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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13일 11시 49분 등록

변신 이야기 [4-2 Review]


* 저자에 대한 생각 


‘아! 꿀처럼 달다.’

책을 읽으면서‘꿀처럼 달다’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유대인들은 아이가 처음 학교를 가면 아이들에게 “배우는 것은 꿀처럼 달아요”라고 가르친다고 한다. 노래처럼 리듬이 있는 그 말을 반복하면서 학교는 즐거운 곳, 배우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라는 마음을 갖게 된다고 한다.
 
'배우는 기쁨은 꿀처럼 달다.’...음...아이들 교육을 위한 그들의 지혜가 놀랍다. 유대인들이 세계를 움직이는 중심인물을 배출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변신이야기>는 로마시대의 시인 오비디우스의 대표작이다. 탄생연도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오비디우스가 변신이야기를 완성한 것은 그가 아우구스투스 황제로부터 추방 명령을 받은 직후인 기원후 8년 전후라고 추정된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2천 년 전에 불멸의 작품 『변신이야기』가 탄생한 것이다.


오비디우스는 그리스 로마 시대 전해 내려오던 신들의 이야기 중 ‘변신’에 관련된 내용을 추려 생기 넘치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신과 요정과 사람이 등장하여 자유로이 하늘을 날고, 죽음 뒤의 세상의 세상을 여행하며, 때론 암소로, 새로, 거미로, 차가운 돌덩이로 변하며, 인간이 꿈꾸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녹여내고 있다.


◇ 위대한 이야기꾼

오비디우스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낼 줄 아는 뛰어난 이야기꾼이다. 그의 이야기는 강물과 같다. 때로는 부드럽게 흐르고, 때로는 사납게 몰아치더니, 때로는 바위를 만나 포말이 터져오르듯 비극적으로 끝을 맺는다. 각각의 작은 지류가 산천을 넘어 결국은 바다에서 만나듯, 하나의 신화가 나오다가 다른 신화로 갈라지고 만들어지더니, 다시 앞의 신화가 살아나와 서로 하나로 자유롭게 엉키고 설킨다. 위대한 상상력의 보물창고에서 끊임없이 샘솟는 다양한 이야기들..그는 위대한 이야기꾼이다.


◇ 사람에 대한 통찰

그는 인간의 마음을 통찰하고 있다. 신화를 통해 드러나는 그의 주인공들은 사랑에 빠지고 두려움, 열정, 광기 등에 사로잡혀 있다. 그는 그들의 마음속 외침과 말을 들려주며, 독자들이 그들의 감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래의 문장을 보면서 저절로 미소를 지었다.

(p157) 아무도 이 비밀을 몰랐어. 고갯짓, 눈짓으로만 사랑을 나누었으니까.
감추면 감출수록 깊어가는 게 사랑이잖아? 속으로 속으로 타들어가는 섶 속의 불씨 같은 게 사랑이잖아?


(p273) 슬픔과 고통은 사람을 강하게 하고, 역경과 곤란은 사람을 창조적이게 하는 법이다.


2천년 전과 지금, 다른 것이 무엇일까?


◇ 타고 난 시인

위대한 상상력을 지닌 이야기꾼이 탁월한 시인과 만났을 때의 결과물을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된다. 새벽의 여신이 빛나는 별들을 쫓아버리는 가 하면, 태양신의 수레가 하루를 열고, 메두사의 머리가 해초에 닿아 산호가 되며, 개구리가 된 농부들, 교만했던 아라크네는 거미가 되어 버린다. 영원히 물러나는 문! 강물을 유산으로 남기고, 세상의 모든 소리가 들리는 곳은 소문을 주관하는 파머 신이 사는 곳이다. 이야기가 갖고 있는 본능적 즐거움은, 시인의 정교한 묘사와 어울려 더욱 빛난다.


2천 년 전 로마시대 작가가 쓴 고전을 오늘날 사람들이 읽고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오로지 번역의 힘이다. 이윤기가 스타 번역가인 것은 진작에 알았지만, 그의 책을 읽은 적은 없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번역의 힘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주었다. 위대한 콘텐츠를 자신만의 해석으로 재 탄생시키는 번역의 힘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하게 해 주었다. 그의 덕에 이런 책을 읽어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변신 이야기 1]


(p18) 이 다섯 지대 위로는 공기가 퍼져 있다. 공기는 그 무게가 흙이나 물보다는 가볍지만 하늘의 불보다는 무거웠다.


(p19) 오랫동안 혼돈의 덩어리 안에 갇혀 있던 별들이 하늘 하나 가득 찬연히 빛나기 시작했다. 빈 곳이 있으면 거기에 사는 것이 있어야 마땅한 법이다. 그래서 신들과 별들이 천상에 자리를 잡았다.


(p22) 유피테르는 늘 봄이던 계절을 뚝 분질러 겨울과 여름, 날씨가 변덕스러운 가을, 짧은 봄, 이렇게 네 계절로 나누었다.


(p33) 고삐에서 풀려난 바다는 고삐에 묶인 산을 유린했고 파도는 그런 산의 봉우리를 어루만졌다.


(p37) 내 짐작이 그르지 않다면, 여신의 뜻이 이르시는 어머니느 곧 대지일 것이요, 어머니의 뼈는 곧 돌이 아닐는지...


(p38) 어깨 너머로 던져진 돌은 금방 그 딱딱한 본성을 누그러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말랑말랑해지기 시작했다. 일단 말랑말랑해지자 돌은 일정한 형태로 변하기 시작했다. 변하면서 돌은 시시각각으로 커졌다. 돌은 커지면 커질수록 점점 더 인간의 모습을 닮아갔다. 


(p40) 아폴로는 궁술,음악, 의술의 신이다.


(p44) 아폴로의 가슴은, 타작 마당에서 검불을 태우는 불길, 혹은 밤길 가던 나그네가 새벽이 되자 내버린 횃불이 잘 마른 울타리를 태우듯이 그렇게 타올랐다. 그는 이 허망한 사랑에 대한 희망을 끝내 버릴 수 없었다.


(p51) 유피테르는 대지에다 어둠을 깔아 처녀의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했다.

 

(p62) 머리에 화관을 쓰고 있는 것은 [이른 봄], 가벼운 차림에 곡식 이삭관을 쓴 것은 [여름], 포도를 밟다가 나왔는지 발에 보라색 포도즙이 묻은 것은 [가을], 백발을 흩날리고 있는 것은 [추운 겨울]이었다.


(p65) 천마는 저희 가슴에 불길을 간직하고 있다가 이를 코로 내뿜고 입으로 내뿜는다.


(p68) 벌서 밤이 저 멀리 서쪽 해변에 이르렀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이제 태양 수레가 나타날 차례다.  / 네가 이 위험한 일을 해보겠다고 우기기는 한다만, 대지에 빛을 나누어주는 일은 나에게 맡기고 너는 그 빛을 누리기나 하는 것이 어떠하겠느냐?


(p70) 그 차갑던 북두칠성이 난생 처음으로 태양 수레가 내뿜은 열기에 달아올라 금단의 바다로 뛰어들고자 했다. 


(p73) 아이티오피아 사람들 피부가 새까맣게  된 것도 이때부터였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열기 때문에 피가 살갗으로 몰려서 그렇다는 것이다. 리뷔아가 사막이 된 것도 이때였고, 열기가 물을 말려버리자 물의 요정들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샘과 호수 없어진 것을 애통해한 거소 이때였다고 한다.


(p80) 갑자기 그의 목소리가 가늘어지면서 소리 끝이 갈라졌다. 이어 하얀 깃털이 돋아나 그의 머리카락을 가리기 시작했다. 퀴크노스의 목은 자꾸만 늘어나 어깨위로 솟았고 손가락은 빨갛게 변하면서 사이사이에 물갈퀴가 돋아났다. 양 옆구리에서는 날개가 돋아났고 입이 있던 곳에서는 긴 부리가 생겨났다.


(p82) 그는 그때까지도 흐르지 못하는 강은 다시 흐르게 하고, 말라버린 샘은 다시 물로 가득 채웠다. 또, 맨살이 드러난 대지는 풀과 나무로 옷을 입히고 황무지가 된 땅은 다시 푸른 숲이 되게 했다. 


(p93) 하늘을 향해 팔을 벌렸어. 그랬더니 팔에 시커먼 깃털이 돋아나는 거야.  옷을 벗으려고 했는데, 이것도 벗겨지지 않았어. 이미 깃털로 변해 버렸던 거야. 여느 깃털이 아니라 내 살갗에 깊이 뿌리내린 깃털로...


(p101) 메르쿠리우스는 이 노인을 단단한 돌로 만들어버렸다. 오늘날 시금석이라고 불리는 돌이 바로 이 돌이다. 그래서 이 돌에는, 옛날에 거짓말하던 흔적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고 한다.

(p106) 심술이 뚝뚝 듣는 손을 처녀의 가슴에 대어 그 안을 가시덩굴로 채우고 시커먼 독기를 뿜어 뼛속에까지 독기가 스며들게 한 뒤, 심장에도 따로 독기를 흘려넣었다.


(p109) 사랑을 성취시키려는 마음과 품위를 지키려는 마음은 원래 조화도 양립도 불가능한 법이다.


(p113) 도끼가 닿은 적이 없는, 아주 오래  묵은 숲이 있었다.


(p118) 사람은 죽어서 땅에 묻힐 날이 되어봐야, 그 한살이가 행복한 한살이였는지 박복한 한살이였는지, 드러나는 법이다.


(p119) 보게, 해가 하늘 중간에서 걸음을 멈추고 열기로 대지를 구워대고 있지 않은가!


(p120) 이 여신의 뺨은, 태양빛을 받은 구름 색깔, 아니면 장밋빛 새벽의 색깔로 물들었다.


(p128) 신들의 세계에서, 한 신이 매긴 죄값을 다른 신이 벗길 수는 없었다.


(p131) 너는 한마디씩밖에는 말을 할 수가 없다. 그것도 남의 말을 되받아...내가 그렇게 만든다.


(p137) 따뜻한 햇살에 녹는 금빛 밀랍처럼, 아침 햇살에 풀잎을 떠나는 서리처럼, 그의 육신도 사랑의 고통 속에서 사위어가다 가슴 속의 불길에 천천히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p142) 장애물이 없을 때는 조용히 부드럽게 산 아래로 잘 흘러가던 시냇물이, 나무나 바위 같은 장애물을 만나면 포말을 날리고 소용돌이치면서 흐르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p157) 아무도 이 비밀을 몰랐어. 고갯짓, 눈짓으로만 사랑을 나누었으니까. 감추면 감출수록 깊어가는 게 사랑이잖아? 속으로 속으로 타들어가는 섶 속의 불씨 같은 게 사랑이잖아?


(p160) 당신의 손, 당신의 사랑이 당신을 죽였군요. 이만한 일을 할 손이라면 내게도 있어요. 당신의 사랑에 못지 않는 내 사랑도 이만한 상처를 낼 힘쯤은 내게 베풀어줄 거에요.


(p176) 신들은 이 두 개의 육체를 하나로 만든 거야. 두 개의 가지가 맞붙어 자라다 거의 한 덩어리로 굵어진 게 정원사의 눈에 띄는 경우가 종종 있지? / 남성이라고 할 수도 없고 여성이라고 할 수도 없는 하나의 육체, 남성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고 여성이 아니라고도 할 수도 없는, 그러니까 양성을 두루 갖춘 하나의 육체가 되었던 거야.


(p181) 물이 가까이 있으나 이 물이 자꾸만 도망치는 바람에 영원히 물을 마실 수 없고, 과일나무 가지가 머리위에 있으나 손을 내밀면 과일이 도망치는 바람에 영원히 과일을 먹을 수 없다.


(p191)고르곤의 머리는, 머리카락 올올이 모두 뱀으로 되어 있는 이 괴물과의 싸움에서 그가 얻어 낸 전리품이었다. 이 영웅이 리뷔라 사막 위를 지날 때 이 머리에서 핏방울이 떨어졌다. 이 피를 받아 대지는, 다른 뱀과는 전혀 다른 뱀, 말하자면 독사를 지어내었다. 이 사막에 독사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라고 한다.


(p193) 아틀라스는 메두사의 머리를 보는  순간부터 저 자신의 체구만큼이나 큰 바위 산으로 변해갔다. 수염과 머리카락은 나무가 되었고, 어깨는 능선이 되었으며 머리는 산꼭대기가 되었고 뼈는 바위가 되었다. 이와 때를 같이해서 산이 된 그의 몸은 사방으로 뻗어나기 시작하여 (다 신들의 뜻이었다) 수많은 별이 박힌 하늘이 그 어깨 위에 얹힐 때까지 자라났다.


(p195)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그런 사슬에 묶여 있어야 할 그대에게 쇠사슬은 당치 않습니다.


(p195) 오늘날까지도 산호는, 대기에 닿으면 돌이 되는, 이러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말하자면 물 속에서는 식물인데 수면 위로 나오면 돌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p208) 미래를 엿보는 재주를 익힌 아이티온은 이 싸움판만은 예견하지 못하고 나왔다가 최후를 맞았다.


(p211) 우리 청춘을 바치자, 에뤽스는 청춘을 바치러 뛰어나가다 말고 청춘을 제대로 바치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뿌리박혀 무장한 병사의 석상으로 화했다.


(p216) 바라옵건데 잠시 걸음을 멈추소서, 이 바람 이 비를 제 지붕 밑에서 피해 가시는 것을 망설이지 마소서. 신들께서도 더러는 누추한 곳에도 드신다고 들었습니다.


(p231) 보라, 왕비가 이 자의 머리에다 플레게톤의 물을 뿌리자 이 수다쟁이의 입에서 부리가 생겨나면서 몸에는 깃털이 돋았으며 눈이 커지기 시작했어. 오래지 않아 인간의 형상이 없어지면서 날개도 돋았지. 이이서 머리가 엄청나게 커지고, 발에는 꼬부라진 발톱이 생겨나고...


(p238) 그것들이 저희를 비웃는 순간, 웃음소리는 울음소리가 되었습니다. 저희들을 가리키던 그것들의 손가락 끝에서는 깃털이 돋기 시작했고요. 이 깃털은 곧 온 팔을 덮었습니다.


(p242) 아라크네는 벌떡 일어났다. 아라크네의 뺨은 잠깐 붉게 상기되었다가는 곧 핏기를 잃었다. 새벽의 손길에 붉게 물들었다가 해가 돋으면서 창백해지는 하늘빛 같았다. 아라크네는 제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오직 이길 수 있다는 일념으로 제 운명과 맞서려 할 뿐이었다.


(p249) 아라크네는 꽁무니로 실을 내어놓기 시작했다. 이때 거미가 된 아라크네는 지금도 옛날과 다름없이 실을 내어 공주에다 걸고는 거기에 매달려 산다..


(p254) 검은 구름을 보고는 폭풍이 몰아칠 것을 예감하고, 한 점 바람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돛이라는 돛은 모두 올리고 도망치는 뱃사람과 비슷했다.


(p255) 그는 이로써 삶을 마감하는 동시에 자식 잃은 아버지로서 앓아야 하는 모진 가슴앓이를 면했다.


(p273) 슬픔과 고통은 사람을 강하게 하고 역경과 곤란은 사람을 창조적이게 하는 법이다.


(p279) 사랑이 실패로 돌아간 게 당연하지. 완력과 폭력, 분노와 위협 같은 내 비장의 무기를 포기하고 내 성격과는 어울리지도 않는 애원과 호소에 기대를 걸었으니..그내, 내게 어울리는 것은 폭력이다.


(p287) 이아손의 모습을 다시 보는 순간 문제는 달라졌다. 이아손을 다시 보는 순간 메데이아의 뺨은 붉게 물들었다가 다시 새하얗게 변했다. 흡사 얼굴에서 피가 한 방울도 남김없이 빠져나가 버린 것 같았다. 꺼져 있던 정열의 불길도 되살아났다. 잿더미에 묻혀 있던 불씨가, 문득 불어 온 바람에 다시 타오르면서 원래의 그 왕성한 생명력을 되찾는 것처럼, 메데이아의 식어 있던 사랑도 이 청년 앞에서 되살아나 맹렬하게 타오르는 것 같았다.


(p293) 대기의 신이시여, 바람의 신들이시여, 산의 신들이시여, 강의 신들이시여, 호수의 신들이시여, 숲의 정령들, 밤의 정령들이시여. 저 있는 곳으로 임재하시어 저를 도우소서.


(p313) 어둡고 무겁던 하늘이 대지를 내리누르면서 구름을 그 안에 가두고  찌는 듯한 열기로, 만물의 기라는 기는 다 빼어놓는 것 같습디다.


(p322) 원래 사랑하는 사람들 가슴에는 불안이라는게 도사리고 있는 법입니다. 그래서 나는, 내가 고통받는 한이 있더라도 선물을 잔뜩 들고 가서 내 아내의 정절을 한번 시험해 보아야겠다고 결심했어요.


(p335) 인간은 누구나 저 자신의 신이 되어 저 자신의 뜻을 집행하지 않으면 안된다. 운명의 여신은, 행동하는 인간을 돌보실 뿐, 기도만 하고 있는 인간은 돌보시지 않는다. / 스퀼라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동안, 인간의 근심을 치료하는 전능한 의원인 밤이 찾아왔다.


(p343) 박쿠스 신은 공주의  머리에서 관을 벗겨, 영원한 영광의 징표인 별자리로 박아주려고 하늘로 던져올렸다. 이 관이 하늘로 날아오르자 거기에 박혀 있던 진주는 별이 되었다.


(p347) 인간의 운명을 알 리 없는 다이달로스의 누이가 열두 살 난 총명한 아들을 다이달로스에게 맡겨 가르치게 했다. 이 아이는 물고기의 등뼈를 보고는 날카로운 쇠날에다 이를 내어 톱을 발명한 천재였다.


(p352) 은신처에서 이곳으로 쫓겨나온 멧돼지는 이곳에 무리짓고 있는 무사들을 향하여 돌진했는데, 그 기세는 번개가 구름을 뚫고 나오는 형국을 방불케 했다.


(p353) 멧돼지는, 적국의 성벽이나, 군사들이 빽빽하게 올라가 있는 탑루를 향해 투석기가 쏜 바위처럼 무사들 사이로 뛰어올랐다.


(p355) 우리의 용기는 그 거리 밖에서만 유효하다는 것일세. 안카이오스의 무모한 용기가 결국은 안카이오스를 죽이지 않던가?


(p359) 아, 내 아우들아. 내가 차리는 제물을 흠향하여라. 내 태에서 난 자식을 죽여 마련한 이 비싼 제물, 이 눈물겨운 제물을 흠향하여라.


(p365) [아버지의 손에 바다로 떠밀린 이 처녀에게 머물 곳을 허락하시든지, 이 처녀로 하여금 그 머물 곳이 되게 하소서] 이렇게 기도하는데 새로 생긴 땅이 처녀의 몸을 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어서 이 처녀의 몸 위로 거대한 섬이 생깁디다.


(p371) 신들을 사랑하는 자는 신들의 사랑을 입고, 신들을 드높이는 자는 사람들로부터 드높임을 받는 법이거니...


(p376) 파메나는 자고 있는 에뤼식톤을 끌어안고 입술, 목, 가슴 할 것 없이 가리지 않고 허기의 씨앗이 잔뜩 든 숨결을 내뱉아 이 씨앗이 핏줄 속으로 스며들게 했습니다. 그러고는 기아와 공포뿐인 제 고향으로 날아가 버렸던 것입니다.


[변신 이야기 2]


(p13) 싸운 것 자체의 영광이 진 불명예를 덮을 수 있다면 말씀드려도 좋겠지요.


(p17) 등에다 헤라클레스를 달고 있으려니 흡사 산 밑에 깔려 있는 것 같았다는 내 말에 과장 같은 것은 섞여 있지 않습니다.


(p26) 열두 가지 난사의 하나로 황금 사과를 따러 아틀라스의 나라로 간 헤라클레스는, 아틀라스가 이 사과를 따올 동안 그를 대신해서 하늘 축을 메고 있었다.


(p31) 전능한 그의 아버지 유피테르는 그를 사두마차에다 태우고 구름으로 가려 천상으로 불러올리고는 반짝이는 별자리 사이에다 박아주었다. 아틀라스는 이 새로운 별의 무게를 어깨로 느낄 수 있었다. / ‘헤라클레스’라는 말은 [헤라의 영광]이라는 뜻이다.


(p34) 결국 여신께서는 이 갈란티스의 두 팔은 앞다리가 되게 하시고, 그 모습을 바꾸어 놓으셨어. 그 몸에 돋아난 털 빛깔만 머리 빛깔인 금발 그대로 두고말이다. 갈란티스는 족제비가 된 것이야. 갈란티스는, 입으로 거짓말을 해서 내가 무사히 아기를 낳게 하지 않았니? 그래서 여신은 갈란티스로 하여금 입으로 새끼를 낳게 하셨어. 하지만 족제비가 되었어도 갈란티스는 여전히 바지런하고 동작이 빨라. (고대인들은 족제비가 입으로 새끼를 낳는다고믿었다.)


(p37) 부드러운 껍질이 내 목 안으로 차올라 옵니다. 나무 껍질이 내 몸을 빈틈없이 에워쌉니다. 아버지, 네 눈에서 손을 치우셔도 됩니다. 아버지가 감겨주시기 않으셔도 나무 껍질이 제 눈을 가린답니다.


(p46) 잠들어 꿈을 꾸면 너울을 벗은 욕망이 저를 사로잡아 그 뜨거움으로 저를 뼈마디를 녹이더이다. 저를 질투하여 밤은 서둘러 새고, 그래서 제 꿈은 짧기가 그지없어도 그 일만 생각하면 그 기억이 제 몸을 저리게 하나이다.


(p46) 먼저 내 속을 드러내고 거절당해도 손해가지 않을 방법으로 그의 의중을 떠보았어야 했던 것을...먼저 돛으로 바람을 떠보고 바다로 나섰어야 하는 것을. 바람을 떠보지도 않고 돛을 올리고 바다로 나섰다가, 배가 돌섬을 받고 난파하는 바람에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만 것이 내 신세로구나.


(p54) 렐레게스의 요정들은,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뷔블리스의 눈물을 위해 땅을 파서 눈물길을 내어주었다고 한다. 뷔블리스는 이렇게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다, 그 몸이 하나도 남김없이 눈물이 되어 흘러내리는 바람에 그만 샘으로 변하고 말았다. 이름이 이 처녀의 이름과 같은 [뷔블리스 샘]은 지금도 그 산자락의 계곡 감탕나무 그늘에 있다고 한다.


(p64) 트라키아의 시인 오르페우스 : 그리스 최고의 시인이자 음악가, 아폴로 신의 아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수금을 잘 탔는데, 이 수금은 아폴로로부터 받았다는 설도 있고 스스로 발명했다는 설도 있다.


(p65) 채 피기도 전에 져버린 에우뤼디케의 운명의 실을 다시 이어주십시오.


(p66) 오르페우스의 노래가  계속될 동안 탄탈로스는 영원히 물러나는 물을 좇으려고 안달을 부리지 않았고, 익시온의 불수레 바퀴는 놀랍게도 잠시 멈추었으며, 티튀오스의 간을 파먹던 독수리는 잠시 그 부리질을 쉬었고 다나오스의 딸들은 항아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잠시 쉴 수 있었으며, 시쉬포스도 바위에 앉아 잠시 쉴 수 있었다.


(p72) 그러나 소년은, 신들께, 마지막 소원이니 수사슴의 죽음을 영원히 슬퍼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러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그러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너무 오래 울고 있어서 그랬겠지만 그의 몸에서는 피가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그의 팔다리는 푸른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의 흰 이마를 덮고 있던 머리카락은 하늘을 향해 뻣뻣하게 일어서기 시작했다.


(p76) 신은 휘아킨토스를 일으키고 사지를 주물러 다뜻하게 하는 한편 상처를 손보고 약초를 처방하여 휘아킨토스의 영혼이 육체를 떠나지 못하게 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아폴로의 의술도 소용없었다. / 네 죽음은 내 슬픔의 씨앗이자 내 허물의 과실이다. 내 손은 너를 죽음으로 몰고 간 나의 하수자 였다.


(p82) 퓌그말리온이 그래도 믿어지지 않았던지 상아 처녀에게 다시 입을 맞추자 상아 처녀는 이 입맞춤에 화답하면서 얼굴을 붉혔다. 처녀는 수줍은 듯이 눈을 뜨고는 사랑하는 사람과 날빛을 동시에 올려다보았다.


(p95) 세월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가는 법이다. 그리고 세월만큼 빠른 것도 없다.


(p97) 도망치는 짐승을 보거든 용기를 내어 쫓아도 좋다.그러나 네가 사냥하려는 짐승이 너와 용기를 겨루려 하거든 피하는 것이 좋다. 너로 인하여 고통받는 것이 나라는 것에 유념하고 겁 없이 대들지 말기 바란다.


(p100) 처녀의 흰 살결에는 홍조가 어리기 시작했어. 새벽빛을 받으면 하얀 대리석 벽이 불그레해지지? 대리석 벽에, 대리석의 색깔이 아닌, 다른 색깔이 어리어 보이지? 그와 같았어.


(p101) 내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은 저 청년의 외모가 아니라 저 청년의 젊음이다.


(p107)이 꽃은 피기가 무섭게 곧 지고 말았다. 워낙 대가 연약한데다 꽃잎이 얇은지라, 꽃은 산들바람만 불어도 그 대에서 떨어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람을 연상하여 이 꽃의 이름을 [아네모네]라고 부른다.


(p109) 공중을 날던 이 돌은 그의 목소리와 수금 소리에 반하여, 그렇게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가인을 공격하려 했던 것을 사죄라도 하는 듯이 가인의 발치에 떨어졌다.


(p111)오르페우스의 숨결은, 바위의  마음을 움직이던  그 입, 들짐승의 마음도 누그러뜨리던 그 입을 통해 빠져나가 바람 속으로 흩어졌다. / 강물은, 스스로 흘린 눈물 때문에 물이 불어 둑을 넘었고, 물의 요정, 숲의 요정들은 머리를 풀고 검은 상복을 입어 그의 죽음을 슬퍼했다고 한다.


(p116) 황금에 눈이 어두웠던 너의 그 어리석은 욕망을 씻으려거든 사르디스에서 가까운 강으로 가거라. 그 강으로 가서 뤼디아 물길을 따라 계속해서 올라가 그 물이 발원한 곳에 이르거든 네 머리와 몸을 담그고 네 죄를 정하게 씻어라.


(p118) 신은 이 미다스의 귀를 잡아늘이고는 그 안에 털이 소복히 자라게 한 다음, 미다스의 머리에 달린 채로 이쪽저쪽으로 움직일 수도 있게 만들었다. 귀만 빼면 미다스의 다른 곳은 멀쩡했다. 단지 귀 모양만 바꾼 것이었다. 미다스의 귀는 당나귀 귀와 비슷했다.


(p126) 그러나 슬픔으로 인해 실성해진 형의 귀에 내 말이 들렸을 리 없지요. 바위에게, 파도의 속삭임이 들리지 않듯이 말이지요.


(p135) 밖에서 돌파 공격을 계속하는 파도가 있는가 하면 이미 안에 들어와 있는 파도도 있었다. 배안은 아수라장이었다.  적은 성 밖에서 공격하고 백성들은 안에서 혹은 저항을 계속하고 혹은 앞서 들어 온 적의 칼날에 쓰러지는 한 도시국가의 최후와 비슷한 형국이었다. 뱃사람의 용기는 이미 간 곳이 없었다. 사기가 남아 있을 리 없었다.


(p139) 모르페오스는 인간으로 둔갑하는 데 능하고 인간의 흉내도 잘 내기로 이름있는 꿈의 신이었다. 특정인의 걸음걸이, 표정, 목소리를 모르페오스만큼 완벽하게 흉내낼 수 있는 꿈의 신은 없었다. 이 모르페오스는 그 사람의 옷차림, 그 사람이 즐겨 쓰는 말까지도 그대로 흉내낼 수 있었다.


(p152) 이 세상의 한가운데, 땅과 하늘과 바다 한가운데 이 세상의 모든 소리가 들리는 곳이 있다. 이 집에는 문이 수천 개가 있는데 이 많은 문이 다 항상 열려 있는 것이다. 그래야 사방의 소문이 잘 드나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이 집에는 [경거망동], 생각이 깊지 못한 [실수 연발], 터무니없는 [기쁨], 소심한 [공포], 당돌한 [선동], 어디에서 왔는지 아무도 모르는 속삭임이 식객으로 붙어 산다.


(p164) 도망치지 말게. 자네는 절대로 여기에서 죽지 않아. 나중에 헤라클레스가 쏘는 화살의 과녁이 되어야 하니까.


(p172) 우리는 살아 있는 것들 가운데서도 가장 강하기로 소문난 인간과 말의 속성을 골고루 갖추고 있지 않은가?


(p177) 아폴로는 파리스를 위하여 활의 겨냥을 도와주기까지 했다. 파리스가 화살을 날리자 아폴로는 화살을 인도하여 아킬레오스에게 명중하게 했다.


(p182) 나는 창칼로 싸우는 데 능하지만 오뒤세우스는 세 치 혀로 싸우는 데 능하기 때문입니다. / 외뒤세우스의 공을 증언할 수 있는 것은 어둠뿐입니다.


(p187) 남에게 도움을 베풀기를 거절한 오뒤세우스에게, 남에게 도움을 청할 일이 생기게 했던 것입니다.


(p191) 자주 여러분을 이롭게 하는 데 쓰였던 이 웅변이 지금은 그 주인을 변호하고 있을 뿐입니다. 사람은 누구든, 자신이 지닌 재주를 써서 제 주장을 펴야 하는 것이니까요.


(p202) 저 방패에 새겨진 참으로 의미심장한 부조, 가령 바다와 땅과 땅에 산재하는 도시, 별 박힌 하늘, 플레아아데스 성단, 휘아데스 성단, 바다에는 들 수 없는 곰자리, 그리고 오리온의 저 빛나는 칼날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p206) 그대는 그대의 몸으로만 우리 그리스 군을 섬기지만 나는 온 몸과 온 마음으로 그리스 군을 섬기오. 키잡이는 노잡이보다 나은 법이고, 장수는 졸병보다 귀한 법이오


(p211) 돈이라는 것은 성한 사람도 유혹하는 법인데 마음이 맑지 못한 사람을 그대로 둘 까닭이 없다.


(p213) 내 어머니는, 물론 돈이 있으면 돈으로도 사실 것이지만, 돈이 없으니까 아마 눈물로 내 주검을 사실 것이다.


(p216) 그러나 헤쿠바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슬픔과 고통이 목구멍을 막고, 눈물을 말려버린 것이었다. / 잡은 먹이를 다른 짐승에게 도둑맞고는 분노를 이기지 못해 서성이다가 이윽고 그 도둑의 발자국을 따라가는 암사자처럼, 헤쿠바도 분노와 슬픔에 사로잡힌 채, 나이도 자기가 처한 형편도 잊고...


(p220) 아우로라(새벽의 여신)는 지금도 온 세상에다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눈물(새벽이슬)을 뿌리고 있다.


(p230) 폴뤼페모스는 이 나무에 발을 걸쳐놓고는 수백 개의 갈대를 잘라 만든 피리를 꺼내어 불기 시작했어. 그 가락에 온 산이 울리고 파도가 춤을 추는 것 같더군


(p244) 개 대가리는 곧 스퀼라의 장딴지, 허리, 발에도 돋아나 저승의 번견 케르베로스처럼 짓어대었다. 스퀼라의 하체에, 이제 인간의 모습은 남아있지 않았다. 스퀼라는 맹렬하게 짖어대는 개 무리에 둘러싸인 셈이었다.


(p250) 흙덩어리에 들어 있는 흙의 낱알 수에 해당하는 햇수를 살려면 3백 번의 씨뿌리기와 3백 번의 가을 걷이를  더 보아야 합니다.


(p261) 카넨스(노래하는 자)는 노래를 어찌나 잘 불렀는지, 이 색시의 노래를 들으면 나무와 바위도 감동했고, 사나운 짐승들은 성질을 눅이고 고분고분하게 말을 들었으며, 강은 노래가 끝날 때까지 흐름을 멈추었고, 새들은 날개를 접고 노래를 들었더랍니다.


(p264) 피쿠스 왕에게 남은 것은, 자기가 전에는 피쿠스 왕이었다는 기억과 [피쿠스/ 딱따구리] 라는 이름뿐이었어요.


(p271) 야생 감람나무 열매를 맛보면 누구든 그 목동이 얼마나 야비한 이간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말하자면, 욕지거리를 한 야비한 혀가 녹아 이 열매의 맛이 되었다는 것이다.


(p282) 내 사랑의 불은, 내 생명의 불이 꺼질 때까지 타오른다는 걸 알아야 하오. 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바람이 그대 귀에 전하게는 하지 않겠소.

(p293) 빛나는 태양이 얼굴을 바다에 담그고, 얼굴에 별을 가득 박은 밤이 고개를 들자, 그 영웅신은 다시 뮈스켈로스의 꿈 속에 나타나 같은 말을 했습니다.


(p300) 모든 것은 변할 뿐입니다. 없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영혼은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알맞은 형상이 있으면 거기에 깃들입니다. 짐승의 육체에 있다가 인간의 육체에 깃들이기도 하고, 인간의 육체에 있다가 짐승의 육체에 깃들이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돌고 돌 뿐, 사라지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p302) 탐욕스러운 미식가인 세월은 모든 것을 부수고 갉아 마침내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p311) 형상을 바꾸어 다른 것으로 변하는 동물과 식물의 이름을 다 주워섬기려면, 포에부스가 헐떡거리는 천마 무리와 함께 바다로 들어가 날이 저물 때까지 주워섬겨도 시간이 무자랄 것입니다.


(p313) 하늘과, 하늘 아래 있는 만물은 다 끊임없이 변합니다. 땅과, 땅 위에 있는 만물도 끊임없이 변합니다. 피조물의 하나인 우리 인간도 변합니다. 우리라는 존재는 육체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날개 달린 영혼도 여기에 깃들여 있기 때문입니다. 날개 달린 우리의 영혼은 들짐승의 가슴을 찾아 들어갈 수도 있고, 가축의 가슴을 찾아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짐승들을 함부로 죽이지 말아야 합니다.


(p332) 태양이 어두운 얼굴을 하는 바람에 땅에 이르는 빛은 납빛이었고, 별 사이에서는 횃불과 같은 붉은 빛줄기가 보였으며, 빗방울은 핏방울과 함께 떨어졌다.


(p335) 여신은 가슴이 뜨거워지는 바람에 영혼을 놓치고 말았다. 영혼에 불이 붙은 것이었다. 여신의 품을 빠져나온 영혼은 하늘 높이 솟아 달에 이르기까지 날아오르다가 드디어 긴 불꽃의 꼬리가 달린 별이 되었다.


(p336) 내 육체밖에는 앗아가지 못할 운명의 날은 언제든 나를 찾아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내 이승의 삶을 앗아갈 것이다. 그러나 육체보다 귀한 내 영혼은 죽지 않고 별 위로 날아오를 것이며 내 이름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로마가 정복하는 땅이면 그 땅이 어느 땅이건, 백성들은 내 시를 읽을 것이다. 시인의 예감이 그르지 않다면 단언하거니와, 명성을 통하여 불사를 얻은 나는 영원히 살 것이다.


3. 내가 저자라면


요즘 책들은 예쁘다. 강렬한 제목, 아기자기한 구성은 기본이다. 핵심을 요약해주는 친절한 편집은 물론 (시각문화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이미지와 디자인이 예술적인 책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책은 점점 요란해지고 화장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가장 치열한 마케팅이 펼쳐지는 곳이 출판시장이기 때문일 것이다. 책은 팔려야 하니까...고객의 마음을 잡으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책 읽는 기쁨, 호기심과 앎의 충족이 주는 희열을 잃고 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책, 콘텐츠 자체가 힘이 되는 베스트 북은 ,책이 화장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천지창조의 묘사,기발하고 기막힌 스토리, 로미와와 줄리엣을 연상시키는 푸라모스와 티스베 이야기...

이런 책을 한번 써보고 싶다는 만용을 부릴 정도로 ‘나 자신을 모르지는 않는다.’
그저 인류 최고의 스승들이 쓴 이런 책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아..잠깐...있다.. 다행히, 한가지 생각나는 것이 있다.
꿈을 찾아가고, 꿈을 이뤄내고, 함께 어울리는 연구원들의 이야기..

이른바 '연구원들의 변신이야기',

먼 훗날,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영웅이 되어, 드높은 기상을 지닌 산이 되고,
유유히 흘러가는 깊은 강물이 되는 연구원들의 변신이야기를 써보면 좋겠다...

* 가장 감동적인 귀절


(p157) 아무도 이 비밀을 몰랐어. 고갯짓, 눈짓으로만 사랑을 나누었으니까. 감추면 감출수록 깊어가는 게 사랑이잖아? 속으로 속으로 타들어가는 섶 속의 불씨 같은 게 사랑이잖아?


(p107)이 꽃은 피기가 무섭게 곧 지고 말았다. 워낙 대가 연약한데다 꽃잎이 얇은지라, 꽃은 산들바람만 불어도 그 대에서 떨어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람을 연상하여 이 꽃의 이름을 [아네모네]라고 부른다.  (변신 2)


(p111)오르페우스의 숨결은, 바위의  마음을 움직이던  그 입, 들짐승의 마음도 누그러뜨리던 그 입을 통해 빠져나가 바람 속으로 흩어졌다. / 강물은, 스스로 흘린 눈물 때문에 물이 불어 둑을 넘었고, 물의 요정, 숲의 요정들은 머리를 풀고 검은 상복을 입어 그의 죽음을 슬퍼했다고 한다.  (변신 2)


음악의  힘으로 에우뤼디케를 저승으로부터 구하려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뤼디케를 다시 저승으로 데리고 가는 운명의 손길.,,
자신의 몸을 녹여버리는 카넨스의 슬픔...

결국, 2천년 전 고대인이나, 현재나 ‘사람과 사랑’이야말로
전 인류를 관통하는 화두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석에 있는  글 중,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술의 신 박쿠스, 저승신 플루토의 별명이‘영혼의 사냥꾼’이란다.

'영혼의 사냥꾼'이라...재치있고 사랑스러운 표현을 만나면 마음이 기쁘다. 


짬을 내기 어려워 할 수 없이,
마지막 부분을 남자화장실에 앉아(몰래)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공부야말로 가장 귀족적이고 아무나 할 수 없는 사치스런 놀이겠구나.”라는 깨달음..
그리고 고대 서양인의 자연과 세상만물에 대한 태도와 인식체계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이 책을 읽으며, 저절로 한숨처럼, 문장이 튀어나왔다.


‘아. 달다..꿀처럼 달다’

 

IP *.30.25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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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2010.04.13 18:21:21 *.236.3.241
마감시간의 고통 후에  첫마디가 ' 아! 꿀처럼 달다.’라니
대단하십니다. 긴박한 상황에서 더해지는 쾌활함과 경쾌한 리듬이
좋네요 ㅎㅎ

'연구원들의 변신 이야기'  참 재밌을 것 같습니다. 함께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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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2010.04.13 20:33:50 *.219.109.113
아까도 말했지만 비결을 가르쳐줘.
속이 타들어가게 없는 시간을 쪼개며 꿀 처럼 달게 읽을 수 있는 비법.

아  ! 꿀처럼 달다.

첫 문장 선택이 확 다가오니 글을 마지막까지 달게 읽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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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04.13 23:47:10 *.129.207.200
연구원의 변신이야기, 괜찮네요. 

형 노래 BGM으로 뮤직비디오 한편 찍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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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10.04.14 17:08:21 *.36.210.210
그거 좋겠다. 찬성!!!  그렇게 하자.
그런데 말이야, 난 우성의 어깨가 조금 더 올라간 다음에 고개가 조금 더 자기도 모르게 신나게 뻗쳐들 때에 찍고 싶기도 해. 그의 감은 듯한 숙인 듯한 곧 터지고 말 듯한 눈을 마주치기는 너무 어려워,,,
하지만 부지깽이님은 쑤욱 파고 들어가 떼지 않고 그의 열기에 심취하셨지... (저 인간이 꿈틀거리는 구나, 네가 그렇단 말이지? 안 한다고? 못 한다고? 더 느끼게 될 것이다. 더 터져나오게 될 것이다.
네 꽃도 마음껏 피게 도와 주리라. 하시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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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4 11:42:12 *.106.7.10
ㅎㅎㅎ, 나두 연구원 변신이야기 한표!
특히 시작부터 사연 많았던 우리 유끼의 이야기, 충분히 매력있다, 그치?
컨텐츠의 시대라~
우리의 이야기를 책으로, 노래로, 영상으로 기록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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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10.04.14 17:21:31 *.36.210.247

가장 먼저 들려 주게 될 그대의 변신 이야기에 부쳐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꽃씨들이 퍼저나가

세상을 환히 물들이듯이....


선물,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 같은 선물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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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04.14 22:05:06 *.34.224.87
누나...
써니 선배는 선배같지가 않아..

누나 같아....
고운 마음결 지닌 누나......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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