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단군의

/

2단계,

두

  • 이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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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5일 01시 03분 등록

★ 새벽 시간과 새벽 활동

  1. 새벽 시간 : 오전 5시~7시

  2. 새벽 활동

   1) 만다라 관련 독서

   2) 30분간 체력보완 및 유지를 위한 운동

   3) 외국어 공부.


★ 목표

  1. 만다라에 대한 자료를 정리한다.

    - 인도에서 수집한 만다라에 대한 자료를 정리한다.

    - 인도에서 구입한 만다라 관련 책을 읽는다.

  2. 보리심의 실천에 대해 성실히 기록하는 습관을 갖는다.

    - 천복을 수행하면서 어려움을 헤치고 이겨내는 과정을 단군일지에 기록한다.

  3. 천복을 풍부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 의사소통에 필요한 외국어 1문장을 매일 연습한다.

  4. 멀리가기 위한 체력단련에 힘쓴다.

    - 몸이 건강하면 마음도 건강해진다고 날마다 자기암시를 한다.

    - 줄넘기나 달리기 또는 스트레칭을 매일한다.


★ 목표 달성 과정에서 직면하게 될 난관과 극복 방안 (2~3가지)

  1. 체력저하

단군 1기를 시작할 때의 결심과 의지를 방해하였던 것은 체력저하였다.
새벽기상에는 어려움이 없다. 새벽시간을 온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깨어있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향해 매일의 수련을 성실히 쌓아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체력유지를 위한 운동은 꼭 필요하다는 것을 각성하고 실천하자.

  2. 자주 소진된다.

트라우마가 강한 그녀들과의 일상을 함께하면서 우울하고 무거워질 때가 많다. 그 무거움에 짓눌려 걷는 길이 버겁고 힘들어진다. 놓아버리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틈탈 때 사랑과 자비와 열정의 화신 테레사수녀를 기억하자. 그리고 그녀의 혼이 남아있는 콜카타를 찾아가보자


★ 목표를 달성했을 때 내 삶에서 일어날 긍정적인 변화

  1. 만다라에 대한 개념이 확연해질 것 같다.

인도를 방문했을 때 내 눈에 들어오고 관심이 가는 것은 유독 만다라였다. 인도에는 일상생활 주변에 만다라를 표현하고 응용한 사례들이 많아 사진기를 들이대는 일이 무척이나 즐거웠다. 관심있는 분야에 좋은 벗이 생겨서 더욱 신바람이 난다. 그 자료들을 정리하고 비교해보면서 만다라에 천착하게 되는 연유를 소통할 수 있다는게 신기하다.

  2. 천복을 수행함에 있어서 보다 풍부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자애와 자비심을 실천하기에는 나는 나약한 인성을 지녔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길을 계속 가야만 한다. 끊임없는 희생과 헌신의 행위를 통해 이념이 아닌 실천으로 현실을 살아가는 당사자가 되고 실천모델을 뚜벅뚜벅 만들어 가리라


★ 목표를 달성했을 때 나에게 줄 보상

그 멀고 먼 여정을 통해 따뜻한 햇볕이 언제나 내 곁을 비추고 있었다는 것을 감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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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15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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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1.15 14:12:05 *.35.254.135
단군일지 - 170일차

한달전쯤 미국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일축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못내 미련이 계속 일어난다.
가족들도 미국으로 가기를 동조하여 더욱 일탈을 꿈꾸었느지도 모르겠다.
그곳이라고 여기서 받는 스트레스와 차이가 별반 다르지 않겠으나
그냥 지금의 힘듦을 회피하고 싶은 욕구때문이었으리라. 
또한 여기선 일에 대해 롤모델이 없다. 
여금현목사님이 유일하게 업무적인 트라우마를 피드백해주고 직면시켜줄 롤모델일뿐.
그래서 아쉬운 감정이 끊임없이 동하였으리라.
한구석에선 훌쩍 떠나고 싶고 다른 쪽에서 이곳이 안정화되기를 기다리자.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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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1.15 22:13:32 *.180.75.152
단군일지 - 171일차

단군활동 200일차에 참여하면서 매일 뭔가를 쓰기로 다짐하였지만
어제 그제 이틀간 일지를 작성하지 못하고 오늘 몰아쳐 써 냈다.
여과없이 쓰고 싶다가도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게 되어 자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뭔가를 쓰려고 하면 공유하기 힘든 내용이
무의식에서 차고 오르는 묘한 기분을 뛰어넘지 못하면서 밀어내었다.
피곤하고 에너지가 밑바닥이어도 매일 쓰기를 멈추지 않았었는데
기록하지 못하는 이틀내내 불편했다.
그러나 전부 드러내지는 못하더라도 핵심적인것은 조금씩 기록할 수 밖에 없다.

재경이 친구 새롬이도 어디 오갈데 없는 아이다.
갈 곳이 없어 재경이가 입원해 있는 동안 재경이 보호자를 자처하여
병원에서 지내다 오늘 자활에 나왔다.
여러 사람들과 관계맺고 유지하는데 장애가 있다.
일상생활을 유지하는데 위험한 상황으로 판단되어 쉼터 입소를 권유하니
부산의 모 시설에서 겪은 부정적인 경험을 이야기하며 심을 먹고 짐을 싸들고 뛰쳐 나가버렸다.
그 소식을 들은 재경이는 결핵요양시설에서 못 있겠다며 난리법석을 떨어
간호사의 응급신호가 쉼터로 왔다.
나는 오늘 3시간의 마라톤 회의와 프로포절 피드백을 하느라
녹초가 된 채로 퇴근하여 막 저녁을 먹고 있는 중에
쉼터 직원들에게서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전화가 왔다.
이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무엇을 판단할 수 있단 말인가.
무슨일이 터지면 언제나 내가 나서서 수습을 해야만 하는 이 상황에 화가 난다.
적당히 넘기고 타협하려는 그들의 태도에 나는 오늘도 평정심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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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1.16 22:40:03 *.180.75.152
단군일지 - 172일차

출석체크 후 1시간동안 칸딘스키의 "예술에 있어서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를 붙들다.
예전에 읽었던 부분들이 녹색펜으로 줄이 그어져 있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읽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때가 1999년 1월쯤인거 같다.
다시 읽어도 가슴을 무찔러 들어오는 글귀들이 새벽을 감미롭게 한다.
융의 자서전을 마저 읽어야하는데 선뜻 손이가지 않고 전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찾게 되는 요즈음이다.
스스로 깊이 성찰하지 않고 책에 의존하려는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기만 하자.

오늘도 언니들을 만나러 야간아웃리치를 다녀왔다. 준비하는 과정이
빠듯하고 우역곡절이 많아 큰 기대감 없이 갔으나 의외로 언니들이 반응이 뜨겁다.
몇달에 걸쳐 희망의 메세지가 조금씩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무려 6명의 언니들이 문화센터나 학원에서 뭔가를 배우겠다고 신청을 하였다.
신청시에는 본명과 전화번호를 요구하게 되는데 기꺼이 인적사항을 알려주는 언니들이
우리들의 손내밈을 잡으려는 용기가 생겼을까.
버럭 겁이 나기도 한다.
많은 언니들이 요청하면 재정이 염려되기도 하지만 희망의 씨앗을 싹틔우는 곳에는
언제나 적절한 비가 내려줬음을 잊지 않는다.

"윤희야 너 지난달에 배우고 싶으거 생각해보기로 했잖어 잘 생각해봤냐?"
"포크아트 배우려고요,"
"워메 뭔일이다냐 니가 배운다니까 내가 신나븐다. 잘했다. 언제부터 할래?"
"화요일과 수요일에 한다고 했으니까 내일부터 가볼께요"
"그려 잘했다. 낼 몇시에 일어나는데?"
"1시쯤 일어나요. "
"음 글면 내일 2시에 가면 되겠네. 담당자가 너에게 그 시간에 맞추어 전화할거야.
 이름하고 전화번호 알려줘라. 글고 너 저녁에 술 적당히 마셔라. 조절하라구"
"알았어요. 낼 전화주세요"

"한솔이 이년 지난번에 배운다고 해놓고 어딜 도망갔다 이제 왔냐"
"몸이 너무 힘들어서 서울 집에서 한달간 쉬다 왔어요.
그렇잖아도 연락드릴려구 했는데. 저 낼부터 나가도 되죠?"
"니 또 도망가면 우짤긴데. 니 말을 어케믿냐.
니 말 믿게 할려면 낼 일어나서 전화해라. 담당자가 함께 갈꺼야"

"소장님 POP배우고 싶어 전화했는데 전화 안받던데요"
"그래 언제 했는데 혹시 혜림이 너 밤에 전화한거야?"
"흐 흐 흐 제가 밤에만 움직이잖아요. 출근해서 전화했는데 전화안받았어요"
"야 이년아 낮에 전화를 해야지 우리는 낮에 근무하잖아"
"암튼 미수언니랑 같이 배우기로 했어요"
"그래 잘했다. 낼 일어나면 전화해라.
글고 출석 80%이상 참석해야하는거 알고 있지? 그래야만 다음 단계도 배울 수 있어 "

매일 술에 취하고 몸을 파느라 다음날 부시시 겨우 일어나 다시 막장으로 출근하는 언니들.

언니들은 이렇게 뭔가를 배우고 싶어한다.
비록 오늘 신청은 하지 않았어도 뭔가 배워보라고 호소하는
나의 이야기를 듣고 배워볼까라는 의식이 싹트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1년이나 2년 후에 이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조금씩 뭔가를 준비하라고 귀가 아플정도록 들었던터라
그 이야기를 들었던 언니들이 이렇게 날마다 술에 취해서 살 수 없다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기 시작한 것이다.
나를 다시 가슴뛰게 하는 언니들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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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1.18 07:03:56 *.180.75.152
ㅋ 울 언니들이 제일 선호하는 직업훈련과정이 네일아트랍니다.
갖고 싶은 직업순위 1위는 당근.^^
근데 문제는 네일아트 훈련과정의 비용(약300만원 이상)이 비싸다는 거죠.
저희가 언니들을 위해 지원하는 방법은 2가지.
업소를 나온 언니들은 정부지원금으로 760만원 범위내에서 법률, 의료,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고
현재 업소에서 일을 하고 있는 언니들은 전액 후원금이나 프로젝트 사업비로
예산의 범위내에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현재 업소에서 일을 하고 있는 언니들은 후원금으로 1인당 5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죠.
많은 언니들이 네일아트를 배우고 싶어하지만 전부 지원할 수 없는 현실^^
글고 배우고 싶지만 그녀들에게 깊은 트라우마와 업소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서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마스터과정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죠.
그래서 고비용의 기술훈련은 처음부터 지원하는거 심사숙고하고 있답니다.

콩두님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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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1.18 05:16:28 *.154.223.196
배우는 과목 중에 네일아트 어떨까요? 성과 금방 나고, 집중할 수 있고, 손을 잡고 작업을 하니까 스킨쉽이 주는 위로가 있고, 배워서 바로 누군가에게 써먹을 수 있고, 외모를 가꾸면 자긍심이 높아지고, 장차 직업과 연결시킬 수 있고요.(이 점이 가장 유리) 병아리감별사로도 탁월한 한국 사람의 손재주를 어느 정도 가지셨을 것 같고요. 문득 드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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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1.17 22:16:59 *.180.75.152
단군일지 - 173일차

새벽 3시에 꿈을 꾸다 잠에서 깨어났다.
정리하기 힘든 묘한 꿈을 매일 꾸게 된다.
무의식에서 이뤄지는 나의 꿈은 의미가 있을텐데 집중해서 그 꿈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
대부분 의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내용도 있지만 때때로 이상하고 혼란스러운 측면도 있다.
특히나 오늘 꾼 꿈은 내가 전혀 상상하지 못하는 꿈이었다.
그런데 그 꿈에서 본 이미지의 사람이 오늘 페북을 통해 친구요청을 해 온 것이다.
참으로 기이해서 친구요청을 수락했다.

오늘은 장흥을 다녀왔다.
30여명의 언니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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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1.18 18:20:23 *.35.254.135
단군일지 - 174일차

바쁘고 힘들다.
달리 표현할 알맞은 단어가 떠오르질 않는다.
앞으로 질주만 해내고 있다.
일상에 벌어진 틈을 어찌 메꿀까

아들녀석이 대안학교 지원에서 밀렸다.
충격에 아침 저녁으로 방에서 피아노만 두드리고 있다.
피아노 소리에 아이의 영혼이 실려 있다.
아침 6시.
차려준 밥상을 밀친다.
등을 돌려 어깨를 주물러 달란다.
통증을 호소하는 돌덩이 같은 어깨.
그 아이의 무거움이 베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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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1.20 21:25:32 *.180.75.152
단군일지 - 176일차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은 내겐 체력이 문제다.
좀 더 단단한 체력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잠들기 한시간 전에 30분씩 달리기를 하고 있다.
처음 2km까지는 숨이 차고 힘들지만 계속 달리다 보면 가속도가 붙어 계속 달리고 싶어진다.
이런 여세를 몰아 2011.1.9일 여수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 5km에 도전해보기로 하다.
지인이 언니들과 함께 참여해보기를 권하여 실행해보기로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니들과 일주일에 한번씩 체력훈련을 실시해야한다.

구조된지 일주일만에 사라져버린 수선이가
오늘 다시 온양온천이라는 지역의 술집으로 팔려갔다는 문자가 왔다.
2006년도에 여수역 집결지에서 구조되어 인연이 되었으니
벌써 5년째 숨바꼭질을 계속하고 있다.
그녀의 트라우마를 이해하기 어렵고 가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감정 콘트롤하는거 한계에 부딪혔다.
술에 취해 전화를 해대기 시작하면 화가 나고 같은 말을 반복해서 들을 마음의 여유는 사라져버렸다.
나는 이제 수선이를 어떻게 도와야하는지 좋은 아이디어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구조를 요청해 오면 다른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수 밖에 없다.

카페 오픈을 준비하는 과정이 난관에 봉착했다.
재정과 리모델링을 지원하기로한 단체에서 딜레이하고 있다.
새로운 후원자와 점심 미팅을 하다.
나는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 혼신을 다해 충분히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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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1.21 21:29:32 *.180.75.152
소장님 나 수선이에요
나 소개소 타서 일하러 갈려고 해요
하지만 저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저도 많이 힘들고 해요
소장님 지금 통화하기 곤란하니 나중에 저가 전화할게요
항상 나를 생각해주는 소장님이었는데

소장님 나 수선이예요 나 한번만 모든 것 용서해 주면 안되나요
저도 이렇게 하고 싶은 마음은 없서요
하지만 그냥 가진 것은 내 자신이 원망스럽네요
나도 잘하려고 항상 마음은 있지만 소장님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내가 많이 힘들면 연락드릴께요

소장님 나 수선이에요 나 온양온천에 ㅇㅇㅇ 가게에 있어요
전화받기 곤란하니 문자로 해요

소장님 저 수선이여요 저녁 맛있게 드시고 저 정말로 힘들면 소장님한테 연락드릴게요 
있는 곳은 충남 온양 ㅇㅇㅇ에요 전화로 통화할 수 없지만 문자로해요
저도 잘하는 모습보여주고 싶었는데 저 마음처럼 잘 되지가 않아요
소장님 저 한번만 이해해 주시면 안되나요

소장님 저 수선이에요 저 모든 것 용서받고 새롭게 출발하면 안되나요
저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저도 이런 선택을 한 저자신이 원망스럽고 해요
소개소는 타지만 선불은 당기지 않았서요 가게에서 소개소 사람들 소개비 받고 갔서요
소장님 마음이 편하지 않는다는 것 저도 알고 있네요

기다려주세요 지금은 아무 말도 소용이 없다는 걸 알고 있네요
하지만 언젠가는 소장님이 내 마음 알 수 있는 날이 올 것 같아요
소장님 나를 위해서 기도해주시고 저 소장님이 항상 변함없는 사랑 감사하게 생각해요
그리고 그냥 왠지 모르게 보고 싶네요 안녕히 주무시고 내일 다시 문자할게요

어제 종일 수선이에게서 온 문자내용이다.
좁은길에 대해 생각한다.  
생각할 수록 수선이가 오버랩되어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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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1.21 22:13:09 *.180.75.152
단군일지 - 177일차

같이 일하는 선배로부터 재경이가 입원해 있는 요양원에 병문안을 가지 않는다는 질책을 듣다.
선배의 질책에 설움이 북받쳐 그걸 감추기 위해 큰소리를 치며 화를 냈다.
당신들 쉬고 있는 주말에 나는 수선이와 씨름하고
가족들 내팽개치고 후원자와 3시간 미팅하느라  진이 빠지고
남편과 말다툼하고 내가 수도자라면 오로지 일에만 전념할 수 있지만
가족들이 있어 그렇게 하지도 못한다
내가 큰 그림을 그리면 직원들이 내가 못하는 영역은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등등
그렇잖아도 재경이에게 보고 싶다는 전화가 와 가보지 못하여
왕 부담을 안고 있던차에 선배에게 벌컥 쏟아냈다.
아무리 바빠도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고 임해야하는지
늘 스스로에게 자문하며 가더라도 틈새가 생겨 헛걸음하고 있는듯한데
선배로부터 그 이야기를 듣고 선배에게 화가 난 것보다 나 스스로에게 화가 난듯하다.
혼자 십자가를 다 짊어지고 가는 미련한 나에게.

오늘 목사님께서 좁은길에 대해 언급하셨다.
수선이에 대한 미움과 격한 감정이 잦아들어 감사하다.
수선이에게 별일없이 잘 지내냐고 문자를 보냈다.
 조금전에 문자가 왔다.

그냥 잘 지내고 있어요 하지만 무슨 말을 소장님한테 저가 할 수 있나요
소장님 항상 저를 많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 저도 잘 알고 있네요
일을 하다가 정말로 힘들고 하면 구조요청 할께요 저를 믿고 기다려주세요. 라고.

수선이는 3일 이상을 견디지 못하고 구조요청을 해 올 것이다.
나는 내일부터 서울과 부산으로 출장을 가야하고 마음을 졸일 것이다.
제발 출장이 끝나는 금요일 이후에 구조요청이 오기를....못됐다.

수선이가 업소에서 일을 하고 있으므로 "예, 아니오"라고 문답식으로 어렵게 통화를 했다.
구조요청이 오면 충남지역 단체와 연계하여 구조가 될 꺼라고.
힘들면 언제든지 구조요청을 하라고.
부드럽고 잔잔해진 내 목소리. 전화선 너머 수선이의 떨리는 목소리.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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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두
2010.11.22 07:28:11 *.154.223.196
어제 썼다 지운 댓글부터.^^ 
하루 종일 혼자 있다보면 일요일 오후에는 신경질이 나서 막 삭제하게 됩니다.
외롭고 고단할 때 네일케어 한 번 받으러 가야겠다는 거, 또 여수국제마라톤 이야기. 

저는 이헌님이 출전하는 첫 마라톤부터 다른 사람들을 훈련하는 일을 끼워넣는 것보다 혼자서, 또는 친밀한 지인 한 둘과 하하호호 낄낄거리며 놀이로 즐기면 어떨까 싶습니다. 일이 될까봐요. 운동효과를 몸이 보자면 필요한 최소 3달, 넉넉히 6달 정도 홀로 달리는 시간은 좋은 휴식, 회복시간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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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두
2010.11.25 08:07:28 *.154.223.196
이헌님의 그 말씀을 들으니까 기분이 둥실 좋습니다.^^

남해안 바다를 보면서 달리고, 완주 메달을 웃옷 속에 품은 채 혼자 실실거리며 순전히 내 몸과 두 다리로 얻은 고등어를  뿌듯한 마음으로 전리품처럼 챙겨 돌아오는 장면을 생각하면 꼴깍 군침이 넘어갑니다. 얼마쯤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지도끝 도시에 혼자 내려가서 달리는 동안 내 안의 아르테미스여신도 활성화되실 것 같고요. 근데 저는 여행이 무서워요. 어딜 잘 못 나서요. 약속했다가 부도수표 되면 안하니만 못할 듯 합니다.^^ 일단 멀리서 이헌님을 응원하며 여수국제마라톤대회 홈페이지나 어정거려 봐야겠습니다. 오늘도 고이 잘 다녀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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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1.23 16:34:37 *.35.254.135
ㅎㅎㅎ 콩두님 그 마라톤대회에 참석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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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1.24 09:17:59 *.180.75.152
단군일지 -178일차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소진되었던 에너지가 충전되고 있다.
그 동안 몸을 내팽개쳐 부실한채로 달리기를 한다는게 무모한 시도였지만
서투른대로 내 몸에 맞게 심폐를 조정해가며 달린다.
무조건 30분동안 달리지 않는다.
10분 달리고 30초 쉬면서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달리기를 시작하면 30분이 달려진다.
삶의 여정도 이와 마찬가지.라는 짧은 생각.
계속 달리기는 미련한 짓이다.
적당한 쉼호흡을 하리라. 다독거리며 반짝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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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1.24 18:56:58 *.180.75.152
단군일지 - 179일차

어제 저녁 부산해운대 모래사장을 이쪽 끝에서 저 쪽 끝까지 걸었다.
춥지 않는 날씨에 함께 동행하는 벗들과 깔깔거리고 수다를 떨며
새벽 4시까지 바닷가를 거니는 행운을 누렸다.
본연의 출장목적은 깡그리 잊은채 그렇게 즐거운 밤을 보내다.
매일 달리기의 연장선으로 달리기보다 극적인 효과가 있었다.
몸은 갑절로 고단하다.
그러나 작은 일탈이 주는 즐거움은 육체적 고단함을 잊어버리게 한다.
간간히 올라오는 무의식을 억누르지 않고 마주할 수 있었다.

잠깐의 눈붙임 후 컵라면으로 해장을 하다.
느닺없는 도청의 점검연락에 후다닥 짐을 챙겨 
여수로 돌아오는 버스에 몸을 싣다.
짧은 시간, 주파수가 같은 벗들, 또 언제 이런 행운을 누릴텐가?

아침에 라면국물로 해장을 한 후 속에서 아무 것도 받아주지 않아 하루일정을 마칠무렵
빈 속을 달래 볼 겸 공동작업장 난로 위에 익어가는 고구마를 하나 집어들어 허겁지겁 먹는다.
임신 8개월인 은경이가 먹어도 먹어도 고픈 배를 위해 올려 놓은거다.
"누가 내 고구마 먹었어!!"
"으잉 소장님이 먹던데"
"소장님 그거 내꺼란 말이예요. 말도 안하고 먹어욧"
"워메 그거 은경이꺼였냐 팀장한테 물어보니 먹어도 된다하드마
내가 어제 술마시고 빈속이라 배가고파서 먹었어 미안혀"
"소장님 요새 맨날 술마시네. 그러다 알콜중독되겠어요 적당히 마시세요"
"그려 나 생각해주는 사람 은경이밖에 없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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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1.24 19:06:58 *.180.75.152
단군일지 - 180일차

오늘도 여전히 해운대 술독이 몸을 힘들게 한다.
알람을 듣고도 정한 시간보다 1시간 늦게 일어났다.
비행기를 타기 전 공항 매장에서 헛개나무 캔하나를 샀다.
시간이 빠듯하여 캔을 따서 허겁지겁 마시는 모습.

도봉숲속마을.
서울에 이런 좋은 심플한 교육장소가 있다니.
글로벌경제연구소 홍기빈샘의 강의를 듣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꿈꾸다.

언니들의 자활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나로서 自治와 自活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도전한다.

自治(Autonomy): 나 스스로 삶에 질서를 부여할 수 있는 상태

감정, 문화 등 정서적 상태가 파괴된 언니들의 삶을 회복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동기부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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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1.25 23:18:34 *.180.75.152
단군일지 - 181일차

월요일부터 구조를 요청하는 수선이의 전화와 문자.

오전 교육이 끝날즈음에 수선이에게 
"네가 진짜 원하는게 무어냐?"라는 문자를 보내다.
"원하는 것이  업소에서 나가서 소장님 곁에서 일하고 교회 열심히 다니는 것이예요"
"이번에 구조해주면 다시는 안 나갈꺼니?"
"네 그렇게 할께요"
"5분 후에 ㅇㅇㅇ전화번호로 전화오면 받아서 구조해달라고 해라
구조된 후 네가 원하는 곳으로 보내달라고 해라"

수선이가 일하고 있는 지역의 상담소와 협의하여 구조를 부탁하고 시행하기로 하다.
10분 후 구조를 가기로 한 상담원에게서 수선이의 핸폰이 꺼져 있다는 연락을 받다.
분명 나와 문자를 주고 받고 통화까지 하여 확인하였었다.
내일 다시 연락을 주고 받기로 하고 상담원에게 죄송함을 전하다.
수선이에게 농락당한 기분이 확 밀려든다.
지난번 완도 구조에서도 두번째 구조를 가서야 힘들게 구조해낸 기억이 짜증을 불러낸다.
수선이와 문자를 주고 받고 상담원들과 구조계획을 세우느라 녹초가 된 고속버스는 왜이리 더디가느냐

여수에 도착하여 가족들과 늦은 저녁을 먹고 있노라니
수선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 밥먹고 있다 다시 통화하자" 확 짜증을 내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수선아 아까 전화는 왜 껐냐. 이유가 뭐냐?"
"갑자기 전화가 오니 불안하고 무서워서 꺼버렸어요"
"나 솔직히 화 많이 난다. 내가 어떻게 해줘야하냐?"
"소장님 저 나가고 싶어요"
"낼 그 지역 상담원들이 경찰과 함께 구조하러 갈꺼야.
전화끄지말고 너 의견을 확실히 말해라"
..............
난 오늘도 감정 콘드롤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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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6 04:38:02 *.109.52.122
누님! 저희가 매일 함께 하는 이 치열함이 언젠가는
아름다운 무엇인가로 다가와 주겠지요?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새벽에 울고 웃은 이 추억만큼은 세상 그 무엇도 어쩌지 못할꺼에요.
희석형님, 승완형님과 함께 이끌어 갈 프로그램 성공적으로 진행되길 바랄께요!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누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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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1.26 05:04:00 *.180.75.152
워낙 급작스레 진행시킨거라 쫌 걱정되긴 한다.
나보다 두사람이 난감할꺼야.
경인이의 격려가 기분좋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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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1.26 05:45:05 *.180.75.152
  단군일지 - 182일차                              
                                      불나비

불을 찾아 헤매는 불나비처럼 밤이면 밤마다 자유 그리워
하얀 꽃들을 수레에 싣고 앞만 보고 걸어가는 우린 불나비
오늘의 이 고통 이 괴로움 한숨 섞인 미소로 지워버리고
하늘만 바라보는 해바라기처럼 앞만보고 걸어가는 우린 불나비
오 자유여 오 기쁨이여 오 평등이여 오 평화여
내마음은 곧 터져버릴것같은 활화산이여
뛰는 맥박도 뜨거운 피도 모두 터져버릴것같애.
친구야 가자가자 자유찾으러 다행히도 난 아직 젊은이라네
가시밭길 험난해도 나는갈테야 푸른 하늘 넓은 들을 찾아 갈테야.

오 자유여 오 기쁨이여 오 평등이여 오 평화여
내마음은 곧 터져버릴것같은 활화산이여
뛰는 맥박도 뜨거운 피도 모두 터져버릴것같애.
친구야 가자가자 자유찾으로 다행히도 난 아직 젊은이라네
가시밭길 험난해도 나는갈테야 푸른 하늘 넓은 들을 찾아 갈테야.

http://pann.nate.com/video/210788415

밤사이 수선이가 구조되어 경찰조사를 마무리하고 여수로 오고 있다는 연락을 받다.
천안상담소 소장이 직접 운전하여 여수로 오고 있다니 나처럼 지독한 사람이다.
추운날씨에도 교육장소 배란다에서 홀로 외롭게 서서 바깥을 응시하고 있어
감히 말을 붙이지도 못하였던 소장이었다.
그때 가볍게라도 인사나할걸 후회해도 뭐해.
불을 찾아드는 불나비족들이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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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1.29 18:03:37 *.35.254.135
지독히도 외로운 작품들. 이란 말에 필 받아요^^
나는 더 지독하게 외로워지고 싶은데 그 밑바닥까지는 내려가지지 않고.
늘 내 힘으로 뭔가를 해볼려고 발버둥치다 좌절하고 포기하고 힘들어하고 그러네요
힘내는거보다 힘빼는게 바램...이고요.
왜냐면 우리 언니들에게 늘 희망과 용기를 주는 메세지를 일방적으로 주었던거 같아요
근데 정작 그 언니들은 메세지처럼 힘을 내지 못하거든요.
그 언니들이 처한 상황과 처지가 따라올 상태가 아니라서. 
언니들과 주파수를 잘못마추고 있는 것 같고,
일방적으로 앞서가지 않고 이젠 천천히 힘을 빼고 걸어야겠다는...

저는 그림그리는 정화님 필살기 많이 부러웁고요
언젠가는 정화님처럼 그리기에 몰입할 예정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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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9 09:46:23 *.93.45.60
'불나비'라는 노래를 대학에 입학하고 선배들이 부르는 것을 들으며 배웠습니다.
이헌님께서는 이 노랫말이 저와는 다르게 느껴지겠지만,
저는 이 노래를 부르거나 들을 때면 왠지 소리를 질러야 할 것 같은 마음의 울림이 있습니다.
남은 날이 많기에 다시 살겠다 다짐하는 것을 노래에 실어서 소리쳐 봅니다.

억눌린 사람은 표정이 없거나, 늘 웃거나 그래요.
현재의 자신을 있는 그래도 받아들여주지 않기 때문에 두꺼운 가면으로 자신을 가려버립니다.
화가 날 때는 화를 내고, 기쁠 때 기뻐하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200일차가 저에게는 힘겹습니다. 외부의 조건이 힘든 게 아니라 내면의 나와 솔직히 만나야 하는 게 힘겨움입니다. 오래가려면 자신과 화해하고 자신을 설득해야 하는데 아직도 저는 저를 설득중입니다. 천복이란 뭔지 마구 흔들어 댑니다. 인생을 자기 것으로 살고 싶은 것은 누구에게나 있나봅니다. 좌절하고 초라한 저에게도 그 욕구는 꿈틀거리며 일어납니다.

요즘 오윤의 판화, 미국 1920년대, 30년대 40년대 판화, 독일의 2차세계대전 이후의 판화를 보았습니다. 모두 격변의 시대에 시대와 자신과 사회를 돌아보는 작가들의 사유이며 결과물들입니다. 지독히도 비판적이고, 지독히도 외로운 작품들. 그런데 그것들이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이헌님이 페이스북이나 단군일지에 기록해둔 그림 덕분에 다시 그림을 보게 되고 마음이 편안해지고 또 그림이 뭔지를 생각합니다. 저는 노래가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듯, 그림도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빛과 어둠으로만 갈린 흑백의 판화 작품들이 마음을 많이 흔들더군요. 사람에게 진하게 다가가서 만든 작품들이라서 그런가 봅니다.

이헌님의 단군일지에 놀러와 말이 너무 길었습니다.
힘내세요. 힘내는 사람 옆에서는 그 옆사람도 생명의 기운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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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1.28 21:37:02 *.180.75.152
단군일지 - 183일차

나를 찾아오는 소녀들.
그 아이들은 생존하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시작한다.
배고프고 하룻밤 등 붙일 곳을 찾아 불특정의 남성들과 매매를 시작한다.
신체적 질병과 트라우마가 깊어진 상태로 나와 인연이 되어 만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동원하여 최선을 다해 그 아이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해주지만
그 아이들의 망가진 삶은 난도질당해 있어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헛걸음치듯한 그 허망한 세월을 견뎌내며 수 없이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나 버텨내었던 힘이 무엇이었을까.
그 아이들의 사연을 접할때마다 연민이상의
그 무엇을 하게 한 가슴 절절한 그 밑바닥은 무엇일까.

내 나이 7살에 굴러 온 가난.
그 가난을 뚫고 걸어 온 나의 히스토리를 조금씩 기록해볼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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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1.29 23:30:49 *.180.75.152
단군일지 - 184일차

차가운 공기를 뚫고 오늘도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숨이 찰 즈음에 30초를 쉬며 거친 호흡을 가라앉히고 30분을 달린다.
달리면서 히스토리를 어디서부터 써야하는지 기억을 더듬어낸다.
아버지의 죽음, 유랑생활, 배고픔, 소녀가장, 스승님, 가정부, 여공시절, 등등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하는지 각 각의 내용을 조합하며 히스토리를 정리해본다.

내가 만나게 되는 여성들은 배고픔을 채우기 위해 어린시절 집을 뛰쳐나오거나
가난하여 가족들의 생계를 꾸리고 입에 풀칠이라도 하기 위해 어려운 선택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2년전 여수 병목가지 골목 여인숙에서 만난 미숙언니는 56살이었다.
한평남짓한 여인숙 쪽방에서 여인숙을 찾는 손님들을 상대로 한번에 1만원을 받았다.
손님에게 맞아 경찰의 개입으로 그 언니의 방을 찾았던 나는 뭔가 속구치는 아픈을 애써 참아내었다.
그 언니의 방에는 먹다 남은 밥그릇에 들어있던 음식에 핀 검푸른 곰팡이.
생존하기 위해 비쩍 마른 장작개비 같은 육체를 돈 1만원에 팔았내었던 언니.
그나마 손님이 걸리는 날은 양식을 살 돈이 생겨 다행이지만
매월 내야하는 밀린 월세는 어쩌란 말이냐는 그 언니의 한숨을 잊지 못한다.

같은 골목에서 일하는 48세 은정언니.
당뇨로 눈이 잘 보이지 않아 나를 알아보지도 못한다.
손을 잡고 잘 있었느냐고 큰소리로 언니를 불러야 "소장님"한다.
그런 은정언니는 부산에서 여기 멀리 여수까지 와서 일을 하고 있다.
잘 보이지 않는 눈으로 늙어버린 얼굴을 감추기 위해
포장마차를 찾는 술에 취한 손님들만 상대로 직접 호객을 한다.
그 언니의 집에는 치매에 걸린 부모님이 방에 누워 계신다.
부모님의 병수발을 위해 몸이라도 팔아야하는 그 언니의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암담한 현실.
아웃리치 물품을 하나라도 더 받아 살림에 보태기 위해 애쓰는 은정언니.
나는 가난한 언니들을 만나면 내 몸 한구석이 아프다. 
내게 굴러 온 가난이.
언니들을 향한 어떤 메시지가 압도적인 힘으로 나를 찾아 오게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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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1.30 05:53:09 *.180.75.152
단군일지 - 185일차

파울 융과 에밀리는 서로에게 당황했을 뿐 아니라
자신들이 낳은 이상한 아들 카를 융에게도 혼란을 느낀다.
외롭게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자립심이 강하고 내적인 삶에 강하게 집중했던 카를 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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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1.30 06:10:42 *.180.75.152
"동경했던 운동권, 그곳에서 울었다 태일아, 삶이 힘들 때 너를 떠올린다"
[세대공감, 전태일③] "내 안에서 부채감으로 날 잡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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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40년 전 자신의 버스비를 털어 시다 여공들의 고픈 배를 채웠던 청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거침없이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인 그다. 그리고 그의 이름 뒤에는 자연스레 ‘열사’란 말이 따라 붙었다.

40년이 흐른 지금, 우리 사회엔 여전히 청년, 비정규직, 여성, 고령이란 이름으로 무수한 현대판 시다들이 존재하고 있다. 노동계는 “열사정신 계승”을 외치며 그가 몸소 실천한 ‘기득권을 버린 연대’를 담고자 한다. 하지만 그 ‘열사’라는 이름만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다.

이에 <레디앙>과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40주기 행사위원회’는 공동으로 전태일 40주기를 맞아, 2010년을 살아가는 각 세대와 현대판 시다들을 통해 ‘전태일’과 그의 ‘정신’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10대에서부터 50대까지 각 세대가 바라보는 '세대공감, 전태일', 기륭전자, 동희오토 등으로 상징되는 비정규직 '현대판 시다와 전태일', 다양한 세대를 통해 들어보는 ‘오늘 왜 전태일 정신이 필요한가’에 대한 시선 '전태일, 그리고' 등 3가지 각기 다른 소재로 2010년 전태일을 만나보자. <편집자주>

대학생이 되면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학생운동이었다. 재수를 시작하던 무렵 혼자 외로이 집회를 다닐 때, 나는 어딘가에 소속되어 어깨를 맞대고 집회에 오는 사람들이 몹시 부러웠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고백하자면 나는 오랫동안 후일담 소설류가 제공하는 학생운동의 이미지를 동경했다. ‘형’ 이라는 호칭, 격렬한 토론, 사상공부처럼 이미 대부분의 20대에게는 너무도 낡아버린 그 장면들을.

동경했던 운동권

양심 있고 똑똑한 대학생으로는 부족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가 대학생이 되면 꼭 ‘운동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배낭여행도, 연애도 아닌 그 삶이, 나에게는 청춘으로 느껴졌다. 아빠의 영향인지, 나의 사춘기를 가슴 뛰게 했던 몇몇 책들 때문인지, 진보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철 들 즈음부터 나에게 당연한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운동권’이 되었다.

대안 학교 시절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지만 그때를 떠올리면 괴롭다. 대안학교에 입학한 후, 괴로웠던 중학교 때의 생활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이 나는 철저히 자유가 아닌 방종을 누렸다. 한동안 생활은 엉망이었다. 매일 지각을 하고, 수업 태도는 엉망이고, 내가 하고 싶은 것 외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독서 세미나도 하고, 풍물패도 했지만 내가 더 열심이었던 것은 나와 생각이 맞는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잘난 척 시시덕거리는 게 아니었나 싶다. 처음에는 우쭐하고 들떠 있었다. 더 이상 아빠의 직업을 말할 때 우물쭈물하지 않아도 되는 곳. 내가 대안학교라는 곳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진보적이고 똑똑한 애라는 자만이 하늘을 찌를 듯했다.

무언가가 못마땅하고 성에 차지 않아 동아리 활동을 하거나 친구를 폭넓게 사귀지도 않았다. 다른 아이들이 환경이니 인권 동아리에 열중할 때, 누구보다 그런 활동에 잘 어울릴 거라 자부했던 나는, 나만의 세계에 도취되어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밑천은 곧 바닥나고, 새로운 내실은 쉬이 채워지지 않았다.

세상과 불화한 청소년

중학교 때 나는 언제나 싸워야 했다. 때로는 마음 속으로만 싸우고, 때로는 겉으로도 싸웠다. 나는 가시를 잔뜩 세운 자의식 과잉의 외로운 사춘기 소녀였다. 약한 사람을 왕따시키는 비열하고 폭력적인 애들과 싸우고, 겨울에도 난로로 버텨야 하는 추운 회색의 학교 건물과 싸우고, 외국인 노동자나 민주화운동을 다룬 다큐멘터리에 비웃으며 떠드는 친구들과 싸웠다. 집에 돌아오면 끙끙 앓으며 울분 섞인 일기를 가득 써 내려갔다.

고등학교에 오니, 따뜻하고 예의바른 사람들이 가득했다. 그 애들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린 마음과 호기심으로 진지한 눈빛들을 반짝반짝 빛냈다. 아이들은 처음 해보는 연극이며 설치미술을 훌륭하게 해 낼 수 있을 만큼 재기발랄했고, 이랜드 사업장이며 새만금 집회에도 열심히 따라다녔다. 그 이전까지 나는 내가 마음 따뜻하고 정의롭고 성실한 사람인 줄 알았다. 누구보다도.

   
  ▲박인해.
그래서 그렇지 못한 세상과 충돌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착하고 예의바른 이 세계와도 불화했다. 처음 이우학교를 찾은 날 오랜 방랑 끝에 마침내 내 집에 온 듯 편안했지만, 나는 이곳에서도 그다지 잘 해내지 못했다. 아, 이전의 외로움은 나를 단단하게 했지만 이곳에의 외로움은 견디기 힘들었다! 난 마치 무엇인가에 홀린 사람처럼 엉망이었다. 거기에서 오는 자괴감은 어마어마했다.

그러나 그 시절을 지나오지 않았더라면 대학에 와서 같은 시행착오를 겪었으리라. 잘 해보려고 했는데 안 됐던 것이 아니라 길을 몰랐으므로, 후회는 남지만 자책하지는 않는다. 자괴감과 행복한 추억들로 범벅된 그 시절은, 그래서 애틋하다. 그로 인해 대학에 간다면 내 안으로 파고드는 대신, 넓은 세상으로 나가 다른 사람을 위해서 살겠노라고 다짐했다. 정말 잘 해내고 싶었다.

자석처럼 '운동권'에 빨려들다

이제야말로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떳떳한 사람이 될 기회였다. 내가 10대 때 갖지 못한 것들. 겸손하고 예의바르며,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남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낮은 곳에서 허드렛일을 도맡아 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기로. 야심차게 결심하고 대학생이 된 나는 이른바 ‘운동권’ 선배들을 만나게 되었다. 당연히 이게 내가 갈 길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리고 자석에 이끌리듯이 빨려 들어갔다.

대학에 입학하던 해에는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택배 기사들이 문자 한 통으로 해고되었으며, 누군가는 목을 맸다. 죽은 사람은 수없이 많은데 살인자는 끝내 없었고, 일하게 해달라는 노동자들은 그 여름 내내 쌍용자동차 공장에 물도 없이 갇혀 있었다. 공권력이 그들을 지붕 위에서 밀어 떨어뜨리고 최루액을 쏘았다. 부끄럽게도 이 모든 일들은, 그 일이 얼마나 부당했고 투쟁이 얼마나 헌신적이고 격렬했는가가 아니라, 나를 기준으로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내가 얼마나 분노했고, 얼마나 울었는지. 또 그런 뜨거운 분노와는 달리 일신의 안위란 얼마나 알량한 것이며, 스물 몇 살이 가지고 있던 정의감과 의지란 얼마나 얄팍한 것이었는지.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앞 도로에 비닐을 깔고 자며 여름을 보냈다.

총학생회 선거를 치르고, 학교 학생들과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고, 전경과 싸우고, 밀치고, 달리고, 빨리 뛰라는 선배들의 고함소리에 영문도 모른 채 뛰고 또 뛰었다. 매일 대자보를 붙이러 학교 곳곳을 달리고, 회의와 크고 작은 집회가 끊이지 않았다. 얼굴은 새까매졌고 옷차림은 후줄근한 채 땀 냄새를 풀풀 풍겼고, 술이 늘었고, 전공 공부니 소설책에는 제대로 손도 대보지 않았다.

뜨겁고 치열했지만 동시에 고통스러운 시간들이었다. 행복하기도 하고 불행하기도 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성장한 내가 지나치게 예민한 탓인지, 때로는 함께 하는 이들의 질서, 방식, 언어와 문화가 나에게는 너무나도 폭력적으로 느껴졌다. 조직과 집단과 단결을 강조할 때면 숨이 막혔고, 체계와 질서는 권위적이었다.

권위적 운동권 문화에서 폭력을 느끼다

무슨 집회인지, 무엇을 위한 실천단인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유인물인지도 모른 채 가야 한다고 하면 갔고, 뿌려야 한다고 하면 뿌렸다. ‘싫다'고, 잘 모르겠다’고 하면 비겁해지는 것 같았다. 그 사람들과 내가 너무도 다르게 느껴져, 그곳에서도 나는 이방인이 된 듯 외로웠다. 불편할 수 있지만 조직적으로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설명했으면 차라리 납득을 했을 텐데, 현상을 해석하는 관점 자체가 달랐다.

내게는 잘못된 것처럼 느껴지는 이상한 일들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이상하지 않다고 한다. 내가 아직 어리고 동지애가 부족해서 그렇다고 한다. 나는 끊임없이 내게 무엇이 불편하고, 왜 불편한지 논리적으로 해명해야 했다.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언어와 의사소통 방식은 때로 나를 경악하게 했다.

이 세상과 다른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왜 잘못된 세상의 방식을 빌려 쓰는지 모를 일이었다. 인격적으로 훌륭하고 조직에 헌신하고 충성하는 사람을 인정해 주는듯한 분위기가 못내 불편하면서도 나는 사랑과 인정에 목이 말랐다. 언제나 마음에 안 들고 불편하고 안 맞는 것만 천지인 사람이 아니라 가슴이 뜨겁고 발바닥은 더 뜨거운 사람이고 싶었다.

지난 겨울, 잠깐 동안 공장에서 일을 하며 합숙을 했다. 새벽에는 공부를 했다. 학습 시간에 주체사상이 등장하고 수령님이니 뭐니 하는 농담들이 오갈 때, 나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숨이 막혔다. 그 순간은 지난 시간을 통틀어 내게 가장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순간이었다. 저들이 틀려서가 아니라 이제는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

어떤 것이라도 믿거나 공부해 볼 수 있지만 더 이상 함께이고 싶지는 않았다. 나와 더 잘 맞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참 많이 울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대학생활을 모두 이들을 중심으로 계획하고 떠올렸다. 이어질 삶이 얼마나 고단할지 또 어떤 충돌이 일어날지 상상하며 숨 막혀 했고, 얼마나 많이 도망치고 싶을지 떠올렸다.

가장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순간

숨 막힘과 도망치고 싶어 하는 감정 모두 그러나, 그 안의 일이었다. 끝까지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마지막 순간이 이렇게 빨리 다가올 줄은 몰랐다. 누구와 어떻게 살아야 할까. 갑자기 모든 것들이 생경하게 느껴졌다. 저곳에서 한발을 쑥 빼고 나자, 바깥의 세상은 너무나 평온해서 낯설었다. 나만 빼고.

"동지." 이런 말을 쓰는 것은 무척 쑥스럽고 자격도 부족할지 모르지만 나는 이 말을 참 좋아한다. 동지는 생각이 같은 이들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생각이 다른 그들도 내 동지였다. 내가 함께 했던 이들은 누구보다도 깊이 고민하고 치열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이었다. 스크럼을 짠 팔들은 단단했고, 내 손을 움켜쥔 그 손도 땀이 축축하게 배어나올 만큼 떨렸음에도 손을 놓는 법은 없었다.

인간적인 유대관계는 깊었다. 자기 밥 먹을 돈도 없으면서 후배에게 술을 사주는 사람, 전경들이 몽둥이를 휘둘러도 후배 먼저 감싸는 사람, 그들은 그런 사람들이었다. 지나치게 친밀하고 끈끈한 분위기가 때로는 숨 막히게도, 집단에 매몰되어 있는 듯도 느껴졌지만 그래서 나는 언제나 그들에게 빚지고 있는 기분이다.

그 사람들이 나보다는 훨씬 대단한 사람들이고, 내게는 여전히 세상에서 제일 바보 같고, 뜨거운 청년들이다. 내 선택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남아있는 그들에 대해 부채감과 죄의식은 나를 고통스럽게 한다.

그들에게 뿐만이 아니다. 내 마음에는 무거운 돌이 살고 있다. 가지 못한 집회 소식은 마음을 무겁게 하고, 내 눈에는 함께 하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도 많다. 젊은 나는 자주 세상을 부둥켜안고 끙끙댄다. 그 이후 대학에서 새로 만난 사람들은 나와 생각이 더 비슷하지만, 나는 여전히 예전의 ‘동지’들을 인간적으로 더 좋아한다.

생각은 다르지만,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그들

그래서 지금 나는 ‘운동권’이라기보다는 시민단체에서 공부를 하고, 혼자 집회에 쫓아다니는 진보적인 대학생으로 머물러 있다. 그것이 때로 나를 부끄럽게 한다. 그러나 대학교라는 사회 안에서 이 부채감의 정체에 대한 혼란을 자주 겪는다. 이 만큼의 죄책감도 가벼운 것으로 느껴지다가도, 여느 친구들과 뒤섞여 있다 보면 그 죄책감이 도무지 터무니없고, 근거 없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비겁하고 게으른 사람이어서, 혼자서 정의롭기란 외롭고 힘겹다.

지금, 매섭게 채근하는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진보적으로 살기란 더 힘들다. 구속하지 않는 자유와 공동체와 정의가 공존할 수는 없는 것일까. 아무도 불러내지 않는 집회, 가지 않아도 질책할 선배와 비판할 친구들이 없는 광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다. 혼자 읽는 마르크스는 더 어렵고 지겹다. 혼자서 하는 싸움은 힘이 약하다.

스펙만을 바라보고 달려가는 대학 동기들을 향한 설득과 논쟁에 힘을 실어줄 사람도 없이 때때로 나는 작아지고 주눅이 든다. 망설이는 나를 다잡아줄 사람도 없다. 저쪽도 이쪽도 아닌 경계에 서있는 나, 혼란스럽다. 가끔은 헷갈린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보다 훨씬 더 뜨거운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을 때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태일아. 그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너의 이름을 불러본다. 네가 죽었을 때 너는 스물 세 살이었다. 너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스물 세 살이면 자기 생과 사를 결정할 정도의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나는 어른의 되기에는 안즉 멀었다. 고난이 사람을 철들게 하니 너는 지금의 젊은이들보다 훨씬 일찍 어른이 되었겠지만, 그래도 너도 괴로움도 꿈도 많고 사랑도 해보고 싶었던 청년이었을 것이다.

문학, 그래. 지금 내가 하는 문학 공부를 네가 했으면 잘 했을지 모르겠다. 너는 사람을 사랑하니까. 내가 너의 시대를 살았거나 네가 더 늦게 태어났더라면 우리는 선후배나 친구가 되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사랑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태일아, 너는 문학공부를 하면 잘 했을 거야"

엊그제였나, 끓는 기름에 엄지손가락을 호되게 데었다. 나는 호들갑을 떨었다. 고작 그 정도로. 불에 타서 죽는 건 얼마나, 얼마나……울컥 목이 메어 차마 생각을 잇지 못하며 너를 떠올렸다. 불길이 너를 집어삼키던 그 순간 일분 일초도 빼놓지 않고 계속 아팠겠구나. 엄마, 너무 아파요. 나 좀 살려 주세요… 이런 말들이 타버린 목구멍 속에서 잦아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너를 떠올릴 때면, 네가 했던 말들에도 불구하고 의연한 투사보다는 어린 청년이 생각난다. 어쩌면 죽기 전 엄마 무릎을 베고 울었을지도 모른다. 너도 사실은 죽는 게 무서운, 누구보다도 살고 싶었던, 나와 같은 인간이 아니었을까.

대학생 친구 한 명만 있었으면. 네가 그토록 바라던 그 대학생이라는 기득권이 때로는 나에게 달다. 그 달콤함과 집회가 열리는 광장의 칼바람 사이에서 때로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의 기로에 서고는 한다.

여유롭고 자유롭게 살고 싶은 욕망. 혹은 ‘아무리 옳은 일을 해도 돈도 없고 나를 희생한 채 그것만 해야 하면 괴로운 거야. 나는 나중에 그냥 돈도 적당히 벌면서 의식 있고 양심적인 시민으로 살자. 한겨레신문이나 보면서’ 같은 구체적이고도 우스운 갈등이 날 흔들 때, 외로울 때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길을 찾는 물음들이 나를 괴롭게 할 때 마다 너를 떠올린다. 어쩌면 내 뿌리는 너에게 뻗쳐 있는지 모른다. 아. 죽는 게 두려웠으리라던 나의 추측은 잘못된 것일지 모르겠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내 형제의 곁으로,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 조금만 참고 견디어라.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 너는 죽기 위해 간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간 것이니까 말이다. 너는 언제나 나의 부채감이 정당하다고 답한다. 배달호, 김주익, 박종태와 같은 또 다른 너의 수많은 이름들이 스쳐 지나간다.

질긴 끈으로 이어져있는 느낌

이들의 죽음은 너의 죽음보다도 더 적은 사람들에게 얕게 기억되고 더 빨리 잊혀졌다. 오늘도 누군가가 죽는다. 네가 말한다. 학교 미화 노동자 아줌마가 계단 밑 창고에서 먹는 차가운 도시락, 하루 열 시간을 서서 일하고 한 달 팔십 만원을 받는 지난 겨울 만난 비정규직·정규직의 개념조차 없는 봉제공장의 시다 아줌마들, 바리깡에 밀려나간 수많은 사람들의 머리칼을 기억해야 한다고. 이렇게 고민 많고 경계에 선 나약한 나라도.

그렇게 너와 나는 질긴 끈으로 이어져 있는 느낌이다. 태일아,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뿌리 깊은 물음과 흔들리는 내 청춘이 너에게 빚지고 있다.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 내게 한 부탁이었을까. 나는 오래오래 질문하고, 오래오래 괴로워 할 참이다. 아무도 죽지 않는 좋은 세상이 올 때까지 너는 언제나 내 안에서 부채감으로 나를 잡아다오.

2010년 11월 12일 (금) 10:43:04 박인해 / 제1회 전태일청소년문학상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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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1.30 16:02:26 *.180.75.152
단군일지 - 186일차

각자의 도시락을 펼쳐놓고 점심을 먹는 시간.
도시락을 싸 오고도 컵라면을 사 와 라면을 먹는 언니들.
3일에 한끼정도는 라면을 먹고 싶다네.
흠. 라면이라. 라면에 관한 기억한편.
초등학교 저학년쯤이었겠다.
엄마는 행상을 나가고 양식은 떨어져 라면 한봉지를 끊여 동생들과 나눠먹다.
점심시간.
친구들이 도시락을 먹는 사이 나는 아침에 솥에 남겨둔 라면국물을 마시기 위해
집으로 와서 동생들 몰래 국물을 마셨다. 맛있었다고만...
그날 동생들 몰래 마셨던 라면국물.
라면과 관련하여 자주 꺼내지는 깊이 각인된 추억이다.

오늘의 곡 베토벤: 교향곡 3번 E flat장조 op. 55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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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1.30 22:25:41 *.180.75.152
콩두씨^^
혼자 궁시렁궁시렁 거려주는거 반갑네.
솔직히 난 뭔가 배우고 훈련받는거 좀 부담.
전국에 내노라하는 사람들 찾아다니며 과분한 공부를 해보기도 했지만
이젠 내 삶의 현장에서 느끼고 겪어보며 그걸 체화시켜보고픈 맘이 더 강해요.
꿈 작업도 해보고 싶지만 아직은 그 꿈의 기저가 선명하지 않고....
근데 오래전부터 신뢰로운 분을 만나면 뭔가 터져버릴 것 같은 충동은 계속 생겨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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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정
2010.11.30 18:17:40 *.114.49.161
뭔가 새로운 장으로 접어드심 감축드립니다.^^
 
dreaming way라는 책이 있어요.
화가인 여자가 간밤에 꾼 꿈을 그려가면서 자신을 치유해가는 과정에 대한 그림책입니다.
저는 그 책에 대한 강연을 들은 적이 있는데요, 이헌님한테 책 제목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고혜경선생님은 참여연대에서 그룹꿈투사작업을 하셨는데요, 제레미테일러씨가 꿈작업으로 세상을 바꾸는 일에 관심이 있었던 것처럼 인종과 처지를 뛰어넘는 보편적인 언어인 꿈을 다루는 작업의 대상에 대해 통하는 점이 있으시겠다 싶지만, 이헌님이 한 번 참여해보는 인연이 언제고 오시길, 아님 말고요, 혼자 궁시렁궁시렁.

체력 회복된 다음에도 훈련을 맡지는 마셨으면 해요. 하루 30분~1시간을 이헌님의 고독과 침묵의 권리(이거 INTP의 천부인권^^)를 위해 남겨두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어요. 훈련이 필요하다면 달리는 의사회 소속의 의사 러너들이 마라톤대회 패트롤을 하듯, 조금 의학적인 달리기 책을 번역하듯 언니들의 구조/ 회복에 관심 가진 다른 자원을 활용하셔서 어떤 그(녀)가 공헌할 수 있는 꺼리를 만들 수도 있구요. 아마도 이헌님이 원심력 가진 타워가 되어 비슷한 뜻 가진 분들(아마도 불나비족의 모자이크를 가슴에 가진 분들^^)이 모여들지 않을까요? 마라톤 대회 가셔서 눈 크게 뜨고 두리번두리번 누가 그 사람인지 찾아보십시오. ㅋㅋ ㅋ 잔소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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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2.01 21:41:43 *.63.208.39
난 길을 걷고 있다.
길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그곳에 빠졌다
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 구멍에서 빠져 나오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난 길을 걷고 있다
난 그걸 못본체했다
난 다시 그곳에 빠졌다
똑같은 장소에 또다시 빠진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그 곳에 빠져나오는데 또다시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난 길을 걷고 있다
난 미리 알아차렸지만 또다시 그곳에 빠졌다
그건 이제 하나의 습관이 되었다.
난 비로소 눈을 떴다.
난 내가 어디있는가를 알았다.
그건 내 잘못이었다.
난 얼른 그곳에서 나왔다.

난 길을 걷고 있다.
길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그 둘레로 돌아서 지나갔다.
난 이제 다른 길로 가고 있다.

미희가 징검다리 카페에 올려 놓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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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2.01 23:12:17 *.63.208.39
단군일지 - 187일차

미희가 45일만에 자활작품전시회에 참여하기 위해 함께 서울로 왔다.
함께 온 일행중에 10대 아이들 3명의 철부지 행동에 대해 미희의 10대 시절 이야기가 나왔다.
고등학교 3학년. 잦은 가출로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때리지 않을테니 학교만 나오라는 말을 믿고 학교에 갔다가
밀걸레채로 50대 이상을 맞아 피멍이 들었고 며칠 후 엄마와 자퇴서를 제출하였다는 이야기.
1년 후 그 선생님이 갑자기 돌아가셔서 친구들 모두가 문상을 가지 않았다 한다.
당시에는 그 선생님이 많이 미웠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
맞았더라도 학교에 갔더라면 지금 자신의 모습이 이렇지는 않았을텐데 깊은 후회를 한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미희에게 조금씩 자라나고 있는  힘이 가슴에 와 닿고
나는 또 한사람의 선생님을 불러낸다.


선생님. 
내가 이 자리에 있기까지 에너지의 원동력이 되주셨던 한분..
중학교 3학년때 국어선생님이셨던 강운영선생님.
소녀가장으로서 힘듦을 이겨내기 위해 종교에 의지하여 버텨내던 시절.
시골교회 부흥집회에서 북을 치며 장래의 비젼을 위해 많은 기도를 했다.
집회 마지막 금요새벽예배를 마치고도 기도응답이 없어
강대상 밑에서 쓰러져 잠이 들었고 꿈속에서 세계지구본을 보았다.
그 해 여름. 시골교회에서는 주일학교 교사가 부족하여 난 중학교 3학년때부터 주일학교 교사를 해야했다.
여름성경학교 교사강습회에 가서 내가 본 세계지구본과 똑같은 뺏지를 받았고,
"예수님을 땅끝까지 전하자"라는 주제로 선교사들의 활동들을 알게 되어 나는 선교사가 되고 싶었다.

10년 후 자신의 모습을 쓰는 여름방학 숙제에 나는 선교사가 되고픈 사연을 원고지에 썼다.

엄마는 1주일분의 식량과 차비만을 주시고 멀리 행상을 나가셨다. 
매일 하루에 한끼의 밥으로 언제 오실지 모르는 엄마를 기다리며 동생들을 돌봐야했고
차비가 없어 새벽 4시에 일어나 동생과 함께 3시간을 걸어 학교를 다녔던 시절.
그 형편을 아신 선생님께서 고등학교 진학을 위한 연합고사를 보러가기 전날 복도로 부르셨다.
노란 편지봉투를 내미시고는 아무 말없이 가셨던 분.
봉투에는 돈 5천원과 쪽지가 들어 있었다.

"내일 시험보러 가는데 차비에 보태써라. 예수를 믿는 작은 선배로부터"라고.

강운영선생님은 10년전쯤 미국으로 건너가셔서 신학을 공부하시고 
한국의 이주민들을 위한 선교활동을 하고 계신다.

가난에 쩔어 배고프고 외로웠던 그 시절.
연합고사 시험을 앞두고 광주에 갈 차비가 없었다.
선생님은 그런 나를 진심으로 돕고 싶어하셨다.
그 때 받았던 단 한번의 관심과 도움이 오늘의 내가 이 자리에 있기까지 에너지의 원동력이다.
내가 만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그 필요에 대해 둔감하지 않고 민감하게 반응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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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2 16:20:28 *.207.0.12
이헌님 수희향입니다..
평상시 이헌님 단군일지를 읽으면서도 진정 머라 댓글을 달아야 할지 망설이다 그냥 갈 때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감히.. 머라 쉽게 드릴 수 있는 말씀이 한 마디도 업습니다..

그저 단군과 함께 하신 새벽 시간이, 이 곳에서의 만남들이 조금이나마 좋으셨기를 바란다는 말씀뿐. 더 이상의 말씀은 그저 포장일듯하여 그만두도록 하겠습니다.

남은 2주일도, 남은 12월도 힘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새로 시작하신 개인사 정리가 이헌님을 정말 깊고, 넓은 세계로 인도해주기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새해에는 더 많이 웃으시고, 더 많이 행복하신 이헌님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함께 해주신 시간들,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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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10.12.02 20:22:44 *.207.0.12
무슨 그런 말씀을요.. 일지 성향을 바꾸실 필요 전혀 없으시죠.. 여기가 그런 동네는 아니잖아요.. ㅋ
그냥 있는 그대로의 이헌님을 펼쳐놓는 곳 맞습니다.. ^^

보셨어요..? ㅋ 저 역시 기질상 댓글 달았다 지웠다 ㅋㅋ
남은 기간에도 이헌님 그대로 더 펼쳐놓으세요. 아주 맘 편히, 더 마니..
현실에서 도움이 되드리지 못하지만, 맘 속으로나마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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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2.02 18:25:18 *.63.208.39
단군일지 내용들이 무겁고 칙칙해서 읽는이로 하여금 부담이 생길 수도 있겠구나 라면서도 샤프해지지 않네요
그럼에도 성향이 바뀌지 않을 것 같고 가끔 댓글로 위로해주셨던 글들 기억해요. 담엔 삭제하지 말기^^*
저두 수희향님의 깊고 성실함이 아름답게 꽃피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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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2.02 23:51:13 *.63.208.39
단군일지 - 188일차

빛나는 희석씨를 만나고
깊고 풍부한 승완씨를 만나고
마음 따뜻한 장동일목사를 만났다.

나는 오늘 하루 참 많은 축복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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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2.03 22:55:07 *.35.254.135
단군일지 - 189일차

일정은 무사히 마무리되었고 사무실 책상에 앉아
복잡다난했던 2박 3일을 들여다 본다.
너무 무모한 시도였을까.

내 마음속에는 늘 두가지 마음이 움직인다.
달아나고 싶거나 나무처럼 견디며 지켜내자고 다독거리거나.
내가 이 자리에서 도망가지 않고 자리를 지키며
지나는 바람의 손짓발짓에도 무심하고 시간을 견뎌내야 하는데............
습습한 물기가 나를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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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2.04 23:31:30 *.180.75.152
단군일지 - 190일차

새벽알람을 듣고도 일어나지 못하고 5시 40분에 일어나 아들을 학교에 보내고 출첵 후 바로 잠들다.
10시에 일어나 고장난 휴대폰을 서비스센터에서 수리하다.
겨울추위가 오기 전 텃밭에 심어놓은 무우를 뽑아야 하는데 몸이 무겁다.
이번주가 지나면 무우 맛이 떨어지므로 하는 수 없이 무우를 뽑았다.
씨알은 작지만 화학비료와 농약을 치지 않는 무공해다.
다행히 무우를 심었던 자리에 음식물 퇴비를 쌓아두어서인지
주먹막한 무우가 혼자 다루기에는 양이 많다.
동생의 손을 보태고 싶어 연락을 하니 교회행사로 오지 못한다고 한다.
무우를 뽑아 시래기를 고르고 다듬다보니 5시가 넘었다.
씻어서 간을 하고나니 점심도 안먹고 지금까지 일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배가 고프다.
허겁지겁 밥을 먹었다. 평소 사용하지 않았던 근육들이 아프기 시작한다.
이대로는 더이상 작업을 진행할 수 없어 잠시 누웠다 일어난다는게 2시간이나 잠이 들었다.
간을 해 놓아 너무 오래 두면 김치가 맛이 없어지므로 일어나야하는데 일어나기가 힘들다.
멸치와 다시마 명태 대가리를 삶아 육수를 내고 찹쌀로 죽을 쑤어 양념을 만들다.
김치를 담아 항아리에 담으니 허리가 너무 아프다.
김치를 담그면서 힘들기도 하지만 내가 원하는 맛으로 만들어지면 묘한 즐거움이 생긴다.

나는 언제부터 김치를 담그기 시작했지. 22살쯤 때였을까.
메리야스를 만드는 공장에 다니며 주말이면 동생들이 사는 집으로 가서
나무를 해 놓고 김치를 담궈주고 와야했다.
동네사람들은 김장을 다 마쳐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몇포기씩 배추를 사 김장을 담궜던 기억이 난다.
먹을 반찬이 김치뿐이어서 금새 김치독이 비었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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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2.05 10:15:42 *.180.75.152
내 나이 7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는 남겨진 자식들에게 입에 풀칠이라도 시키기 위해 행상을 시작하셨죠.
행상을 나가시면 몇달 아니 1년이 넘도록 집에 오시지 못할 때가 많았어요.
어머니가 행상을 나가시면 남의 집에 가서 일을 해주고 곡식을 얻어와
동생들을 보살피며 어머니역을 잘 해내었던거 같아요.
22살때 김장을 담궜던 기억은 다른때보다 엄청 고생을 많이 하면서 했더거라 자주 생각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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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두
2010.12.05 06:52:05 *.154.223.196
김치 경력이 이리 오래 되어서 맛있는 김치를 담글 수 있으신거군요. 밤중까지 일하셨겠네요.
기력 떨어지는데 뭣 좀 드시면서 일하시지요. 아 참...... 다음에는 꼭^^
문득 열일곱살부터 김장을 담근 한 여자가 생각이 나네요. 우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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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2.05 21:26:34 *.180.75.152
단군일지 - 191일차

문득 힘든시절을 꿋꿋이 잘 견뎌내고 열심히 살아온 히스토리가
트라우마의 늪에 빠져있는 언니들을 지원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습습해진다.

저만치 앞서서 따라오라고 일방적인 메세지를 주입시키지 말자
뒤쳐져 걷는 힘이 부족한 언니들이 힘이 생겨 한발한발 걸을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언니들의 발소리를 세밀하게 듣지 못하는 성취지향형인 나. 그래서 힘들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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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
2010.12.05 22:05:33 *.35.254.135
오늘은 어제 간을 해놓은 동치미를 담궜다.
마당 한켠에 묻어둔 제법 큰항아리에 무우가 가득찼다. 뿌듯하다.
아랫채에 구들이 놓여져 있어 아궁이에 불을 지펴 시래기를 삶았다.
겨울에 시래기된장국을 끊여먹기 위해 삶아서 건조하는 방식이다.
삶지 않고 그늘에 말리는 방법도 있으나 삶는 방법을 택했다.
오랫만에 불을 땠다.
불을 때고 있으면 뭔가 원초적인 희열이 생긴다.
동시에 겨울을 나기 위해 나무를 해야했던 어린시절도 떠오른다.
아버지의 부재에 장녀인 나는 방학때면 동네 오빠들과 나무를 하러 날마다 산에 갔다.
여성인 나로서는 아무리 나무를 잘해도 동네 오빠들을 따라 잡을 수 없어 애를 태우기도 했지.
오빠들이 있는 집들은 집집마다 마당에 나무가 채곡채곡 쌓여 부럽기만 했었다.
그 시절의 야생성이 그리웁다.
올겨울을 위한 나무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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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2.06 06:28:58 *.180.75.152
역시 콩두씨 응원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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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두
2010.12.06 03:20:20 *.114.49.161
장애가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헌님, 김선관소장님 속에 든 선이언니야의 이야기인걸요. 가장 노릇을 해야했던 7살짜리 애기가 마음껏 이야기하도록 하고, 묵묵히 세밀히 들어주는 과정이 중요할 것 같은 느낌을 제가 받는데요. 이유는 모르겠심다. ☞☜ 글고 언니들에게만 쓸모있는 일을 하란 법은 없지 않습니까? 이헌님께 쓸모가 있으면, 쓸모 없어도 하고 싶으면 해도 되지 않나 싶어요. 지는 조용히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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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2.06 21:47:13 *.180.75.152
단군일지 - 192일차

12월은 집중력이 많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 시기를 잘 넘겨야하는데 늘 시간이 빠듯하다.
오늘도 7시간의 마라톤 회의를 하고도 12월 일정을 확정짓지 못했다. 
빡빡한 일정임에도 실습생의 슈퍼바이저로서 피드백하는 것도 무척 벅찼다.
깊이있게 피드백하지 못하고 보고서를 마무리해 속상하다.
허나 오늘 일정은 이것으로 마무리한다.
어서 12월의 일정이 마무리되길 소망하며.....

지난주 서울 출장으로 4일동안 달리기를 멈췄더니 몸이 피곤한 반응을 해온다.
날마다 30분씩이라도 달리기를 계속하리라.

아침에 미역국이 땡긴다.
은경이가 좋아할꺼라 평소보다 많이 끊여 냄비에 담아갔다.
출산을 앞두고 있는 은경이는 3년전 첫아이를 출산했을때 미역국을 끊여준 이야기를 자주 꺼낸다.
오늘도 3년전 이야기를 꺼내자 사무국장 왈
"소장님 이번에도 은경이 미역국 끊여줘야겠네요"
"당연하죠. 전 소장님이 끊여준 미역국만 먹어요"
"재료만 사다 놔라 미역국은 얼마든지 끊여줄께"
"은경이는 좋겠다. 소장님 나두 담에 아이낳으면 미역국 끊여주세요"
.........
언니들의 로망은 평범한 남자를 만나서 결혼하고 엄마가 되는 것이다.
은경이도 5년전 처음 티켓다방에서 구조해냈을때 5분을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상태였었다.
그런 은경이가 우여곡절로 출산한 아이의 엄마가 된 후로 사람이 180도 바뀐 아주 특이한 사례이다.
어린시절 엄마에게 버림받고 가출하여 티켓다방에서 10년을 굴러다니다가 나를 만났다.
아이아빠와 매일 싸우며 울고불고 하면서도 자신처럼 아이가 불행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금까지 참고 견뎌왔고 둘째 아이 출산을 앞두고 있다.
은경이뿐만 아니라 다른 언니들도 좋은 반려자를 만나
미역국을 내 손으로 손수 끊여줄 수 있어 감사할 일이다.
그러고보니 앞으로 출산할 언니들이 3명이네.
은경아, 은정아, 윤영아 미역국은 걱정말거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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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2.07 18:59:08 *.180.75.152
단군일지 - 193일차

늘 도망가고 싶다가도 도망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수없이 질문을 던졌던거 같다.
오늘 12월 일정을 언니들과 논의하다가
윤희의 변화된 모습을 보고 눈가에 습기가 촉촉해지네. 
공부하기 싫어 집을 뛰쳐나온 10대들에게
프로그램에 참여해야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며 독려하는 윤희.
1년전 동생의 손에 억지로 끌려와서는 
사사건건 불평불만의 볼멘소리와 거친 호흡들로 인해 센터 분위기를 다운시켰었다.  
윤희는 1년전보다 독기가 쏙 빠졌다.
아침 9시에 출근하여 5시에 남자친구를 위해 저녁을 준비하러 총총 버스를 타러간다.
자신도 천지가 개벽할 일을 자주 하고 있다며 활짝 웃는 모습.
그 모습이 이뻐서 도망치지 못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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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2.08 06:46:21 *.180.75.152
단군일지 - 194일차

꽤나 오랫동안 융의 어린시절을 붙잡고 있다.
융은 늙어서도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유년 시절 발달기의 경험을 다시 끄집어내려고 애쓰면서
몇 가지 자신이 궁금해하고 평생 곰곰히 생각해 오던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한다.
재미있는 흐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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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8 07:26:20 *.155.237.9
누님! 희석형님과 승완형님과 좋은 시간 보내셔서 너무 좋아보이세요..
아픔을 딛고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누님의 삶..
아름다운 누님 영혼의 실현이겠지요?
공통분모가 참 많은 울 누님!
오늘 하루도 행복하시라고 발자국 남기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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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2.08 15:38:58 *.180.75.152
단군일지 - 195일차

어제와 오늘 아침 읽은 융의 어린시절 이야기가 계속 되살아난다.
어린시절 융은 골방에 틀어박혀 많은 책을 섭렵하여
동년배의 아이들보다 지적 수준이 남달랐고,
융이 직접 작문한 에세이를 교사들이 어디서 베꼈느냐는 핀잔을 듣기도 할만큼 
작문능력이 탁월하였다.
분명 융이 작성하였음에도 오해를 받고 평생 그 기억을 잊지 못하는 장면.

지금은 수몰되어 사라진 우산초등학교 6학년 시절.
점심시간이면 교실 옆 도서관에 틀어박혀 소장되어 있던 책들을 모조리 읽었던거 같다.
뜸금없는 다독상까지 받았다는.
수업시간. 담임선생님은 도덕시간에 당시 방영되었던 반공드라마 내용을 설명하셨고
수업도중 나는 드라마 내용을 선생님께 말하였던거 같다.
"너는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맨날 TV만 보느냐"고 야단을 맞았다.
흠 그땐 우리집에 전기도 없고 TV도 없어 나는 그 드라마를 보지도 못했는데.
배가 고파 찾아들었던 도서관에서 이미 그 내용을 읽었지.
그 후로 나는 교수나 선생님 앞에서 의견을 말할 때는 panic disoder에 빠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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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9 14:32:00 *.218.163.100
당신의 그 위대한 소명의식을 흉내낼 수도 없는 어느 청년이 건네는 말 한 마디.


101209-06.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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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2.10 09:59:54 *.107.184.156
작년엔 내가 진 십자가에서 내려오지 않겠다고 발버둥치느라 많이 무거웠는데
올해는 조금 가볍답니다.
부족장님의 응원 늘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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