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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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수]
책을 샀다. "일의 미래" 는 고피디가 감동 먹었다는 바로 그 책이다. 첫 느낌이 좋다.
아이들의 기말고사가 끝났다. 유민이에게 카카오를 보냈다. "시험 잘 봤어? 수고했어." 라고 쓰려다가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아들.. 시험 끝나서 좋겠네^^" 라고 썼다. 아이들의 눈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러면 훨씬 부드러워진다. 귀찮을 때도 많지만, 아빠 놀아줘라고 말할 때가 행복한 거다. 밤에도 메일 쓰다가 유민이가 시험도 끝났는데, 놀아주지도 않고.. 하는 얘기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침대방으로 가서 둘째 유성이와 함께 짧지만 찐한 공놀이를 했다. 요즘 우리 가족의 주요 놀이 아이템이다. 그냥 단순히 작은 축구공을 던지고 받는 게임인데, 약간의 변용을 통한 즐거움이 크다. 잠시 5분 정도 얘기도 하고 박수도 치고 웃고 놀았는데, 아이들의 얼굴에서 진짜 웃음이 흘렀다. 잠자리를 봐주고, 다시 일하러 방으로 돌아 왔다.
바쁘다고 핑계대지 말자. 잠시 그들과 시선을 마주치는 것 하나 만으로도 마음이 통할 수 있다. 진심은 통하는 법. 사랑하는 기술을 익히자.
[7/8 일]
자전거를 탔다. 1년도 넘은 듯 했다. 먼지가 쌓였고, 바퀴의 바람은 다 빠져 있었다. 제대로 굴러갈까? 사실 아버지에게 받고 나서 1번인가 2번 정도 밖에 타질 않았다. 그리곤 이렇게 베란다에 고이 모셔 놓은 존재가 되어 버리셨다. 아이들도 요즘은 자전거를 타지 않는다. 이것도 유행인가? 아무튼 발목을 보호하려는 의도도 있고 해서, 자전거를 꺼내게 되었다.
경비실에서 바람을 넣었다. 이것도 경험이다. 처음엔 잘 들어가지 않아서, 한참을 헤맷다. 한번 요령이 생기니, 1초면 빵빵해 졌다. 드물기는 하지만 뻥하고 바퀴가 터지는 소리가 경비실에서 들리곤 했는데, 충분히 이해가 갔다. 아무 생각없이 몇초만 대고 있어도 아마 터져 버릴 지 모른다.
탄천은 며칠동안 쏫아진 비 때문에 여기 저기 상처들이 많았다. 자갈과 모래무지들이 탄천 바닥 곳곳에 쌓여 있고, 주변의 갈대나 잡초들은 하류쪽을 향해 누워 있었다. 푸른 비릿내가 났다. 쾌쾌한 냄새는 지워져 상쾌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
조금은 힘들었고, 사타구니 쪽이 아프고, 어깨가 쑤셨지만.
새로운 경험. 새로운 느낌.
낯선 곳에서 나는 늘 다시 태어나는 느낌이다.
너무 많이 벌리는 것은 좋은일은 아닌듯합니다. 어느날 정신없이 살다보니...
관리못할지경까지 벌려놓고...그다음에 내게 나타난 현상은?
부러지기...팔부러지고 다리부러지고 수술하고 또 넘어지고 수술하고
깁스와 입원 퇴원을 이년동안 몇번을 했는지 순차적으로 헤아려봐야할 지경이 되더이다.
그때 배운것...이제 좀 정리하고 천천히 살라는 신의 계시아닐까, 혼자 생각했음
그다음부터 전철역 내려갈때 꼭 난간잡고 내려감(고속터미널 전철역 계단에서 최소 20계단정도 구른듯함.
잘생긴 얼굴에 기스안난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ㅋㅋ
천천히 갈때 됐슴다. 올래 가야하거든요.
지낼만 합니다. 일단 다른 생각을 할수가 없어요. 과제하기에도 빠듯한 시간탓에
행복합니다^^
[7/13 금]
어제는 아내의 생일이었다. 새벽시간을 오롯이 아침상 만드는 데에 바쳤다. 나의 서툼에 아내도 일찍 일어나 기꺼이 음식 만드는 것을 도와 주었다. 내가 괜찮다고, 나 혼자 할거라고 했지만.. 솔직히 아내의 도움이 필요했다. 도움보다는 뭐랄까, 같이 하는 것, 함께 하는 것이 훨씬 더 조화롭고, 또 기쁨을 준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미역국과 상추주먹밥. 과일들과 케익.. 이런 것들이 다 이지만, 아내는 정말 좋아했다.
12년 만에 처음 해 주는 생일상.
"자기야... 내가 더 고마와.. 생일 때마다 늘 생일상 챙겨줄께... 사랑해.."
[7/14 토]
금연 4일째..
어제가 제일 견디기 힘들었다. 그런데, 확실한 건.. 막 피고 싶을 바로 그 순간.. 딱 1분만 견디면... 괜찮아 진다는 것이다. 크게 심호흡을 하는 행동이 도움이 많이 된다. 흡연 욕구로 침이 마르고 머리가 막 띵해질 바로 그 순간, 습관처럼 크게 심호흡을 몇 번 하는 거다. " 흡.... 휴...., 흡.... 휴..... " 그러면 진짜 효과가 있다.
주말은 견디기 훨씬 수월할 것이다. 원래도 그리 많이 피지 않았으니..
아무튼 이번엔 지난 번 시도와 확실히 다르다.
마라톤과 단군이 있어서.....
[7/22 일]
아내와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보았다. 밤 12시 반에...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잘 만든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거대한 스케일과 디테일한 구성. 블록버스터로서의 화려함과 어두운 메세지를 전달하는 작품성에 이르기까지. 이 정도면 완벽하다. 하지만, 가슴을 울리지는 않았다. 왜 브루스 웨인이 8년간의 침묵을 깨고 나서야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가 고담시에게 빚진 것이 무엇이며, 그를 잡아 끌고 있는 동인이 어찌된 것인지 잘 모르겠다.
기존 시스템이 가지는 한계.. 그래서 나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가겠다는 자유 의지를 보여주는 영화.
외로운 영혼들은 언제쯤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