 외우다 종종 잡념의 숲에서 길을 잃어서 처음부터 다시 외우길 몇 번 반복하였다. 생각이 많다. 이럴 때는 몸을 쓰고, 발을 쓰는 게 좋지. 어제 오후 너무 방만하였구나. 이것을 없애기 보담 이것과 더불어 계속 걸어야하는 게 방향이지요? 이걸 안고 계속 전진해야하는 거지요?

필살기수련을 두 가지 아침일정을 마친 후에 넣었는데 번번이 자버린다. 잠이 부족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어제 많이 쉬었는데, 일단 두 가지를 마치고서 뭘 더 한다는게 거북하다. 너무 많은 걸 하는 것 같거든. 그리고 오늘처럼 중간에 다른 걸 하느라 시간을 확보하지 못해서도 그렇고. 다른 방법이 있다면 필수 일정을 마치고 달리러 나가는 것이다. 달리면 전환이 되고 힘이 날 것이다. 모르겠네. 계속 이렇게 해도 좋을 지. 그리고 하루에 한두페이지 난중일기를 읽는 것은 나에게는 필살기 수련이 아니다. 내가 책 읽고 글 쓰는 걸로 아침수련을 잡은 사람이 아니니까. 나는 현장연구논문에 대한 걸 읽거나 쓰거나 해야 한다.  

새벽부터 몸이 몹시 불편하여 종일 고통스러웠다...밤새도록 앉은 채 앓았다. - 174

어제 여제를 지냈다. 삼도의 군사들에게 술 천팔십동이를 먹였다. - 170
여기에 밑줄을 그어놓고 곰곰해진다. 왜 밑줄 긋는 걸까? 전쟁에서도 군사들에게 술을 보급해야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겠지. 나는 술자리에 다녀오면 좀 적응을 못하는 것 같다. 이전에 술을 마시지 않던 때보다 함께 마시는 지금은 그래도 더 나아졌지만 껄쩍지근하다. 살아가는 동안 난장이 필요하고, 난장에는 술이 필요하다. 아폴론만큼 디오니수스도 중요한 신이었지. 빛과 그림자, 술 취한 모습과 그렇지 않은 모습을 총체적으로 있는 그대로 보게 되기를 바란다.    

밤이 깊은데 해의 피리소리와 영수의 거문고 타는 소리를 들으면서 조용히 이야기하다 헤어졌다. - 182

더위가 쇠라도 녹일 것 같다. 아침에 아들 본이 본영으로 가는데 이별하는 심회가 그윽하다. 홀로 빈집에 앉았으니 심정을 스스로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다. - 182

이날 밤 소나기가 흡족하게 내리니 어찌 하늘이 백성을 가엾게 여긴 것이 아니겠는가. 아들의 편지가 왔는데 잘 돌아갔다고 한다. 또 아내의 언문 편지에는 아들 면이 더위 먹은 증세로 심하게 앓았다고 했다. 마음이 애타고 답답하다. - 183

나라 제삿날 (명종, 인종)이라 종일 혼자 앉아 있었다. - 185

밤 이경 말에 소나기가 세차게 내렸는데 빗발이 삼대 같아서 새지 않는 곳이 없었다. 촛불을 밝히고 홀로 앉았으니 온갖 근심이 가슴에 치밀었다. -187 

초하루 자시에 부안의 첩이 아들을 낳았다. 달수를 따져보니 낳을 달이 아니었으므로 꿈이지만 내쫒아 버렸다. - 195

탐후선이 들어왔는데 아내의 병세가 매우 위중하다고 했다. 이미 생사가 결정이 났는지도 모르겠다. 나랏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다른 일에 생각이 미칠 수는 없으나 아들 셋, 딸 하나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마음이 아프고 괴로웠다. - 201

[초록 필살기]
*전략적 태스크 집중:  3시간(11:20~1:20)
*연구대회 네트워크에서 특수교육 현장연구논문 2011년 것 2편 재미있게 읽었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낮에 보충한 3시간은 사실 새벽수련의 필살기 수련으로 했어야할 것이었다.
 무리라는, 이게 무슨 소용이냐는 회의감이 자꾸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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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7.11 06:22:33 *.154.223.199
64일차 (7.11 월)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50, 8;30 (5:40) 
*모닝페이지 3:10~4:00, 아침정진 4:15~5:40(300배, <난중일기> 200~220)  *달리기 : 없음  
* 필살기수련 :  6:20~815 2011 현장연구논문 1편의 절반쯤 읽음

300배를 했다. 땀이 흘러서 방석에 무릎 자국이 생기길래 수건 2장으로 방석을 쌌다. 입은 옷이 다 젖도록 땀을 흠뻑 흘리니 시원하고 몸에 생기가 돈다. 여름에 8월 13일~15일 통영 가자면 그 전에 난중일기와 토지 전집을 읽어내야 한다. 오늘부터 난중일기를 하루 20쪽씩 읽고, 여름방학 한 후에 토지를 매일 1권씩 읽으면 가능하다. 그러면 거기 가서 지낼 자격이 생긴다. 겨울의 남도 여행 코스가 변경되는 거지. 이것도 괜찮겠군.

땀흘리며 300배를 하고, 샤워하고 청소하고 환기시킨 후 현장연구논문을 읽으니 집중이 잘 된다. 내일부터 이렇게 한 번 해 보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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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2 05:21:36 *.192.175.138
윤정님, 화이팅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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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7.12 06:08:48 *.114.49.161
65일차 (7.12 화)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15, 8;30 (5:45) 
*모닝페이지 2:30~3:40, 아침정진 4:15~5:35(300배, <난중일기> 220~240)  *달리기 : 없음  
* 필살기수련 :  6:10~8:10 현장연구논문 읽으면서 연구방법 연구 대상 특성 타이핑

출석부 갔다가 할 일 다하고서도 30분 놀았다. 나중에 쫒긴다. 학기말이라서 평가서를 해야한다. 오늘까지 해야한다. 필살기수련 꼭지에 선택한현장연구 논문 주제의 선행연구를 읽을 지 평가서를 할 지 갈등되네. 오늘도 300배를 하고서 샤워하고 청소하고 왔다. 나의 몸과 마음은 요 상태가 최상이다. 공부할 의욕이 든다. 이상한 일이다. 신기하다.  

막상 시작하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현장연구논문을 읽는 건 재미있는 일이다. 신기하다. 1시간쯤 하다가 중간에 아침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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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7.13 06:34:18 *.114.49.161
66일차 (7.13 수)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10, 8;30 (5:40) 
*모닝페이지 2:30~4:00, 아침정진 4:20~5:40 (300배, <난중일기> 1쪽 읽음)  *달리기 : 없음  
* 필살기수련 :  6:30~8:00 국회도서관, 생태놀이, 장애이해수업 논문 찾기, 8편 찾았다.

기운이 떨어지니까 얼굴이 견디는 표정이 된다. 6시에 아침밥부터 먹었다. 매운 것이 당긴다. 나의 에너지를 탕진시키는 사람들이 있다. 요구적이면서  화를 많이 내고, 자신의 입장과 필요를 우선하는 부류다. 아주 나를 탈탈 털어서 거덜낸다. 기운이 통하지 않고 인출이 되는 사람들을 견디지 말고 멀찍이 돌아가는 것도 생존전략일테지. 아티스트 웨이 책에서는 이 사람들이 자신을 착취하도록 내버려두는 것 역시 중독이라고 했던 것 같다. 자신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대체물이라면서.  

논문 찾다가 기뻐서 유레카를 두어번 외쳤다. 초등 과학교육 전공자가 초등학교 생태놀이 프로그램 개발해 놓은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또 미술과 관련해서 초등교사가 쓴 논문과 유아 사례연구 논문을 찾았다. 두 개는 교원대 석사논문이다. 아, 나는 오늘부터 교원대 팬 할란다. 고맙다. 목차를 보니까 그동안 전전긍긍하던 이론적 배경, 조작적 정의 할 수 있겠다 (베낄 수 있겠네)

논문을 찾는 과정에서 도깨비캠프에 대해 알게되었다. 장애학생, 비장애학생 짝을 지어 참가하는 프로그램이고 특수교사들이 운영하더라. 올해 일정은 놓쳤다. 내년에는 우리 아이 한 명을 데리고 참가해봐야겠다.

3일 해봤지만 이 작업은 재미가 있다. 시작할 때는 기운이 떨어져서 음악 틀어놓고 했는데 하다보니 잊어먹고 즐거워하고 있다. 조심스럽게 이 작업이 어쩌면 나의 강점테마 '최상주의자, 신념, 연결성, 개인화, 학습자 ,(책임)'가 어우러져 잘 쓰일 수 있는 것일까 헤아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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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7.14 06:54:51 *.154.223.199
67일차 (7.14목)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3:00, 9;00 (6:00) 
*모닝페이지 3:30~5:00, 아침정진 5:30~6:40 (300배, <난중일기> 2쪽 읽음)  *달리기 : 없음  
* 필살기수련 : 30분 - 어제 정기휴관일인줄 모르고 헛걸음한 화도진도서관 홈피 읽기, 
                                       사례연구에 대한 다음 카페 하나 더 만들었다.

마음이 산란하여 행동이 굼떴다. 드러눕고 서성였다. 오늘 1박2일 캠프를 떠난다. 오가며 거실 가운데에다가 챙겨갈 물건들을 하나씩 던져 쌓고 있다. 떠나는 마음이 대단히 무겁다. 전세금 대출 건과 내가 2배의 일을 하는데도 끊임없이 비판받는 것에 대해 의기소침한 것 두 가지 때문이다. 내 일을 못치고 정신없이 다니는 자신에 대해, 실속없는 바쁨에 대해 회의가 든다. 휠체어를 수영장에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는데 35kg 아이를 안고 다니라는 건가 화 난다. 휠체어 타는 아이 있는 아이 있는 학교가 10곳은 넘을텐데 .....일반 학생들이나 유아보다 안전사고 위험이 훨씬 많으니 끝날 때까지 안달복달 전전긍긍 하겠구나. 처음 보는 봉사자가 특수교육과가 있는 대학에서 오기로 했다. 92년생 11학번 1학년이다. 92년은 내가 대학에 들어간 해인데 봉사자를 보면서 돌아봄이 있겠구나. 대학입학부터 치면 이 쪽 방향으로 걸어온 지 거의 이십년이군.     

해남 현감과 공사례를 마친 뒤에 하동 현감은 두 번이나 약속했ㅇ나 오지 않았기에 곤장 아흔 대를 치고, 해남 현감은 곤장 열대를 때렸다. -244

오늘이 어머님의 생신인데 몸소 나아가 잔을 드리지 못하고 홀로 멀리 바다에 앉았으니 가슴에 품은 생각을 어찌 다 말하랴 - 245

사례연구와 현장연구 둘 다 공동연구인데 너무 벅차다. 한 번에 하나씩만 했어야 했다. 쌍둥이를 임신해 낳는 마음으로 두 카페를 동시 육성하기로 했다. 지금은 벅차지만 매일 하다보면 두 가지가 서로에게 시너지가 될 것이다. 두 협력자는 모두 멋진 분들이고 두 연구보고서는 내가 현재 하고 있는 학교업무를 좀더 깊이, 규모있게 다루는 것이지 분리된 것이 아니다. 통합교육 사례연구는 7명인 우리반 아이 담임선생님 중 가장 적극적이고, 연구점수가 아닌 사례연구 자체에 관심이 있는 분과 협력해서 것이고 내가 3년간 맡았던 아이를 대상으로 한다. 현장연구는 내가 2주에 2시간씩 운영하고 있는 계발활동 생태놀이부의 프로그램을 가지고 하는 것이고 이건 특수교사가 고학년 장애학생 3명과 일반학생 15명을 데리고 수업을 진행하는 거여서 나에게 큰 도전이 되고 있다. 그 세 학생은 저학년 때 모두 우리 반이었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서로 관련되어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숨은 턱에 차고 나는 일을 일머리있게 못하고 내키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있다. 주말로 예정된 방학식 다가와서는 기말 평가에, 캠프에 방학프로그램 신청에 업무가 과중하게 몰아친다. 감당할까 못할까 생각않고 넙죽넙죽 너무 많이 벌인 자신을 미워한다. 근육통으로 울기직전인 그 여자에게 짜증을 부린다. 얼마 안 남았다. 잘 견뎌내자. 할 일을 하면서.  다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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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
2011.07.14 18:07:08 *.161.82.4
윤정님은 여기서 더 소통이 되겠군요.
제 문자 받으셨어요?^^
답장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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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7.16 05:48:20 *.154.223.199
소라님 문자 받았습니다. 매번 연락 기다리게해 미안합니다.
14일에 캠프 가서 15일에 돌아왔어요. 전후로 정신이 없네요.  
 저는 오늘 근무하는 토요일이에요. 1시에 마치고 올라갈거라서 점심은 어려울 듯 해요.
즐거운 시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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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7.16 07:24:13 *.154.223.199
68일차 (7.15 금)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35, 10;00 (4:35) 
*모닝페이지 5:20~6:00, 아침정진 6:10~6:40 (108배)  *달리기, 필살기수련 : 없음

아이들과 1박2일 캠프 갔다. 알람 소리에 일어났지만 희귀난치성 경기를 가지고 있는 아이가 전날의 수영장 일정의 영향인지 열이 나는 걸 발견했을 뿐이다. 경기약 먹는 아이다. 약 먹는 시간대를 놓치면 큰 일 나고 복용하는 양을 정확히 먹여야 하니까 엄마는 약봉지를 가위로 자른 후 다시 스카치 테이프를 붙여서, 아이가 가루약을 개어서 먹을 때 필요한 짜요짜요와 밥숟갈까지 넣고, 여분으로 한 번치 약을 더 넣어서 보내셨다. 인수인계를 단단히 하셨다. 내가 모닝페이지를 쓰고 정진을 해도 아이의 열을 내리는데 도움되는 건 아무것도 없겠지만 마음이 무거워 하지 못했다. 새벽 3시에 집에 전화걸기도 어렵고, 의무실도 문 닫았고, 다들 자고 있다. 겁이 덜컥 난다. 밖에서는 자폐성 아이와 집을 떠나본 적 없는 아이가 늦게까지 잠을 안 잤을 것이다. 봉사자, 인턴교사, 보조원이 잠을 설쳤을 것이 헤아려진다. 학교 보건교사가 챙긴 구급약 가방을 뒤진다. 체온계는 들어있지 않다. 누워서 자고 있는 세 아이의 몸을 번갈아 만져본다. 열이 심하진 않고 미열인 듯 하지만 온 몸이 뜨겁다. 보건교사의 메모대로 아이를 깨워서 소아용 타이레놀 2알을 먹인다. 다행히 잘 받아서 삼킨다. 벗겨놓고 아이를 안고 쓸어주고 도닥인다. 이러다 열이 안내리면 그 다음 단계 대응이 뭐지? 아이의 경기약과 해열제가 간섭을 일으키는 건 아니겠지? 무서워서 여전히 뜨거운 아이 옆에 누워 토닥이며 혼자 소리없이 울었다. 아이가 품을 파고 든다. 내가 특수학급에서 이 아이를 담임한 지 3년째다. 그동안 많이 자랐다. 1학년 때는 용변 실수를 자주 하고 말이 거의 없었고 2학년 여름까지는 경기한 후 축 늘어진 아이를 보조선생님이 안고 내려오는 날이 많았다. 열 나는 아이를 안고 응급실로 달려가는 어린 아기 키우는 부모들의 심정이 잠깐 되어 보았다. 다행히 1시간 기다리니 열이 내렸다. 날이 밝자 의무실에 데려갔다가 오전 일정을 모두 빼고 쉬게 했다. 캠프 끝날 때까지 이런저런 일로 기진맥진했다. 학교에 돌아오니 내일 방학식인데 캠프 가느라 내가 안내고 간 것을 재촉하는 사내쿨 메신저 메세지 목록이 길다. 그것부터 후다닥 쳐냈다. 역시 잠자리 바뀌어서 자지 못하는 자폐성 아이를 데리고 밤을 샌 다른 학교 샘과 저녁약속을 미리 해둬서 위안이 되었다. 내가 참 존경하고 좋아하는 선배 특수샘이다. 아이들을 모두 돌려보낸 후에야 긴장이 풀어지는지 버스 안에서 눈물을 몇 방울 흘렸다. 오방 맛있는 스파게티를 먹으며 즐겁게 수다떨다 돌아왔다. 그녀도 희귀난치성 질환 아이를 여러 해 맡은 적이 있어서 내 심정을 이해해주었고, 실질적인 조언을 많이 들었다. 아직 마음이 안놓인다. 하루 자고 나서 아이들 상태를 들어봐야한다.  수영장에서 핸드폰이 물에 젖어서 통화가 안되는데 그나마 정신없어서 교실에 두고 퇴근했다. 어떤 전화, 문자가 와있을 지 걱정스럽네. 소방관만 위험한 게 아니라 학교급별 중에서도 가장 안전사고 위험이 많은 특수학교, 특수학급의 아이들을 맡은 특수교사들도 위험한 직업인 듯 하다. 그리고 공부할 것도 많다. 살얼음판 걷는 느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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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7.16 07:40:00 *.154.223.199
69일차 (7.16 토)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3:30, 10;30 (5:00) 
*모닝페이지 4:00~5:30, 아침정진 5:50~6:40 (108배)  *달리기, 필살기수련 : 없음

오늘 방학식이다. 어제 다 못 운 것을 마저 울었다. 그러고 나서 참는 듯한 표정이 좀 순해진다.  모닝페이지와 아침정진 일정은 나에게 기대어 울 어깨가 되어준다. 이것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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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7.17 07:25:50 *.154.223.199
70일차 (7.17 일)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50, 10;00 (4:50) 
*모닝페이지 3:15~5:00, 아침정진 5:50~6:30 (300배)  *달리기 없음
*필살기 수련 : 7:00~ 8:00    1인기업가의 마케팅 전략 복습하고 나에게 적용해봄

어제 제습을 위해 보일러를 틀어두고 하루 나갔다 돌아왔다. 밤에도 집이 식지 않아 선풍기를 틀었지만 잠을 설쳤다. 세미나에서 들은 내용을 모닝페이지 내내 되새김질 한다. 천복과 관련된 미래 직업(천직)을 네이밍하고 한 줄 슬로건으로 만드는 건 못했지만 (표범과 호랑이 유형으로 자라나기 위한) 개인마케팅 방법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호응마케팅으로 가기 전까지의 로드맵을 짜 본다. 두 가지 현장연구를 벌여놓고 동시에 하는 것이 힘들어 낑낑거렸는데 어제 모임에서 큰 틀에서 내 상황을 들여다 볼 수 있는강의를 듣고 좋은 분들을 만나 많이 충전되었다. 그리고 방학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을 만나 뭔가 해야하는 게 없어지고 나를 채우고 충전하는 시간이 왔다. 수업이 제일 힘들다. 열심히 쉬고 공부할 것이다. 배우는 학교, 가르치는 학교를 통틀어서 내게는 가장 생산적이면서 재미있는 방학이 될 것 같다.

1인기업가 개념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아무런 근거, 보장이 없는데도 내가 정년퇴직 때까지 공립학교 교사로 있으리라, 연금이 나오리라 그걸로 노후대책이 다 되리라, 하면서 다른 방법으로 밥을 벌 고민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만약 사고나 어떤 일로 학교를 퇴사하면 다른 생계대책이 전무하다. 밥 벌어줄 남편이 없고, 연금을 받기에는 근무연한이 모자르다. 게다가 세상 물정에 대단히 어둡다.  현재 나는 거만한 하이에나 쯤인가? 두번째는 직장이 의무교육에 속하는 학교급별에 속하는 공립학교이기 때문에 내가 만나는 아이들은 나의 마케팅 노력에 의해 오는 것이 아니라 거주지별로 동사무소에서 가라는 대로 오고 나는 그냥 받는다. 나의 노력이 '고객감동'의 개념을 가지고 내가 만나는 아이들, 학부모, 동료직원, 보조인력,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생각하는 것은 나에게는 거의 패러다임 전환에 버금간다. 세번째는 손톱만큼 자라는 우리 아이들의 발달 정도를 어떻게 성과로 잡을 건지, 누굴 내부고객으로 삼고 외부고객으로 삼아 만족도를 잴 건지 모르겠다. 이런 성과 위주의 계량 자체가 나는 익숙치 않다. 그래도 마케팅 방법을 생각해본다.

1. 개인 블로그를 정비해서 다시 열자 : 개인마케팅의 관점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신선하고 흥미롭다.
   -내가 자라나고자 하는 방향과 관련된 메뉴를 차리고 정기적으로 업데이트
   -그러자면 천복, 강점에 기반한 내 관심사 중 필살기로 성장시킬 것이 반영된 것이어야겠지
  
 현재 마흔살여자의 책읽기                   
            천일간의 자기사랑                        
             모닝페이지, 아티스트데이트     
             나는 러너다                                  
            손그림
            무지개교실--------------------------손그림이 들어간 무지개교실 일기 (장애학생, 일반학생, 가족, 다문화가정)

2. 호응마케팅이 되려면 내가 어떤 쪽으로든 필살기를 가지고 있어야한다. 그건 무엇일까? 브레인스토밍한다. 
    나도 강좌를 기획하면서 강사를 구하지만 그 주제의 강사 구하기가 어렵다.
    이런 주제면 그 사람이 잘 할거야 라는 컨텐츠를 미리 상정하고 훈련하면 좋겠다.
    이런 걸 뭣하러 하나, 챙피하다는 둥 내적 저항이 많다. 하지만 브레인스토밍에 돈 드는 것도 아니고, 이걸 다 하겠다, 당장 어쩌겠다는  것도 아니고 이 중 몇 가지만 검토해서 10년간 노력하겠다는데 뭐 뭐 뭐 (그래도 이걸 드러내기가 부담스럽다) 그리고 강한 것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 강한 것이라는 말처럼 이런 생각은 누가 안해보겠나? 그런데 그 침묵의 10년을 묵묵히 해 내느냐 못해냐느냐에서 판가름이 나는 것이겠지. 그러니 많은 이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많은 이들이 도전해서 삼밭에서는 쑥도 곧게 자란다는 말처럼 우루루 함께 자라나다보면 그 중에 현장이 필요로 하는 인재도 나오는 거지. 탤런트 코드 책에도 나왔잖아. 그런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정기적 칼럼 기고자가 될 수 있을까? 감감 
*책의 저자가 될 수 있을까? 감감. 열심히 하고 매년 도전하면 현장연구논문의 저작자는 될 수 있을 것 같다.
*강연의 강사가 된다면  
  1) 고객 : 특수교사 연수 기획자들이 특수교사 대상의 연수 강사로서 내가 찾고 있는 강사를 적어본다. 
                  이 중에서 어떤 분야를 내가 노력하면 잘 할 수 있을 지는 그 다음에...      

     ---수업을 잘 하는 교사 : 특수학급, 통합학급 협력교수 수업설계, 지도안 작성에 조언 줄 현직교사
     ---꾸준히 현장연구 하는 교사 : 특수교육 다양한 영역의 현장연구통합교육 실천 사례연구
     ---특수학급운영 모델 : 특수학급 수업 질 높이기 : 교육과정 연구, 특수학급수업실기   
                                              실질적인 운영계획, IEP 작성, 평가                                         
                                              학생들의 강점을 살리기에 성과 있음 : 장애인 체육대회, e스포츠대회, 정보화경진대회
                                              사례회의, 전문가들 모아서 학생에 대해 의논하고 우선순위,장기계획 논의해 가족지원
                                              개별화교육지원팀 운영
     ---한글학습 전문가 : 지능제한, 신체적 제약, 난독증, 지각오류를 비롯해 다문화가정의 학생, 부진학생에
          대해서 조차 한글 해득시키고 읽기, 말하기, 듣기, 쓰기(철자와 작문, 타이핑)에 재능과 전문성을 가진 사람
          이것은 학습장애의 영역일 수 있다. 일반학교 안 특수학급에서 근무하는 동안에는 여기 강점 가지면 좋다.
                                               
 2) 고객 : 통합교사  연수
      ---교수적합화 : 통합학급 안에서의 교육과정적 통합 주제로 통합교사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특수교사
                                 이 분들도 학생들과의 '수업'이 제일 어렵다.
          (다양한 분야의 협력 경험, 성공경험이 필요함 : 협력교수 수업실기대회, 통합교육실천사례, 진로교육 실천
          사례, 인성교육실천사례연구대회를 특수교육과 연관짓기)
      ---협력 연구의 좋은 파트너, 특수교육은 팀으로 하는 교육이므로.
                               
 3) 고객 ; 특수아 가족 지원 (학부모, 형제)에 대한 연수
       ---특수아 가족상담 (장애아만 아니라 소수에 해당하는 다양한 사람) : 요건 상담기관 종사자가 나을듯.
       ---원예치료사, 원예 프로그램(활동)
       ---주변 자원을 소개하고 연결시키는 사람
  4) 기타 
      ---오카슈조처럼 장애를 통해 세상의 다양성을 이야기하는 동화작가

3.개인마케팅
     ---개인블로그 : +@ 부분이 포함되도록 하기 (모닝페이지, 무지개교실 그림일기, 마흔살여자의책읽기)
     ---학교, 지원센터 홈페이지의 특수학급 부분을 잘 활용하기 : 우리 교육지원청 안에서 잘 하면 채널마케팅
                                              (멀리 사는 학부모님 특히 아버지, 내가 소속된 학교, 교육지원청 모두에게 도움됨)
 
어제 세미나와 만남 유익하고 유익하다. 감사하다. 피곤하다는 느낌이 자꾸 드네. 일요일이라고 게을러 지는가? 얼린 블루베리에다 요플레 하나를 엎어서 먹으면서 음악을 틀어놓고 일지를 쓴다. 블루베리는 이마트에서 1kg 단위로 냉동된 미국산이다. 매일 아침마다 아침일정을 시작하면서 냉동실에서 꺼내어 흐물흐물해진 블루베리에다 요플레를 하나 부어서 한 컵씩 먹는데 나에겐 완전 강화제다. 세상 부러울 것이 없네. 누우면 자버릴 것 같은데 확 그러고 싶다. 아, 쉰냄새. 절을 하면서 땀을 많이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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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1.07.17 22:26:50 *.180.75.152
곧 방학하겠네요^^
남도여행때 여수에도 꼭 들리세요.
여수에 이순신 유적지가 많거든요.
석천사 바로 옆에 충민사가 있어요.
진옥스님을 통해 더 깊게 알 수 있을거예요. 꼭 오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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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7.19 09:12:17 *.154.223.199
네^^ 남도여행을 가게된다면 꼭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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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7.19 09:18:37 *.154.223.199
71일차 (7.18 월)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5:00, 10;00 (7:00) 
*모닝페이지 6:00~7:30, 아침정진 안함. 저녁에 자기 전에 108배함.  *달리기 없음
*필살기 수련 : 1시간 (통합교육 실천 사례연구 1회대회 것 최종보고서 1편 읽음)

마음의 갈등이 많다. 그런데 역시나 가장 큰 갈등은 교원공제회 전세금대출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행정실 직원이 나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하고 바로 전화가 오기도 한다. 습기로 집 거실의 테두리(요걸 뭐라 부르나 모르겠다)가 떨어지고 곰팡이가 사방이다. 가화만사성은 둘째치고 나는 최근에 가족, 친구들과 거의 만나지 못한 채 일만 하고 있다. 이해관계가 얽히니까 친구로 생각하는 이들에게도 그렇다. 1차적인 생존의 위협같은 걸 느낀다. 현기증 계속 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뭔가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결과물을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나는 방학에 출근해서 일한다. 되도 안하게 연구는 2개나 벌렸다. 자기 영역만 딱 하는 이들이 훌륭하다. 실속없이 일을 이렇게 많이 벌인 자신을 미워한다. 자기 일도 못치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고 하면 수영도 못하면서 누가 물에 빠졌다고 하면 물에 뛰어들어 배치기 하고 나서는 자신이 대단히 꼴보기 싫다. 내게 무얼 더 하라고 하는 이들도 싫고 피곤하다. 웅크리고 꺽꺽 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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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7.19 09:24:21 *.154.223.199
72일차 (7.19 화)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5:50, 11;00 (6:50) 
*모닝페이지 6:00~7:30,  아침정진 7:30~9:00 (200배)  *달리기, 필살기 수련 : 없음

간밤에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새벽녁 알람을 듣고 잠들었다. 덥기도 했지만 피곤한데도 잠을 잘 수 없었다. 피곤하다. 오늘 지각했다. 70일차까지 지각이 17이었는데 어제,오늘 지각했으니 19일째 지각이다. 절을 하고 나니 몸이 후둘거린다. 홍초를 붓고 파프리카, 방울토마토 슬라이스 치즈 샐러드를 한 접시 먹는다. 몸과 마음이 다 한계다. 오늘도 출근한다. 이번 주 내내 출근하기로 했다. 순간순간 버럭버럭 화가 나거나 눈물을 흘리거나 한다. 모든 것이 짜증스럽고 싫다. 어디 고요한 곳에 숨어버리고 싶다. 그래서 절을 더 했다. 안 하면 정말로 그럴 것 같기 때문에. 아슬아슬하네. 제기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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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7.20 07:36:16 *.154.223.199
73일차 (7.20 수)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40, 9;00 (5:40) 
*모닝페이지 3:00~4:10,  아침정진 4:50~6:10 (300배)  *달리기, 필살기 수련 : 없음, 다시 잠듬

모닝페이지 마치고 웹써핑을 하면서 놀았다. 정진을 시작할 의욕이 안 나서 누워서 천수경을 외우기 시작하다가 반쯤 외운 후 벌떡 일어나서 절을 하면서 다시 외우기 시작해 끝냈다. 어제 교원공제회 본부에 찾아가서 대여출처를 바꾸고 340만원의 이자를 더 무는 걸로 일단락지었다. 열이 확 난다. 아까운 내 돈. 어쨎든 오늘 아침에는 마음이 가볍다. 지금도 국토해양부 감사에서 자료가 나왔다며 민원창구의 친절한 사람들은 웃어넘기던데, 왜 대출여건에 맞는지 안 맞는지를 더 일찍 심사하지 않고 1년 반이나 지난 후에 15% 이율을 적용해서 소급해서 물게 하는 지 화가 난다. 자기네들의 업무소홀도 있으면서 마치 나를 범법자 취급하면서 벌금 징수하듯 하는 방식에 대해 불쾌하다. 자기네들은 전혀 손해없이 처리하고, 모든 문제의 책임을 나에게 전가시켰다. 이해되지 않고 분이 안 풀린다.   

7시부터 9시까지 다시 잠들었다. 꿈

나는 어떤 산맥의 능선이 그리는 선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제법 높은 산의 어딘가에 있다. 산이 깊고 사람의 마을은 멀어 보이지 않는다. 지리산쯤? 여름 정오의 직사광선이 내리꽂힌다. 내 앞에 어떤 남자와 여자가 간이테이블을 앞에 놓고 앉아 있다. 그들의 오른쪽에는 야구장 휀스처럼 생긴 그물망이 있다. 높이 2m 정도. 그 테이블 자리에만 그 담장이 있고 주면 어디에도 없다. 한 10m정도다. 남자는 키가 크고 잘 생겼고, 나이는 서른 여덟에서 마흔 세살쯤이고 이제 머리숱이 적어지기 시작했다, 여자는 스물다섯 안팍이다. 여자는 피부가 검고 몸이 다부지게 생겼고 인물이 있는 편은 아니지만 건강하고 야물딱지게 생겼다. 여자의 쌍커풀이 없는 얼굴에 흘러내린 땀으로 화장이 들뜬다. 손수건으로 땀을 찍어낸다. 여자는 허리선이 높게 디자인된 베이지색 수폰 원피스를 갖춰입고 팔 단추를 끼우고, 구두를 신었다. 저 차림으로 저길 오자면 힘 좀 들었겠다 싶은데 여자는 선 자리에라도 나오는 기대감이 있다. 남자는 농구라도 하고 온 듯 속건성 반팔티와 바지는 땀에 젖어서 땀 냄새가 나는데 그 여자는 그걸 읽어내지 못한다. 그 자리에 마지못해 앉아 있는 듯 하다. 그 남자가 여자를 시큰둥하니 대하면서도 몸은 두고 마음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유령처럼 빠져나와 여자의 뒤까지 꼼꼼히 탐색한다. 여자는 그 남자에게 인생을 의탁하기라도 할 태세다. 그 남자는 이 여자를 전혀 좋아하지도 존중하지도 않는데 별다른 살 궁리나 대안이 없다. '니가 원하면 같이 자주고 같이 살아 주지' 하면서 실제로는 그 여자의 동력으로 제 삶을 운영해가고자 한다. 기생하려 한다. 그는 사실 다른 자원이 별로 없고 멀쩡한 허우대뿐이고 삶에 지쳐있다. 나는 그 모습을 두 사람도 모르게 보고 있는 두 명의 늙은 여자 중 하나다. 내 왼쪽에 또다른 나이든 여자가 있었는데 존재만을 느낄 뿐이다.  나는 속으로 '어이구, 이 아가씨야. 정신 좀 차리지. 네가 백 배 아깝다. 남자 보는 눈이 그리 저렴하냐? 하긴 경험이 부족하기도 하겠지. 저 사람은 쓰레기야.  저런 인간에게 보시하기엔 니 인생이 아깝다. 게다가 너한테 관심이 없어. 저 남자나 약속이 니가 여기까지 오게된 계기가 된 것 같은데, 여기 오기 쉽지 않거든. 아무나 올 수 있는 건 아니야. 이왕 여기까지 온 거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이 좋은 산이나 좀 둘러보고 가거라' 한다. 그 젊고 철없는 여자를 보호해야한다는 맹렬한 사명감에 사로잡힌다.     

[초록 필살기]
* 전략적 태스크 집중 : 6시간

11시에 학교에 출근했다. 부진아 지도를 위해 2주간 출근하는 이들이 오전에 근무하고 오후에는 사내 메신저에 로그인 되어 있는 이는 관리자 1, 근무자 2~3, 행정실 몇 뿐이다. 한가했다. 공중습도가 필요한 식물들에게 스프레이질을 해 준 후 3시간 집중, 1시간 휴식(식사), 2시간 집중, 1시간 휴식(걷기), 카페에 가서 1시간 읽은 후 나무 많은 길을 택해 집으로 돌아왔다. 현장연구논문 이론적 배경이나 선행연구 고찰 부분에 쓸 논문을 읽거나 인용문 타이핑했다. 다음에 만든 두 개의 카페에 관련된 자료를 모아 쌓는다. 재미있었다. 새로운 발견은 변경연에서 하는 가학적 책읽기 방식(밑줄 그은 것을 타이핑하는 것)이 논문 읽을 때도 도움이 된다는 것. 신기했다. 마흔 살에 나는 출산이 하고 싶었다. 이루지 못한 내 안의 모성이 아우성을 치는 거겠다. 그러지 못하면 다른 창조적인 것을 낳으리라 했는데, 어이없게도 1편의 현장연구논문과 1편의 사례연구를 동시에 벌린 이 어처구니 없는 막장 용기 해프닝 덕분에 그 소원을 이룰 것이다. 꼭 이루길 바란다. 100페이지 남짓 보고서들을 쌍둥이를 출산한다는 마음으로 아름다운 모습으로, 쓸모있는 것으로 잘 만들어내길 바란다.  여기에 내 진기를 쏟고나면 허한 마음이 달래질까? 알 수 없다. 그건 가봐야 아는 것, 해봐야 아는 일이겠다. 해봄직한 도전이다. 일이 이렇게 되어 신기하면서도 겁 난다.

수업을 안하고 이런 것만 하니까 솔직히 편하다. 역시 수업이 제일 어렵구나. 그런데 수업이 학교라는 조직의 핵심이고 목적이고 교사의 주된 직무다. 다른 필살기를 개발한다면 그건 '수업' 관련 어떤 필살기를 가진 다음의 일이다. 그게 영 어긋난다면 다른 직업을 찾아봐야하지 않겠나? '다른 직업 찾아봐' 이런 말이 위협으로 느껴지고 두렵게 와닿는 걸 보면 나는 완전 하이에나다. 뼈와 가죽, 죽은 고기까지 먹는.  

어제 부모님의 전화를 받았다.  너무 오랫동안 연락이 없어서 전화했다고 하셨다. 안그래도 불안하던 참이었다. 오랫동안 연락을 않고 있으면 '상대가 나를 싫어할 것이다'는 확신이 들고 그 확신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한 이유들이 생긴다. 사랑받는 자로서의 자신감이 부족해서라고 나는 생각한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어쨎든 부모님이 끈을 이어주셔서 불안도 확 낮아지고 연결이 회복되었다. 감사했다. 무엇이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 구분하지 못하는 듯 해서 나 자신이 답답했다. 한 가지에 집중을 하면 눈가리개를 단 경주용 말처럼 가족, 친구, 건강 이런 것들을 돌보지 않게 되는 것 같다. 치과와 피부과에 갈 일이 있는데도 오랫동안 가지 않았다. 위험한 방식이다. 이런 태도를 견지한다면 반드시 문제가 생길 것이다. 바깥일을 하는 사람이 신경쓰지 않도록 베이스캠프가 되어 가사와 육아를 비롯한 살림을 살아 주고, 가족 안의 대소사를 처리해주는 일, 관계를 가꾸는 감정노동, 이게 바로 전업주부 아내가 전통적으로 집안에서 해 오던 일이지. 어제 동네 동물병원 수의사샘한테서 빌려온 '네코무라씨' 만화에는 고양이 가정부가 그 역할을  하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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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1.07.22 16:41:08 *.105.249.75
완성된 논문이 나오면 나에게두 한권주시구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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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7.21 06:37:37 *.154.223.199
74일차 (7.21 목)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20, 9;00 (5:20) 
*모닝페이지 2:40~3:35,  아침정진 4:10~5:40 (300배)  *달리기 없음, 필살기 수련 : 없음

밤에 잠을 설치지 않았더니 새벽일정이 순조롭다. 화장실에 다녀오고, 아침을 먹었는데 기력이 너무 떨어진다. 소화시키기 쉬운 걸 먹었는데도 양이 과한가? 아침식사로 먹은 것을 적어본다 : 샐러드 한 접시 (방울토마토 5개, 찐 알감자 2개, 당근 1/3개, 슬라이스 치즈 2장, 참외 1개+홍초, 올리브오일, 후추) 와 요플레 1개+블루베리, 꽁치 2조각. 목과 허리가 꺽이고 힘든 표정이 되고, 졸음이 쏟아지는 걸 보면 음식 소화시키느라 그런 것 같다. 지금 누우면 완전 자버릴 것 같다. 하긴 방학하고 며칠 간 요 타이밍에 자버렸지. 7시에 자서 9시쯤에 일어났다. 샤워하고, 나무 아래로 걸으러 나가야겠다. 걸어서 고개를 넘어 집 근처 공공도서관 한 번 가볼까나? 재미있겠구나.   

자 버렸다.....ㅠㅠ 부은 얼굴로 일어났다. 아 피곤하다.

꿈. 습하고 어두운 곳에서 문을 밀고 밖으로 나선다. 그 곳은 고구려발해유적지 답사 여행에서 보았던 장수왕의 무덤이던가? 커다란 돌을 쌓아서 만든 무덤과 비슷했다. 나는 오랫동안 그 곳에 갖혀있었나 보다. 대단히 벽이 두껍고 육중하다. 문은 누가 열었는지 내가 밀었는 지 모른다. 다만 그 때 열려있었다. 삐죽이 고개부터 밀고 나오는데 밖이 눈부시게 환하고 뽀송하다. 계절의 늦봄이나 여름쯤, 아니 그 때도 8월에 거길 갔으니까 그 정도 인듯 하다. 거기 20대의 내가 짝사랑 했던 남자가 그때의 빛나던 20대 적 모습으로 나를 맞이한다. "너와 결혼할 걸 그랬어" 라고 말한다. 나는 이미 그에게는 관심이 없다. 그리고 그가 처한, 그의 아내가 처해있는 현실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내가 말한다. "됐거든요. 고맙지만 사양하겠어요. 그녀에게 최선을 다하세요. 할 일이 있어 이만 가볼께요" 그와 무덤을 뒤로 두고 나는 주변을 둘러보러 나간다. 바람을 느끼고, 주변의 초록색 나무인지를 두리번거리면서 관광객 사이에 섞여버린다. 사람들은 내가 무덤에서 나온 사람이라는 것에 눈치채지 못하고 관광객 중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모래가 많은 땅을 밟고 있었고 비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습기를 머금었다. 하늘은 여름 구름이 있지만 맑다. 잠을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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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7.22 09:16:50 *.154.223.199
75일차 (7.22 금)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5:00, 9;00 (8:00) 
*모닝페이지 5:20~6:35,  아침정진 7:00~8:40 (300배)  *달리기 없음, 필살기 수련 : 없음

늦잠을 잤다. 오늘로써 내가 쓸수 있는 지각쿠폰을 다 썼다. 오늘부터 하루만 더 지각하면 300일차 완주는 할 수 없다.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어제는 늦게 잔 것도 아니고, 심적,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한편 새벽 2시간 필살기수련의 의미가 무색하게 허덕이고 있는 나를 생각하고, 10년의 정진을 홀로 묵묵히 해나가야 할 시간 앞에 누군가 동행해준 1년은 특별한 혜택이라는 걸 기억한다. 300일을 완주하지 못하면 다시 도전할 것이다. 그래서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2시간은 나의 생명을 지키는 안전기지로, 그 이후 1시간이든 2시간의 직업영역의 정진으로 세팅했으면 한다. 아니 이건 욕심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어찌 될 지 지금 알 수 없다. 끝에 가서 판단하고 내 깜냥껏, 내 속도대로 계속 걷자. 그리고 앞으로 10년간 이렇게 새벽시간을 많이 낼 수 있다는 것은 내가 계속 인가의 평범한 새벽일정과 다른 자기시간을 확보가능하도록 홀로 산다는 의미일텐데 이거 마음에 안든다. 그 외로움이 두렵고 싫다.

절을 300배 마치고 나면 뒷머리가 무겁고 목이 뻐근하고 현기증 비스무리하게 난다. 이게 피로물질 때문인지, 뭣때문이지는 모르겠다. 이제 시작한 지 열흘 남짓된 300배를 일상으로 들여오려는 것에 대해 몸이 온 힘을 다해 변화에 저항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몸 너의 저항은 단지 중립적인 저항일 뿐, 거역의 의도나 고통을 주려는 심술은 아니겠구나. 또 다른 가설을 생각한다. 나는 몸에 끄달리는 사람이므로 이런 식으로 데모를 하고 어린 양을 부리면 꼼짝 못하고 항복할 거라고 생각하며 자꾸 땡깡을 부리는 걸수도 있다. 이때는 쓰러질 걸 각오하고 밀어가야겠지. 나는 너의 의료보호카드다. 아프게 되면 병원비부터 간병인까지 지원해서 풀로 치료해줄테니까 지금은 이대로 할 일 해라 태도가 필요한거지. 청견스님의 책에서 머리가 띵하고 손발에 힘이 없고 붓기 시작하면 죽염을 먹으라는 구절을 읽고 오늘은 다른 것 먹기 전에 죽염을 집어 먹는다. 단식할 때 지금과 비슷한 상태가 된 적이 있다. 그때는 죽염을 먹고, 산야초효소물을 300ml 마시고 냉온욕을 하러 갔었다. 그러면 기운이 나곤 했었지. 음식이 부족해서 생기는 몸의 상태는 아닌 듯 하다. 그 때처럼 해 봐야하지 않나 싶으면서도 몸에 끌달려서 '이러다 아프면 어쩌나, 쓰러지면 어쩌나' 싶으네. 아플 턱이 없다. 몸의 이런 상태의 원인은 내가 알지 못해도 분명히 있을 거고, 그거에 맞는 대처도 있을텐데 나는 우는 아이에게 모두 젖을 물리는 사람처럼 무조건 무얼 먹이려드는 듯 하다. 요구르트와 블루베리를 평소의 절반만 먹었고, 다른 것은 먹지 않았다. 여전히 목이 꺽이고 머리가 띵하다. 눕고 싶다. 잠을 충분히 잤는데도 그러네.

조는 사이에 꾼 꿈. 나는 고향집 밥상에 앉아 있다. 두 여자 아이가 내 어깨 너머에서 놀고 있다. 조카가 작은 아이를 들여다보며 웃고 작은 아이는 웃으면서 짚으며 옆으로 가려고 한다. 한 아이는 일곱살 조카아이고, 한 아이는 이제 막 짚고 일어서는 토들러다. 10개월에서 한 돐쯤 되었다. 곤색에 흰 도트 무늬가 든 원피스 비슷한 것을 입었고, 침 때문에 손수건인지 턱받이인지를 했다. 머리카락이 곱고 색이 검지않고 노르스름하다. 아이의 얼굴이 낯이 익다. 막내동생의 어릴 때 얼굴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증조할머니 품에 안겨서 마당에 있는 강아지를 내다보고 있는 내 모습 같기도 하다.(이건 옛날 사진에서 보았다.)  선이 곱고 얼굴이 갸름하고 쌍꺼풀이 없고 아이는 얄사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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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7.29 02:49:08 *.154.223.199
단식은 하지 않고요, 단식했을 때를 생각하고 있어요
저도 보고 싶습니다 법우님
여행 먼저 다녀오셔야지요. 재충전의 1순위 아닌가요? 여행이랑 명상수련 두 개 다녀오면 최고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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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화
2011.07.22 12:49:36 *.35.88.65
오래간만에 변경연에 들어와 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반가운 이름도 있구요
잘지내고 있군요. 열심히 정진하면서.. 몸과 마음을 잘 살피면서...
나도 전에 만배 할 때 그런 증상이 있었는데 얼마간 그런 증상이 있다가 사라지더라구요.
매일 300배 우후....
단식 하고 있는건가요?? 
많은 시간(방학)얼마나 잘 활용을 할까나 궁리중 임다.
법우님도 방학을 알차게 지내리라 생각하고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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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7.23 09:05:54 *.154.223.199
76일차 (7.23 토)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50, 9;00 (5:50) 
*모닝페이지 3:10~4:30,  아침정진 4:30~6:00 (300배)  *달리기 : 7:00~8:00 
*필살기 수련 : 없음

오늘은 머리가 아프지 않고 뒷목도 뻐근하지 않다. 잠을 충분히 자서일까? 절하는 법에 대한 청견스님 책을 참고하여 긴 팔 면 셔츠는 없어서 면에다 폴리에스테르 혼방된 셔츠를 입고, 긴 면바지를 입고, 도톰한 양말 신고 보일러를 잠시 틀어서 바닥을 따뜻하게 하고, 문을 닫고, 수건을 한 장 방석에 깔고 절하며 땀을 냈다. 호흡에도 주의를 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기력이 떨어지지 않고 척추가 곧게 서는 걸 보니 오늘 한대로 내일도 해 보자. 그래도 밥을 하고 미역국을 끓이는 동안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한편 15분 정도 누워 쉬었다. 호흡이 문제였던 것도 같다. 그 짧은 동안에 잠이 들었고 꿈을 꾸었다. 나에게 무의식의 동굴로 내려가는 입구와 연관이 있을 지 모르겠다고 추측되는 통로가 몇 있다. 절한 뒤에 피곤해서 잠깐 잠이 들었을 때도 꿈을 자주 꾸었던 것 같다.

오늘 조는 사이에 꾼 꿈. 나는 급하게 열차를 타려고 한다. 짐을 잔뜩 들고 매었고 내 옆에는 엄마와 아버지가 있다. 표를 사지 못했는데 우리가 타야할 기차는 5분 후면 발차한다고 한다. 나는 합법적인 절차를 찾느라 창구에서 표를 파는 역직원에게 지갑을 꺼내어서 표를 사려고 한다. 엄마는 내 옆에 서 있다. 아버지는 그럴 새가 어디있냐면서 짐을 든 채로 달려서 개찰구를 훌쩍 뛰어넘고, 다른 이들을 마구 밀치면서 검표하던 역무원에게 저 차가 그차냐며 우리가 저걸 타야한다고, 기차가 떠나지 않게 잡아달라고 소리소리 지르며 난리를 피운다. 역무원끼리 무전기로 연락을 하는 지도 모른다. 그 역은 지붕이 높은 점촌역같기도 하고, 대학 때 장흥 가는 기차를 타러가던 신촌역 같기도 했다. 지붕은 그것처럼 높고, 개찰구는 신촌역 같았다. 엄마와 나는 상황에 벙쪄서 멍한 상태다. 나는 좀 챙피했다. 마음 속이 복잡하다. 저러는 편이 나았다고 생각하는 한편 꼭 이렇게 해야하나, 그래봐야 기차는 제 시간에 떠나고 우리는 너무 늦어서 다음 차를 타는게 낫지 않나 하면서도 급박하게 엄마와 함께 그 쪽으로 뛰고 있다. 엄마는 나보다 더 정신이 나가있다. 우리는 기차를 탈 것 같다. 아니 잘 모르겠다. 불안하고 조마조마 하다. 우리의 짐이나 행색을 보니 제법 장기여행 중인 듯 하다.

꿈 2. 나는 학교에 있다. 천정이 높은 학교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학교 같기도 하고, 중세에 지어진 돔식 건물의 대학교 도서관 같기도 하다. 두 젊은 남녀가 수영복을 입은 채로 뭔가를 항의하러 왔다. 여자의 비키니 수영복은 형광하늘색이다. 20대 초반이다. 그 와중에 나는 우리 아이를 하나 찾고 있다. 말을 못하는 자폐성 장애 학생이고 이름은 현수다. 까까머리에 할머니랑 공동화장실을 쓰는 집에서 사는 아이였다. 화장실을 사용해본 적이 없어서 대변을 바닥에 신문지 깔고 누던 습관이 있어서 교실 바닥에서 대변을 누었었지. 전철을 좋아해서 철로에 올라가는 바람에 기관사가 전철을 세우고 아이의 가방 안에 든 공책에 적힌 학교이름을 보고 연락을 했었다. 태연히 있다가 현수가 없는 걸 문득 발견했고, 사람들을 잡고 '우리 현수 못 봤냐'고 묻다가 아이를 잃어버린 걸 알고 패닉상태에 빠진다. 소란을 피우던 커플이 가고 난 후 깨닫는다. 자폐성 장애 그 현수는 6년 전에 가르쳤던 아이고 지금은 중학교에 갔지. 내가 안 찾아도 되는 아이야. 갑자기 왜 나는 그 아이를 찾아야한다고 느낀거지? 어쨎든 다행이다 하면서 깨어났다.


어제 오늘 이틀 째 집앞 근린공원을 아침에 달렸다. 어제는 20여분 달렸고, 오늘은 한 시간 동안 천천히 달렸다. 땀은 많이 흘렸지만 참 좋다. 집에 돌아와 아직 씻기 전에 극세사 걸레로 온 집안을 밀고, 빨래건조대에 걸려있던 옷을 옷장에 정리하고, 속옷 서랍에 구긴채 넣어두었던 면생리대를 반듯하게 접었다. 달리기는 나에게 에너지를 준다. 그래서 내가 아주 못하고 싫어하고 약한 이런 정리정돈을 할 에너지를 준다. 버릴 것을 골라 내어놓았다. 세부적 정리정돈은 ISFP가 더 약할까? INFP가 더 약할까? <성격유형과 삶의 양식>을 오늘 계속 읽게 되겠군. 다시 달리기로 돌아오게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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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7.24 06:59:00 *.154.223.199
77일차 (7.24 일)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00, 9;00 (5:00) 
*모닝페이지 2:20~4:00,  아침정진 4:30~6:00 (300배)  *달리기 없음  *필살기 수련 : 8:30~11:30

신화와꿈 워크샾을 위해 대구 한티 피정의 집으로 가는 가차를 타러 나간다. 영등포에서 동대구로 가서 찾아간다. 짐싸고, 정진하는 일정이 벅찼다. 그리고 결국 일꺼리를 싸서 내려간다. 어구구

동대구행 기차 안에서 새벽수련 보충함. (3시간)  

영등포에서 동대구로 내려가는 8시 차를 타기 위해 6시 30분에 집에서 나서야 했다. 3박 4일 지낼 옷 같은 것은 베낭에, 노트북과 복사해온  논문들, 그리고 지갑이 든 가방 세 개를 매느라 어깨죽지에 멍이 들었다. 일을 못 끝내고 가서 한심한 생각이 들었고, 무궁화호는 테이블이 없더라. 테이블이 있는 교통기관은 비행기와 KTX였던가?

동대구행 무궁화 열차는 4시간 걸렸다. 1시간은 꾸벅꾸벅 앉아 졸고 3시간 동안 장애이해수업에 대한 논문을 2편 읽었다. 낯선 풍경 속을 달리는 것이 즐겁고, 집중이 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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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7.28 16:29:16 *.154.223.199
78일차 (7.25 월)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40, 9;10 (5:30), 대구 한티 피정의 집 
*모닝페이지 3:15~4:30,  아침정진 4:30~6:00 (300배)  *달리기 없음  *필살기 수련 : 6:00~8:00

한티는 순교성지란다. 천주교인들이 구한말에 여기서 순교했단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거는 의미를 생각한다. 신화와꿈연구회의 꿈 워크샾에 왔다. 제레미테일러 선생님을 모시고 한다. 이번에 참여한 이들은 30명이다. 고혜경선생님과 다른 한 분 영성프로그램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이가 통역을 했다. 아침 식사 8시, 점심 12시 30분, 저녁식사 5시 30분이고 식사시간으로 정해진 30분간만 식당에서 뷔페식으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방에는 1인용 침대 2개가 벽과 창 쪽에 하나씩 놓여있다. 나는 가정동 피정의집에서 같이 지냈던 이와 같은 방을 써서 마음이 편했다. 식사시간 전후해서 휴식시간이 주어지고 나머지 시간은 모두 그룹세션이었다.

알람이 울렸는지 기억이 안나지만 2시대에 눈을 떠서 명희님께 출첵문자를 보냈다. 나는 한 발만 삐끗하면 80일 기준을 놓치게 된다. 살금살금 짐을 챙겨 워크샾이 열리는 강당에 올라왔다. 둥글게 의자를 놓은 가운데에 오지항아리에 담긴 초와 향, 들꽃이 놓인 그릇이 있다. 홀로 그 초에 붉을 밝히고, 방에서 가지고 온 홑이불을 접어서 기도방석으로 만들어 앉아 커피 마시고, 모닝페이지 쓰고, 절을 했다. 산 속이라 풀 벌레 소리가 많이 들린다. 이 시간이 참으로 안온하고 한갓지구나, 참으로 행복하구나, 
 
메고 온 노트북으로 놀이수정에 관한 김수연 논문의 밑줄 그은 부분을 7쪽 분량 타이핑했다. 배가 고파서 밖에 놓여있는 간식을 집어먹었다. 통합교육 초창기 논문은 장애인식개선의 방법으로 장애이해수업에 대한 것이 많았는데 뒤로 갈 수록, 긍정적인 사회적 관계, 우정 형성을 목표로 여가활동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에 대한 연구가 많았다는 말이 남는다. 이것이 이번 현장연구의 방향이라고 생각하며 반가왔다. 필살기수련으로 아침공부를 2시간 일과로 사는 것은 도전이다.

노트북 가방을 챙기지 않아서 들락날락 하면서 룸 메이트가 깰까봐 염려스러웠다. 다들 아침식사 시간인 8시 좀 전에 일어나 씻는 것 같았다. 남이 해주는 밥을 먹으니 좋다. 말이 없지만 속 깊은 이 친구와 같이 지내는 것도 좋다. 난데없이 생리가 시작되어 난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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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7.28 16:56:22 *.154.223.199
79일차 (7.26 화)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30, 9;30 (5:00), 대구 한티 피정의 집 
*모닝페이지 2:45~4:00,  아침정진 4:00~5:30 (300배)  *달리기 :20분  *필살기 수련 : 6:00~8:00

명희님께 출첵문자를 보내고 이번에는 노트북 가방까지 챙겨서 이불을 안고 강당으로 올라갔다. 공간이 더 편안해졌다. 벌레소리가 들리고, 어떨 때 바람이 불면 나뭇잎들이 지들끼리 몸을 문지르며 내는 싸락싸락 소리가 못견디게 좋았다. 아침공부까지 마치고 달리기를 했다. 피정의 집 이정표를 지나서 한티재를 구불구불 달렸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그리 힘들지 않았다. 아침식사시간이 있어서 돌아오자 마자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밥을 먹으러 갔다. 운동화를 챙기지 못해서 플라스틱 신을 신고 달렸지만 참 좋았다. 호젓한 산길을 혼자 달리게 되다니 꿈만 같구나.   

새벽에 일어날 참에 꾼 꿈. 열쇠꾸러미 하나를 주웠다. 6개의 열쇠가 달린 열쇠꾸러미는 나무나 금속으로 된 것이 아니라 꼭 옥수숫대거나 해바라기대처럼 싱그럽게 느껴졌다. 그 중 2개의 열쇠가 자꾸 떨어져서 내가 반복해서 밭고랑 같은 데서 주워올렸지만 떨어지길 반복한다.
 
김수연씨 박사학위 논문을 계속 읽으며 밑줄 그은 부분을 타이핑 완료하다. 그녀가 이론적 배경에서 검토한 많은 정서적 능력 향상 프로그램에서는 어떤 갈등 상황을 주고 그것과 관련된 정서의 이름을 붙이고, 대안방법을 생각하게 한 후 선택하는 것이 문제해결능력을 기른다고 했다. 이 점이 장애학생이 포함된 놀이그룹에서 재미와 전원 참여를 지키기 위해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규칙을 재검토하고 수정해가는 놀이수정의 효과가 되고, 이것은 다양한 특징을 가진 그룹의 이질성에서 배울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또 그가 검토한 미국 학교의 프로그램에서 이런저런 놀이프로그램 운영의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타이핑하면서 메모했다. 흥미로왔다. 

낮잠을 자다 꾼 꿈. 30분동안 잤는데 내내 영화라도 보는 듯 꿈을 꾸었다. 그와 나, 다른 남자와 여자가 나란히 붙어있는 테이블에 앉는다. 똑같은 각도로 앉는다. 각각 앞에 앉지 않고 4인용 테이블의 건녀편에 비껴앉는다. 식당이다. 그와 다른 남자의 뒤쪽으로 4쪽의 미닫이문이 있다. 그가 노래를 부른다. 다른 사람은 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좀 애끓는 슬픈 노래인데 내가 그 노래를 따라 부른다.

장면전환. 저녁에 내 방에서 자고 있는데 그가 술을 마시고 현관문을 두드린다. 어라? 거기는 그의 집이다. 내 방은 그 집의 현관 앞 왼쪽에 붙어있는 4쪽 미닫이문 방이고, 그의 아내는 오른쪽 모퉁이를 돌아가면 있는 안방에서 자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새벽 2시 반이라고 느낀다. 나는 잠을 깨서 맨발로 현관의 철문 앞에 서서 문 두드리는 혀꼬부라진 소리를 들으면서 그의 아내가 자고 있는 방을 향해 안절부절한다. 나는 그의 아내가 문을 열어줄 거라고 생각해서 기다린다. 술취해서 해대는 저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안타깝다. 그의 아내는 그 소리를 들을 수 없게 깊이 잠들어 있거나, 못된 술버릇을 받아주면 반복된다고 생각해서 듣고도 모른 척 하기를 평생의 전략으로 삼고 있거나, 이전에 있었던 일에서 마음이 안 풀려서 외면하거나, 몸이나 마음이 아파서 일어날 힘이 없는 걸까? 속으로 추측하면서, 저러다 얼어죽거나 계단에서 굴러서 다치면 어쩌나 걱정한다. 다행히 밖은 하룻밤 한뎃잠을 자도 얼어죽을 날씨는 아니다. 나는 안으로 잠겨진 현관문 앞에서 우왕좌왕 안절부절한다. 동동거리며 찡그린 채 손톱을 물어뜯거나 휘둥거리는 마음인데 실제 행동으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장면전환. 냉장고 안을 들여다 보고 있다. 냉장실인데 앞쪽으로 복숭아 맛 요플레 4개가 쓰러져있고, 왼쪽에 웰치스 포도주스병(2리터 이상인 듯, 가족용 큰 병인데 유리병이고 뚜껑은 보라색, 병이 오돌도톨하다. 병 중간에 둘러싸인 라벨에 포도송이와 웰치스 영어가 적혀있다. 쥬스는 40%쯤 남았는데 멀겋지 않고 아주 진한 것 같다.)이 있고 그 뒤에 약국에서 볼 수 있는 커다란 흰색의 불투명 플라스틱 약병들이 서 있다. 웰치스 병 뒤에 2개, 오른쪽에 1개다.
 
저녁 소그룹 시간에 이 꿈으로 그룹 투사 작업했다. 여성성과 남성성에 대해서, 오이디푸스콤플렉스나 누워있는 엄마 이슈, 타로카드에 나오는 옥수수밭의 풍요의 여신, 미사시간에 쓰는 포도쥬스의 변화 이미지 등 재미있는 투사가 많았다. 하루 동안에 꾸는 꿈은 같은 테마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모든 꿈은 꿈꾼 이의 전일성과 건강, 성장을 위해서 무의식에서 오는 선물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론에 대한 것이 주제였던 이번 웤샾에서는 융의 원형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되새김질이 필요하다. 거기서 있었던 경험과 내 안에서 일어난 것에 대해 쓰면서 천천히 곱씹어 보다보면 더 많은 것을 알아가게 될 것 같다.  

남에게 주어버린 <하늘을 날아다니고 물이 거꾸로 흐르는 곳> 책을 다시 사서 제레미테일러 목사님의 싸인을 받아왔다. "Enjoy your dream' 이라고 적혀있다. 마지막날 미국의 그의 집 근처에서 플라스틱 공장이 폭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집에 남았는 아내에 대해 염려하는 걸 보고 와서 염려스럽다.  enjoy my dream 하는 젤 재미있고 간단한 방법은 모닝페이지에서 꿈일기를 분리하고, 간단하게라도 즉각 꿈에서 본 이미지를 그리는 일이다. 그걸 자세히 그려보고 싶으면 낮에 보충해서 그릴 수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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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7.28 17:09:47 *.154.223.199
80일차 (7.27 수)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50, 10;30 (4:20), 대구 한티 피정의 집 
*모닝페이지 3:10~4:00,  아침정진 4:00~5:30 (300배)  *달리기 :20분  *필살기 수련 : 6:00~8:00
*필살기 수련 : 김수연 논문에서 배우는 점 타이핑,
                          김수연-박승희 [통합놀이프로그램 고안 및 실행의 지침] 학술지 기사 읽기 시작함.

내가 읽고 있는 박사학위 논문을 쓴 그녀의 강의를 한 번 들었던 기억이 난다. 미국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젊은 교수님이 지역사회참조 커리큘럼, 정신지체의 새로운 정의, 중증장애학생을 위한 교육과정, 통합을 위한 교육과정 수정 등 생소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강의를 시작했고, 나는 의욕넘치는 교수가 내어주는 과제와 수업을 듣는데 프로야구 타자 보다 낮은 방어율 할푼리를 기록하고 있었다. 얼굴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학원생이었던 김수연씨를 초청해 강연을 들었었다.

통합 놀이활동에서의 놀이규칙 수정을 고려하여 프로그램을 짜는 것은 10년에 한 번 일어나는 일들이다. 졸업한 직후에 복지관에서 조기교육실 교사로 근무할 때 장애인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했던 과장님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기금을 신청하는 프르포절을 낼 건데 조기교육실과 어린이집을 연결해서 프로그램을 짜오라고 했다. 나는 거기 7세반 학생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조기교육실로 올라오는 프로그램을 짰다. 종합사회복지관 안의 조기교육실인데 아이들의 장애가 중한 편이었다. 성대결절로 퇴사가 이미 예정되었던 때라 내년에 내가 여기 없을 건데도 괜찮냐고 했더니 일단 기금을 따면 진행은 다음 교사가 할 거고, 보고 관련된 것은 그 과장님이 한다고 했다. 나는 며칠 동안 국회도서관과 대학도서관을 온라인으로 검색해서 논문을 읽고 장애이해수업과 통합놀이를 섞어서 짰다. 어린이집 아이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올라와서 우리 학생들과 놀이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내용이었다. 장애인복지관에서 이동식 목욕차량 프로그램으로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의 기금을 딴 적이 있는 과장님이 그걸로 천만원을 땄다고 했다. 그 때가 2000년이었다.

지금 그때로부터 10년이 지난 2011년, 뜬금없이 특수교육 총연합회 현장연구를 하겠다고 신청서를 냈다. 작년부터 생태놀이에 매료되어 있었다. 오늘 새벽에 이걸 돌아보면서 나를 창의적, 도전적으로 만드는 힘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게 된다. 공립 초등학교 특수학급 교사로 일하는 10년 동안 한 번도 고려하지 않았던 현장연구를 하겠다고 10년만에 나선 힘은 좋은 이들이 옆에 와서이기도 하지만 그건 엔진 자체는 아니다. 분명 새벽기도, 새벽프로그램과 관련이 있다. 2000년 3월에 정토회에서 24시간 정진을 시작했고 5월에 저녁에 기도를 한 시간 하러 가기 시작했고, 언제부터인가 새벽기도를 하기 시작해서 백일 이상 했던 때 그 프러포절을 했던 것 같다. 그 와중에 만들어낸 성과였다. 10년동안 길을 돌고 돌아, 나를 가장 창의적이고 가장 행복하게 하는 아침일정이 세팅된 구간에 지금 내가 있다.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의 단군프로그램을 통한 1년 동안의 온라인활동이 나에게 절에서 자야지만 가능하다고 생각되던 일정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걸 계속 확보하는 건 내게 매우 의미있고 중요한 일이다. 사람들과 만나는 저녁일정을 모두 포기하는 외로움을 감수해야하고, 독특하다는 말의 공격을 감수하고, 이런저런 일들을 안고서 10년을 묵묵히 가란 말이지?  

예정대로라면 28일에 현장연구 논문의 지도교수님을 방문해야하는데, 그러자면 27일에 전화드려야 한다. 전화하지 않았다. 작업의 진행속도가 아직 참고문헌 읽고 있는 수준이고, 정리된 계획서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래는 대구에서 웍샾을 마치고 그 도시로 갈 예정이었다. 서울경기인천에 비가 많이 왔다고 하는데 내 집에 비는 새지 않았나 걱정스러워 예매해둔 표를 물리고 밤에 인천으로 돌아왔다. KTX 역방향 4인 좌석은 3인 표만 사면 이용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웤샾 일행이 있어서 4명이서 수다를 떨며 올라왔고, 어쩐지 쿵짝이 잘 맞아서,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로 홍대입구 가서 굳힌 돈으로 이탈리아어로 멈춤, 쉼이라는 뜻의 식당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집에 오니 새벽 1시였다. 어어어 하다가 묻어 갔는데 서울역에서 홍대입구로 가는 전철을 갈아타는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타면서 이러다 아침기상을 못할텐데 불안감이 있었는데 그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과 호감이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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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7.28 17:29:12 *.154.223.199
81일차 (7.28 목)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8:30, 1;30 (7:00), 인천으로 돌아왔다.
*모닝페이지 8:40~10:20, 아침정진 안함. 달리기 안함, 필살기 수련 안함. 

늦게 잤고, 일정이 무너지니 일어날 수 없었다. 술도 마셨지만 6시간 동안 맥주 1캔과 포도주 1잔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뒤엉긴 당혹감과 혼란을 느꼈다. 기운이 빠져서 출첵하기가 싫었다. 모닝페이지를 하고나서야 출석하러 왔다. 오늘 지각을 함으로써 나의 300일차는 패스하지 못하게 되었다. 여기서 포기하지는 않겠다, 제한시간은 넘기더라도 계속 달려서 완주하겠다고 썼다.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모르겠다. 명희님이 올려놓으신 출석부를 보면서 그 때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이 무엇이었던가 살펴본다. 그것이 나에 대해 하는 말을 들어주는 게 중요할 듯 하다. 

어영부영하면서 아침정진 타이밍을 놓치니 하기가 싫다. 밥을 먹고, 낮잠을 자고, 어제 가지고 온 짐을 쌓아둔 채 웹써핑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피정의 집에서는 인터넷이 없으니 이런 것과 싸우지 않아도 되었는데 지척에 있으니 또 좋은 핑게꺼리가 된다.

다 늦어서 지도교수님께 전화를 해서 약속을 잡았다. 주말에 가족세우기 웤샾에 가려고 했는데 못가겠다. 마음이 복잡해서 <아티스트 웨이>를 읽었다. 완벽주의를 요구하지 말고,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하면서, 창조적인 사치를 허용하면서, 그 날치 사소한 것을 (완벽한 시나리오를 요구하지 말고, 오늘치 3쪽 분량을 작업하라) 행동하라는 말을 읽으면 언제나 벌떡 일어나 뭔가 사소한 일을 하게되는 영험이 있다. 오늘 교수님께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은 것, 모터소리를 내는데 방치해온 냉장고 AS를 위해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건 것 이런 것이 내게는 계속걸음의 노력이다. 사소한 한 발인데 신기하게도 내 불안감이 좀 줄었다.

오호, 콩두씨, 잘 했습니다. 어리고 (어리석다는 말과 통한다고 훈민정음 - 나랏 말쌈이 뒹귁에 달아 어쩌고 저쩌고 쌀라쌀라 배울 때 배운 기억이 나실랑가?) 경험없는 젊은 말이 장애물 앞에서 히힝거리며 넘길 주저할 때는 두려움 때문이니까, 늙고 경험많은 말, 또는 기수의 뒤를 따라 가라 했지요. 누구긴요. 콩두씨가 오늘 인용한 줄리아카메론 여사가 그랬지요. 자자자 콩두씨, 콩두씨가 꽁무니를 쫒아가면 든든하고 신뢰로운 그 old wise man or woman (아항 old wise horse, cat, lion, tree et al 도 됨) 은 누구일까요? 오늘의 퀴즈쇼 정답을 맞추시면 이마트 미국산 냉동 블루베리 1kg 2봉다리를 선물로 드립니다요. 쓰는 김에 거기다 발사믹식초 1병, 홍초 1병, 카프레제 샐러드를 만들 생치즈와 꼬릿꼬릿 냄새나면서 쫀득한 치즈도 한 통 끼워드립지요. 모두 먹는거라서 싫으신가요? 좋아하실 줄 알았는데요? (네네네 좋아요 아주 마음에 들어요)     


먼저 저 위의 선물을 모두 사왔다. 그 다음에 정답을 맞춘다. 내가 내는 답은 모두 정답일 것이므로.

   1. 평소 옆에 두고 있는 이들의 책의 저자 :  여자 - 진시노다 볼린 <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
                                                                                           엘리자베쓰 퀴블러로스 <인생수업>
                                                                                           현경 <미래에서 온 편지>
                                                                                           줄리아 카메론 <아티스트 웨이>
                                                                                           각해보살님 책
                                                                               남자 - 법륜스님 <실천적 불교사상> <즉문즉설>
                                                                                           하루키 <달리기를 ~>

2. 현장연구논문은 단군 프로그램에서 필살기 수련으로 선택한 활동이므로 이것의 뿌리 구본형선생님 <필살기>, <깊은인생> 을 읽고, 이 결론에 도달하게 된 홍승완씨의 강연 ppt를 복습하기, 300일차가 끝나기 전에 그동안의 참고 도서, 영화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를 짓기

3. 중요한 질문 : "콩두씨가 지금 두려워하는 그것이 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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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7.29 06:51:43 *.154.223.199
82일차 (7.29 금)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20, 9;00 (5:20)
*모닝페이지 2:45~4:40 (중간에 30분 놀았다), 아침정진 5:10~6:50(300배), 달리기 안함
*필살기 수련 안함. 심난하여 아티스트 웨이를 8장~12장까지 1시간 반 동안 읽음.  

무덥다. 할 때는 꿈지럭거렸지만 땀을 흘리며 절을 하니 시원하고 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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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7.30 03:34:45 *.154.223.199
83일차 (7.30 토)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00:45, 9;30 (3:15)
*모닝페이지 1:00~2:20, 아침정진 2:40~3:10(108배), 달리기 안함
*필살기 수련 : 3:30~6:00 현장연구논문 계획서 손보기 

오늘 현장연구논문 계획서를 지도받으러 군산 간다. 6시에 출발할 예정이다. 일찍 일어났다. 모닝페이지와 아침정진을 마치고, 샤워하고 옷까지 다 갈아입고 앉아서 저렇게 미리 일지를 써둔다. 계획서가 아직 완성 안되었는데, 징징징, 전모를 모르는 부분도 많은데, 징징징 성냥으로 꽁지에 불을 확 붙이고서 작업 들어간다. 임박착수 만땅답네. 사실 별로 징징거리지 않는다. 그럴 시간이 없거든. 자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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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7.31 08:48:59 *.154.223.199
84일차 (7.31 일)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3:30, 9;00 (6:30)
*모닝페이지 4:00~5:20, 아침정진 7:20~8:00(108배), 달리기, 필살기 수련 없음

늦게 일어났다.  돌아오자마자 쓰러져잤기 때문에 일어나서 씻었다. 저녁을 과식하면 얄짜 없다. 식곤증으로 기절하듯 한 판 졸고 난 뒤에도 내내 내 기계들이 죽은 소와 돼지를 묻으러 동원되던 공무원처럼 소화에만 징발된다. 이렇게 트럭에서 바로 부려진 날에는 다음날 시작이 더디고 할 맛도 안난다. 짜증스럽다. 분비물을 내는 내 몸의 구멍들이 청결하지 못해 2차 오염, 감염이 생겼을 것 같은 찜찜한 짜증이다. 모닝페이지 전에도 웹써핑(단군일지 읽기, 쓰기), 후에도 웹써핑(선운사 노래와 시 찾기)을 했고, 집안을 물걸레로 닦고 세탁기를 돌렸다. 정진하기 싫어서 108배만 했다. 저녁식사가 몸에 안 맞는 건지도 모른다. 저녁에는 소화력 떨어지는데 아침까지 많은 잉여에너지가 몸에 그대로 쌓여있는데 3식의 고정관념때문에 너무 많이 퍼멕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런데 또 술을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음식에 집착하거나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식습관이 있으니 그게 어려운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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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8.01 12:00:26 *.154.223.199
85일차 (8.1 월)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6:15, 9;00 (9:15)
*모닝페이지 7:00~9:00, 아침정진 9:20~11:00(300배), 달리기, 필살기 수련 없음

늦게 일어났다. 날쌔게 뭘 해야 목표를 잃어버려서 출첵은 늦게 하고, 어슬렁어슬렁 느릿느릿 움직인다. 어제 저녁을 먹지 않았더니 몸이 가볍다. 그래도 태워 없애고 싶은 잉여에너지가 많아 들뜨고 찌뿌둥하다. 몸이 잘 치대서 글루텐이 형성된 반죽처럼 쫀득쫀득하지 않고 성의없이 대충 뭉쳐놓아 푸석푸석한 밀가루 덩어리 같다. 잠을 왜 저렇게 많이 잤을까 하다가 아침정진을 하면서 알게 된다. 방바닥을 따뜻하게 하고, 긴 팔 면바지와 면 셔츠를 입었는데 땀이 많이 흐른다. 흐르는 땀을 따라 덩달아 눈물이 흘러서 한참 흘려보낸다. 흘리지 못한 눈물에 침수된 거였군. 어제 동대입구에서 있었던 가족세우기 워크샾에서 시작된 물기다. 내 안에는 분노와 슬픔의 매장량이 많은 듯 하다. 화염방사기를 어깨에 올린 채 짖어대고 싶은 분노가 좀 더 위에 매장되어 있고, 슬픔은 고것보다 조금 아래에서 흐르는 것 같다. 가족세우기 웍샾 동안에도 많이 울었는데, 그 프로그램 중 하나가 내 깊은 곳을 건드렸고 내내 마음이 아팠는지는 모르겠고 목과 왼쪽 가슴이 뻐근했다. 

어제 순산기도의 주인공들이 순산하고 태어났다. 예정일보다 5일 빠르다. 산모와 아기가 다 건강하다는 문자를 받았다. 오늘 기차 타고 거기 가볼 참이다. 내 할 일을 다 해놓고 가야겠지. 늦었지만 새벽 필살기 수련이 아니라도 필살기로 내가 잡은 껀수에 2시간을 적립해야 겠지. 그리고 순산발원기도를 위해 시작했던 300배는 계속 하겠다. 어떤 계기로 나에게 왔든 나를 위해 나를 낳고, 태어나기 위한 기도를 하기 위해 훈련한 거라는 생각이 든다. 벌써 정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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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8.03 06:42:37 *.23.19.67
86일차 (8.2 화)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4:30, 10;30 (6:00)
*모닝페이지 4:50~6:00, 아침정진 6:00~7:00(300배), 달리기, 필살기 수련 없음

고향집에 왔다. 어제 병원에서 태열이 있는, 어딘가 익숙한 얼굴의 태어난 지 30시간 된 아기와 씩씩한 산모를 만났다. 인천서 전철 타고 청량리까지 가서 안동가는 기차를 탔다. 언젠가 한 번은 가보고 싶은 기차길이었는데 한 대를 놓치는 바람에 늦어졌다. 늦어도 갈 수 있어 좋았다. 30분쯤 병원에 있다가 부모님, 막내동생과 고향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가 운전하는 1톤 트럭의 조수석에 내가 앉고 뒷자리에 엄마와 남동생이 앉았다. 

새로운 각본을 쓰는 변환자 이건 나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수행자의 두번째 정의다. 첫번째 정의는 (남의 불행 위에 내 행복을 쌓지 않으면서)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이다. 그(녀)는 자기 안에 있는 중심에서 미소와 온기와 빛을 밝혀든다.

요즘 원가족 안에서 내가 해왔던 역할이 무엇인지, 그래서 내가 가진 각본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간을 자주 갖는다. 이제는 그들의 각본, 그들의 블루프린트 안 문간방에 세든 사람이 아니라 나의 각본을 가지고 움직이고, 나의 블루프린트로 내 집을 짓고 싶다. 모든 것은 본래주인에게 남겨두고, 돌려주고 나는 내 삶을, 내 길을 가리라. 내가 아버지의, 또는 아버지로 은유되거나 헤깔리는 이가 운전하는 차의 조수석에 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내가 정한 목적지로 가는 것은 마흔에 하려는 분화의 좋은 상징인 듯 하다면 잡념이 너무 많은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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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8.03 06:53:51 *.154.223.199
87일차 (8.3 수)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30, 9;00 (5:30)
*모닝페이지 3:00~4:10, 아침정진 4:10~5:45(300배), 달리기 없음
*필살기 수련 : <가족세우기를 통한 교실혁명> 1시간 읽음

땀을 흘리며 절을 하고 샤워하고 들어와서 책을 읽고 일지를 쓰는 새벽일정을 보내고 싶어진다. 아버지가 옆방에서 섹스폰을 연습하시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컴퓨터로 단군일지를 치고 책을 읽는다. 엄마가 부엌에서 고추찜을 찌는 냄새가 난다. 대표적인 여름반찬, 그 냄새에 내 몸이 스르륵 이완되고 편안해진다. 엄마 냄새다. 엄마는 이번에도 저런 식으로 애정을 표현하셨다. 며느리가 해산했다고 보러가는 그날 오전에 가서 참기름을 새로 짜다 주었다. 꼬신 내 나는 금방 짠 참기름 둘러서 미역국 끓여먹으라고 수고를 하셨다. 아버지는 어제 보니까 아침저녁으로 30분 이상 연습을 하신다. 환갑 선물로 받은 봉투로 저걸 사셨다. 레슨 하는 이가 천 시간은 불어야 소리를 낼 수 있다고, 그러자면 하루 1시간씩 3년 불어야한다는 말을 실천중이다. 충분히 그렇게 하실 양반이다. 나는 일만시간의법칙을 이야기하는 단군프로그램 중인데 스승이 한 분 계시네. 

지금 이 집에 있는 사람 3명의 아침일정을 보면 식구들을 위한 식사준비를 하는 1인, 악기를 연주하는 1인, 글을 쓰는 1인이다. 나는 앞으로 어떤 모델, 각본을 따를 건지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어린아이를 데린 여자는 그들을 먹이고 가르치고 입히기 위해 가사를 해야한다. 대부분 여자들이 그 책임을 지고 있고, 필연적으로 희생을 전제한다. 가사에 포함된 요리, 빨래, 청소, 육아를 수행의 방편으로 삼는다는 멋진 말은 얼마나 실천하기에 힘이 드는가? 그런 관점으로 한다고 해도 집중적으로 자신에게 쓸 수 있는 시간(무엇을 하든 오로지 남이 아닌 자신을 가꾸기 위한 시간. 산책이 그에게 필수영양소를 공급하는 채널이면 산책을, 운동이면 운동, 기도면 기도, 음악이면 음악, 글쓰기면 글을 쓸 시간. 최소 1시간은 방해받지 않을 시간이 필요한 듯 하다.) 나는 엄마가 해 주는 밥을 기다리며 내 시간을 갖는다. 인가의 새벽이 시작되는 6시 이전에 2시간을 가졌고, 그 이후에 시간을 또 갖는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결국 그 새벽시간이 나를 키우고 살리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나의 정체성에 관련된 시간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어떤지 같으다. 천복도 결국 내 정체성과 관련된 거고. 암튼 나는 내 시간을 갖지 못하고 누군가를 위한 식사를 준비하는 엄마가 불쌍하고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건 내 생각이다. 실제 엄마가 어떻게 느끼는 지는 알 수 없다. 나도 누군가를 위해 상을 차릴 때 기뻤으니까. 하지만 그건 내 시간을 갖고 난 뒤의 일이다. 내가 시간을 잘 써서 그 유익이 엄마에게 돌아가면 좋겠다.  엄마가 밥을 주시기 때문에 가능한 일정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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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8.04 08:26:43 *.114.49.161
88일차 (8.4 목)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55, 9;00 (5:55)
*모닝페이지 3:10~4:50, 아침정진 5:00~6:30(300배), 달리기 없음
*필살기 수련 :

일어나자마자 지각을 면하려고 어둠 속에서 명희님께 출첵문자를 보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 집이 편하다. 이제 정상궤도로 돌아와야하는데...참으로 많은 출장을 다니면서도 제 시간에 출첵하는 분들이 존경스럽다. 나는 이렇게 헤매는데 말이다. 

양문형 냉장고의 냉장실이 완전 멈춰서는 바람에 그 안에 들었던 모짜렐라 치즈가 터져서 꼬리꼬리한 냄새가 풍긴다. 견뎌보려다가 도저히 안되어서 아침일정을 하다말고 행주에 세제를 묻혀 냉장실 문에 달린 서랍 3칸을 닦았다. 내가 집을 비웠던 동안 냉장실 온도가 저게 팽창할 정도로 높아졌단 얘기지? 한 덩어리는 아직 터지기 직전이던데 그거 먹고 죽을까봐 둘 다 버렸다. 냉장고 건이 아니라면 야금야금 꼴방쥐 보리쌀 동구리 드나들듯 아껴 먹었을 브리치즈 한 덩어리를 한꺼번에 썰어넣고 당근 1개, 파프리카 1개를 깍아썰고 어제 초특가 할인이라고 해서 집어온 발사믹 식초와 올리브오일, 후추를 뿌려서 샐러드 한 접시를 아침으로 먹으며 일지 쓴다. 치즈가 좋다. 치즈는 내게 주는 퀴즈쇼 정답 상품이었지. 이제 음식물 쓰레기통에 덩어리를 던져 넣기 전에 추가 질문에 대한 답을 써야겠군.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일단 이것이 두려움 때문이라는 건 맞는 것 같고요.
하나는 7월 말에 출판사에 다니는 지인으로부터 희한한 제안을 받았어요.  나는 2009년 3월 14일부터 2011년 12월 8일까지 스스로 정해서 '천일간의 자기사랑' 중입니다. 마흔맞이 의례 중인데 인생 후반전으로 넘어가는 방향을 결정하기 전 갈림길에 머무는 동안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아니 해야만 하는 일이에요. 상담심리를 공부하면서 책을 만드는 에디터인 그가 그것에 관심을 보이면서 어떤 것을 하는 지를 기획서 형태로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대답하고 돌아와서 나는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고 꿀꺽 안고 가라앉았습니다. 그 제안은 아직도 유효할까요? 이상하기도 하지요. 내가 꿈꾸고 간절히 원한다고 생각했던 기회가 선물처럼 주어지려고 하는데 왜 도망을 가는 건지.

또 하나는 사이렌의 돛대에 묶여 있기로 스스로 결정을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고, 그 바람에 내 안의 두려움과 욕망의 블루 프린트를 자세히 들여다 볼 기회가 생겼지만 과연 바다에 뛰어들어 나를 죽이지 않고, 내 배를 암초에 부수지 않고 잘 지나갈 수 있을 건지, 내 안의 두려움과 욕망을 엉뚱한 데다 투사하지 않고 나를 들여다 보면서, 누구도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 잘 지나갈 수 있을 지 고심합니다. 이것에 나의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습니다. 

콩두씨 잘 들었습니다. 잘 말해주었어요. 첫번째 경우에 대해서는 필요한 것은 재능이 아니라 용기라고 했던, 창조적 u턴에 대한 묘사 부분을 읽어보길 권하고 싶네요. 그 지인이 콩두씨가 따라갈 지혜로운 조력자 일수도 있지 않을까요?

두번째 경우에 대해서 잔소리 좀 길게 해보겠습니다. 우선 '스스로 선택했다'는 구절이 유심히 읽히는군요. 쫌 위험해야 스릴, 재미가 있고요, 위험이 따르지 않는 모험은 없다고 누가 그러던데...^^ 둘째, 안과 밖의 자원을 잘 쓰도록 하세요. 콩두씨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안의 자원과 밖의 자원이 누구인지를요. 선험적 기능에 기대어 책 읽고 기도하고 생각하는 것도 좋은데요, 좋은 멘토들도 많잖아요? 밀리언달러 베이비의 그 코치 같은 이 말입니다. 돈 내고 만나도 좋겠죠. 만나서 밥 먹고, 마주앉아 이야기할 수 있는 살아있는 멘토, 위로를 하는 이가 아니라 결정적인 순간에 내 고삐를 틀어쥐거나 방향을 전환시킬 결정적인 한 마디를 정직하게 해줄, 콩두씨가 신뢰하는 그(녀)에게 가는 약도를 알아두세요. 유사시에 냅다 솟구쳐서 그 오두막으로 날아갈 멘토는 판단이 정확하고 지혜로운 이겠지요. 세째, 내적 근력을 자꾸 키워서 힘에 부치면 냅다 도망갈 수 있도록 하세요. 36계 줄행랑은 대단히 주도적인 전략입니다요. 내게 힘이 있어야 쓸 수 있어요. 일단 싸워보기로 한 용기는 축하하고요. 열심히 경기하고요, 언제든 죽을 것처럼 힘들면 죽지말고 제깍 항복하세요. 순교자나 애국지사 흉내 내지 말고요. 수건 던질 준비를 항상 하고 있다가 납작 엎드리는 겁니다. 이번에 항복하고 트레이닝 열심히 해서 다음에 또 도전하면 되지요. 나선형이라든가 뭐라든가 그렇게 자꾸 반복된다하잖아요? 콩두씨를 상하게 하지 않을 만큼만 견디는 겁니다. 더는 곤란합니다. 혹여 책임테마가 6순위에 있다해도 그건 아니될 말입니다. 목표를 작게 해서 성공경험을 쌓으며 나아가면 재미가 있지만 처음부터 크게 잡아서 좌절하면 그거 좀 덜 지혜로운 방식이잖아요?

암튼 두려움의 약은 두려움을 가진 채 계속 걷는 것이라는 게 결론입니다. 잔소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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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
2011.08.04 10:17:04 *.143.199.187
윤정님..정말 오랫만에 윤정님 글을 보러 왔나봐요...
그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군요..ㅠㅠ
윤정님 글을 읽고 있으면...음...좀더 가까이 살았으면 좋겠다 생각이 자꾸자꾸 들어요.
이웃에 살면서 자주 왕래하며 산책도 함께하고
밥도 같이 먹고 또 슬픈일 생기면 같이 울기도 하면서요...
언제한번 인천 윤정님 집에 놀러가야지...생각은 굴뚝 같은데...주말이 여의치가 않네요.
무지 궁금해요.  윤정님 글을 읽으면서 상상을 하거든요,.
과연 제 상상속의 집과 현실이 얼마나 비슷할까..하고요. ㅋㅋ
오늘 정말 윤정님이 그립네요..
얼굴까먹을거 같아요. ㅠㅠ
완주파티때 오시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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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8.05 07:28:50 *.154.223.199
89일차 (8.5 금)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55, 9;00 (5:55)
*모닝페이지 3:10~4:40, 아침정진 5:30~7:00(300배), 중간 50분 가량 웹써핑, 누워서 15분 쉼.
*달리기 30분,  *필살기 수련 : 없음 

길어진 모닝페이지를 마친 후에 쉬려고 한다. 15분쯤 몸을 눕혀 쉬다가, 어쩌면 2시간 단위로 15분쯤 휴식이 필요한 시스템을 가진 몸이 아닐까 추측한다. 누워서 쉬면 어지럼증이 덜해진다. 절을 하면서 땀을 많이 흘려서 옷이 흠뻑 젖었다. 시원하다. 해가 뜨니까 달리러 가기 싫다. 한편 오래 못달려서 달리고 싶기도 하다.

달렸다. 땀을 다리가 번들거리도록 흘렸다. 매매가 요란스레 운다. 한 달 울다 가기 위해 몇 년을 유충으로 어두운 땅 속에서 기어다녔을 매미들, 네, 당신께 배우겠습니다. 지렁이들이 많이 나왔더라. 지렁이들은 왜 비 오면 나와서 저렇게 밟히지? 나서기 전에는 기운이 없고 어지러운 것 같았는데 오미자차 한을 미지근하게 원샷하고 나갔다. 가만히 앉았다가 눕는 건 밑으로 간 에너지를 기울이는 것 같고, 달리면 막 흔들어서 뿜게 하는 것 같다. 즐거웠다. 돌아와 집을 정리하고 물걸레질을 했다. 역시 달리기는 나에게 에너지를 많이 준다. 대신 대충 샤워하고 필살기수련으로 삼은 것에 집중을 해야하는데 워낙 늦게 나서기도 했지만 다른 일을 하다가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오늘은 빨래도 많이 했다. 그 시간에 그것을 하는 것이 습관일텐데 기분 나는 대로 하고 있군. 아쉽다.

나는 치즈를 좋아한다는 말은 맞지 않다. 피자 속에 든 모짜렐라치즈처럼 쫀득한 식감이 있는 브리치즈와 까망베르치즈, 된장냄새 비스무리한 블루치즈, 한국의 연성가공치즈 같은 것만 좋아한다. 어제 염소젖으로 만든 치즈를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문해서 받았는데 겁없이 토마토에 썰었다가 토하는 줄 알았다. 누린내가 역겨웠고 종일 그 냄새가 나를 따라다녀서 킁킁거렸다. 절 하는 수건에, 냉장고 문에 다 냄새가 발라져 있는 것 같고 공기 중 노린내 농도도 제법 높아졌다. 된장에 풋고추 몇 개 찍어 먹었다. 오늘 나가는 길에 다 갖다 버릴까 한다. 11일이 유통기간이라서 55% 할인하길래 2개 주문했는데 영 그석하다. 실패네. 앞으로는 치즈 앞에서 겸손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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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8.06 10:53:08 *.154.223.199
90일차 (8.6 토)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00:15, 6:00 (5:15)
*모닝페이지 00:30~2:20, 아침정진 3:05~5:00(300배), 
*달리기, 필살기 수련 : 없음, 5시에 다시 잠들어 8시에 일어남 

어제 저녁에 일찍 잠들었다. 옷을 갈아입고 잠깐 눕는다는 것이 저녁잠을 다 자 버렸다. 낮동안 꼼짝 않고 컴퓨터 작업을 했더니 몸이 욱신욱신하다. 밤에는 너무 더워서 잠을 깼고 잘 수 없었다. 저렇게 움직이다 다시 잠드는 건 좀 그렇지만 방학이라는 장점을 즐기기로 한다. 습관은 같은 시간에 같은 걸 하는 걸 디립다 반복하다보면 의지가 개입하지 않아도 제 무게로 굴러가는 건데 이거야 원. 3일 연속 집 바로 앞의 교실에 나가서 5시간씩 했다. 오늘은 나가려고 화장하고, 허리끈 있는 다려입는 옷을 입고, 귀걸이를 단 채 그대로 집에서 일한다. 국회도서관에서 논문을 찾아 읽고 요약해서 타이핑했다. 이렇게 하다보면 뭐가 될까? 나도 모르겠다. 그냥 읽기만 하면 뭘 했다는 흔적이 안 남으니까 이렇게 하면, 뭔가 노동을 한듯 해서 불안하지 않다. 내 밥 값을 하는 것 같고.  

단군프로그램 300일차가 저물어 간다. 마무리 세레모니를 제안했는데 나는 아직 아무 댓글을 달지 못하고 있다. 어쩐 일인지 관계에 대한 것이 영 자신이 없어져버렸다. 금붕어처럼 뻐꿈거린다. 어쩌지? 콩두씨 저만치 서 있지 말고요 손 내민 이들의 손을 잡고, 반응하는 정도로만 참여하세요. 그럼 되지요.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 백 배 낫네. 천 배 낫나? 그리고 좀 노세요. 콩두씨가 좋아라하는 공원과 나무 아래, 찻집과 미술관, 박물관, 극장, 피자집을 싸돌아다니면서요, 메니큐어를 바르고, 꽃을 사고, 아이스크림을 먹고, 팬시점에 가서 모닝페이지 쓰기 좋은 얇은 노트도 좀 사고요, 맛난 걸 먹으러 다니고 쇼핑을 하면 되지요. 목적은 '기분전환!' '연결성 느끼기' 상당히 알흠다운 목적이구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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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8.07 11:05:06 *.154.223.199
91일차 (8.7 일)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4:15, 10:15 (6:00)
*모닝페이지 4:30~6:40, 아침정진 7:00~8:15(300배), *달리기 8:30~9:30
*필살기 수련 : 없음

어제 체기가 있었다. 점심으로 뚝배기에 소고기를 익혀 먹었는데 소화가 힘들어서 식사 후 1시간쯤 잤다. 그게 그득한데 저녁에 다시 사과 1개와 꽁치 두 도막을 먹었다. 밤에 소화제를 두 번 먹었다. 늦잠을 잘 수 밖에 없구나. 몸이 저런 상태이니.

아침 일정을 한다. 몸이 찌뿌둥하고 무겁다. 2시간동안 모닝페이지를 하고 꿈일기를 따로 쓰고 그렸다. 즐거웠다. 지각과 상관없고, 시작 시점의 몸상태와도 상관없이 행복하고 충만한 아침을 보냈다. 모닝페이지와 아침정진은 나의 천복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본다. 모닝페이지는 맞고 아침정진은 아니다. 내가 웹써핑을 주고 이 두 가지 활동 사이에 하거든. 아침정진 하기 싫어서 노래 듣고 그런 거니까 정진은 천복이 아니다. 달리기는? 이것도 아니겠지. 좋긴 하지만 나가기 전에 싫거든. 시작행동에 시동 에너지가 적게 드는 활동이라니 두 가지는 아닐 수 있겠군. 절을 300배하고 나니까 윗 옷이 완전히 젖어서 무겁다. 양쪽 옆선만 말라있다. 거긴 땀이 덜나는 부위인가보다. 옷을 벗어서 대야에 물을 받아 담궈놓고 속건성 티셔츠(이건 한겨레마라톤에서 받은 기념품이다. 화이자 하늘색)를 갈아입고 달리러 갔다. 이 달리기 레깅스에는 주머니가 없어서 불편하다. 아파트 현관 키는 오른손에 쥐고, 들고 나간 만원짜리 돈은 손바닥 안에서 젖을 것 같아서 슈퍼 갖다 주면서 운동하고 돌아오면서 생수와 건전지를 가져가겠다고 말해두었다. 달리기 레깅스는 몸에 딱 붙어서 하반신 굴곡을 고대로 드러내어 좀 민망하긴 한데 걸리적거리지 않아 어중간한 반바지 입는 것보다 달리는 데 편하다. 땀이 다리를 따라 흘러내리지를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 스미니까 간지럽지 않다. 내 몸매야 볼 만한 것이 없지만 뒤에 오는 사람들이 보겠다 하면 보여주지 뭐 한다.  이렇게 달리다가 나중에는 위에도 탱크탑을 입고 달리면 즐겁겠다. 땀이 나면 목이 쓸려서 불편하거든. 아, 그러면 배로 흐르는 땀을 흡수 못하겠구나. 모자를 잃어버렸는데 어쩌지? 하얀색에 은빛 로고가 찍힌 새 모자를 하나 살까? 이런저런 잡념을 피우면서 달려나갔다. 내 마음의 집은 벌집처럼 방이 많고 그 방들을 방문하며 그 안에 사는 이들과 안에 있는 물건들을 살펴보는 상상을 한다. 어떤 방에는 새 주인을 들였다.  내 마음의 방 하나를 내어주며 인정했다. 어떤 방은 첨지의 손톱을 주위먹고서 주인노릇하던 가짜와 진짜가 만났고 이제 인연이 다한 듯 하여 방 빼라고 통고한다. 4개의 방이 그렇다. 그 방의 주인들은 워낙 나의 별에서 많은 걸 차지해서 텅 비게 되면 어쩌면 한 방에 1kg씩 살이 빠질지도 모르겠다고 다이어트를 강요한다. 저장된 글리코겐을 근육과 지방층에서 꺼내쓰도록 아침저녁으로 공복 달리기를 해가면서 의식적으로 태워서 없애야 하는 지도 모르겠다. 온 몸에서 불필요한 것들이 태워지며 게실처럼 그 4개의 방으로 가던 피와 영양분이 잘 말려지고 제 자리로 돌아가는 걸 상상한다. 이게 다 뭔소리래? 뭐긴 달리면서 나를 스쳐지나간 잡념, 잡념, 잡념, 잡념, 잡념이지. 그걸 다 떨어버리고 집에 돌아와 청소를 30분 하고 샤워하고 선풍기를 틀어놓고 앉으니 세상 부러울 게 없네.     

돌아와서 땀이 뚝뚝 떨어지는 상태에서 집을 청소하고 빨래를 갠다. 두 가지는 내가 대단히 싫어하는 일인데 또 하게 되네. 의지로 하자면 대단히 에너지를 많이 들여야 하는 일을 쉽게 맘내게 해주는 달리기. 저 빨래는 건조대에 한 3~4일은 있었다. 면생리대를 반듯하게 접어서 개어 속옷 서랍에 넣고, 걸쳐두었던 치마를 옷걸이로 집어서 2개 딱 걸었다. 재활용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내어놓는다. 콘센트 위와 스탠드와 선풍기까지 물걸레질을 하고 세탁소 옷걸이에 걸레를 씌워서 옷장 밑도 한 번 훑는다. 아침에 많은 일정을 넣을 수 없다면 나에게 힘을 많이 주는 것, 생명을 주는 걸 넣으리라. 나에게 달리기와 읽고쓰기를 비교하라면 당연 달리기지. 그러니까 나는 모닝페이지, 아침정진 후에는 달리러 나가자. 책을 읽을 수 있으면 읽고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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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08.09 09:11:08 *.154.223.199
92일차 (8.8 월)

[새벽푸른빛 안전기지]
*2:50, 10:00 (4:50)
*모닝페이지 3:30~5:00, 아침정진, 달리기, 필살기 수련 없음 다시 잠들어 8시에 일어남. 108배는 밤에 보충함
 
더워서, 또 저녁을 과식해서 잠을 설친다. 부페는 내가 저녁때 이용할 식당류는 아닌듯하네. 비가 내리길래 다시 자버렸다. 얼른 일어나서 출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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