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단군의

/

2단계,

두

  • 김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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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5일 20시 35분 등록

 

1. 제목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Ⅱ

 

2. 새벽시간과 새벽활동

   ○ 활동시간  4시~6시

   ○ 활동내용  글쓰기

 

3. 전체적인 목표

   ○ 지난 100일 간의 수련을 기반으로 2시간의 온전한 새벽활동

       ※ 다른 어떤 활동도 일체 뒤섞지 않는다. 온전히 글쓰기만 한다.

   ○ 100% 출석 및 100% 단군일지 작성

   ○ 개인사(Me Story) 초고 완성

   ○ 김경인 닷컴 홈페이지에 매주 1개 이상의 꼭지 글을 올린다.

   ○ 새벽활동과는 별개로 7권의 좋은 책을 읽고, 7편의 리뷰를 작성한다.

 

4. 중간 목표

   <1~11주>

   ○ 매주 개인사 테마 2개를 선정하여 2개의 꼭지 글을 작성한다. (월~토)

   ○ 일요일은 일주일 간 쓴 글을 피드백 하고,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다 (일요일 오전 7시 마감)

 

   <12~15주>

   ○ 새벽과 관련된 4개의 꼭지 글을 작성한다. (12~13주)

   ○ 단군프로젝트 200일차에 관한 2개의 꼭지 글을 작성한다. (14주)

   ○ 100일간 함께 한 동료들에게 편지를 보낸다. (15주)

 

5. 목표달성 과정에서 직면하게 될 난관 극복방안

   ○ 진정한 싸움은 새벽 2시간이 아닌 나머지 22시간과의 싸움

   ○ 수면부족

      :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22시 전에 잠자리에 든다.

        5~6시간의 수면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결코 정상적인 2시간을 보낼 수 없다.

        새벽활동만큼이나 나의 건강도 소중하다.

   ○ 저녁활동 최소화로 발생할 수 있는 관계의 문제

      : 약속은 되도록 점심시간으로 한다.

        진심이 담긴 편지 등으로 저녁 술자리만이 진정한 소통의 수단이 아님을 증명한다.

   ○ 주제 있는 글쓰기의 어려움

      : 많이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다.

        몰입하여 쓰기 전에 글의 소재를 모으고 뼈대를 구성하는 등

        체계적인 글쓰기 연습을 한다. 끊임 없는 수련과 연습만이 답이다!

 

6. 목표를 달성했을 때 내 삶에서 일어날 긍정적인 변화

   ○ 내 삶의 빛나는 성취 한 가지 추가요!

      : 나의 첫 번째 고객인 나 스스로에 대한 고객만족을 실현하다!

   ○ 제대로 된 나의 이야기 한 편을 가지게 된다!

      : 나의 이야기는 나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아름다운 징검다리가 되었다.

   ○ 7기 연구원이 되기 위한 사전 준비 완료!

      : 개인사 작성 완료, 7권의 좋은 책을 읽고 7편의 리뷰를 완성하다.

        단군 활동을 통해 만난 연구원 선배님 들의 조언과 피드백을 통해

        연구원 활동을 위한 정신적 근육을 탄탄히 하다.

        오직 레이스에서 생존하는 일만이 남았다.

 

7. 목표를 달성했을 때 나에게 줄 보상

   ○ 6주차에 구본형 사부님의 꿈벗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 500일 완주시 전자드럼을 내게 선물한다.

   ○ 100일 완주시 아내와 2박 3일간의 홍콩여행을 다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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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61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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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2 10:06:54 *.207.0.12
잽싸게 경인씨 200번째 댓글은 내가~! ㅎㅎ

생일추카! 감량추카! 금연추카!
무엇보다 변화의 길로 접어든 올 한해 전부 추카!! ^^
생일이 언제에유? 200일 파티때 같이 하면 좋을 듯^^

김경인...하면 떠오르는 것들 중 하나가 이번 꿈벗 가을 소풍 때 새벽 수련 함께 한 것..
그런 느낌알아요..? 누군가 맞은 편에서 내게 힘을 주고 있는 그런 느낌.. ^^

오늘이 벌써 188일차라니 믿기지 않아요. 단군 1기 킥오프 하던 날이 어제처럼 생생한데 말이죠..
경인씨 함께 걸어주어 고마웠어요. 늘 하는 얘기지만 지난 시간들, 경인씨가 있어 든든했어요..^^
올한해가 경인씨에게 커다란 흐름으로 들어서는 그런 한해였길 믿고 바라며
경인씨가 큰바위 얼굴이 되는 그 길들, 이 누나야는 늘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할게요.

2010년을 마감하는 12월 잘 마물리하고 새해는 더욱 빛나는 한해가 되길 소망합니다.
그 인연. 정말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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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3 08:51:39 *.124.233.1

189일차 (12월 3일)

어제 저녁 집으로 들어가는 길은 몸이 젖은 솜 뭉치처럼 무거웠다. 아마도 이틀 전 저녁 무리한 운동 때문이라 여겼다. 하지만 생각이 달라졌다. 늘 이 순간 포기해 왔었다. 근육이 뭉치고 몸이 고단하다고 느낄 때마다 ‘내 몸에도 휴식이 필요해. 회복한 후 다시 시작하면 되지.’ 라는 이야기를 하며 그 동안의 흐름을 끊었다. 하지만 잠시의 휴식이 1주일 한 달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늘 나의 건강 프로젝트는 중장기가 아닌 단발성의 프로젝트로 마무리되곤 했다. 그러나 이번엔 그렇게 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집으로 들어가자 마자 체중을 잰 후 후다닥 옷을 갈아입고 헬스장으로 향했다.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저녁을 굶고 운동을 하더라도 전혀 힘들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지 힘들 것이라는 두려움이 실제로 몸을 힘들게 만드는 것일 뿐이다.

약 8km 정도 걷고 달리고 나면 땀에 흠뻑 젖는다. 1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이지만 그 동안 잊혀지고 낭비되고, 단념된 저녁 시간에 대한 재발견이 내게 희열을 안겨주었다. 추가적으로 체중 감량이라는 선물도 받게 되었으니 금상첨화다. 예전에는 이런 기쁨을 느낄 때 이런 생활패턴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가지며 걱정을 했었다.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그러니깐 바로 지금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해두어야지. 라고 생각을 고쳐 먹고 기운을 낸다. 그리고 그렇게 하다 보면 길게 갈 수 있게 된다. 단군 프로젝트와 금연이 내게 그래 주었다.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건강 프로젝트도 더 이상 단발성이 아닌 장기 프로젝트, 아니 평생 프로젝트로 가져갈 것이다. 새벽 글쓰기, 독서, 금연, 운동, 건강한 식생활 등은 우리가 호흡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듯 그렇게 내 삶의 가장 기본적 양식으로 여기며 평생 실천하며 살아가고 싶은 것들이다.

오늘은 아버지께서 군청에 제출하시는 서류작성을 도와달라고 하셔서 차를 가지고 출근했다. 종합운동장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 회사에 왔다. 오는 길에 탄천교를 건너는 데 바람이 거세게 불어 얼굴이 얼어붙는 듯 했다. 이제는 정말 걷는 일이 익숙해졌다. 하루에 그렇게 걷는 시간이 없으면 허전할 정도로 걷기가 좋아지고 편해졌다. 사무실에 들어와 차를 한 잔 마시고 거인을 꺼내 읽었다. 오늘 읽은 부분은 ‘성공을 이끌어내는 말’이란 부분이었다. 신경언어프로그래밍 (NLP, Neuro-Linguistic Programing)의 요소 중 ‘언어(Linguistic)’ 부분을 다룬 내용이었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말들을 의식화 시키고, 의식화 시킨 내용에 변화를 줌으로써 느끼는 감정이 변하고, 감정이 변함으로써 경험자체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거인을 읽으며 내가 왜 이 책을 가장 좋은 책으로 선정하여 다시 읽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이제는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를 행동하지 않을 수 없게 이끌었던 책’이야 말로 내겐 아주 좋은 책이다. 더는 뒤로 미루는 것을 그만 두도록 하고 지금 당장 뛰어나가 알고 있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고 현실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 내겐 좋은 책이었다. 이 또한 하나의 기준이고 신념이기 때문에 더 매끄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진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어서 빨리 독서를 마무리 짓고 필사를 하고, 요약을 해서 거인의 모든 내용을 나의 것으로 체화시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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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4 08:32:45 *.68.190.76

190일차 (12월 4일)

양평에서 새벽을 맞이한다. 어머니께서 차려주신 맛있는 집 밥도 먹고, 따뜻하고 푸근한 옛 나의 방에서 곤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무엇보다 부모님께서 곁에 계신다. 고향이란 그런 곳인가 보다. 내 방 책상에는 TV가 올려져 있어 간신히 딱 넷 북을 놓을 수 있는 공간만 남아 있다. 여러모로 불편한 환경이지만 마음이 편안하다 보니 오랜만에 온전한 새벽활동을 할 수 있었다. 거침없는 글을 쓴 후 ‘거인’의 실천 편을 모두 읽을 수 있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이 책으로 인하여 내가 얼마나 많은 변화를 체험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저자 자신도 실천하지 못하는 장황한 성공 원칙만을 늘어 놓은 책은 결코 좋은 책이 될 수 없다고 믿는다. 물론 아주 일시적으로 사람을 선동할 수는 있겠지만 언행일치, 지행합일이 이루어지지 않은, 다시 말해 저자 자신의 진실한 경험이 녹아 들어가지 않은 자기계발서는 결코 사람의 마음을 울리지 못한다.

협소한 장소였지만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앉아(예전에 뚱뚱했을 때는 결코 이 자세를 취할 수 없었다.) 책을 들고 밑줄을 그었다. 밑줄을 긋고 책을 읽으며 중간중간 꿈 벗 여행 때 바라본 사부님의 뒷모습을 떠올렸다. 큰 바위 얼굴 보듯 그 때 뒤에서 바라본 사부님의 모습을 흉내 내며 책을 읽으니 마치 내가 사부님이 된 듯한 착각을 했다. 몸도 마음도 내가 과거에 설정해 놓은 낮은 기준과 한계를 조금씩 뛰어 넘고 있는 듯 하다. 그 경험이 또 다른 동기를 부여하고 그러한 동기부여가 또 다시 과거의 한계를 뛰어 넘는 선 순환을 이룬다. 그리고 이것이 습관의 힘을 빌려 감히 생각하지도 못했던 도약을 이루게 해준다. 책을 읽으며 갑자기 개인사에 2010년에 이룬 많은 성과를 요약해서 ‘2010년 내 삶의 터닝포인트’ 라는 꼭지 글을 추가해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옆에 준비해둔 수첩에 적어 두었다. 앞으로 새롭게 다가올 매해가 나에겐 올 한 해보다 점점 나아질 것이지만 분명 2010년은 진정 내 삶의 터닝포인트였다고 기억할 것이다.

어제 사부님의 마음을 나누는 편지를 읽으며 ‘결핍과 창의성’에 대해 배움을 얻었다. 오늘 새벽 이 생각이 다시 찾아온 것은 읽고 싶은 책을 다 읽고, 하고 싶은 공부도 다하고, 원하는 꿈을 다 이루기 위해서는 시간이 부족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즉 ‘시간의 결핍’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이런 결핍이 시간을 보다 알차게 보내고, 보다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창의적인 대안들을 마련해 주지 않을까라는 두서 없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물론 시간의 결핍은 마음의 여유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내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결핍의 의미는 의욕에 비해 실천이 뒤쳐지는 것에 쩔쩔매는,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하지 못하는 현재의 삶에 대한 일종의 ‘아쉬움’ 같은 것이다.

지난 주 양평에서 맞이한 새벽에는 하얀 함박 첫 눈이 내려주었는데, 오늘은 은은한 태양빛에 방안이 밝아오고 있다. 매주 올 때마다 부모님께서 조금씩 늙으시고 약해지시는 것 같아 서글픈 생각이 든다. 태어나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건만 늘 생명의 순환에서 벗어나 불사를 꿈꾸는 것이 인간의 커다란 욕망 중 하나이다. 영원 둘째 치고라도 내가 내 앞가림을 좀 더 하고, 당신들이 남은 여생 편하게 보내실 수 있도록 뭔가 갖추어 드릴 때까지만이라도 기다려 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물질적인 것은 갖춰 드리는데 오래 걸리겠지만 당신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까지 먼 미래에 찾으려 해서는 안 된다. 바로 오늘 지금 당장 당신들과 따뜻한 사랑의 말과 마음을 나누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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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7 09:15:19 *.155.237.78
언제나 응원해주셔서 고마워요 누님..
누님의 소중한 조언과 관심에 힘입어 더욱 더 열심히 정진할께요.
고마워요 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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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
2010.12.04 09:20:19 *.92.216.213
'시간의 결핍'이라......두서없는 생각이 아니라 아주 좋은 생각같아요. 사람들이 왜 교류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경인님을 지켜보는 독자 한 명 있습니다. 2010년은 저에게도 삶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아요. 단군 프로젝트와 변경연 덕분이지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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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7 09:16:09 *.155.237.78
고맙습니다 선생님 ^^
어머니 아버지께 꼭 그 말씀 드릴께요
항상 건강하시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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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익
2010.12.04 10:19:49 *.205.33.64
제일 열심히 성실하게 프로젝트를 수행하신 경인님!!!!
멋지세요..... 그리고 든든해요
부모님께 "사랑합니다" 라는말 한번 해보세요
특히 아버님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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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5 14:03:53 *.109.24.41

191일차 (12월 5일)

늦은 중랑천 산책을 다녀왔다. 약 2시간 반 가량 15km를 걸었다. 집에 도착하니 발바닥이 약간 얼얼했다. 어제 죽마고우 재훈이가 오늘 천안에 결혼식이 있다고 하여 서울로 올라왔다. 결혼식 이후 보지 못했으니깐 1년 이상을 못 만나왔던 셈이다. 둘 다 결혼하기 전에는 적어도 1년에 2번 이상은 볼 수 있었다. 그 1년 사이에 내가 가장 아끼는 그 친구는 한 여자의 남편으로 한 아이의 아버지로 성장해 있었다. 저녁 8시경 노원 역에서 만나 5시간 가까이 술잔을 기울이며 그 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무리로 우리가 늘 술 한잔 기울이고 난 후 하는 의례인 노래방을 찾아가 목이 쉴 때까지 노래를 불렀다. 우리의 주제가 황규영의 ‘나는 문제 없어’를 부르며 언제나 그랬듯 마무리를 장식한다.

함께 집에 들어오니 새벽 1시 반 정도가 되었다. 재훈이를 만나기 전 1시간 가량 400m 트랙을 25바퀴 돌았었고, 장장 5시간여의 회포를 풀다 보니 몸이 녹초가 되어 씻지도 못하고 잠이 들어버렸다. 다행히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나 출석 글을 남겼다. 술도 오랜만에 마시거니와 소주와 맥주를 섞어서 마시다 보니 머리가 너무나 아팠다. 그래서 약 20분 가량 거침없는 글을 쓴 후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일어나 보니 9시가 넘어 있었다. 재훈이를 깨우고 집 근처에 있는 순대 국 집에서 늦은 아침을 먹고 차로 재훈이를 노원까지 바래다 주었다. 언제나 그렇듯 짧은 만남 후 헤어짐은 사람의 마음을 언제나 흔들어 놓는다. 중고등학교 시절 늘 붙어 다니고, 대학시절에도 학교는 서울과 부산으로 먼 거리에 있었지만 늘 자주 연락을 하며 지내 마음이 거리는 언제나 가깝게 느껴졌었다. 그러나 서로 취업준비다 회사생활이다, 이제는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게 되니 서로 연락을 할 수 있는 횟수도 한 달에 한 번이 채 되지 않았다. 이렇게라도 만나게 되어 좋지만 또 언제 만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북받쳐 올랐다.

재훈이를 바래다주고 집에 돌아오자 마자 운동화를 신고 바로 중랑천 산책을 나섰다. 술기운이 남아 머리가 지끈거려 집안에서 머뭇거리다가는 퍼져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역시나 밖으로 나와 몸을 움직이니 훨씬 활력이 생겼다. 늘 새벽에 걷던 길을 낮에 걸으니 나름대로의 묘미가 있었다. 그래도 내게는 고요한 새벽 산책이 훨씬 더 잘 맞는 것 같다. 걷는 동안 법정스님의 저서를 김세원 성우가 내레이션 한 ‘연꽃 향기를 들으며’ 와 법정스님의 육성으로 녹음 된 ‘산에는 꽃이 피네’를 들으며 거닐었다. 한참을 거닐어 의정부 쪽에 이르니 어두운 새벽에는 볼 수 없었던 좁게 흐르는 중랑천을 볼 수 있었다. 햇살에 반짝이며 잔잔히 흐르는 물을 바라보니 마음이 성성해지고 고요해졌다. 오늘따라 몸이 피곤했는지 산책에서 돌아오는 길이 예전보다 멀게 느껴졌다. 집에 도착하니 1시 반 가량 되었다. 갑자기 피곤함이 몰려왔지만 산책을 다녀온 후 쓰는 글의 묘미를 알기에 이렇게 미루지 않고 책상 앞에 앉아 단군일지를 쓴다.

어제 재훈이와 이야기 하며 재훈이가 내 홈페이지에 종종 들어와 단군일지를 읽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평소 사람들에게 내 글에 대해 평가해 달라고 이야기하는 일은 없지만 가장 가까운 친구니 만큼 읽어본 소감이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내 의도를 안 친구는 담담하게 ‘추상적이다’라고 짚어 이야기 해주었다. 나 자신을 독자로 한 내면을 향한 일기 글이라 당연히 추상적일 수밖에 없지만 향후 특정 독자를 대상으로 글을 쓸 경우 너무 추상적으로 치우쳐 글을 쓰는 일은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을 마치는 대로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잠시 눈을 붙여야겠다. 그러고 나면 피로가 조금 가실 것 같다. 벌써 단군 프로젝트 200일차의 13주차가 지나가고 이제 9일 정도가 남았다. 200일차 일지도 이제 한 주 남은 셈이구나. 마지막 까지 마음 놓지 말고 차분하게 한걸음씩 걸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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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6 08:33:25 *.124.233.1

192일차 (12월 6일)

단군 프로젝트 200일 차의 마지막 주가 시작되었다. 물론 1주일 하고도 이틀이 더 남아있지만 이번 주를 마지막 주인 14주차로 보기로 했다. 이번 200차는 출사표에 적어 놓은 목표 중 완전하게 달성한 것은 매일 작성해온 A4용지 한 페이지 분량의 단군일지 뿐이다. 물론 개인사도 상당 분량 작성했고 작성한 글의 대부분을 계획대로 홈페이지에 포스팅 했다. 그러나 당초 계획한 대로 깔끔하게 마무리 짓지는 못했고, 중간에 새벽활동을 변경하는 작업도 단행했다. 가장 아쉬운 점은 새벽활동의 성공기준인 2시간의 시간을 꽉 채운 날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지하철 독서와 출근 후 업무 시간 전까지 하는 독서 및 글쓰기를 포함한다면 2시간을 채운 날 수가 많겠지만 애초 목표가 연속된 2시간으로 정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목표를 달성했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하긴 어려운 면이 있다.

물론 200일 차가 완전하게 종료된 후에 별도에 지난 시간을 피드백 하는 작업을 하겠지만 새벽활동의 수많은 시행착오 중에서 발견한 가장 큰 성과를 뽑으라고 한다면 향후 새벽활동을 하게 될 분야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꿈 벗 프로그램을 통하여 미래 직업의 세 개의 원을 찾았고, 몸 담고자 하는 분야를 찾았다. ‘변화, 정신, 마음’의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자 한다. 물론 그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지만 나는 감히 포괄적이라기 보다 원대하고 웅대한 목표라고 달리 표현하고 싶다. 개인의 감정, 행동, 관계, 건강, 경제력, 시간 등 삶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요소를 변화의 영역으로 끌어와 관찰하고, 연구하고, 멋진 모형을 창조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반드시 내년에 변화라는 분야의 대가인 구본형 사부의 제자가 되어 수련을 하고자 한다. 그렇게 1년간의 수련 후 내 분야에 대한 1년여 간의 깊이 있는 공부를 통해 그에 대한 성과물로 나의 책 한 권을 집필해 보고자 한다. 단순하고도 Basic한 목표다. 물론 앞으로 시간의 흐름과 나를 둘러싼 여러 환경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의치 않는다. 왜냐하면 내겐 도달해야 할 명료한 북극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간은 지연되더라도 내가 도달할 곳은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갖은 고초와 풍파 속에서도 좌절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전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따라 차 맛이 깊다고 느껴진다. 살짝 우렸는데도 진한 맛이 난다. 이번 주는 회사 혁신 프로젝트로 일정이 빠듯하여 야근도 자주 할 것이고, 연수원에 들어가기도 할 것이다. 조직생활을 하면 생길 수 있는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므로 쫓기거나 초조해 하지 말 것. 서두르고 허둥대서 무슨 일이 잘 되어 간 경우를 본적이 별로 없다. 호흡을 깊이 하고, 의연하고 침착하게 대처했을 때 멀리 보고 깊이 사유할 수 있었다. 내가 개선해야 할 부분은 경직된 자세와 생각에서 조금 더 다양한 상황과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말랑말랑 유연하게 접근방식을 달리 하는 것이다. 오늘 거인에서 읽은 구절이 생각난다. ‘거센 바람이 불면 우람한 떡갈나무는 부러지지만 유연한 갈대는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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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7 09:14:02 *.155.237.78

193일차 (12월 7일)

간소하게 새벽활동을 끝마친 후 곧바로 양평 집으로 내려갔다. 어머니께서 차려주신 밥을 먹고, 아버지께서 군청에 제출하실 어업관련 서류 정리를 마무리 해 드린 후 곧장 여주 연수원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먹을 간식거리를 사 놓으라고 차장님께 카드를 받았는데, 연수원으로 오는 길에 슈퍼가 거의 없었고 있어도 문을 닫은 상태였다. 그래서 네비게이션으로 주변 검색을 하여 가장 가까운 슈퍼를 찾아가 간식거리를 산 후 연수원에 들어왔다. 작업을 하게 될 세미나실을 대강 정리한 하고 나니 9시가 다 되었다. 나머지 멤버들이 9시 반경에 도착한다고 하니 대략 30분 가량의 시간이 남아 있어 차 한잔과 함께 마음을 가라 앉힌 후 단군일지를 작성한다.

회사의 다른 곳은 몰라도 이곳 여기 여주에 있는 연수원이 참 좋다. 한적하고 고요해서 숨어 있는 요새 같다. 일이 아니라면 이런 곳에서 며칠 푹 쉬어도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러지 못할 것이 뭐 있겠는가? 일을 놀이라 여기고 휴식이라 여기면 휴가를 온 것이나 다름이 없다. 다 마음 먹기 나름이다. 이왕에 먼 곳까지 온 거 열심히 해서 꼭 성과를 내고 가도록 해야겠다. 운전을 하며 이곳에 오는 내내 교육부서로 이동하여 자주 이곳에 와 교육을 진행하고, 내가 직접 개발한 컨텐츠를 회사에 하나의 프로젝트로 기안하여 사내강사가 되어 회사 임직원과 보험설계사 분들에게 강의를 하는 모습을 떠올려 본다. 지금 당장 내가 꿈꿀 수 있는 실현가능성이 있는 상상이다.

무엇보다 지금 내가 꿈꾸고 있는 일이 가장 매력적인 것은 충분한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아마도 엄청난 양의 책과 많은 분량의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게으름과 나태함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부지런함과 성실함이 발휘된다면 나는 어마어마한 Contents Provider가 되어 그 동안 꾹꾹 눌러 담아 왔던 지적 욕구와 창의성을 발휘하고 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다. 매일 이렇게 꿈을 꾸고 그 꿈을 위해 한 걸음씩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러한 삶이 이루어져 있을 것이라 믿는다.

올 5월에 프로젝트 작업을 하기 위해 이곳에 왔을 때는 연수원 부근의 숲에 신록이 물들기 시작했었는데, 이제는 상록수를 제외하고 나머지 나무들은 낙엽을 다 떨구고 수척한 모습으로 겨울나기를 시작하고 있다. 언제나 푸르른 상록수도 좋지만 겨울이 되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놓아버린 채 텅 빈 충만을 느끼게 해주는 저 빈 가지의 나무에게 나는 더 정감이 느껴진다. 아마도 저 나무 줄기 안으로는 밖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따스한 맑은 수액이 흐르고 있을 것이며 곧 찾아올 봄과 봄에 움트게 할 새 잎과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한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저렇게 의연하고 침묵을 지키는 나무가 나는 참 좋다. 그래서 나는 나무를 닮은 사람을 좋아한다. 아마도 내가 가질 수 없는 침묵과 고요함 그리고 그 묵묵함으로 나를 감싸 안아주는 포근함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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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2.07 10:21:03 *.35.254.135
경인이가 교육부서에서 직원들을 위한 자기계발 프로젝트 강사가 되어
활동하는 모습 상상만해도 이 누나는 기분이 좋아진다.
늘 변화에 대한 열정이 충만한하여 그 기운이 넘쳐흐르는 경인이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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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8 07:23:45 *.155.237.9
아쉬워요 누님.. 저도 그 자리에 함께 했으면 참 좋았을 것 같은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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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2.07 16:59:31 *.35.254.135
지난주 서울서 진행한 프로그램 평가를 하다가 희석씨가 강의하던 모습이 떠올라 괜히 내가 흡족해졌거든 경인이가 희석씨 무지 좋아하잖아 그러고보니 둘이 많이 닮았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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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8 07:23:03 *.155.237.9

194일차 (12월 8일)

연수원에서는 좁은 분임 토의 실에 모여 작업을 하는 것이라 회사 사무실에서처럼 틈나는 대로 개인적인 글을 쓰기가 어렵다. 그래서 조금은 이르지만 일찍 단군일지를 작성하고자 한다. 얼마 전 희석형님께 ‘살고 싶은 대로 살지 못하는 이유’ 라는 제목의 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희석형님은 회신으로 ‘그렇다면 살고 싶은 대로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화두를 던져 주셨다. 두고두고 이 화두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첫 째,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가 분명해야 한다. 즉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라는 질문에 명료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쉽지 않은 일다. 선행되어야 하는 이 질문에서부터 나는 막혀버리고 만다.

언젠가부터 나는 자유롭게 꿈꾸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또한 꿈을 반드시 밥벌이와 연결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그래서 언제나 막막함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것이고, 은연중에 스스로를 혼탁한 사람이라 여겼던 것이다. 물론 아주 훌륭한 대박 수준의 사업아이디어가 떠올라 훌륭한 밥벌이 수단으로 삼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꿈꾸는 것들은 아직 밥벌이와 연결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무엇보다 나는 아직 비범함으로 도약하기 위한 절대시간인 1만 시간의 1/10도 채우지 못했고, 현업과 천직을 잇는 필살기도 찾지 못하였으며, 그 보다 더 선행적으로 탐색해야 하는 천복조차 명료하게 발견하지 못했다.

아마도 무의식 중에 내가 바란 건 숙성과 침묵의 시간을 거치지 않은 채 마술처럼 일어나길 바라는 기적이었던 것 같다. 아무 노력, 고통, 대가, 인내 없이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고, 내가 가지고 있는 이상의 값을 치러주길 바란 것이다. 그저 유명해지기만을 바라고 그 유명세를 통하여 몸 값을 더 높게 부르겠다는 그런 속물적인 근성이 나의 꿈을 향한 순수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꺾어온 것이다. 결국 내가 가슴속 깊숙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자연의 법칙’을 따르는 것이다. 씨앗을 뿌리고, 그 씨앗이 움트고 싹이 트는데 까지 필요한 그 무엇, 그 싹이 줄기로 자라고 연둣빛 잎을 갖고 꽃을 피울 때까지 필요한 그 무엇, 꽃이 지고 그 꽃이 열매를 맺을 때까지 필요한 그 무엇. 모든 것을 훌훌 털어 버린 채 작은 껍질 하나로 추운 겨울을 견딜 수 있게 하는 바로 그 무엇이 지금 내게 간절하게 필요한 것이다. 그 무엇이란 바로 ‘시간과 인내’이다.

내 가슴을 떨리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마치 아내를 보고 첫 눈에 반했을 때의 그 떨림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 마땅한 것이 떠오르지 않는가? 가슴으로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실과 두려움의 그림자를 거두고 나면 그 자리에, 바로 그 자리에 내가 찾던 보물이 기다리고 있다. 이 세상 어디를 찾아 헤맨다 하더라도 보물은 없다. 그 보물은 밖에 있지 않고 바로 내 안에 그렇게 은은하게 빛을 내고 있다. 보물을 찾기 위해 내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는 바로 ‘간절함’이다. 떨림이 없는가? 간절한 마음으로 깊이 들어가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단한 호두껍질 같은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찾지 못했기 때문에 찾지 못한 것이다. 그런 모든 미혹이 거두어졌을 때 비로소 천둥 같은 울림이 따를 것이다. 그 울림은 바로 내 안에서 비로 깨어난 거인의 심장 뛰는 소리이다.

‘마크툽!’

내 역사는 이미 기록되어 있다. 어떻게 기록이 되어 있는지 나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내 역사, 내 미래의 그림을 내가 직접 그리고 채색하고 회고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되 묻는다. ‘살고 싶은 대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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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9 07:46:02 *.155.237.9

195일차 (12월 9일)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지만 오랜만에 맞이한 푸근하고 따뜻하며 개운한 새벽이다. 3시 반에 알람에 잠시 눈을 떴다 나도 모르게 다시 눈을 감았다. 지난 200여일 간 단군 프로젝트를 하면서 다시 눈을 감은 후 이렇게 까지 늦게 일어난 적은 없었다. 아마도 며칠간 부족한 잠을 채우기 위한 내 몸의 항상성 작용의 일환이리라. 게다가 연수원의 너무나 뜨끈한 방의 온도가 내 몸을 더욱 더 이완시켜 주었는지 모르겠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제기랄!’ 하며 우왕좌왕 허둥지둥 서둘렀을 텐데 그래 봐야 상하는 것은 내 마음이고 이미 지나간 2시간여의 시간은 몸 보신을 위해 잠으로 보낸 후이다. ‘다시 신발끈을 조여야지.’ 라는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 여긴다. 이미 200여일 간의 성공이 내 뒤에 든든히 서 있어 새벽활동에 대한 자신감을 뒷받침해주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신뢰 즉 자신감이란 이런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방심과 자만은 경계해야 하는 요소이므로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이곳 연수원이 위치한 여주군 신북면에 있는 산속은 아름다운 설원이다. 숲 속의 커다란 나뭇가지 위에 수북이 쌓인 눈이 겨울을 보다 겨울답게 하는 것 같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광이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가슴이 뛴다. 어디서 많이 본 풍광이다. 강원도 화천에서 군 생황을 했을 때 바라 봤던 풍광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캐럴’ 이란 영화 속에서 보았던 한 장면 같기도 하고, 언제가 TV에서 스쳐 지나가면서 본 캐나다 침염수림 속의 풍광 같기도 했다. 아니면 내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이미 본 꿈속 미래의 한 장면일 수도 있다.

이렇게 순간순간 찾아오는 감정의 폭풍들에 나는 가끔 속수무책으로 당할 때가 있다. 그것이 때론 화난 감정의 폭주라는 부정적 형태로, 혹은 이렇게 가슴이 벅차 오르는 설렘이라는 긍정적 형태로 찾아오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감정의 물결들이 내 마음 속 이성이 관할하는 영역 밖에서 찾아오는 점이라는 데 있다. 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에너지의 물결과 같이 내 마음을 휩쓸고 간다.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물결을 만드는 힘. 나는 그것을 나의 내면에 있는 우주의 에너지, 즉 무의식의 역동이라 여기고 있다. 마치 거대한 바람과 파도를 만드는 자연과 우주와도 같은 세계인 것이다. 이런 나의 믿음은 세상에 대한 해석과 경험의 색깔과 명암을 보다 다양하고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이 새벽 추운 산 중에서 지저귀는 새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고, 눈 내린 숲을 바라보며 글을 쓸 수 있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 내가 그토록 찾던 행복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순간을 감히 나는 살아있음에 대한 경험이라 이야기 하고 싶다. 법정스님의 말씀처럼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광을 가슴에 담은 것 하나만으로 하루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양식으로 삼을 수 있다. 파랑새는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지금 내 주변 지천에 널려 있다. 맑은 공기, 차갑지만 상쾌한 바람, 뽀드득 눈 밟는 소리, 나뭇가지 위에 하얗게 쌓인 눈. 이 모든 것들 속에 내가 그토록 찾던 것들이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자꾸 풍요로운 마음과 행복을 뒤로 미루지 말자. ‘바로 지금’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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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9 23:12:54 *.55.76.110
말은 뜻을 전하기 위함이고, 뜻이 전달되면 말은 잊혀진다.
나는 어디서 말을 잊은 그대를 만날 수 있을까.

수북이 쌓인 눈이 세상 소음을 덮어버린 곳에서
창밖을 보며 행복한 사색에 잠겨있는 경인님 모습을 생각하니 문득 떠오른 구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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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0 14:51:14 *.124.233.1
"말은 뜻을 전하기 위함이고, 뜻이 전달되면 말은 잊혀진다."
누님의 이 말이 마음을 무찔러 오네요.
곧 뵙겠네요. 
웃으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그 시간이 기다려 집니다.
그때 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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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0 14:49:19 *.124.233.1

196일차 (12월 10일)

연수원에서 하루 세끼를 다 먹었기 때문에 체중이 늘어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체중이 줄어있었다. 아마도 의식적으로 소식을 하고, 먹고 난 후 바로 퍼지지 않고 산책을 하며 가볍게 운동을 한 것이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아니 지난 한 달간 꾸준히 유산소 운동을 해온 것이 유산소 체질을 만든 것 같다. 이 흐름을 타고 어제는 저녁을 간단하게 먹고 아내와 함께 운동을 했다. 가볍게 하려고 했는데 막상 러닝머신에 오르니 탄력을 받았다. 그래서 400m 트랙을 16바퀴는 뛰고, 5바퀴는 걸었다. 그렇게 땀을 흠뻑 흘리고 나니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체중을 재보니 최고기록 돌파다. 9월 24일 감량 이후 이미 지난 주에 10kg 감량에 성공했고, 최종적으로 개체 하는 12월 14일까지 2kg를 추가 감량하기로 목표를 수정했다. 불가능할 것이라고만 여겨졌던 일이 현실로 이루어질 날이 눈앞에 와 있다.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않는다.

체중감량은 상징적인 목표이고 내가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가치는 건강이다. 체중을 감량하고, 운동을 생활화 하고, 체지방을 줄이고, 무엇보다 식습관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다. 불가능하다 여겼었다. 한끼라도 굶지 않으면 안 되고, 배가 불러올 때까지 먹지 않으면 안 된다 여겼었다. 꿈 벗 프로그램을 통해 하루 굶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고, 회사 일을 하면서도 단식을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을, 또한 공복상태에서 운동을 하는 것이 반드시 배고픔에 허덕이는 고통을 수반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내가 그 동안 얼마나 타성에 젖은 수동적인 조건반사에 길들여져 있었는지 절절하게 깨닫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아주 짧은 기간이었지만 단식은 나에게 익숙한 과거로부터 단절을 체험할 수 있는 상징적 계기를 마련해 주었고, 일시적으로 견디기 힘들었던 그 찰나의 고통을 견디고 나니 ‘아! 나도 할 수 있구나!’ 라는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원래 의도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결과를 가져다 주는 이른바 ‘진행효과’가 발휘되었다. 단식 체험 후 식사량이 전에 비하여 현격하게 줄어들었고, 공복에 하는 유산소 운동으로 인하여 가시적인 체중감량 효과가 있었고, 그 효과에 다시 동기 부여를 받아 흐름을 타게 된 것이다. 지금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쁘고 정신 없는 환경 속에 있지만 살아오면서 가장 활력 있는 신체 상태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단군프로젝트를 통해 글쓰기, 독서, 금연, 체중감량, 식습관 개선 등의 긍정적인 정신적 신체적 근육이 강화되었다. 그러나 감히 변화에 성공을 거두었다고 속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우선 변화의 경과기간이 길지 않다. 따라서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컨디셔닝(Conditioning), 다시 말해 조건화다.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 에서 엔서니 라빈스는 ‘신경체계 조건화’ 기술에 관하여 설명하면서 저자의 집에 있는 그랜드 피아노를 조율하는 사람들을 통해 조건화에 대한 실마리를 얻게 된다. 처음 조율하고 조율이 완료되는 것이 아니라, 처음 조율한 뒤 3일 뒤, 그 뒤 1주일 후, 한 달 후 이런 식으로 조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변화 또한 이와 다르지 않아서 단기적인 변화에 성공한 후 지속적으로 그 변화에 조건화를 해야만 변화를 장기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이미 작년의 다이어트 후 요요 현상의 경험, 금연 실패의 경험이 내게 조건화의 중요성을 절절히 체험할 수 있게 해주었다.

내일은 변경연 송년회가 있는 날이다. 아내와 함께 가기로 했는데, 사부님도 뵙고 내년에 있게 될 연구원 지원에 대한 동기부여, 연구원 활동에 대한 아내와의 공감대 형성, 단군 사우들과 꿈 벗 동기들과의 만남 등 많은 의미를 담은 모임이 될 것 같다. 아내도 송년회 일정을 보고 너무 재미있고 즐거울 것 같아 설렌다고 한다. 아주 많은 기대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불필요하게 지나친 기대는 기대를 갖고 참가한 사람도 행사를 준비하는 주최측도 부담스럽게 한다. 그저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 하나만으로도 커다란 배움이 될 것 같고, 그거 하나면 충분한 가치를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눈 온다는 예보는 없었는데 날씨가 흐린 것이 갑작스레 눈이 내릴 것 같다. 어제 연수원에서 바라본 창 밖의 ‘아침의 눈’ 벌써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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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1 15:35:37 *.124.233.1

197일차 (12월 11일)

다음주에 있을 혁신과제 보고대회 일로 사무실에 출근했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홀로 앉아 있으니 전화벨 소리와 현장 응대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로 시끄러운 평일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든다. 적막하고 고요한 이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다. 얼추 일을 마무리 짓게 되면 오늘 저녁엔 양재역에서 아내와 만나 변경연 송년회에 갈 예정이다. 꿈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의 송년회. 아내와 나 모두 기대가 크다.

어젠 아내가 내 생일 서프라이즈 파티를 해주었다. 전혀 기대도 생각도 못했던 지라 깜짝 놀랐고 그 만큼 감동의 물결은 더욱 컸다. 그리고 내 생애 처음으로 경험해 보는 서프라이즈 파티이기도 했다. 원래 내 생일은 12월 12일 내일이다. 그러나 오늘 저녁 부모님께서 양평에서 올라오셔서 하루 묵으시고 내일 아침을 어머니께서 직접 차려주신다 하셔서 단 둘이 생일 축하하기 위해 아내가 마련한 깜짝 이벤트였다. 집 안으로 들어선 순간 까만 실내에 예쁜 향초가 여기저기 놓여있었고, 이곳 저곳에 알록달록한 하트모양 풍선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마주 보이는 거실 벽 사이에 ‘Happy Birthday to You’ 라는 글자 플래카드를 걸어 놓았다. 그리고 홀로 살 때 쓰던 베란다에 내다 둔 작은 티 테이블을 거실 한 가운데에 들여 놓았고 그 위에는 작은 케이크와 초가 빛나고 있었다. 눈 앞에 펼쳐지는 낯선 광경에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아 그냥 무작정 아내를 꼬옥 안아주었다.

생애 처음 경험해 보는 깜짝 파티, 종일 상상하고 계획하고 준비했을 장식과 케이크와 선물도 감동이었지만 내 가슴을 겉잡을 수 없게 만든 건 아내의 떨리는 손이었다. 집 문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아내는 치지직 예쁘게 타 들어 가는 불꽃에 불을 붙이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처럼 불이 붙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불을 대신 붙이려 라이터와 불꽃을 건 내 받는 순간 아내의 차가운 손이 심하게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떨림에 그날 아내에게 일어났을 법한 일들과 아내가 생각했을 법한 일들이 머릿속에 그려졌고, 아내의 따뜻한 마음의 울림이 내 가슴 안으로 전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마치 빛으로 이어진 것 같은 공명을 느꼈던 것이다. 그 느낌이 전해지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이런 게 살아있음에 대한 경험일까? 아니면 영혼의 공명이라고 해야 하나? 이름이야 무엇을 갖다 붙이던지 중요하지 않다. 늘 정신의 언저리인 의식 속 이성의 판단에 익숙하던 내게 나의 가슴 속 내면의 우주 저 깊숙한 곳에서 올라온 듯한 그 뜨거운 느낌은 이미 언외(言外)의 것이다.

오늘 아침 새벽활동 후 1시간 반 가량 집 앞 헬스장에서 운동을 했다. 돌아와 보니 장모님께서 와 계셨다. 주말에 일이 있고, 연수원에 다녀오고 하느라 거의 2주 만에 뵈어서 너무 반가웠다. 오전에 처남의 결혼 예단으로 내 옷 한 벌을 사주시고, 아내와 함께 한복을 찾으러 가신다 하여 오신 것이다. 내가 가서 모시고 왔어야 했는데 생각이 짧았다. 어머님께서 사주신 코트가 너무나 마음에 든다. 지금까지 이렇게 멋지고 값나가는 옷을 입어본 적이 없어 낯설긴 하지만 옷이 날개라고 새 옷을 입으니 어린애마냥 기분이 좋다. 오늘 변경연 송년회의 드레스 코드가 빨강과 초록이라고 해 그런 색이 들어 간 옷이 여름에 월드컵 때 입었던 붉은 악마 티셔츠 밖에 없어 걱정했는데, 오늘 하고 온 목도리에 빨간 색이 들어 있으니 다행이다. 평소에 뵙지 못했던 많은 분들을 뵐 수 있을 것 같고, 폭음으로 떡 칠 된 그런 ‘망년회’가 아닌 알찬 ‘송년회’가 될 것 같아 설레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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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2 10:05:15 *.109.52.8

198일차 (12월 12일)

오늘 새벽 날씨가 무척이나 쌀쌀했다. 중랑천을 산책하는 데 얼굴이 얼어 붙는 듯 했다. 지난번 산책했던 그 지점까지 가려다 그곳에서 몇 백 미터를 더 걸었다. 요즘 계속 이런 패턴이다. 최소한 이전 수준만큼은 하다. 되도록 기존에 세운 최고기록을 조금이라도 갱신한다. 산책도 그렇고 운동도 그렇다. 지난 번 최고기록을 세운 것은 컨디션이 좋았고, 정말 최선을 다해서 그런 것이니 적당히 하라는 내면의 웅성임이 인다. 흔들린다. 그러나 그 순간만 극복하고 나면 정말로 최소한 이전 수준만큼 해낸다. 거기서 조금만 더 하면 된다. 운동과 산책을 통해 좋아진 것은 호흡이다. 호흡만큼 정말로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는 신체활동은 없을 것이다. 호흡법의 개선을 통해 폐활량도 전에 비해 훨씬 늘어났고, 비단 운동할 때뿐만 아니라 사무실에 앉아 일을 할 때도 호흡을 의식하게 되었다. 평소 무의식적으로 쉬던 짧고 얕은 호흡만 개선하더라도 조금은 더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폐활량도 많이 늘어서 하루에 계단을 세 번이나 오르내려도 이제는 전혀 힘들지 않다.

어제는 변경연 송년모임이 있었다. 사부님을 비롯해 반가운 얼굴들이 많았다. 아내와 둘이 사부님과 일부 연구원을 제외하고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 민망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꿈 벗 동기 봄새와 단군 동기 성우형, 병진이 형님이 오셔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맛있는 음식, 6기 연구원들의 꼼꼼한 준비로 생애 처음으로 가장 알찬 송년회를 보낸 것 같다. ‘공익을 경매하라’ 시간에 사부님의 넥타이와 정화누나의 그림을 꼭 사고 싶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가격이 높아 감히 경매에 참가하기도 어려웠다. 특히 6기 최우성 연구원과 아우님께서 해주신 공연은 연말에 비싼 유료 공연이 하나도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집에 부모님께서 와 계셔서 마무리는 보지 못하고 중간에 나올 수밖에 없어 아쉬웠다. 연구원 모두 각자의 생업이 있을 것이고, 연구원 활동 자체만으로도 벅찰 것 같은 데 이렇게 알찬 행사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니 모두가 대단한 내공을 가지고 있고, 연구원 활동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긴장한 탓에 먹을 것을 많이 담아 생각 없이 먹었고, 반가운 마음에 사람들과 건배를 하다 보니 맥주도 꽤 많이 마셨다. 역시 내 몸은 참 정직하다. 먹은 만큼 체중이 늘어있었다. 예전 같았다면 전혀 의식하지도 측정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측정하지 않으면 정말로 관리할 수 없다. 이는 회사를 경영하는 일뿐만 아니라 개인을 경영하는 일에도 적용된다. 지난 주는 산책 시간이 길게 느껴졌었는데 오늘은 2시간 반이 금새 지나갔다. 살을 애는 듯한 추위가 얼굴과 허벅지를 얼어붙게 만들지만 그래도 고요한 새벽에 걷는 것이 최고다. 간혹 가다 지나치는 분들의 대부분이 노인이다. 걸으며 생각했다. ‘저들은 왜 이 시간에 나와 저렇게 움직이는가?’ 추측하건 데 ‘건강’ 때문일 것이다. 불편한 걸음걸이로 열심히 걷는 분을 볼 때마다 느린 걸음이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 다시 노력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이른 새벽 운동하는 그들의 노력과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 그분들 모두 건강을 회복하시기를.

아내가 차려준 생일상. 너무나 고맙다. 세상에 살아 숨쉬게 해주신 부모님께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들은 하나의 우주를 태어나게 해주신 분들이다. 그들의 우주도 영원히 소멸되지 않길 소망해 본다. 아침을 먹고 이발을 하고 오니 나른하게 졸음이 몰려온다. 퍼지면 안 된다. 개운하게 욕조에 몸을 담그고 피로를 푼 후 아내와 데이트를 하러 나가야겠다. 어떤 영화가 재미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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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3 12:33:07 *.124.233.1
고마워요 누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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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2.12 10:46:37 *.180.75.152
경인아 생일 축하해^^*
페북에서 보고 업무일지에 적어두고 깜박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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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4 04:26:19 *.109.24.110
고맙다 봄새야! 아내도 이 사진 보면 많이 좋아할 꺼야!
정말로 고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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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3 19:14:04 *.194.24.229
오빠~~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요.
보라씨랑 너무 잘 어울렸어요. (^^*)
늦었지만 생일 선물로 보라씨와의 러블리한 사진을 첨부해요.
몇장 되니깐 오빠가 고이 저장해서 따로 간직해도 좋을 것 같아요. ^^
이번에 사부님과의 사진은 제가 몇발짝 놓쳐서 못찍어 드렸네요. (죄쏭~히)
그럼 또 담에 뵈요, 오빠. 연말 잘 보내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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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3 12:32:47 *.124.233.1

199일차 (12월 13일)

이제 200일차가 하루 남았다. 300일차와의 공백기간인 26일간의 계획을 세웠다. 1월 초에 공지될 7기연구원 모집요강에 맞는 지원서를 작성하는데 매진할 것이다. 그리고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선정된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 의 리뷰와 한 페이지로 요약하고, 역할모델에 관한 글도 작성하고자 한다. 그렇게 새벽활동은 지금과 동일하게 모닝페이지와 개인사 작성, 독서로 구성이 될 것이다. 건강 목표 역시 지금과 같은 패턴으로 주 3회 이상 유산소 운동을 할 예정이고, 일요일 새벽에는 새벽활동 대신 중랑천 순례길을 산책할 계획이다. 체중은 14일 최종 측정치에서 3kg 추가 감량을 할 예정이다.

새벽활동과 건강 관련 목표 외에 추가적으로 26일 간 2011년의 Master Plan을 작성할 것이다. 그 속에는 관계, 배움, 영적, 경력, 경제, 여가, 공헌, 쇄신 등의 역할과 분야를 나누어 구체적인 목표와 세부 계획이 담길 것이다. 또한 사명선언서, 꿈의 원형 100가지, 10대 풍광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는 작업도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내겐 공백기간이 없다는 것이다. 내게 있어 새벽 2시간은 숨쉬는 공기, 마시는 물과 같이 지극히 당연하고 필수적인 것이다. 따라서 오히려 프로젝트 진행기간 보다 더 엄격하고 확실하게 새벽활동을 실천할 것이다. 200일차 외에 꿈 벗 30기 출석 글을 작성해 오고 있기 때문에라도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내일이면 단군 프로젝트 200일 차도 마무리가 되지만 건강프로젝트도 마무리가 된다. 마지막을 기념하기 위해 오늘은 레몬주스로 단식을 하고, 내일은 포도로 단식을 할 예정이다. 마음 같아서는 1주일 단식을 실천하고 싶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최소한 이틀, 가능하다면 수요일까지 단식을 이어나가려고 한다. 오전에 어제 집에서 아내와 함께 직접 만든 레몬즙을 생수에 타서 30분 단위로 2L를 마셨다. 이런 식으로 오늘 중으로 총 3병을 마실 예정이다. 이렇게 레몬주스로 장을 소독하고 내일 포도 단식으로 2달 반 가량의 건강프로젝트의 마무리 의식을 마치고 또 새로운 건강프로젝트에 돌입할 것이다. 물론 골자는 지금과 변함없다. 적게 먹고 많이 운동한다. 추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기존엔 유산소운동으로만 시간을 구성했는데, 복근과 옆구리 등의 근육운동도 추가할 예정이다.

새벽에 1시간 출퇴근 1시간씩 최소한 하루에 2시간 이상은 독서를 해왔다. 그러나 생각보다 책을 읽는 분량은 많지가 않다. 아무래도 중간에 흐름이 끊기기 때문인 것 같다. 무엇보다 주로 읽어온 책인 실천 지침을 작성하는 책들이 있어 시간이 오래 소요된 것 같다. 올 해 독서목표인 50권도 반드시 다 채우도록 한다. 물론 책의 분량보다 책을 읽는 깊이가 중요하지만 50권이라는 숫자적 상징도 목표 달성이라는 의미를 갖기 때문에 꼭 실천에 옮기도록 한다. 12월 마지막 주에는 올 한 해를 마무리 짓는 짧은 글을 반드시 쓰도록 한다. 그 글이 개인적으로는 ‘죽음 편지’ 형식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난 번 1차 세미나 때 참석을 못해 내내 미루어 오고 있었는데 반드시 하루 시간을 내어 꼭 작성한다.

마무리를 짓는 시간이다 보니 마음이 약간 상기되고 들뜨는 것 같다.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 앉히고 침묵하자. 어떤 인디언들은 12월을 ‘침묵하는 달’ 이라 부른다고 한다. 마음에 와 닿는다. 허기지고 배고프지만 참을 수 있다. ‘자발적 빈곤’을 실천할 수 있는 자신이 대견스럽게 느껴진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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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4 04:27:32 *.109.24.110
고마워요 명희 누님!
얼른 달려가 제 마음도 남겨야 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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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
2010.12.13 12:58:06 *.237.241.234
저는 경인님의 200일차 단군일지의 애독자입니다. 저는 요즘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면서, 마음이 조금 어수선합니다. 짐도 정리를 해야하니 방도 어수선하구요. 그런데 경인님의 단군일지를 읽고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있어  이렇게 꼬리말을 남깁니다. 200일차 내내 성실하게 꾸준히 <자신의 내면을 향한 여행>을 함께 해주어서 고마움을 전합니다. 경인님의 단군일지는 저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오늘의 글도 그렇네요. 300일차 시작까지의 26일간의 공백을 귀국준비로 인해 생각지도 못했는데, 저에게 다른 생각의 씨앗을 던져주었어요. 200일차의 여정을 함께해서 즐거웠습니다. 고마워요. 다만 한 가지, 다이어트하는 일을 너무 급속히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몸이 견딜수 있는 만큼만 서서히 하시기를 바랍니다. 새해에도 이루고자 하시는 일을 꼭 이루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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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요한
2010.12.13 19:55:05 *.176.113.224

경인님,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정말...페이스북에 친구생일 있다고 했는데...출장이다 뭐다 경황이 없었어요. )

지난 200일 시간동안 더욱 깊어지고 넓어진 경인님,
앞으로도 더욱 더 크고 높아지는 경인님이 되시기를!

해피 버스데이 & 해피 크리스마스!!!
해피크리스마스9.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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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4 04:28:44 *.109.24.110
고맙습니다 요한님!
어서 요한님의 일지로 달려가 제 마음 남기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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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
2010.12.14 04:39:59 *.142.196.227
경인님!
단군이로 좋은 인연이되어 감사드립니다.
부족을 위한 공헌에도 감사드리고요.
함께 할 수 있어서 더욱 의미있는 여정이었습니다.
경인님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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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4 09:05:02 *.124.233.1

200일차 (12월 14일)

200일째를 맞이한다. 늦여름과 초가을 사이의 어디쯤에서 시작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0일 이란 시간이 훌쩍 흘러왔다. 100일차를 맞이했을 때의 호들갑과는 다르게 차분하고 덤덤하다. 새벽활동이 200일차로 ‘끝’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이어져 나갈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9월 24일 아침부터 체중을 기록하기 시작하며 목표를 세웠다. 200일차가 끝나는 12월 14일까지 10kg 이상을 감량할 것이라고. 정확히 오늘 아침 그 때 이후로 12.3kg 감량했다. 성공이다. 그러나 이 또한 ‘끝’이 아니다. 내가 이 과정을 통해 얻고자 한 것은 단순한 체중감량이 아닌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의 생활화였다. 그 첫 번째 과제가 정상체중의 회복이었다. 아직 키에 대비한 정상체중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감량해야 할 부분이 더 남아 있다. 지금까지 거침없이 달려왔다. 그래서 무리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지금부터는 체중계의 수치보다 실제로 건강한 음식을 섭취하는지, 운동을 정기적으로 꾸준히 하는지를 기록하며 건강을 관리 할 것이다.

200일 차를 마무리 하면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함께 하는 사우들에게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교류를 하지 못한 부분이다. 출석체크, 새벽활동, 단군일지 작성도 버거워서 함께 하는 사우들이 어떻게 새벽을 보내고 있는지, 얼마나 힘든 과정을 겪고 있는지 등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물론 나의 새벽활동의 주제 자체가 ‘내면 탐험’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핑계이다. 사우들과 댓 글을 통해 좀 더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수면 부족을 만회하기 위해 기상 시간을 100일차에 비해 30분 늦추었음에도 새벽활동의 질이 현격히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추위 탓에 간신히 모닝페이지를 작성하고 다시 따뜻한 이불로 숨어버리기 일쑤였다. 최초의 계획이던 개인사 작성이 중간에 막히면서 날씨가 급격히 추워지면서 공백이 많았다. 가장 큰 원인은 22시 전에 취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건강프로젝트의 시작으로 저녁 시간의 사각지대를 운동으로 채운 것은 커다란 성과이기도 했지만 운동으로 인한 피로 누적으로 새벽활동의 농도가 흐려진 부분도 있다.

새벽활동을 통해 얻은 성과로는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한 페이지 이상 모닝페이지를 썼으며, 한 페이지 분량의 단군일지 또한 단 하루도 빠짐없이 썼다. 여기에 개인사 항목의 일부를 꼭지 글로 쓰기도 했다. 단군일지의 경우 매주 작성한 7일치의 분량을 모아 내 개인 홈페이지인 김경인 닷컴 (http://kimkyungin.com)에 연재했다. 특정분야를 다룬 전문적인 글이 아닌 개인 일기 수준의 글이지만 100일 간의 생생한 나의 체험이 단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된 살아있는 나의 신화이다. 100일차의 100% 출석과 더불어 200일차의 100페이지 분량의 단군일지는 올 초 세운 10kg 이상의 체중감량과 50권의 책 읽기 라는 목표와 더불어 2010년의 가장 위대한 성취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변화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한 출발점은 분명 ‘나 자신’이어야 한다. 이것은 변화전문가가 되기 위해 스승으로부터 배운 첫 번째 명제이자 나의 사명이다. 그 출발점을 나는 매일 새벽에 4시 이전에 일어나는 것과 2시간을 내 것으로 만드는 일로 시작했다. 물론 매일 수월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대체로 실천으로 옮겨냈다. 그리고 매일 썼다. 하루도 빠짐없이 쓰려고 했고 써냈다. 맑고 향기롭게 살아가기 위해 10년간 피워온 담배를 끊었고, 10kg 이상을 감량했다. 2010년 내게 주어진 과제는 자명하다.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여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이룬 성취들을 조건화 하여 유지 관리하는 일이 내겐 보다 중요하다. 쌓아 올리는 것은 너무나 힘들다. 그러나 무너지는 것은 언제나 순식간이다. 얼핏 보면 불공평해 보이지만 겸손한 마음, 조심스러운 마음, 차분한 마음을 가지고 임하라는 일종의 계시 같은 것이 아닐까? 200일차는 종료되었다. 그러나 내게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또 다른 신호이다. 예전 서태지가 은퇴할 때 ‘Good Bye’ 앨범에 썼던 문구 ‘End가 아닌 And’라는 문구로 200일차 단군프로젝트의 100번째 단군일지를 마무리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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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5 18:24:52 *.124.233.1

200+α 1일차 (12월 15일)

200일의 시간은 다 지나갔지만 이 좋은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일지를 지속해서 쓰기로 마음 먹었다. 어제와 오늘이 결코 다를 이유가 없다. 단군일지는 새벽활동의 일지 이상이다. 소중한 나의 하루에 대한 기록이다. 애초에 그렇게 마음을 먹고 쓰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시작했기 때문에 A4 한 페이지 분량으로 매일 같이 써내려 갈 수 있었다. 하루를 기록하고 마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하루 이틀이 모여 100일을 이루고 나니 그 위용이 만만치 않다. 작은 것이 꾸준히 모이면 어떤 위력을 발휘하는지 지난 100일, 이번 200일 동안의 절절한 깨달음이 내게 알려주었다. 해보지 않으면 결코 체득할 수 없는 그런 살아있는 배움이다.

처음 며칠은 결단의 의지의 힘을 빌려 버틴다. 의지력이 고갈된 자리엔 공허함이 남는다. 그 공허함의 순간을 건너뛰고 나면 습관의 근육이 붙는다. 습관의 근육이 붙이면서 공허하게 퇴색되었던 의미가 살아나기 시작한다. 크고 무거운 바퀴를 굴리는 것과 같다. 처음 굴릴 때 너무나 힘들다. 천천히 구르다 멈추려 한다. 보통은 거기까지 하다 그만둔다. 그런 위기의 순간에 다시 한번 힘을 주어 굴리면 관성의 법칙이 작용한다. 그 흐름을 타면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가 없다. 간혹 가다가 튀어나온 돌과 만나기도 한다. 덜컹거리면서 위기를 맞이한다. 그러나 습관이라는 관성과 거기서 찾은 자기 성찰이라는 의미의 힘은 가뿐하게 그 위기를 돌파한다. 그렇게 계속 구르게 된다. 멈추지 않을 것이고, 멈추게 하지도 않을 것이다. 평생 가져갈 것이다.

초심(初心)이 가장 중요하다. 방심하거나 거만해지면 곧 바로 무너진다.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 곧바로 다시 딛고 일어서야 한다. 머뭇거리면 거기서 끝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습관으로 만드는 것은 정말 쉽다. Just Do It. 그냥 하면 된다. 거만하게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그렇지가 않다. 그 동안 미루어 온 다이어트나 금연 등을 떠올린다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담배를 피웠는가? 그렇지 않다. 또한 우리가 예전에는 못 먹다가 지금은 잘 먹는 음식을 떠올려 보면 쉽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언제나 변화하고 있으며 그것이 습관으로 자리 잡는다. 변화를 하지 못하는 것은 간절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두렵기 때문이며, 접근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냥 시작하지 못한다. 시작하기까지 별의 별 이유가 다 필요하다. 첫 마음. 바로 그 초발심(初發心)을 내지 않기 때문에 변화할 수 없는 것이다.

쓰고 싶고 하고 싶은 말이 점점 더 많아진다. 늘 자기계발서의 성공공식을 읽기만 해왔다. 몇 가지의 작은 성공을 거두다 보니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공식이 아니라 바로 행동과 실천만이 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세상 모든 것을 다 아는 듯이 떠들어 대는 이론가보다 아무 말 없이 행동으로 보여주는 실천가에게 나는 열광한다. 말과 행동의 일치(言行一致), 앎과 아는 것의 일치(知行合一)에 열광하는 것이다. 이 글을 써 내려가며 가슴 속의 어떤 존재들이 북을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뭔가 뿜어져 나오려는 듯한 이 울림이 나를 설레게 한다. 마음 속에서 맴돌다 시절인연을 만나게 되면 뿜어져 나올 그 존재들. 그 존재들은 태곳적부터 거기에 있었다. 내가 찾지 않았기 때문에 알지 못한 것뿐이다. 그것은 무의식일 수도 있고, 내 안에 잠든 거인일 수도 있으며, 우렁찬 사자후를 외칠 초원의 늠름한 사자일 수도 있다. 나 그리고 변화를 향한 간절함을 품고 있는 이들에게 내면의 위대한 존재를 깨워주는 일. 바로 이 일이 그 동안 그토록 내가 찾아온 바로 그 일이다. 다시는 놓치지 않을 것이다. 다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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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7 05:30:00 *.124.233.1

200+α 2일차 (12월 16일)

금요일에 있을 혁신과제 전사보고 대회 때문에 요즘 계속 정신이 없다. 지금 하고 있는 혁신 프로젝트 업무가 회사와 나를 연결해 주는 마지막 끈이라 여기며 몰입하여 작업하고 있다. 결코 공통점이 없을 것 같았던 회사와 나의 관계에 이번 과제는 마지막 희망과 같다. 당장 회사를 박차고 나올 수 없다면 내가 먼저 자세를 낮추어 겸손한 마음으로 손을 내밀고 태도를 바꿔야 한다. 언젠가 가까운 미래에는 서로의 입장이 뒤바뀔 것이라 믿으면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팀 내 6시그마 전담 팀에서 임원이 추진하는 챔피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다. 물론 아직은 내가 PO(Process Owner)나 Leader는 아니다. 윗분들의 입맛에 맞게 발표자료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세부적인 통계작업은 각 과제별 담당자들과 팀원들이 작성을 한다. 그렇게 나온 초안을 취합하여 다양하게 조합하고, 챔피언인 임원의 요구사항에 맞게 발표자료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여기서 발휘되는 나의 장점은 나는 결코 약속된 기한을 어기는 법이 없고 (성실함, 부지런함), 전체적인 시야를 갖고 세부적인 것들의 방향성을 조율할 수 있으며 (넓은 시야), 상대방의 의도를 정확하게 간파하여 (개인화), 그런 내용들이 잘 반영된 자료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작성할 수 있다 (개념과 지식의 시각화).

무엇보다 몰입할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온다는 사실이 내게 희망을 가져다 준다. 물론 이번 과제의 경우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스스로 열정을 이끌어 내었으면 좋았을 것이지만 그 동안 회사와의 과도기적인 불편한 관계 때문에 그러하지 못했다. 좋은 리더는 구성원의 열정을 이끌어 낸다는 피터드러커의 리더십의 정의를 잘 실천하는 프로젝트 리더의 변함없는 신뢰에 힘입어 다시 프로젝트에 몰입할 수 있었다. 이번 계기를 통해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겠다던 처음의 그 마음을 되찾고 싶다. 그 성실한 마음이 지금까지의 조직 내에서의 나의 브랜드를 만들어 주었다. 다행히도 그 신뢰의 잔고가 바닥나기 전에 회사와 상생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은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보자.

점심에는 희석형님을 만났다.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으신다고 하여 메일로 연락을 주고 받았다.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아무렇지도 않게 실천하시는 형님의 내공에 다시 한번 감탄한다. 형님을 알게 된 건 나로써는 대단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솔직하게 지금까지 이런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적극적으로 찾지 않았기 때문이며, 독단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고민한 부분을 이미 고민했고, 내가 정확하게 어떤 부분에 막힘이 있는지 찾아내어 뚫어 줄 수 있는 사람. 무엇보다 내가 내 마음속의 고민들을 마음껏 털어 놓을 수 있고, 그 고민과 궁금증을 경청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흔히 멘토라고 한다. 나는 드디어 내 삶에 멘토를 찾은 셈이다. 게다가 형님은 이미 내가 원하는 직업을 가지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1인 기업을 운영하고 계신다. 물론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세속적인 성공을 거두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우나 그것은 눈에 보이는 결과적인 이야기일 따름이고, 자신의 비전과 방향성을 가지고 그것과 일치된 삶을 살아가는 그런 사람이다.

형님은 전의 만남에서 내게 ‘살고 싶은 대로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화두를 던져 주셨다. 오늘의 대화는 ‘살고 싶은 대로 살지 못하게 하는 실행을 가로막는 장애물’인 나의 ‘완벽주의’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형님에게 나오는 말을 받아 적지 않을 수 없었다. 필기도구를 챙기지 않아 쟁반 위에 깔아 놓은 깔개 종이를 뒤집어 형님의 이야기를 받아 적었다. 형님은 완벽주의를 ‘권위’ vs ‘권위주의’와 비유하여 ‘완벽’ vs ‘완벽주의’를 설명해 주셨다. 권위는 긍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으나 권위주의는 권위가 없는 이들이 권위를 가지고 있는 체 하는 것을 의미한다. 완벽주의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완벽과 완벽주의는 같지 않다. 완벽한 순간이란 결코 찾아오지 않는다. 완벽은 시행착오를 통해 빚어진 결과다. 오히려 완벽이란 말보다는 탁월함이란 말을 선택하는 것이 어떠한가? 형님은 과거에 글을 쓸 때 셰익스피어와 같은 영감이 찾아와야지만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라 믿었다고 한다. 글쓰기 관련된 많은 책을 읽으며 위대한 작가들이 숲 속을 거닐며 훌륭한 영감이 떠올랐을 때만 글을 썼던 것이 아니라 매일 일정시간 기계적으로 쓰는 거듭되는 훈련과 시행착오를 통해 작품을 만들어 냈다는 것을 알고부터 글쓰기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다고 한다. 이에 대하여 괴테는 ‘실행이 곧 마술’이란 주옥 같은 말을 남겼다고 하시면서.

형님은 이렇게 나를 살고 싶은 대로 살지 못하게 가로막는 ‘완벽주의’를 타파할 수 있는 4가지 방법을 이야기 해 주셨다. 첫 번째, 완벽에 대한 인식을 바꿔라. 앞서 말했듯이 내가 생각하는 완벽한 순간은 결코 찾아오지 않는다. 따라서 그 순간이 ‘찾아와 주기’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 완벽은 수 많은 시행착오의 결과 중 하나이며 ‘완벽’이란 단어보다 ‘탁월함’이라는 단어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 두 번째, Self Starter를 가동하라. 이 말은 나이키에서 광고하는 Just Do It! (그냥 해버려!) 과 같은 맥락의 의미다. 좋은 느낌이 찾아 왔을 때 지체 없이 시작하라는 의미다. 아내에게 용기를 내어 처음 고백했을 때 내 마음이 그랬다. 그 지체 없이 들이댄(?) 그 용기 덕분에 나는 작업(?)에 성공하고 결혼에 골인할 수 있었다. 세 번째, 효과성을 추구하라. 효과성은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 나오는 개념이다. 효과성의 의미는 ‘효율의 목적성’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어떤 일을 잘 하는 것이 효율성이라면 분명한 목적과 방향성을 가진 좋은 일을 하는 것이 효과성이다. 좋은 방향과 효율성이 만났을 때 효과성이 극대화 된다. 즉 좋은 방향을 잡으란 의미다. 마지막으로 ‘아직은 아니다 증후군’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나의 내면의 그림자 ‘두려움’의 목소리를 이겨내라. ‘지금이 바로 그때’ 라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렇게 형님은 4가지의 완벽주의 타파에 관한 방법을 이야기 해주었다.

덧붙여 강조한 내용은 ‘완벽’ 아니 ‘탁월함’은 취사 선택의 문제가 아닌 비율의 문제이다. 완벽주의를 통해 입은 피해도 크지만 그로 인해 배운 많은 것들과 여러 이점들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속에 있는 긍정적인 알맹이 요소를 남겨두라는 의미다. 그 속에 있는 긍정적인 의도와 나의 강점까지 죽여서는 안 된다. 이 또한 역시나 균형과 조화의 문제로 귀결된다. 기억에 남는 형님의 말 중 하나. 행동주의자 피터 셍게의 학습의 정의를 형님은 참 좋아한다고 하셨다. ‘학습은 행동을 통합시키는 과정이며, 이것은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다.’  형님과 나눈 30분 정도 되는 대화를 메모해 둔 것을 글로 옮겨보니 다시 한번 형님의 내공에 감탄한다. 무엇보다 나의 이야기를 경청해 주시고, 진심으로 조언해주는 형님의 정성 어린 관심과 배려에 나는 더 감동한다. 이 고마움을 그저 받기만 하진 않을 것이다. 언젠가 나도 형님께 드릴 수 있는 뭔가가 있을 것이다. 오늘은 생각보다 많은 분량의 글을 썼다. 그리고 글쓰기에 몰입했다. 앞으로 이런 순간이 내게 점점 많아질 것이다. 그것은 곧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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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7 18:39:19 *.124.233.1

200+α 3일차 (12월 17일)

혁신과제 전사 보고대회가 끝났다. 물론 중간 보고 대회였지만 다음 최종보고까지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마음이 한결 가볍다. 별다른 지적과 질문 없이 무난하게 마무리되었다. 오늘 마음 편하게 200일 파티에 갈 수 있게 되어 기쁘다. 게다가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퇴근한다고 미리 이야기도 해 놓아서 더욱 더 홀가분하다. 그 동안 내가 폄하고 비하해 왔지만 지난 5년간 내가 해온 일들이 결코 함부로 비하되어야 할 종류의 일도 아니거니와 그 일들로 인하여 내가 이룬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역량의 향상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었다. 아마도 이제 조금씩 존재와 일의 교차점을 찾을 수 있는 해빙(解氷)이 찾아오고 있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의 회사와 나의 관계가 일방적으로 회사 지향적이었다면 앞으로는 다르다. 1인 기업의 마인드로 회사생활에 임할 것이다. 지금 당장 박차고 나오지 않는 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넘쳐 흐르는 학교 같은 이곳과 담을 쌓을 필요가 없다. 오히려 친하게 지내며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얻어내고 말리라.

어제는 월요일 이후 3일만에 운동을 했다. 지금까지의 최고기록인 400m 트랙 14바퀴를 15바퀴로 경신했다. 이제는 나도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6km 정도는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지구력을 가지게 된 셈이다. 더 이상 무리하지 않기 위해 약 한 달간 15바퀴까지만 달릴 것이다. 그 이후 에너지가 넘친다면 그 이상 달려도 좋다. 하지만 향후 나의 유산소운동의 적정량은 연속 15바퀴이다. 걷는 것을 포함하여 최소 20바퀴, 최대 25바퀴를 기준으로 하여 운동한다. 단군 프로젝트 300일차가 끝나는 4월 20일까지는 가벼운 팔 굽혀 펴기, 윗몸 일으키기를 제외한 별도의 무산소 근육운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때까지의 나의 목표는 운동의 생활화, 습관화 및 유산소운동의 체질화이다. 매일 최소한 1시간 이상(출퇴근 시 걷기, 점심 산책, 하루 3번 계단 오르기 포함) 운동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매주 최소한 3번 헬스장에서 8km 이상 유산소운동을 하고, 일요일 새벽에는 약 15km 거리의 산책을 하거나 등산을 하도록 한다. 이러한 내용을 단군프로젝트 출사표와 같은 양식으로 작성토록 하여 난관을 어떻게 해쳐나갈지, 달성했을 때 어떤 보상을 스스로에게 해줄지를 정할 것이다. 그리고 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나의 모습을 10대 풍광을 그리듯 생생하게 그릴 것이다. 목표와 방향만 분명하다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긴다는 것을 지난 200여일 간 깨달은 바 있다. 지체하지 말고 당장 실천해 옮기도록 하자.

거의 한달 여 만에 ‘거인’을 완독했다. 거의 대부분의 글귀를 형광 펜으로 밑줄 그은 것 같다. 아마도 지난해 4월에 읽었을 때와 지금의 내가 많이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분명 나는 성장했다. 대체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성장했다. 성장할수록 내면을 향한 호기심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아직 미개척 분야의 대표주자인 ‘변화’와 ‘인간의 마음’이 나를 자꾸 끌어 당긴다. 내 마음에 불을 붙인 주인공이 바로 이 책이기도 하다. 이 많은 양을 필사하려면 손목이 엄청나게 시큰거리겠지만 그 정도는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다. 다만 내가 바라는 것은 필사를 통해 미처 내가 깨닫지 못하고 놓친 부분까지 함께 끌려와 주는 것이다. 책을 읽고 필사를 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북 리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작아진다. 올해 목표인 50권의 독서 목표는 채우겠지만 과연 그 책들을 모두 내 것으로 만들었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고개를 들 수 없다. 내 년에 연구원이 된다면 아마도 나는 이 부분을 가장 힘겨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걱정도 생기지만 도전정신이 발동한다.

그 동안 아는 사람이라고는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전부였던 내가 올 한 해는 그 울타리에서 벗어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물론 변경연을 통해서다. 꿈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을 알게 되고, 내가 꾸는 꿈이 터무니 없는 꿈이 아님을 이야기 해주는, 그 꿈을 아름답다 이야기 해주고 함께 나아가자고 손 내밀어 주는 말 그대로 꿈 벗들을 알게 되었다. 술자리에 가서 매일 상사와 마음에 들지 않는 선후배 직원의 뒷담화가 화두가 되고, 조직 속 낙타의 삶이 늘 강조되었던 숨막히는 회사라는 작은 울타리를 넘고 나니 더 넓고 열린 세계가 있었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존재이다. 나는 ‘○○화재 직원’이 아니다. 나의 Identity는 무수히 많다. 회사원으로서의 정체성은 내 역할의 극히 일부이다. 농담처럼 이야기 하는 진담인 ‘회사 일은 부업이고 내 본업은 새벽과 주말에 하는 활동이다.’ 물론 아직 전혀 밥벌이는 안되지만. 벌써 금요일이다. 한 주가 금새 지나갔다. 내게 주어진 주말의 이틀을 어떻게 하면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보다 긍정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멋진 질문을 내게 던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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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9 06:06:11 *.21.108.98
똑똑똑!!!
경인님, 안녕하세요? 200일차 수련을 마치고도 꾸준히 그 흐름을 이어가시는 모습이 저에게 좋은 자극이 됩니다.
The end가 아닌 and로 남은 기간 또한 잘 채워 나가시리라 믿어요.
다름이 아니라 지난 금요일 모임 때 말씀하셨던 것 중에 멘토, 사내 강사.. 이런 것들이 생각나서 짧게 적으려구요.
어쩌면 경인님께서 알고 계실지도 모르지만 양정훈님을 소개하고 싶어요.
현재 포스코 사내 강사이자 작가, 리더십FT로 활동하고 계신데요. 블로그는 여기
http://yangcoach.com/90101303991

경인님의 morning page처럼 매일 '삶의 향기-일일 레터링'을 발행하고 계세요.
꾸준한 독서와 필사, 그리고 운동으로 체력을 단련하는 모습이 경인님과 너무나 닮아서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또 한 분의 멘토가 되시지 않을까해서요.

윗 글에 쓰신 희석형님은 혹시 '나는 읽는대로 만들어진다'를 쓰신 분 아닌가요?
제가 변경연을 알게 된건 그 분 책을 통해서였던 것 같아요. 책을 읽고 싶은데 어떤 책을 읽어야하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몰랐을 때 도움을 받았던 책이었는데 꼭 필요한 때에 저를 찾아와준 고마운 책이예요.
그래서 이 책에 대한 느낌이 아직까지 무척 좋은 것 같구요.

한 분을 소개하러 왔다가 오히려 제가 다시금 좋았던 기억과 멘토 한 분을 떠올리며 갑니다^^
300일 여정의 시작까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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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0 12:43:18 *.124.233.1
고마워요 현주님! ^^
희석형님은 현주님께서 알고 계신 그 '이희석'님이 맞구요. ^^
추천해 주신 블로그에 들어가 보았어요. 정말 대단한 분이시더라구요!
정말 고맙습니다. 현주님.
함께 300일차를 맞이하고 싶었는데 너무나 아쉽네요.
그래도 한 번 함께 했으니 영원히 함께 가야겠지요?
1기 모임이 있거나 하면 꼭 함깨 해 주세요!
현주님의 새로운 100일이 최고의 시간이 되길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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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9 06:25:26 *.109.53.15

200+α 4일차 (12월 18일)

단군프로젝트 200일 파티가 있었다. 꼭 가고 싶었다. 왜냐하면 앞서 진행된 3번에 세미나에 모두 참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세미나는 100일차 프로젝트를 성공했을 때 자신에게 선물하기로 했던 제주여행을 다녀왔기 때문이고, 두 번째 세미나는 회사창립기념제에 강제 동원되었기 때문이며, 세 번째 세미나는 집안의 경조사(처남 상견례)로 인해 참석하지 못했다. 운명의 장난인지 당초 16일에 있게 될 혁신과제 보고대회 일정이 하루 늦춰져 17일에 생겨버렸다. 역시나 월요일에 차장님이 17일에 끝나면 함께 고생한 기획팀 사람들과 한 잔 하자고 하셨다. 더는 물러설 수 없다. 오래 전에 잡힌 약속이 있어 참석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씀 드렸다. 그로 인하여 회사 회식이 다음주 목요일로 미뤄졌다. 뭐든 끝나는 순간에 맞춰 그 분위기에 술자리를 가져야 한다는 파트장님의 비아냥거림이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가치의 우선순위에 입각한 선택을 해냈다. 적어도 내겐 회사가 내 가치의 최우선 순위가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선택이었다.

역시 그 선택에 후회하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별로 듣고 싶지도 않고 하고 싶지 않은 얘기가 오가는 시간으로 점철될 뻔 했던 저녁시간에 나는 꿈을 나누는 친구들과 만날 수 있었다. 내 생일을 기억해 주고, 나의 공헌에 고마움을 표현해 주고, 아름다운 동영상을 보여주고, 나를 ‘사철나무’라고 비유해 주며 나를 눈물짓게 하는 이런 만남의 자리를 어찌 그런 너저분한 자리와 비교할 수 있겠는가? 역시나 나의 선택은 옳았다.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왔다. 술과 담배연기에 찌들었던 예전의 늦은 귀가와는 사뭇 기분이 달랐다. 들어와서 출석 글을 남겼다. 그리고 바로 잠들지 않고 모닝페이지를 썼다. 쓰면서 계속 졸음이 몰려왔다. 꿈과 현실의 경계선을 오가며 간신히 한 페이지를 쓴 후 곧 잠이 들었다. 아내가 처가에 갔다 돌아오는 소리에 깨어났다. 8시 반정도 되었다. 함께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했다. 1시간 반 가량 운동을 해서 땀을 빼고 나니 몸이 그렇게 상쾌하고 가벼울 수가 없다. 토요일 오전도 내 시간관리의 사각지역에 있던 시간이었다. 사각지역의 시간을 운동으로 채움으로써 찾아오는 희열은 독서와 글쓰기의 즐거움 못지 않다. 운동을 하고 나오니 병진형님의 문자가 와 있었다. 7기 연구원 공지가 떴다는 소식이었다. 집에 돌아와 확인을 해보니, 연구원 활동 2년 차 때 책을 쓰지 않으면 커다란 Demerit 조항이 추가되었다는 내용과 연구원 활동비 350만원을 미리 납입해야 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그 외에 개인사 작성 항목은 작년과 변함이 없었다. 아내와 의논해야 할 부분이 생긴 셈이다.

12시에 직장동료 결혼식이 있어 아내와 함께 마포에 갔다. 원래 결혼식이 있거나 하면 늘 차를 가지고 가곤 했었는데, 차가 밀릴 것 같기도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지하철을 타고 갔다. 결혼식에 들러 아침과 점심식사를 한꺼번에 해결하고 광화문에 있는 교보문고에 들러 아내에게 책 선물을 했다. 예전에 읽은 책이기도 하고, ‘법정스님의 내가 사랑하는 책들’이란 책에 나왔던 ‘꾸뻬씨의 행복 여행’이란 책이었다. 2주 연속 매주 책을 읽었다는 아내의 독서 흐름을 위해 어떤 책을 선물할까 고민하다 선택한 책이다. 함께 종로 거리를 거닐다 아내와 연애 할 때 들렀던 ‘Copitiam’ 이라는 청계천 가의 카페를 찾았다. 작은 2층 카페인데 2층의 나무로 된 바에 앉으면 청계천이 내려다 보여 운치가 있다. 아내와 나 모두 좋아하는 풍광이다.

아내와 함께 거의 2시간 이상을 대화했다. 늘 느끼는 것이 그런 따로 시간을 내어 깊은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조셉 캠벨이 이야기 한 것처럼 결혼은 ‘관계’를 향한 희생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희생이란 표현을 ‘공헌’으로 바꿔 이야기 하는 것이 내게 더 맞을 것 같다. 결혼생활도 매일 피상적으로 얼굴만 보며 겉도는 대화로만 이뤄진다면 회사생활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매주 주말에 반드시 1시간 이상 따로 시간을 내어 북 카페 같은 곳에서 소통의 시간을 갖기로 약속했었다. 그 시간을 갖고 나면 늘 느끼는 기분은 ‘충만함’이다. 서로 그 동안 오해할 만한 사건과 이야기들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누고, 지난 일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계획을 세우며 우리는 우리의 ‘관계’라는 꼭지점에 몰입하게 된다. 그때 느끼는 감정은 연애할 때의 설렘보다 한 단계 성숙한 감정이다.

연구원 지원에 관한 이야기 들에 관하여 서로의 생각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아내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연구원이 된다면 반드시 2년 뒤 책을 써서 2013년 1월 30일 아내의 스물 여덟 번째 생일에 교보문고에서 나의 첫 책을 아내에게 직접 선물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다짐의 글을 오늘 선물한 ‘꾸뻬씨의 행복 여행’에 써주었다. 관계의 충만함이 가져다 주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결국은 사람이라는 혹자의 표현을 가슴으로 느끼게 된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결혼은 무덤이다’ 라는 쓰레기 같은 은유를 쓰게 되면 결혼생활은 정말로 미친 상태에서 무덤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 될 수밖에 없게 된다. 오늘 내가 생각하는 결혼에 대한 은유는 ‘결혼은 행복여행’ 이다. 함께 손 붙잡고 하는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고 탐험이다. 때론 의견이 맞지 않아, 서로 다른 점이 많아 티격태격할 수 있지만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걸어가며 자연스럽게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하나가 되어 간다. 그렇게 남자와 여자, 서로 다르다는 대극을 초월한 하나라는 충만한 감정을 체험한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 캠벨이 발한 천복, ‘살아있음에 대한 경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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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9 09:54:59 *.109.53.15

200+α 5일차 (12월 19일)

6번째 일요일 중랑천 순례길을 걷고 돌아왔다. 어제 처가에서 9시쯤 잠들었다 새벽에 일어나자 마자 상계동 집으로 왔다. 출석 글을 남기려 하니 이미 다른 분들께서 글을 남겨 놓으셨다. 거침 없는 글을 쓰고, 어제 못쓴 단군일지를 쓰고, 샤워를 하고 7시에 집을 나섰다. 오늘은 귀에 아무 것도 꽂지 않고 걷기로 했다. 그 전에는 좋아하는 음악, 법정스님의 연꽃 향기를 들으며 길을 거닐었었다. 오늘은 전적으로 나의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전념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멍하게 온갖 망상이 흙탕물처럼 희뿌옇게 일더니 걸을수록 마음이 가라 앉았다.

어제 공지된 변경연 연구원 지원서인 개인사의 첫 주제는 ‘나는 누구인가?’ 이다. 늘 이 화두를 가슴에 안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함에도 이 주제를 맞닥뜨릴 때마다 막막한 마음을 가눌 수가 없다. 걷는 동안 이 질문이 미친 듯이 내 마음 속을 휘젓고 다녔다. 그러다 퍼뜩 여러 생각들이 떠올랐다. 이 생각을 적고 싶은 데 적을 데가 없었다. 분명 이대로 지나가면 희미한 기억만이 남거나 망각해 버리고 말 것 같았다. 그때 마침 스마트 폰의 음성메모 기능이 생각이 났다. 떠올랐던 그 생각을 녹음했다. 제대로 녹음이 되었는지 확인하려고 재생을 해보니 민망할 이유가 없음에도 민망한 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렇게 1시간 반 가량 중랑천을 거닐며 모두 11개의 음성메모를 남겼다. 집에 돌아오자 마자 One Note에 기록해 두었다. 이미 이런 기능을 원활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오늘 찾아낸 이 녹음기능이 앞으로 아이디어 작업에 엄청난 공헌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남긴 메모의 내용들은 이렇다.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나는 우주이다. 나는 별이다. 나는 내면 탐험가다. 나는 여행자이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존재다. 어느 날 새벽에 나는 보았다. 나의 내면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나만의 우주를. 그 내면의 우주 그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나의 의연한 뒷모습을 보았다.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걷는 것은 다르다. 그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이 말이 산책 중 가장 강하게 내 마음을 무찔러 왔고, 짜릿했으며 소름이 돋게 만들었다.) 거인에서 읽었던 부분이 생각이 났다. '우리는 영적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 아닙니다. 우리는 인간의 경험을 하고 있는 영적 존재입니다.' 내가 하는 생각, 내가 쓰는 글, 내가 읽는 책, 이런 것들이 내 존재 자체는 아니다. 내 존재는 그 이상이다. 그 이상의 숨어 있는 내 자신이 분명히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다. 오늘은 생각이 넝쿨째 굴러 나오는 그런 날인가 보다.'

나의 첫 책에 관한 생각으로 ‘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 의 해, 즉 바다는 나의 자기(自己)다. 나의 내면의 우주, 진정한 나 자신, 태곳적 자연, 나의 전(全)존재이다. 그런 본래의 내 존재가 나의 자아(自我), 의식 속에 머무는 아직은 작은 나의 자아에게 전하는 메시지이다. 그것이 내가 나에게 던지는 글이 될 것이다. 이것이 Concept이 될 것이다.’ 라는 메모를 남겼고,

나의 기질적 단점에 대해서는 ‘이전에 썼던 불 같은 다혈질 성격 외에 MBTI 중 나의 성향인 ENTJ와 반대되는 영역 S(감각), F(감정), T(인식) 부분이 부족한 것 같다. I와 E는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것 같다. S와 T적 측면이 가장 부족한 것 같다. 예를 들면 큰 숲을 볼 줄 아는 능력과 미래의 비전을 세우고 청사진을 만드는 능력에는 출중하다. 그러나 그것을 거꾸로 잘게 쪼개는 일, 그래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아는 능력은 부족하다. 즉 나는 세부적인 실행 방법을 만드는 일에 약간의 부족함이 있다. 정보 검색을 통한 DATA 중심의 접근을 잘 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나는 쇼핑을 할 때 이 사이트와 저 사이트를 오가며 비교하고 검색하고 자료 수집하는 일을 잘 하지 못한다. 반면에 나의 아내는 정말 그 방면에는 선수다. 같은 제품이더라도 이 사이트 저 사이트 비교해 가며 가장 저렴한 것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런 것을 즐기며 뿌듯해 한다. 나는 그 일이 머리가 아프다. 이것이 어찌 보면 나의 기질적 단점이다.’ 라는 메모를 남겼다.

새롭게 추가할 내 삶의 빛나는 성취에 대해서는 ‘2010년은 내가 길을 아는 사람에서 길을 걷는 사람으로 변모한 아주 커다란 의미를 가진 한 해였다.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그런 한 해다. 그 동안 나는 길을 안다고 하며 함부로 지껄이며 살아왔다. 그렇지만 이제 말만 늘어 놓는 이론가에서 자신의 신화를 써 내려가는 사람이 될 것이다. 직접 신성한 나만의 길을 걷는 순례자가 될 것이다.’ 라고 기록했다.

기록하지 않으면 내면에서 찾아온 무궁무진한 보석들이 순식간에 망각의 바다로 쓸려 사라진다. 손으로 쓰던지, 음성 메모를 남기던지 기록하고 또 기록한다. 메모로 인한 달콤한 열매를 맛본 이상 이런 기록하는 습관이 내가 새롭게 장착하고자 할 멋진 아이템이 될 것 같다. 일요일인 오늘 무엇을 할까? 즐겁게 할 만한 일들이 너무나 많아 설렌다. 수첩에 몽땅 적어 놓고 우선순위에 입각해서, 한 번에 한 가지씩 해야겠다. 아내가 기다리겠다. 얼른 마무리 짓고 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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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0 12:39:43 *.124.233.1

200+α 6일차 (12월 20일)

어제 오후 대청소 후 길게 낮잠을 자고, 저녁에 아내와 영화 ‘Love Actually’ 를 보았다. 밤 10시가 넘자 습관적으로 졸음이 몰려와 다시 잠들었다. 새벽에 일어나는 데 영화를 보며 마신 약간의 와인 탓인지, 아니면 너무 잠을 많이 자서 일상의 리듬이 깨져서인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출석 글과 모닝페이지를 쓴 후에 ‘거인을 깨워라’ 마지막 남은 부분을 읽었다. 한달 여 만에 완독을 한 셈이다. 필사를 할 생각을 하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또한 개인사의 뒷부분이 아직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이라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고민되었다. 마음이 가는 데로 우선은 ‘거인’을 필사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MS 워드에 필사를 했었는데, 지난 번 희석형님의 추천으로 One Note를 사용했다. 자유롭게 쓸 수 있고, 목차 별로 시트를 구분할 수 있어 추후 활용할 때 너무나 편리할 것 같았다. 그렇게 한 시간 가량 필사를 했다.

오늘은 정기검진이 있는 날이라 평소보다 늦게 출근을 했다. 집에서 7시 40분쯤 나섰는데, 평소보다 1시간 반 가량 늦게 나온 데다 월요일이라 지옥 철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잠실나루 역에 내려 아산병원으로 걸어갔다. 오늘은 병원 가는 날이기도 하지만 매주 월요일은 ‘자발적 빈곤’의 날이기도 하다. 이 날은 하루 단식을 실천하는 날이다. 한 주 동안 소화를 위해 혹사한 소화기관 들에게 휴식을 주는 날이다. 특히 주말에 부득이하게 과식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라도 꼭 실천하려고 한다. 또한 자발적 빈곤의 개념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통제력을 직접 발휘할 수 있기도 하다.

병원검진 결과 지난해 6월 갑상선 기능항진증을 진단받은 이래 1년 6개월 여 만에 갑상선 수치가 정상으로 나왔다. 의사 선생님께서도 축하해주셨다. 3개월 동안 약 복용 없이 경과 관찰한 후 다시 한 번 검사를 받고 정상 수치가 나올 경우 향후 2년 동안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금연, 체중감량, 운동의 생활화 이후 건강 분야의 또 다른 쾌거다. 3개월 동안 더욱 더 건강에 매진하여 다시는 이 병이 내 몸에서 생기지 않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병원 검진이 10시 정도에 끝났다. 오전에 반차를 내놓은 상황이라 사무실로 바로 들어가긴 그렇고 어디 앉아서 책을 읽기도 어려웠다. 왜냐하면 안과 검진을 받으면서 눈에 넣은 산동검사 약 때문에 시야가 뿌옇게 되어 아무 것도 볼 수가 없었다. 날씨도 포근하고 해서 회사까지 그냥 걸어 가기로 했다. 오면서 이런 저런 생각도 하고, 내 마음 속에서 일렁이는 소리들도 들었다. 걷기 명상을 하며 1시간 20분여 만에 사무실에 도착했다. 오는 내내 배고프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발적 빈곤’이란 단어가 나를 견딜 수 있게 해주었다. 내 주머니에 밥 사먹을 돈은 충분히 있다. 내가 결코 돈이 부족해서 굶는 것이 아니다. 하루 정도는 타성의 대표주자인 밥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살 수 있다는 주문을 나에게 걸었다. 그리고 이미 나에게는 성공의 경험이 있다. 몸도 마음도 발걸음도 모두 경쾌했다. 오늘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의 반 이상을 오전에 다 했다. 모두가 점심 식사하러 나간 조용한 사무실에 앉아 조촐하게 차 한잔 마시며 쓰는 단군일지가 내 마음을 넉넉하게 해준다. 처음엔 험악한 얼굴로 찾아온 변화가 이젠 다정한 친구가 되어있다. 이 관계를 평생 유지하고 싶다. 고맙다 ‘변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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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1 15:34:23 *.124.233.1

200+α 7일차 (12월 21일)

어젠 갑작스레 양평에 내려갔다. 쌀쌀했다. 양평 날씨는 서울 날씨에 비해 2~3도는 더 낮은 것 같다. 새벽에 일어나서 츄리닝 바지와 잠바를 입고 양말까지 신었다. 스마트폰 테더링 서비스로 인터넷에 연결해 출석체크를 한 후 모닝페이지를 작성했다. 다른 날은 졸음 때문에 힘들었는데, 오늘은 추위가 글을 쓰는 것을 힘들게 한다. 간신히 한 페이지를 쓰고 책을 읽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전기 장판 온도를 최고로 키우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잠시 몸을 녹이고 일어나려 했는데 그만 스르르 잠이 들어버렸다. 출근하는 길에 아내와 정말 별것도 아닌 일로 다투었다. 누군가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지체 없이 ‘관계’라고 할 것 같다.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과 조화’다. 어느 한 쪽이 잘 진행된다 싶으면 한 쪽에서 삐걱거리고, 또 한 쪽에 신경을 쓰면 다른 한쪽이 삐걱거리는 식이다.

아내, 부모님 등 가족들과의 관계, 회사 사람들과의 개인적, 업무적 관계, 학교 친구들, 그리고 변경연의 단군 사우들, 꿈 벗 등 나는 그 동안 수 많은 관계를 맺고, 관계를 끊고, 관계에 집착하거나 소원해 하며 이런저런 만남과 헤어짐을 거듭했다. 인간은 본래 홀로 이 세상에 와서 홀로 저 세상으로 가는 고독하고도 외로운 존재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한 인간은 결코 홀로 살아갈 수 없다. 피로 맺어진 혈연이든, 고향으로 맺어진 지연 등 필연적으로 혹은 의도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어떤 관계는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죽음 등을 통해 필연적으로 생이별을 하게 되고, 또 어떤 관계는 나의 실수나 상대의 실수 혹은 나의 배신이나 상대의 배신 등으로 단절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나는 그러한 관계에 있어서 대체로 나 중심, 즉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이었던 것 같다. 늘 손해보지 않으려 하고 어떻게 해서든 이익만 추구하려 했던 것 같다. 때론 필요에 의해 친구를 만들기도 했고, 필요가 사라지면 친구를 버리기도 했다. 또 때로는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들만 가려서 만나기도 했다. 물론 모든 관계가 그런 이기적이고 기만적인 것들로 초토화된 것은 아니다. 아픈 치부를 떨리는 마음으로 드러내고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매만져 주는 그런 관계를 맺기도 했다. 또 때로는 쉽게 이야기 하기 힘든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소중한 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성장지향적인 관계를 맺기도 했었다.

그런 수 많은 관계 속에서 나는 희열과 좌절을 동시에 경험하곤 한다. 만남으로 인해 기쁨을 느끼고 만남으로 인해 좌절한다. 너무 가까워 지면 밀어내고, 너무 멀어지면 끌어 당긴다. 그런 수많은 역동 속 중간 어느 지점엔가 내가 있다. 수 많은 관계의 징검다리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내 모습이 보인다. 관계를 맺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간다. 그러나 관계는 시간과 에너지 그 이상의 무엇이다. 그 ‘무엇’을 나는 아직 모른다. 아마도 그 ‘무엇’을 찾는 것 또한 탐험과도 같은 나의 삶이 내게 준 또 하나의 과제이다. 적어도 지금껏 살아오며 느낀 관계에 대한 나의 진리는 관계는 신뢰 쌓기이다. 그 신뢰는 쌓기는 아주 어렵고 고단한데,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단 한마디의 잘못된 말에도 신뢰의 탑은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 또 하나의 진리는 진정성이다. 진심은 언젠가는 통한다. 그러나 가식과 거짓은 순간적인 상황을 모면할 수 있는 1회용 도구로 사용가능 하지만 언젠가 반드시 드러난다. 마지막 진리는 일상성이다. 매일 나누는 작은 나눔을 통해 차곡차곡 쌓아 올린 따뜻한 마음이 한 방에 터뜨리는 이벤트 보다 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낫다. 그렇기 때문에 함께 나눌 수 있는 그 작은 일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특히 우리가 가장 쉽게 범하는 잘못 중 하나. 언젠가 부모님을 한 방에 호강시켜 드리고 싶지만, 그때까지 부모님은 기다려 주시지 않는다.

나는 어떠한가? 충분한 신뢰를 쌓았는가? 진정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가? 일상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세 가지 질문 모두 ‘아니오’ 다. 부끄럽다. 결국 남는 것은 사람이라고 하는데, 아직 그 진리를 깨달으려면 보다 많은 업(業, Karma)을 쌓고 그 굴레를 윤회해야만 하는 것 같다. 내면을 향한 탐험과 충만한 관계를 쌓아 올리는 일이 과연 Trade-off 관계가 될 수밖에 없을까? 존재, 관계, 밥, 인생을 이루는 이 세 분야에 균형을 찾는 일은 평생의 과제일 것이다. 균형은 늘 좌우의 흔들림이 있다. 마치 나침반이 정북을 찾아냈을 때 떨림이 생기는 것처럼, 인생의 각 꼭지점의 균형을 찾기까지의 떨림. 지금 내가 경험하는 수 많은 불화와 고통이 부디 아름다운 성장통이 되길 바란다.

오늘 점심은 명기형님과 한규형님과 함께 했다. 함께 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나는 참 행운아다. 나의 꿈과 아픔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술과 담배가 없어도 된다. 밥 한끼, 물 한잔, 한 번의 웃음만으로도 충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것은 내가 그 동안 배워오고 익혀온 사회생활의 Rule과는 아주 다르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내겐 아주 강력한 힘을 주는 믿음이 되어준다. 그들과 함께 관계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그려 나간다. 그들과 함께 아주 오래 멀리 가고 싶다. 부디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모두가 어제보다 아름다운 오늘을 살게 해달라고 기도해 본다. 아름다운 '관계'를 향한 나의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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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2 13:14:08 *.124.233.1

200+α 8일차 (12월 22일)

어제 저녁을 먹으며 가볍게 맥주 한 잔을 했다. 어제 양평에서 출근했기 때문에 차를 가져와 잠실 종합운동장에 주차해 놓아서 걸어서 운동장까지 걸어 갔다. 도착하니 9시 반 가량 되었다. 저녁시간이고 평소 차를 가지고 집으로 가는 시간을 감안할 때 10시 반과 11시 사이에 도착할 것 같았다. 이틀 연속 저녁을 먹었기 때문에 오늘은 꼭 운동을 하고 싶었다. 헬스장은 11시 반까지 문을 열기 때문에 일찍 도착하면 조금이라도 운동을 하고 샤워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생각보다 도로가 막히지 않아 10시 15분 정도에 집에 도착했다.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재활용 쓰레기를 한 아름 들고 내려와 후다닥 분리수거를 하고 헬스장으로 달려가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러닝 머신에 올라가니 정확히 10시 반이었다. 배도 부르고 힘에 부쳐 하루 운동의 최소기준인 15바퀴를 달리기에 힘들 것이라 생각했지만 늘 그렇지만 시작이 어렵지 시작하고 나면 끝까지 가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렇게 45분 가량 땀을 흠뻑 흘리고 마무리 운동과 몸을 푸는 운동기구를 타고 나니 11시 15분 가량 되었다.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불과 석 달 전의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운동이라고는 출퇴근 길 걷는 것이 전부였던 내가 이제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허전하기까지 한 단계까지 올라 선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나는 건강에 관한 나의 패러다임을 바꾸었고, 그로 인하여 나의 Identity도 바꾸었다. ‘나는 건강을 소중히 여기고 운동을 사랑하고 생활화 하는 사람이다.’라는 정체성을 내 가치의 우선순위에 아주 놓은 곳으로 격상시켜 놓았다. 너무나 좋다. 담배와 술, TV보기, 잠자기, 빈둥거리기 등과는 비교초자 할 수 없는 즐거움을 내게 가져다 준다. 또한 운동하는 횟수가 누적될수록 호흡이 안정화 되고 규칙적이 되고, 처음에 찾아왔던 근육통과 숨가쁨이 거의 사라졌다. 몸이 유산소화 되고 지구력이 향상되는 등 건강해 지고 있음을 몸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절대로!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운동을 하고 집에 돌아오니 12시가 다 되었다. 아내도 오늘 회사 동기들과 송년모임이 있어 늦게 들어와 있었다. 즐거운 피로감에 스르르 잠이 들었다. 늦게 잠든 탓에 새벽에 평소보다 약간 늦게 일어났다. 출석 글과 모닝페이지를 쓴 후 부족한 잠을 채우려고 다시 눈을 붙였다. 삶의 균형이라는 명목이지만 과연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지 날마다 의문이다. 예외는 언제나 또 다른 예외를 만든다. 앞으로는 그런 예외를 아예 없도록 해야겠다. 보다 유연하게 시간을 관리하고 운영해야겠지만 새벽 2시간에 대해서는 타협과 예외를 허용해서도 어떠한 양보를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출근하며 데이비드 호킨스의 ‘의식혁명’을 읽고 있다. 어렵고 낯설다. 다행히도 사부님의 ‘낯선 곳에서의 아침’이란 저서를 통해, 그리고 승완형님의 강의를 통해 어느 정도 내용을 접해서 인지 읽다 보니 리듬을 타고 적응을 할 수 있었다. 아침에 출근하고 나니 7시 반에 외부강사 초빙 강연이 있음을 알게 되어 서둘러 지하 강당으로 내려갔다. KAIST 이병태 교수님의 강의였다. 200만년 인류의 역사를 1시간 반에 설명해 주셨다. 사부님 스타일의 강사였다. 차분한 목소리, 물 흐르는 듯한 내용 전개로 사람들을 빨아 들였다. 이 분 역시나 자신의 체험을 담은 강연을 했다. 자신의 경험이 담긴 강의는 살아있다. 그리고 그 살아있음에는 언제나 힘이 느껴진다. 강의가 끝나고 올라와 급한 업무들을 대강 정리하고 One Note로 개인사에 관한 레이아웃과 초안들을 정리정돈 했다. 급하지 않다. 차분하고 고요하다. 나는 다른 사람과 경쟁하지 않는다. 오로지 나의 과거와 경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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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3 10:26:25 *.124.233.1

200+α 9일차 (12월 23일)

어제 저녁 처가에서 팥죽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니 10시 반 정도가 되었다. 둘 다 피곤해서 택시를 타고 오면서 꾸벅꾸벅 졸았다. 피곤했지만 아내와 함께 헬스장으로 갔다. 끝나는 시간이 가까워져서 평소보다 오래 운동하지는 못했지만 땀을 흘리고 나니 피곤함은 기시고 다시금 활력이 생겼다.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걷는 것의 차이가 이와 같을까? 머리로만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과 일단 행동으로 옮기고 난 후의 결과는 분명히 다르다. 예전 같았다면 그런 피곤한 상태에서 운동을 하는 것은 절대 불가였다. 운동은 하면 물론 좋은 것인데, 그 보다는 하면 좋지 않은 이유가 몇 배는 더 많았다. 피곤하기 때문에 체력이 고갈될 것이고, 내일을 생각해야 하고, 오래 하지도 못할 것이고 등등 무수히 많은 이유를 갖다 붙인다.

몇 번을 느끼는 것이지만 마음 속에서 불평 불만만을 늘어 놓는 꼬마 병아리의 소리에 귀를 막고 일단 움직이고 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일단 무조건 헬스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또 후다닥 러닝 머신 위에 올라 탄다. 그러고 나면 꼬마 병아리가 얼마나 날 기만했었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비단 운동뿐만이 아니라 이런 류의 일들이 내 주위에 비일비재 하다. 그 동안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에게 먼저 연락하기, 평소 불편한 관계였던 사람들에게 먼저 손 내밀고 웃어 보이기 등 꼬마 병아리의 속삭임에 속아 미루어 온 많은 일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

오늘 새벽도 어제처럼 약간 늦게 일어났다. 그러나 새벽활동은 알찼다. ‘거인’을 필사했다. 단순하고 간소하며, 이미 수십 번 읽은 책을 필사하는 일이라 내용 하나하나가 마음 속에 촉촉히 스며들어 몰입할 수 있었다. 종일 이 작업만 하라고 해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혁신과제 전사보고대회가 끝나고 나니 조금 한가해졌다. 책을 꺼내어 읽고 싶지만 감히 그럴 수는 없다. 필사를 하고 싶지만 마찬가지 이유로 안 된다. 갑갑한 나의 마음을 풀어주는 유일한 방법, 글쓰기다.

이렇게 단군일지를 작성하고 이번 주말에 떠날 아내와의 크리스마스 여행에 관한 세부 일정을 짜야겠다. 내게 가장 부족한 부분 중 하나. 큰 밑그림과 거시적 의사결정에 능하지만 세부적인 계획에는 약하다. 이 또한 마찬가지. 크리마스 여행이라는 큰 틀과 기차여행이라는 컨셉은 내가 낸 아이디어이지만 막상 도착해서 하게 될 구체적인 일정을 계획하는 것은 잘 짜지 못한다. 명소를 찾아야 하고, 맛집도 찾는 일이 내겐 번거롭고 부담스럽다. 대체로 이런 일은 아내 담당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디테일에 약한 나의 기질적 단점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검색하고 자료를 찾아보고 일정을 짜야겠다.

크리스마스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2010년에 전체적으로 돌아보는 꼭지 글을 한편 쓸 것이고, 2011년 마스터 플랜을 짤 것이다. 그 작업이 완료되는 데로 본격적으로 연구원 지원서 작성 작업에 돌입할 것이다. 부담스러울지도 모르는 이 과정들을 나는 즐길 것이다. 부담스럽고 스트레스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잘못된 신념이다. 너무 심각하고 무미건조하게 작업하지 않는다. 보여주기 위한 이야기가 아닌 나를 위한, 나의 간절함을 위한 이야기다. 충분히 즐겁고 행복하게 작업할 수 있다. 그리고 마감까지 미루지 않고 충분히 일찍 끝낼 수 있다. 오늘 저녁엔 아내와 함께 크리스마스 카드를 사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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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4 11:01:22 *.124.233.1

200+α 10일차 (12월 24일)

새벽활동이 모닝페이지 수준에서만 머무르는 날이 잦아졌다. 새벽에 쓸 에너지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에너지 부족의 원인은 전날 운동과 수면 부족에 기인하는 것 같다. 그리고 새벽활동 시간이 30분 정도 늦어져 충분히 2시간을 채우기 어렵다. 아침에 샤워하고 출근 준비하는 시간을 줄이고, 출근 시간을 늦추어야 온전히 2시간을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출근 시간이 빨라질수록 회사에서 독서 혹은 필사작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시간 조정의 문제일 뿐 큰 문제는 아니다. 다양한 방법을 실험해 보고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한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 충만하고 행복하다. 어느 것과 바꾸고 싶지 않을 정도로. 어제 크리스마스 카드를 사지 못해서 오늘 오후에 꼭 사서 쓰도록 해야겠다. 저녁 8시쯤 군자에 있는 CGV에서 차태현 주연의 ‘헬로우 고스트’를 보고, 11시쯤 집에 도착해 케이크와 촛불 그리고 와인과 함께 조촐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한다. 내일 오전엔 아내와 함께 강원도 여행의 구체적 일정을 짜고, 미리 짐을 싸놓는다. 점심시간에 맞춰 종로에 있는 세븐스프링스에 가서 맛있게 점심식사를 한 후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관람을 위해 대학로로 간다. 공연이 끝나면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하고 휴식을 취한 뒤 밤기차 출발시각인 10시에 맞춰 청량리 역으로 향한다. 낭만 밤기차를 타고 새벽 4시 반에 정동진 역에 도착하면 그 때부터 즐거운 강원도 여행이 시작된다. 어서 오늘 하루 일과가 끝났으면 좋겠다.

단군 프로젝트 200일차 무사 완주, 금연 200일 성공, 체중 10kg 이상 감량, 책 50권 읽기 성공! 1년 동안 이룬 빛나는 성취에 대한 선물로 나 자신에게 단군 300일차 비용과 이번 크리스마스 강원도 여행을 선물한다. 이 정도면 아주 호사스럽고 멋진 선물이 아닐까? 예전엔 정말 이런 스스로에 대한 보상의 개념이 없었다. 스스로 멋진 변화를 만들어 내고 성취를 해냈을 때,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자신에게 멋진 선물을 하게 되면 그 때 찾아오는 기쁨과 충만함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렇게 충전된 새로운 에너지는 또 다른 성취를 향한 원동력이 되어 선순환 구조를 이룬다. 아직 찾아오지도 않은 인생의 겨울 따위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말 장난처럼 들릴지 몰라도 겨울이 찾아오면 눈썰매를 타고 스키를 탈 것이며, 겨울 바다를 여행할 것이다. 미리 겁먹고 두려워하는 것은 최악의 시간낭비 중 하나다.

그렇게 재충전하고 돌아오면 당분간 개인사 작업에 전념할 것이다. 오로지 나의 역사와 글로 도전한다. 완벽주의에서 벗어날 것이다. 완벽이 아닌 탁월함을 추구한다. 부분에 집착하지 않고 군데군데 부족한 점이 생기더라도 전체를 완성한다. 그렇게 전체를 완성한 후 조금씩 다듬는다. 어차피 완전, 완벽, 완성은 없으므로. 되도록 이 모든 과정을 1월 중순 이전에 끝내고, 남은 2주 간의 시간은 어려운 책 읽기에 도전할 것이다. 러셀의 ‘서양철학사’와 사마천의 ‘사기열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 두꺼운 책을 읽고 북리뷰를 작성하고, 꼭지 글을 작성하는 리허설 과정을 통해 정말 내가 연구원 생활을 할 수 있는지 검증해볼 요량이다. 물론 당연히 검증을 통과하리라 믿는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했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순간에 간혹 불청객처럼 불행이 찾아오기도 한다. 행복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걱정이다. 걱정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행복해 온 날보다 행복할 날이 더 많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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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9 16:56:01 *.124.233.1

200+α 11일차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새벽 중랑천 순례 길을 다녀왔다. 오늘 밤 정동진 밤기차 여행을 떠나기 때문에 일요일인 내일 새벽 순례 길 산책이 어려워 오늘로 당겨서 걷기로 했다. 다녀온 지금 이 순간 스스로에게 어떤 희열을 느낀다. 아마도 오늘 새벽 산책을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과 내적 갈등을 겪었기 때문에 그 희열이 배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새벽 4시 반. 날씨를 보니 영하 14도였다. 어제 집에 들어올 때의 살을 애는 듯한 그 쌀쌀함보다 더 낮은 기온이다. 고민했다. ‘어제 12시 넘어 잤으니 잠을 더 자는 게 이득이지 않을까? 게다가 오늘 종일 밖을 돌아다닐 텐데 무슨 산책이야. 지난 번에도 경험했잖아 중랑천에서 부는 계곡풍은 체감 온도를 5도 이상 떨어뜨리는 거. 그럼 영하 20도 가까이 되겠다. 그러니깐 오늘은 그냥 푹 쉬자.’ 나의 내면에서 들려온 목소리다. 또 다른 목소리 ‘그렇게 예외를 허용하면 일 주일에 단 한번 있는 제대로 된 명상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이 시간을 사수해라.’ 정말로 고민이 되었다. 나는 추위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래서 타협하기로 했다. ‘좋다. 원칙을 세우자.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면 집안에서 머문다. 따라서 오늘은 영하 14도이기 때문에 집에서 머문다.’ 원칙은 정했지만 마음이 불편했다. 해보지도 않고, 나가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 좋다. 옷을 단단히 껴 입고 나가는 보자. 나가서 정말로 견디기 힘들면 중간에 들어와도 좋다. 우선은 나가자.’ 그래서 샤워를 한 후 옷을 여러 겹 껴 입고 5시쯤 집을 나섰다. 정말로 역시나 쌀쌀한 날씨였다. 상의는 여러 겹 껴 입어 괜찮았는데, 하의는 타이즈에 트레이닝 복 바지만을 입은 상태라 한기가 느껴졌다. 그렇지만 견딜만했다. 다음 번엔 꼭 추위에 대비할 수 있는 괜찮은 바지를 하나 장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20분 정도 걷고 나니 여전히 허벅지 쪽이 시리긴 했지만 몸에 시동이 걸리면서 경쾌하게 리듬을 타며 걸을 수 있었다. 졸리고, 피곤하고, 춥다는 생각은 점점 옅어지고 활력이 찾아오고 좋은 생각들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역시 나오길 잘 했다. 안주하고자 하는 그 말과 생각 그리고 타협. 이 녀석들을 따르지 않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 순례 길은 에너지를 소진하러 가는 것이 아니다. 일주일 동안 소모된 내면의 정신적 자원들을 충전하러 가는 것이다. 언제나 드는 생각이지만 우선 집을 나서게 되면 모든 것이 자동적으로 해결된다. 나서기 바로 직전까지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내면의 수 많은 목소리들끼리의 논쟁을 박차고 그저 나서고 나면 모든 것이 잠잠하게 가라 앉는다. 시끄럽게 아우성 치던 녀석들은 온데 간데 없고, 오직 ‘해보기나 했어?’라고 주장하며 행동으로 옮기자고 한 그 녀석만이 고개를 끄덕이며 온화한 미소를 지을 뿐이다.

오늘 떠나게 될 강원도 여행을 비롯해서 단군일지에 무슨 내용을 적을지, 개인사 작성은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산책 후 어떤 책을 읽을 것인지 등에 대해 생각을 정리했다. 걸으며 생각이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되도록이면 생각들을 모두 내려 놓되, 억지스레 생각을 통제하거나 혹은 마구잡이로 끌려가는 대신 관조적인 태도로 흐르는 생각을 지켜보도록 한다. 내가 2시간 여의 긴 시간을 산책하는 이유는 고민하거나 고민을 해결하러 가는 것이 아닌 수 많은 생각더미를 잠시나마 내려 놓기 위함이다. 그러다 가끔 번뜩이는 아이디어 들이 떠오르면 음성메모를 남긴다. 그 2시간만큼은 나를 최대한 텅 비울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오늘은 즐거운 크리스마스다. 밖은 여전히 춥지만 마음만큼은 포근하고 따뜻하고 싶다. 아내와 아주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것이다. 지난 번 제주 여행 때도 아내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겠노라고 다짐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여행은 기차여행이고, 이곳 저곳 정신 없이 찾아 다녀야 하는 여행이 아닌 만큼 차분하고 고요하게 아내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할 것이다. 내면에 대한 성찰만큼이나 아내와의 소통은 중요하다. 아내는 나의 바깥 세상에서 만나는 최초의 존재이며, 모든 관계의 시작이다. 아내와의 관계가 틀어지고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다음 세상과 관계와의 소통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된다. 따라서 내겐 내면 탐험만큼 아내와의 소통은 중요하고 또 중요하다. 어린 왕자의 이야기처럼 내가 길들인 장미에 대해 나는 책임이 있다. 가장 가까운 관계 속에서 아주 커다랗고 특별한 의미를 찾고 싶다. 내일의 단군일지는 달리는 밤기차 안에서 쓰여지겠구나.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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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9 17:47:03 *.124.233.1

200+α 12~13일차 (12월 26~27일) 강원도 여행기

아내와 함께 맞이하는 세 번째 크리스마스. 차를 가지고 나갈까 하다 날이 날인만큼 시내가 북적일 것 같아 지하철을 타고 점심을 함께 하기로 한 ‘세븐스프링스’가 있는 종로로 향했다. 크리스마스의 붐빔을 생각해 매장 오픈 시간인 11시 반에 맞추어 도착했다.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씨라 오후에 있을 뮤지컬 시간이 되기까지 다른 곳으로 가지 말고 이곳에 머물기로 했다. 이곳 메뉴는 주로 야채와 채소 등 건강한 음식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아내와 나 모두 좋아한다. 맛있고 건강한 음식과 함께 오랜만에 아내와 아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너무 즐거웠다.

뮤지컬 시작 시간인 3시가 다 되어서 버스를 타고 대학로로 이동했다. 크리스마스 특수로 대학로는 젊은이들과 연인들로 북적거렸다. 우리가 보기로 한 공연은 데니안과 심은진 주연의 ‘위대한 캣츠비’란 뮤지컬이었다. 참 오랜만에 보는 공연이다. 두 명의 주연 모두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가 아니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연기와 가창력 모두 괜찮았고, 무엇보다 함께 연기한 다른 배우들이 훌륭하게 뒤를 받쳐 주어 꽤 괜찮은 공연이 된 것 같았다. 다만 마지막 결론이 예상과 달랐고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함께 본 공연인지라 나오는 길에 유쾌하게 웃고, 수다를 떨며 나올 수 있었다.

공연을 마치고 지하철을 타고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오늘 밤 기차를 타고 1박 3일 간의 강원도 여행을 떠나기 위함이다. 아내가 손수 만들어 준 맛있는 마가린 간장 밥으로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했다. 열차 출발시각인 11시가 되기까지 3시간 정도가 남아 있어서 남은 시간에 짐을 싸고, TV를 보며 휴식을 취했다. 10시쯤 되어 집을 나서 청량리 역으로 향했다. 청량리 역에 와 본지 3년이 넘은 것 같다. 간간히 TV를 통해 청량리 역이 많이 바뀌었다는 소식은 전해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많이 달라져 있을 줄은 몰랐다. 차를 몰기 전까지는 양평 집에 내려갈 땐 언제나 청량리 역에서 기차로 오가곤 했었다. 너무나 추운 날씨와 뒤바뀐 청량리 역의 낯선 모습에 기분이 묘했다. 매점에서 간단하게 마실 것을 산 뒤 열차에 탑승했다. 밤 11시 우리를 겨울 동해바다로 안내 할 낭만 밤기차가 출발했다.

원래 우리의 계획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귤도 까먹고, 오징어도 먹으며 내려 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추운 날씨에 종일 걸어 다닌 탓에 열차가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둘 다 잠이 들었다. 중간에 몇 번인가 눈을 감았다 뜬 기억이 났지만 이내 다시 잠이 들었다. 새벽 3시 반. 알람 소리에 깨어났다. 가방 속에서 주섬주섬 넷 북을 챙겨 우리가 있는 칸 바로 뒤에 있는 카페 칸으로 향했다. 새벽 시간임에도 카페 칸 내에 있는 바에는 사람들이 앉아 차도 마시고 출출했는지 도시락을 먹는 사람도 있었다. 스마트폰의 테더링으로 인터넷을 연결하여 단군 프로젝트 출석을 하고 모닝페이지를 써 내려갔다. 기차의 덜컹거리는 소리와 아직은 깜깜한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무언가 낭만적인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그렇게 새벽활동을 하고 자리에 돌아오니 아내가 곤하게 자고 있었다. 다시 자려고 하니 도착시간이 가까워 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까만 바깥 풍경 속에 비추어진 내 모습을 무심히 바라 보았다.

새벽 4시 반. 도착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오며 정동진 역에 도착했다. 아직 어두웠지만 역에 설치된 가로등 불빛을 통해 파도 치는 바닷가에 모습이 눈이 들어오자 우리가 동해 바닷가에 왔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기차에서 내리니 바닷바람이 거세 무척이나 쌀쌀했다. 일출시간까지 아직 3시간 정도 남아 있어 역 부근의 Sun이란 카페를 찾았다. 원목은 엔티크 풍의 건물로 마치 해맞이를 하기 위해 기다리는 연인들을 위한 전용공간 같았다. 따뜻한 차를 주문하고 넷 북을 열어 아내와 오늘 여행할 7번 국도에 있는 명소를 검색하며 세부일정을 짰다. 그러다 졸음이 몰려와 잠시 눈을 감고 떠보니 일출시간인 7시 40분이 거의 다 되어 서둘러 바닷가로 향했다. 일부러 옷을 든든하게 챙겨 입었음에도 바닷바람으로 무척이나 추웠다. 날이 점점 밝아오며 해가 떠오르는 지점에 붉은 빛이 어스름하게 피어 오르고 있었다. 아쉽게도 수평선 위에 구름이 껴 있어 우리가 바라던 둥근 해는 떠오르지 않았지만 일출의 붉은 빛을 한껏 바라볼 수 있었다.

일출을 본 후 우리는 서둘러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8시 버스를 놓치면 한 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추운데 오들오들 떨던 아내는 따뜻한 버스 안에 들어오자 이내 잠이 들었다. 창 밖의 풍광을 바라보며 작년 여름 홀로 이곳에 왔을 때를 떠올렸다. 그 때와 사뭇 다른 느낌이 든다. 겨울과 여름의 차이, 그리고 차를 직접 몰고 다닐 때 놓친 풍경을 바라 보고 있기 때문일까? 강릉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9시. 둘 다 어제 저녁 이후 아무 것도 먹지 못한 터라 무척 허기가 져서 맛 집을 찾을 겨를도 없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순대국 집을 찾아 들어갔다. 둘 다 배가 많이 고파 아주 맛있게 한 그릇씩 뚝딱 해치웠다.

다행히 예약한 렌터카 회사가 식당 근처에 있어서 곧바로 차를 렌트를 해 속초로 가는 7번 국도를 탔다. 30분 가량 운전하여 처음 도착한 곳은 양양에 있는 ‘휴휴암’. 멀리 바닷가 쪽으로 엄청난 크기의 관음보살상이 서 있었다. 바다 바람이 심해 너무 추워 바닷가까지는 내려가지 못하고 거대한 관음보살상 앞에 가 합장을 하고 곧장 차로 돌아왔다. 휴휴암에서 차를 타고 약 10분 정도 이동해 ‘하조대’에 도착했다. 얼마 전 1박 2일이란 프로그램에 나온 덕분에 군데군데 ‘1박 2일 촬영지’라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이곳 역시 무척 추웠다. 군청색 바닷가에 일렁이는 엷은 하얀 파도는 지난해 10월 하와이의 바다를, 하얀 등대는 올해 9월 제주 우도의 등대를 연상케 했다. 쌀쌀한 바닷바람으로 인해 오래 머무르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다음 목적지인 낙산사로 향했다.

낙산사로 이동하는 30분 동안 추운 바깥과 따뜻한 차 안을 오간 탓인지 졸음이 마구 몰려왔다. 그래서 낙산사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잠시 눈을 붙였다. 밤기차 안에서의 불편한 새우잠과 추위에 오들오들 떤 피로감 때문인지 아내와 나 모두 잠시 눈을 붙인다는 것이 한 시간 반 이상 자 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그렇게 눈을 붙이고 나니 무척 개운했다. 피로도 풀리고 날씨도 풀려 상쾌한 마음으로 낙산사를 향해 걸어 올라갔다. 언덕을 넘어 일주문을 들어서자 '낙산사'는 유명한 이름에 걸맞게 그 웅장한 위용을 뽐냈다. 바닷가 쪽으로는 휴휴암에서 바라본 관음상과 비슷한 거대한 또 다른 관음보살상이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자연스레 우리의 발걸음은 그리로 향했고 바닷바람을 맞으면서도 우리를 향해 자비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관세음보살을 향해 합장했다. 때마침 근처에 약수가 나오는 샘이 있어 한 바가지로 시원하게 목을 축일 수 있었다. 내려오는 길에 소원을 들어주는 길을 걸으며 각자 바라는 소원을 빌며 길을 걸었다. 아쉽게도 심한 바닷바람으로 우리나라 4대 기도처 중 하나인 홍련암은 둘러보지 못했지만 주마간산 스치듯 지나온 휴휴암과 하조대와는 달리 아내와 손 붙잡고 여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며 거닐 수 있어 좋았다.

7번 국도의 마지막 목적지인 관동팔경 중 하나인 ‘천간정’으로 향했다. 관광 왔던 사람들이 모두 떠났을 일요일 오후인지라 덩그러니 정자 하나 서 있는 천간정엔 우리 둘 뿐이었다. 그러나 을씨년스럽게 홀로 서 있던 천간정은 먼 곳에서 애써 찾아온 우리에게 보답이라도 해주듯 우리에 결코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풍광을 선물해 주었다. 쪽 빛 겨울 바다와 수평선의 위용, 맑은 하늘과 하얀 구름. 폐를 휘감는 차갑지만 상쾌한 바람.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섬광처럼 가슴에 새겨 넣었다. 7번 국도의 해안도로인 ‘낭만가도’를 달리며 겨울 바다의 매력도 한껏 느꼈지만, 세차게 부는 바닷바람과 살을 애는 듯한 추위로 주마간산(走馬看山)스치듯 지나쳐 올 수 밖에 없어 아쉬움이 더 컸다. 봄이나 가을에 왔더라면 조금 더 여유 있게 풍광을 즐길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아마도 다음 번에 오면 이곳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더욱 더 세세하게 풍광을 즐기고 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숙소인 영랑호 리조트로 향했다.

시간을 일부러 맞추기라도 한 듯이 체크인 가능 시간인 오후 2시에 맞추어 리조트에 도착했다. 리조트 직원의 친절한 배려로 가장 높은 층인 19층에 숙소를 배정 받을 수 있었다. 방안에 들어서는 순간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영랑호의 풍광과 그 너머로 보이는 넘실대는 푸른 동해의 웅장한 수평선을 보는 순간 우리 모두 동시에 ‘우와!’ 하며 탄성을 연발했다. 정말로 드라마 같은 곳에나 나올 법한 멋진 풍광이 눈앞에 펼쳐졌다. 짐 정리를 하고 한 시간 가량 휴식을 취한 뒤 리조트에서 차로 20분 가량 떨어진 거리에 있는 설악 워터피아로 향했다. 바다를 등뒤로 하고 마주한 설악산의 겨울 풍광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내년 가을엔 꼭 저곳을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머뭇거리며 고민을 거듭하다 결정한 곳이었지만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여행을 계획한 것이 관광이 목적이 아닌 휴식이 목적이었던 만큼 온천을 꼭 들르고 싶었다. 무엇보다 종일 추운 바다 바람에 떤 터라 더욱 더 따뜻한 물이 그리웠다. 매섭게 부는 차가운 돌풍이 불었음에도 우리는 노천 온천을 찾아 바깥으로 향했다. 얼굴은 차가운 바람에 시렸지만 몸은 너무나 따뜻하고 노곤했다. 그렇게 노천 온천과 실내에 있는 풀에 오가며 아내와 아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렇게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다 보니 어느새 3시간이 지나 있었다. 아쉬운 마음, 그리고 다음 번에 꼭 다시 찾겠다는 다짐을 하고 그곳을 떠나왔다.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속초시내에 있는 중앙시장으로 향했다. 관광객이 모두 떠났을 일요일 저녁 시간이라 거의 모든 점포가 문을 닫았다. 낭패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몰라 문이 열려있는 있는 옷 가게에 찾아 들어가 지하 회 센터가 어딘지를 물으니 친절하게 위치를 알려주었다. 별 기대하지 않고 찾아 들어간 지하 회 센터는 을씨년스러운 바깥 분위기와는 다르게 활기를 띠고 있었고,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낯선 풍광에 외지인이라는 티를 팍팍 내며 괜찮은 집을 찾아 다니다가 아내가 블로그에서 본 것 같다는 ‘진숙이네 엄마 횟집’으로 들어갔다. 광어와 오징어, 전복을 골랐다. 물놀이를 하고 온지라 너무 허기가 져서 둘 다 평소 회를 많이 먹지 않음에도 아주 맛있게 회를 먹었다. 특히 싱싱한 오징어와 광어는 쫄깃쫄깃해서 너무나 맛있었다. 매운탕을 끓였는데 아내가 아주 맛있게 먹었다. 남은 오징어와 광어를 샤브샤브 하듯 넣었더니 뼛속까지 국물이 우러나 걸쭉해진 매운탕의 양념이 베어 그 맛이 일품이었다. 술은 소주 한 두 잔이 고작이었다. 우리는 이미 술 없이도 즐거운 대화와 식사를 하는 법을 알기 때문에 술은 그저 장식용에 불과했다. 그렇게 그 어느 때보다 호사스러운 저녁만찬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우리는 즐거운 피로함에 그대로 곯아 떨어졌다.

아내의 말대로 오늘 새벽활동은 특별히 예외로 하고 넘어가려 했으나 200일 이상 몸에 밴 습관 탓에 3시 반에 눈뜨고, 4시 반에 또 눈을 뜨고, 5시 반에 못 참고 일어나 넷 북을 켜고 출석 체크를 한 후 모닝페이지를 써 내려갔다. 아직 날이 밝지 않아 희미했지만 높은 곳에서 바라보이는 영랑호와 동해의 수평선이 어슴푸레 바라보였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딱 하루만 더 있다 가고 싶었다. 이 아름다운 영랑호 둘레를 걸어보지 못하고 이곳을 떠난다는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해변은 그 동안 많이 걸어봐 아쉬움이 덜 했지만 이 아름다운 호수를 걷지 못했다는 것이 마치 이곳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움을 더했다. 8시가 가까워오자 수평선으로 붉은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곤하게 자고 있는 아내를 깨워 미안했지만 이 아름다운 풍광을 꼭 함께 바라보고 싶었다. 다음엔 꼭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봄이나, 시원해지기 시작하는 가을에 다시 찾을 것이라 다짐하면서.

올라가는 일정이 있어 서둘러 체크아웃을 하고 강릉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서울행 표를 사고 롯데리아에 가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해결 하고 버스에 올라탔다. 짧지만 길었던 여행의 여독 탓인지 3시간 내내 우리는 깨지 않고 잠을 잤다. 그렇게 잠깐 눈을 감았다 뜬 것 같은데 벌써 서울에 도착했다.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처음 떠난 곳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돌아온 우리는 떠날 때와 달랐다. 가슴 속에 차가운 바람 한 줄기와 군청색 그리고 쪽 빛 바다, 그리고 바람에 물결이 이는 19층에서 바라본 영랑호와 중앙 시장의 향긋한 바다내음이 남아 있다. 그리고 함께 만들어낸 우리만의 추억 하나. 아쉬움과 그리운 감정이 마구 몰려왔다. 지하철에 앉아 이런 그리움이야말로 여행의 진정한 묘미라고 이야기 하며 아내의 손을 더 꼬옥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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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9 17:49:40 *.124.233.1

200+α 14~15일차 (12월 28~29일)

크리스마스와 연말 여행이 겹치면서 단군일지를 거르는 일이 생겼다. 일지가 겨울방학 그림일기처럼 몰아서 써야 하는 숙제도 아니고 해서 26~27일 일지는 통합하여 ‘강원도 여행기’로 썼고, 28~29일 어제 오늘 일지는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고 더 미룰 수가 없어 한 번에 쓰기로 한다.

자! 그럼 어제와 오늘 나는 무엇을 했는가? 어제와 오늘 새벽활동 모두 15~20분간의 모닝페이지만을 쓰고 끝났다. 늦게 잠든 탓도 있고, 씻는데 오래 걸려 계획했던 독서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허둥대며 출근했다. 오늘 새벽은 지속적으로 불량해지고 있는 새벽활동의 게으름에 대해 위기의식을 제대로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오늘은 출근길과 출근 후에 더 집중해서 독서를 했다. 반드시 오늘 중으로 올해의 마흔 여덟 번째 책인 ‘의식혁명’을 완독한다. 남은 이틀은 이미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좋았던 책 중 가볍게 다시 읽을 수 있는 책 두 권을 골라 하루에 한 권씩 속독할 것이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와 ‘순례자’, 사부님의 ‘필살기’와 ‘더 보스, 클한 통행’ 중 두 권을 뽑아 읽으려 한다. 그렇게 되면 실제로 45권의 책을 읽었고, 다시 정독으로 읽은 책이 3권, 숙독으로 마무리 지은 2권을 합해 총 50권의 책을 읽게 된 것이다. 억지스레 50권을 채운 것 같아 약간의 아쉬움이 남지만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거의 매주 한 권 꼴로 책을 읽었고, 책을 손에 달고 다니는 습관을 들였다는 것으로 충분히 만족한다.

간절함과 하늘의 도움으로 내년에 연구원이 된다면 올 한 해보다 더 나은 경험을 하게 되리라. 물론 올해 읽은 50권의 책 모두 소홀하게 읽은 책은 없지만 대부분이 그냥 한 번 읽고 끝이 났다. 마음을 무찔러 오는 인용문을 필사한다거나 작가에 대해 조사한다거나, 비판적인 관점에서 책을 평하는 작업 등의 능동적 독서는 하지 않았다. 게다가 몇 권의 책은 하루나 이틀, 길어도 사흘이나 나흘이면 읽을 수 있는 책들도 있었다. 그러나 연구원들이 읽는 책들은 다르다. 각 분야의 고명한 저자들의 사상의 정수를 담은 만만치 않은 분량의 책들이 대부분이다. 좋은 책과 위대한 스승의 가르침의 혼연일체를 통해 더욱 깊게, 더욱 강하게 그리고 더욱 더 드넓은 사람으로 도약하고 싶다. 이미 나는 나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 한계를 좌절로 보지 않고 도전으로 본다. 어제 그리고 오늘 나의 한계를 부수고 돌파하는 것이 내 삶의 가장 중요한 소명 중 하나다.

어제 저녁과 오늘 점심을 많이 먹었다. 35층 계단을 오른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퇴근 후 어김없이 헬스장으로 향할 것이다. 이틀에 한번 꼴로 주어지는 저녁의 2시간은 나의 하루 중 새벽 2시간 다음으로 소중한 나만의 시간이다. 술과 흥청거림으로, 때로는 습관적인 피곤함으로 사장되던 시간을 몸에 덕지덕지 붙어있던 기름 덩이를 태우는 시간으로, 활력을 충전하는 시간으로 승화된다. 이보다 멋진 전환이 또 있을까? 새벽 2시간에 양보와 타협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저녁에 운동하는 시간도 결코 양보도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다.

2010년 한 해는 뭔가를 이뤘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 아닌 이루는 과정 자체가 행복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이루어진 것들이 많아진 한 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하는 고단한 삶을 살지 않을 것이다.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탐험(탐구+모험)할 것이고 성취할 것이다.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걷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더욱 더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길을 걷고, 또 걸으며 ‘살아있음에 대한 경험’을 누릴 것이다. 그렇게 내 신화(神話)를 계속해서 써 내려 갈 것이다. 글을 쓰는 내내 가슴이 벅차 오름을 느낀다. 지금 내 가슴 속에 활활 타오르는 열정과 가득한 에너지. 나의 내면의 우주, 잠재력, 무의식의 세계가 내게 전하는 이 힘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자! 오늘도 성큼성큼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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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30 11:04:31 *.124.233.1

200+α 16일차 (12월 30일)

다시 한 번 최고 기록을 깼다. 지난 9월 24일 이래로 14.3kg 감량되었다. 흔히 사람들이 너무 급격하게 감량해서 건강에 무리 생기는 거 아니냐고 묻는다. 그러나 오히려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지난 1년 6개월 간 나를 괴롭히던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매일 피로감에 시달리며 약을 복용했었는데, 이제는 지독한 피로감도 줄어들었고 약도 더 이상 복용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몸이 가벼워지고 지구력도 배는 향상된 것 같다. 어제는 런닝머신에서 속도 10km로 15바퀴를 달리는데 마지막 2~3바퀴를 제외하고는 전혀 힘들거나 숨차지 않았다. 걷는 것을 포함해 총 25바퀴 10km 거리를 운동했다. 저녁으로 바나나 두 개만 먹고 운동했음에도 전혀 허기지거나 힘들지 않았다. 아직도 내 몸은 육식 중이다. 배를 둘러싼 남은 살들이 다 타고, 그 상태를 꾸준히 유지하는 수준이 되면 그 때부터 근육운동을 할 것이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오로지 유산소다.

계획했던 대로 어제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의 ‘의식혁명’을 1회독 했다. 그 동안 읽어 온 책들 중 약간 어려운 책에 속한다. 마치 가을에 읽었던 ‘오쇼라즈니쥐 자서전’과 크리슈나무르티의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와 흡사한 분위기를 느꼈다. 아마도 세분 모두 현세에서 ‘깨달음’을 얻은 현자이기 때문이라. 이번 책을 통해 늘 직관에 의존해 막연하게 느껴지던 사람들의 의식수준에 대해 명징하게 사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흔히 내공이라고 부르며 그 사람의 수준을 가늠하곤 했었는데, 내가 왜 법정(法頂)스님을 존경하는지, 그리고 언행일치(言行一致), 지행합일(知行合一)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람을 가벼이 보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나름의 잣대로 그들의 의식수준을 평가해 왔던 것이다. 처음 법정스님을 뵈었을 때 느꼈던 신성한 기운을 잊을 수 없다. 아마도 드높은 의식수준의 에너지 장이 나를 감쌌기 때문이리라.

오늘은 새벽활동으로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다시 읽었다. 코엘료의 작품을 모두 섭렵하진 않았지만 그의 책을 읽으면 책에서도 어떤 성스러운 기운을 느낄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진리라는 것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위대한 재능 혹은 예술이 아닐 수 없다. 궁극적인 진리는 그 뒤에 분명히 침묵이 뒷받침 되어 있을 것이며 정말로 단순하고 간소할 것이다. 지하철을 타고 오며, 그리고 출근한 후에도 이 책을 읽는 동안 따뜻한 기운이 내 몸을 감싸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올해의 마지막 책으로 코엘료의 책을 선택한 것은 참 탁월한 선택인 것 같다. 오늘 ‘연금술사’를 읽고, 내일은 ‘순례자’를 읽으며 올 한해 독서를 마무리 짓고자 한다.

오늘과 내일은 2010년 이룬 것들과 아쉬웠던 것들을 글과 기록으로 남길 것이며, 2011년 마스터 플랜을 작성할 것이다. 이미 초안은 완성했으니 새해가 되면 좀 더 구체적으로 세부적인 내용을 보완할 것이다. 감히 이야기 하자면 지난 2010년은 그 동안 내가 보낸 그 어떤 해보다 내가 주인공이 되어 나 스스로 개척한 것이 가장 많은 그런 한 해가 되었던 것 같다.

‘마크툽’

아마도 이 또한 이미 기록되어 있던 내 역사의 일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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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31 18:02:44 *.124.233.1

200+α 17일차 (12월 31일)

2010년의 마지막 날이다. 마지막 일지를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했지만 역시나 늘 해오던 데로 붓 가는 데로 쓰는 것이 가장 마음이 편하다. 1년간 있었던 굵직한 일들 그리고 그 속의 멋진 성취들과 아쉬웠던 일들에 대해 생각나는 데로 정리해보려 한다.

올 한해 가장 멋진 성취는 단군 프로젝트를 알게 되고, 100일과 200일 두 번의 여정을 모두 성공적으로 완주한 일이다. 첫 번째 100일차의 경우 단 한번의 지각도 하지 않아 최초의 ‘전설의 영웅상’ 수상의 영예를 얻었고, 200일차의 경우 매주 출석부 작성을 하는 등의 공헌을 인정받아 ‘공헌상(마물상)’을 수상했다. 무엇보다 200여일 간의 새벽 여정을 통하여 아직은 미완성이지만 나의 역사를 담은 ‘개인사’를 작성했고, 200일차 100편의 단군일지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작성했다. 이는 나의 강점 테마 중 ‘성취자, 초점, 중요성’ 의 테마들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이룬 멋진 쾌거다.

두 번째 성취는 건강과 관련된 성취로 6월초부터 말일인 오늘에 이르기까지 208일 간의 금연에 성공했고, 9월 말 다이어트를 시작한 이래 13kg 감량이라는 멋진 성과를 이루어냈다. 눈에 보이는 성과도 중요하지만 더욱 더 중요한 것은 건강한 습관을 하나 둘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스턴트 식품은 더 이상 먹지 않고 있고, 대체로 건강한 음식을 적게 먹는 습관을 기르고 있는 중이다. 또한 유산소운동을 생활화 하여 출퇴근 걷기와 계단 오르기, 주 3회 이상 헬스장 런닝을 통해 지구력을 길러 나가고 있다. 두 번째 성취를 통해 나의 Identity(정체성)가 완전히 달라졌다. 나는 더 이상 담배냄새에 절은 냄새 나는 배 나온 뚱보가 아닌, 맑고 향기로운 건강하고 날씬한 사나이로 거듭났다. 그 덕분에 지난 1년 6개월 간 나를 괴롭히던 갑상선 기능 항진증을 극복하고 정상수치로 회복할 수 있게 되었다.

세 번째 성취는 좋은 책을 50권을 읽은 것이다. 정확히 45권의 책을 읽었고, 그 중 7권의 책은 2번 정독을 했다. 몇 권의 책을 읽었다는 것이 중요하다기 보다는 어떤 책을 읽었는가가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예전의 자기계발 일색의 독서에서 인문, 철학, 심리학, 소설 등 다양한 분야의 좋은 책을 고루 섭렵한 것 같아 뿌듯하다. 이렇게 1년 여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독서를 하며 느낀 점은 내가 그 동안 1년에 이룰 수 있는 것을 과대평가하고 10년에 이룰 수 있는 것을 과소평가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음 같아서는 1주일에 2~3권이고 읽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매년 50권, 100권의 독서가 10년이 지나면 500권, 1000권이 된다. 어마어마한 양이다. 그리고 이미 그런 독서량을 이룬 사람들을 알고 그들과 가깝게 지내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독서 후 리뷰 혹은 짧게라도 감상문을 남겼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네 번째 성취는 꿈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났다는 것이다. 단군 프로젝트를 통해, 꿈 벗 프로그램 등을 통해 가슴 속 깊은 곳에 고이 담아 둔 비밀스런 꿈을 꺼내어 공유할 수 있는 친구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늘 꿈꾸던 일이었다. 내가 꾸는 꿈이 결코 허황되고 비현실적인 망상이 아님을 인정받고 싶었다. 그리고 내 꿈과 소망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줄 수 있는 나와 비슷한 친구들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 늘 믿고 있었다. 그리고 올 해 시절인연이 닿아 그런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마지막 다섯 번째 성취는 아내와 함께한 여행 그리고 창조적 불화를 통해 더욱 더 관계가 깊어졌다는 것이다. 제주도와 강원도 여행을 통해 아름다운 풍광을 함께 나눌 수 있었고, 낯선 곳을 함께 탐험하는 모험 정신을 나눌 수 있었다. 서로 다름으로 해서 찾아온 창조적 불화를 통해 때론 서로에게 실망을 하기도 하고, 때론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을 얻기도 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희생해야 하는 것은 상대방을 위함이 아닌 우리 둘의 관계여야 함을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었다. 이런 다섯 가지의 성취 외에도 아주 많은 기쁜 일들이 많았고 그러한 일들이 내게 일어난 것에 대해 신께 감사 드린다.

밝고 멋진 성취의 이면에는 그림자처럼 따르는 아쉬운 일들도 있었다. 신중하지 못한 언행으로 아내, 부모님, 가족, 회사 동료의 가슴에 상처를 준 일도 있었고, 두려움, 용기부족 등으로 관계의 균형감각 상실하고 불편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자기계발과 회사업무 간의 균형감각 상실하여 업무에 소홀한 적도 많았다. 전반적으로 관계와 관련된 쪽에 소홀하거나 균형감각을 많이 잃었던 것 같다. 아쉽고 부끄럽다. 새벽활동이 습관으로 자리 잡혔으나 2시간을 채우는 날이 많지 않고, 무엇으로 채울지 우왕좌왕하는 날이 많아 아쉬움으로 남는다. 마지막으로 아내와 재무적인 비전을 제대로 수립하지 않아 아쉽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이라고 해서 또 한 해의 첫날이라고 하는 숫자놀이에 호들갑 떨지는 않을 것이다. 내게 있어 오늘 하루는 어제보다 아름다울 수 있는 새로운 하루다. 내일도 마찬가지.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고 알차게 살아가고, 말뿐이 아닌 더 많은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타인과 자신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다그치기만 할 것이 아니라 그 또한 내 존재의 또 다른 양식임을 알고 그마저도 감싸 안을 수 있어야 한다. 되도록이면 용서하고 포용하라. 그리고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도록 한다. 미움보다는 용서를 이기심 보다는 배려를, 두려움 보다는 용기를. 큰 깨달음까지는 기대하지 않는다. 매일 하루를 정말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고 싶다. 그게 전부다. 올 한해 고생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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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2 05:12:51 *.149.131.176
경인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__)

오늘은 고향집에서 보낸 일주일 시간을 뒤로하고 서울로 올라가는 날이예요. 다행히 알람이 울기 전에 일어나서
컴퓨터를 켜고 출첵을 하려고 들어왔는데 아침글 제목이 '아슬아슬'이예요.
어.. 무슨 일이까?
하고 살짝 걱정되서 클릭했는데 다행히 4시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글을 등록하셨다는 말씀이네요^^
저는 새로 시작하는 200일까지 새벽 기상 습관을 유지하고 싶어서 매일 경인님과 정화님의 앞선 발걸음에 힘입어 출석하고 있는데요. 오늘 아침엔 '잠깐 멈춤'과 '휴식'도 새로운 시작을 위해 필요하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면 우린 단거리 달리기가 아닌 장거리 마라톤을 하는 단군이니까요. ㅎㅎ

그렇다고해서 새벽기상을 양보할 수는 없겠죠? 경인님과 정화님 또한 저와 같은 마음이라 생각해요.
새벽의 깨어있음을 즐기시고 오늘은 일요일이니까 평소보다 여유로운 하루도 보내시면 어떨까요?
300일 프로젝트에서도 경인님의 꾸준한 새벽수련 성공을 기원할게요.

일만시간의 수련활동을 응원해주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단군이로 남고 싶은 1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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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2 09:23:09 *.109.24.31
언제나 고마우신 현주님! ^^
현주님도 새해복 많이 지으세요!
언제나 진심에서 우러나온 따뜻하고 다정한 조언 고맙습니다.
오늘은 정말 현주님의 조언에 힘입어 여유있고 차분한 하루를 보내야겠네요.

현주님도 오늘 하루 '잠깐 멈춤과 휴식'을 통해 재충전 할 수 있는 포근한 시간 가지시길 바랄께요
늘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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