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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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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일+

단군의

  • 이국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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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21일 18시 51분 등록

[다시 쓰는 500일차 출사표] 자유롭게 그러나 치열하게 사랑하며

 

우리는 수많은 선택의 숲에서 자신이 가야 할 길이라 판단한 길을 찾아 걷고 있다. 그 숲 속에 갇혀있거나 미처 그 숲을 헤쳐나오지 못했을 때, 우리가 가지는 절박함이나 간절함은 얼마쯤 우리 눈을 가리기때문에 냉철한 판단을 하지 못한채 순간의 선택이 최고의 선택임을 굳게 믿어의심치 않게 되는 것 같다. 그 힘든 순간을 견디겠다고 생각한 그 순간에도 자신의 운명이나 삶과 정면으로 부딪힐만한 용기가 부족한 자에게는 보이지 않는 눈가리개로 작용하는 것이 자신의 생각이라는 걸림돌이다.

 

용기있는 행동으로 삶을 꾸려가는 자보다는 생각이 흔한 나 같은 사람은 매우 경계해야할 것이 편견이나 고정관념 혹은 판단이 절대적이며 최선이자 최고의 것이라 믿는 오만하고 가벼운 생각이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수련해야하는 것이 생각 이면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며, 자문하고 나를 들여다보고 또 저 깊은 곳에 잠자고 있을 날 것 같은 나와도 마주 대하려는 용기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때로는 멀리 떨어져 내 모습을 보려 노력한다. 그럴 때 보이는 모습은 생각과 판단의 숲 속에서 길을 내며 걸어갈 때와는 또 다른 눈에 비친 모습이다. 들여다보면, 나는 여러 모습으로 거기 있었고 여기 있다.

비가 억수로 내리붓던 지난 여름날 사부님께서 내게 주신 말씀이 있다.


"국향에게

 

어디에 있던

있는곳이 신이

있으라 한  곳"

 

그 때만 해도 사부님이 나를 위로하시기위해 주신 말씀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사부님은 아직 나를 잘 모르신다고 여겼다. 어떤 부분 맞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걸어온 뒷모습을 보면서 내가  왜 여기에 있어왔는지 있는 것인지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야할 때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가고 싶은 곳이 저기인데 가지 못해 여기 있다고 생각했고, 언제든 때가되면 건너 갈 것이며, 또 갈 준비를 착실하게 해와 이제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건너가면 된다지만, 정말 진지하게 내가 여기 서 있게 된 필연적인 운명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생활에 함몰되어 자신이 서 있는 공간을 어떻게든 탈출해보고자 하는 욕망이 컸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되짚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내 마음은 거기 있을까?

 

다시쓰는 500일차, 천천히 자신을 돌이켜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더 단단하게 나를 다져나가는 시간으로 삼고싶다. 헤어지고 만나며, 또 떠나고 되돌아오는 것이 우리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며 여기 이 땅에 서 있는 내가 할 일을 생각해보면 좋겠다.

 

언제든 후회않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지나 이 세상을 등지면서 후회할 것 같은 일은 하지 않으려 했다. 최고로 살지는 못했지만, 평범한 내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나'임을 잊지 않고 살려했고 '나'를 사랑하며 살고 '나'로서 살며 본디 내가 타고난 '나'의 모습으로 살려 애썼다. 그리고 지나온 시간 속의 나는 충분히 아름답다.

 

아름다운 모습이 있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지독하게 슬펐고 외로웠고 그러면서 성장하고 노력했고 공부했고 싸웠고 또 사람들을 만나 사랑하고 또 실패하며 세상을 알아왔기 때문에, 충분히 아름다운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인간이라면 응당 마주하게 될 그 어떤 감정들을 마주하며 피하지 않고 느껴왔기에 아름다운 삶을 살았다 생각하는 것이다.

 

그 무엇이 되려는 마음에서 벗어나게 된 것, 아름다운 일이다. 그 무엇이 되려 노력하기보다 '나'의 모습으로 살기위해 겁나는 온 세상과 마주치는 것, 두렵지만 또 나를 그 속에 서게 만드는 것, 이런 시도가 더욱 나를 사랑하고 자유로운 사람으로 단련시켜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기에 충분히 아름다운 것이다. 

 

내게 있어 그 무엇이 어떠해야 한다는 마음, 집착 혹은 고집, 또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그런 절대적 가치...같은 것들에 대한 봉인이 풀리면서 많이 자유롭고 여유로워졌다. 그러나, 꼭 어떠해야한다는 마음은 거두었으나 이 세상에 던져진 '내'가 어떠한 모습으로 존재하다 소멸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은, 단순해진 내 삶에 있어 화두가 될 수 밖에 없다.

 

생각하고 생각하다보면 현재 내가 서 있는 곳,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내가 발딛고 서 있는 여기가 중요한 것이고, 어제의 그 자리가 나에게 얼마나 중요했던 자리이며 있어야 할 자리인지 비로소 보게된다. 어제의 나는 사라지고 새로운 내가 서있어야 할 자리 역시 여기인지 아닌지는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가 그려가는 그림 속에 담겨져 나올 것이다.

 

사부님이 내게 던지신 그 말씀.

있는 곳이 신이 있으라 한 곳의 의미를 더 곰곰히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마음 먹는다.

사랑하며 살리라. 그냥 그저 있는 것과 맞추는 것이아니라, 가슴을 열고 사람을 마주하고 일을 마주하고 관계를 마주하면서 사랑하며 살리라. 과하지는 않으나 열린 가슴으로 그렇게 나에게 다가오는 것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따스하게 바라볼 수 있는 가슴을 만들도록 해야 하리라. 

 

어쩌면 보다 인간답게 살다가야한다는 아픈 가르침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를 사랑함을 넘어 타인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지 자문해보라는 귀한 메시지 일 수도 있다. 나를 사랑하는 방편으로 남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타인을 그대로 가슴에 품을 수 있느냐는 자문 말이다. 그리하여, 온전한 '나'는 어떠해야 하는지 다시 되짚어보라는 말일 수 있는 것이다.

 

이 땅에 이 모습으로 이렇게 살아가는 이 순간이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그러므로, 고통속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 손을 잡고, 깊고 행복한 일상으로 건너오도록 안내하는 것, 그것이  이렇게 기쁘고 황홀한 일일 수 밖에 없는게 아닐까.

 

나날이  더 깊어지고 더 넒어지고 더 조용해지고 더 가벼워지며 더욱 더 환해지고 싶다. 나도 그렇고 타인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다시 한 번 시작해본다. 이젠 더 자유로우나 더 치열하게 사랑하면서.......

 

 

 

활동기간 :  2012 3월 5일(금)~ 6월 12일

활동시간 :  4시 30분~6시 30분

주된활동 : 다양한 분야에 대한 독서활동

 

500일차 목표 : 다양한 분야에 대한 독서활동을 통해 깊고 넓게 살고 세상과 나를 알아가기

 

500일차 세부 목표
1. 주 1회 한 권의 책을 읽는다.

2. 주 1회 읽은 한 권의 책을 필사한다.

3. 주 1회 한 꼭지의 글(칼럼이나 여행기 메시지 등)을 쓰고 블로그나 일지에 올린다.

 

잘 지낸 나에게 주는 상
1. 여름방학, 원하는 곳으로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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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0일차 출사표]

500일차를 시작하는 마음? 그리 거창한 구호도 다짐도 필요치 않음을 느낀다. 단지 내가 원하는대로 내가 하고자하는대로 내가 필요로하고 해야하는대로 그리 살리라 생각해본다.

 

굳은 각오도 필요치 않을만큼 마음이 이리 평온할 수가 없다. 해야 할 일은 산더미다. 그러나 그 일들이 나를 위협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일이 기다려주어 즐거운 마음도 생긴다. 그 일을 하면서 나는 누구를 만나고 어떤 관계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며, 또 무엇을 배울 수 있을 것인가?

 

분명 내 부족함이 드러날 것이며, 팽팽한 긴장감과 불안감과 초조함도 경험해야 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삶이란 것이 그 모든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축제의 장이 아니던가?

 

내게 오는 그 어떤 마음도 인연도 감정도 쉽게 흘려보내지 않으려 한다. 거부하지도 말고 또 억지로 꿰어맞추지도 말고. 흐르는 대로, 나를 필요로 한다면 얼마든지 그러나 연연해하지는 않으리라.

 

나를 실망시키는 사람에 대해서는 마음껏 실망하고 물러날 일이며, 고개들이 밀고 들어오는 인연에 대해서는 또 반가이 인사하리라. 내 마음을 건드리는 어떤 것도 모른체 하지 않으며, 살아있는 이 마음으로 반응하리라 생각해본다.

 

많이 웃고 많이 이야기하며 많이 나누리라.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지 않도록, 순간 순간 깨어있는 내 의식을 느끼고 내 마음에 집중하고 간절함에 부응하리라 생각해본다.

 

세상 모든 것을 품을 수는 없다.

내 모습 그대로, 안타까워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만 마음을 다 하고, 그 이후의 일은 신의 영역으로 남려두리라.

 

무한한 시공간 속, 현재 이 순간의 나

그 '나'를 들여다보며 한걸음 한걸음 내 발자욱을 음미하리라.

 

마음이 가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을 마다하지 않으며, 해야 할 일 그 어떤 것에도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적어도 나를 풀어두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발 딛고 서리라.

두려움 없이, 간절함에 귀기울이며.

 

 

활동기간:  2012 1월 13일(금)~ 이후 100일(계산 어려워)^^

활동시간:  4시 30분~6시 30분
주된활동 : 학위논문 관련

500일차 목표 : 시험 및 연구계획서 준비

500일차 세부 목표
1. 시험준비

2. 주제관련 연구 자료 읽기/ 연구계획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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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2기: 400일차 출사표] 저 하늘 빛나는 별처럼

 

 어둔 밤 창을 열고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노라면 그 뜨거웠던 여름의 입김이 식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어느새 이토록 가까이 왔는지 요란한 가을벌레 소리가 한창이다. 눈을 감고 듣고 있으면 나를 둘러싼 온갖 소리들이 이토록 가까이 있었음에 놀라고, 미처 반겨주지 못한 선선한 바람결이 곁에 와 있음에 놀란다. 며칠 만에 마음을 바꾼 계절을 보면서 한 편 반갑고 한 편 슬프다. 가야할 때가 되어 떠나는 것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가슴 저릿한 통증과 버려진 듯한 마음조차  극복할 수 있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인가? 사라지는 것들의 뒷모습에 오열하기보단 자리를 대신한 새로운 얼굴에 눈인사 할 수 있으려면 또 그만큼의 세월이 필요하리라. 

  때마다 앓게되는 이런 류의 아픔들이란 것이 살아가면서 내가 굳이 극복해야할 대상인 것인지 혹은 나의 모습을 규정지을 수 있는 한 모습일 것인지 생각해보는 것조차 무의미할 정도로 나를 에워싼 시간과 자연과 사람들과 만물이 신비롭고 감탄을 자아낸다. 모든 사위어 감 뒤에는 모든 것들의 탄생이 이어지므로, 이런 소멸과 탄생의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패턴 속에 몸을 누이는 것이 어쩌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인지도 모르겠다.

300일이 지났다. 지난 늦여름 쯤이었다. 단군이에 발을 담그고 걸어보겠노라 시작하며 킥 오프 미팅에 참여했던 때 역시 서서히 뜨거움이 사라지고 아침 저녁 선선한 바람이 반가웠던 때였다. 약간은 낯 설고 그리고 그 낯섬을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 의식에 내려앉는 생각들을 이리저리 흩날려버렸던 때도 이맘 때였고, 잘 갈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믿음으로  세미나에 참석한 때도 이 즈음이었다. 그리고 세 번의 100일 수련과정이 흘러 300일차를 마무리하고 이제 자유수련과정인 300일+만을 앞에 놓고있다.

 300일차 파티가 끝난 뒤 여러 감정이 오르락 내리락 하고 혼재되어있는 것을 본다. 내 마음 속에 이렇게 여러가지를 담고 있으니 정리정돈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것들을 의식화하고 객관화하여 버릴 것과 둘 것들 구분짓고 400일차 동안 반드시 해야할 일들을 세워두는게 필요하다. 

300일 완주파티를 하러 가면서 생각했다. 단군이와 보낸 1년의 시간은 나에게 무엇이었을까? 음~~ 세상을 한 번 살다가 죽음을 경험하고 그 죽음을 딛고 다시 태어난 것, 그게 현재 느낌을 표현하는 가장 비슷한 표현일 것 같다. 한 번 태어나 살다가 죽고 다시 살아난 느낌이라고나 할까? 세미나에서 반복적으로 듣게되는 영웅의 여정은 300일차를 두고 볼 때도 그 사이클을 반복했던 것 같다. 태어나고 자라고 고뇌하며 성장하고 때때로 장렬하게 죽기도 하고 그 죽음을 넘어 한가닥의 희망이라도 부여잡고 다시 되살아나게 되는 것, 그게 내가 단군 여정을 통해 경험한 세상이었다.

300일 일년과정을 통해 맛볼 수 있었던 다양한 삶 덕택인것인지 400일차 도전 앞에 서 있으나 두렵지는 않다. 오직 내 앞에 다가올 미래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하고 기다린다. 매 순간 내게로 걸어오는 인연들에게서 배우고 흠뻑 취하리라 생각해본다. 일에 취하고 사람에 취하고  내게 올 이유가 있어 오는 그 어떤 인연도 마다하지 않고 그를 통해 나를 가르치고 배우리라.

300일 후 서 있는 현재, 살아가는 것이 이토록 즐거운 경험의 연속이라면, 여러번 죽고 여러번 살아도 좋을 듯하다. 물론 죽을 만큼의 고통 속에서 지새운 밤이 지나서야 희끄무레하게 동 터오는 새벽의 간절한 빛의 소중함을 알터이지만, 이젠 또 다른 나의 소멸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300일+를 여는 각오? 역시 가장 나다운 색깔로 살아가는 데 포커스를 두게 될 것이다. 나답게 사는 것, 살아있음을 경험하게 되는 것, 내가 가장 잘 하는 일을 하는 것, 그리하여 내가 자라고 세상을 밝게 만들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내가 이 세상에 던져질 때 이름 지어진 그런 나로 살아가는 것, 그런 천복과 함께 살아가는 나로서 이 세상 사위어감과 탄생의 반복적 숙명의 굴레에 발을 올리는 선택을 할 것이다. 400일차는 더 신나게 살게 될 것이며, 그것은 오로지 나로서 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리라. 내가 기뻐 일 할 것이며, 내가 즐겨 공부할 것이고, 내가 행복해 창조놀이를 하고,  타인의 행복을 기원하며 그들을 안게 되리라.

내 나머지 삶을 위해 내디뎌가는 첫 걸음이 될 것이요 그리하여 나는 나만의 색으로 빛나는 별이 되리라.

활동기간:  9월 5일(월)~12월 13일 (화)
활동시간:  5시~7시
주된활동 : 
학위관련 활동

400일차 목표 : 
연구계획서 초안 작성
400일차 세부 목표
1. 주제관련 도서 및 자료 읽기/ 선행연구 고찰 / 연구계획서 초안 작성
2. 일반 성인을 위한 치유프로그램 초안 마련


때때로 나는 누구인지 되물어본다. 이 우주 안에서 나의 존재는 한 점 미미할 뿐이지만, 오히려 나는 내 안에 우주를 품고 있음을 안다. 그러므로 나는 작지 아니하고 충분히 넓고 깊어질 것이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지칠줄 모르는 용기와 끈기로 내 안에 펼쳐질 우주의 신비를 경험하게 되리라. 삶 곳곳에 마련된 시험대를 무사히 통과하며 성장과 성숙을 위한 단서를 통해 결국 인간은 저 높은 의식의 상태에 다다를 수 있음을 믿고, 우리의 삶은 우리가 의도한 바 대로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인간이 가진 무한한 변화 가능성을 믿고 인간은 행복을 추구할 능력이 있으며 언제든 더 나아질 수 있음을 믿는다.

 우리가 원한다면 그가 그 어떤 상태에 처해있든 궁극적으로 행복에 이르는 길을 찾을 수 있음을 믿어의심치 않고, 이런 나의 믿음은 날이 갈수록 나를 더 자유롭게 할 것이다. 부디 나의 믿음이 100일의 여정을 거치며 살아남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로인해 내 영혼이 더 자유로워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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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0.17 10:33:42 *.246.77.2

341일차   2011 10 15 토요일

* 욕심 버리기 

1시간 30분의 강의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가장 중요한 것만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생각도 거추장스러운 짐이 된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 일인가?

최근 떠오르는 핫한 생각들이 나에게는 짜릿짜릿하지만 그 이야를 풀기엔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 갖추고있어야 할 배경지식이 문제다. 너무 앞서 나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읽기는 하되, 최소한으로 걸러내고, 보다 실질적인 연습위주의 강의가 되도록 하는게 맞을 것 같다. 여기까지 오는데 많은 욕심을 버려야한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어떻게 전달하고, 한 시간 반의 연수 시간에 접한 내용이 어떻게 자신의 삶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 안내하는 것으로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욕심을 가지고 이 것 저 것 시도한 후, 결국은 처음으로 되돌아 가게된다.

그랬다면 이 것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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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0.17 11:19:33 *.246.77.2

342일차   2011 10 16  일요일

* 사람 사귀기, 할 만 하네.

아이가 레슨 받는 동안 기다려야 한다. 그나마 오늘은 한 시간이기 망정이지 두 시간 기승하는 날이면 그 시간이 디게 길고 어색하다. 오늘은 한 시간이 될지 두 시간이 될지 알 수가 없는 날이라서 어수선한 가운데서도 무언가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노트북을 들고 갔다. 지난 번에는 책을 가져갔는데, 읽는 게 그리 가능한 환경이 아니었다.

보통은 옆동 사는 박샘네 식구에게 아이를 맡긴다. 고소공포증이 심하고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삭막한 내 성격 탓에 거기 가서 기다리는 게 나로서는 시간낭비로 생각되기 때문에 가능하면 박샘네 식구들과 함께 다니도록 조치를 취해놨었지만, 오늘은 최근 급물살을 타고있는 도가니법 제정에 온 몸을 다바치고 있는 상황이라 직접 가야했다. 박샘네 친정이 멋들어진 승마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모두 거길 들락날락한다. 승마장인지 아니면 멋진 시설인지 구분가지 않을 정도의 멋진 인테리어와 주변환경을 자랑하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거기를 그나마 갈 수가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승마장에 온 엄마들, 젊다. 잘 살아보인다. 입고있는 옷을 보아도 나랑은 너무 다르다.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은 별로 생기지는 않지만 내가 살고있는 세상과는 너무 다른 화려한 세상에서 살아갈 것 같은 사람들이라서 어딘가 불편하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혼자 외승코스 산책을 하거나 밖에서 책을 읽거나 사진을 찍고 돌아다니거나 한다. 매 번 아이를 맡기는 통에 승마장에선 거의 베일에 싸인 엄마라는 소문 ㅎㅎ 이 있다는 아이의 말을 들으면서도 대수롭잖게 생각하지만, 그래도 일년에 한 두번은 가서 아이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밥도 사주고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눈도장은 찍는다.

사람들이 없으면 일이라도 할 요량으로 노트북까지 챙겨갔지만, 왠지 사람들이 소파를 떠나지 않고 앉아있어 나 혼자 헤드폰끼고 음악들으며 일하기엔 너무 하다라는 생각이 들어 아이 레슨받는 것만 왔다갔다하면서 보다가 앉았다가 했다. 아무리 딴 짓을 해도 한계는 있는 법이다. '에이~~씨! ' 마음속으로 외치며 할 수 없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왔다갔다하며 한 두마디 들어보니 대화수준은 거기서 거기다.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 재능, 공부, 양육....그런거라면 또 내 전문 아닌가 가족이랑 아이들 이야기 양육 ....

그래서 주섬주섬 한 두 마디 했는데, 어라? 이야기가 즐겁다. 아주 잠깐의 이야기 끝에 화장도 않고 청바지에 가디건 차림인 나에게 관심이 쏠리고, 삽시간에 뭐하시는 분인지 묻는다. 아~~ 이 눔의 내공은 어딜가나 튀어나와서 나를 너무 멋지게 하는것 같다.ㅎㅎ

자주 오란다. 꼭 자주 만나고 싶단다. 가급적이면 자주 만나서 꼭 이야기를 듣고 싶단다. 아이가 와서 아이가 나를 엄마들에게 소개하니까 이제 매치가 된단다. 하긴 내 쫌 잘 키웠지!! ㅋㅋ 부부 두 쌍이 이야기에 쏙 빠져든다. 거 참 희안하다. 다 알고 있는거 아녀? 그럼 내가 만날 부모님들도 저런 정도의 수준이라는 것이다
. 때때로 사람은 착각을 하게된다. 내가 생각하고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말이다.

나와 다른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 같아보여도 알고보면 비슷하고, 어떤 환경에 있건간에 그 가족들이 겪는 기본적인 문제들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심한, 그것도 아주 심한 내향형의 나에게는 사람들과 그렇게 아무렇게 이야기나누는 것이 쉽지 않다. 문제를 가지고 내게 다가오는 어떤 사람에 대해서도 개방적이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내 세계 속에 빠져있을 때가 많아서 그런 것이다. 다음에 만나게 될 때 어떤식의 이야기가 이루어질 지 궁금하다. 내 어떤 모습을 보게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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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0.18 01:21:16 *.121.41.244

343일차   2011 10 17  월요일

* 후닥닥 자료 만들기

4시간 만에 자료 만들어 송부했다. 점심 시간 전에 전화 받고 수업 마치자마자 달려들어 그 동안 머리 속에 그려오던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간단한 ppt 자료를 만들어서 담당 선생님께 송부했는데, 꼬레 회의 중에 잘 받았다는 문자가 왔다.

아직 강의 원고는 작성하기 전이지만 그 흐름대로 가면 될 것 같다. 꼼짝도 않고 만들어서 그런지 다 만들고 고개를 들어보니 밖이 깜깜하고 모두들 다 퇴근하고 나 혼자 남은 것 같았다. 무서워서 막 뛰어나오는데 그 때 퇴근하시는 샘도 보였다. 다행이었다. 오른쪽 팔이 너무 뻐근하고 아프다.

ppt자료 소장하고 있던 것 보내준 고마운 샘께 이렇게 만들었다고 감사의 인사 삼아 만든 자료 보내드렸다. 이제 강의 원고를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워크시트들을 준비해야 겠다.

재밌다. 시간이 많았으면 그 시간만큼 더 갈등했을지 모른다. 오늘 나를 보면, 기한이 정해진 일이 해내기에 좋다는 생각이다. 마냥 늘어질 수도 있었을텐데 기한을 정해주니 단 몇 시간 안에도 만들어 낸다.

몇 년 후, 정말 일타 십피ㅋㅋ를 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일타 십피, 우리끼리 끼득거리며 웃었던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앞으로 약 2년은 각오해야 하는 걸 알고있다.

힘낼 것.
자자.
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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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0.18 17:16:21 *.246.77.2

344일차   2011 10 18  화요일

* 필사

눈을 뜨자마자 꼬레마켓 일이 하고싶어 달려들었다는 수희향 말이 있었는데, 오늘 새벽 내가 그랬던 것 같다. 알람 울려 동시에 꺼버린 것 같은데 퍼뜩 정신이 들어 밖을 보니 다행히 아직 깜깜하다. 한 시간은 족히 시간이 남았다. 다행이라 생각하며 달려갔다.

강의 원고를 준비하고 있는데, 기존 내용을 바꾸고 최신 내용으로 업뎃^^하다보니 원고준비가 더 필요해 보인다. 아쉬운대로 ppt야 만들어서 보냈지만, 구체적인 자료는 더 만들어야 한다. 이걸 주말에 다 하겠다고 맘 먹었는데, 생각보다 쉽게 끝나지 않았다. 머리 속에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욕심을 부리는 게 일을 더디게 만드는 원인같다.

아주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복잡한 내용이 간단명료하게 먼저 정리가 되어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사전 자료가 많이 필요하다. 찾다가 뼈저린 후회를 한다. 한다 한다 생각했었으면서도 게으름 부리고 두었던 책들, 필사를 해 두었어야 했다. 이런 식으로 쓰이는 것이기 때문에 필사를 해야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무조건 막연하게나마 그런 생각이 들면 주저없이 해 두는 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내 직관을 믿을 필요가 있다.

후회로 가슴이 아픈 날.
어차피 해야 하는 것, 이렇게 바쁜 때 결국 뒤적거리면서 맘껏 양에 안차게 하게 되는데 말이다. 나를 쥐어박고 싶은 때는 이런 때이다.
어쨌거나 포기와 수용을 적절하게 배합하면서 준비해 본다. 

시간이 넉넉하니 준비가 잘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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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0.19 06:51:48 *.246.77.2

344일차   2011 10 18  화요일

* 인정은 사람을 춤추게 한다.

살아있음을 느끼는 또 다른 방식, 두 눈과 두 귀를 열고 타인을 향해 응시하고, 그 사람의 진면목을 보려 노력해보는 것. 우리의 이런 시간은 반드시 긍정적인 장을 열어보인다. 작년에는 조금 신경만 쓰면 잘 갈 수 있었던 녀석이었다. 한 학년이 지난 오늘 현재 그 담임 선생님은 그 녀석에 대해 성토를 한다. 그 때까지 내가 작년 담임이었다는 것을 모르셨던 모양이다. 교담시간이라 한 쉬간 겨우 쉬는 시간, 바로 옆에 예전 생활기록부까지 펼쳐 놓고 지난 담임들이 뭐라고 썼는지, 자신이 보는 아이의 단면을 찾기위해 분주하다. 그러다가 내가 그 담임이었다는 것을 알고는......

씨앗이 보이더라도 물주고 가꾸어야 꽃이 피는 법이다. 그게 재능이든 장점이든 단점이든 이치는 매 한가지다. 그 녀석이 가진 씨앗이 분명 다른 아이들과 남다른 점이 보였지만, 그 것을 잘못된 혹은 날 고생시키기 위한 또는 나쁜 그 어떤 것으로 보는 것과, 저 녀석도 지가 멋진 놈으로 보이고 싶어하지만 그 방법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측은한 녀석으로 보는 것에는 하늘과 땅만큼의 결과적인 차이를 가져온다. 그러하다면, 그런 색의 꽃이 핀 것은 열심히 꽃 필 수 있게 물 준 사람들 덕에 그런 꽃이 핀 것이다. 참고 듣기만했고 아이들이 자꾸 변한다고만 했다. 힘드시겠다고. 사람하고 부딪히는 것을 안하고 싶었다. 내가 사는 세상을 그렇게 대결구도로 나가는 것은 내 마음을 새까맣게 만드는 일이어서 싫었다. 그리고 간단한 한 마디에 알아들을 수 있기에는 너무 성이 나 있는 상태여서... 말았다. 

마음이 뒤죽박죽일 동료에 대한 걱정보다는, 자신의 모습이나 행동을 사서건건 왜곡된 시선으로 해석하는 주변인과 살아갈 녀석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누구보다 더 안정감이 필요한 녀석이었다. 사람은 자신을 알아봐주면 엄청난 힘과 변화를 가져온다. 오죽하면 자신을 알아봐주는 형님을 위해 목숨까지 던지겠는가. 한 번도 인정받은 경험이 없이 학교를 나간 짜슥인 경우 조직의 보스로부터의 작은 인정(몰론 색을 달리한 인정이지만 그 조차 분간하지 못한다)은 지 소중한 목숨조차 내놓게 만들어버릴 정도다.

내가 입는 옷처럼 늘 접할 수 있어서, 그 인정에도 인이 박히고, 그리고 인정도 색깔따라 맛따라 다르다는 것을 구별하고, 진짜 자기에게 잘 맞는 옷을 걸쳐입든 그렇게 자기화해서 튼튼한 정서의 소유자가 되도록 해주어야 한다. 물론 무조건적인 칭찬도 때로 독이 될 수는 있지만 무조건적인 꾸중을 듣는다고 가정해보면.... 식은 땀 난다. 샘의 눈을 피해 녀석의 상태를 함 보고싶다.  

내 본질을 웃는 눈으로 봐주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하늘을 둥둥 떠나니는 기분이 들 것인데, 녀석도 그런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게되면 좋으련만. 측은한 녀석. 그 샘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눈으로 보면 같은 세상 이면에 다른 세상이 기다리고 있는데, 얼른 그런 면을 보시고 누그러진 마음으로 좋은 세상에서 살면 좋겠다. 아이들과는 대결구도로 가는 게 아니라, 내 품에 품을 수 있어야 한다. 부모처럼. 그렇지 않으면 남은 기간이 힘들 것이다.

측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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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0.19 07:06:13 *.121.41.244


  사람이 누군가로부터 인정을 받게되면, 그 사람의 세상은 빛과 기쁨으로 가득차고, 그로부터 새로운 한 역사를 다시 쓰게 될 수도 있다. 인정, 자신의 존재에 대해 눈길을 주고, 그 정수를 알아보는 행위. 사람에게 일어나는 문제의 근본 뿌리 역시 이로부터 시작하지만, 그 치유 역시 마찬가지다.

일상을 사는 우리들에게도  적용되는 방식은 같다. 자신의 존재를 순수하게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을 때 그야말로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다. 자신에 의해 자신의 존재를 충분히 인정받고 사랑받을 때 조차도, 타인 특히 자신이 존경하고 좋아하고 인정하는 그런 타인으로부터의 인정은, 이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즐겁고 환희에 찬 기쁨을 선사한다. 나이 오십이 가까워가는 내가 그렇다. 이 나이에도 이런데 그 누구에겐들 오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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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0.21 08:50:11 *.246.77.2

345일차   2011 10 19  수요일

* 가을

전직원 연수가는 날이다. 다 가고 교실에 혼자 남아 책을 읽고 정리를 한다. 미리 해두었어야 하는 일이었는데 게으름부리다 급하게 된 것이다. 퇴근시간 지나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교실에 혼자 남아 정리를 했다. 너무 경비아저씨께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서 나왔다. 가방에 또 책이 한 짐이다. 한 2년 지난 어느 때라야 내려 놓을 수 있을 저 빨강색 책가방은 아무래도 정들고 감회 또한 남다들 것 같다. 그래도 이 모든게 마음 가볍고 즐겁다.

산은 울긋불긋 정말 장관일 것이다. 우리집에서 건너다 본 산이 그렇고 교실에서 내다보는 가로수 길에 내려다 본 단풍이 눈이부신 것으로보아, 그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감회는 남다를 것이다. 얼마나 행복할까?

계절도 좋은 계절이고, 그러나 나에게 내려앉은 시절도 그 못지않게 좋은 시절이다. 하던 일 마무리지으면 집 뒷산으로 들어가 단풍 속에 몸을 누이고, 따뜻한 차 한잔을 하리라 생각한다. 가보지 않아도 지금 여기 딱딱한 교실이 행복한 시절,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계절, 바야흐로 가을 그 정점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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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0.21 09:11:14 *.246.77.2
346일차   2011 10 20  목요일

* 실험

일어나서 걷고 뛰고 움직이는 시간보다 앉아서 작업하는 시간이 월등하게 많아지다보니 몸에 서서히 무리가 생기기 시작하는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예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정도이긴 하지만, 그래도 허리에 살집이 확실히 잡혀주시면서 아주 우아하게 경고를 내린다. 허리도 뻐근하고 무엇보다 나날이 늘어가는 허릿살이 그 표시이다. 이대로 가다간 완전 돼지 될 지경이다.

운동을 일주일에 규칙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운동 않고 계속 앉아서 책읽고 작업만 했더니만 피로를 너무 쉽게 느끼는 것 같다. 다행히 등에 있던 근육도 나름 단단한 걸 매일 확인하고 있고 ㅋㅋ 어깨결림이나 심한 안구건조증 같은 지독한 괴로움은 없는지라 예전에 비하면 하늘을 날만큼의 눈부신 나날이다. 게다가 머리도 안빠지지.... 하여튼 약은 좋다. 특히 내 몸에 필요한 약을 먹는 것은 멋진 일이다. 비타민 처방이란것이 이거이 내한테 와서 이리 좋을지 누가 알기나 했나? 기냥 한 번 해본기고 먹으면 좋대서 먹는긴데, 더구나 잘 챙겨먹지도 않고 내 맘대로 점심먹고 하루 한 번 밖에 안먹는데도 이런데, 이쁜 태도로 말 잘 들었으면 음.............ㅎㅎ  우쨌거나 나는 눈 마르고 목이랑 어깨 때문에 잠도 못자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이야 덩실덩실 한거지.

그래도 운동이 필요하단 걸 알겠다. 운동할 때랑 몸이 너무 다르다. 일주일에 2-3회는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스케줄을 만들었다. 그리고 일정표도 조정을 했는데, 시간확보를 위해 새로운 패턴을 실험해 보기로 했다. 과연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나마 지치지 않고 끝까지 마무리해내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가장 확실해보인다. 일단 며칠 실험해보고 결정하기로 한다.

 피곤한 몸을 침대에 누일 때 빨려들어가는 그 느낌이 너무 좋다. 거의 2분 안에 잠들고 눈 뜸과 동시에 의식이 돌아온다. 몸만 일으키면 되는데, 여기서 게으름을 약간 부리는 경향이 있다. 이 것만 극복하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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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0.21 09:34:43 *.246.77.2
신랑이 출장에서 돌아왔다. 한국에 도착했다는 전화를 하면서 학교 지나가면서 들를테니 얼굴보고 가겠다한다.
나야 뭐 좋지.

시간되니 전화오고 학교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다. 가면서 먹을 이것저것을 챙겨 (내 아침과 간식으로 가져왔던 사과를 죄다 주었다, 음료수도 하나 주었다, 내 재산 다 털어주었다) 들고 나갔는데, 가면서 잘 먹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 학교 근처를 딱 한바퀴 도니까 학부형이 기다린다는 전화, 짧은 안녕을 하고 얼른 뛰어들어간다. 약 먹으라고 잔소리 한 번 더 해서 보낸다. 짧은 시간에 로고랑 이야기했다.

늘 그렇게 날 위해 선물을 사다 준다. 그래서 늘 좋다. 또 언제 안가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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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0.21 09:25:32 *.246.77.2
347일차   2011 10 21  금요일

* 눈물
아이를 학교 앞에 내려 줄 때까지는 거의 초와 분을 다투는 전쟁도 그런 전쟁이 없다. 내려 준 뒤의 세상은 또 그렇게 여유롭게 조용하고 좋을 수가 없다. 아무런 시끄러운 소음도 없어서 오직 내 혼자 생각 속으로 들어가도 아무런 불편함도 없는 상태, 하긴 그런 시간이 확보되기에 긴 출퇴근 시간이 힘들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저 멀리 하늘을 올려다본다. 참 좋은 날이다. 편지의 구절을 마음 속으로 떠올려본다. 거의 외다시피한 몇 구절의 내용. 내가 그 누군가에게 마음에 퍼지는 기쁨을 선사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눈물이 핑돈다.

살아서 이렇게 좋은 나날이 내 앞에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이 행복해 눈물이 흐른다. 의도하지 않아도 지가 먼저 알아서 흐른다. 조금 웃기긴 하지만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으니 다행이긴 하다. 행복에 도취되어 흐르는 눈물이 약간 거추장스러워질 때쯤에는, 신랑이 큰 맘 먹고 사다준 크림이 눈물에 닦여 내려가겠다는 생각이 퍼뜩 든다. 아우~~ 난 정말 어쩔 수가 없나봐. 

할 수 없이 닦아냈다. 좀 웃기긴 하지만,
그래도 살다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흐르는 걸 난들 어떡하라고 ㅋㅋ 그렇다 참 좋은 날이다.

실험은 몇 번 더 해봐야겠다. 일정 시간 뒤에 의식이 깨어나는 것까지는 오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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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0.23 00:31:40 *.121.41.244

348일차   2011 10 22  토요일

*  기억할 것

"새벽 2시의 용기

자기 경영은 '새벽 2시의 용기'입니다. 그것은 '오후 2시의 용기'가 아닙니다. 일어나 치달리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일시적인 용기가 아니라 차분하게 가라앉은 냉정한 용기라는 것이지요. 그것은 하루를 가장 아름다운 하루로 만들겠다는 선언이며, 오늘을 가장 위대한 하루로 만들겠다는 불굴의 의지인 것입니다. 새벽 2시의 용기는 습관이며, 태도이며, 훈련입니다. 푸른 빛이 빨긴 빛보다 뜨겁습니다. 푸른 용기로 붉은 주단이 깔린 인생의 계단을 오르세요"
-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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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0.23 00:34:06 *.121.41.244

아름다운 불꽃으로 피어나고 싶다면, 그 뜨거운 푸른 불꽃으로 타들어가는 자신을 허락한 후 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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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0.24 14:20:32 *.246.77.2

349일차   2011 10 23  일요일

* 일이 몰아 닥친 날

언제든 생각이 미칠 땐 미루지 말고 해 두어야 한다. 급한 일 생겨 집에서 창조놀이 팀이 작업하는 동안 나는 방 안에서 강의준비 해야 했다. 마음은 저어기 있지만 해야 할 일은 쉽게 마무리지어지지 않는다. 어떻게든 합류해보려고 해봤지만, 전날 서울 외출에 새벽 너댓시간 작업에 무리였던 것 같다. 저녁이 되니 허리가 또 돌아가기 시작한다. 맥없이 기울어지는 상체.

너무 무리했다. 허리 좀 나아졌다고 그동안 딱딱한 의자와 바닥에 앉는 횟수가 너무 많았다. 생각해보면 근래는 거의 그랬다. 거기다 날씨가 차가와지기 시작해서 근육이 수축하는 것인지....

다른 건 관두고, 모레 교문 주번이고 수요일은 인천 논곡초 강의다.
미치겠다.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데. 꼬레회의는 잘 모르겠다.

꼭 이렇게 되새김질 시킨다. 내 허리 상태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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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0.26 06:36:37 *.121.41.244

350일차   2011 10 24 월요일

* 자가치유

허리가 삐딱한 상태로, 일명 챔피언 밸트를 허리에 꽝꽝 동여매고 출근을 했다. 겉에서는 표시가 나지 않지만 자칫 잘못하면 허리 디스크가 완전 탈 출 할 수 있는 거의 아슬아슬한 수준까지 간 것 같았다. 일어나서 움직여야 했음에도 힘들어 종일 앉아있었더니 허리에 더 무리가 간다.

꼬레 회의를 포기하고 집으로 겨우 돌아와 그 동안 쌓은 온갖 노하우를 총동원하여 .....의심이 들기는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반듯한 자세로 수요일엔 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전에 준비도 완벽하게 마쳐야 한다는 것이다. 거의 10시간 이상을 반듯하게 누워서 머리로 정리하고 전화 통화만 했다. 허리는 뜨거운 찜질팩을 틀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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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0.26 06:47:47 *.121.41.244

351일차   2011 10 25  화요일

* 어수선한 마음

추운날 교문 주번, 아이들 중간고사일, .... 여러가지 잡다한 일이 겹친 날이다. 학교를 떠나면 하지 않아도 되는 거의 대부분의 일들, 그러나 이 것이 현재 진행형인 나의 일이다.

어제 종일 누워 있었고 역시나 챔피언 밸트를 한 덕분인지 겨우 바로 서 있기는 하지만, 추운 날 아침 시간 그늘진 교문에 서 있었더니 꽤 무리가 온다. 맘 같아서는 친한 샘께 부탁하여 바꾸고 싶었지만, 생각하다가 말았다. 그냥 생각없이 하자. 강의 갈 일로 처리해야할 행정적인 일도 복잡하다. 공무원이란 남이 보기에 누리는 혜택도 만만치 않겠지만 외부의 작은 것 하나에도 받는 영향은 거의 치명적인 부분이 많다. 어찌되었든 하루가 흐르고 해야할 일들은 모두 처리했고 또 처리 될 것이며, 준비도 마쳤고, 허리는 통증은 있으나 그런대로 바로 서있을 수는 있는 상태가 되었고, 아이들은 중간고사를 마쳤다.

모두들 채점할 때 난 다른 일을 했다. 내일 퇴근 이후에는 완전 시험지에 매달려야 한다. 아이들이 어떻게 치뤘는지 궁금하다. 아이들도 궁금할 것이다. 미안하다 빨리 결과를 보고 싶을텐데.

쫌만 기다려라이~~ 밤샘을 하더라도 알려줄테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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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0.27 06:48:39 *.121.41.244

352일차   2011 10 26  수요일

*  내달리다.

교문 주번 끝났고, 문서때문에 낑낑거리던 것도 아침에 해결했고 시간맞춰 학교 잘 찾아갔다. 원하던 목적의 작은 화분도 살 수 있었고, 더구나 강연은 적은 수의 인원이었지만 나갈 때는 모두 환한 얼굴로 나갔다. 인사치레인지는 몰라도 좋은 반응이 담당자에게 나왔으니 어느 정도 만족하기로 한다.

마치고 윤정님이랑 만나서 데이트했다. 교문에서 기다렸는데, 디게 먼 곳에 있는 학교 같았는데 택시타고 거기까지 왔다. 히야~~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단군이에서 만난 사람이니까 그리할 수 있는 거다. 이름을 잊어먹은 역 근처에서 또 이름모를 방향으로 우회전하다가 밥집 찾아가서 맛있는 밥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세상 인연은 묘하고도 묘하다. 단군이 100일차에 만났던 낯 선 그 사람과 1년 시간 흘러 또 그 낯 선 장소에서 둘이 앉아 좋다고 히히덕거리며 밥 먹을거라는 것을 어떻게 알기나 했을까?

꽃 집 근처에 다다랐을 때 아이 학교에서 전화가 와 마침 생각하고 있던 것들이 일단은 해결되었으며, 하루 일을 정리하며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가벼운 마음에 책읽어야지 하고 돌아왔더니 가만 생각해보니 할 일이 따로 기다린다. 시험지 채점.

트렁크에서 시험지랑 빨강 색연필 두 자루를 짊어지고 들어와 한 몇시간 했나보다. 5과목째 되니까 살짝 하기 싫어졌지만 꾸~욱 참고 끝냈다. 애가 대문열고 들어올 때까지 끝내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잠자기 전에 모두 끝나고 책상 정리를 해 뒀다. 애들 성적은 잘 나온 것 같다. 이번엔 요점 정리도 안 올려줬고 한 번도 복습이란 걸 핏대세워가면 안해줬는데 오히려 잘 나왔다. 던져둬봐야겠다 생각했는데 잘 했다. 내가 펄펄 뛴다고 될 일이 아니다. 지들이 생각해서 공부해야 하고 지들 책임으로 느껴야 공부든 뭐든 적극적으로 하는거다. 이쁜 것들.... 학교가서는 출장 복명서랑 통계처리하면 된다.

며칠 간 계속해서 음식 조절을 했더니 매일 몸무게가 조금씩 줄고 있다. 음식조절 더하기 운동이다. 매일 매일 열심히 살도록 한다. 돌아오는 길에, 시끄러운 소리를 없애고 생각을 했다. 이제 당분간 그려가야 할 일들에 대해서. 많은 것들이 떠 오른 속에서 두어가지만 남기고 버린다. 그리고 시간 안배를 해 본다. 과연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인간의 능력이란 무한하다고 믿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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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0.28 09:14:50 *.246.77.2
하하하 명희님~ 뭘 그런 과찬의 말씀을 ㅋㅋㅋ

네 네 맞아요. ㅋ
저 쫌 힘들게 살았어요.^^
그래도 재미있게 살고 있습니다.

새로시작하신 단군이 활동 지치지 말고 주~ 욱 가세요~~!!

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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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
2011.10.28 00:29:03 *.220.138.151
몸이 아픈 중에도 자신의 길을 의연히 걷고 있는 국향님께 박수를!!!!
윤정님을 만났군요. 그리운 사람들입니다.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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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0.28 09:48:00 *.246.77.2

353일차   2011 10 27  목요일

* 마무리
아침에 출근하면서 생각하니 어제 미친듯이 매겼던 시험지를 가져온 것 같지 않았다. 나, 참! 고속도로에서 돌아갈 수도 없고, 그러기엔 왕복 2시간, 말이 안되는 시간이다. 깨끗이 포기하고 근처 샘에게 전화했다. 혹시라도 지나는 길 있으면 갖다줄 수 있을까해서 전화해 본 거지만, 역시나 안받는다. 사람이 꼭 필요할 때 그 요구를 들어줄 수 있으면 좋은데, 오늘 같은 날은 무지하게 내 사소한 요구를 들어줄 그 누군가가 필요했지만 신랑도 친구도 친하다는 그 누구도 심지어 집에서 놀고계시는 어른조차도 없다는 게 약간 헛헛했다. 안그래도 채점이 늦은 상태인데, 거기다 통계도 안나오고 더구나 가져오지도 않고... 마음 같아서는 아무한테라도 대문 비번 가르쳐주고 좀 갖다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안다.

오늘은 학교에서 하루가 쉽지 않겠구나 각오를 단단히하면서 들어간다. 마음이 떠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걸 뭐 어쩌랴 싶으면서도 세상 일이란게 어찌 이토록 정교하게 짜 맞추어진 퍼즐처럼 세밀한 한 부분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어떨 땐 보이지 않는 손이 내 주변 곳곳에 함께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빈 틈이 없다. 사실 알고보면 내 정신, 주의가 흐트러지는 것이고, 마땅히 써야할 에너지를 다른 곳에다 쓰고 있으니 지극히 당연한 일인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린다. 생각보다 선선히 내일 오전까지 내라하고, 강의 갔다온 거 인사차 들른 교장실에서는 의외의 반응을 보이신다. 구체적인 전공에 학교에 무슨 공부를 한 거며.... 인재가 바로 여기 있었네... 우리 학교에 좋은 프로그램 만드는 데 도와달라... 요즘 시대에 정말 필요한 공부를 한다.... 반색에 또 반색이다. 어제의 그 태도와는 많이 차이가 난다. 이건 또 무슨 일인가...

뭐가 달라져서인지는 모르겠다. 이 차에 나에 대한 백그라운드를 확실하게 알았다고만 하시면서 좋아하신다. 그래 날 좋아한다면 감사한 일이다. 상대방이 생각하는 것 만큼 대단한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게되든 아니든 그건 그 사람이 감당할 일인 것이고, 현재의 내 모습이 변하지 않는 것만은 틀림없다.

새삼스럽게 이동하는 이 장이 약간 낯설다. 급선회란 말이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무거운 마음으로 들어선 교문, 한 두 시간 안에 평온한 마음으로 아이들과 놀게 된다.

때때로 날 가르치는 이 자연의 진리가 고맙다. 그리고 그 진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자신이 대견스럽다. 대수롭잖게 여기는 그 어떤 것에 대해서는 나름의 댓가를 혹독하게 치르게하고, 또 반성의 마음으로 다가 설 땐 새털처럼 가벼운 마음을 선사해주니 말이다.

하루 마무리, 당분간 계속되던 일들이 일단락되고 있다. 이제 또 다른 장으로 발을 들여놓아야 할 때다. 신기한 것은 그게 너무나 잘 느껴진다는 것이다. 웃긴다. 한 개 끝내고 다른 장소 문을 열고 들어가는 내 모습이 보인다. 눈 앞에 그려지니 그게 참 이상한 일이다. 무서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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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0.28 16:06:08 *.246.77.2

354일차   2011 10 28  금요일

* 내 세상
6교시, 아이들에게 종이 한 장씩을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3가지 질문을 던졌다.
1. 이번 중간고사를 치르고 나서 깨닫게 된 생각
2. 선생님은 나(아이)를 어떤 아이라고 생각하고 계실까?
3. 부모님은 나(아이)를 어떤 아이라고 생각하고 계실까?

한 시간 동안 아이들이 조용하다. 아이들의 생각이 궁금하기도 하고 과연 내가 아이들을 어떤 식으로 보고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던진 질문이었다.

생각보다 아이들은 잘 배우고, 내 의도를 훌륭하게 알고있고,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을 받고 자라고 있다. 고맙고 기쁘다.

짜식들, 좀 떠들어도 괜찮다. 생각이 없는 아이들이 아니니 괜찮다. 아이들이 아니다, 어른 못지 않다. 뭐가 잘못되었는지 알고있다는 것은 큰 발전이다. 뭐가뭔지도 모르는 녀석들보다는 훨씬 낫다.

남은 기간, 아이들 하나하나 챙기면서 일대일의 관계를 맺고 아이들의 강점을 일깨우고, 불필요한 부분에 대한 짐을 덜도록 해야겠다. 필요한 경우 부모님과 이야기도 필요하다. 몇몇은 필요하다.

여기는 현재 내 세상이다. 내 세상 속에 사는 아이들, 내 세상에서 걸어나갈 때는 보다 더 자신을 사랑하는 아이들이기를, 그래서 그 힘으로 힘껏 날아오를 수 있기를... 훗날 성인이 되어서도 아니 죽을 때까지 자신있게 이 세상을 즐기며 살아가는 아이들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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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1.01 12:45:22 *.246.77.2

355일차   2011 10 29  토요일

* 생각

" 사람마다 지니고 있는 회복탄력성의 크기는 천차만별이다, 마치 사람마다 체력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과 같다. 체계적인 운동과 훈련을 통해 우리의 체력을 기를 수 있듯이, 회복탄력성도 체계적인 노력과 훈련을 통해 키워나갈 수 있다. "

책을 통해 이해시킬 수 있는 방식이 있지만 어떤 대상에게도 가능한 방법은 아니다. 프로그램 속에 녹여 내는 것이 내 역할이다. 이런 실험은 꽤 재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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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1.01 13:04:16 *.246.77.2

356일차   2011 10 30  일요일

* 시원치가 않음

정신 좀 차릴라고 소파에 앉았는데 잠깐 튼 텔레비전에서 영화 하나가 시작된다. 첨 보는 영환데 삘이 딱 온다. 어린애처럼 쳐다보고 앉았다. 내 동생이 봤으면 분명 구박했을거다 영화만 보면 정신을 못차린다고....그래도 어쨌든 시계를 봐가며 봤다. 적당한 로맨틱함과 인간미와 성공스트리와 기타 등등이 버무려진 영화이다. 못생긴 주인공 이름은 생각나지 않고 영화이름도 기억안나지만 무지 재밌게 봤다. 이 닦을 시간도 없이 몰입해서 봤고 이제 사람들 오기 전에 이 닦고 세수해야지 했는데 딩동~하고 울린다.

아니 벌써?  흐이구야~~ 일단 문 열어주고.... 우리들의 환영인사.... 어제 무겁게 들고 온 파이를 두 상자씩이나 내 주면서 칭찬 좀 받고 뭐 그랬다. 근데 오늘 이 놀이를 하면서 보니까, 나는 별로 이렇게 손으로 만드는 것에 재미가 없는가보다. 시원찮은 허리도 한 몫을 해서 몸도 마음도 이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색감이나 봐주고 된다 안된다 결정만 할 뿐 실질적으로 부지런한 몸놀림과 손재주로 도움이 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보니 이 걸 주구장창 잘 할지, 갑자기 자신이 없어진다. 나중에 안하겠다고 뒤집어지는거 아닌가 모르겠다.

만드는 내내 아해들이 날 놀리는 재미로 만들더라. 그렇게라도 기쁨 줄 수 있으면 다행이긴 하다만, 워낙에 손으로 주물딱거리는 걸 안좋아하나보다. 가만히 앉아서 생각하고 말하는 건 쉬운데, 손 쓰는 건 너무 어렵다. 우얄지.... 이러다가 나는 짤릴 지 모른다. ㅋㅋ 수희향은 오늘 하루 일을 해 보고 하루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다는 작정을 한다. 우리는 단 30분도 허비하지 않았다.

나의 어리버리함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지나면 누워있는 결과물들이 신기하기만 할 뿐이다. 저걸 근사하게 스토리를 부여할 수는 있겠으나 손으로 만드는 건 참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어찌하나 우야나 우얄꼬....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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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1.01 22:06:05 *.121.41.244
357일차   2011 10 31  월요일

* 꿈꾸는 자

꿈꾸는 자의 눈동자는 영롱하게 빛나고 투명하며 말로 담아내지 못할 생기가 흐른다. 꿈꾸는 자 앞에는 불가능이란 말이 없으며 가지각색 무늬로 어울림을 만들어내 내고, 그렇게 꿈꾸는 자의 꿈은 다만 멀리 투영될 뿐이며 아름답게 엮어져 나갈 뿐이다.

시간이 흐르면, 그 마음속 숨쉬고 살아나던 깊고 튼튼한 꿈, 그로부터 걸어나와 눈 앞에 선다. 그렇다 .그런 꿈꾸던 세상을 일구어 낸 손은 꿈꾸던 자의 손이었으며, 그 손을 어루만지는 손 역시 꿈꾸는 자를 어여삐 여기던 우주의 손이었다.

꿈만 꾸다 허망하게 스러져 갈 사람과 꾸던 꿈을 만들어 내는 자는 하루를 빚어내는 노랫가락이 다르다. 내 하루의 노래, 마음을 다 해 빚고 다듬어 나가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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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1.01 22:21:14 *.121.41.244

358일차   2011 11월 1일 화요일

* 감사

감사하다는 것을 모르는 이기적이고 어찌보면 오만하기까지한 내게 이렇게 좋은 날이 찾아와도 되는지 모르겠다. 어제 만난 사람, 오늘 만난 사람..... 앉아서 이야기를 하는데 쉴 새없이 즐거움이 솟아나는 관계가 있고 몸이 뒤틀리고 할 말을 잊고 지겨운 사람이 있다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된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사람과 이야기를 하면서 생각이 막힘이 없고 이야기의 주제가 지겹지가 않으며 상생할 수 있는 관계가 있다는 것, 감사하다. 예전엔 이 모든게 책이나 영화  등을 통해 가능했다. 이제는 내 눈 앞에 그런 사람들이 나타나 선다. 그게 감사할 일이다. 죽은 자가 아니라 산 자와 동시대를 즐겨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이보다 더 큰 기쁨이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나도 이들에 못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 내공 장난아닌 사람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싶은데. 한 걸음 한 걸음 걷다보면, 어느날인가 내 걸음 뒤에도 나만의 발자국이 찍힐 것이리라 생각해본다. 크고 아름답고 휘황찬란한 발자국을 기대하진 않는다, "그래 그 발자국을 보니 너인것을 알겠구나"라고 말 들을 수 있다면, 나는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간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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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1.03 15:36:56 *.246.77.2

359일차   2011 11월 2일 수요일

* 낯설음 그리고 익숙함

갈까 말까 내심 망설였다. 그것도 무척이나 많이 망설였다. 한창 물이 오른 책읽기 필사를 그만두고 싶지가 않은게 첫 번째 이유였다. 오후 3시간이면 오늘 해야 할 양을 마무리 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고, 내용 속에 빠져든 그 고요함에서 빠져나오기가 싫어서 망설였다.

 하지만 이미 여러번 단체 행사에 빠지기도 했고, 당장 눈 앞의 바쁜 일도 없으면서 이 번에도 가지 않겠다말하기엔 너무 내 생각만 하는  듯해 등반은 않고 청계사까지 갔다가 퇴근 시간되어서 먼저 퇴근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강남역 근처에서 갑작스런 약속이 잡혀있어서 저녁 먹기를 포기했다.

좋았다. 활활 타오른 단풍이 좋았다. 산 냄새 속에 어우러진 전나무의 향기가 좋았고, 나무 그늘 속으로 걸어올라가는 발걸음의 규칙적인 리듬도 좋았다. 그리고 땅에 나무 계단 위에 떨어져 누운 전나무 잎의 누런 색마저도 한 때 찬란한 자신의 계절과 안녕을 고하는 듯해 새로웠다.

단 맛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청계사 돌계단 입구에서 파는 엿장수 아저씨에게로 갔다. 때때로 한 번씩은 입에 넣고 우물거려도 견딜만한 맛이기도 했지만, 산에 왔으니 뭔가 티를 내고 싶다. 어슬렁거리며 걸어들어가니 합격엿을 팔고 있다. 그러고보니 올 해 수능보는 아이를 둔 샘이 생각나 두 봉지를 샀다. 이 작은 내 맘이라도 전달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샀다. 절에 올라와 생전 먹지도 않는 엿을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험 잘보라고 산 거라고 알아나 줄란가 모르지만, 그저 내 마음이 그러하다는 것이면 족하리라.

 높은 계단이 무서워서 바로 올라갈 용기가 나지 않아 빙 돌아서 절마당으로 올라갔다. 어떤 샘이 절하러가신다기에 저도 가도 돼요? 하고 물으니 당연하다고 말씀하신다. 거 참 이상하다. 별로 쭈뼛거림도 없이 덤벙덤벙 따라 올라가 샘따라 양초를 사고 시키는대로 얌전하게 불을 붙여둔 다음 또 샘따라 절을 했다. 방법도 알려줘서 따라 했다. 

절에와서 양초를 켜고 절하겠다는 것, 의지를 가지고 선택하여 생전 처음 해보는 행동이었다. 그래도 참 자연스럽게 따라했고, 제법 여러 번 그랬던 것처럼 어색하지는 않았다. 샘은 마음이 편해서 때때로 그렇게 한다고 한다.

단풍이 제 색으로 빛을 발하는 이 시절, 고요한 걸음으로 청량한 전나무 향을 맡으며 걸어올라간 오늘은 삶의 연속선상에 있지만 좀은 낯설다. 그래도 오늘 한번의 낯설음은 내일의 자연스러움과 익숙함으로 연결될 지 모른다. 

 안가던 산을 가고 더구나 절을 5번이나 해서 그런가 싹신이 쑤신다. 힘이 없고 말이 없어진다. 원래도 조용한데 더 말하기가 싫다. 수희향이 이 사실을 알면 진짜 웃긴다고 할지 모른다. 절을 했다고 했더니 마구 칭찬했는데, 온 몸이 퍼지고 아프다는 말은 안하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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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1.03 23:44:02 *.121.41.244

360일차   2011 11월 3일 목요일

* 잊음

종일 필사에 매달렸다.  잠시도 눈돌리지 않았다. 퇴근할 때 문구점 들러 한지를 골라왔고 집에 오는 길에 잠깐 한눈 팔며 밥 얻어먹고 왔다. 집에 와서도 옷만 갈아입고 세수도 않고 지금까지했다. 오늘 분량은 겨우 마쳤다. 다행이다. 내일은 오늘처럼 시간이 나지 않을 것이다. 새벽 시간을 특히 잘 보내야한다. 이제 사나흘 정도 하면 한 권을 마칠 수 있을 것이다. 읽기만 해서는 내 것이 되지 않는다. 한 자 한 자 타이핑을 해야한다. 하긴 그래도 오랫동안 남아있지 않는 그런 기억력을 가진 나이에 이르렀다. 심각하게 생각되는 부분이다. 그래도 개의치 않는다.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필사를 하고, 현재 이 시간 속에 있는 것이 나이고, 그게 내 삶이고 행복인 것이고 그 나날이 나의 이야기의 한 부분이 되고 역사가 된다. 

 논문과 내년 프로그램들을 위해 필요한 아이디어들과 질문들을 달아두었다.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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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1.05 09:36:38 *.246.77.2

361일차   2011 11월 4일 금요일

* 좋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 하루다. 꽤 힘든 하루였다. 찬란하게 불타오름도 떨구고 돌아서는 잎들도 너무 한순간이라 그리움이 여물 새도 없다는 것이 조금은 허탈하고 쓸쓸하게 한다.

내 욕심을 차리기위해 한순간을 견디지 못해 타인의 순수한 마음에 손을 내밀어서는 아니된다. 견디는 것이 어떠하다는 것 또한 내가 응당 알아두어야 할 방식인 것이고, 그리 낯 선 것도 아니다.

겉으론 태연한 것 같지만 종일 자신과 싸운다. 그러느라 꽤 신경이 날 서 있다. 생각도 감정도 느낌도 없으면 좋겠다는 이기심 가득한 생각을 여러번 하면서, 일차적인 욕망에 무너지지 않고 우아하고 고상하게 매우 자주적으로 하루를 보내느라 기진맥진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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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1.05 09:56:03 *.246.77.2

362일차   2011 11월 5일 토요일

* 성공과 삶

 " 좋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 성공은 얻음이 아니다. 10대 풍광을 몇 개 이루었는가가 성취가 아니다. 나도 겪었다.  처음에는 무엇을 얻고 무엇이 되는가가 중요했다. 그러다가 그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나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만들었고, 연구원 제도를 만들었다. 매년 책을 내고 매년 여행을 떠난다. 모두 10대 풍광 속에 그려둔 장면들이다. 그것은 이루어 진 것, 지나간 것, 얻은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내 기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엇을 이루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자체가 내 삶이 되었으니 나는 비로소 내가 좋아하는 삶 속에 있게 된 것이다. 기적이다. "     - 구본형 칼럼 중에서 -

억지로 설득당해  구겨넣어둔 증서가 아니라면 시시때때로 작은 틈 속으로 비집고 올라올리가 만무한 욕심이다. 이루고, 얻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러한, 좋아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결국은 나여야 하는 것이다. 무엇을 보이기위해, 되기위해 ,얻기위해 달려나가는 것은 더 이상 나를 힘나게 부추기지 못한다. 단지 내가 더 기뻐지고 그러하고 싶어지고 나다워지는 길이기에 그러하여야한다. 그리 존재함이 가장 기쁘기에 그자리 그대로 서있는 것일지라도, 어제의 나와는 결별한 새 날을 맞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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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1.07 01:10:26 *.121.41.244
363일차   2011 11월 6일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내리고 있다. 신체리듬 상으로 봐서는 종일 휴식을 취해야 마땅함에도 일정상 그러하지 못하다. 없는 기운을 커피의 힘으로 끌어올리고 서성거려보지만 어떤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딱히 도움될 일도 없을뿐더러 일에 대한 프로세스도 그려지지 않고 뭘해야겠다는 마음도 내키지 않는다.

 일요일이라 식구들이 있으면 식사 하나를 챙기는데도 잔손이 많이간다. 허리는 멀쩡한 것 같지만 한 30분만 서 있어보면 병원에 가야할 걸 가지않고 그야말로 밍그적거리고 있음이 확연하게 드러나고 만다. 너무 다리가 무겁고 아파서 짜증스럽다. 다리가 터질것처럼 아프다. 날씨가 비오고 흐려서 더 한 것 같다. 완전 노인이다. 빨리 병원갔다와야 할 것 같은데, 그래도 허리가 삐뚤어지지 않으면 가기가 싫다. 멀고 번거롭고 귀찮고 약먹는 것도 힘들고 침도 그만맞고 싶다. 거기다가 점심때부터는 뭐가 잘못된 것인지 계속해서 배가 아프다. 죽을 때가 된 건지 원....... 되지도 않고 하지도 못하는 일을 보면서 얼쩡거리다가 푹신한 소파에 앉으니 살 것 같다.

 상품의 질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다. 어디까지를 상품의 가치로 봐야할까에 대한 생각 속에 빠져든다.  애플의 아이팟이나 아이폰을 비롯하여 삼성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이  디자인 없이 기능만으로는 지금처럼 소비자들에게 어필했을까란 생각도 하릴없이 하게된다. 미묘한 차이지만 작은 차이는 많은 것들을 결정할 때도 있다. 경제니 사업이니에 대해 잘 모르니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때때로 어떤 것들은 내 온 몸이 동의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온 마음을 담기가 어렵다. 스스로 어떤 차원에 있어 납득할만큼의 합의가 있어야 몸과 마음이 움직이려는지 모른다.
  
  아이들 서술형평가 시험지 전과목을 가져다가 던져두었는데 손도 못댔고 채점할 생각만해도 골치가 아프다. 저녁 식사 후 좀 쉬다가 매기기 시작했느데 지금까지 겨우 두 과목 채점했다. 국어 가르치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아이들이 문제에서 요구하는 답을 놓친 녀석들이 그리 많이 발견되지는 않아 그래도 다행이다 싶다. 영어보다 국어가 낫다. 생각보다 아이들 영어쓰기를 잘 못한다. 서술형평가에 완전 문법형 문제로 도배를 해뒀으니 우리반 영어 약한 녀석들은 줄줄이 틀릴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영어는 이미 오래 공부해 온 녀석들과 차이가 제법 난다. 영어샘은 가르치기 힘들겠지만, 나는 성적 낮은 아이들이 애처롭다.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 이 생각 저 생각에 복잡다. 아이들이 마음의 상처없이 학창시절을 지나가면 좋겠다. 하긴 어려움을 극복하는 사람이 더 단단해지기는 하지만, 아이들은 무방비 상태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기 쉬운 환경에 던져지는게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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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1.07 09:11:25 *.246.77.2
364일차   2011 11월 7일 월요일

  * 돌아보면, 그리고 축제

욕심이란 넘은 너무나 다양한 모습으로 다양한 이름으로 다양한 사람에게서 둥지를 틀고 자신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 애쓴다. 욕심을 설득시켜 욕심이란 이름 대신 다른 이름을 지어가도록 애쓸 일이다.

우리를 뛰어가도록 만들지만 한없는 구렁으로 떨어뜨리고 좋아라하는 넘도 결국은 욕심이다. 욕심, 그 이름 대신 다른 이름을 달아주어야 한다. 그래야 내 삶은 더 평온해질 수 있다.

현재의 모습에서 미래가 그려지고, 과거를 지나 현재에 이른다. 끊임없이 자신을 들볶는 수많은 욕심들과 싸워서 이겨내지 못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수많은 것들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얻을 수 없던 것들도 있다. 수많은 일들을 화두삼아 자신에게 묻고 또 대답을 찾아내지 않았다면 가능하지 않은 관계도 있다. 개인적인 삶 속에 녹아나는 그 모든 것은 과거를 딛고있다.

사람들은 잊기 쉽다. 상대에게서 좋은 그것, 빛나는 그것이 그저 어느날 갖게 된 것인 줄 착각하기도 한다. 그 속에 녹아있는 지난 삶의 고단함과 치열함 뒤에 얻게 된 것인 줄, 하기야 자신 이외에 그 누가 알 수나 있을까? 나는 그 누구를 알 수 있을 것이며 타인의 치열함이 어디까지 이르렀던지 알 수있는 수준은 그 어디까지란 말인가? 타인에 대한 착각 속에 빠지기 보다는 그 뒤에 숨은, 인생 전체를 담은 그 고귀한 흔적에 환호하고 기뻐할 수 있을 정도의 평온함을 유지하는 것, 가능할 정도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 모든 것이 담긴 현재, 미래 그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지만 순간 순간에 내 진심만을 담아 걸어가고 싶다. 한 순간도 나다움을 잊지 않도록 할 것이며, 내 속에 갖추지 못해 어쩔 수 없는 부분은 겸허히 듣고 머리와 가슴으로라도 배워가도록 한다. 내가 장차 서 있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 어슴프레하게 재각인되는 날,

어두웠던 구름이 걷히고 햇살이 비친다. 신기하다. 걷어내지 않아도 스스로 드러나는 햇살. 정신을 맑게하고 맑은 마음을 단단히 하여 세상이 내게 말 걸어오는 순간이 있다면, 내게 가르치려한다면 반겨 손을 들어야한다. 설사 그리하는 내 몸짓이 아프다한들, 그건 내 삶의 연속선에서 펼쳐지는 축제의 장이리라. 즐겁고도 즐거운 인생이다. 시시때때로 폭죽을 터뜨리며 펼쳐지는 내 삶의 축제, 그 수가 많을수록 더 기쁘고 행복해지리라. 스스로 평온해지고 스스로 기뻐지리라, 기쁜일이 기쁘게 하지 않고 평온한 일이 평온케하지 않는다. 단지 스스로 그러해지리라. 스스로 축제를 만들고  그 속에서 녹아나리라. 어떠한 형태로 담금질되어 나타날 것인줄 알지 못하면서 스스로 그 속에 던져둘 것이니. 단지 그 속에 담긴 나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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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1.09 18:16:32 *.246.77.2
365일차   2011 11월 8일 화요일

  * 관계
 
힘들이지 않아도 영원히 지속되는 관계는 없다.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보고 타인을 이해하고 수용하지 않는다면, 한 쪽의 노력만으로 지속되는 관계는 튼튼하게 유지되기 어렵다.

사람은 겉으로 봐서는 알 수 없다. 가까이 가보면 그 사람을 이해하기 쉽고, 그럼으로써 어느날 그와 나와의 관계가 열리고 그로부터 그와 나와의 관계는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한다. 이처럼 아름다운 관계의 소멸 역시 마찬가지다. 그처럼 찬란했던 관계도 서로의 노력없이는 서서히 빛을 잃고 어느날에는 사라져간다.

사람의 관계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날이다. 새로운 사람을 알게되어 기쁜 날이기도 하다.

종일 업무처리에 매달렸다. 마구 해치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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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1.09 18:21:29 *.246.77.2
366일차   2011 11월 9일 수요일

  * 팔목이 아프다.

업무시간에는 종일 업무에 매달렸다. 수업 시간엔  늘 그렇듯 최선을 다 해 수업에 임했다. 하나 둘 해결해야 할 일들도 해결되어가고 해결 해야 할 것들도 분명하게 남았다.

금요일 중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급행비자를 받아야했고 그러기위해 퀵배달을 시켰고, 기타 요구하는 사항을 처리했다. 어설픈 모습이 웃기기도 하지만, 그게 또한 나이기도 하다. 

 업무 종료시간부터 지금까지 미친듯이 정리를 했다. 팔목이 떨어져나갈 것 같다. 어느새 너무 깜깜해져서 집에 가야한다. 무서워서 가야한다. 나머지는 집에서, 그리고 내일 매달려야한다. 생각보다 더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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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1.10 07:59:49 *.121.41.244
367일차   2011 11월 10일 목요일

  * 반응

"비누 드리니까 어땠어?"

"몰라 ,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린지는 모르겠는데, 검수관이 집에 갔다줬더니 와이프랑 아들이 '비누가 정~~말 좋은 비누라고, 이런 비누 처음 본다 하더라' 고 말하더라 그러데. "
"아들은 따로 사는데도 와이프랑 아들이 둘 다 자기한테 그렇게 말하더라 그러더라고."
 "고맙다고 하지뭐."

일요일 보고 어제 첨 만난 신랑이 전해 준 말이었다. 
원했던 대답이었다.
기업에 맞춤형으로 제작한 것이었지만, 그 것이 풀어질 마지막 손의 반응, 사용하는 동안의 과정을 면밀히 예상하며 끊임없이 생각하며 만든 품질과 디자인이었다.

시작이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 해 우리의 가치와 철학 그리고 비누를 사용하게 될 사람들에게 좋은 일이 생기기를 바라는 뭉근한 기원이 담긴 비누였다.

진화하고 또 진화하게 될 수 있기를...
그래서 자부심으로 남을 수 있기를...
긴 인생에서 만난 즐겁고 행복한 동반자가 되기를...
끊임없이 새로움으로 탄생하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그 좋은 향기와 여운 남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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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1.14 12:52:04 *.246.77.2
368일차   2011 11월 11일 금요일

  오후 7시 비행기를 탔다. 도착해 아이 기숙사에 가서 짐 풀었다. 생각보다 바뀐 학교의 기숙사는 제법 아늑해서 다행이다. 아이가 돌아오기 전이라 짐을 대강 풀어서 침대위에 올려놓고 이불로 덮어두었다. 당연히 그 발상은 내 것이 아니다. 우스웠지만 정말 멋진 아이디어였다.

교무실로가서 차를 마시고 교장선생님과 사감선생님과 인사하고 아이를 기다린다. 운동삼아 호텔을 향해 걸었고,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아이와 거리로 나와 먹을 걸 사러 서성거리다가 학교 앞 육교 밑에서 내가 좋아하는 중국 배 2 종류를 샀다. 아이는 기숙사로 다시 돌아갔다. 내일도 쉬는 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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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1.14 12:54:30 *.246.77.2
369일차   2011 11월 12일 토요일

  오전 식사 후 아이의 진로에 대해 이야기나누다가  교장선생님을 만나 한 시간여 이야기나누고, 학교 근처에서 산책 겸 구경, 그리고 오후에는 다시 아이 학원으로 가 원장샘을 만났다.  이것 저것 해결해야 할 일, 알아봐야 할 들이 많다. 아이가 그동안 작업해 둔 결과물들을 보았다. 

 식구들과 원장님과 저녁을 먹었다. 같이 공부하는 학생들 몇몇도 함께 였다. 타인의 눈에 이 번엔 개인이 아니라 누구의 엄마 부모로만 인식되는 시간이다. 그 또한 신세계이다. 부모가 아니라면 이런 감정이나 생각을 알기 어려울 것이다. 추측이나 공감은 얼마든지 가능하겠으나. 그런 것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그 너머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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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4 13:07:32 *.246.77.2
370일차   2011 11월 13일 일요일

  오전 아이와 식사 후 공항 이동, 나는 한국으로 아이와 신랑은 여전히 북경. 필요한 회사 일을 보고 며칠 후에 귀국할 것이다.  중국 직원이 북경으로 이동해 오는 것 같았다. 매일 만나는 것은 아닐테지만 같은 북경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적잖이 기쁘다. 아마도 돌아오기 전에 아이를 한 두 번 더 만날지도 모른다. 얼마든지 그럴 수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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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4 23:19:03 *.121.41.244
371일차   2011 11월 14일 월요일

  어쩌면 나약함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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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1.15 06:49:20 *.121.41.244
372일차   2011 11월 15일 화요일

* 무언가 마음처럼 혹은 생각처럼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징표다. 그렇지않다면 며칠간 계속되는 그런 뒤죽박죽 얽힌 꿈을 꿀리가 없다. 눈 감았다가 눈뜨면 아침시간이곤 했는데, 그렇게 주어지는 숙면이 거저 얻어진 게 아님을 상기시킬 목적이 아니라면 꿈은 내게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내신을 내리라 마음을 굳히고 있었던 내게 갑자기 벌어지는 일들이라니. 거의 동시에 서너개의 일이 쏟아져 내리고 있고, 이제 선택의 시간까지 그리 여유도 없다. 놀이의 장이 옮겨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이 때,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라는 강력한 권고인지.... 아직 더 두고봐야 알 일이지만 문은 미처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열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권위가 있는 사람과 권위적인 사람에 대해 생각하면서 일어났다. 잠이 깨어 한참을 누워 어둠속에서 생각하면서 뒤척거리다가 무언가 정리가 되지 않는다면 일주일도 그렇게 흘러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나온다. 커피를 끓이고 노트북을 켜고 단군일지에다 스르륵 옮겨놓는다.

돌아보면 가장 싫어하는 사람의 유형은 한결같다.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사람이다. 한 때는 그것이 권위적인 시댁이었고 한 때는 권위적인 직장과 상사였고 또 한때는 주변의 권위적인 사람이기도 했다. 옴 힘을 다 해 저항했고 그 결과 권위적인 사람이 판치는 세상과는 멀리 살게 되었고 그리고 이제는 그 모든 것을 넘어섰다고 믿는다. 

 권위적이라는 말 속에는 다양한 의미가 들어있다. 물론 그 사람의 성품과 인품 그리고 능력 등에 상대가 먼저 존경과 존중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아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자신이 가진 외부적인 지위나 명성 혹은 알량한 지식으로 상대에게 존경 내지 인정이나 꿇음 혹은 고개숙임을 강요한다는 것도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권위적인 사람들이 휘두르는 소위 권력의(그야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어떤 이름의 힘이든간에)  대상은 보통 자신이 휘두를 수 있는 권력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일 확률이 높다. 때때로 돌아보면 그 권위라는 말에 조용하게 저항하면서 지낸 세월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네가 아무리 내 앞에서 뭐라 한들 나는 내가 할 도리만 다 할 뿐, 내가 고개 숙이고자 해서 그런 것일 뿐 결코 네 힘에 굴복해서 내 고개가 숙여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산 게 아닌가 싶은 것이다. 내향적인 성격에 걸맞게 뭐라 확실한 외침은 없었으나 외부의 그 어떤 자극에도 결국 내게서 일어나는 최종 행동의 결정은 내 안에서 일어나는 것, 어떤 행동을 하고 말을 하고 태도를 취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에 있어 언제나 그 결정권은 나에게 있었다. 아니 더 엄밀히 말하면 그런 결정권을 내가 갖게 되기까지는 지독한 고통 속에서 살았던 것 같다. 힘든 과정이었다.

어쩔 수 없는 환경, 내가 임의로 변화시킬 수 없는 환경에 자신을 적응시키려 노력하는 것은 무진장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이다.  다시는 그런 환경에 놓이게 되고 싶지는 않다. 다시는 그 누구의 틀에 나를 가두고 싶지 않다. 지금까지 짐작한 내 성향으로보아  타인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사람이 편치 않다는 것은, 아직 그런 사람으로부터의 강요가 만만하게 여겨질만큼 덜 담금질이 되었다는 반증이며, 그 누구의 틀에 가두어지고 싶지 않다는 것은 그 대상의 틀을 과감하게 거부할 수 있을 정도로 튼실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권위적인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은, 혹은 자신의 생각을 밀어넣는 사람을 눈웃음 흘기며 지나칠 수 없는 이유는 아직 내 생각이 덜 여물었다는 것이며, 작은 외부적 환경 그 어떤 것에라도 흔들릴 수 있는 그런 약한 상태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는 나역시 그누구들 못지않게 권위적이라 지가 잘났다는 그 꼴을 봐주지를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단지 드러내고 드러내지 않고의 차이일 뿐, 그런 가능성은 항시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어떻게 단언할 수 있겠는가.

내 것을 내어보이며 타인이야 어떻게 보든, 자신들의 안경으로 보든, 자신들의 자로 재단을 하든 혹은 그들이 슬픔을 희화시켜내는 구경꺼리로 만들든....  내 본질은 변치 않는다고 생각해왔기에 그 쯤이야 아무렇지도 않지만, 문제는 조금만 들여다보면 만날 수 있는 욕심들이 내 속에 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욕심이 좋은 발로에서 꽃 핀다면 얼마든지 나와 주변을 밝힐 수가 있다. 어쩌면 현실을 사는 우리는 바로 그런 점에서 애쓰고 사는지 모른다. 성취동기, 욕심, 하고자하는 마음, 도전정신, 진취성,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마음....... 알고보면 모두 같은 뿌리다.

아름다운 이름이다. 저 이름이 찬란하게 꽃피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한가지에 달려있다. 바로 자신의 꽃 핌이 주변에 끼치는 영향이 어떠한가를 보는 것이다. 만약 각자의 이름으로 각자의 향기로 살아가는 다른 풀들을 상하게 하면서 핀 꽃이라면 그건 우리가 경계해야 할 추한 욕망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내 꽃핌이 다른 풀들과 어우러지고 내 꽃핌이 다른 꽃을 더 활짝 피게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다양한 그 이름에 '의미'라는 옷 하나를 더 입혀 줄 수 있게 된다.

'의미' , 정말 좋은 말이다.
내 살아있음, 존재는 반드시 '의미있음'이라는 옷을 입게 될 때 환하게 빛날 수 있을 것이다. 그 이름 앞에서 몸이 떨리는 것을 보면 나는 그런 사람이다. 그러므로 어떤 일을 하든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의미'에 더욱 신중해지고, 객관적으로 부여된 '의미'에 보다 더 냉철해져야만 하리라.


사실, 나와 다른 사람은 구별짓고 다르다 정의하고 넘어서고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심지어 권위적인 사람 그 마저도 포용할 수 있어야 하는 대상일 뿐이다. 아직 덜 성숙한 눈으로 보는 세상이 그리 쉽고 만만할리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요즈음,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되짚어보게 해주는 귀한 축복 속에서 지냈음을 알게 된다.

스스로에게 없는 부분은 그렇다고 아는 것,  이 정도만해도 세상사에 깊이 연루되어 사는 수억만명 중 하나로서의 자리값은 한 것이라 자부심을 가지기로 한다. 나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나를 이해하고 수용하면 그 힘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내 그릇의 크기나 모양 상 타인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할 그릇은 아니기에, 그렇다면 내가 가진 그릇의 용도에 맞게 세상을 살다가리라 생각하게 된다.

"나의 빛깔로 반짝일 수 있는 사람" 그게 정답인 것이다. 누구나 각자의 색깔로 반짝이는 세상, 그래서 아름다운 세상, 이 우주의 수 많은 별, 그런 별로 반짝일 수 있게 되고 그런 별로 반짝일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것.
.......



'의미' 그 너머의 '의미'
존재 그 존재너머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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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1.17 12:07:07 *.246.77.2
예~ 인희님께서도 건강 챙기시면서 일하세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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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희
2011.11.17 07:34:09 *.235.30.133
국향님  잘 하고 계시군요.
응원의 글 고마웠고요.
함께 했던 300일까지가 그리워지는군요.
국향님께서 앞으로 좋은 날만 있으실 겁니다.
화이팅하세요.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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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1.15 22:05:19 *.121.41.244

종일 바빴지만 틈틈이 기분이 나빴고 불쾌했다.

무시당하는 마음은 상대방이 무시해서일까 아니면 자신이 그렇게 느껴서 일까?
천하에 머저리가 아니라면 느껴서 좋지도 않은 그 기분을 스스로 불러내어 느끼는 넘은 없을 것이다.
모르겠다.

좋지 않은 기분을 옆에 있다는 죄하나로 애한테 다 뒤집어씌우고 억지를 부렸더니 왠일인가 싶은지 그걸 아무렇지않게 받아준다. 기분이 팡팡 좋아지라고 아이 불러내어 국수를 배터지게 먹고 흑맥주를 한가득 사서 개선장군처럼 돌아왔다.

국수 먹으면서 애한테 일러바쳤다.
기분이 아주 떡같다고 말했다.
야단맞았냐, 아니다.
누구랑 싸웠냐, 그것도 아니다.
애들이 사고쳤냐, 그것도 아니다.

샘들이 따돌렸어?
'응' 얼결에 말했다.
진짜?
응.
다 큰 선생님들이 엄마 왕따 시켰어?
응.
거짓말이 아주 술술 나온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이제 동료들이랑 나이 어린 선생님들하고는 놀지마. 
그렇지?
아주 소설을 써도 잘 쓴다. 차라리 그렇게 믿고 싶은 것 같다.

난 졸지에 왕따당해서 노여움이 서린 하루를 보냈다.
아무에게도 말할 사람이 없어 딸애에게 일러바쳤고, 애는 지 식대로 처방을 내렸다.
나는 아이가 일러준대로 충실하게 따르마하고 약속했다.
미친듯이 박샘에게 문자를 날렸지만 늘 그렇듯 강의 중인지 연락이 없다. 하여튼.... 도움이 안돼.... 꼭 필요할 땐, 누구보다 이야기 할 사람이 필요한 날은 없어주는 센스쟁이....

학교 샘 중에 누가 이걸 알면 날 죽이려 들지도 모른다. 졸지에 나쁜 사람들 만들어놨으니...
샘들 중에는 아무도 이걸 안보니 그렇지.......다행이다. 안들켜야 한다.

반 아이들때문에 웃었고, 우리 아이 때문에 웃었다.
아이와 이야기하면 세상 근심이 다 녹는다.
어찌 저리도 밝음을 몰고 다니고 즐거움과 유쾌함을 몰고 다니는지....내가 봐도 작품이고 내가 봐도 기쁘고 도취될 지경이다.

퇴근하면서 아무리 전화애도 받지 않았던 신랑한테는 노발대발을 했다.
화가나서 아무한테나 막해대고 싶은데, 꼭 필요할 때는 없다고 가슴에 팍팍 박히는 말을 해댔더니, 무슨 일로 그렇게 날이 서있냐고 한다. 저녁 늦어도 올라오겠다고 한다. 굳이 안그래도 되는데 내 기분 좋자고 식구들 다 건드려놨다. 중국 있는 애한테도 전화해서 시비걸었다.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보이더니, 오늘 내 기분이 아주 안좋다고 말했더니 뭔 일이냐고 걱정한다.

그래....
아무 일이 아니다.

아이에게 말했듯이 난 오늘 왕따 당하고 온 것이다.

있는대로 성질냈더니 식구들이 걱정한다.
자기가 혼내주겠다고 하면서 지랑 놀면 된다한다.

그런데.....옴마야....

진짜 신랑이 와버렸다.

우야노...

빨리 기분 나쁜척 해야한다.

아~ 미치겠다.
인제 대강 풀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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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1.17 12:50:45 *.121.41.244
373일차   2011 11월 16일 수요일

* 꿈
아이 중 하나가 곁에 있었고 또 아주 가까운 누군가가 근처 있었다. 이야기를 하다가 오른쪽 하늘을 멀리 돌아보니 후지산 같이 생기기도 하고 아니면 어디 눈 덮인 히말라야산이라도 되는 것 같은 신령스런 설산에 갑자기 화산폭발 같은 것이 꽝!하게 일어나며 산이 내려앉는다. 산과 우리 사이는 바다다.  순간 생각했다. 해일이 덮치겠구나.....그러나 아무리 뛰어도 해일을 벗어날 수가 없겠다는 판단이 들면서 고개를 돌려 지인에게 함께 한 날에 대해 고마웠고 행복했단 말을 하면서 몸을 돌려 아이 손을 꽉 잡고 끌어안았다. 죽는 순간이 이렇게도 예기치않게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 이상하기도하고 자연스럽기도하고 또 이런 대자연 앞에서 아무런 힘도 없는 존재가 인간인가 싶기도 하다.

아이를 끌어안고 함께 죽으리라 생각하며 눈을 질끈 감았고 해일이 덮쳤는데, 꿈은 또 한편 계속되고 있었다. 휩쓸려나가지는 않았는지 아이도 나도 살아있고, 온통 물바다가 된 동네에서 어떻게든 떠 있으려는 생각에 뜰만한 물건들을 열심히 찾아다녔고 마침내 아이를 위해 찾아낸 것 같다. 안심이 되고 마음이 놓이면서 그래도 다행이란 생각까지 하면서 그 모든 내용이 끊겼고 깨어나니 그건 꿈이었다.

자면 꿈을 꾼 기억을 하지 못하는데 근 몇 주간에 걸쳐 계속해서 꾼 꿈이 기억나고 있다. 물론 겨우 하나가 아주 임펙트가 강했는지 지금까지 생각나고 있는 이 꿈이다. 학교 쉬는 시간에 우연히 꿈이야기가 나와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해일이 몰려오는 건 재산이 해일처럼 덥칠 꿈이거나 해일이 일어나는 것처럼 내가 부각될 좋은 꿈이란 해몽을 들려준다. 그리곤 내게 줄을 서라는 둥 아님 진짜 좋은 일 생기면 해몽값을 꼭 해달라는 둥.....

좀 웃기는 결론으로 몰아가서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죽음이 목전이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의 느낌을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단군일지에 꿈이야기를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참 인생은 다사다난하고 재미있기도하고 그렇다. 수없이 많은 일 다양한 일에 온갖가지 감정을 맛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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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1.18 20:32:43 *.121.41.244

안그래도 쓰면서 윤정님 맨날 꿈얘기 쓰던데...싶기도 했슴다 ㅋㅋ
그러게요, 깨어나서도 분명 충격적이었을텐데도 기분이 나쁘거나 하지는 않았던 기억납니다. 변화라면 무슨 변화가 있을지 참 기대가 되네요. 좋은 거면 좋을텐데요. 어떤 일이든 결국은 사람이 그리되게 만든다라고 보는 입장이지만, 모르죠 또 그렇게 해일처럼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어떤 힘을 마주하게 될지는요. 무튼 나쁜 일은 아니도록 만들고 싶네요.

일은 잘 되어가지요? 궁금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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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1.11.18 19:05:35 *.154.223.199
단군일지에 꿈을 쓰게 될 줄 모르셨다구요? ㅎㅎㅎ 맨날 꿈얘기 쓰는 사람 1명 여기 있습니다.
저것이 제 꿈이라면 설산처럼 생긴 산이 무너지고 해일이 오는, 커다란 지각변동이, 변화가 생기겠구나, 내 주변과 마음에. 그게 뭘까? 생각해보면 즐거워할 듯 합니다. 요즘 국향님 일지가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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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1.18 10:46:42 *.246.77.2
374일차   2011 11월 17일 목요일

* 종일 눈 알이 핑핑 돌 정도로 일했다. 근무시간이 있다는 게 너무 다행스런 일이다라는 생각이 든 하루. 아이들 있을 땐 잠시라도 아이들 떼놓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아이들이 모두 하교하고 난 3시는 되어야 겨우 한 숨을 돌린다. 그 때부터는 또 부리나케 업무에 매달려야하지만, 그래도 그 땐 혼자서 일만 하면 된다. 일일이 신경 써주고 돌봐야되는 아이들이 가고난 뒤는 세상을 다 얻은 것 처럼 고요하다. 아이들의 소리 대신 조용히 있거나 너무 안정이 안될 땐 음악을 틀어둔다.

오늘은 자료실 두 개를 한 개로 만든다는 업무가 내게 떨어졌다. 짐작은 했기에 또 다행히 버리는 걸 참 좋아하는 성격이기에 별 부담은 없지만,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냉기어린 창고 두 개를 왔다갔다하며 버리지 않을 물건을 선별하고 딱지 붙이는 작업을 했더니 급기야 감기몸살이 나는 것 같다. 할 땐 몰랐는데 교실에 돌아오니 춥고 떨리고... 콧물은 흐르고 머리는 지끈댄다.

내일 있을 도교육청 지원단 협의에 대한 준비를 하느라 또 자료를 한 참 뒤졌고, 미처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퇴근했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더 있다간 심해질 징조다. 오면서 이것저것 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하고 찾아오고...집으로 돌아왔다. 으슬으슬한 몸을 이끌로 돌아오는 길, 뜨뜻한 공간이 제공되는 차가 내게 있다는 것이 새삼 너무 고맙게 느껴진다. 안그랬음 어디 한 데서 종종 거리고 있어야 될터이니... 그러고 보면 나는 너무 세속적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몸이 아프니까 그런 생각이 드는걸 뭐... 돌아와 자료를 찾느라 한 참을 뒤졌고, 몇 개를 찾아둔다. 필요하면 읽어야 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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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1.19 00:09:38 *.121.41.244
375일차   2011 11월 18일 금요일

* 편견
작년 겨울방학을 한 참 앞두고 있을 즈음, 도교육청 한 장학사님의 전화를 받았다. 도교육청 차원에서 인성교육 자료를 개발하는 팀을 꾸리고 있는데 합류할 수 있겠느냐는 내용의.... 미뤄두었던 논문에 대한 압박감이 컸던터라 그 일을 핑계삼아 어렵겠다고 말했고, 침 튀겨가며 날 도교육청에 소개했던 박샘은 이 소식에, 또 내 주변머리에 많이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그렇게 지나간 일이었는데, 거의 정확히 일 년 뒤 또 느닷없이 전화를 받았다. 이 번엔 새로 부임하신 우리 교장님이시다. 참고로 우리 교장샘, 뭘보고 그러시는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날 너무 신뢰 내지는 호감을 가지시는 것 같다. 살다보니 별 일을 다 겪는다. 어쨌든 고마운 일이다. 남이 나를 미워하는 것보다야 좋아해주고 신뢰해주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고3 수능일, 담 하나를 사이에 둔 고등학교에 혹시라도 소음을 만들며 방해를 할까봐 우리학교는 차라리 방학을 줄이고 대신 재량휴업일을 택했다. 그렇게 갑작스런 여유에 책 읽다 비몽사몽 헤매고 있을 때 느닷없이 받은 전화도 들어보니 그와 관련된 일이었다. 참 이상한 일도 다 있구나....일 년 뒤 또 내게로 오다니... 아무래도 만나야 할 일인가보다 싶어서 오케이를 했다.

오늘 첫 협의회가 있는 날, 도교육청 가는 길이야 대강 아는터라 어제부터 출장 결재올리고 갈 만반의 준비를 갖춘 터인데 날 찾는 전화소리....그 분도 오늘 가시는 분이었다. 사연은 각설하고...그 분을 태우고 가게 되었다. 말씀하시는 톤이 하이톤에....많은 말씀에....과장된 몸짓과 과장된 차림새에....전형적인 교사들의 인상과는 달랐다. 수원은 잘 모르신다는... 그리고 교육청 가는 길도 모르시고 내비도 없으시다는 선생님은 수원의 기름값이 1940원대로 다른 데 비해서 아주 싸다는 것을 알고 계시는 약간은 알듯말듯한 분이셨다.

회의 시간이 되었을 때, 나는 겉으로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사람의 겉모습을 보고 갖는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짧고 강하게 깨닫고 있었다. 6학년을 15년간 지도해오신 분이었고, 오로지 말씀 하나로 아이들을 쥐락펴락, 교사가 먼저 바뀌면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이건 선생님께 안기게 되어있다는 그런 말씀....... 깜짝 놀랐다. 참고로 요즘 6학년 학생들은.....음~~ 학교 환경을 경험하지 못한 일반인들은 상상도 하기 어려운 그런 일들을 수도없이 보고 듣고 겪게 만들어주는 그런 마술적 재능을 지닌 또래들이다. 마음 약한 일반인은 약간 섬뜩하거나 무섭거나 절망적이거나 진짜 열받아 미치거나 한 대 때려주고 싶은 충동이 일 때 약간의 죄책감도 경험할 수 있고, 때로는 그들이 뱉어내는 주옥같은 욕설들이 추임새로 느껴질 정도인 아이들도 많다. 그런데 그 선생님이 15년을 6학년을 행복하게 해 오고 계시다는 거다. 이론상으론 그게 가능했지만 실지로 그런 사람을 눈 앞에서 만나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몸소 실천하는 그 속에는 많은 것이 함축되어 있을 터였다. 그러나 더 놀라운 건, 그 자리의 책임자이신 장학관님의 인상과 말씀에 놀라고 또 더욱 더 놀라운 건 그 자리에서 쏟아지는 선생님들의 생각들이었다.

교사가 가장 먼저 변해야 한다는 말을 늘 생각하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 그 말에 공감하고 몸소 실천하는 교사를 한꺼번에 그렇게 많이 만나기가 쉽지 않다. 다들 어디에 숨어있었는지 모르지만, 그 장소엔 그렇게 그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괜히 목에 힘 준 사람들이나 와서 폼 잡고 앉아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주는 그런 사람들이 보였다.

기뻤다. 그리고 웃었다. 현장과 문제를 공유하고 비슷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일하다보면 동질감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많은 아이들과 아이들의 부모도 대체로 좋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기뻤다. 짧은 시간이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경험을 할 것 같다. 잔잔히 ㅎㅎ 두 달만 넘어가면 될 올 해 였는데, 그 두 달을 남겨놓고 해야 할 일이 갑자기 산더미처럼 떨어진다. 참 이상하다. 자료실도 정리해서 한 교실로 만들어야 하고, 아마도 한 교실은 상담실로 꾸밀 것 같고, 또 어쩌면 5-6학년을 위한 집단 프로그램도 나에게 기대를 하시는 것 같고..와~~ 왜 이러니.....정말~~ 이제 곧 일년 접어야되는데....

모르겠다.
단지 오늘은 어떤 일에든 사람에든 편견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참 바빴던 하루였다. 좋은 생각을 만나고 그냥 그 자리에 만난 사람들에게서 또 한가득 배우려는 마음을 가지고 생각하고 행동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학교 떠나기 전에, 학교에도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그런 기억을 갖게 해 줄 경험이 아닐까 싶다.

만약 내가 최선을 다 해 아이들을 가르쳤다면, 그 것에 대한 선물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네가 있던 그 장소가 가치있고 중요한 목적을 가진 그런 곳이었다'는 그런 되새김질 말이다. 그러나...지금 섣불리 단언하지도 맘대로 이야기를 만들지도 말아야한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든, 벌어지는 그 상황을 왜곡하지 않고 본질을 꿰뚫을 수 있을 정도의 지성과 혜안을 가질 수 있기를 소망하고 또 그러하도록 애써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나를 일깨우는 매일이 펼쳐지고, 죽지 않고 육신이 살아움직이며, 아직은 멈추지 않은 뇌로 선과 악을 구별하고 더 가치로운 일에 뛰어들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며 더 나아지고 더 모가 깎여 둥글어지고 그래서 그 어떤 일을 담든 넉넉히 품어낼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넘어져도 되튀어 높이 오르며, 늘 눈은 밝음을 보기를 소망한다. 나날이 나를 갈고 닦을 수 있는 사건들이 펼쳐져 주는 것도 감사하다.

내일은 토요일. 오후에는 정말 쉬어야 한다. 저녁엔 남은 기간과 방학을 통틀어 해 놓아야 할 작업들을 선별하고, 생각하고 있는 논문과 꼬레-인 프로그램 등을 보다 상세하게 들여다보고 만들어가는 작업을 해야한다. 대강의 틀이야 생각한다하더라도 아직 실제 프로그램으로 나오려면 택도 없이 시간이 모자란다. 할 일도 많고 하고싶은 일도 많은데 해야하는 일도 산더미다. 기말고사 출제는 또 어쩔거야~~ 다음 주에 제출인데....  몸이 몇 개라도 모자랄지경이다.

자자 이제. 그게 대수다. 아~ 춥고 으슬으슬하다. 그러고보니 반팔을 입고 설쳤네.
음~~ 나이를 잊은 반팔이라니... ㅋㅋ
이러면 젊어질라나?

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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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1.19 22:22:04 *.121.41.244
376일차   2011 11월 19일 토요일

* 던지다.

출근을 일찍 한 것 같은데 주차장에 차가 한가득이다. 교실에서 내려다보니 운동장이 영어페스티벌 준비로 한창이다. 비가 올듯말듯한 날씨, 그 속에 한참을 있으면 으슬으슬 금세 추워질 날씨다. 4학년 전교생이 영어페스티벌에 참가한다고 설치해 놓은 부스가 꽤 근사하다. 행사에 참석한 인원만해도 많다. 소리 소문없이 저런 행사가 이루어진다.

 출장 복명서를 써서 교감샘 결재까지만 맡고 넣어두었는데, 4교시 후 아이들 보내고 정리하려는 중에 운동장에서 종일 계시던 교장샘이 전화하셨다. 잠깐 출장 간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복명서 찾아들고 내려가니 손님이 계신다.한 참을 기다렸다가 살짝 얼굴을 들이미니 반색하며 들어오라신다. 얼결에 들어가니 서 계신 분을 소개시켜주셨다. 얼마전 학위받고 귀국하셨다는 선배 분이시라고 하시면서.... 앉아서 상관말고 이야기를 나누라길래 뭐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했고, 그리고....나, 참.... 교장실에서 점심까지 얻어먹었다. 도대체 내가 어쩌다 이리되는건지 모르겠다. 푼수 같은 면이 있다더니 난 정말 푼수인가보다. 괜찮다했고 싫다했는데... 교장샘께서도 괜찮다하셔서 할 수 없이 먹었다. 그 박사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든 생각이 많았다. 많은 시간 공부하고 임상실천 현장을 찾아다녔던 시간과 경험, 그리고 학교에서의 경험이 결코 헛된 시간은 아니었다는 전율이 일었다. 

 어찌하였거나, 원래 교장샘으로부터 필요했던 몇가지의 정보를 얻었고, 그와 동시에 해야 할 일꺼리들은 한가득 내려앉는다. 방학 하기 전까지 결코 숨쉴 수 있을 짬이나 있을런지 모르지만 그 일을 한다해도 결코 죽거나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미리 속으로 그리고 있는 일들, 하게 될 것이고 나는 할 수 있을 것이며, 내가 원해왔던 그림을 눈 앞에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무수히 많은 난관을 예상해본다. 그리고 알게 될 나의 한계 같은 것도 추측해 본다. 그러나 신경쓰지 않기로 한다. 해보지 않고 어찌 안다 할 수 있을 것인가. 학교 떠나기 전, 꿈 꿔 왔던 것들이 과연 가능한지를 실험하고 갈 수 있는 하늘이 내려준 기회 일 수 있다. 모든 미련이 사라진 뒤, 사심없는 마음으로 일들을 마주하기 위함이었는지도 모른다.

 혼신의 힘을 다 해, 내가 가진 것을 남과 나누려는 순수한 마음으로,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기꺼운 마음으로, 그리고 내 머리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믿고 새로운 생각들을 반기며, 우리 사람이 사는 세상 한 귀퉁이도 나로부터 변해 갈 수 있다는 내 믿음을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다. 진짜로, 현실적으로 절대 깨기 힘들다는 교사들의 고정관념이나 인식의 틀이 깨어지는지 아니면 내가 나자빠지는지도 궁금하고, 또 난폭하고 문제많아 항상 타도의 대상이 되는 아이들이 과연 어떻게 변화 가능할지도 궁금해진다. 아이의 가족이 과연 학교를 매개로 변화가능한지도 궁금하고, 실지로 그렇게 되기위해 머리 속에 있는 것들을 현실적으로 옮겨낼 수 있을지 그 것 또한 궁금하다.

 이 모든 것,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들뜬 궁금함이며, 과연 내가 덤벼서 어디까지 가능하고 가능하지 않은지를, 나를 ,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은 것이다. 헛 된 망상이었는지, 아니면 실현가능한 꿈을 꾸었고, 또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인지 그 것이 궁금해지는 것이다.
 
모르겠다. 일단 던진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나를 세상 속으로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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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1.21 15:50:35 *.246.77.2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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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희
2011.11.21 05:05:25 *.235.30.133
일단 던진다?
저도 근 10여년을 학부모 활동에 직간접으로 참여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정말 그런 마음으로 던지는 선생님들이 필요합니다.

진정으로 미래에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실천하는 선생님들이 필요합니다.
진정으로 자신을 객관화 시켜 바라볼줄 아는 자세, 주변에서 자신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알고자 하는 경청의 낮은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진정으로 주위분들에게 존경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것을 늘 생각합니다.
저도 힘이 될게요.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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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11.21 16:33:36 *.246.77.2
378일차   2011 11월 21일 월요일

* 춥다.
 이젠 겨울이다. 쌀쌀한게 아니라 쨍하니 찬바람이 교실로 들어와 문을 열어 둘 수가 없다. 더워서 헉헉거리며 어떻게든 문 열어두던 여름에 대한 기억과 채떨어지지도 못하고 말라가는 나뭇잎들을 내다보며 발이 시리다는 생각을 하고 앉은 지금, 그렇게 시간은 흐른다.

 아이들이 발표 수업을 한다. 한가지씩 조사한 내용을 발표한다. 이런 때 발휘되는 아이들의 재능은 또 다르다. 많은 생각을 하게만든 발표수업이다. 주어진 1시간이 아니라 2-3분씩 줄여서 발표해도 4시간은 족히 소요된다. 넘어가면 시간이야 줄겠지만, 이런 수업, 전체 아이들 앞에서 홀로 발표하는 경험은 필요한 경험이다. 떨릴 것이다. 그래도 한 번 해 볼만한 경험일 것이다. 아이들은 잘한다. 내일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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