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단군의

/

2단계,

두

  • 김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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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5일 20시 35분 등록

 

1. 제목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Ⅱ

 

2. 새벽시간과 새벽활동

   ○ 활동시간  4시~6시

   ○ 활동내용  글쓰기

 

3. 전체적인 목표

   ○ 지난 100일 간의 수련을 기반으로 2시간의 온전한 새벽활동

       ※ 다른 어떤 활동도 일체 뒤섞지 않는다. 온전히 글쓰기만 한다.

   ○ 100% 출석 및 100% 단군일지 작성

   ○ 개인사(Me Story) 초고 완성

   ○ 김경인 닷컴 홈페이지에 매주 1개 이상의 꼭지 글을 올린다.

   ○ 새벽활동과는 별개로 7권의 좋은 책을 읽고, 7편의 리뷰를 작성한다.

 

4. 중간 목표

   <1~11주>

   ○ 매주 개인사 테마 2개를 선정하여 2개의 꼭지 글을 작성한다. (월~토)

   ○ 일요일은 일주일 간 쓴 글을 피드백 하고,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다 (일요일 오전 7시 마감)

 

   <12~15주>

   ○ 새벽과 관련된 4개의 꼭지 글을 작성한다. (12~13주)

   ○ 단군프로젝트 200일차에 관한 2개의 꼭지 글을 작성한다. (14주)

   ○ 100일간 함께 한 동료들에게 편지를 보낸다. (15주)

 

5. 목표달성 과정에서 직면하게 될 난관 극복방안

   ○ 진정한 싸움은 새벽 2시간이 아닌 나머지 22시간과의 싸움

   ○ 수면부족

      :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22시 전에 잠자리에 든다.

        5~6시간의 수면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결코 정상적인 2시간을 보낼 수 없다.

        새벽활동만큼이나 나의 건강도 소중하다.

   ○ 저녁활동 최소화로 발생할 수 있는 관계의 문제

      : 약속은 되도록 점심시간으로 한다.

        진심이 담긴 편지 등으로 저녁 술자리만이 진정한 소통의 수단이 아님을 증명한다.

   ○ 주제 있는 글쓰기의 어려움

      : 많이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다.

        몰입하여 쓰기 전에 글의 소재를 모으고 뼈대를 구성하는 등

        체계적인 글쓰기 연습을 한다. 끊임 없는 수련과 연습만이 답이다!

 

6. 목표를 달성했을 때 내 삶에서 일어날 긍정적인 변화

   ○ 내 삶의 빛나는 성취 한 가지 추가요!

      : 나의 첫 번째 고객인 나 스스로에 대한 고객만족을 실현하다!

   ○ 제대로 된 나의 이야기 한 편을 가지게 된다!

      : 나의 이야기는 나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아름다운 징검다리가 되었다.

   ○ 7기 연구원이 되기 위한 사전 준비 완료!

      : 개인사 작성 완료, 7권의 좋은 책을 읽고 7편의 리뷰를 완성하다.

        단군 활동을 통해 만난 연구원 선배님 들의 조언과 피드백을 통해

        연구원 활동을 위한 정신적 근육을 탄탄히 하다.

        오직 레이스에서 생존하는 일만이 남았다.

 

7. 목표를 달성했을 때 나에게 줄 보상

   ○ 6주차에 구본형 사부님의 꿈벗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 500일 완주시 전자드럼을 내게 선물한다.

   ○ 100일 완주시 아내와 2박 3일간의 홍콩여행을 다녀온다.

 

IP *.109.55.178

댓글 261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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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5 13:33:59 *.218.163.100
돌파 단계로...
고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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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6 06:34:51 *.109.24.222

162일차 (11월 6일)

3일간의 포도단식을 무사히 마무리 지었다. 어제 아내와 함께 퇴근하는 길에 마트에 들러 오늘부터 할 보식 식단과 관련된 음식들을 사왔다. 야채전골 거리와 샐러드 거리를 샀는데 군침이 돌았다. 배고픔이란 것을 느끼고 그것을 참고 견디다 보니 내가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음식을 아무 생각 없이 허겁지겁 먹어 치웠는지 실감이 났다. 그리고 3일째 단식을 했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몸이 훨씬 가볍고 경쾌해 졌고 내 안에서 어떤 야성적인 생명력 같은 것들이 느껴졌다. 마음 같아서는 1주일 혹은 한 달을 끌고 가고 싶다. 그래서 내 몸 속에 쌓인 숙변을 비롯한 더러운 독소들과 몸 이곳 저곳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게으름의 상징인 지방덩어리 들을 제거하고 싶다. 무엇보다 과거와의 단절을 통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거듭나고 싶다.

이번 단식의 경우 단식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시작하지 않았다. 단지 적게 먹는 습관을 들이려고 했던 시도인데 의도치 않게 3일 단식이 되었다. 보식을 잘못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하니 오늘부터 다음주까지는 보식하는 일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겠다. 그리고 11월이 다 지나가기 전에 11월 27일을 시작일로 하여 일주일 간의 단식을 시도해 볼 생각이다. 이 단식을 필두로 하여 자발적 빈곤을 통해 주기적으로 내 몸에게 쉴 수 있는 기간을 마련하고 일상 속에서 작은 혁명을 지속적으로 이루어 나갈 생각이다.

지난 10월 8일 지각을 한 이래로 30일 간 정상 출석을 지켜오고 있다. 방심하지 않고 자만하지 않는다면 이 성공패턴이 프로젝트 마지막까지 이어지리라 믿는다. 오늘 새벽에 쓴 모닝페이지에는 3시간여의 새벽활동과 10시간여의 회사생활의 불일치에 대한 단상을 적었다. 새벽에 글 쓰는 일과 출퇴근을 하며 책 읽는 일은 하루 중 내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그러나 회사 업무시간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 일이 하기 싫어서라기 보다는 더 하고 싶은 일이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회사에 남아 있는 것은 밥 때문만이라는 생각이 짙어지고 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직무, 그리고 천복과 천직을 잇는 필살기를 찾기 너무나 버겁다. 잠시 지나가는 바람일까? 아니면 회사 내 직무전환 혹은 이직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일까? 조금만 더 신중하자.

‘가치관’에 관한 오늘 글의 주제는 ‘나의 사명선언서’였다. 1998년 가을 처음 접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란 책을 인연으로 2000년 겨울에 첫 번째 사명선언서를 만들었고, 지난해 12월에 지금의 사명선언서를 만들었다. 사명선언서의 각 항목이 내게 의미하는 바를 적었다. 나의 사명선언서는 지난 10년여 간 내 삶을 지켜온 핵심가치들이다. 자기계발 프로그램에서 찾은 핵심가치와 약간 다른 포맷을 하고 있지만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오랜 시간 내가 추구해 오는 가치에 대해 고민하다 글을 쓴다. 과거에도 사명선언서 각 항목이 의미하는 바를 풀어 써놓으려 했으나 어렵고 번거로워 하지 않았는데 그 때 뿌린 씨앗이 우주와의 공명을 통하여 이제 그 꽃을 피우는 것 같다. 다시 시작한 꼭지 글 쓰기가 즐겁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나의 사명선언서 첫 번째 항목인 ‘맑고 향기롭게 살아간다’ 에 관한 글을 쓰면서 8년 전 강원도 화천에서 군생활을 하며 읽은 법정스님의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라는 책을 다시 펼쳤다. 그때의 추억과 스님생각으로 코 끝이 찡해졌다. ‘맑음은 저마다의 청정을, 향기로움은 그 청정이 사회에 울려 퍼지는 메아리이다.’라는 스님의 말씀이 귓가에 생생하다. 갑자기 내 삶이 고마워졌다. 어떤 좋은 기운의 도움으로 나는 좋은 스승과 좋은 사람을 만나 지금에 이르렀다. 그 좋은 기운, 우주적 기운의 정체를 지금의 나는 알 수 없고 꼭 알아야 할 필요도 없지만, 성스러운 기운 보내온 그 근원으로 지금 이 순간 느끼는 고마운 마음의 신호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은 아내와 함께 종로거리를 거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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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7 06:51:55 *.109.24.90

163일차 (11월 7일)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일이 생겼다. 어제 하루 피곤한 일정으로 저녁 8시쯤에 잠이 들었다. 알람소리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일어나 PC를 켰는데 시간이 9시 25분으로 나와 PC의 시간설정이 잘못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휴대폰 시계를 보니 똑같이 9시 25분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하며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 보니 초저녁에 일찍 잠이 들어 1시간 반 만에 깬 것이다. 알람소리로 들은 것은 아내 휴대폰의 벨소리였던 것이다. 황당한 내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6시간을 잘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하냐고 하며 다시 잠이 들었다. 분명히 알람소리를 들었던 것 같다. 어찌 다시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눈떠보니 4시 반이었다. 단군프로젝트 지각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황망한 마음에 화들짝 놀라 허둥댔을 텐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고, 내게 중요한 것은 새벽활동이기 때문에 차분하고 담담했다. 다행히도 오늘은 일요일이기 때문에 조금 늦게 시작하긴 하지만 충분히 2시간을 채울 수 있다.

과정의 중요성을 피력한 글을 거침없이 써 내려갔다. 새벽에 늦게 일어난 것에 대한 합리화를 담은 글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어떤 타이틀에 목숨 걸어 본질을 놓치는 우를 범하고 싶지 않은 것은 전과 지금이나 같은 마음이다. 과정도 좋고 결과도 좋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두 가지 중 택하라고 하면 난 단연 과정을 택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성공이라는 것은 한 가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 행하는 수 많은 시도와 도전을 통해 발생하는 결과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는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하나의 목표, 이번 단군 프로젝트의 경우 ‘새벽 2시간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소환시켜 그 속에서 나의 역사를 찾고 기록한다.’이기 때문에 내게 중요한 것은 기상시간이 아닌 온전한 2시간의 새벽활동이다.

그러나 실수를 인정하되 내가 정한 룰을 어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룰을 정한 이유는 장기적으로 오래가기 위함이다. 한 두 번의 실수는 충분히 인정하지만 지속적으로 룰을 어긴다는 것은 이미 내 마음가짐이 와해되었다는 신호이므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어제 30일 간의 지속적인 실천을 두고 스스로에게 칭찬을 한지 불과 하루 만에 룰을 어기게 되었다. 이를 한치도 방심하지 말고 자만하지 말라는 계시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룰이 추상(秋霜)과 같이 적용되도록 정진하라는 신호인 셈이다.

지난 한 달 간 공백을 거친 후 첫 번째 꼭지 글을 완성했다. 물론 아직 전혀 퇴고를 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3일 간 나의 가치관에 관한 테마로 약 10페이지의 글을 썼다. 아마도 블로그에는 2개나 3개로 나누어 포스팅을 할 것이다. 아직은 부족하고 수준이 낮은 글이다. 사부님 말씀대로 이 글을 골자로 하여 앞으로 조금씩 정신적 성숙을 이루어 감에 따라 이 글도 함께 업그레이드를 시켜 나갈 생각이다. 오늘도 역시 어제에 이은 단식의 보식 기간이다. 신중하고 차분하게 임한다. 오늘은 아내와 꼭 북한산 둘레길을 거닐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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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8 08:16:52 *.124.233.1

164일차 (11월 8일)

어제는 늦가을이 다 지나가버리기 전에 아내와 서울시내 단풍구경을 나섰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덕수궁 돌담길. 전부터 가을이 되면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에 나오는 낭만스러운 길을 아내와 함께 거닐고 싶었다. 주말이지만 오전인지라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아직 서울의 매연이 차오르지 않은 차갑고 상쾌한 오전의 가을 향기가 전해졌다. 이윽고 보이는 돌담 길과 단풍의 가슴을 아리게 하는 풍광이 펼쳐졌다. 우리는 아주 천천히 거닐었다. 덕수궁 돌담 길을 걷는 연인은 이별하게 된다는 전설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린 이미 하늘의 계시로 결혼을 했으니깐. 우리의 발걸음은 어느새 서울 시립미술관으로 향했다.

아무런 준비도 기대도 하고 나오지 않은 터라 미술관에 어떤 행사를 하는지도 몰랐는데, 운 좋게도 ‘서울 국제 미디어아트 비엔날레’ 전시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우리 둘 다 이런 분야에 문외한인지라 그저 미술관 안을 한 번 휘 돌아보고자 했는데, 운 좋게도 도슨트(Docent)가 전시된 작품마다 작품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그저 보고 지나쳐올 뻔한 작품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으니 돈을 내고 관람하는 작품 못지 않은 배움을 얻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즐겁게 미디어 아트를 관람을 하고, 정동 제일교회 앞을 지나 정동길을 거닐었다. 이곳 거리를 아름답게 해주는 백미는 역시 아름다운 담과 가로수에서 흩날리는 단풍 비다. 그렇게 아주 찬찬히 길을 걸으며 아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니 마음이 풍성해지는 기분이었다.

정동시네마 앞에서 붕어빵 한 마리씩을 맛있게 먹은 뒤 버스를 타고 모교의 은행나무를 보기 위해 대학로로 향했다. 창 밖으로 보이는 늘 도심의 거리가 오늘 따라 친근하게 느껴졌다.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앞에 내려 모교로 향했다. 역시나 우리 둘은 학교 앞 꼬마 떡볶이 집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안으로 들어가 떡볶이와 순대 한 접시를 비우고 교정 안을 거닐었다. 정문 앞 큰 아름드리 느티나무와 수령이 오래된 은행나무의 단풍은 마치 이 가을이 오기만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마음껏 가을의 빛을 발산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교정을 거닌 후 우린 창경궁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끝물 단풍을 찾아온 사람들로 인해 도로변은 주차한 차량들로 꽉 차 있었다. 그래도 막상 궁 안으로 들어가고 나니 생각보다 조용하고 한산했다. 아마도 궁 안이 워낙 넓다 보니 그런 것 같았다. 오랜 시간 거닐다 보니 아내와 나 둘 다 발목이 욱신거렸지만 그 동안 미루어 온 풍광들을 눈과 가슴에 담느라 아픈 줄도 모르고 거닐고 또 거닐었다. 빨갛게 물든 단풍잎을 하나 따 손에 올려두고 사진으로 담았다. 아내는 낙엽이 수북이 쌓인 곳을 찾아 그 위를 장난스럽게 거닐며 “단풍 향기는 나뭇잎 향기, 흙의 향기, 그 위를 걷는 향기” 라며 시와 같은 한 구절을 노래했다.

그렇게 3시간여를 걷다 지친 우리는 서울대학교 병원을 가로질러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지하철에 다행히 바로 자리가 나 우리는 둘 다 꾸벅꾸벅 졸았다. 마을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에도 여기저기 모두가 단풍 일색이었다. 그렇게 오늘 하루 우리의 가을 단풍 여행이 마무리 되었다. 돈이라고는 지하철과 버스요금, 붕어빵 천 원어치, 순대와 떡볶이 오천 원, 칠백오십 원짜리 물 한 병이 전부였다. 말 그대로 만 원의 행복을 누린 셈이다. 우리는 적게 먹어도 살 수 있고, 아주 적은 돈으로 하루를 행복과 아름다움으로 가득 채울 수 있음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그렇게 행복한 피로로 지친 나는 5시도 되지 않아 잠 자리에 들었고, 새벽 3시 반까지 내리 잠을 잤다. 아마도 지속된 주말 약속과 지난 주 단식으로 몸이 지쳐 있었던 것 같다. 일어나니 몸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즐거운 마음으로 출석 체크를 하고, 거침없는 글을 내리 썼고, 가벼운 마음으로 꼭지 글을 썼다. 보식 3일차로 야채전골을 끓여 먹고 출근 길로 나서는 길. 쌀쌀했지만 팽팽한 긴장감이 되 살아나 좋았다. 지하철에서 읽는 ‘연금술사’의 문구 하나하나가 내 가슴을 무찔러 들어온다. 이번 한 주도 가볍고 경쾌하고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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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9 05:39:21 *.124.233.1

165일차 (11월 9일)

어제를 경계로 가을이 떠나고 겨울이 찾아왔다. 일요일에 아내와 단풍 여행을 한 것이 참 다행으로 여겨진다. 단풍이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많지 않을 것이고, 추워서 오래 걷지도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제는 가을 아닌 겨울이라는 생각이 그 감흥을 반으로 줄일 것이다. 주말에 오랜 시간 푹 잤음에도 조직이란 곳은 그렇게 충전시킨 에너지를 곧바로 방전시킨다. 집으로 돌아와 그냥 씻고 잘까 고민하다 땀 흘리고 싶어 곧 바로 옷을 갈아입고 헬스장으로 향했다. 언제나 그 찰나의 순간에 많은 것이 판가름이 나곤 하는 것 같다. 런닝머신으로 400미터 트랙 7바퀴를 뛰고 6바퀴를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단식을 한 후라 훨씬 몸이 가볍고 경쾌했다. 역시 운동하러 나오길 정말 잘했다.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헬스장 밖으로 나왔을 때의 상쾌함과 뿌듯함이란. 체중을 재보니 아침보다 약간 줄어있다. 보식 3일차임에도 그리 체중이 늘지 않아 다행이라 여겼다.

새벽에 일어나니 쌀쌀했다. 집안이 쌀쌀하니 밖은 더 추울 것이다. 일어나자마자 오들오들 떨 아내를 생각해 보일러를 틀었다. 출석 글을 남기고 새벽의 나만의 의례, 거침없는 글쓰기를 시작했다. 내가 애써서 새벽활동을 하고, 금연을 하고, 단식과 운동을 통해 체중을 줄이고 식생활을 개선하고, 매일 책을 통해 배우고 익히는 이유. 바로 내 삶의 이야기, 내 삶의 신화를 만들기 위함이라는 내용의 글이었다. 거침없이 쓰는 글에는 거칠고 투박하지만 야성의 힘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의식이 완전히 통제하기 전의 자유로움 때문일 것이다. 아무런 고민 없이 그저 손가는 대로, 생각이 흐르는 대로 쓰는 이 글이 나는 너무 좋다. 꼭지 글과 단군 일지는 거르고 넘어갈 수 있더라도 거침없이 쓰는 이 글만은 하루도 거를 수 없다. 아니 거르고 싶지 않다. 마음 같아선 몇 페이지고 써내려 가고 싶다. 회사에서도 뭔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스스로의 감정을 통제 할 수 없을 때 워드 문서 하나 열어 놓고 마구 적어 내려가다 보면 마음이 가라 앉는 것을 느낄 수 없다. 어떤 내용을 써내려 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리고 되도록 다시 읽어보지 않으려고 한다. 언젠가 시간을 내어 집중해서 읽게 되면 우습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할 것 같다. 그러나 거침없는 글이야 말로 나의 의식 세계와 무의식 세계가 맞닿아 있는 곳이다.

어제에 이어 직업관에 관한 글을 썼다. 사부님의 꿈 풍광에 나온 ‘내가 생각하는 직업의 정의’를 읽고 또 읽으면서 내 것을 적었다. 사부님의 것을 읽고 난 후 쓰다 보니 사부님의 정의와 비슷한 색깔을 띤 정의가 되었다. 나쁘지 않다. 원래 모든 창조는 모방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점점 나와 가깝게 바꾸어 나가면 된다. 보고 배우며 따라 할 수 있는 훌륭하고 위대한 역할 모델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그의 발자취를 따라 거닐다 나만의 길을 발견하면 그 길을 따라가면 된다. 그 때부터 나는 개척자의 삶을 살아간다. 지금의 나의 수준으로는 스승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그러니 부지런히 배우고 익히며 수련해야 한다.

오늘 아침 메뉴도 역시 야채전골이다. 아까 재료를 넣고 끓인 전골냄새가 내 코를 찌른다. 맵고 짜고 양 많은 고칼로리 음식에 길들여져 있던 내가 그저 야채를 끓인 것에 불과한 음식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남다르다. 건강해지고 싶어하고 건강해지고 있다는 신호이다. 오늘 날씨가 무척 춥지만 청담역에서 회사까지 걷는 일을 거르지 않을 것이다. 오늘 하루도 ‘평생 살 것처럼 꿈 꾸고, 내일 죽을 것처럼 살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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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0 08:12:25 *.124.233.1
부끄럽습니다 명희 누님..
항상 이렇게 먼저 손 내밀어 주시고 찾아와 주셔서
해 주시는 좋은 말씀 하나가
제겐 지치지 않고 걸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아직은 형님과 누님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 만으로도 제겐 벅찬 영광입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저도 찾아가 인사드릴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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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
2010.11.09 16:20:32 *.234.183.25
 넘어지지도 않고 의연하게 자신의 길을 꾸준히, 성실히 잘 걷고 있는 경인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저도 신발끈 고쳐매고 다시 뒤따라 가겠습니다. 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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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0 08:10:12 *.124.233.1

166일차 (11월 10일)

‘누가 너에게 사막과 바람의 언어를 가르쳐준 거야?’

‘내 마음이’

출근길 지하철을 타고 오며 읽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 나온 이 구절을 읽는 순간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 했다. 정리되지 않은 이 감정의 물결을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 구절을 읽는 순간 작가가 전한 우주적 공명이 내 가슴 정 중앙을 관통한 것이 분명하다. 올해 들어 읽은 여러 권의 책 중 좋았던 책을 꼽으라면 이 책이 으뜸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책이 내 가슴을 무찔러 오기까지 조셉 캠벨의 ‘신화와 인생’, ‘신화의 힘’이 커다란 계기가 되어 주었다. 내가 하는 새벽 활동, 내가 만나는 사람들, 내가 읽는 책들, 그렇게 수 많은 표지들이 자아의 신화를 찾아 갈 수 있도록 나에게 손짓 한다. 지금의 이 마음 상태, 지금의 이 깨달음을 하나도 남김 없이 어딘가에 잘 갈무리 해 두고 싶다. 이 책을 다 읽는 대로 내 가슴을 무찌르는 글 귀들을 잘 정리해 둘 것이고, 그의 다른 책들을 읽어 볼 것이다.

어제는 퇴근 길 아내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오빠 빨리 와.” 라는 아내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무슨 변고가 생겼구나!’ 라는 생각에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눈에 빨간 피가 고였다고 했다. 무엇보다 아내가 많이 놀랜 것 같았다. 다행히도 마침 막 마들역에 도착해서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갔다. 아내의 왼쪽 눈에 혈관이 터져 있었다. 집 근처 약국을 찾아 갔는데 약사가 혹시 모르니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서둘러 차를 타고 근처에 있는 상계 백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접수를 하고 의사를 기다리는 시간이 왜 이리 길었는지 모르겠다. 가뜩이나 마르고 차가운 아내의 손이 오늘 따라 유난히 더 차갑게 느껴져 더 꽉 잡아 주었다.

다행히도 의사는 외상에 의한 것은 아니고 피곤하거나 일시적으로 혈관이 터지는 경우가 생긴다고 이야기 해 주었다. 그리고 며칠 뒤면 곧 괜찮아질 것이라고 이야기 해주었다. 다행이었다. 그렇게 의사는 응급 접수를 취소해 주었고, 때마침 장모님과 장인어르신께서도 병원에 도착하셨다. 우리의 이야기를 들으시고 두 분도 안심하셨다. 어머님 아버님께서는 상계동 집으로 함께 가셔서 차 한잔 하며 이야기를 나누시다 집으로 돌아가셨다. 그렇게 우리는 저녁의 소동 아닌 소동이 벌어져 피곤해진 탓인지 그 날 함께 하기로 한 운동을 접고 그대로 골아 떨어져 버렸다.

10시가 되기 전에 잠든 탓인지 12시가 넘어 잠깐 눈을 떴다 다시 잠 들었다. 일어나니 한기가 들어 보일러를 틀었다. 원래 집에 있을 때는 반바지 반팔의 가벼운 옷차림으로 다니는 데 오늘은 긴 옷을 꺼내 입었다. 책임감이라는 화두로 거침없는 글을 써내려 갔다. 내가 느껴야 하는 책임감이 있는지 있다면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오늘의 글의 나아감에 약간의 머뭇거림이 있는 것 같았다. 아마도 요 며칠 내 주위에서 생긴 일들로 인해 이래저래 쌓인 감정의 찌꺼기 들이 이곳 저곳에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모닝페이지를 마무리 짓고, 어제에 이어 ‘직업관’이라는 테마에 관한 꼭지 글을 썼다. 새로운 내용 보다는 어제 적은 내용을 보완하는 수준이었다. 큰 진전이 없다고 여겨졌다.

새로운 질문에 답해야 했다. ‘가치관이나 직업관에 위배되는 일을 해야 할 때 어떻게 행동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기술하라.’ 아직은 이 질문이 내게 모호하게 느껴졌다. 내일 수희향 누님을 만나면 여쭤보기로 했다. 200일차가 시작한지 벌써 66일이 지났다. 남은 시간은 한달 남짓. 많은 시간이 남아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한 달여 간의 심연기간이 아쉽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남은 시간 부지런히 고민하고, 질문하고, 답한다면 개인사의 초고를 얼추 완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내게 주어진 몫의 거리를 부지런히 걷고 또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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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1 08:05:52 *.124.233.1

167일차 (11월 11일)

새벽활동에 충분히 집중을 못한 것 같아 못내 마음이 쓰인다. 이미 지나간 시간이라지만 자꾸 아쉬움이 남는다. 개인사의 중후반을 작성하고 있는데, 자꾸 막힘이 생긴다. 막힘이라기 보다는 생각의 게으름이라 표현하는 편이 맞을 것 같다. 여러 번 스스로를 경책하지만 새벽의 화두가 일상에 녹아 들어가 익는 과정이 잘 되지 않는다. 가치관을 비롯해 직업관 등 그리고 가치관과 직업관을 어겼을 경우 나의 대처 방식 등은 지속되는 고민의 이어짐 없이는 생각의 확장이 일어나지 않는다. 거침없이 쓰는 글이야 그저 써 내려가면 되는 아주 유쾌한 작업이지만, 꼭지 글에는 깊은 사색이 담겨있어야 한다. 결국 새벽활동의 화두가 일상에 녹아 들지 않으면 꼭지 글 쓰기는 앙꼬 없는 찐빵이 되는 샘이다.

그러한 연유로 오늘 새벽은 거침없는 글쓰기를 한 후 어제 읽기를 끝마친 ‘연금술사’의 밑줄 친 부분을 타이핑 했다. 중간에 아침식사를 준비하느라 왔다 갔다 하느라 정작 몇 페이지 밖에 쓰지 못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들로 성스러운 새벽 시간이 침해 당한 기분이 들었다. 정작 제대로 몰입한 시간은 한 시간도 채 안되었다. 오로지 글쓰기만 그리고 반드시 2시간을 연이어 라는 최소한의 기준이 자꾸만 어그러진다. 다시금 스스로를 따갑게 경책한다. 내일 새벽활동부터는 결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어제 저녁 집에 돌아온 후 하러 나갈까, 아니면 얼른 씻고 책 읽고 잘까 갈등하다 운동을 택했다. 운동을 택하면 언제나 후회는 없다. 하기 전의 그 갈등만 벗어나 운동을 시작하면 그 때부터는 피곤하다는 생각은 잊고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런닝머신으로 400m 트랙 8바퀴를 뛰고, 5바퀴를 걸었다. 나날이 체력이 좋아지는 느낌이다. 문득 이게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일었다. 이제는 이 의구심하고도 친구가 된 것 같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그냥 할 수 있을 때 하면 되는 거지,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뭐 하러 고민해? 그리고 상황이 어려워 지면 거기에 맞는 다른 방법이 생기겠지.’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완벽하고 좋은 환경이란 게 과연 있을까? 그렇게 환경이란 것에 기대기 보다는 ‘내게 있어 이것이 얼마만큼 중요하고 간절한가?’ 라는 질문을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나는 내 몸과 마음을 맑고 향기롭게 가꾸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 마음을 맑고 향기롭게 가꾸고, 자아의 신화를 이루기 위해 새벽활동을 시작했고, 영혼의 사원인 몸을 맑고 향기롭게 가꾸기 위해 금연을 하고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금연은 어느 정도 안정 궤도에 올라와 있지만, 운동을 통한 정상 체중 회복과 식생활 개선을 통한 정상 체중의 유지는 아직도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 이러한 이제 막 변화의 옷을 갈아입은 내 삶의 영역들은 아주 얇은 유리 막, 혹은 살 얼음과 같아서 조심하고 또 조심하지 않으면 금방 깨어지게 된다. 그러한 시행착오를 나는 수 없이 되풀이 해 왔다. 그러다 다시 조심스레 도전을 했고 아주 조금씩 작은 성공을 이루어 가고 있는 중이다. 이런 작은 성공들이 내 자아의 신화를 이루는 과정의 하나의 작은 이정표가 되어 궁극적으로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인도해 줄 것이다. 오늘도 그곳으로 향하기 위한 한걸음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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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2 04:48:44 *.72.153.233
음 그림들 찾아봤는데, 맞을랑가 모르겠네.
예전의 꿈그림들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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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2 04:49:39 *.72.153.233
한번에 2메가 까지 첨부되어서 조각을 냄. 꿈그림... 다른 그림들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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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2 08:15:22 *.124.233.1

168일차 (11월 12일)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났다. 아주 찰나의 순간에 마음 속에 인 갈등이었다. 알람 소리에 눈을 떴고, 잠시 눈을 감았다. 아직 시간이 남았다. 조금만 더. 다시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일부러 시간을 확인하지 않았다. 허둥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차분한 마음으로 컴퓨터를 켰다. 역시나 늦었다. 내게 주어진 5장의 카드를 모두 사용했다. 핑계, 자신과의 타협의 여지가 이젠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셈이다. 절박해졌다. 이런 절박한 상황을 나는 즐기는 편이다. 내면에서 스스로를 경책하는 이야기가 무수히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았다. 잠시 참았다가 거침없이 글로 써 내려갔다. 자신에게 화가 난 것 같았다. 아주 그 찰나의 순간의 선택이 운명의 작은 단위인 새벽활동에 임하는 감정을 변화시키는 것을 지켜본다. 모든 것이 사소한 것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꼭지 글 대신 ‘연금술사’에 밑줄 그은 부분을 옮겨 적었다. 때론 이런 단순하고 간소한 활동을 통해 쉽게 몰입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대신에 넘어야 할 산을 오르는 일은 하루 늦춰진다. 선택에 대한 대가다. 주옥 같은 말들로 가득하다. 참으로 적당한 시기에 아주 좋은 책을 만났다. 마치 내 삶이 미리 이 책을 준비해 두고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순례자’ 또한 그 속에 내 삶이 곳곳에 숨겨 놓은 표지를 가지고 기다리고 있다. 주말 내내 책만 읽고 싶다. 책을 가슴 위에 올려 놓고 내 몸 속으로 녹아 들게 하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오늘 저녁에 양평에 내려가야 해서 평소보다 일찍 새벽활동을 마무리 지었다. G20 서울 정상회담 때문인지 도로에 차가 많지 않아 일찍 종합운동장에 도착했다. 어제 과하게 먹은 맥주와 안주로 인해 불어난 체중 때문에 아내 먼저 버스를 태워 보내고 나는 걸어서 회사까지 걸어 갔다. 온통 거리에 경찰들뿐이었고, 하늘엔 헬기가 요란하게 떠다녔다. 오늘 무역센터에서 있게 될 정상회담 때문인 것 같았다. 색다른 정경이 참 신기하게 다가왔다. 요즘은 걸어 다니면서 ‘태왕사신기’의 OST를 즐겨 듣는다. 특히 Opening곡과 담덕의 테마를 들으면 마치 내가 광개토태왕이 되어 내 뒤에 수 만병의 용맹한 군사들이 듬직하게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가상의 그 짜릿한 기분은 내게 활력을 가져다 준다. 물론 NLP 기법 중 하나를 내 삶에 적용한 것이다.

어젠 호랑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계신 수희향 누님과 정화 누님, 희석 형님을 돕기 위해 청담역에서 함께 단군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분들과 만남을 가졌다. 이러한 만남은 요즘 내게 ‘숨통’을 트이게 해준다. 한규형님도 그렇다고 하셨다. 모인 사람 모두 지금은 모두가 낙타의 모습으로 하루하루 시련을 겪고 있지만, 새벽의 정진을 통해 1만시간이 채워지는 순간 호랑이와 사자로 거듭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위대한 영웅들이다. 그들에게서 말로 표현하기 힘든 나의 신화를 찾아가는 여정의 여러 표지들을 발견한다. 우리 모두 서로에게 그 표지를 보여 준 것이다. 다시 채운 기운으로 남은 여정 동안 초심(初心)을 발심(發心)하여 처음 못지 않은 기개로 용맹정진(勇猛精進)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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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
2010.11.12 20:23:37 *.142.197.251
경인님... 살짝 다녀가셨더군요...
우리는 서로가 긍정적 에너지를 전달하는 가족입니다.
영웅의 모습이 보기 좋았고, 단군이들과 나누는 친밀함이 보기 좋습니다...
서로 격려하며 뚜벅뚜벅 가봅시다. 내공이 쌓이는 어느날 우리는 호랑이가 될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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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요한
2010.11.14 04:08:05 *.8.241.245

경인님, 제 단군일지에 글 남겨주신 것 감사!
(제 단군일지에 답글 작성했습니다 ㅎ)

그런데 경인님, 문자 출첵관련해서 메일보내드렸습니다. 확인 부탁드려요.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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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4 08:37:51 *.109.82.45

169일차 (11월 13일)

어제는 경빈 형님을 만나 점심식사를 했다. 형님을 알게 된지도 1년이 넘었다. 형님이 모습을 보며 느낀 점은 업무 몰입도가 굉장하다는 것이다. 얼핏 보더라도 자신의 일에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느끼고 몰입하는 모습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그에 비하여 요즘의 나는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사람마냥 업무에 전혀 집중을 못하고 있다.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벌써 1년이 가까워 가는 시간 동안 지금의 일이 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여기며 일에 전적으로 몰입하지 않고 적당하게 구멍내지 않는 수준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일을 하는 도중에 글을 쓰기도 하고, 인터넷 서핑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중요한 일은 마감일이 닥치면 그 긴장감에 기대어 처리해 버리곤 한다. 아마도 최악의 직장인 사례에 오르더라도 손색없는 그런 모습이다.

이유는 이 일이 하고 싶지 않다기 보다는 아직 해보지는 않았지만 해 보고 싶은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부님의 말씀대로 회사업무 중 내가 간절히 하길 원하는 필살기와 접목시켜 최고수준의 전문가가 되는 길을 걷고 싶지만 그 일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이미 걷잡을 수 없는 매너리즘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느낌이다. 부서 이동을 건의 해 보려 했지만, 혹시 운 좋게 내년에 연구원이 된다면 최대한 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낯선 곳에서 적응하는 것보다 익숙한 곳에서 시간 조절을 마음껏 할 가능성이 높아 보류하고 있는 중이다. 마음 같아서는 1년 정도 휴직을 하여 연구원 활동에만 몰입하고 싶다. 이 이야기를 경빈 형님께 말씀 드렸더니, 본인도 사부님께 그런 말씀을 드렸다 식솔들이 있는 상황에서 생업을 놓고 가서는 안 된다고 하시며 혼이 났다고 한다.

그렇다면 선택의 여지는 없는 것 같다. 회사의 일과 자꾸 으르렁대며 다툴 것이 아니라 뭔가 다른 창의적인 방법 모색이 필요할 것 같다. 회사와 나 모두가 승승 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은 갑자기 내게 악당처럼 되어 버린 회사에 대한 어긋난 패러다임을 전환시킬 필요가 있겠다. 회사는 내게 어떤 의미인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궁극적으로 내게 어떤 의미가 있으며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원점에서 모든 것을 재조명하고 재정의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내게 소중한 10시간을 되살릴 수 있으며, 그 소중한 10시간이 살아있는 실험의 장이 되어 나의 이론을 녹일 수 있고, 현장감이 살아있는 펄떡거리는 경험을 내게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일이 무조건 내게 안 맞는다고 외치는 것은 결코 내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작 내게 필요한 것은 필살기인 셈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과 내가 원하는 천직은 내가 생각하는 물과 기름의 관계가 아니라는 것은 간헐적인 경험에 의해 뼈저리게 경험한 바 있다. 회사 업무 시간에 불평 불만을 늘어 놓으며 허송세월을 할 시간이 없다. 어떻게 하면 내게 주어진 일 속에서 나의 강점과 재능을 연마할 수 있으며, 주어진 일에 그런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면 새로운 어떤 일을 만들어야 나의 프로젝트 영역을 개발하여 내게 주어진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내게 주어진 소중한 시간을 방치하지 말자. 회사는 현자의 살아있는 경험을 내게 선사해 주는 학교, 배움의 장이다. 게다가 먹고 살 수 있는 밥까지 준다. 이 고마운 회사를 회사의 동료를 자꾸 적으로 돌리지 않는다. 회사와 친구가 되는 것은 결코 불의와 타협하는 어리석은 행위를 하는 것이다.

어렵고 험난한 상황에서도 무언가를 배우고 익히며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이 내 보기에 진정한 리더라 할 수 있다. 결국 모든 문제의 귀착점은 태도이며 은유이다. 회사는 내게 무엇인지 재정의를 내려라. 회사는 내게 놀이터다. 회사는 내게 장학금과 생활비까지 주어가며 가르침을 주는 훌륭한 학교이다. 회사는 나를 지적, 정신적, 관계적으로 성장시켜 줄 수 있는 좋은 벗이다. 회사는 내가 새벽에 꾸는 꿈을 현실로 이루어 나갈 수 있는 맑고 아름다운 향기가 나는 공방이다. 오늘 먹은 이 마음 늘 항심(恒心) 하도록 한다.

오늘의 새벽활동은 이 글을 쓰는 데 몰입했다. 이 글은 내 고민의 정수가 담겨 있다. 그래서 글을 쓰는 순간 몰입할 수 밖에 없었다. 어제 경빈 형님께도 이야기 했지만 나의 전공분야는 ‘변화, 마음, 정신, 커뮤니케이션, 관계, 태도’ 등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회사는 정말 아주 좋은 실험실인 셈이며, 이곳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아주 좋은 피험자인 동시에 미래의 잠재적 고객의 표본인 셈이다. 한꺼번에 모든 일이 척 하니 해결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힘든 시간이 더 연장될 수도 있는 일이다. 이제는 잘 견뎌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내게 일어난 모든 경험과 사건들이 내 책의 소재이자, 나의 이야기이다. 나는 모든 것을 나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해 나갈 셈이다. 왜냐하면 내 삶이야 말로 나와 한시도 떨어져 있지 않고, 내가 가장 잘 알고 잘 설명할 수 있는 내 전문 분야이기 때문이다. 회사와 함께 좋은 이야기 한 편 만들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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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4 08:38:47 *.109.82.45

170일차 (11월 14일)

중랑천으로 산책을 갔다 지금 돌아왔다. 1시간 40분 가량 10km의 거리를 걸었다. 걷다 보면 몸이 따뜻해 질 것 같아서 얇게 입고 나갔는데 중랑천 사이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무척이나 차가웠다. 올해 8월 말 경이었나, 더운 날 오후에 같은 코스를 거닐었을 때는 살이 쪄서 엄청난 양의 땀과 체력 고갈로 허덕이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오늘은 더 많은 거리를 걸었음에도 숨도 차지 않는다. 담배도 끊고, 체중도 줄고, 꾸준히 운동을 한 덕분이다. 무엇보다 걷는다는 적극적인 행동으로 인해 몸에 활력이 생기고 이틀 동안 평소보다 많이 먹은 것에 대한 보상 활동을 해서 마음이 뿌듯하다. 체중을 감량하는 것은 뼈를 깎는 것처럼 힘겹고 고통스럽지만 다시 찌는 것은 하루 아침이다. 다시 원상복귀 하여 자신에게 게으른 핑계는 대고 싶지 않다. 아니 그런 모습은 상상조차 하기가 싫다.

가끔은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는 시간을 내게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오늘 같은 날은 이렇게 홀가분하게 거닐다 왔으니 문을 활짝 열고 그 동안 밀린 빨래며, 청소를 하고 싶다. 빨래나 청소 혹은 화분에 물주기는 참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지만 막상 시작하고 그 일을 하는 순간만큼은 마음이 그렇게 청정해질 수가 없다. 성성하게 그 활동에 몰입할 수가 있다. 또한 하고 나면 귀찮은 일 하나 마무리 지었으니 뿌듯하기도 하다. 이런 단순 노동이 때론 명상이 되곤 한다. 빨래 하니깐 생각난 것인데, 빨래는 건물 옥상 넓은 공간에 말려야 제격이다. 3년 전 신도림 옥탑 방에 살 때 옥상 마당이 넓어 한 여름 아침 빨래를 널어 놓으면 뜨거운 태양빛에 바삭바삭하게 마른 빨래가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아파트로 이사온 이후로는 그런 맛을 느낄 수가 없다. 다음에 이사하는 집은 꼭 옥상에 빨래를 널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빨래를 하고 난 후 가벼운 마음으로 편안한 책을 읽고 싶다. 이미 읽은 ‘연금술사’ 혹은 읽고 있던 ‘순례자’, 아니면 포리스 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 좋을 것 같다. 아이가 있다면 법정스님께서 쓰신 ‘슬기로운 동화나라’를 읽어주고 싶다. 그러다 졸음에 겨우면 책으로 얼굴을 덮거나 배를 덮고 대(大)자로 누워 낮잠을 자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그러다 부시시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가볍게 수락산 산책을 다녀온다. 아니면 지하철을 타고 종로에 있는 큰 서점을 거닐다 와도 좋을 것 같다. 맞다 2011년 플래너가 나왔다고 하는데, 아내와 함께 가서 미리 하나 장만해야겠다.

내가 바라는 소소한 행복은 크고 거창하지 않다. 돈이 많이 드는 일도 아니다. 그저 부지런히 움직이면 되는 일들이다. 내가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것은 큰 바램일 수도 있다.) 어서 빨리 내 하루 일과, 일 주일, 한달, 일년이란 시간을 마음껏 조절하는 포트폴리오 인생을 살고 싶은 것이다. 아직은 언감생심(焉敢生心) 꿈 꿀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언젠가는 이 새벽활동이 쐐기가 되어 단단한 갑옷 같은 지금의 코끼리 속 삶을 쪼개어 줄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오늘은 처가에서 김장을 하는 날. 새벽에 든든하게 체력단련도 해 놓았겠다. 어서 가서 무채도 만들고, 김장속도 버무려야겠다. 그러나 과식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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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5 04:44:14 *.161.173.71
경인씨.
저의 단군일지에 다녀가셨군요.
고맙습니다.

어제는 어떠셨는지?
 김장하는 날은 즐겁고 집안 잔치 날이 되더라구요.ㅎ.

일정관리..
3P 바인더를 추천합니다.
http://www.3pbinder.com/main/main_real.asp
저도 (욱진)님의 소개로 구매했고 이제부터 사용하려고 합니다만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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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5 08:03:49 *.124.233.1
네 형님!
그렇지 않아도 욱진이사님과 형님께서 사용하시는 것을 보고
궁금하기도 하고 여쭈어 보고 싶기도 했어요.
다음에 뵙게 되면 설명 들어보고 싶네요.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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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5 08:02:50 *.124.233.1

171일차 (11월 15일)

오늘 새벽에 눈을 뜨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불안해 하고 허둥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주로 주말을 마음 먹은 대로 제대로 보내지 않았을 때 나는 그런 느낌이다. 어제는 종일 처가에서 김장 담그는 일을 돕다 낮잠도 자고 다시 일어나 도와 드렸다. 그래서 그런지 아내는 집에 돌아와 씻자마자 바로 잠자리에 들었고 나는 베란다에 내 놓은 화분도 안으로 들여 놓고, 널어 놓은 빨래도 개며 TV를 보았다. 원래 TV를 잘 안 보는 편인데, 어제 따라 소일거리를 하며 보는 TV 드라마가 참 재미 있었다. 그리고 낮에 처가에서 예고편을 본 S본부의 다큐멘터리 ‘툰드라’가 너무나 보고 싶었다. 아마 그런 생각 때문이었는지 밤 11시까지 다른 프로그램을 보며 기다리다가 그 프로그램을 보았다. 역시나 기대한 만큼 재미 있었다. 그러나 그 동안 익숙해진 생활리듬 때문인지 보다가 금새 졸음이 몰려왔다. TV와 불을 끄고 이내 잠이 들었다.

새벽활동의 새로운 복병, 쌀쌀한 공기와 이불 속의 따뜻한 온도의 차이다. 봄, 여름, 가을은 알람이 울리면 이불을 박차고 벌떡 일어나면 되었는데, 겨울의 쌀쌀해진 공기는 내 몸을 자석처럼 이불로 끌어 당긴다. 점점 더 날씨가 추워질 텐데 이 온도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한달 여 남은 200일 차 과정이 더욱 더 힘들어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보다 늦게 잠들고, 유독 쌀쌀한 새벽기운 탓에 출석체크와 모닝페이지를 한 페이지 작성한 후 다시 뜨뜻한 전기요가 깔려 있는 침대 위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그냥 들어갔다기 보다 빨려 들어갔다고 표현하는 편이 더 맞을 것 같다. 어찌 되었든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은 합리화 할 수 없고 합리화 해서도 안 된다. 깊이 반성해야 할 일이다.

문득 불일암과 강원도 진부에 있는 화전민이 살다간 오두막에서 홀로 수행하셨던 법정(法頂)스님께서 단 하루도 아침 예불을 거르는 일이 없으셨다는 떠오르면서 스스로 너무나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사부님의 새벽활동을 직접 뒤에서 바라본지 이제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벌써 나태해진 나 자신이 한심하다 여겨졌다. 아마도 새벽에 눈을 뜰 때 든 불안한 마음이 나약해진 스스로에 대한 일종의 감정적 신호였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근하면서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를 읽었다. 코엘료의 글을 읽으며 내가 ‘이야기(Story)’에 아주 잘 반응하고 호응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앞으로 내 글이 지향해야 하는 것도 ‘자신의 삶이 담겨 있어야 하고, 은유와 상징을 통하여 직설적이지 않고 부드럽고 온화하게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그 방향성이 명료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어떤 색채의 글을 써야 할지 그 뉘앙스를 조금씩 감지하고 있는 수준이다. 끊임없이 읽고, 끊임 없이 쓰고, 또 끊임 없이 사색하고 명상하다 보면 나의 글도 점점 깊어지리라 믿는다. 서두르거나 허둥대지 말자. 성장은 언제나 자연의 법칙을 따르는 법이다. 씨앗을 뿌리고 물과 거름을 주며, 벌레도 잡아주고, 뜨거운 태양빛도 내리 쬐고, 비도 맞아가며 조금씩 자라나고 성장하다 언젠가는 열매를 맺는 것이리라.

자신에게 양치기 소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기 자신에게 신뢰를 잃는 것만큼 겉잡을 수 없는 자기 추락은 없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눈을 돌리기에 앞서 무엇보다 자신과의 약속부터 철저하게 지킬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자신에 대한 신뢰가 기반이 되어야 건강한 이웃간의 관계도 성립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오늘은 즐거운 월요일. 하루 간의 포도 단식을 실천하는 날이다. 간단한 단절 놀이를 통해 지난 주와 결별하고 또 다른 한 주를 시작한다. 오늘 하루도 눈부시게 빛날 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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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6 10:29:00 *.124.233.1

172일차 (11월 16일)

어제 부서 회식이 있어 평소보다 늦게 집에 들어갔다. 새벽에 알람이 울린 후 다시 잠이 들어 하마터면 또 지각을 할뻔했다. 감은 눈을 억지스레 뜨고 출석 체크를 한 뒤 거침없는 글을 써 내려갔다. 춥고 졸린 상태에서 웅크린 상태로 글을 쓰다 보니 어깻죽지가 뭉친 것 같았다. 유독 버겁게 새벽 글쓰기를 마친 후 씻은 후 출근 준비를 서둘렀다. 오늘 같은 날은 평소보다 일찍 출근하여 사무실에서 글을 쓰는 편이 정신도 더 성성하고 좋다.

단군일지를 쓰다 퍼뜩 오늘 아침 지하 다목적 홀에서 포럼이 있다는 것이 생각이 났다. 부리나케 내려가서 교육을 들었는데, 강연의 주제는 커뮤니케이션이었다. 연단에 서있는 강사가 내 미래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강의내용을 꼼꼼하게 메모하며 강사의 제스처 하나하나를 유심히 관찰했다. 솔직히 말해 컨텐츠나 강의형식이 그다지 차별성 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른 아침에 비자발적으로 참가한 청중을 상대로 강의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청중이 강사의 액션에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았다. 일부만이 메모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을 하고 대부분이 부족한 아침잠을 채우는 시간으로 보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여기에 있는 피곤한 동료들이 미래의 잠재적 나의 청중의 표본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사부님의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에 나온 강연에 관한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모두를 다 변화 시킬 수는 없다. 나의 강연은 단 한 명이라도 좋으니 눈빛이 이글거리는 변화될 준비가 된 사람을 위한 것이다.’ 라는 뉘앙스의 내용이었다. 그렇다. 청중 모두의 눈빛이 초롱초롱 빛나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단 한 명이라도 좋으니 유독 반짝이는 눈 빛을 찾아내어 그를 변화로 내모는 불쏘시개 불꽃이 되어 주면 그 강연은 성공인 셈이다.

단군일지를 업무시간에 짬을 내어 쓰려니 집중도 되지 않고 흐름도 자꾸 끊겨 작성하기가 너무 어렵다. 하루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왜 새벽시간에 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절절하게 깨닫게 된다. 혹자가 보면 업무시간에 일에 집중하지 않고 뭐 하는 짓이냐며 비판할 수 있는 일이지만, 적어도 지금 나에겐 새벽활동과 단군 활동이 내 미래가 달려 있는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이다. 매일같이 밥과 존재는 으르렁거리고 있고, 내 정체성은 그 사이에서 자리 잡지 못한 체 우왕좌왕거리며 갈등하고 있다. 그래서 사실 지난 몇 달간 나의 하루는 매일매일이 갈등과 그 갈등으로 인한 고뇌의 연속이었다. 늘 으르렁거리는 첨예한 두 가치의 대립 속에서 내 존재가 어떤 모습으로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낼지 기대가 된다.

요 며칠 새벽활동이 주춤거렸다. 일어나는 것 자체가 힘겨웠고, 간신히 한 페이지를 쓰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지금은 스스로를 다그치고 독려할 타이밍이 아니다. 처음 시작할 때처럼 스스로를 칭찬하며 다른 종류의 즐거운 활동으로 대체해서라도 새벽활동의 불씨를 꺼뜨려서는 안 된다. 잠시 동안이라도 좋으니 언덕 위에 올라 흐르는 강물과 같은 내 마음, 내 감정의 흐름을 관망할 필요가 있다. 그러다 보면 흙탕물처럼 혼탁해진 마음이 가라 앉아 맑게 될 것이다. 그 때 차분한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면 된다. 서두르지 말자. 한걸음씩 천천히 다시 내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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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7 08:17:33 *.124.233.1

173일차 (11월 17일)

어제는 회사에서 수도권에 사는 사내커플들을 모아 CEO와 함께 강남 CGV에서 영화를 보는 시간을 가졌다. 강동원과 고수가 나오는 ‘초능력자’라는 영화였다. 아마도 행사를 주관한 인사 팀에서는 두 꽃 미남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라 여자분들이 보기에 무난할 것이라 여겨져 이 영화를 선별한 것 같았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영화를 보고 난 후 사람들은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로 그나마 꽃 미남 배우 덕분에 그 불편한 감정이 최대한 희석되었지 모임의 성격과 영화의 주제는 영 맞지가 않았다. 그래도 아내와 함께 영화본지도 한 달이 넘었는데 회사의 배려로 평일에 함께 영화를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무엇보다 CEO의 따뜻한 멘트와 롤 케이크까지 챙겨주는 세심한 배려에 늘 금속같이 차가웠던 회사에 온기가 느껴지는 듯 했다. 실은 요 며칠 아내와 다퉈 약간의 냉전 시기였는데, 영화를 통해 불편했던 감정이 눈 녹듯 사라졌다. 회사덕분에 1석 3조의 효과를 누린 셈이다.

오늘 새벽도 하마터면 다시 지각을 할뻔했다. 조금만 늦게 잠들면 기상하는데 불편함이 생긴다. 아무래도 최근 불규칙한 기상 패턴으로 새벽활동의 리듬과 함께 즐거움도 동시에 잃은 것 같다. 새벽활동을 위한 새로운 불씨를 찾아야겠다는 내용의 거침없는 글을 썼다. 새벽에 글과 함께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아직은 개인사 작성이 미완료 상태이다. 아마도 이 지독한 게으름 탓에 Dead Line이 가까워져야 집중력을 되찾아 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서 빨리 동안 미루어 온 ‘네 안의 잠든 거인을 깨워라’를 제대로 다시 읽고 나의 언어로 정리하고 싶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법정스님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싶다. 이렇게 생각하니 나에게도 나의 역사를 기록하고 길게 풀어 이야기하고 싶은 욕망이 아주 간절하다는 것이 느껴지고 자신에 대한 열정이 활활 타오르고 있음이 느껴졌다.

문제는 새벽활동과 나머지 일상 사이에 자꾸 단절이 생기고, 흐름이 끊겨 일상의 소진된다는 데에 있다. 개인사를 구성하고 있는 테마들은 짧은 시간 고민으로 답할 수 있는 류의 주제가 아니다. 하나하나가 연속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내면의 깊숙한 곳과의 조우를 통해 길어 올려야 하는 우물물과도 같다. 흐름이 끊기다 보니 집중력이 흐트러지니 깊이가 사라지고, 깊이가 사라지니 좌절하고 의욕을 상실하게 된다. 그러다 컨디션이 좋거나 주말의 긴 시간을 통해 충분히 고민을 하게 되어 운 좋게 생각의 물꼬가 트여 기록하는 식이다. 지난 200일이라는 충분히 길다면 긴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아직도 개인사가 완성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상의 구조적 문제를 타파하는 것 또한 나의 몫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와 더불어 새벽활동을 힘겹게 하는 또 다른 양대 축을 이루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고민과 사색에 대한 게으름이다. 잘 움직이지 않고 행동이 굼뜬 것만이 게으름은 아니다. 진짜 중요한 일을 은밀하게 뒤로 미루는 정신적 게으름이야 말로 진정한 게으름이다. 그 게으름은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 아주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있다. 부지런한 행동에 비해 가시적 성과가 미약한 것은 대체로 나도 모르는 정신적 게으름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새벽활동을 상징하는 천복을 발견하고 좀 더 생생하게 살피는 일과 천복과 일상을 상징하는 회사생활을 잇는 가교가 필요하다. 이 가교가 이른바 우리가 ‘필살기’라고 부르는 것이다. 내가 평범함에서 비범함으로 도약하기 위한 1만 시간 중 나는 몇 시간을 채워 넣었는가? 부끄러울 뿐이다. 과욕을 부리지 말고 겸손하고 성실한 마음을 되찾아 초심(初心)으로 돌아간다. 그 초심이 곧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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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8 07:50:19 *.124.233.1

174일차 (11월 18일)

어제는 퇴근 후 운동을 했다. 지난 10월 4일 헬스장 등록 이래 가장 많은 운동을 한 것 같다. 400m 트랙 8바퀴를 뛰고 7바퀴를 빠르게 걸었다. 총 6km를 걷고 뛰었다. 운동 마니아들은 나의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코웃음 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서는 뜻 깊은 일이다. 아직도 과 체중인 나는 예전부터 지구력이 떨어지는 편이어서 학창시절 오래 달리기는 하위 1% 수준이었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걸어서 다섯 바퀴만 돌아도 성공이다라고 여겼다.  운 좋게 단식과 식습관 개선을 통해 약 8kg 정도 체중이 줄어들면서 몸이 아주 가볍게 느껴졌다.

처음 약 15일간은 절대 뛰지 않았다. 뛰어서 지치고 힘들어 지면 운동이 재미없어질 것이고, 재미가 사라지면 오래 할 수 없다는 것을 수십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담배도 끊고 체중도 줄고, 매일 출퇴근 하며 버스로 이동하던 곳을 걷기로 대체 하고 나니 폐활량이 많이 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달리고 싶은 마음이 샘 솟았다. 처음엔 한 바퀴, 그 다음엔 세 바퀴, 그 다음엔 다섯 바퀴가 되었다. 아주 빠르지 않은 속도지만 조금만 빨리 걸어도 허덕이던 내가 다섯 바퀴 이상을 연속으로 뛸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신기했다. 무엇보다 뛰고 걸을 때 들이마시고 내쉬는 호흡을 느끼며 옷을 흠뻑 적시는 굵은 땀방울을 보는 희열은 대단하다.

체중 감량과 운동에서 얻는 기쁨들 또한 일상에서 내가 일궈낸 작은 승리이다. 요즘 조금씩 힘들어지고 있는 새벽활동에 대한 고뇌를 다른 곳이 채워주고 지탱해 주고 있는 것 같다. 새벽활동의 농도가 늘 똑같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그건 너무나 차가운 금속성의 느낌을 준다. 때론 그 어느 때보다 몰입이 잘되는 농도가 짙은 시가도 있을 것이고, 지난 며칠과 같이 근근이 거침없는 글과 단군일지만으로 연명하는 농도가 옅은 시기도 있기 마련이다. 그렇게 채색된 100일간의 여정은 단색의 한가지 톤이 아닌 여러 색깔의 다양한 톤을 가진 한 폭의 그림이 된다. 게을러진 새벽활동에 대한 정당화를 너무 거창하게 댄 것일까?

지금 읽고 있는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라는 책을 ‘연금술사’처럼 빨리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진도가 느린 것 같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책이라 여겨진다. 요즘 매일 지하철에서 책 속 주인공과 함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를 향해 한걸음씩 순례길을 걷고 있다. 결코 빨라서도 빠를 필요도 없다. 이젠 더 이상 연초 계획이었던 일년에 몇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졌다. 많이 읽는 것보다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는 것이 중요함을 절절하게 느낀다. 일년이라는 시간에 아주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주마간산(走馬看山)식으로 읽는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 혹은 오로지 다른 일 없이 책만 읽는다면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여건상 출퇴근 지하철과 점심의 자투리 시간이 평일에 책을 읽을 수 있는 전부의 시간이다.

역시 주말을 헛되이 보냈다는 것이 지금 이 순간 여실히 드러난다. 물론 의미 없는 일만으로 주말을 보내지는 않았지만 진득하게 앉아서 책을 읽거나 이미 읽은 책을 정리하는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 나만 어려운 여건 속에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내 여건이 그리 좋지 않은 것도 아니다. 이렇게라도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지금의 내 환경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출근 후 우려내어 마시는 첫 차의 향이 하루 중 가장 향긋하다. 조금만 부지런 하면 아무도 없는 사무실 책상에서 조촐하게 다도(茶道)를 즐길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가 있다. 내게 주어진 이 작은 공간이 오늘 따라 더욱 고맙게 여겨진다. 내 직업의 분야에 ‘새벽’을 추가해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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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9 08:44:41 *.124.233.1

175일차 (11월 19일)

어제 부서의 차장님께서 ‘지금이 살 타이밍이다.’라는 부동산 관련 칼럼이 있는 사이트의 주소를 알려주셨다. 아직 초등학생인 자녀의 8학군 진입을 위해 ‘in 강남’을 준비하느라 분주해 보였다. 차장님은 내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 자산은 얼마이며, 지금 사는 집의 전세가 및 매물가는 얼마인지 물어본 후 최대한 대출을 하여 집을 사라는 말씀을 해 주셨다. 평소에 재테크에 관심이 많지 않았고, 재무적인 사안들은 주로 아내에게 맡겼기 때문에 그러한 이야기 들이 낯설게 들렸다. 지금이 좋은 타이밍이라는 것은 알아 들었는데, 과연 억 단위의 무리한 대출까지 하면서 집이란 공간을 사들여야 하는지 아무런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평소 부동산과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입사 동기 형님께 조언을 구하기 위해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형님은 점심시간이 짧다고 생각하셨는지 만나자 마자  서론 없이 곧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내가 궁금하게 여긴 부분에 관하여 이야기 해주셨다. 형님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며 형님에 대한 색안경을 벗고 형님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 전까지 그저 단기적인 시세 차익 같은 것에 관심이 많은 그 쪽 분야에 잔 지식이 많은 사람이고, 나와는 아주 많이 다른 사람이라 여기며 깊은 친분을 나누지 않았었다. 그날 한 시간 가량 형님께 들은 이야기의 핵심은 부동산이든 주식투자 등 모든 재테크를 하기에 앞서 필요한 것은 ‘자신의 철학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내가 고민하던 '주택 매입'의 경우 아주 당연한 이야기일수도 있으나 내가 집을 사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거주하기 위함인가 아니면 재테크를 위함인가를 알아야 하며, 나와 같이 거주하기 위한 이유라면 어떤 지역에서 어떤 주거형태로 살 것인지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했다. 다시 말해 내가 원하는 미래의 비전을 세우라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그림을 그린 후에 그곳과 가장 흡사한 지역을 선정하여 아내와 데이트를 겸하여 이리저리 알아보며 돌아다닌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같았다. 맞다! 사부님의 저서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에서 사부님께서 지금 살고 계시는 세검정 가옥을 구입하실 때의 에피소드와 거의 흡사한 내용이었다.

그때부터 형님에 대한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형님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중요한 것은 지출의 규모를 내가 감내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것인데, 그것은 주로 절대가격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판단할 수 있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감’이 필요한데, 이 감이라고 하는 것은 매일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동향을 살피면 뭐가 싸게 나오고, 뭐가 비싸게 나오는지 자연스레 체득되는 것이라고 했다. 형님은 그 예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100% 정가로 팔면 사지 않는다. 10~20% 싸게 팔면 고민해본다. 왜냐하면 우리는 조금만 찾아보면 50% 가격으로 파는 곳을 찾을 수 있고 그런 곳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택을 구입하는 등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적어도 전문가 수준은 아니더라도 이것이 싸다 비싸다 정도의 ‘감’은 잡을 수 있을 정도의 관심은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형님과의 한 시간여의 짧은 대화에서 배운 점은 잘 모르면 부화뇌동(附和雷同) 하기 쉽다는 것. 신중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그런 선택에 직면한 배경과 결정을 위한 자신의 비전과 철학이 무엇인지 알고, ‘감’을 잡기 위해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배경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것 등이었다. 며칠 간 잠시 나를 스쳐 지나간 일련의 고민들이 내게 찾아온 이유를 내게 물었다. 아마도 나의 내면이 내게 ‘균형과 조화’의 중요성에 대해 피력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 동안 현실적인 문제보다는 주로 내적이고, 정신적인 가치 들에 관심을 기울이며 시간을 보내왔다. 그런 현실의 문제는 주로 ‘분석가’의 강점을 지닌 아내에게 위임했었다. 존재와 밥이 보조를 맞춰 나가야 하니 너무 무관심하지 말아달라는 내면의 메시지가 이러한 일련의 정신적 긴장감으로 찾아온 듯 했다.

비록 일지에 담지 못했지만 형님으로부터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뭔가 간절하게 필요할 때 내게 찾아오는 이런 행운을 보며 나는 참 운이 좋은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이 또한 나의 간절한 바램이 우주적 공명을 이루었기 때문이리라. 사부님의 에피소드와 형님의 이야기처럼 먼저 아내와의 대화를 통해 우리가 함께 살아갈 보금자리에 대한 예쁜 그림 하나를 그려보아야겠다. 이제는 평소에 스쳐지나 가는 짧은 만남과 그 속에 담긴 작은 생각들이 내게는 하나의 의미 있는 이야기로 다가온다. 삶에서 발견한 이러한 작은 교훈들을 글로 옮겨 적을 수 있는 행복. 이것이 내가 그토록 찾는 나의 파랑새, 나의 천복(天福)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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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0 08:16:38 *.109.24.54

176일차 (11월 20일)

이미 ‘영웅 전설’ 상을 위한 5장의 카드를 다 쓴 바 있다. 요 며칠 새벽 기상과 활동이 불안불안 하더니 오늘은 그만 한 시간이나 늦게 일어났다. 요즘 저녁에 운동을 하고 평소보다 늦게 잠들었다. 겨울로 접어들고 계속 잠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왔었다. 누적된 피로라고만 치부하기엔 그 핑계가 너무 나약하다. 역시나 마음의 문제가 1순위다. 새벽활동에 대한 즐거움의 농도가 옅어지고, 잠이 부족하다는 피해의식과 더불어 10시간 이상이나 머무는 회사생활에서 찾을 수 있는 즐거움의 가짓수가 줄어들면서 활활 타오르던 열정과 패기가 주춤거렸다. 이것이 여섯 번째 지각의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6번째 지각을 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하다. 상(賞)이라는 명예에 욕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물론 때론 그 명예에 대한 바램이 동기부여의 수단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지금의 내게는 새벽활동을 시작한 5월의 순수한 초심(初心)을 되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정신적 굴레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요식적 명예가 아닌 진정한 나 자신과의 싸움이 될 것이다. 싸움이라 하면 너무 전투적이다. 오직 나의 내면이 보여주는 내 자아의 표지만을 따라 나서는 순수한 모험의 여정이 될 것이다. 벌써 내 자아의 신화는 마치 짜놓은 각본처럼 오늘의 위기를 딛고 일어서라고 사부님과의 만남을 준비해 두었다.

옅어진 새벽활동의 농도와 다시금 생기는 식욕 등 초심(初心)을 발심(發心)하라는 표지가 지속해서 보인다. ‘나를 변화로 내모는 힘’의 근원은 결코 예외와 나약함을 인정하지 않는다. 한치의 자비도 없는 냉정한 그 힘은 나에게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며 날아가라고 이야기 한다. 어렴풋이 느껴진다. 보여지는 그 차가움 아래 끓어 오르는 역설적인 뜨거운 힘의 원리를. 아무도 말해 주지 않는 오로지 나 자신과 마주하고 이야기 할 때에만 들을 수 있는 바로 그 이야기. 내 자아의 신화에 대한 그 이야기를 간절하게 듣고 싶다.

나는 다시금 내 인생의 기준을 높일 것이다. 질식할 것 같은 담배연기로 내 심장과 폐를 썩어 들어가지 않게 할 것이고, 더러운 비계 덩어리를 온몸에 덕지덕지 붙이고 살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무기력함, 정신적 게으름, 학습된 무능, 남 탓, 피해의식 등 영혼을 갉아 먹는 마음의 해악을 몰아낼 것이다. 내가 먼저 예외와 나약함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내 목표는 이 지구가 아니다. 저 하늘 그리고 저 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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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1 08:21:27 *.109.52.187

177일차 (11월 21일)

새벽 산책의 여운이 가라앉기 전 단군일지를 쓰려 한다. 2시간, 10km의 중랑천 산책길이 오늘 내겐 순례길과도 같았다. 가슴 속에 차오르는 에너지의 역동을 분출하는 데 걷는 것만큼 좋은 활동은 없는 것 같다. 걷는 내내 듣고 싶은 음악을 들으며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졌다. 명상적인 피아노 곡을 들으며 차분이 마음을 가라 앉히기도 했고, 양파의 감미로운 노래를 들으며 나의 아니마와 마주하기도 했으며, 서태지의 예술혼을 느끼며 내면의 영웅과 만나기도 했다. 법정스님께서 직접 육성으로 읽어주신 글을 읽으며 강원도 산속의 수행자가 되기도 했다. 어제 1회독을 마친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의 감동이 사그라지기 전에 새벽 산책을 한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어제 사부님 그리고 꿈 벗들과 만나 북한산을 올랐다. 그저 사부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내 하루의 마음의 양식을 다 채우고도 남았다. 그 동안 꾸준히 해온 운동 덕분에 산에 오르는 일이 전혀 버겁지 않았고, 오르고 내리는 데 힘겨워 하는 친구를 도울 수도 있었다. 산을 내려와 사부님께서 사주신 맛있는 복 지리 탕을 먹은 후 사부님을 배웅해 드리고 나머지 일행과 함께 ‘마루’라는 세검정에 있는 북 카페를 찾았다. MBTI, 융, 조셉캠벨, 영웅의 여정, 파울로 코엘료, 데이비드 호킨스 등을 화두로 3시간 여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 줄도 모르게 이야기 꽃을 피웠다. 형선이 형님을 배웅해 드리고 나머지 일행은 종각의 식당에서 매운 낙지와 소주를 한 잔 곁들여 저녁식사와 함께 못다한 이야기를 더 나누었다. 자리를 파하고 나니 10시 반쯤 되었다. 아침에 만난 시간도 10시 반, 장장 12시간여의 시간 동안 이들과 함께 했다.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도 몰랐다. 자신의 꿈이라는 하나로 수렴된 공통적 관심사가 서로에게 몰입하게 했다. 물론 이야기 하는 방식, 받아들이는 방식 등은 저마다 달랐지만 평소 어느 누구에게도 이야기 하지 못하는 마음 속 깊숙한 곳에 있는 조심스럽게 숨겨 놓았던 꿈을 살짝 꺼내어 보여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꿈에 고개를 끄덕여주고 토닥토닥 다독여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각자 행복한 미소를 머금을 수 있었다.

지금 막 어제 봄새가 우리 모두에게 선물해주었던 사진이 생각나 가방 속에서 사진을 꺼냈다. 한 친구의 어여쁜 마음 씀씀이가 함께 한 모든 사람들의 가슴 속에 훈훈한 기운을 가득 불어 넣어 주었다. 관계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내겐 살아 있는 교훈이다. 사부님과 둘이 찍은 사진을 책상 앞에 걸어 놓은 코르크 재질로 된 게시판 가운데에 붙여 놓았다. 사부님과 내가 환하게 웃고 있다. 글을 쓰다 다시 고개를 들어 사진을 보며 또 다시 웃는다. 1년 전 꾸었던 꿈이 실현되었음을 회고하며.

2시간의 새벽 산책을 하며 돌아가 단군일지에 꼭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던 2가지. ‘아니마’와 ‘단정’이었다. 양파의 노래를 들으며 그 동안 내 삶, 내 마음 속에 함께 한 아니마의 존재를 온전히 자각할 수 있었다. 이것은 일종의 깨달음과 같은 것이었다. 남성인 내 안의 여성성의 존재, 이상형 혹은 여신의 상징과 그 의미, 과거와 현재에 이르기까지 내 삶을 관통해온, 순간 순간의 느낌과 감정으로만 치부해 버렸던 바로 그 존재에 대해 자각한 것이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마음 속의 이 깨달음을 씨앗으로 심어두어 언젠가는 꼭 긴 꼭지 글을 써보고 싶다. 또 하나의 화두였던 ‘단정’ 이라는 것. 어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며 배운 교훈이다. 짧은 앎을 갖고서 마치 모든 진리를 꿰차고 있는 양 단정적으로 이야기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알수록 겸손해지는 것이 진정한 앎이 아닐까?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는 것도 좋지만 단정짓는 것은 참 위험한 것이다. 특히 앎과 행동이 일치되지 않은 미숙한 상태에서의 섣부른 단정적 언행은 장기적으로 자신을 깎아 내리는 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계해야 할 일이다.

오늘은 어제에 이어 다시 지각을 했다. 개의치 않는다. 또 다시 시작하고 도전하면 되는 것이니깐. 흐름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넘어진 것이라면 호들갑 떨지 말고, 다시 딛고 훌훌 털며 일어나라. 그 다음 입 다물고 묵묵히 다시금 성큼성큼 걸으면 된다. 매주 걷는 '순례길', 참 좋다. 당분간 중랑천 순례길을 걷는다. 그러다 재미 없어지면 둘레길도 걷고, 올레길도 걸으면 된다. 내가 걷는 모든 길이 순례길이다. 이번 한 주도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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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2 03:52:35 *.109.24.84
누님! ^^
누님 이야기 듣고 나니 정말로 기운이 불끈불끈 솟아납니다.
고마워요 누님. 정말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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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1 18:40:25 *.207.0.12
경인씨 저에요^^ 지난 며칠 새벽 문자받아주어 고마웠어요.
덕분에 편한 마음으로 수행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경인씨가 지각을 해서 전 참 좋아요.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지각을 편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경인씨의 여유로움이 좋은거겠죠..^^
2백일차 들어 조용히, 하지만 엄청난 저력으로 꾸준히 성장해가는 경인씨의 단군일지를 보며 제 마음에도 늘 웃음이 피어 오르고 있어요.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이에요^^

더 부드럽게 그래서 진정으로 강한 경인씨가 되리라 믿고 계속 응원할게요.
얼마 남지 않은 2백일차 더욱 더 소중한 시간들도 멋진 마무리하시기를요.. 김경인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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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2 10:45:47 *.124.233.1

178일차 (11월 22일)

개운한 기분으로 눈을 떴다. 이렇게 개운하게 일어난 본 게 얼마만이지 모르겠다. 아마도 마음의 짐을 훌훌 벗어 던져버렸기 때문이리라. 이번 주는 어떤 책을 읽을까?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순례자’ 모두 한 번만 읽었다. 한 번 책을 읽고 나면 새로운 책을 읽고 싶다는 충동? 혹은 강박관념? 때문인지 다시 읽으면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개인사에 담고자 하는 가장 감명 깊게 본 책으로 선정한 엔서니 라빈스의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 라는 책을 책장에서 꺼냈다. 내 삶에 터닝포인트가 되어준 여러 권의 책이 있지만 이 책을 나는 으뜸으로 꼽을 수 밖에 없다. 근본적으로 나를 실제로 변화시켜 준 책이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이 책 인하여 지금 꿈꾸고 있는 삶의 방향을 찾았고, 내 가치가 무엇인지 최초로 고민했고, 나와 대화하는 기술적 방법을 익힐 수가 있었다. 언젠가 이 책을 나의 언어로 반드시 정리해야겠다고 결심했었고, 그 시기가 지금 찾아와 준 것 같다.

그 동안 개인사를 작성하고, 매일 모닝페이지와 단군일지를 써 왔지만 유독 책을 읽고 리뷰 하는 일은 언제나 뒷전이었다. 주옥같이 좋은 책을 한 번 읽어보고 ‘망각의 법칙’에 내 맡기기 일쑤였다. 그런 의미에서 ‘거인’을 필두로 하여 책을 읽고 나의 언어로 정리하는 습관을 가져보고자 한다. 밑줄 그은 것을 옮겨 적는 것이 곧 리뷰는 아니다. 이 책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내 삶에 어떻게 녹일 것인지? 내가 이 주제로 책을 쓴다면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싶다. 읽고 싶은 주옥 같은 책들이 너무나 많다. 정말로 단 일주일, 단 한 달도 좋으니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책만 읽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아 정말 책 읽는다는 것이 이렇게 즐겁고 행복한 일인지 몰랐다. 언제나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던 유년시절과 학창시절의 수 많은 방학이란 시간 동안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 너무나 후회스럽다. 이미 지나간 시간은 어쩔 수 없고 지금이라도 이러한 깨우침을 얻은 것에 감사하자.

자! 개인사가 아직도 완성되지 않았다. Dead Line Effect에 의존할 것인가? 물론 스릴도 있고, 집중력도 배가되어 기한 내에 작성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 미리 쓴 글에 비해 깊이나 신중함은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거의 1년에 가까운 기간의 새벽을 이 글을 쓰는 데 할애했다. 자신의 관(觀)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마주치기 어려운 과제임은 분명하다. 언제고 나에게 주어진 질문에 반드시 답해야 한다. 지금 답하지 않으면 그 질문은 언젠가 흉악하고 무서운 괴물의 얼굴을 하고 나를 제압하려 들 것이다. 이와 관련된 멋진 말을 본 기억이 있는 데 뉘앙스만 떠오르고 정확한 문구는 생각이 나질 않는다. 개인사 작성의 6~70% 정도가 완성되었다. 조금만 더 뒷심을 발휘하자. 200일 차가 끝나기 전에 부족해도 좋으니 하나의 완결된 구성을 갖춘 개인사를 반드시 마무리 짓도록 한다. 그 동안 새벽활동이 게으르고 부족했다면 남은 시간 동안이라도 부지런하게 나의 미션을 수행토록 한다.

아직도 나는 변화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에 있다. 변화라는 것에는 정차 역이 있을지언정 결코 종지부는 없다. 죽음조차 변화의 종지부가 될 수는 없는 법. 자만과 방심이란 말 자체를 내 사전에서 삭제해 버리도록 한다. 아직도 나는 과 체중이고, 낮은 의식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갈 길이 바쁘다. 그러나 서두르지 않는다. 이 모든 것들은 자연의 법칙, 수확의 법칙을 따른다. 오늘 하루도 정성스럽고 간절한 마음으로 한 걸음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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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3 08:19:13 *.124.233.1

179일차 (11월 23일)

야근으로 인해 늦게 귀가해 수면 시간이 짧았음에도 피곤함이 덜하다. 어제부터 엔서니 라빈스의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를 다시 읽기 시작하고 있다. 지난 1년 간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해왔다. 그 후 읽는 ‘거인’은 내게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이 책을 내 삶의 바이블이라 여기고 거의 10번 이상을 읽었고, 두 번째로 이 책을 구입해 새롭게 다시 읽었음에도 나만의 언어로 정리하지는 않았다. 아마도 지금이라는 때를 만나기 위함이었을까? 새롭게 밑줄을 긋고 또 그었다. 거의 모든 줄에 밑줄을 긋는 것 같았다. 음절 하나 놓칠 새라 꼼꼼하게 읽었다. 남아 있는 20여 일 간의 새벽활동을 이 책과 함께 할 것이다. 7년 전 이 책으로 인하여 내 삶의 가능성과 방향성을 발견했었다. 지금까지 내 삶을 이끌어 준 것은 팔 할이 이 책 덕분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갑작스런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통해 내가 닮고자 하는 역할 모델도, 내가 몸담아 내 혼을 불태우고자 하는 ‘변화’라는 분야를 선택하게 된 것도 바로 이 한 권의 책 덕분이었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다.

새롭게 피어 오른 이 강력한 불씨를 꺼뜨려서는 안 된다. 이 불씨를 새로이 새벽활동과 접목 시켜 거대하고 아름다운 불꽃으로 승화시키고자 한다. 그리하여 나 스스로가 불사조가 되어 이 세상에 아름다운 불꽃의 향연을 보여주는 모습을 그려본다. 밤에 잠을 자며 꿈을 꾸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른 새벽에 맑은 정신으로 새로운 꿈을 꾸고, 지체 없이 그 꿈을 현실 속에 빚어내는 것은 자아의 신화를 찾아 떠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글을 쓸 수 있다는 그 자체가 행복이다. 이것이 오늘 새벽활동이 내게 전하는 메시지이다.

어제는 토요일 산행 후 만남을 통해 듣게 된 책을 구입했다. ‘그림자’, ‘아니마 아니무스’ 등C.G 융과 관련된 저서 4권과 데이비드 호킨스의 ‘의식혁명’을 구입했다. 주문한 책이 도착할 때까지의 기다림과 설렘은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색다른 호사 중의 하나이다. 어제 오후에 주문했으니 오늘 오전쯤엔 도착할 것이다. 짬이 날 때 책에 책 도장을 찍고, 서문과 목차 그리고 마무리 글을 살펴보며 책을 훑어보는 재미는 마치 아내와 연애할 때의 설레는 감정을 내게 가져다 준다. 그렇다 나는 지난 1년간 책과 사랑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책을 통해 사막도 건너고, 순례길도 걸으며 영웅의 여정을 함께 하기도 했고, 신화에 대하여 캠벨 아저씨와 대담을 나누기도 했고, 융 아저씨와 내면의 우주 여행을 함께 하기도 했다. 뜨거운 여름 조르바와 함께 크레타 섬으로 모험을 떠나기도 했다. 무엇보다 늘 책 속에 뵙던 사부님과 연구원들을 현실 세계에서 만나 직장에 갇혀 지내던 내가 광장으로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도 했다. 무려 5명 이상의 저자들을 만나 직접 사인을 받는 영광도 누릴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을 이루게 해준 것이 바로 내겐 책이다. 책을 통해 나는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돌아오는 주말의 소중한 시간을 가족과 함께 그리고 책과 함께 보내고 싶다는 작은 바램의 씨앗을 뿌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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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4 23:56:42 *.21.107.130
파올로 코엘료의 '순례자'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경인님께 좋은 인상을 남긴 책이라고 하니 꼭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앤서니 라빈스의 '네 안의 잠든거인을 깨워라'를 인생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준 책으로 꼽으셨네요.
무려 10번이나 읽으셨다니요 @.@
전 아직 일독도 마치지 못했는데..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에너지를 전해주는 책
그런 책을 만나고 발견하신 것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저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읽고 생각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저도 시간이 되면 또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는 책이예요. 
북리뷰 작성하는 습관이 경인님의 것이 되길 바랄게요.
우주는 우리 단군이와 함께 공명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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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5 08:39:18 *.124.233.1
고마워요 현주님! ^^
그 동안 개인적 사정으로 많이 바쁘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좋은 성과 있었길 바랍니다.
200일차 파티 때 뵐 수 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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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5 08:36:39 *.124.233.1

180일차 (11월 24일)

어제 저녁 희석 형님을 만나 저녁식사를 하고 함께 차를 마셨다. 형님과 대화를 나눈 3시간 여의 시간 후 집에 들어갈 때 기운이 쭉 빠질 정도로 형님의 이야기를 온 마음을 써 귀 기울여 듣고, 나의 이야기 또한 깊숙한 곳에 있는 모든 것을 끌어내듯 이야기 했다. 물론 형님께서 내게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계시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형님은 내가 아는 몇 안 되는 언행일치(言行一致)와 지행합일(知行合一)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사람 중 한 분이다. 그런 사람들과는 그저 함께 자리를 하는 것 만으로도 긍정적인 기운을 얻을 수 있다.

3시간 여의 시간 동안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철학과 경영의 경계를 넘나드는 무한한 지적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형님의 내공에 감탄하며,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형님은 결코 엷고 얕은 지식으로 단정짓지 않으셨다.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둔 성숙한 겸손이 뒷받침 된 자신만의 철학을 가진 사람이었다. 자극적인 말로 선동하지도 상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도 하지 않았다. 사부님과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 나이는 나보다 한 살 많지만 정신적 격차는 10살을 뛰어 넘는 듯하게 느껴졌다. 아마도 과거 10년간 풍부한 독서와 치열하고 성실한 내적 성찰이 그 바탕이 되어주지 않았을까? 지난 5년 타성에 젖어 게으르게 살아온 자신과 대조되었다. 비교 당하는 것을 싫어하지만 성장을 전제로 한 스스로 선택한 비교는 언제든 환영이다.

형님의 조언을 듣고 새벽활동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내가 선택한 분야에 대한 책을 통해 공부를 하기로 했다. 책을 읽는 일과 밑줄 그은 것을 필사하고 정리 정돈하여 그것을 하나의 성과물로 만들어 내는 작업을 하려고 한다. 만약 연구원이 된다면 이 방식이 큰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새로운 시도를 통해 그 동안의 매너리즘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통해 보다 생산적으로 시간을 보내고 싶다. 무엇보다 내가 현재 구상하고 있는 미래 직업과 천복을 모색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명기형님과 한규 형님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며 어제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형님들께서 다음 번엔 함께 만나 이야기 나누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좋은 만남은 함께 나눌수록 그 울림이 더 크게 퍼져 나간다고 믿기 때문에 12월에 형님을 뵐 때 함께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토록 해야겠다. 향기처럼 은은히 퍼져나가는 이런 만남이 나는 참 좋다. 유명하지만 오만하지 않은 늘 나무와도 같은 희석형님과의 만남은 언제나 내게 잔잔한 여운을 가져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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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5 08:37:50 *.124.233.1

181일차 (11월 25일)

나의 새벽활동은 99.9% 수준으로 전날 활동의 영향을 받는다. 늦게 잠든 횟수가 많을수록, 회사에서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을수록 새벽활동의 지속시간과 활동의 농도가 달라진다. 내가 놓치지 말아야 하는 부분은 새벽활동의 농도보다 절대적인 새벽활동의 시간이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질보다는 양이다. 여기서 말하는 양적 개념은 새벽활동의 인프라를 의미하는 것이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전날 밤을 세우거나 등등 각종 사건과 사연이 있다고 하더라도 새벽활동에 예외는 없으며 그 최소한의 기준은 4시~6시 사이의 두 시간이다. 물론 당연히 그 사이에 졸거나 씻거나 하는 행위는 새벽활동 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온전히 순수하게 글을 쓰고, 책을 읽고, 필사를 하는데 2시간을 활용해야 한다.

좀 더 엄정하게 기준을 적용하면 활동의 시작은 반드시 3시 반 이전에 시작하여 5시 반 이후에 마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물론 지각과 함께 4시 이후에 활동을 시작하는 것 또한 금기 시 할 것이다. 삶의 가치를 높이고 정신적 성장을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기대하는 기대수준이 높아야 한다. 이는 곧 떨어뜨려서는 안 되는 최소한의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지금의 나는 대가(大家)도 아니고 전문가도 아닌 그저 일개의 수련생 혹은 수행자 신분과도 같다. 비범함을 지향하는 평범한 직장인에 불과한 것이 지금 내가 있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영향력의 원’ 안에 노력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몸을 최대한 낮추고, 겸손하고 또 겸손한 마음으로 배우고 또 배우고, 익히고 또 익히는 일이다. 그렇게 하루에 최소한 2시간 이상의 수련을 통해 10년을 내다보고 정진 또 정진하는 것이다.

앞으로 내가 맞이할 10년의 시간은 지구력이 떨어지고 인내심이 약한 나에게는 너무도 괴롭고 힘든 시기가 될지도 모른다. 인생은 철저하게 자연의 법칙을 따른다. 행운이란 게 따라주면 좋겠지만 언감생심(焉敢生心) 애당초 그런 요행 따위는 바라지 않는다. 정직하게 씨앗을 뿌리고, 김을 매고, 벌레도 잡아주고, 뜨거운 뙤약볕 아래 땀을 흘리며 정성껏 가꾸고 또 가꾸어 노력한 만큼의 결실을 얻을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여러 번의 순환을 통해 나는 나선형의 성장을 이루어 나갈 것이다. 자연의 섭리, 땀의 가치를 아는 농부의 마음으로 내 마음의 텃밭을 정성껏 가꾸어 나가는 것이 내가 정말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천복의 커다란 원형이 아닐까? 그 속에서 구현되는 구체적인 일상이 곧 나의 천직이 될 것이다.

아직까지 그림이 명확하지 않다. 그 의미 또한 사변적이고 관념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내 사고의 방향인 직관(N)을 통해 큰 숲을 보았다면 감각(S)을 통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어떤 색으로 채색할지 결정하고 곧 바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결국 모든 것은 실천, 행동으로 판가름이 난다. 스킬, 전략 등 아무리 이론에 능하다 하더라도 행동이 없으면 그것은 속 빈 강정일뿐이다.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가장 어렵다. 앎과 행동의 연결고리를 발견할 수 있는 열쇠는 지금 당장 옮기는 내 작은 행동에 있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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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6 04:32:04 *.109.52.122
항상 온화하신 명희 누님! ^^
고맙습니다. 저도 누님 뜰에 놀러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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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
2010.11.25 16:15:08 *.92.209.100
경인님!
좋은 글, 저에게 필요한 것 같아서 허락도 안받고 미리 퍼갔습니다.
앞의 부분에도 한 두어군데 퍼가고 싶은 구절이 있었는데요. 나중에 또 퍼가도 되지요?
퍼간 후에 거울삼아 자꾸 들여다보려구요.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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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6 04:28:22 *.109.52.122

고마워 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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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5 18:54:33 *.194.24.74
경인이오빠.jpg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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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그의 글이 없다
내 컴퓨터가 잘못된 것일까?
하하하..

101107 경인이오빠가 지각한 어느새벽

저번주 북한산 내려와서 얘기하는데 다들 오빠 지각한 그날,
서로 자기 컴퓨터를 의심했다고 하는데 왜그리 웃음이 나겠어요.
기계를 의심했다고 하니 다들.

오빠?
오빠는 힘들면 쪼콤은 힘들어해도 될거 같아요.
오빠가 만약에 힘들다고 하면,
힘내세요~~~~ 라는 말대신
음.
에너지바, 에너지음료, 에너지 글 등의 힘을 제가 드리도록 할께요.

오늘하루도 마무리 잘하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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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1.25 09:17:38 *.93.117.150
경인아 아침마다 문자 친절하게 맞아주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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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6 09:23:23 *.124.233.1

182일차 (11월 26일)

매일 두 가지 세계를 경험하고 있다. 새벽에는 엔서니라빈스를 만나 내 안에 잠든 거인을 깨우는 법을 배우고, 저녁에는 C.G 융을 만나 분석심리의 세계를 탐험하고 있다. 변화심리와 분석심리 모두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관심을 갖게 된 분야들이다. 거인은 이미 여러 차례 읽은 책이지만 다시 읽어도 토니의 천둥 같은 울림은 변화를 향한 나의 열망에 엄청난 힘을 불어 넣어준다. 한 구절 한 구절이 가슴 속에 아로새겨 진다. 이부영 교수님의 ‘분석심리학’은 딱딱한 대학교재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좌우, 위아래, 앞뒤 전 방위에서 나를 무찔러 들어온다. 정말 마음 같아서는 연차휴가를 내서라도 이 흐름을 타 몰입에 몰입을 경험하고 싶다.

오늘은 양평에 내려 가는 날이라 차를 가지고 나와야 해서 평소보다 일찍 집에서 나섰다. 회사에 도착하니 아직 7시가 되지 않았다. 일과를 시작하는 8시 반까지 무려 1시간 반이나 남아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다. 온전히 책에 몰입했다. 예전엔 책에 나오는 실천지침을 그냥 읽기만 하고 건너 뛰었는데, 이번에는 한 단계 한 단계 모두 꼼꼼히 작성하고 넘어 갔다. 그리고 다음 번에 다시 돌아와 보완하고 업그레이드 시켜야겠다고 다짐했다. 아마도 지난 7개월의 시간 동안 강도 높은 자기 탐색으로 단련된 정신적 근육 덕분이리라. 갑자기 사부님의 필살기에 나오는 실천지침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하다 만 체로 방치해 온 것이 마음에 걸렸다.

책에다 한 줄 한 줄 밑줄을 그으며 몰입했을 때의 성성한 느낌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가 없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배우고 익힌다는 것이 이런 기쁨을 준다는 사실에 새삼 가슴이 벅차 오른다. 이렇게 배우고 익히는 과정을 거듭하다 보면 나만의 이론, 나만의 모형, 나만의 사상도 언젠가는 가능해 지리라. 그 언젠가를 가까운 시기로 끌어오고 궁극적으로는 바로 지금 이순간으로 가지고 오는 것이 내가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매일의 새벽수련을 거듭하는 목적이기도 하다. 담배에 찌들지 않고, 덕지덕지 붙은 몸의 기름 덩어리를 떨쳐낸 후 경험하는 성성한 몰입의 체험. 이 순간을 각인하고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언제나 나를 응원해 주시는 명희누님께서 볼품없는 나의 글을 퍼가셨다고 댓 글을 남기셨다. 나로서는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적어도 나를 제외한 누군가의 마음에 미약하지만 작은 울림을 안겨주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꼈다. 바로 이거다. 아주 작지만 내가 궁극적으로 찾고자 하는 나의 보물의 원형을 얻은 셈이다. 이 기쁜 감정상태로 나는 오늘 하루 행복의 양식을 모두 얻은 셈이다. 부디 오늘 하루 조직에 대한 나의 은유가 노예의 삶을 종용하는 억압자가 아니라 밥까지 주어가며 배움과 익힘을 선사해 주는 근사한 현장이자 학교라는 은유가 되길 소망한다. 매 순간 살아있음에 대한 경험으로 하루를 가득 채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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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
2010.11.26 20:59:42 *.92.213.166
회사를 "밥까지 주어가며 배움과 익힘을 선사해주는 근사한 현장"으로 끌어안을 수 있게 되어서 참으로 다행입니다. 글 마저 퍼갔습니다. ^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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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1.26 22:08:04 *.180.75.152
경인아 이부영샘의 분석심리학 만만한 책이 아니지
나도 다시 읽어볼테야.
요즘 융의 어린시절을 만나고 있는데 잘 넘어가지 않어 몰입이 안되어서 그러나봐
암튼 경인이 홧팅! 나두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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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7 08:50:26 *.68.192.172

183일차 (11월 27일)

어느덧 11월 한 달이 다 지나가고 있다. 바로 며칠 전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며 가을의 정취에 흠뻑 젖은 것 같은데 말이다. 지금 창 밖으로 하얀 첫 눈이 내리고 있다. 예전만큼 심란하지는 않다. 감정이 무디어져서 그런 것일까? 밖에 나가 신나게 눈을 맞던 아이 같은 호들갑이 그리워진다. 새벽의 모닝페이지가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듯 하다. 모닝페이지는 의식 속의 자아 혹은 센서가 나의 마음을 통제하기 전에 써야 제대로 된 휘갈김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출석체크와 출석 글을 쓰고 돌아오면 어느 새인가 나의 마음은 각성되어 의식의 통제하에 있다. 본래 모닝페이지의 특징상 어떠한 형식에도 구애 받지 않고 거침없이 쓰는 자유로운 글이라고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아주 조금 남아 있는 꿈에 대한 기억과 아직은 닫히지 않은 살짝 열린 무의식 문 틈으로 그 안의 세계를 들여다 보는 것이다. 이 역시 나의 게으름 탓이다. 알람에 의지하여 일어나기에 급급하고 일어나서 시간에 맞추어 출석 체크하느라 허둥대다 보니 그러한 것이다. 조금만 더 일찍 눈을 뜨면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조금씩 내리던 눈이 어느새 함박눈이 되어 내리고 있다. 올 겨울의 첫눈이 함박눈이라. 가슴 설레고 정겹다. 같은 하늘에서 내리는 수분성분이지만 비와 눈이 한 사람에게 주는 정서적 의미는 이렇게도 다르다. 이 순간 하늘에서 내리는 눈꽃송이를 보며 인간은 결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면만 가지고서는 결코 판단할 수 없는 아주 감성적인 존재임을 확인한다. 아마도 내가 융이 말하는 ‘혼이 있는 심리학’에 끌리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인 것 같다. 하늘을 온통 하얗게 뒤 덮던 눈꽃송이가 어느새 사라졌다. 켐벨이 말하는 천복, 살아있음에 대한 경험을 느끼는 것은 글을 쓰느라 놓쳐버린 자연이 나에게 선사해준 아름다운 풍광을 놓치지 않는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한 번 지나간 시간은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마치 무한한 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착각 속에 지금이라는 이 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고 있다. 삶과 시간에 대한 나의 관점과 태도의 변화 없이는 결코 뼛속까지 스며든 타성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 겨울 옷을 벗은 나무의 수척해진 차가운 몸을 어루만지며 위로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내가 위로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내 너처럼 참고 견딜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지 묻고 싶다. 갑자기 겨울의 두물머리가 떠올랐다. 그곳의 한 오라기 걸치지 않은 느티나무와 은행나무, 플라타너스 나무를 떠올렸다. 자연스레 조지 윈스턴의 Thanks Giving과 Moon이 떠올랐다. 항상 메말라있던 내 눈가에 촉촉한 수액이 차오른다.

결혼생활이 내게 어떤 의미를 가져다 주는지 생각해 본다. 조셉 캠벨은 ‘결혼은 상대에게 나를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와 나의 관계에 희생하는 것이다.’ 라는 말을 했다. 아주 조금씩 그 말의 의미에 대해 알 수 있을 것 같다. 성숙한 관계에 이르는 길 또한 요행은 없다. 결국 모든 아름다운 꽃과 열매는 참고 견디는 인내가 빚어낸 산물이라 여겨진다.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두물머리에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에게 직접 가서 물어봐야겠다. 내 생각이 정말 맞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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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8 08:28:21 *.109.54.251

184일차 (11월 28일)

2시간여의 중랑천 산책을 마치고 돌아왔다.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씨였다. 2주전 대충 차려 입고 나갔다가 낭패를 보았고 일기예보에서 많이 추울 것이라 예보를 한 덕에 든든하게 무장하고 길을 나섰다. 생각보다 심하게 춥지는 않았지만 얼어 있는 중랑천을 보니 추운 날씨임이 분명했다. 휴대폰으로 보니 영하 7도였다. 계곡 풍처럼 중랑천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바람에 얼굴이 어는 듯했지만 곧 괜찮아졌다. 지난주와 같은 길을 거닐었지만 걷고 있는 나는 이미 지난 주의 내가 아니다. 지난주와 같은 생각을 하고자 하는 매너리즘에 빠질 것 같아 그저 마음을 놓아버리라고 주문했다. 꿈도 희망도 목표도 관계도 집착도 모두 놓아 버리고 그저 마음이 흘러가는 모습을 지켜보라고 이야기했다. 물론 온갖 번뇌 망상이 생각의 빈자리를 파고들었다. 그 생각마저 그저 지켜보기로 했다.

그저 관념적인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일 주일에 한 번 나서는 이 산책길을 통해 나는 나 자신과 만난다. 페르소나를 거쳐 자아와 만나고 자아를 지나 나의 어두운 그림자를 만난다. 그림자를 벗어나면 어느새 때로는 여신의 모습을 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마녀의 가면을 쓰기도 하는 나의 아니마와 대면한다. 아마도 융에 대한 공부를 하다 보니 머릿속에 떠오르는 온갖 생각들을 융의 이론에 끼워 맞추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이런 모형과 가설을 내 사유에 적용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에 합치되어 가고 있는 내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그가 평생을 바쳐 치열하게 탐색한 자신의 내면의 세계에 대한 통찰에 비하면 아주 조그맣고 작은 내 성찰이 부끄럽긴 하지만 모든 위대한 통찰은 바로 이 작은 것에서부터 비롯되었음을 알기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규칙적인 호흡이 익숙해졌다. 네 걸음에 한 숨을 네 번으로 나누어 들이 마시고, 또 네 걸음에 한 숨을 네 번으로 나누어 내쉰다. 허벅지의 군살이 빠지고 근육이 탄탄해 지고 있음이 느껴진다. 내 몸의 군더더기가 이 호흡을 통해 태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이 호흡과 함께 온갖 생각이 떠오르고 가라 앉기를 반복한다. 내게 있어서 걷기가 이 정도의 능동적 명상이 되어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희열이 이 추운 겨울 새벽 따뜻하고 포근한 이불 속을 박차고 나오게 만든 위대한 힘이다. 새벽에 얻을 수 있는 이 산책만큼은 어느 누구에게도 양보하고 싶지 않은 나만의 시간이다. 예외를 두고 싶지 않다. 이 시간에 등산을 하는 것도 생각해 보았다. 2시간 이상의 시간이 걸리겠지만 정말 해보고 싶다. 눈이 내려 입산이 어려워지기 전에 꼭 한번 도전해 봐야겠다.

예전엔 이런 걷기나 산책이 에너지 소모적이란 생각에 시간이 남으면 해야 하는 조금은 사치스러운 것이라 여겼었다. 그러나 지금은 새벽의 걷기가 한 주간 동안의 나의 에너지와 활력을 채워주는 충전기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두려움. 바로 그 두려움이 문제다. 해보지도 않고,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고, 추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막상 나서고 나면 그러한 것들은 아무것도 아니다. 마음 속에서 웅성거리는 나약하고 비겁한 무리들의 두려움이 우리가 행동과 실천하는 것을 언제나 가로 막는다. 그 웅성거림을 음소거 시켜 버리고 그냥 지체 없이 나서야 한다. 3주 연속 새벽 순례 길을 걷는 데 성공했다. 앞으로 이 시간이 없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즐거운 웃음이 나온다. 오늘 오전엔 집안 환기를 좀 시키고 청소를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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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9 08:22:53 *.124.233.1

185일차 (11월 29일)

3시 반에 알람 소리에 일어나 PC를 켰다. 어제 마신 와인 때문인지 머리가 지끈거리고 으스스 하다는 생각에 잠시 눈을 감았다 뜨니 4시 5분이 되어 있었다. 서둘러 출석 글을 남기고 거침없는 글을 썼다. ‘관계’라는 화두는 모닝페이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주제 중 하나이다. 아내와의 관계, 부모님과의 관계, 직장 내 관계, 뜻을 함께 하는 사우들과의 관계 등 관계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싶을 정도로 언제나 내 생각은 관계라는 화두를 달고 살아가고 있다. 예전에 읽었던 법정스님의 글 중 스님께서 어떤 경전에서 따오신 경구가 생각난다. ‘있음으로 해서 즐거움이 생기지만 바로 거기서부터 고통과 집착이 비롯되고, 없음으로 해서 고통과 집착이 없지만 아무런 즐거움도 없다.’ 상계처리를 하고 나면 같다는 의미일까?

어제는 아내를 데리러 처가에 갔다가 깜빡 잠든 것이 5시간 이상을 잤다. 아마도 지난 2주간 밀린 잠을 한꺼번에 잔 것 같다. 자고 일어나니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원래 계획은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는 것이었지만 좀 쉬고 싶다는 몸의 신호에 충실한 건 참 잘 한 일 같다. 오후에는 집에 들렀다 아내와 함께 겨울 옷을 사기 위해 쇼핑몰을 찾았다. 갈 때마다 느끼는 바지만 옷 값이 왜 이렇게 비싼지 모르겠다. 가격에 대한 체감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고 물가에 대한 감각이 떨어지는 내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옷 값에 너무나 많은 거품이 들어 있는 것 같아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어젯밤에 마신 와인의 여파로 머리가 개운하지는 않았지만 지하철에서 몰입하여 ‘거인’을 읽었다. 나에게는 지하철이 최고의 도서관이다. 출근 할 때 40분, 퇴근 할 때 40분. 합이 80분. 약 1시간 반 정도의 독서가 나의 지적 성장을 위한 양식이 되어준다. 왕복 2시간~3시간 정도면 꽤 많은 양의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지금 사는 곳보다 더 먼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많다. 실제로 지금 살고 있는 곳은 마들역 부근인데, 도봉이나 의정부 쪽으로 이사를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아직 아내의 동의를 얻어내진 못했다.

출근을 하고 난 후 책상을 닦고 정리정돈 한 후 차를 내려 마셨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 중 가장 여유롭고 마음이 성성해 지는 시간이다. 차를 즐겨 드시는 상무님께서 쓰시는 것을 보고 금연 100일 기념으로 인사동 가서 2만 8천원을 주고 산 간편 다기가 안겨주는 가치는 금액으로 따지기 어렵다. 물론 지금도 차 맛을 아는 것은 아니지만, 처음에 그저 우려 먹는 것도 신기해 하던 수준에 비하면 맑고 향기로운 다향(茶香)을 느끼게 된 지금 차를 대하는 수준이 아주 조금은 높아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청담역에서 회사로 걸어오는 동안에는 주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새벽활동을 어떻게 실생활에 접목시킬지에 대한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 본다. 물론 아직까지 아이디어 수준들에 머무르고 있지만 꾸준한 고민을 통해 숙성을 거듭한다면 언젠가는 알을 까고 부화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창의성이라는 것은 전혀 새로운 개념과 생각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 생각을 새롭게 조합하여 다른 개념과 의미를 발견하는 것도 창의성이 될 수 있다. 자! 나는 오늘 하루 동안 어떻게 하면 새벽활동을 회사라는 현장에 좀 더 많이 접목시킬 수 있을까? 결국 내게 일어나는 생각과 경험을 능동적으로 해석하고 조작하는 적극성이 원하는 결과에 좀 더 빨리 도달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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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30 08:21:20 *.124.233.1

186일차 (11월 30일)

“감정은 행동에 의해 창조된다.” 오늘 아침 지하철에서 읽은 ‘거인을 깨워라’ 에 나오는 내 마음을 무찌르는 글귀였다. 다시 말해 우리가 느끼는 수많은 모든 감정들은 우리 행동으로 인해 생기는 결과란 의미와도 같다. 청담역에서 회사로 걸어오는 20분 내내 이 말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또한 엔서니 라빈스는 “만일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앞으로 1주일 동안 하루 다섯 번씩 입이 찢어지도록 크게 웃으며 거울을 보라.”고 주문한다. 그래서 걸어오는 동안 혼자 미친 놈처럼 크게 깔깔거리며 웃었다. 웃다가 누군가 가까이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표정을 감추었다. 언젠가 어떤 책에서 ‘행복해야만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면 행복해 지는 것이다.’ 라는 구절을 읽은 기억이 났다. 생각이 꼬리를 물어 언젠가 따뜻한 봄에 법정(法頂)스님께서 길상사에서 법문을 하실 때 ‘봄이 와야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니 봄이다.’ 란 말씀을 하셨던 기억도 덩달아 났다.

그렇게 웃고 나니 그 동안 내가 얼마나 심각한 표정을 살았는지 새삼 느껴졌다. 언젠가 수희향 누님께서 ‘우리는 좀 진지한 편이라서 경직된 부분을 조금 부드럽고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어요.’ 라고 말씀해 주셨던 기억이 났다. 나의 그런 진지함으로 늘 내 몸의 근육은 단단하게 굳어 있었고, 언젠가부터 내 눈매도 어릴 때와는 다르게 많이 날카로워진 것 같다. 마흔 이후가 되면 그 동안의 삶이 얼굴형태에 드러나고 바뀌기 어렵다고 하는데, 30대 초반에 이러한 각성을 하게 된 것을 다행이라 여긴다. 물론 언제 어디서든 세파가 스며들어 내 삶을 찌들게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때조차도 하늘을 보며 바보같이 크게 웃으리라! “하하하!”

걸으면서 동시에 웃는 능동적 신체적 행위는 운동효과와 더불어 내 삶을 더 밝게 해주는 따뜻한 햇살과 같은 작용을 할 것이다. 금연, 체중감량, 식습관 조절, 운동, 새벽활동 등 나의 내외적 변화들이 대부분 올해를 계기로 시작되었다. 적어도 1년은 지나야 습관 비슷한 것이 형성이 되었구나 라고 여기고, 3년은 되어야 다른 사람들에게 ‘제 습관입니다.’라고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고, 5년, 10년이 되면 말이 필요 없는 당연한 삶의 양식이 될 것이라 여긴다. 즉 아직 어설픈 단계이니 방심도 자만도 모두 금물이라는 이야기다.

오늘부터 내가 정말 다섯 번 크게 웃었는지 수첩에 기록해야겠다. 계속해서 기록하는 것은 지속적 변화관리의 핵심이다. 사람의 기억력의 리소스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필히 기록의 힘을 빌려야 한다. 기록을 통해 수시로 자극과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다. 또한 변화에 대한 자신의 역사를 기록할 수 있는 사료로써의 기능도 수행한다. “기록하지 않으면 잊혀진다.” 적어도 나에게 이 말은 절대 진리와도 같다. 자! 오늘 내가 세운 새로운 목표! 스스로 많이 웃고, 그 웃음이 사람들로 하여금 “항상 웃는 얼굴이라 참 보기 좋아요.” 라는 말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오늘 하루 새로운 목표를 향해 새로운 한걸음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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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y74
2010.11.30 09:42:04 *.218.163.100
항상 곁에서
건전한 유쾌함을 전달하는 레족장이 되고 싶습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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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1 08:18:24 *.124.233.1
이미 형님께서 그렇게 공헌해 주고 계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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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1 08:15:14 *.124.233.1

187일차 (12월 1일)

12월이다. 12월은 1년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달이다. 내가 세상에 태어난 달이고, 하얀 함박눈을 상상하기 가장 좋은 달이고, 크리스마스가 있는 달이고, 조지윈스턴의 ‘December’ 앨범을 듣기 가장 좋은 달이다. 무엇보다 한 해가 가장 무르익는 달이다. 그렇게 12월은 추운 겨울 날씨와는 다르게 내겐 포근하고 따뜻한 달이다. 길가에 서 있는 가지만 남은 메마른 가로수 조차 감싸 안아주고 싶은 그런 달이다.

어젠 드디어 10kg 감량이란 목표를 달성했다. 원래 12월 14일까지 달성하려 했는데 보름이나 당겨서 달성했다. 14일까지 추가로 2kg 더 감량하기로 목표를 상향조정 했다. 그렇게 올 한해 총 12kg 감량에 성공하고, 내년 한 해는 추가로 5kg 감량하여 정상체중으로 진입하는 것이 목표이다. 3년 동안 추가적으로 3kg 감량하여 요요 현상이 찾아오지 않도록 체중을 유지한다. 굶기만 해서 체중을 감량시키는 것은 단기적인 효과밖에 없다는 것은 이미 수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절절히 깨달은 바가 있다. 또한 나의 궁극적인 목표는 체중감량이 아닌 정상체중을 회복하여 건강한 신체를 가꾸는 데 있다. 뼛속까지 스며든 식습관의 개선과 운동의 생활화만이 장기적으로 건강해 질 수 있는 비결이다.

참! 그리고 또 하나 아주 중요한 요소가 있다. 몸에 대한 은유를 바꾸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 ‘거인’을 통해 좋은 은유 하나를 얻은 바 있다. ‘영혼이 머무는 사원’이란 은유가 바로 그것이다. 사원(寺院, Temple)은 향 내음이 나는 신성하고 맑고 향기로운 곳이다. 그런 사원을 담배 냄새와 니코틴, 타르로 누렇게 찌들게 만들 수는 없다. 또한 그곳에 지글지글 타오르는 고기와 비계 덩어리를 덕지덕지 붙여 놓을 수는 없다. 나를 변화로 이끈 강력한 지렛대는 ‘맑고 향기롭게 살아가겠다’ 라는 나의 가치관이다. 이 가치관이 순간적인 쾌락이란 가치관 보다 언제나 위에 있었기 때문에 담배를 피울 때마다, 기름진 음식을 먹고 과식을 할 때마다 나는 수 많은 내적 고통에 시달렸다. 지금까지 수 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한 끝에 아주 미약하지만 작은 목표를 달성했다. 물론 자만하고 방심한다면 다시 과거의 삶으로 복귀하게 될 것이다. 삶의 기준점을 높이고 그것을 체험한 지금 결코 과거로 회귀할 수는 없다.

건강을 위한 가치에서 지금 빠져 있는 것이 있다면 바로 ‘적당한 수면’이다. 지금 나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5시간 정도이다. 여러 연구결과가 충분하지 못한 수면이 건강을 해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새벽활동을 고수하면서 적당한 수면시간까지 지켜내기 위해서는 저녁시간을 보다 엄격하게 보낼 필요가 있다. 하루 중 가장 힘겨운 시간이 바로 저녁시간이다. 새벽부터 사용한 에너지가 모두 소진되고, 하루의 피로가 누적되며, 배고픔이 몰려오고, 술 한잔이 생각나기도 하고, 감정이 북 받쳐 오르기도 한다. 새벽활동과 건강이 오래도록 함께 롱런 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 저녁활동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다. 앞으로 두고두고 벤치마킹과 시행착오를 통해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이다.

청담역에서 걸어 오면서 김원준의 ‘Show’, 황규영의 ‘나는 문제없어’, NEXT의 ‘해에게서 소년에게’,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을 들었다. 나 자신을 위한 응원가들이다. 나를 동기부여 해주는 코치가 언제나 옆에 있어준다면 좋겠지만 그건 말 그대로 언감생심(焉敢生心). 그렇다면 스스로에게 팡파르를 울려주고,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쳐주고, 응원가를 부르고, 개선 행진곡을 들려주며 기운을 북돋아 주어야 한다. 누가 그런 감정을 만들어 주길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그런 감정을 창조하라. 우리의 두뇌, 그리고 무의식의 세계는 그 어떤 감정도 창조해낼 수 있다. 이게 요즘 내가 배우고 있는 것들이다. 자! 오늘 하루도 천복을 향해 진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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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2 09:10:25 *.124.233.1

188일차 (12월 2일)

어제 저녁 운동 등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아서 9시 반 경에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2시에 눈을 떴다가 다시 잠들어 3시 40분에 일어나 새벽활동을 시작했다. 컨디션이 좋았다. 역시나 새벽활동의 농도는 충분한 수면 량과 비례하는 것 같다. 충분한 수면 량은 전날 저녁 활동 내용과 상관관계를 가진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이에 대한 실측 연구를 해도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새벽활동 시간과 출근 시간에는 ‘거인’을 읽고, 저녁 퇴근 시간에는 ‘분석심리학’을 읽는다. 관점은 다르지만 두 책 모두 인간의 마음을 향한다. 또한 둘 모두 ‘변화’와 ‘성장’을 지향한다. 두 권의 책이 내 마음 속을 너무나 많이 무찔러 들어와 한 페이지의 반 이상 밑줄이 그어져 있다. 나중에 필사를 할 때 두 손이 꽤 애를 먹겠지만 한 문장 한 문장이 추후 나만의 Contents가 되어 좋은 인용문 혹은 좋은 아이디어가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질문이 답을 만든다.’ 오늘 새벽활동과 출근 길에 읽은 부분이다. 결국 우리가 하는 모든 생각은 질문에 대한 답이다. 한시도 나의 머릿속은 조용히 하지 못하고 갖가지 생각들로 북적거린다. 수 많은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으로 시끌시끌하다. 오가는 질문들의 대부분은 기억되지 못하는 무의식적인 질문들이다. 그런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이 생각을 이루고 그 생각이 나의 감정을 자아낸다. 나 자신에 관한 질문, 관계에 관한 질문, 회사업무에 대한 질문 등 매일 습관적으로 이어지는 무의식적인 나의 질문이 나의 감정을 만들어 온 것이다.

그 동안 지독하게 나를 괴롭혀온 ‘새벽활동과 회사업무에 대한 교차점 찾기’란 과제에 대한 실마리를 얻은 셈이다. 부정적 질문을 하면 부정적 대답만이 돌아온다.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정말로 그 동안 부정적인 질문만을 해 왔다. 가정의 효과를 통해 이미 나는 부정적인 결론을 가지고 질문을 던져왔던 셈이다. ‘아무리 찾아도 새벽활동과 지금 하고 있는 업무와 교차점이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에는 이미 지금 업무에서는 전혀 얻을게 없다는 가정이 깔려 있다. 더 개선안을 찾아봐야 소용이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질문인 셈이다.

엔서니 라빈스는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가 던지는 질문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제대로 묻지 않은 질문도 포함한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이야기 한다. 그 동안 의식하지 못한 채 스스로에게 던진 무책임한 질문을 찾아내어 의식화 시키고 그 질문을 멋지게 변화시켜 나를 부정적 에너지로 몰아가는 감정의 폭풍에서 벗어나 풍요로운 에너지로 가득한 곳으로 이끌어 가고자 한다. 지금 당장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부터 시작해야 할까? 좋다! “나는 오늘 무엇을 배울 것인가?” 이 질문으로 오늘 하루를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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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3 08:56:47 *.124.233.1
고마워요 누님! ^^*

저도 꿈벗 소풍 때 누님과 같은 느낌이었어요!
저만 그런게 아니었나봐요~^^
정말로 그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 장이 형성되었었나 봐요!

저는 아마 평생 동안 2010년이란 올 한해를 결코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제 삶의 '터닝 포인트' 라고 이제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요! ^^

누님과 함께 이곳이 모든 분들이 아주 먼 미래 '전설의 영웅'으로 기억되는 것이
결코 꿈이 아니라고 믿어요.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누님.. ^^

제 생일은 12월 12일이에요 누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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