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단군의

/

300일+

단군의

  • 이국향
  • 조회 수 9051
  • 댓글 수 250
  • 추천 수 0
2011년 8월 21일 18시 51분 등록

[다시 쓰는 500일차 출사표] 자유롭게 그러나 치열하게 사랑하며

 

우리는 수많은 선택의 숲에서 자신이 가야 할 길이라 판단한 길을 찾아 걷고 있다. 그 숲 속에 갇혀있거나 미처 그 숲을 헤쳐나오지 못했을 때, 우리가 가지는 절박함이나 간절함은 얼마쯤 우리 눈을 가리기때문에 냉철한 판단을 하지 못한채 순간의 선택이 최고의 선택임을 굳게 믿어의심치 않게 되는 것 같다. 그 힘든 순간을 견디겠다고 생각한 그 순간에도 자신의 운명이나 삶과 정면으로 부딪힐만한 용기가 부족한 자에게는 보이지 않는 눈가리개로 작용하는 것이 자신의 생각이라는 걸림돌이다.

 

용기있는 행동으로 삶을 꾸려가는 자보다는 생각이 흔한 나 같은 사람은 매우 경계해야할 것이 편견이나 고정관념 혹은 판단이 절대적이며 최선이자 최고의 것이라 믿는 오만하고 가벼운 생각이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수련해야하는 것이 생각 이면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며, 자문하고 나를 들여다보고 또 저 깊은 곳에 잠자고 있을 날 것 같은 나와도 마주 대하려는 용기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때로는 멀리 떨어져 내 모습을 보려 노력한다. 그럴 때 보이는 모습은 생각과 판단의 숲 속에서 길을 내며 걸어갈 때와는 또 다른 눈에 비친 모습이다. 들여다보면, 나는 여러 모습으로 거기 있었고 여기 있다.

비가 억수로 내리붓던 지난 여름날 사부님께서 내게 주신 말씀이 있다.


"국향에게

 

어디에 있던

있는곳이 신이

있으라 한  곳"

 

그 때만 해도 사부님이 나를 위로하시기위해 주신 말씀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사부님은 아직 나를 잘 모르신다고 여겼다. 어떤 부분 맞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걸어온 뒷모습을 보면서 내가  왜 여기에 있어왔는지 있는 것인지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야할 때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가고 싶은 곳이 저기인데 가지 못해 여기 있다고 생각했고, 언제든 때가되면 건너 갈 것이며, 또 갈 준비를 착실하게 해와 이제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건너가면 된다지만, 정말 진지하게 내가 여기 서 있게 된 필연적인 운명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생활에 함몰되어 자신이 서 있는 공간을 어떻게든 탈출해보고자 하는 욕망이 컸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되짚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내 마음은 거기 있을까?

 

다시쓰는 500일차, 천천히 자신을 돌이켜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더 단단하게 나를 다져나가는 시간으로 삼고싶다. 헤어지고 만나며, 또 떠나고 되돌아오는 것이 우리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며 여기 이 땅에 서 있는 내가 할 일을 생각해보면 좋겠다.

 

언제든 후회않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지나 이 세상을 등지면서 후회할 것 같은 일은 하지 않으려 했다. 최고로 살지는 못했지만, 평범한 내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나'임을 잊지 않고 살려했고 '나'를 사랑하며 살고 '나'로서 살며 본디 내가 타고난 '나'의 모습으로 살려 애썼다. 그리고 지나온 시간 속의 나는 충분히 아름답다.

 

아름다운 모습이 있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지독하게 슬펐고 외로웠고 그러면서 성장하고 노력했고 공부했고 싸웠고 또 사람들을 만나 사랑하고 또 실패하며 세상을 알아왔기 때문에, 충분히 아름다운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인간이라면 응당 마주하게 될 그 어떤 감정들을 마주하며 피하지 않고 느껴왔기에 아름다운 삶을 살았다 생각하는 것이다.

 

그 무엇이 되려는 마음에서 벗어나게 된 것, 아름다운 일이다. 그 무엇이 되려 노력하기보다 '나'의 모습으로 살기위해 겁나는 온 세상과 마주치는 것, 두렵지만 또 나를 그 속에 서게 만드는 것, 이런 시도가 더욱 나를 사랑하고 자유로운 사람으로 단련시켜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기에 충분히 아름다운 것이다. 

 

내게 있어 그 무엇이 어떠해야 한다는 마음, 집착 혹은 고집, 또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그런 절대적 가치...같은 것들에 대한 봉인이 풀리면서 많이 자유롭고 여유로워졌다. 그러나, 꼭 어떠해야한다는 마음은 거두었으나 이 세상에 던져진 '내'가 어떠한 모습으로 존재하다 소멸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은, 단순해진 내 삶에 있어 화두가 될 수 밖에 없다.

 

생각하고 생각하다보면 현재 내가 서 있는 곳,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내가 발딛고 서 있는 여기가 중요한 것이고, 어제의 그 자리가 나에게 얼마나 중요했던 자리이며 있어야 할 자리인지 비로소 보게된다. 어제의 나는 사라지고 새로운 내가 서있어야 할 자리 역시 여기인지 아닌지는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가 그려가는 그림 속에 담겨져 나올 것이다.

 

사부님이 내게 던지신 그 말씀.

있는 곳이 신이 있으라 한 곳의 의미를 더 곰곰히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마음 먹는다.

사랑하며 살리라. 그냥 그저 있는 것과 맞추는 것이아니라, 가슴을 열고 사람을 마주하고 일을 마주하고 관계를 마주하면서 사랑하며 살리라. 과하지는 않으나 열린 가슴으로 그렇게 나에게 다가오는 것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따스하게 바라볼 수 있는 가슴을 만들도록 해야 하리라. 

 

어쩌면 보다 인간답게 살다가야한다는 아픈 가르침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를 사랑함을 넘어 타인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지 자문해보라는 귀한 메시지 일 수도 있다. 나를 사랑하는 방편으로 남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타인을 그대로 가슴에 품을 수 있느냐는 자문 말이다. 그리하여, 온전한 '나'는 어떠해야 하는지 다시 되짚어보라는 말일 수 있는 것이다.

 

이 땅에 이 모습으로 이렇게 살아가는 이 순간이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그러므로, 고통속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 손을 잡고, 깊고 행복한 일상으로 건너오도록 안내하는 것, 그것이  이렇게 기쁘고 황홀한 일일 수 밖에 없는게 아닐까.

 

나날이  더 깊어지고 더 넒어지고 더 조용해지고 더 가벼워지며 더욱 더 환해지고 싶다. 나도 그렇고 타인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다시 한 번 시작해본다. 이젠 더 자유로우나 더 치열하게 사랑하면서.......

 

 

 

활동기간 :  2012 3월 5일(금)~ 6월 12일

활동시간 :  4시 30분~6시 30분

주된활동 : 다양한 분야에 대한 독서활동

 

500일차 목표 : 다양한 분야에 대한 독서활동을 통해 깊고 넓게 살고 세상과 나를 알아가기

 

500일차 세부 목표
1. 주 1회 한 권의 책을 읽는다.

2. 주 1회 읽은 한 권의 책을 필사한다.

3. 주 1회 한 꼭지의 글(칼럼이나 여행기 메시지 등)을 쓰고 블로그나 일지에 올린다.

 

잘 지낸 나에게 주는 상
1. 여름방학, 원하는 곳으로의 여행
 

 

********************************************************************************

 

 [500일차 출사표]

500일차를 시작하는 마음? 그리 거창한 구호도 다짐도 필요치 않음을 느낀다. 단지 내가 원하는대로 내가 하고자하는대로 내가 필요로하고 해야하는대로 그리 살리라 생각해본다.

 

굳은 각오도 필요치 않을만큼 마음이 이리 평온할 수가 없다. 해야 할 일은 산더미다. 그러나 그 일들이 나를 위협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일이 기다려주어 즐거운 마음도 생긴다. 그 일을 하면서 나는 누구를 만나고 어떤 관계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며, 또 무엇을 배울 수 있을 것인가?

 

분명 내 부족함이 드러날 것이며, 팽팽한 긴장감과 불안감과 초조함도 경험해야 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삶이란 것이 그 모든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축제의 장이 아니던가?

 

내게 오는 그 어떤 마음도 인연도 감정도 쉽게 흘려보내지 않으려 한다. 거부하지도 말고 또 억지로 꿰어맞추지도 말고. 흐르는 대로, 나를 필요로 한다면 얼마든지 그러나 연연해하지는 않으리라.

 

나를 실망시키는 사람에 대해서는 마음껏 실망하고 물러날 일이며, 고개들이 밀고 들어오는 인연에 대해서는 또 반가이 인사하리라. 내 마음을 건드리는 어떤 것도 모른체 하지 않으며, 살아있는 이 마음으로 반응하리라 생각해본다.

 

많이 웃고 많이 이야기하며 많이 나누리라.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지 않도록, 순간 순간 깨어있는 내 의식을 느끼고 내 마음에 집중하고 간절함에 부응하리라 생각해본다.

 

세상 모든 것을 품을 수는 없다.

내 모습 그대로, 안타까워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만 마음을 다 하고, 그 이후의 일은 신의 영역으로 남려두리라.

 

무한한 시공간 속, 현재 이 순간의 나

그 '나'를 들여다보며 한걸음 한걸음 내 발자욱을 음미하리라.

 

마음이 가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을 마다하지 않으며, 해야 할 일 그 어떤 것에도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적어도 나를 풀어두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발 딛고 서리라.

두려움 없이, 간절함에 귀기울이며.

 

 

활동기간:  2012 1월 13일(금)~ 이후 100일(계산 어려워)^^

활동시간:  4시 30분~6시 30분
주된활동 : 학위논문 관련

500일차 목표 : 시험 및 연구계획서 준비

500일차 세부 목표
1. 시험준비

2. 주제관련 연구 자료 읽기/ 연구계획서 준비 

  

*******************************************************************************

[단군2기: 400일차 출사표] 저 하늘 빛나는 별처럼

 

 어둔 밤 창을 열고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노라면 그 뜨거웠던 여름의 입김이 식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어느새 이토록 가까이 왔는지 요란한 가을벌레 소리가 한창이다. 눈을 감고 듣고 있으면 나를 둘러싼 온갖 소리들이 이토록 가까이 있었음에 놀라고, 미처 반겨주지 못한 선선한 바람결이 곁에 와 있음에 놀란다. 며칠 만에 마음을 바꾼 계절을 보면서 한 편 반갑고 한 편 슬프다. 가야할 때가 되어 떠나는 것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가슴 저릿한 통증과 버려진 듯한 마음조차  극복할 수 있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인가? 사라지는 것들의 뒷모습에 오열하기보단 자리를 대신한 새로운 얼굴에 눈인사 할 수 있으려면 또 그만큼의 세월이 필요하리라. 

  때마다 앓게되는 이런 류의 아픔들이란 것이 살아가면서 내가 굳이 극복해야할 대상인 것인지 혹은 나의 모습을 규정지을 수 있는 한 모습일 것인지 생각해보는 것조차 무의미할 정도로 나를 에워싼 시간과 자연과 사람들과 만물이 신비롭고 감탄을 자아낸다. 모든 사위어 감 뒤에는 모든 것들의 탄생이 이어지므로, 이런 소멸과 탄생의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패턴 속에 몸을 누이는 것이 어쩌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인지도 모르겠다.

300일이 지났다. 지난 늦여름 쯤이었다. 단군이에 발을 담그고 걸어보겠노라 시작하며 킥 오프 미팅에 참여했던 때 역시 서서히 뜨거움이 사라지고 아침 저녁 선선한 바람이 반가웠던 때였다. 약간은 낯 설고 그리고 그 낯섬을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 의식에 내려앉는 생각들을 이리저리 흩날려버렸던 때도 이맘 때였고, 잘 갈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믿음으로  세미나에 참석한 때도 이 즈음이었다. 그리고 세 번의 100일 수련과정이 흘러 300일차를 마무리하고 이제 자유수련과정인 300일+만을 앞에 놓고있다.

 300일차 파티가 끝난 뒤 여러 감정이 오르락 내리락 하고 혼재되어있는 것을 본다. 내 마음 속에 이렇게 여러가지를 담고 있으니 정리정돈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것들을 의식화하고 객관화하여 버릴 것과 둘 것들 구분짓고 400일차 동안 반드시 해야할 일들을 세워두는게 필요하다. 

300일 완주파티를 하러 가면서 생각했다. 단군이와 보낸 1년의 시간은 나에게 무엇이었을까? 음~~ 세상을 한 번 살다가 죽음을 경험하고 그 죽음을 딛고 다시 태어난 것, 그게 현재 느낌을 표현하는 가장 비슷한 표현일 것 같다. 한 번 태어나 살다가 죽고 다시 살아난 느낌이라고나 할까? 세미나에서 반복적으로 듣게되는 영웅의 여정은 300일차를 두고 볼 때도 그 사이클을 반복했던 것 같다. 태어나고 자라고 고뇌하며 성장하고 때때로 장렬하게 죽기도 하고 그 죽음을 넘어 한가닥의 희망이라도 부여잡고 다시 되살아나게 되는 것, 그게 내가 단군 여정을 통해 경험한 세상이었다.

300일 일년과정을 통해 맛볼 수 있었던 다양한 삶 덕택인것인지 400일차 도전 앞에 서 있으나 두렵지는 않다. 오직 내 앞에 다가올 미래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하고 기다린다. 매 순간 내게로 걸어오는 인연들에게서 배우고 흠뻑 취하리라 생각해본다. 일에 취하고 사람에 취하고  내게 올 이유가 있어 오는 그 어떤 인연도 마다하지 않고 그를 통해 나를 가르치고 배우리라.

300일 후 서 있는 현재, 살아가는 것이 이토록 즐거운 경험의 연속이라면, 여러번 죽고 여러번 살아도 좋을 듯하다. 물론 죽을 만큼의 고통 속에서 지새운 밤이 지나서야 희끄무레하게 동 터오는 새벽의 간절한 빛의 소중함을 알터이지만, 이젠 또 다른 나의 소멸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300일+를 여는 각오? 역시 가장 나다운 색깔로 살아가는 데 포커스를 두게 될 것이다. 나답게 사는 것, 살아있음을 경험하게 되는 것, 내가 가장 잘 하는 일을 하는 것, 그리하여 내가 자라고 세상을 밝게 만들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내가 이 세상에 던져질 때 이름 지어진 그런 나로 살아가는 것, 그런 천복과 함께 살아가는 나로서 이 세상 사위어감과 탄생의 반복적 숙명의 굴레에 발을 올리는 선택을 할 것이다. 400일차는 더 신나게 살게 될 것이며, 그것은 오로지 나로서 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리라. 내가 기뻐 일 할 것이며, 내가 즐겨 공부할 것이고, 내가 행복해 창조놀이를 하고,  타인의 행복을 기원하며 그들을 안게 되리라.

내 나머지 삶을 위해 내디뎌가는 첫 걸음이 될 것이요 그리하여 나는 나만의 색으로 빛나는 별이 되리라.

활동기간:  9월 5일(월)~12월 13일 (화)
활동시간:  5시~7시
주된활동 : 
학위관련 활동

400일차 목표 : 
연구계획서 초안 작성
400일차 세부 목표
1. 주제관련 도서 및 자료 읽기/ 선행연구 고찰 / 연구계획서 초안 작성
2. 일반 성인을 위한 치유프로그램 초안 마련


때때로 나는 누구인지 되물어본다. 이 우주 안에서 나의 존재는 한 점 미미할 뿐이지만, 오히려 나는 내 안에 우주를 품고 있음을 안다. 그러므로 나는 작지 아니하고 충분히 넓고 깊어질 것이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지칠줄 모르는 용기와 끈기로 내 안에 펼쳐질 우주의 신비를 경험하게 되리라. 삶 곳곳에 마련된 시험대를 무사히 통과하며 성장과 성숙을 위한 단서를 통해 결국 인간은 저 높은 의식의 상태에 다다를 수 있음을 믿고, 우리의 삶은 우리가 의도한 바 대로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인간이 가진 무한한 변화 가능성을 믿고 인간은 행복을 추구할 능력이 있으며 언제든 더 나아질 수 있음을 믿는다.

 우리가 원한다면 그가 그 어떤 상태에 처해있든 궁극적으로 행복에 이르는 길을 찾을 수 있음을 믿어의심치 않고, 이런 나의 믿음은 날이 갈수록 나를 더 자유롭게 할 것이다. 부디 나의 믿음이 100일의 여정을 거치며 살아남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로인해 내 영혼이 더 자유로워지기를 바란다.

IP *.246.77.2

댓글 250 건
프로필 이미지
이국향
2011.11.23 05:55:21 *.121.41.244
379일차   2011 11월 22일 화요일

* 종일 정신없는 하루, 잠시도 여유가 나지 않는다. 아이들이 모두 돌아가고 난 후라야 겨우 정신이 든다. 시험출제 하나도 못했는데, 친한 샘들이 교실에 놀러와 한참을 이야기하다 돌아가고 나니 고개 들 틈이 없이 이 번엔 또 다른 선생님이 퇴근하다가 들렀다. ㅋㅋㅋ 사랑방이다.

 본격적으로 시험 내야 되는데, 편한 옷 갈아입고 내야지 하면서 짐꾸리고 나섰다. 컴컴한 학교와 복도.
집으로 돌아와 몇 시간 동안 매달렸다.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으니 일단은 좀 안심이다.  으슬으슬해오니까 잠시 쉬어야한다.

오늘 다 끝내면 좋은데, 내일 오후엔 서울로 연수간다. 아~ 진짜 안가고 싶어 죽겠구만.... 오후에 하면 다 할 수 있을텐데 그럴 틈을 주지 않는다.

일단 좀 쉰다. 피곤하다.
프로필 이미지
이국향
2011.11.23 09:36:33 *.246.77.2
과한 커피 탓인지, 수면 리듬이 깨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프로필 이미지
이국향
2011.11.23 18:00:26 *.246.77.2
380일차   2011 11월 23일 수요일

* 아이들 하교 시키고 서울 연수 갔다가  학교로 돌아온 시각이 퇴근 시간, 교실로 도로 올라와 우울하게 낮게 깔리는 음악을 몇 곡 틀어두고 업무를 보았다. 정신없이 일하다 밖을 보니 너무 깜깜하다. 마무리하고 집으로 간다.
 
 이상하게 요 며칠간 생각이 까칠하게 흘러가는 것을 보고있다. 가까운 사람이 다치기 쉽고 그래서 더 미안하고, 더 조심해야하고 더 감사해야 한다. 가면서 혼자 진정 좀 시켜볼 무언가를 해야한다. 낮게 깔리는 날씨를 참 좋아하는데, 일들이 너무 한꺼번에 몰아닥치고 해도해도 끝이 없는 것 같다.

 여러가지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져서 그렇다. 세상에는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일들이 있어서 단지 지켜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배워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지켜 볼 수 밖에 없는 대상들은 지켜볼 수 밖에 없다. 나와 관련한 일에 대해서도 가까이서 또 멀리서 보는 훈련도 더 필요하다.

 울음이 슬픔이 답답함이 짜증스러움이 저 하늘로부터 나까지 너무 낮게 내려와서 만져질 듯하다.
그러나 다만 그것을 굳이 떠올리지 않기위해 일을 한다. 그 무엇에 대한 것인지는 가면서 생각을 좀 해 볼 일이다.

프로필 이미지
이국향
2011.11.25 18:51:11 *.246.77.2
381일차   2011 11월 24일 목요일

* 후박나무 사람들

수면리듬 깨지고 늦게 일어나고.... 완전 엉망이다. 내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11시 이전에 자겠다. 밤 늦게 커피 마시는 것을 이제는 해서 안된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예전엔 아무리 마셔도 베개에 얼굴만 대면 잠들었는데, 이젠 너무 성성하게 의식이 깨어있다. 커피를 줄여봐야겠다.

 퇴근 후 모임 약속있어 갔다. 헤아려보니 어느새 10년을 만나온 사람들이다. 새삼스럽게 마음이 찡하다. 참 좋은 사람들, 가치관도 종교도 지향하는 바도 취미도....정말 그 아무런 것도 비슷한 사람이 없지만, 그리고 제각기 뭐 하나 그야말로 세상에서 말하는 뜨르르한 그 무엇도 내놓을만한 게 없는 사람들이지만, 나는 우리 후박나무 모임의 사람들을 참 많이 좋아하고 사랑한다.

 내 젊은 시절 10년을 보아 온 사람들이다. 한 사람은 말했다. 자신이 나이 먹어가는 건 이해가 되지만 내가 나이를 그렇게나 많이 먹었다는 것은 지금도 밑겨지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는 모두 웃었다. 사실은 우리 모두 다 같은 생각이건만. 그 누구도 나이든 티가 나지 않는다. 늘 그렇듯 선하고 정직하고 현실적이고 그리고 최선을 다 해 살아가는 사람들.......

거창한 목표를 꿈꾸고 살지 않아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후박나무에 가면 느낀다. 언제나 그 자리에 참 고운 사람들로 있어주는 그런 사람들이다. 겨울엔 인도여행이 좋을 것이다. 함께하는 매 순간들이 함께라는 이유로 기쁠 것이다. 부담없어 좋은 사람들이다. 마음 무겁게 만들지 않아서 고마운 사람들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것이 지극히 아름다울 수도 있음을 이들을 통해 본다.

내겐 과분한 사람들이다.
가급적 일찍 돌아오려 애썼고 일찍 잠들려 애썼다.

프로필 이미지
이국향
2011.11.25 19:07:20 *.246.77.2
382일차   2011 11월 25일 금요일

*  속이 울렁거린다.

아침에 학교도착해서 지금까지 쉴 새가 없었다. 하루가 어떻게 저물었는지 모르겠다. 학년말은 원래가 정신없이 바쁜데, 거기다가 도교육청 자료 개발과 6학년들 전체에 대한 집단 프로그램 의뢰가 들어와 짬이 나지 않는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아이들 성적까지 마치고 내년 내 논문과 학교 프로그램까지 맞물려 돌아가려면 정신을 흐트려뜨려서는 안된다.

 서술형 평가 문제를 만들었다. 만들어놓고 생각하니 난 정말 머리 쓰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객관식 문제는 너무 심심해서 내는게 그저 그런데, 서술헝 평가는 문제 유형을 만들어내는 것도 즐겁고 이리 저리 궁리하는 과정 자체가 해볼만한 것 같다. 할 때는 시간이 촉박해서 좀 그랬는데, 끝내고 나니 뿌듯하다. 이제 이원목적분류표만 만들면 된다. 이게 원래 지겨운 작업이다.

 주말엔 꼬레-인에 몰두 해봐야되는데, 생일이 겹쳐있어 과연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시간을 아껴써야 한다. 새삼 시간이 아까운 것을 절실하게 느끼며 살고 있다.

 아무리 힘들고 아무리 바쁘더라도 절대로 나를 시간을 함부로 버리는 일은 하지 않도록 한다. 웃고 즐기더라도 휩쓸림에 의한 것은 아니어야 한다.

매 순간을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있는 이 순간을 오롯이 내 것으로...... 그런 마음으로 살 것. 늘 주도적으로 살 것, 물러남에 있어서도 주도적일 것.



프로필 이미지
이국향
2011.11.26 00:43:35 *.121.41.244
지극히 말을 아껴 살아야한다.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은 생각과 감정과 그리고 느낌.... 그리고 설익은 내 마음.
그런지라 생각하고 또 생각하되 함부로 비판하거나 함부로 타인을 재단해서는 아니된다.

시간이 흐르면 혼탁하던 감정도 생각도 가라앉고 나는 또 어느 날 맑고 고운 생각과 만날 수 있다. 그러니 때로 휘몰아치는 그런 범사에, 흔한 이기심에, 욕심에 휘둘리지 말고 지긋이 눈 감고 기다려주어야 한다

 시간이 가면 불꽃같이 피어올라 집어삼키려들던 세상에 대한 허무함도 인간에 대한 허탈함도 그리고 하릴없음도..... 결국은 내 마음에서 그리 연유한 것임을 알게된다.  여전히 받고싶고 기대하고 또 바라보던 마음을 마주하게 된다.

결국 세상은 내가 중심잡고 살아야 할 곳임에도 불구하고, 바로 선 내가 바로 선 타인과 어울리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힘이 빠지고 서러워지고 슬퍼지고....하는 날이면, 나는 보게 된다. 저만치 남에게 기대 선 어리숙한 내 모습을 말이다.

많은 것을 내어준다 여기면서 마음 상해 하지도 말고, 모른척하며 지나가기도 하고, 다소 이기적이고 안다 말로 떠들어도 결국은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어도, 기다리고 기다리면 언젠간 그도 성숙하고 알게되고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져주는 것, 보고도 말 않고 기다리는 것, 알면서도 알지못하는 것처럼 고개 돌려두고 아무렇지 않은척 모른척하는 것, 너무 쉽지는 않지만 어찌되었든 계속해서 노력해야 할 일이다.

특히나 나같은 사람에겐 필요한 덕목이다. 생각나는대로 쏟아내는 것은 자중해야 하고 경계해야 할 일이다.

프로필 이미지
이국향
2011.11.30 14:24:43 *.246.77.2
383일차   2011 11월 26일 토요일

*  소소한 행복
어젯밤 잠자리에 들 때 내일 출근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행복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너무 피곤했는데 오늘은 출근시간에 침대에 누워 침대위에 누인 내 몸뚱아리가 얼마나 편안해하는지를 느꼈다. 너무 좋았다. 매일같이 북적거리고 시끄러운 학교가 아니라 조용하게 누워있어도 세상이 어찌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조용한 산을 바라보면서 차를 마시고, 간만에 텔레비젼 소리를 듣고 아이와 신랑과 함께 이러쿵저러쿵 계획만하다가 마는 하루라도 이런 하루는 꿈만같고 너무 좋다. 다른 모든 것은 잊고 오늘만 생각한다.

프로필 이미지
이국향
2011.11.30 14:37:49 *.246.77.2
384일차   2011 11월 27일 일요일

*  생일 축하
이 닦고 세수하고 뭔가 얼굴에 열심히 바르고 있는데 부엌에서 뭔가 열심히 덜거덕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자고로 부엌에서 들리는 모든 소리는 내게 압박감이다 ㅋㅋ
 
가보니 딸내미가 제법 참기름 냄새를 풍겨가며 뭔가를 볶고있다. "아침에 눈뜨니 아빠가 가만히 와서 '너 케잌 사다놓은거 있냐?'라고 묻더라"는 소리와 함께, 아이는 나를 위해 아침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옆에는 다시마가 나와있다. 왠 다시마? 싶었느데, "엄마 이거는 다시마 맞지?"라고 묻는다. 맞다고 대답하니"그래서 이 미역 찾아서 끓이는 중이야." 라고 말한다.
 뚜껑을 열어보니, 크아~~~~ 죽인다. 뭔가 열심히 볶고 있기는한데, 그건 미역이 아니라 시골에서 엄마가 보내주셨던 미역귀다.(미역귀를 알란지 모르겠다 다른사람은, 나는 안다. 내맘대로 그렇게 부른다). 진짜 죽인다. 거기다가 지 나름대로 소고기를 찾다가 내가 언제적에 볶아놓은건지도 모르는 쇠고기(백발백중 상한거다)를 넣고 좋다고 열심히 볶고 있다. 나 참!
 조용하게 속에 있는거 다 버리라고 한 뒤 미역을 찾아 불리고 밥짓고..... 내 손이 반 이상은 들어간 밥을 먹었다. 그래도 지나름대로는 열심히 한건지 밥을 먹고는 상도 못치우고 퍼졌다. 웃겨 죽는줄 알았다.

생일이라고 종일 봉사를 했다. 키피에 과일에... 고마웠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메모지와 문구류를 사주었고, 기가막히게 예쁜 글씨로 카드를 써주었다. 역시 애 키우는 맛이 난다. 그나저나 저 애가 없으면 나는 무슨 낙으로 살런지 모르겠다.

오후에 서울로 신랑이랑 볼 일보러나가서 엉뚱한 곳에서 헤매며 손잡고 서울을 걸었고, 친구내외랑 만나서 밥먹고 술까지 한잔 했다. 마음으로는 미처 해두지 못한 이원목적분류표가 맘에 걸려 죽을지경이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그 순간을 즐기기로 했다. 오랜 시간을 만나온 사람들이다. 친척이기도하고 친구이기도 한....... 이젠 많은 추억을 켜켜이 쌓을 시기라는 이야기에 공감을 하며... 멋진 하루가 지나갔다.


 
프로필 이미지
이국향
2011.11.30 14:43:20 *.246.77.2
385일차   2011 11월 28일 월요일

*  정신없는 하루

새벽에 일어나 빛의 속도로 겨우 답지 작성을 끝냈다. 서술형평가 답지는 너무 복잡하다. 문제 내기는 좋지만 답지 작성에는 꽤 많은 시간과 생각꺼리가 필요하다. 어쨌든 겨우 출근시간 아슬아슬하게 끝내고 메일로 보내고 출근, 제출, 또 수정, 제출

오후엔 출장갔다가 꼬레회의에 못갔다. 원치 않았지만 너무 늦게 회의가 끝났다. 내용이 궁금하다.
프로필 이미지
이국향
2011.11.30 14:54:04 *.246.77.2

386일차   2011 11월 29일 화요일

*  정신없다 정말

겨우 시험제출 끝내고 한숨돌리려니까 느닷없는 공문, 아~~진짜.... 역시나 퇴근 전까지 거의 빛의 속도로 매진해서 퇴근시간에 내용입력까지 끝냈다. 내일은 출력해서 결재맡고 전송하면 된다. 겨우 시간 내에 할 수있어서 다행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동학년샘 합창 발표회에 가려했두만 거룩하신 딸내미의 문자, 지갑이 없어서 돈도 버스비도 석식증도 없으니 빨리 자기를 데리러와 줄 수 있느냐는....역시나 빛의 속도로 달려 아이를 태우고, 독서실 결재하고, 밥먹이고, 총알같이 집으로 가 아이는 과제 나는 휴식, 너무 지친다.

이상하게 요즘 너무 아침에 못일어난다. 몸이 문제인지 마음이 문제인지 모르겠다. 달라진 건 계속 먹던 비타민을 끊은지 일주일쯤 된다는 거다. 어쩌다보니 자꾸 잊어먹었다. 스피룰리나를 먹어봐야겠다. 달라지는지... 잠을 많이자도 못 일어난다. 피곤하다. 무엇보다 학교일에 마음이 쫓기고 있다. 학년말은 더 심하다.
휴~~ 일단 비타민이라도 먹어봐야겠다.




프로필 이미지
이국향
2011.11.30 14:59:49 *.246.77.2
387일차   2011 11월 30일 수요일

*  정신없다 진짜

아슬아슬하게 등교했다. 프린트해서 뛰어다니며 결재받아 겨우 공문 전송했고, 온갖 보내라는 서류 만들어서 보냈고 조사자료 보내고....

 결재 받으러 교장실 들렀다가 말씀 나누었고 필요한 자료를 출력해서 보고있다. 이제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한꺼번에 너무 여러가지가 몰아친다. 방학할 때까지는 거의 매일이 전쟁일것이다.

마음속으로 드는 생각들은 잠시 보류해두고 약간이 시간이 될 때 꺼내기로 한다. 현재는 주어진 일에만 집중해서 나간다. 3주 뒤면 방학이다. 그 때까지 거의 죽음이다. 새벽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내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쓸 수 있는 시간은 그 때가 유일하다. 그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일에 떠밀려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정신을 차리도록 한다.




 
프로필 이미지
이국향
2011.12.01 21:32:29 *.121.41.244
388일차   2011 12월 1일 목요일

* 새 달, 마지막 달의 시작.
 서너 시간을 잤나보다. 잠들 때나 잘 때나 눈 뜰 때나 머리 속이 성이 나 있는 것 같다. 마치 잠들지 못하는 사람처럼 몸은 잠들어도 정신은 잠을 못이룬 사람마냥 머리 속이 그랬다. 어젯밤 늦게 들이킨 두 사발의 아메리카노 덕분인 것 같다.  이렇게 어느새 늦은 밤의 커피 양을 제한해야 하는 나이에 이르렀다.

 올 해 겨울방학이 시작되기 전에 갑자기 잡힌 6학년 전체 학생을 위한 집단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밖에서 강사를 섭외해도 되는 일이긴 하지만, 혼자 하겠다고 했고 그 것도 2반을 한꺼번에 진행하겠다고 했다. 아직 겁이 없을 수도 있고 뭣도 모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난 내가 아이들 70명은 간단하게 다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거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모르지 또, 나란 허당이 시대가 바뀐걸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만약 그렇다면 변해가는 시대에 진화해가는 아이들을 맞닥뜨리면 한 판 황망해하겠지. 어찌되었든 나름의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엊그제는 ppt를 손봤고 오늘은 프로그램 진행에 쓸 활동지들을 찾고 편집하고 만들고... 했다. 여기저기서 방학맞이 일거리들이 폭죽처럼 마구 튀어오른다. 그러나 나는 마냥 느긋하다.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만큼 느긋하다. 아니 몸은 많이, 정말 눈코뜰 새 없이 바쁘지만 마음만은 느긋함 그 자체이다.

남들이 퇴근한 줄도 모르고 사방이 깜깜해질 때까지 교실에 홀로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매일 그렇다.  꼼짝도 않고 않아서 남들 다 퇴근하는지, 교실이 추운지 발이 시린지 것도 모르고 들여다보고 있는것이..... 나중에 메신저에 나 혼자 남아있는걸 보고 식겁해서 뛰쳐나왔더니 다행하게도 행정실에 한 사람이 있었다. 무서버 죽는 줄 알았다.

매일, 매일이 좋다. 내 살아있어 보고 생각하고 느끼고 또 만나고 생각이 변해가고.... 일련의 그 과정이 좋은 것이다. 오르락 내리락하는 그 삶도 좋고, 화나다가 즐겁다가 죽을만큼 괴롭다가 또 어느날 기쁨이 차오르는 그런 인간인 것이 좋다.  좋았다가 싫어지는 사람 마음도 느낄 수 있고 고맙고 미운 마음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그런 보통의 사람이란 것이 참 좋다.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가지의 것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보통의 사람이란 것이 좋다.

오늘 일단락 지어놓고 퇴근 한 프로그램은 그것으로 일단 됐고, 내일부터는 도교육청 인성교육 자료개발팀에서 맡은 부분에 대한  정리를 마쳐야하고 일요일엔 전송되어야한다. 

숨돌릴 틈도 없이 일하고 싶은 일정이긴 하지만, 진짜로 빡세긴하다. 주말지나고나서 월요일부터는 초빙교사 지원서류만들어서 접수시켜야한다.  초빙기간에 대한 고민이 많기는 하지만, 생각해왔던 것을 실험해 볼 수 있는 기회는 현실적으로 가지기 힘들것도 같고, 왠지 해야할 것 같아서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그냥 한다. 나도 모른다 잘 할 수 있을지는. 그러나 시도때도없이 떠오르는 이런 아이디어를 잠재우기위해서는 그냥 해보는거다. 

그냥 해보고싶다. 되든 안되든. 내가 남을 도와야한다는 그런 거창한 마음도 접고, 교사들에게 변화가 필요하다는 그런 부담도 전제도 접고, 그냥 일이 내 앞에 있으니 하되 그 대신 그 일에 몰입을 하는 것이다. 어떠한 저항이 있을지도 내심 궁금하고 어떠한 답답함에 몸서리칠지 그것도 한편 궁금해진다. 하고 싶어했던 일이 과연 우리나라 교육현장에서 어떤 식으로 펼쳐질 수 있는지 그 정도를 확인해보고 싶다. 

문득 남들 눈에 비친 내 모습이 궁금해졌다. 나는 늘 나를 어느 정도는 잘 안다고 생각했고 내 생각의 전모를 세심하게 알고 있다 생각하지만, 한편 생각하니 나에게는 어찌보면 일반적인 선생님들과 구별되는 그런 요소가 존재하는 게 아닐까하는 우려가 생겼다.  처음으로 우려를 했다. 내가 어떻게 보이는 지는 사실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지만, 내 그런 이미지때문에 해야 할 프로그램에 지장이 생긴다면 그건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운전하는 내내 되돌리지 못할 시간 속에 남겨졌을 내 발자욱 생각을 했다. 궁금했다 과연 어떤 모양새를 이루고 있는 지....... 그러나  괜찮다, 또 다시 찍으면 된다.

때때로 내년이면 시작 될 몇 개의 프로그램을 과연 내가 진행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대체 무엇을 믿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는 것도 없는 것 같다. 뭐 하나 내세울 것도 없는 것 같고, 그렇다고 언변이 좋은 것 같지도 않고, 성격이 활달하기를 하나.... 뛰어난 재주가 하나 있나... 정말 우짤라고 기가막힌 계획을 마구 그려대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또 그런 기획은 누구나 다 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렇다.

모르겠다, 너무 깊이는 생각지 말자. 만약 이야기를 나눈 뒤에 내게서 나올 게 없다고 생각했으면,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 하라고 전권이 주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단지 그것을 위로삼을 뿐이다.

이 모든 것 시작하기 전에 철저한 사전조사와 설계가 필요하다. 그거 없으면 말짱 꽝이다. 내 정신줄 놓지 않아야하는 건 그거 하나다.  다른 건 그냥 하면 된다. 

프로필 이미지
이국향
2011.12.03 01:07:53 *.121.41.244
389일차   2011 12월 2일 금요일

*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

아이들 하교시키고 6학년 프로그램 세부계획과 지도내용 만들고 활동지 편집했다. 마쳤을 땐 오늘도 깜깜했고 맨 마지막에 퇴근했다.

집에 와서는 지금껏 꼬레-인 프로그램에 담을 내용들을 선별하고 정리해두었다. 교사 프로그램과 부모 프로그램도 기획해두어야 겠다. 내년에 학교에서 실시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아마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내일 모레는 미친듯이 원고써서 보내주어야한다. 정말 바쁘긴하다. 내일 학교에서 프린트해야 할 것들이 몇가지이다. 특히 원고 쓸려면 잊지 말아야하는 것들이 있다. 자료를 전부 챙겨와야 한다. 

이제 자자
내일 일찍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

 
프로필 이미지
이국향
2011.12.03 16:03:19 *.186.28.6
390일차   2011 12월 3일 토요일

* 넘고 넘어도 산

예상치 못했던 난관에 부딪힌다.
결단이 필요하다.
좀 더 상황을 지켜보아야 한다.
학교는 그리 쉽지 않다.

그래도 전혀 아는체 하지 않던 사람들이 알아준 것 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1년이면 자료확보는 가능할지 모르니 그것만으로도 나쁘지 않다. 물론 죽도록 일하고 터전 만들어놓고 나가게 생겼지만, 그 시간 들인만큼의 경험은 내것이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고 공짜도 없다.
어떤 일에든 다만 내 진심과 정성을 담고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면 후회하지는 않으리라 다짐해본다.
과연 그 두 줄의 해석이 어찌될지 알 수없는 일이긴 하지만, 나는 최악의 경우를 각오하고 있다.

한편 생각하면 덜 부담스런 기간에 주어지는 기회를 살려볼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쁠것은 없다. 4년 기간이 적잖이 부담스러웠는데, 이렇게도 기회는 주어지니 감사하다.

스노우타이어로 교체하고 겨울날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겨울은 눈길에 미끄러져 여러번 식겁했다. 전륜과 후륜의 차이는 극명하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바라 겨울 그 사랑스런 눈이 공포스럽게 변했더랬다. 교체하고나면 좀 낫겠지?

오후에는 좀 쉬다가 내일 보낼 원고 써야한다. 자료는 한가방 챙겨왔다.
내일 오후에는 보내야한다. 부담스런 작업이긴하지만, 내일 밤이면 보내고 났을 것이다.
프로필 이미지
이국향
2011.12.03 16:27:35 *.186.28.6
크게 기뻐하고 적잖이 실망하는 것, 무의식적으로 타인의 기쁨을 내 것화 하지 못하는 마음은 내 속에 여전히 숨쉬고 있는, 세상에 나를 드러내놓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그 마음 때문이다.
 
나를 인정받고자하는 마음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나를 더 노력하게하고 힘나게하여 결국은 더 나아지게 만들고 영향력의 범위를 넓혀나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면 이 때의 인정받고자하는 마음은 나를 성장하게 하는 좋은 약으로 쓰인다.

그러나 이 때 우리는 매 순간 생각하고 되짚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를 되돌아보고 내마음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 비친 내 그림자를 충분히 어루만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림자의 영역을 벗어나 더 밝은 세상에서 나와 타인을 빛나게 하도록, 그렇게 우리는 그 마음을 가꾸어나가야 한다. 그림자 속에 갇혀 나를 어둠으로 끌어내려 이불 덮게해서도 안되고, 스스로를 불행하게하는 어둠의 겹을 벗어내지 못하고 입고다녀서도 곤란하다. 또한 때때로 달라붙는 티클마저 여유롭게 털어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 맘 속에 갇혀 자신만의 집을 짓고 혼자 살아가게 될 것이다.

내가 느끼는 한계, 내가 느끼는 문제 하나하나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그 과정이 좋다. 완전무결한 세상은 없다. 우리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세상 속으로 던져진 것이다. 그러나 다만, 그 던져진 속에서 무엇을 보고 듣고 읽고 생각할 것인가를 선택해나가는 것은 신의 영역이 아니라 인간의 영역이라는 것.

나는 그 영역에 관계하여 살아가는 것이 좋다. 오늘 지나면 내일, 다른 일이 내게로 다가온다. 또 다른 모습으로 내게 다가와 나를 깨우치고 흘러간다. 신의 손길이라면 감사한 일이고, 그 손길을 느낄 수 있는 내마음에 고맙다.

지독한 아픔과 슬픔 뒤에 담담한 마음이 다가앉는 것도 고맙다. 매 번 같은 강도로 우리를 후려쳐댄다면 견디기 힘들 것이다. 세우고 또 쓰러뜨리고 자꾸만 강하게 만드는 세상 속에서, 오늘도 난 한 번 쓰러지고 두 번 일어나기로 한다.

좋은 세상, 보기에 따라 얼마든지 참 신비로운 세상.

프로필 이미지
이국향
2011.12.05 08:44:12 *.246.77.2

391일차   2011 12월 4일 일요일

자고 일어나 꼬레팀이랑 커피..... 이것도 참 좋은 시간이다. 너무 오랫만처럼 느껴졌다. 지난 주 회의에 불참해서 였다.

 종일 자료 만들었고 오후가 되어 전송했다. 하루라는 시간 너무 잘 간다.
정신이 없었는지 밖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는데 오후가 되니 깔깔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궁금하다.
 이제 내 일이 거의 끝나서 그 소리도 들린듯하다.

일년간 타던 내 차를 보내고 새로운 차를 맞이했다. 2주 넘게 세워두었지만 마음이 아파서 쳐다보지를 못했다. 그리고 꼬레팀은 오늘 그동안 집에 두었던 재료와 박스들을 전부 끌고 나갔다. 이 또한 마음이 아팠다. 누구에게든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잘잘한 이별을 딛고 내딛는 걸음이다. 이별이야 아니지만 그래도 자꾸 조금씩 변해가는 우리의 환경에도 마음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해야 했던 일을 마무리지어 보내고 나니 그것은 마음이 가볍다. 이제 날아오는 7개의 사례를 크로스 체크해서 다음 협의회 때 참석하면 될 것이다.


프로필 이미지
이국향
2011.12.06 21:37:31 *.121.41.244
392일차   2011 12월 5일 월요일

플래너를 보니 하루 동안 해치운 일이 꽤 된다. 삶이란 게 참 신기하기도 하고 신비롭기도 하다. 어디서 이런 일들이 자꾸자꾸 샘솟는지, 샘솟는 일을 퍼내야만 삶이 계속되나보다.

방학이 다가오는 학교는 전쟁터를 방불케한다. 오후엔 우체국에 들렀고 미뤄두었던 일거리들도 털고 오랫만에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요즘은 생각놀이에 빠져있다. 과연 선택의 영역은 어디까지 인가? 책임의 영역은 어디까지 이며, 과연 인간으로서 나답게 살기위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하는가...등등. 함께 살기위해 인내해야 하는 것은 어디까지이며 뚜렷한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인가.

끝도 없이 계속되는 자문자답. 내 모습을 남겨두고 멀리 떨어져 나를 바라보는 놀이에 빠져있다. 모름지기 사람이란 어때야 하는지 안다고 해서 내가 그러한 기준을 훌쩍 넘어선 사람인 것은 아닌데, 때때로 마치 내가 그러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알고 있다고 여기는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오로지 나만 모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우리는 충분히 그런 경우를 많이 봤다고 했다. 정말 그럼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인가?


프로필 이미지
이국향
2011.12.06 22:02:20 *.121.41.244
393일차   2011 12월 6일 화요일

허겁지겁 등교했다. 어제는 늦은 밤 아메리카노도 들이키지 않고 몸에 좋은 키위주스도 마셨고 회의 마치고 집으로 올 때 반가운 하품도 찾아와 일찍 잠들었건만 눈뜨니 시간이 엄청 지나있다. 밧데리가 없고 휴대폰도 먹통이다.

이런 날은 사는 데 살짝 회의감이 밀려온다. 자신에 대해 하염없는 자책감이 들게 뻔하기 때문에 대책없는 자책은 하지 않아야한다.

'내가 생각이 미성숙하나?'
'언니가 왜 미성숙해~'
'그런데 왜 나는 나이가 어린 사람들이랑 이렇게 많이 만나는지 모르겠다'
'언니 생각이 언니보다 젊은 사람들이랑 통해서 그런거 아닐까?'
'그럴까?'

피곤함이 느껴진다. 요즘은 학교에서도 연세드신 선생님들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하고 있다. 그들에게서 무엇을 배워야하는지.... 잘 없던 일이다. 오만했었는지도 모른다.
세상은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다.
내가 눈감는 그날 누워있게 될 모습은 어떠할까?

방학 인도 여행을 앞두고 도서실에서 관련 책을 빌리려고 했는데, 회의 마치고 지나오면서 그것을 기억하지 못했다. 순간 기억력이 거의 5초나 갈지 모르겠다.

1학기 과학 책에는 작은 생물 단원이 나온다. 제일 가르치기 힘든 단원이다. 지렁이가 너무 싫어 사진이 나오는 페이지를 반으로 접어서 내가 볼 수 없게 해놨다.

다음 시간 과학책을 펴면, 페이지가 접혀있다."이건 뭔데 접혀있지?" 펼쳐본다. "으악~~!!" 하고 덮는다. 
또 다음 과학시간 책을 펼친다. "이건 왜 접혀있지?" 펼쳐본다. "으악~~!!"하고 덮는다.
니네들은 모르지만 1학기 내내 이 짓을 했다는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해주었더니 완전 뒤집어졌다.

이젠 가물가물한 기억력을 보면 그게 난가보다 싶다. 신체협응력도 무지 떨어진다. 어제는 회의 장소 도착해서 앞에 유리문이 있는 줄도 모르고 일행이 와 있는지 그거 쳐다보다가 정면으로 박았다. 뒤따라오던 웨이터아저씨, 미안해서 어쩔줄을 모른다. 내가 박았는데 미안은 자기가 한 모양이다. 어쩔 수 없다. 자연적인 변화, 함께 가는거지.

과거의 나, 현재의 나, 미래의 나 ... 모두 내 모습이다.
변해가는 듯하지만 만들어가는 것이다.
느긋한 것 같지만 누구보다 치열하게.

내가 가진 그 모습 그대로 보여질 수 있는 삶이면 잘 산 삶이다. 
저 하늘 수 많은 별들 중 하나처럼, 그렇게 내게 주어진 운명적 모습으로 빛나는 것이지.
예정된 모습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오직 내게만 허락된 삶, 그 본연의 모양으로 존재함으로써 내 운명에 답하는 것이지.

프로필 이미지
이국향
2011.12.06 22:29:38 *.121.41.244
" 얼굴 뵌 적 없지만, 읽다가 가슴이 뭉클하고 코 끝이 시큰해지고 할 말을 잊었더랬습니다.
어젯 밤부터 이진호님의 글 볼 때마다 가슴이 뻐근하게 차오릅니다.

고맙습니다.
두고두고 생각하겠습니다.
언제든, 나누어주신 그 투명한 마음 기억하겠습니다. 
아름다운 세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쓰고 싶었다.
진정을 나누는 사람들, 고마운 사람들.
이런 사람들과 함께 사는 좋은 세상이라 일깨워 준 사람들
프로필 이미지
이국향
2011.12.07 14:14:29 *.246.77.2
394일차   2011 12월 7일 수요일

몸이 싸늘해진 상태로 억지로 일어난다. 생각할 것도 없이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면서 몸을 덥혔다. 혈액이 좀 데워졌을라나? 신기하다. 몸 속 온도가 내려가고 올라가니... 오늘 하루도 일 속에서, 그러나 잘 했다 생각하고 잠들 수 있게 하루를 보내리라 마음 먹는다.

늘어져있는 생활패턴에 긴장감이 필요하다. 새벽시간을 잘 보내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일어나지를 못하는 날이 늘어남에 따라, 심적 부담감도 커진다.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사람처럼 변해가서는 곤란하다. 매일의 활동이 움직이지 않는 나의 북극성을 향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괜한 시간만 낭비할 뿐이고, 내 꿈은 허황된 것일 뿐이다.
프로필 이미지
이국향
2011.12.08 07:03:59 *.246.77.2
395일차   2011 12월 8일 목요일

그러자 다시 소리없이 내게 말하는 것이 있었다. "네가 그것에 대해 무엇을 안다고! 이슬은 더없이 적막한 밤에 풀 위에 내리지 않는가."

중략

그러자 다시 속삭이듯 내게 말하는 것이 있었다. "폭풍을 일으키는 것, 그것은 더없이 잔잔한 말들이다. 비둘기 걸음으로 찾아오는 사상, 그것이 세계를 끌고가지. 247-248

나 지금 올라야 할 더없이 높은 산과 떠나야 할 더없이 긴 방황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 먼저 내가 일찍이 내려갔던 것보다 더 깊이 내려가야 하는 것이다.
 내 일찍이 내려갔던 것보다 더욱 깊이 있는 고통 속으로, 그 고통의 더없이 검은 물길 속으로! 나의 숙명이 바라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니. 좋다! 나 각오가 되어있으니.

 이 더없이 높은 산들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나 일찍이 물어본 바 있다. 그때 나는 그들이 바다에서 솟아올랐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증거가 산에 있는 암석과 산정의 암벽에 기록되어 있으니, 더없이 깊은 심연으로부터 더없이 높은 것이 그의 높이까지 올라왔음이 틀림없으렷다.  256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로필 이미지
이국향
2011.12.15 22:06:04 *.121.41.244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인희님.
인희님의 마음에 가족에 더 많은 행복이 둥지를 틀 것입니다.
식구들의 마음이 얼마나 크게 기쁨으로 물들지.... 상상만으로도 함께 기쁜 날입니다.
참 좋은 날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윤인희
2011.12.11 21:34:34 *.235.30.133
국향님!
잘 하고 계시군요.

기쁜 소식있어 전합니다.
큰 딸이 삼성에 정식으로 입사해서 기본 교육 3주를 마치고 엊그제 수료했어요.
120명 수료생중에 모범상을 받았답니다. 자기 혼자 사무직이고  나머지는 전부 생산직으로 발령 받았다네요. 
수료한 동기들에게 부러움을 사기도 했답니다. '공순이'란 말 듣고 싶지 않았었는데 너무 잘 됐다고 기뻐합니다.
저도 감회가 새롭네요.

끝까지 화이팅하세요.
프로필 이미지
이국향
2011.12.15 23:26:13 *.121.41.244
396일차   2011 12월 9일 금요일

운전할 때 외에는 홀로 생각 속에 빠져들지 않는다.
내공이 다 한 것인지, 이글거리는 마음도 느껴지지 않고 출렁거리는 불덩이도 더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질서정연하게 해야 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고, 기다란 시간의 줄을 그려보면서 그려넣어야 할 적당한 시점에 그려넣고 매듭짓기 위해, 온 정신을 모으고 있다. 시간과 노력 정신을 집중하고 있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른다.
종일 다음 주에 있을 프로그램을 준비하느라 분주했고, 아이들은 시험쳤고 나는 그 시험지를 또 미친듯이 채점했다.

내가 낸 시험문제를 보면서 스스로 즐기는 자신을 발견한다.
단 한마디의 질문이 없었고 실수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렇게 어떤 일을 뽑아내어 객관성있게 만들어 던지는 것, 굉장히 짜릿하고 할 만한 일이다.

놀라우리만치 감정이 절제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아니 그 절제란 마음 속에 고요함이 느껴진다는 뜻이다.
이것저것 파고드는 잡다한 생각이 없어서 좋고, 마음을 헤집는 감정도 없어 좋다.
부지불식간에 다가드는 만남은 그 만남대로, 맞닥뜨리는 눈물은 눈물로 그렇게 매 순간 내 온 마음을 내어주며 살아간다.

프로필 이미지
이국향
2011.12.15 23:46:04 *.121.41.244
397일차   2011 12월 10일 토요일

늦게 잠들었다 늦게 일어난 아침, 아해들이랑 어울려놀다보니 내 입맛이 아해들을 닮아가는 것인지 아침은 버터나 크림치즈를 듬뿍 얹은 빵 한조각과 커피가 좋다. 학교 쉬는 토요일, 간만에 신랑 맛난거나 좀 해줘야지 생각만 하고 나만 맛있는거 먹고있는데 박샘의 전화.

약간의 미안함으로 푸~욱 자고 있으면 언능 다녀오겠다는 말을 던져놓고 나갔다. 만난 그 순간부터 이야기, 박샘과는 꼭 만나야 했다. 머리속에 엉클어져있는 설계들이 간추려지려면 경험자이자 객관적인 눈이 필요하다. 그래서 간만에 만난 신랑 제끼고 뛰쳐나갔다.

오랜 일상적 이야기와 그리고 시사적인 문제를 건너 드디어 내 주제.
이야기 나누다보니 운 좋게도 정리가 되었다. 방향이 잡혀진 것 같다.
하루는 충분히 아깝지 않은 날이었다.

밖에 나오니 어느새 밤이었다.
둘이 만나면 시간이 날아간다.

많은 유형의 사람들 속에서 살아간다.
현실적인 투사의 삶도 있고, 지극히 세속적인 사람들도 많고, 주어진 소명에 부름받은 헌신적인 선생님들을 보면서 스스로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또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보면서 짠하기도 하고...

수면 위로 떠오르는 물음을 유예 시킨 뒤이지만, 훗날 마주하게 될 나의 모습에 자신이 서는 것인가? 라는 그런 의문에 먼저 답하고 싶어진다.
 자신이 있는 것인가?
프로필 이미지
이국향
2011.12.15 23:52:13 *.121.41.244
398일차   2011 12월 11일 일요일

인적이 드문 밖을 내다보다가 고개를 돌려 겨울산을 바라보다가 한다. 풀어낼 수 있는 언어가 있다면 좋으련만 나에게는 좋은 경치를 보고 있을 때 일렁이는 그런 감동과 찡함을 표현해내는 재주가 없다.

소파에 앉아 텔레비젼을 보면서 놀면서 놀면서 아이들 시험지를 채점하다보니 하루가 다 갔다. 서술형평가가 너무 많아 머리가 아프다. 몇 문제는 토의가 필요한 터였다. 매겨서 가방에 넣어두니 부자같다.

참 소시민적인 사람이다.
할 일 하나를 끝내두면 이리도 좋기만하니...

좋으면 좋다하고 이쁘면 이쁘다 솔직하게 말하는데, 아니 감동을 배가시키며 말한다.
스스로 좋은 일로 만들고 스스로 좋은 일에 빠져있는 행복한 사람이 된다.

내일이면 다가올 새로운 일주일, 프로그램과 마주할 한 주가 시작될 것이다.
프로필 이미지
이국향
2011.12.15 23:55:50 *.121.41.244
399일차   2011 12월 12일 월요일

매일이 완전 톱니바퀴처럼 한치의 틈도 없이 흘러간다.
오후 아이들 데리고 프로그램 장소 손 봐 놨고, 자료와 기기들 점검해뒀다.
자료팀 회의있어 갔고 꼬레 회의갔다.
동창이 전화와서 모임 같이 가지고 꼬셨지만 회의 있어 못갔다. 짜쓱 보고싶었는데.

내일 프로그램이 있다.
어떨지 궁금하다.
프로필 이미지
이국향
2011.12.16 00:18:58 *.121.41.244
400일차   2011 12월 13일 화요일

'내일 프로그램이 있다.
어떨지 궁금하다' 고 했는데...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
지나친 욕심이었다.
아이들의 상황도, 무엇보다 인원, 그리고 장소 등등

아주 작게만 마음 먹는 게 좋았었다.
하루를 마치고, 수업을 마련하는데 들인 내 시간에 대해, 그렇게 밖에 진행하지 못한 자신에 대해 말할 수없는 실망감과 수치스러움이 밀려들었지만 곧 진정되었다.

차라리 모든 반을 하지 않더라도, 몇 개반만 선택해서 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가지 모순을 안고있는 상황 속에서 그래도 취할 수 있는 최선의 태도였다.

오후 늦게까지 남아 내용을 대폭 수정해두었다.
그러고보니 400일차 끝나는 날, 앞으로 하지 말아야 할 일 하나를 건지게 되었고 그건 앞으로 내게 있어서 매우 큰 경험치로 남을 것이다.

힘주어 살지 않는듯해도 온 마음 다바쳐 사는 삶이다.
내게 주어진 현실에서 매 순간 접하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집중하려 노력한다.

여러가지 프로그램들을 마련하고 있다.
학교에서도 기획 중에 있고, 꼬레에서도 그렇다.

성인, 부모, 부부.
그리고 가능하면 개별적인 만남이 나에게 더 쉽고 집중이 잘 된다.
중요한 포인트다.
그런 점에서 논문의 방향은 제대로 잡은 듯하다.

400일차의 마지막 일기다.
마무리는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지각 일기로 이렇게 마무리 해 둔다.
갈무리겠지.

내 출사표에 저리 거창하게 언급해 둔 것처럼, 결국 나는 나만의 색으로 반짝이는 별이 되어가겠지.
예정된 내 삶의 북극성을 따라 가는 삶, 그것으로 족하리라.

이래야만 되고 저래야만 한다....는 것이 희미해져가서 나는 좋다.
나는 그렇게 흐르듯 살아가길 원한다.
더는 투쟁하듯이 살기 싫다.
단지 내가 하고싶은 일에 초점을 맞추고 그일이 되도록 노력하는 그런 단순한 삶을 즐기고 싶다.
그리고,

여지껏은 혼자놀기의 진수를 맛보았으니, 앞으로는 여럿이 놀아도 좋을 것 같다.
함께 나누고 함께 느끼는 삶, 내 안온함을 불특정 타인을 위해 과감히 허용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내가 이 세상에 내어줄 수 있는 최고로 고귀한 몸짓인지 모른다.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한 발 한 발 더 낯 선 세상 속으로 들어가보자.
또 뭐가 있을지...
 
프로필 이미지
이국향
2011.12.16 00:30:29 *.121.41.244
새로운 세상 속으로 발을 내딛는다.
약속을 잡았다.
대상이 그 누구이든,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방법이리라.

내가 가진 사랑의 크기가 과연 얼마나 될지는 두고봐야 알 일인 것이지.
세밀하게 준비해두어야 할 것이다.
프로필 이미지
2012.01.13 12:06:04 *.66.164.212

[401일차   2012 1월 13일 금요일]

 

 * 새로운 문

 

꽤 오랫동안의 부재.

400일차를 뒤로 여행을 다녀오고, 아직 그 여행의 잔상이 남아있는 가운데 애써 일상으로 돌아오려 머리를 흔든다.

 

방학 중

가까운 도서관을 향하던 내 마음은 자연스럽게 대학원으로 향했다.

학교 도서관을 들러 중앙도서관 교외접속이 원활하도록 학번 등록을 다시 해 두고,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들고 연구소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유없이 내 학번이 삭제되어 있었다. 그래서 교외접속이 되지 않을 것을 나는 모든 사람이 그런 것으로 알았다.  때론 운명이 나를 이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아는 이 아무도 없을지 모른다는 1미리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한 양, 그리 친한 원우들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자주 만났던 사람을 만난다.

 

수료생들을 위해 마련해 둔 공간에 들어서니 마치 창고같다.

나쁜 넘들.... 지들 책상은 반질반질 윤이 나는구만, 한쪽 구석에 처박혀진 수료생들 방은 온갖 잡동사니들로 뒹군다.

 

그러나

괜찮다.

 

내가 들락거리는 한, 이제 곧 며칠 후면 꽤 내마음에 드는 공간으로, 아니 내 책상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료생들에게 논문 작성을 위해 이런 공간을 내어주는 예도 우리 학교 여기 연구소가 아니고서는 없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사랑하는 우리 학교

내 발자욱이 담겼던 연구소

흔적이 남아있는 교정과 오가는 길을 보니, 새삼 마음이 뭉클하다.

 

1년을 발걸음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1년, 수 많은 일들이 지나갔고 수 많은 감정들도 오고갔다.

 

시간이 새삼 감사하게 여겨지는 건, 그렇게 참을 수 없이 슬펐고 아팠고 노했고 또 가슴저렸던 사랑과 그리움과 또 분노의 감정조차, 시간의 흐름 앞에서는 점점 강도가 희미해져간다는 것이다. 내게 있어 그것은 신이 주신 선물이다. 날 선 그 감정과 마음들을 모두 담고 살기엔 너무 힘이든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일도 그 어떤 것에도 집중하고 살기가 힘들다는 것을 잘 알기에.

 

박샘은 논문 쓸 때 집에다 아예 둥지를 틀었다.

박샘의 추천을 받아들여 나 역시 집에다 둥지를 틀려 여러번 시도했다. 그러나 잘 되지를 않았고, 집중도 하기 힘들었고, 하기싫었고 효율성도 없었다. 누구에게나 자기에게 맞는 방식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으며, 이제 일년 이상은 여기에 내 둥지를 틀 마음을 굳게 먹는다.

 

시간이 흘러가 내가 힘쏟은 결과물들이 세상 속으로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 오늘 여기로 온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고, 더 이상은 내 마음의 끌림이 반하는 그 어떤 일을 하느라 힘과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과연 무엇이 내게로 올지, 무엇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흘러가는 그 많은 생각들 중 과연 꺼집어내어 쓸만한 그 무엇이 있을지 모르지만, 때때로 자신의 존재를 객관적인 결과물로 증명하는 우리 인간들의 색다른 놀이에, 이제 진심으로 참여해보리라.

 

시간, 공간, 그리고 삶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는 나날이다.

인도 다녀온 후 더하다.

 그러나 마음 잠시 접어두고, 가끔 아껴서 그 마음 꺼내보기로 한다.

 

 연구소로 발길을 돌린 것은 정말 잘 한 일이다.

안그랬음 수지도서관에서 어정쩡하게 있었을 것이다.

때때로 나도 잘하는 일이 있나보다.

프로필 이미지
2012.01.13 12:58:26 *.66.164.212

우리반 아이들이 때때로 카톡으로 말을 걸어온다.

이쁜 넘들, 생각만해도 아이들이 보고싶다.

아이들이 살아가는 모습 하나하나를 보고 있으면 눈물이 핑 돈다.

 

누구라도 살아가는 모습은 나름대로 아름답다.

좋은 세상이다.

 

프로필 이미지
2012.01.14 08:05:15 *.121.41.245

[402일차   2012 1월 14일 토요일]

 

가족상담 있어 강남으로 간다.

귀기울여 듣고 그의 인생 속으로 들어가보려한다.

 

내 마음 속 그 어떤 경계도 편견도 생각도 판단도 모두 버리고,  오로지 내 앞에 앉아있는 그 사람의 인생과 마음을 바라볼 수 있도록 의식을 가다듬는다.

 

일찍 일어나 관련 책을 읽었고, 필요 부분 메모했다.

차 놓고 버스타고 갈거다.

 

마음을 다 해 사람을 만난다.

프로필 이미지
2012.01.14 23:05:38 *.121.41.245

본능적으로 알고, 시간 내내 충만해지고, 공감하고 함께 거닐고 있음을 안다.

그리고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 어느 때보다 나답다.

들으면 관계를 그리고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지 짐작할 수 있다.

풀어내는 매듭에 반응하는 그들을 보는 것은 커다란 희열이다.

점 점 더 그 일에 빠져있고 싶어진다.

세 시간이건 네 시간이건 흐트러지지 않는 집중력이 고마울 따름이다.

 

프로그램이나 기타 등등이 아니라 개인을 만나고 가족을 만나야 한다.

내가 세상과 나눌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바로 이런 일이다.

 

마치고 나오며 그득 차오른 마음에 지인에게 전화를 한다.

내가 일하면 그도 일할 줄 알았더니 결혼식장이란다.

난 점심시간이라 일하다가 점심 먹는 줄 알았다. 오늘은 일하는 날이 아니었다.

가까우니 보기로 한다. 한가지에 빠지면 어리석고 멍청할 만큼 다른 일들이 뒤죽박죽되고 생각이 멈춰버린다.

지하철을 두 번 타고 논현역에서 그를 만난다.

 

그는 항상 나를 만나면 시골사람 구경시켜주듯 뭔가 개화시켜서 집에 보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는다고 웃는다.

나를 위해 그런 마음을 먹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고맙다. 남을 위한 순수한 마음을 내게 보여주는 사람이 내 곁에 있다니 행복하다.  이 순간 그와함께 있는 것이 무엇보다 마음 가볍고 따뜻하다.

 

늘 들어오던 강남역 신논현역 논현역 신사역? 아마도 이런 순이었던 것 같다, 이 길을 걸어내려가며 도시탐방의 마지막 순서로 정해두었다던 신사동 가로수길을 갔다.  이상야리꾸리한 식당에 데려가서 그야말로 평소에 먹지 않던 라멘과 또 귀엽고 앙증맞은 샐러드를 먹었다.  나 혼자서는 결코 시도하지 않았을 맛, 그와 함께라면 즐거운 경험이 된다.

 

촌 넘인 나를 구경시켜 준다면서 가로수길을 뱅뱅 돌다가 커피를 마시러 들어갔다. 아, 그리고 가기전에, 토끼 한마리를 다시 사서 내 휴대폰 뒤에 끼웠다. 전에 가지고 다니던 것과 같은 것이다.  내 꺼보고 너무 이뻐해서 인도에서 스스로 내 꺼 빼주고 돌아왔더니 왠지 허전해 같은 걸로 다시 샀다. 그는 내가 같은 것을 사는 데 딴지를 걸다가 이내 나의 강경함에 깨갱하고 만다.

 

함께 버스를 타고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 함께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그리고 좋은 세상이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 한 번 거한 식사를 했고, 부른 배에 대한 죄책감에 자전거를 타며 300 칼로리를 소비하고 마음 속으로 적당한 합의를 본다.

 

자전거를 타며 적어도 오늘과 내일에 거쳐 해내야 할일을 그려보니 어영부영 시간을 흘릴일은 아니다 싶다. 오늘 상담한 내용도 정리해두어야 하고, 내담자에게 메시지도 보내주어야 하고,  또 자료개발팀에서 수정할 부분도 수정해서 보내야 하고 덤으로 얻어온 일거리도 정리해서 넘겨주어야 하고, 비커밍 출사표 등 할 일이 자꾸 자꾸 기다린다. 꼬레인 프로그램도 시간 가기 전에 빨리 다듬어서 자료 정리 해두어야 하고, 무엇보다 월요일부터는 다시 대학원에 갈 수 있도록 일을 다른 일들을 마쳐두어야 한다.

 

매일 매일을 스스로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시간 보내고 나서 후회나 자책의 감정이 밀려오지 않도록 몸을 더 많이 움직이고 더 많이 공부하고 더 수고하고 덜 재미에 빠지려 한다.

 

내 앞에 펼쳐있는 당분간의 시간, 제발 의미있는 시간으로 채워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일정한 시간 이후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에 흠뻑 빠지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또 오늘' 글로벌 성공시대'라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문득 내 꿈이 너무 작은 것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었다. 꿈도 성격만큼이나 얌전하고 소심하고...... 그야말로 좀 더 대범해져도 될텐데 말이다.

 

어쨌거나 이후의 내 세상은 어디서 어떻게 문이 열릴지 모르고 어디로 통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나이를 먹는다고 모든 것이 안으로 작아지지는 않는다. 우리의 마음도 생각도 꿈도 희망도 우리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 성장하는 만큼 커가고 열매 맺을 것이기 때문이다. 좋아하고 하고싶은 일을 하며 세상과 나누고 살 수 있도록 삶을 좀 더 단순화시키고, 할 수 있는 일에 더 초점을 맞추어 살아가기로 한다.  살아움직일 수 있는 우리의 그 시간을 놓치지 않도록 호흡을 맞추어 살아있기로 한다. 열린 마음 열린 눈으로 세상을 보고 열린 자세로 세상과 나누기로 한다.

 

인도에서 기차여행을 하면서 만났던 인도인들이 생각난다. 버스에서 지나치며 보았던 수많은 광경과 인간의 삶을 그려본다. 어쩌면 그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리라. 언젠가 다시 그 곳에 갈 다짐을 해 본다.  문득 그립다. 인간 삶의 원형을 만난 듯했다.

 

 

 

  

 

 

 

  

프로필 이미지
2012.01.15 22:55:57 *.121.41.245

 

[403일차   2012 1월 15일 일요일]

 

오늘까지 원고 3개 마무리해서 넘겨줘야 되는 날이라 오후부터는 정신차리고 집중해서 일했다. 일을 하면 잡다한 생각이 머리속에 들지않아 좋다. 집중하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조차도 의식하지 못한다.

 

 개발하고 있던 자료를 오늘 비로소 정해진 편집 양식에 맞추어 담으니 꽤 그럴싸한 책처럼 느껴진다. 경기도교육청 인성교육자료로 교사들이 참고할 자료를 만드는 중이다. 기존의 고리타분한 이론이나 개론위주의 책자가 아닌, 적어도 곁에두고 다른 사람들은 동일한 상황에서 어떻게 학생과 대화를 이어나갔는지 정도는 참고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우리팀의 초점이 있다. 방학 전 그렇게 바쁠때 시작했건만, 개발하는 사이 시국이 어수선하여 또 수정하고 수정을 하는 중이다.

 

만난 사람들은 어느새 조금 친해지고있다.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이 다양한 아이디어와 재주를 가지고 만난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이 이 지루하고 귀찮은 일을 하면서 얻어낸 좋은 결과물들이다. 만날 인연이기에 만난 사람들, 잘 들여다보고 많이 배우기로 한다. 학교생활하면서 이런 선생님들을 만나 함께 일하게 된 것이 기쁘고, 덜 외로워 좋다.

 

자료 원고를 전송한 뒤에는 비커밍 출사표를 만들었다. 단군이처럼 단단히 마음먹고 고군분투해야 하는 치열함보다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즐겁게 갈 수 있으리란 기대가 큰 프로그램이다. 여기에서도 좋은 사람들을 알게 될 것 같다. 눈을 바라보며 한 두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 또 한 공간에서 두서너 시간을 보낸 바에 따르면 이번 프로그램은 충분히 재미있을 것이다. 내일부터는 더 열심히 비타민 챙겨먹고 음식조절하고 운동도 해야한다.

 

나처럼 마음이 유약하고 의지박약한 사람들은 함께 어울려 나아가는 이런 프로그램에서 도움을 많이 받는다. 그렇기에 스스로 찾아나서는 것이다. 제한된 규격 속에라도 나를 가둠으로서 오히려 더 자유로움을 구가할 여력을 얻는 사람, 그런 류의 사람이 나이기 때문이다.

 

내 집을 더 안정적으로 만들기로 다짐했나보다. 더는 겉돌지 않고 그냥 '앤'으로 살기로 한 모양인지 블로그 섹션 정리를 하고 이름도 바꾸었다. 어수선 했던 집이 이제는 제대로 된 안주인을 만난 듯한 안정감이 느껴진다. 좋은 일이다. 

 

 음악을 들으며 약간의 휴식시간이 끝나면 어제 상담 내용 정리를 마치고 메시지를 보내놔야 한다. 그건 오늘 중으로 해두어야 한다. 내일부터 며칠은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대학원에 간다.

 

행동하고 움직일 것!

그렇지 않으면 어떤 결과도 볼 수가 없다.

 

낮에 건너다보는 산이 너무 좋았다.

저런 산을 내다보며 살아갈 수 있는 나날이 내게 주어진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세상에 좋은 일을 많이 한 것도 아닌데, 너무 과한 행복이 주어지는 것 같다. 힘 받아서 더 많이 나누라는 말없는 속삭임이 들리는 것 같다.

 

살아있어 좋은 나날이다.

프로필 이미지
2012.01.16 10:22:21 *.121.41.245

[404일차   2012 1월 16일 월요일]

 

어제 끝내야 했던 일 중 하나가 남아있었다. 일어나자마자 달려들어 메시지 작성해서 내담자에게 보내고 느긋하게 메일 검색을 한다. 스스로에게 좋은 기분을 불어넣기위해 맑은 음악을 틀어두었는데, 어찌 된 일이었는지 메시지 작성할 때는 잘 듣지를 못하다가 끝나고 나니 지 혼자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다. 

 

마음이 가볍다. 쓰다보니 1장이면 보통 많다고 하는 메시지가 3장은 족히 넘는다. 내가 글을 길게 쓰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는 생각도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 눈에 보이는 내담자의 그 수많은 강점과 자원들을 나만 알고 버릴 수는 없다. 그 모든 자원들은 내담자에게 변화를 가져오게 만드는 힘의 원천이기 때문에 내담자가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까지 일일이 재정의가 필요한 것이고 다르게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다.

 

다음 회기에 어떤 이야기를 안고 올지 기대가 크다. 제자리 일수도 있고, 더 악화되었을 수도 있지만 내가 파악한 바로는 지적수준이나 사고능력이 충분히 변화를 가능케 할 수 있는 수준이라 내심 즐겁게 기대하고 있다. 단지 시도하지 않았던 부분을 용기있게 시도해보아야 하는 일도 있어서 과연 그 일이 어떻게 진행되어갈 지.... 내게로 오셨던 내담자를 깊이 믿고 기다릴 수 밖에... 그리고 내 기원이 전달될 수 있다면 내 한마음 조각 그 내담자의 거실과 얼굴위에 내어드리고 싶다.

 

정리하고, 일어나야 한다.

대학원, 꼬레 회의... 밤까지 이어진 일이 있다.

오늘 하루도 함부로 흘려보내지 않고 나에게 좀 더 충실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도 좋은 하루 속을 걸을 수 있기를 바란다.

 

Train의 Hey, Soul Sister 를 듣고있다.

한동안 즐겨들었던 음악이다.

프로필 이미지
2012.01.18 07:55:59 *.121.41.245

[405일차   2012 1월 17일 화요일]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날 누가 등떠미는 것도 아닌 날, 기한이나 약속도 없는 날, 오로지 스스로의 의지와 계획에 의해 책가방들고 연구소로 가기 위해 나서는 일은 쉽지 않은 시작이다. 그러나 운전대를 잡고 출발을 하면 정말 잘한 것이라는 생각, 연구소에 들어서면 너무나 잘 한 행동이라는 스스로의 칭찬, 종일 연구소에 앉아 이런 저런 일을 하게되면 진짜 진짜 잘 온 것이라는 생각을 거듭하게 된다. 

 

 나 뿐만이 아닌 것 같다. 집은 휴식의 장소, 연구소에 와야 일이 진척된다는 것. 다행이다 나만 그런게 아니어서. 아마도 다른 사람이 공부든 프로젝트든 논문이든 진행 중이기 때문에 그로 인한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또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우리들이 연구소에 들락거리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가 보니 나와 같은 기나에 프로포잘 심사 계획 잡고 있고 논문 심사까지 잡고 있는 후배를 만났다. 그도 나보다는 빠르다. 참 대책없는 나는 오늘 자신에 대한 약간의 실망과 일말의 불안감을 느꼈다. 어두운 그림자가 내 마음을 빠르게 덮었다. 그러나, 시간 가면 되겠지....... 그만두지 말고 이번에는 꼭 잡고 있기로 마음 먹는다. 거의 1년 만에 들락거리는 학교이다. 그래서인지 우리 동기는 간만에 등장한 나를 데리고 가 커피 한 잔을 사준다, 오후에는 회의하러 가서 얼굴 못본다고...... 이런 마음을 느낄 수 있어 학교를 나오고 싶기는 하다.

 

종일 앉아 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무엇을 보고 싶은지, 어떻게 보고 싶은지.... 등에 대해 정리했다. 태산 같은 공부꺼리들이 와르르 쏟아져나오지만 아직 시작도 안한터라 과도한 생각또한 하지 않기로 한다. 그 후배와 앉아 논문에 대해 질문을 주고받으며 짜임새있게 설계하고, 구성을 꼼꼼하게 해보기로 한다.

 

사람 사는 세상은 참 웃기다.

때때로 우리가 주고 받는 농담.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어, 박사학위 받은 사람과 받지 못한 사람:

"ㅋㅎㅎㅎㅎㅎㅎㅎ"

 

더 웃기는 건, 학위 없는 나는 직장 때문에 올인하지 못했다 자책하며 끙끙거리고, 막상 학위를 딴 넘들은 직장이 없어 빌빌 거리고...... 하여튼 알 수 없는 것이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니다.

 

 

지나가면 아무것도 아닐터이지만, 가슴 속에 남아있는 이 무거운 짐을 벗게 되면 좋겠다. 보아하니 일년으로는 무리일 것도 같다, 현재 진척 정도로 봐서는. 그래도 가 본다. 가보고 상황봐서...... 달력을 보고, 진짜 중요한 일정이 아닌 사교적 모임이나 기타 일정은 전부 불참하는 게 맞겠구나 하는 생각이 잠시의 틈도 두지 않고 스며든다. 아마도 그렇게 되어갈 것이다. 기본적인 일 이외에는 벌일 수가 없다, 오로지 이 것에만 올인해도 시간과 힘이 모자란다.

 

그래도 되겠지.그러니 해보자.

프로필 이미지
2012.01.30 14:08:56 *.121.41.245
프로필 이미지
2012.01.19 01:26:49 *.121.41.245

 

[406일차   2012 1월 18일 수요일]

 

1년간 잠수 탔는데, 꼼짝없이 제 발로 걸어나가야 할 때가 되었다. 상처를 아물게 하려고 억지스럽게 약먹고 난리치지 않아도, 참으로 다행인것은 시간의 흐름이라는, 자연스럽게 정신을 마음을 어루만지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이 잊어가니 사람으로 살 수 있지, 겪은 것들을 차곡차곡 쌓기만 한다면 어디 살 수나 있을까 싶다.

 

실패란 것을 처음 겪어 본 해인것 같다, 작년. 그리고 그 것을 넘어서는 그 과정이 속으론 죽을만큼 힘들었지만 생활은 그 어느 때보다 느긋했으며, 시간은 넘쳐 흘러 누구든 만나 어떤 일이든 만들었고, 운동에 독서에 영화에........거의 혼자 놀 수 있는 것들이라면 얼마든지 생각해서 놀고 놀았다. 

 

일 년이 흐르니 본래의 마음으로 돌아오고, 다시 시작할 힘도 생긴다. 여러 번 죽고 여러 번 살아난 지금, 무엇보다 "해야 한다"는 억지 결의 보다는 "하고 싶다"는 속삭임과 열망이 가슴 속으로부터 꿈틀거리며 살아남을 알 수 있다.

 

그냥 수 많은 저 하늘의 별 중 그 하나의 별, 단지 내가 소나무라면 소나무의 모습으로, 내가 들국화라면 들국화의 운명으로, 혹은 내가 쇠뜨기 풀의 종자라면 지천으로 널린 수 많은 쇠뜨기 풀 중 하나로 살아도 충분히 잘 산 삶이라는 생각을 스스로 깨쳐내기까지가 힘이 들었던 것이다.

 

저 하늘 내 색깔로만 빛날 수 있는 별이되기 위해, 검게 빛나야 한다면 그 별로, 더 밝아야 한다면 그런 별로, 속절없이 사라져가야하는 별이라면 그런 별로 사는 것이, 그렇게 가장 자기다운 모습으로 사는 것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름다움이란 것을 스스로 납득하게 된 지금이, 나는 가장 행복하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아름다움을 찾아내어 스스로 드러내는 삶을 사는 것, 그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는 것을 알게하기 위해, 예정된 시기에 시련이 찾아들고 그 것을 넘게하고....... 생각해보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란 것이 오묘한 조화와 절묘한 타이밍의 연속선으로 그려져나가는 것 같다. 알아도 알아도 신비롭고, 천만가지의 색깔로 보이고 수천만 가지의 은유로 해석되는 세상, 나는 그런 세상 속에서 오늘도 내일도 하루 하루 한 점이 되어간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지금, 여러 가지 걱정과 염려가 스치고 지나간다. 해결어려운 천근만근의 짐을 지고 있을 어떤 이를 생각하며 눈 감고, 나 없이 동생들만 데리고 번개 놀이 했을 지인을 떠 올리며, 운전하며 다이얼을 돌려 소리를 없애버리면 시바 신 머리에서 흘러나온다던 갠지즈 강물의 모습처럼 내 머리 속에서 솟아오르는 많은 생각도 강물처럼 흘러나오는 것 같다.

 

흐르는 바람을 따라 어느새 내 의식은 연구소 모니터 앞에 앉아 온통 논문 그 넘 하나를 따지고 또 따져가며 씨름을 한다. 연구소에 나와 앉은 지 이틀 만에 그동안 머리 속에서만 놀았던 주제들이 어느 정도 자리잡기 시작하니, 아마도 시간이 지나고 때가 되어 충분히 나타나도 될 만 하다면 어떤 형태를 하고서라도 나타나게 될 것이다. 연구소가 좋은 건 앉으면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게되고 집에 갈 때가 될 때까지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런 공간이 주어진다는 것은 내게 놀라운 선물이다.

 

나를 둘러싼 자연스런 신호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민감하게 나를 살피고 성의를 가지고 나를 케어하겠다고 생각하고 나서 보니, 기가 막히게 좋은 기회라는 것이 곁에 와 있다는 것도 발견하게 된다. 아마도 때라는 것이 있는 모양이다. 내가 성숙하기를 우주가 기다리고, 마음 속 순수한 학문에 대한 열망이 아니라 헛된 욕심이 자리잡았을 때 먼저 알고 등 돌리며, 겸허한 마음으로  속을 비워낸 자연 그대로의 마음으로 앞을 보기 시작할 때, 그 때서야 비로소 팔 벌려 나를 감싸 안는 많은 것들. 내 의식의, 욕심의 힘을 빼면 그제서야 나에게로 안겨드는 것들, 세상이란 이토록 놀랍고도 신비로우며 질서정연하다.

 

앞으로 며칠, 나를 위해 사는 것과는 다른 삶을 살다와야 하는 시절이 기다린다. 아니 그 또한 나를 위한 삶이다. 이제는 이 모든 것이 자연의 일부이며, 나 역시 자연의 일부, 그러므로 울고 웃고 화내고 사랑하는 이 모든 것이 우리에게 주어지는 우주의 선물이라는 고마운 마음을 갖기로 한다. 느끼한 기름냄새로 범벅이 된 몸을 깨끗이 닦을 수 있을 밤이 기다리고, 그 이튿날이면 산소를 찾아 야트막한 겨울 산을 오르는 그런 시린 호사를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살아있는 나날, 산 것 처럼 살다 갈 수 있기를 바란다. 성성하게 깨어있는 의식으로 걸을 수 있기를 바란다.

프로필 이미지
2012.01.30 14:12:32 *.121.41.245
프로필 이미지
2012.01.30 13:45:39 *.121.41.245

[407일차 2012 1월 19일 목요일] 황망함 

 

허리 디스크 탈출했나보다. 오늘 개발 중인 자료 막판 편집회의였는데 못갔다. 꼼짝없이 누워있다.

긴 시간을 반듯하게 누워 이제서야 내 약한 척추를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한달여를 뉘우쳐보지만, 그걸 척추님께서 알아들을리는 만무한 일이 아니겠는가?

읽고 싶어 사다 두었던 책을 잘됐다하고 읽고 있지만 공중에 책을두고 읽는게 쉽지는 않다. 명절연휴가 시작될텐데 걱정이다. 허리도 맘만 먹으면 나아지고 그러면 좋겠다.

뜨거운 찜질팩위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소통할수있는 세상이 좋기는 하지만, 마음과 다르게 뒤틀어지는 몸이 신기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병원에갔었어야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걸을 수 없었다. 더 악화시키지않고 진정시킬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 있었지만, 그건 시간이 지나봐야안다.

책 읽다가 졸다가 아이들에게 답장을보냈다.
내일 아침에는 괜찮아지면 좋겠다. 

프로필 이미지
2012.01.30 13:46:55 *.121.41.245

[408일차 2012 1월 20일 금요일] 무뎌지기 

 

몸이 말을 듣지않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해내야 하는 일이 줄지어 서있을 때는, 얕은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곤한다.

이틀을 꼼짝없이 누워있은 덕에 아주 조금은 나아져가는것도 갔다. 그러나 임시방편이다. 허리를 속여서 무덤덤하게 며칠을 넘겨보려는 것이다. 병원에가면 입원하고 누워있어야 한다.

때때로 불편한 환경에 날 둬보는 것, 타인 속의 내가 한해 두해 지남에따라 변해가는 모습을 느껴볼수 있는 때, 그 때가 바로 명절이라고 불리우는 때.친인척 속에 묻힌 나를보는것, 그것도 규칙적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검열도 하게된다.

세상은 우리를 다양한 방법으로 가르친다. 배우고자하는 마음이 있으면 성숙의 기회는 열려있다. 

프로필 이미지
2012.01.30 13:48:21 *.121.41.245

[409일차 2012 1월 21일 토요일] 피곤한 가운데 아이들 보다.

 

이건 완전히 신선 놀음이다. 허리 삐딱하다는 핑계로 시장보러도 안갔다. 그 대신 다 큰 애 들 둘이랑 신랑을 나 대신 보냈다. 시장 보내고 한 참을 졸았나보다.

 

잠을 자다 돌아눕지 못하는 불편함이 있었는지 깼다. 시끌벅적하다. 소리를 듣고서도 나가고 싶지 않지만 그럴 수는 없다. 나 먹으라고 딸내미는 내가 좋아하는 품목으로 뭘 하나 사들고 왔다.

 

힘들 때나 외로울 때나 평생을 함께 하겠다고 맹세는 신랑하고 한 것 같은 데, 어찌 된게 요즘은 힘들 때나 외로울 때나 내 곁을 지키는 건 딸인지 원. 농담 삼아 말한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잘 한 일은 애들 둘 낳은 것이라고.

 

아무리 힘들어도 이 사실을 후회 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아무리 감정이 상해도 내 아이들이 세상에 태어나 내 앞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에 대한 신성함, 그것에 대해 가지는 경외의 마음, 그 것에 대해서는 절대로 ....... 물론 말 안듣고 지 멋대로 하는것도 많지만 그건 내 마음에 보물처럼 존재하는 그런 소중함과는 별개의 문제다.

 

한방 병원에 가면 허리 아파 가도 한의사에 따라서는 발등에 침을 많이 놓는다. 발등을 따라 다리를 따라 올라오면서.... 워난 허리 튼실한 엄마를 둔 덕에 딸내미는 내 몸을 어느 정도 아는 지, 허리 아플 때 발 등 어디를 눌러주면 엄마가 시원해한다는 것을 아는 것 같다. 어쩌면 며칠 간 해 준 그 지압 덕분에 병원 안가고 나아가는 지도 모를 일이다.

 

뭐 그렇다고 우리 관계가 서로 사랑해 마지 않는 그런 다정한 자세로 죽고 못사는 것 같은 그런 태도로 지압을 해주고 받는 관계는 아니다. 난 온갖 협박과 아부로, 딸내미는 별의 별 협상을 하면서 난 어떻게든 오래 지압받으려 안달을 하고 딸내미는 있는대로 거드름 피우면서...... 아~ 나 ~참 ~~~ !  그래도 정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손맛이 있다. ㅋㅋ

 

어찌되었든 오늘 보니 아이들이 너무 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 뿐만이 아니라 자기들의 세상을 모두 가지고 살아간다. 어디까지가 내가 관여 가능한 영역인지 모르겠다. 단지 지켜볼 뿐.

 

쉬고 있어도 힘들고 피곤한 날이다. 내일이면 몸이 가벼워지기를 바란다. 하는 것 없이 누워있는 데도 배는 고프고 먹고 또 누우면 거북하다. 굶으면 딱 좋겠는데, 한 번 굶으면 워낙에 잔소리가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기간이라 주면 주는 대로 먹는다. 사육 당하는 기분이다.

 

이젠 내 멋대로 쫌 해도 될 것 같은데, 잔소리 못하시면 몸도 안 좋은 어른들이 스트레스 받을까봐 꾸역꾸역 잔소리 들어준다. 난 정말 너무 착한거 아닌지 모르겠다.

 

이거 쓰는 데 너무 피곤하다.

프로필 이미지
2012.01.30 13:49:30 *.121.41.245

[410일차 2012 1월 22일 일요일] 기원 

 

한 해를 마무리하는 밤이 되니 피곤에 쩔은 내 몸을 씻어내고 싶어진다. 차가운 공기와 맞닿으면서 혹시나 수축될지도 모를 근육이 걱정되긴 했지만, 그래도 올 해를 마무리하는 저녁, 마음에 남은 찌거기도 버리고 몸 역시 씻어내고 싶어진다. 

 

상쾌하다.

 

씻는 동안 허리가 아주 많이 부드러워진다는 것을 느낀다. 이 넘의 허리는 마음따라 움직이나 싶기도 하다. 어쨌거나 간에 내일 아침에는 조금 더 밝은 얼굴과 마음으로 새해 덕담을 나누고, 한 해를 살아나가리라 다짐해 본다.

 

2011년 다사다난 했던 해, 2012년 아마도 그 만큼 또 다사다난 할 해.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도록 매듭지어진 이런 명절과 절기에 마음 한 켠 기울이며, 내가 기대 사는 이 세상과 눈 인사 다시 나눈다.

 

잊고 지워야 할 것들은 말끔하게 지울 수 있는 용기와 미련없이 버릴 수 있는 자신감을 갖기 원하고, 달려가야 할 곳을 향해서는 온 힘을 다 해 나아갈 수 있는 정성스런 마음으로 한 해를 보내길 소망한다.

 

헛된 욕심으로 시간과 감정 낭비하느라 애 태우지 않길 바라며, 내 마음 속에 담을 수 있는 것들만 담고 아껴 함께 걷게 되기를 바란다.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나고 만나지 않아야 할 사람은 만나지 않으며, 내 하는 일에 지혜와 성심과 노력으로 지나왔노라 내 발자욱 속에 찍혀지기를 원한다. 다른 사람은 수 없어도 나 만은 내가 누구였는지 알게 되기를 원하며, 나 만은 나를 인정할 수 있는 한 해를 보내기를 원한다.

 

훌훌 털고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시간과 자유를 갖게 되길 원하며, 눈부신 사람 앞에서도 기죽거나 부끄러워하지 말고 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마주 설 수 있게 되길 원한다.

 

하루 하루 아껴 살고, 만나는 사람들과 깊이 나누며, 내가 필요하다 말하는 사람에게 내 마음과 가진 것 나눌 수 있는 그런 한 해를 만들어 가길 원한다.

 

내 곁에 주어진 것들에 대해 깊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나를 보고 주위를 보며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고마웠던 한 해를 보내고 설레이는 새 해를 맞는다. 그리고 온 몸으로 부딪혀 살아가는 한 해를 고대한다.

프로필 이미지
2012.01.30 13:50:40 *.121.41.245

[411일차 2012 월 23일 월요일] 알싸한 새해 첫날 

 

나이가 들어 좋은 점은 날 뜨겁게 만드는 그 터질것 같은 기억조차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믿기 어려운 속도로 잊혀져간다는 것이다. 마음 속에 담겨있는 뜨거운 것들을 붙잡고 씨름하다가 그러다가 그것이 버려지는 시간이 점점 단축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좋고 살 만하다.

오히려 한가해지고 느긋해지는 명절 당일이다. 오후가되어 작은 댁과 산소를 향해 출발했다.

올들어 가장 매서운 추위가 몰려왔다는 오늘, 불편한 허리때문에 난 산을 오르지 않고 산소 아래에서 기다렸다. 그런데 진짜 웃기는 일이 일어났다. 산소에 가서 절만하고 모두 쫓아내려 온 것이다. 추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고한다. 아무리 춥다해도 이런 날은 첨인지라 그 상황을 연출한 사람들이 어찌나 귀엽던지 ㅎㅎ, 워낙 점잖한 사람들이어서 그런 날씨쯤 그냥 견뎌야되는것인데 ㅋㅋ

이래저래 다방면으로 마음에 파고든 새해 첫날, 이런 마음으로 첫발을 내딛는다.


프로필 이미지
2012.01.30 13:51:47 *.121.41.245

[ 412일차 2012 1월 24일 화요일 ] 즐거움과 행복함, 뼛속에서 부터 차오르는 

 

엄마가 계신 곳이다. 아버지의 사진과 인사할 수 있고, 내 어린시절을 고스란히 담고있는 동생과 밤새 키득거리며 온갖 비밀 이야기에 야리꾸리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날밤을 지샐 수 있는 곳, 그 곳이 엄마가 계신 집이다.

나이 몇살 어리지만 구박에도 아랑곳하지않고 맘대로 부려먹어도 좋기만한 동생이 있고, 재잘 재잘 떠들어대면서 있는대로 날 구박해도 이쁘기만한 내동생을 만날 수 있는 곳도 엄마 집이다.

기쁘기만하고 좋기만하고 행복 그 자체인 곳, 그 곳에서의 하루. 오후가 되면 제 각각 집을 찾아 떠날지라도 때때로 이런 꿈같은 날이 내게 허락된 시간, 그 속에서 노닌 하루가 저물어간다.

프로필 이미지
2012.01.30 13:53:07 *.121.41.245

 [ 413일차 1월 25일 수요일 ] 집 

 

어제 집을 향해 출발했다. 천안 들러 회사 살펴보고 집을 향하리라 계획했지만 눈길운전에 대한 공포심이 발을 묶었다.

자고나니 눈이 쌓여있다.다행히 도로사정은 좋다. 이 정도라면 혼자가도 될듯싶어 나선다.

트렁크 한가득 실린 짐을 내려 올려서 정리하는게 명절 연휴 마지막에 남겨진 미션이다.
짐을 풀어 정리하고 내일 새벽 출국할 아이 옷가지를 빨래하다보니 하루가 저문다. 집에와서 아름다운 설경을 감상하리라던 은근히 부푼 기대는 풍선 바람빠지듯 사라졌다. 우리집은 천안보다 눈이없다. 이상했다. 산 밑이라 보통은 눈 무지하게 많이 쌓이는데.

새벽 2시나 되어 잠들었다.

프로필 이미지
2012.01.30 14:15:39 *.121.41.245
프로필 이미지
2012.01.30 13:54:29 *.121.41.245

[ 414일차 1월 26일 목요일 ] 심산함 

 

새벽 5시 30분 집을 나선다. 어제 2시 잠들어서인지 새벽에 일어나는 일이 쉽지않다. 새벽길을 달려 공항, 아이를 들여보내고 나서 커피 한 잔을 사서 차에 오른다. 새벽 바람이 매섭다. 그러나 뜨거운 커피 덕에 시린 손은 면했으니, 내가 생각해도 선견지명이 있다 칭찬한다.

밀리는 도로를 따라 집으로 오는 길, 크고 벌건 둥그런 해가 도로 저 편에 둥실하게 떠있다. 조금만 저 방향으로 달려가면 손으로 딸 수 있을 것 같다는 어이없을 기대를 해 본다.

집으로 돌아와 몇가지 일을 해놓고 평촌을 향해 출발한다. 지각 연말정산을 해야하고, 오후에는 출장이 잡혀있다.

학교, 평소엔 정신없이 돌아가는 학교지만 방학때 만나는 사람들은 괜히 더 친근하고 인간미 넘치게 대하게 된다.

출장, 지난번 디스크 건으로 펑크를 낸터라 편집상황이 어떤지 궁금하다. 살펴보니 수정할 부분이 제법 보인다.

아침부터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한 채 6시 30분을 넘기고 마쳤다. 힘도없고 지치는데 정신만 살아 있다. 머리 속으로 이후의 시간순서를 그려본다.

내일 제사라 다시 대구를 가야한다. 거기다 엄마는 미끄러져 넘어져 대퇴부가 완전 골절, 119 에 실려 병원에 가셨다는 연락을 받은터이다. 집에서 학교를 가는 중이었다. 아무렇지 않은척 일하고 돌아오지만 맘은 꽤 복잡하다.

어제 대구 포항거쳐 올라왔는데 오늘밤 또 포항까지 가야하고 내일 제사 참석 있어 대구 가야한다. 그러기위해 일단 천안까지 바로 가야한다. 쉽지않은 일정이다, 그러나 그 이후가 더 문제이다.

이런 일에 대한 종합적 기분을 나타내는 단어는 바로 심산함인것 같은데, 내 기분은 그 낱말에 부응하지 못하는지 전혀, 감정이란것을 모르는 사람처럼 아무것도 없다.

프로필 이미지
2012.01.30 13:55:41 *.121.41.245

 

[ 415일차 1월 27일 금요일 ] 우선순위 

 

어제 새벽 병원 도착, 어느새 새벽을 가르는 사람들의 대열에 합류라도 한듯 한밤중 식당 찾아 밥 먹은게 여러번이다.

며칠 전 엄마집과 오늘의 엄마집이 주는 ㅈ자이다. 병원에계신 엄마집에 한밤중 들어와서 자고난 것, 현재로선 그 어떤 의미도 없다. 그냥 무 인 상태다.

낮에 수술하시고 마취에서 완전 깨어나지 못한 채 중환자실에 들어가시는 모습을 보고 대구로 향했다. 친인척들이 모여 떠들썩 웃어가며 일은 거의 끝나간다. 어제부터 시작된 이 여정이 바로 사람 사는 세상이다.

제사지내기 전, 먼저 집을 향해 나선다. 내일 아침 일찍 있을 가족치료사 자격관련 보수교육 일정이 잡혀있다. 어제부터있던 교육이었지만 날렸고, 상담도 미뤘던 터라 내일까지 날릴수는 없다. 너무 중요한 시기이고 기회이자 자격이라 더는 양보할 수 없는 처지이다.

운전하여 도착한 시각이 2시 조금 못됐다.다행히 짐이 적다. 내일아침 무슨 일이 있어도 일어나 제시간에 연세대에 도착해야한다. 네비게이션이 없으니 너무 내 행동을 제한한다. 내일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한다.

피곤해서는 안된다.

프로필 이미지
2012.01.30 13:57:01 *.121.41.245

[ 416일차 1월 28 일 토요일 ] 환기 

 

종일 실시된 교육을 마치고 집으로가는 길. 최대한 마음을가벼이하고 일상을 대하는 나에게는 긴장을 준비시켜야겠다 마음 먹는다.

강의실에 들어서니 지도교수님이 강의중이시다.일부러 찾아뵈어야 하는 일, 인사도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겸사겸사했다.

오랫만에 강의들으니 살것같다. 배우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 내 적성에 너무 맞다.아마도 너무 부족한 게 많아서 이리라.

그러나 팀별 연습시 상담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다. 나쁘지 않았다.

나는 미처 몰랐다. 내가 그 일에서 얼마만큼 와있는지, 그리고 여전히 가고 싶은곳이 살아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리라고는.

단지 목표라는 추상성에서 풀려나 생생한 날 것으로 저만치에서 기다리고 있는 그넘을 보았다.그리고 그 넘을 곧 잡을 수 있을것이고 나는 그 속에 살게 되리라. 그리 멀지않은 날에.

엄마는 일반실로 옮기셨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